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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2> 이건 서비스 버전이다^^

심스코지 게스트하우스, 이미 말한 바 있듯이 여행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한 곳인바 게스트하우스 내에 있는 인터넷 방에서 노트북 연결이 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비수기인 지금은 비용도 받지 않는다. 그 결과 티벳 가는 비행기를 끊어놓은 날 저녁 남는 시간을 주체 못해 메신져로 수다를 떨기 전에 생전하지 않던 짓을 했으니 다음카페 중국여행동호회에 질문이란 걸 올렸던 것이다. 이만저만해서 성도에서 비자연장을 안하고 라싸에서 연장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라는 것이 요지였는데... 메신져로 수다를 한참이나 떨고 다시 들어가 보니 요새 라싸에서 비자연장 안되는데요. 라는 요지의 답변이 올라와 있더라는 말이다. 허걱 일주일도 연장을 안 해 준다니 이건 또 뭔 소리래.. 부랴부랴 컴퓨터를 끄고 역시 게스트하우스 내에 있는 여행사로 가 본다. 저 요새 라싸에서 비자연장이 안되나요? 그랬더니 잘 모른단다. 그때 마침 담날 라싸에 들어가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 중 한 분이 옆에 계시다가 티벳 가이드에게 전화를 해보시겠단다. 전화 결과는 마찬가지, 요즘 라싸에서는 비자 연장이 안 된단다. 간신히 항공권을 연기하긴 했는데 도무지 일주일을 뭐 하고 지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쓰레기통에 버렸던 가이드북을 다시 찾아들고 갈 만한 곳을 찾아본다. 성도에서 이제 갈만 한 곳은 러산과 아미산 뿐이다. 산은 싫은데.. 하면서 곰곰 읽어보니 아미산은 산이 맞는데 러산은 댑다 큰 불상이 있는 곳으로 산은 아닌 듯 하다. 가기 싫지만 달리 방법도 없어 주말에는 거기나 다녀오기로 한다. 담날 비자 연장을 신청해 두고 저녁에 숙소 스탭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한 친군데 한국말을 곧잘 한다. 내가 할 일이 없어 고민이라니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기에 그러기로 미리 약속을 해 둔 터다- 옆에서 누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 다행히도 아저씨는 아니다^^ 한국어 공부를 마치고 같이 저녁을 먹는다. 맥주 한잔 하실래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맥주좋죠 라는 대답이 날아온다. 앗싸.. 술 싫어하는 친구는 아니고.. 같이 밥을 먹어보니 말이 많은 친구도 아니다. 됐고.. 게다가 이 친구도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다음 일정이 티벳가는 거란다. .. 그동안 군인 아저씨 땜시 고생했다고 하늘이 보너스를 주시는 상황인 듯 하다. 


 

비록 하루지만-담날부터 밤근무라 시간이 없었다는^^-나의 한국어 제자 두상

 

그 다음 일주일은 거의 같은 패턴으로 지나간다. 아침에 거의 10시까지 늦잠을 자 준다. 느즈막이 일어나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가서 국수 내지는 만두국을 한그릇 먹어준다. 그 다음 동네 마트에 가거나 공짜 인터넷을 즐기다가 심심하면 맥주나 한잔 한다. 가끔은 마트에서 산 한국산 사발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음악을 듣거나 탁구를 친다. 그러다가 저녁을 먹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한편 본 다음 다시 맥주를 마시다 잔다. 이 친구 노트북에 저장된 한국 영화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기로 했던 러산도 포기하고 대략 이런 패턴으로 일주일을 보내니 드디어 우리 도미토리 최고참인 미국남자 제프가 한마디 한다. 너 중국에 와서 한국남자친구 찾은 거니? 아냐! 우린 그냥 친구야 라는 대답에 몹시 의아한 표정이다. 니들하고 달라서 우리는 국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잘 논다니까 참 못 믿네 짜식.. 해주고 싶은데 뭐 영어도 짧은데다 어차피 이해도 못할 거 그냥 참기로 한다. 


신라면 사러 간 마트에서 발견한 한국어^^ 김치, 결국 못먹고 버렸다.


이따위로 술을 마신다.

 

결국 어찌 보내나 했던 기간이 훌쩍 지나고 예약해 둔 날짜가 모레로 다가와 있다. 일주일을 언제 보내나 했던 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왠지 성도를 떠나는 게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이래서 한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결국 못 떠난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이 친구도 나보다 하루 늦게 라싸에 올 예정이니 아예 같이 떠날까 싶어 비행기를 하루 연기할까 하는 생각으로 여행사에 가보니 이미 퍼밋이 나온 상태라 연기는 곤란하단다. 뭐 할 수 없지 하고 담날 비록 하루 상관이지만 간단하게 이별주나 하자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여행사 직원이 연기가 가능하니 비행기를 연기하겠냐고 묻는다. 우씨 빨래도 다 해놓고 짐도 대충 싸놨는데 이제 와서리.. 그래도 그냥 연기하겠다고 한다. 결국 간단한 이별주나 하자는 자리는 밤 12시 가까이 되어서야 끝이 난다. 이날은 혼자 여행 온 20대 한국 여학생-정확하게 말하면 졸업한지 1년 된 취업재수생-도 함께다.


, 취업재수생 혜원 그리고 사진작가 종길

 

결국 심스코지 게스트하우스에서만 꼬박 10일을 머물고 나서야 성도를 떠난다. 비행기 일정을 하도 조정해서인지 아님 아무 것도 않고 게스트하우스 죽순이로 있어서 인지 전날 비행기 티켓을 수령하러 여행사에 들르니 이집 안주인이 내일 라싸가는 비행기를 탄다니까 파이널리? 하고 웃는다. 같이 웃어준다. 그래 파이널리 티벳에 가는 모양이다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이거 낼 안개 심하게 끼거니 바람 오지게 불어 비행기 안 뜨는 거 아냐 싶은 생각도 든다. 여튼 마지막날은 그저 조신하게 훠궈나 먹으러 다니며 하루를 보내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 이 친구 직업이 사진작가라 라싸에는 사진찍으로 가는 길이라 같이 이곳저곳을 둘러볼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여튼 낯선 곳에서는 혼자 보다야 둘이 나은 법이니 라싸로 가는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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