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행동은 19일 ‘1억 빚에 대한 시민후원 감사의 글’을 통해 약 2만 1천여명이 마음을 보태 8억 8천여만원이 모아졌다고 알리며, 후원금은 3월25일과 4월15일에 예정된 대규모 촛불집회 비용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박진 공동 상황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전야부터 시작된 집회비용으로 퇴진행동 계좌가 적자로 돌아섰다”며 “광장이 아니고서는 집회비용을 충당할 방법이 없는데, 고생한 무대팀들에게 미수금을 남길 수도 없는데 적자 폭은 1억을 상회한다”고 당시 상황을 알린 바 있다.
퇴진행동은 감사의 글에서 “후원 요청에 앞서 망설였다”고 밝히며 “말하면 모아줄꺼라 믿기도 했지만, 예민한 돈 문제여서 걱정했다. 퇴진행동이 감당하지 못하면 업체에게 고스란히 부담이 전가될 것이 뻔히 보여 소심하게 용기를 내었는데 순식간에 기적이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퇴진행동은 “촛불에 참여하지 못한 미안함을 표현하신 분도 계시고, 광장에서 함께 맞은 따뜻한 봄을 기뻐하며 보내주신 분도 계시다”면서 “행사기간 실비로 일해주고, ‘광장의 일원으로 서게 해줘서 고맙다’며 큰 후원해준 업체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알렸다.
이어 “박근혜를 퇴진시킨, 특권과 반칙을 참지 않았던, 비가오나 눈이오나 광장을 지켰던 시민들이 주인이었던, 광장의 힘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며 “권력과 권력끼리 나눈 부정부패에 분노해 열린 광장이었다. 늘 해왔던 대로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한 푼의 돈도 헛되이 쓰지 않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평범하고 위대한 여러분들의 힘으로 이미 새로운 세상은 시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타고난 사냥꾼인 거미는 개체수도 많아 생태계에서 우리가 아는 것보다 큰 일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David E. Hill, Peckham Society, Simpsonville, South Carolina
거미가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것은 고생대 데본기인 약 4억 년 전이다. 현재 4만5000종 이상의 거미가 극지방부터 사막까지 지구 표면에 넓게 분포한다.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이 포식자는 잘 발달한 감각체계와 극단적 환경에서도 견디는 생존력, 그리고 거미줄을 이용해 하루 30㎞까지 날아가는 확산력을 이용해 서식지를 넓혀 왔다(■ 관련 기사: 공중확산 거미, 항해도 능숙…다리는 돛, 거미줄은 닻). 실제로 거미의 수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많아, 다양한 초지 생태계에서 ㎡당 152개체가 발견되기도 했고 최고 ㎡당 1000마리의 밀도를 보이기도 했다.
» 나뭇가지 끄트머리에서 비행을 막 시작하려는 거미(오른쪽). 들어올린 배에서 가는 거미줄을 뿜어낸 모습을 볼 수 있다. Rothamsted Research
주로 곤충과 소형 토양 동물인 톡토기 등 절지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인 거미는 생태계에서 큰 구실을 한다. 거미로부터 피하기 위해 형태와 행동이 바뀐 곤충이 많은 것은 거미로 인한 진화 압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나방의 몸과 날개에서 비늘이 쉽게 떨어져 나오는 이유는 거미줄에 걸렸을 때 탈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지구에서 개체수와 생물량 면에서 가장 비중이 큰 포식자인 거미가 지구 차원에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마틴 니펠러 스위스 바젤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오브 네이처> 14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거미가 지구 전체에서 해마다 죽이는 먹이의 양은 4억~8억t에 이른다고 밝혔다.
» 먹이를 거미줄로 감싸는 호랑거미의 일종. Lucarelli,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자들은 65개 기존 연구의 데이터를 분석해 세계에 분포하는 거미의 양은 2500만t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했다. 육상 절지동물 가운데 이보다 풍부한 포식자는 없다. 개미가 2800만t으로 생물량은 거미보다 많지만 잡식성이다.
연구자들은 거미가 생존하기 위해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다양한 생물 군계마다 거미가 얼마나 많이 사는지, 야외에서 직접 관찰한 거미의 밀도와 포식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한 결과 거미가 잡아먹는 먹이의 양이 연간 4억~8억t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 여러개의 눈이 있는 깡총거미의 일종. 매우 예리한 시력을 지닌다. JJ Harrison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것이 얼마나 많은 양인지는 사람이 해마다 먹는 고기와 수산물의 양을 합치면 4억t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전 세계의 고래가 잡아먹는 물고기 등 해양생물의 양은 2억8000만t~5억t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크기는 작지만 거미는 사람이나 고래만큼 먹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거미는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주요한 먹이이기도 하다. 거미만 먹고 사는 포식자나 기생생물이 8000~1만종에 이른다. 또 거미는 새 3000~5000종에게 주요한 먹이가 된다. 다른 거미의 밥이 되는 거미도 적지 않다.
» 강력한 포식자는 곤충의 진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나방은 거미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과 날개의 비늘이 쉽게 떨어지도록 진화했다. Gnissah,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연구에서 거미의 포식 가운데 95% 이상이 숲과 초지, 사바나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역은 지구 육지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넓은데다 농지와 도시 등 인간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다.
나머지 경작지, 도시, 사막, 극지 등에서는 거미의 포식이 미미한 비중을 차지했다. 거미가 살 공간과 시간이 한정된 경작지에서 거미의 포식은 전체의 2% 이하였다. 그러나 농약을 안 쓰거나 덜 쓰는 쌀, 밀, 목화 재배지에서 거미는 해충을 억제할 만큼 큰 구실을 한다.
주 저자인 니퍼러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병원체와 질병 매개동물이 숲과 초지 생물 군계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거미의 포식이 자연 및 반자연 서식지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며 “이번 추정으로 드러난 거미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져 육상 먹이그물에서 거미가 차지하는 역할이 제대로 평가되길 바란다”라고 학회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중일 방문과 때를 같이하여 북 핵단지를 여러 번 방문한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Hecker) 박사와의 대담을 보도하였는데 이 대담에서 헤커 박사는 북미핵전쟁을 포함한 핵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회담이 아니라 비밀이 보장된 북미 양자회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사실 헤커 박사는 지난 1월 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 직전에도 이와 같은 주장을 한 바 있고 본지에서도 그것을 심층적으로 다룬 바 있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C) 선임 연구원으로 있는 헤커 박사는 이번 대담에서 "현재 당면한 사안은 우리가 핵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고, 따라서 핵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라며 한반도 비핵화는 장기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로 현재 그것을 운운할 때가 아니라 당장 핵 충돌 즉, 핵전쟁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였다.
이는 다시 말해서 현재 한반도에서 핵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어서 사실 매우 충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헤커 박사는 핵재앙의 구체적 내용으로 북 내부에서 핵물질을 취급하다가 날 수 있는 사고 등도 언급했지만 한반도 군사적 충돌시 핵전쟁이 발발할 우려에 역점을 찍어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물론 헤커 박사는 "행여 북한이 어떤 형태의 핵무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한반도에서 사용한다면 그게 바로 ‘핵 재앙’입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되거나 폭발하는 것을 막는 일이고, 그게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첫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라며 북의 핵무기가 미국 본토나 주일미군기지, 괌 미군 기지 등에서 폭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는데 그도 한반도 전쟁이 재발하여 핵무기가 사용되면 북은 지난해 공개한 화성 10호를 이용하여 괌 미군기지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북이 여러차례 공개한 화성 13호, 화성 14호와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성능을 그가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위성을 4번이나 쏘아서 성공시킨 북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헤커 박사는 그런 핵전쟁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을 막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당장 북미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은 6자회담과 같은 다자회담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타결을 본 후에는 다자가 모여 그 구체적 이행 방안을 수립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사실 북미 사이엔 현재 전쟁이 진행중이다. 정전협정 즉, 전쟁을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다. 하루 빨리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완전히 전쟁을 종식시켜야만 북미 사이의 전쟁 위기는 일단락짓게 된다.
그런데 핵무기를 동원한 북미전쟁 가능성을 미국의 최고 핵 전문가가 매우 우려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가.
문제는 헤커박사만이 아니다. 17일 연합뉴스에서 인용 보도한 미주 민족통신의 예정웅 정세논평가의 글에서는 이미 북이 미국과 핵전쟁을 결심했다는 의지를 중국과 러시아에 통보했다는 내용까지 언급하고 있으며 그 정보가 러시아를 통해 트럼프에게도 들어갔다고 지적하였다. 그래서 긴급하게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중인 순방에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연합뉴스에서는 이 부분까지 소개하지는 않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서 원문을 읽어 보니 이 내용이 핵심이었다.)
더불어 예정웅 정세평론가는 지난 6일 북의 탄도미사일 집중발사 훈련에서도 알려진 4발만 쏜 것이 아니라 추가로 9발을 더 쏘았으며 이 미사일은 중거리와 장거리로 미국 본토 주요 거점을 노리고 발사된 것이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덧붙였다.
미국의 지배세력들이 충분히 알 수 있게 대기권을 벗어나 미국 목표타격 능력을 충분히 과시하고 자체 폭발한 이 미사일들은 모두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공간을 비행했다고 그는 지적했는데 통상 대기권은 1000KM 상공을 의미한다. 지난해 북이 쏜 화성 10호 신형 대출력 엔진을 장착한 미사일이 지난해 대기권 1400KM 지점까지 올라 간 바 있다.
예정웅 평론가는 이를 통해 북이 미국 본토를 직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미국의 지배세력들은 지금 어찌해야할 바를 못 찾고 당황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치열한 대결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이런 북의 지원 사격에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고 했으며 러시아도 사드 배치로 미국에 대해 심기가 불편했는데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내심 반기고 있다고 한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를 하고 말고 할 계제가 아니기는 하지만 북이 미국을 제압할 수 있는 전쟁이라면 중국 러시아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분석되는 글이었다.
