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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1/03
    어느 노비문서(3)
    젤소미나
  2. 2005/11/01
    보리
    젤소미나
  3. 2005/11/01
    성수동에서
    젤소미나
  4. 2005/10/31
    온종일 길위에서
    젤소미나
  5. 2005/10/31
    레일 위의 찍사들
    젤소미나
  6. 2005/10/31
    도단언니에게
    젤소미나
  7. 2005/10/31
    당신을 기억하며
    젤소미나
  8. 2005/10/31
    좋은 어느 봄날에
    젤소미나
  9. 2005/10/31
    수족관
    젤소미나
  10. 2005/10/31
    새해 첫날, 길상사에서
    젤소미나

어느 노비문서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그안의 유물들은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백수로 두달여를 보내면서 하루종일 샅샅이 훓어봤고, 이후에도 종종 봤던 것들이라 새로울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전시를 어떻게 배치하고 설명을 얼마나 자세하고 친절히 해놓는가에 따라 틀려진다.

예전 경복궁에 있을 때보다 훨씬 하나하나에 눈길이 가고 설명도 쉬워서 관람자들에게 친절한 박물관이 되긴 하겠다 싶어 별 느낌없이, 잘해놓았군...별 생각없이 둘러보다가

난 이 노비문서에서 넋을 놓고 말았다.

 

제목 '자신과 아내를 노비로 파는 문서'

17세기 말에 경제적으로 너무 궁해져서 견디다 못한 한 백성이 자신과 아내를 노비로 판다는 문서이다. 증거로 아내의 손을 선명하게 그려넣어 증명했다.

저 선명한 손의 주인인 아낙은 자신의 손을 그려넣으며 어떤 맘이었을까.

끔찍하다....

생활관 보고 건너가면 왕실의 생활을 도록으로 자세히 설명해 놓은 왕실관이 나오는데 아이러니 그자체..

 

가끔 박물관에 가면 교과서에서 배웠거나 혹은 흘러간 역사 속의 물건들이 비명을 지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 지금 우리에게 과거의 것들이 유리관 속에서 생활을 증명하며 뭔가를 전하지만 그것들과 나 사이에는 두툼한 유리가 가로막고 있다.

박제된다는 것! 무서운 일이다. 돌아서면 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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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보리
 
곽재구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서 본 사람은
알리라 바람의 속도와
비의 깊이를.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흔들리며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정확히 알리라
세상 옳게 이기는 길
그것은 바로
바르게 서서 푸르게 생을 사는
자세에 있다는 것을.
 
(photo by 젤소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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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서

2004년 성수역 지하철 역사에서 아래려 내려보니 잡화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장사에 그다지 열성적으로 보이지 않던 노점상 아저씨..

지금도 그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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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길위에서

일찍 일어난 아침..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박차고 집을 나섰다.
아침고요수목원으로...청량리에서 버스를 타고 청평으로 향했다.



아침고요 수목원은 여기서부터 5km를 걸어야 했다. 1.5km를 걷자 굽이가 있는 오르막이 보여서 후덥지근한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히칭하이킹..고마운 아저씨..



사람들이 최대한 없는 곳을 피해다녔다. 산길이었는데 산 비탈에 온통 허브들이 쫘악...



나무들을 인공조림했지만 꽤 자라서 자연스러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밑에 백합들이 아주 아름다웠다.



커플과 가족이 판치는 계곡물에 혼자 앉아 발을 담궜다. 물은 너무 맑았고 차가웠다. 한참을 발장구 치고 세수도 하고..



하경원이라고 해서 전망대에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고 하는데..
올라가봤더니..한반도 모양으로 조경했고..어쩌구..통일이 어쩌구..아..대한민국이 어쩌구..해서 좀 재수가 없었다. 뭐..그래도 전망은 좋더군..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나와서 청평시내로..다시..청량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길..마석모란공원을 지나칠 수가 없어서 중간에 후다닥 내려 아무도 없는 모란공원에 참배를 드렸다..
잠드신 분들을 위한 소주와 나를 위한 맥주를 사서 전태일 열사 무덤 옆에 동상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는데..한낮의 더위와 감정이 복받쳐서 그만 술이 확 올랐다. 내가 제대로 사는지..한참을 생각했고, 동상의 받침대에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고 있었다..



기욱이형 무덤 옆에 나무 그늘에 털썩 앉아서 비석에 새겨진 고백을 따라 부르다가 스르르 누워버렸다. 잠이 들었는데 너무 편했다.
부스스 일어나 다시 인사하고 잘 쉬었다 간다고 남아있던 소주를 형에게 드리고 서울로 돌아왔다. 왜 그렇게 그냥 마구마구 죄송한 생각이 들던지..자책 안하기로 했는데..



희연과 만나서 대학로 낙산성곽에 올라가서 찍은 서울의 야경...거기가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한참을 성곽에 올라 앉아 얘기를 하고 바라보고..바람을 맞았다.

