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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25개국 지식인 "박근혜 집권은 초국경적 위협"

아시아 25개국 지식인 "박근혜 집권은 초국경적 위협"

[기고] "한국 대선, 아시아 민주주의의 시험대"

이대훈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국제연대위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05 오후 3:41:20

 

오늘(5일) 아시아 지식인 333명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아시아 지식인 연대 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일본,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25개국의 원로 학자, 저명한 지식인들의 대거 참여하였다.

5개국 발언자가 직접 참여한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이 연대 성명은 '독재자 2세의 권력도전에 대한 범아시아적 우려'를 담았다. 성명은,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아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심장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독재자 가문의 2세들이 쉽게 유력한 정치지도자가 되는 많은 나라에서처럼, 이제 한국에서도 독재자의 2세가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성명은, 박정희 통치와 유신독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시아의 지식인들에게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이 민주주의의 미래에 매우 암울한 전조라고 밝히면서, 박정희 독재시기가 매우 불안한 정치적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적 통제와 희생을 강요되었던 점을 상기하고 있다.
 

▲ 아시아 지식인들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 강진영

또, 국제적인 맥락에서,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다시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경제위기와 정치불안을 이용하여 과거로 회귀하는 초국경적 파급력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명은,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러한 아시아적 관심이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목소리를 모아 여러 나라에서 독재 추억이 부활하는 것을 같이 막아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성명은 유신독재의 2세가 권력을 승계했을 때 아시아 다른 나라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와, 한국과 일본의 가족파벌 정치가 가져올 국제적 파장을 아시아 지식인들의 함께 지적하고 공동대응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성명에 참여한 세계적인 석학 무사코지 킨히데 교수(일본, 전 유엔대학 부총장)는 오늘 기자회견에 이러한 서면 메시지를 보냈다.

"이 성명은 동아시아에서 반민주, 반평화 경향이 점점 드세지는데 대한 우리의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반민주, 반평화의 파고는 '동아시아 공통의 집'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취해왔던 화해라는 목표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전 도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가 함께하는 유신당의 창당과 함께 일본에서 우익의 위험스러운 부상을 경함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에 대해 인종주의적 정책을 추구한다. 일본의 우익 정치는 가족주의와 결합되어 있다. 아들을 자민당의 유력한 정치인으로 두고 있는 이시하라 뿐만 아니라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자신이 자민당 아베 가문파벌의 2세이다. 아베 신조는 일본 헌법을 수정해서 일본의 군사력을 부활시키고 동아시아에서 신식민지적 세력확장을 추진하려 한다.

나는 동아시아에서 신자유주의적-전면전(total war) 태세의 국가들이 부상하면서 가족주의 정치와 결합하는 이 경향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무사코지 교수와 아울러 일본에서는 이번 성명에 많은 지식인들이 특별한 관심을 표했는데, 일본에서 극우의 부상과 한국에서 유신 후계세력의 부상을 일종의 공조현상으로 보는 듯 했다.

또 한국에서 아시아 이주민과의 사목활동을 오래해온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커닝험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시대를 회고하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권력을 유지했던 유신독재와 군사정권이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국민들의 손으로 끝이 났지만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우리 곁에 다가오려"한다고 우려하면서도, "저는 사람들의 힘을 믿습니다. 아무 것도 변할 것 같지 않은 암흑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결국 옳은 방향으로 변화를 시켰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도네시아의 인권문제 연구자 아딧 샤트리아는, 독재의 책임자들이 새로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볼 때, "오랜 노력을 통해 성취한 민주주의와 정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책임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자각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며, 민주적인 나라를 건설하는데에는 국민의 인권에 대한 보장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글라데시의 인권-개발문제 전문가 파르자나 악터는, 방글라데시 역시 군부통치 기간에 경제개발을 강조했으나 서민들의 경제와 생활을 파탄에 이르렀으며, 그 원인은 정치적 자유와 인권,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억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유사한 독재권력의 2세가 현 시기에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명에 참여한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많은 메시지를 직접 보내오기도 하였다. 아시아의 저명한 시민사회 지도자이자 아시아무슬림네트워크 의장인 모하마드 압두스 사부르는, 독재자 2세의 부상에 대해 크게 우려하면서 "한국인들이 투표를 통해 잔혹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가 보장되는 결과가 나오도록" 촉구했다.

파키스탄 시민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파키스탄사회연구소 소장 보니 멘데스 신부는 "(박정희의) 연속 집권은 그로서 충분하다. 그의 가까운 일가친척이나 다른 강력한 권력 가문의 일가친척이 통치하거나 선거에 도전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허용하지 않는 것이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게도 갈 길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태국의 에크라지 사부르 국제평화연구소 소장은 "박정희 통치기의 잔혹한 기록을 기억할 때, 그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역설이자 도전이다. 자유를 위해 목숨을 읽은 순교자들의 꿈과 정치적 전망을 살리는 방향으로 한국의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통치와 민주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이다"라고 호소했다.

파키스탄의 전국적인 시민사회단체연합기구의 대표 파루크 칸은, "한국에서 악명 높은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에 놀랐고 우울해졌다. 한국을 방문해서 민주주의 회복기에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묘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한국인들이 독재자와 그 후손들을 다시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나, 이제 독재자의 후손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니"라고 충격을 표시했다.

이 성명은 앞으로 10일간 전 세계로 확대해 지지서명을 받을 예정이며,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세계 지식인 성명으로 15일경 발표될 예정이다.

다음은 성명 전문

유신 독재를 기억하는 아시아 지식인 연대 성명

아시아 민주주의의 귀감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가 12월에 열린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열리는 이번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아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심장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유는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집권보수당의 후보로,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하여 잔혹한 철권통치를 했던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두 차례 민주세력의 정부를 경험하고 한 차례 보수정부를 경험한 다음, 한국의 보수권력은 박정희의 딸이자 박정권 당시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박근혜 후보는 구 독재자의 치적을 앞세우며 독재자의 복권을 추구하면서 상당한 지지를 누리고 있다.

독재자 가문과 명문 가문의 2세들이 쉽게 유력한 정치지도자가 되는 많은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이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87년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바라는 강력한 민의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문과 재력과 영향력에 힘입어 쉽게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2세승계의 관행을 허용하지 않아왔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까지 사업이나 정치활동에서 매우 엄격한 법적 여론적 검증을 받고 심지어 처벌까지 받았을 정도이다.

박정희 통치와 유신독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이 민주주의의 미래에 매우 암울한 전조라고 생각하며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측근들이 미화하는 것과 달리, 박정희 독재시기는 매우 불안한 정치적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적 통제와 희생을 강요하였다.

60-70년대 한국은 비극적인 시대였다. 아시아와 세계의 지식인들은, 전 일본군 장교 박정희가 만든 체제에서 무고한 시민들과 야당 정치인에게 가해지는 납치, 감금, 고문, 협박, 세뇌 등 거대한 폭력을 목격했고, 한국 사회가 부패와 밀실정치로 무너져가고 국가 전체가 거대한 병영으로 변하는 과정을 아직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이 기억은 충격이었고 경종이었고 함께하는 행동과 연대성의 계기였다. 다행히 우리는 그후 한국 시민들이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군부독재 세력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아래로부터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각 현장에서 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했다. 이는 필리핀,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의 민주화와 결합하여 아시아에서 거대한 민주주의 영감과 파도를 이루어내었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다시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아시아에서의 민주화는 그 훌륭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과두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매우 불완전한 민주화였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이룩했던 것을 모두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박정희시대와 그 전통을 잇는 과두독점 세력들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 아시아에서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국경을 넘는 파급효과를 가졌듯이, 이제 신•구 과두세력의 부활은 국경을 넘는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경제위기와 정치불안과 결합하여 과거로 회귀하는 파급력을 만들어낼 우려도 있다.

우리는 과거 군부독재가 그 억압적인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안보위협을 과장하여 군과 군사주의를 비대화하고, 국내 비판 세력의 비판을 위협을 과장하여 탈법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이를 명분으로 부와 권력과 언론을 독점하여 평민들의 생활을 파탄에 빠지게 한 것을 기억한다. 이런 면에서 독재의 추억을 간직한 과두세력의 부활은 21세기 한국과 아시아에 매우 불길한 전조를 드리우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할 것이라 믿지만, 독재/과두 가문의 2세정치가 불가능했던 한국에서 새롭게 유신독재의 계승자가 세력화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우리에게 이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우리의 이러한 관심은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생길 때 함께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실질적으로 정의를 가져오는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그리고 국경을 넘어 민의 행복과 권리 증대를 위해 서로서로 힘을 모으는 새로운 아시아를 만들어가는 취지로, 우리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유신의 추억이 부활하는 것을 다같이 막아내자고 호소하면서 위와 같이 뜻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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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는 됐지만

후보 단일화는 됐지만

 
2012. 12. 03
조회수 376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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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모두들 대선 이야기다. 이럴 때 나는 한발 물러서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나만 혼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엉뚱한 소리나 할 것 같아 선뜻 내키지 않는다. 맨 그게 그거겠지만 다시 대선 이야기다.

 

한동안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를 놓고 누가 됐으면 좋겠느냐, 누가 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나는 “글쎄요, 둘이 약속했으니 결정해주지 않겠습니까?”라는 다소 애매한 대답으로 자칫 벌어질지도 모를 상대와의 불편한 말다툼을 슬그머니 피했다. 그건 ‘둘 중에 누구’가 아니라 ‘박근혜는 아니’를 훨씬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어정쩡한 태도는 정권교체의 막중한 책임을 두 후보에게만 떠넘김으로써 그들의 어깨를 더 무겁고 힘들게 만든 치사한 짓이었는지도 모른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다 박 후보처럼 일찍부터 오로지 대통령이 되겠다고 별러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 두 사람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협상을 하든지 대결을 하든지 하나만 남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잔인하리만큼 끈질기게 요구했다. 끝내 하나가 못 된 양 김이 죽 쒀서 남에게 준 1987년의 어처구니없는 절망을 회상했다.

 

두 사람은 마침내 약속을 지켰다. 나는 보았다. 그리고 오래오래 잊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는 눈물 그렁그렁한 거룩한 모습을.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국민과의 약속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사퇴 이유도 분명히 했다. 그 순간 나는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큰 사랑을 가르치고 실천한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연상했다. 그는 자기를 내려놓음으로써 우리의 심려와 불안을 일소하고 단일화를 이루어냈다. 아름다웠다. 그러면 문 후보의 승리는 이제 따 놓은 당상인가? 아니,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이명박을 찍겠다든가 찍었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는 큰 표 차이로 대통령이 되었다. 참 이상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였나? 나의 대인관계가 그만큼 편협했다는 게 오히려 맞는 대답이겠다. 내가 봐도 나의 대인관계 폭이 5년 동안 획기적으로 넓어진 건 아닌데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박근혜를 찍겠다는 사람들을 꽤 여럿 본다. 특히 여성 대통령을 말하는 여성들이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보나 마나 압도적인 표차로 여성 후보가 승리하지 않을까?

 

그래서다. 안철수는 민주당에 죽비를 내리치고 문재인을 승산 있는 단일후보로 내세운 일등공신이다. 그에게 더 무엇을 주문하랴? 나는 정치 전문가도 아니요 당원도 아닌, 도시 변두리 성당의 한 사제로서 먼저 안철수를 사랑하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린다. 그가 손을 들어준 문재인 후보가 비록 밉고 마음에 안 든다 하더라도 아예 외면하고 돌아선다면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득이 될까? 그런다고 안철수가 기뻐할까? 문재인의 승리가 바로 안철수의 승리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당신들이 잘 알고 계신다.

 

민주당의 대선과 총선 경선에서 애석하게 떨어진 분들과 그 지지자들에게 한번 더 말씀드린다. 새누리당은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대연합을 이루었다고 하는데(도덕성 여부는 차치하자) 민주통합당은 그만한 단결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체면상 유세장에 얼굴 내미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말로만 백의종군 외치지 말고, 당신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적극 나서라. 당신들의 그런 모습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당신들의 앞날을 보장할 것이다. 이 나라, 이 땅과 사람이 계속 죽어갈 것인가, 소생할 것인가가 결정되는 날이 불과 20일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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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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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이명박은 ‘자웅동체’... 실패한 MB정권의 파트너

 

 
칼럼홈 > 임병도  
 

 
박근혜가 숨기고 싶은 ‘불편한 진실’
 
[집중분석] 박근혜와 이명박은 ‘자웅동체’... 실패한 MB정권의 파트너
 
임병도 | 2012-12-03 07:39:1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드디어 전략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던 인물입니다. 특히 올해 초만 해도 "현 정권과 인위적 차별은 없다"고 했는데, 선거를 불과 15여일 앞두고 갑자기 이명박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도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박근혜 후보의 선거전략이 놀라운 이유는 그녀가 전혀 예상치 않은 "정권교체'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새누리당과 이명박, 박근혜는 하나의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박근혜는 아예 이명박 정권을 부정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이렇게 그녀가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입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MB정권 심판과 정권교체'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대응은 아예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을 하나로 묶어 '실패한 정권'으로 만들어 놓고, 문재인 후보를 '실패한 정권의 계승자'로 규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그녀의 방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지만,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그 이유는 일부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 또한 정권교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2월3일자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 출처:한겨레 신문

 

한겨레 신문이 11월30일~12월1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답변이 53.5%였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교체에서 박근혜 지지층의 14.0%도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집권'도 정권교체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로서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대다수 언론이 새누리당을 한나라당과 동일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아예 박근혜 후보와 대결구도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후보는 한 몸과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무서운 보수 세력의 결집'

이명박 대통령의 친이계와 박근혜 후보의 친박계는 2007년 대선 경선부터 경쟁 관계에 있던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늘 공천과 한나라당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습니다. 특히 지난 4.11 총선에서 친이계는 친박계에 학살당했다고 할 정도로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진수희 의원과 안상수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4.11 총선에서 이재오계인 진수희 의원이 친박계 김태기 단국대 교수에게 밀려 공천에 탈락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친이계 의원이 공천탈락하자, 일부에서는 '비박근혜 연대'를 구상해서 탈당하겠다고 나섰지만, 김무성 의원이 "보수분열의 씨앗이 될 수 없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하자, 탈당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해, 조전혁,이경재,박종근,정해걸,이동관,권오을,김해진 등 친이계 인사들도 무소속 출마와 탈당을 선언했다가 뜻을 접기도 했습니다.

 

▲김영삼,이재오와 만난 박근혜. 출처 뉴시스.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대권도전을 선언했던 박근혜 후보를 향해 "사자가 아니다, 그건 아주 칠푼이야, 사자가 못 돼"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11월30일 김무성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전화해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친이계의 행동대장이었던 이재오 의원도 지난 12월2일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이처럼 그동안 박근혜 후보와 대립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수세력이 정권 연장을 위해서라면 적과도 동침할 수 있는 뻔뻔함을 보여주는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야권은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정부패로 망한다는 말처럼 보수세력은 절대로 분열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노림수는 정권 연장만 하면 당연히 그들에게 기득권 분배가 잘 이루어지리라는 믿음과 신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자웅동체'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정권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새누리당이라는 하나의 정당 속에서 그들이 원했던 법과 정치를 함께 이루어 나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둘 사이의 갈등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언제나 힘을 합쳤고, 그들만을 위한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경향신문 2009년 7월 23일자 6면.

 

지난 2009년 한나라당은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이 있었던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여야 간 합의처리'를 강조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다가 돌연 한나라당의 최종미디어법 수정안이 ' 이정도면 국민들이 공감해주실 것이라고 본다'는 말로 미디어법 날치기 강행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은 있었어도 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박근혜 의원이 친박계 의원을 동원해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1년 11월 23일자 5면.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국민의 반발과 야당 의원의 반대가 있었던 2011년에도 FTA 비준안에 찬성 표결을 했습니다. 그녀는 찬성표에 대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었지만,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표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 한마디면 통과되지 못했던 법안도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당심','당 지도부 결정'이라는 말로 교묘하게 자신의 책임론은 늘 피해 갔습니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협력하여 통과시킨 법안들. 출처:민중의 소리

 

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말과 의중에 따라 표를 던지는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수많은 법안이 어떻게 통과됐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찬성했고, 동의했기 때문에 그 법안들이 통과된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실패한 정권이라고 연일 말하는 박근혜 후보가 거느린 친박계 의원들이 법인세법,소득세법,종부세법에 모두 찬성했습니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 관련 법안을 박근혜 후보가 통과시켰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지대한 협력을 한 것입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MB정부 임기 내내 함께 힘을 합쳐 실패한 정권을 유지했던 파트너였습니다.

'정권 심판론 VS 정권 재창출'

정권 심판론을 가지고 현재의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한 보수세력을 무너뜨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보수세력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성향의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에게 박근혜와 이재오,정몽준,홍준표 등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들 중 누가 됐든 새누리당처럼 보수 인물이 되기만 하면 그걸로 투표는 누구에게 할지 정해진 것입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경제대통령론과 '이명박근혜' 포스터.출처:뉴시스.선관위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 오로지 친이계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따라 수많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세력들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동참했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주위 인물과 세력들은 대부분 공통적인 분모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한나라당과 박근혜 후보를 이상하게 따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철저히 이명박 정부를 새누리당 정권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 언론들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적은 새누리당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몰아서 공격하는 언론이 별로 없습니다. 18대 대선에서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만 강조하고 새누리당은 쏙 빼놓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심판' 프레임을 연일 언론이 때리고 그 효과는 아주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정권 심판론'보다 새누리당을 장악한 박근혜 후보가 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줬던 일들을 가지고 철저히 '새누리당'을 공격해야 합니다. 이명박을 심판하겠다고 나서봤자, 이명박과 박근혜를 다른 사람으로 보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런 전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10년 8월23일 조선일보 1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경선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습니다. 이 독대 전인 2010년 8월23일 조선일보는 당시 11개월만에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정권 재창출 위해 노력"하겠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인 이정현 의원은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비공개 회동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박근혜 후보는 당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두 사람 간의 합의 사항이 지금 시점에서 알려지기 싫어할 것입니다.
 

