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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9/02
    아내의 분노와 그 정체는 뭘까?(1)
    풀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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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소리
  3. 2005/06/28
    블로그가 있으니 참 좋다.(4)
    풀소리

아내의 분노와 그 정체는 뭘까?

아내[ 결혼생활 8년 만에 드디어 내가 미쳐가는구나.] 에 관련된 글.

 

1.
아내가 불만이 있다는 건 안다.
다만, 그 불만의 정체를 정확히 모를 뿐이다.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것. 돈 별로 못 벌어오는 것. 아니면 오늘 아내가 올린 글처럼 초청장에 이름을 빼놓은 것.



사실 초청장에 이름을 빼놓은 것은 그 자체로 그렇게 분노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말한다고 아내의 분노를 부정하거나, 분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문제는 그 이상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초청장에 이름을 쓰면서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난 격식을 좋아하지도 않는 편인데다, 초청장을 받을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부부의 이름을 굳이 다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했다. 최윤순, 최윤희, 최경순 拜上 이렇게 나이순으로.

 

내가 생각할 때 도무지 화날 일 같지 않은 일에 화내는 데 대하여 나도 황당하다. 왜 아내는 황당하게 나올까? 결혼생활과 동거생활 등 10년에 걸친 세월은 아내에 나 사이의 이른바 '코드'를 상당히 맞추는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황당한 대응의 정체는 무엇일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부부관계에 아님 아내와 나의 인간관계에.
어렵다. 문제가 해결을 전제로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거는 식으로 제기될 때 더 어렵다. 문제의 근원과 해결을 생각하기 보다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나 또한 감정의 완충장치가 많이 발달된 사람은 아니다. 나도 모르는 3대 독자 특유의 이기심이 있는 것 같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면 며칠이라도 꿍꿍거리지만, 한 쪽에서 뻗대면 의욕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지레 파경을 생각한다. 어렵다.

 

사실 이럴 땐 시간이 최고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나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난 다행스럽게도 화를 오래 간직하는 성격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안 좋은 기억이 희미해진다. 험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아내가 글을 남겼다.
아니 나에게 올려달라고 했다.
어찌됐든 고맙다.

 

2.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됐는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됐는가."

 

사는 게 무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면 답이 쉽지 않다.
'진리'를 '정의'를 얘기할 정도로 하나의 원칙, 누구나 동의할 원칙을 추구하면서도, 실제 삶의 몇 %를 그런 잣대를 대고 살고 있는 것일까.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지인들과 때로 즐겁게 술 먹고 수다떨고 하는 것들이 모두 현실일까?
아니면 조그마한 현실 쪼가리와 그것을 들러싼 유머와 위트, 상상과 환상의 멋진 데코레이션일까? 그렇담 그런 데코레이션은 현실이 아닌 것인가?

 

어찌됐든 유머와 위트를 섞고, 상상과 환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런데, 그런 데코레이션을 모두 걷어내고 오로지 변형가능성이 별로 없는 딱딱하고 찬바람 도는 '현실'과 맞닥뜨려야 할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족문제이고, 특히 문제가 있을 때 가족관계이다.

 

더 이상 후퇴할 곳도, 숨을 곳도 없을 정도로 감정과 감정이 맞닥뜨리면 선택만 남을 뿐이다. 좋고 싫고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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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

1주일 만에 돌아왔다.

컴퓨터, 신문 없이 1주일을 보내는 것.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았는데, 그렇게 살았다.

 

1박 2일 가족과 함께 그리고 4박5일 조합 수련회

남들 노는 자리, 쉬는 자리 만들어주고, 술 같이 먹고, 이것저것 챙기고,

돌아오니 푹 쓰러져 자고만 싶다.

 

그래도 습관처럼 방으로 들어온다.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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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가 있으니 참 좋다.

내가 블로그를 개설한 건 올해 초다.

진보넷에 블로그를 만든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청주 우진교통을 우리 노동조합에서 자주관리기업으로 만들었고, 그 출범식을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컴퓨터에 능하지 못한 나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넣는 편집이 가장 쉬운 곳이 이곳 진보블로그였다.

 

처음 썼던 글 :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너무나 변했다.

http://blog.jinbo.net/jium/?cid=2&pid=1       

 

사람들도 여럿 만났다. 물론 블로그라는 사이버 세상에서.

즐거웠다.

낯선 이방의 도시에서 누군가 나에게 따뜻하게 말을 걸어준다면...

... 그런 만남이었다.

 

일기처럼 생각나는대로 쓰고 싶었지만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근 1달 동안 쓰지 않은 적도 있고...

 

블로그를 만들고 제일 좋았던 건

작년에 오래 고통을 준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이다.

cyber 놀이터.

밀폐된 공간에서 장소 확장이라고나 할까.

 

오늘 방명록을 보니 후배가 들어와 있다.

좋다.

단골손님 도토리도 들어와 있다.

좋다.

좋다...

 

-------

그 후배의 시 하나를 옮긴다.

 

효순이와 미선이의 겨울

정중석

떠도는 넋을 위로하는 맘판이라도
아직은 눈감지 못하리라
광화문, 살떨리는 미대사관앞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살육하던
양키들의 잔혹무도한 칼질이
흑백 필름으로 주마등처럼 생생하다
죽어간 원혼, 아직 구천을 떠돌며
반미 반제 투쟁의 울부짖음이다
인면수심이라함은 양키들의 그것
도처에서 전쟁을 도모하고
도처에서 인간을 희생양 삼아
그들만의 리그를 일구는것이라
효순아, 미선아
우리들의 누이, 윤금이
찢어지고 헤쳐진 누이의 영혼이
아직 생생하거늘
무참히 살육한 당신들, 떠나라
세계의 보안관이 아닌
세계의 십자군도 아닌
양키의 군대여
이땅에서 영원히 떠나라
효순이, 미선이의 이름으로
기필코 단죄해야하리
인간의 시간
미국, 그들앞에 우리가 불러야 하리
해방과 평화의 노래를
반미 반제투쟁의 깃발
반전 평화의 그 몸짓으로

내 어린 누이의 아픔으로
내 어린 누이의 영혼으로

미선아 효순아 얼마나 아팠니
효순아 미선아 얼마나 서러웠니

하얀 국화 두송이, 활짝핀 광화문의 겨울
효순이와 미선이의 겨울, 봄밤

2002.12.16.
충무로에서
선 우 도 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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