북은 미국에 대해 핵선제타격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광주항쟁 때처럼 남측 주민들의 전민항쟁을 폭력적으로 탄압할 경우, 이라크전쟁 수준의 무력을 한반도 인근에 집중시킬 경우 명백한 선제타격의사표시로 보고 먼저 북이 타격을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목할 점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17일 한국에 와서 판문점을 방문한 후 새 대북접근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군사적 방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는 사실이다. 물론 미국이 생각하는 선이 있는데 그것을 북이 넘어설 경우 군사적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고 우리 언론들이 보도하기는 해다.
우리 언론들은 그래서 틸러슨의 이번 입장 표명을 더 강력한 제재로 해석하던데 지금보다 더 강력한 대북 제재는 전쟁 외에 무엇이 있을까 의문이다.
또 하나 17일 헤일리 미국 유엔 대사가 6자회담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대화를 한다면 북미 직접대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점이다. 헤커 박사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물론 헤일리 대사는 군사적 옵션도 열어놓고 있다고 언급하기 했다.
결국 북미 사이에 직접 대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그것이 깨지면 결국은 전쟁일 것이다. 미국도 그렇지만 북도 더는 미국의 시간끌기를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헤커 박사나 예정웅 평론가의 주장을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다음은 관련 헤커박사의 대담의 핵심 내용이다.
(RFA)기자: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대화보다는 강경책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습니다. 박사님은 올해 1월 미국 유력일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직접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에 최선의 선택방안이라 주장했는데요. 왜 그렇습니까?
헤커: 저는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게 긴요하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핵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정권과 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는 주된 이유는 북한과 잠재적인 핵 충돌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되는지 혹은 핵을 포기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훨씬 장기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당면한 사안은 우리가 핵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고, 따라서 핵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자: 6자회담이 있는데 미북 양자회담을 굳이 주장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헤커: 1994년 제네바 협상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제네바 협정이 도출됐기 때문입니다. 현 시점에서 미북 직접대화를 권하는 주된 이유는 핵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섭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 의도가 무엇인지,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북한의 핵정책이 무엇인지, 핵 사고를 막기 위해 북한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핵무기 안전 대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논의는 다자협상을 통해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논의를 북한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유일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 재앙을 막기 위한 대화는 미국과 북한 간에 직접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국도 포함해야 하고, 중국도 포함해야 하고, 6자회담국인 일본, 러시아도 포함해야 합니다. 결국은 다자간 협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핵 재앙을 막기 위한 의미있는 협상을 이루려면 미북 양자회담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자: ‘핵재앙’ 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헤커: 제가 우려하는 바는 이것입니다. 확실히 알 순 없지만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정말 위협적인 핵무기고를 건설했습니다. 북한은 아마도 20~25개에 이르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원료를 확보했습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좀 더 정교하고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런 강력한 핵 화력을 가진 상황에서 내가 핵재앙을 우려하는 까닭은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들의 핵무기의 보안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북한 정권의 오판이 생길 수도 있으며, 나아가 한반도에 군사충돌이 생겨 긴장이 격화돼 핵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행여 북한이 어떤 형태의 핵무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한반도에서 사용한다면 그게 바로 ‘핵 재앙’입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되거나 폭발하는 것을 막는 일이고, 그게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첫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기자: 미북 대화가 잘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특사를 파견하기 앞서 북한 측의 비핵화 다짐을 받을 필요는 없나요?
헤커: 그런 식의 접근은 저의 우려를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당장 저의 우려는 핵무기 사용을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비핵화 문제는 점차적으로 이루어야 할 장기적인 과제다. 물론 협상은 궁극적으론 북한의 비핵화를 겨냥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핵화는 향후 몇년 동안 해결될 사안이 아닌 훨씬 장기적 과제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건 당장 북한과 협상하라는 게 아니라 핵 재앙을 막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기존의 핵무기 외에 해마다 6~8개의 핵무기를 추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셨는데요?
헤커: 제 추산은 플루토늄에만 근거한 게 아닙니다.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1년에 최대 한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합니다. 제가 최선의 추측을 해보건 데 북한은 아마도 일 년에 6개까지 고농축 우라늄 폭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북한은 매년 6~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핵 위기가 지금 우리 곁에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미칠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기자: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충고를 하시겠습니까?
헤커: 우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형태의 잠재적 핵 재앙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 측 얘기도 들어본 뒤 미국이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고한 공약엔 변함없으며, 북한의 인권과 궁극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중히 여긴다는 점을 그들에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협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북한에 득이 된다는 점도 이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저의 충고입니다.
사드(THAAD, 종말단계미사일방어체제)의 국내 도입을 두고 논란이 점점 커집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드 찬성 측과,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는 사드 반대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죠. 문제는 워낙 사드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양측 모두 사실보다 감정을 앞세운다는 점입니다. 이래서는 토론이 되지 않죠. 신뢰도 높은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과연 사드의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사드를 직접 테스트한 미 국방부의 사드평가 보고서입니다.
①미 국방부 작전시험평가 국장인 마이클 길모어(J. Michael Gilmore)가 2015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 및 ②2016년 미 육군이 발행한 2016년 미사일방어 보고서를 바탕으로 브리핑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사드 성능에 대한 3가지 사실.
1. 사드, 날씨가 나쁘면 장담 못 한다
사드(THAAD, 종말단계미사일방어체제)의 국내 도입을 두고 논란이 점점 커집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드 찬성 측과,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는 사드 반대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죠. 문제는 워낙 사드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양측 모두 사실보다 감정을 앞세운다는 점입니다. 이래서는 토론이 되지 않죠. 신뢰도 높은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과연 사드의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사드를 직접 테스트한 미 국방부의 사드평가 보고서입니다.
①미 국방부 작전시험평가 국장인 마이클 길모어(J. Michael Gilmore)가 2015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 및 ②2016년 미 육군이 발행한 2016년 미사일방어 보고서를 바탕으로 브리핑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사드 성능에 대한 3가지 사실.
1. 사드, 날씨가 나쁘면 장담 못 한다
"바람이 강하거나 먼지가 있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미사일 요격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실제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일부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눈-비-먼지바람 등의 악천후의 경우에 사드의 성능을 장담할 수 없죠. 사드 판매사인 록히드마틴도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미군은 지금까지 17차례 사드 요격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 중 실험 자체가 취소된 경우는 총 6차례,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실험이 취소됐습니다. 즉, 사드 실험은 적의 미사일이 날씨가 좋은 날만 골라서 날아온다는 가정을 하고 진행된 것이죠.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사드 판매사인 록히드마틴은 이 사실을 감추고 '사드 요격 성공률은 100%'라고 과장합니다.
2. 사드, 지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한 적 없다
사드의 존재 이유는 '발사된 탄도미사일' 요격입니다. 하지만 사드는 지금까지 수송기에서 '낙하'시킨 미사일만 요격 실험했습니다. 국내 사드전문가로 알려진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43. 조지워싱턴대학교 객원연구원)는 최근 저서 <사드의 모든 것>에서 "지상에서 발사된 중거리탄도미사일이 비행시험에서 요격대상이 된 적이 아직까지 없다"고 지적합니다.
3. 사드, 북한 미사일 추격도 제대로 못한다
북한의 주력미사일인 노동-무수단미사일의 비행고도는 400~1000km에 이릅니다. 정욱식 대표는 "미사일이 사드 기지를 넘어가면 탐지 범위에서 사라진다"고 분석합니다. 성주 상공을 지나 부산-경남-제주 등으로 향하는 북한 탄도미사일은 위치파악조차 장담할 수 없죠. 북한 미사일은 초속 3km에 이를만큼 빠른 속도로 낙하하므로, 잠시라도 탐지에 실패한다면 요격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 사드의 요격범위. 북한의 주력미사일인 노동/무수단 등은 사드포대를 넘어 부산/제주도 등을 타격할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을 정지(집행정지)시킨 것. 한마디로 문명고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정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본안 소송이 1심 선고까지만 최소 몇 달이 걸리는 것 등을 고려하면 대선 이후 정국 상황에 따라 국정역사교과서는 단 한 번도 정식으로 쓰이지 못 할 수도 있다.
17일 대구지법 제1행정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본안 소송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으며, 본안 소송에서의 판결 확정 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시키더라도 공공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다"고 문명고 학부모들이 제기한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2일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본안 소송 격인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이 소송 확정판결 때까지 교과서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 문명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점, 교원 동의율 80%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학부모 측에 따르면 연구학교 지정 관련, 학교운영위원회 9명 위원 중 7명이 반대하자 교장이 학부모를 불러 20∼30분 동안 설득한 뒤, 다시 표결했다는 것. 그 결과 연구학교 지정 건은 5대 4로 학운위를 통과했다. 학부모 측은 이러한 과정이 회의 규칙에 어긋나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연구학교 지정 관련, 문명고 교원동의율이 73%인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동의율이 80%가 돼야 연구학교를 신청할 수 있음에도 교육청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
반면, 경북도교육청 측은 관련해서, 학교운영위 심의 등 교내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문명고를 연구학교로 지정했기 때문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08년 겨울,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미 FTA 협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에 걸쳐 많은 시민, 농민, 노동자, 학생이 탄압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이 운동은 한미 FTA 투자자 제소 조항 등을 바꾸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에 걸친 한미 FTA 반대 운동에서 한국 사회가 기억해야 할 많은 사람이 있다. 그 중 특히 한 국회 보좌관(그의 이름은 정창수이고 지금은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이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가 감옥에 갇힌 이유가 바로 미국의 덤핑 보복 폭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월 13일, 한미 FTA 타결 여부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한미 양국은 막판 고위급 협의를 가졌으나 결렬되었다. 당시 한국이 국민에게 공언한 핵심 과녁은 미국의 악명 높은 반덤핑 장벽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완강하게 저항했다. 결국 한국은 물러났다. 한국 협상단은 내부적으로, 계속 미국에게 요구하되 미국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에는 한미 FTA 타결을 위해 '무역구제 분야', 미국의 반덤핑 장벽 개선 요구 관철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리고 이를 국회에 '대외비'로 보고했다. 정창수 당시 보좌관은 이러한 중대한 협상 목표 수정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에 제공했다. 그리고 다음 해 겨울 감옥에 갇혔다.
