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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젊은이, 부유한 노인... 이 나라가 한국의 미래?

[2023 글로벌 리포트 - 다가올 미래 '老월드'] 노인을 위한 나라, 일본

23.05.11 05:04최종 업데이트 23.05.11 05:0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세계 각국의 노년층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노년의 삶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각국의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노인의 경험을 사회가 잘 활용하고 있는지 <오마이뉴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식을 보내오는 시민기자들과 함께 전 세계 노년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말]

▲ 지난 4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보행자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월 26일,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 연구소(이하 연구소)는 현재 1억 2500만 명인 총인구가 2070년에는 87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며, 그 중 65세 이상의 고령화 인구 비율이 38.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 시기 외국인 수는 10.8%, 약 94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타의 추종 불허하는 초고령사회

인구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생이다.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아무리 수명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이 없으면 장기적 관점에서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번 총인구 예측치는 2018년 같은 시기에 발표된 8323만 명에 비해 약 370만 명이 증가했다. 관광객을 제외한 외국인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연구소는 5년 단위로 종합한 것을 3년간 정밀하게 계산해 장기추계인구 전망치를 발표한다. 이번에 발표된 각종 수치는 2015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의 상황을 종합한 것이다.
2020년 현재 관광객을 제외한 일본 거주 외국인은 총인구의 2.2%에 불과하지만 2070년에는 10.8%까지 늘어날 것이므로 총인구는 2018년의 8323만 명(2015년 기준) 보다 증가한 87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통계청이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서 2070년 38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 

일본은 2021년 1.3인 합계출생율이 2070년 1.36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2021년 0.808명)에 비한다면 꽤 양호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다. 고령자의 인구 비율을 38.7%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사람이 적은데 죽을 사람은 많다. 아무리 외국인을 받는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즉 일본 총인구는 필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전 세계적 수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령화 사회다. 이미 50년 전부터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로 손꼽혔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나뉜다. 각각의 기준은 7%, 14%, 20%다.

가령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점하고 있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일본은 고령화, 고령, 초고령 모두, 전 세계 모든 국가/사회를 통틀어 1등으로 진입했다. 고령화사회는 1970년(7.1%), 고령사회는 1994년(14.6%), 초고령사회는 2010년에 달성했다.

2010년 인구통계를 보면 총 인구 1억 2806만 명 가운데 65세부터 74세가 1517만 명, 75세 이상이 1407만 명으로 합계 2924만 명을 기록해 인구수 대비 22.8%를 기록한 것이다.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4월 후생노동성은 65세 이상 인구가 2025년에 30%를 돌파하고, 2036년 33.3%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이후 고령인구의 증가세는 완만해지지만 이번에 나온 보고서를 보듯 2070년엔 38.7%로 조금이라도 늘면 늘었지 절대 줄어들진 않는다.

일본사회는 고령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2010년을 계기로 여러모로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았고, 지금도 그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2010년 전후 무슨 일이
 

▲ 지난 4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연례 메이데이 집회에서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회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시기에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라 불리는 '단카이세대(1차 베이비붐, 1947년-1948년 출생자, 당시의 합계출생율 평균치는 4.32)'가 동시 정년퇴직하면서 연금, 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고령자 사회보장 예산이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이 시기를 전후해 2008년 리먼브라더스 발 금융사태, 그리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 미증유의 금융, 자연재해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고 알려진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보자. 일본정부의 부채 비율은 2002년 처음으로 150%를 초과했다. 2008년까지 150-170%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고, 심지어 2007년에는 전년도 대비 5%포인트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리먼 쇼크 이후 다시 재정확장 정책을 폈고, 2010년을 계기로 국가예산이 대폭 늘어나 200%를 넘어섰다.

동일본대지진, 그리고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아베 제2차 내각이 들어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이 비율은 매년 GDP 대비 230%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으로 돌입하며 마의 250%까지 깨졌다. 2023년 3월 현재 일본정부의 부채비율은 265%에 달한다.

이 말은 곧 정부가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단 소리다. 국채 수입금으로 직접 주식시장에 개입하고, 예산을 편성한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전통적인 세금(소득세, 법인세, 소비세 등)만으로는 예산편성이 불가능하단 뜻이다. 그렇다면 일본정부의 일반회계예산 내역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수한 경우라 할 수 있는 코로나 시국 전의 직전 예산을 보면 특별추경예산을 제외한 일본의 일반회계예산(2020년)은 102조 6598억 엔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사회보장관계비'로 35조 8608억 엔(34.9%)에 달한다.

이 항목을 좀 더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연금급부금 12조 5232억 엔(전년도 대비 3.9%포인트 증가), 의료급부금 12조 1546억 엔(2.5%포인트 증가), 개호간병급부금 3조 3838억 엔(5.4%포인트 증가), 이른바 '고령자 대상 3대 급부금 예산 항목'이 28조 616억 엔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이 고령자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더라도 27.4%에 달한다.

혹자는 인구수 분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할 때 27.4%는 그리 많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타당하다는 의견을 펴기도 한다. 나아가 일본 국채는 90% 이상을 일본 국내 개인 및 기관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를 풀어도 국가 부도의 염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백번 양보해 그러한 주장들이 전부 맞다고 가정해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연금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세대 간의 빈부 격차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년퇴직 후 받는 연금은 자신들이 젊은 시절 꼬박꼬박 넣어둔 돈을 이자 쳐서 돌려받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자들이 지금 지급받고 있는 연금에는, 사실상 자식, 손자 세대들이 현재 납입하고 있는 연금도 포함돼 있다.

각 나라의 연금기구는 그렇게 쌓인 연금을 투자금으로 운용해 매월 고령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즉 고령자들이 받는 연금에는 젊은 세대들의 납입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물론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꽤 심각한 저출생 사회이다.

일본은 흔히들 언급하는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합계출생율 '1.54 쇼크'를 이미 1989년에 경험했다.

그 이후 각종 대책을 세워 일시적으로 회복한 적도 있지만 최근 20년간 줄곧 1.30에서 1.4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즉 기존의 사회 유지는 이미 힘들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도 일본 정부의 예산편성을 보면 저출생 대책 예산은 3조 387억 엔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예산도 매년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계속 이렇다면 일본의 저출생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그와 비례해 고령화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인 '연금제도'는 성립될 수가 없다. 일하는 사람이 없는데 연금을 누가 어떻게 낸단 뜻인가.

남자 노인을 위한 나라
 

▲ 지난 2일 일본 도쿄에서 한 증권사의 닛케이 225 지수 전광판 앞을 노인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기 때문에 기시다 내각은 연금수급 나이를 기존 '65세'에서 플러스마이너스 5년으로 바꿨다.

202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연금제도는 만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빨리 받는 대신 원래 받을 수 있는 연금액보다 최대 24% 감액된다. 그와 대조적으로 70세부터 연금을 받을 경우, 즉 기존 연금 지급 나이인 65세보다 5년을 늦출 경우 최대 42% 증액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5년 빨리 받거나 늦게 받으니 그 금액이 줄거나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변하지 않았던 연금제도에 손댔다는 것이다. 이는 곧 기존의 연금제도로는 운용이 안 된다고 실토한 것에 다름없다. 수정 연금제도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근본적인 해결에 뜻이 있다면 저출생, 이민자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 저출생 관련 예산은 고령자 예산의 1/9 수준에 불과하다.

세대 간 빈부격차 문제도 있다. 공교롭게도 지금 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고도성장기, 버블의 수혜를 받은 부유층이다. 부부 연금 액수만 봐도 세대별 평균 25만 엔에 달한다.

반면 현재의 젊은 세대 30-40대는 버블 붕괴 이후 찾아온 '취직빙하기'를 거쳐 '잃어버린 20년'의 한복판을 지내온 세대다. 특히 샐러리맨의 경우 평균 월급이 20년간 변함이 없다. 일본 근현대 역사상 가장 빈곤한 세대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 출산은커녕 제 한 몸 건사하기 어려운 세대다.

역설적이다. 가장 빈곤한 일하는 세대가, 가장 부유한 퇴직 세대를 위해 연금을 납부하고 세금을 낸다. 그렇다고 이들을 위한 지원이 큰 것도 아니다. 젊은 세대 예산이라 불리는 생활부조 등 사회복지비 예산은 4조 2027억 엔, 고용노동재해대책 예산은 불과 395억 엔이다.

결론 짓자면 일본은 노인을 위한 나라이다.

노인의 발언과 영향력이 그 어느 사회보다 높다. 70-80대 정치인들이 수두룩하다. 집권여당인 자민당 지지세력 역시 남자 고령자들이 압도적이다. 그들의 표를 얻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편다. 젊은 세대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 정치에 관심을 놓고, 휴일에도 일을 한다.

선거날엔 노인들이 다시 투표를 하러 가고 당선된 세습의원들, 나이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다시 편다.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기에, 일본사회의 미래는 장기적으로 본다면 매우 어둡지 않을까 싶다.

한국사회도 일본사회를 반면교사 삼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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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없다. 더 이상은 못살겠다"

윤석열 정부 1년 서울시내 16곳 시국촛불..전국으로 번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5.10 13:26
  •  
  •  수정 2023.05.10 16:58
  •  
  •  댓글 0
 
'윤석열정권 심판 서울시국회의'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00인 피케팅과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저녁 7시 서울지역 16개 자치구에서 '윤석열 취임1년 서울지역 시국촛불'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정권 심판 서울시국회의'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00인 피케팅과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저녁 7시 서울지역 16개 자치구에서 '윤석열 취임1년 서울지역 시국촛불'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불과 8일전 '자화자찬의 취임 1주년은 절대 안된다'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도 없이 '국무회의 생중계'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이 10년같이 느껴진다'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 1년이 되는 10일 '더 이상은 못살겠다'는 아우성으로 평가를 대신하고 있다.

'윤석열정권 심판 서울시국회의'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00인 피케팅과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저녁 7시 서울지역 16개 자치구에서 '윤석열 취임1년 서울지역 시국촛불'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 1년인 10일 저녁 서울지역 16개 자치구에서 열리는 시국촛불 계획 [자료-윤석열정권 심판 서울시국회의 제공]
윤석열정부 1년인 10일 저녁 서울지역 16개 자치구에서 열리는 시국촛불 계획 [자료-윤석열정권 심판 서울시국회의 제공] 

지난 3월 4일 결성된 '민생파탄, 민주실종, 평화파괴 윤석열정권 심판 서울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시국촛불은 윤석열 정부 1년을 '민생은 지옥, 외교는 굴욕, 무조건 탄압 검찰독재'로 규정하고 '윤석열 취임 1년, 더 이상은 못살겠다'는 제목으로 △노원-동대문 △광진 △성동 △강동 △송파 △용산 △동작 △관악 △금천 △영등포 △구로 △강서-양천 △서대문 △은평 △종로-중구 등 16개 자치구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서울 시내 동네곳곳에서 열리는 시국촛불에는 △전세사기, 깡통전세(강서-양천 화곡역 5, 6번 출구 광장) △굴욕외교(7시 30분 서대문 독립문앞) △노량진수상시장 문제해결(동작 노량진역) △방사능안전급식조례 관련 구의회 규탄행동(광진 어린이대공원 앞) 등 각 지역별 사안도 함께 요구할 예정이다.

파이낸스센터 계단앞에서 진행되는 종로-중구 촛불에서는 16개 지역 촛불을 온라인 줌(ZOOM)으로 연결해 생중계한다.

시민들은 사전 공개된 '너도 나도 한줄 시국선언'에서 △윤석열의 국익은 일본의 이익이냐 △완전히 검찰이 장악해서 나라곳간을 털고 있다 △일본, 미국만 쫓다 국민한테 쫓겨난다 △국민들의 삶과 목숨에는 안중에도 없는 정권 △역사도 미래도 팔아먹는 대통령 △정치는 검찰이, 외교는 친미로 경제는 모르쇠 사회는 양극화 국민은 촛불로 △미국과 일본은 위로 모시고 국민들은 아래로 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든데 윤석열 정부는 빵점이다. 국민을 위해 일을 해라 등 1년간 쌓인 울분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 앞서 광화문광장에서 100인 피케팅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 앞서 광화문광장에서 100인 피케팅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오전 피케팅과 기자회견에 참가한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윤석열정권 아래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윤석열 취임 1년동안 △노동개악 △이태원 참사에 대한 무책임 △민생파탄 △검찰독재 △미국과 일본에 굴욕적인 퍼주기 외교 △남북관계 파탄 △동북아 전쟁위기 조장 등 숱한 퇴행적 정책과 실을 규탄했다.

"지난 1년, 수십년간 쌓아왔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평등의 보편적 가치는 무너져 내렸다"고 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앞으로 4년을 더 이상 견디며 살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이 되는 오늘 서울지역 곳곳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의 시국촛불을 들 것이다. 오늘을 시작으로 동네곳곳의 주민들과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윤석열정권 심판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이장희 상임대표, 김진억 본부장, 정재민 위원장, 오인환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이장희 상임대표, 김진억 본부장, 정재민 위원장, 오인환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장희 서울시국회의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굴종하고 일본에 굴욕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관계로 돌려세우는, 외교가 아니라 전쟁을 하고 있다. 특히 남과 북이 맺은 귀한 합의를 깡그리 무시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완전한 적대관계로 내몰고 있다'고 하면서 "모든 시민들은 분연히 일어나서 법치주의 절차에 따라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은 "민주노총이 오늘 오후 전국 단위노조대표자 결의대회를 통해 윤석열정권 퇴진을 선포하고 전면적 투쟁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알리고는  "퇴진 심판 투쟁의 방향은 정권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 양극화 체제 타파, 비정규직 철폐, 국가책임 공공성 강화, 자주평화통일세상으로 사회의 대전환을 이루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 1년이 바로 그 전면적 심판투쟁의 시작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노동을 착취하는 자본의 자유에 맞서 노동의 권리를 지키는 투쟁, 후쿠시마 핵오염수 테러에 맞서 우리의 자연과 안전, 생명을 지키는 투쟁, 신냉전 전쟁위협에 맞서 압도적인 평화를 지키는 투쟁에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1년은 부자들을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면서 정권의 안정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대책을 외면한 1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 전세사기 피해자들, 정당한 노조활동을 '건폭'으로 몰리는 건설노동자들, 주 69시간 노동에 내몰린 노동자들, 후쿠시마 핵오염수에 노출된 시민들이 더 많은 이웃들과 함께 오늘 동네에서 촛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9~10일 전국 곳곳에서 열렸거나 개최 예정인 시국행동 [자료출처-민주노총]
9~10일 전국 곳곳에서 열렸거나 개최 예정인 시국행동 [자료출처-민주노총]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에 즈음한 시국행동은 9~10일 전국 곳곳에서 열렸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경기도(오전 10시 국민의힘 경기도당 앞) △충북(오전 10시 대전시청 북문, 이후 100인 1인시위) △세종·충남(오전 11시 국민의힘 충남도당앞) △전북(9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전북도당 앞) △광주(9일 오전 11시 5.18민주광장, 10일 12시 100여개소 선전전) △전남(오후 3시 국민의힘 전남도당 앞) △대구(오전 10시30분 국채보상공원) △경북(오후 1시 국민의힘 경북도당 앞) △대구·경북 시국대회((저녁 7시 대구 한일극장) △부산 시국회의(저녁 7시 부산일보 대강당) △경남 시국대회(저녁 6시 30분 창원 상남분수광장) △강원(9일 오전 11시 강원도청앞) 등 전국이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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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야당 탓’으로 끝난 윤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소회

입력 : 2023.05.09 17:34 수정 : 2023.05.09 21:27

유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1년간의 국정 운영을 자평했다. 한·일관계 회복, 대북 확장억제 강화 등 외교·안보 분야 성과를 주로 제시했으며 전세 사기·금융 투자 사기·마약범죄 등은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제도 정비가 미흡했던 이유는 거대 야당 때문이라고 밝혔다. 굴욕 외교 등 논란이 많은 대외 정책을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고 비판 여론이 높은 전세 사기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취임 1년이 다 됐음에도 여전히 전 정권 탓, 야당 탓으로 책임을 피해 가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1년간의 국정 운영에 관한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며 지난 1년간의 가장 큰 성과를 이뤄낸 분야로 외교·안보를 꼽았다. 그는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하여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한 발언과 오는 19일~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기로 한 것을 거론하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그는 “정상 차원의 합의문서인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하였고, 대한민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선제적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면죄부를 준 굴욕외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 심화 등 외교 리스크 심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시한 채 대통령 ‘결단’을 앞세워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외교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전세 사기·금융 투자 사기·마약범죄 등 지난 1년간 발생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전부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전세 사기와 관련해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되었다”고 말했다. 금융 투자 사기에 대해서는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이러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마약 범죄와 관련해서는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으로 인해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려고 했지만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정비를 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야당 탓을 했다.

