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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0/25
    <호아루-땀꼭> 다시 일일투어를 가다.(2)
    제이리
  2. 2005/10/25
    <하노이> 베트남이 점점 좋아진다.(5)
    제이리
  3. 2005/10/20
    <박하> 투어의 허접함을 절감하다.(10)
    제이리
  4. 2005/10/20
    <사파> 신고식을 치르다(10)
    제이리

<호아루-땀꼭> 다시 일일투어를 가다.

허접하지만 별 수 있나.. 박하에 이어 다시 일일 투어를 간다. 하노이에서 갈 수 있는 일일투어는 호아루-땀꼭 투어와 퍼퓸파고다 둘 정도다. 그중 땀꼭 투어의 경우 신청하니 한국인이냐고 물어 볼 정도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는데 내가 이 투어를 신청한 이유는 순전히 퍼품파고다 투어에 2시간가량의 트레킹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혼자 걸어다니는 건 몇시간이라도 하겠는데 이상하게 자, 지금부터 2시간 걷습니다. 하면 딱 걷기가 싫어지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여튼 그래서 걷는 게 없는 투어를 신청한다.


아.. 그러나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이 투어 버스에도 한국인은 없다. 프랑스 커플, 호주 커플, 미국인 여자 그리고 말되게 많은 네덜란드 아저씨 그리고 나 이렇게 달랑 일곱이다. 배는 둘씩 탄다는데 저 말많은 아저씨랑만 안 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일곱시에 온다던 버스는 온 동네를 다 돌아 여덟시가 넘어서야 여행자 거리를 빠져나간다. 그리고 두어시간쯤 달리다 호아루에 도착한다. 호아루는 10세기 후반 베트남 어느 왕조의 도읍이었다는데 그 왕조의 시조를 모셔놓은 두 개의 사찰을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도 이번 가이드는 좀 덜 뺀질거려 이것저것 설명도 하고 제법 살갑게 굴어준다.


호아루의 사원 두개 중 하나. 이름은 가이드북에 나와 있으나 둘중 어딘지 모르겠음^^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또다른 버스에 실려 온 한국인 일가족을 만난다. 부부와 아이 둘, 일가족이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 여행으로 왔다는데 알고 보니 아저씨가 대한항공에 다니는 덕에 이곳저곳을 많이 여행한 가족이다. 이 가족이 하롱베이 투어를 18불에 신청하셨다길래 일행이라고 하기로 하고 여행사 명함을 받아둔다. 내가 아는 최저 가격이다. 게다가 같이 신청하면 최소한 하롱베이 1박 2일 동안은 외로움에 치를 떨지 않아도 될 테니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근데 이분들 정작 땀꼭 투어는 15불에 오셨단다. 참 베트남 투어는 요지경 속이다.


오후에는 배를 탄다. 땀꼭 수로를 따라 삼판이라는 노젓는 나룻배를 타고 두시간을 왕복하는 코스인데 물은 그리 깨끗하진 않지만 양수오에서 본 것 같은 동글동글한 석회암 봉우리들이 제법 운치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일단 두 커플이 먼저 배를 타고 떠나고 셋이 남는다. 어쨌든 미국 여자랑 타야 할텐데.. 하며 옆을 떠나지 않고 안되는 영어로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가이드 왈 셋이 타란다. 뭐 셋이 타는 거 까지는 그럭저럭.. 근데 이저씨 두시간 내내 떠들어댄다. 다행히 미국인 여자가 적당히 받아주어 화살이 나한테까지 오지는 않는다. 아니었으면 좀 조용히 경치구경이나 할 텐데.. 지나친 명랑과 쾌활도 때로는 남에게 방해가 된다.


배타는 곳, 저 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 올라갔다 오는 것이 코스다.


반환 지점에서 배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파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엄청난 바가지다.


그리곤 버스에 실려 다시 하노이로 돌아온다. 참 점심밥도 포함된 투어였는데 밥이랑 반찬 4가지가 나오는 식단이다. 간만에 밥이랑 반찬이랑 먹으니 좋더구만.. 서양애들 서툰젓가락질로 께작거리는 사이에서 혼자만 두 그릇이나 먹었다. 나물도 있어 고추장 넣고 비비면 딱 비빔밥이겠더구만, 차마 고추장을 꺼낼 수는 없었다는 슬픈 현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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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베트남이 점점 좋아진다.

