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열고개 넘어 6시간 산행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의 서구 가좌동 뒷산이 한남정맥의 일부 구간이란 걸 안 뒤부터 '동네 산행'을 하고 있다. 주동은 애 아빠지만, 나는 적극 가담자고, 아이는 단순 가담 또는 볼모다. 오늘같은 경우 서울 전국노동자대회도 빼먹고 산바람난 가족들이 동네산행을 했다. 서구 2미터고지의 원적산 -> 부평구 효성산 -> 계양구의 계양산을 6시간 걸었다. 산행은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원적산을 가다보면 옛날 전설에 따르면 하늘에서 말이 내려와서 발자국을 남겨놓았다고 해서 천마봉이라는 데도 있다고 한다. 오가면서 천마봉이 있다는 표시와 전설을 담은 글 따위를 봤을 뿐이다. 원적산을 그래서 천마산이라고 부르다가 철마산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옛날 산길은 모두 이어져 있었을 터인데 지금은 도로때문에 중간 중간 끊긴 곳이 많다. 특히 효성산에서 계양산으로 연결되는 곳도 지금은 경인고속도로와 일반도로 때문에 두번이나 끊긴 곳이다. 이곳의 지형이 장맹이고개다. 표지에는 징맹이고개라 써있었다. 임꺽정이 조정을 주름잡던 때, 이곳까지 내려왔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인지는 내가 확인을 하지 않은 터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이곳을 지나가려면 수천명(이것은 뻥인 것 같지만)이 모여서 지났다고 고 한다. 고구려 왕자인 비류가 문학산 쪽으로 내려와서 인천이 주요도시가 되었고, 한남정맥이라는 줄기가 강화까지 쭈욱 연결되어 있는 곳. 이렇게 길을 걸으면 수십년, 수백년, 수천년 전에 살다간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산은 봄도 먼저 맞이 하는 듯 산수유는 물론 개나리, 진달래까지 봉우리를 피우고, 몇개는 꽃망울을 터뜨린 것도 있었다.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활엽수 나무들의 수형이 아름답게 군데 군데 소나무, 잣나무 들과 어울어져있었다. 지난 주 포천 쪽에 있는 토끼봉에 갔다가 옆 머리있는 곳을 4바늘이나 꿰맨 아이가 원적산에서 넘어져 손바닥이 약간 까진 것 말고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길을 걷다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다. 지난 주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하고, 새롭게 삶을 가다듬게 되어 참 좋다. 재작년 가을, 낡은 등산화 얻어 신고 오대산 10시간 산행을 한 뒤 발이 온통 까져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가물거리는 데 횟수로 3년째, 산바람난 가족이 되어 버렸다. 매일같이 밤 12시를 넘겨 퇴근하고, 뻑 하면 집에 안들어오고, 또 훌쩍 아침일찍 나가버리는 나쁜(?) 엄마를 만회하기 위해, 주말은 가족과 함께 하라는 엄명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산에 갔다왔다. 전국노동자대회에서 7001명이 되지못한 것과 GM대우차창원비정규직 동지들의 고공농성이 눈에 밟혔지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