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토막살인' 협박에도... "국정원 이 빵구똥구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8/09 10:10
  • 수정일
    2013/08/09 10: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국정원으로 피서간 겁 없는 녀석들, 유쾌한 집회 진행 중

13.08.08 17:08l최종 업데이트 13.08.08 17:47l

 

기사 관련 사진
최근 유튜브 영상 '국정원으로 피서간 겁 없는 녀석들'으로 이슈가 된 김수근(왼쪽), 박현탁씨(오른쪽). 이들은 2일부터 서울시 서초구 국정원 앞에서 집회를 진행 중이다. 집회는 1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빵꾸똥꾸야! (국정원) 너네 해체할 거야, 죽었어!"

서울시 서초구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 앞. 네이버 지도도 위치를 안 알려주는 이곳에서 "국정원 해체"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격렬한 시위도, 장엄한 기자회견도 아니다. 꽃무니 칠부바지와 짙은 선글라스를 몸에 걸치고 우아하게 돈가스를 써는 이들에게 국정원 앞은 올 여름 '피서지'이다. 우거진 나무와 쉼 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 눈만 감으면 영락없는 숲 속 계곡이다.

국정원으로의 피서를 감행한 주인공은 서울민권연대 소속의 김수근(31), 박현탁(24), 김효준(32)씨. 최근 유튜브 영상 '국정원으로 피서간 겁 없는 녀석들(영상보기)'으로 이슈가 된 이들은 2일부터 국정원 앞에 자리를 펴고 '유쾌한 집회'를 진행 중이다.

8일 이들을 만나기 위해 국정원 앞을 찾았다. 김수근·박현탁씨가 기자를 맞았다. 김씨는 "국정원 국정조사 와중에 휴가나 가는 새누리당을 보고, '그래, 너네 그렇게 피서 떠나면 나는 국정원으로 피서 간다'는 생각으로 이번 집회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집회는 1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즐거움 주면서 할 말 다 한다"
 
기사 관련 사진
'국정원 감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박현탁(왼쪽), 김수근(오른쪽)씨.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피서'긴 하지만 이들의 하루는 분주하다. 가장 많은 시간을 퍼포먼스 연구에 쏟는다.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 일반적인 집회나 농성의 방식으론 눈길을 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 국정원 앞에 나올 때부터 이들은 '재미'를 추구했다.

"촛불을 드는 게 용기를 내야 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란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퍼포먼스를 통해)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할 말 다 하는 모습 보여주면 촛불집회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데 도움이 되겠죠."

실제로 물총을 든 채 국정원을 감시하고, 줄넘기 10만 개를 목표로 빗속에서 '폭풍 줄넘기'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누리꾼들은 '국정원으로 피서간 겁 없는 녀석들' 영상을 이곳저곳 퍼 나르고 있다. 덕분에 6일 처음 올라온 영상은 8일 오후 2시 현재 조회수 3만5000건 이상을 기록 중이다. 영상 속에서 국정원을 향해 "빵꾸똥꾸"를 외치는 김수근씨의 모습에 많은 네티즌들은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박현탁씨는 이번 '국정원 정국'에서 만들어진 가수 '류앤탁'의 멤버로도 유명하다. 가수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풍문으로 들었소>를 개사한 <국정원 풍문으로 들었소>는 시청 앞 광장과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기사 관련 사진
8일 국정원 앞 집회 현장에서 박현탁(왼쪽), 김수근(오른쪽)씨가 가수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풍문으로 들었소'를 개사한 '국정원 풍문으로 들었소'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박씨의 주도 하에 국정원 앞에선 매일 오후 6시 30분 '작은 공연'이 열린다. <국정원 풍문으로 들었소>에 맞춰 낮 동안 연습한 춤과 노래를 이때 선보인다. 이후 오후 7시 30분엔 매일 자발적으로 찾는 시민들과 함께 '작은 촛불 집회'를 연다. 전날인 7일엔 시민 4명이 참여해 한 명도 안 빠지고 국정원을 향해 할 말을 다 쏟아냈다.

박씨는 "이곳이 대중적인 공간이 아니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활동을 알리는 게 1차 목표였다"며 "촛불시위가 언론에 의해 통제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무모한 도전'이 국민적 힘을 모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11일 국정원 앞에서의 촛불문화제를 계획하고 있다.

국정원 CCTV 밑 '피서'... "사람 따라붙기도"
 
기사 관련 사진
'국정원으로 피서간 겁 없는 녀석들 주변엔 '감시자들'이 따른다. 8일 집회 현장 주변의 경찰의 모습.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들 집회의 목적은 '국정원 해체'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이다. 때문에 현재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 국정조사에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씨는 "지금까지의 조사와 정황을 보면 국정원, 경찰, 새누리당이 한통속이란 건데 직접적 연관이 있는 새누리당이 조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범죄자 집단이 스스로 조사를 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핵심 인물인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모두 증인 채택을 하지 못한 게 새누리당이 직접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며 "국정조사도 좋지만 당장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차려놓은 피서지 위엔 위엔 국정원 CCTV가 있다. "움직일 때마다 CCTV가 따라온다"고 한다. 경찰의 감시도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 감시'의 퍼포먼스 중 하나로, 작동이 안 되는 비디오카메라를 국정원 쪽으로 향해놨더니 이를 경찰이 제지한 적도 있다.

"가까이 헌인릉이 있어 뭐가 있나 궁금해 산책을 나갔는데 귀에 무전기를 꽂은 사람들이 거기까지 따라붙더라. 땀 뻘뻘 흘리며 헌인릉을 구경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웃음)."

부산 식당에서 온 "가족 토막내겠다" 협박 문자?
 
기사 관련 사진
지난달 30일 집회신고를 낸 김수근씨에게 31일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온 협박 문자메시지. 발신된 곳으로 전화해보니 부산의 한 샤브샤브 식당이었다.
ⓒ 김수근

관련사진보기


유쾌해 보이기만 한 이들이지만 이번 집회를 시작하며 섬뜩한 일을 겪기도 했다. 김씨가 지난달 30일 국정원 앞에 집회신고를 한 뒤, 다음 날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협박 문자를 받은 것. 31일 '051-524-XXXX'로부터 온 문자메시지에는 "당신 가족을 모두 토막낼 겁니다"라는 끔직한 내용이 담겨 있다. 오후 3시 11분, 12분 총 두 건의 문자가 왔다.

"문자 온 곳에다가 전화를 해보니 부산의 샤브샤브 식당이더라고요(웃음). 1961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처음 생길 때부터 국민을 감시하는 게 그들의 주 업무였죠. 그러면서 입으로는 국가 안보를 들먹이고…. 문자 보세요. 지금까지도 국민 감시하고 있잖아요."

살해 협박에도 김씨는 '국정원 앞 피서'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섬뜩했는데 국정원이 그 동안 인터넷 상에서 단 댓글을 생각해보니 '국정원 범죄집단이 아직도 이렇게 활동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더 열 받아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이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와 박씨 모두 정작 집에다가는 이번 피서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강원도 인제가 고향인 김씨는 "농사 지으며 열심히 사는 부모님께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언론에 나가면 부모님이 알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기자의 걱정에 박씨가 답했다.

"(부모님이) 인터넷을 거의 안 하셔요. 텔레비전 뉴스만 보시거든요. 다행히(?) 지상파랑 종편에선 전혀 취재를 안 오더라고요(웃음)."
 
[후속영상] 국정원으로 피서 간 겁 없는 '오성과 한음'
 
{C}
국정원으로 피서간 겁 없는 '오성과 한음'
ⓒ 신성미

관련영상보기


{C}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상이 다 알지 못하는 7.27 핵무력시위

[한호석의 개벽예감](73) 전설 속의 핵배낭이 나타난 사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08/08 [02:28] 최종편집: ⓒ 자주민보
 
 

북의 7.27 대행진, 어떻게 볼 것인가?

북에서 ‘위대한 조국해방전쟁 승리 60돐’로 경축한 2013년 7월 27일, 예상했던 대로 사상 최대의 행진이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되었다. 북에서는 그 행진의 공식명칭을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승리 60돐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 군중시위’라 하였는데, 이 글에서는 7.27 대행진이라 부른다. 7.27 대행진은 열병식, 분열행진, 군중행진 순으로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7.27 대행진 진행과정을 담은 북의 기록영화를 정밀분석하면, 그 행진의 전 과정을 관철하며 표현된 총적 주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7.27 대행진의 총적 주제는 두 가지로 표현되었는데, 북의 서술방식을 빌리면, 반제혁명전쟁의 전승업적을 칭송하는 것과 핵무력에 의해 극대화된 혁명무력을 시위하는 것이다. 그 두 가지 총적 주제에 담긴 본질은, 다시 북의 서술방식을 빌리면, 20세기 중반에 이룩한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를 21세기 초반에 ‘위대한 조국통일대전의 승리’로 이어가겠다는 정치군사적 의지라고 해석된다. 이러한 나의 해석을 뒷받침해주는 객관적 사실은, 7.27 대행진이 진행된 김일성광장 양쪽 건물벽에 각각 내걸린 초대형 현수막에 적혀 있는 중심구호가 ‘최후승리’와 ‘조국통일’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북의 그런 시각과는 정반대쪽의 대척점에 있는 미국과 남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정전협정 체결을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로 보는 북의 역사인식을 납득할 수 없고, 그 ‘전승’의 연장선 위에 투영되는 ‘조국통일대전의 승리’라는 북의 미래전망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정전상태에서 빚어진 그처럼 상반된 역사인식과 상충적인 미래전망은 현 시기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대결과 격돌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다시 말해서, 6.25전쟁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그 전쟁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킬 미래에 대한 전망이 무력대치쌍방의 대결과 격돌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지난 60년 동안 한반도정세는 언제 또 다시 교전이 재개될지 알 수 없는 긴장된 정전정세,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다. 명백하게도, 한반도정세의 본질은 정전정세다. 무려 60년 동안 교전재개위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위태로운 정전정세를 생각할 때, 왜 군사문제를 정세인식의 중심부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군사문제를 중심부에 두고 정전정세를 인식할 때, 중요한 것은 북의 군사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정전정세인식에서 북의 군사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중요한 까닭은, 6.25전쟁 중에 격돌과 혈전을 거듭한 교전쌍방 사이에서 정전정세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교전과 정전의 일방인 미국은 6.25전쟁을 ‘잊어버린 전쟁’으로 외면해왔고, 앞으로 일어날 북의 ‘조국통일대전’을 ‘생각하기도 싫은 전쟁’으로 전면 부정하고 있는데 반해, 교전과 정전의 다른 일방인 북은, 다시 북의 서술방식을 빌리면, 60년 전의 ‘조국해방전쟁’을 “미국놈들이 항복서에 도장을 찍은” 전쟁으로 인식하고, 앞으로 일어날 ‘조국통일대전’을 “항복서에 도장 찍을 놈도 없게 될” 전쟁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정전상태를 종식시키는 방도는 오직 두 가지뿐이다. 정전의 국제법적 당사자들끼리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제1방도가 있고, 그와 완전히 다른 제2방도는 정전상태에서 치열하게 맞서온 무력대치쌍방이 교전을 재개하여 어느 한 쪽의 교전상대가 패전, 항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 정전정세는 평화협정 체결이냐 아니면 패전에 따른 항복이냐 하는 갈림길에 다가선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정전상태를 종식시킬 제3방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전 60년의 긴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정전협정을 체결한 일방인 미국이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그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려 하기는커녕 평화협정이라는 말조차 아예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60년 동안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과 고위관리들 가운데서 한반도 평화협정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것은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무조건 거부하고, 고집스럽게 반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평화협정 체결을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대한 당면과업으로 여기는 북의 일관된 시각에서 보면, 60년 묵은 정전상태를 종식시킬 방도는 교전을 재개하여 교전상대를 무력으로 항복시키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요즈음 북은 “항복서에 도장 찍을 놈도 없게 될 전쟁”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이다.

설명이 없어도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항복서에 도장 찍을 놈도 없게 될 조국통일대전”에 대해 언급하는 북의 전쟁담론에는 교전상대를 아주 짧은 시간에 격멸한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지면제약으로 이 글에서 논할 수 없지만 이전에 내가 인민군의 ‘조국통일대전’ 준비태세와 관련하여 쓴 몇몇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현재 인민군의 정신적 준비, 작전적 준비, 무장력 준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북의 그런 전쟁담론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북에서 말하는 ‘최후결전 시나리오’에서 읽을 수 있는 기습타격전, 고속돌파전, 양익포위전, 조기섬멸전이라는 개념들은 이미 60여 년 전 6.25전쟁 중에 전개된 것일 뿐 아니라 “항복서에 도장 찍을 놈도 없게 될 조국통일대전”에서 더 완성된 형태로 전개될 4대 전쟁개념이며, 북은 바로 그 4대 전쟁개념에 따라 60년 정전정세 속에서 자기의 전쟁수행력을 구축해왔으며, 그렇게 구축된 전쟁수행력은 핵무력 건설이라는 조선로동당의 정치군사노선에 의해 극대화되었으며, 그 당이 건설한 핵무력을 내외에 시위한 계기가 이번에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7.27 대행진인 것이며, 그 행진을 통해 특히 핵무력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가 실현되었음을 물리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은회색 옷을 입고 새 모습으로 등장한 화성-13

7.27 대행진에 참가한 인민군 로케트(미사일)종대는 번개계열의 지상대공중로케트(지대공미사일)들과 화성계열의 지상대지상로케트(지대지미사일)들을 앞세우고 행진하였다. 번개계열의 지상대공중로케트들이 김일성광장에 들어설 때, 4대의 전투기로 각각 편성된 3개의 항공군 비행편대가 저공비행으로 광장상공을 지나가고, 화성계열의 지상대지상로케트들이 김일성광장에 들어설 때, 동평양 쪽에서 나타난 5대의 전투기로 편성된 항공군 비행편대가 오색연기를 내뿜으며 광장상공에서 축하비행을 전개할 때,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이처럼 7.27 대행진의 분위기가 화성계열의 지상대지상로케트들이 등장하면서 절정에 오른 까닭은, 핵타격미사일들인 화성계열의 지상대지상로케트들이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북의 핵무력을 시위하였기 때문이다.