하루를 정말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밑도 끝도 없이..모든 길을 섭렵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걷고 또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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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위의 찍사들

 

두장의사진을 함께 올린 것은...

마주보며 동시에 찍은 사진이기 때문..

이런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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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단언니에게



어떤 사람을 알고 있다.
반짝거리는 사람을 알고 있다.
선하나 그리면서 세상을 그리고,
둥근 원으로 세상은 살만하다고 말없이 말한다.
짧은 말한마디로 수많은 근심걱정을 날려보내주고,
괜찮다고 어깨 툭툭 건드려주는 바람같은 사람.

그사람은 내가 지치거나 작은 것에 비틀거리면
그게 아니라고 너가 중심이라고, 가치는 틀리지 않았다고
조용히 말한다.
긍정하게 하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
만나게 되어서 관계를 가지게 되어서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바다를 좋아한다.
그만큼 조용한 강물도 좋아한다.
그사람은 맑게, 흐르지 않는 듯 흘러가는 강이다.
나는 내일 또 강물 근처 어드메에서 훌쩍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사람은 또 물결같이 잔잔하게 깨달음을 주리라.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이 길을 함께, 외롭지 않게 걸어가고 싶다.

도단언니의 생일을 맞아...나 허선희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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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억하며

3일 기욱이형 추모식에 노래마라톤 때문에 참석 못한 떨거지들인 나, 은진언니, 미순이와 서울 가려고 같이 차를 탄 도단언니를 납치해서..모란공원으로 출발

(부천에서 1박 워크샵을 끝내고 정혁이이 우리를 모시러 왔다. 밝히지만..정혁이형이..술한잔 하려고..운전을 할 줄 아는 도단언니를 모셔갔다고 정정함.)

안개와 황사때문에 희뿌연 공기를 뚫고..도착한 모란공원은 소나무 향기로 가득하고..조용하고...그랬다.

사과 한개와 방울토마토와 소주로 간단히 상을 차리고..기욱이형에게 인사하고..잠시 앉아서 맥주 한잔 하고..일어섰다..

형이 간지 3년인데 이상하게 생생하다는 얘기와 마지막날 우리가 우루루 몰려간게 오히려 형이 맘껏 아프지 못하고 끝까지 책임감을 요구하게 된 것 같아서 미안했다는 얘기와 다른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짤막한 얘기들을 나눴다. 그 짧은 얘기 속에 다들 비슷한 감정이 쌓이는 것 같았다.

평양막국수로 유명한 집에서..맛있는 음식을...그리고..서울로..

이 간단한 일정속에..떠오르는 얼굴은 많았지만..접어두기로 했다..

그냥..마음이 깨끗해졌다..몸이 피곤하니까..머리도 자연히 비워지고..어딘가..나와있다는 사실로도..좋아서..

정혁이형의 경험담이 너무 웃겨서..소개..고등학교때 그냥 평일에 친구와 약간의 면식이 있는 무덤(예를 들면 친구의 할아버지)에 가서..막걸리 마시고..한잠 자고 오고 그랬다는...너무 좋은 기억이라고 소개했지만..다들...동의하지는 않았다..

그리고..막국수 집에서 동동주 한잔 마신 형은 현숙언니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잠에 빠졌다..난 조수석에 앉아서..화장실 가고 싶다, 졸립다, 배아프다..징징 거려서..도단언니는 황당해 했다...


기욱이형의 비와 묘..노동문화일꾼 김기욱...


모란공원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유리함. 첫번째 추모제때 창곤이형이 만들어 온 것. 그날 다들 기욱이형이 무덤에서도 기가차서 허허 웃지 않을까라고..다들 한마디씩 했다. 비석의 뒷면에는 기욱이형이 살아서 참 좋아했던 노래..고백이 새겨져 있다.


기념 촬영...추모식에 가거나..죽은 이를 찾아가..기념촬영하는게 영 석연치 않아서..못했는데..즐거운 마음으로..만나도 되지 않을까..당신을 기억하는 우리의 모습을 잠깐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 기욱이형이 알아주지 않을까..싶어서...

 


도단언니..큰 차의 드라이버로 오랜만에..핸들을 잡고..

긴장된다며..한참을 그러더니..서울에 진입해서는 아주 익숙하게 운전을~~마감 빨리 끝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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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느 봄날에

좋은 날씨..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맘껏 판화를 감상했다. 정비파님의 작품 앞에서는 쪼그려 앉아서..한참을..올려다 봤다. 그러나..사립미술관은 안내원의 감시 눈초리가 심해서 실내에서는 전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미운 사람들.. (삼성 로뎅갤러리에서는 감상에 방해가 될 정도로 졸졸 따라다녀서..아주..대판 싸운 적도 있다..나쁜 넘들...)


