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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불가사의한 모습 바라보는 미국의 공포

 
한호석의 개벽예감 <100>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4/02/10 [12:45]  최종편집: ⓒ 자주민보
 
 
▲ B-52 전략폭격기     © 자주민보


불시에 무인도 상공에 나타난 B-52H 전략폭격기

지금으로부터 약 11개월 전인 2013년 3월 18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조지 리틀(George Little)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B-52 폭격기가 ‘독수리훈련(Exercise Foal Eagle)’을 실시하는 중인 3월 8일에 폭격훈련을 실시하였고 3월 19일에 또 다시 폭격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가 한국과 맺은 동맹을 확고히 유지한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는 중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폭격기 비행은 한국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결심을 보여주기 위해 증강된 훈련의 일부다. 올해 ‘독수리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B-52 폭격기들의 핵능력과 재래식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날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언급한 B-52 폭격기는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B-52H 스트래토포트레스(Stratofortress)라 부르는 전략무기인데, 전시에 이 장거리 전략폭격기는 방공포 사거리를 벗어난 15km 고도로 비행하면서 정밀유도기능이 있는 핵폭탄을 적진에 투하하는 공중핵타격에 동원되는 것이다. B-52H 전략폭격기 1대에 싣는 각종 재래식 폭탄, 핵폭탄, 미사일의 총적재중량은 31t이다. B-52H 전략폭격기의 1대당 가격은 8,100만 달러이며, 1시간 비행에 지출하는 경비는 약 1만 달러다.   

미국이 2013년 3월 중에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상공에 11일 간격을 두고 두 차례나 출동시켜 핵타격연습을 연속 감행한 까닭은, 당시 북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2012년 12월 12일 북이 자국산 첫 실용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올린 평화적 위성발사를 유엔안보리 결의위반으로 몰아 대북제재를 추가한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북은 2013년 1월 초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북측 각지에서 전개하면서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었고, 2013년 2월 12일에는 제3차 지하핵실험을 전격적으로 실시하였으며, 3월 5일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하여 전군이 전쟁준비태세에 돌입한 상태에서 ‘키 리졸브’가 시작되는 3월 11일부터 정전협정을 백지화할 것임을 천명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처럼 북이 적대행위에 집착한 미국을 강하게 위협하자, 궁지에 몰린 미국은 B-52H 전략폭격기를 3월 8일과 3월 19일에 한반도 중부상공에 각각 출동시켜 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11개월이 지난 2014년 2월 5일 미국은 또 다시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상공에 출동시켜 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다. 미국의 B-52H 전략폭격기가 2014년 2월 5일 한반도 중부상공에 나타나 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다는 사실은, 2014년 2월 6일 조선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세계일보> 2014년 2월 6일 보도에 따르면, 괌(Guam)에서 이륙한 B-52H 전략폭격기 1대가 2월 5일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인 직도 상공에서 폭격훈련을 “하루 종일” 실시하였다고 한다.
 
원래 미국은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상공에 출동시키는 공중핵타격연습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난해 3월 한반도 중부상공에 나타난 B-52H 전략폭격기가 두 차례 감행한 공중핵타격연습이 언론에 보도된 까닭은, 미국이 북의 핵무력시위에 맞서 자기들도 핵무력시위로 맞서고 있다는 사실을 하는 수 없이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북의 핵무력시위로 구겨진 ‘제국의 체면’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2013년 3월 한반도 중부상공에서 B-52H 전략폭격기가 두 차례 감행한 공중핵타격연습에 관해서는 2013년 3월 22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B-52는 왜 평택 상공을 날아갔을까?’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이 한반도 중부상공에서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2013년 3월 8일과 19일은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이 실시되는 중이었는데, 미국이 올해 또 다시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2014년 2월 5일은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이 시작되기 약 20일 전이다. 
<워싱턴자유횃불(Washington Free Beacon)> 2013년 3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B-52H 전략폭격기 출동은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연속적인 폭격기 출현(Continuous Bomber Presence)”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는 비공개 공중핵타격연습의 일환이다. 미국은 이러한 비공개 공중핵타격연습을 2013년에 처음 한반도 중부상공에서 감행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감행해온 것이다. 2009년 3월부터 미국은 서태평양에 떠있는 자국의 군사전략요충지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B-52H 전략폭격기 4대를 4개월 주기로 순환시키면서 전진배치하고 있으므로, 이제껏 5년 동안 계속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해왔던 것이다.  
 
▲ 미국의 핵폭탄     © 자주민보


알고 보면 너무도 소름끼치는 B61-11 모의폭탄 투하연습

주목하는 것은, 지난해까지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 중에 비공개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해왔던 미국이 올해에는 매우 이례적으로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 개시일정보다 약 20일 앞서 비공개 공중핵타격연습부터 먼저 감행하였다는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미국의 본심까지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이번에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보다 앞서 불시에 감행한 것이 북의 격분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에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이 북의 격분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보는 것은, 그 전략폭격기가 지하관통핵폭탄으로 북의 지하군사시설을 파괴하려는 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기 때문이다. <사진 2>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B-52H 전략폭격기가 이번에 직도 상공에서 모의폭탄 투하연습을 감행한 B61-11 지하관통핵폭탄이다. 400킬로톤급 핵폭발력을 지닌 이 지하관통핵폭탄의 타격오차범위는 110∼150m다. 이번에 미국은 지하관통핵폭탄으로 북의 지하군사시설을 파괴하려는 공중핵타격연습을 우리 민족의 신성한 강토에서 불시에 감행한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력이 16킬로톤밖에 되지 않는데, 이번에 직도 상공에서 B-52H 전략폭격기가 투하연습을 감행한 B61-11 지하관통핵폭탄의 폭발력은 무려 400킬로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히로시마 원폭보다 25배나 더 강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그 핵폭탄을 단 한 발만 투하해도 상상을 초월한 인류사 최악의 핵재앙이 한반도 전역을 뒤덮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과 북을 가릴 것 없이 삼천리 강산이 무참히 파괴될 것이다. 미국의 야만적인 핵타격으로 한반도 전역이 무참히 파괴당할 수 있다는, 상상하기조차 하기 싫은 끔찍스러운 사실을 알게 되면, 미국이 이번에 감행한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에 대해 우리 민족 전체가 격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미국의 ‘확장된 핵억지력’이 자기들을 보호해줄 것으로 보는 ‘정신착란’에 걸린 박근혜 친미정권은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9,200억 원을 미국 군부에게 해마다 ‘상납’하기로 미국과 합의하였고, 이 땅의 국민들은 B-52H 전략폭격기가 우리 민족을 핵참화에 몰아넣을 핵타격연습을 비공개로 불시에 감행하였다는 경악할 소식을 듣고서도 분노를 느끼지 못하는 ‘신경마비증상’을 보이고 있다.  

놀라운 것은, 미국의 공중핵타격연습에 대한 북의 반응이 지난해에 있었던 북의 반응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이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으로 북을 심히 자극하였던 시각으로부터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2013년 3월 26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시각부터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군 작전전구 안의 미제침략군기지들과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의 모든 적대상물들을 타격하게 된 전략로케트군부대들과 장거리포병부대들을 포함한 모든 야전포병군집단들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키게 된다”고 밝히면서 “첫 순간타격에 모든 것이 날아나고 씨도 없이 재가루로 불타버리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미국을 위협하였다. ‘세계의 지배자’로 자처하는 미국에게 이처럼 무시무시한 위협발언을 퍼부으며 정면으로 대결하는 나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밖에 없다. 2013년 11월 25일 괌에서 이륙한 B-52H 전략폭격기 2대가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 상공을 선회비행하며 중국을 심히 자극하였는데도, 중국은 미국에게 위협발언은 고사하고 비난발언 한 마디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미국이 핵타격연습으로 심히 자극했으나 북의 대응은 너무 차분하였다 

이번에 미국은 지하관통핵폭탄 모의폭탄을 무인도에 투하하는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불시에 감행하면서 북을 심히 자극하였는데,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북의 대응은 너무 차분하였다. 미국이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이튿날인 2014년 2월 6일 조선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하였다. 

지난해 미국이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을 때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올해는 조선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하였다. 성명발표주체의 격에서 큰 차이가 보인다. 더욱이 주목하는 것은, 지난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발표한 3.26 성명은 미국에 보낸 것이었는데 비해, 올해 조선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발표한 2.6 성명은 남측 당국에 보낸 것이었다는 점이다. 2.6 성명은 “(남측 당국은) 판문점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과 관련한 합의를 이룩해나가는 그 시각에는 괌도에서 끌어들인 미국의 <B-52> 핵전략폭격기 편대들이 조선서해 직도 상공에서 하루 종일 우리를 겨냥한 핵타격연습에 돌아치게 하였”으며, “남조선의 군부호전광들은 지금도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전쟁연습이 인도주의와는 무관하다며 일정대로 강행할 속심으로 최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물론 2.6 성명이 미국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 성명을 읽어보면, 올해 미국에 대한 북의 발언수위가 지난해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2.6 성명은 “우리의 원칙적인 중대제안과 겨레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공개서한에 핵문제를 가지고 맞서야 한다며 남조선당국을 부추겨온 미국”이고,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우리의 애족, 애민의 적극적인 노력에 유형무형의 갖가지 장애를 조성하고 찬물을 끼얹고 있는 훼방군이 바로 미국”이라고 남측 당국에게 일러주는 식으로 미국에 대해 언급하였다. 북은 지난해에 발표한 3.26 성명에서 “씨도 없이 재가루로 불태워버릴 미제침략군”에게 격분을 퍼부었지만, 이상하게도 올해 발표한 2.6 성명에서는 “북남관계개선을 가로막는 훼방군”이라고 미국을 가볍게 힐난하였을 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이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던 그 시점에 북은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15년 로동교화형을 받고 실형을 살고 있는 미국 국적 재미동포 수감자를 사면하여 미국으로 돌려보내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2014년 2월 7일 평양에서 수감자를 만나 취재한 <조선신보>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은 평양에 주재하는 스웨덴대사관 2등서기관이 수감자를 면담하도록 허락하였고, 그 면담 직후 <조선신보> 취재기자도 만나게 하였는데, 수감자는 취재기자에게 “미국 정부에서 자신의 문제를 놓고 제이시 젝슨 목사(제시 잭슨 목사-옮긴이)를 보내겠다고 조선정부에 요청했지만 조선정부에서는 로발트 케인 대사(로벗 킹 국무부 대북인권특사-옮긴이)가 오도록 허락을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스웨덴대사관 2등서기관을 통해 방금)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현 상황을 살펴보면, 지금 북은 자기에게 핵폭탄을 실제로 겨누고 위협하는 미국에게 대응공세를 자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반공화국 적대행위’ 수감자에 대한 사면까지 단행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북의 모습은 정전 이후 지난 60년 동안 적대감만 덧쌓여온 대미관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특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적대행위에 집착하는 미국에게 북이 대응공세를 자제하며 선의로 대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도 적대행위를 그만둘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북이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라고 맹비난해오는 숙적에게 그런 기대를 걸고 있을 리 만무하다. 적대행위에 집착하는 미국에게 북이 대응공세를 자제하며 선의로 대해도, 미국은 북의 정권붕괴와 급변사태를 노리며 핵타격연습을 감행하는 극단적인 적대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대북적대행위들을 시간대별로 열거한 아래의 여섯 가지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미군의 공격무기들     © 자주민보


대북적대행위에 더욱 집착하고 있는 미국의 위험한 모습 

첫째, 한국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아시아경제> 2014년 1월 2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군은 이전에 작성해놓은 타격대상목록을 최근 인민군 군사력의 증강에 따라 대폭 보강하고 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은 선제타격으로 파괴할 ‘합동공격지점(JDPI)’ 700개를 이전에 선정해놓았는데, 그 가운데서 130개 타격대상에 대한 보강검증은 2013년까지 이미 끝냈고, 2014년 1월 안으로 나머지 570개 타격대상을 보강검증한 뒤에 그 검증결과를 2014년 4월까지 한미연합군 전시작전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한미연합군이 보강검증한 700개 타격대상들 가운데는 히로시마 원폭보다 25배나 더 강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지하관통핵폭탄으로 파괴하려는 북의 지하군사시설들도 많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한미연합군이 700개 타격대상에 대한 보강검증을 2014년 1월에 완료한 것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도발하려는 미국의 흉계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을 말해준다. 

둘째, 미국의 공군전문지 <공군시보(Air Force Times)> 2014년 1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버지니아주의 랭리-유스티스 합동기지(Joint Base Langley-Eustis)에 배치된 제94전투비행대와 제27전투비행대 소속 F-22 랩터(Raptor) 전투기 12대와 공군병력 300명을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공군기지에 곧 전진배치하게 된다고 한다. 가데나 공군기지는 24시간 전시출격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대북전초기지이므로, ‘세계 최강 전투기’라는 F-22 스텔스전투기 12대를 거기에 전진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대북침공준비를 부쩍 다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 2014년 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의 육군기지 포트 후드(Fort Hood)에서 육군 제1기갑사단 제12기갑연대 소속 병력 850명을 태우고 이륙한 항공기들이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였다. 이들을 무장시킬 M1A2 에이브럼스(Abrams) 전차 40대, M2A3 브래들리(Bradley) 장갑차 40대, 구난차 등 각종 전투장비 400대가 초대형 수송함에 실려 2014년 2월 4일 부산항에 도착하였다. 각종 전투장비 400대로 중무장한 제12기갑연대 소속 병력 850명은 서부전선 최전방에 주둔하는 주한미국군 제2사단에 배속되어 대북전쟁연습에 동원될 것이다. 