기록영화 장면을 살펴보면, 7.27 대행진에 참가한 번개계열의 지상대공중로케트들은 ‘번개-1’, ‘번개-3’, ‘번개-4’, ‘번개-5’다. 이 4종의 지상대공중상로케트들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행진 때도 똑같이 등장하였다. 번개계열의 지상대공중로케트들의 뒤를 이어 화성계열의 지상대지상로케트들이 등장하였는데, 번개계열의 로케트들은 인민군 반항공군의 무기체계이고, 화성계열의 로케트들은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무기체계다.

7.27 대행진에 참가한 화성계열의 지상대지상로케트는 4종이다. 4축8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5가 행진대오 맨 앞에 나섰고,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7과 6축12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10이 그 뒤를 이었다.

로케트종대의 맨 끝이며 동시에 인민군 분열행진의 맨 끝에 등장한 것은 8축16륜 자행발사대 6대에 각각 탑재된 6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이다. <사진1>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번에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13의 거대한 동체들은 모두 은회색으로 도색되었다.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행진에는 위장무늬로 도색된 화성-13 6기가 등장하였는데, 이번 7.27 대행진에는 화성계열의 다른 미사일들과 똑같이 은회색으로 도색된 화성-13 6기가 등장하였다.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2012년 태양절 100주년 경축행진 때나 이번 7.27 대행진 때나 똑같이 위장무늬로 도색된 것이었는데, 거기에 탑재된 화성-13의 도색만 달라진 것이다. 화성-13 동체 도색이 그처럼 달라진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 <사진1> 2013년 7.27 대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의 거대한 동체는 화성계열의 다른 미사일들과 똑같이 은회색으로 도색되었는데, 그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과 그 발사체계를 다종화하였음을 시위한 것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위장무늬 화성-13은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road-mobile ICBM)이고, 은회색 화성-13은 수직갱발사대에 배치된 대륙간탄도미사일(silo-based ICBM)과 열차발사대에 탑재된 철도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rail-mobile ICBM)이다. 북이 위장무늬 화성-13과 은회색 화성-13을 지난해와 올해 세상에 각각 공개한 것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철도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모두 실전배치하였음을 시위한 것이다. 수직갱배치 화성-13과 철도이동식 화성-13에 대해서는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논한 바 있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그런데 기록영화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화성-13을 탑재한 자행발사대의 위장무늬 도색에서 차이가 엿보인다. <사진2>에서 보이는 것처럼,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행진에 참가한 화성-13 자행발사대의 위장무늬는 색상이 매우 선명한데, 이번 7.27 대행진에 참가한 화성-13 자행발사대의 위장무늬는 <사진1>에서 보이는 것처럼 색상이 그리 선명하지 않다. 이런 도색 차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자행발사대의 위장무늬 도색이 서로 다른 것은, 북이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자체로 생산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사진2>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을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위장무늬 도색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그런데 이번 7.27 대행진에 참가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위장무늬 도색은 그리 선명하지 않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예를 들어, 화성-10을 탑재한 6축12륜 자행발사대는 러시아군의 6축12륜 자행발사대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처럼 외형이 비슷하다고 해서, 북이 6축12륜 자행발사대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북은 러시아군의 6축12륜 자행발사대를 보고 그와 비슷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외형이 흡사한 것이지, 러시아에서 그것을 수입한 것은 아니다.

그처럼 6축12륜 자행발사대를 자체로 만드는 기술을 이미 오래 전에 확보하였을 뿐 아니라, 위성발사체 로켓엔진까지 자체로 만드는 북이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만드는 기술을 아직 개발하지 못해서 중국산 8축16륜 목재수송차량을 수입하여 거기에 화성-13을 탑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북의 기계공업수준을 깎아내리려는 억지로 들린다.

화성-13 탄두부의 모양은 왜 달라졌을까?

7.27 대행진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화성-13의 탄두부 모양이다.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행진에 참가한 화성-13의 탄두부는 <사진2>에서 보이는 것처럼 매우 뾰족하게 생겼는데, 이번 7.27 대행진에 참가한 화성-13의 탄두부는 <사진3>에서 보이는 것처럼 좀 뭉툭하게 생겼다. 7.27 대행진에 참가한 화성-13의 탄두부는 다탄두미사일인 화성-10의 탄두부 모양에 상당히 근접하였다. 이런 탄두부의 변모는, 위장무늬 화성-13이 단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고, 은회색 화성-13이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위장무늬 화성-13의 탄두부에는 대형 핵탄두 1기가 들어있고, 은회색 화성-13 탄두부에는 소형화되어 한 다발로 묶인 핵탄두 3기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이 탄두부 외형이 서로 다른 2종의 화성-13을 세상에 공개한 것은, 전략핵탄두의 다종화를 실현하였음을 시위한 것이다.
 
▲ <사진3> 7.27 대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의 탄두부는 뾰족하게 생기지 않았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다탄두미사일을 쏘는 까닭은, 여러 개 핵탄두들 속에 가짜 핵탄두를 섞어놓아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교란, 돌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단탄두미사일을 쏘아 맞추는 요격실험에서 번번이 실패하여 쩔쩔매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이 화성계열의 다탄두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화성-13의 탄두부만 주목할 게 아니라 그 동체에 쓰인 고유번호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행진에 참가한 위장무늬 화성-13의 고유번호들은 ㅈ901010418, ㅈ904830215, ㅈ904830216, ㅈ904830218이었고, 나머지 2기의 고유번호는 기록영화 화면에서 보이지 않았다. 이번 7.27 대행진에 참가한 은회색 화성-13의 고유번호들은 ㅈ904910331, ㅈ904910113, ㅈ907102727이고, 나머지 3기의 고유번호는 기록영화 화면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화성-13의 고유번호는 ㅈ100021618이다.

위에 열거한 화성-13의 고유번호를 살펴보면, 901, 904, 907, 100으로 각각 시작하는 4종의 고유번호로 계열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화성-13의 고유번호가 901부터 시작하여 100까지 모두 10종의 고유번호로 계열화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10종의 고유번호에 따라 전략로케트군에 실전배치된 화성-13이 모두 몇 기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소 40기에서 최대 80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가운데 단탄두미사일이 몇 기이고 다탄두미사일이 몇 기인지 알 수 없지만, 단탄두를 장착한 위장무늬 화성-13은 북이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생산한 수량만큼 될 것이고, 다탄두를 장착한 은회색 화성-13은 나머지 수량만큼 될 것이다.

2013년 4월 1일 북의 최고인민회의가 발포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가중되는 적대세력의 침략과 공격위험의 엄중성에 대비하여 핵억제력과 핵보복타격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운다”는 조항이 들어 있는데, 이 조항에 따르면 지금 북은 화성-13을 질적으로, 양적으로 강화하는 중이다.

전설 속의 핵배낭이 현실 속에 나타난 놀라운 사연

7.27 대행진 중에 각종 대구경견인포로 무장한 로농적위군 기계화종대가 등장한 다음에 인민군 기계화종대가 등장하였는데, 위장무늬 군복을 입고 병력수송차량에 25명씩 탑승한 특전병들이 인민군 기계화종대의 맨 앞장에 섰다. 그런데 그 특전병들 중에서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핵배낭을 가슴에 안고 병력수송차량에 탑승한 특전병들이다. 이제껏 전설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 핵배낭이 <사진4>에서 보이는 것처럼 김일성광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 장면을 바라본 사람들의 놀라움은 컸다.
 
▲ <사진4> 이제껏 전설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핵배낭이 7.27 대행진 중에 나타나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북의 핵배낭에 관해 논하려면, 전설 속에 존재하는 핵배낭에 얽힌 냉전시대의 기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핵배낭(backpack nuke)으로 알려진 전술핵무기를 만든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밖에 없다. 나중에 이스라엘도 핵배낭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런 소문의 진위를 확인할 길은 없다.

냉전시기가 막을 내리고 있었던 1988년부터 소련군사정보국(GRU)의 비밀요원으로 미국에서 활동해오던, 스타니슬라브 루네브(Stanislav Lunev)라는 가명을 사용한 소련군 현역 대령이 소련 해체 직후인 1992년에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그가 미국에 망명하여 미국정보당국에 넘겨준 정보에 따르면, RA-115라 부르는 극소형핵무기가 소련군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련군의 극소형핵무기를 묘사하면서 지름이 13cm이고, 길이가 62cm이고, 무게가 45kg이고, 일반폭약(TNT) 190t의 폭발력을 지닌 포신형 핵탄(gun-type nuclear bomb)이라고 하였다. 이 정도의 부피와 무게를 가진 핵무기는 핵배낭보다 더 작은 핵가방(suitcase nuke)이다.

당시 루네브가 말한 소련의 핵가방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은 미국정보당국은 망명자가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해 과장한 이야기로 여겼는데, 1997년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의 연구 및 개발에 관한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러시아군 안보책임자 알렉산더 레베드(Alexander Lebed)의 증언에 의해서 소련의 핵가방 이야기가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는 재평가가 제기되었다. 청문회에서 레베드는 자기가 통제하고 있었던 소련군 핵무기고에서 극소형핵무기 100여 기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말하였다. 그의 청문회 증언에 따르면, 소련이 해체되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 소련군이 핵가방 100여 개를 잃어버린 특대형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 2007년 3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핵과학자들은 부피와 무게가 그처럼 작고 가벼운 극소형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논증하였다. 그리하여 루네브와 레베드가 말한 소련의 핵가방은 냉전시대의 전설 속에 파묻혀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희미해졌다.

그런데 지난 냉전시기에 미국이 핵가방보다 더 크고 무거운 핵배낭을 만든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미국이 만든 핵배낭의 공식명칭은 MK-54 특수원자파괴탄(Special Atomic Demolition Munition/SADM)이다. 미국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이 핵배낭은 데이비 크로킷(Davy Crocket)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는데, 지름이 20cm, 길이가 58cm의 특수합금 원통에 무기급 핵분열물질이 들어 있고, 그 무게는 32kg이며, 폭발력은 1킬로톤이며, 폭발하는 경우 반경 800m 안의 모든 물체를 날려버린다. 거기에 더하여 고성능 고폭장약, 기폭장치, 중성자 방출장치, 건전지 등 다른 내장물들의 무게까지 합하면, 미국의 핵배낭은 총무게가 74kg으로 늘어나고 부피도 등산배낭만큼 커진다. <사진5>에서 보이는 것처럼, 미국이 만든 핵배낭은 원통형으로 생긴 대형배낭이다.
 
▲ <사진5> 이것은 냉전시기 미국이 만든 핵배낭은 원통형으로 생긴 대형배낭이다. 폭발력은 1킬로톤이며, 무게는 74kg이다. 이 핵배낭은 이미 24년 전에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설의 핵무기로 되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소련을 상대로 핵군비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던 냉전시기에 미국군 지휘부는 핵배낭을 공수특전대에 배치하였는데, 1989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체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핵배낭은 이미 24년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설의 핵무기로 되었다. 이처럼 전설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 핵배낭이 7.27 대행진 중에 사상 처음으로 세상에 자기 모습을 드러냈으니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2013년 7월 28일 국방부 출입기자단 앞에서 남측 국방부 대변인은 “핵배낭은 굉장히 크기가 작은데 그것을 소형화하는 것은 굉장히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 정도 핵배낭을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와있다고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인민군 핵배낭의 출현에 놀라 횡설수설한 것이다. 그의 발언을 횡설수설이라고 보는 까닭은, 그가 “(핵배낭은) 더티밤(dirty bomb)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을 터뜨리면 방사능누출이 많아서 한 지역이 완전히 오염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핵배낭과 방사능오염탄(dirty bomb)을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핵배낭은 고도의 핵기술을 보유한 핵강국이 만드는 첨단전술핵무기의 일종이고, 방사능오염탄은 테러범들이 고준위방사성물질을 국제암시장에서 밀거래하여 만드는 조악한 테러무기의 일종이므로, 양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큰 것이다.

