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막막한 관계들

  • 등록일
    2008/06/25 10:49
  • 수정일
    2008/06/25 10:49

어떤 사람들을 떠올리면 참 막막해지는 때가 있다.

아빠, 오빠, 그리고 언니... 한때 한 솥밥을 먹으며 정겨웠던 가족들과 막막해지고 난 후,

내게 아프고 슬픈 존재들이 되어 버렸다.

그들도 고민이 많았을 거다. 나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철회해야하나 마나하는 생각의 돌맹이를

일상의 쉼없이 재잘대는 개울에 던져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부질없는 질문이었다는 것을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떠올리는 있을까 몰라.

 

회사에서도 참 막막한 사람들이 있다.

한살 많다고 나한테 반말하며 친한척 하면서 좀 예의없이 굴다가 내가 한번 호되게 할퀴고 나니까

빈정 상해서 말도 않붙히는 남자 과장 하나.

오만한 자존심, 자기가 옳다고 추어도 의심없이 믿는 그 얄미운 강인함.

자기보다 지위가 높거나 대가 센 사람들에겐 순종과 봉사의 미덕을,

지위가 낮은 이들에겐 세상엔 자기만 있는듯 떠들어대는 안아무인,

그런 사람이 만만하게 봤던 동료에게 할큄을 당하고 말았으니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그리고 나를 막막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팀의 팀원들, 내가 이들의 상사라는 사실이 나를 종종 당황스럽게 한다.

그리고 어느덧 이들을, 우리 팀장이 나를 바라보던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때

살짝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

그 어지러움이 가시게 되는 날 난 회사가 바라는 진정한 '상사'로 거듭날테지만,

날개꺽인 내 신념과 양심은 무의식의 표면에 상처입은채 잠자면서

가끔 신경증적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

 

모든 행동, 표정, 관계, 신경질, 감정이

가족, 조직, 기존 질서에 포섭되어 있고 적응되어 있으나,

또 완전히 적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식이 되는 것 같다.

나에겐 막막한 관계들이 딱 그렇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