2007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나라당을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준비했던 많은 것을 실천하여 성공하겠습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기호 1번을 사용하는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13일 당명만 바꾼 정당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 년도 안 된 일들을 모두 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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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추천도서]천안함은 좌초입니다!

[서프추천도서]천안함은 좌초입니다
천안함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선박 전문가 신상철의 비망기

(서프라이즈 / 편집국 / 2012-12-03)


 

 

책소개

항해사이자 해군 장교 출신의 해운 전문가 신상철은, 일찍이 신조선 감독으로 배를 13척이나 만들어 내보낸 조선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천안함 사고 민관합동조사단에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본의 아니게 그만 ‘투사’가 되고 말았다.

그 합조단이라는 게 “천안함은 (북한군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아귀를 짜 맞추는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최종 조사보고서를 (합참의장의 지시로) 40여 군데나 날조하여 발표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감사원은 그런 범죄 사실을 적발하고서도 ‘기밀’이라는 미명 아래 대부분 덮고 말았으니, 역시 새누리당 정부답다는 조롱을 들을 만하다.

이에 신상철의 전문 능력이 한껏 발휘되어 정부의 거짓말이 속속 들통 나고 진실이 백일하게 드러나게 되자 당황한 정부는 국방장관(대장 출신의 김태영 장관) 이하 무려 별 14개의 이름으로 신상철을 고소(고발)하여 법정에 세웠다. ‘곽노현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드레퓌스 재판’이 재연된 것이다.


목차

여는 글 / 프롤로그 - 국방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

제1장 속보 - 최초 보고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해군 초계함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반파 후 침몰 중”
천안함 침몰은 한 번이 아닌 두 번에 걸친 일련의 ‘사고’

제2장 의문 - 좌초는 검토 대상이 아니란 말이오!
합동조사단에 민간 조사위원으로 참여하다
천안함 첫 조사 그리고 ‘짜고 치는 고스톱’
“당신, 자격 있어?”
나는 박사도 아니고 논문 한 편 쓴 적 없다

제3장 흔적 -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최초 보도와 최초 보고서의 중요성
천안함 함수 사진의 진실을 밝히다
국방부는 침몰된 천안함 수색을 고의로 회피했다
제3의 부표와 한주호 준위의 죽음

제4장 추적 - 천안함은 어떻게 좌초 후 충돌하여 세 동강났을까
해작사 작전처장, “천안함 9시 15분 좌초라고 보고했다”
해도 ‘수심 분석’으로 살펴본 천안함 사고의 진실
천안함 선체에 나타난 좌초의 증거
일련의 두 사건 중 최초의 사건을 ‘좌초’로 결론 내린 배경
프로펠러가 관성으로 휘어졌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
어선도 피해 다닌다는 백령도 해역의 그 위험한 지점
제1의 사고 ‘좌초’ 후 발생한 ‘제2의 사고’는 무엇인가

제5장 허구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끝도 없는 거짓말
폭발의 가능성은 존재하는가
‘폭발’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천안함 ‘폭발’의 허구를 말해주는 10가지 증거

제6장 증거 - 사실을 조작하고 진실을 은폐하기에는 증거가 너무 많다
천안함은 ‘좌초’에 이어 ‘충돌’했다
천안함이 ‘좌초 후 충돌’했다는 증거
분명히 뭔가와 충돌하여 침몰한 것으로 ‘확인’된 천안함

제7장 뒷이야기 - 도대체 국민들 모르게 무슨 일들이 벌어진 걸까
‘빙고?!’
합참 오병흥 준장의 고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연’의 퍼레이드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을 더럽힌 과학자들
합조단 구원투수로 나섰던 송태호 교수


책속에서 & 밑줄긋기

P.35 : 나는 그날 중간조사 결과를 두고 토론하는 회의로 알고 있었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선체검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갔었는데 회의실에 앉혀놓고 일방적으로 브리핑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국 대표단이 먼저 브리핑을 하고, 이어서 미국 대표단, 마지막으로 영국 대표단이 브리핑을 했는데, 그 내용은 모두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결론을 어뢰 폭발”이라는 것이었다. 듣다못해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서서 질문을 던졌다.

문 - 왜 좌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가?
답 - 좌초는 없다. 이미 끝난 얘기다.
문 - 무슨 얘기냐. 선체 인양 시 외판하부에 보였던 깊은 스크래치는 명백히 좌초의 증거가 아닌가?

그러자 해군 준장 계급장을 단 분이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여 외쳤다.
“좌초 이야기 하지 마시오. 좌초는 검토 대상이 아니란 말이오!”
그가 외치자 내가 다시 따지고 들어 상황이 어수선해지자 다른 장성이 나서서 장내를 안정시킨 후 차분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그러지 말고 회의가 끝난 다음에 몇몇 전문위원 분들이 신 위원에게 폭발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면 어떻겠습니까?”
내가 말했다.
“폭발에 대한 설명이라뇨. 저는 조사하러 왔지 강의 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선체로 갑시다. 가서 선체를 보면서 함께 조사를 합시다.”
그래서 점심식사 후 국방부 조사위원, 미국 및 영국 조사위원 등 15명이 함께 천안함으로 가서 선체를 조사하기로 하고 오전 회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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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6~208 : 천안함 사고 직후 최대한 사실에 입각한 ‘천안함 사고에 관한 보고서’가 작성되자 오병흥 준장은 그 내용을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보고했다. (중략) 이후 이 합참의장은 오 준장을 불러 합참 참모들이 작성한 ‘천안함 사고 조사보고서’에 대하여 무려 40여 군데를 수정(조작)할 것을 직접 지시한다. 그 내용 가운데에는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조사보고서 내용 가운데 무려 40여 군데나 수정(조작)하라는 지시를 받고 나온 오 준장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합참 내에 자신과 동기생이지만 아직 장군 진급을 하지 못한 류 대령에게 이 문제를 맡아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류 대령은 ‘그것은 진실을 조작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단호하게 거절하고 두 동기는 그 문제로 대판 싸웠다고 한다. 난감해진 오 준장은 류 대령을 제외한 다른 합참의 영관급 장교들을 데리고 보고서를 수정(조작)한 후 다시 이상의 의장에게 보고하고 그것이 국방부의 공식 발표가 된다.

그러나 5월 초 감사원의 국방부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고 합참에서의 조작 사실이 감사요원에 의해 적발되지만 감사원에서는 극히 일부분만 언론에 공개하고 대부분의 조작 내용은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발표에서 누락시킨다. 하지만 감사원은 합참의 조작에 대하여 책임을 묻기 위해 조작 관련자들에 대해 징계를 상신한다. 그에 따라 오 준장 외 몇몇 영관급 장교들이 징계 대상자가 된 것이다. 오 준장은 상부에서 시킨 대로 했을 뿐인데 징계 대상이 되니 억울했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명령에 따라 조작에 가담했던 부하 장교들 모두가 징계 대상이 되었으니 그들 볼 낯도 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 알라딘

저자 및 역자소개

저자: 신상철

최근작 :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소개 :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2년 한국해양대학 항해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한국함대 해군 소위로 임관하여 1984년 중위로 전역했다. 1984년 대한선주(현 한진해운)에 입사하여 컨테이너선 항해사, 삼성조선소(거제) 신조선 파견 감독, 대한조선공사(부산) 파견 수석감독으로 일하다가 1992년 퇴사하면서 조선해운업계를 떠났다. 2010년, 천안함 사고 직후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 천안함 사고 조사에 참여한 이후로 지금껏 천안함 사고 진실 규명에 전념하고 있다.

1992년 의료법인 한솔의료재단 산하 의료기관에 입사하여 1999년까지 전산실장, 심사과장, 기획실장 등으로 일했다. 그 기간에 마산대학 보건행정과 겸임교수로서 병원전산학, 원무관리, 의료보험청구 등을 강의했다. 1999~2004년에는 병원 전산시스템 관련 사업 및 IT 사업에 뛰어들어 부산?경남 일대 10여 개 병원의 전산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코리아닷컴 및 서울닷컴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02년부터는 서프라이즈 및 조인스닷컴 개혁 논객으로 활동했으며, 2004년에는 서프라이즈 사업본부장, 2006년에는 서프라이즈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2011년에는 인터넷언론 ‘진실의길’을 창립하여 현재 대표이사로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합참은 조사보고서의 40여 항목을 날조했으며, 감사원은 이를 적발했으나 ‘기밀’이라며 대부분 덮고 말았다.”

천안함 사고에 관한 한 정부의 발표를 미심쩍어하는 말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대번에 ‘빨갱이’로 내몰리는 야만의 시기에 정부의 발표를 전면부정하고 “천안함은 좌초”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책이 나왔으니, 조선해운 전문가로서 합조단에 민간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이 까놓은 《오만가지 거짓말로 덮어버린 하나의 진실, “천안함은 좌초입니다!”》이다.

항해사이자 해군 장교 출신의 해운 전문가 신상철은, 일찍이 신조선 감독으로 배를 13척이나 만들어 내보낸 조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천안함 사고 민관합동조사단에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본의 아니게 그만 ‘투사’가 되고 말았다. 그 합조단이라는 게 “천안함은 (북한군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아귀를 짜 맞추는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최종 조사보고서를 (합참의장의 지시로) 40여 군데나 날조하여 발표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감사원은 그런 범죄 사실을 적발하고서도 ‘기밀’이라는 미명 아래 대부분 덮고 말았으니, 역시 새누리당 정부답다는 조롱을 들을 만하다.

이에 신상철의 전문 능력이 한껏 발휘되어 정부의 거짓말이 속속 들통 나고 진실이 백일하게 드러나게 되자 당황한 정부는 국방장관(대장 출신의 김태영 장관) 이하 무려 별 14개의 이름으로 신상철을 고소(고발)하여 법정에 세웠다. ‘곽노현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드레퓌스 재판’이 재연된 것이다.

이 책은 ‘언론인’ 신상철을 넘어 ‘과학자’ 신상철의 이름과 양심을 걸고 쓴 ‘진실의 기록’이다. 천안함과 그 사고에 관련된 거의 모든 흔적과 허구와 증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함으로써, 새누리당 정부와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을 더럽힌’ 과학자들이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대로 이 책은 “오로지 진실만을 위해 씌어졌다. 누구를 비난하기 위함도 아니요 누구를 두둔하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그 간단한 이유 하나만을 생각하며 기록했다. 진실을 밝히는 것, 그것은 이 불행한 사건을 겪어야만 했던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작지만 가장 커다란 과제다. 그래야 우리는 이러한 불행을 다시 겪지 않을 것이며 이 사건을 통해 얻게 될 소중한 교훈은 앞으로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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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후보' 이정희, '3자 토론' 앞두고 존재감 급부상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2/04 09:54
  • 수정일
    2012/12/04 09: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정희가 문재인 도우미? "문 후보 하기에 달려"

[오마이공약] '군소후보' 이정희, '3자 토론' 앞두고 존재감 급부상

12.12.04 09:22l최종 업데이트 12.12.04 09:22l
고정미(yeandu)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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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집중 공략 대상은 박근혜 후보다."

4일 저녁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앞두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이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양자 대결로 압축된 이번 대선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TV토론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좋은 기회다.

지난 11월 말 선대위 안에 TV토론팀을 꾸린 이 후보는 3일 유세 활동을 잠시 중단한 채 토론 준비에 나섰다. 김미희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토론회 집중 공략 대상은 물론 박근혜 후보"라며 "새누리당이 거악의 본산이고 후보 본인이 정치쇄신 대상임을 강조하고 맹공을 퍼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문재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 계획은 아니"라면서 "두 후보는 한미FTA 협정문 전문을 읽고 토론회에 참석해야 할 것"이라는 토론팀 관계자 말을 전했다. 두 후보 모두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미FTA 폐기 문제를 직접 거론해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는 의미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10대 핵심 공약과 박근혜-문재인 공약 비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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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따라하는 건 좋은데... 박근혜는 '무늬만 반값등록금'"

이상규 통합진보당 정책기획위원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후보가 민중의 삶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골목상권 지키기, 친환경 급식, 농업 문제 등은 모두 한미FTA와 관련돼 있다"면서 "두 후보 모두 회색적 입장인데 한미FTA 폐기 없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건 거짓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22일 700쪽에 이르는 '18대 대선 정책공약집'을 발표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한미FTA 폐기부터 재벌개혁, 무상복지, 정치개혁에 이르기까지 20대 부문 108대 세부 과제들의 구체적 실천 방안과 재원 마련 방안까지 담았다.

이정희 후보는 요즘 '4가지 50%' 공약을 앞세운다. 현재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노조 조직률을 50%로 높이는 한편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만들고 쌀, 배추, 마늘, 사과, 배, 한우육 등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로 식량 자급률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월소득 4천만 원이 넘는 고소득층에게 50% 소득세율을 적용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민주통합당은 물론 새누리당 같은 보수정당까지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 '진보 정책'을 따라하는 상황에서 한발 더 치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실제 이정희 후보가 지난달 20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10대 핵심 공약을 박근혜-문재인 후보 공약과 비교해 보면 0∼5세 무상 보육과 국공보육시설 확대, 반값등록금 등 복지 관련 공약은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특히 문재인 후보와는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관계에서 큰 시각차를 드러냈을 뿐 경제민주화 정책이나 '최저임금, 평균임금 50% 인상', '의료비 연간 100만 원 상한제' 같은 노동-복지 정책에서 구체적 목표치까지 일치했다.

이정희가 문재인 도우미? "문 후보 하기에 달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29일 부산을 방문했다. 이 후보는 부산 서면에서 거리 유세를 진행 한 후 경부고속철도 부산차량기지 등을 방문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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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위원장은 "복지 확장,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을 진보정당이 선도하고 기성정당이 따라하는 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들 비슷해 보이지만 박근혜 후보 '무늬만 반값등록금'은 국가 예산으로 사채놀이해 대학생 채무자를 양산하겠다는 것이고 검찰 개혁도 기소권 독점은 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그런 정책 차이들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돼 있어 (진보 진영에) 하나의 꽃놀이패가 될 것"라고 덧붙였다.

실제 3자 구도로 진행된 지난 2002년 대선 TV 토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사이에서 '진보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박근혜 후보가 '색깔론'을 앞세워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상규 위원장은 "선명한 진보 목소리가 나와 3자가 차별화되면 박근혜 후보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비쳐 문 후보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 의도가 아니라 문 후보에게 달린 문제"라면서 "이 후보는 토론회에서 민중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상대가 박근혜든 문재인이든 잘못을 지적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3자 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해 지지를 늘릴지 여부는 문 후보 자신에게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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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캠프 해단식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12/04 09:36
  • 수정일
    2012/12/04 09: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캠프 해단식을 했습니다. 안 전 후보의 캠프 해단식을 놓고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시민이 바라보는 눈길과 해석이 전혀 다르게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가 부족했다고 하기도 하고, 현재의 안철수 전 후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지였다고 하기도 하고, 차차기를 노리는 정치공방 내지는 안철수식 안개화법이라는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이하 존칭생략)의 대선캠프 해단식을 둘러싼 언론의 반응과 앞으로 어떤 모습이 대선 정국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봤습니다.

' 안철수 비틀기에 나선 언론'

우선 우리가 꼭 확인해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언론입니다. 대부분 언론이 대선 여론을 주도하고 있기에 우리는 언론이 어떻게 안철수 캠프 해단식을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12월3일 방송된 MBC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는 처음 멘트부터 여야 정치권과 안철수의 싸움을 붙이기로 작정한 듯 보였습니다. 앵커는 안철수 캠프 해단식 멘트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캠프 해단식을 갖고 대선정국이 잘못 가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을 모두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정치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의 말이 끝나고 기자가 멘트를 하면서 다시 '후보 사퇴 이후 열흘 만에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안철수 전 후보는 지금 대선이 국민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을 동시에 비판했습니다.'라는 말로 기성정치권과 안철수의 싸움을 부추깁니다.