핵배낭을 실전에서 사용하는 목적은 강력한 파괴력에 있는 것이지 방사능오염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핵배낭이 폭발하였을 때 방출되는 방사능은 폭발 직후부터 4시간 동안 약 90%가 남아 있지만, 2일이 지나면 약 1%로 크게 감소되고, 12일이 지나면 방사능측정기로 추적해야 오염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 만큼 극소량으로 감소된다고 한다.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원전사고로 발생하는 방사능오염이 핵탄폭발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오염보다 100만 배 이상 더 심하기 때문에, 대형원전사고의 방사능오염이 발생한 나라에서는 모든 생물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방사능오염의 위험성을 따져보면, 핵탄보다 원전이 비할 바 없이 더 위험한데도 일본은 인민군의 미사일타격권 안에 수많은 원전을 건설해놓았으니, 오도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기록영화 장면을 살펴보면, 위장무늬 군복을 입은 인민군 특전병들이 가슴에 안고 있는 핵배낭의 크기는 대략 가로 30cm, 세로 45cm, 두께 20cm인 것으로 보인다. 그처럼 북이 만든 핵배낭은 미국이 만든 핵배낭보다 크기와 부피가 더 작아서 전설 속의 핵가방에 더 가까운 형태로 보인다.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7.27 대행진에 등장한 핵배낭에 대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식의 썰렁한 반응을 보였지만, 북의 핵배낭에 관한 진실을 알려면 아래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9년에 방북한, 파키스탄의 핵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가 평양에서 자동차로 2시간 떨어진 지하핵시설을 방문하여 운반대 위에 놓인 3기의 핵탄두를 관찰하였을 때 그 핵탄두의 지름이 약 60cm라고 회고한 바 있는데, 이번 7.27 대행진에 등장한 핵배낭은 그 핵탄두보다 크기와 부피가 훨씬 더 작은 것이다. 14년 전 칸 박사가 북에서 관찰한 핵탄두를 소형핵탄이라고 한다면, 이번 7.27 대행진에 등장한 핵배낭은 극소형핵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북이 2006년 10월 9일에 실시한 지하핵실험에서 리히터 규모로 진도 3.6∼4.2에 이르는 인공지진파가 측정되었고, 당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일반폭약 0.5∼0.9킬로톤 규모의 폭발력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 바 있는데, 이것은 북이 정밀한 핵폭발장치를 내장한, 1킬로톤 이하의 폭발력을 지닌 극소형핵탄을 만들었음을 물리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7.27 대행진에 등장한 북의 핵배낭은 <사진6>에서 보이는 미국의 핵배낭처럼 매우 정밀하게 설계된 것이다.
 
▲ <사진6> 이것은 미국이 만든 핵배낭에 들어가는 정밀한 핵폭발장치들이다. 사진의 왼쪽으로부터 살펴보면, 원통형 특수합금상자, 극소형핵탄, 암
암호해독장치, 기폭장치 등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2013년 5월 21일 <로동신문>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핵무기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위력한 전쟁억제력”이라고 지적하고, “오늘 우리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전시에 핵배낭을 멘 인민군 특전병들은 어디로 달려가는가?

핵배낭을 가슴에 안고 7.27 대행진에 참가한 인민군 특전병 225명은 평안남도 덕천군에 야전지휘소가 있는, 인민군 최정예 특전부대인 제11군단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핵배낭특전병대오가 제11군단 소속의 다른 특전병대오와 함께 7.27 대행진에 참가하였기 때문이다. 7.27 대행진에 참가한 특전병대오는 저격보총을 든 저격병 225명, 강하복장을 하고 전투배낭을 가슴에 안은 항공륙전병 225명, 핵배낭을 가슴에 안은 핵배낭특전병 225명이다.

<사진7>에서 보이는 것처럼, 7.27 대행진 중에 무인타격기종대가 김일성광장에 들어설 때, 3대로 편성된 수송기 편대가 저공비행으로 광장상공을 지나갔는데, 그 거대한 수송기들은 50t의 병력과 군사장비를 싣고 시속 900km의 속도로 4,300km를 날아가는 중거리 전략수송기 일류신(Il)-76이다. 인민군 항공륙전병은 전시에 바로 그 전략수송기를 타고 적진 후방에 낙하할 것이다.
 
▲ <사진7> 7.27 대행진 중에 무인타격기종대가 김일성광장에 들어설 때, 거대한 중거리 전략수송기 일류신-76 3대가 광장상공을 지나갔다. 전시에 그 전략수송기에는 인민군 제11군단 예하 항공륙전려단 소속 특전병들이 타게 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그런데 핵배낭특전병과 항공륙전병이 7.27 대행진에 참가한 것을 보면, 핵배낭특전병이 항공륙전병과 별도로 편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11군단 예하 10여 개 여단들 가운데는 벼락이라는 별칭을 지닌 저격려단, 우뢰라는 별칭을 지닌 항공륙전려단, 번개라는 별칭을 지닌 경보병려단 등이 있는데, 이번에 7.27 대행진에 참가한 특전부대를 보면 핵배낭려단도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처럼 핵배낭려단과 항공륙전려단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전시에 핵배낭려단이 전략수송기를 타고 공중낙하로 적진 후방에 침투하는 부대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핵배낭려단은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이 개전되기 직전에 ‘밀로’라 부르는 남진갱도를 통해 적진 후방에 침투하는 사전침투부대인 것이다. 핵배낭려단은 그처럼 사전에 침투하여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 인근에 핵배낭을 매설한 뒤 현장을 빠져나가 대기하다가 개전시각에 맞춰 원격조종장치로 핵배낭을 폭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핵배낭이 폭발 뒤에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에는 지름이 약 1.5km에 이르는 거대한 분화구만 남아 있을 것이다.

1996년 9월 19일에 발매된 <시사저널> 제360호 실린, 인민군 항공륙전려단을 제대한 탈북자의 말에 따르면,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민군 특전병들은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명령만 내리신다면 폭탄을 안고 적진에 투하하겠다는 맹세문에 서명하고, 매일 같이 암송해 정신무장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전시에 그들이 가슴에 안고 적진으로 나아갈 폭탄은 일반폭약으로 만든 폭탄이 아니라 극소형핵탄으로 만든 핵배낭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대북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데일리 NK> 2011년 11월 25일부 기사에 따르면, 여단급 핵배낭부대가 평안북도 동창군에 주둔한다고 하며, <동아일보> 2001년 3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제11군단 예하 1개 여단의 병력은 6,000∼8,000명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인민군 핵배낭려단의 병력은 최소 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 6,000명에 이르는 핵배낭려단 특전병들 가운데, 전시에 핵배낭을 메고 적진 깊숙이 사전침투할 병력이 몇 명인지 알 수 없지만, 각지에 널려 있는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은 바로 그 핵배낭려단 때문에 가장 심각한 궤멸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이 주한미국군기지와 한국군기지를 거대한 분화구로 만들어버릴 핵배낭을 7.27 대행진 중에 공개한 것은, 평화협정 체결을 끝내 거부하면서 대북전쟁연습을 강행해온 미국에 대한 격렬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요즈음 북에서 나온 각종 반미선전화들 가운데는 미국의 지배계급이 아연실색할 대미적개심을 표출한 선전화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이런 구호가 적혀 있다. “미국, 너는 없어져야 한다!”(2013년 8월 4일)


관련기사
 
무장장비관 견문록(5) 내 손끝에 전해진 화성-13의 짜릿한 금속감촉
 
무장장비관 견문록(4) 6종의 전략미사일과 2종의 전술미사일
 
무장장비관 견문록(3) 여섯겹으로 덮은 철통같은 공중방벽
 
무장장비관 견문록(2) 고속기동전과 전면타격전의 주역들
 
무장장비관 견문록(1) ‘불새’를 쏘는 ‘무적의 첨단전차’
 
2013년 6월 평양견문록 (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약자의 눈물을 타고 흐르는 송전탑

약자의 눈물을 타고 흐르는 송전탑

 
이정배 목사 2013. 08. 07
조회수 910추천수 0
 

 

밀양송전탑반대 펼침막-.jpg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 펼침막 사진 강재훈 기자

 

 

기독교 탈핵 연대의 이름으로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에 갔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이 값싼 은총과 용서를 남발하는 한국 교회를 부끄럽게 했다면 오늘의 송전탑은 약자와 함께하는 생명의 하느님 앞에 기독교인을 불러 세운 곳이다. 2012년 74살 이치우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불붙기 시작한 밀양 송전탑 사태는 발전과 개발의 명분하에 박정희 정권 시절 만들어진 전원개발 촉진법이 그 근거다.

 

사실 밀양사태는 산과 들, 논과 밭을 가로질러 세워진 송전탑이 수많은 이 땅의 약자들의 눈물 위에 세워진 것임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누군가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했다. 그렇기에 송전탑 건설의 중단은 우리 욕망의 멈춰짐과 맥을 같이한다. 밖을 향한 투쟁만큼 우리 안의 욕망에 대한 저항도 함께 불러낸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225회나 오작동되었으며 온갖 비리로 얽힌 고리발전소와 밀양의 송전탑은 본래부터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져 있었다. 며칠 전 <코리아 타임스>는 그린피스 보고서에 근거해 고리원전에서 후쿠시마원전 같은 사고가 터질 경우 그곳보다 훨씬 취약한 구조를 지닌 한국의 치명적 폐해를 경고했다. 고리를 기점으로 반경 30㎞ 이내에 거주하는 350만명이 방사능에 전폭 오염될 것이고 이들 중 오직 5% 안팎 사람에게만 약물치료가 가능한 것이 현 실정이고 수준이란다. 인터넷엔 체르노빌 10배에 달하는 후쿠시마 사건 이후 영토의 상당수가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의 실상이 전해진다. 무리하게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야욕과 우경화도 이런 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밀양 올가미-.jpg

한국전력이 중단된 지 8개월 만에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한 20일 오전 경남 밀양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 주민들이 공사차량이 들어오면 목을 매겠다며 만든 올가미가 마을 진입로에 걸려 있다. 밀양/김정효 기자

 

 

 

성서는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인간에게 맡기되 오직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한 그루만은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고 했다. 일찍이 <순수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란 책을 썼던 칸트 역시도 성서 첫머리에 ‘~하지 말라’는 절대 한계에 대한 신적 명령에 주목했다. 지금껏 인류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능사로 알았다. 하지만 성서는 자연의 한계 안에서 사는 것이야말로 축복이라고 가르친다.

 

자연의 한계 안에서 자신을 적응시키며 살았던 뭇생명에 반해 오직 인간만이 한계를 벗고자 했고 스스로 별종이 되었다. 기독교인들 중에 핵 마피아가 상당수란 것은 기독인들이 너무도 특별한 존재가 되었음을 방증한다. 창조신앙을 고백하면서도 핵 마피아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성서는 절대적 한계 안에서의 삶을 가르쳐 지키게 할 것을 지금도 요구한다. 매 주일 예배 시 고백하는 사도신경 첫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바벨탑을 쌓고 멸망한 인류를 대신해 노아가 하느님의 새 파트너가 되었을 때 신은 역시 한계 안에서 살 것을 명시했다. 사람들 눈에서 억울한 눈물을 흘리지 말 것과 동물을 피 채로 먹지 말라는 것이 바로 절대적 한계의 실상이었다. 그렇기에 기독교인은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할 것이 없다는 신념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좋은 세상을 위해 한계 안의 삶을 택하는 존재인 것임을 명심할 일이다.

 

 밀양의 어르신들은 이제 송전탑이 다른 마을로 옮겨진다 해도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송전탑은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든 사건이 되었고 에너지 중독에 빠진 우리들에게도 새로운 세계관을 깨우쳐주었다. 이제 밀양은 경상도의 작은 지명이 아니라 대대적 가치충돌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지을 거룩한 땅임을 확인해주는 땅이다.

 

이정배 감신대 교수·목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낙동강은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낙동강은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지율 스님의 긴급 호소] 내성천에서 본 'MB 대운하' ①

지율 스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08 오후 1:15:09

 

 

휴가철을 맞아 내성천변은 온통 축제 분위기이다. 내성천 상류 봉화에서는 은어 축제가, 지천인 서천에서는 수박 축제가 합수부 삼강에서는 막걸리 축제가 한창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내성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 마을 영주시 만수면 수도리의 무섬 마을의 풍경은 괴기하기만 하다. 지난해 여름 이맘때까지만 해도, 무섬 마을 수도교 다리 밑은 아침 일찍 서둘러야 겨우 텐트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올 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에 나온 아이들 영상은 대부분 지난 여름 수도교 다리 주변에서 찍은 영상이었다.
 

ⓒ지율스님

 

ⓒ지율스님


그러나 올해는 다리 밑에 텐트는커녕 사람 그림자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리 아래 내려가 보니 교각에는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한 노란색 경계 띠가 둘러 있고 띠 안에는 손 글씨로 A4 용지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지율스님

 

ⓒ지율스님


"최근 물고기를 잡기 위해 교각 밑에 들어갔다가 철근에 발이 찔려 빼지 못해 구급대가 철근이 박힌 째로 철근을 끊어서 긴급 후송한 사례가 있습니다" 라고 하는 경고문 말미의 글은 지금 무섬 강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준다.
 

ⓒ지율스님

 

▲ 두 장소가 이태 만에 일어난 강의 변화라고 믿기 어렵다. ⓒ지율스님


강바닥이 낮아지는 현상은 단지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풍경을 훼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급격한 강의 침식은 주변 지역을 사막화하여 영주 댐 하류는 농수는 물론, 식수조차 끊어져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물을 공수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속한 강의 변화를 놓고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퇴사량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천적인 결론 끝에 "문제점이 발생하면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 할 것"이라는 한 줄 단서만 달아 놓았다. 그러나 현재 강의 변화에 대하여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실시하는 적극적인 방안은 내성천 구간에 5개의 보를 쌓는 일 외에는 없어 보인다.

이 5개의 보가 들어서는 곳은 영주 댐 하류 미림에서 무섬 마을까지 6킬로미터 거리에 3개, 1박 2일로 유명해진 회룡 마을 하류에 2개이다. 그러나 유사 조절지가 내성천의 모래톱을 보호하고 수심을 유지시켜 준다고 낙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지역 주민 간에도 보를 쌓는 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섬 다리 아래 보가 생기면 더 이상 외나무다리 위에 서서 모래가 흐르는 물빛 고운 사행천을 볼 수 없을 것이며 회룡포의 백사장을 지금처럼 맨발로 걷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삼강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300킬로미터의 거리를 50미터의 고도로 완만하게 흐르는 낙동강과 달리 삼강에서 영주 댐까지 56.6킬로미터 거리를 70미터의 고도차로 흐르는 내성천은 유속이 빠르고 여울과 소가 잘 발달되어 있는 곳이다.

