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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람’ 문재인-안철수의 지난 발자취를 찾아서

 

알콩달콩 재미, ‘문-안투어’를 아십니까?
 
[‘부산공감’의 현장답사기] ‘부산사람’ 문재인-안철수의 지난 발자취를 찾아서
 
김욱 | 2012-10-12 08:34:2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은 '부산 사람'이다. 두 사람은 대학 입학 전까지 부산에서 자랐다. 문재인은 남포동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이, 안철수는 서면의 신도심이 생활권이었다. 문재인의 남포동에서 안철수의 서면까지는 지하철로 20분 거리다. 두 사람의 가장 근접한 생활권은 고등학교인데 문재인의 경남고와 안철수의 부산고는 직선 거리로 1.4km,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인접해 있다.

부산에서 살면서 문재인과 안철수는 서로 모르는 사이에 몇 번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다. 중학생 안철수가 남포동 부품상가에 라디오 부품을 사러갔다 방학 때 집에 온 대학생 문재인을 스쳤을 수 있고,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지금은 없어진 서면의 '동보서적'에서 같은 책에 손 때를 묻혔을 수도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단일화는 기정사실이다. 3자대결로는 여권 후보가 모조리 이기고 단일후보와의 대결은 대부분 야권 단일후보가 이기는 걸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화는 양쪽 모두에게 절실한 과정이다. 아마 두 사람의 단일화는 이번 선거 최대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이 같은 지역에서 자랐다는 사실은 올해 대선 또 하나의 흥미 요소다.

 

'부산공감' 회원들은 번호 순서대로 빨간 선을 따라 움직였다

지난 10월 6일 부산의 소셜미디어 유저 모임인 '부산공감'(필자도 이 모임의 회원이다) 회원들과 함께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부산에서의 자취를 찾아보는 '문안투어'를 다녀왔다. 이날 '부산공감'의 회원들은 문재인의 남항초등학교에서 시작해 안철수 부친이 얼마전까지도 운영했던 범천의원까지 두 사람의 초·중·고등학교와 살던 집을 찾아 봤다.

익숙한 부산의 공간 속에서 둘의 자취를 찾아보니 두 사람이 부산 사람이라는 게 새삼스레 다가왔다. 대통령 후보로 멀게만 생각되었던 두 후보가 영도 문재인, 범천동 안철수로 더 가깝게 느껴졌다. 정서적인 거리감이 좁혀진 건 필자와 후보 사이만은 아니었다. 둘의 생활권을 몇 십분만에 넘나들다 보니 두 사람이 드라마 속의 드디어 기다렸던 대결을 펼치는 숙명적 라이벌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같은 지역 출신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두 명이 대결하는 선거는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두 후보의 자취를 몇 시간만에 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대통령 선거는 확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백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흥미롭고 희귀한 투어를 최초로 시도하고 소개한다.

 

 

 



 

'흥남철수' 때 남쪽으로 내려온 문재인의 부모님은 피난지 거제도에서 문재인을 낳은 후 문재인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부산 영도로 이사왔다. 남항초등학교는 원래 작은 학교인데 피난민들 몰려들어 문재인이 입학할 당시 한 학년에 1000명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문재인은 3학년 때까지 가교사에서 공부해야 했다.

초등학교 시절 문재인의 기억은 가난 때문에 그리 즐겁지 않다. 배급 강냉이죽을 받아 먹기 위해 친구의 도시락 뚜껑을 빌렸다거나 월사금을 내지 못해 교실에서 쫓겨난 걸 문재인은 초등학교 기억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문재인은 이런 가난이 자신의 독립심을 기를 수 있었던 선물이 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신선성당과 남항초등학교에서 신선성당으로 올라가는 경사길

 

남항초등학교 바로 위에는 1955년 문을 연 신선성당이 있다. 당시 성당은 구호식량을 배급해 주었는데 문재인은 배급날이면 학교 뒤편 경사길을 올라 성당 앞에 줄을 섰다. 그때가 초등학교 1~2학년 때였다. 수녀님들은 배급을 기다리는 꼬마 문재인의 손에 사탕이나 과일을 쥐어주었는데 문재인에겐 그런 수녀님들이 천사처럼 보였다. 문재인은 3학년 때 이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고 문재인의 어머니는 사목회 여성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성당을 둘러보다 만난 관계자 한 분에게 문재인 후보 어머니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문 후보의 어머니는 아직도 이 성당에 다니신다고 한다. 그런데 문재인의 어머니인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문재인의 어머니가 그런 말을 안하고 성품도 너무 조용하기 때문이다.

 

부산 경남중학교

문재인은 자신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알았다. 당시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갔기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늦게까지 공부시켰는데 그때 문재인의 성적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은 당시 부산에서 최고의 일류 학교로 꼽혔던 부산중학교에 합격했다.

초등학교가 가난을 알게했다면 중학교는 문재인에게 불공평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경남중학교 인근 대신동이 당시 부산의 부촌이었다. 경남중학교 학생들도 대체로 부유했다. 문재인은 정원과 일하는 사람도 있는 집에 사는 친구를 보고 주눅이 들었다. 자신과는 씀씀이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려웠던 문재인은 그때부터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부산 경남고등학교

 

문재인은 야구광이다. 시위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때 지금의 아내가 문재인을 기쁘게 할려고 모교의 우승 소식이 적힌 신문기사를 들고 왔을 정도이다. 문재인은 야구를 좋아할 뿐 아니라 잘하기도 한다. 대학시절에는 학년 대항 야구시합에서 주장을 맡아 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에게 야구를 알게 해준 것은 야구 명문인 그의 모교 경남고등학교다. 전설적인 투수 최동원과 현재 일본에서 활약 중인 이대호 선수가 바로 이 학교 출신이다.

 

경남고등학교 도서관과 뒷산

 

경남고등학교는 오래된 원형건물이 독특하다. 지금은 도서관으로 쓰이는 이 건물이 과거엔 교실이었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 문재인 후보의 후배 두 명이 이 도서관의 불을 밝히고 있었다. 학교 뒷산은 문재인에게 '문제아'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지금의 모범생같은 모습과 달리 문재인은 한때 문제아로 찍히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 뒷산에서 술마시고 고성방가를 하다가 유기정학을 받았다.

 

부산고 교가 기념석

문재인을 지나 이제 안철수로 가보자. 안철수도 문재인처럼 야구광이다. 롯데가 부진할 때면 마음이 아파 경기를 못본다고 할 정도의 야구광인데 안철수도 문재인처럼 야구를 고등학교에서 알게 되었다. 안철수의 부산고는 문재인의 경남고처럼 야구 명문인데 안철수가 재학할 당시엔 전국대회에서 3년 간 5번이나 우승했다. 혈기 왕성하던 고등학생 안철수에게 모교의 야구 우승의 기억은 깊이 새겨졌을 것이다.

한 지역의 야구 명문인 두 학교가 라이벌이 아니라면 이상할 것이다. 문재인의 경남고와 안철수의 부산고는 세상에 둘도 없는 고교 야구 라이벌이다. 대충 하는 소리가 아니다. 얼마나 라이벌이냐면 두 학교의 올해 친선 경기에 김연아가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두 학교의 경기가 빅매치라는 것인데 이런 두 학교의 라이벌 관계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선경쟁을 숙명적 대결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부산고는 특이하게도 교가를 새겨넣은 돌을 학교에 세워두고 있는데 가만 보면 그 이유를 알만하다. 부산고의 교가는 청마 유치환 시인이 작사를 했고, 세계적 작곡가인 윤이상 선생이 작곡을 했다. 윤이상 선생은 부산고에서 교편을 잡은 인연으로 부산고 교가를 만들었다.

 

 

 

예전의 부산 중앙중학교. 현재 부산교육청 운영 '궁리마루'로 바뀌었다

 

안철수가 다닌 중앙중학교는 지금은 사라지고 건물만 남아있다. 폐교된 건 아니고 2013년 정관 신도시에서 다시 문을 연다고 한다. 중앙중학교 건물은 현재 부산교육청의 '궁리마루' 전시장으로 쓰이고 있다. 중앙중학교의 흔적을 찾으려고 건물 주위를 돌아봤지만 잘 찾아지지 않았다. 오래된 기념석 옆에 붙은 명패석에서 학교 이름을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부산 동성초등학교

 

안철수가 다닌 동성초등학교다. 자신이 직접 쓴 <행복 바이러스 안철수>라는 책에서 안철수는 초등학교에 버스가 있었지만 자신은 걸어다녔다고 썼다. 안철수의 초등학교에 버스가 있었던 것은 사립초등학교이기 때문이다.
 

범천의원 건물과 병원 외부에 붙어있는 안영모 원장 문패

'문안투어' 마지막 일정으로 찾은 곳은 안철수 후보의 부친 안영모 원장이 올해까지 운영했던 범천의원이다. 안철수의 가족은 이 병원 3층에서 살기도 했다. 현재는 '범천의원'이라는 간판은 뜯기고 셔터는 내려진 채 병원은 버려진 건물처럼 서 있다. 지난 5월 과도한 취재에 부담을 느낀 안영모 원장은 49년 간 운영하던 병원 문을 닫았다.

안영모 원장은 49년 전 이 나라가 가난했던 시대에 이 나라에서도 가난했던 이 동네에 병원을 차렸다. 가난한 이 동네는 계속 가난했고 지금은 그나마 있던 사람들도 빠져나가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더 가난해졌다. 범천의원 주변엔 문을 연 가게를 찾기 힘들었다. 49년 동안 지켰던 범천의원마저 문을 닫아버리면서 이 거리는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다.

병원 폐원 안내문

병원 셔터 안 유리문에 붙어있는 폐원 안내문의 간결한 글에 가슴이 찡해졌다. 안영모 원장의 성실한 의사로서의 삶이 이 한 문장 안에 다 들어가 있는듯 했다. 안영모 원장은 병원을 내년까지 하고싶어 했다고 한다.(일요신문 인터뷰 내용) 내년에 그만 뒀다면 저 폐원 안내문엔 49년이 아니라 50년이 적힐수 있었을 것이다.

안영모 원장이 50주년을 못 채운 건 극성스런 언론 때문일까? 대통령에 출마한 안철수 때문일까? 언론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아들 안철수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론이든 안철수든 상관없다. 내가 안영모 선생의 폐원 안내문에서 분명하게 느낀 건 정치에 대한 안철수의 확고한 의지다. 그러고보니 안영모 선생의 글씨체와 안철수의 글씨체는 참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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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안철수 죽이기' 보도, 문-안 떼놓기 위함"

 

"노골적인 '안철수 죽이기' 보도, 문-안 떼놓기 위함"

 

"언론단체 적극적 행동과 저항에 나서야"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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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11 21:22:15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권력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난'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한 '대선보도, 이대로는 안 된다' 토론회가 1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렸다.

 

   
▲ 11일 오후 3시, 서울 정동에서 '대선보도, 이대로는 안 된다' 토론회가 열렸다. ⓒ김도연

 

발제를 맡은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보수언론에게 있어 제도정치, 정치체제의 외부자인 안철수 후보는 인식공격의 대상이며 보수언론의 '안철수 죽이기'는 선거기간 내내 지속될 미래형 게임"이라며 "안 후보가 매력적인 중산층의 지지표를 빼내가면서 보수진영을 배신하는 것처럼 보일 때,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높은 당선 가능성으로서 신자유주의, 보수 정권의 재창출 가능성을 위협할 때, 그에 대한 조·중·동의 반감과 신경질은 극도의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전 대표는 "노골적인 '안철수 죽이기' 프레임은 '안철수와 문재인, 끝까지 따로 떼어 놓기'의 프레임과도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면서 "과연 단일화가 될 것인지, 그 방법은 어떤 게 될 것인지를 묻는 이들의 연설에는, 단일화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신문들은 지배 여당의 의사와 입장을 그대로 옮기고 있으며, 거의 당 대변인 역할에 가까운 기능적이고 도구적인 언어수행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날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MBC, KBS 두 공영방송사 선거보도의 편파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영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MBC <뉴스데스크>가 단독 보도한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은 한두 달 전에 언론사 기자들에게 넘어간 내용이었다. MBC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전문가 멘트가 하나 없었고 교수들의 의중이 충분히 취재되지도 못했다"며 "사측은 '전문가의 검증이 있었고 우리는 정당한 검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데, 결코 보도 책임자가 할 말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영하 본부장은 또 "김재철 사장과 편향된 가치를 가지고 있는 현재 보도라인이 있는 한 (편파보도는 앞으로)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MBC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강한 문제제기와 비판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방송사의 편향된 시사패널 선택으로 평론가로서의 양심을 지키면서 냉정한 분석을 하기 어려운,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고 입장을 표했다. 방송환경이 보수 패널에게 유리하게 조성돼 진보 평론가로서 소신있고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유창선 평론가는 "이런 편향된 환경에서 공정한 보도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야권의 대선 후보 캠프부터 공적으로 편파적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또 언론단체들도 보다 적극적인 행동과 저항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보도의 편향성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지금보다 더 행동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공유됐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무브온의 경우 불공정한 보도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있다. 그것은 '불공정보도가 있다면 문제제기를 통해 항의한다'는 것이었다"며 "'안티조선운동' '수신료 거부 운동' '언론연대의 감시' 등 외부적 자극을 통해 언론사에 대해 강한 압박과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송 교수는 "SNS 자체가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사회운동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규찬 대표 역시 마무리 발언에서 "시민사회의 모니터링 강화, 비상기구 행동단체 조직화, 그리고 학계와의 공모를 통한 계획 설계 등으로 공정한 선거보도를 위한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로어에 있던 한 시민은 "시민단체활동이 정치 입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시민단체와 시민사회가 스스로 성찰과 함께 공정한 방송을 위한 목소리를 결집하는 것만이 편향된 방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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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수장들의 한바탕 웃음

종단 수장들의 한바탕 웃음

 
조현 2012. 10. 10
조회수 378추천수 0
 

 

 

국자감 대성문앞 공자상-.jpg

베이징 국자감 입구의 공자상

 

 

 

대성예악 관람-.jpg

베이징 공자의 사당에서 펼쳐지는 대성예악을 관람하는 종교지도자들

 

 

 

 

대성예악 여자무희들-.jpg

베이징 공자의 사당에서 펼쳐지는 대성예악에서 여성무희들의 춤을 관람하는 종교지도자들

 

 

 

 

대성예악 남자무희들 관람-.jpg

베이징 공자의 사당에서 펼쳐지는 대성예악에서 남성무희들의 춤을 관람하는 종교지도자들

 

 

 

공자사당에 예를표함-.jpg

공자사당에 예를 표하는 종교지도자들

 

 

 

 

국자감 주위 연못-.jpg

국자감내 벽옹을 둘러싼 연못

 

 

 

 

황제가 직접 강학하는 장면 그림-.jpg

황제가 직접 가르치는 장면을 그린 벽옹내 그림

 

 

 

 

우리나라 7대 종교지도자들이 ‘이웃종교체험’을 위해 유교의 교조 ‘공자’를 찾아 떠났다. 지난 4~7일 3박4일 일정이다.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민족종교지도자협의회 한양원 회장, 천도교 임운길 교령, 성균관 최근덕 관장, 가톨릭 주교회의 종교간대회위원회위원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배인관 사무총장, 원불교 문화사회부장 김대선 교무를 비롯 20여명이 함께 했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이다. 특히 조선 500년은 명실공히 유교(학)의 시대였다. 그래서 종교와 학문의 지형이 크게 바뀐 지금도 유학은 의식 깊숙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평등과 민주화가 보편화된 현재까지도 위계질서가 엄격한 종교계는 불교건 기독교건 실상 ‘의식·문화·관습은 유교적’이라는 평이 많다. 다양한 종교들이 ‘유교(학)’에선 통하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유교는 ‘종교’보다는 ‘학문’으로 받아져 타종교인도 거부감 없이 좀 더 쉽게 다가가는 특성도 있다.

 

순례단의 첫 방문지는 베이징 국자감. 원·명·청대에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중국 천하의 인재들이 모여 공부했던 곳이다. 부속건물 벽옹 주위는 지름 60m 못이 360도 둘러싸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중에 새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에 종교지도자들이 “이런 건 어느 나라나 어느 종교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한웃음을 터트린다.

 

 이어 국자감과 붙어있는 공묘. 원나라 때 창건돼 황제들이 공자에게 제사를 올리던 사당이다. 공묘에선 젊은 남녀가 화려한 옷을 입고 사당 앞에서 음악에 맞춘 춤을 춘다. 엄숙하기 그지없을 것만 같은 공자의 사당에서 춤이라니.‘대성예악’이다. 음악을 도(道)로 보았던 공자의 덕을 맹자는 ‘집대성’(集大成)으로 표현했다. 다른 성인들의 덕은 하나의 악기가 최고의 연주를 이뤄낸 ‘성’(成)라면 공자의 덕은 각각의 연주를 모은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뤄낸 ‘대성’(大成)이라는 것이다.

