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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일상 속에서 문득 시간을 낸 짜투리 여행과 여행기.

3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3/16
    살구꽃(4)
    풀소리
  2. 2006/02/17
    금강휴게소
    풀소리
  3. 2005/11/04
    가을 여의도 샛강공원
    풀소리

살구꽃

봄이 왔다고 우겨볼꺼나?

봄이라고 어디 대수랴!

봄 같지 않은 봄을 맞는 이들이,

봄 같지 않은 청춘을 맞고, 그런 청춘을 보내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랴!

 

...

 

투쟁 현장에 갔다가 일이 의외로 늦어져 대회 시간이 지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장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뛰는 와중에 왠지 뒤꼭지가 땡긴다.

흘깃 돌아보니 아뿔싸! 꽃이 벌써 피어 있구나.

 

이왕 늦은 거, 하고 달려갔다.

뭔 꽃일까?

아무래도 살구꽃인 것 같다.

아님 개복숭아일 터인데, 아무래도 살구에 가깝다.

아무렴 어쩌랴. 열살 남짓에 시골을 떠났으니 모르는 것도 당연하고,

살구든, 개복숭아든 어찌됐든 봄을 알리는 꽃이고,

내복과 파카가 그리 낯설지 않은 계절에 그 꽃이 폈다는 게 중요하지!

 

사진 몇 컷을 찍고 대회장으로 달려가니 영 썰렁하다.

안내창구에 물으니 방금 끝났단다. (확인하니 정족수 미달이라고 한다.)

이런!

이럴 수가...

되게 미안하다.

미안함의 정체를 묻지는 말라.

하였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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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휴게소

1.

민주버스노조 제3호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이 탄생했다.

대구 시내버스인 (주)달구벌버스다.

옛 국일여객인데, 노동자들이 자산을 인수하며 법인을 새롭게 변경했다.

지난 15일은 달구벌버스 자주관리기업 출범식이 있었고, 난 그날 행사에 참가하러 그곳에 갔다.

 

2.

대구로 가는 길에는 비가 내렸다.

천안을 접어들면서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장마비처럼 꾸준하게 내렸다.

점심을 먹으러 들른 금강휴게소,

평소엔 강 풍경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는 사람들로 그득한 테라스 공간이

지붕 없이 떨어지는 빗줄기 탓인지 텅 비어있다.

 

3.

금속은 참으로 묘하다.

인간이 사용하면서도 가장 이질적인 게 금속이다.

어쩌면 생명과 반대되는 개념 또는 이미지를 갖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가.

아님, 인간이 자신에 맞게 변형시켜서인가.

차가운 금속성 속에는

쓸쓸하지만 인간이 녹아 있는 것 같다.

비에 젖어가는 나무 마루와 나무기둥 사이에서

아연빛 금속의자와 탁자는 오히려 사람으로부터 소외된 듯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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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의도 샛강공원

 

어제 오후, 두통이 마구 밀려왔다.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우기는 관리와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지극히 초보적인 것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조합원과의 통화가 끝나자 머리가 지끈 거린다.


할 일은 많은데, 도무지 일은 잡히지 않고,

머리는 온통 속을 석고로 채운 것처럼 도대체 작동을 하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난 사무실 앞 여의도 샛강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초입에 있는 산책로



내가 왜 화가 났을까.

내가 왜 두통에 일을 못 할 정도로 답답해할까.


공원을 가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문제 이전에 내 문제인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많이 변했다.


‘장군이 보초까지 서란 말인가?’


아하, 이런 심리가 내 마음 속에 깔려 있구나. 그런 오만(傲慢)이 상대를 설득하고, 상대의 고민에 경청하기보다 답답해하고, 화나게 하는구나.


여의도 샛강공원에 접어드니 가을이 한창이다.

민둥산에서도 보지 못한 화려한 억새꽃이 한창이다.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어색할 만큼 인적도 거의 없다.

억새와 갈대, 그리고 물가의 풀들과 버드나무들이 강가 비옥한 퇴적토양 위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10분이면 올 수 있는 곳이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별천진데,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인가, 맘 먹어도 이곳에 들리는 것은 1년에 한두번이 고작이다.

 

 

1. 길

 

 

 

 

 

2. 억새

 

 

 

 

 

 

 

3. 갈대

 

 

 

 

4. 들꽃

 

어쩌려고 이제서 꽃을 피우는가.

단 1주일이라도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면,

그대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 길가 베어진 풀더미에서 돋아난 새풀들이 또 꽃을 피웠다.

 







 

5. 못가의 꿈꾸는 풀들

 

未覺池塘 春草夢

階前梧葉 已秋聲


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도 깨기 전에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이 가을을 알린다. - 주자(朱子)

 

살짝 비틀어 보았다.


階前梧葉 已秋聲

未覺池塘 草春夢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은 가을을 알리는데

연못가의 풀들은 채 봄꿈을 깨지 않았구나.

 

  주변은 가을빛이 완연한데, 물가에는 새롭게 풀들이 자라고 있다.
 

6. 데이트

 

 

7. 고독한 사냥꾼

 

뛰어난 사냥꾼은 총을 잘 쏘는 사람이 아니라, 잘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고독한 사냥꾼 해오라기가 못 가에서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

 

 

8. 또랑

 

또랑은 은폐가 주는 한적함과 편안함을 함께 준다.

 


 

 

9.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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