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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탄핵기각에 중앙 “무리한 정치탄핵” 한겨레 “정치적 책임 남아”

  • 기자명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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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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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헌재 전원일치로 탄핵소추 기각

국무위원 첫 사례… 조선 “167일 안전공백” 중앙 “거야 무리수”

결정문 뜯어보면 참사 책임 언급 한겨레 “정치적 책임 고심해야”

2분기 0.6% 성장 ‘불황형 흑자’에 정부 재정지출 주문한 신문들

이태원 참사 대응 문제로 제기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됐다. 부적절한 발언 등 대처가 미흡했던 점은 있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것. 헌법재판관 9인 전원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을 놓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거대 야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고 비판했고,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참사 책임이 일부 인정됐다며 탄핵 기각이 ‘면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헌법재판소가 존재가치를 부정했다”며 반발했다.

▲ 26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기사.

헌법재판소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 167일 만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회가 제기한 △사전 재난예방 조치 의무 △사후 재난대응 조치 의무 △부적절한 발언 등의 문제가 재난안전법·국가공무원법 등 법령이나 헌법 위반까지 이르진 않았다고 했다.

헌재는 “이상민 장관이 재난관리 주무부처 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재난 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심판 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상민 장관이 재난관리 주무부처 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재난 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심판 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 26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수해현장 찾은 이 장관 보도… 조선 “행안부, 안도 분위기”

▲ 26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국무위원이 탄핵소추된 헌정사 첫 사례였던 이번 사건을 중앙일보는 거야의 무리한 ‘정치탄핵’으로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거야의 ‘정치 탄핵’ 헌재 만장일치 기각> 기사를 내 “야당이 정쟁을 사법화하다 못해 탄핵소추를 남발해 국가 최고 재판권인 헌법심판관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중앙일보에 “헌재도 이런 부실한 사건을 6개월이나 끌다가 전원일치 기각하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의 탄핵소추로 ‘안전 공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장관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167일 동안 장관 자리를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기각 소식을 전하며 “야 3당이 정치적 공세를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탄핵소추가 결국 재난 주무 부처 장관을 사실상 공석으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5개월 동안 ‘안전 사령탑’ 공백 상태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2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이 장관이 자리를 비운 167일 동안, 정작 안전 대책을 위한 법 개정은 정쟁(政爭)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행안부는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이후 핼러윈 축제처럼 ‘주최자가 없는 행사’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도록 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으로 추진했지만, 8개월 넘게 국회에 머물고 있다”며 “핼러윈 참사 이후 최근까지 여야 국회의원들은 40여 건에 이르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냈다. 이 중 20건 이상이 핼러윈 참사처럼 인파 재난 예방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 26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 26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

이들은 이상민 장관이 탄핵이 기각되자마자 수해 현장으로 간 것에 주목했다. 이 장관은 업무 복귀 첫 일정으로 충남 청양군 지천 일대 수해 현장을 찾았다. 중앙일보는 4면에 <167일만에 복귀한 ‘실세장관’…곧바로 청양 수해현장으로> 기사를 내고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와 지난 5월 서울시가 민방위 경계경보를 오발령한 사건 관련 보고도 예정돼 있다”며 “행안부는 ‘장관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 톱사진에 수해 현장 작업 중인 군 장병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장관 사진을 걸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 의원들도 탄핵이 기각될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 의석을 내세워 탄핵을 밀어붙였다.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한 정치 공세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민주당은 장관이 안전 총괄 책임을 못 했다고 탄핵했지만 거꾸로 5개월 넘게 안전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을 초래했다. 폭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지만 담당 부처의 장관이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장관은 이날에야 비로소 업무에 복귀해 수해 현장으로 갔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큰 사고만 나면 합리적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은 뒷전이고 음모론과 한풀이 정치판이 벌어지는 행태도 이제는 끝나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난 사고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원인이 다 밝혀졌는데, 없는 원인을 찾는다고 정치판만 벌이다가 정작 중요한 안전은 거꾸로 간 것”이라고 했다.

 

부적절한 발언 등 대응 미흡 재판관들 지적 “국민에 커다란 실망감”

▲ 26일자 한겨레 3면 기사.

