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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사퇴로 확 바뀐 '박근혜' 대선 전략

 


안철수 후보가 지난 23일 금요일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그의 사퇴를 놓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쉽게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사퇴를 정치적으로 분석해 '정치인 안철수'를 평가할까, 아니면 '정권교체'를 향한 그의 결정을 더 크게 볼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이렇게 그의 사퇴를 이중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친절하신 정치프로들의 몫도 컸습니다.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정치 아마추어"라고 그렇게 성토하면서도 안철수 후보의 행동마다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며 갖가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안철수 후보도 정치에 입문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기 생각과 행동을 계획적으로 추진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피터는 안철수 후보의 정치분석을 대선 이후로 미루고자 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처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이기 때문입니다.

피터가 안 후보의 사퇴를 그렇게 전제한 이유는 안 후보가 아무리 정치적인 행동으로 사퇴했다고 해도 그의 결단은 쉽게 나올 수도 없는 일이고, 한국 정치사에서 길이 기억될만한 사건으로 규정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새누리당이 안 후보의 사퇴를 통해 어떤 전술로 대선을 치를 것인가와 두 번째는 그를 통해 새로운 정치를 꿈꾸었던 사람을 향해 문재인 후보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확 바뀐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을 통해 거꾸로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되새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안철수 사퇴를 애석하는 새누리당, 예전에는?'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자,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안 후보의 등장은 분명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지만, 지루한 단일화 과정에서 결국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안철수의 등장이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였음을 인정하는 발언입니다. 그러나 과거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를 향해 지독한 비난을 퍼붓던 집단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취재진이 안철수 원장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박근혜 후보를 앞섰다며 묻는 말에 "병 걸렸어요?"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정치 얘기는 그만하고 중요한 고용과 복지 얘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고용과 복지도 이루어지는 것을 모를 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안철수 현상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쾌했을 수도 있었고, 그는 천상 아마추어일 뿐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루지 못한 그 꿈을 박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킴으로써 이루고자 한다'면서 새누리당에 입당했던 이회창 전 선진당 총재는 과거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검토한다는 말에 " 정치권이 자꾸 건드리고 부추겨서 망가뜨린다. 본인도(안철수)도 간이 배 밖에 나오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나온 배경 자체가 국민의 요구가 아닌 철저히 정치권의 논리라고 규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선거총괄대책본부장'은 새누리당 선거 대책 회의 도중, 안철수 후보가 발표한 복지,정책 공약에 대해 "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사회를 주장하면서 쓴 슬로건"이라며 "대한민국 장래를 연구원 같은 안 후보에게 맡길 수 없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안철수 후보를 향해 "출마할지 사퇴할지 아직 결정을 못 하는 안 후보야말로 조선팔도에서 가장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전형적인 사람"이라고 했으며,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그분(안철수)은 의사면허증이 없는 사람이 집도하겠다고 나선 무모한,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다. 포퓰리즘 갖고 정권쟁탈 하나를 위해서 자기 사상과 다른 구태하고 혼탁한 정당, 민주당에 자기가 몸을 같이 싣는 것 자체가 학자의 양심을 파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철저히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고 공격했으며, 이는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철저히 짓밟으며 정권교체를 막아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이런 그들의 실체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새누리당 의 집권 연장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던바 있습니다.

'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나온 새누리당 대선 전략'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100% 기뻐할수 만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안철수 후보의 개인적 결단은 엄청난 희생을 동반한 사건이지만, 그의 사퇴를 새누리당이 아주 교묘하게 이용하고 그것에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자마자 "정치 쇄신과 새 정치를 표망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안 후보가 중도 사퇴했다.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의 실험이 결국 프로 정치 집단인 민주당의 노회한 벽에 막혀 무산된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가 사퇴하자, 그의 사퇴가 '정권교체'를 위한 순수한 결단과 희생이 아니라 민주당의 구태의 벽에 막혔다는 식으로 몰아갑니다. 즉 안철수 후보가 패한 이유가 민주당 때문이고, 안철수는 '희생자'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새누리당과 동격인 정치집단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별반 차이 없는 정당이고, 그래서 투표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새누리당의 논리에 현혹된 사람들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떨어져 나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누리당은 야권성향의 지지자를 이탈시키는 효과와 함께 20-30대의 투표율을 낮추는 현상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의 이간질과 대립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회유전술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안철수 후보가 내세웠던 '새로운 정치'를 새누리당이 실천하겠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정치쇄신특위'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점입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을 영입해 정치를 쇄신하겠다고 만들어놓고 유명무실해지는 '정치쇄신특위'를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자마자 표면에 내세워 안철수 지지자를 포섭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마르크식 공산주의 슬로건'이라고 맹공격을 펼쳐놓고는 이제는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공약 중에 채택 가능한 것은 박근혜 후보가 채택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적극적으로 안철수 후보 캠프 인사들을 박근혜 후보 측에서 영입하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안철수 후보 캠프 인사가 새누리당에 들어가면 '문재인 후보 VS 안철수+박근혜'라는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성과를 떠나 이런 모습 자체가 더욱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동아일보 2012년1월16일자 1면 기사 출처:동아일보

 


4.11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그러자 일제히 보수언론은 한명숙이라는 이름 대신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내걸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야권분열과 구태정치로 아주 효과적인 '친노프레임'을 위해서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김부겸,이인영 최고위원 등을 보면 과연 민주당에 친노라고 부를 수 있는 인사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 계산해본 적이 있는지 기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자료를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 친노라고 언론이 떠드는 사람들이 진짜 친노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예전에 누구를 멘토로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상기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친노프레임'은 아주 효과적인 선거 전술 중의 하나입니다. '친노프레임'이라는 말만 하면 민주당은 구태의연한 정치 세력, 문재인은 친노의 대부로 추락해버립니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친노프레임'을 다시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에게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참여정부를 왜곡했던 조중동의 학습 효과를 기억나게 하면서...

정치에서 최고의 선택은 없습니다. 최선의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친노프레임'에 걸리면 최선의 선택조차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조중동과 새누리당은 '친노프레임'으로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자의 사이를 벌려놓으려고 하는데, 진짜 친노인사가 문재인 캠프에 얼마나 있을지 조사는 하고 기사나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아일보 11월24일자 기사,출처:동아일보

 


친노때문에 문재인과 민주당이 싫다는 사람들이 박근혜를 찬양하는 사람들로 똘똘 뭉친 새누리당은 괜찮다는 말을 합니다. 4.11 총선에서 효과를 본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철저히 '친노프레임'을 들고 나오고 있으며,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런 친절한 새누리당과 조중동의 반복 학습에 열심히 투표장을 떠나던지 기호 1번을 찍을 것입니다.

' 안철수가 양두구육? 새누리당은 어떨까'

이정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은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정치쇄신을 주창하면서 정치구태의 행태를 보이며, 검증을 교묘히 피해가는 모습을 보인다.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양두구육'이라고 한다, 양머리를 놓고 속은 개고기를 파는 것을 말한다"고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정치 쇄신을 위해 공천비리를 없애고,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모두 바로 잡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믿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어떤 공천을 했는지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친노가 민주당을 다 해먹는다고 했던 사람은 진짜 친노인사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을까?

 


4.11 총선 당시 친박계 현역의원의 공천비율은 75.4%에 달합니다.이처럼 친박계가 공천을 많이 받다 보니, 친이계의 현역의원 낙천률은 40.9%로 친박계의 24.6%에 비해 현저히 높았습니다. 19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 지역 당협위원장의 70%가 친박계열로 채워졌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권을 휘두르며 4.11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입니다. 지금도 수사 중인 공천비리 문제를 책임 질 사람이 박근혜 후보에게 있지만, 그녀는 오히려 잘못된 제도와 단호히 맞서겠다는 이중적인 모습을 대선 공약으로 약속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명박 정권과는 다른 정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전술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친박이 19대 총선을 장악했지만, 18대 총선에서 친이와 친박이 정책을 놓고 싸운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행했던 정책 대부분에서 친박은 찬성했고, 결국 친이와 친박의 차이는 누가 권력을 잡아 공천을 받고 금배지를 다느냐 마느냐이지, 정책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 가장 큰 배경은 이명박 정권으로 힘들어진 국민이 새로운 정치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권교체'입니다. 그 이유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정권연장이 이어진다면 지금과 똑같은 일이나 그보다 더 심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태정치는 과연 무엇일까요? 분명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바꿔야 할 점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새정치를 열망했던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모습은 양의 탈을 쓴 늑대에게 속아 늑대의 입에 머리를 넣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개고기를 양고기로 속여 파는 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민주당이 구태정치이고 민주당의 문재인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거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분들은 새누리당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안철수 후보는 사퇴 이전에 새정치는 혼자서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정치인을 모아서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정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문'을 열면 그'안'에 더 크고 넓은 세상이 펼쳐집니다. (트위터리안 레인메이커 @metta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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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2기, 한국의 새로운 대미외교전략 필요하다

 

오바마 2기, 한국의 새로운 대미외교전략 필요하다
<칼럼>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2012년 11월 26일 (월) 09:53:19 김창수 tongil@tongilnews.com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었다. 오바마 재선은 한미관계에서 북한과 중국에 대한 협력과 갈등이라는 새로은 변수를 안겨주었다. 오바마 2기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서 기존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정책을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략적 인내’가 북한의 핵능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했을 뿐 별다른 생산적인 결과들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변수가 되는 것은 한국 대선의 결과이다. 오마바 정부는 동맹국과 동반자적 관계를 중시 여기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 이명박 정부의 의견을 경청하였다. 오바마 정부 출범 초기인 2009년 4월 5일에 북한의 로켓발사는 오바마 정부를 격앙시켰다. 북한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의지를 테스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오바마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테스트 당한다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여겼다.

이후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국 대외정책에서 우선 순위가 크게 밀렸다. 그런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가 오바마 정부에게 자신들의 대북정책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한미FTA 재협상을 비롯한 미국정부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대외정책의 후순위인 대북정책의 협조요청을 당연히 수용했다는 것이 미국 조야에 널리 퍼진 이야기이다.

‘악마의 방해’를 극복하는 길

한국에서 대북화해협력정책을 펼치는 세력이 집권할 경우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수정하고 화해협력정책을 지지할 것이다. 남북경제협력를 비롯한 각종 남북대화와 인적접촉은 남한 정부의 몫이고, 북핵폐기와 평화체제 전환에 대해서 한미간에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이다.

물론 북한과 시리아, 이란 등에 대한 핵커넥션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핵확산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질 경우 북핵폐기 논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이처럼 지체되는 북핵폐기 과정이 남북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기본적으로 남북대화와 북핵문제는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채 병행해서 추진될 수 있다.

미국의 민주당 주변에서는 그동안 한미 양국의 정권의 성격이 불일치했던 것을 ‘악마의 방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대중 초기와 클린턴 말기를 제외하고는 김영삼-클린턴, 노무현-부시, 이명박-오바마 등 한미 양국의 정권 성격이 달랐던 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화해협력 세력이 집권하는 것은 10.26으로 박정희 정권이 붕괴된 이후 최초로 악마의 방해를 극복하는 사건이 된다. 남북관계, 한미관계, 북미관계의 삼각발전 가능성을 내포한 시기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는 균형외교의 시험대

오바마의 재선은 다른 한편 한국으로 하여금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는 시험대를 제공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이 대중국 봉쇄로 현실화된다면 한미동맹과 한중경제협력이 파열음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오바마 재선으로 대북정책에서 한미협력 뿐만 아니라 대중국 정책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는 것에 대한 한미협력이 절실해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즉 한국의 대북정책, 대중국정책 뿐만 아니라 대미 정책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창의적인 새로운 수단이 필요한 시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미국의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간의 분열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양세력의 분열을 극복하면서 2년차 임기에 성과를 만들어내야한다. 미국의 갈등과 분열은 그 근원이 형식논리적으로 볼 때 한국의 분단과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분열 극복필요성에 입각해서 미국내부에서 한국의 분단극복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대미외교전략이 가능하다.

미국 남부와 북부에 정착한 사람들의 뿌리가 달라서 미국은 출발부터 분열을 안고 있었다. 이것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치 해방후 북한에 소련군이 남한이 미군이 진주해서 오늘날까지 남북분단으로 이어고 있는 것과 형식논리에서 유사한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미국의 분열과 남북분단의 형식적 유사성에 착안하여 남북분단의 필요성에 대한 대미 여론형성을 위한 외교가 가능할 수 있다. 노예제를 둘러싼 남북의 대립도 결국 남부와 북부에 각기 다른 사람들이 정착한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도 근원은 여기서 시작한다. 625전쟁의 기원과도 흡사하다.

미국 남북와 북부의 갈등 그리고 한반도

1606년 식민지 개척을 목적으로 한 스미스 일행이 버지니아에 상륙하여 만든 첫 정착지가 제임스 타운이다. 엘리자베스1세의 아들 제임스 1세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그들은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담배농사를 시작했고, 날씨 좋고 땅 풍성한 버지니아에서 플랜테이션으로 발전시켰다. 그들은 노동력이 필요해서 1619년에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채용했고, 1934년에는 마침내 노예선을 아프리카에 보내기에 이른다.

북부는 이와 다르다. 영국 헨리8세의 종교탄압을 피해 네델란드로 도망온 일종의 반체제개신교들은 종교자유와 자식교육을 위한 그들만의 신천지를 필요로했다. 그들은 식민지무역회상의 중개로 버지니아로 이주할 것을 결심하고 1620년에 메이플라워호를 탔으나 풍랑으로 보스톤 근처로 도착했다. 거기는 날씨도 추웠고 버지니아처럼 플랜테이션을 할 수도 없는지라 어업, 제조업 등에 종사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상륙한 남부와 북부의 초기 세력들은 이질적이었고, 경제제도로 상이하게 발전했다.

남부와 북부는 서로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영국귀족보다 더한 생활을 하는 남부 귀족들의 눈에는 북부는 야만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북부는 양키가 되었다. 종교의 자유를 위해 이민 온 남부 정착민들의 눈에 보이는 북부는 노예를 착취하는 야만이이었다. 메이플라워호가 미국땅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남부에서는 흑인노동력이 제공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남부번영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북부 사람들의 눈에 남부가 곱게 보일리 없다.

이와 같은 남북부의 차이는 굴절되어오면서 남북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오늘날까지 미국의 정치문화적 극단적 양극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독립전쟁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온 사람들이 정착한 북부 보스톤에서 촉발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 본다면 당연한 일이다.

대미 여론 외교의 수단을 개발해야

남부과 북부의 연합에 의해 독립달성으로 이워졌으나 독립 후에도 처음 출발때부터 문제가 된 남부과 북부의 상이한 경제환경에서 비롯되는 노예제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합중국(USA)과 남부동맹(CSA)라는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섰다. 두 정부는 결국 남북전쟁으로 USA로 통일되었지만 오늘날까지 공화당과 민주당의 뿌리 깊은 양극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해방 후 미군과 소련군이 한반도의 남부와 북부에 상륙하고, 1948년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되고, 1950년에 625 전쟁이 발발한 것과 비교되는 미국의 역사이다. 미국의 분열과 남북분단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비교연구를 바탕으로 미국의 분열극복을 외치는 미국여론, 그리고 미국의 보수진보 갈등을 극복해야하는 오바마 정부와 한반도 남북분단의 극복과 화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2기에 악마의 방해를 극복하고 남북대화, 한미관계, 북미관계를 3원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대미외교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1988 평화연구소 연구원
1995 민족회의 정책실장, 통일맞이 정책실장
1998 민화협 정책실장
2003 청와대 NSC 정책조정실 국장
2006 민주평통 전문위원
2009 존스합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방문연구원
2012 통일맞이 정책실장, 한반도 평화포럼 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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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니까, 이렇게 죽여도 된다고요?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④] 인권 넘어 '생명권'으로...동물복지를 생각하다

12.11.24 21:22l최종 업데이트 12.11.24 21:22l
임순례(news)

 

 

치명적인 핵발전소 사고들이 은폐되고, 4대강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어 떠오르고, 화학물질 관리 부실로 산모와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고, 가축과 동물들이 살처분 당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을 검증하고 새로운 복원과 치유에 대해 논의할 때입니다. 범 환경진영은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를 제안하는 글을 10여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근래 들어 한국사회에서 인권이 비교적 친숙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 동물권이나 생명권이라는 용어는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인권이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듯 동물권 역시 동물이 가지는 최소한의 기본 권리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동물권은 너무 열악하다.

동물은 단지 인간의 요리접시에 담기고, 그들에게 따뜻함과 화려함을 제공하기 위해 산채로 껍질이 벗겨진다. 하지만 동물은 사람의 눈요기를 위해 매를 맞으며 훈련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제주 점보빌리지에서 동물쇼를 하고 있는 코끼리의 모습. 자연 상태에서는 결코 하지 않는 이런 행동을 하기까지 이들은 어떤 훈련을 받았을까.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인간이 태어난 이유가 있듯이 동물과 숲속의 작은 풀꽃도 이 커다란 우주 안에서 자신의 본성대로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깊은 섭리가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자연계에서 인권과 생명권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관계보다도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돼 있다. 생태계의 불균형과 부조화로 인해 발생하는 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우리 인간이다. 생명의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은 인간의 존재조건의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과 동일한 의미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인간과 동물간 불평등, 심각하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사이의 불평등과 착취도 큰 문제지만 인간과 동물간의 불평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동물을 얼마나 부당하게 대우하는지에 대한 예를 2년 전에 발생한 구제역 사태를 통해 짚어보자.

2010년 11월 29일 발생한 구제역 사태로 소·돼지 348만여 마리, 닭·오리 623만여 마리 등 총 970만 이상의 가축들이 매몰 처분되었다. 2000년부터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생매장, 살처분된 생명은 무려 2800만 마리에 달한다.

2011년 1월 안성에서 생매장되는 아기 돼지들의 모습.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농장 동물들에게 질병은 용납하지 않았으나 대학살에는 앞장섰다.
ⓒ DAILY MAIL REPOTER

2010년 당시 정부는, 정확한 감염경로와 원인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베트남에 다녀온 안동의 한 농민이 감염의 주원인이라는 책임전가형 발표를 서둘렀다. 동물단체의 거듭된 요구에도 청정국 지위를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초기에 백신접종을 거부함으로써 효과적인 초동대응에 실패했다.

언론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서 얻은 소고기 수출액은 불과 20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2010년 11월 28일 구제역이 발생한 뒤 최종적으로 정부에서 구제역 사태로 인해 지출해야 했던 돈은 거의 1조 원에 가깝다고 한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산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의 셈법인지 되묻고 싶다.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구제역 발생 농장에 있는 동물만 살처분하지만, 우리는 구제역 발생농가 반경 3km사이의 모든 동물을 몰살시키는,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인 정책을 취하고도 구제역 관리에는 실패했다.