그 사이 정부는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고, 협정문에 서명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관료들은 이렇게 자랑했다.
"반덤핑 등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가능성을 억제하고 견제하고자 하는 목표를 상당부분 달성" (2008년 <한미 FTA 상세 설명 자료>, 131쪽)
그러나 그 때부터 이미 거짓말이었고, 지금도 아직 거짓말이다. 이미 한미 FTA를 처음 만들 때 제10장의 반덤핑 조항 자체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입에 발린 서비스 장식이요 치장이었다. 반덤핑 조사를 시작할 때에 서면으로 알려준다는 등의 조항(10.2조)은 이미 미국의 반덤핑 국내법에서 보장하는 절차였다. 게다가 이 화장발 같은 치장 조항조차 미국이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게 따지는 길을 막았다. 제네바로 가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하도록 했다.
충분히 보았다. 한미 FTA 발효 후 5년, 충분히 보았다. 미국의 반덤핑 장벽은 더 치솟았다. 산업부가 작년 9월 19일 기준 작성한 <수입규제 관리카드표>를 보면, 당시의 23건의 미국 조치(조사 중 포함) 중 14건이 한미 FTA 발효 이후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3월 10일 한국산 변압기에 61%라는 엄청난 반덤핑 관세 최종 판정을 내렸다. 이는 매우 이례적으로 그 배경에는 매우 일방적으로 조사를 받는 한국 기업이 성실하게 자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당국이 '조사 기업에게 불리한 입수 가능 사실 자료(adverse facts available)' 조항을 일방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은 한미 FTA 협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 장벽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두 차례나 제소해야 했다. 2013년에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그리고 2014년엔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WTO 위반이라는 이유로 제소했다. 한미 FTA는 무력했다.
한국이 제네바에 낸 소장을 보면, 미국은 WTO 규정과 판결을 어기고 '제로잉'이라는 방식으로 덤핑 판정을 했다고 되어 있다. 이 방식은 덤핑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비싸게 판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치고('제로'로 처리), 값싸게 팔아 덤핑 혐의가 있는 거래만으로 덤핑 여부 판정을 하는 사기꾼 판정이다. 간단히 말하면 비싸게 판 것은 제외하고 싸게 판것만 가지고 싸게 팔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한미 FTA 홍보를 하면서 미국이 제로잉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이 방식을 사용하였으니 고쳐달라고 WTO에 제소 중이다.
특별히 나는 이 글을 정창수를 위해 쓴다. 그리고 한미 FTA 반대 운동에서 탄압을 받은, 이름 없는 많은 분들에게 쓴다. 그리고 국회의원직을 건 사람도 있었다.
2006년부터 시작하여 2012년까지 지속한 한미 FTA 반대 운동은 세계 통상 질서에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의 이 운동은 국내 통합에 실패한 FTA의 세계사적 미래를 내다 본 것이었다. 이 운동은 세계의 FTA 질서를 ‘제헌’하는 위치에 있지 못한 한국의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FTA 질서를 당장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제헌국가’의 앞줄에 있는 미국과 영국은 트럼프의 등장과 EU 탈퇴라는 방식으로, 국내 통합 없는 FTA를 거부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는 국내 통합에 실패한 FTA가 낳은 자식이다. 다음 회에 자세히 보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통지를 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의 FTA 모델을 아직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한국은 미국의 FTA 모델을 심는 곳이지, 한국을 위해 별도의 모델을 만들 곳은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지난 10년간의 한미 FTA 반대운동을 '괴담'이라 비웃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트럼프가 새로운 FTA 모델을 한국에게 요구할 때, 그대들은 이에 대비할 힘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트럼프에게 찾을 것인가?
보수언론이 더불어민주당은 오만하다는 프레임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미 정권을 잡은 것 마냥 행동한다는 것이다. 17일 조선일보 아침신문 곳곳에서는 이런 뉘앙스의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같은 프레임은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아무리 지지율 1위라지만 너무하는 민주당 사람들"이라는 사설이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해당 사설에서 '한반도평화 포럼'이 공식 논평을 통해 "더 이상 부역 행위를 저지르지 말라"고 한 것을 두고 "야권 일각이 아니라 전체에 이런 폭력적 정서가 퍼져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뀔 수 있지만 집권하기도 전에 공무원들에게 강압적 명령을 시작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이런 정책 변경을 놓고 공무원들에게 몸조심하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것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문 앞으로…줄서기 바쁜 관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공무원들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에 줄을 서기 위해 현안은 뒷전이라고 보도했다. 관료사회를 비판하면서 문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가 퍼져있는 기사다.
▲ 조선일보 3월 17일 사설
▲ 조선일보 3면 기사
황교안 지지율, 60%, 야권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대 수혜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16일 황 대행 불출마 선언 직후 유권자 101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황 대행 지지자(11.5%)의 32.4%가 홍 지사에게로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 여권에서 떨어져 나간 지지층도 많았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 지지층 가운데 홍 지사나 바른정당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8.0%), 유승민 의원(3.7%) 등 범보수 주자를 선택한 응답자 비율은 44.1%에 불과했다.
60% 가까이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 지사(14.9%), 이재명 성남시장(3.6%), 문 전 대표(1.6%)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1.8%) 등의 진보 진영 주자나 국민의당의 안 전 대표(11.6%),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5.3%) 등으로 흩어진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한국일보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이 비박(근혜)이었던 홍 지사에게 고스란히 가진 않았고 온건 보수층도 중도 주자들한테 빼앗겼다”면서 “한국당 역시 시대정신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는 만큼 친박 지지층도 지리멸렬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일보 4면 기사
미국 기준금이 인상, 왜 문제인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3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준은 연말까지 2차례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곧바로 자금 시장 금리를 올리며 돈줄 죄기에 나섰다. 신문들은 해당 사안을 모두 1면에 보도했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미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지속 확장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번째다.
그러나 한국은 당장 금리인상을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연 1.25%)보다 0.25~0.5%포인트 낮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 차례만 추가 인상되면 우리나라와 같아 지고 한 번 더 올라가면 한국보다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 한국일보 3면 기사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 금리도 상승
미국 금리인상이 한국에 악재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가계 대출이다. 한국의 가계 대출은 1344조에 달한다. 지난해 8월 국내 은행권 가계 대출금리는 2%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이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올해 1월에는 3.39%까지 인상됐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금리도 상승세다.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5.74%였지만 올 1월에는 6.09%로 올랐다. 상호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3.48%에서 3.56%로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 저신용 대출자들이 직격탄을 맞아 줄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 차입자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때문에 충격의 강도도 크다.
외국인 자금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도
두 번째는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아질 경우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보고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일보는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 이탈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과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1999년과 2005년 당시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자 한은은 결국 8개월 만에 금리를 올렸다. 시장에선 한은이 연말엔 금리 인상 여부를 적극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경향신문 3월 17일 사설
경향신문 "시중은행들만 잔치" 비판
반면 시중은행들은 미국 금리 인상을 핑계삼아 잔치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경향신문은 가계대출이 천문학적인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은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시중은행은 대출금리 인상에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의 핑곗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면서 "은행들의 ‘금리장사’는 이미 도를 넘었다. 지난 4년간 4대 시중은행이 집단대출로 얻은 이익만 10조원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그동안 나온 가계부채 대책들을 보면 말만 번지르르했지 효과가 거의 없었다"면서 "위험성을 그토록 경고했건만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가계부채가 380조원 증가한 게 이를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 중앙일보 3월 17일 사설
검찰, 대기업 수사 본격화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대기업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6일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그룹 전ㆍ현직 임원 3명을 소환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삼성그룹 외에도 대가성 의혹이 불거진 대기업들을 수사하려 했으나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아 포기한 바 있다.
SK그룹은 2015년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 대가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회사 자금을 빼돌려 선물투자를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으나 2년7개월 만에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그룹 수뇌부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하늘같은 은혜 잊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특검 수사에서 밝혀졌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사면 청탁 의혹이,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기업 눈치보는 신문들 “수사 당연하지만 신속하게”
신문들은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눈치를 보는듯한 사설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삼성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강도 높은 수사와 처리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조사를 끝내 원활한 기업 활동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좀 더 노골적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뇌물공여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기업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캐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사건을 질질 끌며 뭔가 잡아내야 한다는 잘못된 관행의 먼지털이식 수사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대기업들이 그동안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 대응하느라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웠음은 능히 짐작된다"며 "이제 검찰이 수사를 재개했으니 얼마나 더 갈지 모른 채 걱정만 하고 있다"고 썼다.
▲ 경향신문 6면 기사
CJ, 우병우에 이재현 회장 사면 청탁했나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CJ그룹이 우 전 민정수석의 지인에게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청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은 "1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CJ가 우 전 수석 지인에게 차량 등 금품을 제공하고 이 회장 사면에 힘써달라고 부탁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그러나 특검은 이 지인이 실제 우 전 수석에게 청탁을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3월 17일 사설
청와대 자료, 국가기록원 가면 최대 30년 열람 제한
이런 와중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문서 파쇄기 구입과 관련한 의혹을 두고 "한마디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 구매한 것들이 너무 오래돼 교체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문들은 국정농단과 관련한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청와대가 그간 거짓 해명을 한 적이 많은 데다 압수수색도 극구 거부한 터여서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면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허위진술을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자료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봉인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면 최대 30년간 열람이 제한된다.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동아일보는 "결국 검찰이 얼마나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없다는 검찰은 그만큼 증거를 확보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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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위원장은 전략군 화성포병부대에서 동행한 일꾼들에게 "전략무력에 대한 최고사령관의 유일적 영도체계, 유일적 지휘관리체계를 확고히 세우고 실전화, 과학화, 현대화를 기본종자로 한 주체적인 로케트 타격전법을 더욱 완성하며 우리 식의 초정밀화되고 지능화된 로케트들을 연속개발하고 질량적으로 강화”하라는 과업을 제시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을 방문했던 데이비드 로즈 미국 CBS뉴스 사장 일행이 북 외무성과 국가우주개발국 관계자 등을 면담하고 16일 귀국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중앙통신은 "체류 기간 총사장 일행은 외무성과 국가우주개발국, 교육위원회 일꾼(간부)들을 만났으며 주체사상탑,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관, 평양 지하철도를 참관하였다"고 간략히 설명했다.
