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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같은 기다림, 곡기라도 끊겠다” 헌재 선고 촉구하며 함께 단식 나선 시민들

헌재 향한 시민들의 절박한 호소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한끼단식에 동참한 시민들. 이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이번 주 내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중의소리

 
“지치지 말고, 오래 갑시다. (헌재는 그만 좀 오래가. 안 지치세요?)”

대학생 김 모 씨는 19일 공강 시간을 이용해 광화문에서 ‘한끼단식’에 나섰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지연되고, 거리에서 단식 농성 중인 이들의 몸을 내던진 투쟁도 점점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날 민중의소리와 만나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시점”이라며 “헌재의 선고만을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이 지치고, 쓰러지고 있다. 이미 나왔어야 할 선고를 계속 미루는 건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을 ‘민주주의 수호의 날’로 정하고 농성장이 설치된 광화문 일대에서 다양한 시민행동을 진행했다. 그중 하나가 ‘내란을 멈추는 한끼단식’이다. 비상행동의 공동의장단의 단식이 이날로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도 점심과 저녁 한끼단식을 통해 연대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끼단식에는 1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점심시간에는 30명 안팎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김 씨와 같이 2030 청년세대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번 주에는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라”며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뒤, 이날까지 3주째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례를 감안해 오는 21일에는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헌재의 선고일 지정은 이날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3.19 민주주의 수호의날에서 시민들이 '내란을 멈추는 한끼단식'을 하고 있다. 2025.03.19. ⓒ뉴시스


헌재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시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한끼단식에 동참한 신수경(49) 씨는 “요즘 헌재 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보도들이 많이 나오고 매듭은 지어지지 않으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2, 3시에 잠에서 깨고 5시에 일어났다. 불안이 잠재돼 있고, 일상으로 회복이 안 되는 상태”라고 전했다.

신 씨는 “선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단식 중인 비상행동 공동의장단들과 함께 헌재의 파면 결정을 촉구하는 의미로 한끼단식에 참여하게 됐다”며 “헌재의 선고가 너무 늦어지면 ‘눈치 보기 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너무 오래 숙고의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이번 주에 파면 선고를 해야 한다. 지금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곳은 유일하게 헌재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창모(57) 씨 역시 연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군이 비상계엄을 앞두고 시신을 임시 보관하는 영현백을 3천여 개 추가 비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전날 밤에는 수면제를 먹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집에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며 “정말 오늘은 헌재의 선고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안 나온다는 얘기가 나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는 시간을 “고문 같다”고 표현했다. 80년 광주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집회에 나와야 그나마 진정이 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요새 다들 잠을 못 잔다고 한다. 자다 깨고 무슨 속보가 뜨지는 않을까 초조히 보내는 것”이라며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고, 전두환·노태우 독재 정권을 겪은 사람에게는 더욱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빨리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우리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지금은 검사도, 판사도,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국민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들에게 힘을 줄 수 있도록, 그들을 추동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거리로 떨쳐 나와야 한다.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끼단식을 넘어 이날 하루 동조단식에 나선 시민도 있었다. 이주원(22) 씨는 “헌재가 이번 주에 선고하지 않는 건 너무 말이 안 되고,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관들이 어떤 부분을 걱정해서 미루는지 짐작은 간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나와서 농성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과거 시민들이 민주화운동으로 만들어낸 기관으로서 헌재는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한끼단식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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