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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난대 희귀식물 ① 제주고사리삼

 

양치식물 진화사 새로 쓴 곶자왈의 ’보석’

 
현화자 2013. 07. 18
조회수 14추천수 0
 

제주의 난대 희귀식불 ① 제주고사리삼

2001년 국제학계 발표한 새로운 속 양치식물…속 명칭은 고 박만규 박사 이름 따

선흘 곶자왈이 자생지는 대부분 사유지, 무분별 채취와 그늘 제거 등 훼손 위협

 

go5.jpg » 지구상에서 제주도에만 분포하는제주고사리삼. 새로운 양치식물 속이다.

 

제주고사리삼은 2001년 국제학술지 <택손>에 신속 신종으로 기재된 양치식물이다. 만규아(Mankyua) 속의 유일한 종이며, 한국 특산식물로 지구상에서 제주도의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는 희귀식물이다.

 

학명은 '만규아 제주엔세'(Mankyua chejuense)로 속명인 만규아는 원로 식물학자인 박만규(1906∼1977) 박사의 이름을 땄으며, 종소명인 제주엔세는 자생지인 제주를 가리킨다.

 

제주고사리삼의 식물학적 특징

 

go6.jpg » 얼핏 양치식물로는 보이지 않는 제주고사리삼. 김문홍 제주대 교수가 발견했다.

 

식물 전체의 크기는 높이 10~12㎝이고 지하경은 흑갈색 연한 갈색으로 관모양으로 옆으로 기며 1~2개의 눈이 있다. 잎은 1~3개이며 엽병은 8~12㎝로 털이 없고 다육성이다.

 

잎은 영양엽과 포자엽으로 구분되는데, 영양소엽은 털이 없고 소엽병이 있으며 엽병에 수직으로 3개로 나누어지며 각각은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잎 가장자리에는 미세한 치아상 거치가 있으며, 개방맥으로 1~2회 차상 분지한다.

 

생식소엽은 수상으로 엽병 끝과 영양소엽의 기부에서 생성되며 거의 엽병이 없거나 짧은 소엽병이 있다. 포자낭수는 다육성으로 선형, 관상이며 드물게 하부에서 1~2회 분지하며, 포자낭은 포자낭수에 함몰되어 포자낭수 주변부에 2열로 배열되며 세로로 열개한다. 포자는 연한 황색이고 삼구형이다.

생장과 번식은 주로 지하경의 신장과 무성생식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강우가 집중되는 7월에 잎이 지상으로 나오기 시작하여 6개월 정도의 생육기간을 마친 후 이듬해 1월이 되면 포자를 방출하고 시들어 없어지기 시작한다.


go2.jpg » 제주고사리삼 자생지인 선흘 곶자왈 지역의 모습.

 

이 식물은 제주도의 동북부 지역인 조천읍 선흘리, 구좌읍 동복리 및 김녕리 일대의 해발 200m 이하에 분포하는데, 이 지역은 제주도 지정 기념물인 동백동산 상록활엽수림을 포함하는 선흘 곶자왈 지역이다.

자생지는 지형적으로 주변보다 낮고 비가 오면 일정 기간(3~7일) 물이 고여 있으며, 이러한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좁은잎미꾸리낚시, 사마귀풀 등의 다양한 습지식물이 분포하는 소택지와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상록활엽수림 및 관목림이 분포하는 주변과는 매우 다른 식생을 보인다.

 

자생지 내에 분포하는 주요 수목은 참느릅나무, 꾸지뽕나무, 가마귀베개 등의 낙엽활엽수 등이며, 주변의 상록활엽수림에 분포하는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등은 매우 드물게 자란다. 특히 제주고사리삼은 참느릅나무 등 수목의 그늘에만 분포하고 있는데, 이들 수목은 제주고사리삼이 자랄 수 있도록 그늘을 제공해 주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go4.jpg » 세계적인 희귀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의 자생지 모습. 오른쪽 바닥에 나 있다.


양치식물에서 새로운 속(종 다음의 상위 분류 단위)이 발견된 것은 1961년 중국의 양치식물학자 칭에 의해서였다. 그 후 약 40년 만에 새로운 속의 양치식물인 제주고사리삼 속이 학계에 보고된 것이다.

 

제주고사리삼 속은 고사리삼 과에 속하며 형태적으로 근연 속인 나도고사리삼 속(Ophioglossum) 및 헬민토스타키스 속(Helminthostachys) 식물과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나도고사리삼 속과는 생식소엽의 형태, 포자낭의 함몰 여부, 열 개 그리고 영양 번식의 특성을 고유하며, 헬민토스타키스 속과는 지하경, 엽서, 영양소엽의 형태 및 엽맥상의 특성이 비슷하다.

 

이러한 형태적인 특성으로 인해 제주고사리삼은 형태적으로 보면 헬민토스타키스 속과 나도고사리삼 속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제주고사리삼의 원 기재자인 선병윤 교수는 제주고사리삼이 우리나라 고유식물로서 뿐 아니라 전 세계 하등 식물의 진화 양상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식물이라고 평가하였다.

go3.jpg » 여름 풀이 무성하게 자란 제주고사리삼 자생지의 모습.

 

또한 전 세계적으로 제주도의 극히 제한적이고 독특한 환경에서만 자라고 있으며, 지상부의 잎은 수가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 지하부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동일 클론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개체 수 파악이 매우 어렵고 하나의 자생지에 자라는 개체는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자생지가 협소하고 개체수가 적으며 주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환경부는 이 식물을 2005년 멸종위기 2등급 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go1.jpg » 제주고사리삼의 싹은 계속해서 돋아날 수 있을까.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임에도 자생지의 여건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제주고사리삼의 자생지 주변은 대부분 개인 소유의 토지로서 접근이 편리하며 출입에 대한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아 자생지 보존이 힘든 상황이다.
특히 희소성으로 인해 무분별한 채취가 성행하고 있으며, 개체의 크기가 매우 작아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쉽게 채취할 수 있어 자생지 훼손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자생지 내에 자라고 있는 참느릅나무, 꾸지뽕나무 등은 관상용 혹은 약용으로 쓰여 수피뿐 아니라 뿌리까지 도채되고 있어 이 과정에서 제주고사리삼이 짓밟히는 피해를 당한다. 또 참느릅나무가 벌채되면 그 그늘에서 살아가는 제주고사리삼의 생육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선흘곶자왈의 일부 지역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자생지 일부가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생지는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 이들 나머지 지역에 대한 보호구역의 추가 지정이 매우 절실하다.

 

글·사진 현화자 ·최형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

 

※ 이글은 국립산림과학원이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과학이그린> 2013년 3+4호에 실린 것으로 필자의 허가를 얻어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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