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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7
    멋진 하루(10)
    풀소리
  2. 2008/12/28
    렛미인
    풀소리
  3. 2008/12/27
    벼랑 위의 포뇨
    풀소리

멋진 하루

멋진 하루.

꽤 오래 전에 본 영화다.

노조를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지면서 문득 봤던 영화 중에 하나다. 영화 내용 등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이윤기 감독, 전도연, 하정우 등 출연... 

 

포스터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돈 350만 원.

희수(전도연)는 헤어진 남자친구(병운, 하정우)에게 떼인 그 돈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그를 찾아나선다.

 

병운을 찾아 나선 희수는 마침내 경마장에서 병운을 발견한다.

"돈 갚아.”

 

병운은 희수에게 빌린 350만원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희수와 함께 나선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그 하루가 '멋진 하루'가 될까?...

 

없는 이에게 돈은 참으로 사람을 구차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삶이 구차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어쨌든 그들은 하루 종일 병운이 350만원을 빌리는 긴(?) 여정을 함께 한다.

 

그 동안 남자는 자신의 얘기를 숨은 그림의 작은 조각처럼 뜸금없이 토해내기도 한다.

희수가 잘 모르던 얘기다.

모르겠다.

헤어지지 전에 그런 얘기를 왜 안 했는지...

아니면 얘기를 했어도 희수에게는 들리지 않았는지...

 

지하철에서 희수와 병운/ 저들은 저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병운에겐 꿈이 있다.

그 꿈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막걸리집을 내는 것이다.

뜸금없다.

마드리드도 막걸리집도, 그 둘의 조합도...

뜸금없기에 꿈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들은 350만원의 20여만원을 채우지 못하고 하루를 끝낸다.

희수는 병운에게 20여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요구했다.

차용증은 그들을 이어줄 동아줄일지도 모르겠다.

 

병운은 마드리드에 막걸리집을 열었을까?

희수는 병운의 꿈에 동승했을까?

 

Korean Rice wine.

마드리드의 막걸리집이 슬쩍 보이는 엔딩신은 그것이 그저 단순한 꿈인지, 아니면 그들이 도달하게 될, 아니면 이미 도달한 '미래'인 지 모르겠다.

 

그래도 멋지지 않은가?

마드리드의 막걸리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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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그러고 보니 요즘 영화를 제법 보는 것 같다.

그것도 혼자서...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슨

 

렛미인 포스터

 

 

1.

 

스웨덴 영화라니... 더욱이 내용은 모르지만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찬사와 추천을 받은 사랑영화라니 안 볼 수 없잖아???

북극에 가까운 나라, 겨울이 긴 나라, 겨울에 밤이 아주 긴 나라, 스웨덴의 사랑 이야기라는 얘기만으로도 난 이미 이 영화에 매혹되어 있었다.

 

밤 하늘 엷은 조명 사이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

이 영화는 천천히 내리는 눈처럼, 어둠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작한다.

그러나 곧바로 나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여주인공 이엘리는 뱀파이어다.

이엘라와 같이 사는 이는 이엘리의 아빠인 줄 알았는데 사실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다.

(참고로 뱀파이어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12살 쯤이라고 얘기하지만 몇 살인지는 알 수 없다.)

 

 

이엘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사람을 죽여 피를 받아오는 이 남자. 죽을 때도 마지막 피를 이엘리에게 준다. 어떤 사이일까???

 

 

그는 정기적으로 피를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이엘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그의 준비물은 마취제, 밧줄, 칼, 피를 담을 플라스틱 통, 도구를 담을 가방 등이다.

 

준비가 끝났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척 하다가 마취를 시키고는 거꾸로 묶어놓고 멱을 딴다.

마치 돼지 피를 뽑듯이...

 

제길!

내가 상영관을 잘못 찾았나?

하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잔인한 장면이 처음부터... ㅠㅠ

 

 

2.

 

물론 영화는 끝날 때까지 내게는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장면이 반복된다.

물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공포'가 아니니 공포를 증폭시키는 특별한 장치는 없다고 해도 좋다.

(나처럼 호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집앞 놀이터에서 규빅을 가지고 얘기하는 오스칼과 이엘리

 

 

물론 이 영화는 광고대로 사랑 영화다.

12살 8개월 9일(얘들은 이걸 다 기억하나보다) 된 남자주인공 오스칼은 학교에서 급우들로부터 매일 괴롭힘을 당한다.

말하자면 왕따다.

복수를 꿈꾸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꿈일 뿐이다.

힘들 때 집앞 공터에 나와서 이런 저런 공상을 하는데 하루는 처음 보는 이엘리 라는 여자아이를 만난다.

이엘리는 매우 외로와 보였지만, '나하고 친구할 생각도 하지마.' 라며 쌀쌀하기만 하다.