상류에서는 모래 길을 막는 영주 댐 공사가 진행 중이고 하류에서는 강이 깊어지면서 빨라지고 있는 유속의 변화가 강의 침식을 가중시키고 있다.

만일 지금과 같은 선택을 계속 한다면 미림과 무섬 마을에서 일어난 변화는 내성천 전 구간으로 확산 되어 수 십 개의 보를 더 만들어야 할 것이며, 마침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은 우리 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 것이다.
 

▲ 수도리 무섬강변 2011년. ⓒ지율스님


영주 댐은 2014년 12월 완공 예정으로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4대강 현장이다. 박근혜 정부는 4대강을 재평가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강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남아있다면 그 1순위로, 진행 중인 영주 댐의 폐해에 대하여 조사하고, 내성천 보호를 위한 좋은 답을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

변해가는 강을 바라보며 하루하루가 가버리는 일이 일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초미지급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강에 남아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남지 않은 선택의 시간들이 다 가버리기 전에 강을 보듬으려는 정부의 정책에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보태어 져서 강이 편안해지면 정말 좋겠다.

 
 
 

 

/지율 스님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언론인 시국선언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언론인 시국선언
 
[0호] 2013년 08월 08일 (목) 13:36:30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bumcom@daum.net
 
 

8일 프레스센터 앞 기자회견 … 서명에 1954명 동참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언론인 시국선언이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렸다.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발표된 ‘벼랑 끝에 내몰린 민주주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에는 신문 방송 출판 언론유관 등 언론노조 소속의 현직 언론인 1855명과 언론시민사회단체 99명 등 모두 1,954명이 동참했다.
 

   
 
 


언론인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고, 경찰은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들이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범죄를 공모, 은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다룬 시사프로그램과 뉴스가 방송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국가기관의 보도 통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며 “보도통제에 맞서 진실 규명과 함께 국정원 개혁을 위한 단호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장악으로 그들이 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민심을 왜곡시켜 정권, 자본이 함께 이나라를 망가트리려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언론인들은 이제 더 이상 굴종의 역사를 이어가지 않겠다. 다시 나서서 바로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재 박근혜 정부와 그 주변의 수구세력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고, 진실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 탄압을 하고 있다"며 "(이 자리는) 본인의 가치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데서의 갈등을 극복하고 저항과 투쟁을 선언하는 자리다. 언론노조의 결단과 투쟁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

이명순 동아투위 위원은 "언론계 현역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나왔다"며 "현재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는 언론에 역할이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박정희가 총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사이버 쿠테타를 통해 대통령 직을 강탈한 것"이라며 ""현업언론인들이 오늘처럼 진작에 뛰쳐나왔더라면 오늘날 국정원 사태는 벌써 종식되었을 것이다. 전직 언론인으로서 오늘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래부 새언론포럼회장은 "국정원과 경찰, 새누리당이 민주주의를 유린한 사실에 대해 우리는 더이상 놀라지도 않는다. 비통하고 개탄스럽다"며 "우리가 이렇게 무감각하고 무신경하게 된 데는 언론이 작용했다는 사실도 중요한 사실이다. 이 기회에 언론의 자유를 다해 빼앗긴 민주주의를 되찾아 민주주의 선거를 회복하고 자유언론을 회복해야한다"고 밝혔다.

남상석 SBS본부장은 "시국선언 명단을 조직하면서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합원들이 서명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신속하게 보여주는 모습에 놀랐다"며 "그만큼 언론 현실이 암담하고 어두운 상태다. 언론자유와 공정보도는 언론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늘 시국 선언을 계기로 교묘한 언론 탄압을 분쇄하고 깨 나가는 데 다시 한번 결연한 의지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오는 10일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 개입 규탄 범국민 대회’에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인 시국선언문]

벼랑 끝에 내몰린 민주주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과 언론의 외면으로 묻히고 있다.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와 조직적인 비호, 사실 관계의 왜곡과 축소 등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 언론인들은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다. 피와 눈물로 이룩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상황을 목도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실은 명료하다.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고, 경찰은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들이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범죄를 공모, 은폐한 것이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국정원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며 NLL 의혹을 제기했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에 동조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에 합의해 놓고도 여전히 어깃장 놓기와 태업으로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국정원은 오만방자하게도 국정조사 출석을 거부하거나 거짓 변명으로 일관해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국민들은 이제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국기 문란 사건의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거의 믿지 않고 있다.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의 분노의 촛불은 더 뜨거워지고 있지만 언론인은 침묵하거나 왜곡 보도의 첨병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다. 국민과 진실의 편이기를 거부한 많은 언론사의 경영진과 간부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하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다룬 시사프로그램과 뉴스가 방송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국기기관의 보도 통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선배 언론인들이 투쟁과 희생으로 쟁취한 언론의 자유마저 땅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우리 언론인들은 한없는 자괴감과 절망감을 딛고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정원과 경찰의 부당한 정치 개입에 대해 철저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권은 국민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국정원을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 이것이 온 국민의 열망과 열사들의 희생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이다. 우리 언론인들도 보도 통제에 맞서 진실 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단호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13년 8월 8일

언론인 시국선언 참여자 일동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남북회담 제의, 판 깨는 그 입 다물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8/08 15:27
  • 수정일
    2013/08/08 15: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근혜의 KO승? 조선 동아는 과장보도까지
 
육근성 | 2013-08-08 11:30: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북한이 오는 14일 개성공단에서 제7차 남북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마지막 실무회담 제의’를 한지 10일만에 북한이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정부도 북한의 제안이 전향적이라며 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폐쇄로 치닫던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희망을 갖게 됐다.

입주기업, 지옥과 천당을 오가다

정부의 경협보험금 지급 발표로 인해 공단 폐쇄를 각오해야 했던 입부기업들은 벼랑끝까지 몰렸던 상황에서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에 입주기업들은 이저리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을 태워야 했다. 최고 70억 한도에서 109개 업체에게 2809억원이 지급되지만 그간의 투자와 수개월간 공장가동을 멈추며 감당해야 했던 손실액 등에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금을 일단 수령하면 경협보험 약관 33조 3항에 의해 개성공단에 있는 해당 업체의 건물과 설비 등에 대한 권리는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투자금의 절반도 안 되는 보험금을 받고 공장을 정부에 넘겨야 하니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다.

마지막 순간에 북한이 회담을 제안해 왔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입주업체로서는 몇시간만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 셈이다. 정부도 이번 7차 회담에 적극 응할 태세이고, 북한 또한 전향적인 자세이어서 일단 조짐이 좋다.

북 전향적 제안, 남 전격 수용... 조짐 좋지만

이번 북한의 제안은 크게 네 가지를 담고 있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 조치 해제 및 기업의 출입 전면 허용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보장 ▲남측 인원의 신변한전 담보 및 철저한 재산 보호와 함께 “북과 남은 공업지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는 문구가 덧붙어 있다.

사실상 북한이 정부의 요구를 99% 수용한 것이다. 이 정도라면 정부도 북한의 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된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 해제’와 ‘북측 근로자 출근 보장’ ‘정상운영 보장’만으로도 개성공단 정상화의 핵심쟁점이 해소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장애는 있다. 우리 사회에 남북경협을 부정적으로 보고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이 지난 6차 회담까지 그랬듯이 또 ‘훼방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회담 수용 발표가 있자마자 보수언론들은 앞 다퉈 판을 깨려는 의도가 담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훼방꾼들, 그 입 또 놀린다

‘훼방꾼’이 문제다. 북한의 7차 회담 제안에 대해 조선, 동아, 중앙, 서울, 문화, 국민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판이 깨질 수 있는 망언을 기사화하고 있다. 재발방지 약속이 빠져있다는 등 이번 제안을 왜곡하는 기사도 있지만, 정부가 공단 폐쇄 수순을 밟자 북한이 항복한 것이라는 투의 보도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제안을 전격 수용하자 이제는 남북의 기싸움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긴 것이라는 주장을 펴며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개, 다급한 북 고개 숙였다”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에 즉각 반응”

“북, 정부의 개성공단 중대 결정에 회담 제안”

“북, 개성공단 가동할 수밖에 없은 상황인듯”

“침묵하던 북, 돌연 태도 바꾼 배경”

“북, 개성공단 폐쇄 급제동... 정치군사 조건 삭제”

보수언론들이 남북회담을 회담으로 보지않고 한판 싸움으로 보고 있었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개성공단은 차라리 폐쇄되는 게 나으니 북한과의 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말라고 정부를 선동해온 저들이다.

박근혜의 KO승? 조선 동아는 과장보도까지

조선과 동아는 과장보도를 했다. 북한의 회담제의를 정부가 전격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두 신문은 작당이라도 한 듯 비슷한 기사를 올렸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대해 ‘KO승’을 거둔 양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조선의 경우 “북,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 정상운영 보장하겠다’”는 기사 제목이 톱으로 올라왔지만 이를 클릭해 보면 ‘북 조평통 개성공단 잠정중단 해제...14일 7차 회담제안’이라는 기사가 뜬다. (8월 7일 21시 현재)

 

동아도 “북, ‘개성공단 출입 전면허용...어떤 경우에도 정상운영’”이라는 기사를 메인으로 올렸지만 이를 클릭하면 ‘북 개성공단 중단해제, 신변 및 기업재산 철저보호’라는 기사로 연결된다.

어찌된 영문일까. 북한의 제안에는 “어떤 경우에도 정상운영 보장”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다. 조선과 동아가 자의적으로 끼어넣은 것이다. 북한이 무릎을 꿇었기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회담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수작이다.

회담이지 '무릎 꿇리기'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KO승’ ‘북한의 KO패’이렇게 여론을 호도하고 싶은가 보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으며 절충점을 찾아 가는 게 회담이다. 하지만 보수언론에게는 남북회담을 ‘북한 무릎 꿇리기’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사실 결렬됐던 6차 회담도 보수언론들의 ‘판 깨기’만 없었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 7월에 있었던 6차 회담이 결렬됐던 이유는 두 가지다. 정부의 융통성 없는 자세와 보수언론들의 획책이 그것이다.

북측 대표와 웃으면서 협상했다고 회담 대표를 갈아치우는 등 정부의 경직된 태도와 용렬함도 회담 결렬에 한 몫을 했다. 또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며 북측은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출입차단, 종업원 철수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는 북측의 제시한 합의문 문구를 보수언론들이 문제 삼으며 무산되고 말았다.

보수언론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입주업체들의 생각을 달랐다. “우리 정부의 의제가 대부분 북측 안에 반영된 것”이라며 북측 합의안을 받아들여도 무방하다고 맞섰다. 정부가 끝내 보수언론들의 손을 들어주자 업체대표들은 “북측 제안이 전향적”인데도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며 “더 이상 정부 편을 들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개성공단 줃단에 대한 북한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정부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북한이 핵위협을 하면서도 개성공단에 손대지 않는 것을 놓고 남측 보수언론들은 비아냥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이제 개성공단 정상화 돼야... 판 깨는 그 입 다물라

‘개성공단이 북한의 돈줄인데 절대 건드리지 못할 것’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없으면 북한 지도층이 고급양주 마실 수 없을 것’ ‘달러 퍼올리는 샘을 메울 수 있겠는가’라는 식으로 북한을 자극했고, 공단 체류인력에 대한 신변 위험이 없는데도 ‘인질로 잡힐 경우 구출작전을 벌이겠다’며 그 계획까지 공개해 북한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관계는 파탄이 날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줄도산은 물론 우리 쪽의 피해도 천문학적이다. 이번 7차회담이 실패로 끝날 경우 공단은 폐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회담이 잘 진행돼 공단이 정상화돼야 한다.

가장 골치 아픈 훼방꾼이 바로 보수언론들이다. 이들 때문에 판이 깨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사태를 야기한 장본인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이다. 북한과의 경협이 북한에게만 이로운 게 아니다. 경협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제발 이제 입을 다물기 바란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들과 발을 동동 구르며 사태를 지켜보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그 판 깨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천교구 사제들, 수도권 최초로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

"국정원 대선 개입, 우리 사회 신뢰·합의 무너뜨리는 상징적 사건"

13.08.07 21:12l최종 업데이트 13.08.07 21:12l
한만송(mansong2)

 

 

기사 관련 사진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들은 7일 가톨릭회관에서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규탄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진행했다.
ⓒ 한만송

관련사진보기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과 관련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과 시민사회·대학교수·종교인 등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수도권 최초로 인천교구 사제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 천주교 15개 교구 가운데 부산·마산·광주 대교구 소속 신부와 수도자들은 지난 7월부터 시국선언문을 발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교구 사제의 절반이 넘는 160명이 국정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연대' 소속 사제 160명은 7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축소와 은폐에 관여한 책임자를 신속히 규명하고, 국정원의 정치 개입 차단을 포함한 국정원 전면 개혁을 국민 앞에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공개에 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과 공작정치, 국가기밀문서 공개, 'NLL(북방한계선) 논란'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들은 민주주의와 국가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드는 중대한 행위"라며 "많은 이들의 피와 희생으로 이루어낸 민주주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고, 우리 사회의 신뢰와 합의를 무너뜨리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민주주의를 위해 언제나 역사와 함께 했던 교회에 대한 도전이며, 교회와 세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제들은 이날 인천교구 가톨릭회관에서 신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 미사도 진행했다.

