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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엡리업2> 앙코르와트에서 퍼지다.

 

브라보 빌라-씨엡립에서 유명한 한국게스트하우스-에는 한국인으로 가득하다. 한국인들이 없는 곳에서는 심지어 단체 관광객에게도 넙죽넙죽 인사만 잘했는데 막상 숫자가 많아지니 오히려 말 붙이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보통은 앙코르와트 3일권을 끊은 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야 들어오니 같이 투어라도 다니면 모를까 그냥 책이나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다행히 많지는 않아도 만화책이며 잡지 등이 있어 무료하지는 않다. 그러다 로비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한 무리의 한국인들 틈에 낀다. 밖에서 보기엔 다들 일행인 듯 보였는데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렇지도 않다. 간만에 수다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수다의 반을 차지하는 내용은 자칭인지 타칭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 명의 젊은 사장 중에서 이제는 홀로 남아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롱다리 사장이란 사람에 관한 얘기다. 다리가 롱다리인지야 모르겠지만 키가 많이 큰 이 젊은 부산 남자는 부산사투리 특유의 톤으로 말끝마다 “미쳤어요”를 달고 다니며 손님들을 괴롭히는데 이상하게도 손님들은 그 구박을 즐기는 눈치다. 뭐 이를테면 욕실에 형광등이 깜빡거린다고 하면 “때려서 쓰세요 아님 그냥 쓰든지.. 나이트 분위기도 나고 좋네” 하는 식인데 그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하여 이삼일 먼저 온 사람이 그 뒷사람에게 일화를 전수해주는 데만도 하루 저녁이 부족하다. 이제 제법 지쳐보이는 롱다리 사장에 대한 뒷담화의 대단원은 대략 이렇게 장사해서 얼마냐 남겠냐.. 이거 오래 못 간다.. 빨리 장가를 들여야 유지가 되지.. 하는 걱정으로 마무리가 된다.

 

앙코르와트는 그냥 자전거를 타고 하루만 다녀온다. 11월이라 그런지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서 그럭저럭 자건거를 타는데는 무리가 없다. 단지 자전거를 서양애들 기준으로 만들었는지 아님 이 동네에는 롱다리만 사는지 페달에 발이 간신히 닫는다. 천천히 앙코르와트 쪽으로 달리니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앙코르와트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이렇게 빨리 이곳에 다시 오게 될 줄은 떠날 때는 몰랐었는데 사람일이란 그래서 뭐든 장담할 건 못 되는 것 같다. 앙코르왓 꼭대기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다시 앙코르 톰으로 간다. 이년 전 공사중이던 왕궁은 아직도 공사중이다. 두어시간을 앙코르톰에서 보내고 나니 딱히 더 할일도 남아 있지 않아 일몰 포인트인 프놈바깽에 잠시 들렀다가 해지기 전에 서둘러 내려온다. 해지고 난 뒤 전기사정도 좋지 않은 이곳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갈 수야 없는 노릇이다. 


앙코르왓. 연못에 연꽃이 활짝 피어 있다.


앙코르톰, 바이욘의 미소라는데 많이들 보셨을 게다


프놈바깽, 일몰직전


숙소로 돌아오니 프놈펜에서 잠시 만났던 한국인 여행자 둘이 도착해 있다. 전직 사회복지과 공무원이자 고등학교 친구 사이인 두 명의 여자여행자인데 1년 반 예정으로 여행 중이란다. 그 복잡한 원월드 티켓도 끊어서 왔다는데 친구가 아니라 자매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얼굴과 행동이 닮아 있다. 그 친구들이 중국에서 같이 다니다 잠시 헤어진 또다른 언니를 찾아와서(?) 넷이서 저녁을 먹는다. 간만에 먹는 한식이다. 씨엡리업에는 한국 식당도 꽤 많은데다 메뉴도 떢볶이에 순대까지 없는 것이 없다. 안 먹을땐 모르겠더니 먹기 시작하니 한식만 찾게 된다. 결국 한식 먹고, 한국말로 수다떨고, 한글로 된 무협지나 읽으면서 사나흘을 보내고 넷이서 함께 국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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