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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와 신정론의 문제_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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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론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 D. Griffin의 과정신정론과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을 중심으로

 

김기명(김강기명) 

 

 

이 연구의 목표는 기독교 신학의 난제인 신정론을 각 신학의 유형별로 고찰하여 그것이 갖는 형이상학적 난점과 정치신학적 난점을 드러내고, 이 둘 모두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 17세기의 사상가 스피노자가 보여준 ‘존재의 일의성’의 철학과, ‘이데올로기론’으로서의 신학을 제시하려 한다. 그리고 그 징검다리로써 ‘관계론적 신학’이라는 점에서 스피노자와 넓게 공명하는 Griffin의 ‘과정신학’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여 볼 것이다. 

 

스피노자는 신과 세계를 일의성의 지평에서 사유함으로써 신이 세계를 벗어난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실체가 되는 것을 막았다. 스피노자는 신이 세계의 수많은 양태들(개체들)로 무한히 많은 방식을 따라 표현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관계는 ‘능동적인 신’과 ‘수동적인 양태’의 관계가 아니라 반대로 무수한 개체들의 연관과 변용이 곧 신이기도 한 관계이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스피노자는 개별 개체의 수준에서는 모순관계처럼 보이는 ‘필연성’과 ‘자유’를 신(즉 자연)에게서 일치된 것으로 고찰하게 된다. 신은 자유롭게 행하며 동시에 필연적으로 실존한다. 이러한 사유방식에서 ‘선’과 ‘악’은 형이상학적이고 존재론적 차원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세계는 필연적이다. 이것은 누군가가 결정했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양태들의 무수한 인과관계를 통해 세계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 아래에서 스피노자는 우리가 단지 개별 개체들의 차원에서만 ‘선’과 ‘악’이라는 이름으로 실존의 방식을 사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악은 개체가 ‘더 작은 완전성’으로, 즉 수동적으로 되는 것이며,  선은 개체가 ‘더 큰 완전성’으로, 즉 능동적으로 되는 것이다. 즉 선과 악은 철저히 상대적인 문제가 된다. 혹은 선과 악은 ‘좋음’과 ‘나쁨’의 문제로 대체된다. 이러한 사유는 인간을 역동적인 실천으로 이끈다. 모든 존재는 관-개체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각 개체는 자신을 확장하기 위해 공통-되기를 실천하는 것이 과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선과 악을 위에서부터 결정하는 주권적 존재를 필연적으로 상정(전통적 신학)하거나, 선악의 문제를 여전히 형이상학적이고 객관적인 미적 가치로 바라보는 시각(과정신정론)을 넘어섬으로써 ‘위로부터의 정치신학’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정치신학’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전통적 신학이 군주제적 정치신학을 긍정한다면 과정신학은 법치주의적 정치신학을 긍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유를 어떤 의미에서 ‘신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여기에는 인격적 신의 개념이라곤 한 터럭도 찾아볼 수 없지 않은가? 스피노자는 인격적 신의 개념을 형이상학으로 증명하려는 여하간의 시도를 격파한다. 그러나 그는 그 개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을 본격적으로 다룬 저작이 바로 『신학정치론』이다. 스피노자는 여기서 인격신의 개념이 어떻게 정치적 억압의 이데올로기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는 대중들이 이데올로기 없이 즉각적으로 형이상학적 인식에 의해 살아갈 수 없다는 것 또한 간파한다. 알튀세가 말하듯, “직접적인 것은 불투명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신학’의 선용, 즉 인격적 신 개념의 이데올로기적 전화를 추구한다. 성서의 기록은 바로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선용을 잘 보여준다. 성서에서 시대마다, 상황마다 신이 원하는 바를 다르게 그리고 있다. 이것은 그 시대마다 예언자들의 과제가 달랐기 때문이다. 신의 뜻은 사실은 예언자들의 뜻, 혹은 시대 과제였던 것이다. 스피노자는 대중들이 능동적인 정치적 주체로 나아가기 위해, 즉 공통-되기를 위해 신학적 상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스피노자의 이러한 신학은 현대 이데올로기론과의 공명을 통해 우리가 신학을 형이상학적, 과학적으로 증명하거나 사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종교적 상상을 유지하며,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드러내주며, 어느 하나의 종교적 사유가 특권적 지배를 가질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효력있는 사유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목차

1. 문제제기 : 전통적인 신학이 갖는 신정론의 딜레마

1) 예정론의 형이상학적 난점

2) 자유의지론의 형이상학적 난점

3) 전통적인 신학의 정치신학적 난점

 

2. D. Griffin의 과정신정론과 전통신학의 딜레마의 해결

1) 신과 세계의 관계

2) 선과 악을 새롭게 정의하기 : 미학적 관점

3) 과정신정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3. 스피노자의 철학적 신학과 신정론 문제의 해결

1) 신과 세계의 일의성

2) 선과 악을 새롭게 정의하기 : 선/악에서 좋음/나쁨으로

3) 신학의 역할 : 대중의 종교적 상상 혹은 이데올로기의 선용으로서 신학

 

4.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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