 

[전문] 안철수 해단식 발언

감사에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나온 여정 돌아보니까 저는 여러분께 평생 다 갚지 못할 빚을 졌습니다. 아직 저는 여러분의 아름다운 열정을 제 가슴속에 다 새기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저는 여러분들 얼굴 하나하나를 제 가슴속에 다 담지 못했습니다. 오늘 진심캠프는 해단합니다만 지나간 나날을 감사하며 살아도 모자랄 것임을 이미 저는 절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었던 지지자여러분들 팬클럽 회원여러분들, 또 어려운 여건 이겨내면서 성심으로 뛰었던 캠프의 일꾼들, 전국에서 정성을 다해 민심을 모아내던 지역포럼 회원 분들, 밤새 공약 토론하고 다듬던 정책포럼 회원 분들, 지혜를 주셨던 국정자문단, 국민소통자문단, 노동연대센터를 비롯한 많은 자문위원분들, 그리고 생업을 뒤로하고 궂은일들 도맡아 주셨던 시민자원봉사자 여러분. 지난 66일 바로 여러분들이 안철수였습니다. 저는 여러분들 진심어린 눈빛, 헌신적인 손길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감사인사 드립니다.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셨던 새 정치 물결 그리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저는 더욱 담대한 의지로 정진해 나갈 것입니다. 제 부족함 때문에 도중에 후보직을 내려놓아 많은 분들에게 상심을 드렸습니다. 미리 설명 드리지 못하고 상의 드리지 못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서 깊이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국민들에게 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11월 23일 제 사퇴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이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 여러분들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더 이상 대선후보가 아니지만 국민적인 우려를 담아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국민여망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대립적인 정치와 일방적인 국정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미래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가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통합하는 선거, 국민들에게 정치혁신, 정치개혁의 희망을 주는 선거, 닥쳐올 경제위기를 대비하고, 사회 대통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지자 여러분, 캠프 자원봉사자 여러분 안철수의 진심캠프는 오늘로 해단을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 주시고 여러분이 닦아주신 새 정치의 길 위에 저 안철수는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하여 항상 함께 할 것입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여러분과 함께하려는 제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저는 항상 감사하며 더욱 힘을 낼 것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안철수가 말한 해단식 발언 전문을 보면 단일화 관련 발언과 지지, 그리고 대선의 문제점 지적은 거의 비슷한 분량이었습니다. 그러나 MBC뉴스데스크는 마치 안철수를 통해 정치혐오증을 유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원하는 것은 가열되는 대선에 대한 자성의 촉구이자, 그가 해단식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언을 통한 지지였습니다.

조중동 언론은 어떠한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12월4일자 조선일보 1면


오늘 조선일보 1면은 '안의 문지지, 한발짝도 더 안나갔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제목만 보면 마치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일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더 안나갔다'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문구를 사용함으로 읽은 독자에게 문재인 후보를 향한 안철수의 지원은 더는 없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 12월4일자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어 자세한 안철수 캠프해단식을 다루면서 '문재인 후보 지원 발언은 20초뿐, 나머진 자기 갈 길만 말했다'면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간의 틈새 벌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모습을 보면 일부러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발언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같은 보수 신문인 동아일보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12월4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동아일보는 '문돕기' 마음만 먹으면.. 안 거의 모든 선거운동 가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해놓고 실제 그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이중적인 기사를 올립니다.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은 '청춘콘서트'나 초청강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입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 됩니다. 선거기간에는 누구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 열린 12월 3일 해단식도 집회로 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상세한 문재인 후보 지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어제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 지지발언을 강력하게 했다면 선거법 위반이 됐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지지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해놓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안철수를 비난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것이 조중동 프레임의 절묘한 왜곡과 사건 비틀기입니다.

' 안철수에게 자유를 주자'

안철수측은 어제 문재인 후보 지지발언이 미흡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자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유민영 대변인은 해단식이 끝난 지 2시간여 만에 기자브리핑을 자청해 "안 전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번 더 밝히고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안철수의 트위터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로 시작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라는 트윗이 올라왔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이 정도면 안철수 후보가 어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문재인 후보 지지는 다 했다고 봅니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지발언을 했고, SNS에서는 가능한 지지 트윗도 올렸습니다.

이 정도면 됐습니다. 처음부터 안철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필요도 그에게 부담감을 줄 이유도 없습니다. 대선 운동 기간이 별로 남지 않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는 분명히 많은 것을 열심히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자꾸 그에게 부담을 준다면 오히려 단일화의 작은 상처가 더 크게 덧날 수도 있습니다.

그가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자유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 문재인과 안철수와의 관계'

문재인 후보 지지자 중에서 안철수의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소수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안철수와 문재인은 동지와 파트너가 아닌 정치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정치인들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피터는 안철수에게 자유를 주자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안철수라는 인물이 나온 배경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혼합되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기성 정치권을 모두 무너뜨리고 새로운 도화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무조건 쓸 수는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 안철수라는 인물도 자신이 가진 도화지를 기성 정치 도화지에 덧붙여 얼마큼 그 범위를 넓혀나가느냐에 그의 정치적 역량이 달려있다고 봅니다.

 


 

 


안철수와 문재인, 이 두 사람이 따로따로 가진 장점을 서로 인정하고 그것을 공유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문재인과 안철수 간의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지는 그리 큰 효과도 없거니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라는 인물로 투영되고 있는 기성 정치를 바라보는 지지층의 생각을 겸허하게 읽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국민이 기성 정치를 바라보는 생각을 서로 나누고, 상호 간의 정치 협의체를 구성해서 분열과 대립이 아닌 협력체제로 정치 체제를 구성해 나가야 합니다.



 

▲ 안철수의 얘기를 듣고 있는 문재인 후보. 출처:연합뉴스


안철수는 이런 협력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넓혀 나가고, 문재인 후보는 기성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행보를 진행하면서 대선은 물론이고 앞으로 정국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래야 거대 보수세력이 집권하고 움직이는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개혁할 수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문재인 후보 지지자이지만 안철수 후보를 존중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문재인이라는 인물만 바라보지 말고, 대한민국 정치를 넓게 바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한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를 모두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문재인,안철수와 같은 사람이 각자가 가진 장정을 서로 나누고 배우면 협력하면서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향해 노력해야 합니다.

 

 


 

▲12월4일자 신문 1면에 나온 안철수의 사진, 좌측:동아일보,우측:한겨레

 


안철수와 문재인을 각각 하나의 개체와 세력으로 서로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자꾸 요구하거나 대립적인 갈등으로 끌고 가는 다른 세력의 프레임으로 그들을 왜곡하면 안 됩니다.

안철수와 문재인을 바라보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인물 고유의 품성과 자격을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문재인,안철수는 뛰어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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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대선보도, 새누리당의 전략하에 있어"

 

"방송사 대선보도, 새누리당의 전략하에 있어"

 

[인터뷰]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이승욱 기자 | sigle0522@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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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2 21:23:40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한 지지자가 울음을 터뜨리며 다가와 손을 잡으려 하자 "손이 아프다"며 악수를 사양하고 있는 모습. 자신에게 불리한 이 사진에 대해 박 후보는 딱 집어 거침없이 "악랄하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18대 대선이 1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들의 방송 토론도 전무하며 언론을 통한 정책 검증도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후보들이 유세장에서 하는 말만을 듣고 뽑아야하는 실정이다. 또 방송사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9월부터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이하 대선공실위)를 꾸려 이런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있다. 대선공실위는 매주 보고서를 통해 한 주간 있었던 불공정 사례를 지적하고 트위터리안과 누리꾼이 뽑는 최악의 대선보도를 선정하고 있다. <미디어스>는 대선 공실위를 총괄하고 있는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을 지난달 29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대선공실위는 대선을 앞두고 언론노조 정책실, 교육선전실과 각 지·본부 인사들이 모여 구성됐다. 대선공실위는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모여 현재까지 10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공정보도실천보고서 7호까지 나왔다. 장지호 정책실장은 "매주 모이다 보니 각 지·본부에서도 편파나 불공정 보도에 대해 더 신경을 쓰게된다"면서 "또 좋은 사례들은 서로 공유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지호 실장은 이런 문제제기를 함에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의 대선보도에 대해 장지호 정책실장은 "철저히 새누리당 선거 전략 하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새누리당 전략은 집토끼를 지키고 정치 무관심을 불러일으켜 투표율을 낮추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처럼 안하던 것을 하니 말이 꼬이고 내부 분열도 생겼던 것"이라며 "지금 대선 예상 투표율 65%인데 새누리당은 이 정도 투표율이면 집토끼만 잡아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이 전무한 것에 대해서도 "언론보도가 적은 것과 같은 이유"라면서 "얼마 전에 했던 송지헌 쇼(박근혜 후보의 단독 토론이었지만 사회자인 송지헌 씨가 지나치게 개입해 '송지헌 쇼'였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같이 대본이 있음에도 그런 식으로 밖에 못하는 것을 보면 일부러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유세장에서 후보들이 하는 말만 듣고 사람을 뽑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자들 정책 검증 전문성 떨어져…특별취재팀 구성해야

정책 검증 보도가 부족한 것에 대해서 장 실장은 "기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장지호 실장은 "캠프를 정치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경제민주화 같은 정책은 경제부에서 다뤄야하는데 모두 정치부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언론사에서 사전에 정책검증단과 특별취재진을 구성해야한다"면서 "사회, 경제, 복지, 노동 등의 분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기자들을 모아서 취재를 해야 냉정하고 객관적인 취재가 가능하다. 안에서 접점을 찾아주는 역할로 한두 명 정도 정당 출입기자들이 합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 실장은 "팩트체커팀과 정책 검증을 위한 전문가 집단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위터리안들이 뽑은 최악의 대선보도에 7번중 5번이나 선정된 MBC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장지호 실장은 "지금은 조중동이 무색할 정도"라며 "국민들이 느끼기에도 MBC는 나쁜 놈이 돼 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장 실장은 "지금 MBC는 보도의 ABC가 안 돼 있다. 스트레이트 기사임에도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본부장들이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MBC를 사유화 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 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미디어스

 

언론보도의 편파성 국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대선공실위는 국민들이 이런 보도 행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을 고민 중이다. 장지호 실장은 "국민들이 우리의 지지자가 돼 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보고서 내용을 바꾸고 그 보고서를 확산시킬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편파보도가 심한 곳은 직접 항의 시위를 통해 대국민 선전전을 할 예정이며 '최악의 대선보도' 같이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 코너도 마련할 계획이다.

대선공실위에서 매주 발행하는 공정보도실천보고서는 'http://goo.gl/d2r4h'에서 볼 수 있으며 트위터리안·누리꾼 선정 최악의 대선보도는 'http://goo.gl/gxeJl'에서 추천할 수 있다.

다음은 장지호 정책실장과의 일문 일답

-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가 지난 9월에 꾸려졌다. 기존의 민실위가 대선을 앞두고 확대된 것이라고 보면 되나?

기존 민실위 인원이 뉴스타파 쪽으로 합류했다. 민실위 주목표가 내부 보도투쟁이었는데 계속 좌절돼 이러한 투쟁을 외부로 알려야겠다는 취지에서 뉴스타파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내부로 진행되는 영역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어 대선을 앞두고 언론노조 정책실, 교육선전실과 각 지·본부에 속한 분들은 모아서 대선공실위를 꾸리게 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장착한 두 날개인 뉴스타파,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 운영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나. 각각의 팀에 참여인원은 어떻게 되나,

뉴스타파는 언론노조에서 3명 포함에 총 15명 정도 되며 대선공실위는 언론노조 6명 포함해 16명이다. KBS, MBC, SBS, OBS, YTN, 연합뉴스, 뉴시스,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지·본부에서 참여하고 있다. 둘 다 잘 운영되고 있다. 대선공실위는 매주 수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이는데 지금까지 10차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으며 보고서도 7호까지 나왔다. 매주 모이다 보니 각 지·본부에서도 편파나 불공정 보도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좋은 사례들은 서로 공유하는 자리가 돼 의미 있게 잘 굴러가고 있다.

-뉴스타파 활동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뉴스타파가 노력하고 있지만 기존 언론들의 편파보도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은가.

시즌 1에 비해 반향이 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건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이전에 기존의 보도들이 다루지 못했던 것을 다루는 나꼼수, 이털남 등이 SNS상에서 활성화 됐을 때 뉴스타파가 나왔고 또 제작진이 해직기자라는 점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었다. 지금은 사회적 파급력을 줄 아이템을 발굴하기도 초기에 비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선이 끝나면 시즌3이 될 것 같은데 그땐 기성 매체들과 함께 경쟁하며 비판하고 감시하는 탐사 전문 보도 매체로 충분히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부적으로 유료회원들을 모집해 재정적 독립성도 이루는 등 기본적 운영이 될 수 있는 체계들은 잘 갖춰져 있어 점점 더 발전할 것이다.

-외부 언론들이나 시민사회, 그리고 내부 노조가 열심히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작 방송보도는 전혀 달라지고 있지 않은데.

편파, 불공정 보도가 대선이 막바지로 갈수록 노골화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불공정 보도 테크닉이 굉장히 교묘해졌다. 예를 들면 보도 가치를 획일화 시키는 것이다. 단일화가 이슈가 됐을 때 당연히 단일화를 많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1대1로 보도하라고 항의방문까지 갔다. 정치인이 보도의 편집권, 제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순서로 뉴스를 편집하다 보니 단일화 구도가 뒤로 가고 박근혜 후보 동정을 먼저 보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또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들은 문-안-박 식으로 보도한다. 초두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올바른 선거정보를 국민에게 줌으로써 제대로 된 선택을 하도록 보도를 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남은 기간 동안 북풍, 유세과정에서 돌발 사건들이 터졌을 때 뉴스 가치보다 훨씬 많이 재생산되고 크게 다루는 부분이다. 이런 점에 대해 지·본부들에 대한 내부 대비를 촉구하고 있고 대선공실위 차원에서도 논의를 하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가 매주 발행하는 보고서 화면 캡쳐 http://goo.gl/d2r4h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언론노조의 대선공정보도투쟁에 성과가 있다고 보나?

지난 총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진 곳이 많았다. 그런 곳은 언론장악의 효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때는 파업 중이어서 기자들이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버린 것이다. 지·본부들도 대선을 앞두고 이제는 언론이 어떻게 된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자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겠다는 절박감에서 올바른 선거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쉽게 대선공실위도 구성이 됐고 참여율도 높았다.

또 하나는 예전에는 보도 모니터를 내부에서 했는데 이번에는 외부 교수분들과 시민단체에 의뢰해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만 문제제기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다른 사람들이 봐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했다. 지난달 10일에 공정보도투쟁 계획안이 중집에서 통과 됐는데 두 달 남짓 남은 시간이었다. 지역 시민단체들과 공정보도를 위한 미디어연대 협의체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을 구성할 시간이 촉급했다. 그 당시에는 모니터에 대한 부분도 세팅이 안 된 시기였다. 그래서 포기한 사업들이 많았다. 다음에는 이런 게 반복되지 않게 백서 같은 기록물을 남겨 다음에 넘겨줄 생각이다.

-대선공정보도투쟁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근본적인 한계는 방송사 또는 신문사 지배구조 자체가 새누리당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노조 힘만으로 싸우기 힘든 부분이다.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지만 저쪽에서는 ‘알았다’는 식으로 보류해 버리거나 기계적 균형을 내세워 방어하고 MBC는 ‘너네 야당편이잖아’라는 진영 논리로 회피해 버리는 부분이 있다.

어려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냐. 결국은 국민들이 우리의 지지자가 돼 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내부적 기반은 충분히 다졌다고 보고 국민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보고서 내용을 바꾸고 그 보고서를 확산시킬 방안을 찾을 것이다. 또 최근에 경남MBC가 편파 보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곳에는 항의 시위도 갈 예정이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트위터로 최악의 대선보도를 뽑는 게 있다. 이런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코너를 하나 더 만들 예정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

 

 

   
▲ 20일 MBC <뉴스데스크> 톱 기사

 

-MBC가 최악의 대선보도에 5차례나 뽑혔다. 유독 MBC 보도에 몰표가 가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조중동이 무색할 정도다. 조선이나 중앙은 최소한의 저널리즘의 기본은 지켜가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편파적으로 보도한다. 하지만 지금 MBC는 보도의 ABC가 안 돼 있으면서 노골적으로 왜곡, 편파 보도를 한다. 스트레이트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보도하는 대표적 저질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저널리즘 기본 영역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기본적인 기자의 시각이나 관점이 들어가지만 기자적 양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접근해야하기 때문에 보도에 관점이나 시각을 부인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보도의 ABC는 있어야 할 것 아니냐. 그러니 조중동을 능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느끼기에도 MBC는 나쁜놈이 돼 버린 것이다.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본부장들은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MBC를 사유화 시킨 것이다.

- 영향력이 큰 지상파들의 대선보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우선 '매우 적은 보도량'으로 보인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27일 저녁 방송 3사의 대선보도량은 5년 전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더라.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대선기간에 3꼭지, 4분 30초가 나온다. 지금 대선 보도는 철저히 새누리당 선거 전략 하에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집토끼를 지키는 전략으로 바꿨다. 예전에는 산토끼들 잡기 위해 경제 민주화 쇼도 했지만 자꾸 안하던 짓 하니까 내부의 분열도 있고 말도 꼬이니까 전략을 바꾼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 전략은 집토끼를 지키고 정치 무관심을 불러일으켜 투표율을 낮추자는 두 가지 양대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선거 전략하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선 보도 양이 준 것이다. 그것을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게 MBC인데 만약 20분 분량을 한다면 15분은 화끈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런데도 안하는 것은 그런 플랜하에 있기 때문이다.

-KBS가 3사가운데 유일하게 '대선후보 진실검증단'을 가동하고 있으나,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서인지 별다른 검증보도를 내놓지 못하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나열하는 선에만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장, 본부장, 국장들이 수직계열화로 조직적으로 장악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선 기자들이 운신의 폭이 좁은 부분이 있다. 보도 게이트키핑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심지어 데스크가 기사를 고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국민들이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공약이 그 동안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하는 것이다. 그래서 후보들의 공약도 없다.