국민 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 문제와 관련해 반성이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남 탓으로 일관한 것이다. 취임 1년을 맞아 쏟아지는 비판을 전 정권, 야당 탓으로 넘기겠다는 계산도 보인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제1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았다. 여야 간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다수 의석 때문에 국정 운영을 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식 측면에서도 일방적인 홍보 메시지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TV로 생중계된 모두발언은 약 12분 분량으로, 사실상 ‘대국민 담화’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1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1년간의 국정운영 평가와 향후 방향에 대한 질문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원하는 메시지만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강남, 종로 등 서울 주요 시내 3D 전광판에 국정 운영 비전이 담긴 영상을 이날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송출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집권 2년 차 때도 전 정권 잘못을 확인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잘한 건 잘한 대로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어떻게 고쳐야 할지 일하는 마음가짐을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하신 것”이라고 답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해주길 기대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끝났다. 반성은 한마디도 없었고, 오로지 남 탓 타령만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내 탓이 아니라며 남을 손가락질하는 대통령이 아니다”면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돌파할 분명한 비전과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대통령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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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발본색원이 답이다‘ 사제단 성명서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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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05/10 09:53
  • 수정일
    2023/05/10 09:5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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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뉴스 | 등록:2023-05-10 09:24:33 | 최종:2023-05-10 09:29:13

 
 

5월 8일 춘천교구 시국기도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매주 월요일 각 지역에서 시국 기도회를 이어 가고 있다. 4월 10일 서울, 17일 마산, 24일 수원, 5월 1일 광주, 8일에는 춘천 애막골 성당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다음은 광주(망월동), 의정부에서 진행한다. 아래는 사제단이 8일 미사 중에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 카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자

발본색원이 답이다

“예언자들은 거짓으로 예언을 하며 제사장들은 거짓 예언자들이 시키는 대로 다스리며 나의 백성은 이것을 좋아하니, 마지막 때에 너희가 어떻게 하려느냐?”(예레 5,31)

1. 기시다가 왔다

월요시국기도회가 전주, 서울, 마산, 수원, 광주를 거쳐 오늘 춘천에 이르렀다. “도대체 신부들이 왜 이러는 거요?” 하는 항의를 듣곤 한다. 사실은 하루를 여는 새벽마다 우리 스스로 던지는 물음이다. 우리는 왜 이러고 있는가? 그런데 우리도 묻고 싶다. 지금이 가만히 있어도 좋은, 아니 가만있어야 하는 그런 때인가? “가만있으라 세월호에”(2014.4.16.) 하던 박근혜도, “가만있으라 서울에”(1950.6.27.) 하던 이승만도 가고 없는데 날 저무는 것도 모르고 어째서 빈둥거리기만 하는가?

물론 참고 기다려 주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연이은 ‘외교 실패’/ 숱한 논란에 대한 ‘거짓 해명’/ 경제위기 속에서 부자감세·복지축소를 강행하는 ‘민생이반’/ 대통령 부부의 비리는 눈감아주고 야당 대표 수사에만 몰두하는 ‘공작 검찰’/ 대통령 전용기 MBC 탑승 배제, YTN 민영화 추진 등 ‘언론 자유’ 파괴/ 공공 자산 ‘민영화’/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안전운임제 등 ‘노동 인권’ 묵살/ 사고예방과 구조에 실패했으면서 진상 규명을 외면하는 ‘이태원 참사’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그저 묵묵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무능·독선 행보로 정치·외교·경제·사회 각 분야에 일대 혼란을 일으켜도, “한국 대통령은 기본을 배워야 한다”(이코노미스트)는 외신의 잔소리를 접하던 날에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기다려 주었다. 어서 대통령이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도리에 충실하기를, 그래서 피와 눈물로 이룩한 민주국가의 체계와 제도를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사람들의 울화와 환멸이 낙심과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빌었다.

그러나 윤석열 그는, 번뇌와 망상을 키웠을 뿐 잘못을 뉘우치거나 마음을 바로 잡으려는 아무런 성의도 보여 주지 않았다. 어제 드디어 일본 총리 기시다가 왔다. 윤석열이 일본, 미국과 손잡고 아무도 모르게 벌이는 모종의 거래들에 비하면 대다수 국민을 대경실색케 만든 저 끔찍한 일들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가 대한민국을 어둡고, 위험하고, 가난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여 양심이,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재촉한다. 그만 침묵을 깨고 어서 행동하라고.

2. 화근인 사람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 ‘말’이 어떤 재앙을 부르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마구 떠벌이기만 하는 그는 화근, 재앙의 가장 큰 뿌리다. 실성하지 않고서야 저럴 수 없다. 어느 집 가장이기만 했다면 일가의 풍비박산으로 끝날 일이겠으나, 망나니 칼춤 추듯 하는 그가 남북 칠천만 겨레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 오금이 저린다. 발본색원이 답이다. 1597년 7월 16일 칠천량 해전의 패배를 교훈 삼아 결단해야 한다. 당시 모든 전투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일본 수군을 갖고 노는 수준의 최강 조선 수군은 멍청한 지휘관 한 명 때문에 어이없이 괴멸되다시피 했다. 판옥선만 무려 122척이 소실되었고 1만여 명의 경험 많은 조선 수군이 죽거나 행방불명되었다. 그날의 패전은 새로운 전쟁을 불렀다. 곧바로 정유재란이 일어났다.

대통령의 입만 화를 부르고 키우는 게 아니다. 언론을 공모자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멸칭, ‘기레기’의 장본인들에게 말해서 무엇하랴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말과 글로써 사실을 비틀고 진실을 가려서 시민들을 속이고 있는 언론 종사자들이라도 1980년 5월 20일, 광주문화방송이 불타버린 일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은 그날의 방화에 대해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라며 무죄를 판결한 바 있다. 언감생심 지조와 기개를 기대하겠는가마는 국민들 눈에 그저 실리와 사욕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비칠까 염려스럽다.

5월 8일 춘천교구 애막골 성당에서 사제단이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성체성사 성가 부를 때, 참석한 신자들이 '윤석열 퇴진', '약자는 안전하게 강자는 정의롭게'라고 적힌 빨간색 손팻말을 들어 박자에 맞춰 흔들고 있다. 앞쪽에는 사제들이 두 손 모아 제대를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3. 아이들을 보아라

그러면 남은 것은 나와 너의 입이다. 흙으로 발암물질을 대충 덮고는 ‘용산어린이정원’이라 부르고,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무 문제없다더니 해군은 매일 1천만 원 가량의 비상 식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죽도록 피곤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쳤겠으나 우리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새싹 같은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지금 우람한 젊은이들도 머잖아 낙심의 벽에 갇히고 말 것이다.

동화작가 권정생은 누구라도 자살을 하거나 자기 몸밖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고질병에 시달렸으나 오로지 아이들의 앞날과 평화를 걱정했다. 그래서 몽실 언니처럼, 억압받는 처지를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서로 보살피고 아껴주면서 삶의 근원적인 행복과 기쁨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주인공들을 탄생시켰다. 선생은 오늘도 말하리라. 강아지 똥이라도 환한 민들레꽃을 피우거늘 하물며 사람이 사람 속에 피우는 꽃은 얼마나 눈부시랴. 뜻 있는 이들의 작은 실천이 모여 역사의 흐름을 바로 잡았던 것이 한국 현대사다. 비바람 부는 날이라도 토요일이면 빌고 바라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 촛불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라가 위태로우니 “뭐라도 해야지, 나라도 나가야지” 하는 그들,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나부터 희망이 되면 된다고 믿는 그들이야말로 시대의 예언자다.

더 늦기 전에 교회도 목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내 백성은 목자를 잘못 만나 이 산 저 산 헤매다가 흩어진 양떼처럼 되었었다. 보금자리를 잃고 산과 언덕을 헤매었다”(예레 50,6) 하시던 주님의 탄식이 온 산하에 메아리치고 있다. 아직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식별하지 못하고 있거나 용기가 없어서 침묵하는 이들을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선포이며 봉사다. 자애로운 어머니이면서 엄격한 교사인 교회의 사명이다.

4. 아버지들의 투쟁을 기억하고 행동하자

일주일 전 철근공 양회동 미카엘(춘천교구 청호동 성당) 형제가 분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 탄압을 일삼는 대통령이 ‘건설 조폭’을 운운해서 노동자의 명예를 더럽힌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태원 참사 때도 건성이었던 대통령실은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고 마치 남 말하듯 했다. 하지만 아는가? 철옹성 같은 권력이라도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를 함부로 대했다가 별안간 무너졌다는 사실을. 구약의 성전도, 신약의 성전도 그래서 불탔고 그래서 무너졌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알아채는 것이 참 지혜요 믿음이다.

갑오년 시월, “추수가 끝난 마을마다 곳간 속 묻어 뒀던 창, 엽총, 없는 사람은 쇠스랑, 낫까지 닦아 들고 나섰다. 만삭 아내의 귀밑머릴 만져주며, 병든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무릎 나온 아들딸들의 코를 닦아주며, 그리고 정든 기둥나무에 눈인사를 보내며 우리의 조상들은 서리 내린 아침 집을 나섰다.”(신동엽, 금강) “왜적을 몰아내자”, “썩은 왕실을 도려내자”는 깃발들이 펄럭였다. 안타깝게도 우금티 고개에서 악전고투했다. 상봉 능선에 일렬로 늘어선 왜군 제5사단의 최신식 화력. 야전포, 기관총, 연발소총이 불을 뿜었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 수백 명이, 그 흰옷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본 수천 명이 차례차례 달려가고 뛰어들었다. 저 고개만 넘으면 새 세상이 열리는데 이 한 목숨을 아끼랴, 하면서. 그날 3만에 달하는 농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품위와 권리는 옛 어른들의 수고로 거저 받은 것들이니 우리도 우리의 수고를 거저 내놓음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를 복되게 하자.

2023년 5월 8일 어버이날

춘천교구 애막골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 제휴매체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09일 자 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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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쓸 수 없으면 바꿔쓸 수 밖에 없다"

73개 노동시민사회종교진보단체 윤석열정부 1년 '낙제'평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5.09 13:56
  •  
  •  수정 2023.05.09 13:57
  •  
  •  댓글 0
 
73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1년에 즈음한 윤석열정부 규탄 노동시민사회종교진보단체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반민주적·반개혁적 퇴행과 폭주를 규탄하고, 각분야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73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1년에 즈음한 윤석열정부 규탄 노동시민사회종교진보단체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반민주적·반개혁적 퇴행과 폭주를 규탄하고, 각분야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주의F, 경제F, 외교F, 한반도 평화F, 노동존중F, 친환경F, 서민정책F, 식량주권F, 성평등F, 언론자유F, 결과는 '낙제'

노동·시민사회·종교·진보단체들이 매긴 윤석열 정부 1년 성적표이다.

노동당, 녹색당, 진보당 등 정당과 제 단체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1년에 즈음한 윤석열정부 규탄 노동시민사회종교진보단체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반민주적·반개혁적 퇴행과 폭주를 규탄하고, 각분야의 입장을 밝혔다.

'반민생·반민주·반평화·반환경·친재벌 등 퇴행과 역주행의 1년 퇴행과 폭주의 윤석열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는 사전에 의견을 보내 온 4.16연대, 가톨릭농민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월혁명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의기억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연대, 정전70년 한반도평화행동, 주권자전국회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진보연대, 한국YMCA전국연맹을 비롯한 73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단체들이 매긴 윤석열 정부 1년의 성적표는 10개 분야 모두 F.  낙제점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단체들이 매긴 윤석열 정부 1년의 성적표는 10개 분야 모두 F.  낙제점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 몰고 온 경기쳄체로 서민들의 삶이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동안 윤석열 정부는 검찰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역사정의를 짓밟고, 전쟁위기를 부추기고,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노조탄압과 공안탄압을 일삼고, 시민복지를 후퇴시키고 재벌부자들의 배를 불리는데 급급했다"고 혹평했다.

윤석열정부 집권 1년이 지났지만 "국민에게는 그 1년이 10년처럼 느껴질만큼 힘겹고 고달팠다"고 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분야별로 조목조목 비판했다.

윤석열정부 1년 즈음한 노동시민사회종교진보단체 기자회견문을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왼쪽부터) 가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정부 1년 즈음한 노동시민사회종교진보단체 기자회견문을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왼쪽부터) 가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먼저 "경제위기에 전세계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복지예산을 확충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완전히 거꾸로"라며, 작은정부, 긴축재정, 감세, 시장화, 규제완화 정책 기조를 문제삼았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재벌 부자 감세로 줄어든 세수가 5년간 60조원에 달하는데, 결국 돌아온 건 공동임대주택과 취약계층 일자리 예산 대폭 축소, 그리고 돌봄·요양·의료 등 공공성을 높여야 할 사회서비스 분야를 민간과 시장에 넘기는 '서민 쥐어짜기'였다는 것.