넷째, 미국 공군이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기 하루 전인 2014년 2월 4일 미국 해군은 일본 사세보항에서 해군 7함대 소속 군함 한 척을 출항시켰다. 만재배수량 17,000t급인 초대형 상륙수송함 덴버호(USS Denver)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7함대는 원산 상륙전에 동원할 대형 군함 4척, 그리고 소해함 5척을 제주도 서귀포항에서 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사세보항에 전진배치해두고 있다. 2014년 2월 4일 사세보항을 출항한 상륙수송함 덴버호는 오키나와의 화이트 비치(White Beach) 해군기지에 곧 도착하였고, 미국 해병대는 완전무장한 병력 900명과 CH-46 씨 나잇(Sea Knight) 상륙수송헬기 6대를 덴버호에 싣기 시작했다. 선적작업이 끝나면 덴버호는 2014년 2월 11일부터 21일까지 태국에서 실시될 ‘코브라 골드(Cobra Gold)’ 다국적 군사훈련에 참가하게 되는데, 올해 ‘코브라 골드’ 군사훈련에 참가할 미국군 각 군종 병력은 5,000명이다. 상륙수송함에 탑승한 해병대 병력 900명은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제3해병원정군에서 차출된 제31해병원정기동부대인데, 이 기동부대는 전시에 오키나와를 떠나 3시간 만에 한반도에 도착할 돌격대로 대기하는 중이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4년 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군은 미국 제3해병원정군 5,000명과 한국 해병대 3,000명을 포함하여 10,000명이 넘는 대병력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형수송기, 대형상륙함, 고속상륙정, 공기부양정, 상륙장갑차, 수직이착륙기, 기동헬기 등 각종 상륙전장비들을 총동원하는, 1989년 이래 최대 규모의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오는 3월 말에 경상북도 포항만 일대에서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번 ‘쌍룡훈련’에서는 원산 일대 동해안에 상륙하는 한미연합해병대가 평양으로 진격하여 최단 시간 안에 점령하는 침공시나리오를 연습한다고 한다.

다섯째, <미국의 소리> 2014년 2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특전사령부(SOCKOR)는 <미국의 소리> 취재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미국군과 한국군은 지난해에 대북침투 및 보급작전, 북의 급변사태를 일으킬 내부저항세력을 육성, 지원하는 작전 등 여러 가지 특수작전을 훈련함으로써 ‘합동교환훈련(JCETs)을 강화한 바 있는데, 올해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국군특전사령부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그들은 북의 정권을 전복시켜 급변사태를 일으키려는 특수전연습을 올해에도 여전히 강행하려는 것이다. 

여섯째, 2014년 2월 6일 김관진 국방장관이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4년 국방업무계획’에 따르면, 북의 핵무력과 대량파괴무기에 대응하여 작성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올해 ‘키 리졸브’, ‘독수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에 처음 적용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가 말한 ‘맞춤형 억제전략’이란 북이 핵무력과 대량파괴무기로 위협하는 상황은 물론이고, 북이 핵무력과 대량파괴무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상황을 비롯하여 갖가지 상황들에 포괄적으로 대응하는 대북전쟁전략이라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야전지휘관들에게 남긴 의미심장한 말

위에 열거한 심상치 않은 군사상황을 살펴보면, 미국 군부는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2014년 초부터 선제타격력, 공중무력, 기갑무력, 상륙전무력, 특수전무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국지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도 북의 정권붕괴와 무력침공을 노리는 전면전 준비를 다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미국은 대북전쟁준비에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며, 그로써 현 정세는 폭발 직전의 위험천만한 위기상황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대북전쟁준비를 그처럼 노골적으로 다그치고 있는 현 상황을 그 어느 나라보다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북은 미국의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과 같은 적대행위에 맞선 대응공세를 자제하고 있다. 요즈음 남측 언론매체들은 북의 그런 자제행동을 대미유화공세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명백하게도, 지금 북은 대미유화공세에 나선 것이 아니다. 만일 북이 대미유화공세에 나섰다면, 미국에게 회담재개문제를 제안하여야 하는데, 2013년 1월 이후 이제껏 북은 북미회담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금 북에게는 어떤 형태의 대미대화나 대미협상도 재개할 용의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미국과 대화나 협상을 재개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는 북이 미국의 지속적인 적대행위에 맞서는 대응공세를 자제하는 것은 기존 경험이나 일반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모습이다. 북의 그런 불가사의한 모습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2014년 1월 15일 미국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열린 해군협회 전국토론회에서 연설한 미국 태평양사령관 새뮤얼 락클리어(Samuel J. Locklear)는 “만일 북이 미국, 한국, 일본을 겨냥하여, 특히 지난해에 여러 차례 가한 미사일 발사위협이나 핵타격 위협들 가운데 어느 하나를 실행하였더라면, 세계적인 대격변이 일어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불이 번쩍하며 쾅하고 터지는 건...순식간”이라고 우려하면서, 오늘날 미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예측불가능한 대상은 중국이 아니라 북이라고 지적하였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북에 대해 그처럼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북이 2014년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은 미국의 적대행위에 맞서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하였으나 실제로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북미관계에 조성된 올해 상황은 지난해 상황과 아주 다르다. 북이 미국의 지속적인 적대행위에 맞서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예측은 이미 2013년 말부터 제기되어왔다. 이를테면, 2013년 12월 17일 김관진 국방장관은 화상회의로 진행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북이 2014년 1월 하순부터 3월 초순 사이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고 예고하였다. 또한 2013년 12월 31일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정세전망보고서에서 한미연합군이 2014년 3월 ‘독수리훈련’을 끝낸 직후 북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2014년 2월 초순이 위에서 언급한 예상시기와 겹치거나 그 예상시기에 근접하였으니, 요즈음 미국 군부와 한국 군부가 어찌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국이 북을 겨냥한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불시에 감행하는 등 각종 적대행위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데도 북이 대응공세를 자제할 뿐 아니라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실형을 살고 있는 수감자를 미국에 돌려보내려는 분위기까지 조성한 북의 불가사의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미국에게는 위협적인 대응공세를 받는 것보다 더 심한 불안과 공포를 안겨주는 것이다. 지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에게 대응공세를 자제하는 북의 불가사의한 모습을 두려움 섞인 눈으로 지켜보면서 대북전쟁연습을 요란한 광고를 내듯이 다그치는 중이다. 

미국의 대북전쟁연습은 요란한 광고처럼 소음을 내지만, 북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전력하고 있다. 이처럼 극적으로 대조되는 북과 미국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면서 상기해야 하는 것은,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3년 12월 24일 조선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지휘부를 방문하여 야전지휘관들에게 남긴 의미심장한 말이다.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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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댕긴 故 박상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유가족 후원회’ 결성

‘촛불’ 댕긴 故 박상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유가족 후원회’ 결성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최근 세상을 떠난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의 유가족을 위해 동료 수의사들이 후원 모임을 꾸렸다. 박 국장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논란 당시 수의학 전문가로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FTA 농수산식품 분야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연구활동을 해왔다.

그는 지난달 19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으로는 주부인 아내와 2011년 3월에 태어난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국장의 동료들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박상표후원회’ 페이지(https://www.facebook.com/supportpark)를 개설했다. 박 국장의 대학 동기(서울대 수의과대학 87학번)라고 밝힌 수의사 박혁씨는 이 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잘 아시다시피 고인은 수의사로서, 식품안전과 동물복지 전문가로서 왕성한 집필, 인터뷰 등의 활동을 했다.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며 “갑작스레 세상을 등지면서 특히 어린 딸의 생계와 교육 여건에 대해 지인들이 고민하던 중 후원회를 결성하고 십시일반 정성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족 후원의 뜻을 함께 하는 여러분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후원회는 결성 시기부터 2월4일까지 총 50명이 모금에 참여해 1473만원을 모았다고 밝혔다.

후원회는 또 ‘박상표 추모 동영상’도 제작해 최근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는 박 국장의 생전 라디오 인터뷰, 기자회견 사진 등이 담겼다.
 

박상표 그대 잘가라 from mouseland21 on Vimeo.

* 박상표 추모 동영상 '그대 잘 가라' 누르면 바로 옮겨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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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장관 사이버사 대선 개입 보고받았다”

[단독] “김관진 장관 사이버사 대선 개입 보고받았다”

등록 : 2014.02.10 08:07 수정 : 2014.02.10 08:36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진성준 의원에게 밝혀
김 국방 “보고받지 않는다”…국회 ‘거짓 답변’ 논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2012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대남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이하 작전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응작전은 사이버사가 2012년 대선·총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활동으로, 김 장관은 그동안 국회 답변 등에서 이를 보고받지 않았다고 부인해왔다.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사이버사 대선개입 진상조사단 간사인 진성준 의원에게 대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사이버사가 국방부 장관에게 국내외 일일 사이버 동향 한 개, (북한의) 대남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 한 개 등 두 가지 상황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일 사이버 동향 보고는 50개 관계부서에는 시커먼 가방에 넣어서 주고, 청와대에는 망(통신망)으로 갔다(보냈다). 일부 특이한 것을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전 결과는 사이버사 심리전단이 이른바 (북한의) ‘대남 심리전 대응작전’을 벌인 뒤 그 결과를 수집·분석해 계량화한 내용이다. 여기엔 2012년 총선·대선 당시 대응작전 과정에서 야당의 문재인 민주당 후보,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거나 여당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 내용의 인터넷글이 최소 2020건 포함됐다. 현재 이런 활동을 실무선에서 지휘한 이아무개 전 심리전단장은 군 형법상의 정치관여 혐의로 기소돼 11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특히 장관이 보고받은 작전 결과는 연제욱(현 국방비서관)·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이 이 전 단장한테서 보고받고 대응을 ‘결심’(지시)한 것과 같은 내용으로 보이는데도 조사본부는 두 사령관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고, 김 장관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조사본부가 김 장관의 직할부대라는 점이 한계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2013년 11월·12월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작전 결과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전면 부인했다. 김 장관은 당시 “사업(작전) 결과 보고가 아니라, 북한의 해킹 시도 정보, 북한의 사이버에 대한 선전·선동에 따른 현황 등 상황 보고를 받는다. 북한과 주변국의 사이버 동향만 보고받는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사이버사의 보고 중 장관에게는 일일 동향만 올라간다. 이 사실은 수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진성준 의원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정치 관여 내용이 포함된 작전 보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묵과한 것은 군의 정치 개입 활동을 방조한 것이다. 더구나 장관이 사이버사의 정치 관여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회에서 위증을 했다면 정치적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김관진 장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대변인실을 통해 문의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수사선상에도 안 올린 김관진…조사본부 ‘눈감은 수사’

등록 : 2014.02.10 08:11 수정 : 2014.02.10 11:50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일기반 구축 분야-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이버사 대선개입 장관보고 파장

“북한 사이버 동향만 보고받아”
김 국방, 두차례 국회 답변
블랙북 존재 드러나자 말 바꿔
지휘권자 수사 애초 어불성설
전·현 사이버사령관 기소 안해
공판 코앞인데 최종결론도 못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활동 결과를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그가 무엇을 보고받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가 새롭게 밝혀져야 할 사안으로 떠올랐다. 또 이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일찌감치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김 장관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축소·은폐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김 장관은 사이버사로부터 ‘북한의 사이버 동향’만 보고받았고, 사업(대응작전) 결과 보고는 받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지난해 11월2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대정부질문에서는 “아침에 (사이버사로부터) 보고받는 사항은 북한의 해킹 시도와 관련된 정보, 그다음에 북한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따른 현황 등 상황 보고”라고 답변했다. 12월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사이버사가) 북한과 주변국의 사이버 동향을 파악해서 보고한다. 저도 (청와대처럼) 사이버 동향만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동안 김 장관이 보고받은 사항과 관련해 국방부의 답변은 계속 바뀌었다. 처음에는 사이버사 작전이 장관에게 보고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북한과 주변국의 사이버 동향을 50개 관계 부서에 전달했다는 검은 가방(블랙북)의 존재가 드러나자 이 블랙북의 내용만 보고받았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누르면 확대됩니다

이와 관련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역시 “장관에게 올린 보고서에는 온라인 동향 분석과 언론 동향 분석이 담겨 있다. 블랙북은 장관을 포함해 주요 직책의 간부들에게 아침마다 보고됐다”면서도 “대응작전 보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이버사의 댓글·트위트 작전을 장관이 아예 몰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12월19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 ‘북한 사이버 동향’과 ‘대남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가 장관에게 보고됐다면서도 “대응작전 결과는 보편적인 사람이 봤을 때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이는 사이버사령관들이 심리전단의 활동 결과 중 일부 선거개입 내용을 보고받고도 이를 간과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의 내용·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사이버사의 선거개입 활동은 심리전단장과 요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한 일이지, 김관진 장관이나 연제욱·옥도경 사령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김 장관이 사이버사의 인터넷상 선거개입 활동을 보고받았음에도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조사본부가 장관 직속이라는 수사 체계의 맹점과 직결돼 있다.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조사본부는 김 장관이 대응작전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 뒤 조사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특히 사이버사 지휘 계선의 정점에 있던 김 장관이 심리전단의 활동 내용을 어디까지 보고받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 등은 이 사건의 실체와 관련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의 수사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마찬가지로 특별검사의 수사에 맡기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민주당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 진상조사단 진성준 의원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조사본부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검을 도입해 수사하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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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미래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박근혜 정부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들에게 똑똑히 보여줘야
 
이진우  | 등록:2014-02-10 09:19:55 | 최종:2014-02-10 09:53:1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주 제가 가입한 자동차보험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3월초에 자동차보험이 만기가 되니 미리 보험료를 산정해주겠다는 내용이었지요. 작년과 동일하게 견적을 뽑아보았더니 몇 만원 더 싸게 나오더군요. 그래서 계약을 갱신하겠다고 했더니 만기일에 맞춰 자동 결제를 신청하고 청약서, 약관과 보험가입 확인서를 보내주기 위해 필요하니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거였습니다. 화들짝 놀라서 아직 계약이 한 달 가까이 남았는데, 뭐가 그렇게 급하냐고 화를 내며 끊어버렸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냥 알려줬을 내용인데, 혹시라도 그 몇 주 동안이라도 저의 개인정보를 누군가가 갖고 있을 거고, 그것이 유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애꿎은 보험회사 안내 직원에게 화를 낸 셈이지요. 그러면서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한국이 IT강국으로 급성장하고, 전자상거래, 게임, 모바일 콘텐츠 등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간 데에는 금융회사, 통신회사… 전자상거래 회사 등을 믿고 아낌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해준 고객들의 공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거지요.

