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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08
    <장무가는길> 간체-시가체-사카-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장무(14)
    제이리
  2. 2006/05/08
    <남쵸> 남쵸에서의 0.5박(4)
    제이리
  3. 2006/05/08
    <라싸> 공짜로 사원 들어가는 법(3)
    제이리

<장무가는길> 간체-시가체-사카-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장무

 

결국 라싸에서 열흘 정도를 머물고 나니 이제 떠나야 할 날짜가 다가온다. 라싸에 있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이 네팔로 넘어가는 일정인데 그간 네팔 상황이 좋지 않아 시간을 두고 관망하고 있던 사람들이 네팔 정국이 조금씩 안정되어 간다는 소식에 슬슬 떠날 준비들을 시작하는 것이다. 네팔로 가기 위해서는 중국 측 국경인 장무에서 네팔측 국경인 코다리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티벳은 라싸와 시가체를 제외한 다른 지역이 공식적으로 여행허가가 필요한 곳이라 대부분은 랜드크루저를 빌려-이 경우 허가증은 여행사가 대행해준다- 가고 싶은 도시를 들러 국경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냥 허가증 없이 개인적으로 가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고 그냥 육로로 이동하는 여행자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 마지막까지 그냥 이동할 생각을 해본다.


돈 아낄려고 점심도 굶는다는 짠돌이 남학생과 인도에 봉사하러 가기 위해 빨리 네팔에 들어가야 한다는 여학생 하나가 다른 도시를 들리지 않고 국경으로 직행하는 버스를 타고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명도 의견이 분분해진다. 나랑 사진작가 친구는 처음부터 육로, 육로 했기 때문에 랜드크루저 승차 인원에서 제외되어 있었는데 나머지 다섯명 중 세명이 남쵸를 다녀 온 밤에 전격적으로 서티벳 행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나머지 두명이 애매한 처지에 놓인다. 그즈음 우리 역시 육로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과 결국 비용도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랜드크루저로 떠날 생각을 한다. 랜드크루저를 탄다면 어차피 들리고 싶은 도시도 다 들르는데다 육로로는 갈 수 없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며칠 뒤 떠나는 서티벳팀을 뒤로 하고 네 명이 랜드크루저를 타기로 한다.


티벳을 가기 위해 다시 들어온 중국에서 정작 티벳에서 보낸 시간은 불과 두주일 남짓이고 나머지 두달은 운남과 사천에서 빈둥거린 셈이니 어쩐지 좀 이상한 일이다 싶긴 하지만 라싸에 별다른 미련도 없다. 그저 여느 도시처럼 생각하면 되는 것을 괜한 의미를 애써 부여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여행이란 그저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 정도로 생각해 두기로 한다. 여튼 사진작가 친구와 나, 그리고 부실한 대구 청년과 글 써서 먹고 산다는 황작가 이렇게 네 명이 한팀이 되어 라싸를 떠난다. 라싸를 출발해 간체에서 하루자고 다시 시가체를 거쳐 사카에서 다시 하루밤 그리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하루밤을 더 지낸 뒤 국경까지 가는 총 3박 4일의 여정이다. 장무까지 가는 길은 고산지대답게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산들이 이어진다. 이 풍경은 4일 내내 거의 바뀌지 않는데 이렇게 척박한 땅에 삶을 일구고 사는 사람들에게 새삼스런 경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첫날은 암드록쵸 호수를 거쳐 간체로 향하는 일정이다. 암드록쵸는 남쵸보다 규모는 작지만 물빛이 유난히 예쁘다는 호수로 차로 산을 굽이굽이 올라가 거의 정상에 이를 무렵 그 모습을 드러내 감탄을 자아낸다. 얌드록쵸를 지나자 끝없는 산들과 황량한 벌판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간체가는 길에 보여주는 티벳의 황량한 아름다움은 마치 이 곳이 지구가 아니라 다른 별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차는 오후가 훌쩍 지나서야 간체에 들어선다. 서둘러 짐을 풀고 간체 시내에 나가본다. 1904년과 5년 영국군이 침공해 왔을 때 영국군을 상대로 두달 이상 버티었다는 간체성을 지나 펠코르 체데라는 사원까지 걸어가 본다. 이곳도 역시 입장료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 이제 돈 내고는 입장하지 않는 습성이 몸에 배어버린 탓이지 모두들 입구에서 그냥 돌아선다. 티베탄 마을 사이에 서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 사원도, 마을도 내려다보며 여기서도 다 보이는데 뭐 하며 시시덕거리다 내려온다. 확실히 라싸를 벗어나니 전형적인 티벳탄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얌드록쵸 호수


