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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 있는 친구

자본가와 노동자는 적대적이다. 자본주의에서 이윤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따져보면 이 단순한 관계설정이 절대 틀린 얘기가 아닐 뿐더러 사람관계 속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을 한쾌에 설명해주는 명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동기를 만났다. 군대간 후로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 한 20년만이다. 어찌 어찌 연락이 됐고, 진짜 반가웠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고, 옛날 옛적에 함께 세미나도 하고, 풍물 치면서 시대의 아픔(?)에 동참했던... 기억으로부터 얼마나 변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했고, 반면 그들의 눈에 비친 현재 나의 모습은 어떠할까도 궁금했다.

 

한참 얘길 들어보니 멀리 경상도 지방에서 사업을 해서 지금은 제법 천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사장님이 되었고, 앞으로 꿈은 사업을 더욱 번창케 해서 부인과 아이들을 최고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얘기였다. 이런 저런 얘길 한참 들어도 듣고 들을 수록 내 표정은 점점 굳어 갔다. '참, 다른 세상에 살고 있구나' 싶었다.

 

그 친구가 아무리 재미나게 얘기해도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나의 가치관과 너무나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원리를 이용할 줄 알고 즐기고 있었다. '아 그렇게 돈을 버는 구나' 혹하는 얘기도 많이 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내마음을 답답해져만 갔다. 소중한 뭔가가 비어있다는 느낌이었다.

 

결혼해서 애 낳고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 정말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것일까?

집사고 차사고 애들 빵빵하게 가르치고.... 그런 삶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사는 내가 볼 때...그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다. 결국 너와 나는 너무 먼 세계에 사는 것같다고 말문을 열었고, 오늘 내가 만난 옛친구의 모습 속에서 느낀 점을 얘기했다.

 

친구니까... 느낀 그대로를 얘기할 수 있었다. 오늘 본 모습 속에서 몇가지를 지적했다. 그는 함께 아파했던 그 시절의 기억 때문에 그 쪽 동네에서 자신이 고용하는 직원들에게는 최고의 대우, 최고의 일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소위 악질 자본가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행동거지에서 느꼈던 점을 얘기했다. 사업가 수업받으면서 몸에 뱄다고 한다. 그러면서 얘기했다. "나는 10가지 중 5가지를 버렸다"고. 그 중 습관을 고쳤다는 얘기다. 게을렀던 습관을 뜯어 고쳤고, 별로 말을 하지 않았던 모습에서  누구나 만나면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탁월한 기술을 연마했고, .... 그렇게 노력을 해서 얻은 성공이며 자본가의 모습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하는 말. 웃는 표정이 옛날같지 않다는 것과 함께 자기 관리 좀 하란다. 아차, 정곡을 찌르는 얘기다. 나의 게으름과 일하는 게 재미없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같았다.

 

그러나 삶의 가치가 너무나 다른 친구끼리 할 수 있는 얘기는 많지 않았다. 다만 들었을 뿐이다. 토론을 할라치면 꽤 길어지고 하니....

재미난 얘기만 하고 싶어했지만 친구들 입에선 삶의 애환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자본가로서 자기를 채짹질하면서 살고 있는데....승부를 걸고 세상을 갖기 위해 저렇게 노력하고 있는데....노동자인 나는 그래도 세상의 주인은 노동자다. 이 더러운 자본가 세상은 바꿔야 한다고 말로만 떠들고 있는 것 같았다.

 

크고 화려한 온갖 얘기 속에 작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꺼낼 틈을 갖지 못했다. 다만 그렇게 사는 삶이 행복하냐고 여러차례 묻기만 했다. 

라다크 사람들처럼 인간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까하는 나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겠다고 말하는 노동자와 이를 잘 활용해서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자본가 사이에 진정한 우정은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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