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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2/01
    캄보디아 여행경비정리(11)
    제이리
  2. 2005/12/01
    <씨엡리업2> 앙코르와트에서 퍼지다.(2)
    제이리
  3. 2005/12/01
    <씨엡리업1> 오징어 드실래요(6)
    제이리

캄보디아 여행경비정리

 

제목에서 차이를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총정리가 아니라 그냥 정리다. 달랑 13일밖에 안 있었으니 뭐 정리랄 건 없지만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으니 짧게 쓴다. 하지만 여행 중 가장 황당했던 경우도 캄보디아여서 ATM이 없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설마 했는데 정말 ATM이 없는 것이다. 부랴부랴 뒤져보니 달러라야 베트남에서 환치기-뭐 별건 아니고 ATM으로 동을 찾으면 달러 가지고 왔던 여행자랑 바꾸는 건데 중간에 수수료 떼는 사람 없으니 뭐 서로 나쁠 것 없는 거래다-한 150달러가 전부더라는 것이다. 예정이 대략 15일이니 하루 20불만 잡아도 300달러는 있어야 할 텐데 방법은 고율의 수수료를. 서비스 비용은 또 따로 주고 현금서비스를 받는 것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 비상금에 생각이 미친다. 가기 전 투덜이 사인해서 준 100달러 지폐가 배낭 구석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앗싸 하며 배낭을 뒤진다. 하하 그대로 있다. 원래 비상시가 아니면 돌아갈 때까지 안 쓸려고 했는데 그런게 어디 있나.. 그냥 250달러로 캄보디아를 돌기로 한다. 이래저래 신경이 쓰여 아껴썼더니 마지막엔 태국에서 필 답배 두 보루 사고도 10불 남았다. 정말 인간 승리다.


먼저 비자피는 25달러로 베트남에서 받았다.


1등은 보나마나 숙박비다 생각했으니 예상을 깨고 식대 및 간식, 음료비가 차지했는데 막판에 너무 많은 한식을 먹은 게 원인인 것 같다. 한국 음식이 현지 음식보다야 비싸다. 60 달러(*1000=60,000원)

2등은 상식적으로 숙박비 아니겠나.. 캄보디아에선 뭐 따로 한게 없으니..  56달러(*1000=56,000원)

3등은 입장료 및 투어비다. 앙코르와트 20달러와 보꼬투어 10달러가 커서 그렇지 다른 것 고만고만하다. 45달러(*1000=45,000원)

4등은 교통비로 도시간 이동은 많지 않았는데 교통비가 캄보디아 물가 대비 싸지는 않다. 29달러(*1000=28,500원)


그 외 잡비들

담배 및 맥주 37,5(=37,600)

캄보디아는 담배가 면세점보다 싸서 사재기 하느라고 든 비용이다.

인터넷 3.5(=3,500)

생필품 6.0(=6,000)

말 그대로 잡비 : 세탁, 전화 등등 3.0(=3,000)


캄보디아는 관광객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물가가 그 나라 대비 싸지 않다. 특히 여행자 식당의 먹거리는 베트남보다 월등히 비싼데다 맛도 없다. 게다가 체류기간이 짧아서인지 생각보다는 조금 더 든 것 같다. 그래봤자 하루 2만원도 안되긴 하지만 말이다.

 

 


캄보디아에서는 내 사진을 너무 많이 올린 것 같아 나와 열흘을 같이 다니다 프놈펜에서 헤어져 이제는 한국에 있을 두 여인네를 공개하기로 한다. 왼쪽은 일본어 가능이고 오른쪽이 영어 가능이다. 나? 물론 둘 다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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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엡리업2> 앙코르와트에서 퍼지다.

 

브라보 빌라-씨엡립에서 유명한 한국게스트하우스-에는 한국인으로 가득하다. 한국인들이 없는 곳에서는 심지어 단체 관광객에게도 넙죽넙죽 인사만 잘했는데 막상 숫자가 많아지니 오히려 말 붙이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보통은 앙코르와트 3일권을 끊은 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야 들어오니 같이 투어라도 다니면 모를까 그냥 책이나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다행히 많지는 않아도 만화책이며 잡지 등이 있어 무료하지는 않다. 그러다 로비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한 무리의 한국인들 틈에 낀다. 밖에서 보기엔 다들 일행인 듯 보였는데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렇지도 않다. 간만에 수다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수다의 반을 차지하는 내용은 자칭인지 타칭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 명의 젊은 사장 중에서 이제는 홀로 남아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롱다리 사장이란 사람에 관한 얘기다. 다리가 롱다리인지야 모르겠지만 키가 많이 큰 이 젊은 부산 남자는 부산사투리 특유의 톤으로 말끝마다 “미쳤어요”를 달고 다니며 손님들을 괴롭히는데 이상하게도 손님들은 그 구박을 즐기는 눈치다. 뭐 이를테면 욕실에 형광등이 깜빡거린다고 하면 “때려서 쓰세요 아님 그냥 쓰든지.. 나이트 분위기도 나고 좋네” 하는 식인데 그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하여 이삼일 먼저 온 사람이 그 뒷사람에게 일화를 전수해주는 데만도 하루 저녁이 부족하다. 이제 제법 지쳐보이는 롱다리 사장에 대한 뒷담화의 대단원은 대략 이렇게 장사해서 얼마냐 남겠냐.. 이거 오래 못 간다.. 빨리 장가를 들여야 유지가 되지.. 하는 걱정으로 마무리가 된다.

