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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이제 그만’ 적폐세력 반격 시작되나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7.12.10 09:31:00

 

11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시민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11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시민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국정원 적폐청산TF 활동 다음 주 종료… 국정원 댓글 부대 이후엔?

 

 

적폐청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핵심기조다. 정권 출범 2개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완성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언급된 100대 국정과제 중 1번 과제가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었다. 과제의 내용을 보면 국정농단 조사와 관련해서 부처별 TFT를 구성하여 국정농단 실태를 분석하고, 기소된 사건의 공소 유지 철저,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한다고 되어 있다. 

“요새 적폐청산을 이야기하지만 이 적폐청산은 결국 정치보복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 몇 가지 논거를 말씀드리겠다.” 11월 30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 정우택 원내대표가 패널의 번호를 하나씩 떼면서 설명했다. 정 대표가 제시한 논거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유한국당 조사에 따르면 각 부처별 적폐청산TF는 39개에 달하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 두 번째로, 현재 중앙지검 검사 인력의 약 41%가 이 업무에 전례 없이 투입되고 있다. 셋째, 변창훈 검사의 자살사건에서 드러나듯 마녀사냥식, 망신주기식 여론몰이 검찰 수사다. 넷째로 전 두 보수정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한해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편파수사로 비난 받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TF 위원들 선정을 보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나 블랙리스트 피해자 등 편파인사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청산작업은 공정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말 적폐청산을 한다면 시스템 개혁이나 제도개선을 통해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고 표적 또는 보복수사를 통해 사람을 구속시키는 것을 이 정권은 적폐청산이라고 하고 있다.” 각 부처별로 만들어진 적폐청산TF는 사실상 정치보복용 TF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적폐청산TF가 39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원내대표는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기관 19곳 적폐TF 운영… ‘사실상 수사’ 월권 논란도” 정 원내대표의 주장 한 달 전인 10월 30일, ‘적폐청산에 갇힌 대한민국’이라는 부제가 달린 동아일보 기획보도 제목이다.

동아일보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각 부처에 내려보낸 비공개 문건을 인용하고 있다. 7월 20일자로 작성된 이 문건은 “각 정부 부처 장관과 위원장들은 적폐청산을 위한 부처별 TFT 구성 현황 및 향후 운용계획을 4일 뒤인 7월 24일까지 회신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부처가 어떻게 회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해당 문건에 언급된 정부 부처들을 세보면 모두 19개다. 당시 보도에서 동아일보가 28개 정부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적폐TF가 운영 중인 정부기관은 모두 19곳으로 집계되었다. 정 원내대표의 주장은 이 보도가 제시한 프레임을 따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39개 TF 주장이 맞다면 한 달 사이에 20개가 새로 생긴 셈이다. 

<주간경향>은 ‘대외비’ 표시가 되어 있는 자유한국당이 작성한 “문재인 정부 ‘정치보복TF’ 구성 현황” 문건을 입수했다. 11월 24일자로 되어 있는 이 조사문서는 각 상임위별로 해당 부처에서 운영하는 TF들을 조사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집계에 따르면 총 29개 부처에서 39개 TF가 운영 중이며, TF 참여인원은 589명(검사 100명 포함)이다. 정 대표가 “39개 TF팀이 만들어졌다”고 밝힌 근거로 보인다. 

문건을 보면 상임위별로 취합된 TF 리스트는 비교적 꼼꼼하다. 그런데 여기에 망라된 TF들을 모두 ‘적폐청산TF=정치보복TF’로 보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예를 들어 산자부의 조직문화개선 TF나 보건복지부의 ‘불합리한 제도 및 조직문화 혁신 TFT’,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환경부의 ‘환경부 제도개선 TFT’,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 등은 태스크포스팀, 그러니까 임시조직이라는 형식만 같을 뿐, 전 정권의 적폐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역대 정권 출범 후 흔히 만들어지는 혁신위원회, 개혁위원회 등과 같은 민·관 자문기구의 성격을 띤 TF를 적폐청산TF로 규정하는 견강부회의 사례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 관세청의 관세행정혁신 TF, 조달청의 조달정책 TFT,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정개혁위원회와 같은 곳이 그렇다. 명시적으로 적폐청산을 조직 이름으로 내건 TF는 전체 TF 중 ‘군 적폐청산위원회’ 딱 한 곳이었다.