지난 1995년 대우자동차는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고객 품질 평가단’이라는 획기적인 마케팅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총 100명의 품질평가단에게 1년간 에스페로 승용차를 제공하고 직접 사용하게 하면서 월 1회 품질평가 보고서를 제출받고 연 2-4회 지역본부별로 평가단 간담회를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거였지요. 결과는 ‘초대박’이었습니다. 약 3주간 품질평가단을 공개 모집한 결과, 영업소 방문접수 26만여명, 우편접수 12만여명, PC통신 접수 2만여명 등 모두 43만 5천명이 신청했습니다.

지금처럼 집집마다 자동차가 한 대씩 있던 시절이 아니라, 마이카 붐이 불기 시작했던 시기였음을 감안할 때 자동차를 1년간 공짜로 탄다는 것은 대단한 인센티브였던 것이죠. 저도 공짜 심리가 발동하여 응모하겠다는 야무진 마음을 먹었는데, 접수 신청서를 읽어보고는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기억으로 총 15~6페이지 정도가 되었던 것 같은데, 신청자가 선호하는 차량 색상, 배기량, 옵션 등은 물론, 차를 바꾸는 주기는 몇 년인지, 차를 바꿀 때 고려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채워야 할 빈칸이 그야말로 한도 끝도 없었습니다. 자동차를 공짜로 타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수백 대 일이 될게 빤한데 굳이 그런 수고로움까지 할 건 없다고 생각했죠.

결론적으로, 그 당시 고객평가단에 응모했던 40만 명이 넘는 고객들은 기꺼이 그와 같은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대우자동차 입장에서 보자면 돈 주고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고객정보를 아낌없이 준 거였지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당시 해외언론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파격적인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대우자동차도 대단하지만, 정확히 그들이 원하는 성과(최고급 고객정보 입수, 기업 이미지 제고, CRM 시스템 구축)를 올릴 수 있도록 충성도를 보여준 한국 고객들에 대해 경악했던 거죠.

당시만 하더라도 CRM(고객관계관리) 개념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대우자동차의 발 빠른 마케팅도 눈부셨습니다. 대우자동차는 품질 평가단에 응모했으나 탈락한 사람 전원에게 사장 명의의 감사편지와 함께 대우차를 살 때 1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했으며, 전국 지역본부별로 이들을 초청, 간담회와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여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평가단 응모 고객들로부터 “응모단에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감사편지 및 선물에 감사한다”는 편지가 쇄도하는 등 적극적인 사후 관리가 회사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자동차 판매대수에 있어서는 국내 1위 현대자동차에게 크게 뒤지고 있었지만 자동차 CRM의 신기원을 열은 것이지요.

비록 대우자동차는 IMF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주인이 바뀌었지만, 대우가 20년 전에 도입한 마케팅 기법은 훗날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도 감탄할 만큼 엄청난 성과였습니다. (GM도 그 후 몇 차례 동일한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여 성과를 거두었지요.) 이처럼 우리 IT기업들이 짧은 시간 내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우자동차를 시작으로 네이버, YES24, 옥션, G마켓, 인터파크, 벅스뮤직 등에게 원하는 고객정보를 제공해준 한국 국민들의 놀라운 충성도가 한 몫 했지요.

그런데 이제 그 충성도가 도리어 IT기업을 옥죄는 부메랑이 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충성도가 높았던 한국 국민들이 돌연 차갑고 깐깐한 고객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방대한 고객정보를 갖고 있는 IT 공룡들이야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로 시장에 진입한 후발 기업들은 앞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비스 회사에 대한 신뢰가 밑바닥에 깔려있는 상황에서는 약간의 혜택과 인센티브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불신이 깊어지면 CRM 자체가 불가능해지지요. 예전 같으면 3억원이면 얻을 수 있었던 고객정보를 이제는 300억원을 들여도 얻을 수 없게 된 거지요. 그 어마어마한 비용과 손실에 대해 과연 한국경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현재, 박근혜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해결 방향을 온통 ‘2차 피해 확산 방지’에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요.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소극적이면서도 최소한의 대책에 불과합니다. IT강국 코리아의 기초체력이 약화되고 소멸되어 가는 것에 대해서는 과연 문제의식이라도 갖고 있는 것일까요?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으로 인해 이제는 OECD 가입국 평균보다도 더욱 소극적이고 폐쇄적으로 변한 고객들에 대해 어떻게 신뢰를 회복시키고 충성도를 높일 것인지 대책은 있는 걸까요?

창조경제의 핵심은 업종 및 기술 간 융·복합을 통해 정보와 노하우가 공유됨으로써 기존과 다른 제품 또는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모세혈관이 바로 ‘신뢰’입니다. 상대방이 나의 정보를 빼가고 활용함으로써 나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결코 융·복합과 정보와 노하우의 공유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창조경제의 심장 박동이 멈춤으로써 혈액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이처럼 사안이 중대함에도,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산업별 창조경제 점검’이라는 한심한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아니, 심장 박동 수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고, 혈관이 막히고 있는데, 언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은지, 다이어트 및 체력 보강을 위한 계획을 세우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과 똑같습니다.

어떤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3가지 조치가 필요합니다. 첫째, 개인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옮기고 담당 의사도 바꿔야지요. 둘째, 보호자와 가족이 모여 응급조치 이후의 상황(입원, 수술 등)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셋째, 응급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그간 벌어졌던 모든 일들에 대해 숨김없이 의사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올바른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이와 같은 3가지 조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현오석 경제팀을 경질하지 않겠다는 것은 종합병원이 아닌 개인병원에서의 민간요법을 계속 고집하겠다는 이야기지요. 여야가 대립하고 여당 내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는다는 건 가족 간 논의도 안 된다는 거지요. 그리고 국민 그 누구도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정확한 원인 및 이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그간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도 여전히 감추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죠. 이래서야 응급실로 실려 간 환자를 소생시킬 수 있습니까?

박근혜 정부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관심하다면 우리 국민이라도 솔로몬 왕 앞에 나온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한국경제를 구하는 데에 앞장서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들에게 똑똑히 보여줘야 합니다.

이진우 (창조경제연구원 부원장)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254&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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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일정 9일 북에 통보…北, 반발할 듯

등록 일시 [2014-02-10 10:30:00]       최종수정 일시 [2014-02-10 10:41:07]

 

【서울=AP/뉴시스】키리졸브 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13일 경기 파주 판문점 인근에서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는 훈련에 참가한 한국해군의 K-55 자주포가 , 불을 뿜으며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은 첫 여성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청와대 안방을 다시 차지하고 일으키는 독기어린 치마바람과 무관치 않다"며 악의에 찬 발언을 쏟아 냈다. 2013-03-13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24~4월18일 진행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유엔군 사령부가 9일 북한에 키 리졸브(Key Resolve) 및 독수리(Foal Eagle) 연습 일정을 통보했다고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가 10일 밝혔다.

연합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유엔군 사령부는 판문점을 통해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의 일정과 방어적 성격의 연례적인 연습임을 북한 측에 통보 했다"고 밝혔다.

연합사는 이어 "24일부터 3월6일까지 예정된 키 리졸브 연습은 한미 연합군의 대한민국 방어 능력을 확인 하고 연합군이 한반도의 잠재적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연례적인 지휘소 연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키 리졸브 일정이 이산가족 상봉 일정(20~25일)과 이틀(24~25일) 겹치는 상황이어서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를 근거로 키 리졸브 연습을 중단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우리 군은 이를 빌미로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연습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커티스 M. 스카파로티(Curtis M. Scaparrotti) 한미연합군 사령관은 이와 관련해 "키 리졸브는 한미동맹의 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연습이다. 본인은 한미 동맹 및 유엔 파견국 참가자들과 함께 훈련하는데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번 훈련은 한반도 방어에 필요한 과업과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구성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키 리졸브 연습에 참가하는 미군은 약 5200명이다. 이 중 약 1100명은 해외에서 증원되고 한국군은 다수의 부대가 참가한다.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독수리 연습은 24일 시작해 4월18일까지 실시된다. 독수리 연습은 연합사와 주한미군이 참가하는 지상, 공중, 해상, 상륙, 특수 작전 위주의 연합 및 합동 야외 기동훈련이다. 연합사는 예년과 같이 연습 기간에 일부 훈련을 공개할 예정이다.

독수리 연습에 참가하는 미군은 약 7500명이다. 이 중 약 5100명은 해외에서 증원되고, 한국군은 다수의 부대가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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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北 붕괴' 전제한 통일대박론, 부메랑 될 수도"

[정세토크] 통일 문제 중국과 협의하겠다는 美 국무장관, 속내는?

이재호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2.10 07:48:38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과 남북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고위 정부 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통일문제를, 그것도 중국과 논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미국이 북한의 급변사태나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원광대 총장)은 케리의 이번 발언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엔 전혀 통일의 기운이 없고,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 논의를 미국과 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케리 장관이 그런 메시지를 던진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케리의 메시지를 두고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퍼뜨려 미국이 의도하는 다양한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우선 동북아의 안보 상황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정 전 장관은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일본의 힘을 빌리기 위해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키워줘야 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 북한이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군사력 강화의 출발점은 집단적 자위권의 인정인데, 이를 정당화시키려면 ‘한반도에서의 유사 상태’가 필요하다”면서 “케리의 발언은 이러한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북핵 위협, 또는 북한 급변사태 등을 전제로 한 외교란 결국 남북 대치 상태의 지속과 심화, 나아가 미·중, 일·중 군사 대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며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 대박론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유사 상황을 핑계 삼아 합동으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 상황이 되면 남북대화는 시작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독도, 야스쿠니 문제 등으로 언제까지 일본과 얼굴을 붉히고 있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지난 8일 박인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사장과 대담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지난 1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 ⓒAP=연합뉴스

▲ 지난 1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최 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과 남북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2주일 뒤에 중국을 방문해 북한 이슈를 협의할 것”이라며 “(남북) 통일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국무장관이 공개석상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를 중국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연초부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015년 자유민주주의체제 통일’을 외쳤다는 보도가 있었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했고, 한 보수신문은 통일 관련 대형 기획기사들을 내보내고 있어 마치 북한의 붕괴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습니다. 최근의 통일 담론, 어떻게 보십니까?  
 
정세현 : 지난번에도 얘기했던 것처럼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옅어지는 요즘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이 직접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표현을 써서 통일의 편익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통일의 편익을 이야기했다는 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2015년 자유민주주의체제 통일론’이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보다 먼저 나왔다는 점에서 결국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통일 대박론이 나왔다면 진정성을 인정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신뢰프로세스는 시작도 못하고 있고, 남북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장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진전도 없는 상황에서 통일 대박을 강조하다 보니 대통령의 통일론이 흡수통일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곱씹어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볼 때는 현재 통일의 기운이 전혀 없는데, 미국이 나서서 남북이 통일됐을 때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미·중 간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 아닙니까? 현재처럼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통일을 얘기한다는 것은 북의 붕괴에 의한 남의 흡수통일을 의미하는 것일 텐데 중국이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미국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논의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한반도 통일에 대해 두 가지 원칙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첫째 평화적으로 통일돼야 하며, 둘째 남북이 합의 하에 통일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북 합의 하에 통일이 돼야 한다는 말은 지정학적으로 중국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북의 동의 없이 남에 의한 일방적인 흡수통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중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최소한 동북아에서는 미국과의 군사적 분쟁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는 됐다고 봅니다. 물론 동북아 이외의 지역에서 미국과 군사적 힘겨루기를 한다면 상대가 안 되겠지만, 적어도 중국과 지리적으로 연결돼 있는 한반도에서 중국이 미국과 힘겨루기를 한다면 그렇게 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통일이 임박했으니 대국들이 한반도 통일문제 논의해보자는 케리 장관의 제안에 중국이 동의해 나올 리가 없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통일이란 북한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케리 장관은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일종의 성동격서 전략입니다. 통일을 대비하는 척하면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퍼뜨리고, 이를 통해 동북아의 안보 상황이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키워주기 위한 의도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즉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데 일본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지요. 미국은 앞으로 10년간 국방비를 매년 약 500억 달러씩 줄여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자국의 군사력 대신 일본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려 합니다.