살처분을 하는 방법은 또 어떠하였는가? 인도적 도살을 위한 국제적 기준이 엄연히 있는데도 산 채로 매장을 하는 가장 야만적인 동물 대학살극으로 인해 수많은 농장주들은 물론 살처분 작업에 동원되었던 수의사나 공무원 또 그것을 지켜보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깊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수의전문가들에 의하면 구제역은 일반적으로 치유불능의 질병이 아니라고 한다. 인간의 감기바이러스처럼 열흘에서 보름정도의 잠복기와 활동기를 거쳐 자연치유되는 경우도 많고 치사율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인간에게 큰 위해가 되지 않고 치사율도 높지 않는데 굳이 죽이는 이유는 바로 '상품성' 때문이다.

구제역 감염시 젖소의 우유생산량이 급감하고 일반적으로 체중감소를 부르며, 전파속도가 아주 빠른 특성이 있다. 때문에 동물을 상품적 가치로만 파악하는 공장식 축산에서는 이를 '생산성 저하'의 요인으로 파악하고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동물에 관한 모든 정책이 이렇듯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출발한다.

모든 자연이 그렇듯 동물 역시 자연치유력이 있지만 공장식 축산은 이런 기회를 동물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농장의 닭은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A4한 장 크기도 안 되는 면적에서 날개 한 번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평생 알만 낳다가 죽을 뿐이다. 계속되는 산란에 칼슘 비축량이 줄어들어 뼈가 견디지 못해 부러지기도 한다.

닭의 자연 수명은 20년을 넘는다. 이런 케이지에서 2년 남짓 고통스럽게 알만 낳다가 죽는 닭들에게 세상은 어떤 곳일까.
ⓒ 강재훈

겨우 6개월 남짓 똥더미 속에서 살다가 죽는 돼지 역시, 우리가 더럽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매우 청결한 것을 좋아한다. 사교적이고 영민하며 자연상태에서는 하루에 수 십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매우 활동적인 동물이다. 평균수명이 15년이라는 사실을 농장주나 대부분의 소비자는 애써 알려고 하지 않는다.

동물의 정신적-감정적 상태나 모성을 포함한 그들의 다양한 본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고 오직 경제적 가치로서만 판단하는 것이 공장식 축산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장식 밀집사육은 동물은 물론 지구환경 또 그것을 소비하는 인간 모두에게 아무런 이점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동물의 최소한의 복지와 권리 인정해야

최종적으로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농장동물이라고 할지언정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생명이 갖는 최소한의 복지와 권리를 인정하는 방식으로서의 인식전환이 유럽에서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 사회도 이 윤리적 소명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동물복지의 첫걸음은 동물을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각과 감각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는 동물에게 제공해야 하는 다섯 가지의 자유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이 내용은 대부분의 동물복지 인증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다섯 가지는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 할 자유, 공포와 불안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위의 조건들이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인간과 동물의 생존조건은 너무도 유사하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한 도축용 소 경매장에서 주저앉은 '다우너' 소. 자유롭지 못한 생명은 병든다.
ⓒ Humance Society

동물권이나 동물복지의 향상을 위해서 정책이나 법 혹은 제도개선이 중요한 축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시민들의 동물에 대한 인식변화와 그에 따른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채식을 하거나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가능한 만큼 육식을 줄이고, 축산물을 구입할 때도 동물복지 인증이 된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 동물실험하지 않은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구매하고, 곰쓸개즙 등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과도한 보양문화를 지양해야 한다. 동물쇼를 관람하지 않거나 모피나 오리털 제품 구입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 등은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동물복지의 근간이 되는 내용들이다.

1944년 고안된 이후 화장품 실험의 대명사가 된 Draize Test. 국내에서도 이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PETA

현 정부는 녹색성장이라는 기만적 캐치프레이즈 하에, 환경과 생태를 경제적 가치에 종속시키는 큰 과를 범해왔다. 그 폐해를 고스란히 차기정부와 우리의 후대가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갑갑증이 밀려온다.

곧 들어설 차기정부 하에서는 생명존중과 생태조화를 통해 인간과 동물, 자연이 모두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진정한 녹색정책이 펼쳐지기를 염원한다.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http://www.vote4green.org/) 사이트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임순례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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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왜 문재인과 ‘담판’ 하지 않았을까

 

[분석과 전망] 안철수 후보의 전격사퇴 배경 및 향후 거취 등
 
정운현 기자 | 등록:2012-11-24 03:12:11 | 최종:2012-11-24 04:10:1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3일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가히 ‘전격적’이라 할만하다. 22일 저녁 늦게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지지도+가상대결’을 제안할 때만 해도 안 캠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같은 기조는 23일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양측은 당초 예상됐던 실무 협상팀보다 수위를 높여 ‘특사 담판’을 시도했다. 문 후보 측의 이인영, 안 후보 측의 박선숙 특사는 이날 낮 12부터 서울시내 모처에서 무려 4시간동안 비공개 대화를 가졌다. 두 특사의 개인적 친분 등을 감안해 어떤 형태로든 ‘최후의 담판’이 점쳐졌다.

비단 이뿐만 아니다. 22일 오후부터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 안 후보가 23일 오후 3시반경 돌연 캠프에 모습을 드러냈다. ‘범죄경력조회서’를 발급받기 위해 종로경찰서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범죄경력조회서는 대선후보로 등록할 때 중앙선관위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로 본인이 직접 경찰서에 가야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다. 이를 두고 안 캠프 관계자는 “단일 후보가 될 경우를 대비해 발급받은 것으로, 다른 뜻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안 후보가 독자출마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안철수 후보가 23일 저녁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23일 오후 7시 50분, 양측의 특사는 단일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30분 뒤인 저녁 8시 20분, 안 후보는 전격적으로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갖기 10분 전에 문재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 사퇴의사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의 ‘사퇴선언문’은 A4용지 2/3분량으로 그리 길지는 않다. 그러나 이를 특사 협상이 결렬된 직후 불과 30분만에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소한 사전에 초안을 잡아뒀던 것으로 보이며, 그 시기는 22일 오후 이후 안 후보가 잠시 연락을 끊었던 때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왜 돌연 후보직에서 사퇴했을까? 그의 사퇴 선언 이후 나온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그 이유(배경)는 대략 네 가지로 꼽힌다. 단일화 약속, 지지율 부진, 진보진영의 비판, 후일 기약 등이 그것이다. 우선 안 후보는 “반드시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에 큰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름다운 단일화’를 표방하고 시작한 단일화 협상은 번번이 벽에 부닥쳤고 양측간의 갈등은 깊어만 갔다. 사퇴선언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서 그런 고민이 읽힌다.

단일화 룰을 둘러싼 양 캠프의 극한 대립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도 한 몫을 했다. 지난 14일 협상중단을 선언한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처럼 정당 지지기반이 없는 안 후보로서는 국민들의 지지율이 무엇보다 큰 힘이 돼주었다.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안철수 효과’ 역시 전적으로 지지율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지지율이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예로 21일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는 다자구도 2위 다툼, 야권단일후보 지지도,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 등에서 모두 안 후보를 이겨 ‘3관왕’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진보진영 인사들의 안철수 비난도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진보진영의 경우 두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를 기대하던 입장에서 특정후보 편들기에 말을 아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2일 저녁 안 캠프에서 ‘지지도+가상대결’을 ‘마지막 제안’이라며 내놓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몇몇 인사들은 “너무하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안 캠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3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잘라 말하죠. 안캠이 잘못하고 있습니다”며 안 후보 측을 질타하고 나섰다. 또 있다. 23일 오후 필자와 만난 한 정치권 인사는 “재야가 대부분 ‘안철수 반대’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용퇴를 선택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의 승패 여부에 관계없이 정치권에 남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출마 선언 이후에 “강을 건넜고 건넌 다리 불살랐다”고 한 말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인 안철수’로서는 후일을 기약해야 할 입장이었던 셈이다. 그는 오늘 사퇴 기자회견에서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시대와 역사의 소명 결코 잊지 않겠다”며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 몸을 던져 계속 그 길 가겠다”고 밝혔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볼 수도 있겠다.
 

안철수 후보 사퇴선언 후 판화가 이철수 씨는 안 후보의 사퇴를 높이 평가한 작품을 선보였다.

 

결국 안 후보의 이날 사퇴는 복합적인 배경에서 나온 결정이지만 그의 사퇴를 높이 평가(혹은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물론 새누리당은 23일 논평에서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의 실험이 결국 프로정치집단인 민주당의 노회한 벽에 막혀 무산된 것”이라며 평가절하 했다) 우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한 것이 이어 두 번이나 양보한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이로써 그는 ‘새 정치의 아이콘’으로서의 위상은 더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가 이번 대선에서는 그의 선언대로 ‘백의종군’을 하겠지만 장차 정치권에서 정치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다만,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안철수는 왜 문재인과 직접 ‘담판’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대목이다. 23일 오후 ‘특사 담판’이 결렬되면서 여론조사는 사실상 물 건너가고 말았다. 그렇게 되자 사람들은 문-안 두 후보 간의 ‘최후 담판’을 예상했었다. 만약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담판’을 요청했다면 성사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안 후보는 ‘담판’ 대신 ‘독단’으로 후보 사퇴선언을 했다. 왜일까? 추정컨대 두 가지로 판단된다. 하나는 문 후보와 담판을 하면 자신이 양보를 해야 할 상황으로 판단했거나 아니면 담판보다는 독자적 사퇴선언이 더 자신에게 유리할 걸로 봤던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단은 안 후보 자신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하나 더 보태자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문 후보 측에 대한 아쉬움이 커 담판 자체를 회피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길지 않은 ‘사퇴선언문’이긴 하지만 안 후보는 여기서 대부분을 자신과 관련한 얘기로 채웠다. 문 후보와 관련해서는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주십시오.” 한 대목뿐이다. 보기 나름으로는 문 후보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묻어난다고 하겠다. 결국 오늘 안 후보는 자신이 사퇴함에 따라 문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줬음에도 ‘흔쾌한 지지’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오늘 안 후보의 사퇴는 냉정하게 말해 ‘아름다운 단일화’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결과적 단일화’라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할 것이다. 지난해 박원순 후보와의 담판을 통한 단일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만약 오늘 안 후보가 문 후보와의 담판을 거쳐 그 결과로 ‘양보’를 발표했더라면 그간 단일화 정국에서 불거진 잡음들도 해소하고 또 최근 양측의 냉랭한 분위기도 반전시킬 수 있었다고 본다. 아울러 안 후보 자신은 ‘통근 양보’의 주역으로서 향후 입지확보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본다. ‘감동적인 단일화’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점은 분명 아쉬움이자 동시에 향후 문 후보가 풀어야할 숙제라고 하겠다.
 

지난해 9월 6일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원순 후보와 활짝 웃고 있는 안철수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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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버림받은 맹수를 모르시나요

누가 이 버림받은 맹수를 모르시나요

 
남종영 2012. 11. 25
조회수 164추천수 0
 

전기료·먹잇값도 없는 치악산 드림랜드의 ‘호랑이 크레인’, 민영동물원의 실태 단적으로 보여줘

"부도 직전 동물원, 관람객은 거의 없다, 불곰은 무언가를 토했다, 독수리는 땅에 떨어졌다"

 

IMG_0076.JPG » H5s12일 강원 원주시 치악산 드림랜드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 크레인의 모습. 2001년 서울대공원에서 근친교배로 엄마 ‘선아’에게 태어난 크레인은 태어날 때부터 녹내장과 안면기형을 갖고 있었다.


지난 12일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치악산 드림랜드. 새벽녘 뿌린 비에 단풍잎이 떨어져 동물원을 빨갛게 물들였다. 멀리서 맹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 호랑이 크레인이 혼자 앉아 있었다. 비 때문에 호랑이 우리에는 작은 물골이 생겼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황윤 감독과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그리고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가 우리로 다가갔다. 어금니가 입 밖으로 길게 자란 기형적인 얼굴. 크레인이 맞았다. 황윤 감독이 정적을 깨뜨렸다.

“크레인!” “푸우~” “크레인!” “푸우~”
 

IMG_0070.JPG

 

고양이처럼 크레인은 가르랑대며 얼굴을 철창에 비벼댔다. 고양이과 동물이 애정을 표시하는 행동이다. 이상하게도 황윤 감독이 ‘크레인’ 하고 부를 때마다 크레인은 목을 접고 몸을 비볐다. 크레인이 그를 기억한 걸까?
 

황윤 감독은 2000년 말부터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맹수사에서 갓 태어난 크레인과 넉 달을 함께 지냈다. 동물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작별>을 찍으면서다. 근친교배로 태어난 크레인은 선천적으로 백내장과 안면기형을 갖고 있었다. 엄마 ‘선아’는 크레인을 돌보지 않았다. 황 감독이 말했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관행인지 몰라요. 대부분 동물원에서 맹수 새끼는 사육사에게 길러지니까요.”
 

호랑이 크레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목줄을 찼다. 영락없는 고양이 같았다. 동물원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나중에 커서도 편안해진다. 새끼 때부터 사람 손에 익숙해져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말했다. 인공포육의 또다른 이유는 호랑이·사자 새끼는 동물원을 홍보하는 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Jak Byul 01 (1).jpg

 

img_crane.jpg » 2001년 서울대공원에서 갓 태어난 크레인의 모습. 사진=황윤 감독

 

2001년만 해도 크레인은 텔레비전 동물 프로그램의 ‘아이돌’이었다. 병약하고 겁 많았지만 브라운관에서는 용감한 새끼호랑이로 탈바꿈되어 나타났다. 크레인의 몸집이 불어나자 방송사 카메라는 지체 없이 동물원을 떠났다. 엄마 선아는 그해 병들어 죽었다. 황 감독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크레인은 그 잠깐을 위해 태어났지요… 그 이후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는데, 여기서도 구경하는 사람이 없네.”
 

크레인이 서울대공원에서 치악산 드림랜드로 온 것은 2004년이었다. 치악산 드림랜드는 1996년 치악산 아래 27만㎡의 강원도 땅을 빌려 동물원과 놀이기구를 갖춘 테마파크로 문을 열었다. 1990년대만 해도 관람객으로 북적였지만, 2000년대 들어선 시설이 낙후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크레인이 오자마자 드림랜드는 경영난을 겪었다. 2007년에는 전기료조차 내지 못해 단전 조처가 내려졌다. 동물들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마실 물도 공급받지 못했다.
 

모기업인 주식회사 드림랜드는 동물원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30여종 200여마리를 관리하는 사육사는 단 한 명.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먹이를 공급받는 처지에 놓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먹이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드림랜드 사무실의 한 관계자는 “맹수들에게 주는 한 달 닭값만 50만원, 사슴류에게 주는 건초값만 100만원인데 이마저도 감당하기 힘들다. 직원들도 서너 달 월급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눈썰매장과 수영장을 닫는 봄, 가을에는 입장료 수입이 300만원밖에 안 된다. 그가 말했다.
 

“체납 세금만 수십억원이어서 인수할 만한 기업도 없어요. 2015년까지는 이 상태 그대로 갈 거예요. 동물보호단체 지원을 받아 먹이 주면서 끌고 가는 거죠.”

IMG_0036.JPG » 치악산 드림랜드 동물원의 유럽불곰. 비정상적으로 몸이 말랐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동물원의 관람객은 일행을 제외하곤 없었다. 인기척을 느낀 동물들은 사람을 보자 가까이 다가왔다. 당나귀는 입을 내밀고 꼼지락거리고, 일본원숭이는 분홍빛 손을 내밀었다. 유럽불곰 암수 한 쌍은 몹시 말라 있었다. 암컷은 무언가를 토해내고 다시 먹는 행동을 반복했다. 독수리는 날갯짓을 하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조희경 대표는 “올 때마다 저런 행동을 한다. 영양상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드림랜드 땅 임차기간은 2015년까지다. 이 땅을 다시 빌려줄 건지, 동물들은 어떻게 처리할 건지 정부는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자기 부서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답만 내놓았다.

 

공유재산을 담당하는 강원도 토지자원과 관계자는 “위락시설이므로 재산관리 부서가 관광정책과”라고 했고,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민간업체이기 때문에 개입할 만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을 관장하는 원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지난봄 점검 때 동물학대는 없었다. 동물원에서 요청하면 소독약을 줄 수 있다”고 했고, 관광개발팀 관계자는 “앞으로 시설을 어떻게 할지 결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부서에 떠넘기기를 해도 될 정도로 동물원 관련 법·제도는 없거나 흩어져 있다. 야생동물은 환경부, 농장·반려동물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주무부처지만, ‘동물원 동물’을 자기 일로 생각하는 부처는 없다. 환경을 배우는 산 교육장이라고 불리는 곳이 정작 환경보호의 가장 큰 사각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원은 최소한의 관리를 받지만, 민영 동물원은 드림랜드처럼 최소한의 관리 수준에서마저 이탈하곤 한다.

 

그래서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는 민간업체의 동물원 설립과 운영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국내의 민영 동물원은 테마동물원 쥬쥬(경기도 고양), 에버랜드(경기도 용인), 드림랜드(강원도 원주)와 최근 부산시와 협약을 맺고 건설을 추진중인 더 파크 등 네 곳이다. 동물 생태체험장, 이동동물원을 합치면 수십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IMG_0119.JPG » 크레인이 사는 민영동물원을 촬영하는 황윤 감독.

 

드림랜드의 동물들은 잉여적 존재들이다. 근친교배로 태어나 유전자 다양성이 결여된 크레인은 종 보전 가치조차 없다. 동물원에서 그런 생명들이 무수히 만들어진다. 조 대표는 “드림랜드가 2015년 사업을 접으면 그 뒤 동물들은 어떻게 하나?”며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크레인은 이날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와서 머물러줬기 때문이었을까. 어금니를 드러내고 크레인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황윤 감독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두커니 바라봤다.

 

원주/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동물원은 박물관이다?
 
Jak Byul 03 (1).jpg » 크레인의 엄마 ‘선아’가 사육사 안에 누워 있다. 사진=황윤 감독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 252마리를 포함해 약 1200마리의 동물들이 사는 경기 고양의 체험동물원 쥬쥬는 ‘동물원’일까?
 

적어도 법적으론 동물원이 아니다. 국내에서 동물원 설립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과 자연공원법, 개인 또는 민간기업의 경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설립 근거가 있다. 즉 개인이 설립한 쥬쥬동물원은 법적으로 ‘박물관’이다.
 

