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대선 D-1 최종점검! '내 공약' 보고 투표장 가자

박근혜의 '심장', 문재인의 '간'
누가 진짜이고 누가 거짓인가

[오마이공약] 대선 D-1 최종점검! '내 공약' 보고 투표장 가자

12.12.18 09:51l최종 업데이트 12.12.18 10:12l
김종철(jcstar21)

 

 

이제 하루 남았다. 12월 19일 새로운 5년을 이끌 18대 대통령을 뽑는다. 이미 마음 속에 '내 후보'를 점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보자. 후보들 공약을 꼭 챙겨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투표장에 가기 전에 '돌다리도 두들기는' 심정으로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 후보 공약을 다시 써 본다. 자신이 20대인지, 30대인지, 자영업자인지 그리고 세대별·계층별로 민생 공약을 정리했다. 또 정치개혁과 경제민주화 등 모든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국가 비전을 최종 점검해 본다. 나의 최종 선택이 옳은지, 다시 한 번 보자.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정치혁신'... 누가 적임자인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박근혜·문재인 후보 양쪽 모두 공약집만 보면 얼추 비슷하기도 하다. 일자리를 말하고,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목소리를 높인다. 평화와 소통·민생·통합도 비슷하다. 보수적 성향의 후보 캠프에 개혁 진영의 경제학자가 선거 본부장에 나서고, 개혁적 성향의 후보 캠프에 보수 전략가가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이를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양쪽 모두 소통을 말하지만, 가짜와 진짜라고 평가한다.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지만, '말뿐인 민주화' '허울 좋은 경제민주화'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는 "불과 5년전 만해도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화두로 오를지 아무도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가장 보수적인 여당 후보가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을 내건 사실만이라도 하나의 사건"이라고 덧붙일 정도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색깔을 드러나게 마련이다. 경제민주화만 보더라도 그렇다. 박 후보 쪽에서는 재벌의 부당내부거래를 비롯해 기업범죄 처벌 강화 등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놨다. 재벌개혁의 핵심인 순환출자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에 대해서는 실현가능성에 방점을 뒀다. 기존 순환출자금지는 유지하고 출총제는 그대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무늬만 경제민주화'라는 비판이 따른다. 기존순환출자와 출총제·금융민주화 등 핵심 공약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어 박 후보 스스로가 경제위기와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친재벌 성장주의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 쪽은 이들 공약과 함께 출총제 부활과 경제사범의 국민참여재판 등을 내놨다. 박 후보와 사뭇 다른 대목이다.

정치혁신도 큰 방향으로 따지면 비슷하다. 국회의원 특권을 상당 부분 제한하지만, 양 후보사이에서 간극도 분명하다. 문 후보는 향후 국회의원의 정수까지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히 검찰 등 사법분야에서는 양쪽 모두 '개혁'을 외치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자'(문재인)는 것과 '상설적인 특별검사제를 운영하자'(박근혜)는 것 역시 부딪힌다.

보편복지? 선별복지?... 내게 맞는 민생 공약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여의도 KBS에서 열린 마지막 TV 토론회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지난 16일 저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양자 TV토론의 화두는 '복지'였다. 지금까지 서로 엇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분야였지만 두 후보의 시각 차는 뚜렷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를 내세워 저소득층 서민 위주의 '선별 복지'를 내세운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보편 복지'를 강조했다.

선별 복지와 보편 복지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한 지점은 '반값 등록금'이었다. 자신이 20대거나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반값 등록금' 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두 후보 모두 '반값 등록금'을 외치지만 방식은 다르다. 박근혜 후보는 '소득 연계 맞춤형 반값 등록금'이라고 해서,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적인 국가 장학금 지급을 약속했다. 당신이 만약 소득 하위 20%에 해당한다면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겠지만, 소득 3~4분위 학생은 등록금의 75%를, 소득 5~6분위는 절반을, 소득 7~8분위는 25%만 지원받는다. 그나마 소득 상위 20% 안에 든다면 학자금 대출 혜택에 만족해야 한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소득 수준에 상관 없는 "'진짜' 반값 등록금"을 강조했다. '대학등록금상한제'를 도입해 내년부터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고 2014년부터 사립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방식은 다르지만 재정 소요 규모는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30~40대들은 육아나 보육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이들을 겨냥해 두 후보는 '아빠 육아휴직 확대' '0~5세 무상보육' '고등학교 무상교육' 등 솔깃한 복지 공약을 내놓고 있다. 박 후보는 저소득층 가구 영아 12개월간 기저귀·분유 지원, 셋째 자녀부터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등 선별적 복지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 40%에서 70%로 올리는 등 전 계층을 아우르는 보편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줄서기' 해소를 위한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부문은 문 후보가 더 적극적이다. 문 후보는 이용 아동 기준 9.7%에 불과한 국공립 시설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연간 1000개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반면 박 후보는 연간 150개를 약속하는 데 그쳤다. 다만 문 후보는 12세 미만까지 아동수당 월 10만 원 지급을 약속했지만 최근 발표한 공약집에선 0~5세로 한정하고 12세 미만 확대는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은퇴와 노후를 고민하는 50대 이상 중장년 층을 위한 공약도 풍부한 편이다. 두 후보 모두 현재 월 9만4000원 정도인 기초노령연금을 20만 원으로 2배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대선 때도 2배 인상을 약속했다 번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지난 3차 토론에서 문 후보의 반격에 직면하기도 했다.

심장은 되고 간은 안 된다?... 병원비 해소 방안 시각 차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7일 오후 경기도 군포 산본중심상가 유세에서 유권자와 지지자들에게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병원비 부담 해소 방안도 2차·3차 대선토론 당시 뜨거운 쟁점이었다. 박근혜 후보는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 질환에 한해 국가 100% 책임을 내세우는 반면, 문재인 후보는 모든 질병에 대해 '연간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를 약속했다. 박 후보가 지난 10일 2차 TV토론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문제 삼자 문 후보는 '왜 심장은 국가가 책임지고 간은 안 되나'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500만 원 이상 고액 병원비 환자 335만 명 가운데 4대 질환 비중은 51만 명으로 15%에 불과하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를 모두 급여로 전환하는 한편 간병비도 보험 급여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소득하위 50%는 연간 의료비 200만 원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지만 간병비 등 비급여 항목이 많아 실질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3차 토론에서도 문 후보는 환자와 가족 불편 해소를 위해 건강보험 '기준 병실'을 6인실에서 4인실로 높여야 한다고 밝혔지만 박 후보는 "병실에 6인, 4인이 들어가는 건 따질 필요없다"고 즉답을 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7일 오후 파주 교하중앙공원 유세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으로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정책실장)은 17일 대선후보 복지 공약 평가 이슈 페이퍼를 통해 "두 후보의 복지공약은 일부 유사한 영역이 있으나 급식과 아동수당·병원비 해소·실업 관련 복지·복지 공급인프라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며 "박 후보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무상급식을 원하는 어린이,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 고액 병원비와 장기요양에 시달리는 환자를 구별한다는 점에서 생애주기별 차별 복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 위원장은 "복지 공약에 필요한 소요 재정으로 박 후보가 연평균 26.3조 원, 문 후보는 38.5조 원을 말하지만 이는 연평균 금액으로 공약 목표가 실현되는 2017년 필요 금액이 아니다"라며 "재정방안 공약은 두 후보 모두 부실해 검증이 불가하다"고 꼬집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맞물려 노동자·서민·자영업자 등 계층별 공약 경쟁도 치열했다. 두 후보는 노동자 계층을 겨냥해 비정규직 해소와 정리해고 방지 대책을, 서민 대상으로 가계 부채 해소와 주거 복지 방안을, 750만 명에 이르는 중소 자영업자들에겐 대형유통점 규제를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가 '비정규직 절반 축소' '최저임금 평균임금 50% 수준 인상' '소상공인 적합 업종 지정' 등 보다 전향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는 반면 박근혜 후보는 기존 제도를 개선하거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장망 바이러스, USB로 전파된다

전장망 바이러스, USB로 전파된다

 
김동규 2012. 12. 17
조회수 22추천수 0
 

외장 메모리 사용 가능하면 물리적 분리도 소용없어
 
플로피 디스크는 오랜 시간 주요 정보 저장수단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2메가도 되지 않는 용량의 한계와 급속한 외부 저장매체의 발달로 자리를 빼앗긴 뒤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그 빈자리를 한동안 시디나 디브이디가 차지했지만 요즘은 광디스크 롬을 설치하지 않고 출시되는 컴퓨터도 많다. USB 드라이브가 발달해 디브이디는 물론 최고 50기가 용량을 자랑하는 블루레이 디스크마저 USB 드라이브의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손톱만한 크기에 최고 65기가바이트까지 저장할 수 있는 USB는 이제 외부 저장매체의 제왕이 됐다. 동시에 USB는 전세계 국방 보안의 가장 큰 적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2012년 10월 8일, 안규백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방망과 전장망 바이러스 감염 위협으로 인해 전시에 전장망 마비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주장은 국방부가 제출한 자료가 근거인데 여기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4월까지 발견된 바이러스는 전장망 312건, 국방망 5,901건으로 전장망의 경우 2월과 3월에 집중적으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3월은 한미 연합 지휘소 연습인 키리졸브가 열렸던 달로 전장망에 바이러스가 퍼진 원인은 각종 전장망 장비의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장비 사용량이 많아지는 전시에는 바이러스 감염이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안규백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작권 전환 이후 실제적인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전장망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는 것은, 한국군이 주도적인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전장망은 모든 망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폐쇄망으로 웹접속이 불가능해 바이러스는 외부 저장매체를 통해 유입될 수밖에 없다. 국방부도 전장망 바이러스 감염경로에 대한 질문에 “국방정보통신망은 국방망, 전장망, 인터넷이 각각 물리적으로 분리돼있어 국방망 자료를 전장망으로 이동할 때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설명했다. 또 유독 훈련기간에 바이러스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전장망 특성상 훈련시 PC 사용률이 증가하며 국방망과 자료교환을 위해 저장매체 사용율이 증가함에 따라 훈련기간에 바이러스가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설명대로라면 국방부가 관리하는 각종 망은 결국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분리돼 있지 않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국방망의 정보를 전장망으로 옮길 수 있다면 거꾸로 전장망의 정보도 마음만 먹으면 국방망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염 여지 활짝 열려있는 국방정보통신망
 
국방부가 안규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망과 전장망에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경로는 두 망이 USB를 통해 자료를 교환하는 과정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국방망은 인터넷망과 자료교환체계를 통해 연결돼 있는데 이를 통해 국방망에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방망과 전장망에는 USB나 시디를 이용하는 게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도 바이러스가 유입된다고 한다. 각 망은 오프라인 PC와의 USB 교류도 가능하다. 망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긴 하지만 결국 외부 저장매체를 통해 자료를 주고받기 때문에 감염의 여지는 활짝 열려있는 것이다.
 
국방부 사이버방호팀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바이러스는 숫자가 많을 뿐 백신 소프트웨어가 완벽하게 잡아낸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민간에서 사용하는 백신은 USB를 삽입했을 때 모든 파일을 정밀검사하지 않는 반면 국방부 백신은 USB가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건 모든 파일을 정밀검사한 뒤에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검출한 바이러스들도 게임 계정 유출을 시도하는 수준이라 전장망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뿐더러 전장망을 목표로 한 바이러스 공격도 없었다”며 국방정보통신망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한 민간보안전문가는 “백신이 잡지 못 하는 신종 바이러스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확신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모든 바이러스를 100% 잡는 백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군에서 외장 저장매체를 완전히 없애지 않는 이상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백신제작 업체들은 카스퍼스키나 시만택 등 세계 유수의 백신업체들에 비해 기술력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던 스턱스넷이나 이란 정부 컴퓨터에 수년 간 잠복하며 감시활동을 벌인 플레임 같은 정교한 신형 바이러스를 잡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부 저장매체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한 국방정보통신망은 언제나 위협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외부 저장매체의 위험성은 해외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이버사진3. 사이버사령부.jpg
각종 네트워크로 연결된 현대 전장은 사이버 보안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미 연방 기관 직원들, “이건 뭐지?” 하다가…
 
국방부로 출근하던 김 중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발에 뭐가 밟혔다. 뭔지 확인하니 국방부 마크가 찍힌 USB다.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내용물을 확인하려 사무실 국방망 컴퓨터에 꽂아봤지만 안에는 아무 내용도 없었다. 바이러스 검사에도 아무 것도 걸리지 않았다. 김 중령은 누가 실수로 흘린 것 같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아침보고를 떠났다..... 그 사이 USB에 녹아있던 치명적인 신형 바이러스는 국방망을 잠식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날 USB를 습득한 사람이 김 중령뿐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수백 명의 군인들이 전국 곳곳에서 USB를 주웠고 모두 컴퓨터에 삽입해 내용물을 확인했다.
 
위 사례는 미 국토안보국이 수행한 어떤 실험을 토대로 한국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픽션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미 육군 최고정보책임자로 근무했던 스티븐 부텔 예비역 소장이 미국의 한 언론에서 밝힌 실험을 보면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미 국토안보국은 USB를 통한 정부망 침투가 실제로 가능한지 실험하기 위해 실험 요원이 비밀리에 여러 연방 기관의 주차장에 USB를 뿌렸다. 결과는 참담했다. 호기심에 USB를 집어든 직원들의 60%가 정부망이 연결된 컴퓨터에 이를 삽입했다. 국토안보국의 또 다른 실험에서 USB에 정부가 인증한 것처럼 보이는 로고를 찍었을 때는 90%의 직원이 이를 컴퓨터에 삽입했다고 한다. 2008년 미군의 1급 비밀망인 SIPRNET을 공격한 악성코드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11월초, 두 개의 전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미 중부군사령부의 중앙네트워크망에 ‘agent.btz'란 이름의 웜 바이러스가 침투했다. 이 웜은 스스로를 외부 저장매체에 복제하며 감염된 저장매체가 다른 컴퓨터에 삽입되면 그 컴퓨터로 자신을 또 복제했다. 당시 사이버공격에 정통한 미군 관계자는 “이 바이러스는 매우 공격적이며 중국에서 온 것으로 보이나 정부 차원의 공격인지 개인 해커의 소행인지 알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즉시 바이러스 제거뿐만 아니라 시디, 외장 하드, USB메모리 등 모든 외장 저장매체의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미 전략사령관이 내부망을 통해 전파한 이메일에 따르면 외장 저장매체 사용금지 지침은 비밀망인 SIPRNET 뿐만 아니라 일반보안망인 NIPRNET에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지금도 미군은 외장 저장매체의 사용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2012년 9월 30일에는 인도군도 군사재판까지 언급하며 외부 저장매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이미 USB 메모리 등의 사용을 통제하고 있던 인도군이 이 같은 방침을 내놓은 이유는 각종 보안사고의 70%가 인가받지 않은 USB의 사용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인도군 관계자는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 이러한 USB 메모리들은 우리 군의 사이버 보안에 중대한 위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통제강화 조치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알렸다. 인도군은 민감한 군 통신망을 해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신 사이버 보안 지침도 발표했다. 이 지침에서는 군인들이 공적인 자료를 개인 컴퓨터나 외부 저장매체에 저장하지 말 것을 경고했고 이를 어길 시 군사재판까지 회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도 믿을 수 없다
 
2012년 10월 25일 이스라엘 경찰에서도 사이버 공격을 의심해 모든 컴퓨터를 웹으로부터 분리하고 외장 저장매체 사용을 당분간 금지시켰다. 트로이 계열로 보이는 바이러스가 내부 정보를 어딘가로 보내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경찰이 외장 저장매체의 사용까지 금지시킨 이유는 바이러스의 출처를 외부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9월초 러시아 백신업체 카스퍼스키가 발견한 가우스 바이러스는 USB를 통해 전파될 뿐만 아니라 감염 컴퓨터의 숨겨진 정보를 따로 저장할 목적으로 USB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군에서도 USB 보안사고가 보고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11일 오산에 위치한 공군기지에 있는 지휘통제체계(AFCCS) 단말기와 자료교환용 USB에서 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당시 공군이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는 오산기지 내 37전술정보전대의 항공정보공유체계(AISS) 단말기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AISS는 U-2 정찰기 등 미군의 정보감시자산이 획득한 정보를 한국 공군과 공유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로 AFCCS와 직접 연동되지 않아 하루 6번 USB를 이용해 자료를 옮겨야 했다. 자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USB에 묻어온 바이러스가 AISS와 AFCCS로 퍼진 것이다. AISS가 미 7공군도 함께 이용하는 장비라 미군 측의 감염 여부에도 관심이 모였지만 국방부는 “AISS는 전장망과 별도로 운용되는 독립체계이고 바이러스 탐지와 치료가 완료돼 미측 장비로 유입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USB의 위험성은 바이러스 감염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1월 14일 스파이 혐의로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제프리 폴 드라일 해군 중위 사건을 보면 아무리 보안이 철저해도 USB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캐나다 연방경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드라일 중위는 2007년 오타와에 소재한 주캐나다 러시아대사관에 자발적으로 찾아가 군사기밀을 넘길 테니 돈을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응한 러시아 대사관과 드라일은 4년간 정보를 주고받았다. 드라일 중위가 군사정보를 넘긴 대가로 받은 돈은 겨우 한 달에 3,000달러 정도였다고 한다. 핼리팩스의 트리니티 해군기지에 주둔 중인 경계부대에서 캐나다 영해로 들어오는 선박을 위성과 무인항공기, 해저 탐지기 등으로 추적하는 임무를 맡은 드라일 중위는 임무에 관련된 정보를 USB에 담아 러시아로 넘겼다고 한다. 그는 인가받지 않은 USB를 이용해 마치 정보를 수확하듯 이 컴퓨터 저 컴퓨터를 옮겨 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정보유출에 이용한 USB는 파괴하거나 아들의 비디오게임기 X-Box의 메모리로 재사용하며 증거를 은폐했다. 드라일 중위는 현재 모든 죄를 인정한 상태다.
드라일.jpg
군사기밀을 러시아에 팔아넘기다 적발된 드라일 캐나다 해군 중위

 
 
USB 필요 없는 환경 구축해야
 
물론 드라일 중위의 사례는 극단적인 경우에 속한다. 군사기밀 유출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군인이라면 웬만해선 수행하기 힘든 범죄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 미 국토안보국의 실험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 군사기밀을 유출하는 데 일조하게 될지도 모른다. 2009년 11월 발생한 작전계획 5027 설명자료 유출 사건도 연합사에 근무하던 한 영관급 장교가 USB에 11쪽 분량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담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이 장교는 정보를 유출시킬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2010년 국방부는 국방망과 인터넷망 사이에서 자료를 교환하는 서버를 구축했다.
 
한 민간 보안전문가는 국방부가 소리없는 전쟁과도 같은 사이버 위협을 제대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외장 저장매체가 아예 필요 없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사이버방호팀 관계자도 “바이러스 유입 및 확산의 주원인인 저장매체 통제대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지만 향후 저장매체 없이 업무가 가능한 체계 구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경우 각종 망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지는 않지만 철저한 보안을 통해 마치 평행우주처럼 논리적으로 망을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물리적 분리보다 위험한 것 같지만 외부 저장매체의 유입이 차단되고 자료를 주고받을 때마다 게이트를 열어 일종의 비화 시스템을 통해 보안을 유지하기 때문에 해커 같은 제3자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 USB를 통한 자료이동보다 안전성이 높고 자료 유출의 책임 소재가 명백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높은 기술력과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들어도 중요한 군사기밀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보다는 적은 대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개발한 것으로 의심되는 스턱스넷과 플레임 바이러스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 이제 바이러스는 국가 차원에서 개발하는 전략 무기와도 같다. 사이버전을 위한 전력 보강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글

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semper

김동규 기자의 최신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3차토론,박근혜와 국정원 짜고 치나

朴,국정원 사태 발언 수준 이하 저질
3차토론,박근혜와 국정원 짜고 치나

(서프라이즈 / 내가 꿈꾸는 그곳 / 2012-12-17)


 

 

 


범죄심리학 교수가 본 독재자의 딸과 인권변호사의 사고방식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 분이 있다. 그는 <다음뷰>에서 <표박>이라는 필명을 가지고 글을 올리고 있는 표창원 경찰대학교(범죄심리학) 교수이다. 이틀 전 그는 자기 블로그를 통해 '교수직 사직서' 제출을 공개했다. 그는 자기 블로그에 올린 사직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12월 19일 실시되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경찰대학 교수로서의 직위'가 이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경찰대학과 학생들의 숭고한 명예와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에 부당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방지하고, 경찰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등에게 혹여 자유롭고 독립적인 견해를 구축하는 데 있어 부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사직하고자 한다"

생전 이런 사람 처음 봤다. 대부분의 선생님,교사,교수님들은 시쳇말로 '범생이'들이어서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일이나 해가 되는 일은 잘 안 한다. 이같은 사정은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평생 쌓아온 명성이나 업적을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은 잘 하지 않는다는 말. 그런데 한 순간 블로거로 변신한 '블로거 표박님'은 용감하게도 평생 쌓아온 공든탑을 한 방에 걷어차 버리는 듯한 행위를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사실 이런 장면을 택하게 된 배경은 고사하고 걱정됐다.

경찰대학 교수가 선택한 표현의 자유


아직 한창 일 할 나이이자 우리 사회가 표박님을 더 원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도 되고 표박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도 하여, 그의 블로그에 들러 몇몇 글을 다운 받아놓고 블로거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격과 방어 등에 대해, 혹시라도 해를 끼치는 세력이 등장하면 힘을 합하고 싶은 오지랖 넓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는 범죄심리학 등 경찰과 관련된 법적 지식 등에는 정통한지 모르겠지만, 인터넷 블로그로선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이런 표현 이해하실런지) 그러나 표박님은 햇병아리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홀가분함을 느꼈다'는 취지의 표현을 블로그에 담고있었다.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칭한 그는 평생을 통해(?) 비로소 '표현의 자유'가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지 블로그에 솔직한 심정을 남겼다.


" 과거 군사독재 치하에서 우리는 "말 잘못해서" 잡혀가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속시원히 하다가도 어떻게 되는 거 아냐? 라며 불안과 두려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지금 제게도 여러분이 "괜찮냐?" 라며 걱정을 해 오십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분들껜 대한민국이 여전히 "말조심하고 살아가야하는 나라"인 모양입니다.

바꿔야 합니다. 진정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양심대로, 느끼는 대로, 하고싶은 말, 해야 할 말, "아무런 두려움 없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 경제보다, 그 무엇보다 이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보수의 가치"가 실현되는 나라이니까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우리나라에, 아니 내게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출처: http://blog.daum.net/drpyo/469>"


 

 

 

 
대한민국의 수 많은 경찰(사관)을 길러내신 분의 입에서 이런 표현 내지 선언이 나왔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다. 당신의 소원은 '돈을 많이 벌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사는 나라'를 통해 '완전한 표현의 자유'가 가능한 나라를 꿈꾸는 있었던 것. 이를 역설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통제의 손'에 의해 (표현의)자유를 억압받고 있다는 사실이며, 자기검열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구속 당하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문재인 후보에 딴지 건 독재자 딸의 표현


경찰대학에서 범죄심리학 등을 가르치고 있는 분의 입에서 이런 선언적 의미의 글이 블로그를 통해 나타난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간밤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3차 TV토론을 지켜보면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등장했다. 새누리당 박근혜가 그 주인공. 박근혜는 상호토론 과정에서 먼저 문재인 후보에게 딴지를 걸었다.

"...문재인 후보님이 스스로 인권변호사라고 하는데 이번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씀이 없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그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도 없는 걸로 나왔지만, 그보다 집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성폭행범이나 쓰는 수법'을 차를 받아..."

필자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갑자기 화가 치밀어 "어떻게 저런 게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나"하고 중얼거렸다. 대통령 후보라는 한 여자의 어법치고는 매우 고약할 뿐만 아니라 '피의자'를 두둔하는 모습 등에서는 '양아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문재인 후보의 인권변호사 이력에 대해 '인권변호사라고 하는데'라는 표현은, 대게 (정신적)갈보들이나 쓰는 어법이지(그녀들도 이런 표현 안 쓸 걸) 대통령 후보가 쓸 표현인가. 참으로 천박한 표현이 박근혜로부터 나온 것.

역삼동 오피스텔(607호)은 한국의 워터게이트?

그리고 스스로 자승자박한 '여성 인권침해' 발언은 왜 사람들이 그녀를 '닭그네' 내지 '닭대가리'라고 부르는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포스트의 서론 겸 본론이 길게 이어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을 그대로 이어받은 새누리당 박근혜의 대통령 자질 검증의 한 부분이, 박근혜의 천박한 어법 내지 자기 잘못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못 된 버르장머리가 드러난 것.

 


 

 


따라서 법률에 무식한 필자가 박근혜의 발언에 대해 왈가왈부 하면 권위가 없으므로, 이틀전 '표현의 자유'를 갈망하며 과감하게 사직서를 내 던진 경찰대학 표창원 교수의 판단을 빌어야 할 것 같아, 그가 사직서를 내게 된 근본적인 동기를 살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게 대선정국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607호'에 대한 표 교수의 입장이다. 이미 널리 알려져 빼도박도 못할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경찰대학 교수 출신)블로거 표박님은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국정원 직원으로 밝혀진 김 모씨의 오피스텔 방은 이제 "한국의 워터게이트"로 역사에 기록될 상황에 이르렀다. 10평 안밖의 작은 오피스텔 현관문 앞에 국가공권력을 상징하는 경찰과 선관위, 그리고 문 해정장치를 든 소방대 팀이 대기하고 그 뒤를 취재진과 정당관계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진풍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11일 오후에 시작된 이 희안한 대치상태가 벌써 48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외신도 주목하고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초기에 선관위와 경찰이 과감한 법집행으로 진실을 밝혔더라면 이처럼 큰 사건으로 비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금 상황은,

(1) 야당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받은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후보를 당선시키고 다른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해 여론조작을 조직적으로 수행한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국가적 선거부정 사건"이 되어 미국의 "워터게이트(1972년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의 재선을 위해 상대방인 민주당 선거본부 '워터게이트 호텔방'에 침입, 도청장치를 설치했다가 적발, 결국 대통령 사임으로 이어진 사건)"를 능가하는 희대의 선거부정 사건이 될 수 있는 지경으로 확대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 파장은 커질 것이다.

(2) 야당 주장이 허위로 밝혀진다면, 지지율 저하 등 위기에 몰린 야당이 대선 직전 국면전환을 하기 위해 근거없는 허위정보에 의지해 무리하게 국정원 직원을 미행감시하고 그 거주지를 습격, 공권력을 동원해 겁박하고 절대 비밀에 부쳐져야 할 정보요원의 신원을 노출시킨 희대의 '황당 스캔들'로 기록될 것이다. 유권자와 국민은 야당과 그 후보에 실망할 것이고 낙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간이 갈수록 그 위험성은 커진다."

 

경찰대학 출신 표박님의 다음뷰 기고문에 따르면, 이른바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는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이며,국법질서를 뒤흔드는 이같은 일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필적한다는 것. 그게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여론조작'을 위한 것이어서 여간 큰 우려를 한 게 아니었다. 오죽하면 교수직을 내 던지면서 '표현의 자유'를 선택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꼈을까.
 

 

 


논란이 되고 있는 '(607호)강제진입'의 법적 근거

그는 이같은 우려를 여야 모두에게 적용시키고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측의 주장이 사실과 허위에 부합되는 지 여부를 밝힌 것. 공정했다. 그의 지적을 참조하면 민주당 측에서 제기한 의혹은 사실 수사결과에 따라 매우 큰 파장 자체가 아니라, 두 후보의 선거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자 대한민국의 국운을 가를 중대한 사건이었다. 따라서 그가 지적한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의 법적문제 내지 근거는 이랬다.