로즈 사장 일행은 지난 14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중앙통신은 앞서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에서는 이들이 북과 위성통신을 이용한 방송문제를 협의했을 것으로 진단하였다.
어제 본지에서 접한 미 막후 협상팀의 평양방문설의 실체가 결국 이것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력한 대미 군사력 과시 압박 정책은 트럼프 당선으로 잠시 중단된 것일 뿐 끝난 것이 아니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판단해본 후 바로 이어갈 것이 명백했다. 그 판단의 결정근 계기는 키리졸브-독수리 합동군사훈련이라고 본지에서는 판단했다.
물론 이번 한미합동훈련을 미군 사령관이 아닌 한국 합참의장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미국이 뒤로 빠졌다고는 하지만 항공모함과 같은 전략 무장장비가 한반도에 접근한다면 북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본지에서는 내다보았다.
그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온다고 하니 얼마나 우려를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알고 보니 15일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들어오기 하루 전에 CBS 사장 일행이 평양으로 들어가 북 외무성 관계자들을 만났던 것이다.
CBS 사장 일행은 연합뉴스에서 분석했듯이 북의 위성방송사업이나 논의하기 위해 들어간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물론 AP통신이 북에 지국을 개설했기에 CBS방송국도 평양에 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라면 실무진이 먼저 들어가야지 사장이 직접 들어가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
이들은 사실상 트럼프의 특사단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외무성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월 시작된 독수리 훈련에 대응하여 고체연료엔진을 이용한 신형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발사를 전격 단행하였다. 참으로 무서운 위력을 지닌 미사일이었다.
그리고 키리졸브 훈련이 진행되고 말레이시아에서 북이 VX 독가스 테러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미국의 이를 기화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는 말이 나오자 바로 4발의 신형 화성6호 탄도미사일 집중발사 훈련을 전격 단행하였다. 시험발사가 아니라 실전훈련이었다. 이 집중발사는 한반도 주변 모든 미군 거점과 미 본토 전역을 동시에 핵폭탄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그 성격이 대단히 심각한 것이었다.
이런 흐름을 놓고 보았을 때 미국이 선손을 쓰지 않고 항공모함을 부산항에 끌고 왔다면 북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CBS 사장단을 앞세운 트럼프 특사단의 평양방문은 트럼프 신행정부가 북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심각하게 모색하고 있다는 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흥미있는 점은 때를 같이 하여 한중일 순방길에 나선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첫 방문국 일본에서 기시다 외무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20년 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며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전쟁 아니면 북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 대화인데 CBS사장단 방북과 결부해보면 그 새 접근법이 대화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하나 삭제되기는 했지만 흥미있는 보도가 나왔는데 16일 연합뉴스에서 나왔는데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국에 오게 되면 한미외무장과과 회담을 하기 전이나 중간에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기사에서는 관례에 없는 방식이라며 의아해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현 한국 외무부는 미국이 함께 상의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같다. 그저 미국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르면 된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사대매국 외교로 일관해온 박근혜 정부의 처참한 말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미국이 현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를 얼마나 무의하게 보고 있는지는 몇 달 째 공석으로 두고 있는 주한미국대사관만 놓고 봐도 잘 알 수 있다. 물론 한국의 친미세력들을 다른 경로를 이용하여 조종하고는 있을 것이다. 자주성을 잃어버리면 사람취급을 못 받고 종당엔 머저리가 되고 사대주의에 빠진 나라는 나라 취급도 받지 못하고 종당엔 망조가 들고 만다는 것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막후에서 북미대화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물론 대화가 깨진다면 순식간에 북미관계는 겉잡을 수 없는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 우려는 여전하다.
▲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 든 지성이 아빠, 문종택(55)씨. ⓒ 정대희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의 처참한 얼굴을 떠올렸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선고문을 읽을 때였다. 바로 전날, 세월호를 인양해 조사 작업을 벌일 목포신항에서 그가 한 말도 스쳤다.
"이 녹슨 철망에 박근혜를 매달고 싶습니다."
맹골수도에서 세월호를 꺼내면 거치할 장소를 그가 먼저 밟았다. 목포신항이다. 여기서 인양작업이 시작되면, 차디찬 물속에 잠겼던 세월호 주변에 컨테이너 박스 40개가 들어온다. 유가족이 드나들 문은 목포신항만 건물에서 100여m 떨어진 옆문이다. 부둣가와 신항로 294번길 사이로 약1km 녹슨 철망문 위아래로 등군 가시철망이 지나갔다.
"선체 청소만 3개월이 걸린답니다. 그 뒤에 세월호 선체 조사 작업을 할 겁니다. 유가족들도 슬퍼하겠죠. 세월호의 진실을 박근혜가 직접 보아야 합니다. (철망을 손가락으로 굳게 부여잡으며) 여기 매달린 채."
지금부터 쓸 글은 아주 특별한 방송인과의 동행취재 기록이다. 3년 전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이었던 문지성 학생의 아빠 문종택씨(55). 416TV 방송팀장인 그를 이날 오전 9시20분경 4호선 초지역에서 만났다. 그는 기자증이 아니라 지성이 명찰과 학생증을 목에 걸고 나왔다. 416TV 취재차량을 타고 16시간 동안 목포신항과 팽목항,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 동행했다. 우리는 우선 목포신항으로 향했다.
[생중계] 그의 카메라는 운다
▲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든 지성이 아빠, 문종택(55)씨 ⓒ 정대희
지성이 아빠는 목포신항 사무소와 세월호 인양터가 보이는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트렁크에서 사다리를 꺼낸 그는 검은색 카니발 차 지붕 위로 올라갔다. 카메라가 달린 삼각대를 그 위에 펴고 노트북을 켰다. 20여 분간 차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하던 그는 카메라 위에 스마트폰을 장착한 뒤에 416TV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으로 동시 생중계를 시작했다.
"생명을 찾아서 진실을 규명해야지요.(중략) 탄핵 촛불이 아니라 인양의 촛불, 생명의 촛불을 지켜주십시오. 목포신항에서 416TV 지성이 아빠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는 15분 만에 생중계를 마쳤다. 직전에 목포신항에서 취재한 정보와 목포신항 찾아오는 길을 설명했다. 삼각대 중간에 단 노란 리본이 세찬 바람에 펄럭였다. 지붕 위의 노트북도 위태롭게 들썩였다. 대본은 없었다. 그는 목이 메어 침묵했다가 다시 말을 잇곤 했다. 어떤 대목에서는 목에 힘줄이 섰다. 그게 칼날처럼 느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3년 동안 벼리고 벼렸다.
- 오늘 왜 이곳에 왔나?
"세월호가 인양되면 이곳에 거치한다. 유가족들이 어떻게 찾아올 수 있는지, 컨테이너 박스를 어디에 설치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려고 왔다. 일종의 내비게이션 방송이다."
여느 방송과 너무 달랐다. 기존 언론이 생중계할 때에는 방송차, 중계차와 기자들로 북적거리지만 그는 혼자였다. 아무도 없는 곳에 와서 카메라를 돌렸다. 그의 말은 전문 앵커처럼 유창하지 않았다. 방송용 멘트라기보다는 한이 서린 독백 같았다. 어떤 때는 소름이 돋았다. 그가 아니라 딸 지성이가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 카메라를 왜 들었나?
"2014년 국회에서 단식할 때 여당 의원들은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세금도둑, 시체장사'라고 말하면서 가슴에 대못만 박았다. 그런데 방송사 카메라만 들이대면 표정이 바뀌었다. 공손해졌다. 그때부터 우리도 카메라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하무인인 저들을 겁먹게 할 도구였다. 또 '기레기'들은 세월호를 기록하지 않았다. 우리가 기록하는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는 그와 유가족들의 무기였다. 그는 "상대방은 나의 육두문자보다 카메라를 더 의식했다"면서 "현장에서 생중계를 중단하고 경찰의 채증 카메라를 막으려고 삼각대를 휘저으면서 칼싸움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용도 무기였다.
- 험한 취재도 많았을 것 같다.
"백남기 어르신이 쓰러졌을 때 나는 반대편 차선에서 그 모습을 찍었다. 집사람이 장롱면허인데, 똥줄이 타니까 운전대를 잡았다. 차벽 코앞에서 카메라를 돌리고 있는데, 깨진 대리석이 날아왔다. 선루프가 깨졌다. 그걸 맞았다면? 카메라는 경찰이 쏜 캅사이신으로 범벅이 됐다."
- 첫 방송은 언제 했나?
"2014년 8월8일 국회에서 했다. 카메라와 노트북 한 대, 건전지 여분도 없었다. 와이어리스는 1인 미디어인 미디어몽구가 줬다. 첫 방송 때 '우리는 방송이 아닙니다. 가족의 이야기이고 눈물입니다'라고 말했다. 대놓고 욕을 하다가 울컥해서 말문이 막히면 가족들이 국회에 세워놓은 노란 우산을 수십 번 비췄다. 유가족들은 그걸 보고 또 울었다."
그와 유가족들만 운 것은 아니었다.
"카메라가 자꾸 울어요. 맹골도 사고 현장에서 배를 타고 나오는데, 카메라 후드에 부딪치는 바람소리를 따라 나도 울었어요. 동거차도에서 어민들을 만나 사고 당일의 증언을 담을 때도 카메라가 울었어요. 몇날 며칠이고 카메라와 함께 울었어요. 카메라가 유가족들에게 약이 되고 피로회복제가 되어야 하는데, 내가 어떤 현장을 비춰도 엄마아빠들은 웁니다."