 

 

 

공림 앞의 종교지도자들-.jpg

공자와 후손들이 묻힌 공동묘지인 공림 입구에 선 종교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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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림 내 공자의 묘

 

 

 

공자묘 앞의 아이들-.jpg

"공부 잘 하게 해주세요" 공자 묘 앞에서 기도하는 중국의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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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공자의 묘를 지킨 제자 자공을 기리는 비석. 문화혁명 때 두동강난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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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연구원내 공자 당시를 재현한 조각상을 관람하는 종교지도자들

 

 

 

제자 가르치는 공자 그림-.jpg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 그림. 공자연구원내

 

 

 

 순례단은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로 향했다. 공자연구원은 중국정부가 공자를 중국의 상징으로 부활시키면서 1996년 설립한 곳이다. 양차오밍 원장 등이 일행을 지극히 맞는다. 그도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성균관’이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열린 ‘제5차 세계유학대회’에서 ‘2012 공자문화상’단체상을 받았다. 공자에게 제사를 지내는 석전대제 등 중국인들이 잃어버린 유교의 예식과 정신을 전해주는 멘토인 최근덕(79) 성균관장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각별하다. 공자의 후손인 양샹린 부원장은 온종일 순례단과 동행했다.

 

 한 때 문화혁명 때 파괴했다가 이제 정부 차원에서 띄우는 ‘공자’의 유적지는 어디나 인산인해다.‘세계 최고의 사당’이라는 공묘와 공자씨족의 공동묘지인 공림도 마찬가지다. 공자의 후손들이 거주한 ‘공부’(孔府)도 발 디딜틈이 없다. 순례단 가운데 최고령인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89)회장은 “불리하다고 내치고 유리하다고 상품화하는건 아직도 공자의 참뜻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공자는 중국 하나를 본 것이 아니라 온 인류가 수신제가를 통해 천하를 태평케 해 하나가 되는 대동세계를 이루려 했다”고 설명했다. 

 

 ‘공부’에서 여성들만의 거처로 남자종도 출입할 수 없었다는 안채로 들어가자마자 총천연색으로 그려진 대형벽화가 마주한다. 용처럼 생긴 탐욕스런 ‘탐’(貪)이란 동물이 발에 온갖 보물을 다 쥐고서도 하늘의 태양까지 따려고 덤벼드는 그림이다. 남성들보다 글공부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그림이다. 이 문을 통해 바같으로 나가기 전 ‘탐욕에 물들지 말 것’일 경계한 것이다. 이를 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배인관(54)사무총장은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란 성경 야고보서를 인용하며, “탐욕과 욕망의 길을 가르치는 종교가 있겠느냐”면서 “우리 사회의 모든 병폐가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공부

 

공부 내실 벽에 걸린 탐-.jpg

공자의 가문에서 바깥 세상에 나갈 때 탐욕에 물들 것을 경계하기 위해 상상 속의 동물 '탐'을 그린 벽화

 

 

 

공부에서 쉬는 종교지도자들-.jpg

공자의 집 `공부'에서 쉬고 있는 종교지도자들

 

 

 

공부에서 죄인된 김희중 대주교-.jpg

공자의 집 공부에서 벌을 주기 위해 만들어놓은 빨래판같은 대리석 위에서 무릎을 꿇어보고 있는 김희중 대주교

 

 

 

공자집 공부에서 종교지도자들-.jpg

공자가문의 집 공부 앞에 선 종교지도자들

 

 

 

 공자가 거처했던 집 앞엔 마치 빨래판같은 대리석이 놓여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무릎을 꿇고 걷게 했다는 판이다. 천주교 김희중(65) 대주교와 원불교 문화사회부장인 김대선(59) 교무가 ‘죄인’을 자청해 시연했다. 주위에서 “아프냐"고 묻자 그들은 “그걸 말씀이라고 하느냐”고 물어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공부엔 진시황이 책들을 없애게한 분서갱유 당시 공자의 후손이 책을 넣고 외벽을 봉해버렸다. 그래서 유실을 막은 노벽이 있다. 이 때 보존된 논어는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말해주는 지침서다. 천도교 임운길(84) 교령은 “공자께서 종교적인 의식보다는 생활 속에서 뜻을 펴며 실천하도록 하는데 주력했다는 것을 알겠다”고 말했다.

 

 일행은 노벽 한켠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이 때 최근덕 관장이 ‘농반 진반’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과거 이곳에 왔을 때, 중국인들에게 ‘죽어 좋은 곳에 가려면 헌금을 많이내야한다’는 내용이 적인 <논어>를 한권 줄테니, 이걸 노벽에서 새로 찾았다고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유교가 내세에 대해선 일체 언급 없이 현세만 이야기하니, 사람들이 헌금 바칠 생각도 안해 성균관이 배 고파서 못살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양원 회장이 “지금 공자님에게 하소연을 하는거냐 원망을 하는거냐”라고 물어 웃음이 터졌다.

 

 

 

태산에 오르는 사람들-.jpg

태산에 오르는 순례객들

 

 

 

옥황봉에 오르는 사람들-.jpg

태산의 정상 옥황봉에 오르는 순례객들

 

 

 

태산 벽의 글씨들-.jpg

태산에 오르는 길 절벽에 새겨진 문장들

 

 

 

공자소천하처-.jpg

`공자가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보인다'는 말을 기념하는 `공자소천하처' 비석

 

 

 

 

도교사원의 열쇠-.jpg

태산 정상 도교사원 안에 헤어지지 말 것을 언약하는 자물쇠들이 잠겨있다.

 

 

 

옥황봉의 자승 스님-.jpg

태산 정상 공복석 아래 자승 스님

 

 

 

태산 정상의 조망-.jpg

태상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

 

 

 

 웃음 속에선 다름도 갈등도 없는 ‘대동’(大同)이었다. 김대선 교무는 “궁극적으로 성자들이 일깨워준 것은 정성과 공경과 믿음”이라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 이렇게 평화롭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웃종교의 교리를 수용할 수는 없어도 이해하고 준중할 수는 있다”면서 “모든 게 경제논리로만 좌우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각 종교들이 정신문화의 가치와 참된 지혜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해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순례단의 여정의 종착지는 타이안의 태산. 중국의 오악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여긴 성산이다. 공자가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보이는구나’고 했다는 것을 기념하는 ‘공자소천하처’(孔子小天下處)에 오른 종교지도자협의회 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백천입해 동일함미(百川入海 同一鹹味·일백개 천의 물이 바다로 들어가면 짠맛으로 하나가 됨)’라는 말로 공자가 꿈이 그리던‘대동’을 표현하며 이렇게 말했다.

 

 “50개 종교, 500개 종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성현의 가르침을 실현하는 길 아니겠는가”

 

베이징·취푸·타이안(중국)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이웃종교 순례는

 

공자연구원의 순례단들-.jpg

취푸 공자연구원 앞에 선 이웃종교체험성지순례단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순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더구나 종교 갈등이 세계 곳곳의 불화에 기름을 끼얹는 지금 상황에선 더욱 더. 이런 순례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다종교 국가인 우리나라 종교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번 순례는 종교간 화해를 위해 문화관광부가 지난 2010년부터 마련한 것이다. 기독교유적지인 이슬라엘·로마 교황청과 지난해 캄보디아 불교유적지에 이은 세번째다.

 

 과연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다니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신앙을 지키면서도 조화를 이룰 것인가.

 

 

마차위의 대주교와 스님-.jpg

마차에 동석한 김희중 대주교와 자승 스님

 

 

 ‘군자는 남과 조화를 이루나 남과 같아지지는 않으며, 소인은 남과 같은 척 하지만 실제로는 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공자의 말을 모은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말이다. 7대 종교 지도자들은 이번 순례에서 조화와 화해의 여정으로 군자의 도를 보여주었다.

 

 순례는 7대 종단 수장단 중 기독교 홍재철한기총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원불교 교정원장은 종단 사정으로 각각 불참해 다른 간부들이 대신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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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은 왜 아들을 북한 땅에 묻었을까

[압록·두만에서 바라본 북한의 오늘]<3>

황재옥 (사)평화협력원 인권·평화센터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0-11 오전 7:57:52

 

지난 8월 초순 한국의 북한전문가들이 8박9일 동안 압록강 서쪽 끝 단동(丹東)에서 두만강 동쪽 끝 방천(防川)까지 북·중 국경 1376.5㎞, 3000리가 넘는 거리를 답사하면서 강 건너 북한 땅의 사정을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답사는 북한 전문가들이 그 동안 문헌자료와 현장경험을 통해서 축적해온 지식과 눈앞의 현실을 대조하고 검증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답사단의 분석과
평가정보와 자료로서 가치가 적지 않습니다. <프레시안>은 답사단의 일원이었던 황재옥 박사가 이번 현장답사에서 보고 듣고 느낀 내용들을 정리한 글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둘째날-오전] 마오안잉(毛岸英)의 동상과 수풍발전소

마오안잉(毛岸英)의 동상과 소련 공군의 한국전쟁 참전 사실(史實)


둘째 날 아침 우리는 단둥(丹東)을 떠나 허커우(河口)에서 압록강의 두 번째 단교와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동상을 보고 수풍댐까지 갔다. 이 지역은 옌볜에 비해 기후조건이 좋아 사과와 복숭아 등의 과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단둥을 떠나 수풍댐 가는 길옆에는 과수원들이 펼쳐져 있었고, 재배한 과일들을 내다 파는 좌판들이 도로변 여러 군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중국 쪽 기후조건이 이렇다면, 강 건너 반대편인 북한의 평안북도 의주와 창성, 그리고 자강도 쪽도 살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기후조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전쟁 때 끊어진 압록강 위의 두 번째 단교가 허커우(河口)라는 곳에 있다. 허커우 단교도 단둥의 단교처럼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졌다. 1950년 10월 이후 중국인민지원군 부대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단둥, 허커우, 지안(集安)이었다고 한다. 허커우 다리가 끊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허커우 단교 위에는 한국전쟁 참전 지원군 지휘관들의 흉상이 도열해 있었다. 허커우 단교를 둘러보고 나서 우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동상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 마오안잉(毛岸英)의 동상. ⓒ황재옥
마오안잉의 동상은 단둥 항미원조기념관에 있는 펑더화이(彭德懷) 동상만큼 잘 조성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오안잉 동상도 북중관계와 관련해 의미 있는 동상임에 틀림없었다. 이 동상은 2010년 참전 60주년을 기념해 세워졌다고 한다. 중국의 향후 동북아 전략과 관련해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활용하려는 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정치적 상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상의 하단 뒷면에는 마오안잉(1922~1950)의 스토리가 적혀있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중국공산당 중앙과 마오쩌둥 주석이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 保家衛國)' 차원에서 북한에 중국인민지원군을 파견하기로 결정하자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이 맨 먼저 중국인민지원군에 등록을 했다고 쓰여 있었다. "그리하여 중국인민지원군 제1호가 되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는 설명도 함께 있었다. 마오안잉은 평안북도 동창군 대유동 지원군 사령부에서 러시아 통역을 맡으면서 사령관(펑더화이)의 비서로 일하다가, 참전한 지 약 한 달 만인 1950년 11월 25일 미군 전투기 폭격으로 전사했다. 마오안잉은 아버지인 마오쩌둥의 지시에 따라 북한 땅에 묻혔다.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묘에 마오안잉은 다른 전사자들과 함께 묻혀 있다.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차원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28세의 젊은 나이로 마오안잉은 전사했다. 일행 중 한 분이, 마오쩌둥은 며느리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마오안잉을 북한 땅에 묻으라고 명령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나는 마오쩌둥이 왜 그랬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결국 마오쩌둥의 심모원려(深謀遠慮)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즉 마오쩌둥이 깊이 궁리를 하고 멀리까지 내다 보았다는 것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장남이 위기에 처한 북한을 도우러 왔다가 전사했다. 그리고 북한 땅에 묻혀있다. 북한은 중국에 크게 빚을 진 거다. 중국 사람들은 그 일로 북한에 생색을 낼 수도 있고, 목숨 받쳐 희생적으로 북한을 도왔으니, 북중관계는 특별하다고. 중국의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하다.

미국 대통령 아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했고, 한국 땅에 묻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이 미국을 대하기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우방끼리도 도리는 있는 법이다. 중국이 조중우의를 강조하는 배경에 이런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마오안잉 동상을 직접 보고 더욱 실감하였다.

▲ 마오안잉의 동상에 쓰인 약력. ⓒ황재옥

한국전쟁은 북한이 소련의 후원을 보장받고 시작한 전쟁이라는 것은 소련의 당시 외교문서를 통해서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2010년 중국 당국이 세운 마오안잉의 동상에서 소련 공군의 한국전쟁 참전 사실(史實)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행 중 한 분이 한국전쟁 초기 소련의 공군력 지원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소련사이의 막후 외교협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 개시 후 9월 15일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9월 28일 서울 수복 후, 10월 1일 국군이 38선을 돌파하여(이날을 기념하여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제정) 북진하기 시작하였다. 이 날 바로 중국은 내부적으로 한국전쟁 참전을 결정했다. 한국군과 미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자 마오쩌둥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미군이 동북3성까지 위협할 것을 우려하였다.

그리하여 10월 1일, 밤을 새워가며 격론 끝에 10월 2일 '중국인민지원군'의 이름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참전 결정 사실을 스탈린에게 통보했다. 그리고 10월 8일 마오쩌둥은 '중국인민지원군 편성에 관한 명령'을 내렸다. 같은 날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스탈린에게 공군 지원을 간청하기 위해 그루지아의 휴양지 아브하지아로 떠났다.

그런데 10월 19일까지 중국은 행동을 개시하지 못했다. 참전에 필요한 인원 차출이나 병참 준비관계로 행동개시가 늦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미군의 막강한 공군력을 견제해줄 만한 화력이 중국에는 없는 반면, 소련이 지원 약속을 미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드로 윌슨센터가 공개한 저우언라이문고(周恩來文稿)에 따르면, 저우언라이가 10월 14일에도 스탈린에게 소련 폭격기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 때까지 소련은 중국의 속을 태우면서 답을 안 주었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스탈린으로부터 공군 지원 승낙이 떨어지자 10월 19일 비로소 중국인민지원군이 압록강을 건넌 것이다."


펑더화이가 군대를 이끌고 압록강을 건널 때까지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이다. 북한에 한국전쟁 참전 소련 공군 묘역이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중국 당국이 마오안잉 동상에다 마오안잉이 러시아어 통역관으로 일하다가 폭사했다고 새겨 놓았으니 이것보다 더 확실한 소련 공군의 한국전쟁 직접 참전 증거가 어디 있을까?

경위야 어찌 되었건, 단둥의 펑더화이 동상과 허커우의 마오안잉 동상이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1~2년의 시차를 두고 만들어졌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중국이 G3, G2 국가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북중간 경제협력이 재개되는 때에 만들어졌다. 이것은 항미원조-조중혈맹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북중관계를 주도적으로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수풍댐 주변 풍광과 강 남북의 사는 모습의 차이

허커우 단교와 마오안잉 동상을 보고난 뒤 우리는 선착장으로 가서 수풍댐 근처까지 운행하는 배를 탔다. 그런데 오늘도 날씨가 흐리고 압록강 물위로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어 북한 쪽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을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선착장 매표소 근처 안내판에 뱃길 주변 중국과 북한 지역의 약도가 있었다. 허커우 단교와 마오안잉 동상이 서있는 곳은 칭수이(淸水)라는 곳이고, 건너편 북한 지명은 청성군(淸城郡)이다. 중국 쪽도 북한 쪽도 모두 맑을 청(淸)자를 넣어 지명을 지었다. 이걸 보면 옛날부터 이곳의 풍광이 좋았던 모양이다. 약도에는 선착장 건너편으로 김일성 고거(金日成 故居) 표시가 있었다. 아마도 그 곳에 한 때 김일성 별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풍광이 수려한 관광지여서 그런지 중국인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수풍발전소 근처까지 가는 관광유람선도 여러 대 있었다. 우리는 유람선으로 이동하면서, 버스는 수풍댐 바로 밑 동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배를 타고 수풍댐을 향해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얼마나 물이 많았으면 옛날부터 수풍(水豊)이라고 했을까? 물이 많은 곳이어서 그런지 물안개 속에서도 강물의 색은 초록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압록강(鴨綠江)의 이름은 청둥오리(鴨)의 초록(綠) 깃털처럼 물색이 아름답다 해서 당나라 때부터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강 중류라서 강폭은 제법 넓었다. 압록강에서 조정 연습을 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안개 속으로 아련하게 들어 왔다.