간체 가는 길


간체 마을에 있는 간체성, 물론 올라가지는 않았다.


다음날도 아침 일찍 랜드크루저를 타고 시가체로 출발한다. 시가체는 라싸 다음으로 큰 티벳 제2의 도시인데 달라이라마에 이은 제2의 실권자인 판첸 라마가 사는 타쉬룬포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시가체에 있는 판첸라마는 중국이 세운 허수아비로 티벳인들은 그를 판첸라마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들이 진짜라고 믿고 있는 판첸라마는 북경에 억류되어 있는데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둘째날은 가는 길이 멀어 시가체에서는 그저 삼사십분 타쉬룬포사만 둘러보기로 한다. 그러나 습관이 어디 가랴..이번에도 매표소 앞에서 이제 티벳 사원은 지겹다.. 진짜 판첸라마도 아니라는데 하며 일제히 돌아선다. 정말 이젠 아쉽지도 않은 것이 고만고만한 티벳 사원들이 더 이상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가체에서 떠나 라체에서 점심을 먹고 사카로 향한다. 라체에서 사카까지의 길은 장난이 아니다. 일단 비포장인데다 길 전체가 공사 중이라 도무지 창문조차 열 수 없는 상황이다. 두어 시간을 차 속에서 흔들리다 사카에 도착하니 기진맥진이다. 이젠 사카에 있다는 사카사원 입구에 가보자는 소리조차 아무도 꺼내지 않는다. 그저 숙소 식당에서 맥주나 마시며 노닥거린다.


 시가체에 있는 타쉬룬포사

 


사카 가는 길

 


티벳의 아이들


셋째날은 이 여정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구간이다.  이 구간의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하는 길도 만마치 않지만 밤에 몹시 춥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증언이 추워서 죽을 뻔 했다이니 아무래도 만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결국 라싸를 떠나면 버리려고 했던 겨울옷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바리바리 싸오긴 햇지만 남쵸애서의 악몽이 슬며시 되살아난다. 사카에서 베이스캠프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 공원 입구에서 타고 온 랜드크루즈는 세워둔 채 다시 돈을 내고 공원에서 운영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한 시간 남짓 올라가야 하는데 이곳 또한 베이스캠프는 아니고 베이스캠프 아래에 있는 롱복 사원까지만 데려다 준다. 이는 좋게 해석하면 자연 보호를 위한 행위라 생각되지만 개인당 65원의 입장료를 받는데다 그것도 모자라 차 한대당 405원의 입장료를 또 징수하고도 다시 차비로 80원을 더 받는 행위로 미루어 보건데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닌가 일말의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여튼 베이스캠프는 다시 여기서 걸어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데 걸어갈 수도 있고 얼마간의 돈을 내고 마차를 타고 갈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에베레스트베이스 캠프 가는 길


