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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9/26
    <소주> 음... 소주 마시고 싶다.(5)
    제이리
  2. 2005/09/20
    <상해> 대도시는 이제 그만(7)
    제이리
  3. 2005/09/19
    <북경> 북경 패키지 5일(5)
    제이리

<소주> 음... 소주 마시고 싶다.

  

 

여행오기 전 가이드북 무게라도 줄여보려고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분철해 왔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쑤저우 부분이 덜렁 빠져 있다. 매번 상해-소주-항주를 세트로 놓고 분류하다보니 당연히 그 파트에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얘가 나름 다른 지역이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한나절만 둘러볼 예정이라 인터넷에서 돌아볼 곳 몇 개만 받아 적고 내려서 지도나 하나 사야지 하고 있는데 마침 유스호스텔 로비에서 쑤저우로 가는 한국인 여행자를 만난다. 더 정확히 애기하면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공무원의 부인인데 세살박이 아이와 같이 여행 중인 중국거주 한국인이다. 이런저런 수다 끝에 쑤저우로 동행하기로 한다. 마침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이라 그저 가이드 앞세우고 가듯이 손쉽게 쑤저우에 도착해 따라서 숙소를 잡는다.


북경과 상해에 이어 세 번째 들어가는 유스호스텔인데 대도시와는 달리 사뭇 가족적이다. 리셉션 언니 오빠들도 어찌나 수줍음이 많은지 뭔가 부탁하는 내가 괜시리 미안해질 정도다. 마침 도착한 날이 추석이라 간단한 파티가 있다고 하는 걸 잠깐 야시장이나 둘러보고 들어가야지 하다가 버스정류장을 못찾아 두어시간 헤매다 보니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다. 마침 내 동행도 아이와 함께 근처 공원 어디선가 하는 추석맞이 축제에 참가했다가 늦는 통에 파티는 무산되었지만 밤에 맥주 한 병씩 나눠 마시는데 월병이랑 오징어포, 해바라기씨, 계란 삶은 것 등의 안주가 줄을 이어 들어온다. 파티때 먹으려고 준비해 둔 음식이라는데 조금 미안해진다. 근데 이 숙소에는 손님이 우리 셋밖에 없다는 말인가? 여튼 6인실 도미토리를 셋이서 편하게 쓴다.   


쑤저우를 흔히 물의 도시라고 한다. 과연 그 명성답게 도시 전체를 운하가 감싸고 있고 일부는 도시 사이로도 물길이 열려 있다. 그 운하 사이로 관광객을 위한 보트며 청소하는 보트 따위가 오가는데 물은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상생활을 업으로 하지 않는 도시에서 운하를 보는 것은 꽤 색다른 느낌이다. 또한 북경이나 상해처럼 대도시가 아니어서 건물도 야트막하고 오래된 도시답게 가로수들도 모두 아름드리 나무라 색다른 운치가 있다. 보통 아침 일찍 쑤저우에 도착해 한나절 정원과 유적지만 둘러보고 가면 분명 실망할 것 같긴 하지만 머무르면서 찬찬히 여기저기 걸어다니면 어느 도시든 그 도시만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쑤저우 시내(라기 보단 약간 변두리)


 

 도시를 운하가 감싸고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원이나 유적지를 안 갔느냐 하면 아직 유적지 관람병이 완치된 게 아니므로 당연지사 하루의 유적 관람 스케쥴을 짠다. 차이가 있다면 먼저 가이드북을 보고 꼭 가야할 곳과 가지 많아도 될 곳을 가려낸다는 것 정도일텐데 그래도 가야할 곳이 서너군데가 찍힌다. 그렇게 찍은 곳이 졸정원, 유원, 반문, 호구 네 군데인데 유원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유적 관람에 고민이 점점 깊어지는 이유는 첨에 언급했던 이렇게 유적지나 관람하며 다니는 여행이 과연 제대로 된 여행일까 뭐 이런 차원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입장료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주된 이유가 된다. 걸핏하면 담장 막아놓고 기본이 20원, 30십원에, 비싼 곳은 60원, 70원이니 이렇게 서너군데 돌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아진다. 더 중요한 건 그게 과연 그 입장료의 가치를 하는 걸까 하는 것인데 내가 눈이 낮아서인지 뭐 별로 그 가치를 못하는 것들도 상당수 있더라는 것이다.


유원의 경우 북경에서 이화원 봤지, 상해에서 예원 봤지, 쑤저우에서 졸정원 볼 거지 근데 뭐 내가 대단한 정원 애호가라고 40원이나 내고 유원까지 볼꺼냐 하는 생각이었는데 헉, 그 놈의 가이드북에 따르면 유원이 이화원, 졸정원 등과 함께 중국의 4대 명원이라는 것이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쑤저우 4대 명원도 아니고 그 넓은 중국에서 네 손가락안에 꼽는다는데 여긴 들어가줘야지 하면서 또 슬쩍 들어간다. 동남아 다니면서 우스개소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기준 너무 널럴한 거 아냐 했더니 중국문화유산 기준도 꽤나 널럴한 모양이다. 졸정원을 본 후라 그런지 사람이 좀 적다는 빼곤 별 차이점을 모르겠다.