그러나 동물원에 있는 이들은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야생동물이다. 생명체로서 건강과 질병, 최소한의 복지조건을 충족시킬 제도와 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동물원 동물에 관해서는 법률이 없고, 중앙·지방정부 모두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으며, 관리 의무 역시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하나씩 따져보자. 환경부가 관리감독 기관인 야생동식물보호법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법이다. 그러나 이 법에는 자연에 사는 동물들(wild animals)에 관한 조항이 주로 언급돼 있고, 동물원 동물(captive animals)의 경우 수출입 조건과 곰 사육 등 특정 동물에 관한 조항만 있지 관리나 보호에 관한 기준이 없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관장하는 동물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이 실제 규정하는 동물은 반려동물·실험동물·농장동물이며,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조항은 전무하다. 쥬쥬동물원과 서울시 신당역 동물체험관의 동물 복지와 환경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강원 원주시 치악산 드림랜드에 남은 동물들도 그 어떤 후속 조처도 없이 방치돼 있다. 동물원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책임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가 자체인증제도에 따라 전문가로 구성된 12명의 인증위원회를 구성해 동물원을 방문한 뒤 동물 관리와 건강 관리 프로그램 등을 검사해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의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에 등록된 동물원은 19개이다. 지자체 동물원의 경우 이 협회에서 만든 서울특별시 동물원 관리규칙을 모태로 동물원 자체 실정에 맞게 관리 기준을 조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동물원 동물의 복지에 관련한 규정이 미비한 형편이다.

 

물론 미국과 호주의 동물원수족관협회의 자체인증제도는 매우 권위 있는 제도로 알려졌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 또한 없지 않다. 따라서 동물원 관련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동물원 동물을 동물복지법 안에서 보호동물로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동물원면허법(Zoo Licensing Act)이 1981년 별도로 제정됐다. 이 면허법에 따라 야생동물을 전시 목적으로 12개월 내 7일 이상을 대중에게 보여주려면 동물원 면허를 따야 한다. 관리 기준이 동물복지에 부적합하거나 동물을 부적절하게 취급할 경우 면허는 발급되지 않는다.
 

부산에서도 민영 동물원인 ‘더 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10월 부산시가 제출한 ‘동물원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 동의안’을 심의 의결했다. 협약은 사업자가 준공시점에서 3년 이내 동물원 매수를 시에 요청하면 500억원 범위 내에서 시가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정이 악화되어 운영이 어려우면 시가 매입해준다는 내용이니 애초부터 특혜논란이 있었다.

 

심의 과정에서도 시공사의 규모를 들어 동물원의 적자 운영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사업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경매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윤을 목적으로 동물원을 운영하면 동물복지의 길은 요원하다. 체험관과 동물쇼 등 상업적 상품이 유행하게 되고, 반대로 부도가 나서 방치된다면 ‘제2의 드림랜드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동물복지를 지향하는 동물원 가이드라인과 법률 등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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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isoundmy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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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사퇴했어도, 대선 정국 안철수에 달렸다"

"안철수 사퇴했어도, 대선 정국 안철수에 달렸다"

정치평론가 6인의 진단 "문재인, 민주당 쇄신 제대로 해야"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23 오후 11:36:28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사퇴가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긴 했지만, 야권 지지층이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선 자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사퇴한 안 후보가 오는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일차적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됐고 기존 문 후보의 상승 추이가 있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단일화에 의한 효과는 상쇄돼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우위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짚었다. 사퇴 배경에 대해서는 "협상이 난항을 이루고 이런 상황에 대한 내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김 교수는 "담대한 선택이나 아름다운 양보, 이런 그림이 아니어서, 후보 본인은 결단을 한 것이지만 지지층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관건은 얼마나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역할을 주고, 그 역할을 안 후보가 수행할 것이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안 후보가) 백의종군을 약속했는데 얼마나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하루 이틀 추이를 봐야 할 것 같고, 내일이 중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민주당은 '미안하다' 할 게 아니라 오늘 밤이라도 정치활동을 하고 후보자끼리 소통하는 모양새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교수는 "물론 쉽지 않을 것이고 비관적 전망도 가능하긴 한데, 민주당이 정당 쇄신을 하고 공동정부로서의 국정비전 등을 동반해 가면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도 했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진행자인 정치평론가 김종배 씨는 이후 전망에 대해 "안철수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보다 안 후보의 행동이 더욱 중요해진 국면이라는 지적이다.

김종배 씨는 "중요한 것은 안철수 지지그룹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라며 "일부의 이탈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이탈 표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민주당도 중요하지만 안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 역시 김윤철 교수와 마찬가지로 "소극적 지지 범주로 같이 안 움직이면 어렵고,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지는 않아도 지원유세를 같이 다니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 가운데 안 후보로 유입됐던 사람들은 이탈할 수 있다"며 민주당에 대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안 후보를 '모셔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퇴 배경에 대해서는 "TV 토론 이후부터 꼬여 있었다"며 "지지율이 일정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TV 토론 이후 반전은 커녕 오히려 더 하락했다. 그러니 협상이 더 꼬여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안 후보 측이 상세한 배경을 밝히지 않아 '결단'의 이유에 대해서는 논평을 사양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한 평론가는 이에 대해 익명을 전제로 "안철수에게는 오늘 오전까지 두 가지의 길이 있었다. 여론조사로 끝까지 갔으면 졌을 것이다. 응집력이 높은 문재인 지지층의 역선택으로 자신이 주장한 가상 대결에서도 져서 명분에서도 결과에서도 지는 길이 있었고, 담판을 통해 사퇴하거나 양보해 명분에서는 이기는 길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안 후보의 선택은 현명하고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 평론가는 이후 국면에서 민주당의 과제에 대해 "그 동안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있던 혁신문제, 친노 패권주의가 드러날 것이고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 있어서 '친노'를 청와대 비서관 등으로 임용하지 않겠다는지 이런 기득권 포기, 참여정부와 결별하는 인적쇄신 정도는 나와 줘야 (유권자가) 설득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 기자회견 중인 안철수 후보. ⓒ뉴시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의 평은 더 신랄했다. 박 소장은 안 후보 사퇴의 의미에 대해 "첫째로 단일화 실패이고, 다음으로는 새정치의 실패"라며 "단일화를 통해 박근혜 후보를 극복하려는 (야권의) 의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민주당에 대해 "엄청난 악재에 봉착한 것이다. '1+1'이 시너지를 내도 박 후보를 이길까 말까인데 안 후보는 '드롭'했고 안 후보의 지지자는 흩어질 것"이라며 "문 후보에게는 충격적이고 당혹스런 국면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후보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안는 게 화급한 숙제인데, 간단하진 않을 것 같다"고 야권에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성향의 정치평론가도 <프레시안>과의 통화 첫마디에서 "망했다"고 탄식했다. 그는 "당분간은 어렵다. 안철수를 존중하고, 애지중지하라고 했지 않나.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압박해 내몰면 되나"라며 "안철수 때문에 민주당이 살아난 건데,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니 보따리 내놓으란 식"이라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민주당이 보인 자세를 비판했다. 그는 "안 후보 지지층이 얼마나 실망하고 화가 났겠나"라며 "그 사람들을 끌어안지 못하면 진다"고 덧붙였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반면 안 후보의 지지층은 박 후보보다는 문 후보에게로 갈 것 같다며, 다만 그 전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에 달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위원 역시 "당분간은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가 중요하다"며 "문재인 지지층이야 어차피 투표소에 갈 테고, 안철수 지지층을 끌어안아 투표장에 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한 연구위원은 안 후보 지지층의 선택에 영향을 줄 두 가지 요인으로 '박근혜 변수'와 '문재인 변수'를 꼽았다. '박근혜 변수'에 대해 그는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등 중도 포용이 아닌 보수 행보를 보이면서 중도에 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박 후보를 지지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중도층은 박근혜나 안철수로 가지 문재인으로는 가지 않았던 국면에서, 박 후보의 보수행보로 이 중도층의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은 이어 '문재인 변수'에 대해 "후보단일화 프레임에 가려져 있던 민주당 혁신을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 여기에 따라 안 후보를 지지했던 20~30대들과 '민주당 때문에 문재인 이 못 미덥다'던 사람들이 투표장에 와 문 후보를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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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국민들, 감동부터 실망까지 반응도 제각각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1/25 07:54
  • 수정일
    2012/11/25 07: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통큰 형, 5년을 기다리겠습니다"

[대선올레!] '놀란' 국민들, 감동부터 실망까지 반응도 제각각

12.11.24 15:15l최종 업데이트 12.11.24 16:08l
이규정(jekell)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선언한다"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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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오후 8시 20분에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는 속보가 뜨자 오마이TV 방송팀은 신속하게 생방송 준비를 했다. 진행을 맡은 오연호 대표,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부 팀장과 서해성 작가 등도 속속 스튜디오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밤 10시로 예정되어 있던 오마이TV '대선올레! 특별생방송'은 그보다 2시간 앞선 오후 8시부터 시작되어 밤 11시에 끝났다.

예정보다 2시간 일찍 편성된 특별 생방송이었지만 이번 대선올레도 전국을 비롯해 전세계 38개국에서 시청했다. 단일화 협상이 이날을 넘기면 단일화 자체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안철수 대선후보의 기자회견이 높은 관심을 끌었던 탓이다.

▲ [대선올레!]안철수 후보 사퇴 기자회견 특별생방송 진행자들 왼쪽부터 서해성 작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부 팀장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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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 대선올레를 시청하는 독자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스트림 등을 통해 소셜댓글을 달 수 있고 방송 중 전화를 통해 독자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이날도 수많은 시청자와 독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었다.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았다라고도 했고, 실망했다라고도 했다. 어떤 시청자들은 기왕 단일화가 되었으니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후보 사퇴, 긴박했던 생방송

오후 8시 20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안철수 후보는 "백의종군하겠다"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지지자들이 "절대 안 된다" 하고 소리치기도 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다. 그동안 문재인, 안철수 측의 단일화 협상이 팽팽하게 지속되던 터라 어느 누구도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후보 사퇴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안 후보의 후보 사퇴 선언을 듣고 난 뒤 오연호 대표는 "이 짧은 선언을 하면서 (안철수 후보는) 말을 잇지 못했다"며 "안의 정치인생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라고 평했다.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부 팀장도 "2011년 10·26 서울시장선거 당시 압도적인 지지율의 안철수가 5% 지지율을 보인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양보한 모습이 연상된다"며 "안철수가 큰 인물이다"고 평했다. 서해성 작가는 "이전 어떤 단일화보다도 드라마틱하고 충격적이다. 안철수 답다"며 " 안철수답다는 말을 새로 써야한다. 그는 고도의 인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고 평했다.

▲ 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 교수는 “(안철수 후보에게) 미안하고 안타깝고 아쉽다”며 “혼자 일방적으로 후보를 사퇴했기 때문에 미안하고 50% 이길 가능성 있는 단일화 룰로 승패를 가려봤으면 했는데 안타깝고 단일화과정이 기대만큼 아름답지 못해 아쉽다”고 설명했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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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의 후보사퇴 선언 뒤에 각 대선후보 캠프와 정치권에서의 반응이 쏟아졌다. 오마이TV '대선올레'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의 생중계 카메라를 연결해 각 캠프의 브리핑, 캠프관계자들의 표정과 분위기 등을 전달했다.

오 대표와 서해성 작가, 장 정치팀장은 안 후보의 후보사퇴 이후의 대선 판도를 분석하며 누리꾼들이 생중계창에 남긴 댓글 의견을 전하고 전국, 전세계의 시청자들과 전화연결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전화 출연해 의견을 더했다. 진 교수는 "(안철수 후보에게) 미안하고 안타깝고 아쉽다"며 "혼자 일방적으로 후보를 사퇴했기 때문에 미안하고 50% 이길 가능성 있는 단일화 룰로 승패를 가려봤으면 했는데 안타깝고 단일화 과정이 기대만큼 아름답지 못해 아쉽다"고 설명했다.

"감동했다", "실망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어진 반응들

오마이TV '대선올레!'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놀라움이었지만 놀라움의 결은 달랐다. 어떤 시청자들은 안철수 후보의 통 큰 결심에 감동 받았다고 하고 어떤 시청자들은 "세상을 잃은 것 같다"며 실망하기도 했다.

전화로 연결된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장혜경씨는 "너무 감동해서 많이 울었다. 막판에 너무 실망을 해서 트윗에다가 속상한 글을 올렸었는데 그게 너무 죄지은 것 같아서 일도 못하고 있다"며 "(양보를 통해) 우리나라 정치가 발달할 거라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후보 사퇴에 감동받은 누리꾼들은 댓글로도 의견을 남겼다. 그들은 "통 큰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함께 합니다.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끼는 짜릿한 밤입니다. 안철수 사랑합니다. 정권교체 꼭 이룹시다. #단일화 #통큰결"(hojuguide)라거나 "터키 이스탄불입니다, 안철수 후보 잃어버린 5년을 보상하고 10년간 행복한 나라로 만들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온 몸으로 던져서… 이런 정치인 보신 적 있나요?"(kaliplayer)라며 안 후보를 칭찬했다.

반면 안 후보의 사퇴에 실망한 시청자와 누리꾼도 있었다. 이들은 안 후보 사퇴로 투표의욕이 떨어졌으며 정권교체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가슴이 아픕니다. 통큰 형,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한 분은 안철수 후보였습니다. 5년을 기다리겟습니다. 투표장에 가고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우디에서 보고있습니다"(waffaalee), "저는 감동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큰데… 이상하게 감동적이라는 사람들이 많군요… 저는 안철수가 사퇴해서 안타깝고 정권교체가 멀어지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습니다"(pass5630) 등의 의견이 있었다.

'실망했다'는 댓글이 소개된 후 서해성 작가는 "우리는 안철수를 잃은 것이 아니다. 더 큰 안철수를 얻은 것이다"라며 "박근혜 대세론을 깨부수고 오늘날 야당이 이 위치에 올 수 있게 공을 세운 사람을 우리는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서 작가는 또 안철수 후보의 후보사퇴를 "미래를 위해 온 몸을 던져서 큰 강을 만든 것"이라며 "이제 문재인이라는 큰 배를 미는 것이 민심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 작가의 말처럼 안 후보 사퇴 뒤 대선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감동을 주는데는 실패한 단일화이지만, 버릴 수 없는 두 사람 모두가 살아남는 최선의 한 수 같다는…"(kimminjoo1968), "이제 남은 건 민주통합당이 이에 120% 화답하고 200% 노력하는 것만이 남았다. 잊지마라 민주통합당!"(Sg_borntobewild)와 같은 의견들이다.

대선을 25일 앞둔 지금, 어찌됐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 갑작스러운 안철수 후보의 사퇴에 유권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워낙 다급한 시간에 이루어진 '단일화'지만 오마이TV는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담아냈다. 특히 해외유권자들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엿볼 수 있는 점이 오마이TV의 장점이다. 대선까지 25일, 오마이TV '대선올레!'는 국내·외를 아우르는 다각적인 대선 보도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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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 당상관 벼슬 내린 국내 최고 거목

세종이 당상관 벼슬 내린 국내 최고 거목, 한때는 30m 더 컸다

 
홍경낙 2012. 11. 23
조회수 30425추천수 2
 

홍경낙 박사의 이야기가 있는 나무 ② 용문사 은행나무

1100살 국내 최대 거목, 해마다 은행 15가마 생산하는 활력 유지

나무 부러지고, 복토로 묻히는 등 높이 들쭉날쭉…이웃마을 1200살 '낭군'은 타계

 

gin1.jpg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나이 많은 나무의 하나로 꼽히는 용문사 은행나무. 마의태자가 심었다거나 의상대사의 지팡이를 꽂은 것이라는 등 설화도 많다.

 

인간의 조상인 사람속 유인원은 250만 년 전에야 그 꼴을 갖췄는데, 마지막 공룡이 숨을 쉰 것은 6500만 년 전이다. 공룡이 지구의 주인이던 중생대 쥐라기(1억 8000만~1억 5000 년 전)에는 언젠가 ‘인간’으로 이어질 들쥐만한 야행성 포유류가 갓 번식하던 때였다.

 

한마디로 아이들의 원시시대 그림 3종 세트인 ‘돌도끼 든 원시인, 분출하는 화산, 거대한 공룡’의 조화는 불가능했다는 말씀이다. “그럼, 돌도끼 든 원시인 대신에 뭘 넣으면 좋을까?” 은행나무 하나 그려 넣으라고 알려 주시라. ‘살아있는 식물 화석’이라고 불리는 은행나무(Ginkgo biloba L.)는 1억 7000만 년 전에 살았던 조상 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원시시대부터 살아와서일까? 문화재청이 보고한 수령 1000년 이상 된 노거수 8그루 중 5그루가 은행나무고, 큰 나무 순위 1, 2위에도 은행나무가 올라 있다. 그 중에서도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의 천연기념물 제30호 ‘용문사 은행나무’는 나이와 크기 자랑에 전설과 기담까지 더해져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gin3.jpg »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로 돼 있지만 용문사 은행나무는 한때 지금보다 30m 가까이 큰 67m였던 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키 큰 나무는 ‘공식적(?)’으로 용문사 은행나무다. 그런데 그 ‘높이’가 참 묘하다. 1919년 ‘조선거수노수명목지(朝鮮巨樹老樹名木誌)’에는 이 나무의 키가 63.6m로 되어 있다가 1962년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1962년 12월 3일)에는 60m, 2003년에는 57m, 2005년 측정에는 39.21m, 다시 2009년 자료에는 67m, 2012년 현재 문화재청 자료에는 42m와 현지의 안내문에 41m로 되어 있다.

 

여의봉인가 보다. 이런 널뛰기의 배경에는 고종 황제가 돌아가셨을 때 큰 가지가 하나 부러져 그렇게 되었다거나, 1970년대에 석축을 쌓고 복토를 해서 작아졌다는 등등 그럴 듯한 설명도 붙어 다닌다.

 

용문사 은행나무의 키는 2005년에 연세대 손홍규 교수가 사다리차까지 동원에서 측정한 39.21m가 가장 정확해 보이지만, 바람에 살랑거렸을 나무꼭대기를 1㎝ 단위까지 쟀다고 하니….

 

그리고 두 번째로 큰 나무는 38m의 경남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406호)’로 되어 있다. 하지만, 산림청 녹색사업단에서 주관하는 ‘코리아 빅 트리(Korea Big Tree)’ 프로젝트에는 수고 40m짜리 나무도 10여그루 넘게 적혀 있으니 누구 키가 더 큰지는 더 두고 볼 일이겠다.

 

gin2.jpg » 약 1100살로 추정되는 용문사 은행나무의 가슴높이 둘레만도 14m에 이른다. 밑둥에 혹 같은 것이 달려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의 유래에는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麻衣太子)가 망국의 서러움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손수 심었다는, 혹은 신라의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은 것이 자라났다는 전설도 있다.