방송사 내부의 문제는 기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치부에서 캠프를 담당하고 있는데 경제민주화 같은 것은 경제부에서 담당해야한다. 정책 보도는 사전에 정책검증단과 특별취재진들을 구성해야한다. 캠프를 취재할 때 사회, 복지, 노동, 경제를 다 아우를 수 있는 기자들을 모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냉정하고 객관적인 취재가 가능하다. 안에서 접점을 찾아주는 역할로 한두 명 정도 정당출입기자들이 합류할 수 있겠지만 지금 처럼 정치부가 전담하니 당연히 정책보도가 안되는 것이다. 팩트체크팀도 만들어야한다. 후보자들이 한 말들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해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 박근혜 후보가 줄푸세이야기 하다가 경제민주화로 갔다가 왜 다시 줄푸세로 가려는지 국민이 알아야한다. SBS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같이 하는 것처럼 정책 검증을 위한 전문가 집단을 미리 확보해 공동으로 해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선 후보 토론이 전무하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언론보도가 적은 것이랑 똑같은 이유다. 박근혜 씨는 토론을 못하는 사람이다. 얼마 전에 했던 ‘송지헌 쇼’ 같이 대본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일부러 안하는 것이다. 2007년 대선 때도 대담, 토론회를 44번 했다. 그 당시에도 MB가 회피를 했었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유세장에서 하는 말만을 듣고 사람을 뽑아야 되는 상황이 됐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언론관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권력을 잡으면 언론을 통제하고 싶어진다. 누가 자기한테 나쁜 소리하는 것이 좋겠냐. 그런 속성이 있는데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자기를 객관화시켜 바라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것이 언론을 대하는 방법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후보는 절대 아니다. 이명박이 해왔던 관성이 있는데 이명박 보다 더할 것이다. 후보들이 권력을 대하는 방식이 언론을 대하는 방식과 같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권력이 항구적이거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다른 목소리의 수용도도 클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생각이 편벽돼 있다. 그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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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부담으로만 보는 까닭은…

통일을 부담으로만 보는 까닭은…

[특별 기고] KDI의 통일비용 산출에 대해

정세현 원광대학교 총장, 전 통일부 장관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03 오전 7:54:58

 

지난 12월 1일, KDI가 통일비용과 관련된 보고서를 발간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북한경제 리뷰: 남북통일을 위한 재정조달'이라는 보고서라고 한다. 언론(연합뉴스 12월 1일자)이 보도한 요지는 다음과 같다.

"통일이 되면 북한주민들의 기초생활 보장 때문에 정부지출이 지금의 10배로 늘어나고, 북한주민 의료비 때문에도 GDP 2∼3%의 추가지출이 필요해진다. 결과적으로 정부부채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수 있다. 민간부문만으로는 통일재원을 모두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증세가 불가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외 채권도 발행해야 한다."

연구보고서 내용이 언론이 보도한 대로라면, 우선 통일은 겁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래가지고서야 감히 통일을 꿈이라도 꿀 수 있겠는가? 이 기사를 읽으면서 김영삼 정부 시절 우리 사회가 '북한붕괴론 대두-흡수통일론 유행-경쟁적 통일비용 계산-통일공포증 만연'이라는 열병을 앓던 상황이 상기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30년 이상 통일문제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몇 가지는 짚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풀려진 통일비용은 통일공포증, 통일기피증 심어준다

첫째, 통일비용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것이다. 통일비용, 이거 잘못된 전제 하에 잘못된 기준으로 계산하면 국민들에게 통일기피증, 통일공포증을 심어 준다. 연구자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통일비용을 넉넉하게 계산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이 분단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수가 있다. 분단이데올로기를 이론적으로 보강해준다는 뜻이다.

1990년대 초중반 난데없이 북한붕괴론이 나오고 흡수통일론이 유행을 하면서 학자들 사이에 통일비용 계산 경쟁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동독처럼 북한이 갑자기 붕괴한 뒤 통일을 위해서 '10년 동안 남한이 매년 얼마나 돈을 들여야 하느냐'라는 것이 당시 통일비용의 개념이었는데, 매년 GDP의 14∼15%를 북한에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부터 그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도 나왔었다.

그 때 누가 이런 통일비용 계산의 군불을 지폈는가? 국내학자나 기관이 아니었다. 일본장기신용은행이었다. 그리고 GDP 14∼15%의 통일비용이 필요하리라는 것도 일본장기신용은행의 계산 결과였다. GDP 15%면 당시 우리나라 국가예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친절하게도 한국의 경제능력으로는 힘이 부치기 때문에 일본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단서까지 달았었다.

여기에 뒤질세라 국내 학자들이 애국애족심을 발휘하다 보니 일본이 계산한 것보다 더 많은 통일비용이 언론에 경쟁적으로 보도된 적도 있다. 북한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라는 전제하에 잘못된 기준을 적용하여 경쟁적으로 계산된 엄청난 규모의 통일비용은 그때부터 국민들에게 통일기피증, 통일공포증을 심어주면서 분단이데올로기 노릇을 했다.

이번 KDI의 연구보고서도 국민들에게 통일을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주기보다 통일공포증과 통일기피증을 심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도 보고서를 분석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통일비용에서 분단비용은 빼고, 통일편익은 보태야 한다

둘째, 통일비용 계산 방법에 관한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학자들이 그랬듯이, 통일 후 투자비용만 계산해놓고 그걸 통일비용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러면 국민들은 통일에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생각밖에 못하게 된다.

통일이 되면 분단상황에서는 지불하지 않던 추가비용이 당연히 나온다. 그런데 분단이 끝나서 그런 추가비용, '통일비용'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바로 그 순간부터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 없었던 비용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분단이 끝나면 '분단비용'이 안 나간다는 얘기다. 통일비용이 분단비용보다는 많을 수밖에 없지만, 분단비용을 통일비용으로 돌려 쓰면 '순(純)통일비용'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순통일비용이 진짜 통일비용이라고 해야 상식에 맞지 않겠는가?

통일비용을 계산하는 데 있어서 통일비용과 분단비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통일편익이다. 우리는 지금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 바꾸어 말해서, 통일된 국가였더라면 갖출 수 있는 위상과 국가경쟁력을 못 가지고 있다. 그런데 통일이 되면 누릴 수 있는 편익이 상당히 커질 것이다.

우선 인구가 7천만 이상이 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해 통일한국의 국제경쟁력이 급상승할 것이다. 분단상황에서 분단비용을 지출해가면서 4천8,9백만의 인구로도 G-15반열에까지 올랐는데, 분단비용 더 이상 안 나가고 인구가 7천3,4백만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제경쟁력 있는 상품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 더구나 TKR-TSR(시베리아횡단철도)과 TKR-TCR(중국횡단철도)을 통한 물류비 절감(시간상 선박의 3분의1 소요)으로 인한 수출품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남한의 자본과 하이테크에다가 결합시키면 경쟁력 있는 상품이 추가로 개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통일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두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 통일한국은 G-6, G-7반열로 올라갈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 학자들이나 기관이 통일비용을 계산하려면,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을 상계(相計)하는 것은 물론이고 통일편익도 계산해주면 좋겠다. 통일 후 실제로 지출되는 돈과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을 모두 합산해서 제시하면 국민들이 통일을 두려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통일을 바랄 것이다. 왜? 지금까지 말한 방법대로 계산하면 '통일은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순통일비용과 통일편익은 각각 얼마나 되나

셋째, 수치로 보는 통일비용, 분단비용, 통일편익의 규모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통일비용 전문 경제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신창민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1990년대 초반부터 통일비용을 연구해온 분인데, 근년에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로부터 통일비용 연구 위촉을 받아 그 연구결과를 국회에 제출했다. 신 교수의 <통일비용과 통일편익>이라는 연구보고서의 핵심 수치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2015년을 통일 시발점을로 삼고 그로부터 15년간 북한경제를 일으키면서 남북통합을 해나가려면 매년 GDP의 6.0∼6.9% 정도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한편 분단기간 중 지출되었던 GDP의 4.35∼4.65%에 해당하는 분단비용은 더 이상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분단비용을 통일비용으로 돌려 쓸 수 있기 때문에 순통일비용은 결국 년간 GDP의 1.65∼2.35%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통일 후 통일편익은 매우 클 것이다. 자본의 회임기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통일 직후부터 통일편익이 바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GDP가 년평균 11.25%씩 성장할 수 있다. 년 평균 GDP 성장률 11.25%에서 순통일비용인 GDP의 1.65∼2.35%를 빼면 년간 9% 전후의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년 3∼4%대에 머물러 있던 점을 생각하면 통일의 편익은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A) 통일비용 : 연간 GDP의 6.0~6.9%
(B) 분단비용 : 연간 GDP의 4.35~4.65%
(C) 순통일비용 : (A)-(B) = 연간 GDP의 1.35~2.55%

(D) 통일편익 : 통일시 연 11.25% 성장
(E) 순성장 : (D)-(C) = 8.7~9.9%

*통일편익(D)에서 통일비용(A)만 빼는 방식으로 계산해도 (D)-(A) = 4.35~5.25% 성장

북한붕괴 쉽지 않고, 북한주민이 소비주체만은 아니다

끝으로, 통일비용을 계산할 때 범하기 쉬운 전제나 가정의 오류에 관한 것이다. 남북통일비용 계산은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시작되었다. 사회주의 동독이 붕괴했다고 해서 북한도 붕괴할 거라고 전망하는 것은 일종의 '희망적 관측'이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오래 하다 보면 그렇게 될 거라고 믿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북한붕괴론은 그와 유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북한에게는 동독의 후견국이던 소련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일도 일어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북한의 후견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은 날로 부국강병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 국가마다 체제붕괴 요인과 체제유지 요인이 함께 있는 법이다. 대내적으로, 북한에는 체제붕괴 요인도 있지만 체제유지 요인도 만만치 않게 강하다. 북한 붕괴를 쉽게 예단하는 건 정책적으로 현명치 않은 일이다.

통일비용 계산과정에서 통일 후 북한주민은 남쪽에 손만 벌릴 것처럼 전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잘못이다. 소비주체 중 상당수는 생산주체이기도 하다. 북한주민 전체를 통일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먹여 살려야 한다고 전제하고 통일비용을 계산하면 되겠는가? 북한주민들의 노동력과 두뇌가 통일한국에 자산이 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통일 이후 통일비용을 사전에 줄여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길을 외면하고 엉뚱한 길로 돌아가려 하면서, 잘못된 전제와 잘못된 방법으로 통일비용을 계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프레시안

 

 
 
 

 

/정세현 원광대학교 총장, 전 통일부 장관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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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7점-박근혜 4.2점... 안철수-한상대 효과?

[오마이공약-정책 배틀①] 미리 보는 대선 토론... 정치-검찰개혁 적임자는?

12.12.02 20:42l최종 업데이트 12.12.02 20:42l
공약검증팀(staright)

 

 

오는 12월 4일 18대 대선 첫 TV토론이 열립니다.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얼굴을 맞대는 첫 토론회가 대권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대선 토론에 앞서 예상되는 쟁점을 중심으로 양자 토론을 가상으로 진행하고 전문가 평가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정치 개혁과 검찰 개혁입니다. [편집자말]
[공약검증팀 : 김종철 김시연 최지용 강민수/ 그래픽: 고정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오른쪽)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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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진짜 검찰 개혁과 정치 쇄신을 할 수 있는 후보입니까?"

잇따른 현직 검사 비리 사건과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로 검찰 개혁과 더불어 정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역시 2일 한층 강도 높은 검찰 개혁안을 내놓았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첫 TV 토론에 대해 "정치 개혁 분야에선 국회의원 비례대표 증원과 결선투표제, 검찰 개혁, 국회의원 특권 축소가 가장 큰 쟁점이고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정당 보조금 축소 등 정당 개혁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제도 개혁] 문재인, '안철수 현상' 앞세워 '결선투표제' 쟁점화

우선 정치 분야에선 국민 참정권을 확대하는 선거 제도 개혁과 안철수 후보가 제기했던 국회-정당 개혁이 화두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8일 안철수 후보와 함께 내놓은 '새정치공동선언'을 앞세워 정치 개혁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문 후보가 단일화 부작용 해소 방안으로 내놓은 '대선 결선투표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문 후보는 지난달 27일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결선에 나갈 후보를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선투표제는 국민 목소리가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고 대통령 정통성 확보에도 유용한 제도"라며, 가장 바람직한 정치개혁 공약으로 꼽았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정치 개혁 주요 쟁점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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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가 제안한 결선투표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근혜: "단일화 폐해가 심하니 오죽하면 그런 생각도 할까 이해는 되지만 결선 투표도 상당히 부작용이 심합니다. 우리나라는 양당제가 정착되고 있는데 결선투표를 하게 되면 다당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다당제는 대통령제하고는 잘 안 맞습니다."(11월 25일 박근혜 후보 조선일보 인터뷰)

문재인: "결선투표제는 국민에 의한 제도적 단일화를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고, 다수를 대표하는 것으로 국민적 정당성과 민주적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입니다.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단일화 논의에만 치중해 정책 경쟁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한 결과입니다. 또 87년 이후 역사적 경험과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필요성을 체감하고 제안한 겁니다."(11월 27일 문재인캠프 대변인실)

박 후보는 오히려 각 정당 후보 선출이 늦어져 정책 선거가 어렵다며 대선 후보 확정 시점을 선거일 4개월 전으로 앞당기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나섰다.

문재인 후보는 투표 마감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9시로 연장하고 투표 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등 참정권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박 후보 역시 지난 7일 '정치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참정권 확대보다는 정치권 특권과 부패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63시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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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개혁] 박근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에 문 "정치 위축 안돼"

국회와 정당 개혁 문제와 관련해서 두 후보는 책임총리제를 통한 대통령 권한 축소, 기초의원 정당 공천 배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상시 운영 등 비슷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 특권 축소 방안으로 박 후보는 불체포 특권 폐지와 면책 특권 제한을 내놓은 반면 문 후보는 국회의원 영리 목적 겸직을 금지하고 국회의원 연금 제도 폐지를 내걸었다.

-정치 개혁(쇄신)에서 핵심은 무엇입니까?
박근혜: "국회 차원에서 쇄신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윤리위나 선거구획정위 같은 것도 전원 외부 인사가 참여해서 실질적 권한을 준다면 막말 정치나 폭력 정치가 근절될 거라 생각합니다."(11월 26일 박근혜 후보 TV 단독 토론)

문재인: "국민이 정치를 불신한다고 정치 자체를 위축시켜선 안 됩니다. 바르게 작동하도록 고치는 게 정답입니다. 정당을 혁신하고 제도를 개혁해서 정치와 정당의 역할을 오히려 강화해야 합니다. 제 기능 못했다고 정당과 정치를 축소시키는 것은 결코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문재인 후보 '새로운 정치의 문')

이에 대해 조성대 한림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박 후보는 정치권의 기득권 및 특권 폐지,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도덕적 권력'을 보이는 반면 문 후보는 정당 및 국회에 대한 광범위한 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 권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는 현재 300석 가운데 54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정원 축소까지 주장했지만 새정치공동선언에서 '조정'으로 수위를 낮췄다. 반면 박 후보는 지역구 축소를 수반하는 비례대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성대 교수는 "현 제도가 새누리당에 유리하기 때문에 박 후보는 국회와 정당 기득권을 대체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문 후보 입장에선 박 후보에게 현재의 제도가 당선에 유리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여 패널들의 질문에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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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검찰 자중지란에 박근혜도 '중수부 폐지'... 문재인 '공수처' 힘 실려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 사건, 성폭행 검사 사건 등 잇따른 현직 검사 비리와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를 계기로 검찰 개혁이 대선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찌감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내걸었던 문재인 후보는 검찰총장직 외부 개방 등 검찰 인사 개혁 방안을 내놓았고 박근혜 후보도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중수부 폐지' 카드를 뒤늦게 꺼내들었다.

-두 후보 모두 검찰 개혁을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권령형 비리를 차단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방안은 무엇입니까?
문재인: "장·차관, 판·검사, 국회의원, 청와대 고위직 등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행위에 대하여는 별도의 독립된 수사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여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더 이상 '정치검찰'이 양산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12월 2일 검찰개혁안 발표)

박근혜: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고, 문제가 생기면 상설특검을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겠습니다."(8월 20일 후보 수락연설문) "그동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부서에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하겠습니다."(12월 2일 검찰개혁안 발표)

문재인: "박근혜 후보가 주장하는 상설특검제는 검찰 개혁을 막으려고 검찰이 제시한 차선책에 불과하고 특별감찰관제는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 후보의 검찰 개혁 공약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12월 2일 검찰개혁안)

참여정부 시절 비검찰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았던 문 후보가 검찰 개혁에 보다 적극적이다. 문재인 후보는 공수처에서 권력형 비리뿐 아니라 검사 관련 범죄를 수사할 권한과 기소권까지 줘 검찰 권한을 분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 후보는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제도와 상설특별검사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공수처 설치는 유보적이다. 하지만 박주민 변호사는 "특별감찰관에게 광범위한 조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는 형사소송법상 수사와는 다른 개념으로 기존 검찰 권한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할 우려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유일한 부서로 '정치 검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상대 전 총장도 자체 검찰 개혁 카드로 중수부 폐지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중수부 폐지에 부정적이었던 박근혜 후보도 가세했다. 하지만 공수처 신설 없이 중수부 폐지만으로는 검찰 권한 견제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조성대 교수는 "공수처처럼 외부 기구를 둬야 실질적인 검찰 권력 분산이 가능하다"면서 " 검찰 내에 어떤 조직을 만들더라도 검사동일체 원리가 관철되는 한 검찰 개혁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2일 "개인적으로 중수부 존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수부 입장이 바뀌었지만 검찰의 수사 기능이 특별 수사 기능을 통해 다시 강화되길 바란다"며 검찰 권한 축소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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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개혁에도 문 후보가 더 적극적이다. 문 후보는 2일 "지금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현직 검사 중에서 임명해 왔던 검찰총장직을 외부에도 개방하겠다"면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에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를 절반 이상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차관급인 검사장급 이상 54명 고위 간부를 절반으로 줄이고 검사장급 개방형 임용도 확대하는 한편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 과반 참여를 약속했다.