"...(1) 1단계: 신고를 받고 경찰과 선관위가 출동했던 사건 초기의 강제진입 문제. 선관위의 해명자료에 따르면 신고후 처음 현장에 갔을 때 거주자의 승인을 얻어 해당장소에 들어가 살펴보았지만 '최초 신고 내용인 불법선거사무실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제보자의 동의를 얻은 후 조사를 마치고 현장에서 퇴거했다. 이 경우 "제보자(아마도 의혹을 제기한 야당 관계자 였을)"의 어설픈 실수 혹은 착오가 가장 비난받아야 한다. 신고의 내용에 있어 심각한 오류가 있었고, 이 해명대로라면 우선 선관위의 대응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강제진입의 필요 없이 '동의에 의한 진입'이 이루어졌고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선관위의 해명자료에 오류나 허위가 있다면 이는 또다른 문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공식해명자료에 대한 반론이나 이의제기는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제보자 측에서 사실은 "국가정보원 직원이 선거개입 여론조작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일주일 이상 대상자를 미행해 의혹을 확인했기 때문에 신고한 것이다."라며 신고의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 이에 선관위는 함께 출동한 경찰과 함께 다시 대상자를 찾아 '국정원 직원인지'를 물었다. 대상자는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행해진 조사를 통해 국정원 직원이 맞다는 확인이 이루어졌고 국정원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자 다시 현장진입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상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미 취재진도 도착했고 야당 관계자 등 여러 사람이 운집했다. 같은 여성인 경찰서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달라, 조사할 게 있다"고 요청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현장 경찰관과 선관위 직원의 판단은 결코 쉽지 않다. 매우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고, 1차로 동의를 얻어진입해 살펴본 바 특별한 의심정황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제보자의 진술이 바뀌어 새로운 혐의 내용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생겼지만 제보자의 말만 믿고 마치 그 대리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국가공무원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혐의 부분에 대해 의심할 만한 새로운 정황 (대상자의 신분이 국정원 직원임이 확인)이 확인된 마당에 그대로 손놓고 철수할 수도 없다.
 

그래서 다시 한번 당사자의 동의를 구해 진입해 신고내용인 "악성댓글 달기 작업"이 이루어졌는 지를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상자는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제보자 측은 '증거인멸' 우려를 제기하며 진입을 독촉하고...경찰의 계속된 설득에 대상자는 "오빠가 오면 문을 열어주고 노트북을 검사해 보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오빠가 오고 부모님도 왔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오히려 "인권침해" 주장이 제기된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강제진입' 밖에는 사실확인 방법이 없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발부받으면 가장 좋다.


그런데, 사건 초기 증거인멸 우려가 제기되었을 때, 경찰이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고 검사가 검토한 뒤 증거보완 등 요구를 거쳐 판사에게 청구하고 다시 판사가 검토해 보완 요구 등을 거쳐 발부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그 때 적용되는 법리가 "행정상 즉시강제"다. "공무원이 영장도 없이 사적 공간인 비디오가게에 진입해 불법 음반·비디오·게임물을 수거하여 폐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영장주의위반이 아니다"(헌재 2002.10.31. 2000헌가12)고 헌법재판소가 판시했으니 분명 우리 법체계에서 허용된다.

헌법재판소의 논지는 “행정상 즉시강제는 상대방의 임의이행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하명 없이 바로 실력을 행사하는 것으로서, 그 본질상 급박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법관의 영장을 기다려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경찰법에서는 특히 경찰의 이러한 즉시강제 행위를 "경찰상 즉시강제"로 칭한다. 그 법원칙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 헌법 제 37조 2항에는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국가공권력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다만, 이때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하며, 그 경우에도 기본권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익을 위해 필요한 상황임은 위에 설명했듯이 자명하다.


그 다음 문제인 법룰의 근거다. 우선 '공직선거법'이다. 현행범에대한 '신고'가 있거나 선거법 위반이 행해지고 있다는 혐의가 소명되었을 때, 선관위가 해당 장소에 진입해 질문하고 조사하고 증거물품을 수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과연 "현행범, 혐의 소명" 요건이 충족되었느냐다. 해석의 여지가 있겠지만 선관위 직원이 판단하고 책임질 문제다. 충족되었다고 보고 진입해 조사해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 '행정상 즉시강제'에 의한 강제진입이 된다. 만약에 의혹이 허위로 밝혀지면 그 판단의 적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질 수 있고 법적 행정적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양측 정당과 국정원 간 분쟁이지 선관위가 아니기 때문에 '즉시강제' 결정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추후 학계에서는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경찰관직무집행법상에 경찰의 직무가 규정되어 있고 이는 "경찰상 즉시강제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해석된다는 학설이 있다. 물론, 개별적 수권조항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법개정을 통해 '명시적인' 일반적 수권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과거에 시위진압이나 수배자 은닉 의혹이 있는 거소에 영장없이 과감하게 진입할 때 적용된 논리다. '개별적 수권조항'은 생명 신체의 위험이 있을 때 그 방지를 위해 경찰은 영장없이 거소에 진입해 구출 범죄진압 중단 등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선관위와 마찬가지로 경찰의 강제진입 결정에는 적법성 논란이 잠재해 있다. 여기서 경찰과 선관위의 "의사결정", "재량(discretion)" 문제가 대두된다. 다소의 논란과 법적 책임 소재를 안고서라도 적극적인 법집행을 하자면 과감하게 강제진입해 노트북 등 증거자료를 수거해 "경찰청 사이버태러대응센터"로 가져가면 된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본질"에 해당하는 진위여부가 가려진다. 이 '과감한 법집행'의 적법성 정당성 문제는 부차적이고 추후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관계 공무원과 지휘자가 이 결정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나도 그 누구도 그 피해를 막아주거나 대신 입어줄 수 없다. 가능하다면 내가 대신 그 책임을 져주고 싶다. 그리고 과감하고 당당하고 용기있게 법집행을 해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 정의를 지탱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하지만, 이미 그 '즉시강제'의 요건인 '긴급성'이 사라져 버렸다. 시간의 경과와 함꼐 '영장'을 발부받지 않을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2) 2단계: 압수수색 영장 문제 이제 경찰-검찰-법원을 거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적법하게 강제진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영장발부 절차와 요건 등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관심있는 분은 찾아보시기 바란다. 그런데, 초기와 똑같은 상황 독같은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증거부족으로 충분한 소명이 이루어지지 못해" 영장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쎄? 다른 사건에서도 그럴까?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있다면 일단 검사에게 신청은 할 수 있다. 기각된다고 해서 경찰이 손해볼 것은 없다. 그런데 경찰은 아예 영장청구를 신청하지도 않는단다. 검찰은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수사권을 둘러싸고 대립중인 경찰이 "영장"이라는 드거운 감자를 검찰로 넘기면 어쩌나 걱정하던 찬데 아예 신청을 안한다니 얼마나 좋을까?
 

(3) 3단계 : 대치가 지속될 경우 "생명보호(자살위험 방지)를 위한 즉시강제, 진입" 대치가 계속되면서 대상자 부모가 빵과 우유를 오페스텔 안으로 넣어주고 있다고 한다. 식사야 그렇게 해결된다고 해도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오빠와 부모를 부를 정도로 심약한 대상자가 이 엄청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행동을 취할 우려가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그래서 경찰이 자살방지용 매트리스를 오피스텔 창문 밖 바닥에 설치했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의 평가가 선행되어야 겠지만, 만약에 그 위험이 현존한다고 판단된다면 다시 "경찰상 즉시강제" 필요 상황이 된다. 이번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명시적인 개별적 수권조항이 있고 모든 요건이 구비되어 있기 대문에 고민하거나 망설일 이유도 필요도 없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일 지, 실제 위험이 현존하는 지 판단할 '징후'가 나타나는 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진입 및 구출 구호는 가능하지만 '증거물 수거'는 어떻게 될까? 생명위험 상황에 이러한 논의가 냉정해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앞서 밝힌것 처럼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신고대상 장소에 진입해 조사하고 증거이멸 방지 및 증거물품 수거를 해야 한다. 경찰 역시 공직선거법에 다라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사건일 경우 즉시 단속 및 수사에 임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만약에, 자살 방지 생명구호 활동의 혼란을 틈타 누군가 노트북과 스마트 폰 등 증거를 절취 혹은 인멸 하도록 방치한다면 선관위와 경찰은 "직무유기"의 범죄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지금 그 가능성을 공지했기 때문에 "예측가능성"까지 발생했다.<출처: 진실의 문을 열어라 http://blog.daum.net/drpyo/459>"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성폭행범 혹은 여성 인권침해를 일삼은 인권변호사?

 

필자가 논문 수준의 장문의 글을 인용한 건 다름이 아니다. 이틀 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TV토론에서 나와 한 발언의 심각성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경찰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던 블로거 표박님은 자기 블로거에 남긴 글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정황 등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607호)강제진입'의 법적 근거' 등을 통해 이렇게 길게 써 두었다. 평생을 건 업적 모두를 '표현의 자유'를 빌어 고발하고 있었던 것. 그렇다면 박근혜가 새누리당의 불법 선거운동(십자군 알바단)이 선관위에 의해 적발되고 고발되자,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었던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에 대한 입장을 한 번 더 살펴볼까.

"...문재인 후보님이 스스로 인권변호사라고 하는데 이번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씀이 없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그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도 없는 걸로 나왔지만, 그보다 집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성폭행범이나 쓰는 수법'으로 차를 받아..."

놀랍게도 차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이 문제의 본질을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 여부'가 아니라 '여성 인권침해'로 규정하며 상대 문재인 후보측을 '성폭행범이나 쓰는 수법' 운운하고 있었던 것. 자기의 무식함을 상대에게 뒤집어 씌우는 독재자의 딸 다운 사고방식 아닌가. 그러니까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성폭행범 혹은 여성의 인권침해를 일삼은 인권변호사?...필자는 그래서 '어떻게 이런 갈보같은 게'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지 화가 치민 것.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의 무식하거나 못 된 발언에 대해 조용히 타일렀다.


"...그 사건은 수사 중인 사건인데 박 후보의 발언은 정말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경찰이 문을 열라고 하는데 여직원이 오히려 문을 잠그고 열지 않은 것 아닌가.박 후보가 감금이다. 아무 증거도 없다고 하는데 (경찰의)수사 결과를 지켜봐야지. 지금 발언은 수사에 개입하는 것으로(못 된 짓), 수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후보의 대인배 다운 인격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만약 이런 모습이 TV토론 장소가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다면, 박근혜는 아예 사람들이 꺼리는 집창촌의 갈보를 떠올리게 만드는 정신적 수준 외 더도 덜도 아니것. 전두환이 물려준 아파트 30채 상당의 6억 원과 정수장학회의 장물 6억 원 등등.

독재자의 딸의 신분으로 고생 한 번 해 보지않은 한 노처녀의 입에서 불법 선거운동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건,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통째로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는 매우 위험한 사건 아닌가. 이런 적반하장격의 모습 등으로 격노한 경찰대학의 한 교수가, 이 문제의 전말 등에 대해 자세히 논박하며 사직서를 던진지 불과 엇그제 일이다. 이게 봐 그냥 넘길 일인가.

 

 


 

 


보통사람의 표현의 자유 VS 대통령 후보의 수준 이하 막말


그런데 새누리당의 조직적인 'SNS(십알단)불법 선거운동'이 선관위로부터 적발되고, 국가기관인 선관위에 의해 고발된 사실을 숨기고자 수사중인 사건에 개입을 해?...대한민국에 살면서 생전 이런 대통령 후보 처음 본다. 그런 점 등으로 경찰대학에서 범죄심리학 등을 가르치던 교수님이 어느날 교수직을 팽개치고 '표현의 자유'를 선택한 건 공감되는 바 크다. 당신은 모든 것을 팽개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한 사건을 통해 이렇게 소원했다.
 
 
 
 

"...진정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양심대로, 느끼는 대로, 하고싶은 말, 해야 할 말, "아무런 두려움 없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 경제보다, 그 무엇보다 이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보수의 가치"가 실현되는 나라이니까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우리나라에, 아니 내게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표현의 자유는 보통사람들이 원하는 자유이다. 그러나 장차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막말 이하의 '닭대가리성' 발언은, 졸고있던 유권자를 일깨우는 참으로 무식하고 황당한 발언 아닌가.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 여부에 대해 문제를 증폭 시킨 건 여직원 스스로가 선택한 문제일 뿐, 감금 내지 여성인권 운운하는 건 새누리당의 불법 선거운동이 발각된 걸 물타기 하는 수법외 더도 덜도 아닌 것. 그런데 표박님의 우려가 현실이 돼 버렸다. 한 밤중에 이 글을 끼적이는 동안(17일 00시 40분 현재) 실제로 국정원이 선거개입에 나선 것.

607호 '감금' 빙자 국정원 대선 적극적 개입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16일 직원 김모(28·여)씨의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선거개입설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며 감금행위 등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 이게 경찰대학 교수가 '표현의 자유'를 갈망하며 인터넷에 글을 올린 궁극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국가의 공권력 시스템으로 '경찰의 한계'를 직감하고 '표현의 자유'를 선택하며 국가의 위기를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라고나 할까.

 

 

 

위 자료사진은 지난 주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코엑스 앞 유세에 대거 참가한 6070 노인들의 표정. 이날 유세에 2030의 젊은세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정원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TV토론 직후에 입을 다물고 중립를 지켜도 시원찮을 판국에, 연합뉴스를 통해 '607호 여직원의 감금행위 등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박근혜와 입장을 함께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결론인 것. 이런 문제 등 수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경찰대학 교수 출신 블로거 표박님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당사자의 동의를 구해 진입해 신고내용인 "악성댓글 달기 작업"이 이루어졌는 지를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상자는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제보자 측은 '증거인멸' 우려를 제기하며 진입을 독촉하고...경찰의 계속된 설득에 대상자는 "오빠가 오면 문을 열어주고 노트북을 검사해 보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오빠가 오고 부모님도 왔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오히려 "인권침해" 주장이 제기된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강제진입' 밖에는 사실확인 방법이 없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발부받으면 가장 좋다.


그런데, 사건 초기 증거인멸 우려가 제기되었을 때, 경찰이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고 검사가 검토한 뒤 증거보완 등 요구를 거쳐 판사에게 청구하고, 다시 판사가 검토해 보완 요구 등을 거쳐 발부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그 때 적용되는 법리가 "행정상 즉시강제"다. "공무원이 영장도 없이 사적 공간인 비디오가게에 진입해 불법 음반·비디오·게임물을 수거하여 폐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영장주의위반이 아니다"(헌재 2002.10.31. 2000헌가12)고 헌법재판소가 판시했으니 분명 우리 법체계에서 허용된다."
 

참으로 기막힌 논박이다. 국정원이 '607호 여직원의 감금행위(?) 등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건, 이미 이런 초동수사 단계에서 '증거인멸'을 할 수 있는 시간이나 절차 등을 다 보낸 후 공표한 주장사실이다. 최소한 48시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국정원 여직원이 살고 있었던 607호에서는, 외부와 통화를 시도하는 등 '원격조종' 조치를 통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경찰이 '즉시 강제'를 할 수 있는 조치가 끝난 다음에 박근혜와 국정원의 행보가 같아진 모습이랄까.

국정원 선거 개입 현상 매우 위험

국정원은 토론이 끝난 직후(밤11시 경)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통합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조직적 비방 댓글' 주장은 사실무근임이 드러났다"며 "국가정보기관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실 아닌가.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 조직인 십알단을 고발한 건 선거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국정원이 주제 넘게 선거 기간 중에 '책임을 묻겠다'는 언론 보도 태도는 경찰대학의 한 교수가 그토록 우려한 '강제진입' 내지 '즉시강제'를 피한 자구책일 뿐, 설득력이 없는 매우 위험한 판단이라 하겠다. 나라의 근간을 뒤 흔드는 쿠데타 같은 모습. 국정원이 도대체 할 일이 없는 지 '나꼼수'가 간첩인가. 국정원이 고소할 방침이라는 게.

금번 '국정원 여직원의 607호 사태'는 한 경찰대학 교수의 지적 처럼 '한국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다름없다. 그럴 리가 없지만 설령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불과 얼마 못가서 보따리를 싸야 할 만큼 중대한 사건이며, 경찰과 선관위 등 초동수사에 실패한 결과가 우리사회를 또 다시 암울함 속으로 끌고가는 불씨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이 사건 초기 문을 열지않고 시간을 끈 국정원 여직원의 수사에 대한 비협조(초동수사 실패 원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115)가 불러온 파장이다.

현실 인식이 이토록 무지하며 자기 잘못을 타인이나 집단에게 함부로 떠 맡기는 이런 질나쁜 대통령 후보가 인류문화사에 또 있었나. 언론 등 여론조작을 통해 조직적이고 대대적이고 불법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금번 대선에서 최악의 모습이 무엇인지 모여준 게 '국정원 여직원 607호 사태'가 남긴 박근혜의 어처구니 없고 허무한 막말 사건이다. TV토론?...따로 언급하겠지만, 평가할 가치가 있는 게 뭐 있나. 박근혜는 속칭 '검은돈'의 지하경제 부활(활성화)을 통해 (사채놀잇돈으로)복지사업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데, 이런 노처녀가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라는 게 부끄러울 지경. 토론 중에 궁지에 몰리면 헤헤 거리는 수작이 지하경제의 검은돈을 말하는 뒷골목 갈보 수준 정도라는 생각.

 
 
 
 
 
 
 
 

내가 꿈꾸는 그곳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백낙청ㆍ윤여준ㆍ안경환이 바라본 2012년 대선

백낙청ㆍ윤여준ㆍ안경환이 바라본 2012년 대선

[특별좌담] "올해 대선이 87년 대선보다 더 중요하다"

곽재훈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17 오전 8:15:59

 

이틀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의 향방은? 이번 대선의 의미와, 대선 이후 한국 정치가 나아갈 길은? 다소 무겁게 보이는 이런 주제를 놓고 민주·진보진영의 원로 3인이 모여 앉았다.

<창작과 비평> 발행인인 백낙청(74)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민주진영의 한반도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시민
사회 원로들의 모임인 '승리2012 희망2013 원탁회의'에서도 좌장 격으로 활동해왔다.

윤여준(73) 전
환경부 장관은 구 한나라당의 전략가라는 평을 들었던 합리적 보수 인사이나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 문재인캠프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고 있다. 12일 방송된 그의 문 후보 지지 TV연설은 큰 반향을 낳기도 했다.

안경환(64) 서울대 교수는 법학자로 2006~09년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인권위와 이명박 정권의 긴장관계는 상당했다. 그의 위원장 퇴임사는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였다. 그는 지난 11월부터 문재인캠프 새정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취임 후 첫 회의에서 민주당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반성을 내놓아 화제를 낳았다.

15일 서울 서교동 세교연구소에서 이뤄진 이날 좌담에서, 백 교수는 이번 대선의 중요성이 1987년 직선제 쟁취 직후 치러진 대선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87년 대선에서는) 제6공화국 헌법도 이미 만들어진 상태였고, 87년 체제의 첫 대통령을 누가 하느냐 하는 다툼이었지 체제 자체가 성립하느냐 못 하느냐는 아니었다"며 이번 대선의 의미를 "낡은 세력과 새로운 세력 사이의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안 교수는 이번 대선에 대해 "새누리당으로 상징되는 견고한 보수층에 대항할 수 있는 넓은 정당을 만드는 시금석이 되는 선거"라며 현재 한국의 정치지형에 대해 "민주주의 정당정치에서 전제하고 있는 투표를 통한 정권교체가 불가능하고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인 '연합정치'를 통해서가 아니면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87년 헌법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윤 장관은 '보수의 자기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 잎갈이를 하기 때문"이라며 "자기혁신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하는 사회는 혁명적 상황으로 진입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보수가 끊임없는 자기 쇄신을 해야 하는데 안 한다"고 지적하며 이번 대선은 '박정희
모델'을 극복할 새로운 국가 운영 원리가 제시되는 장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특별 좌담
전문이다. 사회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편집자>

▲15일 서울 세교연구소에서 진행된 특별 대담 장면. 왼쪽부터 백낙청 교수,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윤여준 전 장관, 안경환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18대 대선, 87년 대선보다 더 중요"

프레시안 : 이번 선거를 둘러싼 경쟁이 지난해 10월26일 재보선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며칠 앞인데, 18대 대선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백낙청 : 18대 대선은 87년 대선보다 더 중요한 선거라고 본다. 저는 '2013년 체제'라는 용어를 쓰면서, 내년에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단순한 새 정부 출범이 아니라 시대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2차 TV토론에서 '87년 체제를 끝내고 2013년 체제로 가야 한다'고까지 말씀하시고, 박근혜 후보는 다른 연설에서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시대교체를 하고 새 시대를 열겠다'고 하시는 걸 보니 이번 대선이 굉장히 중요한 갈림길이라는 데는 다들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대선이 87년 선거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리가 87년체제라는 말을 쓰면서 6월항쟁을 계기로 한국사회가 민주화가 되고 새 시대에 들어갔다고 얘기하는데, 87년 대선 즈음에는 이미 87년 체제의 기틀이 잡혀 있었다. 제6공화국 헌법도 만들어진 상태였고, 그 87년체제의 첫 대통령을 누가 하느냐 하는 다툼이었다. 87년체제 자체가 성립하느냐 못 하느냐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민주화 세력으로서는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지만, 노태우 대통령도 자기 나름으로 87년체제를
건설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괄목할 성과를 냈고, 공안탄압이 있었지만 민주화도 꾸준히 진전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정말 새 시대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말로만 새 시대라고 하면서 낡은 시대를 유지하려는 세력이 재집권하느냐 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

안경환 : 한 나라의 기본적인 정치질서나 가치규범을 반영한 문서가 헌법 아니겠나. 87년 체제에서 탄생한 헌법이 25년 간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한국사회의 변화를 생각하면 이 헌법체계가 그대로 간다는 건 잘못하면 정체될 요소가 있다. 헌법해석을 통해 시대정신이 보완돼야 하는데 우리 헌법에서는 헌법재판소를 통한 해석만 있고 국민 의식이 잘 반영 안 된다.

헌법체계에 대한 재고려가 필요하다. 작게는 권력의 분립과 견제
문제가 있고, 크게 볼 때는 대의민주정치라고 믿고 있던 체제가 과연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면 정당제도가 그렇다. 그래서 최근의 '안철수 현상'은 87년 헌법체계가 가진 한계를 노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87년 헌법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문들을 누가 잘 받아줄 것이냐를 선택한다는 의미를 갖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다.

윤여준 : 저는 낮은 차원에서 말씀드리겠다. '박정희 모델'이라고 하는 권위주의 발전 체제가 있지 않나. 87년 이후 그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었어야 하는데, 민주화 시대에도 새 모델을 만들지 못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까지 보이지 않았나? 그래서 이제 박정희 모델을 청산하고 시대에 맞는 국가 운영과 발전의 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국가 운영 원리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진정한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보고,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백낙청 : 헌법 체계가 바꿔야 할 때라는 점을 안 교수가 강조하셨는데, 동의한다. 헌법 개정을 제대로 할 때가 오긴 온 것 같다. 그런데 헌법과 관련해 우리가 할 일 2가지를 동시에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하나는 헌법을 시대에 맞게 바꾸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은 멀쩡하게 잘 돼 있는데 실행을 안 하던 것을 실행하는 시기로 전환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얘기도 나오지만, 헌법 119조 2항은 처음부터 있었지 않나. 이런 것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고, 사실은 제1조 1항·2항부터 실천해야 한다. (웃음)

안경환 : 전적으로 옳은 말씀이다.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3가지 원리로 설명한다. 국민주권이 핵심이고, 기본권 규정과 권력구조에 대한 규정이 있다. 그런데 헌법이 왜 있느냐 하면 기본권을 제대로 잘 보호하도록 하기 위해 권력구조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제 하느냐, 연임제 하느냐, 내각제 하느냐는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인데 지금껏 우리나라는 헌법 바꾼다고 하면 권력구조만 가지고 얘기했다.

논리적인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정략적인 차원에서만 (개헌 논의를)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면 왜 개정을 해야 하나? 이 권력구조를 가지고는 국민의 기본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 그런 전제 하에서 개정이 논의돼야 한다. 그러면 권력구조 뿐 아니라 기본권이라는 면에서 보완할 게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조정할 게 무언인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헌법을 만들어 놓고도 헌법재판소에만 던져 해석하라고 하니, 헌법재판관 개인 구성원의 경향이나 철학이 과도하게 헌법을 지배하고 있는 면이 있다. 국민이 직접 헌법에 참여하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윤여준 : 백 교수께서 헌법을 지키지 않는 문제를 지적해 주셨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취임할 때 선서를 하게 돼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하는 그 선서다. 그런데 막상 선서를 하는 대통령이 헌법을 잘 모른다. 1조 1항을 모른다. 1조는 헌법의 근원적 규범이고 다른 모든 조항을 구속한다. 그런데 모른다. 알아야 지킬 거 아니냐.

우리 헌법 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인데 여기에는 3가지 의미가 있다. 그러면 대통령이 최소한 국가가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 공화국이 뭔지는 알아야 하는데 모르니까 무슨 일이 생기나? 국가권력이 자기 거다. 민주공화국을 모르면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하고 공화국을 추구하나? 말이 안 되는 거다.

오죽하면 제가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되고 취임까지의 2달 동안 헌법을 배울 것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농담을 하겠나. 법 규범을 내면화하기는 부족하지만 완전히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프레시안 : 특히 현 대통령에 대해 그런 지적이 많은데?

윤여준 : 그 양반은 민주주의, 공화주의 이전에 헌법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웃음)

백낙청 : 한 마디만 더 하자면, 헌법에서 개정까지는 안 하더라도 단서나 부칙이라도 달아야 하지 않나 하는 부분이 3조 영토조항,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것이다. 한 번도 온전히 이행된 적이 없고 현 시점에서도 이행이 불가능한 조항이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영토선이 북방한계선(NLL)이라고 하는 판국이다.

윤여준 : 자기모순이다. 모르고 막 주장해. (웃음)

안경환 : 헌법이 분단체제에서 탄생할 때 남북 각각이 가진 정치적 목적 때문인 면이 있다. 60년 이상 지나고 났으니 우리가 공존할 것인지 통일을 할 것인지를 가지고 역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남과 북에 주어진 공동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윤여준 : 통일이 국가적 이상이니 3조를 그대로 살려 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로 보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조항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니 보완할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되는데, 그것을 헌법개정을 통해 할 것이냐, 다른 법제도를 통해 할 것이냐는 모르겠다.

백낙청 : 기본합의서에 법률의 효력을 부여하는 입법조치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지 싶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지금 정치권의 낡은 세력이 보수? 진짜 보수가 화낼 일"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 두 개로 완전히 갈라진 셈이다. 새 정치를 펼칠 수 있는 적합성 등 양쪽 세력에 대해 기본적인 평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백낙청 : 보수와 진보라고 흔히 말하지만 낡은 세력과 새로운 세력 사이의 선택이라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우리 사회의 낡은 세력이 스스로 보수라고 하는 것은 진짜 보수주의자가 들으면 화날 일이다. 오죽하면 윤여준 장관 같은 분이 화가 나셔서 '진보' 쪽으로 오셨겠나, 진보를 좋아하시는 분도 아니신데. (웃음)

한국의 특수한 정치지형에서 낡은 세력을 보수라 칭하는 것은 스스로 미화하는 얘기다. 그들은 식민지, 분단, 독재의 시대를 거치면서 상당부분 부당하게 취득한 기득권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키려는 세력이고, 반대편은 '그러지는 말자. 좀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하자'고 하는 이 두 세력 간의 대결이라고 본다.