 

 


 

위가 졸정원, 아래가 유원 - 비슷하지? 나중에 사진 정리하면서도 헷갈렸다.

 

가이드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론 졸정원의 정자 네 개 주변에 심은 식물에 따라 4계절을 표현하는데 이를테면 봄의 정자에는 복숭아 나무가 심어져 잇어 봄에는 도화가 피고, 가을의 정자에는 낙엽송이 심어져 있어 가을에 단풍이 든다는데  여름이나 그런지 그냥 줄창 푸르기만 해서 잘 구별도 안가더라는 말이다. 어디 졸정원뿐이랴, 유원도 비슷한데 정자마다, 나무마다, 창살 하나에도 사연도 많더만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그저 잘 만든 정원이네.. 이런데 살았던 사람은 좋았겠다는 생각 이상이 안 드니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걸까.


쑤저우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반문이라는 곳이다. 이전에 군사적 이유로 쌓았던 성벽이 있는 곳인데 이제 그 성벽 안 쪽을 공원화 해놓은 곳이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면 아래로 수로가 흐르고 저물녁에는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공원인가? 북경에서도 북해공원이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북해공원 위쪽에 입장료 안 내고 들어가는 그 동네 공원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상해도 그저 강주변을 걷는 게 좋았던 것 같다. 모르겠다. 입장료를 안 내서 좋았던걸지도^^


 

반문에서 본 운하


 

 반문에서 본 해질녘

 

 그저 도시 분위기와 숙소 분위기가 좋아서 -인터넷도 로비 테이블에서 랜선이 바로 빠져 우아를 떨면서 할 수 있다. 물론 가격도 싸다- 예정보다 하루를 더 머물고 쑤저우를 떠난다. 수로 사이를 다니는 배를 타보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쾌속선 밖에 탈 수 없단다. 이 조용한 도시를 쾌속선으로 달릴 일 있나.. 혼자 다니는 여행자는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아쉬운 마음에 항주로 가는 13시간짜리 밤배라도 탈까 생각하다가 이내 맘을 고쳐먹는다. 다들 후회할 거라고 말리는 코스다. 게다가 항저우까지는 버스로 두 시간밖에 안 걸린다. 버스는 또 다른 물의 도시 항저우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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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대도시는 이제 그만

상해로 가는 밤기차는 생각보다 쾌적하다.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2층과 3층 침대차 승객을 위한 -침대가 3층으로 되어있다- 좌석이 통로에 작게 마련되어 있어 계속 누워서 가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도 말끔히 해소해 준다. 무엇보다 인건비가 싼 이 나라는 아직도 우리나라 70년대처럼 끊임없이 안내하는 언니가 오가며 쓰레기도 치워주고 화장실도 청소하고 뭐 기타 등등의 편의를 제공해 준다. 단지 상부라고 표시되어 있는 3층간의 경우 그저 눕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당연하게도 진동이 장난이 아니며 행여나 자다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긴 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상부의 티켓이 그중 저렴하다고 한다.  


 

 이 기차다. 3층에서 행여 떨어질세라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무려 10시간 이상 버텼다. 뭐 밤 10시면 불을 끄기 때문에 딱히 할 일도 없다.

 

 상해에 도착하니 다시 한여름이다. 북경에서 내리는 비 때문에 제법 쌀쌀해져 챙겼던 긴팔 겉옷까지 껴입고 내리니 배낭 무게에 겹쳐 땀이 비오듯 흐른다. 대략 부산정도의 위도밖에 안되는 것 같은데 이게 웬 횡액이란 말이냐.. 당분간은 인도차이나 반도에나 가야 입겠지 했던 반바지를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뭐 상해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략 짐작이 가는 정 안가게 높은 건물들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는 대도시다. 한강보다 물살이 약간 세 보이는 황푸 강변에 서울의 63빌딩만한 건물들이 꽤 여럿 서 있는, 야경이 이쁘긴 하지만 뭐 한강다리 근처에서도 제법 만날 수 있는 그런 도시라는 말이다.


 

 그래도 야경사진 한 장.. 흔들린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도 지도 한 장 들고 걸어다닌다. 북경은 그나마 반듯반듯한 도로 덕분에 버스타고도 헤매지 않고 돌아다녔는데 여기서는 그것도 여의치 않고 도시는 작은데 길 막히는 수준으로 봐선 택시비도 만만치 않게 나올 듯 하여 걷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걸어다니면 좋은 건 시장이나 뒷골목 언저리에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는 건데 상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층빌딩 뒤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살림살이들이 드러난다. 그저 며칠 본 것에 불과하지만 상해가 북경보다는 빈부격차가 심해 보인다. 이상하게 거지도 노숙자도 상해가 훨씬 더 많다.