재벌규제는 108개가 풀어주어 대한민국을 부자천국의 세상으로 만드는 동안 코로나를 겨우 버텨낸 자영업자들은 고금리·고물가로 1,020조에 달하는 빚더미를 떠안게 됐고 노조법 2,3조 개정, 노점상특별법 등 민생법안은 외면하고 있다. 45년만에 최대치로 폭락한 쌀값에 그나마 최소한의 보장도 안되는 양곡관리법을 '사회주의 포퓰리즘'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 4월 물가상승률 5.1%에 비해 사실상 삭감된 5% 인상률에 그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는 귀를 닫고, '주60시간 상한 근로시간제' 편법 수습으로 뻔히 예상되는 장시간 과로문제에는 눈감고 있다.

청년들이 전세사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반지하 침수로 일가족이 쓰러져가고,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59명이 참사를 당할때도 국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또 공정과 상식, 법치와 정의를 금과옥조처럼 강조하면서 정부 중요 요직에는 검사출신들을 기용해 '검사지배체제'를 구축하고 권력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헌법파괴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는 1년만에 관계개선을 통한 평화정착을 약속한 남북간 합의를 사실상 폐기하고 한미군사훈련 등 무력시위의 강도를 계속 높여가면서 한반도를 유례없는 전쟁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규탄했다.

윤 정부가 미국의 한미일 군사협력강화와 대중국 견제전략에 편승하면서 주변국 관계는 악화되고 한반도와 주변국들의  핵군비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힘을 과시하여 성대방을 단념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접근법은 지난 1년간 완전히 실패했다"며,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적대와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윤석열 정부의 맹목적이고 무책임한 발걸음을 멈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과정에 한국의 무역적자가 최대교역국인 대중국 수출감소로 매월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어 환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물가폭등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니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 대통령은 당장 국민의 이름으로 해고통보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일외교에서는 '식민지배 사죄와 배상'이라는 역사정의마저 짓밟고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토기에도 유식행위에 불과한 이틀간의 시찰단 파견합의로 사실상 방류를 용인하다는 태도를 보여, 이대로 두면 일본의 요구대로 독도영유권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면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해다.

이런 와중에도 윤석열 정부는 친원전, 환경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개발에만 주력해 나라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 1년은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반환경, 친재벌 등 퇴행과 역주행의 1년이었다. 또 지난 1년은 시민과 농민, 노동자가 '이대로는 못살겠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던 1년이었으나 정부는 이러한 외침을 무시한 채 국민위에 군림하려고만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동안의 퇴행의 정치에 일말의 반성없이 독선과 폭주를 지속한다면 우리는 그에 맞서 심판운동에 나설 수 밖에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하면서 "고쳐쓸 수 없으면 바꿔쓸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왼쪽부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조영선 민변 회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하원오 전농 의장,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이태호 정전70년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조영선 민변 회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하원오 전농 의장,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이태호 정전70년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먼저 "윤석열 정부 1년은 '무능과 폭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전부터 노동 시민 민중단체들이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정책협의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고 하면서 "정세에 대한 감각적 차이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지수조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의견을 모아서 오늘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며, 이 성과를 이어서 향후 본격적인 공동행동을 추진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3일 공개 평가토론회에서도 나왔지만 지난 1년간 누구보다 수많은 시민들과 민중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도저히 고쳐쓰기 어려운 정권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기자회견과 이후의 공동행동이)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시민, 민중의 의지와 정성을 모아나가는 그런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민주주의 역행)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노동),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농민), 이태호 정전70년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한반도 평화, 외교),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민생경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기후 환경)이 각 분야별 규탄발언을 이어갔다.

집권 1년, 윤석열 정부 규탄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전문)


윤석열 정부 집권 1년이 되었습니다. 국민에게는 그 1년이 10년처럼 느껴질 만큼 힘겹고 고달팠습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 몰고 온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삶이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동안 윤석열 정부는 검찰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역사정의를 짓밟고, 전쟁위기를 부추기고,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노조탄압과 공안탄압을 일삼고, 시민 복지를 후퇴시키고 재벌부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떠합니까.

주거취약 계층인 청년들은 전세사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까지 내몰렸으며, 반지하 침수로 일가족은 쓰러져 갔습니다. 10월 29일 이태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지만 그 곳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습니다. 

노동조합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으로 탄압한 결과 한 노동자를 분신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 법치와 정의가 과연 이런 것이었습니까.

코로나19 피해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경제위기에 전세계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복지 예산을 확충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완전히 거꾸로입니다. 작은 정부를 내세우며 긴축재정, 감세, 시장화,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밀어부친 재벌부자 감세로 축소되는 세수가 5년간 6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재벌에 대한 ‘경제 형벌’은 108개나 풀어 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부자천국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책없는 감세는 결국 ‘서민 쥐어짜기’로 돌아왔습니다. 공공임대주택, 취약계층 일자리 예산을 대폭 축소했고, 돌봄, 요양, 의료 등 공공성을 높여야 할 사회서비스 분야도 민간과 시장에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겨우 버텨낸 자영업자들이 고금리·고물가로 102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빚더미에 앉아 시름에 겨워하는데도 대책이 없고, 노조법 2, 3조 개정, 노점상특별법 등 민생 법안들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45년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던 쌀값에 최소한의 보장방안이 담긴 양곡관리법을 ‘사회주의 포퓰리즘’이라며 이땅의 농민들과 입법부를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정부가 도탄에 빠진 서민들의 절박한 외침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5% 인상률로 지난 4월 기준 물가상승률 5.1%에 비하면 사실상 삭감된 수준입니다. 물가상승은 지금도,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나 정부는 물가안정에 뚜렷한 방안이 없음에도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절망스러운데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 방안’이라며 ‘주 69시간제’를 꺼내들었습니다.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주 60시간 상한을 두겠다고 뒤늦게 수습하려 나섰지만, ‘유연근로시간제’를 적용하면 이전과 다름없이 주 69시간을 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장시간 과로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문제의식을 정부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 주요 요직에 검사 출신들을 집중 배치해 검사 지배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법무부와 검찰,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장악력을 높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민주주의 훼손, 헌법파괴도 일삼고 있습니다. 

노조와 시민단체 등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온 집단에 대해 압수수색과 수사를 집중시켜 탄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권유지를 위해 공권력을 휘둘러 현재 투옥 중인 활동가가 현재 40명에 다다릅니다.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를 유례없는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계개선을 통해 평화를 이루자는 남북간 합의를 사실상 폐기하고 ‘압도적 전쟁준비’, ‘확전불사’를 외치며 한미군사훈련 등 무력시위를 지속해왔습니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되고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충돌위기가 고조되어 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확장억제를 실질화’하겠다면서 미국의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와 대중국 견제 역할 확대 전략에 편승해왔습니다. 그 결과 주변국 관계가 악화되고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핵군비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해왔습니다. 

힘을 과시하여 상대방을 단념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접근법은 지난 1년간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적대와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윤석열 정부의 맹목적이고 무책임한 발걸음을 멈춰 세워야 합니다.

게다가 미국이 대통령실을 도청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항의 한 번 못하고 오히려 미국을 보호하고 대변하며 한미동맹 강화만을 외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명확한 해명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미국 정부와 호혜적인 외교나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자극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중국 수출 감소로 한국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매월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수출이 흔들리니 환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이는 고스란히 물가폭등으로 이어지며 국민 삶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스스로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정도라면 당장 국민의 이름으로 해고 통보를 해야 할 상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과의 굴욕적 정상회담으로 ‘식민지배’ ‘사죄배상’이라는 역사정의마저 짓밟아 버렸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굴욕적인 졸속해법을 제시하며 일본의 전쟁범죄의 책임을 면책하고 피해자들에게 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도, 요식행위에 불과한 이틀간의 시찰단 파견 합의로 국민의 불안을 봉합하고 사실상 방류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두면 일본이 요구하는 독도영유권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면제까지 일본 정부의 뜻대로 이행할 것이 뻔한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반인권, 반평화, 굴욕적 독주를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도 부추기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탈석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식량안보,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위해 생태보호 국제규범들이 속속 채택되고 있는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친원전, 환경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개발에만 주력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2030년부터 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되는데도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부지 마련 대책은 부실한 실정입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정치, 외교, 사회, 경제,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퇴행적 조치를 감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 1년은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반환경, 친재벌 등 퇴행과 역주행의 1년이었습니다. 또한 지난 1년은 시민과 농민, 노동자가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던 1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외침을 무시한 채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만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경고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 동안의 퇴행의 정치에 일말의 반성 없이 독선과 폭주를 지속한다면, 우리는 그에 맞서 심판 운동에 나설 수 밖에 없음을 명확히 밝힙니다. 고쳐쓸 수 없으면 바꿔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명제와 함께 ‘군주민수(君舟民水)’. 즉 배를 띄우는 것도 그 배를 전복시키는 것도 물이라는 고금의 진리를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새겨야 할 것입니다.

 

2023. 5. 9.

73개 노동시민사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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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외국 언론 인터뷰 통해 대통령 생각 전해 들어야했다”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5.10 07:46
  •  
  •  댓글 1
  •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무회의에서도 전 정권·야당 탓, 소통 미흡 문제도

    조선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꿔야”… 동아 “언론 매개 소통, 중요한 책무”

    취임 1년 지지율 30%대 그쳐… “지지층에 강성보수 유권자만 남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여파 언론계까지… 전 조선일보 발행인 연루

    5월10일 취임 1년을 맞이한 윤석열 대통령, 주요 아침신문의 평가는 박했다. 진보성향 신문은 물론 보수신문마저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전 정권·야당 탓을 했지만, 이를 넘어 주체적인 국정 운영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야당과의 소통 부족도 문제로 꼽혔다.

    ▲ 3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 정상과 함께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를 공동 주최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주요신문 사설 화두는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동아일보·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의 소통 미흡을 문제로 꼽았다. 동아일보는 사설 <신년 회견 건너뛴 尹, 취임 1년 회견이라도 해야>에서 윤 대통령이 언론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민주화 이후 취임 1년 기자회견과 신년 기자회견까지 건너뛴 전직 대통령은 7명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주요 국정 현안을 놓고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이 만나서 제대로 묻고 답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외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생각을 전해 들어야 했다”고 했다.

    ▲5월10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마이크를 드세요. 언론은 당신의 적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것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언론을 매개로 국민과 소통하는 중요한 책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5월10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윤석열 정부 1년…국민과 소통해야 국정 운영 힘 받는다> 사설을 내고 “지지자들 사이에도 ‘방향은 옳고 결단력도 있지만 추진 방법이나 과정에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정책 추진의 동력인 인사(人事)나 소통, 태도, 공감 능력 등에서 허점이 보인다는 의미다. 인사 추천과 검증의 검찰 출신 독식, 업무적 연관성이 크지 않은 자리에도 검사 출신이 대거 기용되는 현실은 ‘검찰공화국’ 논란을 낳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중단과 기자회견 기피는 대통령의 소통 의지에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며 “나라를 위해선 누구와도 김치찌개를 먹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이지만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중략) 윤 대통령은 대야 설득이나 갈등 조정을 위한 협치 노력은 충분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5월10일 조선일보 사설.

    윤석열 대통령의 ‘전 정권 탓’도 도마 위에 올랐다. 관련 사설 제목은 <외교 성공, 내치 미흡 尹 1년, 巨野 탓만 할 때 아니다>(조선일보), <전 정부·야당 탓 넘어 협치에 나서길>(국민일보), <尹대통령 1년, 이젠 전 정부로 책임 돌릴 수 없는 시점>(한국일보) 등이다. 조선일보는 “거대 귀족 노조의 폭력과 횡포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도 과거 정부는 못 한 일이다. 탈원전 폐기도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윤 대통령을 치하하면서도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내년 총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보다 겸허하고 진중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5월10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전 정부·야당 비판에 힘을 쏟았다면서 “임대차 3법 등 전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전세 사기의 싹을 틔운 건 맞다. 금융투자 사기와 마약 문제 역시 전 정부의 규제 완화와 검찰 옥죄기의 결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수시로 전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국정 난맥상 문제를 합리화할 순 없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취임한 뒤엔 무한한 국정 책임을 지는 자리가 대통령 아닌가”라고 물으면서 “묵묵히 나라의 방향을 잡고 선진국 도약을 이끄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지 취임 1년이 되도록 전 정부 잘못만 따지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5월10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 역시 “윤 대통령이 1주년 기자회견은 건너뛰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중계하면서 전 정부 탓으로 일관한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야당과 협치해 성과를 내야 할 책임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도어스테핑은 지난해 11월 중단된 후 재개되지 않고 있고, 신년 기자회견과 1주년 기자회견을 모두 하지 않은 드문 대통령이 됐다”며 “이런 불통과 독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을 외면하고 있으니 입법이 뒷받침되기 어렵다. 주요 국정과제인 교육·노동·연금 개혁은 더더욱 긴밀한 소통과 신뢰,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월10일 중앙일보 4면.

    취임 1년 지지율, 30%대 그쳐

    중앙일보(한국갤럽 의뢰)와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의뢰)는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두 조사 모두에서 30%대(중앙일보 38.5%, 한국일보 34.7%)를 기록했다. 중앙일보가 ‘윤 대통령이 1년간 가장 잘한 분야’를 묻자 “잘한 분야 없다”는 응답이 40.1%로 가장 높게 나왔다. 뒤이어 외교 23.9%, 노동 13.1%, 부동산 12.0% 순이다.

    ▲5월10일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가 주요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자 사회안전·외교안보·부동산·양성평등 등 모든 분야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답이 절반을 넘었다. 한국일보는 3면 <54% “경제 악화” 레드카드… 대선·지선 지지자 상당수 등 돌려> 보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층에는 강성보수 유권자만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민통합과 민생실용으로의 국정 기조 전환 없이는 국정 동력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는 5일과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휴대전화 가상번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9%이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 오차는 ±3.1%p다. 한국일보 여론조사는 4일과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휴대전화 가상번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7%이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 오차는 ±3.1%p다. 두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5월10일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는 3면 <“국정기조 전환은 옳은 방향…巨野 설득 못해 3대개혁 성과 미흡”> 보도에서 원로 5명에게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평가를 맡겼다.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인 김도연 서울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첫 발언이 국민 통합이었지만 이에 대한 성과가 없다. 여야는 교육 개혁에서 장기적 시각을 갖고 협치해야 한다”고 했다. 라동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외교에 대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처럼 국익과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외교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중국 리스크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5월10일 중앙일보 사설.