 

노거수의 신령함을 반증하려는지 생생한(?) 이야기도 많다. 1907년 정미의병(丁未義兵) 때 일본군의 방화로 절문을 지키던 사천왕전(四天王殿)이 불타 없어졌지만 용문사 은행나무는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부터 ‘천왕목(天王木)’으로 지정돼서 절을 지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나라에 변고가 있으면 소리를 낸다든지, 나무를 자르려고 하면 상처에서 피가 쏟아지고 마른 하늘에 벼락이 친다든지…. 아마 우리나라에서 사연이 제일 많은 나무도 용문사 은행나무가 아닐까 싶다.

 

gin4.jpg » 오래된 거목답게 용문사 은행나무에는 전해오는 이야기도 많이 서려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유명세만큼 몸값도 높다. 2005년 한국방송의 한 예능프로그램(‘대한민국 가치 대발견’)은 향후 200년간 용문사 은행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1조 6884억 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용문사 은행나무로 인한 관광수익이 800억원, 이로 인한 지역경제 창출효과가 1조 6000억 원으로 계산한 데 비하여 용문사 은행나무의 관상수로서의 가격 21억 원, 은행 열매 판매 10억 원, 은행잎 판매 4억 원, 목재 가치 49억 원 등을 합쳐도 84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말 ‘이름 값’이 뭔지 확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 이름 값에 더하여 명예도 있으니, 용문사 은행나무도 관계에 진출했다는 사실이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보은 속리산의 정이품송처럼 벼슬아치로서 세종대왕이 하사한 당상관 정3품 품계를 받았다. 조선시대의 당상관은 왕과 정책을 논하는 자리인 당(堂) 위에 앉을 수 있는 남성의 관직이었으니, 용문사 은행나무에게는 낯선 자리였으리라.

 

은행나무는 암수 딴 그루로 존재하는 대표적인 수종이고, 용문사 은행나무는 아직도 매년 열다섯 가마 남짓한 ‘은행’을 생산하는 암그루이다. 세종 재위 당시면 용문사 은행나무가 대략 500살 전후니 성별을 몰랐을 리 없고, 품격에 맞는 벼슬(정3품)을 주자니 여성은 내명부 후궁이나 가능했을 터이다.

 

어쩌면 신령한 나무에 세속적 잣대가 무의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엄연히 ‘낭군’까지 있었던 용문사 은행나무가 당상관이 된 것은 묘한 느낌을 준다.

 

은행 정자가 헤엄쳐 난자를 수정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

 

 

 

 

지역 주민들이 말하는 용문사 은행나무의 낭군은 용문사에서 14㎞ 떨어진 양평군 지평면 수곡리에 있었던 1200살(?) 먹은 ‘수곡리 은행나무’이다. 임진왜란 전후에 불이나 15일간이나 탄 후에 속이 빈 채로 다시 500여 년 동안 마을을 지켜주며 살다가 지난 2000년에 수명을 다했다.

 

이 은행나무 부부의 금실 덕인지 근방 마을에는 자손이 끊긴 집이 없다고 한다. 살아있을 때 수곡리 은행나무는 매년 4월이 오면 가지마다 수꽃을 주렁주렁 달고 바람이 불면 용문사 은행나무를 향해 화분을 날려 보냈을 것이다.

 

날아간 화분은 용문사 은행나무 암꽃머리에 붙은 화분실(花粉室)로 가서 5개월을 가만히 기다린다. 그리고 그해 9월쯤 적당한 온도 조건이 맞춰지면 화분에서 화분관이라는 이동통로가 생겨나고 그 끝에서 꼬리 달린 ‘정충’이 두 마리 튀어나온다.

 

정충은 나선형으로 배열된 1000여개의 편모를 움직여서 난자를 향해 헤엄쳐 간다. 그러면 약 한달 뒤에 은행이 열고 다음 세대의 준비가 끝나게 된다.

 

gin5.jpg » 은행나무 DNA 분석 : 은행나무 수그루는 2개, 암그루는 1개의 DNA 줄을 볼 수 있다.

 

용문면은 2003년 보도자료를 내어 은행나무 심기운동을 벌이고, 용문사 은행나무에서 종자와 삽수를 채취해서 생산한 묘목 2만 그루를 보급한다고 했다. 이왕이면 암·수 그루를 가려서 보급했으면 좋겠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의 운치를 고약한 썩은 냄새로 망치거나, 물컹물컹 밟혀터진 은행 종의(種衣)로 시커멓게 물드는 보도를 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은행(열매) 생산농가에서 애써 키운 은행나무가 수 그루인 걸 20년이 지난 결실기에야 알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1년생 이하의 어린 묘목에서부터 성별을 구분하면 되는데,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과에서는 이를 위하여 효율적인 디엔에이 분석법을 개발하였다. 손톱만큼의 잎만 가지면, 일련의 화학처리 과정을 거쳐서 그 은행나무가 암 그루인지 수 그루인지 몇 시간 안에 알 수 있다.

 

1000년 넘게 살 텐데 20년이 대수냐 싶지만, 단 서너 시간만 투자하면 그 20년이 두고두고 편할 거라 생각된다. 100년도 살기 힘든 사람의 생각에는 말이다.

 

글·사진 홍경낙/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과 박사

 

■ 이 글은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행하는 잡지 <과학이그린> 2012년 3·4월 호에 실린 것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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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낙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과 박사
 
이메일 : honeutal@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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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캠프 떠나며 "다시 시작하게 되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11/24 11:45
  • 수정일
    2012/11/24 11: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안철수, 캠프 떠나며 "다시 시작하게 되면..."

서울 공평동 안철수 캠프는 '눈물바다'... 송호창 "새정치의 시작"

12.11.23 23:13l최종 업데이트 12.11.24 11:06l
유성호(hoyah35)

 

 

[기사수정 : 24일 오전 11시 7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힌뒤 윤영관 국민정책본부장, 박선숙,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을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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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자, 서울 공평동 안철수 캠프는 '눈물바다'로 변했다.

안철수 후보가 이날 오후 8시 20분 캠프 4층 기자실에서 연 기자회견 서두에 '백의종군'이라는 말을 꺼내자, 기자실에 와있던 자원봉사자·지지자 30여 명은 탄식을 내뱉었다.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 등 캠프 관계자들도 안 후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안 후보가 연신 울먹이는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자, 여성 지지자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 남성 지지자는 안 후보의 연설 도중 큰 목소리로 "안됩니다", "절대 안됩니다"고 외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 관계자 만나 "다시 시작하게 되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힌뒤 유민영 대변인과 포옹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선언한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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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힌뒤 윤영관 국민정책본부장,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조광희 비서실장을 포옹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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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연단 뒤 공보실에서 유민영 대변인, 허영 비서팀장 등 캠프 관계자들과 포옹을 했다. 유 대변인, 허 비서팀장은 연신 눈물을 흘렸다. 안 후보는 이어 6층으로 이동해 캠프 관계자·자원봉사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했다.

이태흥 정책팀장이 안 후보에게 "정책을 만드는 데 힘들었다"고 말하자, 안 후보는 "다시 시작하게 되면, (공약집) '안철수의 약속'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 안 후보는 특별한 말이 없이 캠프 관계자·자원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캠프를 떠났다. 그는 오후 9시 40분께 자택에 도착했다. 안 후보는 24일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숙·송호창·김성식 본부장은 회의를 마치고 오후 9시 30분께 기자실로 내려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박선숙 본부장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맙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조광희 비서실장, 금태섭 상황실장, 유민영·정연순 대변인 등은 연단에서 "고맙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민주통합당 의원 출신인 송호창 본부장은 "끝난 게 아니다, 정권교체 해야지 않느냐"고 밝혀,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도 "오늘 안철수 후보의 사퇴는 새로운 정치의 끝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시작이다, 새 시대를 바라는 거대한 국민의 열망, 꿈을 잠시 미뤘지만 야권단일 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함께 새 정치를 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캠프는 24일 오전 10시 팀장급 회의, 오전 11시 전체 회의를 연다. 본부장 주관으로 여는 회의로, 안 후보는 참석하지 않는다. 캠프를 정리하는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 후보의 최측근인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은 "검산도해(칼로 만들어진 산과 칼로 만들어진 바다라는 뜻으로, 엄혹한 상황을 뜻한다)를 알몸으로 건넌.. 존경하는 친구의 아름다운 도전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늘 '진심'이었습니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진심캠프 기자실에서 대선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뒤 캠프를 떠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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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은 '눈물바다'... "다시 일어설 때 있을 것"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대선후보직 사퇴를 밝힌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안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던 한 지지자가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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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캠프에 앞에서 안 후보의 대선후보직 사퇴 소식을 듣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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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캠프 5층 민원실 자원봉사자들은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에 대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중년 여성이 앉아서 "얼마나 새정치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그만두실 수가 있느냐"고 통곡하자, 한 청년이 옆에서 "안 후보님이 다시 일어서실 때가 있을 것"이라며 위로했다.

40대 자원봉사자는 "불리한 여론조사 방식을 받아 경쟁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컸는데…"며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20대 후반의 자원 봉사자는 울먹이며 "비통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힘내라'고 연락하기도 하고, 정말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2월 19일 안 후보를 찍을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퇴해서 충격을 받았다"며 "안 후보가 단일화 위기로 국민들이 분열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식 본부장이 내려와 이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정리해요?"라고 묻자, 김 본부장은 "아니죠, 후보님이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시잖아요"라고 답했다.

이 여성이 다시 "여기서 전화를 받으면서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분들이 이렇게 많으신 줄 몰랐어요"라고 하자, 김 본부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어려운 줄 알지만 감히 부탁드립니다, 내일도 와서 해주셔야 합니다. 지금부터 힘든 며칠이 앞으로 참으로 소중한 며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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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사퇴, 감동 보다 괜한 걱정이 앞서

백의종군 안철수, 눈물의 의미
안철수사퇴, 감동 보다 괜한 걱정이 앞서

(서프라이즈 / 내가 꿈꾸는 그곳 / 2012-11-24)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야권 후보 단일화 느낌은 어땟을까.

감동은 없었다. 그 대신 놀라움이 앞섰다. 외출에서 돌아와 인터넷에 로그인 한 지 얼마되지 않아 속보가 올라왔다. 안철수 후보가 오후 8시 20분에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여전히 단일화에 대한 입장 표명 정도가 아니겠나 싶었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시간이 거의 없었고 초 읽기에 들어갔으므로, 혹시나 후보단일화를 위한 '담판 소식'이 담겨져 있지않을까 싶은 막연한 기대도 없지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

믿기지 않았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후보단일화 안을 놓고 문재인 후보 측과 열띤 공방을 펼쳤는 데 절충안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사퇴를 선택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백의종군 선언과 함께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는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울먹이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었다. 이런 위대한 결단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 오르고 감동의 물결이 이어져야 마땅했다. 그런데 안 후보의 사퇴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감동 대신 놀라움과 괜한 걱정이 앞섰다. 안 후보의 두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 때문이자, 두 눈을 부릅뜬 것 같은 비장한 표정으로 차분히 읽어 내려간 후보사퇴 기자회견문 때문이었다. 곁에 있던 아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안철수 후보 저런 눈 처음 봐...눈에서 빛이 나..."

안 후보는 지난 9월 19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 내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 당시와 얼굴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당시만 해도 그의 표정은 밝았으며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그러나 최근 그의 모습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고 후보사퇴 기자회견문을 읽는 동안에는 오기가 서린 듯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 그게 정치판의 본래 모습일까. 정치만 하면 사람의 표정이 달라지는 걸까. 아내의 지적이었지만 공감했다.

그가 구세군아트홀에서 대통령 출마선언을 할 때만 해도 천하를 얻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은 '66일 천하'가 되고 만 것이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안철수 후보와 함께 66일 동안 새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66일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안 후보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는 순간 그 희망과 행복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인 지. 안 후보는 66일 동안 현실과 이상을 오가며 깊은 고뇌에 빠졌을 것이다. 그 모습이 후보사퇴 기자회견문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이랬다.

 

 

안철수 후보 사퇴 기자회견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합니다. 단일화 방식은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와 저는 의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제 마지막 중재안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더이상 단일화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많은 상처를 드릴 뿐입니다. 저는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이제 문 후보님과 저는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저는 얼마전 제 모든 것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후보직 내려놓겠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주십시오.

비록 새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의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해주신 캠프 동료들, 직장까지 휴직하고 학교까지 쉬면서 저를 위해 헌신해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 후보의 사퇴 선언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안 읽어본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더 곱씹어 보면 안 후보의 사퇴 의미는 물론 안 후보가 사퇴한 이후, 문재인 후보 내지 민주당이 국민들의 여망인 새정치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지 보다 명확해 질 것으로 사료된다. 안 후보의 일성은 '백의종군'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매우 중요한 선언이다. 안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업적 모두를 버리고 정치에 입문했다.

교수 내지 사업가가 아니라 정치인 안철수로 거듭난 것이다. 웬만한 보통사람들이라면 안주하고도 남을 사회적 지위 전부를 버리고 정치에 올인한 것이다. 안 후보의 이런 결정은 비록 대통령 후보직을 내놓고 사퇴하지만 결코 자신이 내 디딘 정치인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깊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제 그는 대통령 후보는 아닐지 몰라도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안 후보의 눈빛이 달라보인 점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그가 후보직을 사퇴하는 이유는 그 연장선에 있었다. 그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에 부딪쳐)문재인 후보와 의견을 좁히지도 못했고, 자신의 마지막 중재안 조차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가 말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후보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감동 보다 놀라움이 더 큰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문재인 후보와 담판이 아니라 안 후보 스스로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아쉬운 장면이었다.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가진 치명적인 (조직적)약점이 그의 후보 사퇴 선언을 떠밀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는 사퇴 회견이 발표되는 순간까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압박하고, 사람들의 느낌 정도에 따라 협상 보다 협박에 준하는 단일화 협상을 이어가며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거나 실망시킨 것도 사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던 새정치의 벽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게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었다. 물론 이런 협상이 개혁대상 그 자체인 새누리당(박근혜 후보)과 이루어진다면 협상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최소한 겉으로 드러난 안 후보의 요구 사항 전부는 들어주거나 안 후보 측에 일임했다. 단일화 방식이었다.

 

▲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선언을 위해 구세군아트홀로 들어서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러나 안 후보의 사퇴 회견문을 참조해 보면 안 후보는 '도 아니면 모'를 선택했고 차선책은 없었다.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대통령 후보'를 원했던 것으로 보이며, 자기가 (야권의 단일화)대통령 후보가 돼야 만 새정치가 가능하리라 믿었던 것 같다. 무리였을까. 그래서 안 후보는 스스로를 가리켜 다윗이라 칭했으며 민주당(문재인 후보)를 향해 골리앗에 비교하기도 했다.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이라는 정당을 한 순간에 접수(?)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같은 이유로 새누리당을 접수하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안 후보는 사퇴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라며 성원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미련까지 버리지 못했다. 그는 "비록 새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졌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후보 사퇴(단일화) 의미를 퇴색 시키는 한 장면이었다. 안 후보가 언급한 이 말 뜻을 되새겨 보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새정치를 할 수 없는 정당 내지 후보 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진단한 민주당(문재인 후보)은 새누리당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나, 여전히 구태의연한 정치집단이라는 말일까.

 

▲ 자료사진은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선언(9월 19일)을 할 당시 취재한,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 내 구세군아트홀의 표정이다.

안 후보는 후보 사퇴를 통해 백의종군을 말하면서도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지지 표명은 하지않았다. 아쉬운 부분이다. 무소속 후보의 한계에 직면해 후보직을 내 놓았을 뿐인 지. 여전히 대권에 미련을 남기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안 후보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강한 느낌을 여전히 사퇴 선언에 담아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후보 사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통한 새정치에 여전한 미련을 가진 안 후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안 후보의 사퇴로 무거운 짐을 지게 된 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측이다.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된 건 국민들의 안 후보에 대한 새정치 열망이었다. 그 열망에 등 떠밀려 출마선언으로 이어진 게 66일 전이다. 그리고 66일 후 그 열망은 후보사퇴로 이어졌다. 열망이 한 풀 꺽인 것이며,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그 열망 모두를 이루어야 하는 버거운 숙제를 떠 안게 된 것이다. 안철수 후보에게 또 우리에게 66일은 희망의 나날이었으며 행복한 시간이었다. 안 후보가 (대권에)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울먹이며 국민들께 머리를 숙인 이유가 그 때문 아닌가.

답은 명료해졌다. 국민 1인의 괜한 걱정과 노파심과 함께, 66일간 이어진 국민적 열망을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이어가야 한다. 바람이 있다면 사퇴를 선언한 안 후보가 마음을 추스려 문재인 후보와 함께 그 열망을 분담했으면 싶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하겠다는 결심만 선다면 못할 것도 없을 거 같다. 안 후보의 사퇴로 우리 모두의 열망이 전혀 원치 않는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민주.애국 세력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감동 대신 놀라움을 안겨준 안 후보의 위대한 결단이 정권교체와 새정치로 이어지는 놀라움의 연속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내가 꿈꾸는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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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공습한 이스라엘의 노림수

 

무차별 공습에 맞서 싸우는 카쌈로켓
 
[한호석의 개벽예감](38) 가자지구 공습한 이스라엘의 노림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2/11/24 [03:43] 최종편집: ⓒ 자주민보
 
 

식기세척제와 아세톤으로 만든 카쌈여단의 신형 폭탄

30년이라는 짧은 한 생을 불꽃처럼 뜨겁게 살다가 자기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산화한 야히야 아이야쉬(Yahya Ayyash, 1966-1996)를 아는 사람이 이 땅에 얼마나 있을까? 중동의 깡패국가 이스라엘에게는 아이야쉬가 ‘테러범’으로 보일 테지만, 해방과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팔레스타인 인민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아랍민족의 눈에는 그가 영웅의 모습으로 비친다. 우리나라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항일투사들이 일제에게 ‘비적’으로 보였으나, 우리 민족의 기억 속에 영웅으로 살아있는 것처럼, 아이야쉬도 팔레스타인 인민의 기억 속에 바로 그런 모습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야히야 아이야쉬는 이스라엘이 강점한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싸우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Gaza Strip)의 자치정부를 이끄는 하마스(Hamas) 산하 무장조직인 이즈 아띤 알 카쌈(Izz ad-Din al-Qassam)여단의 웨스트 뱅크(West Bank) 지역 대대장이었다.

어려서부터 전자제품이나 기계설비를 수리하는 데 뛰어난 소질이 있었던 아이야쉬는 팔레스타인 영토인 웨스트 뱅크에 있는 비르제이트(Birzeit)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인접국 요르단에 유학하려고 하였으나 이스라엘 정부당국이 그에게 출국허가를 내주지 않아 유학을 포기하였다. 이러한 개인적 좌절이 그를 팔레스타인의 사회정치적 현실에 눈을 뜨게 하였고, 그를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으로 이끌었다. 아이야쉬가 하마스에 가입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이다.