 에베레스트베이스 캠프에서, 뒤에 보이는 것이 에베레스트이다


오갈 때는 마차를 탄다. 대략 일행들과 마차를 탔다는 건 살짝 숨기기로 약속했건만..    다들 비밀입니다^^


숙소 역시 롱복 사원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거나 아예 베이스캠프까지 가서 그곳에 있는 천막에서 잘 수도 있다는데 남쵸에서 질린 우리 일행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게스트하우스 방을 먼저 잡아둔다. 그리고 마차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향한다. -사실 에베레스트를 말타고 갔다는게 좀 그렇잖아 해가며 이 부분은 깨끗이 편집해 버리기로 약속을 했는데 쩝-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네팔 쪽에 하나, 티벳 쪽에 하나가 있다는데 네팔 쪽 사정이야 어떤지 모르겠으나 티벳 쪽은 거의 관광지가 다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차에서 내리면 주욱 늘어선 천막들이 찻집 겸 숙소인데 그 호객 행위가 어느 관광지 저리 가라이다. 춥기도 추운데다 멀리 에베레스트 봉우리가 보이기는 하나 더 걸어가 봐야 그 풍경이 그 풍경이라 한시간 뒤에 돌아간다는 마차가 왜 이리 늦게 오나 싶은 지경이다. 다시 마차를 타고 돌아와 추위에 떨며 하루밤을 보낸다. 이 추위가 당분간은 마지막이다 생각하며 꾹 참는다. 하루만 지나면 고도는 낮고 온도는 높은 곳에 있을 거란 생각이 그 마지막 밤을 견디게 해 준다. 결국 담날 일출이고 뭐고 공원입구로 내려가는 제일 빠른 버스를 수소문해 타고 내려온다.


 장무 가는 길1, 설산을 하나 넘고서야


 장무 가는 길2, 드디어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3박 4일을 함께 달린 일행들-왼쪽부터 사진작가, 글쓰는 작가, 부실한 대구청년 나, 티벳탄 드라이버- 그리고 일제도요타 랜드크루저 4500


마지막날은 국경도시 장무로 가는 길이다. 기사야 저녁까지 장무에 데려다 주면 되지만 우리는 당일로 카투만두까지 갈 생각이라 맘이 바쁘다. 다행히 네팔은 중국보디 2시간 15분이나 늦어 하루가 26시간 15분인 셈이니 당일로 넘어가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전 내내 길이라 할 수 없는 갈을 달리다 점심을 먹고 마지막으로 설산을 넘어 나니 고도가 조금 낮아지는지 푸른빛의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경도시 장무에 도착한 시간은 5시가 조금 넘어있다. 중국측 국경이 6시에 닫힌다니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게 웬일.. 국경도시답게 오가던 화물차들 덕분에 도로가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결국 배낭을 메고 이미그레이션까지 걸어기서 간신히 수속을 마친다. 여기서 네팔 국경까진 다시 8km나 되는 산길이다. 그냥 봉고차 하나를 잡아타고 산을 넘어 네팔 국경을 통과한다. 당연히 카트만두를 가는 버스는 없을테니 호객하는 택시를 잡아 보자며 넘은 국경엔 이게 웬일 그 흔한 삐끼 하나가 안 붙는다. 이런 결국 물어물어 만만치 않은 가격에 택시하나를 빌려 카트만두로 향한다.


국경도시에서 카트만두까지는 버스로 5시간이 걸린다는데 이 택시 총알택시도 아닌 것이 굽이굽이 산길을 거의 80km로 내달린다. 보다못한 일행 하나가 천천히 가자고 하니 산아래에 6시까지 도착을 못하면 산을 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아.. 아건 또 언제 생긴 법이란 말이냐.. 그저 손잡이만 꼭 붙들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검문소를 정확히 6시에 빠져 나간다. 그후로 좀 천천히 가나 했더니 이번엔 폭우가 쏟아진다. 결국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헤드라이트에 의지한 채 가다가 급기야 타이어도 한 번 갈아주고도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3시간 만에 카트만두에 들어온다. 일행 중 두명이 네팔에 수차례^^ 다녀간 경험이 있어 손쉽게 숙소를 잡는다. 늦었지만 씻고 저녁을 먹으니 비로소 네팔에 온 기분이 든다. 드디어 중국을 벗어난 것이다. 네팔, 어딘지 모르게 동남아 분위기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문화권으로 넘어온다는 건 여러모로 마음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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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쵸> 남쵸에서의 0.5박