"특단의 조치 없다면 50만 신자와 함께 저항할 것"

김영욱(부천시 소사본사3동 주임신부) 인천교구 사제연대 대표는 시국 미사를 집전하면서 "가톨릭사회 교리에 따르면 참된 민주주의는 규범들을 형식적으로 준수한 결과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존엄·인권 존중·공동선에 대한 투신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고 한 뒤 "정치 권위는 법 질서에 따라 공동선을 위해 이뤄질 때 복종하지만, 통치자들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경우 바꿈으로 주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여기며, 원칙 없는 민주주의는 역사가 증명하듯이 위장된 전체주의로 변할 수 있다"며 "인천교구 사제 160명은 진실과 정의가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현 정치 상황을 바라보면서 신앙의 양심과 경고를 담아 시국선언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며 "국민이 공감할 만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50만 인천교구 신자와 함께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가톨릭 신부들의 시국선언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수원교구 소속 사제들도 오는 8월 20일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국 미사와 선언'을 수원교구 주교좌 정자동 성당에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인천에서는 8월 9일 인천 시민사회원로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규명 시국 선언을 진행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모래 사라지는 '모래강', 물고기도 내성천을 뜨는구나

모래 사라지는 '모래강', 물고기도 내성천을 뜨는구나

 
김정수 2013. 08. 07
조회수 107추천수 0
 

'위장된 운하' 4대강 실체 드러났는데, 수질악화 대비한 영주댐 공사 계속

자갈 드러난 내성천…강변은 풀밭으로, 흰수마자 사라지고

 

04787768_P_0.jpg » 경북 예천군 호명면 백송리 선몽대 인근 내성천 하류의 모습. 이곳 강바닥도 낙동강 본류 준설에 따라 하류로 빠져나가는 모래의 양은 늘고, 영주댐에 막혀 상류로부터 공급되는 모래의 양은 줄어들면서 낮아지고 있다. 사진=박용훈

 

지율 스님이 제작한 <모래가 흐르는 강>이라는 다큐영화를 통해 일반에게 알려진 낙동강 지류 내성천 중상류에서는 지금 영주댐 건설을 위한 막바지 공사가 진행중이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와 용혈리 사이에 걸쳐진 높이 55m, 길이 400m의 댐 본체는 거의 마무리됐고, 본체에서 13㎞쯤 상류에서는 댐 안에 모래가 퇴적되는 것을 막는 유사조절지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수자원공사 계획대로면 내년 5월부터 물을 가둔다. 내성천에서도 경관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운포구곡 아홉 구비 가운데 다섯 구비와 400년 역사를 지닌 금강마을을 비롯한 500여 가구가 물 속에 잠기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불필요하게 확대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지막 4대강 사업’으로 꼽히는 영주댐이 주목을 끌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위장된 운하사업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 파괴를 초래할 영주댐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일단 중단하고 전체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질문은 이명박 정부로부터 댐 사업을 넘겨받아 계속 진행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향한다.

nae.jpg  

 

영주댐은 4대강 사업이 얼마나 거짓에 찬 사업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댐이기도 하다. 영주댐을 건설하는 주목적은 낙동강 본류 수질이 악화될 때 가둬놓았던 물을 흘려보내 수질 오염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2009년 1월 이뤄진 타당성조사 결과를 보면 영주댐을 통해 매년 얻는 편익의 86.2%가 낙동강 수질개선 편익으로 계산됐다. 이명박 정부가 앞에서는 준설과 보 건설로 물그릇을 키우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하면서도, 뒤로는 8800억여원의 막대한 사업비(순수 공사비 2500억여원)를 들여 국내에 건설된 사례가 없는 ‘수질개선용 댐’ 공사를 벌인 것이다. 정부 스스로도 물그릇 확대에 의한 수질개선 효과를 그다지 믿지 않았다는 얘기다.
  

영주댐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다가 한나라당 소속 수몰 지역 지역구 의원들의 거센 반대로 포기한 송리원댐과 같은 댐이다. 물건너 간 줄 알았던 송리원댐이 영주댐으로 이름만 바뀌어 2009년 6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포함되면서 되돌아왔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4대강 준설과 보 설치라는 커다란 문제의 뒤에 가려져 환경단체들도 미처 주목하지 못한 사이 계획 발표 6개월 만에 공사가 시작됐다.

04621981_P_0.jpg » 영주댐이 완공되면 수몰될 400년 전통의 인동 장씨 집성촌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2리 금강마을의 모습. 뒤편으로 영주댐이 보인다. 사진=김태형 기자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안동을 거쳐 예천에서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총연장 110㎞의 내성천 중상류 아래쪽은 영주댐 공사가 시작된 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2일 돌아본 경북 영주시 평은·이산·문수면의 수몰 예정지는 강 쪽을 바라보는 산등성이 곳곳이 벗겨져 황량한 모습이었다.

 

댐 속에서 부패해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겠다며 수몰선 아래 쪽 나무들을 미리 제거한 것이다. 많은 주민들이 이미 이주해 인적이 사라진 내성천은 천연기념물 원앙 새끼들의 놀이터가 됐다. 농사를 짓지 않아 버려진 논밭 곳곳에는 내성천에서 퍼낸 모래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수몰되기 전 최대한 퍼내 수익을 올리려는 지방자치단체와 모래를 퍼내는 만큼 댐에 더 많은 물을 가둘 수 있게 되는 수자원공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댐 본체에서 1㎞가량 하류 지점에 있는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미림교 위쪽 내성천변은 ‘모래강’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곳곳이 자갈밭이었다. 하류로 1㎞가량 더 내려가봐도 마찬가지였다. 물 색깔은 탁했고 가장자리엔 거품마저 떠 있었다.

 

동행한 생태사진가 박용훈씨는 “2009년 여름 이후 지금까지 수 십번 내성천을 돌아 보고 있지만 2011년 봄까지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영주댐 공사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04789055_P_0.jpg » 영주댐에서 하류로 1㎞가량 떨어진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미림교 위쪽 내성천변. 2010년까지만 해도 모래밭이었던 하천변 곳곳이 자갈로 뒤덮인 가운데 풀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진=김정수 선임기자 

 

영주댐 아래부터 내성천이 끝나는 삼강합류부에 이르는 50여㎞ 구간에서 관찰되는 가장 큰 변화는 모래가 점차 줄어들고 거칠어지면서 강 바닥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모래가 빠져나가 강바닥이 낮아지는 만큼 물에서 멀어지게 된 강변 백사장이 점차 풀밭으로 바뀌며 강폭도 줄어드는 듯했다.

 

댐에서 7㎞가량 아래쪽, 내성천변에 자리잡고 있는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의 박종남 촌장은 “3년 전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낄 정도로 모래가 많이 쓸려갔고, 백사장에 돌과 자갈이 많아지는 등 질도 안좋아졌다. 마을 앞 다리 교각을 기준으로 보면 강 바닥이 거의 1m 정도 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내성천에 넓게 펼쳐진 모래는 모래강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물고기인 흰수마자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바닥에 가는 모래가 깔린 여울에 사는 예민한 물고기인 흰수마자에게 내성천에서 모래가 사라지면서 바닥이 거칠어지는 것은 치명적 위협이다.

 

환경부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한 ‘보 설치 전후 수생태계 영향평가 연구’ 보고서를 보면, 흰수마자는 2010년 조사 때 낙동강 내성천 합류지점에서 9마리가 발견됐으나 2012년에는 한 마리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04787767_P_0.jpg » 영주댐 바로 위 수몰지역인 경북 영주시 평은면 강동리 평은교에서 내려다 본 내성천의 2010년 모습. 사진=박용훈

 

04787770_P_02.jpg » 같은 지점의 지난 2일 모습. 3년 사이에 하천변 모래밭은 돌덩이들이 나타나는 등 거칠어졌고, 맞은 편 산은 나무들이 베어져나가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박용훈

 

내성천변 주민과 하천지형 전문가들은 모래 감소의 원인으로 4대강 사업으로 이뤄진 낙동강 본류 준설과 영주댐을 꼽는다. 한국교원대 오경섭 교수(지형학)는 “내성천 모래는 댐 상류인 경북 봉화분지에서 주로 공급된다. 낙동강 본류 준설 이후 하류 쪽으로 모래가 더 많이 쓸려 가는데, 영주댐이 상류 쪽에서 새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 내성천 중·하류의 모래 수지가 적자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또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낙동강을 살리려면 강물을 다시 흐르게 하고 최고의 수질정화장치인 모래를 강에 되돌려줘야 한다. 낙동강 상류 모래 공급의 ‘큰손’인 내성천을 막는 것은 낙동강 회생의 희망을 더 멀어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차세대홍수방어기술개발연구단 지원으로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내성천에서 유출되는 토사량은 영강ㆍ안동 유역 쪽에서 유출되는 토사량의 1.5배ㆍ2.3배로, 상주보까지의 낙동강 상류 토사 유출량의 47.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섬마을 박종남 촌장은 “주민들이 마을 앞에 모래가 더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고 수자원공사에 보 설치를 요청했더니, 수공에서 설치해주겠다며 설계를 해 왔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도 영주댐이 내성천 모래 감소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보 설치 요구가 무섬마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성천 변에서는 무섬마을 보 이외에도 3~4개의 보 이야기가 더 나오고 있다. 내성천 변 마을들이 경쟁적으로 모래 지키기에 나서면, 내성천은 결국 보로 이어진 ‘계단식 하천’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내성천변 수몰예정지 제방 위에 쳐놓은 천막에서 기자와 만난 지율 스님은 “이대로 가다가는 내성천에 보가 얼마나 들어설지 모르겠다. 내성천을 지키고 생태습지로 되살리자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곳에서 내성천의 변화해가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여기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황인철 팀장은 “4대강 사업이 운하사업으로 판명된 이상 운하사업을 뒷받침하는 영주댐의 타당성도 사라졌다”며 “박근혜 정부는 담수 계획을 포기하고, 항상 하류로 물과 모래가 흐를 수 있게 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주 예천/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일본산 세슘 생선', 과연 괴담인가?

[하승수의 생태기행] "허술한 한국 식품방사능 관리체계"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06 오후 6:34:19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2일로 준비호 6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2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무더위가 심해집니다. 여름이 되니 몇 가지가 생각이 납니다. 우선 제주도가 생각납니다.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 하는 섬, 제주에서는 요즘 강정평화대행진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제주도 남쪽 강정마을에서 출발해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 제주도를 반 바퀴 도는 행진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장 무더울 때에 진행됩니다. 월요일(7월 28일)에 출발해서 행진한 후에 일요일(8월 4일)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한 '인간 띠 잇기'를 마지막으로 마치는 일정입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이시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계신 강우일 주교님도 2일 함께 하신답니다. 그리고 <살바도르>, <JFK>, <플래툰>, <킬러>, <닉슨>, <월 스트리트> 등의 영화를 감독한 올리버 스톤 감독이 3일 제주를 방문해서 저녁에 제주시 탑동 광장에서 열리는 문화제에서 직접 발언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강우일 주교 평화대행진 참여... "강정에 평화를")

강정 해군기지는 기지의 필요성, 부지 선정의 적정성, 절차의 민주성 등과 관련해서 무수히 많은 문제점이 있는 사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대 법학부/로스쿨 교수로 근무했었는데, 2007년 4월에 강정해군기지 문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2007년 4월 26일 당시의 강정마을 이장과 마을주민 몇몇이 모여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까지 강정은 해군기지 후보지로 거론이 안 되던 마을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식으로 일이 추진된 것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김태환 당시 제주도지사와 해군 측이 물밑에서 마을이장 등과 접촉을 했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마을주민들 전체에게 제대로 공지를 해서 총회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몇몇이 모여서 결정을 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을주민들이 마을 규약(향약)을 갖고 제주대의 제 연구실로 찾아왔습니다. 마을 규약을 보니, 마을총회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안건공지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이런 일을 저지른 마을 이장을 해임하고, 자체적인 주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압도적인 다수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와 해군은 이런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정마을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 땅에서 민주주의란 단어는 여전히 '장식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강정마을에서 있었던 비민주적인 일은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민주주의의 뿌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통하지 않는 영역은 무수히 많습니다. 에너지/전력분야도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정부가 국민들을 속이고,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 뒤에는 물론 산업계의 이권이 걸려있습니다.

요즘에는 여름이 되면 빼놓을 수 없는 얘기가 '전력난'입니다. 특히 원전 10기가 부품공급비리,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중단이 되면서, 정부는 '전력 대란'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물론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전력난 때문에 발전소를 빨리 지어야 하고, 송전선도 빨리 건설해야 하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어떻게 보면 전력난을 핑계로 자신들이 추진하다가 차질이 생긴 일들을 해결하려 하는 것입니다.

원전이 멈춘다고 해서 당장 국가가 무너질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명백한 과장입니다. 원전이 많이 멈춘 지난 6월에 우리나라는 수요관리 정책을 강화하고 가스발전 등의 가동률을 높여서 전력난이 없도록 해결했습니다. 가스발전소는 발전단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평소에 가동률이 낮은데, 그 가동률을 높이면 당장 원전이 멈춰서 생긴 전력 공백을 메꿀 수 있는 것입니다. <한겨레>가 이 부분을 잘 짚은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원전 10기 멈췄지만 전력대란 없어…증설정책 바꿀 때 됐다)

이처럼 거짓이나 왜곡된 얘기를 하는 정부, 그리고 그것을 받아쓰는 언론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돌아오는 얘기 중의 하나가 '괴담'이라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정부와 언론이 일본 후쿠시마에서 유출되고 있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를 '방사능 괴담'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캘리포니아 해역에서 잡힌 참다랑어들이 후쿠시마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AP=연합


최근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나 수증기가 유출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습니다. 일본산 수산물에서 검출되는 방사능 물질에 대한 얘기도 많이 퍼졌습니다. 그 내용 중에 일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을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괴담'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우려의 근원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상당히 많은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바다로 흘러들어 간 방사능 물질이 어패류의 몸속에 축적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은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입니다.

