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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일상 속에서 문득 시간을 낸 짜투리 여행과 여행기.

3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2/09
    연리지(6)
    풀소리
  2. 2007/11/10
    남산(2)
    풀소리
  3. 2007/11/09
    가을 샛강공원(4)
    풀소리

연리지

1.

지난 주 금토(7,8일) 이틀간 노조 지부장/지회장/분회장 합동수련회가 있었다.

내가 책임자로써 치른 행사다.

만족스럽고, 아니고를 떠나 일을 마치니 후련하다.

마치 한 해 농사를 모두 마친 것 같다.

 

수련회 장소인 눈덮인 보람원수련원

 

2.

나는 준비팀과 함께 하루 일찍 수련회 장소인 충북 괴산 보람원수련원으로 갔다.

간간이 눈발이 날리는 날씨였다.

소백산맥 산자락을 끼고 가는 길은 눈이 채 녹지 않거나 빙판길이 많았다.

우리 차량도 빙판에 미끄러져 옹벽을 들이받고 겨우 멈출 수 있었다.

 

3.

조심조심 마음조리며 도착한 수련원은, 그러나

하늘 가득 쏟아질듯한 별들을 가득 이고 있었다.

'사고 나고도 별을 볼 여유가 있느냐'며 함께 간 일행으로부터 구박을 받았다.

그래도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이냐... ㅎ

암튼 간만에 본 별들 가득찬 짙푸른 함하늘은 너무나 시원하고 좋았다.

 

함께 간 준비팀 성원들은

하나같이 술이 쎘다.

원샷을 외치며 마시는 술을 따라하다 보니

어느덧 흠뻑 취해 있었다.

 

눈덮인 수련원 뒷쪽 산책길

 

4.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조금 더 내려

세상은 온통 흰색으로 덮여 있었다.

 

다행이 기온은 얼음이 얼 정도는 아닌지라

잘하면 한낮이 되면 수련회로 오는 길들에 있는 눈들은 다 녹을 것 같기도 했다.

 

아침을 먹기로 한 식당은

연리지(連理枝)로 유명한 연리지 가든이다.

 

청천면 송면리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 믿기 힘든 모습이다. 간절한 사랑을 뜻하듯, 연리지 나무는 뒤로 약간 제쳐진 모습까지 마치 절정에 이른 환희의 순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연리지란 두 나무가 자라다 중간에 이어지는 나무를 잃컸는 거라고 한다.

옛부터 있었던 말이었겠는데, 당나라의 대 시인 백낙천이

당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인 사랑을 장한가(長恨歌)라는 서사시로 읊었을 때

사랑의 절실함을 연리지에 비유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는 당현종이 양귀비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하늘의 별을 쳐다보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7월 7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야반무인화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선 연리지가 되자고 간곡히 하신 말씀...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은 차라리 끝간 데가 있을지라도,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님을 사모하는 이 마음의 한은 끝이 없으리이다...

이때부터 사랑을 노래하는 시에는 '연리지'가 자주 인용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천장지구'도 이 시에 나오는 구절이구나.

 

좀더 가까이서 찍은 연리지/괴산군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5.

시원한 버섯전골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참으로 편안한 얼굴 표정을 가진 주인장 노부부가 추천하는 대로

화양동계곡으로 향했다.

 


절벽 위 암반에서 본 화양계곡

 

계곡은 맑은 물이 흐르는 제법 큰 냇가가 있고,

깎아지른 절벽 위로 완만한 산책길을 내어놓았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아님 겨울이라서 그런지 인적이라곤 찾을 수 없었고,

낙엽 가득 덮힌 산책길은 너무 좋아 가슴이 아리기까지 했다.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맑은 계곡

 

나는 일행과 거리를 두고

풍경과 시원한 공기와 길게 이어진 사색을

혼자서 천천히 맛보았다.



완만하고 길게 이어진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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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어제는 남산에 있는 서울유스호스텔에 갔었다.

공공노조 교육위원회 수련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1박2일. 가을. 남산.

수련회와 별개로 매력적이다.

 

유스호스텔 마당까지 내려와 있는 남산 자락

 

직업병인가.

이곳이 옛날 안기부 터였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늘 먼저 떠올리게 되었지만,

늦가을 서울유스호스텔 주변 풍경은 참으로 멋있었다.

 

옥상공원에서 내려다본 남산

 

마치 가슴을 적시듯, 늦가을 성근 비는 낙엽 쌓인 포도를 적시고, 

비에 섞인 바람에 늦가을 빛바랜 잎새들은 힘없이 후두둑후두둑 떨어져 쌓이고 있었다.

 


 

겨울 풍경으로 바뀌고 있는 남산


아침까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 남산을 좀 더 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난 아쉬운 뒷풀이자리를 떨치고 집으로 왔다.

전날 먼 출장의 여독과 새벽에 도착해서 수면이 부족하고 피로가 쌓여

밤새 있으면 오히려 좋은 동지들에게 피해만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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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샛강공원

오늘 출장길에 보니

논들은 추수가 끝나 텅 비어 있고,

단풍은 이제 거의 끝물이라 색감을 잃어가는 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단풍든 여의도 벗꽃나무 가로수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고, 저물어가는 석양이나 색감을 잃고 사라져가는 잎새처럼 소멸의 계절이기도 하다.

 

소멸.

소멸을 바라본다는 건 참 쓸쓸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다.

 

몇 걸음 내려서면 거짓말처럼 너무나 다른 세상이 나온다.


요즈음은 삶에서도 가을을 느낀다.

input에 따른 output을 늘 예상할 수 있었는데,

요즈음 얼마를 input해야 원하는 output이 나올지 잘 가늠이 안 된다.

 

샛강공원의 억새군락

 

어쩜 일시적인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심한 스트레스는 창의성을 갉아먹으니, 그런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몸이 적응된 대로 적당한 휴식, 적당한 이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 놀면서 일하자.

일을 잊고, 천천히 걸으며 샛강공원으로 갔다.

 

수련

 

샛강공원에는 아직 서리가 내리지 않았다.

억새도, 갈대도 잎새에 윤기 흐르는 노란색은 여전히 선명하다.

 

물론 꽃들도 제법 있다.

산국도 있고, 나팔꽃도 있고, 고들빼기, 개망초 등등

심지어 나비도 아직 있다.

 


산국

 

고들빼기

 

개망초

 

나비

 

샛강공원은 숲과 샛길과 연못과 도랑 등등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기 참 좋다.

 

이렇게 좋은데도, 사람이 바글거리는 여의도와 영등포 사이인데도

사람은 거의 없다.

 

연못

 

연못에 걸친 다리

 

샛강으로 내려보내는 지하수

 

맑은 지하수를 원수로 하는 연못이지만 그러나 물은 맑지 않다.

오염됐다기 보단 퇴적물에 섞이 유기물이 워낙 풍부해서 그럴 것이다.

 

물론 물이 맑지 않다고 물이 주는 편안함이 없다는 건 아니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연못가에서 오래, 아주 오래 머물고 싶다.

 

호젓한 샛길

 

언뜻 밀림처럼 느껴지는 숲

 

한모퉁이 돌면 논밭이 나올 것만 같은 저 길 끝에, 그러나 혼잡한 '일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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