 

일본 또한 점차 강력해지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의 군사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일본이 중국의 대항마로 나서려면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시켜줄 명분이 필요합니다. 일본 군사력 강화의 출발점은 집단적 자위권의 인정인데, 이를 정당화시키려면 ‘한반도에서의 유사 상태’가 필요한 것이지요. 즉 북한의 군사적 위협, 나아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도 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케리의 발언은 이러한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결 국 미국은 미·중 경쟁 관계를 일·중 경쟁 관계로 치환해서 일본의 힘을 빌려 적은 비용으로 계속 동북아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점을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미국이 만들려고 하는 동북아 국제질서의 틀이 짜여지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외교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북핵 위협, 또는 북한 급변사태 등을 전제로 한 외교란 결국 남북 대치 상태의 지속과 심화, 나아가 미·중, 일·중 군사 대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결코 득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일과 중국의 외교적, 군사적 대립이 심화된다면 한국의 입장이 참으로 난처해질 것입니다.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 대박론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동북아 외교전에서 우리가 칼끝을 쥐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유사 상황을 핑계 삼아 합동으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 상황이 되면 남북대화는 시작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독도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의 때문에 언제까지 일본과 얼굴을 붉히고만 있을 것인지,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것만이 능사인지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현 원광대 총장) ⓒ프레시안(최형락)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현 원광대 총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일반적인 관측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은 2014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해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중국의 진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세현 : 지난해 말 장성택의 전격 처형 이후 중국과 북한이 좀 불편해진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장성택은 북·중 관계를 잘 관리해 왔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장성택 처형을 불과 30분 전에 중국에 알렸다고 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최근에 핵실험도 멋대로 하고 북·중 관계 책임자 처형도 30분 전에 통보하는 등, 중국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제멋대로 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경고를 보낸 것이 사회과학원에서 나온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일종의 외교적 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경고는 그동안 한미 간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전직 관리나 영향력 있는 외교 전문가 등을 우리 쪽에 보내서 슬그머니 “이렇게 되면 미국이 안 좋아할 텐데”라는 식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하곤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나왔던 전력 공급 문제입니다. 당시 경수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어서 북한이 이대로 가면 원래 계획했던 200만 킬로와트 전기를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송전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엔 200만 킬로와트는 너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50만 킬로와트 정도를 송전하는 것을 두고 남북이 협의 중이었는데 2002년 초 미국의 CFR(Council on Foreign Relations: 대외관계협의회) 멤버들이 한국에 와서 사견임을 전제로 하면서 사실상 미국 정부가 좋아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래서 이 송전 논의 자체가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CFR은 미국의 전직 외교관과 학자, 재계 인사 등이 모인 단체로 미국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정부 주변의 전문가들을 통해 정책 수정을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비공식적인 메모인 라 는 것을 보내기도 합니다. 나중에 일이 커지면 우리는 모른다는 식으로 덮기 위한 것이죠. 간혹 실무자들의 실수라든지 양심선언 같은 것이 나와 미국의 압력을 받았다는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더라도, 이런 메모 형식이면 미국도 한국도 누가 했는지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발을 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메모 형식을 빌리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한국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자체 핵개발에 나서는 등 미국의 말을 잘 듣지 않자 미국은 주한미군을 뺄 수 있다는 식으로 겁을 준 적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중국도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봐야지요. 이번 중국 사회과학원 보고서는 북한 정부의 대중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어떤 식으로 경고를 하든 미국정부는 결코 한국을 버릴 수 없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에 경고를 할 수는 있지만 북한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환구시보> 같은 관영매체에도 가끔 북한이 들으면 기분 나쁠 만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 정부의 본심이 이건가 라며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국은 과거부터 주변 국가들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잘 도와주더라도 멀리 못 가게 만드는 경고를 많이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고를 너무 크게 받아들이고, 그걸 토대로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입니다.

 

북한 붕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프레시안 : 장성택 처형 이후 2015년 자유민주주의 통일론과 통일대박론이 나오고, 여기에  케리 장관의 중국과의 남북통일 논의 발언, ‘북한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요지의 중국 사회과학원 보고서 내용 등이 보도되면서 국내에서는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붕괴론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현재 북한의 상태가 어떻다고 보십니까?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정 세현 : 북한 붕괴론과 관련해서 북한의 상태를 질문했는데, 북한의 상태를 진단하기 전에 소위 북한붕괴론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 무슨 일만 생기면 북한붕괴론이 나왔습니다. 북한붕괴론은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1980년대 말 90년대 초 동유럽 국가들과 소련에서 체제전환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그때는 아마도 북한에서도 동유럽이나 소련에서처럼 체제전환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일종의 ‘희망적 관측’이었다고 봐야지요.

 

그러다가 1994년 7월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김일성 주석이 급사하자 다시 북한붕괴론이 탄력을 받았습니다. 김일성 사망으로 두 번째 붕괴론이 고개를 든거지요. 1년 이내 줄잡아 3년 내에 북한은 붕괴할 거라는 기대가 일어나면서 흡수통일론이 유행하고 국내외 북한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남북통일비용 계산 경쟁이 붙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고 70년대 초부터 권력승계를 준비해온 김정일 비서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김정일 비서의 정치노선인 ‘선군정치’ 때문에 존재감이 약간 떨어지기는 했지만, 조선노동당도, 사회주의체제도 건재했습니다. ‘국가’도 ‘사회주의체제’도 ‘정권’도 그대로 유지된 겁니다.

 

세 번째 붕괴론은 1990년대 후반 탈북자들이 대거 남한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붐을 탔습니다. ‘희망적 관측’을 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1990년대 후반을 넘기고 2000년대 들어 대미(對美)협상도 하고 6자회담도 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도 했지요. 그 중간중간에 미사일도 발사하고 핵실험도 하면서 ‘국가’와 ‘사회주의체제’와 ‘김정일정권’을 유지해 나왔습니다. 2011년 말,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자 북한붕괴론이 또 나왔었습니다. 네 번째도 안 맞았지요. ‘국가’, ‘사회주의체제’ ‘김정은정권’이 그런대로 굴러갔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2월 12일 장성택이 처형되고 난 뒤 다섯 번째로 북한붕괴론이 다시 붐을 타는 것 같습니다.

 

김일성이 없는데도 북한의 ‘국가(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체제(조선노동당)’ ‘김정일 정권’은 붕괴하지 않고 버텨왔습니다. ‘김정일 정권’이 ‘김정은 정권’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김정은의 장악력이 김정일만큼 안 되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것도 ‘희망적 관측’에 불과하다고 봅니다.(일 뿐입니다.) 장성택 사건으로 민심이 김정은으로부터 떠나서 북한이 붕괴할 거라는 것도 기대에 찬 전망일 뿐입니다.

 

여기서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북한붕괴론이 개념적으로 분명치 않고, 범벅이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축출, 즉 정권붕괴를 북한붕괴라고 보는 것인지? 사회주의 체제 포기. 즉 조선노동당의 붕괴를 북한붕괴라고 보는 것인지? 국가,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소멸을 북한 붕괴라고 규정하는 것인지. 정권의 권력자가 축출되어도 체제는 그대로 존속될 수 있고, 체제가 바뀌어도 국가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동유럽 국가들 중 최고 권력자가 축출되거나 처형된 나라도 있고, 체제전환을 한 나라도 있지만 ‘국가’들은 건재하지 않습니까?

 

북한의 경우, 백두혈통론을 토대로 형성된 독특한 정치문화 때문에 김정은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다른 사람으로 바뀔 가능성은 적지만,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체제가 바로 바뀔 가능성은 적습니다. 설사 체제전환이 다소 일어나더라도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북한지역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가 소멸할 수 있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압록강-두만강 이남지역으로 자동 확장되는 걸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가치 때문에 국제간섭이 일어나면서 우리의 지분이 아주 적은 수준에 머물고 말 가능성이 더 큽니다. 다만 그 전에 화해협력이 꾸준히 진행된 나머지 남북의 민심이 연결되어, 통일의 구심력이 통일의 원심력보다 훨씬 커진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학자들이 학회같은 데서 이런 문제에 대해 개념적 정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도 붕괴의 주체가 국가인지, 체제인지, 정권인지 개념 규정 없이 북한 붕괴론을 얘기하는 건 지금 시대가 통일문제나 북한에 관한 한 중우정치(衆愚政治)시대라는 걸 뜻합니다.
                  
프레시안 : 개념들이 범벅이 된 상태에서 북한붕괴론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인상적입니다. 지금 돌아다니는 북한붕괴론은 아마도 김정은 정권 붕괴를 뜻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북한 내부 상태는 어떻습니까? 김정은 정권의 장래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북한 상태를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서 정권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북한 정권붕괴의 조건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경제난이 극심한데 해결책이 없을 때, 또 하나는 권력을 대신 장악할 수 있는 세력이 있을 때입니다.

 

경제난의 대표격인 먹는 문제를 우선 살펴보면, 최근 북한은 신년사에서 농업 문제의 우선순위를 굉장히 높여놓았고 축산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북한이 식량난에 허덕여서 농업문제가 주요 어젠다로 나왔을까요?

 

이명박 정부 이후 남쪽의 식량 지원이 일체 없었고 북한이 지난해 3차 핵실험을 한 이후 유엔 제재 때문에 국제사회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WFP(유엔 세계식량계획)의 분석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 문제는 없었고 오히려 식량이 증산됐다고 했습니다. 이는 현재 북한에서 그만큼 먹는 문제가 긴박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의식주(衣食住)를 ‘식의주’로 표현할 만큼 먹는 문제를 중시합니다. 김일성은 ‘쌀독에서 인심 난다’, ‘기와집에서 비단옷 입고 이팝(쌀밥)에 고깃국 먹고 싶어 하는 인민들의 세기적 염원을 기필코 90년대에 달성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농업 문제가 높은 순위의 어젠다로 나왔다는 것은 이번에 내친김에 식량 증산을 확실하게 하고 그다음에 축산을 발전시켜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도록 하자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 말은 체제가 상당히 안정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추후 식량 증산을 하겠다고 하면서, 주식인 쌀뿐만 아니라 고기, 채소, 버섯 증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는 ‘식의주’ 중에 ‘식’문제가 상당한 정도로 안정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 지난 3일 북한 전국 농업부문 분조장 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평양남새과학연구소를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지난 3일 북한 전국 농업부문 분조장 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평양남새과학연구소를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먹고 사는 문제와 더불어 북한 정권 붕괴의 또 다른 중요한 조건이 김정은 이외에 권력의 중심에 내세울 만한 인물이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폭동을 조직하거나 이를 실행할 때 구심점이 돼서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건데 북한엔 그런 인사가 없습니다. 장성택 처형 후에 종파행위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으로 다른 마음을 못 먹게 만들고 있습니다. 동시에 신년사에서도 백두 혈통에 대한 충성을 가르치는 사상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이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 붕괴가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 나오고 있는 붕괴론은 희망적인 관측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인기가 많았던 장성택이 처형되고 나면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 것이고, 김정은 이외의 대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북한 정권 붕괴를 전제로 한 이른바 ‘2015년 자유민주주의체제 통일론’이 국정원에서 나왔지만, 실제 국정원 내의 북한 전문가들 중에서도 북한 정권이 쉽게 붕괴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프레시안 :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을 비롯해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높였던 반면, 올해에는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이산가족 상봉도 받아들이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모습입니다. 북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세현 : 여러 분석이 있는데, 그중 우리가 세게 나가니까 북한이 굽히고 들어온다는 분석은 아주 1차원적인 이야기입니다. 또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남쪽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려는 거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북한은 대규모의 쌀이나 비료 지원이 아닌 한, 통상적인 교류 협력 차원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은 이제 북·중 관계에서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습니다. 굳이 북한이 남쪽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서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유화적인 제스처는 내부 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정세안정과 군사적인 낭비를 막기 위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면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생기는데,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정된 자원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 그대로 자원을 버리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훈련에 동원되는 석유나 병력을 경제적인 분야로 돌려쓰면 그것 자체로 남는 것이고 잘만 하면 확대재생산도 가능합니다.

 

또 올해 신년사에서 농축산 분야 생산을 유난히 강조하고, 그것도 구체적으로 쌀, 고기, 채소, 버섯이라는 품목까지 제시한 것을 보면 북한 주민들한테 확실한 선물을 주겠다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걸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분위기를 만들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관계가 좋아져서 비료 같은 것이 남쪽에서 온다면 북쪽으로서는 좋은 것입니다. 설사 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대화국면이라도 굴러가면 그걸 핑계 삼아 한반도를 유사 상황으로 몰고 가려는 미·일의 동아시아 전략을 견제하면서 미국의 대북압박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도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한정된 자원을 경제발전 쪽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해마다 군사훈련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저항하는 것이 군사훈련을 한 번 할 때마다 떠내려가는 자원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속내가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재호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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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촛불... "김용판 사건 무조건 특검"

[현장] 청계광장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개입' 규탄 촛불집회 열려

14.02.08 21:23l최종 업데이트 14.02.08 21:2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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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궂은 날씨에도 '촛불' 든 시민들 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시국회의 주최 제31차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국정원대선개입 사건 은폐혐의를 받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선고를 규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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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재판부가 내부고발 사건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드러낸 겁니다." -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용판 무죄'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틀째 모였다. 8일에도 서울 청계광장에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280여 개 시민단체 협의체인 국정원 시국회의는 이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에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도 25일 국민파업을 앞두고 집회를 통해 본격적인 파업 홍보에 나섰다.

"내부고발자 증언 무시한 김용판 무죄...커피 마시다 뿜었다"

오전부터 내리던 눈은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6시께에는 눈비로 바뀌어 있었다.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 300여 명은 우산과 패딩점퍼 모자 등을 쓰고  '특검 실시' '김용판 유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여자들은 김 전 청장에게 선고된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분노감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는 6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김용판)에게 선거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서울시 중랑구에서 온 김희선(32)씨는 "커피를 마시다 뉴스를 보고 황당해서 내뿜었다"면서 "내부고발자의 증언도 있었는데 재판부가 못 믿겠다고 접어놓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다 못믿겠다"면서 "무조건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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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시국회의 주최 제31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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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이명박 구속! 박근혜 하야!"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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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에 오른 발언자들은 김 청장을 포함해 최근 이뤄진 사법부 움직임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래군 공안탄압대책위 상임집행위원장은 이석기 진보당 의원이 징역 20년을 구형받은 것을 두고 "핵심 증인인 이모씨의 진술이 번복됐는데도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고 말했다.