박 후보 역시 검사장급 이상 직급을 순차적으로 감축하기로 했지만 검사의 '적격심사 기간'을 7년에서 4년으로 단축하는 등 검찰 내부 감찰 기능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박주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는 "박 후보가 중수부를 폐지하겠다고는 했지만 해당 업무가 다른 부서로 가게 되면 결국 도루묵"이라면서 "검찰 개혁 핵심이 정치적 편향성 제거를 통한 정치적 독립, 민주적 통제란 점에서 크게 진전된 게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 후보 검찰개혁안에 대해선 "검찰총장 외부 인사 개방 등 민주적 통제 방안이 보강된 건 바람직하다"면서도 "검사장 직선제 등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박 후보쪽에 '반부패·정치쇄신과 검찰개혁을 위한 TV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두 후보의 첫 토론은 오는 4일 저녁 8시부터 방송 3사로 생중계되는 선관위 주최 토론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권력형 비리 해소 방안을 비롯해 정치ㆍ외교ㆍ안보ㆍ통일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날 토론회에는 두 후보 외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도 참여한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정치 개혁> 전문가 지수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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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7점-박근혜 4.2점... 정치-검찰개혁 평가 '극과 극'
공세적인 문재인, 수세적인 박근혜. 두 후보의 엇갈린 정치 개혁 방향에 대한 전문가 평가도 크게 엇갈렸다.

<오마이뉴스>는 정치-사법 제도 전문가 5명에게 두 후보의 정치-검찰 개혁 공약 평가를 요청했다. 정책의 방향성, 구체성, 적합성,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박근혜 후보는 10점 만점에 평균 4.2점, 문재인 후보는 평균 7.0점을 받았다.

문재인, 정치 개혁안 긍정 평가... 박근혜 '기득권 유지'

문 후보는 전문가 3명에게 8점을 받는 등 비교적 고른 점수를 받았다. 박 후보는 전문가 1명에게 7점을 받긴 했지만 일부 전문가에게는 낙제점에 가까운 1점을 받아 편차가 컸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박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에 대해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며 낮은 점수를 줬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투표 시간 연장과 같은 어렵지 않은 선거개혁 과제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반대하고 비례대표 확대도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후보에 대해 "권력 분권화에 대한 문제 의식은 있으나 결선 투표, 투표시간 연장, 비례대표 확대 등 참정권 확대에 대해 수구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권력 분권화, 정당 개혁, 참정권 확대 등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전향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순한 비례대표 확대를 넘어서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 거대 정당 위주의 교섭 단체 해체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교수 역시 문 후보에 대해 "대체로 긍정할 만한 부분이 많지만 거의 전부가 이미 학계와 정치권에서 나왔던 얘기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전문가 5명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조성대 한림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문재인 후보의 정당 및 국회 개혁은 87년 체제 이후 민주화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정당과 국회를 개혁하겠다는 의미에서 방향성과 적합성이 있고 구체적인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당선된 이후 다수당인 새누리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중수부 폐지'에 평균 0.6점 상승

전문가들은 문 후보가 제시한 중수부 폐지와 공수처 설치를 가장 바람직한 공약으로 꼽았다.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변호사)은 "문재인 후보는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주장해왔던 검찰개혁안을 수용하고 있고 법무부 보직에서 검사를 배제해 법무부를 통한 검찰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박 변호사는 "박근혜 후보가 제안한 '특별감찰관제와 연계한 상설특검제'는 기존 검찰 권한을 제한하기보다는 권한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우려까지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조성대 교수는 "중수부 폐지와 공수처 설치가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의미에서 적합한 제도지만 검찰의 저항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가 2일 뒤늦게 '중수부 폐지'를 들고 나오면서 전문가 평균 점수도 소폭 상승했다. 검찰 개혁안 발표 이전인 지난 30일 1차 평가에서는 평균 3.6점으로 문 후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하태훈 교수는 "검찰총장 사퇴 등 최근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마지 못해 표를 의식해 내놓은 방안으로 보여 실현 의지와 가능성이 의심스럽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책임총리제와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를 부정적인 공약으로 꼽았다. 신율 교수는 "대통령이 총리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총리에게 아무리 법적 권한을 보장하고 총리의 권한 확대를 보장한다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책임총리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대 교수는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정당은 바로 세울 문제지 없앨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정당이 지방정치에서 빠지면 그 공백은 토호가 메우게 된다"면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정치개혁 전문가 평가단: 박주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변호사),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성대 한림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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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숨기고 싶은 '불편한 진실'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드디어 전략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던 인물입니다. 특히 올해 초만 해도 "현 정권과 인위적 차별은 없다"고 했는데, 선거를 불과 15여일 앞두고 갑자기 이명박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도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박근혜 후보의 선거전략이 놀라운 이유는 그녀가 전혀 예상치 않은 "정권교체'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새누리당과 이명박,박근혜는 하나의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박근혜는 아예 이명박 정권을 부정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이렇게 그녀가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입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MB정권 심판과 정권교체'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대응은 아예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을 하나로 묶어 '실패한 정권'으로 만들어 놓고, 문재인 후보를 '실패한 정권의 계승자'로 규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그녀의 방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지만,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그 이유는 일부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 또한 정권교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2월3일자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 출처:한겨레 신문

 


한겨레 신문이 11월30일~12월1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답변이 53.5%였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교체에서 박근혜 지지층의 14.0%도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집권'도 정권교체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로서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대다수 언론이 새누리당을 한나라당과 동일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아예 박근혜 후보와 대결구도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후보는 한 몸과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 무서운 보수 세력의 결집'

이명박 대통령의 친이계와 박근혜 후보의 친박계는 2007년 대선 경선부터 경쟁 관계에 있던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늘 공천과 한나라당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습니다. 특히 지난 4.11 총선에서 친이계는 친박계에 학살당했다고 할 정도로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진수희 의원과 안상수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4.11 총선에서 이재오계인 진수희 의원이 친박계 김태기 단국대 교수에게 밀려 공천에 탈락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친이계 의원이 공천탈락하자, 일부에서는 '비박근혜 연대'를 구상해서 탈당하겠다고 나섰지만, 김무성 의원이 "보수분열의 씨앗이 될 수 없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하자, 탈당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해, 조전혁,이경재,박종근,정해걸,이동관,권오을,김해진 등 친이계 인사들도 무소속 출마와 탈당을 선언했다가 뜻을 접기도 했습니다.

 

 

▲김영삼,이재오와 만난 박근혜. 출처 뉴시스.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대권도전을 선언했던 박근혜 후보를 향해 "사자가 아니다, 그건 아주 칠푼이야, 사자가 못 돼"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11월30일 김무성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전화해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친이계의 행동대장이었던 이재오 의원도 지난 12월2일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이처럼 그동안 박근혜 후보와 대립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수세력이 정권 연장을 위해서라면 적과도 동침할 수 있는 뻔뻔함을 보여주는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야권은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정부패로 망한다는 말처럼 보수세력은 절대로 분열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노림수는 정권 연장만 하면 당연히 그들에게 기득권 분배가 잘 이루어지리라는 믿음과 신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박근혜와 이명박은 자웅동체'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정권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새누리당이라는 하나의 정당 속에서 그들이 원했던 법과 정치를 함께 이루어 나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둘 사이의 갈등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언제나 힘을 합쳤고, 그들만을 위한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경향신문 2009년 7월 23일자 6면.

 


지난 2009년 한나라당은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이 있었던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여야 간 합의처리'를 강조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다가 돌연 한나라당의 최종미디어법 수정안이 ' 이정도면 국민들이 공감해주실 것이라고 본다'는 말로 미디어법 날치기 강행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은 있었어도 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박근혜 의원이 친박계 의원을 동원해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1년 11월 23일자 5면.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국민의 반발과 야당 의원의 반대가 있었던 2011년에도 FTA 비준안에 찬성 표결을 했습니다. 그녀는 찬성표에 대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었지만,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표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 한마디면 통과되지 못했던 법안도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당심','당 지도부 결정'이라는 말로 교묘하게 자신의 책임론은 늘 피해 갔습니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협력하여 통과시킨 법안들. 출처:민중의 소리

 


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말과 의중에 따라 표를 던지는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수많은 법안이 어떻게 통과됐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찬성했고, 동의했기 때문에 그 법안들이 통과된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실패한 정권이라고 연일 말하는 박근혜 후보가 거느린 친박계 의원들이 법인세법,소득세법,종부세법에 모두 찬성했습니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 관련 법안을 박근혜 후보가 통과시켰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지대한 협력을 한 것입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MB정부 임기 내내 함께 힘을 합쳐 실패한 정권을 유지했던 파트너였습니다.

' 정권 심판론 VS 정권 재창출'

정권 심판론을 가지고 현재의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한 보수세력을 무너뜨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보수 세력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성향의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에게 박근혜와 이재오,정몽준,홍준표 등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들 중 누가 됐든 새누리당처럼 보수 인물이 되기만 하면 그걸로 투표는 누구에게 할지 정해진 것입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경제대통령론과 '이명박근혜' 포스터.출처:뉴시스.선관위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 오로지 친이계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따라 수많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세력들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동참했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주위 인물과 세력들은 대부분 공통적인 분모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한나라당과 박근혜 후보를 이상하게 따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철저히 이명박 정부를 새누리당 정권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 언론들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적은 새누리당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몰아서 공격하는 언론이 별로 없습니다. 18대 대선에서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만 강조하고 새누리당은 쏙 빼놓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심판' 프레임을 연일 언론이 때리고 그 효과는 아주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정권 심판론'보다 새누리당을 장악한 박근혜 후보가 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줬던 일들을 가지고 철저히 '새누리당'을 공격해야 합니다. 이명박을 심판하겠다고 나서봤자, 이명박과 박근혜를 다른 사람으로 보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런 전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10년 8월23일 조선일보 1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경선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습니다. 이 독대 전인 2010년 8월23일 조선일보는 당시 11개월만에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정권 재창출 위해 노력"하겠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인 이정현 의원은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비공개 회동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박근혜 후보는 당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두 사람 간의 합의 사항이 지금 시점에서 알려지기 싫어할 것입니다.


 



2007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나라당을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준비했던 많은 것을 실천하여 성공하겠습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기호 1번을 사용하는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13일 당명만 바꾼 정당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 년도 안 된 일들을 모두 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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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주체강철이 자동차 산업 일으킨다

 

북의 주체강철이 자동차 산업 일으킨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9) 금속, 기계공업 주체화, 과학화가 안받침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2/12/03 [02:06] 최종편집: ⓒ 자주민보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의 어제와 오늘

2012년 11월 28일 폴란드 외교부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보도에 따르면, 평양에 주재하는 여러 유럽연합 회원국 대사관들 소속 외교관들이 북측 외무성 주선으로 남포에 있는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을 시찰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북측 외무성 관리가 현재 연간 10,000대 차량생산능력을 지닌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생산시설을 10배 확장하여 연간 100,000대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렇게 확장된 시설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해외에 수출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고 한다.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시설을 그처럼 대폭 확장하려면, 자금을 3억 달러 정도 투입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은 북측 기계공업성 산하 조선민흥총회사와 남측의 통일그룹이 2000년에 첫 남북합영회사로 설립하여 2002년부터 가동해 왔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는 승용차의 경우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가 만든 승용차를 면허생산하는 것이고, 소형 화물차와 승합차(SUV)의 경우에는 몇몇 중국 자동차 회사의 기술을 이전받아 면허생산하는 것이다.

평양 주재 유럽연합 회원국 외교관들의 평화자동차종합공장시찰에 관한 폴란드 외무부의 발표가 나오기 하루 전인, 2012년 11월 27일 <중앙일보>에 눈길을 끄는 보도기사 한 편이 실렸다. 그 기사에 따르면, 통일그룹이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 관한 남북 경제협력사업자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신청서를 2012년 10월 통일부에 제출하였는데,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 출자한 자금 2,000만 달러를 조선민흥총회사로부터 돌려받고 그 공장의 지분 70%와 공장부지를 조선민흥총회사에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은 구매자로부터 주문을 받은 수량만큼만 생산하는 수주생산방식으로 가동되어 왔다. 2011년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서 수주생산방식으로 생산한 차량은 1,860대였다. 연간 생산능력이 10,000대인 공장을 가동해오면서도 2003년도 생산실적은 314대였고, 10년이 지난 2012년도 생산실적도 겨우 2,000대 수준에 이른 것을 보면, 통일그룹이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서 손을 떼려는 까닭을 알 수 있다.

폴란드 외무부 발표와 <중앙일보> 보도기사를 종합하면, 통일그룹이 합영을 포기한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을 대폭 확장하여 수출기업으로 육성하려는 북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개인이 승용차를 사적으로 소유한 경우가 극히 드문 사회주의사회에서 승용차 수요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북과 같은 사회주의사회에서는 산업현장에서 운송수단으로 쓰이는 화물차량이나 인민들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쓰이는 버스를 생산해야 장기적인 발전전망이 있는 것이며, 따라서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의 승용차 생산은 내수가 아니라 해외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0년 2월 3일 남포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그 눈발을 맞으며 남포시 항구동에서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착공식이 진행되었다. <중앙일보> 기자가 현장취재한 2000년 4월 27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착공식에 참석한 북측의 김용순 당비서는 “15년 안에 세계에서 자동차 잘 만드는 나라 하면 공화국이란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자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는 김용순 당비서가 자신 있다고 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공식행사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발언으로 여겼을 뿐이다. 김용순 당비서는 그로부터 3년 뒤 교통사고로 작고하였고, 그가 착공식에서 자신 있게 남긴 그 발언도 12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기억 저 편으로 차츰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북에서 지난 12년 세월은 결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흘러오지 않았다. 무지와 편견, 왜곡과 거짓이 뒤엉킨, 그래서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분간하기도 힘든 북측 외부의 때로 혼란스럽고 때로 모략적인 대북선전에서는 사실상 거론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북에서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경제흐름이 차츰 강한 힘을 더해 왔다. 북의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박사의 발언을 인용한 <조선신보> 2009년 7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요즈음 북의 공업생산은 해마다 9-1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펴내는 북의 경제성장률에 관한 추정자료, 그리고 남측 국정원으로 넘겨받은 정보를 그대로 베껴내는 통계청의 북의 경제성장률 추정자료는 모조리 추정이 아니라 허구다.

북측의 자료에 따르면, 자본주의세계시장이 붕괴위기에 빠져 모든 나라들이 허우적대는 대공황기에 오직 자본주의세계시장과 단절하고 자립적 사회주의계획경제를 추진하는 북에서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말 현재, 북의 공장과 기업소들 가운데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힘있게 추진하여 연간 계획을 넘쳐 수행한 곳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는 북의 최근 보도기사만 읽어 보더라도, 북의 경제가 고도성장궤도를 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북의 자립적 사회주의계획경제가 보여주는 고도성장은, 놀랍게도 12년 전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착공식에서 김용순 당비서가 했던 바로 그 발언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북은 자동차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만드는 자동차 강국으로 올라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이 자동차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만드는 자동차 강국으로 될 것이라고 말하면, 북측 외부에서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이 아마 거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그런 근거 없는 불신감은 북에 대한 정보부족 또는 정보왜곡으로 생겨나는 심리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2년 동안 북이 자기의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얼마나 힘써왔으며,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발전전망이 어떠한지를 파악하면, 그런 불신감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이 주제를 논하기 위해, 우선 두 가지 문제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이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말은 다른 선진 자동차 강국에 의존하여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력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다. 둘째, 북은 여러 산업부문들 가운데서 왜 하필이면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일까 하는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이 국방부문에서 기계공업 발전수준을 말해준다면, 자동차는 민간부문에서 기계공업 발전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군사과학기술 기초를 쌓아올리고, 그 기초 위에서 상호연관된 각종 국방공업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민간과학기술 기초를 쌓아올리고, 그 기초 위에서 상호연관된 각종 민간공업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국방공업의 총아가 미사일이라면, 민간공업의 총아는 자동차다. 세계적 수준의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나라가 군사강국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경제강국의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것처럼, 북은 각종 미사일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는 미사일 강국인데, 그런 북이 이제는 각종 자동차를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는 자동차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그토록 염원하였고, 그 실현을 위해 노고를 기울였던 경제강국 건설구상이 바야흐로 자동차 산업의 발전으로 현실화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 3월 승리산 기슭에서 있었던 일

<자유아시아방송> 2012년 9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북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한 승용차와 15인승 이하 소형 승합차를 2006년부터 폐기하기 시작하여 현재 모두 폐기하였고, 적재량 4t급 이상의 일본산 대형 화물차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있다고 한다. 북측 외부에서는 북에 자동차가 너무 부족하다고 알려졌는데, 그렇게 알려진 북에서 차량을 폐기하고 있다니, 얼핏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요즈음 북에서 발전추세를 타고 있는 자동차 산업 동향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면, 이해하고도 남는다.