물안개 속을 뚫고 한참을 가니 드디어 북한 마을이 나타났다. 텃밭과 집, 공장 등 일상적인 주민들의 생활환경이었다.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지붕은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노후하였고, 건물 벽이 얼마나 낡았던지 비가 오면 물이 샐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우리를 보고 오른 손을 머리위로 높이 들어 올리는 북한식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산비탈에 방목한 염소감독하면서 양산을 쓴 여성도 보였다. 협동농장의 염소들이라고 한다. '피부 보호를 위해 빛을 가리는' 양산을 쓴 여성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약간 놀랐다. 북한의 사는 형편에 비해서 예상 밖의 여유와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1998년 8월, 내 눈에 비쳤던 북한주민들에 비해 이번에 본 북한 주민들은 먼발치에서나마 활기차다는 것이었다. 체격도 극히 마른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냥 강가에 쭈그리고 앉아 멍하니 강가를 바라보는 북한주민들이 많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놀이하거나 고기를 잡는 사람들은 있어도, 그냥 멍하게 앉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위 '고난의 행군' 끝자락이었던 1998년 8월에 국경지역에서 봤던 같은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가슴 찡하기도 했었는데, 이번 답사 기간에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 압록강에서 본 북한 주민. ⓒ황재옥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중국과 북한의 산하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접경지역 북한의 산에는 나무가 없는 대신 뙈기밭이 많았다. 뙈기밭은 일부 경작되거나 아예 방치된 곳도 있었다. 식량사정이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접경지역에서만이라도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뙈기밭이 많이 경작되고 있던 이전의 방문 때와는 좀 달랐다. 그리고 수풍댐 주변에 설치된 북한과 중국의 송전탑도 모습에서 차이가 났다. 중국 쪽 송전탑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에펠탑같이 늘씬한 철탑인데 반해, 북한 쪽 송전탑은 T자 모양으로 키가 작고 아담한 모습이었다.

이번 답사에서 가장 특별한 '신풍경'은 자전거를 탄 북한주민이 많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3~4대가 지나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탄 여성의 모습도 보였다. 자전거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았다. 북한주민의 생활 형편상 자전거 구입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였지만, 일행 중에 그것까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철로 공사를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도 보였다.

수풍댐이 가까워지면서 북한 쪽 산야에 세워진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 만세"라는 구호가 눈에 들어 왔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는 구호도 눈에 띄었다. 나는 '은'이라는 글자를 망원경으로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혹시 김정일의 '일'자를 지우고 그 위에 '은'자를 새로 쓴 것은 아닌지 궁금하였다. 북한의 김일성 일가에는 이름 가운데 '정'자가 많이 들어간다. 김정숙, 김정일, 김정은. 이들 이름 가운데 '정'자가 잘 쓰이는 것은 혹시 북한 주민들이 익숙하게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 항렬처럼 쓴 것은 아닐까하고 추측을 해 보았다.

▲ 북한 쪽 산야에 세워진 문구들. ⓒ황재옥

유람선을 타고 40분 정도 올라가니 드디어 수풍댐이 나타났다. 압록강에 가장 먼저 세워진 수풍발전소는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해 배후기지로서 조선을 공업화하면서 1937~41년에 걸쳐 건설되었다. 수풍댐 근처는 일제 때 일본의 병참 지역이었다고 한다. 압록강 수계의 발전소 중 최대 규모이고 시설 용량 70만kw로 당시에는 동양 최대였다. 댐 색깔 때문인지 노후해 보이기는 했으나 당당함은 그 옛날 동양 최대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였다. 날씨가 흐려서 더 당당한 수풍댐의 위용을 사진에 담아 올 수는 없었으나, 초등학교 때 사회생활 시간에 말로만 들었던 수풍댐을 지척에서 바라보니 감개무량했다.

▲ 수풍댐. ⓒ황재옥

 

 
 
 

 

/황재옥 (사)평화협력원 인권·평화센터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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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불산 피해, 종이 몇장으로 막을 수 있었다

[주장] 물질안전보건자료 확인은 필수... '전문가 풀' 꾸리는 것도 시급해

12.10.11 09:38l최종 업데이트 12.10.11 09:38l
김학용(taelim)

 

 

실제 유해화학물을 취급하고 제조하는 회사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사례를 중심으로 화학사고 초동 대처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자 말

[사례①] "비누 원료라던데 운전자 얼굴에 화상이..."

유독물을 운반하는 한 탱크로리 차량의 외부에 기재된 적재량 표시.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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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쯤이었다. 내 휴대전화에 '0XX-XXX-0119'라는 발신번호가 떴다. 받고 보니 관내 소방서 관제직원의 다급한 전화였다. 그는 고속도로 상에서 탱크로리가 전복돼 비누원료로 추정되는 약품이 누출됐다며 어떻게 방제해야 하는지 급하게 물었다. 단 몇 마디만 나눴을 뿐인데 나는 그 액체가 유독물임을 직감했다.

"운전자 말로는 비누원료라고만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네요. 운전자 얼굴에 화상을 입은 것 같기도 하고... 도로 옆 냇가에는 작은 고기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니, 급하니까 이리로 빨리 좀 와주세요!"
"비누 원료요? 그렇다면 혹시 '수산화나트륨'이나 '가성소다'라 불리는 유독물은 아닌지 살펴봐 주세요. 아마 차량 탱크에 약품명이 표시돼 있거나 유독물 운반카드가 있을 겁니다. 혹시라도 맞다면 그건 유독물입니다"

"그래요? 그럼 선생님께서 취급하시는 방제약품이나 적절한 중화조치는 없을까요?"
"유출약품이 알칼리성이니 중화조치는 염산 등 약산성 약품이 해당되겠지만, 잘못 사용하면 2차 오염이나 환경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섣불리 사용하면 안 됩니다. 일단 누출량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니 건조된 흙이나 모래 등으로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절대 작업자들의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당부해주세요!"

사고 내용은 이랬다. 예상대로 실제 탱크로리에 실렸던 약품은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NaOH·비중 약1.52·pH14)라 불리는 강알칼리성 유독물 원액이었다. 이날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탱크로리차는 급커브를 지나다 운전 미숙으로 전복되고 말았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은 운전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탱크로리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약품을 막기 위해 홀로 수습하려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출동한 소방관의 질문에 운전자는 문책이 두려워 '비누원료'라고 얼버무린 것이었다.

전복된 유독물 탱크로리 운전자, 문책 두려워 "비누원료"

유독물의 위험성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경찰과 소방관들이었지만, 운전자의 피부에 거무스름할 정도의 화상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자 뭔가 심상치 않은 약품임을 직감했다. 급기야 고속도로 바로 옆 하천에는 극히 일부만 유입됐는데도 치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방제팀은 부랴부랴 해당 지자체에 환경 관련 업체를 수소문한 후 나를 찾은 것이었다.

당시 운전자는 자신이 운반하는 유독물의 특성이나 응급방제 요령도 제대로 모르는 채 탱크로리를 몰고 있었고 최소한의 방제장비도 갖추지 않았다. 또 운전자는 사고 시 현장에 출동한 방제팀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는 유독물 운반카드(운반 중인 유독물의 특성과 방제요령을 적은 카드)조차 비치하지 않았다. 방제팀은 운전자의 진술에만 의존했던 것.

이미 하천에 유입된 곳을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흘러들어간 양이 미미해 더 이상의 오염사고로는 확산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당시 흘러들어 간 약품의 양이 많았거나 약품이 불산(불화수소산) 같은 강산성이었더라면 피해규모는 엄청났을 것이다. 이번 불산 누출로 인한 피해가 급속도로 퍼진 가장 큰 원인도 누출 약품의 특성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었던가.

[사례②] 염산 누출사고 발생... "탱크로리 보내주세요"

일정 수준 이상의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화학사고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인 ‘자체방제계획’이라는 제도로 관리되고 있다. 사진은 자체방제계획서 내용중 일부.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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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염산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OO화학공단 내 한 공장에서 '탱크로리 차량을 급히 수소문할 수 없겠냐'는 연락이 왔다. 공장 내 염산 저장탱크(50m³) 하부의 드레인밸브(Drain Valve·이토변)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염산이 누출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염산의 부식성으로 인한 단순한 균열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압력이 걸리면서 점점 균열이 커지고 말았단다. 결국 누출이 심해져 저장탱크 내 모든 약품을 빼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다행히 약품을 수거할 차량은 바로 준비됐다. 염산 저장탱크 방호벽(약품누출 차단시설) 내에 누출된 양은 아직 미미했지만 탱크로리에 옮기는 시간만 2시간 정도 걸리는 게 걸림돌이었다. 특히 염산의 농도는 35%의 고농도. 강산성인 염산은 피부 특히 눈에 직접 닿을시 심한 손상을 일으켜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으며 흡입 시 기관지폐렴이나 폐부종으로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독극물이다.

MSDS 통한 침착한 대처... 노출가스 최소화로 피해 막아

이번에 문제가 된 불산의 화학적 물성과 위험성, 노출 상한 기준선을 비롯, 운송 시 누출사고나 화재발생시 대처 방법이 기록된 MSDS의 첫 페이지.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 산업안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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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현장담당자에게 방제요령을 유선상으로 침착하게 설명했다. '절대 현장관리자의 자의적인 판단과 처치는 금물'이며 '조치 처음부터 끝까지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MSDS)를 통한 정확한 방제'를 주문했다.

또 '스크러버(유해가스 정화 및 대기 배출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작업자에게는 내산성 보호구와 보호복을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염산이 신체에 닿았을 경우 특정한 해독제가 없으니 작업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흐르는 물로 계속 살수해 가스 발생을 감소시키라'고도 주문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일사불란한 대처가 이뤄졌고, 천만다행으로 누출 직후 정확한 방제조치가 취해졌다. 누출 가스를 최소화해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보호마스크를 착용했다고는 하지만 워낙 강한 유독성 가스라 현장 작업자들이 약간의 현기증 증세를 보인 것 말고는 큰 문제는 없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내 안경 렌즈의 코팅이 녹아버려 쓸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단시간의 유독물 가스 누출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물질 제조업체에서 탱크로리의 불산이 일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 명이 크게 다쳤다. 이후 불산 가스가 주변으로 퍼지면서 2차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치료를 받은 주민이 3000여 명을 넘어섰고, 농작물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불산 가스 누출사고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정부는 화학물질 관리를 강화한다며 조급하게 이것저것 추진하고 있다. 전수조사에 의해 취급 품목과 업체의 사고 발생을 구분해 매뉴얼을 작성, 상황별로 대처한다고 밝혔다. 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화평법' 시행 안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화학약품 누출사고가 한두 해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지만 사건이 발행할 때마다 커다란 사회적 파장이 이는 것도 유사하다.

누출 사고 대처할 때는 해당 약품 MSDS 확인부터

불산 MSDS에 기록된 누출 시 대처방법과 위험성. MSDS만 잠깐 살펴봤더라도 이 같은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 산업안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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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응방법의 변화 없이는 '도로아미타불'이다. 매번 그러했듯, 또다시 방재시스템을 재정비한다는 명목 아래 장비구입으로 거액의 예산만 투입하고 누출사고 관련자 몇 사람을 시범케이스로 사법처리하는 척하다가 흐지부지될지 모를 일이다.

전국의 모든 유독물 사용업체를 폐쇄하고, 모든 소방대원에게 다른 업무 제쳐놓고 수천 종의 유해물질 방제법을 달달 외우게 하고, 모든 탱크로리차는 고속도로 진·출입 시 톨게이트에서 허가를 받고 운행해야 한다면 모를까.

제2, 제3의 불산 사태가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또다시 '소방인력과 예산 부족' '미온대처가 화 불렀다' '알고 보니, 절차 무시' 등 이런저런 '소설' 써가며 갑론을박할 것인가.

만약 이번처럼 바로 내 눈앞에서 유독 약품과 가스가 누출됐다고 생각하면? 누구든 앞에서 눈도 못 뜨고 숨 막히는 유독가스가 퍼져 나온다면? 그야말로 정신을 놔 버리고 말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수습절차 무시나 미온 대처의 문제라기보다 무엇이 유출됐는지, 어떤 성질을 가진 화학물질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단 물부터 뿌린 대처였다고 생각한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부식성이 강한 불산을 제독시키기 위해 알칼리약품인 소석회를 뿌리고 물을 뿌려 중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했지만, 불산이 보다 빠르게 증발돼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더 키우고 말았다. 독성가스 유출사고에 따른 취급상 주의사항이나 응급방제요령 등에 관한 MSDS만 살펴봤더라도 이 같은 사태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각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에 대해 ▲ 성분과 위해성 여부 ▲ 취급 및 저장방법 ▲ 사고 시 대처 요령 ▲ 누출 및 화재 시 대응법 등을 적은 MSDS를 사업장 내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도 거의 대부분의 화학제품 제조업체에서는 판매와 유통과정에서 해당 약품의 시험성적서와 MSDS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유독물 운반카드가 없다면? 차량외부 부착표시 활용하라

특히 3~4장으로 돼 있는 이 문서는 해당 약품의 화학적 물성과 위험성, 그에 누출되는 상한 기준선까지 모두 정해놨고, 운송 시 누출사고나 화재 발생 시 대처 방법도 모두 기록돼 있다. 결국 MSDS를 통해 얻은 단 1분의 방제요령만 습득해도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확률은 수십 배로 높아진다. 혹시라도 현장에 MSDS가 비치돼 있지 않다면? 인터넷을 사용해 산업안전공단이나 관련 업체 누리집에서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이 기사 하단에서 불산 MSDS를 내려받을 수 있다).

또, 현재 일정 수준 이상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화학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인 '자체방제계획'이라는 제도로 관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염산의 경우, 보관 및 저장 수량이 20톤 이상일 경우에는 자체방제계획 수립대상이다.

여기에는 ▲ 취급유독물의 유해성 자료 ▲ 사고 시 응급조치방안 ▲ 사고 시 주민의 대피요령 등이 반드시 기재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준량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은 사고 자체방제계획서 적용에서 제외돼 있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해화학약품을 5,000kg이상 운반 시는 운반계획을 숙지하고 운반사고에 대비해 유독물 운반카드를 소지하도록 하고 있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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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화물자동차운송업자가 유해화학물질(환경부 장관이 고시함)을 5000kg 이상 운반 시 운반계획을 숙지하고 운반사고에 대비해 유독물 운반카드와 일정한 방제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 운반카드에는 적재 물질의 이름·성분·유독성과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취해야 할 초동조치 요령과 신고 관서 전화번호 등이 기재돼 있다.

혹여 유독물 운반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면? 차량 외부에 부착된 적재물 표시에 기재된 약품명을 검색해 MSDS를 찾아보고 이를 통해 적절한 방제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고 발생 때 가장 먼저 소방관들이 출동하지만 이들의 주 임무는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다. 하지만 화학물질이나 독성가스 누출사고에 대비한 장비는 물론이고 상세한 매뉴얼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사고처럼 현장에서 중화제 대신 물을 뿌려 가스 확산을 초래하는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이는 화학 사고 발생 시 현장에 직접 투입이 가능한 '전문가 풀(Pool)'을 만들어 바로 연계한다면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

전문가 풀 도입... 화학사고 대응 시스템화 절실

지난달 27일 구미 국가산단 4단지의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작업중 불산가스 유출 되고 있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 경북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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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사고 대처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방제조치 등을 실제적으로 지원하게 될 전문가 풀을 학계·화학회사·연구소·보건환경단체·환경화학기술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해야 한다.

각 소방서와 지자체 환경정책부서는 1서 1담당자를 의무적으로 지정해 긴급상황 발생 시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정보파악을 통해 정확한 방제요령을 지령하는 화학물질 사고대응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방당국은 언제까지 화학분석차량과 물질별 매뉴얼 등 특성에 맞는 장비와 정보가 부족하다고 한탄만 할 것인가.

불산 가스 누출사고 이후 생긴 두려움의 체감 위력은 이미 방사선 공포 이상이다. 10일 구미 피해지역의 대기·수질·토양 및 지하수 등에서 불산이 '불검출' 또는 '기준치 이내'로 검출돼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는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불산이 아닌 또 다른 유독물질 누출 사고가 일어난다면 이제는 완벽히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말이다.
첨부파일
불산MSDS.pdf

덧붙이는 글 | 김학용 시민기자는 환경공학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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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김정일 비밀녹취록? 대선 앞둔 '북풍'

 


10월9일 문화일보는 1면에 <10,4 합의 최대 퍼주기 '비공개 대화록'>이라는 타이틀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이 단독 회담을 가졌고, 여기서 노무현 대통령이 적게는 11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을 퍼주기로 약속했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내년에는 정권이 바뀌는데 이렇게 해도 되겠는가 라고 묻자 "그러니까 대못질 해야"한다고 주장했던 내용을 그대로 올렸습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주장을 조중동과 보수 언론은 그대로 대서특필했고, 보수 우익은 퍼주기 대북정책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 문화일보 10월10일자 기사

 


언론이 '노무현-김정일 비밀 녹취록'이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쏟아내자 새누리당은 '대북 퍼주기 논란'에 관한 국정조사를 하자고 나섰고, 문화일보는 한술 더 떠서 '대북게이트'라고 규정하며 아예 굳히기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실체가 없습니다. 정문헌 의원의 단독 주장일뿐 어떤 근거 서류도 없거니와 정황근거조차 거짓입니다. 과연 그의 말이 사실인지 객관적으로 당시 정상회담에 참석한 증인들의 주장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10월 3일 오후 3시에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정일과 노무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김만복 국정원장,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은 그 시간에 배석자가 있는 정상회담 중 오후 회담이 진행됐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정문헌 의원이 말하는 단독회담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기자단이 따라가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호 문제도 있기에 두 사람이 몰래 기자단을 따돌리고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시에 나란히 걸어간 적은 있었지만, 따로 만나거나 한 적은 없었고, 걸어간 경우에도 동행자가 있었다고 김만복 국정원장은 밝혔습니다.