그러나 서로 외면하기엔 둘 다 너무나 외롭기만 하다.

둘은 오스칼의 큐빅을 매개로, 그리고 괴롭히는 애들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서로 가까워진다.

 

이엘리가 뱀파이어임을 알고도 받아들이는 오스칼

 

 

시간이 지날수록 피를 뽑혀 죽음을 당하는 살인 사건이 늘어난다.

오스칼은 결국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걸 알게 된다.

사람을 죽이는 뱀파이어라는 사실에 이엘리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오스칼을 찾아온 이엘리는 문밖에서 '너를 초대해'라고 말해달라고 오스칼에게 요청한다.

들어가게 해줘. 이것이 'Let me in'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Let the right one in.'이고...

오스칼은 끝내 이엘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고 집안으로 들인다.

 

'너를 초대해라고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

오스칼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이엘리의 머리와 눈, 코 그리고 온 몸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놀란 오스칼은 '너를 초대해'라고 말하면서 이엘리를 꼭 안아준다.

뱀파이어임에도 이엘리를 멀리 할 수 없다.

 

오스칼은 모르스부호를 배우고, 이엘리에게도 가르쳐 주어 낮에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이엘리와 벽을 통해서도 서로 교신한다. 

 

벽을 사이에 두고 이엘리와 모르스부호로 교신하는 오스칼

 

 

3.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라고 이엘리는 말했었고, 눈내리는 창문 너머를 촛점잃은 흐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예전에 서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마주댔던 흔적으로 더듬고 있는 오스칼이 마지막 장면이다.

(물론 처음 장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몰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스칼이 이엘리를 위해 사람을 죽이며 피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이 될 지, 아니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될 지... 

 

 

마지막 오스칼로 하여금 이엘리와의 흔적을 더듬게 만든 장면

 

 

그러나 분명한 건 사랑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는 거다.

'미래'를 예상해 '현재'를 손상시키는 비겁한 것이 아닌 그런 사랑 말이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랑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눈덮힌 스웨덴의 서정적인 풍경과 끝까지 유지하는 느린 흐름은 그 자체로 이 영화가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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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포뇨

 

왜 이런 일이??? 포스팅을 끝내고 등록을 누르는 순간 모두 날아가버렸다...

 

벼랑 위의 포뇨

 

 

벼랑 위의 포뇨. 본 이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 같다. 순박한 동심을 주로 본 이들은 환호하고, 줄거리를 유심히 본 이들은 매우 폄하한다... 그럼 나는??? 나는 워낙 제도권 교육에 길들여졌기 때문인지 영화를 볼 때 비판적으로 보기보단 일단 흡수하고 본다. 포뇨도 마찬가지고...

 

인간을 혐오해 스스로 물고기가 된 포뇨 아빠 후지모토

 

 

영화를 보면서 나는 포뇨의 아빠인 후지모토에게 집중했다. 인간들의 제어 불가능한 욕망과 그 욕망 때문에 파괴되는 자연환경을 보면서 인간에게 환멸을 느껴 스스로 물고기가 된 이다.

 

포뇨는? 아빠와 반대로 물고기에서 인간이 되고자 한다.

아빠 후지모토는 포뇨의 꿈을 당연히 위험스럽게 생각한다. 어떻게든 막아야지...

 

바다의 여신인 포뇨 엄마는???

그녀는 우리 모두가 거품으로 왔기 때문이 설령 사랑하는 딸이 사랑을 이루지 못해 거품으로 돌아가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후지모토에게 이야기하는 바다의 여신인 포뇨 엄마

 

 

사실 우리 모두는 거품으로부터 왔다. 그렇더라도 거품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남감하다. 그것이 바뀔 수 없는 운명이라도 말이다.

 

포뇨 아빠 후지모토는 생명이 넘쳐났다는 고생대 데본기를 이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세상을 데본기로 돌리고자 한다.

 

남자 주인공 소스케

 

 

내가 한문 공부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후지모토를 보면서 문왕, 무왕, 주공시절의 주나라를 이상으로 삼아 그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공자가 투영되어 보였다.

반면 거품으로 돌아가도 어쩔 수 없다는 포뇨 엄마를 보면서 자연 그 자체를 이상으로 보는 노자나 장자가 투영돼 보였다.

 

어쨌든 말이다. 난 후지모토가 가여우면서도 부러웠다. 제도권 교육을 충실히 받아서인지 몰라도 (하긴 운동권 교육도 비슷하지만...) 난 인간의 이성에 의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 여전히 꽂혀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상을 가지고 있고, 그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애쓰는 후지모토가 부러웠다. 물론 그 어떤 것도 부질없는, 끝내 거품으로 돌아가고야 말 운명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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