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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일상 속에서 문득 시간을 낸 짜투리 여행과 여행기.

3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3/20
    봄, 중마루공원
    풀소리
  2. 2008/03/13
    봄, 다시 샛강공원
    풀소리
  3. 2008/03/05
    눈 내리는 문경새재
    풀소리

봄, 중마루공원

민주노총 뒤에 붙어 있는 중마루공원은

멀리서 보면 아직도

앙상한 가지와 갈색 풍경이 영락없는 겨울풍경이었다.

 

중마루공원에 활짝 핀 흰 매화꽃

 

기자회견 관계로 오랜만에 민주노총에 갔는데,

시간이 조금 남았다.

지금쯤 매화가 피었을까?

조금은 기대를 하면서 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공원 안도 여전히 겨울 냄새가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어디 회산지 모르지만 신입사원들인 것 같은데,

양복에 양장으로 차려입은 새내기인 듯한 50여명 세워놓고

제식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통통하게 부풀고 있는 진달래 꽃눈

 

매화나무는 민주노총 반대편에 있는지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

멀리 흰 꽃무리가 보였다.

매화다.

생경한 풍경에서 활짝 핀 매화라니,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두 그루는 활짝 피었고,

한 그루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한다.

 

잎새를 틔우고 있는 조팝나무/ 앞의 화살나무도 잎눈이 트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진달래도 꽃봉우리가 부풀고 있었고,

머지 않아 쌀튀김 같은 흰꽃들을 한가득 매달을

조팝나무도 연두색 눈들이 트고 있었다.

 

잎눈이 트고 있는 해당화/ 잎눈 속에 숨어 있는 꽃눈도 머지 않아 솓아날 것이다.

 

그 옆 화살나무도

해당화도

그리고 생강나무까지도...

 

그런데 매화를 보기 전까지 왜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지?

아마 이명박 정권이 부활시키겠다는 백골단만큼이나 생경한

제식훈련을 받는 회사 새내기들을 봤기 때문일 꺼다...

 

산수유꽃을 닮은 생강나무 노랑 꽃들/ 중부지방에서는 '동백꽃'이라고도 부르는데, 김유정의 단편 '동백꽃'은 이 꽃을 말하는 것이다.

 

맘 같아선 10여 분이라도 편안하게 바람을 쏘이고 싶었는데,

낯선 제식훈련이 날 방해한다.

 


기자회견 뒤 운하건설 반대 퍼포먼스/ 트럭 300대가 저런 플랜카드를 달고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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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다시 샛강공원

1.

머리가 아팠다.

순전히 내탓이다.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 자존심이 이제

떨어질 듯 말 듯 간당간당하는 것 같다.

 

샛강공원은 여전히 평온하다.

 

주는 것 받는 것 더하고 빼도

세상에 민폐나 끼치지 않고 싶은데,

글쎄, 그렇게 살 거라고 확신하기 힘들다.

 

2.

며칠 전

문득 봄이 정말 왔음을 느꼈다.

자유로를 지나며 차창으로 스치는 길옆 잔디밭에

푸른빛이 도는 게 보였다.

 

버들강아지/ 얼마만인가? 새생명이 아우성치는 것 같다.

 

도시에서

물가에 소담스럽게

아이의 살결처럼 맑고, 투명하고,

그리고 완벽하게 솟아나던 어릴적 시골 봄 풍경을 기대한다는 건

처음부터 무리일까?

 

철지난 마른 갈대 사이로 연두색 푸른 빛이 엿보인다.

 

봄은 나무 밑에도 오고 있었다.

 

도랑가에도 봄은 오고 있다.

 

메마른 아스팔트 옆 풀밭에

온통 거무튀튀한 오염물질을 뒤짚어 쓴 채

세포분열을 강제해내는 도시의 흐린 온기...

모자라는 수분과 공해로 나면서부터 줄기 끝은 벌써 시들고...

 

도시의 봄은, 아니 서울의 봄은 그렇게 온다.

 

그나마 서울 한 가운데

봄맛을 좀 더 느낄 수 있는 샛강공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수련은 새순을 이미 물위에 띄우고 있다.

 

3.

나는 봄을 좋아한다.

그게 현실의 봄인지, 아님 관념의 봄인지

이제는 조금은 헷갈리기도 한다.