 

라싸에서 약 195km 떨어진 남쵸 호수는 한국에서는 하늘 호수로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 덕분에 엄청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뭐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보고 인도로 갔다는 가슴 아픈 후일담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라싸에 온 한국인은 대부분 이 호수를 다녀오는 것이 기본 일정에 속한다. 가는 길이 험하고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이곳은 대략 여행사를 통해 랜드크루저를 빌려 다녀오게 되는데-뭐 가끔 대중교통수단이 있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트럭 등을 히치해가는 씩씩한 여행자도 있기는 하다- 이 경우 차 한대당으로 가격이 정해지니 대략 4-5명의 동행을 모아야 하는데 보통 게스트하우스 게시판에는 남쵸 뿐 아니라 동티벳이나 서티벳 또는 네팔로 가는 일행을 구하는 메모가 빽빽하게 붙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숙소에 있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희망자만 모아도 무려 8명이나 된다.


첨엔 일인당 150원에 미니버스를 한 대 빌렸다가 떠나기로 한 날 내린 폭설로 하루가 연기되면서 눈 때문에 미니버스는 못 갈 수도 있다는 여행사 직원의 말에 따라 일인당 200원씩 내고 랜드크루저 2대를 빌려 남쵸 호수를 향해 길을 떠난다. 해발 4600m에 이르는 호수는 다녀온 사람의 말에 의하면 해발이 높아 고산증의 위험도 심각한데다 숙소도 천막에 침상이 전부라 추위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터라 침낭이며 겨울옷을 바리바리 챙겨 떠난다. 일부는 휴대용 산소통도 두어 개 준비해 나선다. 라싸에서도 며칠 보냈으니 이제 고산증은 괜찮겠지 싶기는 한데 그래도 맘을 놓을 일은 아니다 싶다. 라싸를 떠난 랜드크루저는 꼬박 5시간을 달려 해발 5000m가 넘는 고개를 넘어 남쵸에 우리를 내려준다. 오면서 쨍하게 맑던 하늘은 어느새 눈발이 날린다. 미리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천막을 보니 오늘 밤을 보낼 일이 막막하다. 숙소에서 운영하는 식당-뭐 이것도 천막이긴 하다-에서 삼삼오오 눈발이 그치기를 기다리니 잠시 후 거짓말처럼 다시 해가 뜬다. 날씨 한 번 변덕스럽다.


남쵸 가는길


호수 앞에 있는 천막 숙소, 그래도 입구에는 호텔이라고 써 있다.


반쯤 얼어있는 호수를 따라 걸어본다. 길이가 30km에 이르는 이 호수를 한 바퀴 돌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한두 시간쯤 호수를 따라 걷다가 다시 걸어간 길을 되짚어 돌아오니 천막 안에는 조금 허탈한 분위기가 감돈다.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먹으려고 사간 사과며 바나나 등의 과일을 어떤 짐승이 천막에 들어와서 죄 먹어버렸다는 데 그 범인 찾기가 한창이다. 개다, 말이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결국 산양이 범인으로 밝혀진다. 그래 문 안 잠근 우리가 잘못이지 니가 뭘 알겠냐 하면서도 모두들 한번씩 산양을 째려 봐 준다^^ 부실한 저녁을 먹고 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천막 식당은 가격은 비싸고 맛은 전혀 없는 관광지 식당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해가 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쵸호수, 염수호라는데도 아직 얼어있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이 호수는 얼핏보면 바다같기도 하다.