안경환 : 사람들이 저를 보고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라고 하면서 양쪽에서 비난하더라. (웃음)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를 제기하는게 진보라면 모든 지식인이 진보이고, 문제제기를 소수자와 약자의 관점에서 하는 것은 진보의 의무다. 그런데 해결 방법에 대해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줘야 하는데 현실성이 너무 떨어질 때는 불신을 받게 된다.

보수라고 하면 현재의 체제가 좋다, 별 무리가 없다, 이대로 가자고 하는 것인데, 이의 제기를 들어 보자고 하는 쪽은 합리적 보수이고 들을 게 없다면서 이의제기를 원천적으로 막자는 것이 극단적인 보수다. 그런데 한국은 극단적 보수가 숫자가 많고 기득권화돼 있고 지역과 결합돼 있다.

이런 체제에서는 민주주의 정당정치에서 전제하고 있는 투표를 통한 정권교체가 불가능하고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인 '연합정치'를 통해서가 아니면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이번 선거가 새누리당으로 상징되는 견고한 보수층에 대항할 수 있는 넓은 정당을 만드는 시금석이 되는 선거라고 본다. 국민연대도 그런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준 것이다.

윤여준 :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에드먼드 버크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버크는 보수의 자기 쇄신을 강조한 사람이다.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 잎갈이를 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이 그 점을 무시한다. 맨날 버크를 인용하지만 핵심을 모른다. 끊임없는 셀프 리뉴얼(자기혁신)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하는 사회는 혁명적 상황으로 진입한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보수가 끊임없는 자기 쇄신을 해야 하는데 안 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그러니 좋은 시대적 가치를 진보에 다 내줬다. 왕년에 보수의 가치였던 것이 진보의 가치가 됐다. 이렇게 해서 보수가 어떻게 살아남겠나. 그런데 또 이런 얘기를 하면 변절자라고 한다. (웃음) 화석처럼 굳은 진영의식으로 사람과 세상을 보는 것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무시할 정도가 아니라 측은하게 여겨진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이 올해 초에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하면서 확 달라지는 것 같았고, 변신하고 쇄신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안경환 : 정책측면에서 시대 흐름에 대해 받아들이려 애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복지 얘기만 나와도 좌익이라고 하고 비판했는데 복지 공약을 내는 것은 늦게나마 시대 흐름을 받아들인 것이다. 새누리당이 스스로 개발한 정책도 있지만 민주당이 개발한 정책을 수용하는 형태인 것도 많았다. 여야를 떠나 시대가 그리 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점점 지나면서 '보스'에 결집된 세력이 힘이 생기고 하다 보니, 자기성찰이나 자기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젊은 층이 외면하게 돼 있다. 저는 대학에 있으면서 매년 들어오는 새로운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끼지 않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무력해지고 꿈이 없어지고 분노하더라. 그게 안철수 현상의 이유가 아닌가.

백낙청 : 새누리당의 전반적인 체질을 보면 변화할 생각이 없다고 본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돼야 하니까 변화의 모습을 보이려는 의지는 있었을 거라고 본다. 박 후보가 처음부터 '국민 한번 속여먹어야지'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지세력의 반대가 완강하다 보니 안 되는 면도 있고, 박 후보 본인이 개념이 없다고 해야 하나, 이해력 부족의 문제도 있다. TV토론에서 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차이가 없다'는 말은 거의 개그콘서트 수준 아니었나.

윤여준 : 어록이죠, 어록.

백낙청 : 사실 그런 얘기는 전에도 했다. '김종인이나 이한구나 같다'고 하지 않았나. 기본적인 이해력 부족 같은 게 느껴진다.

윤여준 : 대선 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 후보 비판을 공개적으로 여러 번 한 적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라는 말까지 하고 정강에 넣었을 때, 저는 그 자체로 혁명적 변화라고 봤다. 그러면 과연 박 후보나 당의 중심을 형성하는 의원 및 당원들이 이 시대와 시대의 중심가치를 고민한 나머지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인가, 아니면 선거전략 차원의 것인가를 봐야 하는데, 그 후에 벌어진 일을 보면 선거 전략이라는 판단이 든다. 그렇다면 본질적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 현상, 87년 체제에 대한 도전"

프레시안 : 사실 일반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민주당도 새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은, 많은 기층 사람들이 '정치 대 반(反)정치'의 면에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쇄신 능력에 대한 회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안철수 현상인데,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백낙청 : 안철수 현상은 이미 그동안 우리 정치를 엄청나게 바꾸는 동력이 됐다. 지금도 그 동력은 작용하고 있다. 단일화 과정이 삐걱거리는 바람에 단일화 이후 한때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기도 했는데, 그런 흐름을 반전시킨 것은 안철수 현상이 여전히 지닌 동력 아니겠나.

그런데 안철수 현상을 정치 대 반정치로 보는 것은 안철수 지지세력 중에 있긴 있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주조는 낡은 정치와 새정치다. 안철수 전 후보가 출마함으로써 정치에 기여한 것 중 하나가, 자기 지지세력 가운데 정치 대 반정치라는 설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을 '새정치 대 구정치'로 바꿔놓은 것이다.

출마 전에 여론조사를 해보면 안 전 후보가 높게 나오면서도 정치하지 말라는 반응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나오니 다 따라갔다. 그런 것만 해도 안철수 현상이 중요하고, 그것을 감당하겠다고 나온 안 전 후보 본인의 기여도가 엄청났다고 본다.

안경환 : 분명한 것은, 안철수 현상은 87년 헌법체제가 가지고 있는 경직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라도 이런 이슈를 헌법체제 속에 담아야 한다. 기존의 정당 개혁에 더해, 시민이 참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을 안 가질 것을 권장하는 분위기이지 않나. 여당정치는 일단 돈 벌고 기득권 가지고 적당히 타락한 후에 하는 것으로 많이 생각하고, 야당정치는 투사적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니 건전한 의미의 정치가 될 수 없다. 대학생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반정치란 정치에 대한 냉소 때문인데, 그렇다면 주권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선거가 끝나면 어느 쪽이 이기든 이를 받아들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현상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 87년에 기여했던 시민사회, 민주화세력들이 그랬듯이 2013년 체제에 문제를 제기해준 선봉장들이다. 받아야 한다.

윤여준 : 민주당도 새롭지 않다, 동의한다. 과거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금 여론조사를 봐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비율은 50%가 넘는데 민주당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 있다. 누가 당선되든 지금의 새누리당, 지금의 민주당 가지고는 어렵다.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안 전 후보는 이미 지금까지만 해도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안철수 현상이 아니었으면 양대 정당이 이 정도도 바뀌지 않았을지 모른다. 다만 본인이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바꾸겠다는 결심과 의지는 높이 평가하는데, 근원적 고민을 안 한 것 같다. 국민들이 자신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뭐냐? 변화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쇄신을 위해 몸을 던지고, 대통령이 되고 안 되는 것은 결과로 주어지면 받고 아니면 정치쇄신을 한 것만으로 보람이 있다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출마선언을 보니 '아. 대통령 되려고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통령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아쉽고 안타깝다. 대선 후 동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해도 지금 식으로 하면 가망이 없다. 좀더 근원적 고민을 한 끝에 거기서 얻은 아젠다를 던지면 폭발적 변화의 에너지가 나올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간다면 사그러질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안철수 현상의 그 동력을 살리기 위해 만든 것이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국민연대) 아닌가?

안경환 : 민주당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거다. 이대로 되면 집권하는 것이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젊은 사람들이 촛불 들고 광장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분노를 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 속에서 일상적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변화에 둔감하고, 그 둔감함을 지켜온 분들이기 떄문이다. 민주당도 민주당만으로는 안 되지만 쇄신하고 외연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안철수 지지층을 수혈할 수 있어야 하고, 합리적 보수도 함께해야 한다는 그런 새로운 문제의식 때문에 탄생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안 전 후보 측은 참여하지 않고 있지 않나?

백낙청 : 제 짐작으로는 안 전 후보 측에서 국민연대라는 말을 먼저 꺼내긴 했지만, 당시는 자신이 단일후보가 될 경우를 전제하고 무소속 후보가 아닌 국민연대 틀을 생각했던 것이기 때문에 사퇴한 이후 큰 관심이 없어진 것 같다.

▲백낙청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또 하나 짐작이지만 이번에 결성된 국민연대를 추동해온 분들이, 안 후보 측에서 볼 때는 '민주당 편에 서서 단일화를 압박한 세력'이다. 실제로 국민연대 조직 과정에 민주당이 관여하기도 했다. 그러니 국민연대 들어가는 것이나 민주당 선거캠프에 들어가는 것이나 그게 그거라고 보기 쉽다. 차라리 독자적인 세력으로 남겠다는 것인데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안철수와 국민연대보다 중요한 건 문 후보와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다. 문 후보 자신은 민주당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그걸 구체적으로 표현한 게 지난 9일의 담화(☞관련기사 보기)다. 그런데 잘못하면 선거전략으로 끝날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인수위원회부터 같이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다만 약속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구체적 준비를 하고 있는지, 그러려면 안 후보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파격적인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수위원장이 당내 인사가 되든 안 되든 안 전 후보와 합의하는 인물로 하겠다고 선언하는 방법도 있다. 어차피 인수위 작업에서는 당선자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상징적으로라도 위원장에 그런 인물을 내세우고 부위원장도 안철수 캠프 출신 하나, 문재인 캠프 하나, 국민연대 하나 이런 식으로 뭘 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건 지난 4일 원탁회의가 '선거승리 이후의 첫걸음부터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폭넓은 세력과 공동보조를 취하라'고 주문한 사안이다. 그리고 국민연대가 발족(6일)하면서 같은 얘기를 했고 문 후보 담화에서 인수위를 명시하며 받은 것이다. 지금 국민연대가 할 일 중 하나가 이와 관련해 한층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하는 것 아닐까.

윤여준 : 제가 보기에도 안 전 후보 쪽에서는 국민연대 멤버들이 문 후보 지지세력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안 전 후보가 얘기한 국민연대라는 명칭에서는 퇴색한 것 같기는 해도, 일단 민주당에 약속한 대로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필요한 것 같다.

안경환 : 국민연대는 박근혜 후보보다 문재인 후보가 적합한 후보라는 합의가 있기 때문에 문 후보의 당선이 목표고, 당선 이후에는 이 멤버들을 그대로 가져가진 않을 것이고 새로운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선거가 끝나면 국민연대라는 이름은 있지만 사람은 기존 인선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안 전 후보는 대선 끝나고 출국한다고 하는데?

백낙청 : 안 전 후보가 인수위원장 할 건 아니니 본인이 나가는 건 상관없다. 충분히 협의해서 안철수 캠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된다. 민주당 쪽에서도 부분적인 참여는 당연히 고려하고 있겠지만, 대통합내각을 만들고 시민의 정부를 구성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들러리 세우는 식으로는 안 된다.

안경환 :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죠. 단순히 선거전략이 아니라 후보의 의지이고 새정치를 위한 약속이다. 인수위부터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여준 :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안경환 서울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포스트 박정희'로 갈 수 있을까?"

프레시안 : 그런 전망들은 문 후보가 승리했을 경우인데, 아직 박 후보가 더 유리하다는 말도 있다. 박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다고 한다면 야권의 과제는 무엇이 될까?

안경환 : …생각하기 싫은데. (웃음) 박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그 승리의 의미는 기득권 계층과 물러간 세력의 지지를 받아 된 게 분명하니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운동을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지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

프레시안 : 대선 패배 이후에도 문재인-안철수 간의 협력이 가능할까?

백낙청 : 당연히 해야 한다. 얼마나 잘 하느냐는 두 분의 역량과 마음을 비우는 정도에 달렸다. 박 후보가 당선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저 나름대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지금 얘기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다만 사회통합으로부터 더 멀어지리라는 것은 분명하리라 본다.

박 후보의 지지세력이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그 분열로부터 이득을 보아온 세력이다. 그분들이 통합을 한다는 것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다. 박 후보의 '100% 통합'이라는 개념도 잘못된 개념이다. 윤 장관도 (TV연설에서) 그건 '통합'이 아닌 '동원'이라 했지만, 아무리 동원해도 100% 동원은 안 된다. 그러다보면 동원에 응하지 않는 사람은 반체제 인사가 되고 반국가 사범이 되기 마련이다. '100% 통합'은 내용 없는 구호가 아니면 배제와 책임전가의 논리다.

윤여준 : 박 후보에 대해서는 제가 선거 시작 이전에 비판을 많이 했다. 가만히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이 있어 보인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청와대에서 아버지의 통치를 본 원형체험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은 같지만, 그건 시대에 안 맞는다.

만약 당선 후에 박정희 패러다임인 국가주의, 성장주의, 반공주의가 그대로 간다면 얼마 못 간다.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고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메가트렌드(대세)에 거스르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는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국민을 양분시키는 전략을 썼지만 막상 당선 후에는 확 바꿔서 '포스트(탈脫) 박정희'로 가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나? 그런 면에서 걱정이 많다.

100% 통합이란 것도 통합의 개념을 잘못 설정한 것 같다. 대립과 갈등이 없는 상태를 상정한 것 같은데, 그런 통합은 없다. 대립과 갈등이 없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가 아닌 한 없다. 갈등의 당사자가 모여 대화와 타협으로 중첩되는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이 통합이다. 민주주의도 원래 완성된 상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100% 통합이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위험한 사고방식의 편린을 본다. 동원과 국가주의다.

백낙청 : 박 후보나 새누리당이나 소모적 갈등과 창조적 갈등을 구분할 줄 모른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사회의 혼란이 끝나고 일거에 안정으로 갈 가능성은 없다. 여당 측에서는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혼란이고 자기들이 잡아야 안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추구해야 할 것은 지금 같은 소모적 갈등이 넘쳐나는 혼란은 줄이고, 창조적 갈등과 창조적 혼란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일이다. 야당도 국민을 그렇게 설득하면 좋을 것 같다.

윤여준 : 그런데 소모적인 갈등에서 창조적인 갈등으로 넘어가려면, 정치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복수의 정당이 국회에 모여 자기 세력을 대변하다 보면 자연스레 생산적인 갈등이 생기고, 그걸 대화와 타협, 다수결을 통해 국민의 의사를 만드는 것인데 정치가 이 기능을 못했다. 그러니 통합이 될 방법이 없다. 갈등을 완화하고 통합해야 할 사람들이 갈등의 당사자, 증폭자가 되고, 국민이 하지 말라고 해도 안 들으니 정치권에 대한 감정이 불신, 혐오, 경멸, 분노 수준까지 가 있고 그래서 안철수 현상이 생긴 것이다. 정치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지 않으면 아무리 입으로 통합을 외쳐도 방법이 없다.

안경환 : 통합과 관련해 문 후보의 공약 중에 주목할 내용이 있다. 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의회는 새누리당이 다수다. 원래 당정협의회라는 게 있는데, 전통적으로는 정부와 여당의 협력이고 야당은 아예 빠져 있다. 그런데 문 후보 공약 중에 여야정 협의회를 상시운영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얘기다. 미국 대통령은 매주 여야 대표 만나 조찬을 하지 않나. 우리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 만나기도 쉽지 않고 야당 대표 한 번 만나려면 사전에 조정할 일도 많다. 이런 데서는 갈등 조절이 나올 수 없다.

문 후보가 통합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합, 대화, 상생의 체제가 이어지면 사회 모든 부분으로 확산되고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 만약 박근혜 후보가 집권하게 된다면 의회에서 다수당이 받쳐 주면서 원래의 일사불란한 체제로 쉽게 갈 것 같다. 그러면 통합보다 분열을 가속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문 후보는 반면 지지 세력의 다원성도 있어서 대화와 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게 여야정 합의체다.

윤여준 : 그런데 국민의 시각에서는 그것이 실현 가능할까 회의가 많다. 한국정치에 아직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고 선례가 없어 실효성이 있을까? 야당이 참여 안 하거나, 참여해도 파열음만 내서 아무 것도 결정 못 할 수도 있다.

물론 진지하게 시도해야 하고, 그게 성공하려면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그 동안은 말로는 인정한다고 하면서 적대시하지 않았나. 심지어 민주화의 상징적인 존재이셨던 분들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야당 투사이실 때는 권력에 대해 '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느냐'고 하셨지만 마찬가지였다. 일단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는 생각을 가질 때만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시스템만으로는 안 된다.

백낙청 : 그 시스템만 달랑 만들어서는 어렵고 문화를 바꿔야 하고,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으니 당장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대선에서 문 후보가 확실히 이긴다면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법이나 선거법 개정 때 여야 동수로 특별위원회를 만들곤 하는데, 거기에 시민들도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다수당인 새누리당도 법 개정을 거부하기 난처할 것이다.

야권이 승리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과제는…

프레시안 :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정책 부분에서 노무현 정부보다 잘할지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구체적인 각론에서 문재인 정부에 어떤 과제가 있을까? 남북관계와 사법개혁, 경제민주화 등의 분야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백낙청 : 우선 그동안 안철수 측과 문재인 측으로 갈라졌던 인재 풀을 다시 결합해야 한다고 본다. 남북관계 분야에서 보면, 안 후보 측 남북관계를 맡은 분들도 다 한반도평화포럼 소속이다. 다시 모으는 것은 문 후보 측의 성의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분야에 따라 간단치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조직이나 인력의 풍부함에 비해 민주당이나 문 후보 측의 정책 생산력이 결코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또 안철수 측이나 문재인 측이나 담대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아무튼 인수위를 같이 꾸리듯이, 정책 인력도 다시 통합하려는 노력을 문 후보와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윤여준 전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윤여준 : 이념 성향이 중도적이라는 분들이 문 후보의 대북정책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단순히 김대중-노무현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불만이 많다. 화해협력이 중요하고 6.15와 10.4 공동선언이 중요하지만, 그 분들이 기억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북한 눈치를 보고 끌려간다는 것이다. '퍼주기'라는 표현도 지원액이 크다는 게 아니라 왜 끌려가느냐는 불만 때문에 나온 것이다. 자본주의도 4.0을 얘기하는 마당에 대북정책도 진화한 것을 내놔야 하는 게 아닌가?

저는 선거 전략 차원에서도 문 후보가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역대 통일부 장관들과 도라산에 간 건 상징적으로 잘못된 것 같다. 그게 많은 사람에게 불안감을 심어줬다고 본다. 또 미, 일이 어떻게 봤을지도 고려했어야 한다. 하더라도 늦게 해야 했다. 그럴 만큼 예민하게 그 부분을 살폈어야 했다.

중도층이 중요하다는 얘기 하는데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는 것은 선거전략 차원에서 잘못이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 사이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또다시 희생자가 될 수 있는 만큼,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고 그 당위성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는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백낙청 : 제가 포용정책 2.0이라는 걸 주장했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약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윤 장관이 말씀하신 여러 우려사항들에 대해서도 응대할 수준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퍼주기 문제만 해도, 남북연합 건설이라고 하면 아득하게 들리겠지만 정치적으로도 점점 더 접촉면이 넓어지고 공동관리기구를 만든다는 전제로 경협과 대북지원이 이뤄진다면 일방적 퍼주기가 아니라 통일과정의 일부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우리도 정치적 약속을 받아내면서 하게 된다.

일부 포용정책 주장자들은 지원하고 대화하면 북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혁개방을 할 거라는 전제를 갖고 있는데 베트남, 중국과 한반도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져도 분단상황의 공동관리에 관한 정치적인 진전이 없으면 기대하기 어렵다. 그 점에서 북은 개혁 개방을 못 한다는 보수층의 논리와 오히려 통하는 입장인데, 다만 그 대안에서 차이가 난다. '어차피 북의 개혁 개방은 안 될 거니 압박해서 붕괴시키자'는 것이 아니고, 한반도 특유의 정치적 경제적인 연합 상태를 향해 차근차근 접근하자는 것이다.

시민참여라는 말도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보수층에서 말하는 '국민적 동의에 기반한 남북정책'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다만 수구세력이 '국민적 동의'를 말하는 것은 자기네들 허가 받아서 하라는 말이기 십상이다. '시민참여형 통일'은 정부를 제쳐놓고 시민들이 통일문제를 좌우한다는 뜻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과정에 민간인들도 한껏 참여함으로써 정권의 변화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없는 민주적 과정으로 남북관계를 추진하자는 거다.


윤여준 : 막말로 북한을 붕괴시키려 해도 내부를 이완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웃음)

백낙청 : 그래서 한때 북한이 햇볕정책에 반발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검찰개혁 문제에 대해 여쭙고 싶다.

안경환 : 검찰개혁 문제는 누구보다 문 후보가 잘 알고 있다. 그 어느 의제보다 국민의 공감대도 높다. 근본적으로 국가에는 정당한 권력이 있어야 하는데,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하느냐와 권력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가가 문제다.

▲안경환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문제되는 것 하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나라 검찰처럼 모든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경우가 없다. 이는 검경 간의 권력 나눔이 아니다. 국민 입장에서도 감시를 일상적으로 할 수 있어야 통제가 된다. 따라서 일상적 민생사건은 경찰에 주는 게 맞다. 검찰은 시민의 감시가 어렵다.

다음은 검찰총장직을 개방직으로 해야 한다. 그럼 일사불란한 명령지휘체계가 무너지게 된다. 법무부를 검찰과 분리시켜야 한다. 법무장관도 검찰 출신이고 청와대 민정수석도 검찰, 그러니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이 관여할 여지를 남겨 두고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민의 상식과 정의감이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법무장관은 5년 내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종전처럼 1~2년 만에 바꿔서는 검찰 개혁이 불가능하다. 검찰의 조직적인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확고한 소신과 개인적인 부담을 버틸 수 있는 사람과 국민의 관심과 격려 없이는 개혁 안 된다.

윤여준 :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하지만 검찰공화국이다, 재벌공화국이다 한다. 이제 검찰개혁은 국민적 동의가 있다. 개혁을 안 하면 대통령이 또 검찰을 권력 도구로 삼으려 한다는 불신을 씻지 못할 것이다.

남는 게 재벌 문제다. 경제민주화 정책이 후보마다 다 다른데 국민 입장에서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출자총액제니 순환출자니, 소유구조랑 지배구조가 뭐가 다른지도 알기 어렵고 힘들다. 저는 단순하게 보자는 거다. 정치권력도 집중과 연장을 못하게 하려고 권력을 분산시키고 선거제도를 만들어 일정 기간마다 바꾸게 한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시장권력이 국가를 압도할 만큼 비대해졌다. 견제하지 않으면 국가가 재벌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국가의 존립을 위한 핵심가치인 공공성을 파괴하는 것이고, 민주주의 원리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 입장에서는 공공성을 파괴하는 국가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경제력이 특정한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분리될 수 없다. 경제민주화가 경제 분야에서 재벌의 횡포만 바꾸는 게 아니라 한국사회를 총체적으로 바꾸는 문제의 핵심에 있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마무리 말씀 부탁드린다.

안경환 : 어느 쪽이 집권하든 과거를 뒤돌아보기보다는 앞을 내다보기에 주력해야 한다. 우선 중산층, 서민의 심리적 위축감을 다스리면서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야 한다. 청년층에 팽배한 정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정치적 담론에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은 여건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윤여준 : 이번 대선은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어 온 대립과 갈등의 낡은 정치를 극복하는, 특히 양김 퇴장 이후 10년 간 유예된 새 시대, 새 정치의 문을 활짝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튼튼한 국민통합 위에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면서 오늘과 같이 세계화된 시대 그리고 최근 본격화된 G2시대를 헤쳐 나갈 모범적인 민주공화국을 가꾸어 가는 한편,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새로운 국가발전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후보의 자질과 능력이 중요하다. 민주주의 특히 공공성을 확실히 내면화, 체질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치와 정부개혁,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평화 등 주요한 개혁과제들을 확실하게 추진할 수 있는 국가운영경륜(statecraft)을 갖추고 있는지를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정치는 국민들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을 명심, 국민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백낙청 : 선거 날이 코앞에 닥쳤으니 모두들 투표하시라는 말로 끝맺으려 한다. 첫머리에 말했듯 이번 대선이 워낙 중요한 선거다. 뿐만 아니라, 중요한 쟁점을 놓고 전 국민의 보통선거로 결정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시대에나 가능한 일종의 성찬식(聖餐式)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유권자 수가 약 4000만이라는데 실은 그 4000만 명이 정치적 판단력이나 책임감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도 1인1표의 원리를 수용하고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에는 불교식 표현을 쓰자면, 하심(下心) 즉 내가 누구보다 잘났다는 교만을 버리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일이다. 게다가 4000만에서 한 표쯤 없어도 대세에 지장이 없건만, 그 4000만분의 1이 각기 자신의 작은 몫을 성실히 해낼 때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뀐다. 그 오묘한 보람을 이번에 꼭 맛보시게 되길 바란다.

 

 
 
 

 

/곽재훈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처음이자 마지막 양자토론... 박 "참여정부 심판"-문, "정권교체" 강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2/17 09:39
  • 수정일
    2012/12/17 09: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 "국정원 직원 인권침해, 사과 없다"
문 "불법선거사무실 운영 인정하나"

처음이자 마지막 양자토론... 박 "참여정부 심판"-문, "정권교체" 강조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에 앞서 인사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최종신 : 17일 오전 12시 14분]

처음이자 마지막 양자토론... 정책 차이 드러나고 변별력 높아
마지막 발언... 박은 참여정부 심판론, 문은 정권교체 강조

대선후보 TV토론회 사상 처음으로 유력후보 두 명이 마주 앉았다. 지난 16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3차 대선후보 토론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사회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는 구도로 진행됐다. 이번 대선의 처음이자 마지막 양자토론이었다.

토론회 시작 직후 두 후보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사회자가 긴장을 푸는 의미에서 "서로 한두 마디 덕담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순서여서 그랬는지 덕담을 하는 두 후보 사이에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먼저 발언에 나선 문 후보는 "갑자기 포맷이 바뀌어서 당황스럽지만, (오늘 토론회 주제는) 박 후보가 평소 잘 아시는 주제라 잘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웃으면서 해달라"고 사회자가 말하자 "그럼 제가 안 웃은 것처럼 되잖아요"라며 "문 후보도 잘 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덕담이 끝나자마자 토론회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1·2차 토론만큼의 '스릴'은 없었지만 두 후보는 의료비 등 복지·교육·불법선거운동 의혹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두 후보의 발언 시간이 각각 50% 늘어난 데다 토론 형식도 반론과 재반론이 보장되고, 후보들이 주도하는 자유토론까지 이뤄진 영향이 컸다.

토론 첫 주제인 저출산-고령화 대책부터 두 후보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문 후보는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제 딸도 결혼과 출산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 출산은 축복인데 지금 여성들은 출산휴가를 받는 게 아니라 출산사표를 쓴다"는 감성적 접근으로 눈길을 끌었다.

감성적 접근 선보인 문재인... 박근혜는 'MB 차별화' 화법 선보여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여의도 KBS에서 열린 3차 TV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문 후보의 공세를 차단하는데 '대통령이 됐으면 했을 것'이라는 식의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 화법'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대학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문 후보가 "2006년 지방선거부터 공약을 해놓고 이명박 정부 들어 실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참여정부의 등록금 폭등 사실로 방어막을 친 후 "제가 대통령이 됐으면 진작 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고 맞섰다. 특히 이명박 정부 '민생 실패론'으로 선긋기에 나섰던 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명박 정부도 (반값 등록금을 실천하지 않은 것은)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차별화에 나섰다.

과학기술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도 문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이 해외 과학기술 인력을 유치했고 그런 기조가 참여정부까지 이어졌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성과를 다 까먹었다, 그동안 박 후보는 뭘 했느냐"고 묻자 박 후보는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두 후보는 서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 후보가 "등록금 인상 등 사학들의 전횡을 막기위해 (참여정부가) 사학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박 후보가 53일간 장외투쟁으로 막지 않았느냐"고 하자 박 후보는 "갑자기 왜 사학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느냐"며 발끈했다.

