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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다니 굉장히 감격” “꿈인가 생시인가” 셀렘과 반가움 교차한 남북 스키훈련

마식령스키장서 1박2일 남북 스키훈련...1일 북측 선수들과 함께 귀국

공동취재단 최지현 기자
발행 2018-02-01 10:09:01
수정 2018-02-01 11: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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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북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출경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북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출경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여러분 지금 막 (북한 영공을) 통과했습니다. 누군가가 앞서 걸었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게 됐습니다. 굉장히 감격스럽습니다.”

1월 31일 오전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북한 갈마비행장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전세기 차호남 기장의 안내 방송이 기내에 흘러나왔다. 기내에는 타고 있던 스키 선수단의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1박2일 동안 북한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 북측 선수들과 스키 합동훈을 갖기로 한 남측 선수단이다. 이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열리는 문재인 정부의 첫 남북 스포츠교류 행사이다.

대한스키협회 임원과 선수로 구성된 남측 선수단을 싣고 갈마비행장까지 비행할 예정이었던 아시아나 전세기의 이륙 여부는 출발 당일인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미국이 9월 대통령 행정명령(13810호)으로 발표한 독자 대북제재 때문이었다. 이 행정명령은 북한에 착륙했던 항공기는 180일간 미국에 착륙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미 간 막판 협의 끝에 정부는 이번 전세기 운항은 미국 독자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미국 측의 승인을 받았고, 가까스로 전세기는 이륙할 수 있게 됐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북한 원산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출국준비 하고 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북한 원산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출국준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선생님이 다시 오실 줄 알았어” 스키협회 반갑게 맞이한 북측

이른 아침에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한 남측 선수단의 표정은 밝았다. 난생 처음 가보는 북한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는 동시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선수들은 모여서 손을 들고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김현수 선수(단국대, 22)는 “좀 긴장되기는 하지만 재밌는 경험일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재혁 전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감독은 “정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이렇게 생각했다”며 불과 며칠 전 정부로부터 남북 합동훈련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굉장히 기대가 된다. 남북이 이렇게 합동 훈련을 한다는 데 대해서 정말 스키선수로서 스키인으로서 굉장히 영광”이라며 “가서 북측 선수들과 좋은 훈련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출국장에서도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 연출됐다.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전세기 탑승을 위해 국제선 출발장에서 내민 표를 보고 항공사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자 “저희는 북한에 가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뒤에 줄 서있던 사람도 “저희 방북하는 겁니다”라고 부연했다.

표 받아든 직원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신기하다는 듯이 표를 유심히 보다가 되돌려줬다. 그 뒤로는 항공권 검사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전세기는 ‘역 디귿(ㄷ)’ 모양으로 비행해 갈마비행장에 무사히 착륙했다. 김철규 갈마비행장 항공역장과 리항준 체육성 국장이 남측 선수단을 맞이했다. 리 국장은 남측 김남영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에게 “선생님이 다시 오실 줄 알았어”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북한 원산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북한 원산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스키장 정상에서 남북이 함께 외친 “우리는 하나다”

남측 선수단은 갈마비행장에서 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려 마식령스키장에 도착했다. 마식령호텔 식당에서 가진 점심 메뉴는 무려 19가지나 됐다. 남측 선수들은 “이렇게 잘 나올 줄은 몰랐다.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설질 등을 확인하기 위한 프리스키 훈련이 오후 3시부터 1시간 반 가량 실시됐다. 남측 알파인 선수들은 북측 선수들과 같이 스키를 타기도 했다.

남측 박제윤 선수는 “선수 입장에서는 굉장히 훈련하기가 좋은 스키장이었다. 설질도 괜찮았다”며 “지형 변화가 많고 슬로프의 각이 클수록 좋은데, 이 스키장은 그런 측면에 있어 좋은 조건을 갖춘 스키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남북 선수들은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 정상으로 올라가서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선수들은 스키복에 번호를 달고 훈련에 임했다. 남북은 스키 합동훈련을 할 때 선수들이 옷에 단 번호표 위는 초상 휘장, 태극기 등 아무것도 달지 말자고 서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째인 1일 오전에는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종목에서 남북이 친선경기과 공동훈련을 한다. 훈련을 마친 뒤 이날 오후에 전세기를 타고 돌아올 때에는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스키 선수들을 포함한 북한 선수단 일부와 함께 올 예정이다.

마식령 스키장의 북한 주민들
마식령 스키장의 북한 주민들ⓒ뉴시스/AP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사전점검 차 방북한 남측 선발대가 지난 24일 마식령 스키장을 점검했다. 마식령 스키장 전경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사전점검 차 방북한 남측 선발대가 지난 24일 마식령 스키장을 점검했다. 마식령 스키장 전경ⓒ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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