기차가 사파를 떠나자마자 이를 악문다. 지금까지는 예행연습이요, 시행착오였으며 이제부터 다시는 어리숙하게 당하지 않을 것을 혼자서 국기도 없는데 굳게 다짐한다. 바가지가 바가지를 넘어서면 그때부턴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오래간다. 예컨대 오천동짜리 물건을 대략 외국인에게는 만동쯤 받는 바가지야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근데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그 만동짜리조차 삼만동 받겠다고 설치니 이거야 신경이 쓰여서 어디 맘편히 여행이나 하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잔돈도 다르게 줬다가 아니라고 해야 제대로 주지.. 뻔한 물값 만동 불렀다가 그냥 뒤돌아서야지만 오천동으로 내려가지.. 여튼 잔신경이 무척 쓰이는 나라인 것이다. 아마 지나친 긴장감이 빚어낸 감정이겠지만 사파를 떠나올 때만해도 베트남 비자를 왜 받았을까 그냥 확 호치민으로 내려가서 이 나라를 떠나버릴까 뭐 이런 저런 생각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가장 괴로운 건 도무지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는 일이다. 숙소에서도, 길에서도, 투어에서도 내내 이게 정상적으로 끝이 날 것인가에 온갖 신경이 집중되니 도무지 맘이 편치를 않다.


이래저래 불편한 맘으로 하노이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반경이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하노이역에는 예외없이 삐끼님들이 진을 치고 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버스를 물색해 본다. 그러나 항박거리로 간다던 15번 버스는 6시반이 넘도록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오토바이 기사와 흥정에 들어간다. 대략 오천동 정도가 정가라는데 만동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일단 만동에 가기로 하고도 얘가 제대로 데려다 줄라나.. 엄한데로 가서 여기라고 우기거나 만동이 아니라 십만동이었다고 우기면.. 별 생각이 다난다. 그러나 별일 없이 원하던 숙소까지 간다. 뭐 잔돈이 없다는 제스쳐를 한 번 쓰기는 했지만 단호하게 노를 외치며 거스름돈을 주기 전에 돈을 미리 건네주지 않으니 알아서 잔돈을 꺼내 준다. 슬며시 웃음이 난다. 이런 거였구나..


하노이 여행자거리. 여행자거리는 어디나 다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팬룸 싱글가격이 대략 중국의 도미토리 가격이다. 뭐 방에 따라 다르겠지만 5불 정도면 묵을 수 있다. 5불짜리 싱글룸에 짐을 푼다. 조금 안정이 되는 느낌이다. 방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다 여행자거리로 나서본다. 날씨가 의외로 선선하다. 아직까지 동남아 특유의 무더위는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거리는 듣던대로 오토바이의 행렬이 장난이 아니다. 중국도 만만치 않았지만 여긴 정도가 좀더 심하다. 4차선 정도의 거리를 하나 건너고 나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그러다가 식당에 들어가 생과일쥬스도 마시고, 아이스커피도 마시고, 거리에서 국수도 사먹어 본다. 음식에 기름기가 쫙 빠져 맛은 중국보다 훨씬 담백한데 양이 너무 적다. 그새 중국의 양에 익숙해졌는지 그게 원래 정량이었는지 여튼 국수를 먹어도 볶음밥을 먹어도 뭔가 허전하다. 그래도 음식은 뭘 먹어도 맛있다.


하노이 쌀국수 퍼보, 그릇이 너무 적다^^


그러다가 투어를 물색해본다. 숙소에 있는 킴카페 호아루-땀꼭 일일투어가 15불, 하롱베이 1박2일 투어의 경우 스몰그룹만 취급하는데 대략 28달러에 싱글차지가 5불이란다. 신카페로 가보니 호아루-땀꼭이 13불, 하롱베이 1박2일의 경우 스몰그룹은 비슷하고 빅그룹은 20불에 싱글차지가 4불이다. 몇군데 더 가봐도 비슷비슷하다. 인터넷에서 본 것보다 3불에서 5불정도 비싼 가격인 것 같아 그냥 호아루-땀꼭만 13불에 신청하고 하롱베이는 투어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정보를 얻기로 하고 신청을 유보한다. (그러다가 결국 땀꼭 투어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의 도움으로 싱글차지 없이 빅그룹을 18불에 신청한다.) 