문 후보가 "박 후보가 영남대 이사 7명 중 4명을 추천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박 후보는 "추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학교 발전을 위해 해달라고 해서 대한변협이나 의사협회에 좋은 분 추전해달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추천한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질의답변 시간을 다 쓰고도 문 후보의 질문 시간에 여러 차례 답변을 내놓아 사회자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또 과학기술 발전 방안 토론 도중 자신에게 주어진 1분간의 질문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한동안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캠프 모두 "정책 차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토론은 양자대결답게 두 후보가 진검승부를 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약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면서 정책적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고,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 검증에 있어 비교적 변별력이 높았다는 게 양 후보 측의 공통된 평가다.

토론회 마지막 발언에서 문 후보는 '정권교체'를, 박 후보는 '참여정부 심판'을 호소했다.

문 후보는 "지난 5년 국정을 맡아온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이 잘했다고 생각하시면 계속 할 수 있게 지지하시고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면 바꿔 달라"고 했고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정권교체를 말하지만 지난 4년 전 경제 때문에 참을 수 없다고 벌써 평가를 받아서 현 정부가 탄생한 것"이라며 토론회를 마쳤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에서 답변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퇴하면서 불참해 이날 TV토론은 첫 양자대결로 치러졌다. 사진 오른쪽 하단에 빈 채로 놓여진 이정희 후보의 자리가 보인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5신 : 16일 오후 11시 51분]
문 "과학기술부 폐지, 찬성표 던지지 않았나"
박 "민주당 총선 공천 이공계 출신 9명밖에 안 돼"


'과학기술 발전 분야' 토론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부 폐지와 나로호 발사 실패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후보는 공통질문 답변에서 "새누리당 정권의 과학기술 정책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나로호발사 실패다, 러시아에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도 기술 이전조차 받지 못했다"며 "IT 분야에서도 참여정부 당시 경쟁력 3·4위에서 (이명박 정부 하) 2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장 근본적 원인은 과학기술부를 폐지해서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컨트롤 타워를 없애버린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를 겨냥했다. 박 후보가 상호토론에서 '우주개발계획 비전'에 대해 물었을 때도 "여야가 정파를 초월해 다 함께 협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도 "항공우주기술을 발전시키려면 경남 사천에 있는 '카이(KAI·항공우주회사)'를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카이 민영화 매각작업 중"이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이에 "저도 경남 사천·진주 일대를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약에 넣었다"며 "(카이) 민영화 과정에서 여러가지 얘기 있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문 후보는 또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과학기술부 폐지에 박 후보도 찬성표를 던졌다"며 "과학기술 침체와 과학기술 인력의 사기를 떨어뜨린 결정적 계기인데 지금 와서 부활을 공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오죽하면 (제가) 미래창조과학기술부를 새로운 개념으로 설립하겠다고 공약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무엇보다 당시 과기부 폐지가 포함된 정부조직개편안은 여야 합의 통과사안이었다며 "문 후보가 그렇게 한 부(처)씩 따져서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받았다.

문 "MB정부가 과학기술 성과 까먹을 때 뭐했나"...박 "그래서 대통령 되려한다"

문 후보는 또 "과학기술인력이 우리나라 세계적 경쟁력을 세워주는 유일한 길"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해외에서 과학기술 인력을 유치했고, 그런 기조가 참여정부까지 이어졌는데 이명박 정부는 오랜 성과를 다 까먹었다. 그 때 박 후보는 무엇을 했나"라고 따졌다.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해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거 아닌가"라고 피해갔다.

박 후보는 자유토론에서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이공계 출신 인사 24명, 전체 공천의 65.7%를 했는데 민주당은 이공계열 출신 인사 9명, 25.7%밖에 공천하지 않았다"며 "과학기술 인력 중용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역공에 나섰다.

문 후보는 "과학기술인들을 정치적으로 우대한 것은 잘 하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동조하면서 "연구원들의 인건비조차 스스로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해 와서 해결하게끔 하는 PBS 연구과제 중심운영제 때문에 과학기술인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고 주제를 돌려세웠다.

문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전환" - 박 "원전 의존도 높아 대책 세워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문 후보는 "원전은 일자리가 별로 안 만들어지는 반면에 신재생에너지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다, 독일은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200만 명이 종사한다"며 "신재생에너지로 정책을 돌리고 원전을 줄여나가면 그만큼 일자리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박 후보는 "신재생에너지 부분도 계속 연구·개발하고 키워나가야 한다"면서도 "우리 전력에 있어서 거의 30% 이상, 40% 정도가 원전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지금 어떤 대책도 없이 신재생에너지로 전부 바꾸자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문 후보는 "지금 이명박 정부 들어서 연일 원전이 사고가 나고 있고. 그래서 아까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뿐만 아니라 설계수명이 남은 원전을 포함해 전체 23기 중에 5기가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 후보는 "계속 검토 해야죠"라고 답했다.

[4신 : 16일 오후 11시 27분]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 개입 의혹' 두고 박·문, 공방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최근 논란이 된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 개입 의혹 문제를 두고 중앙선관위 주관 3차 방송토론에서 공방을 벌였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범죄예방과 사회안전대책'을 주제로 한 세 번째 토론에서 서로 반박과 재반박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주장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사건 당시 민주당이 여성을 감금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공격했고, 문 후보는 국정원 직원이 선거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역공했다. 또 박 후보가 국정원 여직원이 선거에 개입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자, 문 후보는 수사 중인 사건에 결과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먼저 공격을 시작한 쪽은 박 후보였다. 그는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씀도, 사과도 없다"며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문 "박 후보가 왜 국정원을 변호하나"

 

16일 오후 여의도 KBS에서 열린 사회·교육·과학·문화·여성 분야 대선후보자 초청 3차 토론회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보다 앞서 도착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박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문 후보는 "그 사건은 수사 중이다, 수사결과를 지켜봐야지 안 끝났는데 증거 없다고 하는 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국정원 직원은)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왜 사과를 말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박 후보는 왜 국정원 직원을 변호하나, 경찰이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는데도 (직원은) 문을 걸어 잠그고 응하지 않았다"며 "중요한 건 여성이 아니다, 국정원 직원의 선거법 위반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2박 3일 동안 여직원을 밖에 못 나오게 하고 부모님도 못 만나게 하고 물도 안주고 그런 부분이 인권침해 아니냐"며 "이것이야 말로 준거영장주의·무죄추정의 원칙·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전 실종이다"라고 꼬집었다.

문 후보는 "처음에 경찰이 신분 확인을 요구하니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부정했고, 이후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이 확인돼 경찰이 다시 가서 문을 열어 달라고 하니 1시간 동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 직원이 왜 경찰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가, 본인 IP만 제출하면 SNS에 불법 댓글을 달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자체도 안 했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문 후보는 최근 선관위를 통해 확인된 새누리당 불법 선거사무소 운영 의혹을 두고 박 후보를 역공했다. 그는 "오히려 새누리당 관계자가 운영한 불법선거사무실에서 SNS 조작이 들통났다"며 "선관위가 (새누리당 관계자) 8명을 고발한 불법선거사무실 운영을 인정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박 후보는 "그 부분은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으니까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당 주변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자체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당에서도 적극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박, 불법선거사무실 운영 의혹에 "유감... 수사 중이니 결과 나올 것"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두 후보가 다른 평가를 내놨다. 박 후보는 "4대강은 현 정부의 최대 핵심사업이다, 개인이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범위는 넘어섰다"며 "침수 등의 문제 있었지만 앞으로 결과를 보고 거기에 따라서 검토해야 한다, 단정적으로 보를 철거하고 (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이후 상황을) 지내봐야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4대강 사업을 찬성한 것이다.

문 후보는 "지난 여름에 엄청난 홍수가 발생해 설치된 보 인근 강이 호수가 됐다"며 "(낙동강) 북쪽 지역인 대구에도 녹조 현상이 발생하는 수준까지 문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은 잘못된 것이었다, 물론 무조건 철거하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또한 원전 문제와 관련해 문 후보가 "이미 수명이 완료된 원전을 무리하게 가동시키는 건 위험하지 않나"라고 묻자, 박 후보는 "무조건 중지보다는 한 번 테스트를 해서 (안전 문제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3신 : 16일 오후 10시 15분]
박 "참여정부 때 대학등록금 폭등"
문 "반값 실천 안한 박, 진정성 의문"

교육 분야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는 대학 반값 등록금 정책을 놓고 두 후보가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문재인 후보는 반값 등록금에 대해 박 후보가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였다며 공세를 취했고 박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대학 등록금이 사상 최대로 올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맞섰다.

문 후보는 "박 후보는 2006년 지방선거·2007년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을 주장했지만 18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며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해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제출한 반값 등록금 법안에 민주당 의원들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만 찬성 했어도 (국회를) 통과 했을 것"이라며 "그러면서 선거 때가 되니 다시 반값 등록금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난 5년 동안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답변에 나선 박 후보는 "대학 등록금 부담으로 인한 학생·학부모들의 고통은 누가 시작했느냐, 문 후보가 주역이었던 참여정부에서 역대 최고로 등록금이 올랐다"며 "문 후보는 고통을 준 것에 대해서 사과부터 해야한다"고 맞섰다.

박 "참여정부가 준 고통 사과해야"... 문 "반성에서 나온 게 반값등록금"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등록금 폭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명박 정부 시절 반값 등록금 공약이 사문화된 것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대학 경쟁력 강화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등록금이 많이 올랐는데 여러 번 사과 드렸고 그 반성에 나온 정책이 반값 등록금"이라며 "박 후보도 공약을 했으면 이명박 정부에서 실천했어야 하는데 지난 5년 내내 민주당과 대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해 왔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논쟁은 사학법 개정 무산을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번졌다. 박 후보가 "대학 경쟁력 강화 때문에 등록금이 폭등했다고 하는데 대학 평가 기준도 시설 위주로 해서 어떤 곳은 호텔처럼 (건물을) 지었다, 그래서 등록금이 폭등한 것"이라며 "대학 경쟁력과는 관계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사학들의 그런 (등록금) 전용을 막기 위해 사학법을 개정하려고 했는데 박 후보가 53일간의 장외투쟁으로 막았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가 "참여정부 시절 등록금이 많이 올라서 반값 등록금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니 이명박 정부에서 실천을 했어야 한다"며 박 후보의 진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할 것"이라며 논쟁을 끝냈다.

반값 등록금 논쟁 속에서 두 후보의 정책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박 후보는 현재 등록금 수준은 그대로 둔 채 국가 장학금 지급을 통해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적인 등록금 부담 완화를 주장했고 문 후보는 대학 등록금의 절대 액수를 반으로 낮추고 여기에 더해 장학금을 추가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후보는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려운 학생들은 무료로 다닐 수 있게 하고 소득 분위별로 75%, 50% 덜 부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게 학생들을 제대로 돕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저는 대학이 학생들로부터 받는 등록금을 먼저 반으로 낮추고, 저소득층에게는 장학금까지 적용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박 후보의 정책은 대학 등록금 인상 억제가 빠져있고 인하 노력이 담겨있지 않아 장기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무늬만 반값"이라고 밝혔다.

박, '전교조'로 작심 공격... 문 "전교조가 불순세력? 이념 편가르기"

두 후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놓고도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박 후보는 "문 후보는 전교조 해직교사 변론도 많이 맡고 선대위에 전교조 출신들도 요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전교조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이어나갈 것인가"라고 따졌다. 그는 "전교조는 이념 교육, 민노당 불법 가입 등으로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것에 대해서 우려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공세를 취했다.

문 후보는 "저는 (보수적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나 전교조를 가리지 않고 옳은 주장은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이념적인 주장에는 찬동하지 않았다"며 "참여정부 시절 나이스(NEIS) 도입을 놓고 반대하는 전교조와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도입했다, 옳은 주장은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의 질문 취지를 보면 전교조는 뭔가 함께 해서는 안되는 불순한 세력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는 것 같은데 그야말로 이념으로 교육을 편가르기 하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대통합을 말하나"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에 앞서 인사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2신 : 16일 오후 9시 17분]

문재인 '간병비' 송곳 질문에 박근혜 "건보공단 계산 잘못돼"
이정희 빠진 방송토론, 반박·재반박으로 분위기 뜨거워... 박-문 잇단 설전




문재인 : "박근혜 후보, 4대 중증질환 책임지겠다면서 연간 1조5천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 자료 받아보니 작년 한 해동안 암환자 부담비용만 1조5천억 원이다. 어떻게 할 건가."

박근혜 : "문재인 후보, 복지재원 조달계획 보면 세제 개편 통해 연간 19조 원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연간 19조 원의 40%는 지방에 가야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신 것 아닌가. 올해 초 지방비가 부족해 보육대란 위기도 경험했는데 지방재정은 고려 않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의 사퇴로 첫 양자대결로 열린 중앙선관위 주관 3차 방송토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1·2차 방송토론 당시 토론회 분위기를 팽팽하게 당겼던 이정희 후보의 빈자리를 늘어난 상호·자유토론이 메우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저출산·고령화'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상호토론에서 서로 반박과 재반박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특히 앞서 방송토론에서 이 후보에 가려, 존재감이 약했다는 평가를 받은 문 후보는 보다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박 후보는 주로 문 후보 측의 공약 재정 실현 가능성을 파고 들었고, 문 후보는 복지정책을 좌절시킨 것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라고 공격을 이어갔다.

먼저 칼을 빼든 것은 문재인 후보였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세웠던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무력화시킨 게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라며 박 후보의 관련 대책이 앞뒤가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출범시키고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했는데 이명박 정부 출범하면서 박근혜 후보도 공동발의에 참석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법안 폐지안을 내놨다"며 "반대 때문에 폐지는 안 됐지만, 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격하됐다, 지금 (저출산 고령화 대책) 하겠다는 건 모순되지 않나"고 물었다.

박 후보가 "법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하자 문 후보는 "과학기술부가 없어지니 과학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듯 무엇이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데 그것(대통령 산하 위원회를)을 없애니 대책이 빈약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 당시 기초노령연금을 현행 9만 원에서 36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해놓고 5년 내내 한 푼도 안 올렸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주로 문 후보의 공약재정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캐물었다. 그는 "(문 후보는) 아동후보 수당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연간 7조 원 투입돼야 한다, 일본 민주당도 아동수당 공약했다가 결국 폐지했다, 실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저의 모든 정책을 최종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내놨다, 정책공약집에 근거해서 말해주시기 바란다"며 "무상보육이 구현되면 그 다음 단계로, 아동수당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고 맞받았다. 또 "아직 우리나라는 무상보육 조차 정착돼 있지 않다"며 "지금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공약이) 일치하지만 금년 초만 해도 무상보육 자체를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1조5천억으로는 4대 중증질환 보장 못해"... "건보공단 계산 잘못된 것"

문 후보는 역으로 박 후보의 4대중증질환 건강보험 100% 보장 공약 재원 1조5천억 원을 문제 삼았다. 문 후보는 "작년 한 해 동안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암환자가 부담한 비용이 1조5천억 원, 뇌혈관 질환·심장질환 환자 부담비용은 3조6천억 원이나 된다"며 "박 후보가 마련한 재정만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가 "건강보험에 되지 않는 비급여 부분에 대해 지원하면 그렇게 많이 재정 소요되는 게 아니다"고 맞받자, 문 후보는 "6인 병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4인 병실까지 (건보 적용 대상으로) 해야 된다, 간병비까지 고려하신 재원계산이냐"고 파고들었다.

박 후보가 "병실에 6인 들어가고 4인 들어가고 얘기하실 필요가 있냐"며 말끝을 흐리자, "간병비가 건강보험대상이 되느냐고 묻는 것이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간병비나 선택진료비를 다 보험급여로 적용하는데 1조5천억 원으로 된다는 것이냐"고 거듭 물었다. 결국 박 후보는 "암질환만 갖고 1조5천억 원이 든다고 생각 안 한다, 거기(건강보험공단)에서 계산을 잘못 하신 것 같다"고 물러섰다.

박 후보는 "복지재원 조달계획 보면 세재 개편 통해 연간 19조 원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연간 19조 원의 40%는 지방에 가야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신 것 아닌가"라고 역공을 펼쳤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문 후보는 "금년 무상보육 펑크는 처음부터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예산 소요를 잘못 산정했기 때문"이라며 "제가 말한 연간 39조 원 재정 마련 계획은 항목별로 꼼꼼하다, 잘 살펴보시라"고 답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답변이 불만스러운 듯, "어쨌든 지방에 줘야 할 예산까지 써야 되는데 중앙정부가 어떻게 하실 것인지는 답 안 하셨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신 : 16일 오후 6시 26분]
사상 첫 대선 양자토론... 박·문 진검 승부 벌인다
반론에 재반론, 토론 방식도 변경... 자질 검증 변별력 높아질 듯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의 전격 사퇴로 16일 저녁 8시에 열리는 3차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간 맞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이번 대선의 첫 박근혜-문재인 양자 토론이다. 1997년 대선부터 실시된 TV토론 역사상 유력 후보간 양자 토론이 성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간 '맞장 토론'이 가능하게 되면서 후보 자질 검증의 변별력 또한 높아지고 대선 막판 판세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관위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는 이정희 후보 사퇴 직후 긴급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토론 방식을 변경했다. 두 후보 간 토론으로 방식이 전환되면서 반론과 재반론 기회와 후보 간 자유토론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120분간 생방송으로 실시되는 이날 토론의 주제는 ▲ 저출산고령화 ▲ 교육제도개선 ▲ 범죄예방과 사회안전대책 ▲ 과학기술발전 방안 등 4가지다. 각 주제마다 두 후보 간 질문(1분)과 답변(1분30초)이 보장되고 반론(1분)과 재반론(1분30초)이 이어지는 5분간 상호토론이 2차례 진행된다. 후보별 3분씩 쓸 수 있는 자유토론도 이어진다.

미리 선관위에 접수된 질문에서 선정한 '국민 질문'의 경우 사회자의 질문에 두 후보가 2분씩 답변한 뒤 10분간 자유토론이 예정돼 있다.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 간 진검승부가 대선 투표일 3일을 앞두고 펼쳐지게 됨에 따라 두 후보측도 토론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양측 모두 마지막으로 남은 부동층 중 투표장에 나갈 유권자들은 이날 토론을 통해 지지입장을 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 2차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의 매서운 공격에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던 박 후보는 양자 대결에서는 적극적인 공세로 문 후보의 상승세 차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참여정부 실패론'을 부각하는 한편 이정희 후보 사퇴에 대해 문 후보를 상대로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이미 이날 오후 '국고보조금 27억 원 먹튀론'에 이어 '민주당 종북 연대론' 등 색깔론 공세도 퍼부었다. 박 후보는 또 이날 토론 주제에 맞춰 '여성대통령론'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 측은 그동안 강하게 요구해왔던 양자토론이 성사된 것을 적극 반기고 있다. 문 후보 측은 3차 토론을 통해 지지율 상승세를 굳히겠다며 벼르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정책 자이점을 적극 드러내고 약점을 파고드는 공세로 박 후보의 자질 부족을 드러낸다는 전략이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민생 실패를 집중 파고 들면서 ' 정권 심판론'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또 박 후보의 공동책임론을 집중 부각하는 한편 박 후보가 주장하는 여성대통령론의 허구성도 파고들 계획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문헌, 거짓자료 보고 이야기한 것 아닌가 의혹든다"

 

"정문헌, 거짓자료 보고 이야기한 것 아닌가 의혹든다"
2차 남북정상회담 배석한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2012년 12월 16일 (일) 12:43:21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주역 중 한 명인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15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민족21 백운종 기자]

“정상회담에서 정문헌 의원이 이야기한 것 같은 그런 NLL에 관한 발언이나 미군철수에 관련된 발언이나 경수로를 제공한다는 어떤 논의도 정상회담에서 없었다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말한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재정 전 장관은 15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 번 2차 남북정상회담의 기획단장이었고, 통일부 장관이었던 명예를 걸고 말한다”며 이같이 재확인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열람을 촉구하면서 NLL(북방한계선) 문제 등을 다시 제기하고 1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불씨 살리기에 나서자 이재정 전 장관이 반격의 선봉에 섰다.

15일 오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광화문 유세가 끝난 뒤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이재정 전 장관은 “악의적인 날조와 악의적인 정치적 공세”라며 “이건 정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나 앞으로의 정치적 발전을 위해서도 있어서는 안 될 그런 것”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2007년 10월 3일 남북 단독 정상회담의 배석자 중의 한 명인 이재정 전 장관은 당시 회담 준비에서부터 진행경과 등을 설명하며 “무슨 정문헌 의원이 이야기한 것처럼 별도의 단독회담은 상상할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었던 거”라며 “전혀 근거 없는 정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또한 정 의원이 주장한 NLL 문제 등 회담 의제에 대해서도 “외교안보조정회의에서 충분히 검토가 되고, 전문가그룹에서 충분히 논의가 되고 기획단과 준비위원회의 마지막 검증과정을 거쳐서 대통령께 보고된 범위 안에서 대통령도 회담에 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본다면 지금 정문헌 의원이나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내용들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반박하고 “이런 주장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확언했다.

특히 “정문헌 의원이 처음에는 NLL 이야기만 하다가 그 다음에는 미군철수 이야기하다가 이제 와서는 경수로를 제공하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여 얘기하는 걸 보면, 이것은 정말 이 사람들이 문서를 직접 보고 하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고, 정말 엉뚱한 거짓정보나 거짓자료를 보고 이야기한 것 아닌가 그런 의혹이 든다”고 말해 주목된다.

정문헌 의원이 대화록에 나온다며 따옴표로까지 인용하고 있는 내용들이 ‘거짓자료’에 근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재정 전 장관은 새누리당 측의 국정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 열람 요구에 대해 “만일 정상회담 기록물을 함부로 열어보게 되면 결국 정상회담을 열 수가 없는 것”이라며 “정말 철없는 소리들일 뿐만 아니라 도대체 정상회담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신은 2007년 2차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1차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직접 정상회담 준비과정과 정상회담 진행에 대한 내용들을 듣고 그것들을 참조했었다”고 밝혔다.

다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열어봐야겠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며 “국회가 3분의 2이상 동의하면 되는데 대선시기에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한다면 국가적 불행”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정문헌 의원 자신이 먼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 뭘 봤는지 아직까지 안 밝히고 있다”고 반격했다.

이 전 장관은 “아무리 공세를 하더라도 진실은 하나”라며 “정상회담 과정에서 정문헌 의원이 주장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못박고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대선을 통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저지른 폐정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분명한 것이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대한 가치, 그리고 실천의지가 의제가 돼야 역사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뒤 현재는 무소속으로 문재인 후보 캠프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이재정 전 장관과 15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한 커피숍에서 가진 인터뷰 문답은 아래와 같다.

“정치적 악용, 정말 불행한 일”
 

   
▲ 이재정 전 장관은 문재인 캠프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사진 - 민족21 백운종 기자]

□ 통일뉴스 :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와 14일 정문헌 의원의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이 다시 한 번 NLL 문제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어제 이 전 장관도 반박 기자회견을 했지만 오늘도 새누리당은 대변인실을 통해서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하자면서 문재인 후보를 공략하고 있다.

먼저, 13일 국회 정보위 회의와 14일 정문헌 의원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입장은?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 남북문제를 이렇게 정치적으로 악용한 적이 한국 정치사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첫 번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당시 한나라당이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악용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날조된 내용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렇게 악용한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이미 지난 10월 8일부터 시작된 논란에 대해 이 전 장관을 비롯해 참여정부 인사들이 반박 기자회견도 했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국회 정보위를 통해 다시 여러 내용들을 제기했는데, 새롭게 반박할 내용이 있나?

■ 다시 한 번 2차 남북정상회담의 기획단장이었고, 통일부 장관이었던 명예를 걸고 말한다. 정상회담에서 정문헌 의원이 이야기한 것 같은 그런 NLL에 관한 발언이나 미군철수에 관련된 발언이나 경수로를 제공한다는 어떤 논의도 정상회담에서 없었다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말한다.

정상회담의 모든 의제는 사전에 준비된 의제를 가지고 논의했다. 준비과정에서도 일체 그같은 의제에 대한 어떤 논의의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정상회담에 임할 때 개인적 입장을 가지고 임한 것이 아니고 국가적 입장에서 준비팀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준비된 내용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기 때문에 지금 이런 주장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너무 악의적인 거다. 악의적인 날조와 악의적인 정치적 공세다. 이건 정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나 앞으로의 정치적 발전을 위해서도 있어서는 안 될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 정문헌 의원이 13일 국회 정보위와 14일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내용은 NLL 뿐만 아니라 의혹 항목이 많이 늘었다.

■ 정문헌 의원이 처음에는 NLL 이야기만 하다가 그 다음에는 미군철수 이야기하다가 이제 와서는 경수로를 제공하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여 얘기하는 걸 보면, 이것은 정말 이 사람들이 문서를 직접 보고 하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고, 정말 엉뚱한 거짓정보나 거짓자료를 보고 이야기한 것 아닌가 그런 의혹이 든다.

이번에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서도 바로 발사하기 그 전날 해체 중이라고 했던 것처럼 이 사람들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 2007년 10월 3일 ‘배석자가 있는 단독 정상회담’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나?

■ 그렇다. 정상회담이 10월 3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약 2시간씩 약 4시간 걸렸다. 이 정상회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북쪽에서는 김양건 통전부장이 배석했고, 남쪽에서는 권오규 부총리, 백종천 청와대 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그리고 통일부장관인 내가 시종일관 배석을 해서 회담을 진행했다. 중간에 휴회도 없었고 계속해서 논의했다.

오후 회의에서는 잠시 중간에 6자회담 북측 대표로 참석했던 김계관 외무성 부부장이 막 북경에서 돌아와서 ‘10.3합의’ 과정과 내용에 대해 양 정상의 허락을 받아서 보고한 바가 있었고, 그리고 나서는 일체 회담에서 다른 단독회담이라든가 별도의 접촉이라든가 이런 건 전혀 없었다.

정문헌 의원이 처음 문제제기 했을 때, 10월 3일 별도의 비밀회담이 있었다고 한 이것부터 근거가 없고 허무맹랑한 거짓이다.

□ 정문헌 의원이 ‘배석자 있는 단독회담’을 잘못 해석한 것 아니겠나?

■ 아니다. 오후 2시 45분부터 회의가 시작돼서 4시 25분까지 있었다. 이것은 그 회의에 무슨 정문헌 의원이 이야기한 것처럼 별도의 단독회담은 상상할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었던 거다.

□ 지난 10월 8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정문헌 의원은 “당시 회담 내용은 북한 통일전선부가 녹음을 하였고, 통전부는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고 비밀합의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우리 쪽의 대화록이 있다. 다만 우리도 녹음을 했었는데 녹음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녹취록을 만들지 못한 거다. 그래서 우리는 수기한 내용들을 가지고 몇몇 사람들이 수정보완해서 만든 대화록만 남아있는 거다.

□ 정문헌 의원은 이 전 장관 등이 반박할 때 우리 측이 녹음한 사실을 숨겼다고 비판했다.