북의 자동차 산업이 발전궤도로 올라선 획기적인 계기는 2009년 3월 평안남도 덕천군에 있는 승리산 기슭에서 마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승리산 기슭 50만 평방미터 부지에 자리잡은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는 13개 계열공장이 거대한 단일기업소로 결합된 북측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다. 전쟁피해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1958년 당시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의 전신인 덕천자동차공장에서는 적재량 2.5t급 화물차 ‘승리 58호’를 만들어내는 ‘기적’이 일어났다. 주한미국군이 폐기처분한 군용 승용차(Jeep)에서 엔진, 변속기, 차축을 뜯어내고, 망치로 두드려 만든 차체를 거기에 씌운 ‘시발’이라는 4인승 소형 승용차가 서울에서 열린 박람회에 등장한 때가 1957년 8월이었는데, 북측에서는 1958년에 적재량 2.5t급 화물차를 자력으로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니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덕천자동차공장은 1960년에 3.5t급 화물차 ‘투쟁호’와 6t급 화물차 ‘승리 1010호’를 만들어냈고, 1964년에 적재량 10t급 화물차 ‘자주호’를 만들어냈으며, 1979년에는 40t급 대형 화물차 ‘금수산호’를 만들어냈다. 남측의 현대자동차가 이탈리아 차체설계기술과 일본 미쓰비시 엔진을 들여와 ‘포니’라는 이름의 첫 소형 승용차를 조립생산하고 있었던 1975년에 덕천자동차공장은 대형 화물차를 자력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시련기를 거치면서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의 종업원수는 최전성기에 비해 75%로 줄어들었고, 연간 생산량도 수 백 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09년 3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받은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는 연간 생산능력을 10,000대로 끌어올리려는 아름찬 발전계획을 세웠다. 10,000대 생산목표에 이르는 시기는 2009년으로부터 4년 뒤인 올해 2012년으로 정해졌다.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다시 일어서면, 북의 자동차 산업이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불과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 기업소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

<로동신문> 2009년 3월 18일 보도기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였는데, 이 보도기사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강성대국 건설에서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맡고 있는 임무와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하시였다”고 한다. 차량생산은 운수부문과 교통부문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북에서는 철도수송이 기본이지만, 철도를 놓을 수 없는 산간지방에서는 차량수송이 ‘생명선’이다. 산악지대가 발달한 북에서 차량수송의 중요성은 크다. 도시에서의 교통과 물류이동은 차량과 열차에 각각 의존하지만, 산간지방에서의 교통과 물류이동은 차량에만 의존한다. 북의 자동차 산업 발전은 지방의 교통과 물류이동을 끌어올려 도시와 지방 사이의 발전균형을 유지하는 데서 결정적인 의의를 가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그 기업소의 중요한 임무와 역할을 지적한 것은, 바로 그런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새로 만든 화물자동차들”을 살펴보고, “성능이 좋은 화물자동차를 창안제작한 데 대해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그들의 수고를 치하하시였다”고 한다. 그 보도기사에는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네 종류의 신형 화물차가 기업소 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장면을 촬영한 보도사진이 실렸다. 이 현장사진은 신형 화물차를 생산하는 기술을 이미 확보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당시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당면한 문제는 생산설비의 현대화를 자력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데 있었다.

셋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날로 늘어나는 수송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는가 못하는가 하는 것은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기업소의 방대한 기술개건사업을 짧은 기간에 와닥닥 끝내자면 국가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걸린 문제들을 몸소 현지에서 풀어주시는 크나큰 은덕을 베풀어 주시였다”고 한다. <조선신보> 2009년 7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구성공작기계공장과 희천공작기계공장에서 생산된 최신형 전자식 공작기계들이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 생산현장에 도입되면서 모든 생산공정이 CNC체계(컴퓨터수치제어체계)로 개조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또한 <조선중앙통신> 2012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는 모든 생산공정을 CNC체계로 개조하는 현대화 사업을 완료하였고, 지금은 주조공정과 형단조공정을 현대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받아 현대적 시설로 개조되고 생산능력을 대폭 확장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였던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09년 9월 평양에서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알려주는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은 북의 수도려객운수지도총국이 49%를 출자하고, 중국 단둥에 있는 중조변경무역유한공사가 51%를 출자하여 합작 자동차 조립생산기업인 평운중성합영회사를 평양에 설립한 것이다. 평운중성합영회사는 2011년 9월부터 ‘금강산’이라고 부르는 탑승인원 19-50인급 각종 버스와 ‘천만리’라고 부르는 적재량 0.5-15t급 각종 화물차를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급증하는 교통부문과 운수부문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북에서 “새 세기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산업생산의 급속한 발전이 교통부문과 운수부문에서 차량수요를 급증시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예컨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2011년 9월에 발표한 ‘남북경협 확대와 북한의 상용차 수요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실현되는 경우, 북에서는 앞으로 4-5년 뒤부터 연간 20,000-30,000대 규모의 화물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하면서, 연간 수요량을 적재량 2.5t급 이하 중소형 화물차가 10,000-20,000 대, 그보다 큰 대형 화물차가 5,000-10,000대 정도로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보고서는 남북경제협력 발전이라는 각도에서 북의 차량수요를 전망하였지만,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으로 남북경제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는데도 오늘 북에서는 산업생산의 급속한 발전추세에 따라 교통 및 운수부문에서 차량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북의 운수부문에서 화물차량수요는 연간 20,000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2012년까지 목표로 설정한 연간 차량생산량 10,000대로는 수요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며, 평운중성합영회사에서 생산하는 화물차를 합쳐도 연간 수요량 20,000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북의 현재 자동차 생산능력으로는 교통부문과 운수부분의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의 자동차 수입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제공한 자료를 인용한 <자유아시아방송> 2012년 2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북이 중국으로부터 각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수입한 금액은 2006년 2,000만 달러, 2007년 5,000만 달러, 2008년 6,700만 달러, 2009년 6,900만 달러, 2010년 1억5,900만 달러, 2011년 2억2,000만 달러로 가파른 급증세를 보여 왔다. 물론 수입차종 가운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화물차였다.

이런 정보만 살펴봐도, 북에서 교통부문과 운수부문의 수요가 얼마나 급격히 증대되었는지, 산업생산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북에서 말하는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은 그렇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 수입은 북이 추구하는 해결책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보완책에 지나지 않는다. 북이 추구하는 해결책은 자력으로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켜 오늘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북에서는 종합자동차생산단지를 서둘러 건설하고 있다. 2012년 10월 22일 중국의 중조변경무역유한공사는 북과 공동으로 36만 평방미터 부지에, 건축 면적이 11,800 평방미터에 이르는 종합자동차생산단지를 평양에 건설하는 중이며, 2,500 평방미터에 이르는 매장과 대형 전시장을 갖춘 자동차 부품 도매상가를 평양에 건설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북중 합작으로 건설되는 자동차 부품 도매상가는 2013년 3월 18일 개장될 것이라고 한다.

점결탄 버리고 무연탄과 진흙을 택한 성공비결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위에 열거한 사실에서 입증되는 북의 자동차 산업 발전이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속공업 및 기계공업의 주체화와 과학화를 갖은 고생 끝에 기어이 실현한 북의 저력이 자동차 산업의 발전추세를 강력히 안받침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을 견지하는 북의 경우, 자국의 금속공업과 기계공업을 자력으로 발전시켰기에 자동차 산업도 그 기반 위에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첫째, 북의 기계공업은 자동차 산업 발전에 요구되는 각종 선진기술을 자체로 개발하는 성과를 이룩하였다. 필자가 초보적으로 조사한 북의 기계공업기술 개발 성공사례를 열거하면, 2003년 11월의 경질합금기술 개발, 2006년 1월의 플라즈마 열처리기술 개발, 같은 해 8월의 레이저 가공기술 개발, 같은 해 11월의 연신다이스 개발, 2008년 9월의 고정밀 초음파 유리칼 개발, 같은 해 6월의 금속표면처리기술 개발, 2010년의 9축 선삭가공중심반 개발, 2011년 2월의 CNC공구 자동생산체계 개발 등이다. 필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성공사례가 더 있을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이 모든 선진기술들이 자동차 생산을 포함하는 기계공업 전반에서 널리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북이 자체로 개발한 기계공업기술을 자동차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경우, 자동차 생산력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북의 자동차 산업을 급속도로 발전시킬 기계공업기술의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이 자동차 산업을 급속도로 발전시키려면, 기계공업 발전만이 아니라 금속공업 발전도 필요한데, 지난 몇 해 사이에 북에서 이룩한 금속공업의 비약적 발전에는 눈부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이미 북측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북의 금속공업부문에서 일어난 획기적인 사변은, 함경북도 성강에 있는 성진제강련합기업소가 2009년에 주체철 생산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2009년 12월 18일 그 기업소를 현지지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에서 독자적으로 개발, 완성한 주체철 생산공정으로 만들어내어 야적장에 무드기 쌓여있는 묵직한 강괴들을 손으로 쓸어보면서 주체철 생산체계 완성은 3차 핵실험 성공보다 더 위대한 승리라고 격찬하였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이 놀라운 생산체계는 북녘 땅에 거의 무진장으로 묻혀있는 철광석, 무연탄, 진흙을 원료로 하는 제철공정과 제강공정을 하나의 일관공정으로 결합시킨 새로운 생산체계에서 순도 100%의 주체강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선중앙방송> 2008년 12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의 철광석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73%나 증가하는 것에 힘입어 북의 철강재 생산량도 전년도에 비해 29% 증가하였다고 하는데, 성진제강련합기업소에서 2009년 12월에 완성한 주체철 생산체계를 북측 각지의 철강생산기지들에 전면적으로 확대, 보급한 오늘에는 철강재 생산량이 더욱 비약적으로 늘어났을 것이 분명하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북이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기술력과 조강생산능력을 이미 확보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북에게 남아있는 과제는 자금확보다.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설비를 대폭 확장하는 데 필요한 자금 3억 달러도 그러한 자금확보문제에 포함되는 것이다. 북측 외무성이 평양 주재 유럽연합 회원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에게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을 시찰하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들에게 그 공장의 설비확장과 해외수출에 관한 계획을 알려준 것을 보면, 설비확장자금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출자로 조달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 구상대로 설비를 대폭 확장한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서 자동차를 연간 100,000대씩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하려면, 자동차를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시장의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북은 자동차 생산부문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생산현장에 투입하면, 국제시장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특히 요즈음처럼 세계적인 대공황기에 국제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문제로 되는 것은 가격경쟁이다. 후발 자동차 수출국인 북으로서는, 품질이 좋고 값이 싼 자동차를 만들어야 거대한 신흥공업국들의 자동차 시장에 파고들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북의 자동차 생산이 국제가격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요인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수입한 철강재가 아니라 자국산 철광석으로 생산한 주체강철을 가지고 자동차를 만들 수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비싼 값을 주고 도입한 기술이 아니라 자체로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는 생산열의 높은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에서 생산되는 주체강철이 자동차 생산에 투입되는 경우,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강철 생산과 자동차 생산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2008년도 남측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남측은 그 해에 월평균 164만t의 점결탄(코크스)을 해외에서 수입하였다. 오르내리는 점결탄 국제시세가 중국과 인도의 조강생산증가에 따른 수요급증으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점결탄 1t당 가격을 150 달러로 산정하면, 남측은 매월 점결탄 수입에만 2억4,600만 달러를 지출하는 것이며, 점결탄 연간 수입비용은 29억5,200만 달러나 되는 것이다.

무연탄과 진흙을 가지고 만든 주체강철과 값비싼 수입 점결탄을 가지고 만든 일반강철은 서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가격차이를 보일 것이고, 가격격차가 그렇게 큰 철강재로 만든 자동차의 가격차이 역시 매우 클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북의 자동차 산업에 성공의 가능성을 안겨주는 요인이다.

물론 북은 대외수출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니라 자립적 민족경제로 발전하는 나라이므로,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서 해외수출용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보조적 의의를 가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자동차 산업 발전의 중심축이고,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은 보조축인 것이다.

2011년 1월 북측 내각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추진할 ‘국가경제개발총국’을 설립하기로 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 전략계획이 제시한 12가지 목표들 가운데서 자동차 산업에 직접 연관된 목표는 고속도로 3,000km 건설, 철강재 2,000만t 생산, 원유 2,000만t 가공 등이다. 북의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것임을 예고해주는 놀라운 목표들이다. 핵보유국과 미사일 강국의 지위를 차지한 북은 인민생할향상을 위한 경제강국건설에서 자동차 산업 발전에 큰 힘을 넣고 있으며, 그 발전전망은 매우 밝아 보인다.(2012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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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10㎝, 황제펭귄의 겨울나기

1분에 10㎝, 황제펭귄의 겨울나기

 
조홍섭 2012. 11. 30
조회수 7816추천수 0
 

남극 겨울 혹한 집단적 '체온 나누기'로 버텨…원동력은 각자의 이기주의 밝혀져

바람 등지고 기왓장처럼 밀착, 간헐적 이동이 파동처럼 무리 전체에 퍼져

 

호주 환경부1.jpg » 서로 체온을 나누며 혹한을 견디는 어린 황제펭귄. 사진=오스트레일리아 환경부

 

수족관의 물고기가 떼지어 헤엄치고 갯벌의 도요새가 무리지어 나는 모습은 놀랍다. 그 많은 개체가 서로 부딪히거나 우왕좌왕하지 않고 일제히 방향을 바꾸는 모습은 장관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누군가 명령을 내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일사불란한 집단행동의 비결은 무리에 속한 각자의 행동이 합쳐진 것일 뿐이다. 무리 속의 각 개체는 아주 단순한 규칙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이를테면 “옆 친구가 멀어지면 따라잡고, 너무 가까워지면 속도를 늦춰라”라는 규칙에 충실하기만 해도 무리 전체로는 멋진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고속도로에서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차를 운전하는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01236668_P_0.jpg » 금강 하구의 가창오리가 군무를 하는 모습. 사진=군산시

 

남극의 황제펭귄의 무리 행동은 물고기나 새와는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이들도 다른 무리 동물처럼 간단한 규칙을 따르며, 그 결과로 ‘열 평등’이란 값진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극한 환경이 펼쳐지는 남극의 겨울 동안 번식을 하는 황제펭귄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무리를 짓는다. 영하 45도에 이르는 혹한과 초속 50m의 강풍이 몰아치는 얼음판 위에서 수컷 황제펭귄은 발 위에 알을 올려놓은 채 새끼가 태어나고 암컷이 찾아올 때까지 넉 달 가까운 밤을 버텨야 한다.
 

펭귄이 얼어 죽지 않기 위한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몸을 밀착시켜 무리를 짓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쪽을 향해 고개를 숙인 채 기왓장처럼 몸을 붙이면 무리 안의 온도는 20도에 이르고 때론 37.5도까지 치솟는다.
 

호주 환경부_프레데리케 올리비에 - 복사본.jpg » 남극의 블리저드에 맞서 몸을 밀착해 추위를 이기는 황제펭귄 수컷들. 사진=오스트레일리아 환경부

 

문제는 무리의 가장자리, 특히 바람맞이 펭귄들이 찬 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혹한에서 넉 달을 버티는 수컷 황제펭귄이니만큼 “온기를 나누세. 바깥에서 고생했으니 이제 자리를 바꾸지” 하는 배려쯤은 어려울 것도 없겠다.
 

실제로 현장 연구를 보면, 펭귄들은 무리의 온기를 골고루 나눈다. 펭귄 무리는 미동도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30~60초마다 5~10㎝씩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은 파동처럼 무리 중심을 향해 초속 12㎝의 속도로 번져간다. 파동이 멎으면 무리의 움직임도 멎는다. 개별 펭귄은 주위 펭귄과 위치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며, 억지로 파고들거나 밀려나는 개체도 없다. 아주 걸쭉한 유체처럼 무리는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무리 가장자리와 안쪽 개체의 위치가 달라진다.
 

호주 환경부_글렌 브로우닝1.jpg » 바람에 등에 노출된 개체는 열 손실이 가장 많지만 차츰 무리 안쪽으로 이동한다. 사진=오스트레일리아 환경부

 

최근 미국의 한 수학자는 수학모델로 이런 황제펭귄의 움직임을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펭귄이 오로지 자신의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움직인다고 가정했다. 그런데도 이 모델 속 펭귄 무리는 실제 펭귄 무리와 비슷한 형태와 움직임을 보였고, 놀랍게도 무리의 열을 공평하게 나눴다.
 

각자가 자기 이익을 좇아도 전체가 평등하다는 ‘펭귄 모델’은 구성원 모두가 어려움을 피하지 않아야만 이상적으로 작동한다. 벽과 같은 장애물이 있어 일부만 그것을 이용한다면 평등 시스템은 곧 깨지고 만다.
 

penguin - 복사본.jpg » 힘든 겨울나기가 끝나고 그 사이 태어난 수컷을 품고 있는 황제펭귄. 사진=영국 남극 조사대(BAS)

 

중·고등학교 때 추운 겨울날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던 생각이 난다. 만일 반별로 모이지 않도록 했다면 학생들은 황제펭귄처럼 무리를 짓고 슬금슬금 바람이 불어가는 쪽으로 이동하지 않았을까.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aters A, Blanchette F, Kim AD (2012) Modeling Huddling Penguins. PLoS ONE 7(11): e50277. doi:10.1371/journal.pone.0050277

Zitterbart DP, Wienecke B, Butler JP, Fabry B (2011) Coordinated Movements Prevent Jamming in an Emperor Penguin Huddle. PLoS ONE 6(6): e20260. doi:10.1371/journal.pone.002026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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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몇인데, 누구 밑에서 심부름 하나"

[인터뷰] 김종인 "'박정희 식 성장콤플렉스' 못 벗어나면 누가 돼도 실패"

성현석 기자,남빛나라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02 오전 10:46:27

 

영국에선 오리 사냥을 할 때 연못 위에 나무로 만든 '가짜 오리'를 띄워놓아 오리들을 불러모은다고 한다. 이때의 '가짜 오리'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가 '디코이'(decoy)다. 언론인 출신인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이 단어를 썼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가리킨 말이다.

"새누리당에 들어간 김종인 박사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느냐, 결과적으로 'decoy' 같은 것이 되고 마느냐는 두고 볼 일이다. 아무래도 이용만 당하는 것 같기만 하다."