 

앙코르와트는 그냥 자전거를 타고 하루만 다녀온다. 11월이라 그런지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서 그럭저럭 자건거를 타는데는 무리가 없다. 단지 자전거를 서양애들 기준으로 만들었는지 아님 이 동네에는 롱다리만 사는지 페달에 발이 간신히 닫는다. 천천히 앙코르와트 쪽으로 달리니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앙코르와트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이렇게 빨리 이곳에 다시 오게 될 줄은 떠날 때는 몰랐었는데 사람일이란 그래서 뭐든 장담할 건 못 되는 것 같다. 앙코르왓 꼭대기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다시 앙코르 톰으로 간다. 이년 전 공사중이던 왕궁은 아직도 공사중이다. 두어시간을 앙코르톰에서 보내고 나니 딱히 더 할일도 남아 있지 않아 일몰 포인트인 프놈바깽에 잠시 들렀다가 해지기 전에 서둘러 내려온다. 해지고 난 뒤 전기사정도 좋지 않은 이곳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갈 수야 없는 노릇이다. 


앙코르왓. 연못에 연꽃이 활짝 피어 있다.


앙코르톰, 바이욘의 미소라는데 많이들 보셨을 게다


프놈바깽, 일몰직전


숙소로 돌아오니 프놈펜에서 잠시 만났던 한국인 여행자 둘이 도착해 있다. 전직 사회복지과 공무원이자 고등학교 친구 사이인 두 명의 여자여행자인데 1년 반 예정으로 여행 중이란다. 그 복잡한 원월드 티켓도 끊어서 왔다는데 친구가 아니라 자매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얼굴과 행동이 닮아 있다. 그 친구들이 중국에서 같이 다니다 잠시 헤어진 또다른 언니를 찾아와서(?) 넷이서 저녁을 먹는다. 간만에 먹는 한식이다. 씨엡리업에는 한국 식당도 꽤 많은데다 메뉴도 떢볶이에 순대까지 없는 것이 없다. 안 먹을땐 모르겠더니 먹기 시작하니 한식만 찾게 된다. 결국 한식 먹고, 한국말로 수다떨고, 한글로 된 무협지나 읽으면서 사나흘을 보내고 넷이서 함께 국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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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엡리업1> 오징어 드실래요

 

깜뽓에서 프놈펜으로 돌아와 하루를 더 묵고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엡리업행 버스를 탄다. 씨엡리업은 한 번 기본 곳이기도 하거니와 여행 이후 처음으로 한국인 숙소를 찾아갈 예정이어서 여느 때보다 편한 마음이 된다. 숙소에 짐을 풀고 로비에 나가봐도 그 말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에게서 꽤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주인도, 다른 한국인 여행자도 보이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공원 쪽으로 나가본다. 거리는 제법 큰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도로도 말끔이 포장되어 있다. 음.. 여행 많이 다닌 인간들이 여기는 너무 변해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공원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그리 크지도 예쁘지도 않다. 인간이 참 간사한 게 내 기억 속의 그 공원은 한번쯤은 책이라도 들고 뒹굴거리고 싶은 공원의 전형처럼 기억되어 있는데 막상 보니 조금 실망스럽다. 그래도 벤치에 조심스럽게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 놀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시킨다.


아까 거리에서 잠깐 눈이 마주쳐 하이하고 지나쳤던 동양남자다. 서른 너댓이나 되었을까..여행자 같지는 않은 게 세상이 지겨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서 있다. 앉아도 되겠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여행자 대화가 시작된다. 일본인이냐고 물었더니 타이완 차이니즈란다. 사업차 이곳에서 9달을 살았는데 9년은 된 것 같단다. 어딘가 나른해 뵈는 인상이 그런대로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레드피아노를 아냐고 묻는다. 물론 안다-안젤리나 졸리도 다녀간 씨엡리업의 유명한 카페다-고 했더니 자기가 살테니 맥주나 한 잔 하러 가잖다. 잠깐 망설여지긴 했지만 아직 대낮인데다 여긴 길도 알고 있고, 술값이야 뭐 사기당해야 맥주일테고.. 하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반 음주욕구반에 따라 나선다. 뚝뚝을 타고 카페에서 내려 맥주를 시킨다.