■ 처음부터 녹취록이 없다고 했지 ‘녹취록이 왜 없느냐’는 이야기한 바 없다. 그런데 정문헌 의원 자신은 비밀녹취록이 있다고 했다. 본인이 없는 걸 있다고 한 거니까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3시 비밀 단독회담이 있었다. 비밀녹취록이 있다”, 이 이야기 자체가 전혀 근거 없는 정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요구, “정말 철없는 소리들”
 

   
▲ 이재정 전 장관은 정문헌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사진 - 민족21 백운종 기자]

□ 지금 논점이 되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 국정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하자는 것이다. 국정원장은 열람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첫째 (노무현) 대통령 기록물은 대통령직을 물러나면서 모든 것이 다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하게 지정기록물이 돼서 15년 내지 30년 동안 열어 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법률에 의해서 이것을 열어 보려면 국회의원 제적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열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대통령 기록물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것도 열람용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국정원의 국가정보 기능을 위해 보관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국정원에 있는 자료도 국가기록원에 있는 자료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않으면 열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국정원 고유의 목적을 위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지, 국정원이 누구에게 알려주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국정원에 있는 것은 대통령이 요구해도 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국정원에 있는 것은 열 수 있고 국가기록원에 있는 것은 열 수 없다. 국가기록원에 있는 것은 국회 동의가 있어야 되고 국정원에 있는 것은 국회 동의 없이도 열수 있다면,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두 번째, 국가기록원에 이렇게 중요문서로, 지정기록물로 해놓은 것은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가치와 권위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이다. 만일 정상회담 기록물을 함부로 열어보게 되면 결국 정상회담을 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어떤 국회의원들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 과거 정상회담을 참조하기 위해서 열어봐야 되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정말 철없는 소리들일 뿐만 아니라 도대체 정상회담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 예를 들어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더라도 1,2차 정상회담 대화록을 열어볼 수 없다는 말인가? 1급 비밀 취급 인가증을 가진 사람도 열어 볼 수 없나?

■ 열어 볼 수 없다. 지금은 법률에 의해서 국회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이 없으면 못 열어보도록 돼 있는 것이다. 열어 보려면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

□ 그러면 2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1차 정상회담 대화록을 보지 않고 준비했나?

■ 그래서 그 당시에 내가 1차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직접 정상회담 준비과정과 정상회담 진행에 대한 내용들을 듣고 그것들을 참조했었다.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은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뜻인가?

■ 국회가 3분의 2이상 동의하면 되는데 대선시기에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한다면 국가적 불행이다. 국가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것 아니냐. 법률이 정하는 정신이 그게 아니다.

참 안타까운 건 마치 우리가 열어보지 말자는 주장처럼 들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열어봐야겠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가령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을 위해서 이 문서를 열어보자고 국회에서 결의한다면 얼마든지 열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한 의원이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의혹을 밝히기 위해 열어봐야겠다’고 한다면 이건 말이 안된다. 정문헌 의원 자신이 먼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뭘 봤는지 아직까지 안 밝히고 있다. 이것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 정문헌 의원의 공세는 결국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을 동의하지 않는 문재인 후보의 국가관을 의심한다는 쪽으로 초점이 모아지는 것 같다.

■ 나는 열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회가 3분의 2이상 동의를 받아서 하면 되는데, 목적 자체가 대선이라고 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가적 불행이라는 것이다. 국가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 아니겠나. 법률이 정하고 있는 정신이 그게 아니다.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서 열어본다는 건 이건 말이 아니지 않느냐.

만약 정문헌 의원이 그런 내용을 정말 봤었다면 진작에 그런 내용을 가지고 ‘6.15, 10.4선언 지킬 수 없다’고 했다면 얼마나 정정당당했겠나. 그런데 그런 얘기는 안 하고 있다고 5년 후에 지금에 와서 이러는 것을 나는 참 이해하지 못하겠다. 더구나 정문헌 의원이 이명박 정권 초창기에 통일비서관을 하지 않았나. 그 좋은 걸 왜 밝히지 않았겠느냐.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정말 정문헌 의원이나 박근혜 후보나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저렇게 5년 동안 폐기시킨 상태에서 그것에 대한 책임있는 발언은 없이 ‘그 내용 가운데 이런 것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를 못하겠다. 그런 내용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내용이기 때문에 이건 폐기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겠나. 그런데 그런 이야기 한 마디 없이 이걸 폐기조치한 사람들이 이제 와서 이렇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다.

□ 선거가 며칠 안 남았는데 새누리당이 다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오늘도 거론했는데, 어떤 식으로 대응할 생각인가?

■ 앞으로 선거 운동기간이 3일밖에 안 남았는데, 역시 이 사람들이 더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공세를 하더라도 진실은 하나다. 내가 여러 번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정상회담 과정에서 정문헌 의원이 주장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정문헌 의원은 어떤 경우도 볼 수가 없었던 것”
 

   
▲ 이재정 전 장관은 새누리당의 공세를 '만행'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사진 - 민족21 백운종 기자]

□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라며 따옴표를 붙여가며 인용하는 식으로 말해서 일반인들이 볼 때 직접 대화록에서 베껴쓴 것처럼 보이더라.

■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지금 그것은 볼 수가 없는 문서다.

□ 만약에 봤다면 그것도 문제가 되나?

■ 봤다면 봤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 정문헌 의원이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을 지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나 하는 추론도 있다.

■ 천만의 말씀이다. 첫째, 통일비서관이 그것을 볼 수 있는 1급 자격이 없다. 두 번째,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해도 못 본다. 만약 그것을 국정원이 임의로 보여줬다면 국정원 자체가 법을 어긴 것이 된다.

□ 1급 비밀 취급 인가증이 있으면 볼 수 있나?

■ 1급 자격을 가지려면 통상 장관이나 차관 정도가 돼야 한다. 그리고 1급 비밀 취급인가를 가졌다고 아무거나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그 문건을 볼 수가 있는 것인데, 이번 경우에는 이미 기록물이 대통령 퇴진과 동시에 다 국가기록원에 넘어갔기 때문에 정문헌 의원이 비서관하는 동안은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문헌 의원은 어떤 경우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1급 비밀로 돼서 부처에 보관하고 있거나 청와대에 보관한 문서가 아니고 이미 국가기록원으로 다 넘어간 건이기 때문에 볼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 혹시 국정원에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을 국정원의 협조로 열람했을 가능성은 없나?

■ 그렇다면 국정원에 열람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열람했다면 열람한 날짜와 시간, 목적, 장소, 인물이 다 기록이 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정원 열람 기록도 공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이처럼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저렇게 막 날조해서 이야기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새누리당 측에서 계속 같은 주장을 홍보하면서 대선까지 끌고 간다면 어떻게 되나?

■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말을 더 믿느냐는 것은 국민들 몫이다. 언론에 어떤 보도가 나가더라도 국민이 정문헌 의원 이야기를 더 믿느냐 아니면 저를 비롯한 관계자들, 특히 배석했던 사람들이 정말로 진실을 증언한 내용을 믿느냐 이건 뭐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정말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고려한다면 이런 만행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문헌 의원 등에 대한 법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나.

■ 그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고 민주당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일이고, 아마 이미 정문헌 의원을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새누리당이나 정문헌 의원이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의 하나가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양보하려고 했다. 북측 입장을 거들려고 했다’는 식의 내용인 것 같다. 이같은 맥락에 대해 어떻게 보나?

■ 완전히 거짓말이다.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나가기 전에 충분히 준비단계에서 의견들을 다 나누고, 그 준비단계에서 확정된 의견을 가지고 나가는 거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적인 어떤 판단이나 의견을 갖고 나간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국가적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그렇게 가볍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외교안보조정회의에서 충분히 검토가 되고, 전문가그룹에서 충분히 논의가 되고 기획단과 준비위원회의 마지막 검증과정을 거쳐서 대통령께 보고된 범위 안에서 대통령도 회담에 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본다면 지금 정문헌 의원이나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내용들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이다.

□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이번 18대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는데, 이번 대선에 대한 바람이나 하고 싶은 말씀은?

■ 이번 대선을 통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저지른 폐정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선거라고 하는 것은 지금 정권에 대한 심판이지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이 아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자꾸 참여정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참여정부를 끌어들이려 하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이 과거 이명박 정권 5년에 대한 심판을 어떻게 하느냐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로 이번 선거는 이상하게 역사의 재판이 되고 말았다. 가령 쿠데타에 의한 유신정권이 저지른 여러 가지 일들, 군사정권의 문제 등이다. 왜냐하면 박근혜 후보가 바로 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역사에 관한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이슈로 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국민이 역사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가지고 평가를 해내는 선거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 번째는 역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걸 뛰어넘어서 남북 간에 정말 평화와 통일을 위한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판단을 해내는, 다시 말하면 6.15와 10.4정상선언이 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 정말 완전히 폐기되다시피 하지 않았느냐. 이런 문제를 놓고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분명한 판단을 해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에서 분명한 것이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대한 가치, 그리고 실천의지가 의제가 돼야 역사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6살 아이의 생이빨을 뽑는 고문

6살 아이의 생이빨을 뽑는 고문

 
청전 스님 2012. 12. 14
조회수 9375추천수 0
 

me-zoargues-juin-.jpg

티베트총사령관의 아들 목촉린포체

 

 

 

며칠 전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왔다.

 

멀리 프랑스 땅 남부 마르세이유에서다. 너무 반가웠고 그 옛날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죽 이어진다. 이 스님(목조: MogChok 린포체)과의 인연은 필자와 유별났다. 그것도 필자가 첫 인도 땅, 이곳 다람쌀라에 1987년 첫 발을 디디면서다. 유달리 왜소한 몸매와 병색이 짙은 모습에 보기가 좀 그랬다. 늘 소화가 안 되고 속 쓰림의 고통을 하소연 한다. 그러다가 일 년 후에 정식으로 티벳 불교 수학으로 다시 왔을 때서야 이 스님의 사정을 알아 차렸다. 필자와 동갑 나이로 당시 서른다섯 살인데도 어찌 치아가 하나도 없는 어설픈 틀니를 하고 있었다. 왜 벌써부터 치아가 없느냐고 물으니 그냥 웃음만 지었다.

 

1959년. 우리가 다 알다시피 중국이 티벳을 무력 합병과 함께 마지막 방법으로 달라이 라마는 측근과 비밀리에 인도 땅에 망명을 시도한다. 이때 만일 한시 한발이 어긋난다면 탈출은커녕 망명객 모두가 생명은 고사하고 이 지구촌에서 흔적도 없어질 그런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때 탈출을 도맡은 최고 군인 책임자가 바로 이 스님의 아버지였다. 티벳군 야전 총사령관이었던 것이다. 탈출 시 누구에게도 이 기밀을 얘기 할 수도 없었기에 집에 있는 가족에게도 어떤 언질조차 할 수가 없었던 극비의 문제였던 것이니 말이다.

 

그러면 달라이 라마 일행의 인도 망명 이후 티벳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말할 것도 없이 탈출에 가담한 측근 일행의 가족 친지부터 혹독한 조사가 된 것은 당연, 일차로 그 스님의 가족이 무서운 고문과 폭력의 조사를 받았다. 얼마나 그 조사가 심했겠는가는 그 스님의 어머니는 연행 되자마자 감옥에서 고문으로 며칠 안에 죽고 만다. 얼마나 심한 고문이었을까 상상이 간다. 그때 이 스님은 여섯 살, 그런대도 생 이빨을 빼는 혹독한 고문과 함께 아버지가 어디 있는가를 밝히라는 것이었다.

 

이후 천만다행으로 죽음까지는 면했어도 그 어린 나이에 감옥이라니. 그것도 십년이 넘는 감옥생활이라니.

지금처럼 열린 이 시대에도 중국내의 판첸 라마(본명: 최기 니마 린포체)는 나이 일곱 살 때부터 지금까지도 감금 상태이니, 60년 전의 티벳 상황은 어땠을까 짐작하고도 남는다. 세계 최연소 나이로 감옥에 있음은 세계 인권단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일이기도하다. 물론 지금까지도 공산당에서 임명한 가짜 판첸 라마가 그 역할을 공산당 구미에 맞게 충실히 해내고 있다.

 

막상 감옥에서 나왔을 때도 삶에 문제가 컸단다. 가족이나 친인척이 거의 죽고 흩어진 상태였으니까. 그래도 자기는 어린 나이에 이미 어느 고승의 환생자, 즉 린포체로써 승가에 있어왔는데 밖에 나왔을 땐 자기가 있던 절이 다 파괴되어 실제로 승가가 없어진 현실이었다. 린포체로써 해야 될 공부나 승려로써 어떤 승가교육이나 자리매김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인도로 넘어오는 계기를 만들어 천신만고 끝에 1987년 살아 넘어 올 수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막상 넘어와서도 친부인 티벳 총사령관이었던 아버지는 몇 해 전 돌아가셔 만나 볼 수도 없었다. 바로 이 때 필자와 첫 조우였다. 이후 필자에 소속된 불학 연구소에서 근 십년을 함께 생활 할 수 있었다. 혈육으로는 친누나가 지금 이곳 다람쌀라에 살고 있다.

 

티벳 전통 승가에서는 린포체라면 수행원과 수족이 있게 되지만 이 스님의 상황은 너무도 달랐다. 자기 개인 혼자 달랑 남아 있는 꼴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해야 할 승가 교육이 전혀 안 된 것이었다. 그래도 늦었지만 이곳 다람쌀라에 있는 불교학당에서 기초 불학을 공부할 수가 있었다. 필자도 그곳에서 티벳말 부터 배워온 인연 터로 지금까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인도 체류 비자 문제도 그 학당의 학생으로서 뿌리를 두고 이 나이에도 학생 비자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다행히도 프랑스 불자들의 주선으로 10여 년 전 이곳을 떠나더니 조그만 절을 꾸며 지금은 승가의 어른이 되어 민중의 귀의처로써 잘 계신다는 연락에 너무도 기쁜 마음이다. 유럽 방문 길에 꼭 자기를 찾아달란다.

 

지금 티벳내의 종교적인 상황은 참 암담하다. 이미 매스컴에 잘 알려진 대로 종교 자유와 달라이 라마의 환국을 요구하며 분신자만 근 백 여명에 이른다. 공식적으로 오늘까지 밝혀진 분신자만 94명에 이른다. 오늘도 이곳 큰 법당에서 추모회가 있었다. 현재 티벳내에서는 우선 감시와 어떤 자유로운 종교행사를 제약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중국 공산당에서 주장하는 “서장 자치구의 종교자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분신이 있고나서는 그 모든 책임을 달라이 라마의 사주라고 몰아 부친다.

 

달라이 라마는 몇 번이나 천명을 해왔다. 불법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어떤 자해나 분신을 삼갈 것을 누누이 말해왔다. 이번 중국 최고 통치권자로 등극한 시진핑은 분신을 돕거나 방조한 사람에게도 사형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선언 했다. 또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이곳 달라이 라마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필자가 이 한자리에서 25년을 티벳 난민들과 함께 하면서 꼭 불교를 위하고 달라이 라마를 위해서 티벳이 자유 독립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 인간의 때 묻지 않은 인간의 영혼을 지닌 민족으로써 세계의 마지막 인류의 빛으로써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티벳 땅을 여행한 사람은 그저 독특한 풍경을 구경하는 여행이 아닌 티벳 사람을 만나본 이후에 느끼는 순수한 참인간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들을 만나보고는 누구나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거듭 생각해 보게 하는 인류의 마지막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 한민족과 가장 가까운 몽골리언의 조상이며 시조이기도 한데서 더욱 애정과 관심이 일어나는 것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우리 한국 땅의 착한 민중들이 티벳내에 벌어지는 인권탄압에 남 일로 보며 무관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겨울 입구에서 티벳 장탕 고원의 혹독하게 추운 유목민이나 승가의 착한 스님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숙연해진다. 필자에게 겨울이 오면 생각이 깊어지는데 오늘따라 심한 악천후에 눈발이 진해간다. 20년 전 1993년 도보 카일라스 성산 순례가 내 일생 수행 길에 어찌 잊혀 질 수가 있겠는가. 끝까지 법에 희망을 두고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용감한 그러나 비폭력의 티벳족으로 그리고 인류를 지킬 순수한 인간의 영혼을 지닌 사람으로 길이 남아지기를 기원한다.

 

2012년 12월 천축 겨울 스물다섯 번째를 지내며, 비구 청전 두 손 모음.

 

 

 

관련글

청전 스님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광주 대건신학대에 다니다 송광사 방장 구산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1988년 인도로 떠나 히말라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었다. 매년 여름 히말라야 최고 오지인 라다크를 찾아 고립된 티베트 스님들과 오지 주민들에게 약과 생필품을 보시하고 있다. 어느 산악인보다 히말라야를 많이 누빈 히말라야 도인.
이메일 : cheongjeon91@hanmail.net

최신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보수언론 ‘북 로켓 잔해’ 들고 ‘박근혜 구하기’

보수언론 ‘북 로켓 잔해’ 들고 ‘박근혜 구하기’
(블로그'사람과세상사이' / 오즈르디 / 2012-12-15)
 

두 차례 TV토론과 ‘안철수 효과’가 반영된 모양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상승세’가 뚜렷하다. 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TV토론과 ‘안철수 효과’ 더해지며 문재인 상승세

<한국일보>가 지난 12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45.3%로 박 후보(44.9%) 보다 0.4% 높게 나타났다. <헤럴드경제>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박 후보(47.8%), 문 후보(47.7%)로 격차가 0.1%에 불과했다.

SBS가 지난 12일 실시한 ‘패널조사’에서도 근소하지만 두 후보간 지지율에서 박근혜 45.8%, 문재인 46%로 문 후보가 0.2% 높았다. <문화일보>와 ‘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서는 박 후보 42.8%, 문 후보 41.9%로 격차가 0.9%밖에 나지 않았다.

이런 초박빙 상태에서 두 가지 ‘대형 사건’이 터졌다. 국정원 여직원이 오피스텔에서 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려왔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새누리당 간부가 등록이 안 된 불법 사무실을 운영하며 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사실이 선관위에 의해 적발됐다.

▲문재인 비방 댓글 의혹 국정원 여직원

문재인 추월직전 박근혜 앞에서 터진 두 사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터지자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향해 ‘증거를 내놓으라’며 압박하는 동시에 국정원 여직원이 선관위 직원과 경찰과 대치 중이던 상황을 ‘불법 감금’이라고 주장하는 등 역공을 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흑색선전이라고 규정한 뒤 “공당이 젊은 여성 한명을 집단테러한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선관위가 적발한 새누리당 간부의 불법선거운동 사실은 박 후보의 ‘흑색선전’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7명을 고용해 SNS에서 문 후보와 민주당을 비방하는 글을 수개월 동안 올리면서 이를 안상수 새누리당 가계부채특별위원장에게 수시로 보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사무실 임대비용도 새누리당 선대위 측이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새누리당 SNS 미디어단장’ 명함과 박근혜 후보 명의의 임명장 800여장 등 확고한 물증이 발견됨에 따라 선관위는 사무실 운영자인 윤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남부지검은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

▲선관위가 입수한 새누리당 간부 불법선거운동 증거(출처: 뉴시스)

‘흑색선전과의 전쟁’ 말하자마자 새누리 간부 선거법위반 수사착수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은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야당과 정면으로 맞서던 박 후보가 당 간부의 불법선거운동과 관련해서는 언급조차 회피하고 있다. 증거가 확실하고 검찰이 이미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공세를 ‘흑색선전’으로 몰아가려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박 후보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이런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대통령 비방하는 댓글 하나 달아도 컴퓨터 내놓으라고 폭력정치, 공포정치 하지 않겠나”라고 핏대를 세워 문 후보를 비방하던 박 후보가 ‘역풍’을 맞게 됐다. 네거티브 하지 말라고 역공을 펼치다가 제 스스로 넘어지고 만 꼴이다.

물증이 확고해 새누리당 간부의 선거법 위반 사실은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 됐다.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측이 펜션을 임대해 전화홍보원 20명을 고용하고 불법선거운동을 하다 적발된 사실이 있다. 이 사건으로 5% 이상 앞서가던 엄 후보가 최문순 후보에게 고배를 들고 말았다.

다급해진 보수언론 ‘박근혜 구하기’

문 후보의 상승세가 계속되는 시점에 불거진 ‘댓글사건’과 ‘당 간부 불법선거운동’ 여파로 박 후보 진영이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선거는 나흘 앞으로 다가 왔다. 이러자 다급해진 보수언론들이 황당한 방법으로 ‘박근혜 구하기’에 나섰다.

보수신문과 방송은 어제(14일) 일제히 북한 로켓 잔해물 회수 소식을 메인뉴스로 올렸다. 15일자 <조선일보>는 1면의 거반을 북한 로켓 등 북한 관련 뉴스로 장식했다.

 

북한 로켓 잔해물 공개는 의외였다. 국방부는 14일 오전만 해도 로켓 잔해물 수객과 관련해 일체 공개하지 않겠다는 게 국방부의 확고한 입장이었다. 불과 서너시간만에 국방부가 말을 바꾼 것이다.

“잔해 수거활동과 수거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 없다”던 국방부가 스스로 말을 뒤집고 수거과정을 상세하게 브리핑하며 잔해물을 언론에 공개한 이유가 뭘까? 또 보수언론들이 로켓 잔해물 수거 소식을 톱뉴스로 다룬 이유가 뭘까?

 

▲북한 로켓 잔해물 수거 관련 소식을 상세하게 보도한 KBS

북한 로켓 잔해물 공개, 국방부와 보수언론의 노림수는?

국방부와 보수언론의 ‘노림수’가 서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사실조차 몰라 ‘위성사진 판독 능력조차 없느냐’는 질타를 받던 국방부로서는 ‘은하’라는 한글이 선명한 잔해물을 공개함으로써 여론 환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는 계산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질타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란 얘기다.

보수언론에게도 북한 로켓 잔해물은 그런대로 용도가 있는 물건에 해당한다. 위기에 봉착한 박 후보를 구할 수도 있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로켓 잔해물을 영상과 기사로 집중 노출키면 ‘댓글사건’과 불법선거운동 사건에 꽂혀있는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효과가 가능할 수 있다.

 

국방부는 ‘안보 무능’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는 ‘여론환기 용’으로, 보수언론은 위기에 처한 박근혜 구하기 카드로 들고 나온 북한 로켓 잔해물, 그들의 의도대로 될까? 박근혜 진영이 많이 초조한 모양이다. 예전의 그 ‘대세론’은 어디로 증발한 걸까?

 

오주르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목사를 버려야 교회가 산다! 정말로?

[프레시안 books] 양희송의 <다시, 프로테스탄트>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14 오후 6:39:05

 

나는 양희송과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몇 차례 토론의 자리에서 논쟁의 상대편으로 만났고, 그가 쓴 에세이 몇 편을 읽었으며, 페이스북에 쓴 그의 짧은 글들을 읽었다. 그리고 그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고, 그에 관한 기사들 몇 편을 보았다. 아, 토론 모임이나 책을 기획하면서 그와 전화 통화를 길게 나눈 적도 있다. 이게 전부다. 해서 그의 깊은 생각이나 습관, 가족관계, 개인 이력 등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한국 개신교에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는 안다. 그는 한국 개신교를 진단하고 비평하며 대안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의 하나이고, 내가 보기에, 그중 가장 돋보이는 사람에 속한다.

여기서 하나 짚어둘 것은 그는 교회에 신세진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대다수도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이고,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가 존경하는 대다수 사람들 또한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해서 그의 신랄한 교회 비판으로 가장 아파하는 이는 바로 그 자신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에 관한 정보로는 그렇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진정 '내부 고발자'다.

10년 전 어느 신문의 고참 기자가 민중 신학에 관한 나의 책을 소개하면서 "교회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라고 평했다. 과분한 지적에 감사하지만,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아니 이제야 절감한 것인데, 그 말은 내게는 타당하지 않다. 왜냐면 나는 이미 그 무렵 한국 개신교에서 사실상 떨려나간, 존재감 없는 목사였다. 해서 아무리 독설을 해도 들어줄 이가 거의 없었고, 기독교에 남겨둔 정신의 유산도 거의 없었다.

당시 내가 강연을 하면 거의 예외 없이 받아야 했던 질문은 '당신도 기도를 하는가'였다. 물론 나는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연기였을지도 모른다. 혹은 아직 한국 교회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확인하려는 버둥거림인지도…. 하여 나는 그 고참 기자가 내게 부여해준 그 가슴 아픈, 숭고한 칭호를 그에게 넘긴다.

<다시, 프로테스탄트>(복있는사람 펴냄), 이 책을 양희송은 "개신교 내부자의 입장에서" 쓴다고 했다(16쪽). "한국 개신교에 대한 소란스러운 진단과 부적절한 처방에 대한 하나의 항의"(15쪽)를 표하는 그의 자리다. 이런 맥락에서 필경 나의 여러 글들도 이 "소란스러운 진단과 부적절한 처방"에서 벗어나진 못할 것이다. 왜냐면 안타깝게도 나의 글 어느 것도 "교회를 설득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15쪽) 때문이다. 그의 논지를 따라 추론하면 그것은 내가 '외부자'에 다름 아닌 자리에서 비평을 했기 때문이다.


▲ <다시, 프로테스탄트>(양희송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복있는사람
btn

실은 나는 교회를 설득하려는 데 관심이 없다. 더 정직한 말은 내가 무엇을 말해도 교회는 나에게 설득당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개신교에서 나는, 보수에서든 진보에서든, 의미 있는 역할을 해보지 못했다. 반면 그는 복음주의 그룹에서, 특히 젊은 층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그럴만한 자질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가 의도한 대로 한국 개신교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재구성의 단초"가 될 만하다(17쪽).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장('현실')에서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둘째 장('오해')에서 그 진단을 추상화해서 문제의 원인을 세 가지로 해석해 내고, 마지막 장('전환')에서 대안을 논한다. 전체적으로 그 개요는 간명하다. 지난 30년간 한국 개신교를 추동했던 (대형) 교회 중심 패러다임이 좌초하고 있다. 그 원인을 추상화하면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로 요약된다. 한데 이 셋은 프로테스탄트의 기본 정신에서 벗어난 결과다.

하여 대안은 어떻게 그 본래의 정신에로 되돌아갈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이 책의 제목 '다시 프로테스탄트' 바로 그것이다. 이를 그는 '교회 중심 패러다임에서 기독교 사회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대형 교회를 개혁하는 것이 아닌, 개신교 전체의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교회 전체를 아름답게 재구조화하는 교회 생태계, (복음주의적) 지식의 저변을 형성하는 지식 생태계, 그리고 시민 사회와 교회를 공공적으로 엮어내는 시민 생태계가 있다. 이렇게 프로테스탄트의 기본 정신에 따라 기독교 사회적 생태계를 재구조화함으로써 한국 교회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큰 틀의 논지에 대해서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단지, 내가 잘 독서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권의 책이 이렇게 간명한 논지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그만큼 흐름을 흐트러뜨리는 군더더기가 별로 없다는 뜻이겠기 때문이다. 복잡한 걸 선호하기도 하거니와 어느 순간에 흐름을 놓치고 미궁에 빠지곤 하는 나의 허우적대는 문투와는 대조적이다.

그렇지만 책 전체를 통제하는 그의 집중력에도 불구하고, 그 큰 틀의 논지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한국 교회가 직면한 위기들의 요체로 제기한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 이 세 가지는 많은 이들이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한 것들이고, 그것들이 프로테스탄트적 기본 정신을 망각한 결과라는 주장은 상투적이기까지 하다. 저자가 여러 차례 말하고 있듯이 이 책에서 사용하는 '프로테스탄트'라는 용어는 비역사적인 이념형적 개념이 아니라 서양 중세 가톨릭의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적 개념이다(88쪽). 그렇게 탄생한 것이 '만인 사제(萬人 司祭)의 원칙'이고 '정교분리 원칙'이라면, 그리고 이것들이 그가 말하는 프로테스탄트 기본 정신의 핵심 요소들이라면, 이런 정신으로 구축된 교회는 과연 역사적으로 새로웠던가? 그 정신에 입각해서 세워진 근대 유럽의 개신교 교회들은 오늘 한국의 교회보다 과연 나았던가?

