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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아이들 2

아이들, 그녀에겐 너무 힘들다.

마음 약한 그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어 제 몸 힘든 걸 무릅쓰나니.

" 안 가져왔다고 미주가 뭐라 할텐데. "

큰 아이, 제가 잊고 안 가져왔으니 어찌 하자 말은 못 하고 얼굴이 굳었다. 8시 40분인데.

그녀, 머리를 굴린다.

집에 돌아가는 건 비효율적이고. 9시부터 수업 시작이지만 학교는 20분 일찍 오도록 하고 있다. 10분 독서운동을 하고 있으니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 아이들 가운데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 아침 시간에 먼저 얘기 나누고 있는 사이에 들어가기는 어색할 수 있으니 늦지 않게 오는게 좋죠.

담임은 학부모 면담시간에 큰 아이가 친구들을 잘 사귈지를 걱정하는 그녀에게 말했었다. 매일 40분 턱걸이하는 딸아이에게 이렇게 맨날 꼴찌로 들어가도 괜찮아? 하고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지~하고 웃는 딸을 보니 뭐 그럭저럭.

" 문방구 가서 사 가지고 가자. "

하고 말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그녀였다. 수업 준비물도 아니고, 쉬는 시간에만 꺼내놓을 수 있는 장난감을 엄마가, 그것도 어제 사 주었는 데 안 챙겨 온 것을 그녀는 다시 사 가지고 가라 한다. 친구들과 약속을 했으니. 친구들 앞에서 그걸 꺼내 보이며 자신에게 스티커를 준 민서나 노승현이나 강민수에게 나눠주고 싶어하는 딸의 마음을 알기에. 게다가 미주는 딸아이에게서 받은 장난감을 노승현에게 뺏겼었다고 하지 않은가. 그노므 자식, 저도 딸아이에게서 같은 걸 받아놓고서. 혼자 많이 가지고 싶어한다. 근데 왜 미주는 딸아이에게 그러니까 또 다시 달라고 하는 거람...

그녀는 그런 식이다.

아이가 십분의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스티커나 유행하고 있는 장난감을 서로 나누며 웃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렇게 아이들과 친교하는데 무리가 없기를 소망한다.

그녀는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런 매개들이 없어서 무리 지은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던 것을. 테두리 밖에 혼자 있기 뻘쭘하여 책상을 떠나지 않고 책을 읽었던 초등학교 시절을. 그렇게 섞여들지 못 한 채 이후의 학창시절에 늘 혼자 있었던 것을.

딸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은 2개 들이 500원 짜리이고 며칠 전부터 아이는 제 주머니 안의 500원짜리 동전을 소중히 간직했었다. 엄마가 1000원 짜리를 들어보였지만 그건 필요없다 하는 아이.

" 1000원짜리로 그 장난감 두 개 살 수 있어. "

하고 말하는 엄마를 보면서 한참을 고민하던 아이.

그녀는 아이에게 그 장난감을 사 주고 싶었고, 아침나절 아이들에게 평소보다 많은 것을 채근하느라 전날 저녁 아이가 제 장난감 상자 위에 올려 두었던 그 장난감을 가지고 오는 것을 잊은 것은 결국 제 탓이라 생각하였다. 하교 후에 아이들을 삼촌 집에 맡길지 할아버지 집에 맡길지를 고민하며 아이들에게 삼촌집에 가져갈 장난감들을 미리 다른 가방에 챙겨놓으라고 수선을 떨었던 것이 미안하다. 동생과 함께 장난감 가방을 따로 챙기느라 바빴던 큰 아이는 저의 학교가방도 직접 챙기라는 엄마 말씀을 따르느라 더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 집에 어디다 뒀는데? "

" 으응, 내 하트장 있쟎아. 그 위에. "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하트장 위에 손수건을 깔고 가지런히 모두어져 있다. 작은 병 안의 색색가지 구슬들.

그녀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다시 사 준 것을 기꺼워한다. 교실에는 8시 50분쯤에 입실했겠지.

교문을 나오는데 본 듯한 남자아이가 같은 장난감을 꺼내 보이며 지나간다.

" 어...너, 3반이지? "

" 네. "

" 너, 이름이 뭐야? "

" 박 현욱이요. "

" 너두 그 장난감 샀어? "

" 네. 아줌마가 사는 것도 봤어요. "

" 하하하...늦었어. 빨리 뛰어가. "

남자아이는 거의 9시 다 되어 입실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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