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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우울 2008/09/27 16:20
나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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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7 16:20 2008/09/27 16:20

북극곰의 익사

from 2008/09/27 00:10

최근 본 가장 끔찍한 장면은

북극곰의 익사 과정이었다.

 

그는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극곰의 익사를 막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떠내려가지 않도록 미역줄기에 몸을 감고

작은 돌로 조개껍질을 깨뜨려 매끈하고 말랑말랑한 조개를 그에게 건넸다.

 

그녀에겐 소중한 것이 많지 않아서,

줄 수 있는 것이라곤 조개 뿐이었다.

 

- 신선한 조개야.

 

그는 말없이 조개를 받아 삼켰다.

한 두번 씹었는지도 모르지만.

 

조개는 꽤나 아팠지만, 몇 번 꿈틀댔을 뿐 뭐라 말하기엔 적당한 분위기가 아닌 걸 느껴버리고 말았다.

예의바른 조개였다.

 

- 보고 싶다.

 

라고 그녀는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그러나 보고 싶은 것과는 좀 다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디엔가 통로가 있어서 좁은 어둠 속을 한참 걸어가면,

그의 내부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따듯하고 부드러운 그의 내부에서 고요하게 쉬고 싶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차 안에서 'Rain'을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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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7 00:10 2008/09/27 00:10

Rain

from 우울 2008/09/26 23:50

오늘도 이비는 그치지 않아

모두 어디서 흘러오는건지

창밖으로 출렁이던 헤드라잇 강물도

갈곳을 잃은 채 울먹이고

 

자동응답기의 공허한 시간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기다림은 방한구석 잊혀진 화초처럼

조금씩 시들어 고개 숙여가고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준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모든 흔적 지웠다고 믿었지

그런 어리석은 찾각이었어

이맘때쯤 네가 좋아한

쏟아지는 비까진

나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걸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준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하루하루 갈수록 더 조금씩

작아져만 가는 내게

너 영영 그치지 않을 빗줄기처럼

나의 마음 빈 곳에 너의 이름을 아로새기네

 

너를 보고 싶어서 너를 보고 싶어서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 흘러내리게 해줬으니

누가 이제 이 빗속에

 

 

 

'Rain'을 들으면 그 아이가 생각난다.

모진 말을 해버려서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그런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영영 낯선 손가락들.

 

그 아이가 무척 좋아하던 노래라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몇 번 듣지는 못했지만, 그 아이가 부르면 듣기 좋아서.

목소리는 어른 같았어.

 

기묘하게 아주 어렸을 때 이미 나이가 들어버린 아이같았다.

그래서 늘 아이같기도 했다.

 

영영 어른인 아이.

 

참으로 신기하게도,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되지 않는 위로조차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북극의 한 냉장고 앞에서나

우리는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을테니.

 

떠나지 않는 한 결코 한 곳에 있을 수 없으니.

 

영영 낯선 손가락들.

 

 

마음 속에 비가 내린다.

쏟아지는 비가 흘러 넘치고 넘쳐서 나는 빗 속에 가라앉는다.

빗 속은 고요하다.

 

하늘도 땅도, 허공도 없는 곳.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가 저 멀리에 가라앉고 있다.

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그 아이 뿐이었는데.

 

그건 모두 나의 착각이었을까

 

나는 어째서 그 아이의 이야기를 하나도 듣지 못한 걸까.

그 아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게 하나도 없어.

 

영영 낯선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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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6 23:50 2008/09/26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