 

 

▲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이 배석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김정일과 노무현 대통령의 비밀회담을 녹취한 녹취록이 있으며, 이는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우선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대화록만 존재합니다.

여기에 대화록도 1급 비밀로 분류되어 있는데, 취급 인가를 받은 관계자만 볼 수 있는 1급 비밀 문서를 정문헌 의원이 봤다면 그 자체로 정문헌 의원은 범법자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있지도 않은 녹취록을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그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임을 뒷받침하기도 합니다.

NLL이나 대북 퍼주기 100조 원 같은 이슈는 노무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서울과 평양에 정상회담 상황실이 설치되며, 이 상황실에서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과 방북단의 회의나 행위가 모두 핫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약의 사실에 대비한 대책이나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정일과 노무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했다면 이는 '비상상황'을 말하는 것이고,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난리가 났었을 텐데,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당시 홍익표 남측 상황실 실무책임자는 밝혔습니다.

시간, 정황증거,회담 배석자의 증언과 전혀 맞지 않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주장은 마치 정준길 변호사가 택시 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바로 발각되자 잠수탔던 행위와 비슷할 정도로 증거는 없고 허위사실만 스스로 주장하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런 그의 주장을 언론들은 그대로 받아쓰기하면서 '대북게이트' 라는 단어로 호칭하며 거짓을 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 이명박 정부, 남북합의서 0%'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세, 통일 항아리 운운하며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남과 북의 통일은 평화적 통일이어야 하고, 그 통일을 위해서는 남과 북의 인적,물류, 교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동서독의 통일 원인이 외부적인 요인보다 서로 간의 왕래를 통한 내부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던 점을 비쳐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적대적인 두 국가의 통일은 내부적인 교류가 먼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MB정권에서 대북정책은 참혹할 정도입니다.

 

 

 


남과 북이 만나서 회담을 하고 대화를 했던 횟수를 살펴보면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한해만 55회였습니다. 그러나 MB정부는 5년간 남북회담은 달랑 15회에 불과했습니다. 회담이 이렇게 적으니 남북간 회담으로 합의서를 끌어낸 비율을 보면 YS정부 시절 21% 국민의정부 시절 60% 참여정부 시절 67%에 비해 MB정부는 0%입니다.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반도의 운명에 달린 남과북의 대화채널을 몽땅 미국과 일본,중국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북한과 전쟁까지 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참혹했던 MB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면, 북한이 말하는 적화통일을 대한민국 보수세력도 똑같은 전략으로 채택하고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두려움만 생겼던 잃어버린 5년이었습니다.

' 그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김정일-노무현 비밀 녹취록 주장과 국정조사 요구는 간단하게 말해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북풍'을 다시 연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 조선일보 대선특집 기사

 

조선일보는 대선특집 기사에서 <올 대선 안보 핵심 이슈 NLL..노무현과 군의 갈등사>라는 제목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군이 NLL을 상대로 갈등을 벌였고 이는 안보의 공백을 초래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북한이 NLL의 불법성에 대해 얘기했다고 주장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군이 잘못한 것입니다.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북한이 NLL의 불법성에 대해 얘기했다고 했는데?
- 그런 내용을 당시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김 장관의 주장대로 북한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북한의 전술일 수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김 장관이 회담 본부에 북한의 요청이나 주장에 대응할 훈령을 요청해야 하는데 그런 적도 없었다.
(김만복 국정원장과 기자와의 일문일답)


북한이 NLL의 불법성을 주장했다는 말만 하고, 그에 대한 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았던 국방장관과 군 장성들의 무책임함은 전혀 나오지도 않고, 오로지 노무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격이 있었던 시기의 이명박 대통령은 하야해야 마땅합니다.

 


 

 


새누리당과 조중동이 '북풍'을 건드리는 이유는 대선에 '북풍'처럼 효과적인 무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보수세력조차 새누리당을 외면하고 있는 이때에 '노무현 대북 퍼주기'라는 사실과 'NLL 발언'은 일거에 모든 악재를 털어낼 수 있는 묘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주장처럼 2007년 단독회담이나 비밀 녹취록은 없었다고 끄트머리에 밝혔습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거짓으로 말한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믿고 국정조사를 하자고 주장하는 새누리당이나, 자신들의 보도가 거짓임이 밝혀지자 이제는 여권관계자라는 가상의 사람을 내세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진실이었다고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내는 조중동과 보수세력이 '북풍'이라는 카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13대 대통령 선거 당일 아침 조선일보 1면 기사, 이날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출처:조선일보

 


2012년에는 저런 기사가 나오지 않으리라, 이제 북풍'카드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2012년 10월11일자 조선일보 1면 헤드라인 기사, 출처:조선일보

 


있지도 않은 녹취록이 나오자 보수우익 신문은 '추가적으로 녹취록 내용이 문화일보를 통해 공개돼'라는 기사를 또다시 쏟아 냈습니다. 거짓말로 밝혀지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 그저 호객꾼처럼 일단 내뱉고 사람을 끌어들이면 그들의 임무는 끝이기 때문입니다.

거짓이 진실이 되는 세상.
진실이 거짓으로 둔갑하는 세상.
여러분이 사는 세상의 거짓은 진실을 외면하려는 당신의 무책임 속에 더욱 날개를 달고 여러분의 미래를 망가뜨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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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회담 공식수행원들, 국회서 반박 기자회견

 

"단독회담도 없는데 무슨 비밀녹취?"
2007년 남북정상회담 공식수행원들, 국회서 반박 기자회견
 
 
2012년 10월 10일 (수) 16:40:38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1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공식수행원이었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문헌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정문헌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비밀녹취록' 존재여부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당시 공식 수행원들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공식수행원이었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은 10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에는 별도의 어떤 '단독회담'도 없었고 '비밀합의'도 없었다"며 "이와 관련한 '비밀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정 의원이 주장하는 10월 3일 오후 3시는 정상회담의 오후 회담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시간이었고, 이 회의에서는 구체적으로 이미 제안된 남북공동사업계획들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이 회의의 진행은 모두 남북 간의 공식적인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정문헌 의원이 주장하는 10월 3일 오후 3시에 단독회담은 없었고 공식 수행원들이 배석한 공식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것이다.

당시 정상회담에는 북측에서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측에서는 이재정 통일부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권오규 경제부총리,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함께 배석했으며, 정 의원이 주장하는 비밀회담은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자회견 직후,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예를 들어 같이 걸어가는 경우가 있지 따로 만나는 형식은 전혀 없다. 게다가 두 사람만 같이 걷는게 아니고 배석자, 수행원, 경호원이 같이 가기 때문에 두 사람이 비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이재정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서울상황실을 담당했던 홍익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대통령 일거수일투족, 당국간 대표단의 모든 회의는 평양상황실과 공유한다"며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했다면 긴급 비상상황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파되고 비상상황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즉, 정 의원의 주장대로 '비밀녹취록'이 있어야 할 '단독회담'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당시 통일부 상황일지를 내놓으라고 해봐라. 거기에는 (단독회담 내용이) 없다"며 "상황실은 저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공무원이 있다. 기자도 수시로 확인했었다. 단독회담 상황이 전파된 것은 아무도 몰랐다"고 단독회담 자체를 부인했다.

 

   
▲ 기자회견 직후, 2007년 남북정상회담 수행원과 실무자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정상회담, NLL 언급할 자리 아니다."

이들은 정문헌 의원이 공개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재정 전 장관은 "NLL은 당시 회담에서 나올 수도 없는 이야기다. 나올 필요가 없다. 다만 서해평화특별지대를 제안하고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수역만 이야기를 했다. (평화수역의) 기준은 실무적으로 다룰 이야기다. 정상회담에서 다룰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상회담 이전에 안보조정회의에서 평화수역 내지는 공동어로구역을 어찌하느냐의 논의를 했고 대통령께 보고를 드렸다"고 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이 주장한) 허위 사실 관련 발언은 없었다. 정상회담은 그렇게 진행되지도 않는다"며 "상당히 긴장된 가운데 정말 국가 앞날을 위해 논의하는 자리이다. 신중하고 정리된 발언을 하고 그렇게 진행된다. 정 의원이 말한 것같은 발언은 있을 수도 없고 노 대통령은 그런 생각도 안했다"고 못박았다.

"대화록은 1급 비밀..정 의원이 봤다면 범죄행위"

또한 정 의원이 주장하는 '비밀녹취록'에 대해서도 "대화록이 있을 뿐, 비밀녹취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만복 전 원장에 따르면, 당시 정상간 대화는 특수경우를 감안, '녹취록' 아닌 '대화록'으로 남겼으며, 1급 비밀로 분류돼 국가기록원과 국정원에 보관되어 있다.

즉, 정문헌 의원이 주장하는 '비밀녹취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정 의원은 현 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설령 대화록을 '비밀녹취록'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해도, 1급 비밀취급인가자가 아니기에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재정 전 장관은 "정 의원이 1급 비밀취급 면허가 있으면 볼 수 있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비서관은 1급 비밀 취급인가자가 아니다"라며 "대화록을 볼 수 없다. 볼 수 없기에 (주장한) 내용이 다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대화전체를 배석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정확하게 들은 당사자로서, 정 의원이 주장하는 내용은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전혀 없었다"면서 "대화록의 경우, 1급 비밀취급자만 특별한 경우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볼 수있고, 보는 경우에도 직무상 얻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말할 경우에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은 누구나 이야기할 수도 있고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사실 자체를 왜곡하거나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정문헌 의원의 인격을 근본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화록에는 정 의원의 주장 같이 발언한 내용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들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만복 전 원장은 "보안법상 이것은 공개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향후 남북정상회담을 또해야 한다. 그런 연속선상에서 공개하면 상대방에게서 역공을 받는다"며 대화록 공개는 거부했다.

 

   
▲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앞서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이제 대선을 두 달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왜 이런 황당한 발언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인지, 무슨 정치적 의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상회담의 권위와 가치를 무너뜨린 데 대하여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의 남북관계 그리고 동북아 평화를 위하여 일부 언론처럼 정문헌 의원의 일방적이며 왜곡된 주장을 사실인 양 몰아가는 보도를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공식수행원으로 참여했던 우리들의 기자회견으로 이러한 소모적인 논란이 종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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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를 양 손에 쥔 우리는 행복한가


문재인과 안철수를 양 손에 쥔 우리는 행복한가
처음 뽀뽀가 어렵지 그 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 아니던가요


(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12-10-09)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긴 하지만 대체로 3자 구도에서는 박근혜가 유리하고 양자구도에서는 문 후보든 안 후보든 박근혜에 대해 앞서는 것으로 발표가 되고 있어 이번 대선에서 단일화만 잘 이루어 내면 우리가 이길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느긋하고 여유롭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뒤통수 맞았던 일이 어디 한두번인가요.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오는 결과를 보고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이 매번 반복되면서도 늘 여론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그 만큼 여론조사를 믿으십니까? 신뢰할 수 있습니까? 여론조사기관은 권력과 작전으로부터 자유롭습니까?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로 인해 저는 시간이 흐를수록,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속이 더 답답하고 우울함이 더해지고 있으니 이것도 큰 병인듯 싶습니다. 그 고통의 맥을 짚어 가보면 지난 4월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그리고 그때의 트라우마가 아직까지도 치유되지 않고 응어리 된 채 남아 있음을 보게 됩니다. .


표를 몰아줘도 못먹고 강탈 당했던 민주당

선거와 관련하여 다수를 상대로 하는 조사 가운데 가장 정확도가 높은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출구조사입니다. 방금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니 그 정확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또 조사 대상 역시 확실하기 때문에 불과 천여명의 표본에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여론조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지요.

설사 출구조사에서 사실과 다르게 대답을 하는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양쪽 다 그 만큼의 확률이 존재하기 때문에 거의 무시해도 좋을만큼의 오차이고, 더구나 방송사들이 독자적으로 했던 시절과는 달리 최근에는 방송3사가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하기 때문에 그 정확도와 신뢰도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지난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기억하십니까? KBS, MBC, SBS 공동 출구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131~147석 / 민주통합당 131~147석 / 통합진보당 12~18석 / 자유선진당 3~6석>이었습니다. 민주당과 새누리가 같게 나오고 진보당이 승리한 만큼 우리가 이기는 결과였습니다. 더구나 출구조사는 오후 4시 기준이어서 우리가 더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패배했습니다. 과반조차 빼앗겼지요.

출구조사에서 박빙지역이 33군데로 발표가 되었습니다. 33곳 가운데 새누리 우세 14곳, 민주당 우세 19곳이었습니다. 통계상으로만 따진다면 우리는 진보당이 승리한 만큼의 승리에 더하여 박빙지역에서의 승리 5~6곳을 더하는 만큼 이겼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박빙지역의 결과가 어떻게 된 줄 아십니까? 새누리 14곳 전원 당선, 민주당 겨우 5석 승리하고 14군데는 패배합니다.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없습니까? 정확도 높은 출구조사가 저 꼴이 날만큼 형편없는 통계인가요? 저는 당시 진실의길 기자들과 함께 발에 땀나게 취재했는데, 눈에 드러난 곳만 강남갑을, 서초갑을, 구로, 부평에서 투표함 훼손 문제가 불거졌었고, 상당수의 민주당 참관인들이 집에 돌아가라 한다고 박스를 지키지 않고 집에 돌아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민주당, 도대체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정당 맞나 싶었습니다. 더 기막힌 사실이 있습니다. 전자개표는 개표 보조수단이지 최종결과는 수개표를 통해 확정되도록 선거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전자개표는 언제든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기억나십니까? 과거에 전자개표 끝난 후 박스를 에워싸고 지키고 있다가 다음날 새벽 수개표 확인을 끝내고 최종 확정발표 했던 것 말이지요.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개표 확인을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박스는 뜯기고, 도장 없는 박스에, 그런 와중에 전자개표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확인할 수있는 유일한 방법 자체를 포기했던 것이지요. 그것도 법에 규정된 절차를 포기한 것이니 한심 무인지경입니다. 개표된 표묶음이 개표장을 떠나면 그것으로 게임 끝이지요.

이것이 사실인지 여부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 사실을 학인하기 위해 민주당에 전화를 걸고 여기 저기 확인을 했지만, 누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고, 누가 이 문제를 관할했는지 등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고 뺑뺑이만 돌다가 지쳐버렸습니다. 분명한 것은 수개표 확인을 했다는 사람을 아직까지 단 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뿐입니다.

저는 지난 4월 총선 국민들이 뜻을 모아 민주진영에 주었던 소중한 표를 강탈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민주당이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끔찍한 사건에 대해 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으려 합니다. 이번 대선은 믿을 수 있습니까?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뿐만아니라 상식적 판단으로도 우리가 이겼는데, 막상 개표해보니 패배하는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안철수 후보와 안철수 캠프에 묻는다

민주진영에서 내 놓을 수 있는 상당히 괜찮은 후보 문재인에 더하여, 젊은 층과 건전한 보수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안철수 후보까지 있으니 어느쪽이 되든 단일화만 잘 일구어 내면 무조건 이길 것 같은 희망을 갖게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희망적이기만 할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그 희망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많은 식자들이 안철수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여러가지 시각에서 평가하는 가운데 그 대부분이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그를 통해 우리 정치가 개혁이 되고 기존의 구태한 정치가 환골탈태하여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장미빛 평론들을 내어 놓습니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기대를 하지 못합니다. 안 후보의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환경 자체가 그런 기대를 갖지 못하게 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과반을 점한 새누리 족속들이 땅바닥에 납짝 엎드려 준답디까? 과반에 육박하는 민주당 토호들이 두 팔 벌려 끌어안아 준다과 각서 썼습니까? 그 사람들 다 바꾸려면 임기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언제 씨뿌리고 수확합니까? 새누리와 민주당에서 마음 통하는 사람들 뽑아내어 내편 만들기 할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요? 그것은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일이니 말입니다.

