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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일상 속에서 문득 시간을 낸 짜투리 여행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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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16
    늦가을 진주성에 가다.(2)
    풀소리
  2. 2006/07/25
    도봉산(4)
    풀소리
  3. 2006/07/14
    뭉게구름(2)
    풀소리

늦가을 진주성에 가다.

풀소리님의 [운수산별, 통합연맹 가결] 에 관련된 글. 

1.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진주성에 갈 수 있었던 건 내겐 행운이었다. 시베리아에서 갑자기 불어온 찬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하였지만 티끌 하나 없는 차갑고 맑은 공기와 흰구름 날리는 파란 하늘, 햇살 반짝이는 맑은 강물, 최근에 내린 비로 마지막 색감이 곱게 울어난 단풍 등 진주성은 그야말로 절경 그 자체였다.


늦가을 진주성의 풍경

 

2.

지난 14일. 난 진주로 긴급 호출되었다. 진주의 조합원들이, 간부들이 다음날 있을 운수산별 전환 및 통합연맹 가맹 조합원투표의 찬성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13일 긴급하게 요청이 왔다.


‘무슨 교육 요청을 자판기에 커피 뽑듯이 다그치냐?’며 투덜대는 내게 우리 수석부위원장은 ‘그래도 교육 요청하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지.’ 한다.

그렇다. 고마워해야지...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왔지만, 진주 교육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이다. 이래저래 오전 교육은 취소되었다. 오후 교육은 3시부터이니 최소한 2-3시간이 빈다.


어디서나 자투리 시간이 나면 주변을 쏘다니는 나로서는 오랜만에 온 호기이다. 어떻게 무엇을 하며 기회를 살릴까?

단풍이 곱게 든 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구름이 펼쳐져 있다.


3.

난 교육 때문에 함께 간 임성규 통합연맹추진 집행위원장의 눈치를 살폈다. 물론 내심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선배님, 주변 구경이나 가죠?’

‘그럴까요.’


우리는 차를 몰고 나왔다.

 

‘선배님, 진주성 가보셨어요?’

‘아니요.’

‘거기나 가죠?’

 

촉석루 근처에서 바라본 남강. 단풍빛이 너무나 고왔는데, 사진은...

 

임선배는 시인에다 소설까지 쓰신 분이니 흔쾌히 따라나설 줄 알았지만, 진주성이 내심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진양호에서 낚시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고, 어디 낚시할 곳이 있을 거라는 등 낚시에 집착을 하신다. 심지어 차 트렁크에 낚시도구를 늘 가지고 다니신다고 하신다. 잘못하면 말리겠다.


나는 낚시 얘기에 시큰둥해하며 진주성 쪽으로 길을 안내했다. 진주는 처갓집 동네이니 길은 내가 좀 더 잘 아니 진주성 근처까지만 가면 대세는 내 뜻대로 되지 않겠는가!


당당한 누각인 촉석루/ 현판이 또 하나 있어 보니 남장대다. 전쟁이 나면 장군의 지휘소로 사용됐나 보다.

 

4.

이윽고 진주성이다. 직진하면 정문 주차장인데도 운전대를 잡은 임선배가 우회전을 하는 등 약간의 진통이 없던 건 아니지만 마침내 북문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었다.


촉석루에서 바라본 진주성/ 늦가을 단풍이 여전히 아름답다.

 

진주성은 두 번째 오는 건데, 먼저 번보다 작아 보인다. 한해살이 꽃들은 이미 다 져서 청소를 마친 상태고, 낙엽이 져 가지가 많이 성글어진 나무들, 더욱이 맑은 공기 때문인 것 같다. 집을 헐고 나면 터가 의외로 좁아보이는 그런 이치겠지...


북문을 들어서 언덕길을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눈길은 하늘로 향했다. 단풍 사이로 파란 하늘에 속도감 있게 죽죽 뻗어 있는 희디흰 구름들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황토돗배/ 햇살 반짝이는 남강 가운데 홀로 떠 있다.

 

진주성에 왔으면 촉석루를 봐야겠지. 북의 부벽루, 남의 촉석루라는 말이 있듯이 30개 열주가 떠받치는 20칸이나 되는 촉석루는 당당하다. 우리는 신발을 벗고 누마루에 올랐다. 그곳에서는 햇살 반짝이는 남강물도, 마지막 단풍빛을 뿜어내는 성내 풍경도, 건너편 시내도 한눈에 들어왔다.


아래 홀로이 떨어져 있는 의암/ 논개의 순절 장소이다.

 

촉석루 밑으로 논개가 순절한 의암(義巖)이 있다. 강물 옆이니 더더욱이 가고 싶다. 강가에는 황토돗배가 놓여있고, 파란 하늘, 파란 강물이 햇살에 빛나고 있다.


의암을 보다 뒤돌아보니 하늘과 강물이 온통 파랑색이면서도 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일정과 일정의 틈새에 놓인 자투리 시간이지만, 늦가을의 진주성은 잠시나마 세상을 잊게 한다.

 



의암에서 올려다 본 진주성과 하늘/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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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1.

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지난 일요일(7월 23일) 한국노총 소속 활동가들이 도봉산역 근처에서 모임을 갖겠다고 날 초대했다. 당연히 가봐야지!

약속시간은 오후 3시다. 오~호~. 시간 충분하고!

난 고양시에 살고 있으므로 버스타고 송추로 가 오봉을 넘고, 도봉산을 넘어 산행 겸 도봉산역으로 가면 되겠지 하며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얼마만의 산행이야 ㅍㅎ'

 

             송추 계곡에 있는 송추 폭포


2.