나아가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농림수산검역본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에만 일본에서 수입된 냉장 명태에서 34회, 냉동 고등어에서 37회, 냉동 대구에서 9회나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또한 검사방법에 대해서도 미흡한 점들이 지적됐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세슘과 요오드 이외에도 스트론튬이나 플루토늄 같은 방사능 물질도 많이 유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슘과 요오드만 지표 핵종으로 검사하고 있을 뿐입니다. 스트론튬이나 플루토늄을 검사하기 위한 장비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본에 비오염증명서를 요구해서 해결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자체적으로 검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에 제가 <한겨레21>에 썼던 글에서 자세하게 정리를 해 두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나는 오늘도 세슘생선을 먹었다)

특히 명태, 고등어처럼 한국인들이 많이 먹는 수산물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일본산 수산물을 먹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시장에 가서 상인들에게 물어봐도 '일본산'은 갖다 놓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일본산'이 아니라 '러시아산'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일본산 수산물은 계속 수입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수산물들을 먹고 있을까요?

비교적 최근인 6월 26일 방송된 문화방송(MBC) <불만제로>에서 이 문제를 추적했습니다. 일본산 수입수산물의 불투명한 유통경로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를 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먹는 '간고등어' 중에 일본에서 수입된 냉동고등어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먹는 명태 중에 90%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라는 겁니다. 일본산 수산물들은 일단 수입이 된 다음에 국산이나 러시아산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것이 '일본산'인지도 모르고 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식품방사능 관리체계는 허술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부모나 교사 중에 걱정을 많이 하시는 분들도 만납니다. 어린이집, 학교에서 제공되는 식단 중에 명태나 고등어가 빠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급식에 사용되는 음식재료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철저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이분들이 모두 괴담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방사능이 유출된 것이 사실이고, 그 방사능이 수산물에서 검출된다면 이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걱정을 괴담으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대책을 세우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방사능에 취약한 유아나 어린이들이 집단급식 등을 통해 내부 피폭을 당하지 않도록 엄격한 검사체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지난 8월 1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여성환경연대, 한국YWCA연합회, 녹색당, 핵 없는 세상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일본산 수입수산물에 대해 철저한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아마도 방사능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계속 커질 것입니다. (☞ 일본산 수산물 수입중단 촉구 기자회견문)

마지막으로 누가 괴담을 얘기하는지와 관련된 하나의 논쟁을 소개합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규모는 얘기하는 주체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000명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이 정도 규모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뉴욕과학아카데미(New York Academy of Sciences)는 2009년에 98만 5000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최소한 과학자집단의 얘기를 '괴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선량 피폭으로 불리는 방사선 피폭의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현직 교사의 1인 시위... 아빠와 아들은 왜 이럴까

[나는 분노한다19] '서천 향토사학자' 유승광 교사가 본 국정원 사건

13.08.06 15:46l최종 업데이트 13.08.06 15:46l

 

 
기사 관련 사진
7월 23일, 서천로터리 이상재 동상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유승광 교사. 비가 오는 날임에도 우비를 입고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1인시위를 진행했다. 유승광 교사는 7월 21일부터 매일 아침 학교에 출근하기 전 1시간씩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유승광 페이스북 사진

관련사진보기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사태로 인한 시국선언과 촛불문화제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에 1인시위 하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SNS에 1인시위 하는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시점이어서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비오는 날 우비를 입고 꿋꿋이 1인시위 하는 사진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두려웠다. 하지만 국정원의 횡포로 인해 민주주의가 유린당하는 것을 한 사람의 역사학자로서 지켜만 볼 수 없었다. 우리는 4.19혁명, 광주항쟁, 6.29민주항쟁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서천군민은 이상재 선생의 뜻을 받들어 다음 세대에 우리가 물려줄 대한민국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여러분의 결단이 필요하다. - 월남 이상재 선생님 동상 앞에 서서."

7월 23일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사진과 함께 남긴 글이다. 무엇이 두려웠을까? 알고 보니 그는 현직 교사였다. 현직 교사가 국정원 사건 관련 1인시위를 하면 '정치적 행동'이라며 비난받기 쉬운 게 한국의 현실이다. 당연히 그의 행동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는 유승광(51) 충남조선공고 수석교사다. 그동안 장항공고, 서천고, 서천여고, 공주사대부고 등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충남 서천 비인이 고향인 유승광 교사는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면서 서천 역사연구와 문화 진흥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기벌포문화마당을 만들어 지역 학생들과 역사문화탐방을 실시했고, 서천민예총을 창립해 초대지부장을 역임했다. 역사와 서천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그는 공주대학교 겸임교수로 역사교육론, 지도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서천·서천사람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천에서 '향토사학자 유승광 박사'라 불리는 그를 8월 4일 오후 그의 자택(서천군 비인면)에서 만났다. 서천의 향토사학자 답게 그는 서천 한산 특산품인 모시옷을 입고 있었다.

"역사교사로서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또한 서천에서는 국정원 사태 관련 매일 촛불을 밝히는 이가 있다. 바로 유승광 교사의 아들 유방씨다. 유방씨는 <오마이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국민의 젖줄' 유방씨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그 시각, 유씨는 집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언제 들어 오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촛불집회 끝나고 밤 10시쯤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1인시위에 나선 현직 교사와 매일 촛불을 드는 아들, 분위기가 남달랐다.

아래는 유승광 교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기사 관련 사진
서천에서는 향토사학자 유승광 박사라 불리 우는 그를 8월 4일 오후 그의 자택(서천군 비인면)에서 만났다.
ⓒ 임재근

관련사진보기


- 1인시 위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은 민주주의를 유린한 사건이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동안 4.19혁명과 6월항쟁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왔는데, 독재시대에나 일어나는 일들이 반복되는 걸 교사로서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촛불문화제 자유발언 시간에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동안 지켜온 민주주의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얘기로만 끝낼 게 아니라 현직 교사로서 양심을 걸고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했다. 7월 21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국정원 사태는 분명히 선거 개입이며, 경찰은 이를 은폐·축소했다. 국가 기관이 선거에 불법·탈법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할지 의문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 육성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민주시민을 제대로 육성하겠나. 아이들이 왜 이렇게 나라가 시끄럽냐고 질문했을 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었다. 지도층이 올바르지 않은데, 아랫물이 맑을까? 문제에 대해 학생들도 알아야 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교사로서 1인 시위에 나섰다."

- 이번 국정원 사태에서 가장 분노한 부분은?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을 보고 '어떻게 저럴 수 있나'하며 분노했다. 12월 16일 대선후보 TV토론 직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보고도 그랬다. 아무리 사안이 급하다고 해도 밤 11시에 발표할 수 있나. 그때 분명히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경찰 분석관들의 대화내용이 담긴 CCTV를 본 뒤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거짓이고, 그간의 여러 의혹이 사실이라는 확신도 생겼다. 최근 방송 등 여러 언론이 국정원 사태와 촛불 보도를 축소하는 것에도 화가 난다."

-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 같다. 국정원, 경찰,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움직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요구는 과연 진실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그동안 국정조사를 방해했다.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간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사건과 비슷한가?
"이번 사건은 1960년 3.15부정선거와 일맥상통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작지 않다. 결국은 정권에 대한 심판이 있을 것이다."

아빠는 매일 1인 시위·아들은 매일 촛불

- 1인 시위와 서천의 촛불문화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7월 21일부터 1인시위를 시작했다. 출근 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한 시간씩 서천오거리, 동쪽로터리, 서쪽로터리 등 유동인구와 차량 이동이 많은 거리에서 진행하고 있다. 1인 시위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촛불문화제는 6월 말부터 매주 목요일 봄의마을 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작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백여 명까지 모인다. 오는 8월 8일에는 최대로 모일 예정이다."
 
기사 관련 사진
서천 시민사회단체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시국선언 및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발언 하는 유승광 교사.
ⓒ 이찰우

관련사진보기


- 아들도 매일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특별한 자녀교육 철학이 있나?
"특별한 것은 없다.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육했다. 또 불의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기의사를 밝히도록 했다. 이번 일도 본인이 판단하고, 실행하고 있다."

- 서천은 작은 지역인데, 주변의 반응은?
"서천은 작은 농촌지역이지만, 1960년대 들어서 농민운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히 진행됐던 곳이다. 농민회, 서천사랑시민모임, 민주노총 사업장 등 진보적인 단체들도 있다. 아직은 작지만 촛불이 들불로 번질 수 있다. 1인 시위를 하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행동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동조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 국정원 사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나.
"앞서 말했듯이, 이번 일을 그냥 두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진실을 밝힌 뒤 다시는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기춘, 기자들에게 고가의 '발렌타인 양주' 돌려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다음 8월 6일, 국민일보는 <'돌아온 '미스터 법질서'...부녀 대통령 보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누구인지 그의 성품이 어떤지를 알려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법과 원칙에 충실하다는 점과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도와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발탁배경으로 꼽힌다..(중략)
'미스터 법질서'라는 별명을 가졌던 김 실장은 빈틈없는 업무 처리로 유명하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쉬고 있을 때도 양복을 차려입고 안방에서 식사를 하고서 서재로 출근한 일화가 있을 정도로 격식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로 꼽힌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도 맥이 닿아 있다' (국민일보 8월 6일 기사 중)


국민일보 기사만 보면 김기춘 비서실장은 원칙주의자에 대단히 FM과 같은 인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국민일보 기자가 그를 제대로 조사했다면 이런 낯뜨거운 기사를 쓰지 못합니다.

' 법조출입기자들에게 발렌타인 30년산,로얄 살루트 21년산 양주 돌린 김기춘'

1993년 1월말부터 2월8일까지 설날을 즈음하여 대한민국 법조출입기자 30여명은 김기춘 전 법무장관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습니다.

기자별로 20~50만원대의 고급양주인 '발렌타인 30년'짜리와 '21년산 로얄 살루트'. '인삼세트' 등의 선물을 받았는데, 대략 선물 총액은 6백만원이 넘었습니다.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운전기사라고 밝힌 사람들에 의해 기자들의 집으로 직접 배달된 선물은 근하신년이라는 인사장과 명함이 동봉돼 있었습니다. 선물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도 함께 들어 있기도 했습니다.

'물의를 일으켜 본인을 좋게 생각하던 이미지에 실망감을 줘 미안하며, 여러 가지로 자성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법조 출입 기자들에게 당시에 귀했던 고가의 양주를 선물로 돌린 이유는 재판 때문이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부산 초원복집에서 검찰,경찰.안기부,교육감,부산시장을 모아놓고 선거 대책회의를 하다 적발된 김기춘은 1993년 부산사건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결국, 당시 김기춘이 법조 출입 기자들에게 돌린 고가의 양주는 뇌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웃긴 것은 이런 고가의 양주를 보내면서 김기춘은 철저히 언론사별로 선물에 차등을 줬다는 사실입니다.

 

 

 


김기춘은 언론사별, 기자별로 분류해 상위듬급(?)에는 발렌타인 30년산이나 로얄 살루투 21년산을 보냈습니다. 일부 기자들에게는 급이 떨어지는 시바스 리갈이나 와인을 더 밑의 등급 기자들에게는 10만원 이내의 인삼세트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받지 못한 언론사가 있었는데, 바로 한겨레,국민일보,문화일보와 기독교방송 기자들이었습니다. (이런 국민일보가 지금은 김기춘을 찬양하고 있다니) 김기춘이 이렇게 철저히 언론을 차별해서 선물을 보낸 이유는 그의 언론관에 있습니다.

'간부가 달라지니 논조도 좋아진 조선일보'

김기춘은 검찰총장에 법무장관 출신이지만, 언론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던 인물입니다. 그가 언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이용했는지는 초원복집 녹취록에 확연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김기춘은 1992년 초원복집에서 열린 부산 기관장 대책회의에서 많은 시간을 언론에 대해 말했습니다. 특히 "부산 경제가 잘 돼야 부산일보,국제신문이 잘되지"라면서 김영삼만이 부산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엉터리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지역 출신 대통령이 나와야 그 지역이 잘된다면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그 지역 대통령에 불과할 뿐입니다.

김기춘이 부산 지역 기업인들 (광고주)이 신문사 간부에게 밥 사주면서 은근히 기사를 잘 써달라고 부탁하라는 지시에 김영환 부산시장은 대놓고 '국장과 사장은 괜찮지만, 평기자들이 문제'라는 발언을 합니다.

김기춘은 조선일보를 예를 들면서 신문사 간부가 달라지면 논조가 바뀐다며 언론을 어떻게 장악하여 왜곡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언론 장악 요령까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검찰총장에 법무부 장관 출신이 무슨 법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언론 장악을 말하는 것이 어떻게 단순히 선후배와의 만남이었겠습니까? 앞서 말한 언론사 기자들에게 고가의 양주를 차등적으로 돌린 이유도 그가 언론의 속성을 어떻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미스터 법질서가 될 수 있나?'

김기춘은 초원복집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부산기관장 대책모임 사건으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김기춘은 법조인 출신답게 자신의 행위가 법의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처벌받으면 안 된다고 대통령선거법 제36조1항(선거운동원이 아닌 사람의 선거운동 금지조항)에 위헌 신청을 했고, 헌법재판소는 1994년 5월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선거운동원이 아닌 사람도 자신의 대선 후보를 지지하거나 응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당시 참석자들이 어떤 사람이냐는 점입니다.

 

 

 


김기춘이 주재한 초원복집 참석자들을 보면 <우명수 부산시 교육청 교육감><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강병중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 김영환 부산시장>< 정경식 부산지검장>< 김대균 부산지구 기무부대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입니다.

부산 지역의 법과 치안,교육,재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이 특정 후보를 위해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였지만, 김기춘은 무혐의로 풀려나고, 오히려 이런 사실을 알린 사람들만 처벌받았습니다.