박 상임집행위원장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서고 민주주의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음주에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선고가 어떻게 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을 우회하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했다. 정부가 사실상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향의 '꼼수'를 사용자 측에 전파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후속 지침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이 지침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상까지는 신의성실 원칙을 적용하고 특정 시점에 재직중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다. 노조 측에서는 이를 놓고 "사용자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지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준도 서울남부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정책팀장은 "요즘 회사 측에서 체불임금 소송을 할 수 없게끔 하는 취업규칙서 개정안을 들고 다니면서 서명을 하라고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취업규칙이나 단협에 해당 내용이 있을 경우 체불임금 소송을 할 수 없는데 정부가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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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서로 마주보며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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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들이 '촛불'을 옆으로 이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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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집회, 강기훈, 통상임금, 김용판, 민주노총 태그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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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은 어쩌다 일본에 퇴짜 맞았나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27> 해방과 분단, 열두 번째 마당

기사입력 2014.02.09 00:10:07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른바 진보 세력 안에서도 부박한 담론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절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를 이어간다.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은 한국 현대사 연구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매달 서 이사장을 찾아가 한국 현대사에 관한 생각을 듣고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네 번째 이야기 주제는 해방과 분단이다. <편집자>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한국전쟁, 첫 번째 마당] "공산군 물리친 이승만의 공? 잘한 게 없다"
[한국전쟁, 두 번째 마당] "북한, 전면전은 못할 것…한국전쟁 공포 때문"
[한국전쟁, 세 번째 마당] 박정희 살린 6.25? "전쟁 덕 톡톡히 봤다"
[친일파, 첫 번째 마당] "뉴라이트·이승만, '용서받지 못할 자' 비호" 
[친일파, 두 번째 마당] 박정희 '은밀한 과거'는 어떻게 비밀이 됐나
[친일파, 세 번째 마당] "일본군 박정희, 반성은 없었다…유신은 필연"
[친일파, 네 번째 마당] "박정희 한 사람 덕에 경제 발전? 저열하다"
[친일파, 다섯 번째 마당] '반역자 미화' 뉴라이트, 힘 싣는 여당…"두렵다"
[학살, 첫 번째 마당] "수십만 죽이고 30년 넘게 침묵…참 무서운 한국"
[학살, 두 번째 마당] "군, 총·수류탄으로 주민 학살 후 시신 소각"
[학살, 세 번째 마당] 고마운 미국? "한국인들 죽이거나 학살 방조"
[학살, 네 번째 마당] "애가 부모에게 수류탄 던졌다"? 무서운 이승만
[학살, 다섯 번째 마당] 일본도로 국민 목 친 학살자가 이순신과 동급?
[학살, 여섯 번째 마당] "좌익이 영광에서 5만6000명 학살? 그건 아니다"
[학살, 일곱 번째 마당] 박정희 세력은 왜 합동 묘지를 파헤쳐야 했나
[해방·분단, 첫 번째 마당] "일본은 곧 망한다"…그들은 비밀을 알고 있었다
[해방·분단, 두 번째 마당] 자유는 미국이 준 선물? 그들은 점령군이었다
[해방·분단, 세 번째 마당] 한국 '최고의 혁명가'가 친일파? "극우, 참 비열하다"
[해방·분단, 네 번째 마당] 일본도 차마 못한 그 일 감행한 미국…한국 '폭발'
[해방·분단, 다섯 번째 마당] 반역자에서 애국자로…역사를 바꾼 신분 세탁
[해방·분단, 여섯 번째 마당] 나라 판 좌익? 김일성 '엉터리 신년사'의 비밀
[해방·분단, 일곱 번째 마당] 12번 테러와 암살도 '정의로운 바보'를 못 꺾었다
[해방·분단, 여덟 번째 마당] 북한, 남측 인사에게 '전쟁 안 하겠다' 다짐?

[해방·분단, 아홉 번째 마당] 한국의 친미는 어쩌다 미국을 들이받았나

[해방·분단, 열 번째 마당] 북한은 왜 전면전의 유혹에 빠져들었나

[해방·분단, 열한 번째 마당] '<지슬> 사람들'이 폭도? "극우, 터무니없다"

프레시안 : 1948년 12월 12일 유엔에서 중요한 결의안('대한민국 승인과 외국 군대 철수에 관한 결의')이 통과됐다. 이 결의안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유엔이 결의한 사항이 '한반도 전체에 대한 관할권을 지닌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38선 이남에 대한 관할권을 지닌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주장도 있다.

 

서중석 : 이 얘기는 영문 자료만 정확하게 번역하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거다. 유엔이 결정한 게 영문 자료로 다 있지 않나. 이미 명확한 설명이 이루어진 것인데도 참 끈질기게 많은 사람들한테 부정확하게 전달되는 면이 많다.

 

사실 이승만 정부가 이 부분을 왜곡했다고 할까, 부정확한 내용을 아주 강하게 교육, 선전, 홍보했다. 박정희 정부도 그걸 똑같이 계승했다. 말 잘못하면 감옥소 가던 때 아닌가. 현대사 연구와 교육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이 문제라고 본다. 이 사안은 당시의 여러 문제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전반적인 문제와 결부돼 있다.

 

프레시안 : 어떤 문제인가.

 

서중석 : '한반도엔 하나의 정부만 있어야 한다', 이것에 대해 한국인들이 너무나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헌 헌법 제4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돼 있다. 이건 물론 북한에 분단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통과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당시 소장파 (국회의원) 한 사람만 질문했을 뿐 다른 어느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한 사람이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유진오 전문위원이 국회에서 이렇게 답했다. "이 헌법이 적용된 범위가 38도선 이남뿐만 아니라 우리 조선 고유의 영토 전체를 영토로 삼아가지고 성립되는 국가의 형태를 표시한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 듯 말듯한 설명이다. 한마디로 민족의 당위, 민족의 규범을 여기서 표현한 것이라고 얘기하면 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참 어이없는 헌법 조항이 북한에서 등장한다.

 

프레시안 : 어떤 조항인가.

 

서중석 : (1948년 만들어진) 북한 헌법 제103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부(首府)는 서울시다", 이렇게 돼 있었다. 세상에, 눈곱만큼도 서울에 관할권이 없는데도 그랬다. (이 조항이) 10~20년 간 게 아니다. 1972년 헌법이 바뀔 때까지 계속 그랬다. 1972년에 북한 헌법(의 해당 조항)이 바뀌는 건 통일 정부, 하나의 정부만 있어야 한다는 사고가 바뀌어서 그런 게 아니다. 다른 이유 때문이다. 북한이 주체사상의 나라가 되면서 역사관 자체가 확 바뀐 것이 큰 원인이었다. (북한은 1972년 개정 헌법에서 수도를 서울에서 평양으로 바꿨다. <편집자>) 어쨌건 (1948년 북한에서 만들어진) 이런 헌법은 전 세계 어디서도 있을 수가 없는 거다. 정말 어이없는 헌법이다.

 

그런데 한국인들한테는 이게 또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엔 하나의 정부만 있어야 한다고 여겨서다. 한국인들이 통일을 얼마나 갈구했는가를 앞에서 이야기했는데, 바로 이런 문제와 직결돼 있다.

 

1969년 박정희 정부가 국토통일원을 발족하면서 통일에 관한 여론 조사를 했다. 박정희 정부가 깜짝 놀라고 당황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통일 논의를 억압했는데도 90퍼센트가 넘는 국민이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9.5퍼센트가 '10년 이내에 통일이 가능하다'고 했고, 18퍼센트 정도는 '그건 안 된다',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립화 통일안 같은 걸 지지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국토통일원이 1969년 말 실시해 1970년 2월 발표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90퍼센트가 넘는 응답자가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민족적 지상 과제'라고 답했다. <편집자>) 그렇게 반공 교육을 시켰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으니 얼마나 놀랐겠나. 그 후에도 통일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980년대까지 그랬다. 이것이 한반도 문제를 그렇게 (풀기) 어렵게 만든 한 요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독일에선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건 주자학적 명분론과도 관련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어떤 측면에서 그러한가.

 

서중석 : '정통'이란 말을 한국인들이 즐겨 쓰지 않나. 주자학이 이 땅을 지배하던 조선 후기에 양명학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사문난적으로 처단됐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이것(분단 정부임에도 남북한 전체를 대표한다고 강조한 것. <편집자>)에는 주자학적 명분론이 상당히 가세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 점은 좌익도 비슷하더라. 좌익에서도 이런 명분이 강하게 작용하니까 아까 이야기한 (북한) 헌법 제103조 같은 게 나온 것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울러 유엔 승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분단 세력의 입장이 아주 강하게 작용했고, 그러면서 분단 세력이 집요할 정도로 이것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하게 된 것 아닌가. 1950년대에 함석헌이 <사상계>에 '도대체 남이건 북이건 서로 괴뢰라고 하니 우리나라엔 괴뢰만 있는 거냐'라는 내용을 썼다가 혼난 적이 있다. 남쪽에선 북한을 1950년대엔 '괴집'(괴뢰 집단)이라고 불렀고 1960년대 이후엔 '북괴'라고 하지 않았나. 북한에선 남한을 '미 제국주의자의 괴뢰'라고 했다. 참 슬픈 일인데 거기엔 역사성도 있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함석헌은 <사상계> 1958년 8월호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를 실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문제가 된 핵심 대목은 다음과 같다. "남한은 북한을 소련·중공의 꼭두각시라고 하고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하니 있는 것은 꼭두각시뿐이지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나라 없는 백성이다. 6.25는 꼭두각시의 놀음이었다. 민중의 시대에 민중이 살아 있어야 할 터인데 민중이 죽었으니 남의 꼭두각시밖에 될 것이 없다." 이 필화 사건 후 <사상계> 구독자는 오히려 급증했다. <편집자>)

 

 

▲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1948년 유엔 결의는 '38선 이북 관할권, 한국에 없다'는 것

 

프레시안 : 1948년 12월 12일 유엔에서 결의한 내용을 정밀하게 짚었으면 한다.

 

서중석 : 유일 합법 정부라는 부분에 관해 1948년 유엔 결의를 가지고 얘기해 보자. "한국 인민의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한국 지역에 효과적인 통치와 관할권을 가진 합법 정부가 수립됐다는 것과, 이 정부는 한국의 이러한 지역의 유권자의 자유의사의 정당한 표현이고 임시위원단이 감시한 선거에 기초했다는 것과, 이 정부가 한국 내의 이러한 유일한 정부라는 것을 선언"한다는 내용이다.

 

풀이하면 이렇다. '한국인 유권자의 자유의사가 정당하게 표현된', 이건 '(1948년) 5.10선거가 치러진'이란 말이다. '한국 인민의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이건 남한이 2000만 명이고 북한이 1000만 명이었으니 남쪽이 한국인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유엔이 규정한 것이다. 그 지역에서 '통치와 관할권을 갖는 한반도의 유일한 정부다', 이렇게 유엔에서 결의한 것이다.

 

유엔 결의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전체에, 다시 말해 38선 이북까지 관할권을 갖는 정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괴집', 북괴라고 한 것이다.

 

유엔에서 이것이 통과되기 전에 미국도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지역에 대해서까지 관할권을 갖는다'는 식으로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영국, 캐나다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실제로 그렇지 않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미국도 그 의견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정부라는 주장을 접고, 유엔이 대한민국을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하는) 그런 식으로 조율된 것이다.

 

프레시안 : 38선 이북에 대한 관할권 문제는 한국전쟁 때 바로 불거졌다.

 

서중석 : 그렇다.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정한 건 국군이 (1950년) 그날 38선을 넘은 걸 이야기하는 것임을 다들 알고 있지 않나. 그런데 유엔군은 유엔의 결정을 기다렸다가, 유엔에서 일정한 결정을 한 후 (38선 이북으로) 진격하게 된다.

 

이 부분과 관련해 유엔에서 다시 한 번 천명한 게 있다. 북쪽 땅을 유엔군과 국군이 차지하게 되면서 '그러면 북쪽 지역에 행정 기구를 어떻게 설치할 것이냐', 이 문제가 대두한 거다. 그래서 유엔 소총회에서 (1950년) 10월 12일 이렇게 결의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이 감시 및 협의할 수 있었던 한국 지역에 효과적 지배권을 가진 합법 정부로서 유엔에 의해 승인됐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기타 지역에서", 여기서 기타 지역은 38선 이북을 말하는 거다, "합법적이며 효과적인 지배권을 가졌다고 유엔이 승인한 정부는 없음을 상기하며", 이 내용이다.

 

그러고 나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린다. 뭐냐 하면 "전쟁 발발 당시 대한민국 정부의 효과적 통치 하에 속한 것으로 유엔에 의해 인정받지 못했으며 현재 유엔군이 점령하고 있는 한국 지역의 모든 정부와 민간의 행정 책임은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단이 해당 지역의 행정을 고려하게 될 때까지는 통합군 사령부가 임시로 담당할 것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승만 정부는 (38선 이북에서 주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바로 주권 행사를 해서 마찰이 생긴다. 유엔 결의가 무엇이었는지는 여기서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그 지역 관할권이 한국 정부에 자동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사진은 한 장병이 휴전선에서 가장 넓고 높은 고지인 육군 백두산부대 최전방 초소에서 북녘을 응시하는 모습(2009년 6월 23일). ⓒ연합뉴스

▲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그 지역 관할권이 한국 정부에 자동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사진은 한 장병이 휴전선에서 가장 넓고 높은 고지인 육군 백두산부대 최전방 초소에서 북녘을 응시하는 모습(2009년 6월 23일). ⓒ연합뉴스

 

 

'유일 합법 정부'를 놓고 벌어진 박정희 정권과 일본의 힘겨루기

 

프레시안 : 북한 지역이었다가 한국전쟁 결과 남쪽으로 넘어온 지역에 대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1년여 동안 유엔군이 관할권을 행사한 것도 유엔 결의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서중석 : 그렇다. (그 후) 조봉암의 진보당이 평화 통일을 주장하고 나서, 1958년 이때쯤 가면 민주당도 통일에 대한 정책을 바꾸게 된다. 그런데 다른 이유도 있고 해서, 국회에서 자유당이 아주 집중적으로, 요즘의 종북몰이 비슷하게 민주당을 막 몰아세운다. 반공에서는 (자유당과 민주당 중) 누가 형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민주당도 반공주의가) 센 세력인데도 (자유당에서) 몰아세운 거다. 그러자 조재천 민주당 선전부장이 '(1948년) 12월 12일 유엔 결의' 내용을 영어로 읽고 하나하나 번역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주장하는 게 이렇게 합법적인 거다'라고 명시하는 대목이 국회 속기록에 그대로 나온다.