그놈의 북경 표준시 때문에-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중국은 전국이 단일 시간이라 티벳 정도면 두시간 정도 시차가 나야 정상인데도 그냥 북경과 동일한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도무지 9시가 가까워져도 해가 지지 않는다-  해지기를 기다리는 일도 고역이다. 더구나 오늘은 날도 흐려 일몰이 보일 것 같지도 않다. 그나마 야크똥으로 피워주는 난로라도 있는 식당에서 해지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역시.. 해는 어디로 넘어갔는지 알 수도 없는데 어느새 어둠이 찾아온다. 그리고는 바람이 불어대기 시작하는데 그나마 맑았던 날씨는 오간데 없고 거짓말 조금 보태 화장실-사실 화장실이라야 그냥 허허벌판이지만- 가다가 날려갈 지경이다. 이 고산지대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자살 행위라 그냥 자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겠다 싶어 천막 숙소로 돌아간다. 그간 각종 트레킹들마다 밤이 심하게 추웠던 기억은 있지만 이곳이 제일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천막으로 들어가 보니 이미 두 명의 환자가 발생해 있다. 하나는 라싸에서도 고산증으로 이삼일 고생했다는 대구 청년인데 고산증이 재발했는지 침낭에 이불을 두어 개 덮고도 바들바들 떨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내 일행인 사진작가 친구인데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결국 탈이 난 모양이다. 본인은 체한 것 같다는데 내가 보기엔 그것도 고산증의 일종인 듯 하다. 고산증도 고산증이지만 해가 지고 나니 추위도 장난이 아니다. 내 여분의 옷에다 침낭까지 둘러쓰고도 추위에 떠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천막 펄럭이는 소리에다 그나마 발전기로 돌리던 전기까지 나가고나니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게 두 명의 환자와 방안에 있는데 밖에서 오늘 그냥 내려가자는 말이 들린다. 아마 나머지 사람들끼리 의논이 된 모양이다. 일출도 봐야 하고 무엇보다 내려가는 길에 온천도 들려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설핏 스쳤지만 앞에 있는 환자들을 보니 내려가는 것이 최선일 듯도 싶다. 무엇보다 나 역시 여기서 하루밤을 지낼 일이 막막하다.


남쵸에서의 0.5박 동지들


결국 밤 열시에 다시 차를 몰고 라싸로 돌아온다. 모두들 천막에서 하루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어서인지 내려오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은 없어 보인다. 사진작가 친구는 결국 차를 세워 오바이트를 하고서야 조금 진정이 된다. 차에서 히터가 나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어둠을 헤치고 차가 라싸에 도착한 새벽 두시, 그나마 돌아와서 방이 없을까봐 그날 방값을 미리 지불하고 간 것이 다행이다 싶다. 그렇게 춥게 느껴지던 라싸의 밤이 이렇게 따뜻할 줄이야.. 결국 남쵸에서의 1박은 0.5박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다행히 두 명의 환자는 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해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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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 공짜로 사원 들어가는 법

 

비행기가 새벽의 여명을 뚫고 날아오르자 저 멀리 구름 아래로 설산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도대체 이 척박한 설산들 어디쯤에 티벳이 숨어있는 것인지 라싸로 가는 두 시간 내내 산들의 행렬은 계속된다. 육로로 간다면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린다는 길을 비행기를 타니 그저 두시간만에 도착한다. 고도가 4천을 넘나드는 도시인 리탕이며 캉딩을 넘어오긴 했지만 성도에서 두주 이상을 빈둥거렸으니 새롭게 고산 증세가 나타나는 건 아닌가 잠시 걱정이 된다. 다행히 아래배가 조금 빵빵해지는 느낌을 제외하곤 별다른 증세는 없다. 북경에서 성도로 바로 넘어온 사진작가 친구도 다행히 별다른 증세는 없는 모양이다. 공항버스를 타고 라싸에서 내려 야크호텔을 찾아간다. 야크호텔은 성수기에는 거의 방을 구할 수 없다는 라싸에서는 가장 유명한 여행자 숙소인데 아직은 비수기인 탓인지 도미토리에 자리가 있다.


