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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 등록일
    2006/05/08 02:17
  • 수정일
    2006/05/08 02:17


 

학교에서 새우잠을 자다 새벽에 침탈하러 들어온다는 소리를 듣고

운동장에 나갔다. 어느덧 동쪽에 해가 뜨고 있다.

 

 


 

대추초등학교 맞은편 미군기지쪽에서 대규모 경찰떼들이 철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시위대가 달려가 막았다. 한참동안 실갱이는 계속되었고, 차와 철조망 사이의 좁은 틈으로 경찰들이 방패를 휘들렀다. 경찰들의 폭력을 말리려하던 아침은 얼굴에 방패를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빠지는 중상을 입었다. 응급조치를 위해 마을회관으로 옮겼다.

그 길 따라 흘린 핏자국이 선연했다.

 

논으로부터 새카맣게 전경들이 밀려든다.

갑자기 돌이 날아든다. 뒤를 보며 뛰어가라는 고함, 비명 소리.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멍이 돌에 맞았다. 피가 난다.

다행히 중상은 아니다.

 


 

경찰들에 의해 포위되었다.

 


 

그 날 함께 했던 친구들.

 

 

 

한편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논 쪽에서 들어온 경찰들에 의해 쫓기는 시위대.

나중에 경찰들에게 연행되어 나오는 사람들의 머리, 얼굴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결국 경찰은 대추초교를 접수해버리고,

교문 앞에서 연좌하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뜯어내가며 연행해가기 시작하는데...

 


 


 

 



 


 

 


 

이후 카메라 밧데리가 다 되는 바람에

마지막 대추초등학교에서의 참담하고 비통했던 연행과정을

담지 못했다.

 

정말 긴 하루였다.

500명 이상이 연행되고

100명 이상이 다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기도 한...

 

 

 

일주일 전 대추리에서 나는

모자에 꽃을 꽃고 트랙터에 종자와 비료를 담는 일을 했다.

일이 끝나고 나서 친구 둘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뭇 진지하게

'노을'을 불렀다.

황새울 들녘을 바라보며 초등학교 교사가 지었다는 그 동요.

어릴적 친구들과 곧잘 부르고 했던....

 

서정적인 것에는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어버린, '까칠해져버린" 나는,

그들 옆에 서서 노을과 아름다운 그네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들은 지금 대추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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