산에 가는 길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송추에서 도봉산역까지 3시간을 잡고, 30분 정도 여유를 둔다면 3시간 30분 정도 걸이겠지.

그럼 11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하면 되겠네/ㅋ

 

10시 20분에 당대회 가는 아내를 전송하고, 이것저것 손을 보다보니 벌써 11시다. 에크. 늦었구나. 빨리 정류장으로 가면서 김밥을 샀다.

 

정류장에 가서는 바로 오겠지 하며 그늘 난간에 기대 있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5분이 가고 10분이가요~. 그대 오길 기다려봐요~.'

 

진~짜 안 온다. 반대편으로 이미 2대가 지났다. 그리고 내가 주로 이용하는 82번 버스는 5대까지 세었지만 그 후로도 더 온 것 같다. 제길!

 

정류장에 사람들은 늘어가는데, 온갖 종류의 차가 와도 타지 않는다. 나와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인 것 같다.

 

결국 버스는 기다린지 40분만에 왔다. 그나마 빈자리가 남아 있던 게 신기하다.

하지만 송추 가는 길은 도중에 막히기까지... 결국 송추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한 12시를 넘어 12시 56분. 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약 1시간 정도 늦을 터이니 감안해서 행사를 진행해다라고...

 

오르고 보니 송추 폭포는 2단 폭포였다. 위에 숨겨진 폭포.

 

송추폭포 앞에서 만난 꽃과 벌.

 

3.

오랜만의 산행. 좋다.

최근 풍부하게 내린 비 때문인가.

송추 계곡은 서울과 달리 계곡 가득 음식점이 빼곡하고, 물가 위로는 평상이 줄을 잇고 있다.

그래도 물은 참 맑고, 아이들은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음식점이 난립한 계곡을 한참 오르면 겨우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 작은 움막이 마치 성소의 홍살문 처럼 그 안으로는 음식점이 없고, 한결 한가롭다.

 

산행을 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다. 송추계곡은 휴식년제 발동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물은 더욱 맑다. 음~. 우리 어릴 땐 어딜 가나 저렇게 물이 맑았는데. 그래도 당시 탄광촌 아이들은 냇물을 까맣게 그린다는 소리를 듣고 의아했어지. 그러고 보면 요즘 자라는 아이들이 불쌍하다.

 

반석과 폭포가 잘 어우러진 도봉계곡, 많은 이들이 물놀이 중이다.

 

송추 폭포를 지나면서 경사는 점점 급해지고, 발걸음은 느려진다. 그동안 산행을 게을리한 게 몸에서 표가 난다. 오봉 3거리를 지나 만장봉 바로 아래 고개마루에 오르니 여기가 서울과 경기도의 분수령이다.

 

만장봉을 오를 이유는 없다. 곧장 도봉산역 쪽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은 서울 쪽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에 걸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할 정도이다. 내리막길은 한결 수월하지만 이미 힘이 풀린 다리는 후들거린다.

 

도봉계곡 바위에는 이렇게 멋진 글씨도... 이웃에 도봉서원이 있었으니 이 좋은 경치를 풍류객들이 놓칠 리 없었겠지...

 

내가 도봉산에 오른 게 도합 얼마나 될까. 아마 70번이나 100번 쯤. 그러나 최근 10여년 동안 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려가는 길이 영 낯설다.

 

이윽고 거북샘이다. 겨우 길을 알겠다.

거북샘을 지나면서 계곡의 물이 풍부해지고, 화강암의 맑고 넓은 반석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을 경승이다. 물이 많고, 반석이 넓으니 물가를 찾는 사람들 또한 많다.

 

4.

어지간히 다 내려오면 도봉서원 터가 있고, 바로 옆에 시인 김수영의 시비가 있다.

길은 이미 대로가 되어 있고, 넘치는 사람들로 넓은 길도 좁게 느껴질 지경이다.

10여년 만에 왔음에도 섹스폰을 부는 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옛날 그이인가 하고 바라보았다. 이런. 내가 옛날 그이의 얼굴을 기억할 리가 없지 않은가.

 

도봉서원/ 조광조와 송시열을 배향했던 곳으로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 헐렸다고 한다.

 

이윽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영차고지 뒤 큰 식당에 이르렀다.

제법 많은 이들이 모여서 인사를 나누고 연설을 하고 있다.

내가 도착하자 곧바로 나에게도 연설을 할 기회를 주었다.

 

내 이럴 줄 알고 교재를 준비해갔지. ㅎㅎ 음식을 앞두고 연설이나 교육이 길면 귀에 들어올까나. 그렇다고 짧게만 하면 뭔가 허전하고...

 

긴 내용은 교재로 대신하고 짤막한 연설을 마치니 곧바로 이 지역 책임자를 뽑고, 나와 같이 멀리서 온 이들끼리 먼저 음식을 시켰다.

 

김수영 시비/ 여린 모던이스트. 좋아졌다 싫어졌다 한다. ㅋ

 

5.

또 다시 전화가 울린다. 만선이 형이다.

고양시 원당에서는 나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모임이 있다.

10여년 전에 '버스일터' 만든 이들이, 지금은 대부분 현직을 떠났어도 뭔가 모임을 갖고,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고양시로 향했다.

도착하니 만선이 형, 건모 형 등등 많이 와 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좋다. 덕분에 기분 좋게 만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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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

 

광주 신규가입 조직 동일관광의 현판식에 다녀오는 길에

정읍 쯤에서 찍은 사진

뭉게구름이 온전히 보이는 게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좋다.

 


정읍 녹두장군 휴게소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에 꽃은 환상처럼 오히려 몽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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