비행기에서 본 산들, 두시간 내내 눈덮인 설산이 이어진다


포탈라궁 앞의 도로, 그저 중국의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다.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 이삼일 먼저 온 루미라는 일본인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사진작가 친구가 일본말이 가능한 관계로 수다가 가능하다는^^- 셋이서 함께 한국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간다. 열심히 밥 잘 먹던 사진작가 친구가 갑자기 일어나길래 그저 화장실에 가나 했더니 느닷없이 이층 난간을 잡고 푹 주저앉는 게 아닌가.. 으으.. 말로만 듣던 고산증세를 눈앞에서 목격하고 보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다행히 그날 하루를 잘 쉬고 나니 다시 생생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첫날은 그저 조심조심 하루를 보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야크호텔에 묵고 있는 한국인이 거의 10여 명이 넘는다. 우리 옆방은 침대 6개중 5명이 한국인이니 아주 한국인 방이다. 거기에 묵고 있던 스페인애 하나는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못 견디고 방을 옮겼으며 마지막까지 중국애 하나를 제외하고는 하루 이상 머문 외국인이 없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라싸는 더 이상 티벳이 아니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은 탓에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어서 인지 나에게는 오히려 기대보다는 더 많이 티벳 분위기가 난다. 물론 들은 대로 조캉 주변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이미 한족의 상권이 자리 잡고 있어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 다를 바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항에서 라싸로 오는 길에 펼쳐진 황량한 산들이며 조캉 사원 주변으로 여전히 보이는 티벳식 건물이며 거리를 오가는 티베탄들이 여기가 티벳임을 말해 주고 있다. 다만 너무 오래 돌아와서인지 여기를 오자고 그렇게 시간을 들였던가 조금 허탈해지는 맘도 숨길 수는 없다. 여튼 다시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추스르며 고산 적응에 -뭐 다른 건 아니고 담배 덜 피고, 술 안마시고 정도 되겠다- 하루 이틀을 보내다가 한두 군데 사원들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라싸에서의 최대 화제는 단연 <나는 어떻게 공짜로 사원에 들어갔는가>이다. 라싸의 최대이자 유일한 볼거리는 티벳 사원들인데 이 사원들의 입장료가 누가 중국 아니랄까봐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그 입장료가 티베탄들에게 가는 게 아니라 중국 정부로 들어간다는 소문이고 보면 그저 입장료를 안내는 것 뿐 아니라 약간의 정의감까지 더해져 공짜로 사원 들어가기가 거의 죄책감 없이 성행한다. 라싸의 사원은 티베탄 최대 성지인 조캉 사원과 그 주변의 바코르 길을 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이미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라마 14세가 살던 포탈라궁, 그리고 그의 여름 궁전이었다는 노블링카, 티벳 3대 사원으로 알려진 드레풍사, 간덴사, 세라사 마지막으로 라싸 외곽에 있는 사뮈에사 정도가 있다. 물론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지 않은 조그마한 사원들은 수도 없이 많다. 여튼 앞에 나열한 사원들만 돈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해도 거의 500원(6만원 정도) 돈이 된다. 어지간한 입장료는 내고 다니자는 나로써도 우선은 금액에서 질리는 동시에 내고 들어가면 바보가 되는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공짜로 들어가기를 시도하게 된다.


최대 성지인 조캉사원,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탄들을 언제나 볼 있는 곳이다


