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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중앙으로부터 인정받다.

요즈음 민주노동당은 노동부문 최고위원 선거로 난리다.

당원인 내게 벌써 몇 번의 전화와 문자가 왔는지 셀 수 없을 지경이다.


노동부문 최고위원은 민주노총이 단수 추천하는 게 관례라고 한다. 민주노총이라면, 민주노총이 그동안 해 온 일부 골통 짓과 등치시키는 열혈 당원들은 무조건 싫어하는데, 더욱이 ‘관행’이라는 말에 더 흥분하는 것 같다.


사실 ‘관행’이든 ‘추천’이든 ‘지명’이든 단순히 제도 문제이겠는가? 운용하는 사람 또는 그들의 마인드가 중요한 게지...


이번에 노동부문 최고위원은 이영희라는 사람이다. 지난 울산 재보궐선거 패배 등을 책임지고 사퇴한 1기 최고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되었다. 아뿔싸,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라면 노동부문 최고위원 후보인데... 아니나 다를까. 그가 이번에 단수 추천되었고, 민주노동당은 단 한명의 최고위원을 더 뽑기 위해 텔레마케팅 회사에 용역을 주고 3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이영희씨가 당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과연 그런가? 당내 일부 무조건적 추종세력을 빼면 대부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난 민주노동당 3년차 중앙위원으로 회의에서 그를 많이 봐왔다. 에피소드 하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중앙위원회에서 어떤 안건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김해경 대표를 비롯하여 당황하고 있을 때 우리의 기대주이자 얼떨리우스인 이영희 선수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었다.


‘중앙위원 여러분. 이거 논란 벌일 필요 없어요. 이거 안건으로 성립하지 않아요.’


사위가 조용해졌다. 이윽고 반론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결국 안건은 당연히 성립할 뿐만 아니라 안건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었다.


사실 이영희씨가 안건이 성립하니 안 하니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중앙위원회에 올리는 안건은 최고위원회에서 성안되는 것이고, 이영희씨가 최고위원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제출한 안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뭐 대단한 해결책이라도 가져온 양 만면의 웃을 짓는 이영희 선수... 그는 사실 지난 1기 지도부의 지탄의 중심이었다. 그 상세한 이유는 뒤에...


어찌됐든 난 이번 노동부문 최고위원 선거를 보이코트 하기로 결심했다. 민주노총이 당원들, 조합원들의 정서를 좀 알았으면 해서이다. 마치 경상도(이제는 서울 경기도 마찬가지가 되었지만) 한나라당이면 말뚝을 꽂아도 당선되는 것처럼 자신들 언저리 사람이면 흠결이 있든 어쨌든 누구나 된다는 독선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 잘 아는 당직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노조 소속 당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라고 지시를 받았단다. ‘최○○ 처장한테 부탁하세요.’ 했더니, ‘그 사람은 씨도 안 먹혀요.’ 했단다. 어쨌든 중앙당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뿌듯했다는.. ㅋ


포기하기는 민주노총 중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늘 투표 독려차 들린 민주노총 간부는 내게 당원이 많은 어떤 지부만 가리켜 투표를 독려해달라고 한다. 내가 투표하지 않은 것을 뻔히 알 터인데도...

 



물론 나도 동의한다.

 

첫째, 이영희 후보는 지난 번 울산북구 재보궐 선거 이후 당의 전반적 문제에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사퇴한 1기 최고위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최고위원 중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 정치적 책임은 공동으로 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의 정치위원장이라는 이름으로, ‘관행’에 따라 찬반투표라는 요식행위를 통해 최고위원으로 다시 들어가려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저는 같은 이유로 2기 지도부에 다시 출마했던 1기 최고위원들(주대환, 박인숙 후보)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백의종군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동의 반성과 쇄신을 위한 과정과 결의의 확인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지요. 그러나 이영희 후보의 경우 1기 시절의 부족함에 대한 인정과 진단조차 없다는 점에서 분노마저 느낍니다.


둘째, 이른바 자질론을 주요한 이유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영희 후보는 이러한 점에서 자격 미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기 최고위원 때에도 이영희 후보는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에피소드를 수차례나 연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4년 11월경 정책위원회에서 본을 만든 조세개혁안에 대하여 (이영희 후보를 포함한) 최고위원 일부가 국민감정을 이유로 브레이크를 걸어 혼선을 빚은 것과, 2005년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운동본부장을 맡은 후 9월 분회장수련회에서 무상의료 운동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상의료 로드맵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음을 폭로하여 거기에 참석한 분회장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 것을 말합니다. 담당 최고위원이 뭘 담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에게 무엇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당 최고위원회에 해당하는 십수인에 들어갈만한 사람이 그다지도 없는 것일까요? 좀 거칠게 말해서, 그렇잖아도 위기에 처해있다는 당에 무능한 최고위원을 또 한명 추가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셋째, 그러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정치위원장이 민주노동당 노동부문 최고위원을 맡는 것이 ‘관행’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는 이 행태에 저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비를 3천만원이나 들여 당원 직선으로 ‘선거’는 무엇 때문에 하겠습니까?


이영희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투쟁 등 노동 사업이 급한데도 “당에 노동부문 최고위원도 없느냐”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탄식했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민주노총에서는 적절한 인물을 정치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뒤늦은 노동부문 보궐선거에 참여해줄 것을 당원들에게 설득력있게 호소했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관행이라니요? 이러한 점에서 저는 민주노총이 당을 너무 경경히 본다는 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넷째, 지금 이영희 후보가 공약으로 제출한 주장들의 부적절함의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레이버투데이의 인터뷰에 나와 있는 '민중참여경선제를 통한 대선후보 선출' 주장이 그렇습니다. "한달 정도의 당비만 받고 투표권을 준다면 당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5천원, 1만원씩만 걷어도, 선거공영제를 통한 경선이 가능할 것이다". 민중참여경선제를 하지 않아서 투표율이 낮은 건가요? 게다가 내놓은 공약 대부분이 당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있어 뜬금없다고 느껴질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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