다음날은 뚜벅이 투어에 들어간다. 먼저 버스를 타고 호치민묘로 간다. 그리도 없던 한국인들이. 그것도 단체 관광객들이 득시글득시글한다. 덕분에 옆에 살짝 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호치민 시신은 방부처리를 위해 러시아에 가 있어서 지금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기간이란다. 북경에서는 월요일이라 모택동묘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뭐 이래저래 방부처리된 시신들과는 인연이 없나 보다. 호치민이 만년에 살았던 생가를 지나 호치민 박물관, 문묘까지 그냥 길을 따라 걷는다. 하노이 시내야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지만 관광지들 사이는 그저 쥬스 한잔씩 마시면서 걸어다닐만 한 거리다. 그리곤 전날의 뼈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하노이역에 가서 후에행 기차표를 직.접. 예매한다. 중국보다 사람도 적고, 영어도 통해 쉽게 예약이 된다. 그 뒤로 호아후 미군수용소, 역사박불관, 혁명박물관까지 다시 걷는다. 그러다보니 다시 호엔끼엠 호수가 보인다. 저녁엔 수상인형극도 함 봐주고..


호치민묘


호아루미군포로수용소


호엔끼엠호수, 어째 죄다 호자돌림일세^^


쎄옴과 실갱이없이 그저 걸어다니면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니 점점 익숙해지는 느낌이 든다. 호수에서, 길에서, 버스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들은 친철하다. 호수에서 누가 앉아도 되냐길래 또 뭐 팔러온 앤가 앉으라고 해놓고선 뜨악하게 있었더니 신문을 이리저리 들추며 축구 얘기를 시작한다. 안정환이며, 이천수며 이름밖에 모르는 축구선수들이 나열되다가 월드컵으로 얘기가 빠지더니 한국축구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알고보니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란다. 회화연습 상대치고는 좀 부실해서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이삼십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또다른 청년은 길을 물었더니 지도를 이리저리 뒤적여보다간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지 결국 목적지인 역사박물관 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선다. 그래..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자. 다 사람사는 곳이 아닌가.. 조금씩 긴장이 풀린다. 하노이에서의 또다른 하루가 저물고 베트남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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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투어의 허접함을 절감하다.

사파도 이제 더 이상 더 이상 소수민족의 순수함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볼 수 잇는 곳은 아니다. 사파의 골짜기에만 100여개의 숙소가 들어서 있고 하루에서 수십번씩 물건을 파는 고산족들과 부딪쳐야 하는 철저히 상업화된 관광지일 뿐이다. 물론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또 그들만의 세상이 있겠지만 그것도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순간 사파와 비슷한 처지가 될테니 여행이란게 결국 자연과 문화의 파괴에 일조하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함이 느껴진다.


원래는 토요시장이었다는데 이젠 상설시장이 되었다.

 

사정은 박하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차이가 있다면 그나마 시장이 여전히 부족 중심의 장터라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무수한 관광객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을 구경하러 몰려든다.




그래도 아직 시장은 이들의 생활터전이다. 이들은 베트남의 소수민족인 몽족 중에서도 플라워 몽족이란다. 


투어라는 게 으레 그렇듯 아침 일찍 나가서 한시간여를 기다리다가 버스에 실려 박하에 도착한다. 12시 반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잠깐 시장을 구경하다가 식당으로 와서 주는 밥을 먹는다. 오후에는 지들 말대로 라면 아름다운 몽족 빌리지 방문이다. 버스를 타고 오백미터나 갔을까.. 몽족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서 백미터쯤 들어가더니 어떤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더니 집안을 이리저리 구경시켜주고는 잠깐 설명 그라곤 그만이다. 뭐 나도 대단한 걸 원한 건 아니지만 참 그래도 이건 심하다 싶다. 하지만 어쩌랴.. 베트남은 거의 모든 관광이 투어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앞으로 이런 허접한 관광을 최소 대여섯번은 더 겪어야 할 것 같다.  또하나 이런 투어라도 좀 싸게 가보겠다고 아니다 바가지 좀 덜 써보겟다고 머리는 또 얼마나 굴려야 할 것인가. 어쩌랴.. 여기는 베트남인 것이다.