부처별 TF의 설립시기를 뜯어보면 “청와대 민정 지시→현황파악 후 없으면 적폐청산TF 신설→좌파 시민단체, 전 정권 피해자로 위원을 채워 적폐청산을 빌미로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은 맞지 않는다. 앞서 동아일보가 공개한 청와대 현황 파악 문건의 작성일은 7월 20일로, 국정기획위 100대 과제 발표 바로 다음날이다. 그런데 경찰개혁위(6.16), 공정위 신뢰제고 TF(7.6), 외교부 혁신 TF(7.11) 등은 국정개혁 100대 과제 발표 전에 만들어져 활동을 시작한 조직이다. 현재 ‘적폐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국정원 개혁위의 발족일도 6월 19일이다. 
 

10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 1년을 기념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참가자가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이라고 적힌 컵을 받친 촛불을 들고 있다. / 이준헌 기자

10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 1년을 기념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참가자가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이라고 적힌 컵을 받친 촛불을 들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주간경향>은 자유한국당의 대외비 문서의 내용을 근거로 TF팀에 언급된 외부 민간위원들을 접촉했다. 편향인사들을 위원으로 참여시킨 ‘정치보복TF’라는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잘못한 것을 사건처리해 누구를 구속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첫 회의 때 논의를 했기 때문에 이름도 적폐청산위원회가 아니라 개선위원회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나왔었다.” 군 적폐청산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문재웅 제이컴 대표의 말이다.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조직 구성방식도 국정원 등과 비슷하다. 각계각층의 외부 인원과 내부 인원이 거의 동수로 참여해 사이버 댓글, 기무사 민간인 사찰, 국방 의문사 사건, 여군 인권문제 등을 두고 논의를 하고 있다. 

앞의 자유한국당 문건을 보면 9월 25일 만들어져 내년 2월까지 활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경우 총 15인의 민간위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조사의견’이 붙어 있다. “-. 조사위원 대부분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선언을 하거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발전을 폄훼하고 북한을 미화하는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옹호했던 전력이 있는 사람 포함. -.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을 미화한 이적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이 진상조사위원회 간사를 맡아 주도.”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는 보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국정화 교과서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석규 전 목포대 총장의 말이다. 과거 여론조사 때 역사교사, 학자들 중 97%가 반대입장을 보였던 ‘국정화 교과서’의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가 그렇다면 국정화 찬성이나 중립적인 사람이 조사를 해야 하느냐는 반론이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은 역사 국정교과서 반대서명은 했지만 거리에 나서진 않았고, 또 대학총장으로 사용자 입장에서 전교조나 교수협회의 반대쪽 입장에도 서봤으니 굳이 따진다면 나름대로 중립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피해자가 조사위원이 되어 편향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관 훈령으로 개설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자유한국당이 주장한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국정감사에서 장관이 답변했듯 ‘적폐청산과 문화 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라는 민간단체가 만들어졌고, 이 분들이 민간위원을 추천한 만큼 편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문화체육부 훈령으로 만들어진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법률을 제정하면 여야 합의가 필요하고,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는 경우도 3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훈령을 만들더라도 법률 내용 검토 후가 절차라서 법제처의 검토를 거친 후 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 국세행정개혁TF 단장을 맡고 있는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유한국당 정치보복TF 문서에 ‘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이라는 경력에 밑줄을 쳐 강조돼 있다. 그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공정과세와 조세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단체의 성격이 내 생각과 맞아 단체활동에 참여했었다”며 “센터 소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2년 전인 2015년 봄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경우 세무조사개선분과와 조세정의실현분과의 두 TF가 있다. 강 교수는 세무조사개선분과의 분과장과 전체를 총괄하는 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국세청 본연의 업무, 투명하고 공정한 세정, 열린 국세청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납세자 친화적으로 세무조사를 개선할 것인가가 세무조사개선분과에서 논의하는 일”이라며 “개선을 위해서라도 과거 어떤 측면에서 세무조사가 문제가 있었는지 이명박·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DJ·노무현 정부 때까지 포함해 20년을 돌아봐 중대한 위반사항을 담은 사례 유형을 중간보고서의 형태로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진행하는 사안에 대해 정치보복을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한 평가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2월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2월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 이준헌 기자 