그와 카메라는 울면서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고, 세월호 진실의 조각들을 모으고 있다.
[편집] 몇날 며칠이고 코피를 쏟다
▲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 든 지성이 아빠, 문종택(55)씨. ⓒ 정대희
그는 어깨 너머로 방송을 배웠다. 고등학교 때 보도부장이었던 그는 니콘 카메라 조작법을 배웠지만 캠코더를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416기억저장소 김종천 사무국장이 카메라를 주었고, 그에게서 기초적인 편집 기술을 배웠다. 뉴스타파와 미디어몽구 등 현장에서 만난 대안 언론사 기자들에게 물어보면서 한 가지씩 기술을 익혔다.
그렇게 만든 방송영상 목록은 500편이 넘는다. 바이러스로 날아간 14테라바이트(TB)를 빼고도 15테라바이트 정도 남아있단다.
"나는 지금 지성이의 몫을 살고 있어요. 제가 찍은 영상은 지성이의 남은 삶입니다."
현장에서 3~4시간 생중계한 것을 5분짜리 영상으로 편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6시간. 초기에는 일주일에 팽목항을 3~4번 왕복하면서 취재했다. 매일 밤늦은 시간에 안산 분향소 옆에 있는 416TV 컨테이너 박스에 도착해서 영상편집을 하다가 밤을 새운 날도 많았다. 코에서 무언가 흘러내려서 손으로 씻었더니 시뻘건 피였단다. 몇날 며칠이고 코피를 쏟은 적도 있는데, 지금은 나아졌단다.
"남은 아이들 4명이 딱 한번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우리는 자식이 아니냐'고요. 하지만 카메라를 멈출 수 없었어요."
- 많은 사람들이 생중계를 시청하나?
"기자회견을 할 때는 200~300명 정도. 세월호 청문회 때에 가장 많이 봤는데 몇 만 명 정도였다. 개떡 같았던 청문회였다. 사실 시청자 수를 확인할 겨를도 없고 중요하지 않다. 행사 때 유가족으로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혼자 카메라 들고, 멘트 하고, 컴퓨터 확인하고... 때론 울다가 말문이 막히고. 그럴 때에는 시청자들이 대신 댓글로 말을 해준다. '지성이 아빠, 또 울어요.' '아스팔트에 떨어진 가족들의 눈물을 보십시오.'"
- 언제 가장 힘들었나?
"지금도 힘이 든다."
- 언제 가장 기뻤나?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다. 국회 앞에서 세월호 엄마아빠들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을 담았다. 카메라를 돌리면서 나도 눈물을 흘렸다. 뭔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루도 안 갔다. 탄핵 이슈에 세월호가 묻히는 것 같았다."
[아, 지성아!] 0.7초 영상
▲ 진도 팽목항 ⓒ 정대희
조수석에 앉아 그의 말을 노트북에 담으면서 나는 몇 번이고 망설였다. 이 질문을 해야 할까? 운전대를 잡은 그의 눈을 볼 수 없었지만 간혹 눈물을 흘리는 듯 했다.
- 지성이와의 마지막 순간은?
"난 확신한다. 맹골수도는 100% 학살현장이다. 진실은 이미 규명됐다. 저들이 인정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날 오전 9시4분에 지성이와 통화했다. 친구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했다. 3-4분정도 통화한 것 같다. 아이와 통화하면서 나는 2번이나 세월호에서 흘러나오는 그 말을 들었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 사실 나도 한편으로는 안심했다(한동안 침묵)."
다음은 지성이 아빠가 전한 마지막 대화의 순간이다.
마지막 대화
"아빠, 배가 기우는 데 어떻게 해요?"
"침착해라. 구명조끼를 입었니?"
"예."
"아빠와 또 전화를 할 수도 있으니 통화가 끝난 뒤 핸드폰은 과자봉지에라도 넣어둬라. 네 옆에 창문이 있니? 그걸 깨야한다."
"창문 없어요."
"비상구가 있니?"
"아빠, 갈 수가 없어. 배가 기울어서 그쪽으로 갈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하던지 당장 나와야 한다."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고 한다.
"환장하겠더라고요. 미치겠더라고요. 나중에 나와 통화한 친구의 핸드폰을 찾았어요. 거기에 지성이 영상이 0.7초 남아 있었어요. '아빠하고 통화하려고 하는데 핸드폰을 빌려주면 안 돼?' 45도쯤 기울어진 상태로 누워서 친구에게 말하는 장면입니다(한동안 침묵)."
지성이는 초기 생존자 명단에 있었다. 그는 아이를 데려오려고 이불과 새 옷을 사갔단다. 하지만 팽목항에서 지성이를 찾을 수 없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잘못된 발표였다. 2주 뒤인 4월 30일에 사고해역 인근에서 싸늘하게 식은 몸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그가 생중계하는 핸드폰 초기 액정화면엔 지성이가 살아있다. 장미꽃 향기를 맡으려고 허리를 숙인 모습이다. 그의 핸드폰은 매일 오후 4시16분에 운다. 그 알람소리는 '진실의 벨'이란다.
[나는 분노한다] "야, 오늘 우는 장면이 없네"
▲ 진도 팽목항에서 현장 생중계를 하고 있는 지성이 아빠, 문종택(55)씨. ⓒ 정대희
그는 참사가 난 다음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도 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걸려온 전화에 '발신자번호표시제한'이 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애원했단다.
"특공대 중의 특공대를 투입시켜서 한명이라도 구해주세요."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색상황 알 수 있게 스크린 설치해준다고 약속했는데, 스크린이 설치됐냐'고만 물었단다. 그는 "결국 자기 자랑질하려고 전화를 건 것"이라고 말했다.
- 박 전 대통령이 왜 지금까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고 보나?
"인간이 아닌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당시에는 머리를 말아 올리든, 화장실을 가든... 자기의 행동 모두가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 헌재의 탄핵 판결이 내일(10일)이다. 어떻게 될 것 같나?
"탄핵된다. 세월호 참사만으로도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촛불이 잦아들까 걱정이다."
- 탄핵된 박근혜씨를 만나면 방송인으로서 꼭 묻고 싶은 말은?
"내가 그날(세월호 참사 다음날) 당신에게 '한 명이라도 구해 달라'고 부탁한 말을 기억하나? 그래서 한 명이라도 구했나? 한 명이라도 구하라고 명령이라도 했는가? 예, 아니오라는 단답형으로 묻고 싶다. 여성의 사생활... 뭐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팽목항에서의 생중계를 마친 뒤 오후 7시경,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주유소에 멈췄다. 차량에 붙어 있는 '416TV 방송'이라는 스티커를 본 직원은 "박근혜는 혀 깨물고 죽어야지... 세월호 참사 때 한 일을 보면 인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맙다"고 머리를 숙였다.
다음날 새벽 1시경에 안산 세월호 분향소 옆의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갔다. 416TV 방송국이다. 지성이 아빠가 컴퓨터를 켜자 '띠릉~ 띠릉~' 경고음이 세 번 울리면서 컴퓨터 에 이런 경고문이 떴다.
'원치 않는 의심스러운 프로그램을 발견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이런 현상이 잦아졌단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집요하게 그의 컴퓨터를 뒤지고 있다는 찜찜함. 그는 "전에도 이상한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데이터를 날렸는데, 내일 박근혜가 탄핵되면 컴퓨터를 켤 때마다 이런 기분 나쁜 소리를 듣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인 미디어] '기레기 언론'과 맞짱
▲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든 지성이 아빠, 문종택씨. 그의 목에는 기자증이 아니라 딸의 학생증이 걸려있다. ⓒ 정대희
그와 헤어질 때 <오마이뉴스> 메인 면에 걸린 탄핵 시계는 '남은 시간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날 오전 11시 20분경, 헌재는 세월호를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을 탄핵했다. 민간인 신분인 박씨는 청와대에서 쫓겨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지성이 아빠도 이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오늘도 차 지붕 위에서 울고 있는 카메라. 노란리본이 달린 그의 카메라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무기다.
"내가 카메라를 든 것은 '시체 장사'라고 떠벌이는 종편 때문이었어요. 지상파도 마찬가지지요. 특별조사위원회 전원회의를 할 때였습니다. 카메라 기자들이 자기들끼리 말하더라고요. '야, 오늘은 우는 장면이 없네' '싸우지도 않는데 그냥 가자'. 화가 치밀어서 소리쳤어요. '당신들 말 한마디로 수백 명의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제가 아는 언론권력은 대통령 위에 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만 보도한다면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어요. 언론권력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깰 수 있습니다."
그는 지난 3년간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408km 거리를 100번 정도 왕복했다고 한다. 휴게소에 들러 밥을 먹을 때도 그는 한 손에는 밥공기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운전할 때 들어온 유가족들의 카톡을 확인하고 취재 일정과 노선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새벽 1시 30분경, 16시간의 동행취재를 마친 그는 <오마이뉴스> 취재진을 배웅한 뒤 안산 세월호 분향소의 컨테이너 박스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를 탄핵한 그날 오전 11시경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생중계를 했다. 나중에 편집된 영상의 제일 뒷부분에는 그의 자작곡을 실었다.
'탄핵은 끝났지만 세월호 촛불을 끝까지 지켜 달라.'
1인 미디어인 그는 이렇게 '기레기 언론권력'과 맞짱을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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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지성이 아빠가 지치지 않고 세월호의 진실을 취재할 수 있도록 마음을 보태주실 분이 계시다면 응원을 부탁드립니다(전화 : 010-3699-4630). 또 지성이 아빠는 "탄핵 촛불을 생중계하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오마이뉴스를 응원하고 후원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20차례에 걸쳐 촛불 광장을 생중계한 오마이TV를 지키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매월 1만 원 이상씩 자발적 시청료를 내어주시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에 가입을 해 주십시오.(핸드폰 010-3270-3828)
▲ 민주노총은 16일 오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각 산별노조 대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2017년 대선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5대의제와 10대 요구를 발표하고 6~7월 사회적 총파업 계획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은 2017년 대선시기에 일부 대선 주자들의 행보를 쳐다 만 보는 방관자가 아니라 광장에서 외쳤던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해체’를 내걸고 거리와 광장에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계속하겠다.”