정권교체가 중요하냐, 정치개혁이 중요하냐 하는 문제 역시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 개념논쟁으로 보여 입맛이 씁쓸할 뿐입니다. 정권교체 없이 어떻게 정치개혁을 하며, 정치개혁 없이 어떻게 정권교체를 합니까? 그래서 그 논쟁은 공허해 보입니다. 솔까말, 지금 우리 앞에 놓여져 있는 가장 커다란 정치개혁은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 간의 문제아닌가요?

당신들 두 사람이 잘하면 정치개혁과 정권교체가 원샷으로 이루어 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당신들 두 사람이 죽을 쑤면 정치개혁이든 정권교체든 종치고 날새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우리 선한 지지자들 입장에서 보면, 정치개혁과 정권교체의 문제는 당신들 두 사람 당사자들의 문제이지 망원경 들고 여기저기 찾는 시늉할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안철수 후보와 안철수 캠프 참모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안철수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우리 정치가 개혁될 수 있으리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더 구체적으로 묻겠습니다. 일단 새누리당은 제껴두고, 무소속 출신 안철수 대통령 한 사람이 홀홀단신 고군분투하며 민주당을 개혁해 낼 수 있겠습니까? 누구 맘대로요? 민주당이 그렇게 만만한 집단입니까?

그렇게 자신하신다면 민주당을 몰라도 제대로 잘 모르시는 것입니다. 공자님이 강의하듯이 민주당을 개혁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십니까? 민주당을 개혁하려면, 그 속 깊숙이 들어가서 구석구석 믿을만한 사람들의 뼈를 묻고 희생과 헌신을 무기삼아 각개격파로 두들겨 부숴도 임기내에 이루어내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무궁무진한 아수라의 혼돈으로 뒤덮인 사바세계가 펼쳐지리라는 것이 저의 예견입니다. 그 혼돈 속에서 정치개혁, 가능하겠습니까? 고고하신 대통령께서 과반수를 넘는 새누리당 족속들과 손을 잡으시겠습니까, 과반수에 육박하는 민주당 토호들과 손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정치는 누가하고, 국민들은 누구를 바라 보아야 합니까?


안철수 현상에 대해 재조명한다

저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여러 식객들과는 다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존에 펼쳐져 있는 안철수 현상은 이미 안철수라는 인물이 언제나 주요한 인물로 거론되고 부각되었던 시절부터 존재했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었던 안철수 붐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그에 대해 조명해 보는 것이 대선을 앞둔 우리 모두의 전략을 위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근까지 이어진 안철수 랠리현상의 변곡점은 윤여준, 법륜, 박경철과의 인연과 신선한 행사를 깃점으로 잡는 것이 옳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한단계 레벨업 시켜 준 막강한 세력이 있는데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조중동' 세력이었습니다. 거의 전 지면을 할애하여 안철수 원장을 조명했던 조중동의 행위가 삽질이든 아니든 그 효과가 만땅이었음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꼭지점에서 안원장은 박원순 후보에의 아름다운 양보와 박원순 당선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됩니다. 급속한 상승에 따른 저항선이 지지선으로 바뀌는 순간이지요. 그리고 그 위상을 장기간 유지시켜준 꿀벌 세력들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가판대 시사주간지 시장이었습니다. 전철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 눈 둘데 없는 사람들이 훑어 보기 좋은 가판대 천원짜리 시사주간지 말이지요.

그들이 영업을 위해 그리하였든 새로운 인물을 찾아 그리하였든 상관없이 전철역마다 가판 유리창을 안철수 원장의 사진으로 도배해놓은 각인효과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안철수 현상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바라본 시각을 담담하게 펼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지금 이후부터'라는 것을 알리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지금 이후부터>, 언제까지? <후보단일화 시점까지> 입니다. 최선이 될 수 있고, 최악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이후 시점부터 안철수 효과는 예전만 못하게 되리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또 다시 변곡점을 맞게 되는 것이지요. 안 후보와 캠프 참모분께는 다소 실망스러우실지 모르겠지만, 그 사실을 현실로 받아 들이셔야 할 것입니다.

찬바람 불고 금년말 대선에 대한 걱정이 현실로 다가 온 지금 시점부터는, 막연히 기대감에 부풀어 우호적인 눈길을 주었던 분들이 현실을 직시하며 신중한 포즈를 취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합리적 보수를 자임하며 잠시 외출나왔던 사람들도 슬슬 본가로 돌아갈 것입니다. 골수 민주당 지지자였음에도 섭섭함과 실망감에 막말하며 '홧김에 서방질'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기존의 울타리 속으로 기어들어 갈 것입니다.

왜일까요, 그 사람들은 젊고 똑똑하고 선한 대통령을 만나게 될 기대감에 부풀어 순하고 착한 양반이 과반수를 넘는 늑대들 혹은 과반수에 육박하는 여우들에게 시달리게 되는 정치 상항을 예견하지 못할만큼 바보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굳이 <정당에 기반한 정치>라는 그럴듯한 표현을 도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아사리판>이라는 개념만으로도 이해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개념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참으로 유능한 재목

병 주고 약 주려고 하는 말입니다. 일단 그렇게 받아 들이십시오.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정치 시장에 안철수 같은 사람이 판을 흔들고 새 물꼬를 대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럴 수 있는 분들 가운데 민주당과 진보당에도 어깨를 견줄만한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철수 후보 역시 그분들에 뒤지지 않을 유능한 재목이라는 사실에 대해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젊음이 갖고 있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젊기때문에 아직 경험하지 못하고 있거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는 법입니다. 작은 예를 들자면 안 후보의 착한 정책가운데 <낙하산 인사 않겠다> 하나만보아도 사실 저는 걱정입니다. 집도 절도 없는 분이 누굴 데리고 정치하시려구요? 요직마다 또아리 틀고 있는 새누리 족속들 모두 지금있는 그 자리에 앉혀두겠다는 선언으로 이해해도 좋습니까? 그렇게 하고도 정치개혁이 가능할까요?

제 말은 낙하산 인사를 해야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그 자리에 있어서 좋을 사람 그 자리에 있게 하면 되는 것아닌가요? 굳이 <낙하산>을 거론하여 자신의 발목을 좋이는 것이 안타까워 하는 말입니다. 저는 안 후보와 캠프가 무능해서 그렇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젊기 때문에 혈기가 넘치고, 신선하다 보니 아직 덜 익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 안철수 후보께 진심과 진정으로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민주당 깊숙이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그곳의 세포 조직 하나하나를 바꾸어 버리십시오. 구태하기가 여느 집단 못지않은 그곳에 새살이 돋도록 두 손 걷고 한번 바꾸어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저는 안철수 후보에게 민주당에 입당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안철수 후보가 당당하게 민주당을 접수해버리라는 뜻입니다. 어차피 전쟁 아닌가요?

그것은 안철수 후보가 맘먹기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떻게? 안철수 후보가 2박3일 곰곰히 고민한 후 문재인 후보에게 달려가서 한 마디만 하면 될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서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지요. "당신의 요구를 들어줄테니 민주당을 나에게 주시오!" 그리고 합리적으로 요구할 것들 요구하면 될 것 아니겠습니까? 이것 주시오. 저것 주시오..


민주진보진영 지지자들은 호르몬 과다분비 환자들

말 그대로 입니다. 민주진보진영에 속해 있는 우리들은 모두 호르몬 과다분비 내지는 호르몬 이상분비 환자들입니다. 새누리 작자들은 돈을 먹어야 움직입니다. 연료가 돈이고, 에너지가 이권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신이 나면 엔돌핀 호르몬이 솟고 그것으로 지구 끝까지 달려갈 수 있는 이해불가능한 집단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끌고 가려고 해도 호르몬이 없으면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그 호르몬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비중이 큰 것이 바로 <감동>이라는 호르몬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게 됩니다. 문재인, 안철수 두 분의 단일화가 경선을 벌이는 지경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왜냐면, 그 과정에서 이미 <감동>의 자리에 <이해와 반목>이 들어앉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그 결과는 공멸로 이어질 우려가 높기 때문입니다.

선거전이 시작되니, 없었던 욕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하지만 이왕 욕심을 가지려면 더 큰 욕심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아직 젊고 창창한 분이니 장관도 하고 국무총리도 하면서 민주당을 완전히 접수하고, 4년 중임제로 개헌한 후 연 달아 두 번에 거쳐 대통령을 해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오늘 이후 무려 13년간 행복이 보장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론조사 절대로 믿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새누리당의 선대본부장이 골이 가득 찬 사람이라면 돈 있겠다 조직있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론조사기관들을 구워 삶아 야당의 두 후보 모두 새누리 후보보다 박빙 우세의 상태로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는 구도의 조사결과가 나오도록 계속 조작하라고 지랄염병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그러니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목숨 걸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부디 <감동>이 식기 전에 스키십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살아보니 처음 뽀뽀가 어렵지 그 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 아니던가요.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거든요.

독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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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일한창구 중국…

손해 보면서도 의존은 심화

 
2012. 10. 09
조회수 15추천수 0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의 두 번째 본지 기고문은 북-중 접경지대 탐방기입니다. 남북 경협이 교착 상태에 놓인 지금, 북한은 외부 경제와의 거의 유일한 창구인 중국에 대한 과거보다 더 깊이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편집자

총 13일, 2,000km에 이르는 여정은 북-중 접경지대에서 시작하여 접경지대에서 끝났다.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도시 단동에서 출발하여 두만강 하구의 중국측 도시인 훈춘에서 끝마친 이번 여행은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 현장을 탐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을 직접 방문할 수는 없는 관계로 북-중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탐방할 수 밖에 없었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북-중 경제협력은 자원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를 테면 북한은 중국에 광물을 주고, 그 대신 북한이 필요로 하는 중유나 식량, 공산품 등을 받는 방식이다. 두 번째로는 인적 교류를 통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이나 중국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북한의 인력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심양공항에서 내려 4시간 버스를 탄 끝에 단동에 도착했다. 이튿날 우선 단동지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는 외국 및 중국 기업을 방문했다. 단동시에서 동강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싱가포르 기업가가 세운 의류제조 공장에서는 400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또다른 중국 식품 공장에는 200명의 북한 근로자가 고용되어 일하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한국인이 세운 기업에도 북한 근로자가 고용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외형상 이들 기업은 중국기업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5․24 대북 경제제재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이 북한에 금전적인 이득을 주는 경제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행위 또한 포함된다. 그래서 이들 기업은 실제 사장인 우리나라 사람 대신 중국인 법인대표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한국 사람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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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동의 식품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중노동이라 중국 노동자들은 기피한다고 한다. (사진 필자 제공)

 

 
이렇게까지 하면서도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 사장들이 어떻게든 북한 정부에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종북세력의 일당이기 때문일까? 답은 간명하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국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인건비가 꽤나 상승하였으며 중국인들 중에서도 일명 ‘3D’ 업종을 기피하는 경우가 늘었다 한다. 결국 북한의 노동력은 채산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인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는 것이다.
 
다음날에는 단동세관을 방문했다. 필자는 지금껏 단동을 십여 차례 방문하였는데 매 방문시마다 꼭 단동세관을 방문한다. 이곳은 북-중 교역의 50% 이상이 오고가는 곳으로, 이곳을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을 관찰하면 북-중 교역의 형태나 규모를 어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동세관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 공산품과 식량을 실은 북한 차량들을 항상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방문한 단동세관은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국 차량이 대부분이었고 북한으로 싣고 가는 물품 또한 상당히 다른 면면을 보여주었다. 건설기계류나 건설자재를 실은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신의주 황금평 개발을 중국이 담당하기로 한 것 때문인 듯 싶다. 과연 북한의 발표대로 황금평 개발은 중국이 담당하며 이에 필요한 자재 또한 중국에서 가져가는 것 같다.
 
다음날에는 열차를 타고 22시간을 움직여 길림성의 화룡시로 향했다. 화룡에서 우린 북한 무산의 광산 개발에 대한 놀라운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화룡시에는 중국 각지로 연결된 철도가 있건만 30km 정도 떨어진 북한 무산으로는 철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북한 무산시 반대편에 위치한 남평이란 중국의 작은 시골마을까지 철광을 실어나르기 위한 전용철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북한 무산 광산에서 가져오는 철광을 일반 화물 차량이 아닌 철도로 수송하기 위해서란다. 참고로 북한 무산 광산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철광산이고 그 함량 또한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다.
 
무산 광산은 중국이 100% 설비를 투자하여 생산량의 50%를 받기로 북-중 지방정부간 협의를 한 상태라고 한다. 중국은 보다 안정적인 철광 자원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협정을 요청한 상태이나 최근 권좌에 오른 김정은이 비준을 하지 않고 있다 한다. 중국이 국제 시세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철광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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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룡에서 북한 무산 광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부설 공사 현장 (사진 필자 제공)

 

 
북-중 무역 경험이 10년이 넘는 현지의 한 사업가는 철광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갈등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장을 돌려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중국 측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 기업이 자기네 정부에는 중국과 국제 시세에 거래를 하는 것처럼 보고하고, 실제로는 제공하는 철광의 양을 더 얹어주고 있다. 1톤의 철광을 국제 시세로 중국 측에 판매하는 서류에 사인은 하되, 실제로는 1.2톤 정도를 중국 측에 넘겨주기로 이면합의를 하는 게 북-중 교역의 일반적인 형태라고 한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거래를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5․24조치로 인해 우리나라와의 연결고리도 끊어진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에게 있어 바깥 경제와의 거의 유일한 통로나 다름없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 다음 우리가 찾은 곳은 화룡시에서 3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장백현이었다. 중국이 워낙 큰 나라이다 보니 그런지, 화룡시의 사람들은 여기 다녀오는 것을 옆동네 다녀온다고 말한다. 길림성 장백현은 북한 량강도 혜산과 맞닿은 도시로 그 규모는 작은 편이다. 도리어 북한 량강도의 도청소재지인 혜산의 인구가 장백현보다 10배 정도 많다. 장백현 북-중 세관 바로 앞에는 개발구(우리나라의 공단과 유사) 건설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할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중국의 시골 소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인구가 대도시나 외국으로 빠져나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지인 안내자는 공단을 운영하려면 북한에서 인력을 데려와야 할 것이라 했다.
 
다음날에는 길림성 훈춘시를 방문했다. 훈춘시는 북한 나선경제특구로 연결되는 권하-원정리 세관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중국 동북경제의 매우 중요한 물류운송지역이다. 중국 동북지방에는 지하자원이 많다. 이 자원을 중국 남방의 대도시로 운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창구가 바로 북한 나선항이다. 북한의 나선항을 통해 운반하면, 중국의 남방 대도시인 광주나 상해, 청도로 가는 물류를 육로로 운송하는 것보다 그 비용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적게 든다. 이미 중국은 중국 훈춘에서 북한 나선항으로 이어지는 북한측 도로 확장 공사를 중국측 투자로 완료한 상태며, 나선항 3개 부두를 50년간 사용하기로 북-중 계약을 한 사실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 세관 근처에서 북한의 김일성화, 김정일화를 키우고 있는 온실을 보았다. 우리를 안내한 사업가의 말에 의하면 훈춘 출신 중국인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건설한 온실이라고 한다. 이 온실에서 생산되는 꽃을 가지고 1년에 한두 차례 전시회를 개최하며 이때 북한의 고위 당간부들을 중국으로 초청한다고 한다. 이 중국인 사업가는 북한이 절대적으로 신성시하고 우상화하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상징하는 김일성화와 김정일화 온실을 운영함으로써 전시회 때마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을 초대하여 인맥을 맺고, 이를 활용하여 대북 사업을 한다. 북한으로부터 희귀자원, 특산품, 수산물들을 수입하여 중국에 판매하며 또한 북한에 중국 공산품, 과일 등을 가져다 판매하는 것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북한 세관원들도 이 온실 운영자가 가져가는 물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지 없이 그냥 통과시킨다 했다. 그래서 이 사업가와 친분을 맺으려는 중국의 사업가들이 이 온실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는 도문시에 위치한 한 피복 공장을 찾았다. 이 공장에는 북한에서 온 40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었다. 사진 촬영이나 북한 근로자와의 인터뷰는 할 수 없었지만 그 대신 공장의 운영자를 만날 수 있었다. 주 투자자는 한국인이고 대표는 중국인이었다. 저녁에 만난 한국인 투자자는 우리나라의 현행 법률상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인을 법인대표로 세웠다는 사실과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지불하는 비용 등을 비롯한 공장 운영의 세부사항에 대해 많은 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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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 400명이 고용되어 있는 도문경제개발구내 피복공장 (사진 필자 제공)

 

 
사실상 북한 근로자의 고용주인 이 우리나라 사업가는 “북한에 무상 증여성 지원은 안 된다. 하지만 북한 인력을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의 형태까지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우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도문 공단에는 피복 공장 외에도 IT분야, 비닐 공장 등의 여러 기업에 북한 인력이 적지 않게 채용되어 있었다.
 
