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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벙어리새"라는 책으로...
현대사에 대한 '망각'을 일깨우고자 한, 아니 스스로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같이 했던 넋들을 잊을 수 없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어느 평범한 소녀 의대생...!!! 이 책과 다섯해 앞서 나왔던 시집을 읽어보며... 우리네 일그러진 모습에, 류춘도 할머니처럼, '긴 한숨과 여러 느낌이 섞인 눈물'을 감출 수 없었기에... 한국현대사에 대한 "생각들"을 꺼내어 놓으려 하며, 그 첫걸음으로 그 분의 시 한편을 적어 봅니다!!!
창백한 달빛 아래 하얀 신작로가
북으로 북으로 뻗쳐 있었습니다.
길 양쪽에는 포플러 나무가 시커멓게
열지어 있었구요.
하얀 신작로 위를 어린 소녀병이 이끄는
소달구지 세 대가
자갈을 튀기며 쫓기듯 북으로 북으로 달리고 있었어요.
창백한 달이 이 어린 소녀병을 지켜주듯
구름을 헤치며 따라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남쪽 하늘에서
'붕' 하는 소리가 나고
비행기 두 대가 날아오고 있었어요.
창백한 달은 소달구지를 감추려고
얼른 구름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비행기는 벌써 소달구지를 덮치고 말았지요
두 번 세 번 네 번 먹이를 쫓는 매처럼 덤볐어요
피핏 탕 탕.
달은 '안타깝다, 안타깝다' 하며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소달구지가 뒹굴고 바퀴소리만
철그럭 철그럭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어요
부상병들은 하얀 신작로를 피로 물들이며 모두 죽어갔어요.
창백한 달은 쯔! 쯔! 혀를 차며
'안됐다, 안됐다' 했어요.
잠시 후 소녀병은 눈물을 훔치며
혼자서 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어요.
두 번 세 번 뒤돌아보면서요.
소녀병은 창백한 달을 쳐다보고 말했어요.
"왜 저 비행기는 우리를 쏘지?
우리땅인데!"
창백한 달은
"나도 몰라"라고 말했어요.
* 나는 군의관으로 최전방 야전병원에 근무중이었다. 어느 날 밤 소달구지에 실은 중환자 00명을 거창 후방병원으로 후송하라는 명령을 받고 북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린 연락병 한 명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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