    위기 빠진 더불어민주당… 중앙 “반대 만으론 미래 없어”

    위기에 빠진 것은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당 대표가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으며, 돈봉투 사건에 휘말렸다. 김남국 의원은 거액의 가상화폐 투자 논란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 <도덕성 논란까지 휩싸인 거대 야당, 반대만으론 미래 없어>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잃고 ‘공룡 야당’이 된 지 1년이 흘렀다”며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정책 등에 거의 대부분 반대하며 ‘반사이익’만 얻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반 의석을 무기로 법안을 밀어붙이는 양상도 돌아봐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지지층이나 특정 집단의 표만 얻으면 된다는 계산이라면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5월10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사설 <입법 폭주에 방탄 정치, 巨野 제 길 찾아야>를 내고 “국회는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헌법적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그 힘은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쓰여야 한다”며 “거대 야당의 지난 1년 행태는 이와 거리가 멀다. 대표 ‘방탄’을 위해 하루도 쉼 없이 국회를 열어 두고는 정작 국익과 민생은 뒤로 미룬 채 갖가지 꼼수와 억지를 앞세워 당리당략 챙기기에 바빴다”고 평가했다.

    ▲5월10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민주당이 김남국 의원 투자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김남국은 선택적 소명 멈추고, 당은 진상조사 나서라> 사설에서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오자 마지못해 사과를 하면서도 추가 소명은 없었다”며 “민주당도 심각성을 깨닫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돈 봉투 사태’도 자체 조사를 포기한 마당에 이번 건도 어물쩍 넘어간다면 민주당의 도덕성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7.8%에 달했다. ‘정부·여당 심판론’(53.4%)과 오차범위 내다. 한국일보는 2면 기사에서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의 반사이익에만 기대기 어려운 이유”라며 “‘정부·여당 심판론=야당지지’의 전통적인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건 여야 모두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유권자가 많아서다. 실제로 여야 동시 심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3.8%”라고 했다.

    ▲5월8일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언론계로 번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조선 전 발행인 연루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여파가 언론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JTBC 뉴스룸 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 발행인·인쇄인·부사장 등을 역임한 김문순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주가조작단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투자 수수료를 내고, 법인카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이사장은 주가조작단이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수백만 원의 고문료도 받았다. 김 이사장은 JTBC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5월10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 <檢, ‘SG사태’ 라덕연 체포… 이르면 오늘 영장청구> 보도에서 “C일보 산하 연구소 김모 이사장이 라 대표 일당이 최근 인수한 언론사에서 고문으로 일하며 수백만 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장은 라 대표를 통해 직접 투자까지 했다고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 이사장은 (언론사) 콘텐츠 제작 관련 고문으로 임명돼 최근까지 월 500여만 원의 고문료를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5월10일 국민일보 6면.

    국민일보는 6면 <라덕연, 대학·언론사 운영 CEO 모임 등 ‘인맥’ 활용… 파장 예고> 보도에서 “라덕연씨는 인맥을 넓히기 위해 대학교와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최고경영자 모임 등을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SG사태는 라씨는 물론 연예계와 의료계, 정재계 등 각계각층이 관련자 또는 피해자로 거론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 뉴욕타임스에 3년간 뉴스 사용료 1억달러 지불하기로

    구글이 미국 뉴욕타임스에 3년간 뉴스 사용료 1억달러(1320억 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3년동안 사용료가 지급되며, 뉴욕타임스는 구글 뉴스 쇼케이스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마케팅·광고 실험에 구글 도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세계일보는 1면 <구글, NYT에 뉴스사용료 약 1320억원 지급>에서 “NYT는 연간 400억원이 넘는 추가 수익을 올리며 매출 부문에서 업계 선두 자리를 굳힐 전망”이라며 “많은 언론사가 페이스북·구글과 같은 플랫폼과 광고 경쟁 등에 밀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NYT는 유료 구독 모델 전환에 성공하며 오히려 매출 상승세를 기록 중”이라고 했다.

    ▲5월10일 세계일보 1면.

    또 세계일보는 “이번 계약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막대한 사용료 규모 때문”이라면서 “구글은 2021년 프랑스 종합신문사연합(APIG)에 소속된 121개 언론사와 3년간 7600만달러의 뉴스 사용료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 NYT와의 단일 계약에서는 그보다 300억원가량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5월10일 조선일보 16면.

    조선일보는 16면 <구글, NYT에 1억달러 낸다... 뉴스 콘텐츠 활용 대가 지급> 보도를 내고 “구글과 뉴욕타임스는 올 초 뉴스 콘텐츠 배포와 마케팅, 광고 관련 포괄 계약을 맺었는데 구체적 액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구글과 NYT의 계약은 전 세계적으로 뉴스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체결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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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건설노동자는 왜 마지막 순간까지 조합원 일자리 찾느라 동분서주했나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⑭] 경찰이 하지 않은 질문, 그는 왜 조합원 채용을 요구했을까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집중 단속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향후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기획을 통해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건설노조의 이른바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① [인터뷰]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비정상적 건설업계 놔두고 노조만 때려잡나”
② 타워크레인 월례비, 원인은 건설사에 있는데 노조만 때리는 정부
③ 건설현장 고용문제 외면한 정부, 대신 나선 노조에 이제 와서 “조폭”
④ [인터뷰] 조선소→건설사 관리직→건설노동자, 그가 말하는 ‘건설노조’
⑤ 외국인에 밀려난 내국인 건설노동자, 이면엔 건설사 ‘이윤 욕심’
⑥ [현장] “노조에 빌미 잡히지 말자” 불법에 이중 잣대 보인 원희룡의 ‘황당 연설’
⑦ 타워크레인 노동자에 ‘위험한 작업 거부하면 면허정지 시킨다’는 국토부
⑧ ‘건폭’ 핵심 한국노총 출신 건설산업노조, 1년 전 ‘윤석열 지지’ 선언했다
⑨ 건설노조 팀장들 “우리가 가짜 근로자? 업체서 할 일까지 대신 합니다”
⑩ 아파트 공사장에서 ‘인분 주머니’ 없애는 진짜 해법
⑪ ‘건설노조 전임비 비리’ 요란하더니, 민주노총이 아니었다
⑫ 건설노조가 바꾼 현장, 여성 목수가 늘어났다
⑬ 분신한 건설노조 간부, ‘건폭’ 아닌 동료 밥줄 챙긴 “바보 같은 형”

 

고 양회동 열사의 생전 활동 모습 ⓒ민주노총 건설노조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건설노조 수사에 항거하며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동료들에게 '바보 같은 사람'으로 남아있다. 자신보다는 동료들 일자리 걱정에 밤낮 없이 뛰어다닌 사람, 전화를 걸어 '어디냐' 물으면 항상 교섭하러 다닌다고 분주했던 사람.

경찰은 그의 노조 활동을 '불법'이라고 매도했다. 구체적으로 적용한 혐의는 '공동 공갈(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양 지대장 등 강원건설지부 간부들이 건설사를 협박해, 조합원 채용과 노조 전임비가 담긴 단체협약 체결을 강요했고,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고도 임금을 수령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양 지대장 외에도 현재 경찰 수사를 받는 대부분의 건설노조 간부들에게 씌워진 혐의다.

문제는 건설노조는 물론, 경찰이 '피해자'라고 명시한 일부 건설업체 역시 이러한 활동이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 교섭 과정은 노사 양측의 압박과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측도 일부 이해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는 건설노조의 교섭을 형법으로 처벌하겠다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양 지대장이 자부심을 느꼈던 노조 활동은 범죄로 둔갑했다. 그는 분신 전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년에 여러 차례 반복되는 고용과 실업,
고용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은 누가 책임져 왔나


양 지대장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면서까지 얘기하려 했던 '억울함'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설노조가 왜 조합원 고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지 그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양 지대장의 장례 기간, 속초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만난 철근공 홍세호 씨는 이렇게 말했다.

"양 지대장이 한 일은 철근을 엮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여. 조합원들이 지금 일하고 있는 이 현장이 끝나면 또 다음 현장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누가 일을 주나? 그러니까 지대장이 교섭을 하러 다니는 거지. 조합원들 먹여 살리려고. 정부도 못 하는 일을 지대장이 한 건데 그게 잘못인가? 그게 죽을 짓인가?"

양 지대장이 담당했던 3지대는 강원도 영동지역 중 강릉, 속초, 고성, 양양이다. 좁은 구역에 아파트 여러 동을 짓는 대형 건설현장이 많은 수도권과 달리 영동 지역은 생활용 숙박시설로 불리는 한 동짜리 건물을 짓는 소규모 건설 현장이 많다. 건설현장 규모에 따라 채용되는 건설노동자 수도 크게 달라진다. 3지대에는 형틀목수팀 4팀, 철근팀 2~3개팀, 해체 1팀, 시스템 1팀 등 총 160여명의 조합원이 속해 있는데, 강릉, 속초, 고성, 양양에 생기는 소규모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이들의 일자리를 구했던 게 양 지대장이 노조 간부로서 해왔던 주된 활동이었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김정배 지부장은 "작은 현장에 들어가면 짧게는 3개월 정도 일할 수 있고, 아파트 5개 동 정도를 짓는 현장이면 6~7개월 일할 수 있다. 건설노조 차원에서는 (한 현장이 끝나기 전) 조합원들의 다음 일자리를 계속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의 설명대로, 건설노동자는 다른 직종과 달리 1년에 여러 차례 고용과 실업을 반복한다. 실업의 위험은 늘상 도사리고 부족한 일자리에 채용 경쟁은 치열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건설노동자의 현장 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간 평균 근로일수는 224.2일(7.5개월)에 불과했다.

건설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인맥이 있어야 한다. 건설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비조합원들은 여전히 오야지 등으로 불리는 중간 도급 업자들에게 자신의 임금 일부를 수수료로 주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실정이다. 현행법상 오야지 등 중간 도급 업자에게 고용돼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정부는 이러한 불법 행위는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

고용만 되면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관계이다보니 오야지 밑에 고용된 건설노동자의 삶은 처참했다. 임금을 떼이는 건 일상이었다. 원청과 하청 건설사들 역시 건설노동자의 고용 안정에는 관심이 없다.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내는 것만이 이들의 목적이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한 아파트 공사 현장 건설노동자들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그러다보니 건설노조의 주된 활동은 자연스럽게 '조합원 고용 안정'이 됐다.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는 건설현장을 바꾸고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하려면 일단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용부터 돼야 했다. 안정적으로 고용돼 일하고 싶다는 것이 건설노조 조합원이냐 아니냐를 떠나 건설노동자들의 1순위 요구이기도 했다.

이에 건설노조는 조합원들이 하청업체에 직접 고용돼 일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었다. 하청업체의 연합회와 맺은 중앙 임금 및 단체협약으로 조합원들은 전과 달리 하청업체에 직접 고용될 수 있었고,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받게 됐다. 건설노동자들이 "건설노조가 없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이유다.

건설노조는 각 지역에서 건설현장이 개설될 때마다 중앙에서 맺은 단체협약을 토대로 하청업체와 조합원 채용은 물론 노조 활동 지원 등에 관한 것을 협의한다. 양회동 지대장의 구속영장청구서에 '피해자'라고 지목된 업체들도 모두 건설노조와 단협을 맺었던 협의회에 속한 업체들로, 현장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건설노조의 교섭 대상이 됐다. 

김정배 지부장은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정말 너무하다고 느낀 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채용을 요구하는지 묻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노조가 왜 채용 요구를 하는지 물어보고, 건설사만의 요구가 아니라 건설노동자의 요구도 들여다보면서 해법을 찾아내는 게 정부가 할 일 아닌가"라며 "그런데 너무 일방적으로 건설노조만 공격하고 있다. 너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건설업체가 교섭 거부하고, 전화도 안 받아
노조가 건물 올라가는 것만 가만히 보고 있어야 하나"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에서 건설노조 조합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문제는 '법에 규정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건설노조의 상식적인 요구를 건설사는 '비용'으로만 인식할 뿐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현장에서는 단협을 요구하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채용을 기피한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채용할 경우 건설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단협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측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조합원 채용을 거부하면 노조는 순순히 수용해야 할까. 여기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다. 채용 요구 인원을 조정하는 당근도 제시해 봤다가, 집회를 열거나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고발하겠다는 채찍질도 병행한다. 이는 건설업만이 아닌 다른 산업 사업장에서도 벌어지는 흔한 교섭 과정이다.

만약 경찰의 논리대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공사업체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직의 규모가 커졌다"면,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건설업체들이 수용했을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까지 노사 모두 일반적인 교섭 과정을 거쳐 서로 양보를 해가며 일정한 합의를 이뤄왔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 지대장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썼던 건설업체들도 "별다른 마찰 없이 교섭을 통해 인력 수급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 지대장과 함께 교섭 활동을 해 온 박석용 조직부장은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건설노조입니다'라고 인사하자마자 건설업체들은 나가라고 한다. 그러면 그냥 나가야 하는 거다. 전화로 연락해도 전화를 안 받으면 그만이다. 경찰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일도 못 한 채 놀면서 그저 건물이 올라가는 것만 보고 있어야한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경찰 수사 결과 양 지대장은 건설업체에 '지역민인 조합원을 채용해달라'고 요구했으며, 교섭 과정에서 '건설자재 관리 소홀로 철근이 부식했다'는 내용으로 속초시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측의 불법을 신고했는데, 이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은 양 지대장의 이런 행위가 건설사를 협박한 수단이라며 그를 '공동공갈범'으로 몰아갔다.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이 시작된 이후 건설노조 채용을 거부하는 일은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건설업체는 교섭을 하러 온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에게 "우리는 (노조 조합원을 채용하지 않고) 이참에 돈 좀 벌어 나가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기도 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와 경찰, 검찰, 대통령이 자신들을 지켜주고 있다면서.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고용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단협, 즉 노사 합의를 지키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양 지대장은 지난해 1월 지대장으로 임명돼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을 온몸으로 겪었다. 건설사들은 더 이상 건설노조의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온갖 무시를 겪으면서도 양 지대장은 포기하지 않고 건설업체를 찾아다녔다. 그와 함께 일한 동료 중에는 6개월째 일을 못 하고 있었던 이들도, 청약 통장을 해지해야 했던 이들도, 집에 있는 금덩이라도 팔아야 했던 이들도 있었다. 양 지대장은 작은 건설현장이라도 생기면 찾아가 조합원 단 몇 명이라도 채용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강원도는 지역이 워낙 넓어, 교섭을 위해 하루 마음먹고 움직이면 그 운행 거리가 400~500km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이동하는 거리와 비슷하다.

현재 강원지부 소속의 조합원 1천여명 중 일을 하지 못 하고 있는 조합원은 무려 700여명에 달한다고 김정배 지부장은 전했다. 김 지부장은 "(수사를 받고 있는) 지금도 우리는 교섭하러 다닐 수밖에 없다. 건설노조의 제1의 목표는 조합원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이라며 "아침에도 조합원 수를 보고 받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일자리가 없으니 조합원 100명이 탈퇴를 했다고 한다. 놀고 있는 조합원이 없어야 하는 계절인데, 일하는 조합원이 30%도 안 된다는 현실이 참 먹먹하다"고 씁쓸해했다.
 