도문에서 사흘 정도를 쉬고서 길림성 집안시로 이동했다. 집안시는 광개토대왕의 유적이 많은 지역이다. 아직 이곳에서는 북-중 경제협력이 활발하지 않았다. 다만 그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북한 자강도 만포시와 집안시 간 왕복 4차선 압록강 대교가 건설 중에 있었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중국이 자본과 자재를 대고 북한의 속도전청년돌격대가 동원되어 단 두 달만에 건설되었다 한다. 과연 속도전청년돌격대다운 모습이었다.
 
북-중간 경제협력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엄연한 사실이다. 다만 이번 탐방을 통해 본 북-중 경제협력은 북한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서서히 중국 경제에 편입되는 형식이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개방을 원해 왔지만 체제유지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에 보다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와는 최근 들어 그 관계가 더욱 악화되었으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경제 봉쇄와 교류 단절 정책을 고수하는 한, 북한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북-중 경제협력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http://www.facebook.com/atbppc

 

 

김형덕 평남 개천 출신으로 1993년 19세의 나이로 탈북하여 중국과 베트남, 홍콩을 거쳐 이듬해에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여 탈북자로서는 최초로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냈다. 2005년에는 탈북자 최초로 금강산 관광을 하기도 했다. 2008년 미국 연수 이후 2010년에 귀국하여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를 세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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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제 모든 양심 걸고, 강기훈은 무죄입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10/10 10:08
  • 수정일
    2012/10/10 10: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유서 대필 사건의 강기훈 후원 콘서트... "여러분은 그의 치유자예요"

12.10.10 07:58l최종 업데이트 12.10.10 11:17l
강민수(cominsoo)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프랑스에서 간첩과 필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받고 12년 만에 재심으로 석방된 드레퓌스 사건을 이야기하며 "작가 에밀 졸라가 '나의 모든 문학적 명성으로 드레퓌스는 무죄다'라고 말한 것처럼 내 모든 양심을 걸고 그(강기훈)는 무죄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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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에밀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의 문학적 신뢰와 명성을 걸고 말하노니 드레퓌스는 무죄다. 제 모든 양심을 걸고 그는 무죄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는 무죄'라고 말하자 1500석의 대강당에서 환호가 터졌다.1894년 드레퓌스는 자기 필체가 간첩과 닮았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받았다. 하지만 10년 만에 재심을 받았고 드레퓌스는 석방됐다. 프랑스의 장교 드레퓌스에 비유된 그는 유서 대필 사건의 강기훈(48)씨다.

박 시장은 "1991년 한국에도 너무나도 유사한 사건으로 한 젊은이가 투옥됐다"며 "그로부터 21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는 재심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물론 그 과정에 대통령이 5명이 바뀌었고 또 진실화해위에서도 대필 의혹이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 마당인데도 그는 여전히 그 굴레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하며 강기훈씨가 무죄라고 강조했다.

강기훈의, 강기훈에 의한, 강기훈을 위한 콘서트

가수 이은미(가운데)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석해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과 노래 '난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를 열창하고 있다. 이날 이은미는 노태우 정권에서 조작된 유서대필사건의 재심을 촉구하며 "강기훈이라는 이름을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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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손병휘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노래 '나란히 가지 않아도'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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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관우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노래 '달의 몰락'을 열창하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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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안치환과 자유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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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에서 '강기훈의 진실과 쾌유를 위한 콘서트'가 열렸다. '강기훈의 쾌유와 재심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이 연 이날 콘서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말에 이어 가수 손병휘, 조관우, 조은미, '안치환과 자유'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청중들은 가수들의 열창에 환호하며 앙코르를 외쳤다.

1500명을 수용하는 대강당은 빈 자리가 없었다. 공연에는 이부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비롯해 이목희·인재근·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 심상정 무소속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공연 전 온·오프라인으로 팔린 4000여 장의 후원권은 강씨의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다.

펜싱 경기복 비슷한 옷을 입고 나온 가수 이은미씨는 자기 옷을 가리키며 "이번 올림픽 펜싱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강기훈씨가 꼭 건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병휘씨는 "쾌유와 진실을 위한 콘서트 그것은 하나"라며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쾌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까?"라고 말하며 청중의 호응을 얻어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호은지(28, 서울 도봉)씨는 "이 열띤 분위기를 보면 강기훈씨에게 굉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그것은 그 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연대에서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유서대필 사건 당시 대학생이었다는 김천희(45, 서울 금천)씨는 "제가 대학생으로 안타까워했던 사건이 머리 희끗한 엄마가 되도록 아직 풀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다"며 "강씨의 몸이 먼저라도 나아서 진실을 되찾기 위해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실 밝혀내지 못하면 제2, 제3의 강기훈 나온다"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상임이사와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석해 강기훈씨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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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관객들이 강기훈의 재심을 촉구하며 "강기훈은 무죄다"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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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는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총무부장이던 지난 1991년에 투신한 김기설씨(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의 유서를 대신 썼다는 혐의로 구속됐다.그는 징역 3년을 받고 만기 복역했다.

그 뒤 2007년에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과수 및 7개 사설감정기관 필적 감정 결과 유서는 김기설씨가 작성했다"고 판정하면서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2009년에 서울고등법원이 재심개시를 결정했지만 이틀 뒤 검찰이 대법원에 항고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재심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간암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다. 응원하는 많은 이들이 모였지만 정작 그는 공연장을 찾지 못했다.

청중은 다큐멘터리로 그의 상황을 다시 확인했다.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자였던 문성근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나와 짧은 다큐를 진행한 것이다. 문 고문 뒤편의 스크린에는 지난 1998년 방송된 <누가 유서를 썼는가>편과 2007년 <나는 유서를 쓰지 않았다>편이 나왔다.

문 고문은 "지난 역사에서 수많은 강기훈이 있었지만 그들의 억울함을 제대로 풀어준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제2, 제3의 강기훈이 생겨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문 고문은 "이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희생자가 현재 암에 걸린 것은 21년간의 고통 속에 살아온 결과"라며 "자기목적을 위해 누군가에게 누명에 갇혀 고통받게 했다면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조작 사건의 배후를 비난했다.

"여러분 모두가 그의 치유자예요"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관객들이 다같이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며 안치환의 노래 '광야에서'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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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를 관람한 시민이 강기훈의 쾌유을 빌며 모금함에 후원금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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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마인드프리즘 공동대표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가 나와 그의 근황을 전했다. 정혜신 대표에 따르면 그가 아직 21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가 김기설씨가 자살하던 그날 이후, 하루하루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20년이 지났지만 그는 그 현장, 그 시간에 레코드판이 튀듯 21년 째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의 심리상태를 분석했다. 그리고 해결책을 내놓았다.

"노태우 정권, 자신를 심문했던 검사, 고통을 주었던 당사자에 대한 원한이 아니라 내 동지, 선배, 후배 등 주변에 있던 사람에게 있었을 거예요. 기대했던 게 이뤄지지 않아 상처나 서운함으로 사무쳤던 것 같아요. 작은 표창을 하나씩 그의 가슴에 날려준 게 아니었나 생각해요. 여기 온 분들은 그의 치유자예요. 한 분, 한 분들이 강기훈씨의 지킴이로 힘을 합쳐서 그의 치유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박래군 이사는 "그의 진실을 향한 행진이 멈춰 있다"며 "강기훈의 21년 된 멍에를 우리가 벗겨주어야 한다. 그가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를 함께 외쳐달라"고 말했다. 그의 요구는 짧았지만 청중들을 울리게 했다.

"강기훈은 무죄다."

이날 공연은 청중 모두가 다같이 일어나 안치환의 <광야에서>를 부르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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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전문 박근혜', '몸빵 문재인'의 전혀 다른 대선운동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70여 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야권은 아직 단일화라는 산이 남았지만, 후보들은 열심히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어 대통령 선거운동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주 목요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부산 해운대에서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을 보면서 약간은 어색해보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70여일 후에 과연 이 두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수험생으로 보면 완전히 초읽기에 들어간 대선 투표일 70일을 앞두고 문재인, 박근혜 이 두 후보가 어떻게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지 나름대로 알아봤습니다.

' 기념식 전문 박근혜, 몸빵 전문 문재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미 대선 후보로 결정이 된 지 꽤 오래됐습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보다는 한참 늦게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그동안 각자의 선거방식으로 많은 사람을 찾아가고 만났는데, 지난 일주일 동안 이 두 사람의 공식 일정을 살펴봤습니다.

 

 

▲연휴 이후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공식일정.클릭하면 확대됨

 


10월 3일까지의 추석 연휴가 끝난 뒤부터 조사한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공식 일정을 보면 확연하게 많은 차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박근혜 후보는 지역별 대통령 선거 대책위원회 참석 일정이 6일간 총 4회나 있었습니다.

공식일정상 박 후보가 울산,충북,대전 대통령 선거 대책위와 재외선거 발대식에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문재인 후보는 시민캠프 회의와 담쟁이 선거캠프 워크샵에만 참석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대선 운동의 가장 큰 차이는 기념식과 행사는 빠짐없이 참석한다는 점입니다. 10월 4일 국제영화제와 10월6일 전국 여약사대회,10월7일 전국의사가족 대회는 공통으로 두 후보 모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10월 5일 '세계 한인의 날',10월7일 '서울시 다문화 가정의 날 기념식',10월8일 '대한민국 재향군인회','10월9일 '세계지식포럼'처럼 대중이 많이 모이거나 특정 계층이 모인 기념식은 늘 참석했습니다.

 

 

▲ 제 1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 출처:박근혜 홈페이지

 


사실 이렇게 많은 대중이 한꺼번에 모인 자리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기념사나 인사말을 하는 것은 대선 운동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최소 몇백 명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식 일정을 보면 지난 일주일간 한국에 있었던 주요 기념대회나 행사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소수의 사람이 모인 간담회나 현장 방문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문재인 후보는 10월4일 개성공단 기업인과 대화, 영화인과 대화, 구미불산피해지역 방문, 청년타운 홀 미팅,보평 초등학교 일일교사,소아암 병동과 같은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 소아암 병동을 방문해 환자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출처:문재인 홈페이지

 


앞서 박근혜 후보가 다녔던 공식 행사와 비교하면 문재인 후보의 방문 일정은 전략적으로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기껏 만나봐야 수십 명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수백 명의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자신의 공약을 말하는 것이 훨씬 피로도 덜하고, 특정 계층간의 정치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의 두 사람의 일정이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지난 일주일간의 공식 일정만 놓고 본다면 박근혜 후보는 마치 행사전문 가수 같고, 문재인 후보는 잡부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몸을 혹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같은 장소, 전혀 다른 모습'

구미공장 불산가스 사고가 터지자 가장 먼저 현장을 방문한 사람은 박근혜 후보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9월28일에,문재인 후보는 10월7일에 방문을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 후보 중에서는 가장 발 빠르게 사고 현장을 방문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선 후보인 두 사람이 구미 사고 현장을 방문한 모습을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구미공장 사고 현장을 방문해 브리핑을 받고 있는 박근혜 후보. 출처:연합뉴스

 

박근혜 후보는 구미공장을 방문해 사고 현장에 관한 브리핑을 거의 대통령 수준으로 보고받았습니다. 그 후에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사망자가 안치된 순천향 병원 빈소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피해 농가를 방문한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박근혜 후보 공식 홈페이지,페이스북,트위터를 뒤져도, 브리핑 사진이나 빈소 방문 사진 이외에는 없었습니다.혹시 발견하신 분 계신가요?)

 


 

 


박근혜 후보가 구미공장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받고 유족을 위로했다면 문재인 후보는 여전히 몸빵으로 피해 농가와 피해 지역 곳곳을 누비며 직접 비닐하우스에도 들어가서 피해 작물을 보고, 농민과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유력 정치인이 피해 현장을 방문하면 재난지역 선포와 같은 행정적인 절차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에 피해 주민들은 사진을 찍으러 오건, 선거 운동을 하러 오건 정치인들이 와주면 고마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신들의 아픔을 들어주거나 두 눈으로 직접 피해 상황을 목격해준다면 정신적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정치권이 나서서 대책위를 구성해서 도움을 받기 원하는 일입니다. 현재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는 문재인 후보의 요청으로 '구미불산가스 누출 사고 진상조사 및 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구미공장 브리핑 도중에 관계자의 거수경례를 받는 박근혜 후보. 화면출처:박근혜 홈페이지

 


박근혜 후보의 홈페이지를 보면서 눈에 거슬렸던 점은 일개 정당의 대선 후보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공치사를 남발하는 관계자들의 말이었습니다. 물론 소방서장이나 경찰서장도 고생했겠지만, 저는 그보다 소방대원들이나 경찰들이 고생했다는 말을 해야 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전장비도 없이 불산이 누출되는 현장에 뛰어든 사람은 소방대원과 경찰이지, 소방서장이나 경찰서장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에 도지사나 장관도 아닌 박근혜 후보가 공식적으로 저 두 사람을 승진시켜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저런 공치사 남발은 목숨을 걸고 현장에 뛰어든 소방대원들을 생각하면 차마 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같은 장소에 갔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두 사람이었습니다.

' 대선자금, 공개한다면서?'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항상 나오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대선자금'입니다. 대선자금을 불법으로 모으고, 그것을 사용하여 대통령이 된 뒤에 어떤 혜택을 줬다는 식의 비리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자신이 모금한 돈의 액수와 사용 내역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밝힌 선거비용과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 출처:문재인 홈페이지

 


문재인 후보는 7월24일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정치자금 수입 내역과 지출 내역을 상세히 밝힌 문서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습니다.(현재 10월8일까지 자료가 올라왔음) 후원회 기부금의 액수를 비롯하여, 임대료,차량 대여비,주유비,현수막 제작비, 심지어 쓰레기봉투 구입비까지도 철저하게 문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재인 후보의 대선자금 공개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묻는 조사에서 선거자금 지출 내역을 인터넷을 통해 즉시 외부에 공개할 경우 사후에 선거비용을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불법이나 대선자금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선 주자들도 문재인 후보의 대선자금 공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사덕 전 의원은 2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선거자금 공개 여부에 대해 “아직 크게 쓴 게 없어서 어떻게 공개할지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수입·지출 내역을 인터넷 홈페이지든 어디든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어느 후보든 선거자금 사용 내역을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25일자 문화일보 기사


그런데 7월에 대선자금을 공개하겠다던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10월 중순이 다가오는데도 대선 후원금을 얼마나 모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출되고 있는지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후원계좌만 명시된 박근혜 후보 홈페이지와 후원금 모금액을 정확히 밝히고 있는 문재인 후보 홈페이지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후원계좌와 ARS 전화번호만 있지, 후원금이 도대체 얼마나 걷혔는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 홈페이지에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모금한 후원금액과 그간의 총후원금액 모두를 1원 단위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직 법이 바뀌지 않았으니 법이 바뀌면 공개하려는 생각인지, 아니면 액수가 너무 많아서 공개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선자금은 정권이 바뀐 후에 그 정권의 도덕성과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에 반드시 공개하는 것을 이제는 원칙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남이 대신해주는 트위터,직접하는 트위터'

SNS가 대세이고, 무시할 수 없는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재인,박근혜 후보도 적극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는데, 현재 박근혜 후보의 트위터 팔로워는 22만 명이고, 문재인 후보의 팔로워는 26만 명입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공식 트위터,박근혜 후보 트위터에서 빨간색 동그라미 표시는 캠프 운영자의 트윗

 


박근혜 후보의 트위터는 대부분 '행복캠프'라는 트위터 운영자가 트윗을 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이틀에 한 번내지는 매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트윗을 올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캠프는 문재인 후보 본인의 트위터 계정,캠프 공식 계정,수행하는 캠프 인사들이 문 후보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올리는 트위터 계정, 부인 김정숙 여사의 트위터 계정 등으로 세분화시켜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후보들은 바쁩니다. 그러나 후보 생각이 올라오지 않는 트윗은 아예 캠프 공식 트위터 계정이라고 선포하고 박근혜 후보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못을 박는 편이 낫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조차 후보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트위터를 과연 소통을 위해 운영하는 계정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문재인,박근혜 후보 두 사람 모두 12월19일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하는 행동을 보면 전혀 다릅니다.

같은 곳을 가고자 하지만 지금 그들이 보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쉽고 편한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과,
몸이 힘들고 온 몸이 발가벗겨져도 국민을 향해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사람,

누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될지는 대선운동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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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운스님의 음식요리 마음요리

일운스님의 음식요리 마음요리

 
조현 2012. 10. 09
조회수 453추천수 0
 

 

단풍 아래 3인행-.jpg

일주문에서 대웅전을 향해 가는 스님들

 

 

 

불영계곡-.jpg

경내 불영계곡

 

 

 

 

부처 바위-.jpg

불영사의 상징인 부처바위. 부처 앞에 제자들의 바위도 보인다. 이 바위가 불영사 연못에

달밤에 비추면 영락없는 연지에 부처가 화현한다.