하마스에 가입한 그는 남다른 전자공학지식과 특기를 살려 무기개발사업 책임자가 되었다. 팔레스타인을 강점한 이스라엘의 악착스러운 감시망과 차단벽을 뚫고 하마스가 다른 나라에서 만든 폭약이나 관련물품을 입수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으므로, 아이야쉬는 자력갱생의 정신을 발휘하여 가정주부들이 쓰는 식기세척제와 아세톤을 혼합하여 폭발력이 강한 신형 폭탄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그가 만든 신형 폭탄은 카쌈여단의 공격력을 결정적으로 강화해준 무기로 되었다. 이전에 카쌈여단 전사들은 소형 폭탄 여러 개를 온몸에 칭칭 감고 자폭공격에 나서야 하였으나, 1993년부터는 아이야쉬가 만든 신형 폭탄을 가득 실은 차량을 몰고 돌진하는 강력한 차량폭탄 자폭공격으로 전환하였다. 이 위력적인 신전술은 이스라엘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차량폭탄 자폭공격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스라엘이 그 신형 폭탄을 ‘악마의 어머니’라 불렀겠는가.

카쌈여단이 자기의 공격전술이 그처럼 전환한 이후 이스라엘에게는 아이야쉬가 눈엣가시처럼 되었으며, 이스라엘 국가정보기관 쉰 벳(Shin Bet)은 그를 살해하려고 혈안이 되어 날뛰었다. 고성능 폭약 15g을 넣은 손전화를 하마스 배신자를 통해 아이야쉬에게 넘겨준 쉰 벳의 암살공작단은, 무선신호감청기를 탑재한 정찰기를 팔레스타인 영토 상공에 띄워놓았다가 아이야쉬가 그 손전화로 통화하는 시간을 지상에서 대기 중인 자기들의 지령소에 알려주었다. 지령소는 아이야쉬 통화시간에 맞춰 원격조종으로 그의 손전화를 폭발시켜 통화 중인 그를 현장에서 폭살하였다.

아이야쉬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에는 10만 명에 이르는 애도인파가 운집하였고, 하마스는 40일 추모기간을 선포하였으며, 카쌈여단 전사들은 그를 살해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으로 차량폭탄 자폭공격을 가해 60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입혔다.

화학비료와 설탕으로 만든 카쌈로켓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세계 피압박민족 해방운동사가 한결같이 말해주는 것처럼, 제국주의침략자들이 반제투사를 살해한다고 해서 해방운동사가 자기의 운동을 멈추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만일 반제투사가 전선에서 희생되면, 그 뒤를 이어 투쟁에 나선 수많은 반제투사들에 의해 전선이 더욱 확대하고 강화되는 것은 피압박민족 해방운동의 합법칙적 발전이다. 하마스와 그 산하의 카쌈여단도 그러한 합법칙적 발전경로를 밟아왔다.

이스라엘은 아이야쉬를 살해하였지만, 그의 뒤를 이어 자력갱생의 정신에 불타는 카쌈여단의 전사들이 1990년대에 그가 만들었던 자폭공격용 폭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신형 무기를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카쌈 로켓(Qassam rocket)이다. 이 로켓은 카쌈여단 전사들이 사다리 같이 생긴 간단한 철제 발사대를 들고 다니다가 아무 데서나 세워놓고 발사하는 세계 유일의 수제품 로켓무기다.

카쌈여단이 손으로 만든 그 로켓무기는 농민들이 밭에서 화학비료로 쓰는 질산칼륨과 가정주부들이 부엌에서 조미료로 쓰는 설탕을 섞어 만든 추진제로 날아간다. 그런 수제품 추진제로 날아가는 카쌈로켓의 사거리는 짧은 것이 5km, 긴 것이 20km다. 또한 카쌈로켓은 철공소에서 쓰는 베어링을 넣고 그 주위에 폭약을 채워 넣은 소형 탄두를 탑재하였는데, 탄두 무게는 작은 것이 5kg, 큰 것이 10kg이다.

이 수제품 로켓무기를 2001년 9월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카쌈여단은 2001년 10월부터 2012년 11월 현재까지 카쌈로켓 7,882발, 박격포 4,890발을 이스라엘에 발사하였는데, 이스라엘측에서 사망자는 61명, 부상자는 1,719명이다. 카쌈여단이 카쌈로켓을 여기저기서 밤낮으로 쏘아대면, 피격공포에 질린 이스라엘은 방공호로 대피할 수밖에 없으며, 그로써 이스라엘은 마비상태에 빠지게 된다. 카쌈로켓은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라기보다 적에게 공포심을 주어 적진을 마비시키는 무기다.

피격공포에 질린 이스라엘은 카쌈로켓을 막아내기 위해 미국에게 황급히 도움을 요청하였고, 미국은 2009년에 2억400만 달러를 이스라엘에게 퍼주고 기술을 지원하여 로켓무기 요격체계를 개발하는 사업이 진행되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개발한 로켓무기 요격체계가 2011년 3월 처음으로 실전배치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요즈음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철갑지붕(Iron Dome)’이다. 카쌈여단의 반격을 받고 있던 이스라엘은 2012년 11월 17일 다섯 번째 로켓무기 요격체계를 배치예정일보다 앞당겨 수도권 외곽에 허둥지둥 배치하였다.

‘철갑지붕’이라 부르는 로켓무기 요격체계는 최장 탐지거리가 64km인 방공레이더와 연결되었는데, 방공레이더가 날아오는 카쌈로켓을 포착하면 타미르(Tamir)라 부르는 요격미사일을 곧바로 발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날아오는 카쌈로켓을 명중시키는 게 아니라, 날아오는 카쌈로켓 가까이 날아간 타미르 요격미사일이 자폭한 폭풍파편으로 카쌈로켓을 파괴하는 것이다.

‘철갑지붕’은 카쌈로켓을 과연 잘 막아낼 수 있을까? 카쌈로켓은 화학비료와 설탕을 섞어 만든 추진제로 날아가므로 추진력이 약하며, 따라서 카쌈로켓의 비행속도는 일반 로켓무기의 비행속도보다 더 느릴 수밖에 없다. 또한 카쌈로켓 동체와 꼬리날개는 망치로 두드려 만든 것이어서 발사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스라엘이 ‘철갑지붕’의 카쌈로켓 요격률이 90%라고 주장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 카쌈여단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카쌈로켓을 한 두 발 씩 쏘고 있지만, 만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전쟁에 돌입하는 경우 카쌈여단이 그 로켓을 일제사격으로 한꺼번에 동시다발로 쏘면, ‘철갑지붕’을 간단히 뚫어버릴 수 있다.

이스라엘군이 2012년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카쌈로켓 245발을 요격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그 발표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하루 평균 80발씩 요격한 셈이다. 요격하지 못하고 빗나간 경우도 10% 정도이므로, 실제 발사한 타르 요격미사일은 하루 평균 약 90발씩이다. 타르 요격미사일 한 발은 약 5만 달러이므로, 이스라엘군은 하루 평균 450만 달러에 이르는 타르 요격미사일을 쏘았던 것이다. 그에 비해, 카쌈로켓 한 발은 약 800달러밖에 하지 않는다. 카쌈여단은 62배나 싼 카쌈로켓으로 이스라엘군의 5만 달러짜리 타르 요격미사일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중동지역 반제군사전선 뒤흔든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은 인구 45만 명이 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야간공습을 감행하였다. F-16 전투기를 동원하여 인구밀집도시를 무차별 야간공습으로 파괴한다는 점에서, 깡패국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군사작전이 아니라 명백한 살육만행이다. 이스라엘의 살육만행에 맞선 카쌈여단은 카쌈로켓과 박격포를 몇 발 씩 쏘며 대항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의 전투기 공습에는 속수무책이다. 그 전투기를 격추할 지대공 미사일이 카쌈여단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팔레스타인이 주권국가로 독립하여 정규군을 가지게 되면, 그들도 지대공 미사일을 수입하여 실전배치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군 전투기는 팔레스타인 영토를 함부로 공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독립을 방해, 저지하려고 날뛰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왜 가자지구를 공격하였을까 하는 문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카쌈여단이 이스라엘을 먼저 공격하였기 때문에 대응차원에서 반격을 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말하였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한 것은 가자지구 자치정부를 이끄는 하마스가 최근 정치적으로 고립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제국주의세력은 강적을 피하고 그 대신 약한 상대만 골라 기습하는 야수의 습성이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바로 그런 야수적 습성의 발로다.

그러면, 하마스는 왜 정치적으로 고립되어 이전보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을까? 그 까닭은, 하마스가 이제껏 자기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와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는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하마스의 반제공동전선에서 하마스가 한 걸음 벗어난 것이다.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하마스의 반제공동전선에서 하마스가 한 걸음 벗어나 공동전선이 흔들리게 된 원인은, 시리아 내전에 있다. 미국은 시리아의 아싸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시리아 반정부세력의 폭동을 배후에서 조종, 지원하고, 그들의 폭동을 내전으로 격화시켰는데, 시리아 내전의 대결구도는 아랍민족권의 양대파벌인 수니파(Sunni)와 시아파(Shi'a)의 대결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다.

원래 아랍민족성원 가운데서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수니파고, 시아파는 소수다. 그런데 이란이 유일하게 시아파가 다수인 아랍나라이고, 시리아는 소수인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다수인 수니파를 통치하는 아랍나라이고, 헤즈볼라는 시아파 무장정파다. 그래서 이란은 시리아의 아싸드 정권과 헤즈볼라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이란과 시리아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군사력을 줄곧 강화하여, 지금은 이스라엘과 맞서 싸워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 헤즈볼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교전단체다.

여기서 눈여겨보는 것은, 시아파 정치세력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무장을 들고 싸우는 반제투쟁에 아주 적극적인 반면, 수니파 정치세력은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심지어 친미화된 경우도 흔하다는 사실이다. 그와 달리, 수니파 무장정파인 하마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는 반제투쟁에 전력해왔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단합하여 중동지역에 강력한 반제공동전선을 구축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리아에서 시아파 정권과 수니파 반란군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내전이 일어났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주민들은 수니파이므로, 자연히 시리아의 수니파 반란군을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가 가자지구 주민들 사이에서 생겨나게 되었다. 그런 주민들을 무시하고 하마스가 이전처럼 시리아의 시아파 정권과 밀착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자, 이란은 당연히 아싸드 정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지, 옹호하게 되었지만, 하마스는 아싸드 정권과 반란군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시리아 내전은 내전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반제공동전선에서 일어난 반제세력 대 제국주의세력의 격렬한 무력충돌이다. 그래서 이란은 반제공동전선을 함께 구축한 하마스가 당연히 아싸드 정권을 지지, 옹호할 줄 알았으나, 하마스는 시리아 내전에 대해 어정쩡한 중립을 지켰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하마스의 중립적 태도에 실망한 이란은 2011년 8월 하마스에 보내주려던 3억 달러의 원조금을 중단하면서, 하마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다른 소수파 무장세력인 이슬라믹 지하드(Islamic Jihad)와 유대를 강화하였다. 그러자 하마스는 이란 및 시리아의 아싸드 정권과 갈등관계에 있는 수니파 나라들인 이집트, 터키, 카타르와 유대를 강화하였다. 이란이 3억 달러의 원조금을 중단하면, 하마스는 45,000명에 이르는 자기 성원들에 대한 생활비를 지급하지 못한다.

하마스의 적인 이스라엘이 그처럼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구도라는 외피를 쓴 시리아 내전의 영향에 휘말려 뜻하지 않게 발이 묶인 하마스가 진퇴양난의 질곡에 빠져든 사정을 간과할 리 만무하였다. 이스라엘은 2012년 11월 14일 이동 중이던 카쌈여단 사령관 아흐메드 알자바리(Ahmed al-Jabari, 1960-2012)의 탑승차량을 전투기에서 기습적으로 발사한 정밀타격미사일로 폭파하고, 가자지구에 무차별 야간공습을 퍼부으며 광란하였던 것이다.

승리는 또 다시 반제군사전선에게 돌아갔다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 고립된 하마스를 반제공동전선에서 완전히 이탈시키려는 간교한 계락을 실행에 옮겼으나 실패했으며,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도 사실상 실패하였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하마스가 반제공동전선을 이탈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도 카쌈여단의 강력한 반격과 아랍민족권 내부에서 폭발한 반이스라엘 연대투쟁, 그리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살육만행을 규탄하는 국제적 압력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정전중재안을 놓고 카이로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게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하고, 하마스 요인암살과 가자지구 무력침공을 중지할 것을 정전조건으로 제시하였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에게 가자지구에 자기들이 불법적으로 설치해놓은 봉쇄수단인 ‘보안장벽’에 접근하지 말 것과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통하는 지하갱도시설로 무기를 반입하지 말 것을 정전조건으로 제시하였다.

그처럼 상충되는 정전조건을 놓고 쌍방이 어떤 합의점을 찾을지 알 수 없으나, 2012년 11월 20일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정전에 합의하였다고 자신만만하게 발표한 반면, 이스라엘은 아직 정전협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것은 정전이 임박하였음을 알려준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정전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발표한 까닭은, 그들이 이집트의 정전중재안에 대해 최종 답변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막바지에 이른 정전협상에서 전전긍긍하는 것은 패배를 자인한 것이며, 더욱이 공격자인 이스라엘이 정전협상에 나온 것 자체가 자기들의 정치군사적 목적달성에 실패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는 아랍민족의 반제군사전선은 가자지구 방어전에서 또 다시 전술적 승리를 쟁취하였다.(2012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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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결국 대한민국 대통령”

 

“중요한 것은 결국 대한민국 대통령”
한반도평화포럼 3주년 기념식과 특별대담 열려
 
 
2012년 11월 23일 (금) 19:44:11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 한반도평화포럼 창립 3주년 기념식이 23일 63빌딩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중요한 것은 한국 대통령의 평화통일 철학과 실천의지입니다.”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은 23일 한반도평화포럼 창립 3주년 기념식에서 “이제 다시 한미 양국이 협력해서 한반도 정세를 전환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동원 이사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세쿼이아룸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오바마 정부 1기의 4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면서도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임 이사장은 “1989년 이후 한미 양국의 전향적인 민주당 정부가 함께 집권한 시기는 3년에 불과하다”며 “1998년에서 2000년, 그 소중한 3년 동안 우리는 미국을 설득하여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했다”고 상기시키고 “중요한 것은 결국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 이사장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세 가지”를 거론하면서 먼저 “중단된 화해협력 프로세스를 재개하고 촉진하여 남북연합단계에 진입해야 한다”며 “사실상의 통일 상황 실현”을 꼽았다.

이어 “경제협력을 활성화하여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을 확대 발전시키고, 북한의 지하자원을 공동개발하고, 한반도철도를 중국 시베리아철도와 연결하여 유라시아, 유럽으로 이르는 물류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할 비핵화와 함께 군비통제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하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부터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원 이사장은 “한반도평화포럼은 지난 3년간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해왔다”며 “특히 올해는 ‘2013년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분야 비전과 과제’라는 정책보고서를 만들어 제 18대 대통령 후보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 이종석 한반도평화포럼 상임이사가 ‘2013년 체제를 위한 한반도평화포럼의 제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반도평화포럼 상임이사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평화포럼에서 4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4대 목표와 10대 과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2013년 체제를 위한 한반도평화포럼의 제언’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당면 정책목표’로서 제시된 4대 목표는 △‘한반도 경제시대’의 개척을 통한 제2의 경제 도약 △한반도 긴장의 완화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남북 간 군사적 대결의 실질적인 종식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국방태세의 확립이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정책방향과 추진과제’로서 제시된 10대 과제는 △평화-경제-안보가 선순환하는 평화.공영의 남북관계 구축 △남북관계의 발전과 제도화 추구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 추구 △북핵 해결-남북관계 개선-한바도 평화체제 구축의 동시 구축 △북한인권 및 인도주의 문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 △균형외교의 추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국방체계 구축 △국가정보 역량의 강화 △국가위기관리 기능의 회복과 발전 △국민합의에 기반을 둔 통일외교안보 정책결정 체계의 구축이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5.24조치와 남북경협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북한 인권 문제 △서해 NLL문제 등 18개의 쟁점과 과제, △김정은 체제 평가 △한미동맹과 반미의식 등 9개의 ‘현황파악 및 관점’을 ‘쪽집게 과외’식으로 해법을 담았다.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는 “현재 북한 지도부나 주민들이 김정은 후계 체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일 시대의 폐쇄성과 교조적 성격에 비해 긍정적 모습을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눈길을 끌었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며 불신하고 있으며, 국민여론도 마찬가지”라며 “국민의 합리적 의심을 해소해줄 국회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백낙청 공동이사장을 좌장으로 문재인.안철수 후보 입장을 대변하는 문정인 교수와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이 특별좌담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기념식은 2부는 ‘2013년 평화.공영의 시대를 향하여’를 주제로 특별좌담으로 진행됐으며,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을 좌장으로 문재인 후보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안철수 후보 통일포럼 위원인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문정인 교수는 특히 “평화문제의 핵심은 북핵 문제인데, 북핵 문제는 기본적인 생각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병행 추진한다는 생각을 (문재인 후보가) 갖고 있다”며 “북핵 문제는 핵 시설, 핵 프로그램, 핵 물질, 핵 탄두 4가지가 있는데... 이 4가지를 동시 타결하기 상당히 어려울 수 있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 교수는 “핵 시설, 핵 프로그램, 핵 물질 이것은 불가역적으로 검증가능한 폐기를 완전히 하고 핵탄두 폐기 문제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한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에서 해결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 핵탄두 문제는 위험한 거니까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 역시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평화체제 문제를 연계하지 않고 동시병행적으로 선순환적으로 이뤄내겠다는 큰 그림이 있다”고 전제하고 “중요한 목표는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소홀히 되어 왔던 통일 문제를 본격적으로 정책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며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진전시켜서 남북연합단계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백 연구위원은 “핵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평화체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우선 남북관계가 잘 돼야 한다”며 특히 “1세대 이산가족은 임기 중에 반드시 상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TV토론에서 차이점이 드러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공식 확인을 회담에서 하면 된다”며 “전제조건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으며, 서해 NLL(북방한계선)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NLL이 해상불가침 경제선이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기반 속에서, 다시 포격을 않하겠다는 최소한의 양해(언더스탠딩)를 하고 실질적인 공동어로사업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백낙청 이사장은 “NLL을 북에게 인정하라고 하면, 그런 전제조건이 제시되면 대화가 개시돼도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후보와 확연히 다른 입장”이라고 평가하고 “대화를 개시해서 대화가 잘 진행되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NLL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언더스탠딩 정도라면 문 후보와 다르지 않겠다”고 절충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 이날 기념식에는 대선후보들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만 참석했다.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임동원 공동이사장, 이희호 여사, 백낙청 공동이사장, 심상정 후보.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협상으로 인해 불참했고, 심상정 민주정의당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해찬 전 총리,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축사를 했으며, <오마이뉴스>에 방북기를 올려 화제를 모았던 재미동포 신은미 성악가가 ‘아리랑’ 등의 축가를 선사했고,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이사가 감사인사를 전했다.