“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무리한 주장으로 보인다. 상설 독립기구인 인권위원회나 중앙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세월호조사위원회와 같은 특별기구들은 관련법이 있는 것이 맞고, 실제로 설치 등에 관한 법령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TF는 자문위원회다. 결정과 관련해 수행하는 업무도 ‘권고’다. 다시 말해 어떤 사항에 대해 조사해 나온 결과를 소속 부처의 장들에게 ‘권고’할 수는 있지만 소속기관장들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위원회 중 결과에 대해 입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경우나 강제적으로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위원회는 별도의 입법적 권한이 필요한 것이 맞다. 하지만 자율적으로 민·관 합동으로 하거나 기관이 내부조사에 민간인을 참여시킨다는 것이 굳이 일반 국민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훈령 등을 넘어선 별도 입법이 필요하지는 않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의 말이다. 그 역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흘린다든가, 근거가 충분치 않은 혐의를 공표하는 것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고, 어느 정부든 해서는 안되는 일은 맞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객관적 사실이 확인되었고, 대부분 팩트 중심으로 기존에 알려진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망신주기식 여론몰이 편파수사’라는 주장에 대해 박 처장이 덧붙인 말이다.

적폐청산 기조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12월 5일 문무일 총장의 “올해 말까지 주요 수사 마무리”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지만 일단은 “결실을 맺을 때까지 중단해선 안된다”고 일단락됐다. (박스 참조) 하지만 현실적인 타임 테이블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개헌 국민투표를 내년 지자체선거(6월 13일)에 같이 실시하겠다는 것을 공약했다. 어떤 형태의 권력구조이든 개헌은 간단치 않다. 최소 수개월은 논의가 필요하다. 당장 1월 1일 발표될 신년사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개헌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이 언급되어야 한다. “아무리 늦어도 4월, 적어도 2월 임시국회 이전에 관련 작업은 마무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국정원 개혁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장유식 변호사의 말이다. 실제 대부분의 개혁TF는 올해 말,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종료하는 것을 목표로 개설된 한시적 기구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다. 12월 말을 상정하는 경우 남은 시간은 사실상 2~3주다. 보통 주 1회 내지는 2회 회의를 한다고 하면 많아도 3~4번 회의 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각 부서별 TF들의 활동계획을 보면 1년 단위로 계획되어 있는 4~5개 ‘개혁위원회’를 제외하고 내년 2월 활동을 종료하도록 되어 있는 데 비해 대부분 개설시기는 8월 하순 이후로, 실제 진상조사 토론 후 권고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개설 후 현재까지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TF조차 있다. 