 

 

 

두 선객의 숲길 산책-.jpg

숲길을 포행하는 비구니 선승들

 

 

 

연지의 불영.jpg

불영사 연지

 

 

 

600년된 은행나무-.jpg

600년된 경내 은행나무. 몇해전 벼락이 이 은행나무를 때렸다. 불상을 조성하기에 가장 알맞은 크기로

나뉘어진 이 고목으로 대웅전에 세 불상을 조성했다.

 

 

 

대웅전 불상-.jpg

경내 은행나무로 조성한 세 불상

 

 

 

대웅전 예불-.jpg

대웅전에서 예불을 드리는 스님들

 

 

 

천축선원의 목탁-.jpg

사시사철 참선정진하는 경내 천축선원에서 참선 시작을 알리는 목탁을 울리는 선승

 

 

 

 

 경북 울진 불영사다. 금강송과 경내의 배추, 연못 어느 것 하나 이곳 비구니 선승들을 닮지 않은 것이 없다. 푸르디 푸르다.

 20여년 전만해도 퇴락한 천년고찰을 이토록 아름답고도 청정한 수행 도량으로 일군 이가 비구니 주지 일운(60)스님이다. 그가 이번에 <김치나무에 핀 행복>(담앤북스 펴냄)이란 책을 냈다. 사찰 요리 전문가가 아닌 선승이 어인 요리책일까.

 

 “사람이 사는데 다섯가지 필요한 조건이 있어요. 깨끗한 공기·물·환경·음식·마음입니다.”

 

 수행과 음식이 둘이 아님을 확연히 알게 하는 그의 한마디에 의구심이 단박에 녹는다.

 그가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레시피>에 이어 이번에 소개한 ‘불영사의 85가지 김치 비법’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은 가을 하늘처럼 맑고 밝은 그의 얼굴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책 어디를 뒤져도 특별한 건강식을 만드는 비방 같은 것은 없다.

 

 “병은 자족할 줄 모른채 탐욕으로 먹는데서 비롯되지요. 감사하게 먹고, 30번 이상 씹고, 반드시 산책만 해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한 귀중한 음식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자라는 채소가 최고의 건강식이고, 이것 저것 넣어 맛을 낸 요리가 아니라 첨가물 없이 채소 고유의 맛을 낸 음식이 최고지요.”

 

 

김치 꺼내는 일운 스님-.jpg

장독에서 묵은김치를 꺼내는 일운 스님

 

 

 

김치 들고가는 일운스님-.jpg

김치를 든 일운스님

 

 

불영사 주지 일운 스님2-.jpg

김치들고 내려오는 일운스님

 

 

 

요리하는 일운스님-.jpg

공양간에서 직접 요리하는 일운 스님

 

 

 

반찬놓는 원주와 일운스님-.jpg

원주 스님과 함께 밥상을 차리는 일운 스님

 

 

 

 

음식을 차리는 일운스님과 제자-.jpg

음식상을 차리고 있는 일운 스님

 

 

 

 

절집의 밥상-.jpg

불영사의 깔끔한 손님 밥상

 

 

 

송이죽-.jpg

일운 스님이 끓인 송이죽

 

 

 

 

너무도 간단하다. 그러나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가정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다. 그래서 그의 책은 탐욕과 감각의 노예가 되어 본래의 담백한 맛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깨우는 죽비다.

 

 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실리는 무게는 다르다. 그는 단순 명쾌한 삶을 몸으로 살아낸 이다. ‘인생의 주인이 누구냐’는 의문을 풀기 위해 17살에 집을 나와 경북 청도 운문사로 출가한 그는 단 한번의 후회 없이 안팎의 극락세계를 만들며 달려왔다. 한 겨울에도 목도리와 모자와 장갑도 없이 손등이 부르트도록 나무를 하고, 노스님들의 요강을 배우고, 군불을 때느라 피곤해 나무둥치 위에서 졸다 떨어진 채 계속 잠이 들 정도의 고된 행자생활을 5년이나 하면서도 기쁘기만 했다는 그다.

 

 무려 58명이 그를 멘토로 삼아 출가길에 들어섰다. 30대 초에 타이완에 유학을 가 배우는 처지에 있던 그에게 오히려 타이완의 젊은이 7명이 출가하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된 것도 삶과 수행이 둘이 아닌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오지의 행사에 만명 넘은 손님이 찾아들고, 그가 캄보디아와 북한 어린이를 돕자고 한달에 1만원씩 내며 함께 수행정진하자는 염불만일결사에 벌써 1천여명이 동참한 데서도 그의 흡인력을 알 수 있다.

 

 

해맑은 일운스님-.jpg

주지실에서 손님들과 환담하는 일운 스님

 

 

 

선객들과 일운스님-.jpg

다른 스님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일운 스님(가운데)

 

 

 

음식축제 플래카드 앞의 일운스님-.jpg

음식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 앞을 지나는 일운 스님

 

 

 

일운스님의 책들.jpg

 

 

김치나무에 핀 행복.jpg

 

 

 

불영사 일운 스님-.jpg

경내 배추밭의 일운 스님

 

 

 

 수행자로서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그이기에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큰 오산이다. 손수 요리를 해 노스님들을 공양하고, 추석 밤엔 승려·신자들과 함께 말춤을 추면서 ‘달밤에 체조’도 할 줄 아는 풍류객이기도 하다.

 

 오는 13일 불영사에 가면 그와 불영사 식구들이 마련한 푸짐한 음식을 맛보고 장사익 등의 공연까지 볼 수 있다. 사찰음식축제와 산사음악회에서 요리와 노래 말고도 놓치지 말야야 할 것은 오후엔 일체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도 늘 빛을 잃지않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일운 스님의 마음이다.

 

울진/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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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세 가지 측면, 그리고 그들의 시장주의

캠프 인물로 살펴본 대선후보 3인의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의 세 가지 측면, 그리고 그들의 시장주의
김민하 / 정치평론가 | mediaus@mediaus.co.kr

 

 

 

   
▲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갈등을 빚은 '경제민주화'의 주창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왼쪽)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경제민주화가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이 됐다. 박근혜 캠프에서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면충돌하면서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이 ‘나와 이한구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그동안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 이한구 원내대표는 시장주의자로 서로 갈등을 빚으며 지내왔다.

박근혜 캠프의 사정 : 김종인 vs 이한구

이러한 상황 자체는 두 사람이 가진 이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종인 위원장은 소위 서강학파 출신으로 국가가 시장경제에 대해 적극적 개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다. 독일에서 학위를 받아 유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우 재무부 출신이기는 하지만 전두환 정권 시절 김용환 전 장관이 쫓겨날 때 재무부를 나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대우그룹에 몸을 담고 있다가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장주의자이며 기업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는 평이다.

따라서 이들의 충돌은 그야말로 필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종인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재벌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만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우 시장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당장의 단기적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일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다른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전형적인 시장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라는 단어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며 되도록 이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철학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말 자체에 국가 또는 정치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의 실질적 내용이 과연 이 두 사람의 철학을 놓고 다툴만한 수준의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번 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기는 하나 단순하게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시장에서 재벌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조정이다. 이는 동반성장, 상생경영, 공정거래 등 사실상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의 조치로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오너가 모든 것을 사실상 소유하는 재벌의 소유구조에 대한 문제이다.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 등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가주도의 수출경제로 요약되는 박정희 체제와 미국식 시장자유주의로 요약되는 97년 이후 경제체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경제질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이 지금까지 내세운 것들을 보면 경제민주화의 첫 번째 관점은 대개 수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보호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한구 원내대표도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위에서 적은 경제민주화의 두 번째, 세 번째 측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일반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에 대해서는 국가가 기업의 소유구조까지 건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 다수다. 다만 순환출자금지와 관련해서는 신규출자분과 기존출자분을 분리해 신규출자분에 대해서는 규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그의 공식적인 발언은 ‘순환출자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순환출자금지의 경우 기존출자분에 대해서도 일부 손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언급을 하긴 했으나 큰 틀에서 보면 그렇게 날을 세우고 서로 싸울 만큼의 차이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원래 가진 철학의 차이가 있으니 서로 싸울 만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 무엇을 두고 싸우는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런 상황이라면 기업인 출신인 안철수 후보 진영의 경우는 어떨까? 아직 공식적으로 이것과 관련한 정책이나 공약을 제시하지 않아 구체적인 판단은 어렵지만 그동안의 발언으로 미루어 대강의 짐작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안철수 후보의 소위 ‘동물원 발언’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비판으로 볼 때 경제민주화의 첫 번째 측면인 공정거래의 확립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이에 대한 공감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두 번째 측면인 재벌의 소유구조 개혁, 즉 순환출자금지 등의 조치에 대해서도 유예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철수 캠프의 문제 : 장하성 vs 이헌재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참모들도 비슷한 정도의 의견을 밝히고 있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재벌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장하성 교수는 최근 ‘재벌은 두들겨 패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재벌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일부에서는 장하성 교수가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요하게 제기하기는 하였으나 결국 1원 1표의 주주자본주의를 제대로 구현하자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재벌개혁을 통해 체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원리가 완벽하게 적용되는 충실한 시장경제를 만들자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이헌재 전 장관의 존재도 상황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이헌재 전 장관이 97년 구조조정의 집행자를 자임해 미국식 시장자유주의를 도입한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거기에 더욱 흥미롭게 볼만한 것은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관계다. 두 사람은 모두 과거 재무부에서 쫓겨난 후 대우그룹에 몸 담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과거 DJP 연합을 실현시켰고 지금은 박근혜 후보의 멘토그룹으로 알려진 소위 7인회의 좌장인 김용환 전 장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김용환 전 장관의 손아랫동서로 김용환이 재무부 장관을 하던 시절부터 아껴온 인사이며 이헌재 전 장관의 경우 97년에 김용환 전 장관이 직접 천거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술자리 안주로나 할 만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경제정책에 대해 공유하고 있는 철학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정우가 출동하면 어떨까?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의 세 번째 측면인 새로운 경제 체제의 질서를 만드는 부분에 주목하는 캠프 인사는 없을까? 이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의 견해를 주목해볼 만하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정희 모델과 97년 이후의 영미형 자본주의 모델은 모두 경제민주화와 상극이다’라며 ‘재벌개혁, 노사관계개혁, 사회적 경제’의 삼박자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세상이 경천동지할만한 새로운 주장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그나마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맥락 중에서는 가장 심화된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정우 위원장이 분배정책 등을 강조했던 소위 변형윤 스쿨의 대표적 멤버이며 참여정부에서 쫓겨날 때까지 개혁파의 입지를 점하고 있었다는 맥락을 고려하면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가장 근본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는 변양균, 박봉흠, 김영주 등 박정희 체제에 반발해 영미식 자본주의의 도입을 주장했던 소위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이정우 위원장의 기획이 얼마나 구체화 될 지에 대해서는 지켜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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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푸·세' 폐기 없이 경제 민주화 없다

박근혜-삼성-MB의 '줄·푸·세' 커넥션

[대선쟁점 일문일답] <11>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0-09 오전 7:54:53

 

최근 월간지 <신동아>(2012년 9월호)가 "경제민주화 칼 뺐다는 박근혜 주변에 친재벌 즐비"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이 기사의 내용을 참고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근들의 이력과 성향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1.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신문사 중 하나인 동아일보사가 발간하는 <신동아>가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근들의 친재벌 성향에 관한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 동아일보사가 대주주로 있는 종편 <채널A>가 삼성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종편 <JTBC>와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신문사가 발간하는 <신동아>가 종종 재벌들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2. 역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신문사 중 하나인 <조선일보>도 과거에 삼성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중앙일보>와 맞설 때는 재벌들에게 견제구를 날리곤 했습니다.
⇨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중앙일보>와 맞설 때는 이중플레이를 많이 했습니다. 재벌들에게 지속적으로 견제구를 날리면서 <중앙일보>를 견제하고, 또 그것을 통해 자신들이 친서민적인 것처럼 위장하고, 대립 국면이 지나가면 대기업 광고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재벌 행태를 보이고…. 이런 행태 때문에 구독자들 중 상당수는 이 신문들이 상당히 중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것이 이 신문들의 생존방식, 즉 이중플레이를 통한 생존방식인데 말입니다.

3. <신동아>(9월호)에 따르면 박 후보 측근들 중에는 대기업 출신이거나 재벌총수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즐비하다고 합니다. 또 대기업들도 박 후보 주변에 줄을 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 이 잡지에 따르면 삼성은 확실한 선을 잡았는데 대기업들 중 일부는 선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4. 역대 정부를 보더라도 삼성의 로비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 MB정부의 경제정책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입니다. 그런데 강 전 장관의 정책과 삼성경제연구소(이하 삼성연으로 약칭)의 보고서들을 보면, 그 내용이 대부분 일치합니다. 강 전 장관의 거의 유일한 저서가 2005년에 펴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인데, 그 저서를 출간한 곳이 삼성연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5. 삼성연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었던 2008년 1월과 2월, MB노믹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감세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연이어 내놓은 바 있습니다.
⇨ 이 연구소는 그해 1월 30일, '경제개혁을 주도한 국가지도자 6인'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고, 2월 13일에는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2007년 박근혜 후보가 주장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와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삼성연-이명박-박근혜'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MB노믹스가 완성되었고, 강만수에 의해 그것이 실천에 옮겨진 것입니다.

6. 삼성연이 2008년 1월 내놓은 '경제개혁을 주도한 국가지도자 6인'이라는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습니까?
⇨ 이 보고서는 "시대적 흐름을 통찰한"(?) 국가지도자로 6인을 추천했는데, 그 6인은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 중국의 덩샤오핑, 싱가포르의 리콴유, 네덜란드의 루드 루버스입니다.

7. 삼성연이 6인을 추천하면서 MB정부에 제시한 정책적 키워드(핵심어)는 무엇이었나요?
⇨ 삼성연은 6인을 추천하면서 5가지의 정책적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민영화, 감세, 규제개혁(규제완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노사정대타협이 그것입니다.

8. 5가지의 정책적 키워드 중 삼성연이 특별히 강조한 것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진국의 대부호들이 부자감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서 삼성연이 좀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 선진국 대부호들 중에서 부자감세를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사람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부자인 워런 버핏 회장입니다. 그는 지난해부터 <뉴욕타임스> 등에 실린 칼럼과 각종 인터뷰를 통해 감세론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습니다.

9. 워런 버핏은 감세론자들을 어떤 논리와 근거로 비판하고 있습니까?
⇨ 그의 감세론 비판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감세론자들은 부자들에게 감세하면 소비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 했는데, 그런 주장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둘째, 또 감세론자들은 감세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 했는데, 세율이 높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4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지만 세율이 낮아진 2000년대 이후에는 창출되는 일자리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셋째, 또 감세론자들은 세율이 높으면 투자를 안 한다 하는데, 자신의 지난 60년간의 투자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자본소득세가 39.9%에 달했던 1976~1977년에도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꺼렸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0. 선진국의 다른 대부호들도 버핏과 비슷한 논리로 감세론자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버핏의 주장에 동의와 지지를 표하고,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기를 거부함으로써 자신들의 장기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수백 명의 미국 기업가들과 부유층이 만든 단체인 '재정건전성을 바라는 애국적 백만장자들'도 "경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오류로 드러난 공급경제학을 근거로 감세를 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라 질타하고, "최부유층에 대한 감세는 경제성장에 아무런 효과가 없고 예산재앙만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11.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 중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유난히도 법인세 감세에 집착이 강한 것 같습니다.
⇨ 이한구 원내대표는 경제관료 생활을 하다 1984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비서실 상무로 입사한 뒤 2000년 1월까지 대우에 몸담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때 경험을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그도 경험주의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겁니다. 경험주의의 오류란 현실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여 과거로 현실을 해석하고 재단(裁斷,옳고 그름을 가려 결정)하는 오류를 말합니다.

12. 이 원내대표가 경험주의의 오류에 빠져 있다는 근거가 있나요?

⇨ 이 원내대표는 감세의 투자유인효과와 경제성장 유인효과가 매우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입니다. 감세의 투자유인효과를 검증해 보기 위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한계투자성향(marginal propensity to invest)이라는 지표입니다. 여기에서 한계투자성향은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투자에 쓰인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냅니다(한계투자성향 = 투자의 증가분 / 소득의 증가분).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을 산출해 보면 1980년대에는 1.19, 1990년대에는 1.1, 2000년대에는 0.36으로 나타납니다.
 

▲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뉴시스

13.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이 0.36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이 0.36이라는 것은 기업들에게 1조원의 감세를 할 경우 이 중 3600억 원만 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정부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저소득층들에게 1조 원의 복지지출을 늘려서 1조 원의 소비를 유도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들에게 1조 원의 감세를 해서 3600억 원의 투자를 유도할 것인가. 경기회복 유도효과는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더 큽니다.