새누리당이 김종인 위원장을 앞세워 경제민주화를 할 것처럼 하면서 국민들을 불러모았지만 결국은 가짜인 것 같다는 얘기다. 남 전 장관과 김 위원장은 청년 시절부터 50여년 동안 두터운 교분을 쌓아왔던 사이다. 그런데 남 전 장관이 모처럼 쓴 소리를 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처지가 그만큼 불안해 보이는 탓일 게다.

실제로 그렇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을 영입해 '경제민주화'를 당 정강에 명문화하는 등 추진 의지를 과시했지만, 지난달 16일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김 위원장은 없었다. 이날 발표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 역시 반쪽짜리였다.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제안한 대기업집단법 제정과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재벌개혁 방안이 대부분 빠진 것이다.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김 위원장은 이제 박 후보와 결별하는 걸까. 박 후보는 중도 성향 표심을 유인하기 위한 '디코이'로 김 위원장을 이용한 걸까.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서울 부암동에 있는 김 위원장의 개인 사무실을 찾은 건 그래서였다.

예상과 달리,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 보도와 달리,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 박 후보의 경제 민주화 의지를 신뢰하고 있었다. 박 후보 곁을 떠나 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다만,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 관련 공약의 세부 내용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 박 후보 주변에 재벌 친화적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그들이 경제 민주화 공약 추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그가 야당의 경제 민주화 관련 공약을 불신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재벌을 개혁할 것처럼 말하더니 당선되자마자 재벌과 손을 잡았다는 게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 만났을 때도 같은 말을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그만큼 뿌리가 깊어 보였다. 이런 기억이 굵은 흉터처럼 남아 있는 한, 그가 야당과 손을 잡기란 어려워 보였다.

재벌 편드는 이들이 박 후보 주변에 득시글한데, 그리고 '경제 민주화'에 대한 박 후보의 이해 수준이 깊지 않은데, 그런데도 그가 굳이 박 후보의 '경제 민주화' 의지를 신뢰하는 이유를 재차 물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박 후보는 자기 말을 바꾸는 사람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쉽게 타협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다. 새누리당 안에선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박 후보에게 속고 있는 걸까. 야당은 그렇게 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 소속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김종인 위원장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두 개 이상의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유다. 이 위원장은 이날 "현재까지 100개가 넘게 제출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중에서 단 하나도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없다"며 "유일하게 관련 상임위를 통과해서 올라온 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이 법사위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를 거부하면서,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보수 여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와 손잡으면서 여야 정치권 전체가 '경제 민주화'로 한발 더 다가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25년 간 고시생들 외엔 별 관심이 없었던 헌법 속 경제민주화 조항을 대중의 상식으로 만든 점은 분명히 그의 공로다. 문제는 그 다음 행보인데, 김 위원장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의 깊은 속내까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그가 얼마 전에 낸 책이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라는 책에서 그는 그가 만든 헌법 119조 2항 '경제 민주화' 조항이 "자본주의를 지키는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경제 민주화'는 이른바 '좌클릭'과도 관계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또 '경제 민주화'가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며, 경제 성장과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내용도 있다. '경제 민주화'와 경제 성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경제 민주화' 없이는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한국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보수주의자라면 마땅히 '경제 민주화'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이런 소신을 강하게 피력했다. 박인규 <프레시안> 발행인과 지난달 29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경제민주화 약속 지키리라 믿는다"

프레시안 : 박근혜 후보가 최근 10개 경제일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역할이 끝났느냐"라는 질문에 "네" 라고 대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종인 : <중앙일보>에 그런 기사가 났었다. 그런데 내가 알아보니, 실제로 그런 말은 없었다고 했다. 기자들과의 문답을 기록한 원문도 내가 봤는데, 거기에도 없었다. <중앙일보> 기자 역시 내게 착오라고 이야기했다.

프레시안 : 기사가 '오보'였다는 말인데, 만약 '오보'가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서 물러나는 건가.

김종인 : 만약 (박근혜 후보의) "네"라는 발언이 사실이면, 당연히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지. 나로선 편하고 좋다. 자유로운 몸이 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11월 16일,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김 위원장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에선 "결별했다", "역할이 끝났다", "토사구팽 당했다" 등의 말이 나왔다.

▲ ⓒ프레시안(최형락)
김종인 : 내가 새누리당에 가서 정강정책에 '경제 민주화'를 집어넣었다. 박 후보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의원총회에서도 충분히 논의됐다. 그러나 단 한 사람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의원총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면, '경제 민주화'는 정강정책에 들어갈 수 없었다. 전국대의원대회 인준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론이 전혀 없었다. 그때가 4.11 총선을 앞둔 무렵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불안하니까, '경제 민주화'에 시비를 걸 수 없다고 봤을 수 있다. 어쨋건 '경제 민주화'는 박 후보를 포함해서 새누리당 전체가 동의한 사안이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자마자 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이번에 새로 당선된 사람들에게서였다. 사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내가 잘 안다. 그래서 별로 의미가 없는 반론이라고 본다.

새누리당의 생리라는 게 뻔하다. 경제 민주화에 대해선 들어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후보 주변에 모여드는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나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 본다는 것 역시 내가 잘 안다. 게다가 3/4분기 경제성장률 수치가 안 좋게 나오니까 '이때다' 싶었던 사람들도 있다. 이걸 핑계로 그쪽(경제 민주화를 거스르는 쪽)으로 선회하려 했던 거겠지. 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경제 민주화가 필수적이다. 그들은 그걸 모른다.

분명한 건 경제 민주화 공약을 나 혼자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혼자 했다면, 내용이 그렇게 많을 필요도 없다.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있으면 된다. 새누리당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약을 만들었다. 그들이 말을 바꾸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건 후보의 생각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선 대통령의 신념이 결정적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경제 민주화'를 약속했고, 그는 자기가 한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다.

"경제민주화, 공약 가짓수 많다고 되는 것 아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하는 자리에는 왜 안 나왔나.

김종인 : 나는 원래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나가본 적이 없다. 경제민주화뿐 아니라 다른 공약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대기업 집단법, 국민참여재판 등 김 위원장이 주장했던 내용이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 공약에서 빠졌다. 새누리당 측은 이들 내용은 빠졌지만 경제 민주화에 관한 나머지 내용이 30가지 이상이 포함돼 있으므로 충분하다고 한다.

김종인 : '경제 민주화'라는 게 그렇게 공약 숫자만 많이 나열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 공약을 김 위원장이 주도해서 만든 것 아닌가. 지금의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공약이 만족스럽나.

김종인 : 나는 감독만 했다. 경제 민주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모아서 의견을 수렴해서 대략 규합을 해가지고 넘겨준 거다.

이렇게 나온 공약에 대해서 경제 민주화를 위해 충분한 방안이라고 말하기는 좀 뭣하다. 사실 공약이야 후보가 그 정도면 되겠다 해서 정한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가보다 한다. 그에 대해 선거기간에 토를 달 순 없다. 아무튼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누누이 밝혔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안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의 공약이 부실하다고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 건 그래서다. 게다가 새누리당 안에선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를 해야겠다고 말한 유일한 사람이다.

"재벌과 타협한 참여정부…우리나라 진보는 대체 뭐하자는 진보인가"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는 아무래도 야당이 낫지 않나. 문재인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김종인 : 공약을 잔뜩 나열 해놨는데, 과연 그걸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프레시안 : 야당의 실력을 못미더워하는 것 같다.

김종인 : 다른 걸 떠나서 노무현 정부 때 겪어 봤지 않나. 나는 노무현이 대통령 되기 전부터 알았었다. 당시 노무현은 한국경제를 개혁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가 되더니 달라졌다. 대통령이 되고 나선 아예 180도 바뀌어서 재벌위주가 됐다. 심지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자인하기까지 했다. 그럴 거면 대체 정부는 왜 있나. 그걸 보고 나니, 난 우리나라 진보가 대체 뭐하자는 진보인지 이해를 못하겠더라.

프레시안 :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걸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종인 : 문재인 후보는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5년간 겪어봐서 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라서 모든 게 결국 대통령의 자질과 자세에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박 후보가 낫다.

물론,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의 세부적인 내용과 의미를 잘 이해 못하는 건 사실이다. 또 후보를 보좌하는 사람들 중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경제 민주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박 후보가 탐욕이나 다른 계산 때문에 재계와 타협할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난 이 점을 높이 본다.

"박근혜, 집토끼만 잡으려해선 안 된다"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도 결국 민주화 아닌가. 그러니까 다른 영역의 민주화와 동떨어진 건 아니라고 본다. 다른 부문에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데 경제만 민주화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박 후보는 다른 정치, 사회 영역에선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낮아 보인다. 예컨대 사립
학교법 문제를 보자. 이사장의 전횡을 막는 '사학 민주화'와 관계가 깊다. 하지만 박 후보는 사학 개혁에 몹시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는 사학 개혁을 '이념 투쟁'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사립학교 교사, 학생들에겐 삶의 문제다. 사학 민주화는 반대하면서 경제 민주화만 하자는 논리가 과연 성립할까. 사학 개혁 등 다른 문제에선 기득권층을 옹호하던 사람이 재벌 문제에서만 반대 입장을 취한다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말이다.

▲ ⓒ프레시안(최형락)
김종인 :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어차피 대선 후보가 모든 분야를 샅샅이 알 수는 없다. 영국의 처칠 수상이 지도자의 덕목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역사책을 많이 읽어서 국가의 흥망성쇠를 꿰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라가 망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을 보는 눈이 밝아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원칙을 갖고 사람을 잘 골라 쓰면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최근 <매일경제>와 짧은 인터뷰를 했다. 거기 보니, 김 위원장이 "박 후보의 선거전략을 보니까 보수층에만 집중한다. 집토끼만 잡아서는 위험하다"라고 했다고 돼 있다.

김종인 : 인터뷰라기보다, 잠깐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걸 기사로 썼나 보군.

프레시안 : 세간에선 그걸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를 포기한 데 대한 경고로 해석한다.

김종인 : 박 후보가 보수층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는 건 사실이다. 4월에 선거 해봐서 알지 않는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대략 46대 46이다. 그런데 46%만으론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내 나이가 몇인데, 누구 밑에서 심부름 하나"


프레시안 : 만약 민주당이 집권해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김 위원장을 모시겠다고 하면 어쩔 건가.

김종인 : 모신다는 말 자체가 웃긴 거다. 그건 새누리당 사람들도 착각하는 건데, 내가 무슨 자리가 탐나서 이 짓을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누구 밑에 가서 심부름꾼 노릇을 하려고 그러겠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 모신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 몹시 불쾌하다.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는 세부적인 정책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김종인 : 그렇다. 대통령이 되면, 그 순간 의식이 달라진다. 지금 나오는 공약의 세부적인 내용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도 그래서다. 게다가 내년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가 않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그렇다. 양극화가 너무 심해졌다. 정부 통계에서 '나는 하층민'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45%다. 미래가 없다는 답변은 60% 가까이 된다. 이래선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차기 대통령에게 양극화 해소, 경제 민주화 외엔 다른 길이 없다. 이걸 얼마나 비타협적으로 추진하느냐의 문제만이 있을 뿐이다.

▲ ⓒ프레시안(최형락)

"불평등이 경제 성장 걸림돌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새누리당에선 이른바 투트랙(Two Track, 두 개의 경로)론이 나온다. 한편으론 경제 민주화를 추진하되, 다른 한편으론 전통적인 성장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경제 민주화를 접겠다는 말로 들린다.

김종인 : '투트랙'이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 예컨대 '물가냐, 고용이냐' 이런 걸 논할 때는 '투트랙'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경제 민주화는 일종의 질서를 잡는 작업이다. 틀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해도 좋다. 어쨋건 통상적인 경제정책과는 다른 차원이다. 경제 민주화가 이뤄진 기반 위에서 성장도 가능하다.

프레시안 : 말씀대로 경제 민주화란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일인데, 새누리당에선 당장 경제상황이 급하니 질서는 나중에 잡자는 말이 나온다. 우선 성장부터 하자는 게다.

김종인 : 그걸 미루자면 영원히 못하는 거다. 박 후보가 지금 그런 목소리에 약간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후보가 냉정하게 생각하면 흔들릴 필요가 없다. 정부 정책이라는 건 시대가 요구하는 걸 하는 거다. 이거 했으니 저건 안 해도 된다는 식이면 경제정책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사실 대한민국 같은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가 없다. 완전히 재벌이 독식하는 구조다. 정치 민주화가 이뤄지는 동안, 과거 압축 성장 시기에 발생했던 경제사회적 모순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걸 보면,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불평등의 정도가 성장의 저해 요인이 되는 단계까지 왔다고 돼 있다. 여기서 일정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 그게 안 되면 정치 민주주의도, 경제도 제대로 될 수 없다. 그리고 이게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만 역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에선 경제 민주화가 선거용 구호처럼 쓰인다는 점이다. 이건 옳지 않다. 차기 정부가 초기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정권도 결국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갈 게다.

프레시안 : 그런데 박 후보 주변에는 재계와 긴밀한 관계인 사람들이 워낙 많다. 기업인 출신도 많고. 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 경제 민주화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종인 : 나 역시 그런 점에서 우려가 없었던 게 아니다. 과거 한나라당의 생리가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올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이익집단과 연결된 건 아니다. 그건 내가 분명히 확인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어가지도 않았겠지.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 공약 발표 이후 박 후보를 만난 적이 있나.

김종인 : 없다.

"역대 대통령 실패 원인, '박정희 식 성장콤플렉스' 빠진 탓"

프레시안 : 잠시 화제를 돌려보자. 올해 대선 정국에서 최대 화제를 낳은 인물은 결국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다. 그 역시 '삼성 동물원' 비판 발언으로 인기를 얻었다. 재벌 문제의 폐해를 잘 알고 있었던 셈인데, 그가 과거에 김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는 걸로 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김종인 : 먼저 2002년 대선을 돌아보라.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 계기가 뭐였나. 새 사람 같아 보이고 저 사람이 그래도 서민적 성향을 보이고, 그러니까 한국 경제 구조를 바꿔서 서민 생활을 낫게 하리라고 봐서 뽑은 것 아닌가. 그런데 그걸 못했다. 결국 종전과 똑같은 경제정책을 썼다. 그 결과,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집권 2년이 지나니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것 아니냐.

그래서 집권한 이명박 정권도 똑같다. 국민생활은 어려워지고 있는데, 경제대통령을 표방하고 엄청난 구호를 제시하며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이 보기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면 우리 생활이 상당히 나아질 수 있겠지 싶었다. 그래서 뽑았다. 하지만 5년 지나니 어떤가. 생활 나아진 사람 많지 않다. 그러니 역시 이 정권을 불신하게 됐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지는 동안 경제적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과거 압축 성장 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지난 25년 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기존 정치권은 여, 야 가릴 것 없이 이 문제를 풀지 못했으니, 정치권 밖에 있는 안철수에게 기대가 쏠렸다. '안철수 현상'은 그래서 생겼다고 본다.

다만 안철수 개인은 환상에 빠져 있던 게 아닌가 싶다.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정치적 기반 없이 어떻게 정치를 하나. 야권 단일화 협상을 보며 1960년대 윤보선-허정 단일화를 떠올렸다. 당시에도 허정이 여론 지지도에선 앞서 있었다. 그래서 꿋꿋이 나아갔는데, 결국 물러났다. 당 조직이 있는 윤보선을 이길 수 없었던 게다. 정당정치라는 걸 간단하게 보면 안 된다.

"독일·일본이 선진국 된 이유, '재벌 해체'"

프레시안 : 1987년 민주화 이후, 다양한 정치세력이 집권했는데, 모두 재벌개혁에는 실패했다. 말씀대로 과거 압축 성장 과정에서 생긴 문제 역시 풀지 못했다. 그래서 정치권 바깥에서 지도자를 찾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나.

김종인 : 박정희 대통령 이후 집권한 대통령은 모조리 '박정희식 성장 콤플렉스'에 빠졌다. 그래서 사회와 경제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문제는 성장 콤플렉스에 빠지면 실제로 성장이 이뤄지느냐다. 적어도 지금은 분명히 그렇지 않다. 독일, 일본이 왜 잘살게 됐는지 아나?

프레시안 : 2차 세계대전 뒤 재벌을 해체해서?

김종인 : 그렇다. 그들은 패전국이었으므로 승전국의 주문에 따라 재벌과 기존 경제 질서를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 활동이 보장됐고, 독일에선 노동자의 경영 참여까지 보장됐다. 그런데 이런 조치가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선진국에선 어느 나라나 특정 단계에서 대기업의 탐욕을 견제하는 작업을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미국도 그랬다. 테오도어 루스벨트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미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미국에선 19세기 말에 독점기업의 횡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20세기 초에 테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나타나 40개의 독점기업을 해체했다. 그는 노동조합에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는 법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테오도어 루스벨트는 보수적인 공화당 소속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시대가 요구한 과제를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이 20세기에 황금기를 누린 것은 그때그때 나름대로 필요한 인물이 나타나 나라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나라가 잘 되려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이 대목에서 참 안타까운 게 있다. 지난 25년 동안 민주주의를 이야기했지만 아직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소득 상위 1%에 속하는 집단이 전체 소득의 16.6%를 갖는다고 한다. 이는 미국 다음으로 심각한 양극화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은 부유층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이점까지 고려하면, 불평등 정도가 굉장히 심각한 셈이다. 이정도로 불평등하면 사회 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 민주주의가 미완성인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경제 민주화를 통해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겠다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후보가 없다.

"헌법 가치 받아들이는 게 왜 '좌클릭'인가?"

프레시안 : 최근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라는 책을 냈다.