 

 여행자들의 사진에서 빠지지 않는 빨래 사진.. 나도 함 찍어봤다.

 

빨리 상해를 벗어나고 싶다. 그래도 북경은 대도시지만 사람사는 냄새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는데 반해 상해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천민자본주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뿐이다. 게다가 여행 떠난 지 일주일 넘게 도시만 보고 다녔더니 이건 좀 아니지 이런 생각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쑤저우, 항저우, 황산으로 이어지는 다음 일정도, 아니 거의 모든 여행 일정이 관광지 위주로 되어 있으니 그게 그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빌딩 숲은 이제 당분간 그만 봤으면 좋겠다.


상해에서 가장 이쁜 정원이라는 예원인데.. 이 앞에다 무지 큰 쇼핑거리를 만들어 놔서 그저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다녀야 한다.



신천지라는 압구정동 카페거리쯤 되는 언저리에 있는 중국공산당 창당대회장소. 상해임시정부청사도 여기 어디라는데 론리플래닛에는 한줄의 언급도 없어 찾는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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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북경 패키지 5일

 

내게 여행이란 아직은 끊임없이 걷는 일과 끊임없이 보는 일 두 가지로 요약된다. 떠나기 전에 여행이라는 그림은 그저 휘적휘적 뒷골목이나 걷다가 길거리 음식이나 사먹고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며칠이고 지겨워질 때까지 머물다가 떠나는 것이었다. 근데 이게 웬걸.. 막상 북경에서의 나는 하루종일 무언가 보러다니지 않으면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조바심에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온갖 관광지를 다 돌아다니고 있다. 여행은 일년이라도 내가 북경에 있을 날은 어차피 사오일쯤인데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봐야 할 것만 같은 것이다.


덕분에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친절한 5일 일정을 두루 섭렵하였으니

첫째날은 그렇다 치고(김과장과 놀았다)

둘째날은 천안문-자금성-북해공원-경산골목-후통

셋째날은 만리장성-명십삼릉

넷째날은 이화원

다섯째날 천단공원에 발마사지까지

(물론 저녁에는 저녁마다 술먹고 놀았다.)


한 일주일 죽어라 놀다가는 여행자가 하는 짓을 죄다 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바빴는지 도무지 늦잠 잘 시간도.. 여행기 올릴 시간도.. 아니 메일 한 통 쓸 시간도 없더라는 얘기다. 이것도 여행의 과정이라면 과정일 텐데 아직은 뭔가 봐야한다는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되면 시간에 대해서도, 공간에 대해서도 초연해 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너무 많은 걸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내가 일산의 PC방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분들을 위해 누가 봐도 중국이 틀림없는 사진 두장 증거(?)로 제출함

 

북경 아니 중국에 와서 처음 느낀 것 <생각보다 ..하지 않네> 이다. 이를테면 바가지 생각보다 심하지 않네.. 사람들 생각보다 불친절하지 않네.. 물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네.. 등등 하기사 떠나기 전에 오죽 이런저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야지.. 안그래도 걱정인 상태에서 이런저런 소리를 들으니 아마 지레 방어기제가 작동을 시작한 거 같다. 여튼 북경을 생각보다 건물과 도로가 크다는 걸 제외하고는 나의 모든 기대(?)를 저버린 곳이 되었다. 


어디나 사람사는 곳인데 이런저런 일들이야 생기기 마련이겠지만 그저 눈치껏 적응 가능한 수준이더란 것이다. 예를 들면 물 같은 경우 뭐 1.5원에서 4원까지 다양한 가격이 존재하는데.. 이게 유원지 가격인지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인지 구별이 안 갈때.. 잠시 서서 현지인에게 받는 가격을 지켜보다가 아무말없이 딱 그만큼만 잔돈 내밀고 냉큼 물 집어들고 자리를 뜨는 정도의 센스^^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몇가지 적응안되는 것들도 없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이 파란불 빨간불 구분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자전거, 사람들이다. 근데 것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 합리적인 구석이 있다. 그저 자기가 가도 괜찮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도로를 건널 수 있는 것이다. 차 한대도 안다니는데 단지 빨간 불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기다려야 하는 일은 얼마나 불합리한가?  물론 여전히 도로를 건널 때 신경이 곤두서기는 하지만 적당한 신호위반의 쾌감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중이다. 뭐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리는 쾌감도 만만치 않다^^


그래.. 다 사람사는 곳이다 생각하며 편안하게 맘 먹는 게 최고인거 같다. 가끔 내가 살아오던 것과 다른 규칙을 만나면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면 될 일이다.


 

뜬금없이.. 적당한 사진이 없다 말이다.

 

 5일간의 북경일정을 마치고 저녁기차로 상해로 떠난다. 꼬박 14시간이 걸리는 기차여행이다. 기차를 이렇게 오래 타본적이 있었던가.. 북경을 떠나는 날 며칠간 오락가락하던 비가 하루종일 내린다.


 

 비내리는 북경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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