좀 더 신랄하게 말하면, 만인 사제의 원칙이 (모든 이들의 사제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후들이 자신의 영지에서 가톨릭 교회의 사제권을 대체하려는 욕구와 종교 개혁가들의 반가톨릭적 신학이 결탁한 결과였다는 해석, 그리고 정교분리의 원칙이 국가 권력과 종교 권력 간의 정치적 야합을 위한 종교적 도구였다는 해석, 이런 해석들이 프로테스탄트 정신의 역사적 실체를 더 잘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프로테스탄트 기본 정신을 그 역사성과 분리된 이념형으로 얘기하지 않는다면 역사적 프로테스탄트 운동의 부정적 측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반대로 비역사적 이념형으로만 이해한다면 그 함의를 아무렇게나 도용해온 정통주의적 개신교 신학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 누구든 프로테스탄트의 기본 정신 운운하는 이는 이런 딜레마를 쉽사리 극복하지 못한다.

물론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해서 나는 '다시, 프로테스탄트!'라는 테제보다는 그 테제와 대결하면서 우리시대의 문제의식에서 새롭게 상상을 펴는 '새로운 프로테스탄트!'라는 테제를 선호한다. 실제로 1986년 일단의 선배 민중 신학 연구자들이 선언한 '새로운 교회 패러다임'을 나는 내 신앙의 주축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다. 아무튼 그가 말하는 '새로운 생태계' 운운하는 말은 아직 시민이 형성되기 이전의 패러다임인 프로테스탄트 이상보다는 '시민 이후'의 관점으로 교회를 새롭게 재구조화하자는 것이니 '다시, 프로테스탄트'보다는 '새로운 프로테스탄트'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여 나는 그의 큰 틀의 논지를 우호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의 힘은, 내가 보기엔, 디테일에 있다. 특히 개신교 성직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과 대안은 인상적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성직주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목사가 "전문직인가 일반직인가"를 묻는다(92쪽). 기독교가 국가 종교로 재탄생하던 4세기 초 이후 전문직으로서의 성직이 제도화되었다. 성만찬 등 신앙 의례를 독점하였고 교회의 재산권 행사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장악하였다. 그리고 전문 교육을 받고 소정의 엄격한 통과의례 거치는 성직자 양성 제도가 국가적으로 공식화된다.

또한 주위의 다른 건조물과 확연히 차별화된 화려하고 웅대한 교회의 건축 양식과, 일요일 제도를 통해 정례화된 집회의 비일상적 양식, 그리고 성직자만의 독특한 의복 양식 등은 신자 대중으로 하여금 성직자-평신도의 비대칭적 이분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이렇게 시작된 성직자의 구별 짓기 장치는 시간과 공간의 심대한 간격을 가로질러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데 전문직으로서 성직의 견고한 배타적 위상은 한국 교회의 급속한 팽창 과정에서 교란된다. 그 팽창률에 맞추어 신학생 정원을 최대화하였고, 그것으로도 수요를 다 충원할 수 없어 국가의 학력 인정 제도를 벗어난 속성의 양성 기관들이 수없이 세워졌다. 하여 목회자는 전문직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일반직'화되었다는 것이다(94쪽).

문제는 개신교 교세의 팽창이 멈추고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기에 돌입하게 되면서 표면화되었다. 목회자 수급 제도가 지나친 공급 과잉의 상황으로 반전된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추적하는 2005년 인구 통계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가 1.4퍼센트 감소했음에도 신학생 수와 교회 수는 현격히 늘었다. 이것은 신학생 미취업자와 폐업한 교회가 현저히 늘어난 현상과 맞물린다. 또 교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 미자립 교회가 전체의 70~80퍼센트에 달한다는 추정 보고도 있다. 이는 소수의 대형 교회 목회자를 제외한 절대 다수의 목회자의 생계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전문직과 일반직의 어법이 얼마나 적절한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그의 논지를 따라 이해하면, 그의 해석은 대단히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형성한다. 그 출발점은 전문직으로서의 성직은 중세적 교회의 성직자 권력 독점주의를 정당화하는 구별 짓기의 장치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 제기다. 한데 한국 교회의 과속 성장은 목회자 수를 제한하는 것을 요체로 하는 전문직으로서의 성직의 위상을 격하하여 상당 부분 일반직처럼 전화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는 구별 짓기 장치가 이완되었다는 의미를 수반한다. 즉 목회자 자신도 '성직으로서의 직업'보다는 '직업으로서의 성직'에 더 집착하게 했고, 신자 대중도 목회자에 대한 존경을 상당 부분 철회하고 하나의 직업처럼 바라보게 했다.

이것은 중소형 교회의 목회자들에게는 생계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즉 많은 중소형 교회의 목회자들은 생계의 문제에 집착하면서 직업으로서의 성직을 수행한다. 또 대형 교회의 목회자는 권력 독점 체제를 계속 유지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지만, 그것을 숭고하게 포장해왔던 구별 짓기 장치가 무너짐으로써 권력 욕구에 몰입하는 양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이러한 스토리라인은 그의 결론 부분 논지와 절묘하게 결합된다. 그의 성직주의 비판은 프로테스탄트의 기수였던 마르틴 루터의 '만인 사제론'을 불러들여 '크리스천 리더십'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어짐으로써 대안 제시로 귀결된다. 이른바 '평신도 지도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이들이 교회에서 유의미한 발언권을 갖게 됨으로써 신앙 제도에 대한 목사의 권력 독점 체제를 해체하고 수평적이고 대화적인 공동체로의 교회 개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건강한 교회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평신도 지도자들이야말로 크리스천 지식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주체이며, 시민 사회와 네트워크되어 공공성의 확대를 위해 유의미한 기독교로 재탄생하게끔 이끄는 시민 생태계의 주역일 수 있다. 하여 성직주의에서 크리스천 리더십으로의 전환은 교회 중심 패러다임에서 기독교 사회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주장은 1952년 안병무를 연상하게 한다. 그는 '목회론―내가 만일 목회를 한다면'이라는 글에서 목사의 권력 독점의 제도적 장치로서의 교회를 해체하고, 수평적 공동체로서의 '평신도 교회'를 주장했다. 그 전 해에 그는 한국 전쟁으로 뿔뿔이 흩어진 일신회 동료들 몇과 함께 평신도 수도자 공동체를 만들었다. 일신회는 해방 직후 서울대학교의 기독학생회 내에 만들어진 신앙 공동체 분파로, 이념적 노선 투쟁이 한창이던 시절에 좌와 우에 가담하지 않고 사회와 교회의 개혁을 상상하던 이들의 모임이었다. 내 생각에는 안병무와 일신회 동료들의 자의식은 양희송이 말하는 '세속 성자'(220쪽)의 이상과 유사하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교회가 향린교회였다. 여기에서 수도자적 생활 공동체의 일원이던 이들이 안병무와 일종의 평신도 사제로서 공동 목회를 하였다. 그들은 각기 자기의 전문적 소양으로 교회의 사역에 참여하여 역할을 분담했으나(해서 안병무는 이를 '그룹 목회자 운동'이라고 명명하였다), 목회자라는 직업을 갖지 않았고 각기 자신의 전문성으로 생계 노동을 하였다. 이러한 교회 양식을 안병무는 '입체적 교회'라고 불렀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를 자족적 신앙 공동체가 아니라 생활과 밀착된, 하여 시민 사회와 삶을 나누는 신앙 공동체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꿈을 담아보고자 했다.

한데 1인의 목회자를 특화시키고 그의 역할을 성화시키는 방식의 교회 모델이 목회자의 욕구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되었듯이, 다수의 평신도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교회 모델 역시 그이들의 욕구 때문에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안병무는 이 실험을 실패로 자인했고, 평신도 지도력이 가족주의적 욕구와 충돌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이상이 좌초했다고 진단했다.

양희송은 크리스천 리더십의 덕목을 얘기했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가 그것이다. 안병무도 수도자적 자의식을 말했다. 필경 이런 개개인의 덕목들이, 혹은 수도자적 수련이 그들 자신의 욕구를 더 잘 통제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안병무가 진단했듯이 '준비된 리더십'의 역량이 그들 자신의 사적 욕구에 의해 압도되는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안병무의 이 실패의 해석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인의 지도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대신 덕목을 갖춘 '잘 준비된' 지도자들이 권력을 분점하는 모델은 종종 '신뢰의 제도'가 직면하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그것은 잘 준비된 지도자들이 평범한 다른 이들보다 더 잘 공동체를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다. 하지만 그런 덕목들은 종종 실패를 관리하는 데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곤 한다. 가령 최근 안철수와 문재인 간의 '아름다운' 단일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이 두 인물이 누구보다도 정치적 욕구를 조절할 줄 아는 자기 덕목을 갖추었다는 점에 주목했었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그 단일화는 전혀 아름답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권력 분점을 추구하는 공동체는, 지도자들의 덕목을 통한 '신뢰의 제도'보다는, '불신의 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실패를 관리하는 제도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불신의 제도는 임기제다. 그리고 임기제는 일정 기간 공동체를 운영할 이를 선발하는 제도를 필요로 한다. 뛰어난 덕목을 갖춘 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임기제와 선발 제도는 가장 훌륭한 이를 선발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즉 임기제와 선발 제도 같은 불신의 제도들은 덕목을 갖춘 지도자를 선발하고자 하지만 동시에 덕목에 의존하는 공동체성을 해체한다.

하여 나는 양희송의 후속 저작을 기대한다. 거기에는 덕목들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불신의 제도에 관한 서술과, 이런 제도들의 덕목 해체적 측면이 갖는 장점과 단점에 대한 구체적 물음이 다루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새로운 교회 생태계를 위해 공동체의 적정 규모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안병무는 초기에 적정 규모를 150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말년에는 50명으로 축소했다. 이때에는 수도자적 지도자들의 그룹 목회가 아니라 평범한 교인들 간의 '대화'를 강조했다. 한편 만약 규모가 그 적정치를 넘게 되면 '분가 선교'를 하자고 제안했다.

아무튼 이 책에서 프로테스탄트의 정신을 다시 되새기자는 주장은 1인 대신에 소수의 자기 초월적 지도자들의 덕목 운운하는 얘기와 맞물린다. 하지만 프로테스탄트 당대에는 아직 시민이 형성되지 않았다. 반면 양희송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민 이후의 패러다임으로서의 새로운 교회 생태계, 나아가 기독교 사회 생태계를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위에서 부가한 소수 엘리트주의에 대한 비평에 대해서 그는 자신에 대한 오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주장은 '다시, 프로테스탄트'가 아니라 '새로운 프로테스탄트'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다시'와 '새로운' 사이에서 교회 생태계의 재구축을 위해 더 많은 토론을 해야 할 것 같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메일보내기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문재인 '광화문 대첩'에 안철수 깜짝 등장

문재인 '광화문 대첩'에 안철수 깜짝 등장

15일 문재인 후보 유세현장 방문... 보수언론 '지지 철회' 예측 무색

12.12.15 17:45l최종 업데이트 12.12.16 05:26l
조재현(bleedspiral)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 대첩' 유세 도중 '깜짝 등장'한 안철수 전 후보에게 노란 목도리를 선물받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 대첩' 유세에 깜짝 등장한 안철수 전 후보가 노란 목도리를 둘러주며 문 후보를 껴안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 대첩' 유세에 안철수 전 후보가 '깜짝 등장'해 노란 목도리를 둘러주며 문 후보를 꼭 껴안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 대첩' 유세에 안철수 전 후보가 '깜짝 등장'해 노란 목도리를 둘러주며 문 후보를 껴안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대첩' 유세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많은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조재현

관련사진보기


[기사 보강 : 15일 오후 8시 20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15일 '광화문 대첩' 유세에 안철수 전 대통령 예비후보가 깜짝 등장했다.

이날 오후 5시 49분께 연단에 오른 안 전 후보는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아냐, 내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아냐"고 물었다. 시민들이 입을 모아 "문재인"이라고 외치자 안 전 후보는 "지금 대답대로 투표하실 거냐, 믿어도 되겠냐"라며 "여러분을 믿겠다, 고맙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선거) 과정이 이렇게 혼탁해지면 이겨도 절반의 마음이 돌아선다"며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에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는 보수언론의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예측을 무색하게 하는 안 전 후보의 등장에 문 후보도,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10만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5000명)의 시민도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문 후보는 이에 화답하듯 "올해 세 번째 선거를 치르는데 수많은 흑색선전, 네거티브를 당해오고도 나는 일체 네거티브 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선거를 했다고 자부심을 갖는다"며 "그동안 국민들은 네거티브에 현혹되지 않고 정정당당한 쪽을 택해줬고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 옆에 선 안 전 후보가 가만히 박수를 쳤다.

안철수 등장에 문재인 "선거 끝날 때까지 네거티브 하지 않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 대첩' 유세 도중 '깜짝 등장'한 안철수 전 후보에게 노란 목도리를 선물받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 대첩' 유세에 안철수 전 후보가 '깜짝 등장'해 노란 목도리를 둘러주며 문 후보를 꼭 껴안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대첩' 유세에서 환호하는 시민과 지지자들에게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문 후보는 "남은 며칠, 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새누리당이 아무리 불법적은 흑색선전 네거티브를 해도 나는 끝까지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선거를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와 나는 끝까지 대선 승리해서 정권교체에 이르고 새 정치를 반드시 함께 이루겠다"고 외쳤다. 안 전 후보는 또 다시 박수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제 안 전 후보가 화답할 차례다. 그는 자신이 메고 온 노란색 목도리를 벗어 문 후보 목에 둘러줬다. 두 사람의 포옹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안철수", "문재인"을 번갈아가면서 연호했다. 이에 두 후보는 손을 맞잡고 만세를 하며 시민들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회를 맡은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우리가 이겼다"고 외쳤다. 10만 여 명의 시민도 "우리가 이겼다"를 외쳤다. 안 전 후보가 무대에 오른 것은 채 10분에 미치지 못했지만 '광화문 대첩'은 뜨겁게 달궈졌다.

5년간 가슴 아팠던 일... '쌍용차, 용산, 언론인 해직, 반값등록금, 노무현 서거'

문재인 후보를 향한 지지의 물결이 넘친 광화문 일대는 유세 예정 시각 2시간 전부터 모여든 시민들로 북적댔다. 오후 4시 유세가 시작될 때 쯤에는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 뒤까지,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그 앞 인도를 다 채울 만큼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정권교체'라 적힌 노란색 바람개비를, '문재인(투표인)2겼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문 후보를 기다렸다. 탁 교수는 "광화문 일대를 완전히 점령했다"며 "고개를 못 돌릴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왔다, 이겼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8일 광화문 유세에 이어 '앵콜 광화문 대첩'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 이날 유세에는 지난 5년간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일을 전할 사람들이 무대에 올랐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심리 치유센터인 '와락'의 정혜신 박사는 "송전탑에 올라가서 고공농성하는 이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 힘없이 밀려난 많은 이들의 엄마가 되어줄 지도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문재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가 남은 나흘 동안 문재인 후보의 엄마가 돼줬으면 좋겠다, 문 후보에게도 따뜻하게 감싸줄 엄마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정연주 전 KBS 사장은 "2008년 8월 KBS 사장 자리에서 해직됐다, 나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20명의 후배가 해고되고 457명이 정직, 감봉, 좌천됐다"며 "이분들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12월 19일 새로운 정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학생인 김하경씨는 "반값등록금 해준다고 약속한 분들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표를 달라고 한다, 더 이상 희망고문 하지 말라"며 "우리를 몇 개의 표로 보지 말라, 반값등록금을 해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참사로 시아버지를 잃은 정영신씨는 "남편은 용산참사로 아버지를 잃고도 죽음의 책임자로 감옥에 있다"며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친 철거민들, 노동자들 우리가 모두 사람이다, 박근혜 후보만이 아니라 문재인 후보도 용산참사 유가족을 만나지 않았는데 진정 사람이 먼저라면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대첩' 유세에서 가수 이은미씨와 손잡고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 대첩' 유세장을 찾은 한 어린이가 목말을 탄 채 문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 대첩'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이 '노무현의 죽음' 영상을 보다 흐느끼거나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어 연단을 채운 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영상이다. 10년 전인 200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노 전 대통령이 '본인이 대통령감이 된다'는 이유로 "내가 아주 존경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둔 것이 자랑스럽다, 나는 대통령감이 된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다"고 외친 장면이 담겨 있었다.

탁 교수는 "지난 5년간 가장 가슴 아프게 한 게 무엇이냐, 단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라며 "어쩌면 우리의 절망, 슬픔을 모두 노 전 대통령이 지고 가신 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유세 때 노무현 대통령 얘기를 하지 말라는 충고를 너무 많이 들었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노무현 대통령님 너무 걱정 마세요, 여기는 우리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몇몇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문재인 지지' 연설 영상 후 문재인 등장... "승리는 우리의 것"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대첩' 유세에서 환호하는 시민과 지지자들에게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 대첩'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이 "대통령 문재인"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대첩' 유세에서 환호하는 시민과 지지자들에게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대첩' 유세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수많은 시민과 지지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조재현

관련사진보기


이어서 등장한 것이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는 "염려 마십시오, 제가 이깁니다"라며 "대세가 이미 기울었다, 대선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문재인"을 연호했고, 문 후보는 주먹 쥔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문 후보는 "제2의 용산, 제2의 쌍용, 제2의 언론인 수난 시대가 이어지는 정부냐 이를 치유하고 다시는 그런 일 생기지 않게 하는 정부냐를 택하는 게 이번 대선"이라며 "국민을 위에 모시는 그런 정부를 택해주겠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청와대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깜짝 이벤트 하듯 쇼 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늘 국민 속에서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쌍용차·용산참사·언론인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그런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문 후보는 "서울 시민이 그런 대통령을 만들어달라"며 "투표해준다면 대선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토크 콘서트처럼 진행된 이날 유세의 마지막으로, 가수 이은미씨가 부른 <애국가>, 김형석씨가 작곡한 <사람이 웃는다>를 합창하며 막을 내렸다. 이은미씨는 "이 시절이 아프니 서로 안아주며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또, 이제 악몽 같은 시절이 끝날 테니 기쁘게 서로 안으며 함께 불러달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간 후에도 유세장을 떠나지 못한 서의현(34)씨는 "광화문에 한 사람이라도 더 나와야 전파를 탈 거라고 생각해서 나왔다"며 "이제 판세는 뒤집어졌다 200만 표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영선(37)씨 역시 "주변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TV토론 ,국정원 개입, SNS 댓글 알바를 보고 설득되고 있다, 부장급 선배들도 문재인으로 바뀌고 있다"며 문 후보의 승리를 확신했다.

이같은 '설득'을 위해 선거운동원을 자처한 이도 있었다. 노란색 목도리를 두른 조경호(45)씨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안 되면 대한민국이 20년 후퇴할 것"이라며 "선거 끝나는 날까지 목도리를 하고 주변에 투표하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독재자의 딸에 대한 백악관의 불편한 시선

 

독재자의 딸에 대한 백악관의 불편한 시선
 
[한호석의 개벽예감](41) 한국 대선에서 미국의 의중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2/12/15 [00:34] 최종편집: ⓒ 자주민보
 
 

백악관이 거역자로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다

1970년대에 폭압만행과 부정부패의 대명사로 전 세계에 악명 높았던 독재자 세 사람이 있었다.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1915-2006),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1917-1989), 그리고 일제 식민통치기에 일왕 히로히도에게 충성혈서를 쓴 다카키 마사오라는 일본 이름을 가진 박정희(1917-1979)다.

피노체트는 1998년 10월 17일 신병치료를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하던 중 인권유린죄로 전격 체포되어 가택연금을 당했고, 미국의 비호로 2000년 3월 3일에 간신히 귀국한 뒤에도 복잡한 재판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2006년 11월 28일 또 다시 가택연금형에 처해지자마자 12월 10일 자연사하였다. 마르코스는 1986년 2월 필리핀 민중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폭발하자 미국이 하와이로 피신시켜 망명생활을 하던 중 1989년 9월 28일 하와이에서 자연사하였다.

그런데 박정희는 1979년 10월 26일 여성 연예인들이 술시중을 드는 비밀주연에서 양주잔을 기울이다가 자기 부하 김재규가 쏜 총탄에 비명횡사하였다. 이것을 10.26 사태라 한다. 자연사로 생을 마감한 다른 두 독재자와 달리 박정희는 술자리에서 자기 부하가 쏜 총탄을 맞고 비명횡사하였다.

독재자 박정희의 비명횡사에 깔려있는 배경과 원인은 무엇일까? 세상에 알려진 대로, 박정희는 미국을 거역하고 핵개발을 고집하다가 결국 피살된 것이다. 그에 얽힌 과거사 내막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박정희의 극비지령을 받고 핵개발 총책으로 일했던 오원철이 2010년 1월 12일에 발간된 <주간조선> 2089호 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박정희는 이미 1970년 중반에 핵개발을 결심하였고, 1972년 초에 대통령 비서실장 김정렴과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자신을 집무실로 불러 핵개발을 지시하였다고 한다.

오원철의 회고담에 따르면, 박정희는 자기 서재 뒤쪽에 들여놓은 풍금 크기만 한 철제금고 속에 핵문제에 관련된 비밀문서를 보관하면서 핵개발에 집착하였는데, 그렇게 7년 동안 미국의 감시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핵개발을 추진한 끝에 10.26 사태 직전에는 핵물질 생산기술을 확보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박정희는 비서실장 김정렴, 경제수석 오원철, 국방장관 서종철, 국방과학원(ADD) 책임자를 집무실로 불러, 핵물질을 무기화하라고 지시하였다. 박정희는 1979년 1월 어느 날 바닷가를 거닐면서 자기 비서관에게 1981년 봄에는 핵무기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박정희가 개발하려고 하였던 핵무기는 제국주의무력침공으로부터 조국과 민족을 지키는 정의의 무기가 아니라 동족인 북에 대한 핵공격으로 민족의 존립 자체를 파괴하려는 간악한 범죄의도를 품은 반민족적인 무기였다. 그런데도 박정희의 반민족적인 핵개발을 엉뚱하게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것은 민족주의를 배반한 가짜 민족주의자의 궤변이다.

박정희의 핵개발은 그처럼 극악한 반민족적인 범죄였을 뿐 아니라, 다른 한 편으로는 다른 나라의 핵개발을 철저히 금압해온 미국의 핵정책과 피할 수 없는 정면충돌을 일으킨 자살행위로 되었다. 미국은 박정희에게 핵개발을 중단하라고 설득도 하고 압박도 하였지만, 박정희는 미국을 거역하고 핵개발을 끝내 고집하였다. 핵문제를 놓고 발생한 미국과 박정희의 정면충돌은 박정희를 백악관이 비호하는 친미독재자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박정희의 핵개발이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던 1979년에 미국은 박정희의 핵개발을 설득과 압박으로는 저지할 수 없음을 깨닫고, 결국 그를 제거하기로 하였다.

1967년부터 1994년까지 대외정보를 수집하는 첩보업무를 맡아보았던 남측 경찰청 정보책임자가 <신동아> 2008년 4월호에 실은 회고담에 따르면, 1979년 6월 29일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가 방한했을 때,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열린 비밀회의에서 박정희 제거공작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비밀회의에는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대사 윌리엄 글라이스틴(William H. Gleysteen)과 부대사, 정치과장이 참석하였고,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에서 지부장 로벗 부르스터(Robert G. Brewster)와 부지부장이 참석하였다. 그들 5명은 미국이 다른 나라 대통령을 제거하는 것은 위법이므로 자기들이 나서서 제거공작을 벌이지 않고 한국 중앙정보부에게 미국의 박정희 제거의사를 전하여 그들이 제거공작을 대행하게 하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하여 카터가 방한할 때 서울에 증파된 미국 중앙정보국 요원 250명은 10.26 사태가 일어날 때까지 4개월 동안 서울에 집단체류하며,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열린 5인 비밀회의 결정을 행동에 옮기기 위한 비밀공작을 벌였다.

박정희 제거공작이 5인 비밀회의에서 결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자의적으로 박정희 제거공작을 결정한 게 아니었고, 백악관의 극비지령을 현지에서 집행한 것뿐이었다. 명백하게도, 박정희 제거는 백악관의 결정이었다.

피노체트나 마르코스 같은 친미독재자는 미국의 비호를 받다가 자연사로 생을 마감하였지만, 박정희는 미국을 거역하고 핵개발을 고집하다가 미국의 제거공작으로 비명횡사하였다. 10.26 사태는, 피노체트나 마르코스 같은 친미독재자들과는 전혀 다른 기형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박정희에 대한 백악관의 쓰디쓴 기억을 전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박정희는 미국을 거역한 독재자, 그래서 미국이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거역자로 백악관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다.

두 여성 정치인을 바라보는 미국의 대조적인 시선

2012년 제18대 대선에 집권당 후보로 출마한 박근혜 후보를 바라보는 백악관의 심기는 불편하다. 왜냐하면, 박근혜 후보는 미국이 33년 전에 ‘거역죄’로 제거한 기형적 독재자 박정희의 친딸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국면에서 박근혜 후보가 친미성향을 드러내며 백악관의 환심을 사려고 애써 봐도, 그런 행동이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미국의 쓰디쓴 기억을 지워버릴 수는 없으며, 미국이 제거한 거역자의 딸이 권좌에 오를 경우 거역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거역자의 딸을 바라보는 백악관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적인 보급망을 가진 미국의 유력한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2년 12월 7일 아시아판 최신호 인터넷 기사에서 박근혜 후보를 표지인물로 등장시키고 특집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것은, 그녀를 ‘권력자의 딸(Strongman's Daughter)’이라고 지칭한 좀 이상한 표제를 달아놓았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이 ‘권력자’라는 말을 들으면, 거칠고 난폭한 통치자(harsh ruler)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권력자라는 말에는 독재자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자기 당의 대선후보가 <타임>의 표지인물로 등장하였다고 좋아하던 박근혜 후보 선거본부는 표제를 읽어보고 그만 기겁하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들은 표제를 ‘강력한 지도자의 딸’이라고 아전인수격으로 번역한 보도자료를 황급히 취재진에게 내돌리며 부산을 떨었는데, ‘권력자의 딸’이라는 표제에 관해 논란이 일어나자 <타임>지 편집국은 특집기사 제목을 아예 ‘독재자의 딸(Dictator's Daughter)’로 바꿔놓았다. 이것은 박근혜 후보 선거본부의 고의적인 오역을 비판한 것이다.

지금 아시아에서 친미성향의 여성 정치인으로 미국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도 1947년 7월 19일 당시 미얀마 총리가 보낸 테러단의 총격으로 비명횡사한 미얀마 건국영웅 아웅산(Aung San, 1915-1947)의 딸이다. 그런데 2011년 1월 10일 <타임>은 아웅산 수치를 표지인물로 등장시키면서, ‘투사(Fighter)’라는 표제를 달고, 그 밑에 “버마의 아웅산 수치는 자유 없는 나라를 비추는 자유의 횃불”이라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와 달리, <타임>은 이번에 박근혜 후보를 표지인물로 등장시켜 ‘권력자의 딸’이라는 표제를 달고, 그 밑에 “박근혜는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역사에 등장하려고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물의를 일으키는 과거를 넘어설 수 있을까?”라고 써넣었다. 그 물음은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의 과거를 넘어서지 못할 것임을 암시하는 문구로 읽힌다.

아웅산 수치에게 ‘자유의 투사’라는 미국식 칭찬을 보낸 <타임>이 박근혜 후보에게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미국식 비난을 보낸 것은 너무 대조적이다. 박근혜와 아웅산 수치를 각각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그처럼 대조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미국을 거역한 박정희에 대한 미국의 쓰디쓴 기억이 박근혜 후보에게 투영되기 때문이다.