노조법·단협에 따른 노조 전임비와 팀장 임금도 '갈취'로 둔갑
오히려 피해자라는 건설사들이 '처벌 말라' 탄원 내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 지대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유가족은 양 지대장의 분신 소식이 전해진 뒤, 노조에 "회동이가 8천만원을 갈취한 게 맞느냐"고 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속영장청구서에 담긴 수사 기관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보도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8천만원이라는 액수는 경찰이 노조 전임비와 양 지대장 등 강원건설지부 3명의 간부 임금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경찰은 양 지대장 등 3명이 4개 건설현장에서 받은 노조 전임비와 임금을 모두 합쳐 "건설현장에서 갈취한 금액 합계는 7,996만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중 양 지대장이 받은 임금을 "무노동 임금"이라고 주장했고, 일부 언론은 "건설사로부터 뜯어냈다"고 표현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여기서 언급되고 있는 '노조 전임비'는 불법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노조법 24조 '근로시간 면제'에 따르면, 단협을 맺거나 사측의 동의를 구해 사용자 또는 노조로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노동조합 업무에 종사하는 전임자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측과의 교섭이나 산업안전 활동 등 노조의 유지·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활동을 위한 전담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노조와 사측이 체결한 단협에도 "회사는 노조가 임명하는 자를 노조 업무에 전임함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조법 부칙에 따르면,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정할 때 조합원 수나 조합원의 지역별 분포 등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사업장을 가정한 것이라 수시로 사업장이 바뀌는 건설노조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건설노조는 "한 공사 현장 당 노조법상 제도의 '최소 기준'인 99인 이하 사업장에 허용된 연 2천 시간에도 미치지 않는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양 지대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더라도 한 현장이 개설될 때 노사가 합의한 노조 전임비는 한 달에 177만원 수준이었고, 이는 노조 전임자의 각 계좌로 입금됐다. 한 달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강원건설지부의 경우 강원 지역 전체를 관리하는 지부장과 조직, 회계 등을 담당하는 이들이 노조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물론 경찰 수사 결과, 일부 어용 노조들은 조합원이 채용되지 않았는데도 노조 전임비를 가로채 갔던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조합원이 채용된 현장에만 단협을 통해 노조 전임비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김 지부장은 "전임비는 건설현장이 크든 작든 다 똑같이 책정된다. 조합원 100명이 투입된 현장이든, 150명이 투입된 현장이든 다 똑같다"며 "그런데 한 달에 200만원 안 되는 돈을 받자고 조합원 100여명의 고용을 요구하는 교섭 활동을 한다는 말인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말이 안 되는 기획 수사"라고 날을 세웠다.

경찰이 양 지대장이 '무노동 임금'을 받아왔다고 주장한 이유는 출퇴근을 확인할 수 있는 안면인식기에 출근 처리만 할 뿐, 정상적인 퇴근 처리는 안 돼 있었다는 것이었다. 양 지대장은 조사 당시 "정상적으로 출퇴근을 했으나 노조의 외부적 일이 많아서 그 일을 해 무노동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확인된다.

기본적으로, 각 공정의 팀장은 책임자다. 건설사는 팀장에게 도면만 줄 뿐, 도면을 보고 팀원 특성에 맞게 일을 배분하고, 작업을 지시하는 일은 각 팀의 팀·반장들이 담당하고 있다.

양 지대장은 철근팀 팀장이면서도 3지대 조합원들을 책임지는 노조 간부이기도 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교섭을 하거나, 조합원들이 일하는 건설현장에서 생긴 안전 문제나 고충을 해결하는 일을 도맡아 한다. 단협에서도 '조합원의 정당한 조합 활동을 보장'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건설업체들도 그동안 노조 간부들이 노조 활동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을 이해해 줬다는 게 강원건설지부 측의 설명이다. 대신 교섭 과정에서도 이러한 노조 활동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노조 일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현장소장에게 미리 상황을 알린 뒤 이동했다.

강원건설지부 복수의 조합원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잠시라도 현장을 비우고 노조 활동을 하면 건설업체들이 공수(하루 일당)를 인정해 주지 않아 양 지대장이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양 지대장이 4월 한 달간 가져간 임금은 30만원이 채 안 되는 1공수뿐이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동료에게는 "우리 조합원들 일부터 시켜야 한다"며 안심시킨 게 양 지대장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내린 결론은 이와는 정반대였다. 경찰은 양 지대장 등 노조 간부들이 무노동 임금과 노조 전임비를 갈취하려는 목적으로 조합원들의 고용을 요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근로자 권익 보호와 안전을 뒤로한 채 오직 그들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악용했다"는 모욕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건설현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했다면, 건설노동자들의 얘기를 조금이라도 들어봤다면 차마 적을 수 없는 내용이다.

경찰이 건설노조 상대로 표적 수사를 벌일 때, 정작 건설업체들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덕분에 안정적으로 기능공을 수급받을 수 있었고, 이들의 근무와 근태를 관리해 주었다'며 노조 간부들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건설업체들 사이에서도 경찰의 무리한 건설노조 수사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9일 경찰 수사에 항의한 정의당 의원단에게 '과잉 수사는 없다', '곧 수사가 마무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전했다. 억울한 희생자를 낳은 경찰의 '건폭 몰이'는 오는 6월 2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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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급성장 이면, '일자리 지키려면 과로해야'

  • 김준 기자
  •  
  •  승인 2023.05.08 19:53
  •  
  •  댓글 0

[기획] 쿠팡, 급성장의 이면 (2)

'구역' 볼모로 강제노동 강요

'건당 수수료 별 차이 없어'

전국택배노조 쿠팡 택배 분당지회는 매일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사 측은 집회를 연 조합원과 노조 간부의 업무시간 외 출입을 막는다. 또한, 지회장에게 '입차제한'을 가해 업무를 제한한다. 이에 노조는 줄곧 '클렌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클렌징’이라고 부르는 제도는 ‘구역회수’를 일컫는다. 클렌징이란 이름에 대해 황준성 쿠팡 택배 분당 지회장은 “CLS 측이 이를 처음 ‘클렌징’이라고 표현했다가 ‘우리가 청소돼야 할 대상이냐’는 노조 측 반발에 ‘구역회수’로 말을 바꿨다”고 밝히기도 했다.

ⓒ 김준 기자

지역마다 다르지만, 분당의 퀵플렉스(배송기사)들은 오전 8시부터 배송을 시작해 오후 10시까지 물건을 나른다. 퀵플렉스가 정해진 시간에 물량을 배송하지 못하면 CLS는 대리점주에게 퀵플렉스 기사의 담당구역을 회수하라고 지시한다. 표현을 구역회수라고 했지만 사실상 계약해지다.

퀵플렉스 기사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물량을 배송하지 못하면 해고되기 때문에 앞선 1부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평균 18분의 식사시간을 갖거나 이동 중에 끼니를 해결한다. “차라리 좀 쉬고 초과근무로 배송을 마치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에 황준성 지회장은 “정해진 물량을 배송하지 못하면 바로 클렌징을 당하기 때문에 쉬고 말고 할 여유조차 없다”고 답했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 5조에는 택배서비스사업사업자에게 사업등록 및 변경 시 영업점의 명칭과 규모 등을 정한 서류를 국토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택배기사 개개인에게 ‘담당 구역’이란 ‘최소한의 임금보장’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계약서의 경우 영업점인 집배점 간 계약서에 집배점의 명칭과 책임배송지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 측이 공개한 CJ대한통운 계약서

노조 측이 공개한 CLS의 계약서

하지만 퀵플렉스 노조 측이 공개한 CLS의 계약서에는 ‘영업점에게 어떠한 독점적 권리 또는 고정적인 물량의 위탁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언제든 영업점의 배송구역을 회수, 변경할 수 있게 했다.

구역이 회수되면 계약서대로 일감이 사라지게 된다. 사실상 해고이기 때문에 CLS는 이를 이용해 앞서 언급한 ‘프레시백 회수’와 하루 300건이 넘는 배송 업무를 가능하게 했다.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퀵플렉스 기사들에게 12시간 넘는 과로는 필수인 셈이다.

생물법 11조 역시 ‘택배서비스사업자는 택배서비스종사자와의 운송 위탁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택배서비스종사자에게 60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의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CLS의 경우 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지 못하면 바로 계약이 해지된다.

CLS 측은 “대리점의 택배기사 부족으로 인한 고객배송 지연 피해와 택배기사의 업무과중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대리점과 협의를 거쳐 위탁 노선을 변경해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 주장에 대해 “택배현장에서 대리점은 원청과 대등한 존재가 아니며, 원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대리점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청과 협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실을 호도한다”며 비판을 더했다.

노조는 CLS가 대리점주들에게 보낸 23년 2분기 구역회수(클렌징) 기준을 공개했다. 협의를 통해 기준을 만들기보단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택배기사들에게 ‘구역’이란 ‘밥줄’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의 높은 임금을 걸고넘어진다. 하지만 건당 수수료는 일반 택배기사들과 별 차이 나지 않는다. 황준성 지회장은 “쿠팡이 배송 업무를 정규직 쿠팡맨에서 하청 구조로 바꿨고 같은 임금을 주며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 3부는 지난 4월, 분당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해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쿠팡 택배 분당지회를 다룬다. 현장 조합원의 더 자세한 목소리와 이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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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무시하는 대법원의 명판결

[일본 극우 주장 수용한 '제3자 변제안'②] 한일 청구권 협정의 실체

23.05.09 04:51최종 업데이트 23.05.09 04:51
지난 칼럼(줄잇는 윤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 국민 분노 폭발한 지점 https://omn.kr/23lsm)에서 필자는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이 일본 극우세력이 앵무새처럼 뇌까려 온 두 가지 주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윤 정부가 식민지기의 강제 동원(강제 징용)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제3자에게 변제 책임을 지우면서 1965년 한국 정부가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본 극우세력이 뇌까려 온 두 가지 주장이란 첫째, 식민지기에 한국인 노동자의 강제 동원은 없었다는 것이고, 둘째, 설사 강제 동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1965년 일본과 한국이 맺은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한국인 노동자가 일본 전범기업에 손실보상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모든 권리가 소멸했다는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는 첫 번째 주장을 두고 팩트 체크를 했는데, 여러가지 증거로 미루어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의 권리는 네 가지
  

▲ 창원시에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 윤성효

 
이제 두 번째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할 차례다. 과연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노동자가 손실 보상과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모두 소멸했을까. 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여기에 관련된 권리가 여럿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하나는 민사상 채권·채무관계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당사자 개인의 청구권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직결된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강제동원 노동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다. 두 권리에는 각각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 따라붙는다. 따라서 여기에 관련된 권리는 네 가지가 존재하는 셈이다.

일본 극우세력과 일본 정부는 청구권 협정으로 이 네 가지 권리가 모두 소멸했다는 입장을 천명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법원은 민사상 손실보상 청구권에 대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만 소멸했을 뿐, 나머지 세 가지 권리는 멀쩡히 살아있다고 판결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엄청나게 큰데, 도대체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우선 청구권 협정의 관련 조항을 살펴보자.
 
제2조 1.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에 샌프런시스코우 시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3. (…) 일방 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으로서 본 협정의 서명일에 타방 체약국의 관할 하에 있는 것에 대한 조치와 일방 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 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 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 

제2조 1의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의 범위에 어떤 권리가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학계에서도 논쟁이 진행 중이다. 민사상 청구권에 대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했다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그러니 나머지 세 가지 권리, 즉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강제동원 노동자의 손해배상 청구권과 그에 대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그리고 민사상 개인의 청구권의 소멸 여부가 문제다.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강제동원 노동자의 손해배상 청구권과 그에 대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되었는지 여부는 그 협정의 성격을 파악하면 금방 가려낼 수 있다.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는 일은 없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은 1951년 9월 연합국과 일본이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제4조 (a)항("한반도 지역 내 일본과 일본 국민의 재산과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에 대한 청구권(채권을 포함)의 처리와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의 일본 내 재산과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한 청구권(채권을 포함)의 처리는 일본과 한국 간 특별조정에 맡긴다")을 다루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책임을 묻는 문제는 애당초 의제에 오르지도 않았다. 구 식민지 국가가 처해 있던 처량한 처지라고나 해야 할까. 당시 한국 정부는 참석을 강력히 요구했음에도 회의에 초청받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에서 한국은 식민지 피해를 입은 국가가 아니라 단지 일본으로부터 '분리된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는 강화회의 전 일본 정부가 연합국 측에 조선과 대만 등 구 식민지는 국제법과 국제관례에 따라 취득되어 장기간 세계 각국이 일본령으로 승인한 지역이라고 호소한 결과였다.

분리된 지역이란 독립 국가가 제국주의 침략으로 식민지가 됐다가 다시 독립을 얻은 곳이 아니라, 한 국가의 영토였다가 해당 주민의 요구와 기존 국가의 승인에 의해 별도의 국가로 나뉜 곳을 뜻한다. 이렇게 분류되었으니 식민지 피해 배상은 설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국제법적으로 조약은 체결 당사국 간에만 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에, 조약 당사국에서 배제된 한국은 조약 준수의 의무에서 벗어났다. 그러므로 이때 한국은 오히려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틀 밖에서 얼마든지 식민지 지배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제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특별조정'이란 영토 분리로 생기는 재산, 채권, 청구권의 귀속을 정리하는 일이었을 뿐, 분리되기 전 영토 지배의 불법성은 전제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일 간 협상에서도 식민지 지배의 책임은 포함되지 않았고, 재산, 채권, 청구권의 처리는 단지 민사 차원으로 한정되었다. 식민지 지배로 인한 피해가 의제가 되지 않았으니, 식민지 지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소멸하는 일은 아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사실 청구권 협정 체결 후 한참 동안 한국과 일본 두 정부는 다 같이 이에 부합하는 해석을 내렸다. 즉, 한국 정부는 영토의 분리·분할에서 오는 재정상 및 민사상의 청구권이 해결됐다고 해석했고, 일본 정부도 일본에 의한 조선의 분리·독립 승인에 따라 한일 양국 간에 처리할 필요가 있는 양 국가 및 양 국민의 재산, 권리, 이익,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것은 민사상 손실에 대한 청구권이었다는 해석이 양국 간에 공유되었던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식민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해결된 권리' 속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강제동원 노동자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직결된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로 입은 피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국제법적 근거를 가진 정당한 행위였고, 마침내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승소한 것은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단죄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2012년 5월 24일(최종 확정판결이 난 것은 2018년 10월과 11월이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다음과 같이 결론지은 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2차 세계대전 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본질과 청구권 협정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한 명판결이었다. 
 