포탈라궁, 밖에서 볼 땐 화려한 데 정작 입장료를 내면 뒤로 돌아들어가 건물의 일부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바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일단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공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조캉사원부터 시도해 본다. 팁은 아.침.일.찍.이다. 아직 매표소 직원들이 자리 잡기도 전에 무료로 들어가는 티베탄 참배객들에게 묻혀 슬쩍 들어가는 건데 거의 100% 성공률을 자랑한단다. 물론 나도 바보는 아닌고로 무료로 입장에 성공한다. 하지만 티벳 불교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기엔 뭐 사원은 그저 그만그만하고 주변에 있는 순례길인 바코르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탄 순례객을 보는 일이 더 흥미진진하다. 다음엔 포탈라궁인데 가끔 무료입장에 성공했다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두 번의 통과 의례를 거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 대부분 울며겨자먹기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는 곳이다. 더구나 100원이라는 거금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볼 거 하나도 없어요>이고 보면 들어갈까 말까 무척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포탈라궁인데.. 하는 맘에 그냥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뭐 볼 게 하나도 없지는 않지만 개방하는 곳이 워낙 일부인데다 정해진 곳 이외에는 한발자국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본전 생각이 조금 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 거대한 궁이자 사원의 일부나마 몸소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조금 위로가 될 듯도 하다. 그 다음 아무도 공짜로 들어간 적이 없다는 노블링카는 과감히^^ 포기한다.


간덴사 순례길에서 기도 종이를 날리는 티베탄 아저씨. 이때 후어이! 하는 괴성을 질러줘야 한다^^


드레풍사에서 바라본 라싸 시내, 마침 눈이 내려 시내가 온통 눈으로 덮여있다


세라사의 유명한 교리문답장면, 손바닥을 내리쳐 가며 일대일의 교리문답을 진행하는데 처음에 어땠는지 몰라도 이제는 관광객용으로 변질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다음은 라싸 외곽에 있는 간덴 사원의 경우로 입장료를 징수하는 라마승과의 협상이 필요한 곳이다. 누구는 산을 빙 돌아 들어가기도 했다지만 해발 4200m가 넘는 곳에서 산을 한바퀴 도는 일은 건강과도 직결된 바 권장 사항은 아니라 사료된다. 우리의 경우 이십여분의 걸친 실랑이 끝에 두 사람이 한 사람 표만 내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으니 -물론 탁월한 협상가가 따로 있긴 했지만- 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래도 그 덕분에 스님들 거처에서 티베탄의 주식인 짬파에 차까지 얻어먹었으니 본전은 뽑은 셈이다. 또한 여행 7개월여 만에 입장료 깍기는 처음이니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도 괜찮을 듯 하다^^. 눈이 내리는 날 찾아간 드레풍사는 사원에 이르는 길이 너무 예뻐 내처 걷다가 정작 사원 앞에서는 그냥 넣어줘도 못 들어가겠다며 돌아섰으며 스님들의 교리문답으로 유명한 세라사원은 담치기 할 각오로 나섰다가 열려 있는 뒷문을 통해 정정당당히 입장했으니 대략 입장료를 제대로 낸 곳은 포탈라궁 하나 정도인 듯 하다.


우리가 날마다 들렀던 짜이집, 그래도 티벳에는 여전히 티베탄들이 존재한다.


쓰고 나서 보니 티벳의 역사라든가 현실 혹은 종교적 경건함에 관한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순 공짜 입장이야기가 다인 듯 하여 이렇게 장난처럼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라싸에 있는 동안 나는 그저 여행자였으며 상당히 많은 한국 사람들과 수다나 떨고 싸구려 만두나 죽 따위를 먹으러 다닌 게 생활의 전부였으니 여기서 티벳의 현실 운운 한다는 것도 조금 우스운 일이 될 것 같다. 다만 북경의 천안문-본인은 정작 자금성의 관문이라고 우기기는 하지만-에 이어 포탈라궁을 찍으러 라싸에 온 사진작가 친구의 말에 따르면 포탈라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한족들-티베탄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의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 정도만 전할까 한다. 그들에게 포탈라궁은 천안문과는 달리 그저 관광지에 다름 아니라는 건데 뭐 그게 현재 티벳을 바라보는 외부인들의 시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가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티벳의 현실에 분개하는 한국인 여행자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글쎄 나에게 티벳은 그 황량한 자연 환경을 제외하곤 그저 다른 여행지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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