기념식에는 한명숙 전 총리, 정동영,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홍익표, 유승희 민주당 의원,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의장,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희호 여사는 축사에서 “지난 5년 남과 북 사이에 많은 것이 막혀버렸다”며 “다시 정상적인 화해협력의 남북관계가 되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 달 대통령 선거가 있다”며 “남북화해 정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정부가 세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6.15와 10.4선언이 뿌린 평화의 씨앗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다린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날 3주년 기념식을 가진 한반도평화포럼은 2009년 9월 창립됐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북포용정책을 주도했던 전직 관료들과 전문가들, 단체 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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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왜 이렇게 국민 힘들게 해?!

"누가 돼도 박근혜에 질 것 같은 끔찍한 육감이…"

[30대, 정치와 놀다]<16> 문재인-안철수, 왜 이렇게 국민 힘들게 해?!

여정민 기자,박세열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23 오전 11:29:24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만나 '국민'에 약속한 후보단일화 데드라인인 26일을 사흘 앞둔 23일 오전까지도 양측은 단일화 룰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만에 하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러다 후보등록 전까지 단일화가 안 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감도는 상황이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약속했던 두 후보 입장에선 '유구무언'일 따름이겠지만, 단일화가 결코 쉽지 않은 정치 과정이라는 점에서 후보들 탓만 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단일화 뿐 아니라 단일화 이후 역시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따르는 정치 과정일 터, 야권을 지지하는
일반 유권자들이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어쩌면 당장의 단일화 룰의 유불리 못지 않게 중요한 '변수'다.

<프레시안>이 지난 해 4월 총선 직후부터 1년 반 가까이 계속해 온 정치 방담 '30대, 정치와 놀다' 참여 패널들 역시 단일화 국면을 애태우며 바라보고 있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미 지지후보를 정한 이들도 있었다. 20일 저녁 여의도 모처에서 있었던 방담을 통해 거듭 확인된 건 단일화 못지 않게 단일화 이후 양측 지지자들의 마음을 끌어모으는 게 중요하며, 이 과정에 실패할 경우 결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편집자


참석자 소개

송새벽
: 나이 서른 셋.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태권 : 나이 서른 일곱.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셋.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안철수 지지자.

임재범 : 나이 마흔. 열한 살(아들), 여덟 살(딸), 두 살(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문재인 지지자.

한예슬 : 삼십대 중반의 미혼녀. 자유기고가. 부모님을 포함해 주변에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많은데 본인은 느슨한 안철수 지지자.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셋. 나이 순으로 프레시안 1(마흔.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2(서른 넷, 싱글남), 프레시안 3(서른 둘, 갓 결혼한 새신부))가 함께 했다.


 

지난 6일 후보 단일화 협상을 위해 단독회동을 가진 문재인,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 박근혜 대세론 무너뜨린 것만 해도 큰일 한 것"

프레시안 : 임재범 씨가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커밍아웃'을 했군요. 이태권 씨는 그전부터 '안철수 지지자'였죠. 나머지 분들은 아직 특별히 결정을 내리거나 하지는 않으신 것 같지만, 약간 한 쪽에 쏠려 있을 수도 있겠고요. 임재범 씨는 원래 안철수 쪽에 마음이 가 있었던 것으로 알았는데 잘못 알았군요. (웃음)

임재범 : 예전엔 막연히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지지를 (문재인으로) 결정하게 된 거죠. 왜 그렇게 됐냐고 물어보고 그러겠네? 다른 게 아니고 선거전이 돌아가면서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건 개인적인 결정이잖아요. 전 개인적으로 노동 문제를 가장 중시해요. 후보들 발언, 정책 나오는 것을 죽 봤는데, 박근혜는 아닌 것 같고, 참신하고 뭔가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처음엔 안철수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맞죠. 고해성사하는 것도 아닌데.(웃음) 디테일하게 가는데 노동 문제로 들어가니까 안 후보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왔어요. 그게 제일 결정적인 거였어요. 문 후보는 아주 전문적인 내용으로도 바로 토론을 해도 될 정도로 깊이 있게 알더라고요. 노동을 깊이 안다는 것,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동은 단순히 노사관계 문제라기보단, 사람의 문제잖아요. 먹고 사는 문제, 민생의 문제죠. 그래서 저는 문재인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새벽 : 두 후보 모두 노동 정책이 빈약하다는 평가도 있던데요.

임재범 : 부족하다는 보도가 있었죠. 디테일하게 들어가보니, 얘기가 좀 통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말이 좀 되고. 지금도 노동 쪽에서 보면, 내용이 굉장히 디테일해요. 참여연대에서 최저임금 가지고 평가했을 때도 좋게 나왔고.

이태권 : 안철수도 노동 정책이 보강이 됐다고 봐요. 물론 당에서 하는 것과 비교하면 역량이 떨어질 수 있죠. 그러나 안철수는 노동을 좀 다각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 같아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봐요.

임재범 : 제가 결정적으로 봤던 게 (안철수는) 노동자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더라고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처럼 보인다는 거죠. 이게 무슨 소리인가.(웃음) 그건 노동이라는 말의 역사성을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 한국노총에 가서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의 날로 바꾸고, 매년 행사에 참석하겠다. 이런 얘기를 해서 좀 바뀌긴 했구나 생각은 들더라고요. 공부를 좀 했구나 하는 느낌. (웃음)

프레시안 : 이태권 씨는 왜 안철수 지지로 마음을 굳히게 됐나요?

이태권 : 솔직히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문재인 보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문재인이 되면 정권 교체를 하는 의미가 있겠는데, 안철수가 되면 그 효과라는 게 있잖아요. 한국 정치를 쇄신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안철수 현상'의 입장에서 여전히 보는 거죠. 실제로 대통령 직을 수행한다고 보면 지금 부족한 것이 많겠지만, 학습 능력이 빠르고, 상황 주도 능력은 좋은 것 같아요. 제 3후보가 조직도 없이 힘든데, '꼼수'라는 얘기까지 들었지만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그것만 해도 뛰어나다고 봤어요. 어떤 '현상'을 만드는 것은 안철수가 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당선되면 새누리당 포함한 정계 개편이 되지 않겠어요? 정치판을 흔들기 위해서는 안철수가 되는 것이 맞다고 보는 거죠. 정책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제가 예전에 주장을 해왔던 것인데, 수평적 네트워크 체제를 중점으로 두고 있어요. 그런데 집권 후에 이것을 운영할 할 때 어떨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임기 내내 실험을 해야 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 사회, 한국 정치 전반에 쇄신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임재범 : 저도 그런 비슷한 부분을 느끼는 게,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박근혜에 아무도 대항마가 못 됐잖아요. 굉장히 답답했었죠. 민주당은 자기들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들이 됐고, 총선 때도 그랬잖아요. 그런데 안철수가 부상하면서 희망을 줬어요. 저는 처음에 걱정했던 게 안철수가 바람을 일으켜서 박근혜와 손잡으면 어떡하지?(웃음) 그런데 어찌됐든 박근혜 독주를 막는데 안철수 현상이 굉장히 역할을 많이 했다고 봐요. 그것은 국민들 전체에서 봤을 때 기쁜 일이예요. 박근혜를 어떻게 꺾을 수 있을까 답답했는데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그건 정말 큰일을 했다고 봐요.

프레시안 :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칭찬하네요.

임재범 : 저는 대선이 재밌게 됐다고 봐요. 이명박-정동영처럼 갈까 걱정했는데, 그게 깨졌죠.

프레시안 : 송새벽 씨는 마음 정하셨어요?

송새벽 : 고민 중이네요. 원래 안철수가 안 나오고 그냥 '멘토'로 있어주길 바랐던 사람인데. 안철수가 정치판에 등장해서 욕 먹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이 있었고, 그게 아직도 망설이는 요인이 되는 것 같아요.

이태권 : 안철수, 엄청나게 욕 먹고 있어요. (웃음)

송새벽 : 정치인 안철수가 아니라, 사회에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는데요. 과거에도 그렇게 말했죠. 그런데 신문을 보면서 그래도 만약 안철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대한민국 정치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좀 판을 흔드는 역할을 해도 좋겠고요. 어찌됐든 둘이 합쳐서 하는 게 맞다고 봐요. 합치는 과정에서 '누구를 선택해라' 하면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알아서 결정해서 한 명이 되면 좋겠어요.

프레시안 : 안 합쳐질 수도 있잖아요?

송새벽 : 안 합쳐져요? 선거를 해야 되나? (웃음) 둘 다 싫지는 않아요. 지금도 호감은 안철수에게 있어요. 문재인의 경우는 처음에는 그렇게 봤어요. 비서실장 이미지가 강하니까. 앞에서 리더로 나서는 게 좀 걱정스럽게 생각했는데, 최근에 하는 것 보면, 좀 멋있는 것 같아요. 슬슬 리더가 되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따지고 보면 문재인도 정치 경험이 없었던 사람이죠. 정치 안하겠다고 한 사람을 끄집어낸 것인데.

이태권 : 문재인은 장악력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안철수는 노무현처럼 연설을 잘한다. 이런 것은 없는데, 그래도 후보 본인이 뭔가 컨트롤하는 모습이 있어요. 그런데 문재인은 과연 자기 측근 그룹을 컨트롤하는 사람인가, 의심이 좀 들어요. 이런 데 대해서 아직 믿음을 못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재인 지지율 왜 오를까...맏형론? 조직력?

프레시안 : 최근에는 문재인 지지율이 오르는 게 조금씩 보여요. 물론 일부 여론조사지만.

이태권 : 안철수가 지지율을 그렇게 유지하는 게 이상한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권위에 약하고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데 되게 많이 왔다. (안철수 지지율이) 사상누각이 아니라는 느낌이 오히려 드는 거죠. 최근에 '맏형론'이 (문재인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좀 미친 것 같고.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이 좀 이상해요. 과거에 비해 (안철수 지지율이) 너무 많이 떨어지는 거죠. 의도적으로 조작을 하는 건 아니라고 보지만, 전체적으로 당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동원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추정인데, 민주당은 아니라고 하지만, 민주당원들 호남에서 차 사고 난 것을 보면, 조직이 막 움직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아닌가요.

프레시안 : 특별히 여론조사 흐름이 뒤바뀔 일이 없었는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지지율이 올라가더라고요. 궁금해서 물어보면, 문재인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안철수가 기대에 못 미쳐서 그런 것 아니냐. 그런데 그것만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누구로 단일화가 될 것 같을까. 가장 관심이 많은 주제인데요.

임재범 : 단일화는 하겠죠.

이태권 : 정권 교체가 시급하다는 게 대다수의 생각인데, 문재인 쪽에는 굉장히 호전적인 지지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임재범 : 제가 보기에는 반대인데.

프레시안
: 양쪽 다 있죠.

이태권 : 제가 보기엔 결이 좀 달라요. 문재인 지지자는 여러 번의 선거에 직접 참여해 온 뿌리 깊은 역사들이 있죠. 조금 멀리 가면 노사모부터 시작하는 건데, 안철수 지지자들은 조금 달라요. 제가 어떤 안철수 지지자를 만났어요. 20대인데, 자기는 안철수로 단일화 안 되면 박근혜를 찍겠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새누리당을 지지했고, 집안이 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인데, 여기까지 온 거예요. (안철수 지지자들 중엔) 정치적 무관심층이었던 사람, 심지어 새누리당 지지자였던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기존 정당이 다 싫고, 민주당도 싫어서 온 것이거든요. 내가 왜 민주당을 찍어야 하느냐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한예슬 : 그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안철수라는 콘텐츠에 젊은 사람들이 익숙한데다, 정치판에 무관심했거나 회의적이었거나 실망했던 사람들이 (안철수라는) 개인으로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안철수가 기존 판을 바꿨다는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본 거죠.

임재범 :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를 찍을 건 아니잖아요.

이태권 : 아뇨. 그게 섞여 있어요. 제가 놀랐던 게, 우리 모임이 하나 있는데, 그 사람들 중 야권 성향이었던 사람들은 '문재인 되면 문재인 찍어야지' 하는데, 그 20대 친구는 단일화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도 화를 내더라고요. 안되면 투표를 포기한다는 게 아니라 박근혜를 찍겠다는 거죠. 문재인 책은 있는지도 모르고, 안철수 책은 다 읽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어찌됐든 민주당이 더 싫다는 거예요. 저도 놀랐어요. 안철수 지지자들의 스펙트럼이 그렇다는 거죠. 그게 '극성 지지자'들의 결이 다르다는 것의 의미예요.

프레시안 : '팬덤' 같은 거네요. 그래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좋아는 하지만 투표장에는 적극적으로 나가는 사람들일까 하는 의구심은 좀 들죠.

한예슬 : 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만약 정치판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들은 (투표장에) 아예 안 나갔겠죠. 팬덤이고, 의리라고 생각해서 그게 투표장으로 나가는 동인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이태권 : 안철수가 '한국 정치를 쇄신해야겠다' 하는 것으로 팬덤을 몰고 간 것은 잘한 것 같아요. 한국 정치 역사상 정치 쇄신이 메인 이슈로 된 적은 없었잖아요. '나 안철수 팬이예요'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정치 쇄신'이라는 명분을 준 거예요. 그래서 안철수 지지자들 결기가 넘치는 거죠.

임재범 : 안철수가 복지, 경제민주화에서 '정치 쇄신'으로 흐름을 바꿨죠. 정치 무관심층이 살아나면서 대선을 재밌는 쪽으로 가져가는 게 안철수가 한 역할이죠.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역할만 해도 굉장히 잘 했다는 거죠. 이명박 정부 처음 들어올 때는 잘 몰랐죠. 김대중, 노무현 시절도 개인적으로 짜증나는 시대였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오고 겪어보니까, 아, 그 때가 나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명박에서 박근혜라니. 이명박이 뉴라이트 스타일이라면 박근혜는 군부독재, 민정당, 공화당 스타일인데, 더 갑갑한 거예요. 민주당이 잘 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지금 민주당이 과거 구 민주당 사람들, 그리고 시민사회, 그리고 노동계 일부 이런 게 섞여서 통합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예요. 안철수의 쇄신 요구로 민주당이 인적쇄신으로 밀고 가게 됐잖아요. 친노 9인 사퇴, 이해찬 지도부 전원 사퇴. 그 쪽으로 갔는데, 제가 보니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부글부글 끓는 사람들이 많아요. 문재인 지지자들 중에서요.

프레시안 : 남의 당에 이래라 저래라 한다?

임재범 : 그렇죠.

프레시안 : 안철수로 단일화되면 그 '부글부글 끓는'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임재범 :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민주당 사람들, 대체로 투표하면 다 투표장에 나가는 사람들이에요. 나가면 어떡하든 (야권을) 찍어요. 그렇다고 해도,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거죠. 친노 세력이 특히 그렇겠죠. 소수의 극성 지지자들이요. 요즘 문재인이 '대인배'라는 얘기 많잖아요. 그런 것들이 자꾸 퍼지면서 역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 아닌가 싶어요.

이태권 : 문재인 캠프가 민주당 경선하면서 재미를 좀 봤잖아요. '룰 양보한다' 이런 식. 그런 게 한국 사람들 정서에 맞는 것 같아요. 원래 그렇다기보다 민주당 경선 때 학습된 것 같기도 하고.

프레시안 :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 노무현도 그랬죠.

임재범 : 저는 어떻게 보면 문재인 지지로 바뀐 사람인데, 문재인 개인은 사람이 좋다, 그런데 주변에서 (안 좋게) 그렇게 만든다는 거죠. 그러나 지금 리더십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정리해나가면서 측근을 통제하는 힘도 커지고, 비서실장에서 리더로 점점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한예슬 : 저도 문재인에게 그런 느낌은 받았어요. 원래 별로 문재인을 안 좋아했거든요. 문재인을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이 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굉장히 좋은 사람이래요. 술도 잘 마시고. (웃음) 사람은 좋은데 문재인 개인 이미지를 보면, 리더십, 카리스마가 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있었죠.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 아니고 해서 오히려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했죠. 안빈낙도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하고, 그리고 끌려 나와서, 지금 무거운 짐이 지워졌는데, 주어진 짐을 팽개칠 사람 같지는 않아요. 이제는 그 책임감도 느낄 거고, 책임을 지기 위해 발동을 걸고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이 들어요. 더 일찍 이런 행보를 했다면 사람이 더 '숙련도'가 높아질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들고요.

제 주변은 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인데요, 특히 어머니 주위에 박근혜 지지하는 분들은 '이제는 여자가 나와서 할 때가 됐다'고 해요. 할머니들은 '박근혜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데' 하는 거죠. 저희 아버지는 새누리당을 지지하셨는데 또 박근혜는 싫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누구 찍으실 거냐'고 하면 말을 안 해주세요.

이태권 : 문재인 리더십 얘기를 조금 더 할게요. 인적 쇄신 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래 보이지는 않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과연 문재인이 당을 장악하고 있나. 하는 의심은 여전히 드는 거죠.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손발 다 자르고 대선 후보가 어떻게 대선을 치르나'라면서 '문재인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요.

이태권 : 자기 사람 있어야죠. 그런데 백의종군을 해서 돕든가 해야지, 문재인 캠프에서는 여전히 잡음도 있는 것 같고 그래요.

임재범 : 단일화 시작 국면 이후에,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안철수 측이 떼를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 아닌가 해요. 인적 쇄신 요구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단일화 본질과 상관 없을 수 있거든요. 크게 보면 상관 있겠지만 민주당 당원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뽑은 최고위원인데, 너 나가, 너 나가 하는 게 왜 그러느냐'는 거죠. 지지율이 좀 흔들릴 때 그런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친노는 예를 들어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하면, 그렇다면 MB 정부에 있던 사람(이태규)은 괜찮냐 하는 거죠.

이태권 : 제가 봐도 이태규 카드는 별로 실익도 없는 것 같아요.

임재범 : 그런 게 먹히는 거죠. 그런 혼선들을 보면 안철수가 아마추어리즘이 없다고 할 수 없죠.

문재인은 지지자들이 안티고, 안철수는 캠프가 안티다?

이태권 : 제가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적어도 (안철수) 참모들 사이에 알력다툼은 없는 거 같아요. 후보가 조직을 잘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캠프 내 아마추어리즘 관련해서) 요즘 보면, 문재인은 (친노 등 소수 열성) 지지자들이 안티고, 안철수는 캠프가 안티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나네요.