'청구권 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서 (…)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민사상 손실에 대한 개인 청구권도 소멸하지 않았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일제 강제징용 승소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0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8.10.30 ⓒ 유성호

 
이상에서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강제동원 노동자의 손해배상 청구권과 이에 대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은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 즉 민사상 채권·채무관계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당사자 개인의 청구권은 어떻게 됐을까. 이 청구권에 대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은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당사자 개인의 청구권까지 해결됐는지는 좀 따져봐야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 정부가 청구권 협정 체결 후 30여 년 동안이나 외교적 보호권이 소멸했을 뿐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시나 에쓰사부로(椎名悅三郎) 일본 외무대신은 중의원 '일본국과 대한민국 사이의 조약 및 협정 등에 관한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외교 보호권만을 포기한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1990년대 초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단바 미노루(丹波實) 등 외무성 조약국장들도 각각 참의원과 중의원의 예산위원회에서 청구권 소멸은 외교 보호권에 한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한 배경에는 구소련과 맺은 공동선언이 있었다. 일소 공동선언에서 일본과 소련 양국이 "국가, 단체,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을 서로 포기한다"고 밝히자, 구소련에 재산을 두고 온 일본인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에 대해 일본 정부는 개인의 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논리로 대응했다. 일본 정부가 오랫동안 한국인의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그러지 않는 경우 자가당착에 빠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소송이 잇따르자 새로운 대응 논리가 필요했고, 마침내 일본 정부는 개인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대법원이 "국민의 개인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개인 청구권 자체는 청구권 협정만으로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청구권 협정으로 그 청구권에 관한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이 포기됨으로써 일본의 국내 조치로 해당 청구권이 일본국 내에서 소멸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이를 외교적으로 보호할 수단을 상실하게 될 뿐이다"라고 판시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네 가지 권리 가운데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은 민사상 청구권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뿐이고, 나머지 세 권리는 오랜 세월 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고 해야 한다. 

지난 4월 6일 때마침 한국 외교부가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를 공개했는데, 거기에는 1991년 8월 3~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후 보상 국제포럼'에 참석한 인사들(민충식 청구권 협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백충현 서울대 법대 교수, 타나카 히로시 일본측 교수)의 발언이 수록돼 있다. 이를 보면 세 사람은 필자가 내린 결론과 거의 같은 견해를 피력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왜 이러나
  

▲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10월 대한민국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자 일본 정부는 극렬하게 반발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국제법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판단입니다", "나라와 나라의 약속입니다. 이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가"라며 자신의 심경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는 2019년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의 통상 공격으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더러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민주주의 국가의 삼권분립 원칙을 존중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무례한 요구였다. 그런데 근본적으로는 과거에 한국과 일본이 아베가 말한 것 같은 약속을 맺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더 문제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외교 문제에서 상대측이 억지 주장을 펼치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 우리 쪽이 앞장서서 상대측의 억지 주장에 동조하고 나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몰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지난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2018년에 그동안 정부의 입장과 또 정부의 65년 협정 해석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선고가 됐습니다"라며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는 듯 발언했다. 

3월 21일 국무회의에서는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은 한국 정부가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라며 마치 모든 청구권이 경제 협력 자금 수령으로 해결된 듯 발언하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발언을 두고 외교부는 그때 받은 무상자금에는 강제동원 피해보상 성격도 들어있다고 해석했다. 

2012년 정권을 접수한 일본의 극우세력은 그 후 내내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와 관련하여 '강제동원은 없었다', '청구권 협정으로 조선인 노동자가 청구할 수 있는 모든 권리는 소멸했다'라는 주장을 끈질기게 펼쳐 왔다. 이는 상당한 선전효과를 발휘해 오늘날 일본 국민 가운데 이 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이슈가 될 때면, '또 그러냐. 벌써 몇 번째냐' 하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다. 일본에서 혐한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한 데는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미를 앞두고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고 말해 또 한 번 논란을 자초했다. 대통령은 '무조건 무릎 꿇으라' 하는 표현을 쓰면서 아마도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를 떠올렸을 것이다. 

일본의 극우세력과 그들에게 동조하는 일부 일본 국민은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을 무조건 무릎 꿇기를 요구하는 것처럼 받아들였을 공산이 크다. 일본의 정치 지도자라도 이런 분위기와는 거리를 두는 것이 정도(正道)이겠지만,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으로서 그런 정서를 불가피하게 대변할 때도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그건 일본 정치인의 일이 아닌가. 왜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인의 혐한 정서를 내면화해 스스로 일본 정치인의 역할을 떠맡는가. 우리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 총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드러내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의 일본 국내 지지율을 끌어올려 주고 일본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배경에 어떤 정치 문법이 작용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제(5월 7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인식 문제는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발표한 해법(제3자 변제안: 인용자)은 65년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다시 한번 입장을 밝혔다.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함으로써 일본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전 칼럼과 이 칼럼에서 밝혔듯이, 대한민국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일본 기업의 조선인 노동자 동원이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였다고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강제동원 노동자와 관련한 네 가지 권리 가운데 세 가지가 엄연히 살아있음을 분명히 판시했다. 제3자 변제안이 이 판결을 충족한다고 하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정치 문법을 계속 구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당시에 힘든 환경 속에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일을 당한 일에 대해서 마음이 굉장히 아프다"고 발언했지만, 이는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과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고 그에 대해 사과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사건에서 가해자가 마치 제3자인 듯 성의 없이 내뱉는 립서비스처럼 들릴 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먼저 기시다 총리는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거나 요구한 바가 없는데 먼저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국민은 이런 정치 문법을 언제까지 참아줄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는 금언을 떠올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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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의 대전환의 경제학] 달러패권의 균열과 세계경제의 다극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미국은 달러라는 상품을 수출한다. 그리고 그 상품은 인기가 많으며 믿을 만하다. 세계 각국은 그 상품으로 무역대금을 결제하거나 외환보유고로 쌓아 놓는다. 미국민들은 그 상품의 대가로 받은 또 다른 상품(자동차나 휴대폰)으로 삶의 질을 유지한다. 세계경제에서의 이러한 달러패권은 확고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그 달러는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등을 거치며 중국, 러시아 등이 달러를 대체할 대안적인 통화를 찾고 있는데 기인한다. 중국은 지난 3월 자신들의 무역거래에서 위안화를 이용한 결제의 비중이 최초로 달러를 추월했다고 발표하였다.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의 제재로 인해 달러를 통한 결제에 문제가 생기자 루블화나 위안화 등 대안적인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해왔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달러만이 국제통화로 기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브릭스 국가들에게 달러를 대체할 화폐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도 중국과의 원유 거래에 위안화 결제를 도입하였다.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확산도 달러패권을 흔드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미 연준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하원의 한 위원회에 출석하여 주요 국가들이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를 추진하는 만큼 미국도 이를 발행해야 지금 같은 종류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비트코인이 내년에 십만 달러 간다는 소위 ‘BTC 십만 달러 설’도 달러의 예전 같지 않은 위상과 관련되어 있다. 달러를 대체한다면 그것은 위안화가 아닌 디지털자산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연준의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 잇따른 통화정책의 어려움도 달러 위상 추락의 원인이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과정에서 더욱 심화된 달러 풀기가 전 세계적인 자산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침체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미 지난 1분기 미국의 GDP증가율은 1.1%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밑돌았다. 세계 각국이 미국의 금융·통화정책을 추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세계 경제에 고통을 안기고 유럽 등의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탈달러 움직임을 본격화하게 하고 있다. 달러패권의 부작용이 커질수록 이에 대한 각국 경제의 볼멘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센 도전받고 있는 달러화,
‘전환’ 아니라 ‘부식’되는 기축통화 지위


최근 미국의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 또한 달러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혹자는 이것이 달러의 위기가 아닌 미국 정치권의 무능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이는 이러한 신용위험이 2011년과 같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뿐만 아니라 경제 권력을 중국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는 위안화와 같은 다른 통화로 대체될 수 있을까. 다수의 전문가는 그것이 아직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세계 최고의 국가인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달러라는 상품이 아직 제일 좋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위안화와는 달리 달러는 개방된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잘 갖추어진 법·제도로 인해 신뢰를 주기 때문에 그 수요가 견고하다는 점도 추가된다. 여전히 달러를 이용한 거래가 국제거래의 약 88%를 차지하고 있고 이 비중이 안정적인 이유이다.

 

 

 

미국의 100달러 지폐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것이 달러의 지위가 불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축통화의 지위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부식(Erosion)되는 것이다. 미국의 지위가 아직은 확고하지만 중국경제의 성장이 지속되고 대부분 국가의 최대무역국이 중국이라는 점, 앞서 언급한 달러패권의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그 균열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달러패권의 균열은 세계를 쪼개고 있다. 그간 미국 달러 중심의 단일화된 국제금융질서가 복수의 구심점을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극화된 세계 경제는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상당 기간 불안정할 것이고 이 불안정함에는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그런데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에 대한 구태의연한 정책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가 이에 대한 국가적인 전략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디지털 대전환, 에너지 대전환 등에 이은, 한국경제가 맞고 있는 또 다른 변화의 역사에 현 정부의 합리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 김준일 목원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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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일정상회담 환영” vs 중, “잘못된 길”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5.09 09:02
  •  
  •  댓글 0
 

글로벌 패권을 놓고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 7일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8일 브리핑하는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사진 갈무리-미 국무부 유튜브]
8일 브리핑하는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사진 갈무리-미 국무부 유튜브]

8일(현지시각) 베단트 파텔(Vedant Patel)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한일관계가 더 강해지면 한미일 협력이 실효적이겠지만 한국 여론은 강제징용과 같은 일본의 잔인한 행위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지난주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했고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한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우리 동맹 파트너들에게 있어 중요한 새 장이자 새로운 시작이고 진정한 리더십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이것은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 약속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들 사이에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었다”면서 “우리는 한국, 일본 등 동맹을 통해서 이러한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논의했다는 데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는 질문에는 “우리는 어떤 나라에게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번영 증진을 위해 일본, 한국과 3자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8일 브리핑하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출처-중국 외교부]
8일 브리핑하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출처-중국 외교부]

반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여타 나라가 ‘워싱턴선언’에 참여하고 협력하려는 움직임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핵 비확산체제를 파괴하며 다른 나라의 전략적 이익을 해칠 뿐”이라며 “유관국이 잘못된 길로 멀리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 선언’에 일본 참여를 열어놓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일 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조선반도 문제의 근원과 맥락은 분명하다”면서 “패거리를 짓고 소그룹을 만들어 대항하는 것으로는 출로가 없다”면서 “각국이 정치적 해결 방향을 견지하고 각자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하여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시찰단 파견 합의’에 대해, 왕 대변인은 “핵 오염수 방류계획 강행을 중단하고 방류 관련 일방적인 시한 설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양자 교류나 시찰도 실질적 의미가 없고 일본의 방류 추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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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대통령 탓과 국회 탓으로 평가 엇갈린 신문

  •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3.05.09 07:58
  •  
  •  수정 2023.05.09 07:59
  •  
  •  댓글 3

[아침신문 솎아보기] 주요 신문들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내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한국 시찰단 우려 사는 이유는

9일자 신문 다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윤석열 정부 1년 평가를 내놨다. 경향신문은 1면 <등 돌린 MZ·중도 “공정과 상식은 없었다”>부터 4면에 걸친 기사에서 현 정부에 대한 청년·중도층의 반감을 전했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를 철회한 ‘2030세대 중도층’ 8명 인터뷰는 청년 정책, 노동권에 반하는 정책, 윤 대통령 태도, 의료·저출생 대책, 미국 중심 외교 등을 비판했다. 3면 <중도층의 평가는…챗GPT “갈수록 실망, 신뢰회복 필요”> 기사는 정치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설문조사 데이터를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로 분석한 내용을 다뤘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대통령 욕설 진실 공방, 이태원 참사 대응,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가운데 김건희 여사 공개 행보는 일부가 공개 활동 자체를 긍정 평가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실망을 불렀다는 분석 등이다.

<사과와 공감에 인색한 정부…위로받지 못하는 ‘사회적 아픔’> 기사를 비롯한 경향신문 4면의 경우 안전, 노동, 여성 문제 등 영역에서의 불통을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문효균씨 아버지 문성철씨,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 아들 박회운씨, 건설노조 강원건설기계지부장 박만연씨, 이산가족 신인철씨, 여가부 ‘버터나이프크루’(성평등 청년 프로젝트) 참가 조혜원씨 등 목소리가 실렸다.

▲5월9일자 주요신문 1면

세계일보는 1면과 3~5면에 윤 정부 1주년 평가 기사를 배치했다. 1면 <정책 선명성 강화… 협치 노력은 부족> 기사는 “국민의힘 의원 41명, 민주당 의원 9명, 중앙부처 관료 14명, 정치 전문가 11명 등 총 75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윤석열정부에 대해 국민의 힘 의원들은 ‘정상화 정부’(7명), ‘공정·상식·정의 정부’(5명), ‘미래 세대를 위한 정부’(4명), ‘책임, 열심히 하는, 자유민주주의, 소신정부’(각 3명) 등이라고 답했다”며 “다만 여당 내에서도 ‘권위주의 정부’(2명), ‘예측 불가 정부’(1명), ‘갈 길 먼 정부’(1명)라는 쓴 소리가 제기됐다”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정치적 악조건을 풀어가는 통합의 리더십 대신 일방 질주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불통 정부’라는 비판”을 내놨다. 이는 5면 <‘파격 소통’ 상징에서 실언 등 논란 진앙지로…61회로 끝난 ‘도어스테핑’> 기사의 문제의식과도 이어진다.

세계일보와 옥소폴리틱스가 지난달 24~29일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평가’ 조사 결과 응답자 530명 중 83%인 445명은 “분열이 심화했다”고 답했다. 세계일보는 <정치성향 막론하고 응답자 83%가 “국민분열 심화됐다”> 기사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정치 분야 ‘제3지대 필요성’, 극명하게 갈린 외교·안보 평가, 극명하게 갈린 외교·안보 평가, 경제정책 ‘ 평가 유보’, 노동정책 ‘이념대결’ 등 특성으로 요약했다. 5면에는 윤 대통령 방문지를 지역, 분야 등 기준으로 분류한 <영남·충청 일정 각 27회 ‘산업·균형발전’ 강조… 호남 6·제주 0> 기사가 게재됐다.

▲5월9일자 경향신문 기사

▲5월9일자 세계일보 기사

한겨레는 현 정부가 국정 과제로 제시한 390개 청년정책 전수조사를 한 결과 저소득층 청년의 주거 지원, 자산형성 관련 지원은 줄인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중산층 청년에 대한 지원은 늘렸다고 지적했다. 1면 <윤석열 정부 청년예산, 저소득층에 인색> 기사와 4~5면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한겨레와 나라살림연구소 조사에서 전체 청년 예산은 전년(24조 6천억원)에 견줘 3.1%(7685억원)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보다 감액된 정책 상 위 10개 가운데 3개가 중소기업 취업 청년 지원 사업, 2개는 저소득 청년의 주거 · 구직 관련 사업이었다. 중소기업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청년 내일채움공제 예산은 6696억원 줄어든 반면, 지난해보다 증액된 청년 정책 상 위 10개 가운데 5개가 부동산 구입(2개) 또는 자산형성(3개)과 관련한 지원 사업이었다.

