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지워진 기록, 지워진 과거

만약에 컴퓨터를 쓸 수 없다면. 만약에 블로그에 영원히 접속할 수 없다면.

 

예전에 누군가의 글을 본 것 같다.

그런데 내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

 

'저 컴퓨터 맡기신 분이죠?'

'예.'

'컴퓨터에 중요한 자료가 많이 있었나요?'

'... 왜요?'

'컴퓨터 D드라이브가 깨져서 속에 있던 파일이 모두 날아갔습니다.'

 

....

 

'중요한 자료가 많이 있었나요?'

'... 당연히 중요하지요. 내 과거의 기록인데.'

'사진파일 말인가요?'

'사진보다는 워드파일이 더 중요해요.'

'어떻게 하지요?'

'방법은 없나요?'

'현재로서는... 살리려면 용산에 가야하는데, 그래도 확율은 50% 정도...'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겠네요?'

'예. 비용도 약 20만원 정도 듭니다.'

'최대한 살리도록 하고요. 안 되면 할 수 없지요.'

'예.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딸깍.'

 

뭐냐?

 

당원이 하는 컴퓨터수리점이라고 하여 뒷집에 사는 사무국장이 가져다 맡겼는데, 청천벽력같은 일이...

 

수리를 맡은 그 당원은 잘못한 게 없는지, 전혀 미안하지 않다는, 지극히 건조하고 사무적인 목소리였다. 그래도 조금은 서운했다. 사무적이고 건조한 목소리가.

그래도 할 말을 못했다. 당원이라는 이유로.

 

---

어쨌든 과거의 기록은 사라졌다.

블로그를 만든 이후의 기록은 블로그에 많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블로그를 만들기 전엔 개인적인 글은 별로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 기록은 사라졌다. 어쩌면 평생 한번도 읽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라졌다는 것은 참으로 공허하다.

사진들도 그렇고...

 

아님, 이참에 아예 새로 태어난 것처럼 과거를 흘흘 털어버릴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