 

(이 무렵 민주당은 이승만 정권의 북진 통일론과 선을 그었다. 북진 통일론은 허구라는 주장이었다. 미국과 유엔의 평화 통일론을 모른 척할 수 없었고 자유당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평화 통일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반공 민주 통일만 대상으로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편집자>)

 

프레시안 :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과 관련해서도 이 문제는 논란이 됐다.

 

서중석 : 한일기본조약 제3조엔 이렇게 돼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 총회 결의에 명시된 대로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확인한다.' 그러고 나서 박정희 정부가 바로 설명을 했다. '이것은 대한민국 주권이 한반도 전체에 미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그러자 바로 일본에서 반박했다. '우리가 여기에 동의한 것은 어디까지나 유엔 총회 결의에 있는 그대로다. 북한 문제는 별개의 것이다.‘

 

(일본은 '유일한 합법 정부' 조항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유엔 결의에 명시된 대로'라는 문구를 넣을 것을 고집했다. 일본은 한국의 반대를 누르고 해당 문구를 넣는 데 성공했다. 이는 한국이 한반도 북쪽에 관할권이 없음을 분명히 하려 한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북한과 관계를 맺을 것을 염두에 두고, 한일기본조약이 장애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편집자>)

 

프레시안 :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분위기가 바뀐다.

 

서중석 : 7.4남북공동성명은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 평양에 갔다 온 후 나온 것이다. 남쪽의 최고 권력층이 북한 최고위층을 만난 거다. 당시 일각에선 '괴뢰를 만났으니 이후락도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북한을 만난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1973년 6.23선언에서도 (박정희 정부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을 하자고 했다. 이건 북한의 실체를 인정한 것 아닌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게 이어져서) 2000년 6.15정상회담으로 남북이 만나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니까, 1980년대 언젠가부터 북괴 대신 북한으로 쓰게 됐다. 전쟁 불사를 외치는 극우(의 상당수)도 이젠 북괴가 아니라 북한이라고 부르지 않나.

 

이렇게 명백한데도 왜 극우 분단 세력이 계속 유엔의 한국 정부 승인과 관련해 부정확한 주장을 하느냐, 이 부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주장이 분단 체제를 유지하는 비법이랄까, 정통성을 주장하는 무기로 작동한 측면이 있고, 그것과 짝을 이루는 것이지만 대북 적개심을 고취하는 데 '괴집', 북괴라고 하는 게 유용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또한 구체적인 정부 정책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나타나느냐, 이걸 생각해 봐야 한다.

역사학자 서중석의 진단
▲ "박근혜는 유신의 허깨비가 결코 아니었다"
▲ "박정희 신드롬, 박근혜가 지울 수도 있다"
▲ "<조선> 말대로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빨갱이"

통일 논의 억압과 선건설론

 

프레시안 : 어떤 식으로 나타났나.

 

서중석 : 북진 통일은, 윤천주 교수가 1950년대에 쓴 논문에서 이미 잘 설파했듯이, 이승만 정권과 반공 체제를 강화하는 데 마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것이었다. 북진 통일이란 살벌한 주장을 하는 상황에서 평화 통일을 이야기하면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도 이승만 정권은 붕괴할 때까지 계속 북진 통일을 주장한 거다.

 

(1958년) 진보당 사건이 났을 때 기소에서 제일 중요한 건 조봉암과 진보당이 평화 통일을 주장했다는 것이었다. 평화 통일이 제일 큰 죄목으로 부각됐던 거다. 그랬던 건데 1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조봉암에게 불법 무기 소지죄로 5년형을 선고했지만, 다른 진보당 간부들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편집자>) 2심에서는 다 유죄가 되긴 했지만, 3심 판결이 아주 묘하게 나왔다. 이상한 판결이었다. '평화 통일은 대한민국 헌법에 부합한다. 그러나 조봉암은 양명산과 연결된 간첩이다', 그러면서 사형시키지 않나. 통합진보당 문제 때문에 진보당 해산 사례가 다시 부각되기도 했는데, 이승만 정권 때는 정부가 진보당을 그냥 해산하기만 하면 됐다. 해산하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평화 통일을 주장했다', 이 부분이었다. (이승만 정부가 발표한 진보당 등록 취소 사유 중 하나가 유엔 결의에 어긋나는 통일 방안을 주장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엔 결의에 어긋나는 것은 조봉암의 평화 통일론이 아니라 이승만의 북진 통일론이었다. <편집자>)

 

프레시안 : 4월혁명을 계기로 양상이 달라진다.

 

서중석 :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면서 북진 통일 주장을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유엔이 한국 문제에 대해 계속 결의하고, 미국도 여러 번 평화 통일을 천명했다. 그래서 민주당도 (1960년 4월혁명 후 치러진) 7.29선거 때 (유엔 감시 아래 남북한 자유 선거를 통해) 평화 통일(을 도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평화 통일 과정에서 선행할 수밖에 없는 남북 교류는 거부했다. <편집자>)

 

그렇게 되니까 통일 운동이 막 일어났다. '이건 안 되겠다. 골치 아프다. 억제해야겠다' 하면서 민주당 정부에서 강력하게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지금은 선건설(을 할 때)이다. 먼저 건설해야지, 통일 논의를 가지고 국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반공법도 만들려고 했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그때는 데모 규제법이라고 불렀는데 그걸 만들려다가 오히려 되게 당한다. 왜냐하면 그 당시 분위기가 그렇지 않지 않았나. 이걸 강력히 채택한 것이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었다. 1960년대에는 선건설론 이외의 어떠한 주장을 해도 아주 어려움을 겪었다. '통일 논의를 하고 북한과 교류하자' 그러면 반공법으로 구속되고 그랬다. 여러 사건이 있지 않나.

 

(정리하면) 이승만 정권 때는 북진 통일을 주장하면서 통일 논의를 억압했고, 장면 정부 때부턴 그것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되니까 평화 통일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통일 논의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사실상) 금지하는 선건설론을 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스물여덟 번째 편도 조만간 발행됩니다.

     

김덕련 기자, 최하얀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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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로 살아가기

호인수 2014. 02. 08
조회수 167 추천수 0
 

 

[삶의 창] 사제로 살아가기

 

내가 잘 아는 교우 한 분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오늘은 퇴근하는데 왜 이리 마음이 허전하고 기운이 빠지는지요. 요즘 제가 회사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이런 겁니다. 바보처럼 착해 빠졌다, 헛똑똑이, 잘난 척도 할 줄 모르냐, 술도 잘 먹어야 한다, 윗사람에게 아부하고 정치를 잘해라, 잘못된 건 다 남의 탓, 손해 보는 짓은 절대 금물, 등등입니다. 하지만 제가 어릴 적부터 성당에서 배운 것은 착한 사람 되라, 모두가 내 탓, 이웃은 내 형제, 서로 사랑하고 약한 자를 도와주라는 것들입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배운 것과 정반대로 살지 않으면 촌스럽고 무식하고 리더의 자격이 없는 무능력자로 낙인찍혀서 결국은 쫓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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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해줘야 할 텐데 뭐라고 하지요? 회사에서 왕따가 되고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배운 대로 살라고? 그게 신앙인의 자세요, 순교정신이라고? 그가 그걸 몰라서 물었겠습니까? 그렇다고 세상이 다 그런 거니까 낙오되지 않게 요령껏 살라고, 그게 이 풍진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고 두루뭉술하게 넘길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꼭 신앙인이 아니라도 세상을 착하고 바르게 살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면 누구나 하게 되는 흔해 빠진 고민인데, 그가 남들처럼 마음 편히 일하고 교회의 가르침에도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게 할 딱 알맞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왜 못할까? 문득 내게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신앙심은 확고하고 옳은가?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성직(업)을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방편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가?

 

서원식휴심정사진.jpg


예수님이 하신 이야기(루가 10, 30 이하)에 등장하는 사제의 모습에서 나를 봅니다. 강도를 만나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못 본 체 피해 간 인물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부정한 것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먼저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달려가라. 그게 이웃이다.” 예수님은 율법과 전통에 충실한 사제보다 유대교의 기본 상식조차 모르는 이방인의 행동이 더 옳다고 하셨습니다. 명색이 사제인 내가 지금 들어도 얼굴 뜨뜻한 이야기인데 나는 여전히 시시콜콜한 규정들에 목이 매인 채로 눈치를 살피고 있으니 부끄럽습니다.

 

일약 세계의 스타가 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사제 서품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영적으로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가르침을 실천하라!” 그는 정치·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진 남미 아르헨티나의 교구장이었으니 사회나 교회, 동료 사제들의 속사정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겠지요. 그런 그가 취임 원년에 사제는 세상과 단절된 교회 안에서 심신의 안일만을 추구하지 말고 갖가지 상처로 얼룩진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고, 흙먼지에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절대 만만찮은 당부입니다. 그의 뜻을 실천하려면 옷은 물론이고, 맨살마저 상하기 십상이니까요. 엄청난 희생과 손해를 무릅써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부자와 권력자들의 소리는 크고 강하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아서 교회의 기득권자인 사제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칫 대세의 흐름에 휩쓸리기 때문입니다.

 

설을 쇠고 떡국과 함께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습니다. 남들 다 하는데 나는 못하랴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사제생활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만, 이 신자유주의 세상, 더군다나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남북, 동서의 분단과 대립의 땅에서 죽을 때까지 사제로 살아가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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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민속마을' 세금으로 운영되는 말뼈 판매장?

 

 


제주에는 '성읍민속마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제주 초가와 똥돼지 우리 등이 보존되어 있어, 제주 민속촌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여행지 중의 한 곳입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성읍민속마을이지만, 막상 가보면 무엇인가 사기를 당하고 온 느낌을 받는 여행객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드릴테니, 나중에라도 이곳에 가셔도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주 성읍민속마을 도로변에 있는 무료 입간판들. 출처: ttearth.com

 


성읍민속마을에 가면 입구부터 '구경하는 집', '초가집 관람','무료 주차장' 등의 팻말이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이 무료에 초가집 구경도 공짜라니 차를 주차하고 갑니다.

초가집 입구에 가면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셔서 친절하게 제주의 전통문화와 초가집에 대해 잘 설명해줍니다. 설명이 끝나면 더우면 더운 데로 추우면 춥다고 오미자차와 같은 차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합니다. 

차 한 잔 얻어 마시려고 자리를 옮기는 순간, 갑자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뼈 진액'이나 '마환'(말뼈로 만든 환) 광고판과 상품들이 등장합니다. 
 

 

▲제주 성읍민속마을에서 팔고 있는 건강식품, 출처:네이버블로그 ozzy

 


말 태반 추출액으로 만든 건강식품과 오미자, 말 뼈로 만든 각종 영양제(?)등이 진열된 곳에 선 아주머니는 언론에도 소개됐다며, 제품의 성능에 대해 입술이 마르도록 설명합니다. 

오미자차도 얻어 마셨으니 하나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보통 오미자는 3만 원, 말뼈 진액이나 말뼈 환 같은 건강식품은 최소 3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까지도 합니다. 

만약 안 사면 어떻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도를 좋아해서 지금까지 여러 번 여행을 간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난 7월 21일 성읍민속마을에 갔을 때 일입니다. 그곳 주민이라는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부부를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을 해주는데 사진 한 장 못 찍게 무척 서두르시더군요. 나중에 시간 다 준다면서요. 물론 설명은 아주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 거의 마을을 다 둘러봤을 즈음 어느 건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거기에는 꿀에 절인 오미자와 조랑말의 골수?로 만들었다는 약이 있었습니다. 오미자는 1병에 3만5천원, 조랑말의 골수인가로 만들었다는 약은 한 상자에 30만원인데 만약 그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절반을 15만원에 팔 것이고, 그걸 사가면 오미자는 덤으로 준다고 합니다. 

제가 몸이 좋지 않아 이미 약을 먹고 있고 아무 거나 먹을 수가 없으니 안 사겠다고 하자..그때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던 아주머니가 정말로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지더군요. 차라리 입장료를 받던가, 설명하는 안내 요금을 받던가 하지..그게 뭡니까. 

묵고 있는 콘도로 돌아와보니 토산품 파는 곳에 비슷한 오미자 상품이 있는데 1만원밖에 안 했습니다. 제주도를 좋아하고 자주 여행가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불쾌하고 화가 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행자한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시정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갈 때는 이런 일 없도록 조치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주시 관광불편 신고 센터에 올라온 글>

그렇습니다. 안 사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친절하던 아주머니들이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 댑니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제품을 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여행사 가이드와 함께 가면 가이드들이 옆에서 이 아주머니들과 함께 각종 효능에 대한 설명을 어찌나 신뢰있고 재밌게 하는지 안 사고는 못 배깁니다. 
 