‘탄핵’은 기각됐지만 결정문 내용을 뜯어보면 헌재는 이 장관의 법령 위반 소지를 지적하고 있다. “(이 장관이) 사건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 인근, 지휘소 도착까지 85∼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전념성 내지 상황 해결에 대한 의지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별개 의견이 있었다. 이 장관은 참사 당시 경기도 일산에 사는 운전기사가 서울 강남 자택까지 장관 관용차를 갖고 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렸다가 현장으로 출발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국가공무원법 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초기 각종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일례로 참사 원인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한 것을 놓고 4명의 재판관은 “근거가 없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정조사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이 아닌지’ 물음에 ‘주관 기관은 없다’고 답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 회피”와 “국민의 혼란”을 일으킨 “품위 손상행위”로 규정했다.

▲ 26일자 한겨레 3면 기사.

정정미 재판관은 “피청구인(이상민)이 한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다”며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고 믿고 기대하는 일반 국민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4면에 <“159명 죽음에 아무도 책임 안 져…각자도생의 사회 살아야”> 기사를 내고 유가족의 반발을 전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유가족들은 지난해 10월29일에 느꼈던 아픔을 오늘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국가와 행정기관은 159명의 죽음을 외면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행정부 수장뿐 아니라 국가기관의 장은 참사 책임으로부터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유가족을 조롱하는 보수단체도 나타나자 충돌 과정에서 유가족 1명이 실신했고, 2명은 탈진 상태로 구급차를 타고 이송했다.

▲ 26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 26일자 경향신문 4면 사진기사.

경향신문은 4면에 <‘국민 목숨 못 지킨 국가’에 세월호 때 이어 또 면죄부> 기사를 이어 배치하며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도심 한복판을 걷거나 축제에 나온 시민이 위험을 인식하지 않고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사회에선 헌재가 법을 협소하게 해석해 이 장관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고 했다.

▲ 26일자 동아일보 사설.

정부가 이번 기각을 ‘면책’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률적 책임은 지워졌어도 ‘정치적 책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헌재의 탄핵심판은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률적 책임 여부를 따지는 절차”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이 장관 해임 건의를 일축하면서 정치적 책임 문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이 법적 책임의 멍에를 벗었다고 해서 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이상민 탄핵 기각, 참사 대응 실패 면죄부 아니다>에서 “비록 헌재가 탄핵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이 장관의 언행이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점은 재판관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다 체감한 바다. 민심의 심판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장관은 법적 책임을 면했다고 안도하거나, 무죄 판결이라도 받은 양 의기양양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엄존하는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모두 마이너스… ‘불황형 성장’에 정부재정 요구한 신문들

 

▲ 26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한국은행이 올해 2분기(4~6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을 0.6%로 집계하면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내수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였지만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해 무역수지 개선이 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주문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 0.3%에 이어 2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수출은 1.8% 줄고 수입이 더 큰 폭인 4.2%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가 성장률에 기여한 것으로 바람직한 지표로 보긴 어렵다. 실제로 1분기 플러스였던 민간소비가 2분기(-0.1%) 감소했고, 정부소비도 1.9% 줄었다. 투자도 건설투자(-0.3%)와 설비투자(-0.2%)가 동시에 후퇴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한국은행은 당초 예상대로 올해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변수가 많다. 우선 중국 경제가 부진하다. 봉쇄는 풀었지만 리오프닝 효과가 크지 않았고 중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고 했다.

▲ 26일자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사설 <세수펑크 탓 돈 안 쓰는 정부, 경기침체 부채질하나>을 내고 “부자감세 등으로 인한 역대급 세수 펑크에 발목 잡혀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며 “상반기 정부 지출 감소는 정부의 경기침체 대응 방안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 1월 올해 경기를 상저하고로 예상하면서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윤석열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활력을 제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수출·소비·투자 모두 부진한 시기엔 재정이 경제활력 제고에 긴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부는 세수결손을 메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기업의 투자 유치를 우선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선택지가 별로 없어 보이는 우리 경제는 활로를 투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국내외 투자를 끌어들여 자본 총량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도는 아시아 주요국 중 꼴찌다. 노동과 규제를 개혁하고, 경쟁력 있는 세제를 만들고,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국내 기업들 투자를 국내로 돌릴 수 있는 적극적 산업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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