위에 서술한 <타임>지 표제 아래 쓰여 있는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물의를 일으키는 과거(controversial past)’라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임>은 ‘박정희가 남긴 물의를 일으키는 과거’라는 말을 유신독재의 과거라는 뜻으로 서술하였지만, 그것은 <타임>의 시각이다. <타임>과 달리, 백악관은 ‘박정희가 남긴 물의를 일으키는 과거’를 미국을 거역하고 핵개발을 고집하다가 제거당한 괘씸한 독재자의 33년 전 과거로 인식하는 것이다.

제18대 대선 선거일을 불과 12일 앞둔 매우 민감한 시점에, 미국의 유력한 시사주간지가 박근혜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지칭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를 바라보는 백악관의 불편한 심기를 유력한 시사주간지가 우회적으로 대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박근혜 후보는 김재규가 대행한 박정희 제거공작의 배후조종자가 백악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백악관도 자기들이 추진한 박정희 제거공작의 배후조종자가 누구였는지를 박근혜 후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백악관이 박근혜 후보에게서 느낄 수밖에 없는 묘한 긴장감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둔 지금, 얼마 전까지 ‘박근혜 대세론’으로 표현되어오던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그 대신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막판 추격전은, 박근혜 후보를 바라보는 미국의 불편한 시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의 맹렬한 막판 추격전은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이 선거일 직전에 어느 쪽으로 쏠리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남, 북, 미 삼각관계에 복잡하게 얽힌 사연

2012년 12월 10일 헤리티지 재단이 워싱턴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맨스필드 재단 이사장 고든 플레이크(L. Gordon Flake)는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정동영 후보가 한미동맹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했고, 2002년 선거 때는 노무현 후보가 반미주장을 내놨지만, 지금은 그런 후보가 없다. 한미동맹은 이번 선거에서 주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것은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한미동맹 강화론을 주장하는 친미성향을 똑같이 보여주고 있어서 2013년 이후 미국의 대남정책 추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백악관은 문재인 후보가 지난 대선시기 노무현 후보, 정동영 후보와는 달리 친미성향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제18대 대선에 출마한 두 후보가 똑같이 한미동맹 강화론을 말하는 바람에 백악관은 2013년 이후 자기의 대남정책과 관련하여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지만, 백악관의 대북정책에서는 그와 전혀 다른 분위기가 뚜렷이 감지된다. 거기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얼마 전 미국 연방하원 차기 외교위원장으로 선임된 에드 로이스(Ed Royce)는 북이 위성발사에 성공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2012년 12월 12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랫동안 실패하였다”고 지적하면서 “상상력이 부족하고 무기력한 것”이었다고 비판하였다.

북미관계에 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로이스는 오바마 정부가 북의 위성발사를 저지하지 못하였다는 뜻으로 대북정책 실패를 거론한 것이지만, 실상은 그런 게 아니다. 북의 위성발사와 무관하게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미 오래 전에 실패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2012년 12월 10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대담한 조엘 위트(Joel Witt) 전 미국 국무부 대북담당관의 발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위트는 대담에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하고, 북미 대결에서 “실제로 북한이 이겼다”고 논평하였다.

오바마 정부 이전에도 역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모조리 실패로 끝나버렸지만, 지금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 실패 이후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 더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는 까닭은, 집권 2기에 곧 들어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제18대 대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위의 대담에서 조엘 위트는, 제18대 대선 이후에 등장할 남측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면, 미국은 그 기회에 이미 실패한 대북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은 우리에게(오바마 정부에게라는 뜻 - 옮긴이)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조엘 위트의 이 발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제18대 대선에 대한 백악관의 분위기를 그 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을 통해 엿보는 백악관의 분위기는, 제18대 대선에서 북과 대화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고, 북이 대화상대로 여기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똑같이 한미동맹 강화론을 꺼내든 조건에서, 백악관이 2013년 이후 자기의 대북정책에서 선호하게 될 후보는 북과 대화할 수 있고, 북이 대화상대로 여기는 문재인 후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임기 5년 내내 그러했던 것처럼 ‘북한 붕괴설’과 ‘북한 정권교체설’을 미신처럼 믿으며 극도로 반북적대감을 드러내왔다. 그에 대응하여, 북도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보이며 맹비난을 퍼부어 왔다. 박근혜 후보는 대선을 의식해서 말조심을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북을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으며, 북도 그런 박근혜 후보를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백악관과 박정희 사이에서 정면충돌을 일으켰던 핵문제는 33년 전 10.26 사태로 끝난 게 결코 아니며, 오늘 박근혜의 대선출마로 다시 살아났다. 2000년 1월과 2월에 고농축우라늄 실험에 성공하여 무기급 핵물질을 만들었던 핵개발 능력이 남측에 여전히 남아있는 한,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의 고삐를 더욱 세게 틀어쥐고 남측의 핵활동을 계속 감시할 것이며, 핵개발을 비밀리에 추진했던 박정희의 과거사를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년 북미대결사를 되돌아보면, 백악관이 북의 초강경 대미압박에 정치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패배국면들마다 백악관은 청와대를 따돌리고 북에게 ‘양보’를 하였고, 백악관의 그런 정치적 굴복을 바라보면서 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땅의 수구세력은 박정희가 이루지 못한 핵개발을 재개해야 한다는 식의 핵무장론을 꺼내들었다.

2013년 이후 백악관이 청와대를 따돌리고 북에게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 백악관의 ‘대북양보’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가 이루지 못한 핵개발을 재개하려는 수구세력의 강한 요구를 받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백악관이 박근혜의 대선출마와 관련하여 심히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런 상황이 2013년 이후에 조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들은 백악관의 의중을 알아차렸을까?

북미관계와 한미관계에 이중적으로 얽힌 이런 복잡한 사정을 헤아려보면, 지금 백악관이 거역자의 딸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이 글의 논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와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가 방대한 공작망을 총가동하여 벌이는 대선개입공작이 제18대 대선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생각하면, 백악관이 거역자의 딸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과연 어떤 선거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33년 전 과거사를 완전히 망각하였을 뿐 아니라, 지금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격변의 급류를 타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파악하기에는 정치적 지능지수가 한참 떨어지는 수구파 소굴 새누리당은, 자기들의 대선후보를 잘 못 뽑아놓은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고도 그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할 만큼 너무 우매하다.

제18대 대선에 대한 백악관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어도, 그 동안 대선후보 지지문제에 대해 침묵하던 이수성, 정운찬, 문국현, 박주선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핵심부에 자주 얼굴을 내밀던 윤여준, 김덕룡, 김현철까지 줄줄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이상한 상황전개는, 안철수가 열어놓은 문이 더 활짝 열리고 있는 느낌을 안겨준다. 제18대 대선 선거일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2012년 12월 14일)



관련기사
 
북이 미사일을 초고속으로 만들어낸 비결
 
북의 주체강철이 자동차 산업 일으킨다
 
무차별 공습에 맞서 싸우는 카쌈로켓
 
화성 7호는 왜 서쪽으로 갔을까?
 
재앙냄새 풍기는 박근혜 후보의 대북정책
 
‘불소나기’와 ‘핵우박’을 부르는 대북전단살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갑자기 발사된 나꼼수 호외 11회, 그리고 우리가 끝까지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

우리가 끝까지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
갑자기 발사된 나꼼수 호외 11회

(서프라이즈 / 권종상 / 2012-12-14)

 


나꼼수 호외 11회가 갑자기 발사됐군요.

새누리당과 박근혜 측에서 세 진행자를 모조리 고발했다고 합니다.

아마 지금으로서는 이들이 밝혀내는 이슈들을 어떻게든 차단하려고 하겠지요. 지금까지 이들의 활약으로 서울시장이 박원순씨로 바뀔 수 있었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팟캐스트 강국'이 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이번 호외에서 예언된 핵심 이슈들은 대선 정국을 뒤집기 위한 저들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선 5일 전부터 일어날 일들에 대한 일련의 '예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선 가장 '절대 그럴 리가 없는 일'은 '김정남의 등장설' 입니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을 한국으로 입국시킨 후, 그가 직접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설'을 발표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이런 식의 선거장난은 과거 독재정권에서 그 효용(?)이 증명된 바 있으니까요.

 

둘째로는 박근혜 후보의 자작테러설입니다. 과거 박근혜 후보가 커터칼 테러를 당하고 나서 일어난 보수대결집과 한나라당의 승리, 이런 식의 구도를 노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나꼼수 측은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니 박근혜 후보의 경호를 강화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가장 잘 알려진 톱클래스의 대중스타의 스캔들 같은 것을 일부러 발생시켜 사람들의 이목을 정치적 이벤트로부터 돌려버린다는 것입니다. 과거 서태지-이지아 사건과 같은 대형 사건을 기획한다는 것이죠. 물론 나꼼수는 이 모든 것이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네가티브 전략, 크게 작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중 혐의가 있었던 이른바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댓글알바단이 적발됐고, 이 댓글알바단은 윤정훈 목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KBS에 의해 보도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들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계획되고, 실행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의 상승세,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정권교체 의지가 합쳐졌다는 사실은 부재자 투표의 열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재를 뿌리고 싶은 저들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확산시키고, 그것을 통해 우리를 움추러들도록, 즉, '쫄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쫄지 말고 끝까지 정권교체의 의지를 가져가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바꾸고 나면, 많은 몰상식들을 치워버리고 그 자리에 '상식'이 채워질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왜 이렇게 정치에 대한 불신이 생겼나에 대해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저들이 지금까지 해 온 행태들에 대해 생각해 보십시오. 정치같은 정치를 보고 싶지 않습니까? 공작이 아닌 정치, 그리고 그 정치를 통해 '상식'이 우리나라에 자리잡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꼭 투표해 주시길 부탁해 봅니다.

 

시애틀에서...

 

권종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국 문단의 신인류] SF 작가 배명훈

굿바이 MB! 당신이 있어서 5년간 행복했어요!

[한국 문단의 신인류] SF 작가 배명훈

안은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14 오후 6:38:43

 

"이민 가방이나 싸자"부터 "동면하고 싶다"까지. 대선이 다가오면서 누군가가 대통령이 될 미래를 예상하며 절망의 말을 쏟는 사람이 적지 않다. 5년 전에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소설가 배명훈은 2007년 12월 20일, 즉 '그분'의 당선 직후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단편 '바이센테니얼 챈슬러(Bicentennial Chancellor, 200년을 산 총통)' 속에서 이 상상을 실행에 옮겼다. 우주여행을 위한 동면 연구를 진행하던 한 여성이, 실직 후 총통 선거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나 죽을까?"를 연발하는 남편을 세상 몰래 5년간 재운 것이다. 그러나 소설 밖에서 저자는 지난 5년이 오히려 즐거웠다고 말한다.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아 기록하기 바빴다"는 웃지 못 할 역설이다.

그의 소설집 <총통 각하>(북하우스 펴냄)는 그렇게 "그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지어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도시 정복을 위한 특수공수부대의 '낙하산' 침투 사건이나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광장 시위의 폭력 사건 등
소재들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모든 것이 그 분 때문'이라는 지엽적인 정치 구호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평론가 허윤진의 표현대로 "악인과의 투쟁이 아닌, 악과의 투쟁을 다루"는 이야기 속엔, 개인에 대한 혐오에 힘을 실어주는 고리는 없다. 그러니 혹시라도 '반 MB'라는 감수성(?)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기대를 접을 것.

작가는 작품 안팎에서 일관되게, 우리의 눈을 정책 결정자 개인이 아니라 권력의 구조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2009년 발표한 <타워>(오멜라스 펴냄)에서도 권력의 정점에 네 발 달린 개를 놓아두면서 자체의 소스 없이 흐름만으로 발생하는 권력을 그러낸 바 있다. 이 문제의식은 국가 권력을 풍자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세계가 아닌 개인의 내면에 치중하는 한국 문단 문법의 보수성으로 향하기도 한다.


배명훈의 독특한 위치가 낳은 또 하나의 눈이다. 그는 소위 본격 문학이라 불리는 문예지 세계와 대중 소설 세계가 엄격하게 분리된 한국 소설계에서 드물게 양쪽을 오가는 소설가다. 문단에서 장르적 코드를 활용하는 작가는 적지 않지만 SF(과학 소설) 세계에서 날아 온 배명훈은 태생이 다르다. 장르 문학 웹진과 유력 문학 출판사를 오가는 동안 그는 두 쪽 독자군의 전혀 다른 독법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런 관찰 시점도 지난 5년이란 타임라인과 겹친다.

책보다는 데이터베이스의 집적 속에서 유랑하는 그의 지식 습득 방식도, 소설을 쓰면서 덜컥 얻어버린 문학가나 예술가 같은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는 모습도 흔히 봐 왔던 작가상과는 구별된다. 문단 속 신인류라고 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books'는 그의 단편 '내년'에서 30년째 도래하지 않는 2013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오래된 새로움'인 배명훈을 호출했다. <편집자>

▲ 소설가 배명훈. ⓒ프레시안(최형락)


'그분'에게 창작 지원 받다?

프레시안 : 올해 장편 한 권, 단편집 한 권을 냈다. 예전 인터뷰에서 작가로서의 이력서를 갱신한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2012년은 그 이력서 속에서 어떤 해였나.

배명훈 : 개인적으로는 몇 년간 죽 굴곡 없이 지내 왔다. 올해는,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웃음) <총통 각하>를 내면서 스스로 글이 나아졌다는 걸 깨달았다. 책에 실린 글 중 몇 년 전에 쓴 걸 다듬는 과정에서 느꼈다. 수정할 부분이 되게 많더라. 그건 좋아졌다는 증거다. 왜 늘었는지는 모르겠다. 예전에는 글을 쉽게 못 썼는데 지금은 복잡하지 않게 쓸 수 있는 것 같고. 쉬워져서 불안한 거? 없다. 아무 이유 없이 쉬워지는 건 아닐 테니까.

프레시안 : <총통 각하>는 "지난 5년간 쉴 새 없이 영감을 선사한 총통 각하"란 문구 등 누가 봐도 현재 대통령이신 '그분'을 연상시킨다. 이 정권이 들어설 때부터 앞으로 5년이 어떻게 될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있었던 건가.

배명훈 : 그런 건 아니고, 5년간 그냥 영감을 받은 거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이 너무 싫다면서 (당선되면) 5년 동안 이민 가고 싶다, 푹 자다 5년 뒤 깨어나고 싶다고들 했다. 지금이랑 똑같다. 다만 그때는 그 사람이 당선된다는 사실이 훨씬 명백했으니까.

"저기, 5년 지난 거 맞아요?"
"맞잖아. 달력 봐."
"근데 총통이 왜 아직도 저…"
나는 5년 전을 떠올렸다. '그래, 남편이 딱 5년만 잠들기로 결심했던 이유가 공식적으로는 바로 저 총통 때문이었지.' ('바이센테니얼 챈슬러', <총통 각하>, 17쪽)


실제로 당선 다음날 현충원 참배하는 장면을 뉴스에서 봤는데 정말 너무 싫어서 그냥 쓰기 시작했다. (웃음) 그간 그런 식으로 쓴 단편들을 모아 보니 여섯 편쯤 되었고, 그 소재의 글들이 좋은 글들이었다. 뭔가 영감을 받은 것 같다고 느꼈다. 써야 할 소재가 휙 지나가고 그걸 좋은 타이밍에 잡았다고 할까. 이건 일종의 창작 지원 사업이었다. 다른 정부들이 창작자들을 지원한답시고 이런저런 지원금 대주고 마는 것과 달리 이 정부는 창작에 필요한 구체적인 영감들을 거의 원석 그대로 제공했으니.

▲ <총통 각하>(배명훈 지음, 북하우스 펴냄). ⓒ북하우스
btn
프레시안 : 책의 제목이나 표지 같은 첫인상만 놓고 보면 대통령만 사라지면 잘 될 거라는 '심판론자'들이 얼핏 생각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식의 메시지로 읽힐 우려는 없었나.

배명훈 : 책을 읽어보면 아니란 걸 알겠지만, 마케팅 하기에는 그쪽이 더 쉽기 때문일 거다. 작가의 말에도 썼듯 난 그분에게 이 책을 헌정할 생각이 없고, 트위터에서도 딱 지금 이 정권에 대한 패러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2009년에 <타워>를 냈을 때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비슷한 묘사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보편성을 잃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똑같지 않나. <총통 각하> 역시 아마 5년 뒤에 읽어도, 10년 뒤에 읽어도 똑같을 거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는 또 그 나라 맥락에서 읽힐 거고. 정치 현상이라는 게 보편적이어서,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프레시안 : 말한 대로 실제로 내용을 보면 소위 '반 이명박' 정서가 깔려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 정반대 정서다. 악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본의 아니게 악이 되거나 악과 싸우게 되는 사람들이 나온다.

배명훈 : 사람 한 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조를 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가령 이런 거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던 무렵에 모 연구 기관에서 직장 생활을 했는데, 구석에서 어깨 늘어뜨리고 다니던 나이 많은 박사들이 대통령 당선 직후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녔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출범되고 나서는 원래 느슨했던 연구소 출근 시간이 살짝 앞당겨지면서 엄격하게 지키라는 이야기가 내려왔다. 내가 일하던 곳에서, 바로 윗사람들에게 힘이 생긴 걸 본 거다. 그때 본 게 권력의 한 겹이라고 생각한다.

'초록 연필'에서 필기구에 센서를 달아 직장 건물 내의 권력의 흐름을 추적하는 실험이 나오는데 비슷한 이야기다. 권력의 한 단계 한 단계가 있고 그게 쌓여 구조를 이룬다는 것. 물론 구심점은 있겠고 결국은 거길 향해 초록 연필을 몰아주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자리에 누가 있거나 없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니 가설은, 필기구들이 권력을 따라 흘러간다는 말이야?" (…)
"응. 그런 거 있잖아. (…) 무의식적으로 결정돼 있는 서열 때문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식으로 작은 경사가 만들어지는 거겠지. 그 경사를 따라서 흐름이 생겨나는 거고." ('초록 연필', <총통 각하>, 241~242쪽)


그 자리에 누가 있든

▲ <타워>(배명훈 지음, 오멜라스 펴냄). ⓒ오멜라스
btn
프레시안 : <타워>의 첫 단편 '동원 박사 세 사람-개를 포함한 경우'가 생각난다. 이 작품에선 미세권력연구소라는 연구 기관이 비싼 양주를 타워의 상류 사회에 유통시킨 후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이 이야기에서 권력 분포 지도를 그리다 보니 핵심에 개가 나온다.

배명훈 : 그 자리에 막대기를 꽂아놔도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문화 권력'이 있다고 했을 때 그것은 누군가가 손에 쥐고 있는 식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권력의 지형이 있어서 그것이 흘러가는 곳에 서 있는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거기서 아인슈타인의 중력장을 차용해 '권력장'이란 개념을 썼다. 일그러진 공간을 지날 때면 질량 없는 빛 입자도 굴절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권력장에선 권력을 수용할 의도가 없었던 사람도 자발적으로 권력 수용 행동을 보이기 마련이다.


프레시안 : 인물이 아니라 권력을 바라보라는 이야기인가?

배명훈 : 전공인 국제정치학의 주요 패러다임 가운데 권력을 중심으로 세상을 파악하는 걸 현실주의라고 한다. 내 이야기 역시 대개 그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런 눈으로 보면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지만 우리 사회에도 전쟁이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안정된 껍데기가 어느 순간에 깨지면 바로 알 수 있는데 그 단면이 평소 우리에겐 잘 안 보인다.

권력 구조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할 거 같다. 왜냐하면 좀 다른 이유인데, 한국 문학계의 독법이 명백히 인물 중심이기 때문이다. 독법 자체가 그래서인지 몰라도 인물이 아닌 구조 이야기를 해도 인물만 읽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그분들 스스로는 그런 의도나 자각은 없겠지만 난 그게 '보수'라고 생각한다. 구조를 보지 않고 인물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니까. '내년'이란 단편에서 그 문제를 다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전체의 문제라는 생각을 못 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하는 시각에 대해서.


"알겠어요. 뭐가 문젠지는 알겠는데, 그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자는 거예요? 방법이 있나요? 뭘 해 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물었다. 그러자 미래학자들이 대답했다.
"내년이 오게 하는 겁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말을 곱씹어 보다가 고개를 들고 다시 그들에게 물었다.
"내년이 오면 다 해결되는 건가요? 문제는 멈춰져 있는 시간이 아니라 30년간 끊임없이 사람들을 지배해 온 이 도시 전체의 권력 구조 아닌가요? 지배자 하나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사실상 이곳 사람들 하나하나가 피해자이면서 또 가해자일 텐데, 내년을 관철시킨다고 그게 갑자기 다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잖아요." ('내년', <총통 각하>, 269쪽)


프레시안 : 인물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니 또 하나. 코앞으로 닥친 선거 생각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인물 수준에서 선택을 하려고 하는데.

배명훈 :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건 인물이 아니라 그 정책을 집행할 권력을 어디서 확보할 거냐는 문제지 않나. 안철수 씨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의견의 근거가 그거였다. 누가 권력을 뒷받침해줄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거다. 그러니 개인의 품성이나 선언하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떠받들고 있는 권력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봐야 공약집 내에서도 할 공약과 안 할 공약이 보이는 거 아닐까. 다 경제 민주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줄 대고 있는 권력의 속성과 역사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그래서 선거에서 한 사람만 잘 뽑으면 된다, 착한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세상이 좋아질 거다, 이런 생각은 되게 나이브한 것 같다. 마키아벨리적 관점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권력의 속성을 보여주려 하면서도 결코 거기에 감정적인 반응을 드러내진 않는데, 유일하게 국가 권력에 대한 창작자의 분노가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면 시위대 앞에서 경찰이 취하는 대열, 즉 보병 밀집 방진(팔랑크스, 보병들이 직사각형 대형으로 빽빽하게 모여 서서 벌이는 싸움 방식)에 대한 묘사다.

배명훈 : 전쟁사 공부를 하면 바로 아는데, 팔랑크스는 어마어마하게 공격적인 진영이다. 로마 군대가 갈리아 군대를 상대로 말도 안 되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다. 서울에선 근처에 집회가 있다고 지하철에서부터 경찰이 죽 서 있는 걸 보는 경우가 많은데, 보는 거 자체로 지나가는 사람을 위축시키잖나. 그렇게 하려고 줄 서는 거 맞다. 상대편의 사기를 완전히 꺾는 전술이니까. 게다가 방패 들고 있지. 창만 들면 완전히 팔랑크스다.

경찰은 시위대가 뭐라도 들고 있으면 무기 들었다고 뭐라고 하는데, 경찰이 손에 아무 것도 안 들고 있더라도, 밀집 방진 자체가 엄청난 위협이다. 국가가 그런 행동을 하는데 제약이 없다는 게 정말 이상하다. 어떤 식으로든 제약을 가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사실 별로 신경 쓰지 못했던 것 중 하나다. 소설가 입에서 처음 들었다.

ⓒ프레시안(최형락)
배명훈 : 그래서 전쟁 공부를 하는 민간인이 필요한 것 같다. 저 사람들이 우리한테 하고 있는 게 뭔지 알아야지. 군대나 경찰에서도 전쟁사 전공자가 있겠지만, 그 사람들은 그게 위협이라는 이야기를 결코 하지 않을 테니까.

프레시안 : 당신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 대개가 공무원이다. 일반 행정직이든 정보국 직원이든 연구소 연구원이든 어떤 형태로든 국가의 녹을 먹고 산다.

배명훈 : 그런가?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일해 본 경험이 군대 행정장교, 국립대 행정 조교, 연구소 직원 등 어떻게든 국가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직업 세계를 그리다 보면 어딘가에서 공공 영역이 나오는 걸지도? 아니면 이야기가 대개 국가, 세계 수준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음, 이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다. (웃음)

프레시안 : <총통 각하> 중반까지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묘사했다면, 후반부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대안 같은 것도 드러난다.

배명훈 : 이 책의 중 하나가 권력을 중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던 것 같다. 권력을 상대하기 위한 똑같은 크기의 권력을 통해 균형을 맞추든지, 그걸 중화시키는 무엇을 만들든지. 예를 들면 '내년'에 나오는 권력 이양 5개년 계획 같은 것들 말이다. 집권이야 누가 하든 권력 자체를 평탄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세부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가령 시선의 권력 같은 것도 있다. 지금은 출동한 경찰이 시위대 쪽을 바라보는데 그걸 뒤로 돌게 만들 수 있으면 어떨까. 콘서트 같은 데 보면 사고 방지를 위해 온 경찰이 가수 쪽이 아니라 관객 쪽을 본다. 등을 진 쪽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권력을 사유화되지 않은, 정말로 공적인 형태로 중립화시키는 일인 것 같다.


"시위대를 둘러싸고 쭉 늘어서 있는 경찰 병력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 말이야.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있더라고. 그래서 그 생각이 났지. 그 여자의 나라에서 용을 둘러싼 경찰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는지가. 어디였겠어? 당연히 용 반대쪽이었지. 그때 깨달은 거야. 지키려고 마음먹은 건 등 뒤에 두는 거구나. 시선이 향하는 족에는 위험해 보이는 걸 두는 거구나."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총통 각하>, 81쪽)

프레시안 : <총통 각하>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읽힐 수 있는 책이라 단편 '자연 예찬'(<타워>)의 작가 K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는 현실에 대한 발언을 요구받자 자연주의로 회피했다가 결국엔 정부 비판 글을 써서 매장을 당한다. 요즘 <시사인>에도 비판적인 칼럼을 쓰는 걸로 안다. 작가로서 사회에 대한 발언 수준이나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고민이 생길 것 같은데.

배명훈 : 그런 고민을 많이 안 하려고 하는데 하게 되는 일들이 최근 좀 있었다. 가령 강연하기 전에 '정치적 발언은 하지 말아 달라'는 얘길 들었다든지, 작가 스스로를 위해 (권력을) 조롱하는 내용을 쓰는 건 좋지 않다든지. 하나하나 떼어 놓으면 사소할 수 있는 얘기이지만 한 달 안에 예닐곱 번 들으니 좀 이상했다. 대놓고 하지 말란 소린 안 하지만, 누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정치적 발언 하지 말라는 얘기가 그달 내가 들은 가장 정치적인 발언이었다. (웃음)

이상한 사랑 이야기

프레시안 : 분위기를 좀 바꿔 보자. 배명훈 소설에서 의외로 두드러지는 게 로맨스 묘사다. 아주 희한한 순간에 이상한 대상과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이라 하기엔 기묘해서 "거의 사랑이었다"라고 표현되는 감정들이 읽는 사람을 은근히 설레게 한다.

배명훈 : 어느 시점부터 연애 소설을 본격적으로 써 보라는 제안을 많이 들었다. <타워>에 실린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에 슬쩍 나오는 것처럼 로맨틱한 뭔가를 확장시켜 보라는 얘기였다. (이 단편은 사막에서 실종된 남자를 찾는 데 과거에 안타깝게 헤어진 연인이 인터넷의 힘을 빌려 나서게 되는 이야기다-편집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부분은 연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SF에서는 세계가 움직이는 쪽으로 결말을 내야 결말을 냈다고 생각하는데 소위 문단에서는 내면이 움직이는 쪽의 결말이 아니면 결말을 낸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단에서 데뷔한 분이 SF를 썼을 때 SF 독자들이 '결말이 허무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주로 내면의 결말을 내기 때문이다. 나는 줄곧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의 이야기를 써왔는데, 반대쪽의 성장판도 닫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요구를 받아들인 게 <은닉>인 것 같다.

▲ <은닉>(배명훈 지음, 북하우스 펴냄). ⓒ북하우스
btn
프레시안 : <은닉>은 <타워>나 <신의 궤도>를 쓴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정소연 작가가 '프레시안 books' 칼럼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의 스케일이 작다"라는 점을 중요하게 거론했는데, 읽고 나니 공감이 갔다. 짧은 시간, 한정된 공간 속에서 어둡고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다. 이 책은 어떤 도전이었는가.