▲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진행된 ‘2017 민주노총 대선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오는 5월 대선을 한국사회 대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기로 규정하고 ‘노동존중 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선시기에 제기할 요구를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 6~7월 ‘사회적 총파업’을 실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보건의료노조, 건설산업연맹,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공무원노조, 전교조 등 산별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체제청산과 비정규직 철폐·좋은 일자리 등 5대 의제와 10대 요구를 발표했으며, 각 산별조직의 요구와 주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5월 대선이 1,600만 촛불의 박근혜 퇴진 투쟁이 만들어 낸 조기대선이므로 ‘한국사회 대개혁을 위한 대선’으로 자리매김 되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사회의 진보변혁적 재편을 위해 대선투쟁의 요구와 의제를 전면화하겠다고 밝혔다.
▲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원칙적으로 보수정당을 상대로 정책적 견인이 아니라 조직적 지지로 경도되는 것은 금지하고 진보진영 후보를 지지하되, 인물 중심이 아니라 의제 중심으로 대선에 대응함으로써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4월부터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재벌체제 해체 등 대선시기 요구를 쟁점화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동자의 총파업뿐만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 및 자영업자 등의 직접행동, 그리고 시민들의 총궐기, 촛불 공동행동 등 사회적 총파업이 필요하다는 5월 공론화·조직화 과정을 거쳐 6월말, 7월초에 사회적 총파업 주간을 정해 ‘한국사회 대개혁을 위한 총궐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이 핵심사업으로 제기하는 ‘사회적 총파업’은 ‘박근혜가 퇴진한 그 다음엔 내 삶이 바뀌어야 진짜 세상이 변한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조직 노동자는 총파업으로, 시민사회는 총궐기의 형태로 결합하며, 광장의 시민들과 연대를 이끌어내어 다시 광장을 만들어내는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4~5월 대선시기에는 의제를 전면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적 총파업’을 조직하고, 6월 대선 이후에는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대통령과 새 정부가 그 의제를 즉각적인 행정조치로 분명하게 실현하고 연말까지는 전면적인 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3월 29일 사회적 총파업 연대기구를 출범하며, 이때 각 지역별 대선투쟁 선포 결의대회와 2017년 투쟁실천단 발대식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 촛불대선과 노동자의 요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오상룡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올해 대선에서 재벌개혁, 제조업발전, 노조파괴 금지 등 3대 의제를 집중 쟁점화하기로 하고 중앙집행위원회와 각 지부 운영위원회를 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좋은 공공서비스와 좋은 일자리를 위한 국가대개혁 정책요구를 전면에 내세워 민주노총내 공무원노조, 전교조 등 공공부문 노조와 함께 (가칭)국가대개혁산별연석회의‘ 구성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노총 소속 공공부분과 함께 하는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대선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권종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의 대선 요구로 ‘보건의료분야 양질의 일자리 50만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비롯한 5대 프로젝트 50대 세부 과제를 제시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서비스연맹은 ‘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노동’ 등 5대 의제를 대선과제로 내세웠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건설산업 구조개혁’ 등 6대 쟁취요구와 25대 세부의제를, 이을재 전교조 부위원장은 ‘대학공동학위제’와 ‘대학자격고사’ 등 교육체제 개혁을 위한 5대 핵심과제, 그리고 교육정상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9대 주요과제를 제시했다.
▲ 민주노총 5대 의제. 10대 요구. [제공-민주노총]
바꾸자! 헬 조선, 만들자! 노동존중 평등사회!
민주노총 2017년 대선투쟁 선포 기자회견문(전문)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해체
헬 조선을 허무는 사회적 총파업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다
1600만 촛불은 누구인가?
알바를 전전하며 불공정, 불평등 세상에 분노한 헬 조선 청년들이다.
남성에 비해 64% 수준의 차별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여성들이다.
명예퇴직, 상시적인 구조조정으로 불안에 떨며 일하고 있는 넥타이 노동자들이다.
흙 수저, 금 수저로 갈라진 희망 없는 대한민국을 혁명하자고 외치는 청소년들이다.
1년, 2년마다 반복 해고되는 시급 6,470원 일자리에 벗어나지 못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철폐,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노조탄압과 파괴, 해고에 맞서 사업장과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촛불이었다.
이 모든 촛불들이 모여 박근혜를 탄핵했고, 헬 조선 대한민국을 바꾸자 외쳤다.
박근혜 없는 봄이 시작되었다. 촛불혁명이 만든 조기대선도 시작되었다.
촛불에 편승한 대선주자들은 넘쳐나지만 적폐정책은 강행되고 개혁입법은 유보되고 있다.
촛불대선이 잿밥대선이 되고, ‘장미대선’이 ‘장밋빛 환상’으로 끝난다면 촛불은 혁명이 아니다.
촛불의 힘으로 만든 대선과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기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적기다.
헬 조선을 허물자는 촛불의 요구는 이천만 노동자의 노동적폐를 청산하자는 요구이기도 하다.
박근혜 탄핵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세력과 그들이 만든 헬 조선은 여전히 견고하다.
불평등, 불공정, 천만 비정규직, 재벌독식 헬 조선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권력이 재벌의 배를 불리고, 재벌이 권력이 된 70년 역사였다.
세계 11위 경제대국, 재벌이 쌓아올린 부의 바벨탑은 노동의 권리를 짓밟고 착취한 전리품이었다.
재벌독식과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의 확대, 무력화된 노동3권이 노동적폐다.
노동기본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는 아직 민주주의가 아니다.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는 체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불러왔다.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복지부동 체제가 아무런 저항 없는 블랙리스트를 가능케 했다.
청와대 권력이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체제가 재벌들의 배만 불려왔다.
재벌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청부 노동개악을 자행하는 더러운 체제가 비정규직 천만 시대를 만들었다.
단호하게 적폐를 청산하고 ‘헬 조선 공화국’의 기둥뿌리를 뽑아야 한다.
민주노총은 정권교체 그 자체가 아니라 노동존중 평등사회를 위한 사회대개혁을 요구한다.
박근혜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재벌독식체제를 해체하라.
재벌의 뇌물대가, 불법 양대지침, 성과퇴출제 노동개악을 폐기하라.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고, 저임금을 타파하라. 비정규직을 철폐하라.
년 180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와 공공.안전 인프라 확충으로 100만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라.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고, 산별교섭 법제화 등 노동법을 전면 개정하라.
생명.안전 존중과 평생 복지를 보장하는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라.
선택의 여지조차 가로막는 보수정치 독식구조 선거정치제도를 개혁하라.
평화를 지키는 무기는 없다. 백해무익한 사드배치를 철회하라.
민주노총은 대선시기 노동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 요구를 들고 거리와 광장으로 나올 것이다.
헬 조선을 바꾸라는 촛불과 노동의 요구를 외면하는 대선후보는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새 정부와 직접교섭을 통해 노동의 권리가 살아 숨 쉬는 진짜 민주주의를 당당히 요구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해체’사회적 총파업은 그 정점이 될 것이다.
국민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정권이 교체되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촛불은 보여주었다.
촛불은 광장과 노동현장에서 계속 타올라야 하고, 대선승리는 이천만 노동자 모두의 승리여야 한다.
이 글은 2016년 12월 개봉해 약 450만 명(누적 관객수, 영화진흥위원회)이 관람한 영화 <판도라>의 등장인물과 줄거리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아직 보지 않은 독자라면 온라인 상영관 등을 통해 영화를 본 후 이 글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 지진에 이은 원전 대폭발을 그린 영화 <판도라>의 포스터.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판도라의 상자
영화 <판도라>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하지는 않지만, 판도라 이야기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한 프로메테우스와 최초의 여인 판도라를 소개한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간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제우스가 거절하자 천상의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전한다. 제우스는 자신을 속인 인간에 대한 분노로 판도라라는 여인을 만들고 상자 하나를 건네 인간 세상에 오게 한다. 그녀는 행복하게 살면서도 제우스가 준 상자 안에 대한 호기심으로 늘 괴로워한다. 어느 날 호기심에 열어본 상자 안에서는 인간에게 해가 되는 온갖 것이 봉인을 풀고 흘러나왔다. 죽음과 질병, 질투와 증오, 복수와 전쟁 등이 나와 인간 세상에 흩어지게 된 것이다. 이 상자 안에 마지막에 단 하나 남은 것은 ‘희망’이었다.
» 제우스가 준 상자를 열어보려 하는 그리스 신화 속의 판도라. Jules Joseph Lefebvre (1882). 위키미디어 코먼스
핵발전소: 큰 사고가 나면 위험하다고? 그렇지 않다.
-영화 <판도라>에 등장하지 않는 이들
영화 <판도라>의 서사 구조는 사고가 난 핵발전소에 새로운 냉각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죽게 되는 ‘재혁’(김남길 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어머니 ‘석 여사’(김영애 분)의 둘째 아들이다. 석 여사의 남편과 가슴에 묻은 첫 아들은 핵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죽었다. 우리는 흔히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이 심각한 핵발전소 사고가 나야 재난영화 <판도라>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핵발전소에서는 늘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는다. 다만 이 영화에서와 같이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또한 “남편하고 자식새끼(큰아들) 잡아먹은 발전소”에서 둘째 아들(재혁)이 일하는 것을 말리지 못하는(않는) 상황이 있을 뿐이다. 석 여사는 “참말로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하지만 핵발전을 잘 이해하는 책임 있는 이들에게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을까?
영화에서 ‘재혁’의 꿈은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걸 그만두고 원양어선을 타는 것이다. 아니 그의 진정한 꿈은 배타고 돈 벌어 여자 친구 ‘연주’(김주현 분)와 소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핵발전소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그의 아버지와 형과 차이가 있다면 (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는) 작은(?) 사고로 인한 것인지, 재앙에 가까운 큰 사고로 인한 것인지 정도이다.