일부 신문은 국회 문제를 연관지어 현 정부를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정부 1년 일 안하는 국회’ 기획으로 1면 <총선용 발의만 봇물 국정 ‘12입법’은 표류>, 6면 <윤 정부 1년간, 국회 법안 562건 처리…문 정부 때 대비 30% 줄어> <회 먹으면 동물학대? 반려견 돌봄휴가?…‘황당 법안’ 속출> 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동안 국회 입법 성과가 같은 시기 문재인 정부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현역 의원의 ‘생색내기’용법안 발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민주당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방송법, 노란 봉투법 강행 처리도 벼르고 있다. 반면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올해 목표로 한 12건의 국정과제 입법은 대다수가 표류 중”이라고 했다.

▲5월9일자 한겨레 기사

▲5월9일자 중앙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1면 <입법에 가로막힌 윤석열 정부>에 이어 5면에 <연금·노동·교육… 미래세대 위한 개혁, 野암초에 걸렸다> 기사로 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 ‘거대 야당’에 가로막히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면에 이른바 3대(연금·노동·교육) 개혁을 내세웠다.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이권 카르텔과 기득권을 깨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과제는 대부분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 민주당의 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성패는 내년 22대 총선 결과에 달렸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라는 분석이다.

동아일보 <[사설] 尹 취임 1년... 국정·인사 쇄신해 3대 개혁 제대로 시동 걸라>는 윤 정부 1년 관련해 “‘인사 참사’ ‘ 검찰 공화국’ 등의 비판을 자초했다. 지난 정부의 잘못이나 국정 실패를 바로잡겠다는 의욕이 앞선 때문인 듯 거대 야당이 국회 권력을 쥔 정치 지형인데도 통합과 협치, 설득의 지혜를 발휘하기보다는 이념과 가치의 선명성을 내세운 개혁 주도권 확보에만 매달렸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일방통행보다 소통을 앞세우는 유연한 정책 행보로 국정 스타일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1주년을 맞아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 야당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하는 소통과 협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주춤한 3대 개혁의 시동을 제대로 걸기 위해선 국정·인사 쇄신의 고삐를 다 잡아야 한다”고 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안 하는 대통령 비판

올해 첫 신년 기자회견을 안 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건너뛸 전망이다. 경향신문 <[사설] 취임 1년도, 기자회견 없는 윤 대통령의 불통>은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서 속도가 더디다하고, 방향을 수정하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국민들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꾸 회피한다면 집무실 용산 이전 시 표방한 국민 소통은 공염불이 되고, 불통 대통령 으로 굳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 취임 1주년 기자회견마저 끝내 회피하는 윤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자화자찬식으로 내놓는 자료에 포함되는 외교 안보, 노동, 인사 정책 등은 모두 논쟁적 사안들이다.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의 성패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들의 의문에 대해 행정부 수반으로서 성실히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자회견에 적극 임해야 한다”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지금 방식으로는 ‘불통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일정상회담 합의 성과, 양날의 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둘러싼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기시다 총리가 한일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당시 혹독한 환경 아래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국민일보는 6면 <기시다, 홀로 고심 후 “가슴 아파” 발언...대통령실도 몰랐다> 기사에서 “명시적인 사과·사죄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었고 또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한 것이었지만, 기시다 총리가 지난 3월도쿄한·일 정상회담에 비해 과거사 문제에 보다 진전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됐다”며 “대통령실 내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답방이 실현된 데 이어 과거사 관련 심경발언까지 나오자 그간 정부를 괴롭힌‘ 저자세외교’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고 했다.

오는 19~21일엔 일본 제안에 따라 양국 정상이 일본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한다. 경향신문 6면 <일, 피폭국 정체성 상징 장소…‘강제동원’ 덮고 평화 강조> 기사는 “히로시마는 일본이 전쟁 범죄 가해국으로서의 정체성보다 세계 유일 피폭국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장소다. 한 일정상 공동참배의 의미는 결국 기시다 총리가 내놓을 구체적인 메시지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개인적 차원의 위로 외에 진전된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위령비 공동참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과거사에 비판적인 국내 여론을 가라앉히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 된다”고 했다.

▲5월9일자 국민일보 기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관해선 오는 23~24일 우리측 시찰단이 일본을 방문할 전망이다. 한일 정상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한국 시찰단 파견에 합의하면서 외교부가 조만간 시찰단 규모와 세부 일정 등을 조율할 거라 전해진다.

경향신문 <[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 실효적 조치 없으면 들러리 된다>는 “기왕 파견키로 한 시찰단이 실효적이려면 친원전 인사들로만 구성해선 안 된다. 또한 방문 후 의문이 생기면 추후에라도 일본측에 정보 제공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독립적인 국제 과학자 공동체와 공유하며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래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일본에 연내 방류 계획을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5월9일자 한겨레 기사

한국일보 <[사설] 日 후쿠시마 시찰, 실효성 있는 현장 점검 보장해야>는 “관건은 우리가 요구해온 ‘검증’과 받아낸 ‘시찰’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라며 “촉박한 일정에 쫓겨 일본 측이 보여 주는 것만 살펴보는 데 그친다면 곤란하다. 사전 협의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현장 공개나 시료 제공을 보장받고, 필요하다면 시찰 기간 연장과 인원 증원도 요구해야 한다. 이번 시찰은 자칫 일본 오염수 방류에 정당성만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사설] 野, ‘방탄’ 물타기용 정상외교 헐뜯기 접어라>는 “제1야당 대표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빵셔틀 외교’라고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가 하면 회담 시작 전부터 끝난 뒤까지‘ 굴욕외교’를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며 “민주당의 맥락 없는 정상외교 비난에 대해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가리기 위한 방탄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의 맥락 없는 정상외교 비난에 대해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가리기 위한 방탄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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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시늉만 낸 ‘호응’…강제동원 적시않고 “가슴 아프다”

한일 정상회담
“당시 힘들고 슬픈 경험…” 덧붙여
‘강제동원 피해자냐’ 되묻자 답 피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올해 두번째로 한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사죄나 반성 표시는 없이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개인적 안타까움을 표시하긴 했으나, 국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내놓은 우리 정부가 기대한 ‘성의 있는 호응 조처’에는 못 미쳤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거사와 관련해 “1998년 10월에 발표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사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며 “이와 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발표한 내용과 동일하다. 이는 ‘반성과 사죄’ 표현은 빠진데다, ‘미래 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지게 할 수는 없다’는 2015년 8월 아베 담화까지 포괄하는 것이어서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은 채 이들의 아픔에 감성적으로 ‘공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개인적 의견임을 밝혀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고자 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 결단으로 지난 3월6일 발표된 (강제동원 해법) 조처에 관한 한국 정부 대응에 진전이 이뤄지며 많은 분들이 미래를 위해 마음 열어주신 점에 감동받았다”며 “저는 당시 혹독한 환경 아래 다수의 분들께서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혹독한 환경 아래의 분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를 의미하느냐는 한국 기자 질문에 확답을 피한 채 “그 당시 굉장히 힘들었던 분들에 대한 저의 개인적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그마저도 사적 의견으로 정리했다.

 

겨레하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정의기억연대 등이 소속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및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 일본 재무장 중단 등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겨레하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정의기억연대 등이 소속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및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 일본 재무장 중단 등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기시다 총리의 이번 표현은 강제동원을 여전히 ‘합법적인 징용’이라고 보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7월 메이지일본 산업혁명 유산 유네스코 등재 당시 일본 대사는 “많은 한국인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곧바로 말을 바꿔 이같은 노동이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했고, 당시 외무상이 기시다 총리였다. 기시다 총리는 그러면서 “3월에 윤 대통령께서 나타내신 결단력과 행동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며,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들의 기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윤 대통령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추어올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과거사 언급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며 감사 표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소인수회담 때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관련 언급을 듣고 ‘한국이 먼저 요구한 바 없는데 먼저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그리고 이것은 한-일 미래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과거사 인식 문제는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미래 협력을 위해 한발짝도 내디뎌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저는 과거 양국관계가 좋았던 시절을 넘어 더 좋은 시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두고 ‘역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물잔의 반을 채워야 한다고 했을 때, 과거사 인식 문제는 도쿄 회담 때보다 더 뒤처진 것 같다”며 “사과를 바라는 한국의 기대와 달리 사적 소회 정도로 피해자 아픔을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반면, 조진구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인의 감정을 배려해 감성적 표현을 한 것 같다. 총리로서 개인적 소회를 밝힌 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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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을 말하다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5.07 13:56
  •  
  •  댓글 0

열사 동료들에게 듣는 ‘지대장 양회동’ 그리고 ‘인간 양회동’

다 퍼주고, 다 내어준 사람

‘양회동’을 설명하기엔 모자란 단어들

열사가 불을 당긴 이유

“한마디로 ‘멋진’ 사람”

“좋은 단어 다 갖다 붙여도 회동이를 말하기엔 모자라다.”

“‘형 힘내’라고 안아주면, ‘왜 그래’라고 짓궂게 밀쳐 내던 사람. 그런데 그날은 나를 꼭 안아줬다….”

지난 1일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외치며 산화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온몸에 전신 화상을 입고, 하루 만에 운명한 열사의 빈소가 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이날 건설노조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퇴진’을 위한 총력투쟁 결의를 밝혔고, 그 시간 양 열사와 동고동락한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열사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노동조합장(葬)으로 치러지는 장례에서 그들은 상주(喪主)다. 눈이 벌게진 얼굴로 빈소 입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고 있다.

양회동 열사와 지근거리에서 활동했던지라 열사의 죽음이 믿겨 지지 않았고, 열사의 생전 활동은 또렷하기만 했다.

▲ 양회동 열사 생전 활동 모습 ⓒ 민주노총 건설노조

열사가 불을 당긴 이유

2015년 건설현장 철근노동자로 일을 시작한 열사는 2018년 강원건설지부가 생기고 그 이듬해인 2019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고성, 속초, 양양, 강릉의 건설 현장을 책임지는 3지대장을 맡아 활동했다.

열사의 동료들은 양 열사가 지난달 1공수(하루 일당)밖에 받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열사와 함께 조합원 고용과 교섭 관련 일을 함께 한 윤강희 강원건설지부 조직부장은 “자신은 하루(1공수) 일했으면서, 조합원들에게 ‘몇 공수 일자리 마련해줬다’며 누구보다 기뻐했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열사를 3지대장으로 추천했다는 김기형 강원건설지부 1지대장은 “조합원 아닌 사람들에게도, 주변 기능공들에게도 일자리 소개해 주려고 힘썼던 친구였다. 저녁마다 전화해서 ‘오늘은 5명 일자리 만들었다’고 기쁘니까 소주 한잔하자고 연락하는 동생”이라고 회고했다.

자신은 하루 일당밖에 못 벌면서 양 열사가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뛰어다닌 이유가 있다.

1998년부터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는 임차진 강원건설지부 형틀팀장은 “건설노동자들은 평생토록 일자리 걱정하면서 하루하루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현장에 들어가면 짧게는 한 두 달, 평균 3~4개월 일하면 일거리가 끊긴다. 한 현장에서 1년 이상 일할 수 있는 건 운이 좋았을 때다. 요즘 같아선 일을 못해 8개월 동안 쉬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생긴 현상이다.

25년을 건설 현장에 있었던 임 팀장은 “윤 정부가 건설사들 편을 들고 건설노조 죽이기에 나서면서 조합원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속초, 강릉엔 대규모 현장도 생기고, 중소 현장도 존재했다. 건설 현장 잔뼈가 굵은 그의 눈에도 ‘내년까지 일자리는 희망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었다. “작년 말부터 윤석열 정부를 등에 업은 건설사들이 돌변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채용은 족족 거부”당했다.

열사는 조합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니네(건설노조)가 할 수 있으면 해봐”라는 비아냥과 협박, “(노조)조끼 벗고 와라”, “휴일 수당 포기하면 써줄게”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 “민주노총이랑 같이 일하고 싶은데 대표님이 고용하지 말래요”라는 말까지 들렸다.

시작과 끝에 윤석열 정부가 있다

임 팀장은 “회의 때 지대장이 고용 보고를 올렸다. ‘용건만 얘기하고 가라’고 내치는 건설사들에게 양 지대장은 ‘조합원들 안 굶게 도와달라 사정하면서 나왔다’고 보고했다.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누구한테 하소연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반성하는 사람”이었다고 떠올렸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윤석열 정부가 저렇게 나오는데, 형님은 뭐 한 거 있냐’라고 말할 법도 한데,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가 더 분발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규모가 큰 건설 현장에 여러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만들고서는 자신에 대한 공치사 한번 하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 현장에서 일하게 된 조합원들은 양 열사가 서울 화상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병원 앞을 꼬박 지켰다.

김기형 1지대장은 “교섭자리에서 욕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일 좀 시켜달라’고 하는 게 공갈이 되고 협박이 되었으니 그게 얼마나 억울했겠나”라고 분개했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동자의 일자리 갈취했고, 결국 양회동 열사에게 공갈 협박죄를 씌워 억울한 죽음을 만들었다. 시작과 끝에 윤석열 정부가 있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윤석열 정부 퇴진’을 말하는 이유다.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다 퍼준 사람

동료들의 말처럼 양 열사는 지난 4월, 하루 일했다.

김기형 1지대장은 열사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통화하고, 가족 간 교류도 하는 끈끈한 사이다. 그래서 열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루 일당으로 4인 가족이 한 달을 살 수가 없으니 800만원 가량 대출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지대장 활동을 시작했던 작년부터 일을 많이 못 했을 테니, 지난해엔 2천만원 대출받았다고 했다.”

임차진 팀장은 “(열사가)철근팀장을 하고 있었으니 일거리만 있으면 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지대장 책임을 다하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자기 일당조차 챙기지 못하고 살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임 팀장이 “밥은 먹었냐” 물으면 열사에게선 “생각을 못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길 수차례. 건설현장에서 오래 일한 선배로서, “지금은 의욕이 넘쳐도 사업이 잘 안될 때도 있을텐데 몸까지 버리면 큰일이다. 밥이라도 잘 먹고 다녀라”고 했지만 ‘알겠다’ 하면서도 이 현장, 저 현장 다니느라 매일 굶고 다녔을 것이라고 했다.

임 팀장은 “지금 생각해보니 입맛이 없었던 이유가 일이 잘 안되니까, 건설사에 문전박대 당하고 조합원들이 일을 못 하게 되니까 그 책임감 높던 사람이 입맛도 없어졌을 게다”라고 짐작했다.

양 열사는 자신의 사정은 어려워도 언제든 조합원들을 가족처럼 챙겼다.