배명훈 : <신의 궤도>는 스스로 매우 좋아하는 작품이다. 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글이 바로 이런 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이 책이 출판계에서 소화가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의미냐 하면, 나는 이 책이 밀리터리 마니아 같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출판 문법이나 출판사 특성상 '문학성'이라는 포장지에 담길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하니 잘못된 주소로 배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가령 이건 전쟁 소설인데 종교 소설로 읽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다음 장편은 가볍게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구상하고 있는 큰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몇 년 더 기다리기로 하고 경장편을 목표로 '작게' 써서 <은닉>을 냈다. 하고 나니까 이게 문학 출판계에서 말하는 장편 길이로구나 싶었다.


프레시안 : 어느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써놓고 캐릭터의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경우엔 무조건 여성으로 설정한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실제로 당신 소설엔 성별 정체성이 분명한 캐릭터들이 많지 않다. <은닉>의 은수 같은 사람이 특히 그렇다. 처음엔 당연히 남자라고 느꼈다가 중반 지날 때쯤부터 여자 은수를 상상해가며 읽었다. 트위터에서는 그냥 '사람'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래도 궁금하다. 이 캐릭터의 성별은 대체 뭔가.

배명훈 : 조은수라는 이름은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킨더주니어 펴냄)나 <타워>의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에도 나온다. 그런데 성별이 헷갈린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편집부에서 일부러 더 헷갈리게 가자고 했다. 거기에 묘한 매력이 있다. 존재 자체가 흔들리게 되니까 은수와 은경, '나'의 삼각관계까지 끊임없이 변하게 된다.

국제 정치에서 강대국의 숫자가 체제를 만들잖나. 하나면 일극 체제, 두 개면 양극 체제 이렇게. 삼각관계를 삼극 체제라고 하면, 어디랑 어디가 동맹을 맺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고구려, 백제, 신라만 봐도 어떻게 동맹을 맺는지가 계속 바뀌잖나. 이성애적 삼각관계에서 한 명의 성별이 불분명하면 관계가 계속 흔들린다. 그래서 은수의 성별의 모호함을 그냥 놔두었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책 나오고 한참 뒤인 지난달쯤 깨달은 거다.
(웃음)

프레시안 : 어떤 소설에서는 성별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진다.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 거의 목숨 거는 수준의 치열한 이해 과정을 겪는 남자들이 나오는 경우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편인 '예술과 중력가속도'(<창작과 비평> 2010년 겨울호 게재), <안녕, 인공 존재!>(북하우스 펴냄)의 '크레인 크레인'과 '안녕, 인공 존재!'가 비슷한 맥락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보면서 혹시 작가가 이성을 불가해한 존재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이해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배명훈 : 여성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의 투영은 아니고 (웃음) 오히려 나는 이해 받지 못하는 여자 주인공들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를테면, 내 소설에 단골 주인공인 '은경'이가 그렇다. 현실에 다른 모델이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은 나의 분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명훈의 속성 중에 적극적인 부분을 쭉 뽑아내서 만든 인물이라고 할까.

은경이 나온 이야기의 구조를 보면 남자 주인공은 고정된 위치에서 관찰하는 입장이고, 은경이가 막 이상하게 헤집고 다닌다. 둘 다 움직이면 이상하니까 한 명은 지켜보는 거다. 이 구도에서 은경에 대한 몰이해가 발생하는데, 이런 묘사가 내가 이해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예술과 중력 가속도'만 놓고 보면, 반대로 사랑하는 여성의 예술을 이해 못 하는 그 남자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게 말하자면, 어떤 중력(맥락)에 놓이느냐에 따라 당신이 한다는 예술이 절대 예술로 안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잖나. 나도 있다. 가령 나 스스로는 한국 문단과 관련이 없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그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문학 하는 분들 보면 사실 잘 이해가 안 되는 거?
(웃음) 스스로 '문학'한다는 자각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과연 예술가인가를 고민해봤던 것 같다.

ⓒ프레시안(최형락)


잘못 배달된 소설?

프레시안 : 2005년 서울대학교 대학문학상, 같은 해 과학기술 창작문예 단편부문에서 수상한 이래 웹진 <거울>이나 잡지 <판타스틱> 등 소위 장르계에서 SF 작가란 칭호로 인식되며 활동해 왔다. 그런데 활동 초기엔 스스로 SF 작가라는 정체성이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배명훈 : 맞다. 당시 국제 정치학 공부하는 나와 글 쓰는 나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남들이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습작을 썼다. 그러다 제출에 의미를 두고 대학문학상에 원고를 냈는데 그게 상을 받았고, 내 글이 SF로 읽힌다는 걸 처음 알았다. 동구권에서 유출된 미사일 기술을 가지고 미국의 인공위성을 요격하는 테러리스트 이야기였는데, 생각해 보면 '세계가 움직인다'는 측면에서 SF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그래서 과학기술 창작문예에다 쓴 이야기 중 'SF스러운' 글을 다 냈더니 좋게 받아들여졌고, 이후로 SF 관련 지면이 계속 들어왔다.

프레시안 : 2010년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받은 뒤로는 'SF와 순수 문학 사이를 오간다'라든가 '이례적으로 장르계에서 시작해 문단의 문턱을 넘었다'는 식으로 묘사되어 왔다. 이런 구분 자체에 대한 생각과 그렇게 규정되는 것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있다면 듣고 싶다.

배명훈 : 작가로서는 좋은 것 같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경계에 갇히거나 '어떤 작가'로 규정되는 걸 싫어한다. 나도 같은 마음이고, 많은 이들에 비해 눈치를 안 보는 위치가 되어 있어서 편한 게 있다. 그건 <타워>를 낼 때 포지션을 잡아 준 편집자들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SF에서 시작해 문단으로 넘어갔다'는 식의 얘기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분들은 내가 문예지에 수록한 글을 안 본 거다. 오히려 훨씬 SF적인 글을 내 왔으니까. 사실 내겐 <판타스틱>이든 <에스콰이어> 같은 패션지든 문예지든 위계 없이 다 같은 '지면'이다. 오히려 문예지는 독자 수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거울> 같은 웹진보다 발표의 재미는 덜하다.

골치 아픈 점이 있다면, 두 개의 독자 군이 서로 전혀 다른 독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녕, 인공 존재!>를 낸 뒤 한 1년간 당황스러웠다. 그 책은 앞의 반과 뒤의 반을 좋아하는 분이 명확하게 갈리는데, 그 두 군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정도의 독법을 갖고 있는 거다. 이 책의 타깃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애매하더라. 지금도 그런데, 어떤 글을 내든 일부는 '이해 안 간다' '어렵다'고 한다. 뭔가를 낼 때마다 글이 좋아졌다는 소리와 글이 안 좋아졌다는 소리를 동시에 듣는다.

프레시안 : 그런 전혀 다른 반응이 작가로서는 오히려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게 하지 않나.

▲ <안녕, 인공 존재!>(배명훈 지음, 북하우스 펴냄). ⓒ북하우스
btn
배명훈 : 음, 서로 대화를 좀 해봤으면 좋겠는데, 그 독법을 가지신 분들은 되게 확고하다. 다른 독법이 있다는 생각을 잘 못한다. 결말이 세계를 향해 터뜨려지는 SF와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야 하는 한국 문예지 독자들이 서로에 대해 '기술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쉬운 게 있다면, 글이 정확한 독자에게 배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령 <신의 궤도> 같은 경우 명백히 대중 소설로 읽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모니터링 단계에서 책을 자주 읽는 분들보다 오히려 1년에 한 권 정도 읽는 분들이 더 어려움 없이 읽었다. 나는 그걸 타깃으로 잡고 싶었고 거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출판 시장이 워낙 위축되어서인지 타깃을 좁힐 방법이 없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대중 소설을 쓰는 작업은 좀 더 뒤로 미뤘다. 편집부를 위해서도 그게 맞다. 그래도 아쉽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웃음)

프레시안 : 특정 창작자를 동경하거나 창작자가 된 자신을 지망하면서 창작자가 된 케이스는 아닌 것 같다. 그런 독특한 예로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좀 다른 시작점을 밟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배명훈 : 지망생들에게 와 닿는 얘긴 아니겠지만 셀프 등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많은 분들이 1차 목표를 등단으로 잡고 그 다음에 훌륭한 작가 되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는데 등단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오히려 어떤 청탁이 들어와도 자신 있게 글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면 누가 등단을 시켜줘도 스스로 힘들어진다. 중요한 건 등단에 관계없이 좋은 작가가 되는 거니까, 어차피 거길 노려야 한다.

SF 작가로 데뷔하고 글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른바 등단을 했는데, 그래서 언제부터 '작가'가 된 건지 스스로도 모호하다. 기회가 몇 번 더 주어지긴 했지만 훨씬 나아지거나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주어진 지면을 의식해야 하니까 실제로 좋은 건가 싶은 점도 있고. 결국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쓸 수 있음을 입증하는 상태가 되는, '사실상 작가'가 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프레시안 : 현 시점에서 작가로서 느끼는 결핍이 있다면?

▲ <신의 궤도>(전 2권, 배명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문학동네
btn
배명훈 :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SF 평단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SF 평론가도 있고 실제로 같이 일 할 SF 편집자도 있어야 한다. 지금 같이 일하는 편집자들이 SF에 대해 편견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은데, 교정지 오가는 과정에서 내가 일일이 설명하고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내 입장에선 작품을 쓰고 난 뒤에 자유롭게 읽으라고 놔두는 게 좋은데,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느낌이 든다.

국내 SF를 기획하고 출간하는 일을 외국 장르 소설 번역해 온 분들이 맡는 경우가 있는데, 두 일은 완전히 다른 필드 같다. 외국에서 이미 검증된 책을 내는 것과 무명 작가가 초고를 가져왔을 때 그걸 판단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지 않나. 장르적 자장 안에서 어떤 글에 대해 작가도 확신이 없고 편집자도 확신이 없으면 글이 산으로 간다. 확신을 가져 줄 SF 편집자들이 필요하다.

또 아쉬운 건 그거다. 출판계 표준 작법. 문단에는 문단의 문법 외에 다른 어떤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내 생각엔 한국 문단의 작법이나 독법이 오히려 더 이질적이다. 인물 중심으로 쓰고,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은 반드시 묘사해주는 게 표준이고, 세계나 설정 이야기는 죽여야 되고, 그런 것들.

프레시안 : 한국 소설은 별로 안 읽는 것 같다.

배명훈 : 한국 문학을 포함해 문학 작품 자체를 잘 안 읽는다. 이유는 어려워서다. 그런데 그 독법에 익숙해져 있는 분들은 SF 읽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그분들 작법, 독법으로는 문예지가 쉽다고들 하는데 그게 되게 신기하다. 재작년쯤 느낀 건데, 어떤 글이 좋은가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어떤 글이 쉬운가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나는 분명 이렇게 쓰는 게 쉽다고 생각해 쉽게 쓰는 건데 그게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다름은 꽤나 근원적인 문제로 이어진다고 본다.

프레시안 : 소위 문학 청년은 아니었을 테고, 대학 때는 주로 뭘 했나?

배명훈 :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공부. 그리고 군사 동아리 조금? 글은 그야말로 취미 생활이었다. 한 달에 한 편 정도 쓴 게 10년이 넘은 것 같다. 그냥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대학원 논문 쓸 때도, 회사 다닐 때도 거의 같은 속도를 유지했다. 개인적으로 평생 해도 좋을 만한 것 두 가지를 20대 초반에 빨리 찾은 게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글쓰기, 하나는 공부. 물론 둘 다 직업으로서는 변변치 않지만.

국제 정치사상 수업 들을 때, 전체 다 읽을 필요가 없었음에도 혼자 <리바이어던>을 끝까지 읽고 그러고 살았다. 솔직히 그걸 어디에다 써먹겠나. 그런데 나중에 '변신 합체 리바이어던'(<안녕, 인공 존재!>)이란 작품으로 써먹었다. (웃음) 언젠가 교수님이 "사랑의 국제 정치학"이란 표현을 쓰는 걸 보고 힌트를 얻어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본 거다. 정말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걸 써먹을 데가 생기니까 굉장히 좋았다. 생각해보니 그 쓸모없는 걸 쓸모 있게 해 주는 건 소설밖에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현재 사회를 내다보는 주된 창구 역할을 해 주는 건 뭔가.

배명훈 : 인터넷. 그 중에서도 지금은 트위터가 제일 가깝다. 꼭 좋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다만 요즘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사건 자체뿐 아니라 해석까지 '일어나는 일'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포털이나 트위터가 뭔가를 알기에 용이한 것 같다. 어제(12월 11일) 민주통합당의 국가정보원 의혹 제기 사태만 봐도 뉴스에 나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포털에서 국정원 검색해 놓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대충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알게 된다. 옛날에는 현실과 사이버스페이스를, 사건과 해석을 구분했는데 지금은 그게 구분이 되는가도 모호하니까.

오래된 것에 대한 창구는 <위키피디아>다. 어릴 때도 책 중에 백과사전을 가장 열심히 봤고 지금도 그렇다. 백과사전과 상대되는 개념이 필독서 목록인 것 같은데, 내겐 어떤 시기에 보면 더 좋은 책이 없었다. 그냥 필요한 걸 직접 찾아가는 게 더 잘 맞았다. 찾아가는 과정은 대학원 공부하면서 많이 배웠다. 책을 계속 읽으면서 필요한 걸 찾는 식이 아니라 뭘 보면 되는지 먼저 감을 잡고 찾아가는 식으로 접근한다. 한국 포털에서 검색어를 찾을 때까지 검색하고, 적절한 검색어를 찾으면 구글에서 영어 검색을 한다. 그럼 필요한 건 거의 다 나온다.

프레시안 : 나도 그런 지식 습득 방법에 익숙하긴 하지만, 학교에서는 권장하지 않는 얘기다. (웃음)

배명훈 : 구텐베르크와 백과사전을 전후로 지식의 체계가 바뀌었다. 그 전엔 과목 자체가 정해져 있었고 그 과목을 달달 외우는 게 공부를 잘하는 거였다면, 백과사전이 나온 이후에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필독서 목록을 정독해야 제대로 공부하는 거라는 생각이 남아 있다. 그런데 학문 체계가 나처럼 했을 때 더 유리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책이 수백 권 있는 도서관이 아니라, 사람들이 10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한 책이 많이 있는 도서관이 좋은 도서관인 것처럼. 특이한 질문을 던질수록 유리하다. 인터넷 덕분에 더 찾기 좋아졌고.

프레시안 : 마지막 질문. 내년이 기대되는가? 하나는 작가로서, 하나는 대통령이 바뀔 해로서.

배명훈 : 작가로서는 이제 지구전을 해야 할 단계인 것 같다. 작품을 안 내겠다는 게 아니라, 진짜 쓰고 싶은 건 미뤄 두더라도 계속 써낼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는 단계라고 해야 하나. 장편은 1년에 한 권씩 쓰고 싶고, 중간 중간 손에 잡히는 글을 많이 쓰려고 한다. 최근에 JYJ의 열혈 팬인 핵잠수함 승무원의 콘서트 티켓 전쟁을 소재로 한 '티케팅 & 타게팅'을 쓰면서 내가 왜 이걸 쓰고 있지? 미쳤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 느낌이 되게 좋았다. (웃음)

그리고 대통령이 바뀔 해로서는…, 솔직히 '나의 뮤즈' 이명박 정권 시대에서도 소설가로서는 재미있었다. <거울> 자유게시판에 "여러분, 지금 많이 쓰셔야 합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 있어요"라고 쓰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 그건 여전하지 않겠나. 그분(?)이 당선되면 난 <타워 2>를 쓰면 되겠지. 물론, 당연히 그렇게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이전에는 세상의 균열이라는 게 정교하게 감춰져 있었다. 찾아내려면 사회과학적 도구를 가지고 더 세밀하게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5년간은 그 균열이 그냥 큰길 한가운데 떡하니 방치되어 있곤 했던 것 같다. 노골적으로 해 주니까 작가 입장에선 좋았고, 독자들도 그 위에서 바로 감응할 수 있으니까 좋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총통 각하> 같은 것만 쓸 수는 없지 않나. 좋은 세상이 되어서 다른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배명훈은….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스마트D'로 과학기술 창작문예 단편 부문 당선, 같은 해 환상 문학 웹진 <거울>에 '다이어트'를 발표하면서 필진으로 합류한 이래 다양한 지면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2010년 '안녕, 인공 존재!'로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단독 단행본으로 연작 소설 <타워>(2009), 소설집 <안녕, 인공 존재!>(2010), 동화집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2011), 장편 <신의 궤도>(2011), <은닉>(2012), 소설집 <총통 각하>(2012)가 있다.
 

 

 
 
 

/안은별 기자 메일보내기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새누리당, 뒤늦게 임명장 수여 인정...

'십알단' 윤씨 "내가 '신천지' 덮었다"
박근혜 후보 SNS 보고현장에도 참석

새누리당, 뒤늦게 임명장 수여 인정... "개인의 자발적 행위"

12.12.14 16:42l최종 업데이트 12.12.14 19:21l
안홍기(anongi)

 

기사 보강 : 14일 오후 6시 25분]
 

서울시선관위에 대선용 SNS 여론 조작으로 적발된 윤정훈씨가 14일 트위터에 올린 글.
ⓒ 트위터

관련사진보기


직원 7명을 고용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SNS 여론 조작활동을 하다가 서울시 선관위에 적발된 윤정훈씨가 자신의 사건이 박근혜 후보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내용의 트위터를 올렸다.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회 총괄팀장 겸 국민편익위원회 SNS미디어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씨는 이날 오후 트위터에 "제 이슈 때문에 민주당의 국정원 드립건과 새누리당의 신천지 연관 건이 다 실패했다고 하네요 ^^;; 민주당에 좀 미안하네요! 네거티브는 그만~"이라고 올렸다.

자신의 SNS조작단이 적발돼 크게 이슈가 됨으로서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박근혜 후보 신천지 연관설이 다 묻혀버렸다는 것. 윤씨는 이를 자신의 공로로 추켜세운 셈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윤씨가 새누리당에서 임명장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문제의 사무실 운영자가 새누리당 선대위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사무실과 아무련 관련이 없고,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운영비를 지원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새누리당 선대위 직책을 가진 사람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은 심히 유감이고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방대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면서 개개인들의 자발적인 행위마저 새누리당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변인은 이날 서울시선관위가 이 사건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시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안 대변인은 "선관위는 아직 확정이 안 될 사실을 마치 모든 수사가 다 끝난 것처럼 발표했다"며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선관위의 노력은 존중하지만 오늘 오전 선관위 발표 내용에 대해선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9월에 '새마음포럼' 활동 계획 보고받아

그러나 새누리당의 해명과는 달리 윤씨가 SNS 여론 조작 활동을 위한 박근혜 후보측 조직과 관련을 맺고 있으며, 박 후보 본인도 이 조직의 SNS 여론전략 발표를 직접 듣는 등 윤씨와 박 후보의 관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시사in>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17일 친 새누리당 성향 ROTC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ROTC정무포럼 정례세미나에는 박근혜 후보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윤씨도 참석했다. <시사in>이 입수한 당시 행사 영상에서 당시 참석자들과 세미나 내용이 확인된다.

이 모임에서 박 후보는 약 6분간 직접 축사를 했고, 'SNS 현황과 전략'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끝까지 들었다. 발표 내용은 '정무포럼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고 자료를 준비해 SNS 활동 이슈를 만들어가겠다'는 것. 여기서 '새마음포럼'이라는 단체가 등장했다.

발표자는 "영향력이 큰 일반 논객들과 '새마음포럼'을 공동으로 조직하여 이미 30여 명의 논객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9월말 100명, 10월 말 300명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자는 이어 "일반적으로 페이스북에서 100명 이상이 '좋아요'를 클릭할 경우, 20~30만 명의 친구에게 노출이 되는데, 저희들은 페이스북 개인 사용자 최초로 1000명 이상의 '좋아요'와 100명의 공유 댓글 수 580개를 통해 100만 명에서 150만 명 이상에게 노출하였으며 평균 글 클릭수가 300~800명으로 최고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과시했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에 기여할 SNS 여론전략 조직으로 새마음포럼이 소개됐고, 박 후보는 이를 직접 보고받은 셈이다. 그런데 지난 13일 서울시선관위의 단속 중 윤씨의 SNS 조작단 사무실에서 나온 증거물 중에서도 '새마음포럼'이란 목록이 있다.

윤씨가 새마음포럼의 활동 전략이 박 후보에게 보고되는 현장에 참석했고, 윤씨의 사무소에서 새마음포럼 관련 자료가 나온 것. 이는 윤씨의 SNS 여론 조작 활동이 새마음포럼과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박 후보가 새마음포럼의 활동계획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점에서 윤씨의 SNS 여론 조작 활동을 "개인의 자발적 행위"라는 새누리당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5년 만에 찾아온 '대선'을 이렇게 방해하나

 


12월13일부터 14일까지 열린 부재자투표소의 투표가 끝났습니다. 이번 부재자투표소의 투표 열기는 뜨거워서, 대학가를 비롯한 노량진 고시촌이 몰려있는 동작구청 투표소는 두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투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동작구청에 근무하고 있다는 한 공무원은 이번 부재자 투표에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오마이뉴스'에 직접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요 근래에 부재자 투표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적이 없다. 200미터 이상 줄이 늘어서 있다. 투표를 하기 위해 2시간 가까이 줄을 서고 있다. 오전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대박 났다. 전부 젊은이들에 취업 준비생들이다. 이걸 지켜 보고 있는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건 혁명이다. 놀라운 일이다. 신난다."

이렇게 부재자 투표의 열기가 뜨거웠지만, 사실 부재자 투표율을 보면 지난 17대 대선보다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18대 대통령선거의 부재자투표소 투표결과 투표대상자 97만 3.,525명 중 89만 8,864명이 투표하여 92.3%의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이는 2007년 17대 대선 투표율 93.7%보다는 1,4% 낮은 투표율입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2012년 올해 실시한 19대 국회의원 선거 90.1%보다는 2.2%보다 높아진 수치이고, 투표자수는 17대 대선보다 21만 3,072명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 누구나 볼 수 있다?'

18대 대선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투표를 놓고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투표지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부재자투표지를 봉투에 넣어 강한 햇볕에 비치면 투표지의 기표 내용이 그대로 보인다. 출처:온라인

 


부재자 투표를 했던 많은 유권자들이 부재자봉투의 속이 비쳐 자신이 기표한 후보가 누구인지 외부에서 볼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이번에 사용한 부재자 봉투는 2005년 이후 대통령선거 등 모든 공직선거에서 계속 사용해온 것과 동일한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2005년 전에는 투표지를 속봉투에 넣은 후 그 속봉투를 다시 부재자봉투에 넣은 후 그 봉투의 겉면에 투표자의 인적사항을 적기도 했지만, 부재자투표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투표지가 훼손되어 2005년부터는 속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선관위는 부재자봉투에 접지 않은 투표지를 넣고 강한 불빛에 가까이 비추어 본다면 기표내용이 드러날 수는 있겠으니, 투표지를 1번 이상 접어서 넣으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선관위의 이런 사후대책에 불과한 공지에 있습니다. 사전에 왜 2005년 전에 사용하던 속봉투를 더는 사용하지 않았는지 알려주고, 투표지를 1번 이상 접어서 넣기를 알렸다면 이런 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의혹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 가림막도 없었던 재외투표 투표소'

이런 선관위의 부실한 알림과 선거 운영 방식은 부재자 투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시행된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이미 문제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 18대 대선 재외투표 투표율. 출처:중앙선관위

 


선관위는 12월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전 세계 164개국 공관에서 시행된 재외투표율이 71.2%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재외선거인명부 등재자 22만 2,389명 중 15만 8,235명이 투표한 것입니다.

선관위는 재외투표율이 높은 이유로 총선부터 시행된 재외선거 홍보 효과와 신고와 신청의 편의 제공의 효과 등의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지만, 실제로 재외투표율이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유권의 투표 의지였습니다.

투표율이 높고, 먼 곳에서 투표하러 갔다는 모습만 홍보했지만, 실제 재외투표를 했던 사람들은 부실한 선관위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아이엠피터 이웃블로거가 보내온 재외투표 인증샷, 개인 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렸음.


캐나다에서 재외투표를 했던 이웃블로거의 경우, 사는 곳에서 차로 2시간, 비행기를 타고 또 2시간 걸려 밴쿠버에서 투표했다고 합니다.

사전에 부재자 신고할 때 투표소가 오타와 대사관으로 자동 설정되어 투표소를 바꿀 수 없느냐고 대사관에 묻자, 아무 곳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왜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 재외투표는 투표소 위치에 따라 시간,돈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 때문) 투표 안내물에 공지하지 않았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투표소에 가서도 투표할 때에 보니, 가림막도 없어 뒤에서 누가 서 있으면 누구 찍는지 다 보일 정도로 투표소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선관위가 조금만 신경을 써도 충분히 유권자의 우려와 걱정을 막을 수 있는 일들이 곳곳에 보였지만, 선관위는 그저 투표지를 한 번 접어라, 스스로 물어보고 알아서 와라는 식으로 행정 편의적인 발상으로 부재자투표와 재외선거 투표를 운영했던 사례가 발견됐습니다.

유권자는 자신의 소중한 한 표가 제대로 행사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선관위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반드시 더 많은 홍보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단순히 투표 독려 홍보가 아니라, 투표 방식과 절차, 그리고 보완책을 끝까지 알려주는 것이 선관위의 의무입니다.

 

 

 


부재자투표를 신청했지만, 사정상 투표를 못 한 사람이 7만4,659명입니다. 이런 사람을 위해 부재자투표를 신청했지만 투표하지 못했어도, 선거일에 주민등록지의 투표소에 가서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비록 7만 명에 불과하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 7만 명 중에 단 백 명이라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해 투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특정후보의 당락을 떠나,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나오게 합니다.

' 5년 만에 찾아온 투표를 이렇게 방해하다니'

투표를 그저 유권자의 의지에만 맡겨놓기에는 아직도 한국 사회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5년 만에 찾아오는 소중한 대통령 선거일에 학교 행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 대학교의 2학기 기말시험 일정을 보면 연세대학교,중앙대학교,경희대학교,동국대학교 모두 12월17일부터 21일까지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12월19일입니다. 부재자투표를 하지 못했던 학생들은 이 기간에 기말고사를 치러야 합니다.

19일이 휴일이니 괜찮다고 할 수 있겠지만, 오고 가는 길을 빼면 실제로 시험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는 학생이 분명히 생겨날 것입니다. 문제는 5년 만에 찾아오는 대통령 투표일은 이미 법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 대통령 선거는 임기만료일 전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 학사일정을 잡을 때 충분히 투표일을 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관위가 미리 각 대학교에 학사일정 중 기말시험을 19일 이전에 완료할 수 있도록 했다면 무엇이 문제였겠습니까? 5년 만에 오는 투표일입니다. 그 정도 학교와 선관위가 협조할 수 없었습니까?

 

 

출처:vote1219.kr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낮다고 그들을 뭐라 합니다. 그들이 성인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의 높은 등록금과 취업난을 무시합니다. 그들에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주지도 않고 오로지 투표율이 낮다고만 합니다.

국가는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보장해줘야 합니다. 투표가 의무와 권리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그것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사회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고 조성해야 합니다.

대학생활 동안 단 한 번만 찾아올 수 있는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정말 지식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교수라면 분명 투표일 이전에 기말시험을 치르고 학생들에게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투표할 수 있도록 보장해줄 것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