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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안철수 "이재명 목 긁혀"…집도의 "위중했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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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3.19 20:20

  • 수정 2025.03.19 21:07

  • 댓글 1

"죽은 듯 누워있는 모습이 구차해" 자작극 치부

정치 공세나 실언 넘어 악랄한 허위사실 유포

서울대병원 민승기 교수는 "난이도 높은 수술"

"칼날이 근육 뚫어 동맥 잘리고 많은 피떡 고여"

정청래 "피가 흥건, 바닥에 흘러내려" 사진 공개

이재명 "마지막으로 보는 하늘이라 생각" 회상

민주 "안철수, 인간이길 포기" "새 정치? 넝마"

"의사 기본 윤리조차 저버려"…명예훼손 고발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목에 흉기 피습으로 인한 상처가 보이고 있다. 2024.3.19. [공동취재] 연합뉴스

 

특수제작한 흉기를 들고 달려든 테러범에 의해 급소인 목을 찔리는 중상해를 입고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목을 긁혔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죽은 듯이 누워있는 모습이 구차하다'고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 자신이 생명을 다루는 의사 출신임에도 마치 이 대표가 '자작극'을 벌였다는 듯 마음껏 조롱하고 모욕한 것이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여당 대선주자급 인사의 이 같은 저열한 언사에 시민들은 진저리를 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가 오는 22일 유발 하라리 작가와 대담하기로 한 일정을 두고 "뜬금없고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제안했던 인공지능(AI) 관련 공개토론을 자신은 수락했는데 거기엔 아무 답이 없더니 갑자기 하라리 교수와 대담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못마땅하다는 요지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돌연 터무니없는 인신공격으로 나아갔다. 안 의원은 "공개토론은 꽁무니를 빼고 세계적인 석학과의 대담을 택한 것은,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면서 'Fight'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며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정도로 구차하다는 이야기"라며 "아마 K-엔비디아 발언으로 당한 망신을 하라리 교수와의 대담으로 만회하고 싶은 생각일 거다. 그렇다고 국민께서 그런 얄팍한 술수에 속겠는가?"라고 했다. 또 "이번 대담이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관심을 돌리기 위함은 아니길 바란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서울 서초구 이명박재단을 방문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면담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5.3.17. 안철수 의원실 제공

 

자신과 소속도 다른 야당 대표가 세계 유수의 학자와 대담을 하든 말든 이토록 확대해석과 비약을 거듭하는 것이야말로 뜬금없는 급발진이지만, 특히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이 '구차하다'고 한 대목은 일반적인 정치 공세나 실언 수준으로 넘어갈 수 없는 만큼 야비하고 악랄하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칼에 목을 찔리는 암살미수 테러를 당했을 때 실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선을 넘나들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고 이동하다 지지자를 가장한 채 순식간에 접근한 테러범 김진성이 휘두른 칼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지혈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이 대표는 구급 차량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45분 만에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의료진 연락에 따라 출동한 응급의료헬기에 실려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1월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치료 경과 등을 브리핑했다. 혈관외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 외과 과장과 대한혈관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던 민 교수는 이 대표가 실려왔을 때 어떤 상태였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목 부위에 칼로 인한 자상으로 인해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이 의심되고, 기도 손상이나 속목동맥(내경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목에는 얼굴 쪽 혈액을 공급하는 바깥목동맥이 있고,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속목동맥이 있는데, 속목동맥과 속목정맥이 손상되면 대량 출혈과 여러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된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찔렀는지, 어느 부위를 찔렀는지가 중요하다.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따라서 그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하다."

 

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학교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경과와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1.4. 연합뉴스

 

민 교수에 따르면 이 대표는 좌측 목빗근(목을 돌리는 근육) 위로 칼로 찔린 1.4㎝의 자상이 있었다. 칼날이 근육을 뚫어 근육 내 동맥이 잘려있고, 많은 양의 피떡이 고여 있었다고 한다. 근육 아래 속목정맥의 앞부분이 전체 원주의 60% 정도 예리하게 잘려있었다는 것이다. 속목동맥은 속목정맥의 안쪽 뒤쪽에 위치하는데,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가 다행히 속목동맥의 손상은 없었다.