공무원은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오죽하면 필요한 공무 이외에는 선거기간에 출장도 가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모여서 대선에 대한 선거대책을 말하고, 어떻게 여론을 형성하고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지를 논했습니다.


 

 

 


김기춘은 재판에서 당시 검찰이 "부산에서 김영삼 후보 표가 낮게 나오면 모두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는 발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내용이 오갔다"고 시인했습니다.

저런 식의 발언은 술에 취한 일반 시민이 무지함에 할 수 있는 말이지, 집에서 양복을 입고 식탁에서 밥 먹는 '미스터 법질서'라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가 했던 모습들은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했으며,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엘리트 범죄자의 표본입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를 연신 반복했던 그가 과연 진짜 반성해서 저런 말을 했을까요? 아닙니다. 창피함과 분노를 감추기 위한 거짓이었을 것입니다.

<김기춘은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도 기자실에 들려 부산 기관장 대책모임이 그냥 사적인 모임이었다고 주장하고 가기도 했습니다.>
 

 

 


박정희의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권력자의 총애를 받았던 김기춘은 끊임없이 성공과 출세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가 젊은 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를 해도 모자를 판에 다시 청와대에 들어왔습니다.

보통 교도소에는 전과 10범 이상의 강력 범죄자가 초범들에게 범죄 수법을 전수해줍니다. 그들은 완전범죄를 꾀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교묘하고 치밀하면서 난폭한 범죄를 저지르라는 충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최측근이 된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녀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겠습니까? <정의>, <법과 원칙>, <민주주의>와는 전혀 거리가 먼, <불의>,< 불법과 범죄>, <부정선거>를 회피하는 수법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

범죄자가 '미스터 법질서'로 뒤바뀐 세상,
어쩌면 대한민국에는 국민이 지켜야 하는 법이 있고, 엘리트 범죄자들이 이용하는 법과 원칙이 있나 봅니다. 대한민국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보다 더 이상해지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지역정세 긴장 격화 끝은 주일. 주한 미군 철수

북, 일본 이성적으로 처신하라 경고
 
지역정세 긴장 격화 끝은 주일. 주한 미군 철수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8/07 [08:11] 최종편집: ⓒ 자주민보
 
 

조선은 얼마전 일본이 북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한 종합 보고서를 내 놓은 것과 관련한 논평을 내고 지역정세의 긴장 격화를 끝장내는 길은 주일 미군과 주한 미군 철군에 있다며 일본이 분별력 있게 처신하라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북조선의 미사일공격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능력의 확대와 보충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이것은 지역정세격화의 근원을 외면한 도발적 주장으로써 위험계선을 넘어선 저들의 군사대국화책동을 합리화해보려는 술책”이라고 일갈했다.

중앙통신은 “오늘 조선반도와 지역정세악화의 근본요인은 미국의 끈질긴 대조선적대시정책과 지역에서의 미군의 군사력강화에 있다.”며 “최근 미국의 적대시정책은 우리의 평화적인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제반 조건과 분위기를 파괴하는데서 집중적으로 발로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이러한 대조선 정책에 적극 편승하는 것으로써 저들의 군국화에 박차를 가하고 해외침략야망을 실현해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신문 논평은 “지난 5월 일본 방위상이 여러 계기들에 ‘동아시아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서는 오키나와, 괌도, 하와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느니, 지역에서 ’미군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느니 뭐니 역설한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며 “아시아안전보장회의에서 그는 ’북조선의 핵 및 미사일개발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된다고 하면서 일본의 방위력강화와 집단적자위권행사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고발했다.

신문 논평은 “특히 지난 7월초에는 지금까지 ‘적기지에 대한 선제공격능력’은 미군이 담당해왔지만 ‘장래위기’에 대비해 검토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위대’의 ‘선제공격능력’보유를 다시금 주장해 나섰다.”며 “현실적으로 일본은 동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방위체계 확대에 기지 및 기술제공 등 전례 없는 열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기회로 저들의 핵무장과 우주군사화를 적극 다그치고 있다. 제반 사실은 조선반도와 주변정세의 악화가 지역에 대조선적대분위기를 고취하여 자기의 이기적 목적을 달성해보려는 일본의 행위와도 직결되어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단죄했다.

논평은 “이러한 일본이 아시아나라들의 대일경계심을 눅잦히기 위해 그 무슨 ‘북조선의 핵 및 미사일위협’설과 그에 따르는 일본의 ‘선제공격능력’보유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긍정할 나라는 없다.”면서 “자기의 불순한 목적을 합리화하기에는 일본의 주장이 너무도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기 때문”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신문 논평은 계속해 “알려진 바와 같이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대아시아전략실현을 위한 해외병참기지로 화한 일본은 오늘도 남조선과 함께 지역정세격화의 주요근원지로 되고 있다.”고 전하고 “조선반도와 지역에서의 긴장격화를 끝장내는 길은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철회와 일본 및 남조선주둔 미군의 철거에 있다.”에 있다고 강조했다.

논평은 끝으로 “일본은 그에(주일 주한미군 철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자국의 안전을 위한 길임을 명심하고 보다 이성적으로 처신하는 것이 좋다.”고 역설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NPT 관련 문서에 일본이 서명하지 않은 것은 북의 핵 위협이라고 밝혀 양국 관계 정상화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견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정원의 대북 심리전, 미국 대테러 심리전 수입했나

[고승우 칼럼]국정원의 대북 심리전, 미국 대테러 심리전 수입했나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입력 2013-08-06 10:36:28l수정 2013-08-06 10:53:21

 

오늘날 전쟁은 여러 방법으로 전개된다. 그 가운데 적을 죽이는데 총을 사용하지 않는 전쟁도 있다. 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의 특성인 전 세계의 정보 네트워크, 즉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심리전이 바로 그것이다. 흔히 사이버 테러, 사이버 전쟁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전쟁 양식은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적을 섬멸하는 방식이다.

심리전은 궁극적으로 무력을 사용치 않고 선전전을 통해 적을 궤멸시켜 승리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심리전은 몽고 징키스칸의 군사전략으로 시작된 것이 대표적이며 오늘날 미국이 북한, 이란, 아프카니스탄 등을 상대로 집중 활용하고 있다.

피 안 흘리는 전쟁, 심리전의 진화

심리전에는 라디오, TV, 인터넷 등이 이용되고 새로운 정보전달 수단이 발달하면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 개발된다.

심리전은 목표로 정한 상대방의 가치 판단이나 신념 체계, 감성, 동기, 이성적 판단과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군사적 공격 대신 간접적인 침략의 형태를 지닌 모든 방식을 동원한다.

심리전은 국가 간에 평화적인 정책의 하나로 인식되며 어떤 국제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심리전에 대한 유일한 대항 방식은 상대방이 취하는 심리전과 동일한 방식의 방어 전략을 펴는 것뿐이다.

심리전에는 선전술도 포함된다. 선전술은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는데 이는 적에 대한 거짓 이미지를 만들어서 그 적이 비인간적이며 증오와 타도의 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선전술은 적에 대해 경멸적이거나 인종적 증오감을 촉발하거나 잔인한 만행을 적이 저지른다는 내용으로 이뤄진다. 선전전은 자국민이 적국을 증오하게 만들면서 자국은 정의의 사도라는 이미지를 주입시키는 것도 주요한 목표로 삼는다. 그것은 자국민을 집단 세뇌시키는 것과 같다.

선전전에 사용되는 메시지는 뉴스나 정부 자료, 학문적 연구 결과, 영화 등이 포함된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의 국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영화를 만들거나 북한이 국제적 악당처럼 나오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미국의 선전전에서 주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정보기관이나 한국 국가정보원 등이 북한 인권 문제와 강제 수용소, 권력 승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료를 생산해 언론 기관에 보도토록 하는 것은 선전전의 주요 형태의 하나다.
 

NSA 휘장과 PRISM 프로그램의 폐해를 은유한 이미지

NSA 휘장과 PRISM 프로그램의 폐해를 은유한 이미지ⓒvr-zone.com



미국 대테러전과 흡사한 국정원의 심리전

미 정보기관의 심리전이나 선전전 작업의 일부분은 최근 미국의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비밀 정보수집에서 드러났다. 미국은 9.11테러 사건이후 국경 없는 전쟁 개념을 채택해 자국민도 잠재 적군으로 가상한 심리전과 대 테러전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의 이런 전략전술은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 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이명박 정권 이래 지속적으로 북한의 부정적인 인상을 강화시킬 자료를 언론기관에 배포하거나 야당조차 ‘종북세력’이라며 매도하고 정치적 불이익을 당하도록 공작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 소식통이라는 애매한 뉴스 출처를 앞세워 북한 지도층의 부정적인 사생활, 탈북자 가혹 처벌 등과 같은 정보를 양산해 유포하고 있다.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 과정에서 드러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작전은 야당인사나 야당 지지 국민들을 적으로 삼아 국민의 세금으로 비밀공작을 한 것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를 넘어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적 범죄행위라 하겠다.

심리전이나 선전전은 대중 언론매체를 통해 주로 이뤄진다. 미국 정부 등은 대중매체를 심리전 수행의 수단으로 이용해 적대국에 대한 증오나 반감을 증폭시키는 정보를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미국은 정의의 사도다’라는 식의 맹목적 애국심을 부추기는 정책 등을 일시에 미국내외로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고 있다. 오늘날 적대국간은 물론 우방진영 내에서 대중 매체를 이용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심리전 또한 더욱 치열히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냉전시대 때부터 미국의 소리방송(Voice of America)을 공식 정부 매체로 운영하면서 적대국에 대한 선전전을 전개하고 있고 미 CIA는 Radio Free Europe이나 Radio Liberty 등의 방송매체를 지원해 소련 등을 상대로 한 선전 방송을 지속했다. 이에 대해 소련도 Radio Moscow 등을 만들어 대항했다.

미 국방부의 심리전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전이나 심리적 방법을 사용해 적대국 구성원들의 견해와 감성, 태도,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된 방식이다. 미국 군최고 사령관은 2차 대전 당시 좀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심리전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 심리전은 적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 수단은 무기가 아닌 심리적인 것에 국한한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수행하는 심리전에는 비밀리에 행하는 심리 작전과 준군사작전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냉전시대의 긴장이 격화되고 1950년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 트루먼 대통령이 해외 심리전을 보강하기 위해 몇 개의 부처로 나눠져 있는 조직을 단일화 해 그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당시 광범위한 심리전을 전개했다. ‘불사조’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이 심리전은 베트콩을 암살하고 심리적 동조 가능자와 소극적 지지자들을 테러하는 두 가지 목적이었다. 미 CIA와 미군 특수부대는 베트콩이 암살될 경우 시신의 입에 이 비밀 작전을 알리는 카드를 놓아두어 공포심을 확산시키는 작업을 했다. 이 작전으로 베트콩 지지자 1만9천 여 명이 살해됐다.

미 CIA는 니카라구와에서도 암살단을 암약시켜 산디니스타 공산당 정부를 마비시키려 심리전을 전개했다. 미 CIA는 쿠바 정부를 상대로 미 플로리다주에 만들어진 방송사를 통해 심리전 방송을 전개했다.

미군은 이라크 전에서도 이라크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기 위해 충격과 공포를 확산시키는 심리전을 폈다. 미군은 이라크의 반미 저항전선의 지도자가 쥐덫에 갇힌 그림을 그려 넣고 ‘이것이 너의 미래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미국의 무차별 도·감청, 국제법과 국가 주권 유린

미국은 9.11사건 이후 미 국민을 상대로 도청, 감청을 실시했고 미국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심리전을 전개한 것으로 폭로되기도 했다.

미국이 심리전 분야에서 특히 빼어나다는 것은 최근 CIA 전 직원 스노든의 폭로에 의해 백일하에 드러났다. 미국 국가정보국(NSA) 등은 미국내외를 막론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청, 감청을 비밀리에 실시해 수많은 개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한국 등 외국의 주권을 유린해왔다.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도청 또는 감청 대상이 된 많은 나라들이 사전에 그것을 파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지 않은 것을 보면 미국 정보 당국의 해킹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독일, 브라질 등은 미국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그런 움직임을 취하지 않고 있다.
 

가디언이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

가디언이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CNN 화면 캡처



미국은 자국이 국제법을 어기면서 한국, 중국, 유럽 국가를 상대로 비밀 정보수집 작전을 펼치면서도 기회만 있으면 중국이 해킹의 주범이라고 비난하거나 북한을 지목해 맹렬히 공세를 퍼부었다. 이런 태도가 바로 심리전이다. 심리전은 자국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가장 기만적인 내용과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적으로 지목된 국가 등에 대해 끊임없이 말 폭탄을 퍼붓는 것이다.

미국이 심리전을 통해 확산시키는 ‘말 폭탄’의 내용은 미국의 적으로 지목된 국가나 단체가 도덕적으로 추악하고 무법자이며 잔혹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하면서 윤리적 측면의 공격을 앞세워 세계 여론을 오도하는 것도 심리전의 전형적인 형태다.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거나 핵무기와 미사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침략국가,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인권탄압국 등으로 비난한다. 미국 백악관이나 국무부 등은 북한을 부정적 이미지로 매도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미국은 6자회담 합의사항을 이행치 않는 등 한반도 비핵화에 역행하는 짓을 앞장서 해놓고도 북한이 약속을 이행치 않는다는 식의 파렴치한 역공을 취하거나 대화를 아예 기피한다. 특히 미국은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할 국제법적 책무가 있다. 하지만 이를 갖가지 구실을 앞세워 기피하고 있는데 그것은 주한미군의 주둔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느 나라가 진짜 위험하고 난폭한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성은 건국 이전 원주민 인디언을 야만적으로 학살 또는 경제권을 박탈하고 미국 건국 이후 거의 해마다 해외에서 전쟁을 해왔다는 주장 등에서 드러난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첨단 무기를 소유하고 무기를 해외에 가장 많이 판매하는 전쟁 상인국가이지만 평화를 입에 달고 다니는 기만적 행동을 취한다. 미국은 자국에서 총기 사고로 수많은 무고한 인명이 살해당하거나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구 90% 정도가 빈곤에 시달리는데도 자국 인권 문제는 일체 거론치 않고 외국의 인권문제만을 공격한다.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 인권 문제 자료집을 해마다 내놓고 반격하고 있다.

