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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상상력 끝에서 만나는 서구적 환원, 파피용

베라나르 베르베르. 이름만으로도 흥행과 재미를 보장케 한다. 서점에 잔뜩 진열된, 그것도 가장 좋은 자리에 진열된 책에 고급독자가 아닌 나는 절로 손이 간다. 발상의 전환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떠오르던 '개미'에 대한 기억을 갖고.

 

지구엔 더 이상이 희망이 없다. 우리에게 희망은 탈출이다. 지구를 떠나거라. 14만 4천 명의 건전한 시민을 싣고 우주 범섬 '파피용'호는 수많은 지구인의 시샘을 받으며 또는 적의감을 뒤로 하고 지구를 떠나 1,000년으로 예상하는 우주 여행을 떠난다. 초심으로 똘똘 뭉친 첫 '나비인'들은 그럭저럭 '예전 지구'와는 다른 삶을 꾸린다. 反자본주의적이면서 공동체적인,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한 그러면서도 통제 없는 자유로움으로의 무정부주의를 그럭저럭. 하지만 2세대 3세대로 이어지면서 파피용 호는 또다른 지구일 뿐이었다. 독재와 자본적 욕망, 자유보다는 통제, 권위주의, 종교적 맹신 등등. 그렇게 폐허가 되면서 파피용 호는 1,000년이 넘도록 우주를 항해하여 또 하나의 지구에 도착한다. 단 두 명이. 그곳엔  공룡이 살고 있었다. 공룡이 원인 모를 병에 죽는다. 나비인 두 명이 공룡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었다. 둘 중 한 사람인 여자가 죽는다. 냉동된 수정체로부터 여자를 만들어낸다. 남자는 자신의 갈비뼈에서 골수를 뽑아 수정체의 세포분열을 촉진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확신히 과학적 지식이 많다. 파피용 호가 우주를 항해하는 추진력은 빛이다. 빛은 입자로 되어 있으니 빛을 받는 거대한 돛을 만들면 돛단배마냥 우주를 계속 항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전혀 사실 무근은 아니란다. 그리고 뒤쪽에 나오는 공룡이 지구에서 없어지게 되는 것을 외계 생명의 유입에 따른 변화하였다는 것은 성서적 상상력의 발랄함이라 여겨졌다. 종교에 대한 부정적 언급도 수시로 나오고 있었는데, 마지막 장면이 성서의 창세기로 연결시키는 것을 읽으면서 이 작가 역시 서구중심적 사고자일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중간에 언급하고 있는 종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이슬람에 대한 부정이지 기독교에 대한 부정은 아니었던 듯 싶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다 읽고는 개운치 않으면서도 읽으면서 재밌었다. 베르베르는 역시 재밌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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