프레시안 : 지금 안철수의 경우 논란을 일으켰던 이슈들은 모두 후보가 제안한 안들이지, 캠프에서 뭘 잘못해서 논란이 되는 경우는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사소한 부분에서도 후보가 좀 흔들리면 결과적으로 더 안 좋아 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태권 : 이를테면 국회의원 정원 축소, 저도 별로 좋은 생각으로 보지 않거든요. 오히려 국회의원 수는 늘리면서 특권을 뺏어야 하는 건데, 저도 '왜 저런 말을 하지' 했는데, 인터넷에는 좋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프레시안 : 그런 류의 제안에 대해 즉자적으론 사람들이 속시원해하지만,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결과적으로 '아마추어리즘'으로 비춰면서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이태권 : 저는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을 한 1000명으로 늘리면 좋겠어요. 그래서 경쟁을 붙이고요.

프레시안 : 국회의원 월급을 절반으로 줄인다. 이런 것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국회의원 세비가 대중의 공분을 사는 걸로 치면 제일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임재범 :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이 좀 다른데요. 의원정수를 줄인다. 이런 것은 신중하게 봐야 해요. 입법, 행정, 사법부가 있는데, 입법부의 예산이 행정부, 사법부를 견제할만큼 적절한가. 세비가 월급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사람들보다 많죠. 일을 하는데 있어 예산이 없어서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안 좋은 것이죠. 못하면 못 하는 걸 질책해야지, 그냥 '월급 뺏어'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인가요. 그러면 결국 제일 좋은 게 누구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행정부 관료들이에요. 행정부가 강화되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마이너스가 되죠.

이태권 : 동의하는데 일의 선후가 있는 것 같아요. 기존 기득권을 깨줘야 한다는 거죠. 의원 줄이는 것은 반대지만 질서는 좀 흔들려야 해요. 저는 국회의원을 늘리고 특권을 줄여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정말 돈 있고 할 일 없어서 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안 하려고 하겠죠.

임재범 : 저는 특혜, 특권 줄이는 게 좋다고 보지만, 자칫 하면 아이 씻긴 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린다고,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어디까지 특혜, 특권으로 봐야 하는지, 잘 살펴서 줄여야죠. 예전에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한 대형 노조에서 '위원장에 당선되면 차가 나오고 기사가 나오는데 다 반납하겠다'고 공약을 해서 당선이 됐어요. 그런데 6개월도 못 갔어요. 넉다운 됐죠. 감당을 못하는 거예요. 조합원 만나고 전국을 돌면서 일해야 하는데, 잠도 모자라고, 나중에 쓰러졌다는 거죠. 그래서 일은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일반 국민들이 '정치인 놈들 다 쓸어버려야 돼' 여기에 편승하면 입법부 권력이 약화되는 거죠.

송새벽 : 국회의원 특혜 줄이고, 월급 깎고 하는 얘기 듣고 생각난 건데요. 효율성 관점에서만 본다고 하면, 어떤 회사에서 이를테면 비용 대비 효율성 문제로 직원들 월급을 줄이려고 해요. 월급을 줄인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부분은 논외로 치죠. 국회의원 얘기를 하니까. 어찌됐든 사람을 부리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 월급을 깎겠다고 했을 때 경영진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죠.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직원 월급은 깎지 말자. 왜냐하면 경영진 판단에서는 '그들이 가진 것을 축소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갈굴 수 있는' 무기도 줄이는 것이다' 이런 판단을 때에 따라 할 수 있는 거예요. 줄만큼 주고 요구할 것은 제대로 요구하자는 거죠. 쓸데없는 사람도 분명 있겠죠. 그런 사람들이 제 발로 나가주면 '땡큐'지만 억지로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머리 아픈 일인 것 같아요. 만약 분위기가 잘못된 쪽으로 흐르면 진짜 필요하는 직원이 그만둬 버리는 경우도 회사에 많잖아요.

프레시안 : 그렇죠. 사람들이 가지는 불신은 국회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기 때문에 국회만 가지고 볼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임재범 : 저도 국회의원을 대폭 늘려서, 각계각층의 의사가 반영 안 되던 것을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레시안 : 그래서 저는 두 후보의 새정치공동선언 내용이 너무 실망스러워요.

임재범 : 그런데 그 정도만 가도 지금보다 낫지 않아요?

프레시안 : 사실 민감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하나도 없고 (선언 내용이) 다 추상적이에요.

임재범 : 지금까지 나온 정치개혁과 관련된 추상적인 얘기는 다 합쳐놓은 것 같아요.
▲ ⓒ프레시안



미지근한 대선 분위기, 문재인-안철수 누구 탓?

프레시안 : 단일화가 이번 주 내로는 될 텐데요. 단일화하기로 하고 중간에 협상 중단되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관심은 있는 것 같은데요. 이전 대선과 비교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조용하다 싶어요.

임재범 : 아직 한 달 남았잖아요.

프레시안 : 그렇긴 한데, 단일화 얘기가 나온 뒤에도 사람들이 한쪽으로 확 쏠리는 현상은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임재범 : 매력적인 게 너무 없어요. 저도 그 생각 해봤는데요. 특히 20대와 30대 초반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판이 별로 매력적이지가 않은 것 같아요. 세 후보 모두 그래요. 그 매력을 만드는 사람이 아마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바람을 일으키는 사람이요. 마약에 중독되듯이, 흥분되게 하는 그런 요소가 지금 없어요. 왜 그러지?

이태권 : 그건 후보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 김대중이 살아 돌아와도 그건 못 해요. 저는 한국 사회가 예능 사회가 됐다고 얘기하곤 하는데요. 너무 자극이 많아졌어요. 정치권에서 하는 것들이 별로 사람들에게 자극이 안 되는 거예요. 예전에 음반시장이 위축됐을 때 사람들은 그게 mp3 때문이라고들 했는데 사실 뒤늦게 밝혀진 게 그게 휴대폰 때문이었거든요. 음반 살 돈이 없었던 거예요. 마찬가지로, 지금의 무관심은 정당의 문제, 정치권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 구조가 많이 바뀐 것도 있어요. 과거엔 사실 정치가 일종의 유희였잖아요. DJ-YS 시절에요.

프레시안 : 요즘은 그런 유희를 아이돌을 통해 다 해결하니까.
이태권 : 물론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유희의 측면을 잘 못 주고 있는 건 있죠. 그런데 프랑스 같은 나라는 사실 우리보다 더 그런 현상이 고도화된 나라인데도, 대선은 투표율이 엄청 높잖아요. 결선투표가 있어서 그런 건데, 우리도 그래서 결선투표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해요.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올리기 위해서도 결선투표처럼 흥행력을 높이는 제도를 해야 한다고 봐요.

임재범 : 그게 이번에 나온 문재인-안철수의 정치쇄신안에 들어가 있어요?

프레시안 : 안 들어가 있죠. 사실 그런 게 들어갔어야 하는 건데. 그런데 안철수는 왜 결선투표제 도입은 안 들고 나왔을까요?

임재범 : 사실 결선투표제만 있으면 지금 하는 단일화 이런 건 필요도 없잖아요. 결선투표로 다 할 수 있는데.

프레시안 : 사실 이번에 꼭 도입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피부로 확 느껴질 텐데요. 투표시간 연장처럼 박근혜가 받을 수도 없는 안이니까 여러 면에서 나쁘지 않았을 것 같고요.

이태권 : 이런 것만 봐도, (후보들이 별로) 구체적이지 않아서 사람들이 열광을 안 하는 것 같아요.
후보단일화 어떻게?…이러다 박근혜에 지면?
프레시안 : 자, 다시 단일화로 갑시다. 단일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태권 : 가위 바위 보? (웃음)

임재범 : 오늘 아침에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 측에 단일화 룰을 양보한다니까 안 후보 쪽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안을 내놨는데요, 그 문제 때문에 안철수 지지율은 떨어졌을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왜요?

임재범 : (문재인이) 단일화 방식에 대해 맡긴다고 했으면 어느 정도 말이 되는 안을 가지고 나왔어야하는 거죠. 어떤 사람이 페이스북에 이런 비유를 했더라고요. 엄청 잘 하는 야구 선수가 있었는데 팀을 바꾸면서 '나의 연봉을 구단에 전적으로 위임하겠다'고 하니까 그 구단이 '그래? 그럼 니 연봉은 100원이야'라고 하는 꼴이라고. (일동 웃음) 뭐하자는 거냐는 거죠. 그 방식은 진짜 제가 봐도 말이 안 돼요. 그냥 던져보자고 나온 거라면 공개하지 말았어야죠.

처음엔 안철수가, 뭐랄까 '나는 국민을 믿고 간다'는, 그런 이미지였거든요. 그런데 점점 가면서 '꼼수'랄까, 암튼 머리를 쓰는 게 자꾸 보여요. 전 사실 그런 모습 안 보이기를 바랐거든요. 누가 후보가 되든 그래야 승복하고 갈 텐데, 어느 쪽이든 그런 모습을 보이면 지지자가 조금씩 떨어지죠. 그 사람들이 박근혜로는 안 가겠지만 무당파로 가면서 투표 안 할 확률이 높다고 봐요. 사실 안철수 현상이 정치에 관심 없고, 투표장에 안 갔던 사람들을 끌어냈다는 면에서 엄청나게 큰일을 한 건데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효과까지도 같이 잠식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럼 누가 후보가 되든 남는 게 뭐가 있죠?

지금도 투표율 대비해보면 박근혜에게 본선에서 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진짜 지면요? 상상하기도 싫어요. 이번 단일화나 후보 구도는 역대 단일화와는 성격이 다르잖아요. DJP 연합은 공화당의 후예인 김종필과 독재에 저항했던 김대중이 심하게 말하면 '야합'을 한 거고, 정몽준과 노무현도 정치철학이나 이념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런데 안철수랑 문재인은 얘기가 되죠. 큰 틀에서 바뀌길 원하고 개혁을 원하는 것이 비슷해죠. 누가 되든 대선을 치러 당선이 되면, 이 체제는 굉장히 오래 갈 것 같아요. 최소 10년~15년은 이 구도가 지속된다는 거죠. 그 전 역사에서는 DJP 연합만 봐 왔고, 그 전에도 김영삼이 3당 합당으로 생뚱맞은 애들한테 기어 들어가서 대통령 했는데, 이번에 정권을 잡으면 사람들이 자신감을 엄청 가질 수 있다 싶어요.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을 이기면 처음으로 민주진보자유주의세력이 자력으로 이긴 선거가 되는거죠.

임재범 : 그렇죠. 그런 면에서 더 잘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건 좀 있어요. 안철수 지지율이 빠지면 최소한 그 숫자 이상은 문재인이 올라가야하는데 같이 조금씩 빠져요. 그 수가 무당파로 가는 거예요.

이태권 : 박근혜가 오히려 올라갔죠.

임재범 : 그게 저는 참 안타깝더라고요.

프레시안 : 송새벽 씨 주변에서는 어떤 얘기들을 많이 해요? 단일화 방식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송새벽 : 주변은 사실 단일화 협상 자체는 크게 관심은 없어요. 단일화 되면 보자, 그런 반응들이 많죠. 단일화 되면 누가 후보가 되던지 찍겠다는 회사 사람들이 전보다는 확실히 많아졌어요. 그리고 전보다 문재인의 카리스마가 보인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요. 전라도도 좀 분위기가 바뀌었잖아요. 안철수가 자꾸 민주당 원래 있던 사람들을 구태로 모는 것 같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심리가 발동해서 그런 것 같아요.

프레시안 : 호남 사람들이 친노를 싫어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호남을 홀대했던 것도 있지만 친노들이 호남 사람들을 무시한 이유도 커요. 마치 구태의 상징인 것처럼 깔보고 그랬죠. 그런데 호남 사람들이 볼 때는, 안철수가 처음에는 신선했는데 점점 친노처럼 자기들을 청산해야 할 구태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호남에서 안철수와 문재인 지지율이 역전되는 현상에는 그 이유가 크지 않나 싶어요.

이태권 : SNS 보니까, 어제까지는 안철수가 약간 더 불리했는데 오늘 오후부터는 좀 팽팽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안철수가 오늘 기자협회인가요, TV토론을 잘했다면서요.

프레시안 : 내일 TV토론이 중요하겠네요.

이태권 : 전 안철수가 잘할 것 같아요.

임재범 : 나는 문재인.

이태권 : 유시민은 말을 잘 해도 나와서 그걸 까먹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런데 안철수는 그런 식은 아니니까요. 그건 문재인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TV토론이 전형적인 쇼니까요. 감성적인 면을 얼마나 자극하느냐도 큰 변수죠.

프레시안 : 2002년에 비해 지금은 소셜미디어 등 후보들의 소식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보니 그때처럼 TV토론의 영향력이 막강할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지난해에 박원순-나경원 서울시장 선거 때도, 박원순이 TV토론은 정말 못 했잖아요. 거의 완패였어요. 그런데 지지율 변화에 별 영향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임재범 : (박원순은) 얼굴이 불쌍하게 생겼잖아요. (일동 웃음) 그러니까 결국 감성이라니까.

이태권 : 아니, 그때도 TV토론이 제 주변에선 영향력이 컸어요. 처음에 박원순이 엄청 여유 있다가 TV 토론 '개판' 치고 지지율이 많이 떨어져서 위기였어요. 그러다가 안철수가 다시 편지 쓰고 그러면서 반전시킨 거지. (나경원의) 1억 피부과도 터지고요. TV토론 영향력 되게 컸어요. 사람들이 다들 '박원순이 저 정도였나' 막 그랬어요.

프레시안 : 게다가 이번에는 TV토론을 여러 번 한 것도 아니고 처음 하는 거니까 관심들이 많겠죠. 그런데 여론조사만으로 단일화해도 될까요?

이태권 : 저는 안 될 것 같아요.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 이런 장치가 있긴 해야 할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여론조사보다 담판이 낫지 않냐는 얘기들은 주변에 없어요? 데이터 놓고 담판하라는 얘기도 있고요.

일동 : 그게 무슨 담판이에요. 그건 여론조사지!

임재범 : 담판으로 하면 새누리당의 공격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요? '이면합의 공개하라'부터 시작해서…. '권력 나눠먹기 아니냐' 등등. 그렇게 되면 오히려 불리해요. 어느 정도는 먹혀들 거거든요.

이태권 : 그런데 저는 87년 대선이랑 다르게, 하나의 가정인데요. 둘이 만약 단일화를 못 한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스스로 SNS를 통해 누구한테 몰아주기도 가능할 것 같아요. 셋 다 나가더라도 87년이랑은 다를 수 있는 거죠.

임재범 : 단일화는 사실상 경선의 성격을 띠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여론조사는 위험할 것 같아요.

이태권 : 사실 지금은 흔쾌히 승복하느냐의 문제가 남은 거지, 감동적인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 같아요. 그건 민주당의 패착이었다고 봐요. 단일화 얘기를 너무 일찍부터 너무 많이 했어요. 새누리당과 전선을 치면서 같이 왔었어야 하는 건데, 후보 되자마자 단일화, 단일화 했잖아요.

프레시안 : 민주당이 이기기 위한 전략이었을 수도 있잖아요.

송새벽 : 딱 보기에도 '민주당이 뭔가에 쫓기고 있나' 그런 느낌이 들었었어요.
오세훈이 한국 정치에 정말 기여를 많이 했네!

이태권 : 선거가 정치적 홍보의 기회인데, 단일화 말만 하고 실제로는 지금 또 된 것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선거가 더 재미없어졌고요. 선거법 영향도 크지만요. 미국처럼 뭔가 엔터테인먼트처럼 뭔가 줄 수 있는 게 있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심해요.

임재범 : 그래도 SNS는 그나마 열렸으니 다행이죠. 돈은 묶고 입을 열어야 하는데 입도 묶어버렸어요. 오세훈이 참 기여를 많이 했어.

이태권 : 오세훈만큼 한국 정치에 기여를 많이 한 사람도 없어요. (일동 웃음) 사실 캠프는 돈을 좀 많이 쓰긴 해야 해요. 미국처럼 뭔가 많이 해야죠.

프레시안 : 안철수 후보님은 선거비용을 줄여야한다고 그러시는데요?

이태권 : 포퓰리즘이죠. 할 게 없잖아요. 전술적으로 얼마나 좋아요. 딴 애들은 돈 쓸 수밖에 없는 거대조직인데 안철수는 아니니까 그런 얘기를 하기가 좋죠. 사람도 없고 조직도 없고 돈을 쓸래야 쓸 수도 없으니까, 손해될 게 없는 얘기잖아요. 그건 정상적인 걸로 나온 얘긴 아닌 것 같아요. 정상적인 발상이라면 좀 풀어놔야죠.
ⓒ연합뉴스

여자의 육감, 단일후보는 안철수, 대통령은 박근혜? 으악!

프레시안 : 자, 다시 단일화 얘기로 돌아가서요. 방법은 그렇고, 누가 될까요? 본인의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송새벽 : 안철수가 될 것 같아요. 바람과는 상관없이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TV토론이 파급 효과가 크니까, 뒤집을 것 같아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박원순-나경원 때 박원순이 KO패 당했지만 영향을 못 미쳤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까 이태권 씨가 미쳤다고 하시니까 그렇다면, 내일 모레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이태권 : 그냥 이대로 가면 문재인이 이길 것 같아요. 그런데 안철수가 카드 하나 던질 것 같아요. 민주당 입당이든 뭐든 만지작거리는 카드가 있지 않을까요? 입당을 하진 않더라도 던질 수는 있잖아요. 그런 게 없다면 객관적으로는 문재인이 유리한 상황이죠.

임재범 : 지각을 뒤흔들 큰 뭔가가 나와 주면…. 이번에 협상 중단은 제가 볼 때는 굉장히 큰 이벤트였어요. 관심 없던 사람들이 위기감이 엄청 생겼거든요.

이태권 : 협상 중단이 문재인 입장에서는 손해될 게 전혀 없었어요. 지지율도 올라갔죠. 관심도 많이 받았죠. 하여튼, 그런 카드가 뭔가 나오지 않을까요?

한예슬 : 저는 육감을 믿거든요. 완전히 그냥 육감인데요.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대통령은 안 될 것 같아요.

임재범 : 으악, 끔찍해요!

프레시안 : 진짜 그렇게 되면 제 인생 상담도 좀 부탁드려요. (일동 웃음)

임재범 : 저는 비슷한 생각인데, 이대로 죽 가면, 여러 추이를 볼 때 문재인이 단일후보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있어요.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현상을 까먹고 본선을 치렀을 때 과연 박근혜를 깰 수 있을까, 걱정이 돼요. 저는 문재인이 됐으면 좋겠는데, 그와 별도로 누구든 한 번쯤 판을 더 크게 흔들었으면 해요. 그래야 박근혜를 꺾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아요.

이태권 : 그런데 박근혜를 꺾으려면 대체 어떤 시나리오가 필요할까요?