의심점1. 뚝뚝을 타고 가는데 내릴 때 1달러를 주는 게 보인다. 보통 그 거리면 현지에서 오래 살았다면 1/4정도만 주는 게 정상이다. 뭐 그냥 돈 많은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순식간에 맥주 2병이 비워진다. 어.. 이건 거의 한국남자랑 먹는 수준인데 싶을 만큼 속도도 빠른데다 꼬박꼬박 잔도 채워 주지.. 매번 건배도 하자고 하지.. 게다가 안주도 먹겠냐고 물어보지.. 아 타이완이랑 우리랑 그냥 문화가 비슷한가 보다 싶다가도 너무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결국 둘이서 거의 한시간만에 앙코르비어 큰병 6병을 죄다 비우고 나니 이번엔 노래 좋아하냔다. 노래야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앙코르와트에 가라오케라니 신기해서 한국노래도 있냐니까 중국노래, 영어노래, 캄보디아 노래 다 있단다. 그래.. 가보자 가봐.. 설마 뭔일이야 있겠어.. 내가 나이가 몇갠데.. 정 안되도 주머니에 칼도 있겠다^^너하나 정도는 내가 무력제압이 가능하겠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줄래줄래 따라간다.


의심점2. 술값을 낼 때 내껀 내가 내겠다고 하니 극구 사양하면서 남자가 술값을 내는 게 동양의 문화 아니겠는냐고 하는데 내 보기에 뭐 동양이 다 그런거 같진 않다. 그러나 그냥 대만은 그런가보다 한다.


다시 뚝뚝을 타고 카라오케로 옮기는데 거의 100m도 안되는 거리다. 그냥 걷지 하면서 돈을 낼려고 하니 이번에도 지가 낸다. 이번에도 1달러다^^ 웨이터들은 어디나 비슷한지 아님 이 아저씨 여기 단골인지 매우 친한 척을 하고 수선을 피우더니 방으로 안내를 한다. 가라오케는 한국의 노래방처럼 생겼는데 룸이 제법 큼직한 게 어찌 보면 변두리 룸살롱처럼 생긴 게 분위기가 묘하다.


의심점3. 웨이터들이 내가 들어서니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이 아저씨야 대만사람이니 일단 나한테 한 거라고 봐야 하는데 내가 한국인이요하고 써 붙인 것도 아닌데 어찌 알았을까 싶긴 했지만 씨엡리업에 한국사람이 워낙 많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일단 과일 안주가 들어오고 술이 탁자위에 놓인다. 드디어 이 시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니 어디선가 들리는 또렷한 한국말 <오.징.어. 드.실.래.요.> 잠시 귀를 의심하다 이 아저씨를 쳐다보니 대략 난감한 얼굴이다. 내가 정색을 하고 묻는다. 가만있어 봐요. 지금 한국말 했죠. 한국말 할 줄 알아요?. 그러더니 다시 영어로 딴소리다. 한국말 아는 거 같으니까 한국말로  물을께요. 당신 한국 사람이예요? 했더니 그제서야 한국말을 한다. 한국 사람은 아니고 화교인데 한국에서 열여덟살까지 살았단다. 그때 기억이 안 좋아서 한국말은 하기 싫다고 하면서 주섬주섬 증명서 같은 걸 꺼내 보인다. 순간 술이 확 깬다. 사기꾼이구나 싶다. 마음 한켠으로 이 말이 사실이면 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묻는다. 당신 사기꾼이에요? 다시 대답은 영어다. 내가 뭘 사기를 치겠느냐면서 여기 술값? 하더니 미리 계산하겠다고 웨이터를 부른다. 그래서 먼저 계산을 시킨 후 여기는 막힌 공간이라 내키지 않는다고 일단을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밖에서 한 잔 더하자고 하곤 가방을 들고 나오다 그 사람이 화장실에 간 사이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와 버린다. 덕분에 공짜술만 엄청 먹었다^^담날 정신을 차리고 곰곰 생각해보니 그 자식이 나한테 사기를 친 게 아니라 내가 그 자식한테 사기를 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봐도 올릴 사진은 없고 안 올리자니 서운하고 그래서 골랐다. 앙코르톰의 부조인데 웬지 약오르지? 하는 거 같은 느낌이라 하나 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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