» 석 여사가 운영하는 월촌식당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 왼쪽부터 석 여사의 둘째 아들 ‘재혁’과 여자친구 ‘연주’, 석 여사, 큰 며느리 ‘정혜’와 손자. 이 가족사진에서 석 여사의 남편과 큰 아들은 왜 빠졌을까? 영화 판도라 공식사이트
영화의 무대인 월촌리에서는 핵발전소의 가동의 중단과 폐쇄를 둘러싼 주장이 늘 팽팽하다. “니들은 전기 안 쓰고 사나?”라는 주장과 이러다가 “우리 다 디진다(죽는다)”는 주장이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확보하기 위해 죽은 이가 이 영화 속의 ‘재혁’뿐만이 아니다. 평소에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주로 석 여사의 남편과 큰 아들과 같이 평범하고 때로는 약한 우리 이웃이 감당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그들은 이 지역에서 살다가 핵발전소 하청업체에 고용된 직원들이었다.
차마 맘 편하게 보기 어려운 장면들
- 누구의 책임인가?
영화 <판도라>는 450만 명이 본 재난 영화이다. 핵발전의 현실과 위험을 잘 보여주고 있어 1000만 명 이상이 관람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었다면 우리나라 핵발전 정책이 다소나마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글쓴이도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보다 정확하게는 너무 속상한 현실을 담고 있어 차마 맘 편하게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특히 영화 <판도라>의 후반부는 다소 신파적이고 울분과 슬픔을 주체하기 힘들게 만든다. 평소에도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이입을 잘하는 글쓴이의 아들은 영화의 뒷부분을 눈물로 채웠다. 지진으로 고장난 핵발전소의 냉각장치를 복구하는 일에 우리나라 존립의 마지막 희망이 걸려있을 때, 정작 책임을 져야하는 이들은 어디에 있었나? 많은 이들이 핵발전의 위험을 알릴 때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 거지 개떡같은 나라를 위해”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한 이들은 결국 노후한 한별1호기의 위험을 알리다 좌천된 박평섭 소장(정진영 분)과 핵발전소가 무서워 늘 도망가길 원했던 ‘재혁’, 하청업체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재혁의 친구들과 돌아가신 재혁 아버지의 친구들이었다.
핵발전소의 2차 폭발 이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만 했던 것은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저장수조(물탱크)였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핵발전에 사용한 폐연료봉은 핵발전소에 함께 보관되어 있다.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10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이 폐연료봉을 우리는 아직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한 저장수조에서 물이 새게 되었고, 이를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재혁’은 자신의 죽음과 함께 기존의 수조 벽을 폭파하고 새로운 냉각시설을 확보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최악의 파국을 막은 재혁을 영웅으로 만들며 “강재혁, 꼭 기억하겠습니다.”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국민학교(초등학교) 때부터 배워 몸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이놈의) 애국심이 나도 모르게 발동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사실 재혁 스스로는 자신을 용감한 사람이라고도 애국자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평소 왜 핵발전소를 싫어하느냐는 질문에 “싫어하는 게 아니라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게다가 사고가 난 핵발전소에 다시 들어가는 상황도 “억울하고 택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죽으러 가는 게 아니라 (내 가족을) 살리러 간다”는 생각에 그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 오노프리(San Onofre) 핵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2014년). 영화 <판도라>의 한빛발전소나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같이 사용후핵연료봉은 핵발전소 내에 위치한 저장수조에 보관된다. 지진 등으로 이 수조의 물이 유지되지 못하면,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일이 생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책무감은 아버지와 형을 이미 잃은 미혼의 노동자보다는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기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늘 제기되는 위험을 묵살하던 이들이 정작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기억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어떤 편리와 욕심은 누군가의 위험을 담보로 가능하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희망’은 무엇일까?
- 아들과 딸에게 핵 대신 좋은 세상 물려주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에는 마지막으로 ‘희망’이 남겨져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핵발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눈 감지 말고 “판도라 상자” 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래야 지금 핵발전소 근처에 살고 있는 내 누이와 당신의 노모가 살 수 있고, 영화 <판도라>와 같은 사고가 생겨나면 꼼짝없을 나와 당신이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아들과 딸이 이 땅에서 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된다.
6년 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150만 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현재도 다수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 전역을 떠돌고 있다. 영화 <판도라>를 보고나면, “영화라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미리 알려줘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되돌리기 어려운 재앙이 ‘아직은’ 발생하지 않았고,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핵발전소 없는 사회로 갈 수 있는 다소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 그 ‘희망’ 중 하나일 것이다. 얼마나 짧은 시간에 그런 사회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우리 아들과 딸에게 핵의 위험을 안고 있는 사회를 물려줄 것인지는 나와 독자들이 해낼 몫이다.
‘희망’이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때로는 “저 밥솥(핵발전소) 때문에 호강하고 산다”고 믿고 싶다. 사실 우리 생활에서 사용하는 전기 중 상당부분이 핵발전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상자를 열면 큰 일 난다”는 걱정 또한 갖고 있다. 이 영화 속의 장면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과 우리에게 약간의 시간이 있다는 것이 정말 유일한 ‘희망’일까? 아니 그 ‘희망’이 막연한 기대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이루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은 없을까?
영화 <판도라>는 한별1호기가 위치한 한반도 동남권에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한다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지진이 나기 전에는 핵발전소의 안전에 대해 “지진 아니라 지진 할배가 와도 끄떡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이러한 절대적인 믿음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핵발전소 곳곳에 엉터리 부품이 사용되고 위험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한 이들이 관리자로 있는 어느 나라에서라면 더욱 요원한 일이 된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다. 아무리 이론적, 기술적으로 개선된 핵발전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상하기도 힘든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안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 핵발전소 부품 비리가 언론에 수시로 등장한다면 (<서울경제> 2016.9.29. ‘원전 비리 수사 중에도 엉터리 부품 공급한 강심장들’)
- 전력 공급 상실, 폐연료봉 추락, 냉각시스템 고장 등의 심각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면 (노컷뉴스2012.03.14. ‘전원상실 사고 은폐 고리 1호기 폐쇄 여론 거세져’)
- 크고 작은 사고를 계속 숨긴다면 (부산일보 2012.04.03. ‘부산 고리 원전 정전사고 은폐의 위험’)
- 뻔히 알고 있는 활성 단층대 위에 방폐장과 새로운 핵발전소를 짓는다면
(SBS 2016.9.13. ‘양산단층에 빼곡한 원전·방폐장...안전한가?’)
- 지하수가 새는 곳에 방폐장을 짓는다면 (JTBC 2014.08.26. ‘방폐장에 매일 1300톤 지하수 콸콸...방사능 오염 우려’)
이 영화에서는 핵발전소에서 발생할 “사고 가능성이 영에 가깝다”고 말한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의 핵마피아들이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대한민국의 핵발전 옹호론자들 역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설령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영에 가까울 수는 있어도 영일 수는 없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건 우리가 걱정한 일은 예외 없이 찾아오더란 것이다.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말이다.
글쓴이가 생각하기에 판도라 상자 안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보다 사람과 안전이 우선되는 세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원자로 하나가 얼마인지” 따져 물으며 사고로 폭발 직전의 핵발전소를 바닷물로 냉각하지 못하게 막는 상황이 우리 현실에 더 가깝다면 희망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내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싶은 우리 사회의 가장 첫 번째 모습이다.
또한 “사람 맹키로 기계도 다 수명이 있다. 그라다 골로 간다(사람처럼 기계도 수명이 있다. 그러다가 큰일 난다)”라는 영화 속의 대사를 우리 사회가 빨리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발전은 겨우 40년(아주 길면 50년)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길게는 10만년 동안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는 부담을 미래 세대에 안겨주는 방식이다. 핵발전이 갖는 시간적 의미와 형평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자각이 희망을 위한 두 번째 전제조건일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천상의 불을 다시 찾아서
» 불을 가져오는 프로메테우스. 벨기에 화가 Jan Cossiers (1600–1671)의 1937년 작품. 현 프라도 미술관 소재.위키미디어 코먼스
다시 돌아가 그리스 신화에서 여인 ‘판도라’ 이야기는 프로메테우스가 천상의 불을 훔쳐 인간에 전해주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판도라 상자를 통해 인간의 ‘죽음’과 ‘희망’을 신화적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가 그 불을 아폴로의 ‘태양 마차’에서 훔쳤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원래 인간에게 허용된 불은 ‘태양’에서 온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상의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원들은 나무, 석탄, 석유를 비롯하여 모두 태양에서 온 에너지를 축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에너지 역시 핵이 아니라 태양에서 온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 아폴로의 태양 전차로부터 불을 훔치는 프로메테우스: 이탈리아 화가 Giuseppe Collignon (1778 – 1863) 작품.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전해준 천상의 불은 ‘태양’에서 온 것이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호'(CVN 70)가 15일 오전 부산항에 입항했다. [사진출처-주한미군사령부]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호'(CVN 70)가 15일 오전 부산항에 입항했다.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날 "제2 항모비행단, 웨인E마이어 이지스구축함 등을 이끌고 항공모함 칼 빈슨호가 15일 부산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2주 동안 남중국해에서 임무를 마치고 연례적인 독수리 연습 기간 동안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한국 해군과 함께 기동훈련을 실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킬비 제1항모강습단장은 도착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훈련은 한.미 해군이 하나의 목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계획한 많은 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며 "훈련의 목적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정기적인 훈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칼빈슨호는 북한이 한국에 가하는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왔다"며 "이번 입항은 대한민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 해군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 해군과 함께 작전을 펼칠 수 있어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 남중국해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칼 빈슨호. [사진출처-칼 빈슨호 공식 페이스북]
▲ 이순진 합참의장(왼쪽에서 네번째)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맨왼쪽)이 13일 칼 빈슨호에 승선했다. [사진출처-칼 빈슨호 공식 페이스북]
앞서 이순진 합참의장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 칼 빈슨호를 방문했으며, 이 의장은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현 안보 상황에서 항모강습단의 독수리훈련 참가는 미 전략자산이 언제라도 한반도에 전개할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북한이 오판하여 도발을 한다면 동맹의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은 방어적 성격의 연례적 연합연습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칼 빈슨호는 9만 3천4백t급으로 F/A-18 전폭기 수 십여대, 급유기, 대잠수함기, SH-3H 대잠수함작전 헬기, E-2공중조기경보기 등이 탑재해있다. 승무원은 7천 5백명이다.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4일 "핵항공모함을 비롯한 미제의 모든 전략자산들은 우리 군대의 강위력한 초정밀 타격수단들의 조준경 안에 들어있다"며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군대의 초정밀 타격이 지상과 공중 ,해상과 수중에서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2017년 3월 15일 부산항에 나타난 칼빈슨 미 항공모함 전단이 동해에서 훈련하는 모습
15일 오전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이 전단이 동해에서 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진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올 독수리 훈련에 참가하는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 중 처음 공개된 것이다.