날씨가 아까워서 자박자박 걸어서 덕수궁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시립미술관은 한산했다. 서울미술대전 회화부분 전시중이었는데..재밌는 몇작품 빼면..그다지..눈길이 가지 않았다. 다만..난 시립미술관 자체를 좋아한다. 관람이 자유롭고..감시눈초리도 없고, 천장이 높으면서도 햇빛이 잘 들어오는 아주 좋은 건물...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아이가 내 뷰파인더로 뛰어들어왔다..고맙다..꼬마야...

 

도둑사진 한장.. 황주리의 '삶은 어딘가 다른 곳에...' (그림이..조명 받아서..세피아처럼 보인다..)

 

시계를 보니..일민미술관, 시립미술관 합쳐서 2시간 넘게 돌아다닌 셈..다시 홍대로 가서 사람들을 만났다. 은진언니,정혁이형 부부와 조이삶넷 사람들..홍대 희망시장에서 귀여운 실눈이형제 공기돌과 핸드폰 줄을 사서 룰루 랄라~진짜 귀엽다..(멋지게 사진 찍어서 올려야지.)  

 

홍대에 이런 카페가 있었나..Snare, Girl..손님은 없고..우리만.. 주인 아저씨와 다트내기를 해서..정혁이형은 참패를 당하고..흐흐.. 은진언니..정혁이형~  


 늦게 합류한 현숙언니는 인사동에서 오천원짜리 움직이는 인형을 선보였다. 이녀석이 어찌나 귀여운지..모두 한번씩 장난을...장난치는 사월언니...(줄조정은 현숙언니가..)

 

그리고..나...여유있는 표정...잘 찍어준..사월언니에게..감사~    

 

(그리고..아을은 피곤한지..졸고 있어서..사진 안찍었고..에스테반은 찍히길 거부했다..흥..)

 

(200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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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조카들이 와서..가자고 하는 곳으로 쫓아다녔다..
코엑스의 아트리움에 대해서..워낙 많이 듣고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는데..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그리고..무엇보다..갖힌 것들을 보는 것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닌 게 화실하다..그래도 그나마 수족관은 좋아하는 곳이긴 하지만..




-->역시 열대어는 색깔은 곱지만..어딘지 답답해 보이는 느낌..개성이 있는 것 같지만...인공적인 느낌마저..


 



-->거기가 진짜 바다이고, 거기가 진짜 바다속의산호초였으면 너는 더욱 좋았을지도 모를 텐데..글쎄...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이상하게 생겼지만..내 눈을 끄는 그들의 느릿한 움직임..심지어 껌뻑거리는 눈동자 마저 너무 느린..


나를 매료시키는 이상한 입술..주름같은 피부..어쩌다..여기까지 왔니..불쌍하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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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길상사에서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짐작하며 서울에 있는 조용한 절을 찾았다.
법정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불교 신자도 아니었지만 인터넷에서 여러번 본 바가 있어서 달껌언니, 도단언니를 꼬셔서 가기로 하고 출발!
길상사는 성북동에 위치해 있고, 한성대입구에서 아주 가깝다. 원래 요정이었던 곳을 신자가 법정스님에게 시주했다고 한다.
처음 절에 들어서면 극락전과 명상수행하는 안채같은 것만 보여서 되게 작고 아담하다고 느끼게 한다.

 

[극락전]

바로 옆에는 마리아상을 닮은 관음상과 안채 같은 수련장이 있다.

단청도 없는 극락전 만큼 수수한 공간이고 욕심 부리지 않는 느낌도 강했다.

 

극락전에 가서 잠깐 절을 하면서 올한해 엄마가 덜 아프고, 다들 걱정없이만 지내게 해달라고 빌었다.

극락전에서 나와 올라가는 갈 입구에 부조로 새겨진 돌부처가 있었다. 경주 남산에 올라가서 본 부처와 닮아서 한참을 보았다.

 

작고 아담한 절이라는 생각은 갈수록 깨지기 시작했다.

극락전 왼쪽으로 올라가니 스님들의 거처가 있었고, 꼬불꼬불한 길마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는 작은 명상공간들이 차곡차곡 자리잡고 있었다. 번잡하지 않게..

 

[스님들의 거처]

 

[작은 골목길]

 

어떤 길로 갔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올라갔다 내려가다 극락전 후원의 지붕을 바라볼 수 있는 옥상 비슷한 곳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본 기와와 소나무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절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내려왔다. 바람이 부는지 작은 풍경이 고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는 잠깐 풍경 밑에서 서성거리다가 봄 되면 다시 찾아오자 약속하고 내려왔다..

 

 

원래 계획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월북 소설가 이태준의 생가에서 전통차를 한잔 하는 것이었다.

동네 의무경찰 아저씨의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를 의지해 찾아갔더니 노는 날이었는지 한옥이 굳게 닫혀있었다.

아쉬웠다. 수연산방...이곳에서 차한잔 하고 싶었는데...

날 풀리면..사진 찍기 좋아하는 미숙언니를 꼬셔서..꼭 같이 가야겠다..괜찮은 새해 첫날이었다.

(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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