지난 여름 열사의 어머니집으로 휴가를 다녀왔다는 김 지대장은 양 열사가 “모든 걸 내어주고 퍼주고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집을 민박집으로 활용하면 얼마라도 벌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조차 안 하는 친구다. 노조 사람 누구라도, 그리고 조합원 아닌 사람까지 데려와서 쉬다 가라고 하는 동생”이었다.

윤강희 조직부장은 “열사가 담당한 3지대는 여느 곳보다 외지인 영동권 북부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타지에서 일하러 온 사람보다 대부분 열사의 동네 선후배 노동자가 많았다. “열사는 이웃들의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늘 가족처럼 여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양회동 열사를 조문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동지들 옆에서, 노동조합 옆에서”

“제가 오늘 분신을 하게 된 건 죄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 되지가 않네요.”

“항상 동지분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열사가 노동조합에 남긴 유서 내용이다.

윤강희 조직부장은 “노동조합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달랐다”고 열사를 추억했다.

“화장실, 휴게시설조차 없고, 잠깐 쉬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게 건설 현장이다. 비조합원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무시당하면서 일하다가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노조와 투쟁하면서 현장이 바뀌고 팀원들이 하나씩 권리를 누리는 것에 자랑스러워 하셨다.”

열사는 ‘나는 노동조합을 해야 돼, 우리가 바꿔 나가야 돼’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투쟁에 누구보다 먼저 나섰고 솔선수범했다.

김기형 1지대장은 “건설 현장 집회는 아침 6시 반에 시작한다. 회동이는 늘 한 시간 먼저 와서 난로도 켜놓고, 커피물도 끓여놨다. 5시 반에 도착하려면 1시간 전에 집을 떠나야 했을 텐데, 그러면 새벽 4시에 일어났다는 거다.”

임차진 팀장은 2년 전 원주건설노조 투쟁 때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속초에서 우리가 천막 농성하는 원주까지 오려면 족히 2시간 넘게 걸린다. 어느 날은 농성장에 전기가 끊겼는데, 자기 차에 전선을 꽂아놓고 새벽까지 농성장을 지키다가 아침이 되면 또 현장에 나가고 그런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와라’ 하는 데도, ‘다들 고생하는데 아무리 피곤해도 와야죠’라고 웃어넘기는 사람”이었다. 양 열사의 노조에 대한 애정은 노조 생활을 오래 한 자신을 뛰어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열사는 유서에 ‘항상 동지분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면서 먼 곳에서도 노동조합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양회동’을 설명하기엔 모자란 단어들

‘나보다 동지를, 주변을 먼저 챙기는 사람’, ‘노동조합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책임감이 높았던 사람’ 양회동을 3지대장에 추천했다는 김기형 1지대장. “근면성실, 솔선수범, 헌신과 봉사... 그래서 추천했다. 다른 어떤 단어를 갖다 붙여도 양회동을 설명하기엔 모자라다”고 했다.

“철근공을 시작한 지 3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반장을 하고 있었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노조 들어오고 나서, ‘노조활동 하는 게 가장 보람’이라고 말하는 동지였다.” _임차진 팀장

“최근 강릉에 산불이 났을 때 피해 주민을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자고 지부에 먼저 제안했던 사람, 쉬는 날엔 해변가에 나가 청소 봉사활동 하는 사람이 양회동이다.” _김기형 지대장

김기형 지대장은 “회동이를 지대장으로 괜히 추천했나…”라는 회한이 밀려온다고 했다. 그러나 “분노만 하고, 억울해하고만 있을 새가 없다”는 것도 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추모 촛불문화제 첫날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은 슬픔을 누르며 또박또박 열사의 마지막 말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탄원서 모으는 얘길 전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가족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내가 아는 게 니가 아는 것이고, 내 마음을 내가 아는데 무슨 탄원서가 필요하겠냐’라고 했다. 열사는 나 자신에 대한 탄원서 대신 유서를 썼다.” 그리고 양 열사는 5월1일 노동절 대회로 가는 동지들을 일일이 안으며 배웅했다.

▲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걸린 추모 현수막.

“열사의 억울함, 반드시 되갚아 줄 것”

“제 동생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기 오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제 동생의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워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6일, 장례식장 앞 추모문화제에 양회동 열사 형이 유가족을 대표해 호소했다.

열사의 동료, 동지들은 그럴 참이다. 김 지대장은 “회동이가 먼저 간 것이 비통하고 원통하지만, 큰일을 한거라 생각한다. 53년 전 전태일 열사처럼 우리에게 불씨를 지펴줬다”고 했고, 윤강희 조직부장은 “열사의 뜻을 따르는 데에, 모든 행동의 선두에 설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열사가 운명한 후에도 잔인한 강압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열사의 둘도 없는 동료였던 지부 간부들 몇 명이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조사하러 나오라’고 재촉했다. 2021년 사건까지 들춰내 소환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형국이다.

“노동조합, 노사관계를 전혀 모르는 강력계 형사들이 수사에 나섰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자신이 ‘다 안고 가겠다’는 열사에게 경찰은 ‘(노조)전임비 받았다고 하자’고 종용하기도 했다. 그때 열사는 ‘그런 거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를 ‘삥 뜯는 잡범’처럼, 어용노조처럼 취급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현웅 사무국장이 노조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열사의 뜻을 전달했다.

“현장 철거비용으로 28만원이 책정되면 뭐하나... 다단계 하도급 중간 착취로 빠지면 우리가 받는 돈은 4만원에 불과하다. 그런 불법은 조사 한번 안하고, 노동조합 때려잡는 데에 1계급 특진을 걸었다. 책임자가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김기형 지대장의 울먹임 속에 결심이 드러났다.

임차진 팀장도 “열사의 억울함을 반드시 되갚아 줄 것”이라고 했다. “다시 현장에 가서 일자리도 되찾고 노조활동 더 열심히 하면서, 저들이 틀렸고 우리 건설노조가 옳았다는 걸 보란 듯이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열사를 향해 “우리는 죄인이다. 그러나 죄책감에 빠지지 않겠다.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들딸만은 실망시키지 않도록 싸우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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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원 코인 거래 김남국에 조선일보 “국민이 우습나” 한겨레 “비판 받아들여라”

  •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05.08 07:44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보수언론 “미래로 나아가야” 진보언론 “미래만 강조”

‘우울증 갤러리’ 차단보류 후 10대 또 극단 선택, 한국일보 “두고 볼 건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방일한 이후 52일 만에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이뤄지면서 한일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됐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마음이 아프다” 말하긴 했으나,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8일 자 아침신문들은 1면 머리기사로 일제히 이 소식을 보도했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진보언론은 분명한 과거사 사과 없이 ‘미래’만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보수언론은 과거에 얽매여있을 시간이 없다며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60억원 가상화폐 보유 논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비판 사설도 이어졌다.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이 같은 투자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김남국 의원에게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라”며 “‘검찰의 언론플레이’ 탓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국회 다수당 소속 의원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8일자 경향신문 1면.

▲8일자 아침신문들 1면.

 

보수언론 “미래로 나아가야” 진보언론 “미래만 강조한 회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1면 <강제동원 사죄않고... 한미일 안보협력 질주>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국민적 관심사였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명확한 사죄와 반성의 메시지는 이번에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지는 4면 기사에서 “개인적인 안타까움을 표시하긴 했으나, 국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내놓은 우리 정부가 기대한 ‘성의 있는 호응 조처’에는 못 미쳤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 <일, 과거사 사과 안해... 한, 후쿠시마에 시찰단>에서 “기시다 총리는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대상이 모호한 데다 ‘사과’ ‘반성’ 등의 표현은 없었다. 일본에 ‘선제적 양보’를 한 뒤 성의 있는 호응이 있을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는 무색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도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일본 총리의 명확한 사과, 적극적 배상 참여 입장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일본의 ‘진정성 있는 입장’으로 해석하며 ‘양국 관계 정상화가 궤도에 올랐다’고 했다. 일본 측 ‘호응’ 알맹이가 빠지면서 12년 만의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의미는 퇴색했다”고 했다.

▲8일자 한겨레 1면.

▲8일자 경향신문 1면.

한국일보도 3면 <일 총리 아닌 개인적 유감 그쳐... ‘물컵의 절반’ 채우기엔 부족했다>에서 “콕 집어 강제동원 이슈를 건드리지 않고, 직접 사과도 없이, 애써 감정에 호소하는데 그친 셈”이라며 “복수의 한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와 일본 외무성은 윤 대통령이 먼저 밝히 제3자 변제에 총리 본인의 언어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추가적인 사과가 있어야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이 지속 가능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분명한 과거사 사과없이 ‘미래’만 강조한 한일회담> 사설에서도 “양국은 ‘미래’를 앞세우며 경제·안보 협력을 내세웠지만, 과거사 문제는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문제인 만큼 무조건 덮어두고 갈 사안이 아니다. 발전적 한일 관계는 명확한 역사인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8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전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기시다 답방으로 셔틀외교 복원, 관계 개선 화답 카드도 내놔야> 사설에서 “‘사죄와 반성’을 언급하는 대신에 강도 낮은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한국 사회가 바라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이런 한계에도 불구,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왕복 외교 복원으로 최근 1년간 동아시아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 낸 주역들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양국 관계를 질식시켜 온 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배상하는 방안으로 돌파구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8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이어 “한일 양국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주변 국가를 위협하는 해양굴기(海洋崛起)로 더욱 큰 협력이 절실하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더욱이 두 나라는 경제 위기, 인구 감소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얽매여 있을 시간이 없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국의 반일(反日) 좌파와 일본의 혐한(嫌韓) 우파에게 휘둘리지 않고 미래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한·일 셔틀외교 복원, 진정한 미래협력 발걸음 되길> 사설에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양측이 차근차근 인식의 공통점을 확대해 교집합을 늘려 나가는 것이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운 관계 복원을 가속하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며 “일본에서 오무라이스 회동을 한 두 정상은 이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숯불 불고기를 메뉴로 만찬을 하며 신뢰의 탑을 한층 더 쌓았다. 12년 만에 재개한 셔틀외교와 정상의 신뢰 회복이 정부 및 민간 교류 확대로 이어져 실질적인 미래 협력을 위한 걸음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8일자 조선일보 사설.

▲8일자 중앙일보 사설.

한국경제도 <어렵사리 복원된 한·일 셔틀외교... 이제 더 큰 미래로 나아가야> 사설에서 “어렵게 셔틀외교를 복원한 양국이 상호 양보와 협력으로 더 큰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남국에 조선일보 “국민이 우습나” 한겨레 “비판 받아들여라”

지난 5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실명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초 60억 원대의 코인을 전량 인출했다는 소식이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가상화폐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최고 60억 원어치를 보유했는데, 김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실시 예정일인 지난해 3월25일 직전 지난해 2월 말~3월 초 코인을 전량 인출했다.

문제는 법안 발의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점이다. 김 의원은 2021년 7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 조항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자 조선일보

국민의힘 등에서 비판이 나오자, 김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동 발의를 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만약 법안 발의까지를 이해충돌 사항으로 폭넓게 규제하게 된다면 다주택자 의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다자녀 의원이 다자녀 가정에 복지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노부모를 부양하는 의원이 간병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등도 전부 이해충돌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김남국 의원 ‘60억 코인 투자’ 경위 투명하게 밝혀야> 사설에서 “김 의원은 현행법을 어기지 않은 ‘합법적 투자’임을 강조하지만, 해당 코인이 가격 급등락을 반복해 투기성이 강한데다, 김 의원이 코인 등에 대한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한 전력이 있어 ‘이해충돌’을 비롯한 여러 뒷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김 의원은 <한겨레>에 ‘위믹스를 현금화하지 않고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이체했다. 어떤 법률 위반 혐의도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라며 “하지만 위믹스 코인은 발행사인 게임회사 위메이드의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부실공시 등으로 숱한 논란에 휩싸였고, 이로 인해 가격 급등락이 반복된 투기성 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고위험 자산은 ‘확실한 정보’가 없으면 거액을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 김 의원은 위믹스를 처분해 투자한 다른 코인이 폭락해서 자신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의혹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8일자 조선일보 사설.

▲8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김 의원은 2021년 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023년 1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해 ‘이해충돌’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그 전에 위믹스를 처분한 김 의원은 이 법안의 수혜자가 된다”며 “무엇보다 김 의원은 재산 신고 대상이 아닌 가상자산에 투자한 행위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잘 아는 법률 전문가가 ‘검찰의 언론플레이’ 탓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국회 다수당 소속 의원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김 의원은 자금 출처와 투자 경위, 수익 규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60억 코인 감추고 “돈 없다” 호소로 후원금 1위, 국민이 우습나> 사설에서 “김 의원은 그간 각종 방송,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가난한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는 ‘매일 라면만 먹는다’ ‘3만7000원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 ‘돈이 없어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한다. 방 두 개 안 빌리고 보좌진이랑 셋이서 잤다’며 정치 후원금을 호소했다. 지난해 3억3014만원을 모금해 국회의원 중 1위를 차지했다. 수십억원대 코인을 뒷주머니에 차고서 국민에게 후원금 달라고 한 것”이라며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우울증 갤러리’ 차단보류 후 10대 또 극단 선택, 한국일보 “두고 볼 건가”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서울 강남경찰서가 요청한 ‘우울증갤러리 차단건’을 논의한 결과 의결을 보류하고 법률 자문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심의위가 즉각 차단을 결정 못한 이유는 우울증갤러리 차단이 '과잉 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방통심의위는 불법 및 유해 게시물은 즉각 차단했지만 사이트나 게시판을 전면 차단할 때는 불법정보가 70%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세워 운영해왔다.

방통심의위의 의결보류 결정 이후 10대 2명이 또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한겨레는 9면 <‘우울증 갤러리’ 폐쇄 미룬 사이…10대 2명 또 극단 선택 시도>에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5일 새벽 3시55분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ㄱ(17)양과 ㄴ(15)양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사이로, 극단적 선택 과정을 소셜미디어(SNS)로 생중계했다”고 보도했다.

▲8일자 한겨레

▲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자살 시도 속출 ‘우울증 갤러리’, 언제까지 두고만 볼 건가> 사설에서 “경찰 요구에도 디시인사이드가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거부하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렇다 할 정화대책조차 내놓는 게 없다”며 “철저한 익명성에 기댄 디시인사이드는 혐오문화를 확산해온 온상으로 지목돼왔다. 그런데도 그동안 제대로 제재받은 적이 없다. 지난달 경찰의 우울증 갤러리 폐쇄 요구에 디시인사이드 측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글을 남기면 더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며 거부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내부 기준으로 전체 게시 글의 70% 정도가 불법이어야 사이트를 차단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는 이유로, 우울증 갤러리 차단 결정을 보류했다”며 “결국 문제를 방치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 기준이 실질적 해악을 막지 못한다면, 그 기준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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