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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에서 산 무와 엄마가 갖다준 배로 나박김치를 만들어 탁자 밑에 두었다.
오늘 저녁에 가서 익었는지 맛을 보고 냉장고에 넣어둬야지. 보기만 해도 뿌듯.
오랜만에 냉장고 청소를 했다.
하나둘 씩 통들을 끄집어내니, 오래전에 엄마가 담가준 갓김치며 총각김치 등이 나온다.
고추 짱아찌는 세 통이나 된다. 도대체 뭐가 제일 오래된 건지.
짱아찌와 장점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맛이 더 좋다는 거다.
잘 닦아서 냉장고 제일 안 쪽에 밀어넣어두었다. 부침개 부쳐먹을때 간장 양념대신으로 써야겠다.
총각김치와 배추김추는 아주 푹 절어서 색깔이 누런빛을 뗬다.
얘들은 보쌈 돼지 고기를 넣어서 김치찜을 해먹어야 할 듯.
아니면 잘 씻어서 된장 반스푼 정도 넣고 푸욱 끓이면 심심하니 맛있을 듯 하다.
냉동실이야 말로 고대 태고적 물괴기며 떡, 가루들이 그득하다.
냉동실을 열었다 닫았다 고민하다가, 이왕 시작한거 끝장을 보자, 하는 마음으로
애들을 꺼내기 시작.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히말라야의 설산처럼
이놈들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였으리라
한 2년전쯤인가 언니가 엄마편으로 보내준 옥돔 (흐미 이 귀한 것을~) 한마리가
건조하고 냉한 기운에 꾸덕꾸덕 포가 되어있다.
버릴까 말까 붑에게 물어보니, 그걸로 방글라데시 음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그냥 놔두었다.
이름모를 쑥떡득과 시루떡아 니들은 언제 기어들어왔었느냐.
비닐봉지에 담긴 가루들은 또 뭐냐.
하나 하나 열어보니, 콩가루, 들깨가루, 다시마 가루 이런 애들인 거 같다.
콩가루는 떡에 뭍혀먹으라고 예전에 엄마가 주었었지.
들깨 가루는 미역국에 넣어 먹으면 담백하고 구수하다.
똥 딴 마른 멸치가 세 봉지.
작년에 먹고 남은 떡국떡 반봉지.
작년인가 근처 슈퍼 좌판에서 사온 감자떡
꽁꽁 얼은 삼겹살 한 두 점 정도
통닭 한마리. 필시 붑이 사다 놓은 것. 산 날짜를 보니 제법 쓸만하군.
그리하여
냉장고의 약 반은 아깝게도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갔지만,
속은 시원하도다~
그래서 지은 시 한수,
냉장고 너는야
쳐박아둔 기억들의 저장고,
꽁꽁 언 오랜 기억을 해동하며,
오늘 난 비로소
생각이란 걸 하네.
ㅋ
댓글 목록
부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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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꿀꺽....부가 정보
di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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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aha! Great poem!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