14. 저소득층에게 1조 원의 복지지출을 늘리면 1조 원의 소비가 유도된다는 증거가 있나요?
⇨ 복지지출의 소비확대효과를 검증해 보기 위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이라는 지표입니다. 여기에서 한계소비성향은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소비에 쓰인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냅니다한계소비성향 = 소비의 증가분 / 소득의 증가분).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최근 6년간(2003~2009년)의 우리나라 한계소비성향을 산출해 보면 상위 10% 계층이 0.354, 하위 10% 계층은 1.309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15. 하위 10% 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이 1보다 크다는 것은 이들에게 1조 원의 소득이 늘어날 경우 소비는 그 이상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가요?
⇨ 그렇습니다.

16. 보수진영 학자들은 복지와 소비는 낭비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을 지원해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그런 주장은 소비와 투자에 대한 기본 인식이 없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경제학적으로 소비와 투자의 차이는 비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승용차라도 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비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합니다. 국민계정신축아파트를 구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전문기관들이 투입-산출 분석을 할 때 소비, 투자, 수출의 단위당 효과가 같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17. 그래도 단위당 설비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건설투자나 소비에 비해 큰 것 아닌가요?
⇨ 물론 단위당 설비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건설투자나 소비에 비해 큽니다. 그러나 투자와 소비의 단위당 효과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처럼 정부가 기업에 1조 원을 지원했는데 기업이 이를 토대로 1조 원 이상을 설비투자에 지출했다면, 그때는 분명 1조 원의 건설투자나 1조 원의 소비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처럼 정부가 기업에 1조 원을 지원해서 이 중 3600억 원만이 설비투자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집니다.

18. 우리나라 법인세 감세효과에 관한 실증연구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2004년 서울시립대의 임주영 교수와 한양대의 고종권 교수는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감세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법인세 감면제도의 일종)의 투자유발 효과에 관한 실증연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제도의 투자유발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외 다수 학자들도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를 얻었습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설비투자액의 7~15%에 달하는 액수를 법인세에서 경감해 주는 매우 파격적인 제도입니다.

19. 정부도 최근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투자확대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의 일몰(=한시법의 종료)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투자확대효과가 없다고 하자, 정부가 이것의 일몰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수혜자인 대기업들이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일몰은 하지 못하고, 제도를 임시·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로 바꾸어 존속시켰습니다.

20.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면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투자확대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투자와 무관하게 법인세 감세를 하면 투자확대효과가 나타난다고 강변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요?
⇨ 명백한 모순입니다.

21.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후보는 '줄·푸·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박 후보는 9월 초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07년 경선 당시 자신의 공약이었던 줄·푸·세와 현재 내세우고 있는 경제 민주화가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율을 낮추는 건 현 정부 들어 상당 부분 실현됐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는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겁니다.

22. 박 후보의 말은 MB 정부의 부자감세가 자신의 생각과 같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런데 부자감세로 재정수입이 줄어들면 그가 주장하는 27조 원(연평균)이 드는 복지공약은 실현가능할까요?
⇨ 박 후보는 그날 방송에서 자신이"재원을 마련할 때 6:4 원칙을 말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6은 씀씀이에서 줄이고 4는 비과세 감면 조정이나 지하경제를 투명화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27조 원(연평균)의 복지공약 재원 중 60%인 16조 원을 씀씀이를 줄여서 해결하고, 나머지 11조원을 비과세 감면 조정이나 지하경제를 투명화해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향후 5년간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조세·재정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23. 이명박 대통령을 따르는 친이세력들과 박 후보를 따르는 친박세력들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그러나 양측의 경제정책 기조는 쌍둥이처럼 흡사해서 MB정부가 박 후보의 줄·푸·세 공약을 엄청나게 많이 실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MB정부의 정책기조는 줄·푸·세 기조와 거의 90% 이상 일치합니다. MB정부는 부유층과 대기업이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부자감세를 강행해서 '줄'(세금을 줄인다)을 실천했고, 수도권 규제완화와 대형유통업체 규제 기피를 통해 '푸'(규제를 푼다)를 실천했으며, 집회와 시위, 노사분규 등으로 매년 GDP 성장률의 1% 손실이 난다며 '세'(법질서를 세운다)를 강조했습니다.

24. MB정부가 대형유통업체 규제를 기피했다는 근거가 있나요?
⇨ 지금도 지식경제부는 대형유통업체 규제에 부정적입니다. 이들은 2000년대 내내 WTO 규범 때문에 대형유통업체 규제를 할 수 없다며 거짓말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달리 WTO는 국내외 자본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중소유통업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체 규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경부는 또 2009년 10월에는 대형마트가 가입해 있는 체인스토어협회로부터 연구비의 일부를 지원받아 엉터리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산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가 소형슈퍼가 아니라 대형마트라는 황당한 보고서를 낸 겁니다.

25. 집회와 시위, 노사분규 등으로 매년 GDP 성장률의 1% 손실이 난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입니다. 논란이 되었던 당시 우리나라 총범죄건수는 172만 건(2006)이었고, 그중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분류된 것이 689건이었습니다. 당시에 한미FTA 반대운동이 많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689건은 매우 적은 것입니다.

26. 보수진영 학자들은 노사분규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2006년 당시 전체 취업자 수는 2315만 명이었고 이들의 1년 총노동일수는 57억 8775일이었으며, 그해 노사분규로 인한 전체 노동손실일수는 120만 일이었습니다. 총노동일수 대비 노동손실일수 비율은 0.0208%입니다. 이것은 노사분규가 그해 성장률 5.1%p 중 0.0208%p만큼의 성장방해를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큰 수치는 아닙니다. 선진국 평균 수준입니다.

27. 총범죄건수 172만 건이 GDP 성장률의 1% 손실을 가져온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GDP 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치는 위법행위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탈세와 교통사고입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20%가 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은 상당히 큽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손실액도 소규모 전쟁과 유사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대기업의 횡포와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인해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이 몰락하는 것도 경제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줍니다. 이 세 가지와 각종 범죄로 인한 사회비용을 합치면 GDP 성장률의 1% 손실이 가능할 듯도 합니다. 그러나 집회와 시위, 노사분규 등으로 매년 GDP 성장률의 1% 손실이 난다는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28. 박 후보도 지하경제 축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정치인들은 늘 그렇게 그럴듯한 말만 합니다. 우리나라 세무조사 비율을 보면 미국과 일본의 1/3~1/5 수준입니다. 현 정부 들어와 그 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 중 어느 누구도 세무조사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하경제를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입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29. 다시 <신동아> 기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신동아>는 박 후보의 대표적인 대기업 출신 측근으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지목했습니다.
⇨ 현명관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 삼성종합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거쳤고 최근까지 삼성물산 상임고문으로 있던 전형적인 삼성맨입니다. 그런데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현 전 회장이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 민주화 방향을 입안하는 정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겁니다. 어이없는 일입니다. 그는 2007년 박근혜 캠프의 경제자문단으로 활동하면서 박 후보와 인연을 맺은 뒤 이번에 공식적으로 캠프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에 대해 2007년 '줄·푸·세' 때에는 그의 경력이 어울렸지만 경제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30. 현 전 회장은 <서울신문>이 꼽은 박 후보 최측근 15인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 <서울신문>이 꼽은 박 후보 최측근 15인의 면면을 보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제외하고, 13인 대부분이 경제 민주화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이 중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노골적으로 경제 민주화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 원내대표의 이런 태도는 줄·푸·세를 전면에 내세울 당시의 박 후보 태도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31. <신동아>는 박 후보 주변에 대우그룹 출신들이 유난히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박 후보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사람들 중에 대우맨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984년부터 2000년까지 대우그룹 밥을 먹었고, 박 후보 정책 생산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안종범 의원과 강석훈 의원도 대우경제연구소에 재직한 적이 있습니다. 친박계 핵심이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조원진 의원은 대우의 중국법인 기획조사부 부장 출신인데, 조 의원은 지금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자주 만난다고 합니다.

32. <신동아>는 이들 외에도 박 후보 주변에 친재벌 인사들이 부지기수로 많다고 소개했습니다.
⇨ 이 잡지에 따르면 박근혜 경선 캠프의 김호연 총괄본부 본부장은 빙그레 회장 출신이고,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국내 최대 고무 회사인 동일고무벨트의 대표이사를 지냈습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김호연 의원의 재산은 2250억 원이고, 김세연 의원은 1145억 원입니다. 국회의원 중 내로라하는 갑부들이 박근혜 재벌개혁의 선봉에 서 있는 겁니다.

33. 2007년에 박근혜 후보에게 줄·푸·세 공약을 만들어준 사람들이 이번에도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2007년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 정책'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입니다. 그는 박 후보와 함께 경제 정책을 공부해 온 '5인 공부 모임' 멤버로, 당시 박 후보의 경제 정책을 만들었던 경제자문회의를 주도했습니다. 그는 새누리당 경선 때도 국민행복캠프 7인 정책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근혜의 최측근 경제 브레인'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최근 그는 박 후보가 "줄·푸·세 기조를 폐기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34. 안종범 의원도 2007년 당시 줄·푸·세 공약을 만드는 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안 의원도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박 후보와 함께 경제 정책을 공부해 온 5인 공부 모임 회원이었고, 경선 캠프에서 7인 정책위원회 위원이었습니다. 그는 2002년에는 이회창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민생·복지 특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35. 안 의원은 지난 3월 모 방송사 라디오에 출연해 "세금을 줄이는 게 친기업이라고 하는 등식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 안 의원은 감세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더 많이 하고 고용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 국민 전체, 또 근로자한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친기업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황당한 주장입니다.

36. 황당한 주장이라는 근거가 있나요?
⇨ 기업들에게 1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면 그게 친기업적이고, 반대로 기업들에게 1조 원의 세금을 거두어서 서민들에게 1조 원의 복지지출을 늘리면 그게 친서민적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안 의원은 전자만큼은 친기업적인 게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주장입니다. 안 의원의 머릿속에는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겁니다. 1조 원의 대기업 감세와 1조 원의 복지지출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소개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합니다.

37. 박 후보의 경제 정책 핵심 참모로 알려진 강석훈 의원은 또 어떤 사람입니까?
⇨ 강 의원도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경제공약'인 줄·푸·세 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했습니다. 그는 최근에도 전 국민의 관심사인 경제 민주화 이슈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1, 2, 3호 법안'에 대해서 안종범 의원과 강석훈 의원은 단 한 번도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38. '경제민주화 1, 2, 3호 법안'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박 후보의 경제정책 핵심참모라는 두 의원이 서명하지 않았을까요?
⇨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은 '경제 민주화 법안'1호는 재벌 총수의 경제범죄 처벌 강화를, 2호는 재벌의 사익 편취 차단을, 3호는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법안에 서명을 못할 정도라면 그들에게 재벌개혁 의지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39. 박 후보 측근의 대다수가 친재벌이고 줄·푸·세 신봉자들이라고 보면 지나친 평가일까요?
⇨ 어디까지를 측근으로 보아야 하느냐가 논란거리가 되겠지만, 아직도 박 후보가 줄·푸·세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박 후보 측근의 90% 이상이 여전히 친재벌이고 줄·푸·세 신봉자들이라고 봅니다. 측근들 중 일부는 경제 민주화의 중요한 이슈가 대주주들이 일감 몰아주기나 독점 등 회사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근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 생색을 내는 것으로 재벌개혁에 근접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여야가 합의해서 내놓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법안에 따른 세수효과는 겨우 50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40. 박 후보가 재벌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요?
⇨ 줄·푸·세 원칙을 폐기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MB정부의 친재벌정책과 결별하는 것이고, 경제 민주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근에 나온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법인세 감세 철회·인상안을 보면, 시민단체안의 세수효과가 7~8조 원이고, 민주당안이 3~4조원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박 후보는 연평균 27조 원의 복지지출을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현실성과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대목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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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는 3개의 갈등전선... "모든 상황 박근혜가 만든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0/09 07:39
  • 수정일
    2012/10/09 07: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근혜의 자가당착이 부른 '새누리당 자중지란'

발목 잡는 3개의 갈등전선... "모든 상황 박근혜가 만든 것"

12.10.08 18:48l최종 업데이트 12.10.08 18:48l
안홍기(anongi)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해야 할 새누리당이 자중지란이다. 박 후보가 선거체제 핵심을 친박 일색으로 꾸리고 원칙 없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다가 최대 위기를 자초한 형국이다.

현재 박 후보가 당면한 당 내 자중지란은 3가지다. 김종인 대 이한구, 안대희 대 한광옥, 지도부 대 의원들 이 3개의 갈등전선이 형성돼 있다.

사퇴 파국으로?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 전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9월 19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정치쇄신특위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후보 왼쪽은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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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를 놓고 형성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전선은 꽤 오래됐지만 아직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를 향해 '김종인이든 이한구든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촉구하며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당 내 경제민주화 모임 등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지난 7일 "박 후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100% 실천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 발 물러서는 척 했지만,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양보가 아니다. 이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경제민주화라는 게 (방향이) 많지만 박 후보가 말씀하신 것 같으면 좋다"며 "박 후보가 어차피 후보 공약으로 결정하실 테니 그건 백업(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다면 입법을 지원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또 이 자리에서 "사퇴한다고 (기사를) 쓰면 완전 오보"라며 전혀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김종인 위원장은 8일 현재까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영입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것도 현재로선 잃은 게 더 많다고 평가된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 상당수 특위 위원들이 직을 걸고 반발하고 있는데, 이유는 '정치쇄신하자 해놓고 권력형 비리 인사를 영입하는 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전 고문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던 나라종금 퇴출저지 청탁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그 결과가 어떻든 안대희 위원장으로선 한광옥 전 고문 영입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안 위원장은 나라종금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에 '당시 담당검사가 문제 있다'는 한 위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한 전 고문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안 위원장도 '한 전 고문 중용시 나는 사퇴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이한구냐 김종인이냐 선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광옥이냐 안대희냐 선택하라'고 박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 무너진 박근혜 "각자 열심히 할 때" 되풀이

최경환 의원이 후보 비서실장 직에서 사퇴했지만, 박근혜 캠프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 핵심 대 '나머지'의 대립구도는 해결점이 안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출마선언과 함께 하향세를 그린 박 후보의 지지율이 추석 이후에도 회복될 기미가 없고, 추석민심에서 '이대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의원들 다수가 '후보 빼고 다 바꾸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입장은 단호했다. 박 후보는 전날에 이어 8일 충북지역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도 "선거가 내일모레인데 막바지에 모든 것을 교체하자며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단결을 강조하면서 지도부 총사퇴론을 일축했다.

'후보 빼고 다 바꾸자'는 주장을 한 의원들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조만간 모임을 열어 인적쇄신을 관철시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갈등국면은 지속되고 있지만, 박 후보는 '싸우지 말고 각자 최선을 다하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전날에 이어 8일에도 "선거를 치르고 난 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을 위해서라고(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 대한 박 후보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먼저 박근혜 후보가 그렇게도 중시한다고 말하는 '원칙'이 무너졌다.

이날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한광옥 중용시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어려울 때 원칙을 지키는 경우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리전력이 있는 한 전 고문의 영입은 정치쇄신이라는 박 후보의 원칙에 자가당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표만 열심히 모으라고? 이 모든 상황은 박근혜가 만든 것"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에서 '과학인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여 당내 쇄신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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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는 현재의 갈등구조의 원인을 '계파갈등'으로 꼽고 있다. 박 후보는 지도부 사퇴론과 '후보 주변 인적쇄신론'에 대해 "당내 계파 갈등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파 갈등의 원인도 박 후보가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은 박근혜가 만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상황은 총선 때부터 시작됐다. 4·11 총선 공천도 경선캠프도 친박 일색으로 만든 게 비박근혜계의 소외감을 부른 것 아니냐"고 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승리가 뻔한 상황에서 정몽준계, 이재오계 등 비박계의 공천을 보장해주고, 경선규칙 변경 논쟁 국면에서도 타협적인 자세로 비박계의 체면을 살려줬다면 박 후보가 비박계로부터 협력을 얻어낼 명분이 생겼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어떻게 해도 자기가 후보가 되는데 뭐가 무서워서 대표나 원내대표나 사무총장이나 자기 말 잘 듣는 사람들만 지도부에 앉혔느냐"며 "선대위 의장단이니 부위원장이니 하는 자리에 비박계나 '짤린 친박'을 앉혀놔도 실권도 없고, 표만 열심히 모아 오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선거승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를 새로 영입하려고 한들 오겠느냐"고 현 상황 타개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여전히 두 번의 총선에서 입증됐던 박 후보의 '위기의 리더십'이 이제 그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후보의 한 측근은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고 본다"며 "여러가지 갈등이 첨예할 때 리더의 역할은 그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로 묶어내는 것 아니겠느냐, 그동안 박 후보가 그런 리더십을 보여줬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잘 해결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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