김종인 : 1987년 헌법에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을 집어넣은 지 올해로 25년째다. 하지만 왜 경제민주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선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헌법 속 경제민주화 조항에 대한 해설서 한 권 나온 게 없다. 그래서 내가 화두를 제시한 입장에서 책을 썼다. '당시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은 계기가 뭐다' 정도를 설명하려 했다.

마침, 지난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 야 정당 역시 대대적인 변신을 하게 됐다. 야당은 통합의 길을 갔고, 여당은 근본적인 수술을 받는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은 사실 반(反)서민적인 면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시대가 바뀌고 국민 여론이 바뀌었으니, 헌법 속 경제민주화 조항을 정강정책에 반영했다. 이걸 놓고 누구는 '좌클릭'이라고 하는데, 납득할 수 없다. 헌법 속 가치를 받아들이는 게 왜 '좌클릭'인가. 이 정도 변화를 뭔가 대단한 것인양 여기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보수'란 무턱대고 현재를 고집한다는 뜻이 아니다. 국민의식의 변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게 옳다. 정당이 그걸 하지 않는다면 존재의의가 없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경제민주화, 대선 후보들은 왜 외면하나"

프레시안 : 남재희 전 장관이 최근 <프레시안> 기고에서 김 위원장을 '디코이(decoy)'에 비유했다. 영국에서 사냥꾼이 사냥감을 유인하기 위해 쓰는 '가짜 새'를 '디코이'라고 하는데, 김 위원장이 그런 역할을 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박 후보와 손 잡으면서 '경제 민주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긴 했는데, 실질적인 역할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김종인 : 남 전 장관은 표현을 너무 과도하게 한 것이다. 세상 문제가 어디 한꺼번에 풀리겠나. 나는 단초만 만들어도 다행이라고 본다.

어느 여론조사를 보니 국민이 원하는 첫 번째 의제가 경제민주화였다. 41%가 나왔다. 두 번째가 복지였는데 25%였고, 그 다음이 일자리 창출인데 17%였다. 그런데 이게 다 연결돼 있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70% 이상이 경제민주화를 원하는 셈이다. 반면, 외교 안보 이슈는 별 관심이 없다. 대선 후보들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영 답답하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새누리당과 관계가 없으면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못하겠다.

프레시안 :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이길 거라고 보나.

김종인 : 큰 실수만 없으면 박 후보가 1.5%p차이로 이긴다는 게 내 계산이다.

 

 
 
 

 

/성현석 기자,남빛나라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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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실패하면 다가올 끔찍한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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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2/12/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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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2/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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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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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실패하면 다가올 끔찍한 재앙
혁명의 대명사, 체 게바라의 딸 한국에 왜 왔을까

(서프라이즈 / 내가 꿈꾸는 그곳 / 2012-12-01)


 

정권교체 실패하면 다가올 끔찍한 재앙

-혁명의 대명사, 체 게바라의 딸 한국에 왜 왔을까-
 

 

 



로맨티스트와 리얼리스트, 누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분좋은 그림 한 장을 설명하고 넘어가야 겠다. '서울 폭설'이라고 써 둔 사진 한 장은 2년 전 서울에 내린 폭설을 담아둔 모습이다. 폭설 때문에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폭설은 아파트단지 주변의 약간은 우중충하고 지저분했던 장면 모두를 한순간에 지워버렸다. 마치 잘 그려 나가던 그림을 한 순간에 다 지워버린 백지 상태의 모습이다. 글쓴이는 겨울이 다가오면 늘 이런 꿈을 꾸게 된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고 또 함박눈이라도 펑펑 쏟아져야 제 맛이다.

열대지방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이런 낭만적인 풍경 때문에 겨울이면 눈으로 덮힌 설국을 찾아 나선다. 한 해를 보내면서 평소와 다른 풍경 속에서 연인들 끼리 또는 가족들이 이런 풍경 속에서 지낸다는 건 정말 색다른 경험이자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카리브에 살고있던 한 연인은 신혼여행을 캐나다로 떠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경험담이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이 그리 길지않은 것 처럼 서울에 내린 폭설은 곧 녹아버리게 된다. 그리고 자동차 매연 등이 남긴 거무죽죽한 본래의 모습에 눈이 녹아 흐른 물이 겹쳐 오히려 엉망진창으로 변하게 된다는 거 다 안다. 달콤했던 신혼의 꿈이 사라지듯 설국은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겨울만 되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꿈을 꾸게 된다. 요즘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꼭 닮았다.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독재자의 딸의 연설 속에 포함된 달콤한 말이 로맨틱한 폭설을 닮았는 지. 대한민국은 금방이라도 새로운 나라 새로운 세상으로 바꾸어 놓을 듯 하다. 해방 이후 67년동안 단 10년 동안 만 민주주의를 맛 봤던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행운이 폭설처럼 쏟아져 내릴 것 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물론 독재자의 딸 박근혜 후보가 내 놓는 공약은 금방 녹아버리는 폭설처럼 헛된 꿈이라는 말일까.

12월이다. 좋으나 싫으나 한 사람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그냥 뽑는 게 아니라 잘 뽑아야 한다. 최선이든 차선이든 차악이든 '최악' 만을 피해 잘 뽑아야 한다. 외신에서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나선 한 후보를 언급하며 '독재자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언급하고 있다. 독재자의 딸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독재' 내지 '독재가 남긴 과거사'에 대해 잘 알려고 하지않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외신이 우려하는 이유는 그곳에 있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이자 선진국가로 나아가는 줄 알았지만 시간을 거꾸로 돌려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모습을 우려하며 빈정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당사자들인 우리나라 사람들 일부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 지 잘 알려고 하지않는다. 다만, 독재자의 딸과 그 주변 사람들이 내놓는 사탕발림에 귀가 솔깃해 있는 것이다. 여전히 독재프레임에 갇혀살며 백성들을 사육하는 거나 별 다름없는 하사품(?)에 침을 흘리고 있는 것과 별로 다를바 없다는 말이다. 그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내뱉는 거짓말에 대해 전혀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언론들이 앞장서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로 막으며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곧 행복의 폭설이 대한민국을 덮게 될 것이라는, 전혀 엉뚱한 환상을 심어주는 못 된 짓이다.

예컨데 사람들은 다 똑같은 데 정당 이름과 색깔만 바꾸고도 '처절한 반성'을 했다고 말한다. 처절이란 뜻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처절이란, 몸서리칠 정도로 몹시 끔찍하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만 바꾸거나 포장지만 바꾸는 데 처절할 이유가 있나.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옷만 갈아입는 데 몸서리 칠 정도로 끔찍한 일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 이들은 대한민국을 통째로 말아먹은 이명박 정권의 한 패거리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아무런 조치나 대책도 없이 '이명박 정부의 민생실패'를 외치는 희한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과 다른 '차별화'를 말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운명을 함께해야 마땅한 사람들이 무늬만 바꾼 채 차별화를 말하며 온갖 달콤한 유혹을 일삼는 모습이다.

이런 '유혹의 폭설'이 11월과 12월에 걸쳐 대한민국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며, 그 유혹들은 금새 녹아 다시금 대한민국을 불과 수 개월 전의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 본래의 모습으로 가두게 될 것이다. 이런 프레임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애비 박정희가 5.16군사쿠데타 이후 김재규로부터 총살을 당할 때까지 이어졌고, 그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며 대한민국을 어둡게 만드는 암울한 그림자의 실체였다. 비록 해외에서 '삼숭(Samsung)'이 판매하는 모바일 제품 등이 우리를 먹여살리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외국 사람들이 삼숭은 알아도 '코리아'를 모른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사람들 뿐이다. 한국 사람들이 K-POP은 세계적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동안, 세계인들이 한국을 아는 건 최근 들어서 겨우 '싸이의 강남스타일' 정도다. 믿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주로 우물 안에 갇힌 개구락지 처럼 우물 바깥의 세상에 대해 아는 듯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해외 언론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독재자의 딸'은 한국의 현대사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키워드인데, 정작 일부의 사람들은 달콤한 사탕발림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다행인 지 11월과 12월에 걸쳐 쏟어지고 있는 언어유희(말장난)의 폭설에 맞서(?), 혁명의 대명사인 '체 게바라('체'라고 부른다)'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가 한국에 왔다. 그녀는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화재의 말을 남겼다.

"아버지는 타인을 존중할 줄 알아야만 협력을 이룰 수 있고, 그렇게 힘을 합쳐야만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가진 가장 큰 자질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었습니다. 진정한 혁명가라면 '로맨티스트'여야 한다고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어떤 꿈을 꾼다면 그 꿈을 이루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꿈을 이뤄주길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아버지의 생각이었습니다.혁명가란 그런 사람들이며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삶의 존엄성을 직접 보여줬다. 그런 아버지를 열렬히 사랑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체의 딸이 눈길을 끈 건 그녀가 남긴 몇 마디의 말 때문이다. 체의 평전을 통해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체의 딸은 아빠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그녀가 4살 무렵 체는 반군활동 지원을 위해 아프리카의 콩고로 떠난 이후 영영 만나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아버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성장한 이후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체와 별로 다를바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마치 곁에서 들은 것 처럼 말하고 있다. 그녀의 발언 중에 주의해야 할 한 단어와 명문이 포함되어 있었던 게 눈에 띈 것이다.

그녀는 '진정한 혁명가라면 '로맨티스트'여야 한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하고 있지만 그 표현은 잘 못된 표현으로 판단된다. 독재자들이나 추종자들이 국민들을 기망하기 위해 흔히 써 먹을 수 있는 표현 방법이다. 예컨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애비 박정희를 <박정희는 로멘티스트였다-정태륭 에세이집, 발간 2012.3>라고 미화할 수 있는 것이다. 독재자를 로맨티스트로 포장을 했기 때문에 체의 딸은 본의 아니게(아니면 번역 실수) '진정한 혁명가는 독재자'로 부르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로맨티스트는 독재자는 물론 누구나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오류(?)는 이어지는 말 속에서 저절로 수정되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꿈을 꾼다면 그 꿈을 이루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꿈을 이뤄주길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된다" 라고 말했다.

이 한 마디가 대한민국의 명운을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체의 어록'에 나타난 명언이다. 체의 어록에 따르면 "리얼리스트되라,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가지라!(Be realistic, demand the impossible!)"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신혼의 단꿈 처럼 낭만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임하면 함박눈이나 폭설같은 신기루에 빠지는 로맨티스트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그 꿈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리얼리스트가 되는 일이다. 체가 쿠바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자 동력원이,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리얼리스트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어렵고 힘든 일인가.

우리가 '새정치'를 위한 정치혁명, 정권교체를 이루어 세계속에 우뚝 솟은 선진 대한민국을 꿈꾸자 한다면 리얼리스트가 되는 일이다. 그게 체의 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자 '진정한 혁명가 모습'이다. 현대의 혁명가는 근대의 혁명가 처럼 힘들고 어렵지 않다. 체가 남긴 업적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5년에 '딱 한 번' 오는 기회이자, 우리가 최소한 57년 동안 독재의 프레임 속에 갇혀 허덕거리며 자유를 구속당한 이유이자 권리를 찾지못한, '투표'를 확실하고 정확하게 행사하는 일이 리얼리스트의 길이다. 선량한 국민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무기이자 참정권인 투표 한 번으로 혁명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근대의 체는 목숨을 걸고 혁명에 뛰어들었지만, 현대의 우리는 목숨까지 걸 이유 없이 투표 한 번이면 혁명을 완수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게 된 것이다. 독재자의 딸이 매일 마음에도 없는 아양을 떨며 거짓말에 열중하는 것도 이런 '민중의 혁명'이 실패로 끝나기를 바라는 것이자,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처럼 미화하기 위해 목숨걸고 있는 가증스러운 짓이라 할 수 있다. 리얼리스트가 되라는 말은 곧 투표를 하라는 말과 다름없고 그 투표가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른다는 것.


따라서 12월은 대한민국의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날이자 우리가 그토록 갈망한 정권교체의 절호의 찬스다. 그 찬스를 놓치게 되면 외신이 우려하는 것 처럼 우리는 역사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재앙에 직면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함박눈이 만든 폭설이 아니며 독재자의 딸이 함부로 내뱉은 말장난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투표를 하는 일이며 혁명적 리얼리스트가 되는 길 뿐이다. 새정치의 벽과 정권교체의 벽이 너무높아 불가능해 보일 지 모르겠지만, 투표 한 번이면 '불가능이 현실'로 바뀌게 된다. 우리 모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투표날이 설레임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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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별도캠프 꾸려 광폭행보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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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2/12/02 09:52
  • 수정일
    2012/12/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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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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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별도캠프 꾸려 광폭행보 나서나

[진단] 대선 D-18일 최후의 캐스팅보트 쥔 안철수의 선택은?

12.12.01 21:11l최종 업데이트 12.12.01 21:11l
장윤선(sunnijang)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1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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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승리를 예측한다."

국내 한 재벌그룹이 최근에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올 대선 최후의 승리 월계관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쓰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 재벌그룹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올 대선 D-18일을 앞둔 상황에서 아주 특이한 변수가 없는 한 박근혜 후보의 승리는 예정된 수순으로 분석하는 분위기다.

정치와 선거에 가장 민감한 기업들이 보름 남짓한 대선을 앞두고 외부에 이 같은 정보를 흘리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형성됐다고 판단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의 경쟁은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같이 분석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투표율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에게 우호적인 20~30대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고, 박근혜 후보에게 우호적인 50~60대는 투표율이 높다. 이른바 적극 투표층을 놓고 따져보면 박근혜 후보 지지 점유율이 문재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게다.

무엇보다 올 대선 최대의 흥행카드였던 안철수 후보마저 스스로 링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더 이상의 대선 흥행요소는 찾기 힘들다고 보는 탓도 있다. 이대로 18일을 보낸다면 대선승리는 박근혜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통합당 전략관계자들이 지난 60여일간 진행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시간은 문재인의 편'이라고 했었는데, 지금 대선 레이스를 보자면 '시간은 박근혜의 편'이 돼버린 것일까.

"아름다운 단일화는 못했지만 박근혜정권은 막아야"

여기서 반론을 펴는 것은 역시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이다. 안철수 후보의 지원이 곧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민주통합당의 전략관계자들은 안철수 자신의 정치행보를 위해서라도 그는 문재인 후보를 돕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번 대선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철수표 다음 정치행보'는 불가능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대선승리의 노둣돌을 놓아야 자신의 정치에도 힘이 붙는다는 얘기다.

실제 안 전 후보는 지난 23일 사퇴회견문을 통해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안 전 후보는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며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의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 결코 잊지 않겠다,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 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문재인 후보와 함께 작성한 새정치 공동선언문에서도 "개인적인 유불리를 뛰어넘어 대승적으로 대선승리를 위해 후보단일화를 이뤄내겠다"며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는 "우리는 상호 존중과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연대를 이루어, 양 측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국민들의 힘을 결집해내고 12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대선 승리 이후에도 신뢰의 원칙하에 연대의 책임을 다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성공적으로 열어나가기 위해 변함없이 협력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이 선언문은 안 전 후보의 사퇴 이전에 작성된 것이다. 그러나 그 뜻이 바랬다고 볼만한 그 어떤 근거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안 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새정치공동선언문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액션플랜으로 문재인 지원활동에 적극 나설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부호다.

안철수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아름다운 단일화를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박근혜정권의 탄생을 막기 위해서라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캠프 내부에는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안철수캠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정치를 염원하는 안철수 후보를 결국 벼랑 끝까지 몰고 가서 끝내 밀어버린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지 지지율 반등이 안 된다고 안철수 후보를 다시 불러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안철수 후보가 나선들 이 구도를 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이 같은 양 갈래의 의견들을 안 전 후보가 어떻게 종합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문재인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지휘해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민주당 내부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맡지 말고 별도의 캠프를 꾸려 '안철수 새정치'를 주장하면서 선거운동에 결합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것이 안철수도 살고 민주통합당도 사는 길이라는 게다.

안철수 독자캠프로 다시 선거 전선에 서나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11월 23일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선언한다"며 대선후보직을 사퇴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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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안철수캠프에는 '독자캠프' 노선이 상당한 힘을 얻는 분위기다. 민주당 안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소수인원이라도 별도의 캠프를 꾸리고 적극적으로 선거지원 활동에 나서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안철수캠프 핵심 관계자는 "소수정예로 하더라도 별도의 캠프를 꾸리고 선거지원을 하는 게 낫지 지금 대선이 며칠이나 남았다고 민주당 안으로 들어가서 직함을 맡고 활동을 하겠냐"라며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안철수캠프는 안철수캠프대로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캠프 내부에는 이 같은 견해가 다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안철수 캠프와 문재인 캠프 간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별도로 캠프를 꾸려서 "안철수 정치는 살아 있다"는 점을 과시함과 동시에 젊은 층과 PK지역을 대상으로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이처럼 작동되기 시작한다면 지지율 하락 혹은 정체를 나타내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전화면접조사로 보면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3~4%p 뒤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 전 후보가 어느 수위로 도울지는 알 수 없지만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신부동층이 그의 메시지에 따라 문 후보쪽으로 이동하게 되면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윤 실장은 "안 전 후보의 메시지가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며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신부동층은 과거 제3후보에 대한 관심이나 호감과 달리 확고한 지지층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메시지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 전 후보가 진심을 담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원의사를 표명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면 신부동층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서 정권교체에 나설 것이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신부동층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소극적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투표참여율이 저조해지면 문재인 후보의 낙선과 박근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 역사의 갈림길에서 안철수 전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의 최종 캐스팅보트는 안철수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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