임재범 : 박근혜의 이미지는 연세 많은 사람들에게는 '불쌍한 사람'이죠. 박정희의 화신인 건데, 거꾸로 얘기하면 미래비전 면에서는 굉장히 약해요. 어떻게 하겠다가 없죠. 그러니까 거기에 대적하려면, 당장 내년부터, 3년 뒤, 5년 뒤에는 이런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하면 어떨까 싶어요. 20~30대를 투표장으로 확실히 끌어낼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겠죠.

이태권 :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인지가 궁금해요. 둘 다 나가면 거의 지는 건 100% 확실한 거고….

한예슬 : 안철수가 그냥 민주당 입당에서 하면 저는 될 것 같아요.

이태권 :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되는데 민주당에 입당해서 선거를 치르면 박근혜를 이길 것 같다?

한예슬 : 아뇨. 육감으로는 박근혜를 이길 것 같지는 않아요. (일동 웃음) 제 얘기는 그냥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임재범 : 거꾸로 박근혜도 본게임에 가면 판을 뒤흔들려고 하지 않을까요? 예전에 박근혜 보면 면도칼이라던가, 천막당사라던가, 대전은요 라던가 그런 사건이 항상 있었거든요. 상황을 뭔가 돌파해나가는 능력이요. 그게 박근혜의 장점이거든요. 다들 패닉 상태에 있을 때 박근혜가 뭔가 사건을 일으켜 '나를 따르라'고 하는.

프레시안 : 단일화 이후 국면에 내놓으려고 뭔가 준비하고 있을 수 있겠군요.

한예슬 : 네 맞아요. 아직은 드라마의 고점을 찍고 있지 않아요.

임재범 : 뭔가 들고 나올 거예요. '나 사회주의자야' 할지도 몰라. (웃음)

이태권 : 그런데 보통 그녀가 선거 때 그런 담론적인 카드는 안 쓰잖아요. 감성적인 것을 많이 쓰죠. 총선 때도 저쪽을 패륜집단으로 몰아간다거나 등. 휠체어 탈지도 몰라요.

임재범 : 30일 내에 분명히 박근혜도 판을 한 번 흔들 것이고, 이쪽에서도 흔들면서 지지를 확 끌어당겨야 할 텐데.

프레시안 : 그렇다면 결국 단일 후보가 결정되면 그때 다시 원점이라는 얘기네요.

임재범 : 그렇죠. 리셋이죠.

이태권 : 문재인이 후보가 되면 실패한 노무현 정부를 뒤집어 씌울 테고, 안철수가 되면 다시 뭘 꺼내겠죠. 딱지 아파트 등.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각각 됐을 때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요.

송새벽 : 하늘에 맡겨야죠.

프레시안 : 단일후보가 되면 그 자체로 지지율이 확 올라갈까요?

이태권 : 글쎄요. 아까도 말했지만 문재인이 되면 안철수 지지자 중에 20대가 상당수 안 옮겨갈 가능성이 있어요.

프레시안 : 하긴 문재인 후보도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도 바로는 지지율이 안 올랐죠.

임재범 : 안철수가 바로 출마선언을 하는 바람에 컨벤션효과를 제대로 못 누렸죠. 광주전남 경선 때는 금태섭이 기자회견을 하고. 항상 그랬어요. 내가 문재인이었으면 진짜 화났을 거야. (웃음)

이태권 : 문재인은 안철수 뿐만 아니라 안철수 지지자를 끌어당기기 위한 액션을 제대로 취해야한다 싶어요. 반대의 경우보다 더 각별하게 공을 들여야 해요. 선대위를 완전히 다시 꾸려야 할지도 몰라요. 노무현 때는 정몽준이랑 단일화가 된 것 자체만으로 이기고 들어갔던 거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그때랑은 다르니까요.

한예슬 : 지지자들 끌어당기는 것이 그때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문재인 지지자를 끌어오는 것은 쉽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엄청 어려운 일이죠. 제 친구들은 정치 무관심자가 많지만, 주변 어른들은 안철수한테 호감 가지는 사람도 많은데 당이 없다는 것이 너무 큰 핸디캡이거든요. 여자 대통령에 대한 열망은 아줌마들이 주로 많고요, 동네 미용실에서 수다 떠는 아줌마들이요. 반대로 박근혜를 스마트하게 보지 않고 거부감 가진 어른들도 꽤 있어요. 그런데 안철수한테는 무소속이라는 것이 약점인 거죠. 안철수한테 그런 거부감이 강하다고 볼 때, 안철수가 입당한다고 하면 시나리오가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이태권 : 안철수가 입당하는 데 그쳐선 안 되고, 입당 하더라도 민주당 개혁 프로그램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대선 후 민주당 리셋 프로그램 이런 것을 가동하겠다는 약속을 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자기 지지자도 떨어져 나갈 걸요. 단일후보 되면 박지원이랑 같이 호남 훑어야하는데 그때 안철수의 초기 지지자들이 오히려 시들해질 수도 있어요. 결국 안철수도 정치권에 저런 식으로 포섭돼 가는구나 하면서.

한예슬 : 단일화가 말이 쉽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을 수 있거든요. 특히 안철수랑 문재인은 색채가 강렬하게 달라요. 말만 단일화가 되고 실제로 하나로 합쳐졌을 때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 싶어요.

이태권 : 안-문은 더 심각하게 '포스트 단일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거 없으면 단일화 해도 질 걸요. 또 저의 지지 여부를 떠나서 정치 공학적으로 표계산 해 보면 안철수로 되는 것이 더 유리하고요.

문재인이 되면 안철수가 굉장히 열심히 선거운동 해줘야하는데, 제가 볼 때는 안철수가 그런 성격도 아닌 것 같아요. 자기가 본인의 행동에 책임 못 진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안철수는.

송새벽 : 저나 제 주변 사람들은 정치 잘 모르지만 당연히 단일화가 되면 한 명이 후보가 되고 나머지 한 명은 100% 서포트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1분 전까지요. 그런데 태권 씨 말을 들으니 '멘붕(멘탈붕괴)'이 오네요. (일동 웃음)

한예슬 : 이건 딴 얘긴데요. 안철수는 다음 대통령이 될 것 같아요, 이번 말고. (일동 웃음)

임재범 : 이번에는 박근혜가 되고요?

한예슬 : 죄송하지만 웬지 그럴 것 같아요.

프레시안 : 한국 정치에서 대선에서 한 번 떨어진 사람이 다시 후보로 나와 대통령이 되는 건 정말 힘든 거거든요.

임재범 : DJ 있죠. YS도 있고요. 딱 거기까지죠.

프레시안 : 새벽 씨는 진짜 '멘붕'인가봐요. (일동 웃음) 사실 둘 중에 문재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상대 후보를 도와줄 것 같긴 해요. 다만 안철수가 되면 선거법 때문에 당이 개입하긴 어렵겠죠.

이태권 : 아우, 왜 이렇게 국민들을 힘들게 해? (웃음. 끝)

 

 
 
 

 

/여정민 기자,박세열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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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먹는 식물' 발견

'식물 먹는 식물' 발견

 
조홍섭 2012. 11. 22
조회수 2728추천수 0
 

독일 연구진 생물학계 널리 쓰이는 단세포 조류의 새로운 모습 발견, "교과서 바꿀 이야기"

땅속에서 효소 분비해 셀룰로스 분해…"공기와 빛 부족한 땅속 생활하면서 얻은 능력"

 

Bielefeld University-2.jpg » 다른 식물의 셀룰로스를 소화하는 능력을 갖춘 녹조 클라미도모나스 레인하르티이. 사진=빌레펠트 대

 

생물학자이든 생물을 이용해 유용물질을 생산하는 생물공학자이든 연구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단세포 식물의 하나가 클라미도모나스 레인하르티이이다. 최근에는 이 조류의 유전체(게놈)가 해독되기도 했다.
 

그런데 담수나 토양 등 세계 어디에나 분포하는 이 흔한 단세포 식물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났다. 놀랍게도 이 녹조류는 다른 식물을 먹는다는 것이다.
 

식물은 물과 햇빛이 있으면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당분을 만들어 낸다. 클라미도모나스 레인하르티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산화탄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이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다른 식물의 셀룰로스를 분해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Bielefeld University2-1.jpg » 빌레펠트 대 연구진이 녹조가 담긴 플라스크에 셀룰로스를 넣어 이를 소화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빌레펠트 대

 

올라프 크루제 독일 빌레펠트 대학 교수 등 연구진은 21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올라프 교수는 “조류가 셀를로스를 소화한다는 것은 교과서에는 없는 얘기이다. 말하자면 식물이 식물을 먹는 셈이다.”라고 빌렌펠트 대가 낸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진은 이 조류가 이산화탄소가 부족할 때 특정한 효소를 분비해 셀룰로스를 분해해 당분을 얻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식물이 이런 기능을 갖게 된 이유는 이 조류가 이산화탄소나 햇빛이 부족한 흙속에도 분포하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아울러 식물과 동물이 분화되기 이전 원시 생물의 유전자 상당수를 아직도 보유하기 때문일 것으로 설명했다.

셀룰로스는 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며 자연계에 가장 많은 물질이지만 워낙 단단해 세균, 곰팡이, 일부 절지동물 외에는 이를 분해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셀룰로스를 분해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큰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버려지는 농작물 찌꺼기에서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견고한 셀룰로스를 분해하는 데는 값비싼 촉매가 필요하지만 이 녹조를 이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연구진은 이 녹조가 셀룰로스 에타놀 생산 뿐 아니라 지질을 생산하는 능력을 이용해 바이오디젤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103111208321373254112_algaeimg4.jpg » 클라미도모나스 레인하르티이

 

클라미도모나스 레인하르티이는 지름 0.01㎜ 크기의 단세포 녹조류로 두 개의 편모로 담수에서 헤엄치거나 토양에 분포한다. 생물학에서 모델 생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lifernez-Klassen, O. et al. Cellulose degradation and assimilation by the unicellular phototrophic eukaryote Chlamydomonas reinhardtii. Nat. Commun. 3:1214 doi: 10.1038/ncomms2210 (20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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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치료 못받고 죽는 국민" 개탄하던 노무현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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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암환자의 속내·⑤] '암부터 무상의료'는 어떻게 좌절됐나

김윤나영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22 오후 3:52:08

 

암 환자 100만 시대가 왔지만, 암 환자를 비롯한 중증환자들은 고가의 진료비로 고통받고 있다. "집안에 암 환자가 있으면 가계가 파탄난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됐다.

각 대선후보들은 암 환자를 비롯한 중증환자의 표심잡기에 부심하는 모양새다. 일부 후보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가계 파탄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3대 비급여' 항목을 국민건강보험 안에 포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선택진료비가 없으며, 환자가 강제로 상급병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드물다. 간병은 치료의 일부로 간주돼 병원이 입원 환자에게 의무적으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 '3대 비급여'가 가계 파탄의 원흉이라는 현실은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특수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바꿀 것인가? <프레시안>은 대선 한 달을 앞두고 중증환자들이 겪는 사회경제적 고통을 짚고, 역대 정부와 대선 후보의 보건의료정책을 분석하는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 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암환자의 속내
<1>
"암 진단 받고 회사 그만두면서 거짓말했어요"
<2> 암환자들, 완치돼도 5년 뒤 '폭탄' 떨어진다
<3> 13살에 찾아온 암, 항암 투병보다 더 힘겨운 건…
<4> 암 환자 생기면 '가계 파탄'…해결책은 서랍 속 낮잠

"암과 같은 고위험 질병에 대해 국가가 그 부담을 전액 책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05년 4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김 전 장관의 발언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해온 '암부터 무상의료' 정책을 사실상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같은 해 9월 보건복지부는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의 환자 본인부담금을 20%에서 10%(2009년 12월부터 5%)로 경감했다.

김 전 장관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대안도 내놨다. 취임 직후인 2004년 7월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실시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 중 환자 부담금을 300만 원으로 제한했다. 2005년에는 암 환자 등의 MRI를 건강보험에 포함했으며, 자연분만에 드는 본인부담금을 면제했다. 그 결과 2002년에 52%였던 건강보험 보장성은 2007년에는 64.6%까지 올랐다.

물론 한계도 있었다. 당시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 64.6%는 OECD 회원국 평균인 71.7%보다 7.1%포인트나 낮았다. 게다가 김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1조5000억 원을 추가 투입키로 했지만, 암 무상의료는 확정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암부터 무상의료'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80% 늘린다던 노무현 정부, 영리병원 도입 추진


▲ 2006년 7월 11일 청와대에서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 보고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장관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국민이 있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80%로 끌어올리고,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을 전체 의료기관의 30%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공약이었다. 공공병원과 국가 지원이 부족한 탓에 '가계 파탄'을 경험해야 하는 중증환자들의 고충을 노 전 대통령은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건의료계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있었다. 시민사회는 '암부터 무상의료' 등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공공병원 확충을 요구해왔고,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민영보험업계와 병원업계는 '의료 산업화'를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은 후자로 기울었다. 2005년 "이미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토로한 노 전 대통령의 대선 보건의료 공약은 임기 말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관련 기사: "참여정부는 왜 공공병원 확충에 실패했을까?")

안철수 경제 멘토 이헌재, 영리병원 도입 추진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안철수 대선후보의 '경제 멘토'로 알려진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은 당시 영리병원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김근태 전 장관은 2004년 10월 영리병원 도입이 "국내 의료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같은 해 11월 이헌재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국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2004년 말 집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열렬한 지지 속에 영리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을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무현 정부 보건정책, 삼성생명 보고서 베꼈다"

시민단체는 노무현 정부가 '삼성 의료체계'를 구축한다고 비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의료원,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의료산업화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한 2004년부터 노무현 정부가 의료산업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책의 내용뿐 아니라 정책 추진의 근거와 표현방식까지 흡사한 형태였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삼성생명이 작성한 '민영건강보험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라는 문건을 2005년 9월 공개했다. 이 문건에서 삼성생명은 '정액방식의 암보험 도입→실손 의료보험 도입→보험사가 병원과 직접 계약해 병원에 보험금 지급→국민건강보험을 포괄적으로 대체하는 민간보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건강보험을 해체하고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간보험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삼성생명이 추진하는 '의료 산업화'의 실체였던 셈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같은 해 9월 보험업법을 개정해 생명보험회사도 실손 의료보험을 팔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이 내놓은 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 일치하는 정책은 영리병원 허용, 의료서비스 관광 상품화, 의료기관 규제 완화, 국내 병원의 해외진출 지원, IT·BT 접목 확대, 삼성SDS 의료정보사업 확대 등 7가지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민간보험사의 공보험 통계 활용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에 삼성생명 직원이 들어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과 노무현 정부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삼성생명의 민간의료보험 확대 전략 ⓒ보건의료단체연합(삼성생명 전략보고서 재인용)

이명박 정부 들어 '삼성 의료체계' 더욱 공고해져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민영보험 확대, 영리병원 도입 등을 의료 산업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계승했다. 그만큼 삼성과 정부의 관계도 더욱 공고해졌다. 2009년 11월 보건복지가족부는 아예 대놓고 삼성경제연구소에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의 연구를 발주했다. 삼성 보고서는 신성장동력으로 HT(Health Technology) 산업을 꼽으며 예방, 치료, 재활, 건강검진 등의 의료서비스 민영화와 민영보험사의 개인 질병정보 관리를 의료 산업화의 과제로 꼽았다.

한나라당도 삼성경제연구소와 정부가 제안하는 '의료 산업화' 정책에 적극 발맞췄다. 2009년에는 공성진 의원 등이 개인질병 정보를 민영보험회사에 제공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11년에는 손숙미 의원이 예방, 건강검진, 재활 등 치료를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건강관리서비스법'을 내놨다. 영리병원을 활성화하는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개정안도 2008년 황우여 의원, 2010년 이한구 의원, 2011년 손숙미 의원 등이 잇달아 내놨다.

▲ 의료 민영화 관련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목록.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

이러한 경향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지난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신성장동력평가 보고대회'를 열고 민영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활동 허용, 해외 환자 유치업 업무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의료법을 개정해 국내 보험사가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소개, 유인, 알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5년 삼성생명 보고서의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간보험 구축' 플랜의 마지막 단계가 바로 보험사가 병원과 직접 계약해 병원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관련 기사 : MB정부, 임기말 '건강보험 흔들기' 한발 성큼)

이명박 정부 들어 건보 보장성 하락…비급여 진료비 규모는 파악도 못 해

민영보험 활성화를 필두로 하는 의료 산업화 중심의 보건의료정책 기조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위축시켰다. 2007년 64.6%까지 올랐던 건강보험 보장성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10년 62.7%로 도리어 떨어졌다. 기존에 제공되던 보험급여도 일부 축소됐다. 2008년부터 병원 식대의 본인부담률이 20%에서 50%로 올랐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에 한해 무료였던 6세 미만 아동의 입원에 법정본인부담금 10%가 부과됐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중증질환 치료비를 60%대에서 80%까지 보장하는 암·중증질환 치료 안심플랜'을 내놨지만 이 공약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2009년 말부터 복지부가 4대 중증질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비율을 90%에서 95%로 높였지만, 암, 뇌혈관, 심혈관,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은 2006년 71.0%에서 2009년 67.7%, 2010년 70.4%로 오르지 않거나 떨어졌다. 정부는 비보험(비급여) 진료비는 아예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 민영화 폐지하고 의료 공공성 확보해야"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보건의료 공약을 들고 나왔다. 각론은 다르지만 모든 후보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80~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모피아'로 대표되는 경제관료와 자본의 압력에 굴복해 지난 정권에서 공염불이 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공약을 새 정권은 지킬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보건의료단체들은 정권 핵심 관계자들의 의료 산업화 추진 의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고 말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의료 산업화 추진은 서로 상충된다는 것. 입으로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주장해도, 실제로는 의료 산업화를 추진하는 정권이라면 믿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해 3월 송도 영리병원 투자대상자로 삼성증권, 삼성물산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화면캡쳐

한국 의료비 증가율, OECD 1위…민영화 중단만으론 한계, 국공립병원 확대해야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삼성이 제시한 의료 산업화 방안은 민영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였고, 이러한 기조를 삼성은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며 "의료를 산업으로 보고 활성화하려고 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민영의료보험은 망해야 하는데, 민영의료보험 활성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어떻게 같이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의료 민영화 정책 폐지와 더불어 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 실장은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의료비 증가율이 1위"라며 "설사 현재 진행되는 의료 민영화 정책을 중단하더라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 없이 의료를 시장에만 맡기면 시장 규모는 저절로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 공공성을 확대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은 국공립병원 확대"라며 "국공립병원과 사립을 경쟁시키고, 재벌병원의 확장을 막는 병상허가제, 민영의료보험 규제같은 자본 통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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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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