 

어쨌든 좋아하는 봄이 왔건만

두통은 더욱 심해졌다.

 

세상은 온통 황사로 희뿌옇다.

마치 안개가 가득 낀 것 같다.

 

철새들이 여전히 머무르는 연못 가에서 난 맥주를 한 캔 마셨다.

 

한적한 샛강공원은

묵묵히 봄을 맞고 있었고,

마찬가지를 나를 받아주었다.

 

 

냉이같은 풀들은 벌써 꽃을 피웠다.

 

4.

샛강공원 연못 옆 풀밭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셨다.

 

조그만 연못에는

청동오리, 비오리 등

아직 돌아가지 않은 철새들이 남아 있다. 

 

억새는 꽃처럼 흰 씨앗을 모두 날려보냈어도 여전히 서있다.

 

낯술을 해서 그런가,

해조차 가린 황사낀 흐린 하늘 탓인가,

세상은 꿈결인듯 몽환적이고,

나는 그저 한없이 퍼질러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 복지공단 옆 양지녘엔 산수유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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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문경새재

연일 수련회다.

이번 3일-4일 운수노조 사무처 수련회 장소는 문경에 있는 문경새재유스호스텔이다.

유스호스텔은 이름 그대로 새재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주최측(?)에선 둘째날 오전에 산책 프로그램을 잡아놨다.

나로선 환영이다.

 

숙소 앞 풍경/ 주흘산이 눈발에 묻혀있다.

 

아침을 먹고 나오니 눈이 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어쩜 이번 겨울 마지막 눈일지도 모른다며 즐거워했다.

 

우리들은 일단 문경새재를 오르기로 했다.

어디까지 다녀올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약 1시간 30분이 주어졌다.

 

문경새재 제1관 앞

 

웃고 떠들며 가볍고 즐겁게 길을 나섰다.

가볍게 내리는 눈은 황량한 겨울산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일상에서 탈출한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산길에 눈까지 오니 너무나 좋다.

 

현감 홍로영 영세불망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 그랬는지 쇠로 비석을 만들었다.

무엇을 영원히 잊지 않고자 했는지 뻔히 보이니 주는 이나 받는 이나 흐뭇해 하였을 것 같다.

 

문득 새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이름 모를 새 두 마리가 안절부절 못하며 서로 파닥거린다.

 

맞다.

저 새들에게 눈은 얼마나 가혹한 걸까?

가뜩이나 먹이가 부족한 겨울인데,

그것마져 눈으로 덮일 터이니...

그 작은 뱃속에

채워진 먹이로 얼마나 버틸까...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으로 안전하게 사는 존재 같다.

사회가 아니라 같은 동물로 보아도 몸집부터 크지 않은가.

 

교구정/ 관찰사가 바뀔 때 전임 관찰사가 이곳에 와서 신임 관찰사를 맞이하고 인수인계 하였다고 한다. 1999년 중수된 것으로 가까이서 보면 성의없이 지어졌음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제법 근사하다.

 

교구정 옆모습

 

상념도 잠시다.

눈내리는 멋진 풍경은 또 다시 현실을 잊게 한다.

 

나는 서울쪽 그러니까 새재 맨 위에 있는 관문이 제1관일 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서울이 중심이었으니까...

자신 있게 그렇게 말했는데, 안내 표지판을 보니 그게 아니다.

 


계곡/ 오염원이 없는지라 사철 맑고 수량이 많다.

 

길 옆 노송

 

문경새재 하면 대부분 영남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오는 과거길로 불리운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은 이 길을 안 넘어다녔을까?

 

물론 일반 백성들이 과거보는 선비들보다 훨씬 많이 넘어다녔을 것이다.

영남의 세곡이 이 고개를 통해 충주 포구로 반출되었다.

새재가 다른 고개에 비해 비교적 평탄하다고는 하지만 옛길을 보면 힘쎈 황소가 끌어도 우마차가 넘기 힘든 구간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세곡을 등짐을 져서 날랐을 터인데, 누가 져서 날랐겠는가...

 

물론 과거를 보로 오는 선비들은 이 길을 넘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식자층이니 기록을 많이 남겼을 것이고...



옛날 국립 여관인 원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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