몽족의 집. 어디나 TV는 있다.

 

보이나, 호치민과 어깨를 겨루는 배용준 사진.. 같이 갔던 일본 관광객들이 욘사마의 허접한 옛날 모습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씩 확인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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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신고식을 치르다

밤 8시 국경도시 하커우로 가는 와석 버스를 탄다. 와석버스란 문자 그대로 누워서 가는 버스다. 침대 버스란 말은 좀 호사스럽고 그냥 누워가는 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략 3줄씩 6칸에 이층이니 모두 36와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우등고속이 한 23석 정도 되니 공간대비 효율성은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누워가는 게 앉아 가는 거보다야 편하지 않겠는가? 단 10시간 이상 갈 경우에 한해서다^^ 뭐 원래 장소가 어지간만 해도 잘 자는 편인데다 나름 차에서 자는 것도 익숙해져 여기서도 그냥 그러려니 이층에서 안 떨어지고 그냥 자면서 간다. 버스 이층에 누워있으면 밤하늘을 보고 가게 되는데 뭐 달밖에 안보이지만 그것도 나름 운치있다. 


하커우행 와석버스


중국돈을 베트남에서 환전할 200원만 남기고 거의 다 써버려 5원밖에 없는 상태에서 허커우에 내린다. 다행히 국경은 걸어서 100m도 안되는 거리에 있다. 혹시나 출국세라든가 뭐 통행세라든가 이런 게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뭐 달리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은 오원으로 국수라도 먹고 국경을 건너는 건데 베트남에 도착하니 배가 무.지. 고파진다.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 가운데로 홍강이 흐르고 중국 쪽에서 출국 절차를 밟고 나오면 다리를 건너서 다시 베트남 쪽에서 입국절차를 밟아야 한다.  


베트남에 오면서부터 긴장이 시작된다. 출국절차를 밟고 나오니 당연히 삐기님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그래도 중국에서는 쟤가 중국인인가 아닌가 탐색하는 눈빛들이 역력했는데 여기서는 확실히 외국인으로 보이나 보다. 그래도 삐끼님들이 아니시면 어디서 정보를 얻겠는가. 그 중 한 명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먼저 환전부터 하겠다고 하니 위안화가 환전되는 곳에 데려다 준다. 걱정을 하면서 따라갔는데 사설 환전소도 아니고 은행인데다 환율도 그리 나쁘지 않아 200원을 환전하고 그 삐끼님의 오토바이를 타고 라오까이 기차역으로 간다. 사파로 가는 미니버스를 바로 타고 갔으면 좋았을 것을 배낭 여행자답게 수수료 안 주고 기차표부터 예매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꾼 게 착각이었던 거다.    


기차역에서 월요일 하노이행 기차표를 달라고 했더니 당일 표밖에 안 파니 사파가서 사란다. 뭐 기차표 예매 안 되는 나라도 있으며, 것도 여행사엔 있는데 창구에선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긴 했지만 뭐 따질 수도 없고 알았다고 다시 나온다. 라오까이 기차역에서 사파가는 미니버스를 찾아보니 기차 도착 시간에만 맞춰서 나오는지 버스가 없다. 흑.. 그때까지 나를 따라다니던 오토바이 기사님 사파가는 버스 탈려면 터미널까지 또 오토바이 타야 한단다. 별 수 있나.. 다시 오토바이를 탄다. 오토바이를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가자고 했더니 이 아저씨 살살 꼬신다. 너 기차역 오느라고 돈 들었지.. 터미널 가느라고 돈 들지.. 사파 갈려면 또 돈들거지.. 거기다 좀만 보태서 그냥 오토바이타고 사파가자 뭐 그게 대략의 요지였다. 뭐 생각해보니 것도 틀린 말은 아니고 터미널에서 사람찰때 까지 기다리고 흥정하고 어쩌고 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오토바이를 타고 사파까지 간다.