비교적 정권 초반기부터 일찍 시작한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경우, 12월 20일을 전후로 활동기한이 종료된다. 장 변호사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12월 18일이 마지막 회의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외부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개혁위원회와 달리 국정원이 설정한 15개 적폐 리스트를 조사한 ‘국정원 적폐청산TF’는 12월 둘째 주 해산할 예정이다. 앞서 “국정원에서 더 이상 수사의뢰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검찰총장이 “주요 사건의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이유 중 하나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전 정권 적폐’와 관련한 대부분의 소식은 국정원 발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국정원 개혁위의 ‘권고’에 따라 국정원장과 국정원 적폐청산TF가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뉴스였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경찰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8월 25일이다. 15개 과제를 국정원이 선정한 것처럼 경찰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경찰이 개입된 백남기 농민, 밀양 송전탑, 제주강정마을, 평택 쌍용차, 용산 화재참사 등 5개 사건을 우선조사대상 사건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국정원 댓글사건 등에 비해, 이쪽에서 진상규명 소식은 언론에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국감 등에서 야당이 줄기차게 불법기구라고 주장하며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예산이었다. 불법기구이기 때문에 한푼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밀고 당기기 끝에 최종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 훈령을 법제처의 자문을 받아 고치기로 하면서 어렵게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유남영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원래 7억900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던 예산은 최종적으로 4억2000만원으로 결정됐다. 우선조사대상 사건을 비롯해 진상조사활동은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조사원 10여명을 뽑은 뒤에 본격화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국정원발 적폐’ 소식만 나왔던 것은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방해로 경찰의 경우 조사가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초기 논의 때 전 부처를 총괄하는 적폐청산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하거나 청와대 내 제도혁신비서관을 두는 방식의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다시 청와대가 총괄거점이 되고 각 부처에 내려보내는 방식이 된다는 내부 반론으로 추진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작성에 참여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실무자의 말이다. 계속되는 이 관계자의 말이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이나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을 장악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그건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부처 자율로 하다보니 부처별 상황도 다르고, 장관의 의지나 공무원들 생각도 다 제각각이어서 결과도 천차만별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적폐청산이 청와대 지시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적폐청산은 제도개혁, 권력기관 개편 논의와 이어져 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다. 법무부 산하에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개설되어 있는데도 검찰이 검찰개혁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한 것 역시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검찰의 ‘암묵적인 저항’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 수사의뢰가 끝났으니 중요 수사는 연내 마무리하고 검찰 본연의 민생수사로 돌아가겠다”는 문무일 총장의 발언이 말 그대로 읽히지 않는 까닭이다. 그동안 숨죽여 왔던 ‘청산’ 대상들이 ‘정치보복’ ‘개혁피로감’ 등을 주장하며 펼치는 물밑 여론전 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국정원개혁위 간사를 맡았던 장유식 변호사는 “지금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우선과제로 꼽고 있는 공수처 설치나 경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어쨌든 자신이 가졌던 것을 무엇이든 내놔야 하는 검찰로서는 내심 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검찰뿐 아니라 기존 적폐세력의 ‘저항’을 예상하면서 돌파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총괄하는 종합적인 헤드쿼터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없었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안 적폐수사 마무리” 문무일 총장 발언 본심은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올해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12월 5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이다. 문 총장의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문 총장이 언급한 ‘주요 수사’가 적폐청산 관련 수사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문 총장은 “주요 수사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민생사건 수사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모두발언에서 문 총장이 언급한 ‘주요 수사’가 국정원 수사의뢰로 해석된 것은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서다. 연내 마무리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 문 총장은 “국정원에서 온 수사의뢰는 주로 중앙지검에 배당됐고, 다른 부서에서 의뢰해온 수사는 분산 배당을 하고 있는데 모두 금년 내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처럼 모든 검찰업무가 수사의뢰, 각 부처에서 넘어온 개혁과 적폐 논의에 집중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은 연내에 마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단히 정리하면 ‘청부 수사’는 끝내고 검찰이 주도하는 수사로 돌아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즉각 반발이 터져나왔다. 정청래 전 의원은 12월 6일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문무일 검찰총장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마라톤 출발 전 준비운동하다가 레이스를 포기하려 하는가?” 비난의 목소리다. 논란이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가 나섰다. 경향신문, JTBC 등이 보도한 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대동소이하다. “(문 총장의 발언을) 선의로 해석한다면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적폐청산은 언제까지’라는 식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며, 마무리를 하지 않고 중단한다면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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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100931001&code=910100#csidx65548a9db242f60a3d14e8aaf8f60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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