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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일상 속에서 문득 시간을 낸 짜투리 여행과 여행기.

3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2/22
    우연히 봄을 만나다.(5)
    풀소리
  2. 2007/02/08
    광안리해수욕장(1)
    풀소리
  3. 2006/12/03
    긴 출장(7)
    풀소리

우연히 봄을 만나다.

'나'를 잃고, 유령처럼 바람이 되어

바람을 따라 강변으로 흘러갔다.

 

지난겨울 빛을 벗은 갈대숲은

유령이 되어 바람결에 휘날리고,

깊고 깊은 심연에서 솟아올라

냇물이 되어 경쾌하게 흐르는 봄볕은

몽롱한 꿈들을 깨우며

두꺼운 검은 허물을 들썩이고 있다.

 

잊어버리려 애쓰던 옛사랑의 추억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불면의 밤일지라도,

붉은 여운을 남기며

깜깜한 밤바다로 스러져갈 운명일지라도,

봄날은 어찌 빛나지 않으리...

봄날은 어찌 빛나지 않으리...

 



2년 동안 해온 학교 운영위원 임기가 마무리에 있다.

공금유용의 문제와 성희롱, 성폭행 미수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고,

그 중심에는 한 선생이 있었다.

 

물론 난 이미 지난해 11월 낌새를 챘지만,

운수산별노조 건설과 통합연맹 건설이라는 핑계로 차일피일 해결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끝내 피해를 당한 여선생(보조교사)이 교육부에 진정을 했고,

교육부에서 감사를 했다.

나는 늦었지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사실 규명조차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학교로부터 자료를 받아내고,

오늘 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선생에 대한 학교장의 확고한 처리방침을 들었지만,

여전히 뭔가 개운치 않다.

 

웬만하면 덮고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학교장이나 교감이나 행정관료만이 아니다.

학교 주변에 늘 붙어 있는 학부모 위원들도, 증거를 대밀기 전까지는 문제를 덮고가려고 한다.

 

한바탕 전쟁을 준비했지만,

학교측의, 정확히는 학교장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유연한 대응으로

재발 방지와 문제 선생에 대한 확고한 처리에 대한 답변을 운영위원회 회의록에 남기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재발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 선생이 퇴출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피해 여선생은 보조교사라는 불안정한 직위마져 박탈당했고,

그동안 당했던 온갖 고초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피해 여선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전히 가슴 한쪽이 허전하다.

 

좋은 학교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고 학교 운영위원이 되었는데,

2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고,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반주를 몇 잔 걸치고 사무실에 들어왔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허이 허이 걸음을 옮겨 샛강 공원에 이르니,

그곳에는 이미 봄이 오고 있더라...

 

빛 바랜 갈대는 여전히 바람에 날리고 있다.

 


겨울 철새가 아직 날아가지 않고 있으니 아직은 겨울인가...

 

샛강의 시냇물은 봄빛이 완연해 경쾌히 흐른다.

양지쪽 돌틈에는 새싹이 파릇하게 돋아나고

 

철이른 냉이는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착한 사람만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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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해수욕장

1주일간의 휴가를 끝내고 월요일(2월 5일)부터 곧바로 1박 2일 간 부산 출장이었다.

일로 가는 출장이라는 게 부담스럽지만, 부산은 내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에 부담이 덜하다.

 

항구와 푸른 바다 때문인지, 20대 시절 큰 고민이 있으면 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었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커다란 국제 여객선을 보면서 괜히 자유를 느꼈고,

태종대 푸른 물과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화'와 '고민'을 삭혔었다.

 

아침에 본 광안대교(?) 풍경

 

이번 출장길에 잠자리를 광안리에서 했다.

연구소 소장님이 근처에 사셔서 함께 맥주 한 잔 할 겸 그 곳에서 숙소를 잡았다.

20대 초반 저 아파트 어딘가에서 한 번 묶었던 추억이...

 

광안리...

참 여러번 와 본 곳이다.

추억은 번개처럼 스치지만,

세월은 흘렀고, 흐른 세월만큼 그 추억도 바래

환한 달빛과 출썩이는 파도소리처럼 느리게 흐르는 '오늘'을 방해하지 않는다.

 

연구소 소장님과 함께라서 옛 추억도,

현재의 멋진 밤 풍경도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부산이, 세월이 변한만큼 광안리도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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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출장

3박4일간의 출장에서 돌아왔다.


11월 30일 대전충청지역 조합원 교육

           밤에 포항으로 이동 숙박

12월 1일 포항교도소에서 유기수 건설연맹 사무처장 면회

          대구 버스노협 수련회 교재 작성

          대구 버스노협 송년회 참석

12월 2일 대구 버스노협 수련회(1박 2일) 참석

12월 3일 귀가

 


출장을 기회로 생각만 하여도 늘 미안하기만 한 유기수 사무처장 면회를 다녀왔다.

 

서울 언저리만 떠나도 좋지 않으냐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교육과 수련회, 그리고 송년회로 이어지는 출장길은 내게 좀 벅찼던 게 사실이다. 출장이 일상인 동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번 출장은 교육과 수련회가 주된 것이었다.

 

교육도 수련회도 그리고 대구 버스노협 송년회도 예전보다 활력이 떨어진 게 역력했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신경림 시인의 노래처럼 그래도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들을 보니 좋았다.

대구 버스노협(노민추) 송년회

 


이날 130여일의 파업투쟁 끝에 또 다른 자주관리기업을 쟁취한 진주 시민버스 조합원 동지들과 구호를 외치는 하옥봉 비대위원장

 

아빠를 따라 열심히 활동 중인 딸을 자랑스러워 하는 선배 노동자

 

3박 4일간의 일정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자투리여행을 할 짬조차 없었다.

포항에서는 해수욕장 근처에서 잠을 잤음에도 일정에 쫒겨 바다 한번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민주버스의 모태이고, 지금도 전국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구 버스노협 동지들은 언제부터인지 민주버스와 거리를 두어왔던 게 사실이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내가 1990. 1. 21 전노협 출범일부터 버스노협에서 활동해왔었기 때문에 버스노협 사무실에 들르면 늘 내집처럼 편했는데, 언제부턴지 남의 집처럼 느껴졌다.

 

한 구라하는 대구 버스노협의 최태일 동지가 노래를 부르고, '멧돼지'라는 별명의 특징을 살려 송곳니를 달고 립싱크로 따라하는 송호성 사무국장

 

이번 버스노협과의 합동수련회는 저조한 참석 등으로 김이 많이 빠졌지만, 서로에 대한 생각과 오해에 대하여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은 참 좋았다.

 

자투리여행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20여분 주변을 들러봤다. 수련회장이 있는 팔공산 자락에는 많은 유적이 있으나 시간이 없어 동네 한 바퀴 돌아본 정도였다.

 

수련회장 바로 옆 개울/ 수량이 적은 겨울임에도 참 시리고 맑았다.

 

비록 다랑이논이지만 저수지 바로 밑이라 물걱정할 일 없을 터인데도 황폐하게 묶어있다. 마치 요즘 서민들 삶처럼...

 




지난 27일 통합연맹 관련 회의를 마치고 함께 소주를 나눈 감비와 권수정 공공연맹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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