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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어려움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면 혼자 한시간 넘게 집에 있을 아들내미에게 일기 좀 쓰라 해놓고 나왔다. 전화가 왔다. "일기 안 쓰겠다"고. 나도 응수를 했다. "칭찬용돈 오백원 주기로 했던 것은 이제부터 없다"고. 다시 전화가 왔다. "일기 쓰고 있으니 용돈을 빨리 달라"고.

글을 쓴다는 것은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힘들다. 자기 생각을 글로 쉽게 잘 쓰는 사람은 얼마나 유리한 것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 같다. 나도 매일 글쓰기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쓸까? 하는 일 때문에 내 고민의 절반은 거기에 쏠리고 있다해도 거짓이 아니다.  

헌데 진짜 나도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그것을 나는 인정을 하기 때문에 쓰고 또 쓰고 배껴서라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간혹있다. 자신의 못난 능력 앞에 뭔가 숨을 곳을 찾으려고만 하는 사람들.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들. 참으로 많다. 나도 통달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내글에 빨간 줄이 그어지더라도 더 좋은 글이 된다면....이라고 해탈의 경지에 오른 듯 싶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니까 좀더 노력하려는 동기가 생기기보다는 손을 놓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누군가가 손을 봐 주겠지라던가 한번 잘 못쓴다고 누가 뭐라 그러겠어라는 식이다. 의존과 똥배짱이 요동치며 나를 흔들고 좀더 편한 생활을 추구한다. 내일 하지 뭐!

이는 나태의 늪에 나를 빠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는 생각한다. 왜 글을 쓰는 가? 이 글을 통해 조합원에게 무엇을 전달하려는 가. 아니면 나의 이름 석자를 날리고 싶어선가. 이저 저도 아닌 내 삶의 의미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렇게 되면 또다른 영역에서 나는 헤매기 시작한다.  

그 쯤되면 이번에는 글이 갖는 매력을 생각한다. 이 글 하나가 조합원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면....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읽는 기사인데....영향력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 차츰 자조하는 분위기로 바뀐다.

내가 '글쓰기'에 관련한 일을 하게 된지 6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이럴진대 겨우 6개월 지난 신참은 어떨까? 그 시커먼 속은 안봐도 비디오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서 어떻게 할 건대?에 답하는 것이다. 정면 승부할 것인가? 피해 갈 것인가? 둘 중의 하나이지 않은가. 나와 타협하기 보다는 부단히 나를 단련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지난 주말에 경기도 연천군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간판의 글귀가 생각난다.

"당신이 최고의 브랜드입니다"

이 세계에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쓰고 또 써야 하지 않을까. 내가 가진 거라곤 내 몸뚱이 하나이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내미에게 남겨줄 것도 오늘 나의 흔적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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