 

▲제주 성읍민속마을에서 팔고 있는 건강식품, 출처:네이버블로그 sanmoorg

 


여기에 국가에서 지정한 '성읍민속마을'인데 설마 가짜를 팔겠느냐는 믿음까지 더불어, 보통 적게는 3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어치 건강식품을 사게 됩니다. 

말뼈와 오미자차가 건강에 해로운 식품이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단순한 건강식품을 강매하는 방식이나, 굳이 고가의 상품을 국가에서 지정한 '성읍민속마을'이라는 문화 유적지에서 판매하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성읍민속마을'을 국가지정 문화유산으로 개발 제한이 되어 있는 반면에 초가지붕 교체와 도로, 마을 운영 등에 국가의 세금이 투입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이 건강식품 판매장으로 둔갑하여 있습니다. 

서귀포시는 2013년에 성읍민속마을 업소 10곳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과대광고와 강매, 제품 불만 등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성읍민속마을 홈페이지 캡처, 현재는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성읍민속마을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홈페이지가 열리지도 않거니와, 홍보도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제주도가 2천만 원을 들여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가 관광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지만, 현재는 그냥 세금 2천만 원만 날린 꼴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일들이 공무원의 안일한 관리 소홀로 유명무실해졌다는 사실은, 분명 감사와 징계를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제주 성읍민속마을에 있는 600년된 팽나무가 태풍에 부러진 모습. 출처:연합뉴스

 


성읍민속마을에는 각종 문화 유적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알리느냐는 제주도의 정책과 의지, 공무원의 근무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성읍민속마을에서 건강식품을 파는 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감독하고, 관리한다면 제주의 문화와 전통을 보기 위해 성읍민속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갈 수 있습니다. 

국가지정 '성읍민속마을'이 무슨 다단계 판매장이나 싸구려 저가 여행사의 강매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을 제주도가 계속 방치하는 한, '민속마을'은 '사기마을'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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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폭격 훈련과 한반도 정세전망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2/09 09:23
  • 수정일
    2014/02/09 09: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근혜정부 남북관계 개선 결단이 필요
 
[분석과전망]미국 핵폭격 훈련과 한반도 정세전망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02/08 [22:07]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최근 한반도에 와서 폭격 훈련을 진행한 미국 b-52 전략핵폭격기     ©자주민보



지난 5일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진행할 때 미국은 B-52 일명 까마귀 핵폭격기를 두 차례나 서해 직도 사격장에 동원하여 핵폭격연습을 단행하였다.

첫번째 핵타격연습은 13시부터 13시 20분까지로 남북적십자실무접촉 단장들 사이 협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고 두 번째는 또 다른 1대가 15시 50분부터 16시 10분경까지 핵타격훈련을 벌렸는데 이 시각은 남북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합의가 채택된 소식이 금방 전해져 온 민족에게 들뜬 기대감을 안겨주던 시각이었다.

이미 계획된 훈련, 연례적 훈련이니 하며 미국은 변명을 하지만 이렇듯 기가 막히게 선정한 시간대만 봐도 미국은 남북대화가 잘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금도 없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의도에 철저히 장단을 맞추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태도이다. 말로는 통일대박론을 운운하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전혀 바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앞으로 진행될 지자체 선거를 위해서도 박근혜정부는 종북몰이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그 종북몰이 명분과 기본틀을 허물어버릴 남북관계 개선 흐름을 박근혜 정부가 과연 추진할 의사가 있겠는지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대북적대 행동을 보면 역시나 하는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말과 달리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 바라지 않아

이는 박근혜정부나 백악관의 정책전문가들이 현 한반도의 위기국면의 본질을 제재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그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대응방침에 따라 대북정책을 구사하는 데서 나온 결과이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방 중상 계속 시, 합의이행 고려"하겠다는 6일 북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보면 민족분단의 비극을 끝장내고 기어이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조되고 있다.  

“민족분렬의 쓰라린 아픔을 더 이상 그대로 안고 살수 없다는것이 온 겨레의 절절한 지향이며 시대적요구이다.”- 6일 북 국방위 정책국 성명 중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더는 분단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분단을 끝장낼 결심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북을 취재하고 나온 해외 언론인들, 해외인사들 속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그리고 올해 신년사와 이어진 중대제안에 바로 그런 의지가 공식적으로 천명되어 있었던 것이다.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2014년 북 신년사 중에서

북은 이런 신년사를 실천하겠다는 의지 때문인지 북은 대남 비방 방송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북의 뉴스에 단골 꼭지로 등장하던 남측 시위 관련 보도도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남측의 언론들은 대북 악담보도가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물론 북이 어떻게 남측의 대북 비방중상을 끝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북은 계속되는 남측의 비방중상과 분단의 비극을 이제는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만은 계속 천명하고 있다.

“벌어지고있는 현실은 남조선당국이 진정으로 민족사적흐름에 합류할 용의가 있는가, 아니면 그에 역행하여 현 대결의 악순환을 그대로 지속시키겠는가 하는 시대와 겨레의 엄숙한 물음에 정식으로 자기의 속내를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6일 북 국방위 정책국 성명 중에서

이는 이 말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남북관계 흐름 속에서 살펴본다면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는 강력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느껴져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언급이다.

남북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까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풀 수 있는 많은 남북 당국 사이, 최고지도자 사이의 합의가 있었지만 다시 유신시대와 다를 것이 없는 상황으로 되돌아간 오늘이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결단이 시급

우리 당국과 당국자들은 지금의 정세를 결코 쉽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은 남북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군산복합체에서 생산한 군수물자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일본의 재무장 등 ‘아시아로의 축의 이동’ 정책을 수행하는데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는 말과는 달리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는 대북적대적 행동들을 끊임없이 자행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대북정책을 거의 포기한 상황이다. 속수무책이다. 그런 미국에 우리 정부가 너무 기대려고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미국에 무조건 부회뇌동하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국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부디 신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분단과 대결사에 종지부를 찍고 남과 북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에 사심없이 나서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온 겨레와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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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활공 ‘나는 뱀’의 비밀, 몸통 비행접시 꼴로

조홍섭 2014. 02. 07
조회수 10932 추천수 0
 

나무에서 나무로 100m 활공, 몸 단면을 비행접시 모양으로 만들어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성능 드러나…미 연구진 실험실서 확인

 

 sn4.jpg» 파라다이스날뱀의 비행 모습. 사진=소차

 

동남아의 축축한 열대림에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니는 뱀이 산다. 길이는 1m 남짓에 나무타기 선수인 이 뱀은 주로 나무에 사는 도마뱀이나 박쥐 등을 잡아먹는다.
 

무엇에 쫓기거나 먹잇감이 눈에 띄어 재빨리 이동을 해야 할 때 이 뱀은 높은 가지에서 아래로 몸을 던진다. 이때 몸을 납작하게 만들고 마치 헤엄을 치듯 몸을 좌우로 굽이치는데 한 번에 수평으로 100m쯤 비행한다.
 

Alan Couch.jpg» 나무타기 선수인 파라다이스날뱀. 나무 위에서 주로 도마뱀이나 박쥐를 잡아먹는다. 사진=앨런 카우치, 위키미디어 코먼스

 

sn1-1.jpg»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파라다이스날뱀의 모습. 사진=제이크 소차, <실험생물학회지>

 

박쥐처럼 펄럭이거나 매처럼 미끄러지듯 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날뱀의 활공은 공기역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날뱀이 하늘다람쥐나 날도마뱀처럼 꽤 효율적으로 활공하는 비결은 뭘까.
 

제이크 소차 미국 버지니아 공대 생물기계공학자 등 미국 연구진은 파라다이스날뱀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뱀의 단면을 삼각형의 비행접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양력을 높이고 저항력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실험생물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 파라다이스날뱀의 비행 모습 유튜브 동영상(소차 연구실)

 

 

 

 

이 뱀은 다른 4종의 날뱀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에서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에까지 분포하는데 지금까지 몸을 이런 형태로 변형시켜 활공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공기역학적인 특성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뱀이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이동하는 모습은 이렇다.  처음 아래로 뛰어내리면 각도 62도로 돌멩이처럼 가파르게 떨어진다. 이때 파라다이스날뱀은 마치 낙하산을 펼치듯 몸을 납작하게 만드는데, 갈비뼈를 벌리고 등을 배 쪽으로 납작하게 만든다.
 

이런 형태에서 속도가 붙으면 양력이 생기고 하강 각도도 차츰 누그러져 13도가 되면서 멀리까지 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뱀은 단지 몸의 단면 형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헤엄치듯 몸을 좌우로 굽이치면서 원하는 방향을 찾아간다.
 

sn2.jpg» 활강하는 파라다이스날뱀의 몸이 삼각형 형태로 납작해져 있다. 사진=소차 외 <실험생물학회지>

 

sn3.jpg» 파라다이스날뱀의 단면. 그림=소차 외 <실험생물학회지>   

 

연구진은 여러 가지 형태의 단면이 다양한 각도로 유체를 통과할 때 어떤 비행 능력을 얻는지 실험한 결과 날뱀의 삼각형 단면이 항공역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신 저자인 소차는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날뱀의 비행접시 모양으로 변형시킨 단면은 원래의 원통 모양보다 비행 성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비행기 날개를 뱀의 크기로 축소해서 비교해도 뱀이 그에 못지않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뱀의 단면만을 연구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로 뱀이 활공하는 3차원 모습을 연구해야 날뱀 비행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aerial-paradisi-3.jpg

 

aerial-paradisi-4-37.jpg» 파라다이스날뱀의 비행 모습. 사진=소차

 

날뱀이 효율적으로 활공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뱀이 왜 나는지는 아직 제대로 모른다. 소차는 자신의누리집에서 동물이 활공하는 일반적인 이유는 먹이 추적이나 천적으로부터 도망, 효율적이고 빠른 이동 등이라고 밝히고, 실험 과정에서 날뱀은 주로 달아날 때 활공을 했지만 자연 상태에선 이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또 날뱀이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aniel Holden et. al., Aerodynamics of the flying snake Chrysopelea paradisi: how a bluff body cross-sectional shape contributes to
gliding performance, 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4) 217, 382-394 doi:10.1242/jeb.09090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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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련 3자연대 공동결의문 채택

(속보)범민련 3자연대 공동결의문 채택
 
남북 해외 본부 공동의장단 2014년 활동방향 결정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4/02/08 [11:10]  최종편집: ⓒ 자주민보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 남측본부, 북측본부, 해외본부 등 3자연대는 공동의장단 회의를 통해 남북 사이의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뜻 깊은 올해에 조국통일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할 것을 공동 결의했다.



범민련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은 2월 8일 모사전송의 방식으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제14차 공동의장단회의’를 개최하여 2014년 범민련 활동방향을 결정하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를 공동구호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범민련 공동의장단이 채택한 공동 결의문 전문을 게재한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제14차 공동의장단회의 공 동 결 의 문


지금 해내외의 온 겨레는 조국통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낙관에 넘쳐 새해의 장엄한 통일대진군 길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고 있다.

이 땅을 무겁게 짓눌렀던 적대와 대결의 어둠을 밀어내고 광명한 새날을 안아 온 새해의 장쾌한 해돋이는 겨레의 가슴을 통일애국의 열정과 의지로 용암마냥 세차게 끓어 번지게 하고 있다.

세기와 연대를 넘어 지속되고 있는 국토양단과 민족분열의 역사를 끝장내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것이 온 겨레의 한결같은 요구이며 강렬한 지향이다.

이러한 때의 남북 사이의 모든 적대행위와 비방 중상을 전면 중지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갈데 대한 북측의 중대제안과 애국의 호소 그에 따르는 대범한 실천적 조치들은 온 겨레에게 조국통일에 대한 새로운 기쁨과 희망을 더 해주고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은 애국애족의 결단과 통일의지로 맥박치고 있으며 조국반도에 조성된 오늘의 엄중한 사태를 시급히 가셔내고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북측의 중대제안과 조치들을 전폭적으로 지지 찬동한다.

해내외의 온 겨레는 굳게 단합하여 남북 사이의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뜻깊은 올해에 조국통일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하여야 한다.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이것이 올해에 범민련이 조국통일운동에서 높이 들고 나가야 할 구호이다.

자주통일의 길을 앞장에서 헤쳐 온 범민련은 선봉적역할로 해내외에서 높아가는 겨레의 통일애국운동을 더욱 고조시켜 올해를 우리 민족의 자주통일운동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역사적인 해로 빛내어나갈 불같은 의지를 안고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범민련은 민족자주의 원칙, 우리민족끼리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해 나갈 것이다.
민족자주, 우리민족끼리는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 민족번영의 새 역사를 펼쳐나가기 위한 전 민족적 기치이다.

범민련은 조국통일 3대원칙과 남북공동선언에서 엄숙히 천명된 민족자주의 원칙,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을 민족적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의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나갈 것이다.

해내외 동포대중 속에 우리 민족이 우선이고 제일이며 민족을 중시하는 투철한 자주의식을 심어주고 온 민족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 자주통일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나갈 것이다.

동족보다 외세와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민족문제를 그에 종속시키거나 민족의 운명과 이익을 남에게 내맡기려는 사대매국행위를 저지시키며 외세가 우리 민족문제에 끼어들고 간섭하려는데 대해 단호히 배격해 나갈 것이다.

2. 범민련은 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고수 이행하기 위하여 앞장에서 노력해 나갈 것이다.

남북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해 나가는 여기에 진정한 애국애족이 있으며 민족의 밝은 미래가 있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여러 갈래의 접촉과 대화, 협력 사업을 재개하고 더욱 활성화하며 선언의 조항들과 그에 의하여 마련된 남북사이의 모든 합의들이 실천에 옮겨지도록 적극 추동해나갈 것이다.

