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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폭력 혹은 무례함

연말정산 준비하다가 정말 뚜껑 열려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학교에서 웹브라우저로 불여우를 쓰고 있는데, 익스플로러 탭을 적용해도 접근할 수 없는 사이트가 즐비한거다. 보안/인증 어쩌구 저쩌구 하면 백발백중...

물론 가장 심한 건 국세청...

 

사실 내가 불여우를 쓰는 이유는 별거 없다. 뭐 설치하라고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팝업창들이 없다는 것....  구글툴바의 팝업차단기능보다 훨씬 훌륭하다. (바로 이러한 장점 때문에 한국의 각종 사이트, 특히 공공사이트는 접근 불가능이다!)

그리고 미국에 있을 때 학교 컴에는 기본으로 익스플로러와 파이어폭스가 함께 설치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손에 익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만 보면, 한국의 많은 사이트들, 특히 공공기관의 사이트들은 익스플로러를 MS 의 상품이 아닌 "공공재"나 "생활필수품" 혹은 "기본 질서" 정도로 생각하는 듯 싶다. 사실, 브라우저 하면 Netscape 였고, 익스플로러가 윈도우 내장으로 제공된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전에는 active X 를 이용한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당연한 걸루 받아들였고, 미국 사이트들의 허술함을 놀리기도 했다. "아마존 같은 유수 사이트에도 인증서를 사용안하고 bank of america의 인터넷뱅킹도 허술하기 그지없구나.... 이럴 수가.. 불안해 불안해... "   

알고보니 그게 아니잖아... 결국 서버가 할 일들을 최종 사용자들이 다 하는 거잖아.  ( 강유원 블로그의 텍스트 지향  참조)

 

그래, 백번 양보해서 돈거래나 신용정보 같은 사이트들의 이런 행태는 양보해보자. 

도대체 보건복지부나 한겨레, 심지어 철도회원 사이트조차 방문시마다 뉴스푸쉬를 위한 자기네 전용 프로그램이나 지도서비스 프로그램 (기차표 예매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을 설치하라고 불쑥 나타나는 팝업들은 도대체 뭐냐고... 세상에 이렇게 무례할 수가  있나?  자료 검색 때문에 영미권 사이트들에 자주 들어가는 편인데, 한국 사이트 같은 "밀어내기"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서울 집에 가면 엄마가 쓰는 컴에 모 포탈 사이트 뉴스링크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뜨게 되어 있다. 뭐 설치하라고 화면에 자꾸 나오니까 엄마가 "예"를 누른 거다. 필요도 없는 프로그램이 램에 상주하면서 메모리만 갉아먹고 있는 거다!

 

사실, 국내 인터넷 사이트들의 무례함에 대해서 말하자면 끝도 없다.

 

2003년까지 서울 집에서는 edunet 의 다이알업 모뎀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했었고 (엄마가 인터넷 배우기 전까지는 내가 주말에만 가끔 쓰는 수준이니까), 미국에 있는 동안 집에서는 제일 싼 DSL 서비스를 이용했었다.

환장할만한 일은, 한국은 심지어 뉴스사이트까지 첫 화면에 동영상(광고)이 즐비하다는 거다. 그러니 화면이 로딩되지를 않는거다. 특히 모뎀 쓸 때는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무슨 사이트들이 그리도 화려하고 광고가 많은지... 모든 유저들이 다 초고속 통신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가정과, 없다면 빨랑 설치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팍팍 느껴지는 상황들 아닌가.. 

뭐 이 정도 되면, 남들 모두 초고속 인터넷망 쓰는데 혼자 전화모뎀 쓰고, 남들 광케이블 쓰는데 혼자 DSL 쓰는 유저가 한심한 거다.  네티즌 될 자격이 없는 거지...

 

개발자들의 무의식적인 무신경함, 혹은 하드웨어 판매 증진을 위한 네트워크 산업의 전략에 의해 이런 문제가 야기된 거 같은데...

그 동기야 어떻든간에 이건 명백한 "무례"와 "권리 침해"로 정리될 수 있겠다. 기본 뉴스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자신들의 부담을 전가하여 나의 소유물에 마구 침범했기 때문이다.

 

사실, 진보넷에도 섭섭(?)한 감정은 있다. 

불여우에서는 블로그 편집창 기능이 지원 안 되고 

참세상의 동영상 서비스는 리얼플레이어가 아닌 미디어플레이어가 기본 포맷이다.

 

웃긴 일 중 하나는 내가 올해 건강형평성 학회 홈피 관리자를 맡게 되었는디...

익스플로러 전용으로 설계되어 있어 심지어 화면도 깨져서 나온다는 거다.

개발자가 노동넷 기술자라 하던데...  ㅡ.ㅡ

 

이런 걸 요즘 아해들은 짱난다고 표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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