동시에 같은 날 미국의 협상팀이 평양으로 들어갔다는 정보를 들었다는 정창현 북 전문가의 말도 나왔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같은 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디트라니 북 전문가의 입을 통해 4월 말 늦어도 5월 초에는 북미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보도를 거의 내내 머릿기사로 걸어놓았다.
국내 언론에서는 디트라니의 발언이나 정찬현 전문가의 말은 거의 다루지 않고 항공모함의 등장이 북을 심각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보도를 대대적으로 하였지만 미국의 속마음은 미 항공모함이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초강경 대응 조치를 초래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 이젠 통할 리 없는 강경파 때문이라는 상투적 변명
미국의 대북 협상팀은 북에게 자제를 부탁할 것이 자명하다. 항공모함의 등장은 한국과 일본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등 늘 해오던 변명과 강경파 거론 변명도 장황하게 늘어놓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도 하고 싶어하지만 미국의 군산복합체 강경파들의 반발이 거세니 그들을 달랠 수 있게 북이 좀 양보를 해달라고 조를 것이 자명하다.
갈루치도 강석주 북 대표와 94년 북미제네바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협상 과정에 북이 양보하지 않으면 미국의 강경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은근히 압박을 가하자 강석주 대표가 볼펜을 집어 던지며 “좋다, 한 판 붙자, 선전포고 하고 3일 후부터 전쟁 시작이다.”라고 벼락 같이 호통을 쳐 갈루치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든 적이 있었다.
지금도 미국의 그런 기조는 여전한 것 같다.
퇴임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오바마 정부가 인내정책만 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북과 협상을 수도 없이 진행했고 협상을 하기 위한 준비하고 검토한 자료가 후에 기밀문서에서 해제되어 공개되면 아마 산처럼 쌓여있을 것”이라고 고백하였다.
왜 대화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겠는가. 미국이 요구하는 핵포기를 북이 거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여 미국의 모든 전략가들이 다 모여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가며 대북협상안을 마련하고 북과 비공개 협상을 벌렸지만 북의 핵무장력은 날로 강화되기만 했었다. 상투적 변명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 핵포기는 절대 없다는 북
1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대표부는 13일(현지시간) "우리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토록 하는 목적이라면 어떤 종류의 대화에도 관심 없다"고 밝혔다.
북한대표부의 김인룡 차석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의 양자회담이든, 북핵 6자회담 같은 다자회담이든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대화에 열려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것이다.
김 차석대사는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 적대시 정책을 버리는 것만이 양국 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자세"라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은 궁극적으로 북이 핵포기를 약속만 하면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는 것인데 북은 그 핵포란 있을 수 없다고 대못을 박고 있다.
나아가 북은 북미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을 위협하고 있는 주한미군 등을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도 단행하는 등 핵무장력을 더욱 강화하는 길로 더 세게 나가겠다는 것이다.
북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와 다탄두를 장착하는 최신형인 화성14호까지 실전배치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실물까지 공개하고 있다. 다만 시험 발사 장면만 공개하지 않았는데 올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시험발사 준비가 마감단계에 들어섰다고 언급하였다.
미국으로서는 피가 마를 일이 아닐 수 없다.
북의 위성로켓을 5번이나 공개적으로 쏘아서 4번을 완전히 성공시켰고 실패한 은하3호 1호기도 로켓 자체의 문제 때문에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우주공간까지 잘 올라갔다. 이미 대륙간탄미사일 로켓 성능은 공개한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북이 그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시험발사를 통해 완전히 과시하게 되면 미국의 입장은 정말 심각해진다.
러시아나 중국이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과 미국은 현재 휴전 즉 실질적인 전쟁 중이다.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근거도 과거엔 대소전진기지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소련이 해체된 후부터는 오직 북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은 이제 더는 그런 미군의 항시적인 위협을 받으며 살 수 없다고 선언했다. 미 본토를 언제든 일거에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핵무장력을 구축함으로써 안전을 담보받고 마음 편하게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핵-경제 병진정책이다.
♦ 북미평화협정체결이냐 전쟁이냐 기로에 선 미국
미국은 북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대화를 통해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북과의 심각한 전쟁위기로부터 벗어날 것인지 아니면 북을 군사적으로 제압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틀럼프의 등장으로 미국은 북과 대화쪽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의 대북 강경파를 상징했던 존 볼튼이나, 로버트 아인혼과 같은 대북 전문가들도 북과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미국이 보여주는 행동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찾을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 번 내놓은 말이나 결심을 접은 적이 없다. 지난해엔 수소탄 시험만 2번이나 단행할 정도로 초강경 물리적 조치를 쉴틈 없이 단행하였다. 군사력 과시의 최고 절정이었다.
북은 트럼트가 당선되고 출범 후 1달여까지는 그런 행동을 자제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연이어 두 차례 신형 고체연로로켓미사일 북극성 2형과, 신형 화성6호 미사일 집중발사를 연이어 단행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고한 이상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멀지 않아 단호하게 발사할 것이다. 연이어 과시한 두 번의 미사일 발사만 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얼마나 단호한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한반도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가 북과 김정남 시신 인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할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회담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15일에 나왔다. 이 사건은 3월에 미국에서 진행하기로 추진 중이던 북의 최선희 미국 국장과 협상 추진을 가로막는 계기가 되었으며 북을 테러진원국으로 재지정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것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미국이 북과 본격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얼마나 북과의 협상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지는 한국의 주한미대사 자리가 공석으로 몇 달이 지나가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미일 동맹으로 북을 압박하여 뭔가를 얻어볼 수 있다는 생각만은 미국도 이미 접은 것 같다.
사드도 배치도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허장성세 위기의식의 반영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허장성세식 대북 압박도 한반도 정세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은 간과하지 말아야하겠는데 아직 북을 너무나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인지라 무슨 사달을 일으킬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협상 목표와 요구도 주목할 점이다. 핵포기를 목표로 진행한다면 회담은 시작 자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무조건 낙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이철성 경찰청장과 기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다. “안 맞았으면 좋겠다”는 게 기자의 말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있었던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북촌로 일대에서 기자들이 ‘집단 린치’ 당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연합뉴스 사진부 이아무개 기자는 철제 사다리로 뒷머리를 맞았다. 머리를 맞으면서 안경이 튀어나갔다. 카메라를 빼앗겼다는 증언도 속출하고 있다. 사진가 정운씨는 500만원 상당의 카메라를 빼앗긴 다음 집회 참가자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했다. 사진가 채아무개씨도 카메라를 빼앗겼다.
문제는 현장에 경찰병력이 있었음에도 이 같은 사고가 잇따랐다는 점이다. 피해 취재진 일부는 경찰이 이런 상황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집단 린치를 당하던 A기자는 안국역 역사 안을 지키던 경찰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 상황을 신고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황당했다. A 기자는 “경찰 말이 너무 웃긴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기네들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게 경찰이 할 소리인지”라며 “일단 같이 현장으로 갔는데, 경찰이 더 이상 안 움직였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여기까지가 우리 구역’ 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B기자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B기자는 탄핵 반대 집회 한 가운데 있다가 10여명으로부터 무차별적인 발길질 등을 당했다. B기자는 경찰에게 “현장에서 폭행이 일어났으니 체포를 하든지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B기자에게 “일단 여기서 벗어나라”고 말했을 뿐이다. B기자는 “세월호 집회 때와 양상이 너무 달라서 놀랐다”고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조용하게 있다가 급작스럽게 폭력을 휘둘렀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이들은 탄핵 인용 직후부터 폭력 사태를 예고했다. 시사인 영상에 따르면 집회 주최 측은 인용 결정 이후 마이크로 “기자와 네티즌에 대한 색출 작업에 들어간다”고 공지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쇠로 된 깃봉 86개를 압수했다.
심지어 경찰이 맞고 있어서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C기자는 “맞는 도중 경찰에 도움을 청하려고 했는데 경찰도 집회 참가자들에게 맞고 있었다”고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이 폭력을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청장이 13일 기자들과 만나 나눈 대화에서도 이런 ‘나이브함’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청장은 “탄핵선고 당일에는 전략적 인내를 했다”며 “당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을 빼고는 집회 관리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 청장은 간담회 말미에도 “어느 쪽이든 폭발적일 것이었다. 차벽 뒤에 병력을 두고 조금 받아주자. 어느 쪽이 됐든 상실감, 분노를 받아주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내 대응을 했을지 모르나 그 피해는 취재진과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경찰에 접수된 취재진 피해만 10명이고 미디어오늘에 제보된 사례 등을 더하면 20명이 훌쩍 넘는다. 일반 시민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도 없다.
법적으로 허용한 폭력이 통제에 따른 국가 폭력이다. 폭력에 ‘공권력’ 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주는 이유다. 하지만 그 공권력이 제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청장은 피해자들에게도 ‘전략적 인내’를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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