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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장관, 탄핵 기각으로 직무 복귀...이태원 참사 유가족 “참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2023.07.25 ⓒ민중의소리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논란으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5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 장관의 탄핵 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이 장관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9명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다.

 

 

 

3가지 핵심 쟁점 모두 이상민 장관에게 책임 없다는 헌재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참사 전 이 장관이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했는지 ▲참사 이후 조치가 적절했는지 ▲장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를 지켰는지 등이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 장관이 파면에 이를 만큼 책임을 다하지 않았거나 중대한 법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난대응에 미흡함이 있더라도 탄핵까지 할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사전 재난대응 조치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참사 발생 전 핼러윈 기간 이태원의 인파 밀집을 예상한 언론보도가 있었으나 그 내용이 다중밀집사고 자체를 예상하거나 우려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핼러윈데이 전후의 다중밀집사고의 위험성, 신고 전화의 내용에 대해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등이 이 사건 참사 발생 전에 행안부나 피청구인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에게 사전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사후 재난대응 조치와 관련해서도 “재난안전법에는 긴급구조의 현장지휘와 관련된 행안부 장관의 권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은 없다”며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피청구인이 소방청장 직무대리로부터 ‘사고현장 직접 확인’을 요청받은 것 외에 구체적인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없고, 소방재난본부장이나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특별한 협력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피청구인이 현장에서 보다 적극적·구체적인 현장지휘·감독에 나아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재난안전법에 따른 총괄·조정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행안부가 참사 한달 뒤에 유가족 등을 지원하기 위한 ‘행안부 지원단’ 설치를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장관의 사후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탄핵소추가 기각돼 업무에 복귀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 자택을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2023.07.25. ⓒ뉴시스

이 장관의 참사 이후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이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하거나, “이 시간은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행안부 장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전체적으로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서 부적절하다”면서도 “이로 인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다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의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라, 종래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했으며, 재난상황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나 교육, 안내가 부족했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탄핵심판 절차는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데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있으므로, 피청구인이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인 행안부 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 절차의 본질에 부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재난대응기구의 설치·운영 및 재난관리 총괄·조정 등에 관한 재난안전법과 공무원의 성실의무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다만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등 3명의 재판관은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이 장관의 사후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고, 참사 후 논란이 된 발언들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별개의견을 냈다. 정정미 재판관도 기각을 결정하면서도 참사 후 논란이 된 이 장관의 발언들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 선고를 듣고 침울한 표정으로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2023.07.25. ⓒ민중의소리

또 한번 가슴 무너져 내린 유가족 
“모든 국가의 행정기관들이 159명의 국민을 외면했다”


이번 결정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전후 행안부 장관으로서 대응이 부실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된 지 5개월 만에 나왔다. 그런 만큼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기각 결정에 또다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

선고 재판을 방청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결정 직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고 이주영 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너무 참담하고 너무 아프다. 우리는 지난해 10월 29일 그 참담했던 아픔을 오늘 또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대한민국 모든 국가의 행정기관들은 159명의 국민을 외면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우리는 이 나라 국민이 아니냐. 이렇게나 무정하고 무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허울뿐인 것이냐. 159명 국민의 생명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행안부 수장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의 장들이 면죄부를 받았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어떤 문제를 일으켜도 그들은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실무를 하는 실무자들만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위에서 군림하고 명령하는 자는 절대 책임을 지지 않고 그들의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때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서 이 장관을 응원하며 시위를 벌이던 극우단체가 유가족을 향해 막말을 하며 조롱하자 유가족이 격분해 거칠게 항의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한 명이 쓰러져 119구급차에 살려갔다.

그러는 사이 이 장관은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곧바로 복귀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선고 재판에는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10.29참사와 관련한 더 이상의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생자나 유가족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 장관은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천재지변과 신종 재난에 대한 재난관리체계와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열어가겠다”며 “공직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돌아보고, 정부 내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입장문을 통해 "이태원참사의 국가공식 사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문책과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07.25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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