사파 가는길. 가다가 쉬면서 삐끼님이랑 노가리도 까고.. 드디어 영어로 수다떠는 세월이 온 것이다 앗싸!! 


이 아저씨가 소개해 준 숙소도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것들 보다 훨씬 저렴해 그냥 묵기로 한다. 숙소는 정말 괜찮았다^^사실 여기까지야 뭐 문제겠는가. 그저 흥정에 지레 겁먹고 삐기님을 덥석 따라 미니버스의 두 배 정도의 돈을 지불했다고 한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일인 바에는 속이 그리 쓰릴 일은 아닌데.. 뭐 비극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담날 박하 선데이 마켓을 아무래도 혼자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하루 투어를 신청하러 간다. 프랜들리하다는 카페에서 박하투어를 신청하고 나서 온 김에 기차표까지 예매한다. 내가 기차표 가격을 알 턱이 있나. 그저 수수료 적당히 붙이겠거니 했는데 신청하고 나와서 보니 약 30m 거리에 사설인지 공설인지 알 수는 없으나 기차표 대행 출장소가 버젓이 있다. 거기도 수수료를 받는 곳임에도 거기보다도 대략 5불 정도를 더 받은 것이다. 헉 기차표 가격의 1/2을 수수료로 받다니.. 속이 쓰리다. 바로 취소하러 갔더니 취소 수수료가 정확하게 5불이란다. 몬살아.. 싸운다고 어찌될 일도 아니라 그냥 나오는데 그래도 미안하단다. 그래 말이라도 미안하다고 해 줘서 고맙다 생각하고 나오는데 아 여기가 베트남이구나 싶다.


그래도 숙소는 환상이었다. 사파가 내려다보이는 더블룸. 방값은 4불


박하투어 다음날 결국 여행 최대의 삽질을 깨닫게 되기 전까지는 계속 나의 부주의함과 베트남의 바가지의 이를 갈고 있었는데 뭐 삽질의 전모는 대략 이러하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오면 한시간이 빨라지는데 그거 맞추겠다고 시계를 이리저리 건드리다가 나도 모르게 날짜를 하루 미뤄놓은 모양이다. 내가 하노이로 가는 날은 17일인데 철썩같이 그날이 18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나는 결국 예약은 18일에 해놓고 정작 17일에 가서 기차표 주세요 한 거지 뭐.. 결국 실수를 깨닫고 17일 저녁표로 바꿀 때까지 이것들이 이걸 미끼로 또 얼마나 챙길려나.. 수수료 5불 주더라도 취소하고 바로 기차역으로 갈까.. 아님 그냥 하루 더 있을까 온갖 생각이 다 난다. 다행히 수수료 없이 그냥 바꿔진다.

 

그저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면 전화위복이 된 셈인데 - 기차역에서 끊을때도 18일표 달라고 했고 만약에 그 표가 있었다면 17일 기차역에 가서 그 사실을 알았을 테고 그럼 아무것도 없는 라오까이에서 그냥 하루를 속절없이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맘이 많이 풀리긴 했지만 정신이 번쩍 난다. 베트남!!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어리버리하다가는 바보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다. 다행히 막상 닥치니 생각했던 것 보다는 대처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 이제 절대 어리버리 당하진 않을 테다. 맘은 그리 먹지만 뭐 그게 쉽겠는가. 기차를 타자마자 어떤 아주머니가 커피를 먹겠냐 차를 먹겠냐 묻는다. 먼저 탄 일행도 다 마시고 있길래 서비스인줄 알고 차를 시킨다, 좀 있더니 종이컵에 립톤 홍차가 담겨져 나온다. 그리고 오분 뒤 아주머니가 다시 와서 돈을 받는다. 한잔에 20000만동.. 여행자 거리 카페에서의 씨푸드 볶음밥보다 비싼 가격이다. 뭐 또 당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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