미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난폭한 폭력성을 보이면서도 북한, 이란 등이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라며 공격을 퍼붓고 있다. 북한과 이란의 군사력은 미국의 그것에 비해 매우 열악한데도 그런 사실은 언급치 않고 미국이 공격받을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만 주장하면서 군비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미국 군수산업이 미국 안보위협을 구실로 막대한 무기를 생산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실로 악용된다.

미국 정치권력과 군수산업의 유착관계는 세계 도처에서 내란과 국지전과 같은 분쟁을 야기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비판받는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외면한 채 평화의 사도라는 거짓 구호를 외치면서 국제 깡패와 같은 흉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 미국은 심리전을 통해 이란과 북한에 대한 미국민의 공포와 증오심을 증폭시키면서 미국이 자행하는 범죄 사실은 철저히 은폐한다.

소련이 강성할 때는 미국의 심리전은 소련에 집중됐고, 소련 해체이후에는 중국을 상대로 삼았다. 오늘날 미국의 가장 집중적인 심리전의 대상은 북한, 이란, 알카에다 등이다. 미국은 거짓 정보를 앞세운 심리전을 자국은 물론 외국의 언론을 통해 강화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세뇌시켜 미국의 지지자로 만들려 획책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 정전협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것을 위반하면서 남한에 핵무기를 들여놓아 북한을 위협하고 해마다 엄청난 규모의 군사훈련으로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미국 정치인이나 관련 전문가들은 일체 언급치 않는다. 그들은 미국의 모든 행동은 선하고 정의로운 것이고 북한은 그 반대라는 논리를 끊임없이 확산시켜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그런 식으로 고착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심리전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언론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미국은 적대국이 국제 사회를 위협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양산하는 정보를 유포시킨다. 동시에 미국이나 그 동맹국들이 군사적 행동을 이들 적대국에 취할 것이라는 정보를 은밀히 흘리는 방식으로 적대국 지도층과 그 주민을 분리시키는 작업을 펼친다. 이런 과정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공식 언론매체가 그 시나리오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도록 만드는데 이는 큰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조사에서 입을 연 남재준 국정원장

남재준 국정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국정원 기관보고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인터넷의 주요 뉴스 포털 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도 미국의 심리전이나 비밀 정보 수집 작전의 무대가 된다. 한국의 국정원이 사이버 공간에서 대선 불법 개입이나 이른바 종북 세력 비판을 위한 작전을 펼치는 것은 1960년대에는 총칼을 앞세운 쿠데타의 변형이다. 첨단과학시대의 민주주의 테러와 국정 유린 쿠데타는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삼는 대중 조작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현대 심리전이 사이버 공간에서 전개되는 것처럼 선거로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는 대통령의 선출에 대한 부정 선거도 사이버 공간에서 자행된 것이 이번에 한국에서 확인 된 것이다. 이른바 IT 강국인 한국에서 발생한 사이버 테러는 반드시 응징되어야 할 헌정 유린 행위다. 미국의 심리전의 한 부분이 스노든의 폭로에 의해 드러나면서 전 세계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기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서 첨단 범죄를 방지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반도, 8월 위기는 오고 말 것인가?

[정욱식 칼럼] 한미 군사훈련에 北 장거리 로켓으로 맞대응?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05 오후 5:49:29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중대 분수령에 진입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둘러싼 남북 양측의 기싸움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남측은 '최후통첩'으로 압박하고 있고 북측은 남한의 대화 제의에 1주일째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은 가동 9년, 잠정 중단 4개월 만에 완전 폐쇄의 문턱에 도달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무시 전략도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북미 고위급회담과 6자회담을 제안한 지 2개월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먼저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중대 변수가 다가오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바로 그것이다.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실시되는 이 훈련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훈련으로, 한미 양국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유엔사령부에 소속된 일부 국가들도 참가해왔다.

이 훈련을 '북침훈련'으로 규정해온 북한은 올해에도 변함없이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7월 31일 자 기사에서 이 훈련이 실시되는 "다음 달 한반도 정세는 또 다시 '전쟁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이 또다시 벌어지고 여기에 유엔군사령부가 개입"하게 되면, "조선반도 정세는 다시금 예측할 수 없는 엄중한 전쟁폭발 국면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 장거리 로켓 곧 발사?

이러한 와중에 북한이 곧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한반도 위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7월 31일 자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9일간의 북한 취재를 마치고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방송은 "북한의 한 관리가 우주의 평화적 이용 목적에 따라 은하호(북한의 인공위성 운반 로켓)를 곧 발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VOA는 북한 관리가 더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에서 발사한 광명성 3호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발사 여부와 함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어떤 로켓을 발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북한은 작년 12월 12일 은하 3호를 이용해 광명성 3호를 지구 궤도 위에 올려놓은 바 있다. 그리곤 올해 1월 3일 자 <노동신문>를 통해 북한은 6기의 은하 로켓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은하 4호와 5호는 지구관측위성 발사용이고, 6호, 7호, 8호는 통신위성 발사용이며, 9호는 달 궤도 탐사위성(lunar orbiter) 발사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동해 위성발사장에 건설 중인 신축 시설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한미관계 연구소가 이 시설의 위성사진을 입수·판독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새로운 발사대, 미사일 조립 공장, 발사 통제 센터는 은하 3호보다 더 큰 우주발사체를 다루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우주발사체의 탑재 중량과 사거리를 늘리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2012년 말에 건설이 일시 중단된 이후 올해 5월까지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올해 들어 악화 일로를 걸었던 북·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로켓 발사는 이를 수포로 만들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국내 정치적 수요도 크지 않다. 과거 수차례의 로켓 발사는 김정일 체제 공식화, 김일성 탄생 100주년, 김정일 사망 1주기 등 정치적 이유가 크게 고려된 반면에, 이번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가 로켓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김정은 체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선 전방위적인 대화 제의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북한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우리가 힘이 있어야 적들이 우리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위성 및 '핵 억제력'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집착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변수이다. 특히 북한이 탑재 중량과 사거리를 늘린 은하 9호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에 더욱 강력한 심리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이 로켓의 발사 유혹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공산도 있다. 아울러 김정은 체제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만큼, 4차 핵실험까지 염두에 두고 로켓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중물을 되살려라

결국 가능성의 높고 낮음을 떠나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추가적인 상황 악화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예방 외교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다. 그 출발점은 남북관계의 마중물인 개성공단을 살리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인 원칙'이 아니라 '유연한 원칙'을 가지고 북한과의 협상에 임하려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북한이 굴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로는 개성공단을 살릴 수도 없고 다가오는 위기를 관리ㆍ예방하기도 어려워진다.

개성공단을 살리면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다른 남북관계의 현안을 풀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될수록 꽉 막혀 있는 북미대화와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는 북한 협상파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무리수를 두지 않게 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북정책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오고 있는 현상에 고무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대화 없는 '전략적 인내'를 고수하고 있는 데에는 군사비 삭감 시대에 '북한위협론'을 이유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유지ㆍ강화하고 미사일방어체제(MD)를 '트로이의 목마'로 삼아 한-미-일 3각 동맹을 구축하려는 데에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여기에 속절없이 끌려들어갈 경우 어렵게 회복세에 접어든 한중관계가 또다시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가지고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욕심을 접고 마중물을 부어 남북관계와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의 일대 전환을 도모할 수 있는 '넘침 효과(spill-over effect)'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면서 8.15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불신' 프로세스를 '신뢰' 프로세스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 '국익'을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채널A 거액 출자한 이름모를 '신탁'의 정체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8/06 10:49
  • 수정일
    2013/08/06 10: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채널A에 정체 알 수 없는 주주 참여"... 타 종편들도 승인 전후 주주구성 크게 바뀌어

13.08.05 20:08l최종 업데이트 13.08.06 09:07l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채널A의 실제로 투자한 법인주주 중 일부가 수상하다. 신탁에 위탁해 출자하면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가 하면, 금융감독원 공시 누리집(DART)에서도 전혀 확인되지 않는 투자자도 있었다.

이같은 내용은 언론개혁시민연대(아래 언론연대)·언론인권센터·언론노조 등으로 구성된 '종편·보도전문채널 검증 TF'(이하 검증 TF)가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법인들이 승인장을 교부받을 당시 신고한 변경주주 내용을 토대로 2차 검증 결과를 5일 발표하면서 드러났다.

언론인권센터는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법인들이 2011년 실제 사업 승인장을 교부 받을 때의 주주 명단(지분율 1% 이상의 법인)을 지난 7월 31일 입수했고, 이를 언론연대 등과 함께 종편 심사 자료와 비교·분석했다. 법원에 자료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MBN은 제외됐다. 이번 명단은 언론인권센터가 방통위와의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일부승소하면서 공개됐다.

TV조선·JTBC·채널A, 종편승인 전후 주주구성 바뀌어... 채널 A가 1등
 
기사 관련 사진
▲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 2차 기자회견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2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종편과 보도채널 신청 사업자(MBN 제외)의 주주구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검증TF에 따르면, 사업승인 신청 당시 총 385개 법인이 모두 1조993억7100만 원의 출자를 약정했지만, 이후 46개사가 당초 991억2000만 원이던 약정 금액을 822억3600만 원으로 줄여 출자했다. 120개사는 1606억300만 원의 출자 약정을 철회, 이를 대신해 92개사가 1594억7300만 원을 신규 출자하겠다고 약정했다.

종편 3개사 중 가장 변경 사항이 많은 사업자는 채널A였다. 총 3901억7100만 원을 출자하겠다던 184개 법인 중 79개사가 약정을 철회해 808억5300만 원의 투자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채널A는 이후 43개의 신규 법인주주로부터 915억7300만 원의 자금을 모집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주들이 참여했다"고 언론연대 등은 지적했다.

특히 '한화생명 신탁'에 돈을 위탁해 거액을 출자한 실제 투자자가 확인되지 않아 의도적으로 정체를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승인장 교부 당시 채널A 법인주주 명단을 보면,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 신탁 이 109억9000만 원을 신규 출자했다.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고객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면서 그 돈을 특정 기업에 투자해달라고 지정하는 방식이다. 즉, 채널A에 투자해달라고 한화생명 신탁에 부탁한 위탁자를 실제 주주로 봐야 한다.

그러나 한화생명 신탁의 위탁자가 누구인지는 명시되지 않아 실제 투자자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널A에 30억 원을 신규 출자한 SK증권 신탁은 'NH테크'라고 위탁자를 명시해 효성그룹 계열사인 '노틸러스효성테크'가 실제 투자자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검증 TF를 이끈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대표)는 "감독기관의 승인을 거치는 투자를 신탁을 통해 비공개로 진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왜 굳이 투자 주체를 숨겨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탁 위탁자가 주요 주주와 특수관계일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문제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방통위가 위탁자의 실체를 확인해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방통위는 일부 주주들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종편 심사 당시 특수관계자 주주의 지분 참여를 제한했다.

금감원 공시에서도 확인 안 되는 기업도 있어
 
기사 관련 사진
▲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 2차 기자회견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2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언론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종편의 주주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채널A 법인주주 중 재무상태가 불량한 기업들도 발견됐다. 60억 원을 신규 출자한 골프장 운영 기업 '고월'의 경우, 2010년 말에 이르러 약 156억 원의 자본 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감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그럼에도 다음해 초 종편에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

203억 원을 신규 출자한 '이앤티'는 주요주주의 기준인 5%에 근접한 4.98%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2010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자산 총액이 약 97억 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었다. 자산 규모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채널A에 투자한 것이다.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기업도 있었다. 100억 원을 신규 출자한 '리앤장실업'은 금감원 공시 누리집에서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2010년 12월 초 신설법인 명단에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공개됐을 뿐이었다.

김 교수는 "종편 심사 이후 빠져나간 돈을 메우기 위해 채널A가 상당히 무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채널A 주주 명단 다시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종편·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법인들은 당초 방통위에 제출했던 최초 납입 자본금을 사업 승인장 교부 시까지 맞춰야 했다. 채널A가 납입 자본금 4076억 원을 맞추기 위해 빠진 자본금만큼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도 "채널A는 승인장 교부를 한 달 연기했는데, 이때 주주를 급히 모집하면서 문제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며 "한화생명 신탁 등 불문명한 주주 정보공개청구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채널A 관계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검증 TF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라도 문제점 반영해야"

이외에도 TF의 분석에 따르면, 승인신청 당시에 비해 대기업집단의 종편 출자규모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진·현대·KT 등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11개 그룹은 종편 3사에 총 924억9000만 원을 출자했다.

김 교수는 "종편에 투자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재무상태가 안 좋거나 사회적으로 문제에 연루됐다"며 "종편에 투자해 이런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 승인취소 사유가 되는 주요주주의 변경은 없었지만 그 외 기타 법인주주의 출자 내용에서 큰 변동과 의문점들이 발견됐다"며 "애초의 출자약정 내용을 기초로 한 사업자 승인심사 과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향후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라도 이러한 내용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