이에 따라 민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의료진은 1월 2일 오후 4시 5분부터 마취에 들어가 4시 20분부터 6시까지 1시간 40분 동안 수술을 시행했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상처 부위를 세척한 뒤 찢어진 속목정맥을 봉합하고 혈관 재건술을 진행했다. 약 9㎜ 길이를 꿰맨 후 추가로 근육 안에 고인 피떡을 제거하고, 잘린 혈관에는 클립을 물려 결찰했다. 피떡이나 고름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부위에 배액관을 넣고 상처를 봉합했다.

피습 직후 이 대표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에 관해서는 당시 수석최고위원으로서 이 대표를 수행했던 정청래 의원의 생생한 증언도 존재한다. 정 의원은 지난해 1월 1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찍었던 사진을 공개하며 "보시다시피 (나무)데크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고 데크 틈새로 피가 흘러내려간 흔적이 보인다"고 전했다. 또 지혈을 했던 붕대와 거즈, 수건의 핏자국을 가리키면서 "이 사진만 봐도 과다출혈, 중상이 짐작되지 않느냐"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일 이재명 대표가 테러를 당했을 때 출혈 상태를 알 수 있는 현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정청래 TV떴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결국 테러범 김진성은 윤석열 정권의 갖가지 진상 은폐 속에서도 지난달 13일 대법원에서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8일 만에 퇴원했던 이 대표는 이후로도 종종 "(당시 누워서 본 하늘이) 마지막으로 보는 하늘이구나 생각했다. (찔린 부위를) 세게 눌러 지혈하는 동안 '때가 왔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때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곤 했다.

사실이 이런데도 명색이 의사 출신이라는 안철수 의원이 '이 대표가 목을 긁힌 뒤 누워' 엄살을 부렸다는 식으로 매도했으니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이 같은 망발에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의 분노와 개탄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공동 위원장으로서 인터넷으로 유포되는 각종 가짜뉴스 차단에 진력해온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철수 의원은 인간이길 포기했나? 오늘 발언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면서 "사람의 목을 찌르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고, 피해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살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롱조로 묘사하는 것이 정치인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런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정치 이전에 기본적인 윤리조차 망각한 망언"이라며 "안철수 의원은 즉각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총괄특보단장인 안규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정치를 하기 전에 사람이 되라. 정치테러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사람에게 이런 망언을 하는 사람이 국민 앞에 지도자를 자처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괴롭다"며 "한때 꿈꾸었던 새 정치는 이제 낡고 닳아 꺼내 보기도 부끄러운 넝마가 되었나 보다. 자신의 말이 자신의 품격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2024.1.2. 연합뉴스

 

민주당 정치테러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미 법원 판결로 살인미수임이 입증된 중대한 범죄를 희화화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안철수 의원의 망언은 대단히 모욕적이고 악의적"이라며 "더구나 의사로서의 기본 윤리조차 저버린 그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은 잇따라 정치테러를 희석, 왜곡하는 위험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의 '자작극' 망언에 이어 안철수 의원은 가짜뉴스를 반복하며 피해자를 모욕했다"면서 "이는 극단주의 세력에게 정치테러를 정당화할 명분을 주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비열한 술수"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김지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건 당시 이 대표가 흘린 혈액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이 대표의 와이셔츠, 양복 상의, 코트가 모두 젖었다. 사건 현장 바닥까지 혈액이 흥건했다. 특수제작한 흉기가 조금만 깊이 목을 찔렸어도 참변을 당할 사건이었다"면서 "안 의원은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 의원이 최근 이 대표에 대한 테러 암살 첩보를 자작극으로 몰아 극우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모습에 이성을 잃고 따라하기에 나선 것인가? 의사로서 반인륜적 망언을 저지른 안철수는 석고대죄하고 의원직 사퇴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안 의원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의사면허를 소지한 안 의원이 이 대표가 입었던 중상해 피해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찰과상과 같은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공공연히 유포했다는 이유다. 국민소통위 공동 위원장인 김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철수 의원 발언이 정말 구상유취(口尙乳臭)라 대응하는 것도 소모적이긴 하지만, 이를 또 믿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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