겨레의 지향과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여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을 부정하고 그 이행을 가로막으려는 사소한 행위에 대해서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3. 범민련은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 나갈 것이다.
파국에 처한 남북관계를 시급히 개선하는 것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며 통일의 지름길을 열어나가기 위한 첫 출발점이다.

범민련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노력을 적극 지지할 것이며 당면하여 남과 북으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남북 사이의 폭넓은 대화와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각방으로 협력할 것이다.

범민련은 7.4남북공동성명,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발표 기념일들, 조국해방의 날을 비롯한 여려 계기들에 남과 북, 해외 각계 층과 다양한 통일회합들을 성대히 개최하여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환경과 분위기를 마련해 나가는데 앞장설 것이다.

특히 남북 사이의 적대와 비방 중상을 전면 중지할 데 대한 선의의 제의와 실천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며 조국반도와 그 주변에 핵전쟁장비들을 끌어들이고 외세와 함께 각종 명목의 합동군사 연습을 벌여놓으려는데 대해 반대 배격하며 온 겨레와 함께 강력히 저지 파탄시켜 나갈 것이다.

4. 범민련은 해내외 각계각층과의 다양한 연대활동을 통하여 민족의 대단합을 힘 있게 추동해나갈 것이다.
범민련이 내세우는 민족의 대단합은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당파와 소속, 정견과 신앙, 관민을 초월하여 굳게 손잡고 나가는 가장 폭넓은 단합이며 민족의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기 위한 공고하고도 영원한 대단합이다.

이것은 어제 날에도 그러하였고 오늘도 내일도 변함이 없는 범민련의 일관한 입장이다.
범민련은 6.15민족공동위원회를 비롯하여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해내외의 정당, 단체, 인사들과의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통하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나라의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갈 것이다.

지난날에는 비록 잘못된 길을 걸었다 하더라도 오늘날 민족을 위한 길에 들어선다면 그가 누구이든 과거를 불문하고 그들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다.

5. 범민련은 조직을 튼튼히 꾸리고 남, 북, 해외 3자 연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범민련 조직을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남북선언 이행을 위한 각계 층의 통일애국운동을 앞장에서 이끌어 나가는 선봉조직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부당하게 구속된 남측본부 임원들을 비롯한 모든 통일애국인사들을 석방시키며 남녘에서 통일논의와 활동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보다 집중적으로 벌여 나가며 남, 북, 해외 3자연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남과 북, 해외 온 겨레와 함께 삼천리강토 위에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 6.15자주통일시대를 반드시 이어나가려는 범민련의 의지는 드높고 기세는 충천하다.

우리 모두 희망찬 새해에 승리의 신심 드높이 참다운 애국의 기치, 우리민족끼리의 이념 밑에 굳게 단합하여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아침을 힘차게 마중해 나가자!
                            
                                                   2014 년 2월 8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해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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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판 깬 핵폭격기, 미국은 왜?

[정욱식 칼럼] 살얼음판에 돌 던진 오바마, 노벨평화상의 의미를 되묻는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2.07 14:53:38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제(6일) 오후에 회의를 마치고 동료들과 식당에 들어섰을 때, 방송 뉴스를 보고 절로 나온 탄식이다. 미국이 5일 B-52 전략 폭격기를 출격시켜 군산 직도 상공에서 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에 대한 반응이었다.

 

동료들은 이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태도에 강한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었다. 북한은 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해놓고 6일에는 또다시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남측 일부 언론의 대북 보도를 문제 삼으면서 “합의 이행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변덕은 익히 알고 있는 바였지만, 좀 이상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한미 양국이 예정대로 군사훈련을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상태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했고,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의 반북 보도 역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북한은 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날 이산가족 상봉 합의 이행의 재고를 시사하며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비방중상의 중지를 요구했다.ⓒ조선중앙TV=연합뉴스

▲ 북한은 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날 이산가족 상봉 합의 이행의 재고를 시사하며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비방중상의 중지를 요구했다.ⓒ조선중앙TV=연합뉴스

 

 

그런데 ‘북한이 왜 이럴까’라는 궁금증은 미국이 전략 폭격기 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를 접하곤 풀리게 되었다. 북한이 예정대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는 통보를 받고도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최대한 ‘로우키(low key)'를 유지하겠다는 남측의 시그널이 이었던 것이 주효했다. 그런데 미국은 뒤통수를 치듯이 남북한이 이산가족 실무 회담을 하던 날에 전략 폭격기 훈련을 강행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미국

 

북한이 이 사안을 또다시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시키려고 하는 것은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 역시 매우 실망스럽다.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관계 개선을 향해 살얼음판을 조심조심 걷고 있는데 그 위에 큰 돌을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전략 폭격기 동원 훈련이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합의 소식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도대체 미국의 속셈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B-52 편대가 소속된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는 “미 태평양사령부는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태평양 지역에 전략 폭격기를 순환 출격시켜왔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것이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해명은 ‘혹 떼려다 혹 하나를 더 붙이는 격’이다. B-52는 최대 12기까지 핵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고, 개당 폭발력은 170~200kt 수준이다. 1기의 전폭기만으로도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전폭기로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훈련해왔다면, 이는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던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위반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10년 이전부터라면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기 이전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아마도 태평양 사령부 등 미국 펜타곤과 군부는 남북한의 화해협력이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펜타곤은 10년간 5천억 달러 안팎의 군사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군비 삭감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북한위협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특히 매년 봄이면 미국 의회가 국방예산 심의에 착수하기 때문에 펜타곤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려고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음모론적 해석일 수 있지만, 이러한 해석이 아니고선 미국의 행태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작년에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등 북한의 위협과 남한 내에서 부상하는 핵무장론을 동시에 억제하기 위해 B-52와 B-2 등 전폭기를 공개적으로 동원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사유들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B-52 뚫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덕분에 노벨 평화상을 선물로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서 오바마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전략적 인내’라는 모호한 이름 하에 대북 협상에는 몸을 사리고, 핵무력 시위는 수시로 벌이고 있다. ‘핵무기 없는 세계’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세계 최강 미국이 핵무기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면서 다른 나라도 이 길로 유도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바마 행정부는 조지 H.W 부시 행정부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 23년 전 미국은 한반도 전술 핵무기를 모두 철수시키고 핵공격 훈련이 포함된 ‘팀 스피릿’을 중단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에 기여한 바 있다. 비록 93년에 한미 양국이 ‘팀 스피릿’을 재개하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그 성과는 유실됐지만, 미국이 자제할 때 북한도 호응할 수 있다는 교훈을 찾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끝으로 북한에도 당부하고 싶다. 미국의 B-52 동원 훈련에 분개할 수는 있지만, 이걸 이유로 남한과의 합의를 번복하거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 않는 미국 내 매파들을 돕는 것이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기조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

 

다행히 남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상봉자 명단을 교환하고 금강산 시설 점검차 남측 인원의 방북은 이뤄졌고 한다. 모쪼록 안팎에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화해협력과 평화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것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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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대학생 도쿄원정대', 몸싸움 끝에 '야스쿠니 퍼포먼스' 불발

(2보) 아베 총리에 질의서 전달, '위안부' 강제연행 등 따져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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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7  16: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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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18:14)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몸싸움 끝에 '야스쿠니 퍼포먼스' 불발 
 

   
▲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대원 중 한 명이 7일 오후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일본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제공 - 원정대]

“억울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학생 새내기 2014학번 소진희(부산대) 학생의 말이다.

오후 4시경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가 야스쿠니 신사 앞에 도착했으나 일본 경찰이 신변 위험을 이유로 가지 못하게 하는 통에 30여분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일본 경찰의 감시 아래 버스에서 내려 신사로 가던 중에 ‘우리는 아시아의 평화를 원한다’는 손 현수막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연행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 원정대가 손 현수막을 지참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이 원정대를 가로막아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제공 - 원정대]

 

   
▲ 일본 경찰은 몸싸움 과정에서 여학생 원정대원들에 대해서도 물리력을 행사했다. [사진제공 - 원정대]

경찰은 학생들을 버스 안으로 들여보내려고 하고 학생들은 버스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면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 일본 경찰이 가리지 않고 여학생들을 잡아끌면서 여학생들이 울먹이기도 했다.

이 와중에 4차선 도로 너머에서 일본 우익들이 일장기를 들고 달려오면서 학생들이 버스로 피신, 상황이 종료됐다. 결국 야스쿠니 신사 답사와 참배 반대 퍼포먼스는 시도도 못한 셈이다.

원정대 대장인 강혜진(숭실대) 학생은 “우리는 평화를 말하기 위해 일본에 온 대학생들이다. 일본이 우리의 질의서는 받아주지도 않고, 야스쿠니 신사에서도 경찰들이 앞장서서 우리를 막았다”고 분노했다.

   
▲ 일본 경찰은 원정대원의 옷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사진제공 - 원정대]

원정대 대원 박수홍(부산대) 학생도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왔는데 야스쿠니 신사 담벼락만 보고 가게 됐다”며 “지금 면목이 없다”고 밝혔고, 대원 김주연(신라대) 학생은 “지켜줘야 할 경찰이 더 폭력적으로 나와 화가 났다”고 말했다.

원정대는 8일 오후 1시 95년전 2.8 독립선언이 진행된 조선기독교청년회관 터(현 재일 YMCA)에서 2.8 독립선언 재현 만세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는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2.8 도쿄 조선청년 독립선언 95주년에 즈음한 대학생 선언문’이 낭독된다.

(1보, 16:04)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日 경찰이 야스쿠니 행 저지
 

   
▲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대원들이 7일 도쿄 내각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 원정대]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왜곡과 군국주의화에 항의하기 위해 7일 일본을 방문한 ‘2.8 조선청년 독립선언 95주년 맞이 대학생 도쿄원정대’(이하 ‘원정대’)가 일본 경찰에 의해 활동이 가로막혀 있다.

현지 원정대에 따르면 오후 3시 반 현재 ‘2.8 대학생 도쿄원정대’는 일본 내각부 청사 앞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첫 일정부터 쉽지 않은 걸음을 하고 있는 셈.

원정대는 오후 3시경 ‘아베 총리에게 드리는 질의서’를 일본 내각부 청사에 전달하려 했으나 일본 경찰이 ‘대표단만 버스에서 내리라’고 한 것.

   
▲ 일본 경찰은 원정대의 단체 행동을 저지했다. [사진제공 - 원정대]

 

   
▲ 두 명의 원정대 대표가 내각부 경비실에 질의서를 전달했다. [사진제공 - 원정대]

결국 ‘현수막을 들고 대표단이 전달하는 선’에서 강혜진(숭실대) 학생과 김주연(신라대) 학생이 몸수색을 마친 후에 청사에 들어갔으며 경비실에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후 곧바로 야스쿠니 신사로 향하는 일정이었으나 경찰과 한국 영사관 측이 신변 보호를 이유로 2.8 대학생 도쿄원정대의 이동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 원정대에 대한 일본 언론과 한국 특파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사진제공 - 원정대]

 

   
▲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는 원정대 대표들. [사진제공 - 원정대]


한편, 현지에는 NHK, 요미우리, 아사히,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 특파원들까지 원정대의 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정대는 ‘아베 총리에게 드리는 질의서’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한 생각과 △야스쿠니 신사에 조선인 1천여 명이 합사된 사실을 아는지, △집단적 자위권 추진이 한반도와 아시아를 평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이유 등을 물었다.

앞서, 원정대는 일본으로 출국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주일대사관과 부산 주일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 청년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당당하게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하고 역사 왜곡과 각종 망언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며 “95년 전 그때처럼, 앞장서서 나아가는 대학생들과 청년들의 행동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 출국에 앞서 원정대가 7일 오전 10시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 원정대] 


 

아베 총리께 드리는 질의서

아베 총리께 세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의 대학생과 청년 등으로 구성된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는 아베 총리님의 솔직하고 정확한 답변이 한일 관계를 진정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대학생과 청년들이 미래지향적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꿈꾸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부디 아베 총리께서 질의서에 대해 답변을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첫째, 아베 총리께서는 진정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강제 연행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16살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폐지 수집으로 모은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부하셨던 황금자 할머니께서 지난 1월 26일 돌아가시면서 많은 한국인들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가 강제 연행된 게 아니라는 일본 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4일 마이크 혼다 미국 하원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법안’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말한 것처럼 “살아남은 희생자들에게는 인내할 여유가 없습니다”. 한국에는 55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계십니다. 시간을 늦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표현하셔야합니다.

둘째, 야스쿠니 신사는 침략전쟁을 영광으로 기념하는 곳이기에 많은 이들이 참배를 반대하거나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께서 참배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더불어 야스쿠니 신사에 조선인 2만 1천명이 묻혀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 묻고 싶습니다. 유족들 대부분은 일본 정부에게서 전사 통지를 받지 못했고 유골도 반환받지 못했으며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다는 것 또한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조상을 신사에서 빼내줄 것을 요구하는 유족들은 “야스쿠니 합사는 살아서는 강제징병이고 죽어서는 강제수용인 이중의 강제연행”이라고 기막힌 심경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식민지 피해 국민들이 A급 전범자들과 함께 묻혀있기를 거부하는 마음을 이해하실 수는 없으십니까.

셋째, 아베 총리께서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는 것이라 밝히셨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와 아시아의 긴장과 대립을 격화시키는 게 아니라 더 평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센카쿠 등을 영토분쟁 지역으로 만드는 것도 일본이 재무장을 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께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아베 총리께서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의 질문에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들은 95년전 조선의 청년들이 독립을 선언한 2.8 독립선언 기념행사와 답사 일정 등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시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



(추가,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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