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며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대부분 뉴라이트 인사와 기존부터 새누리당에 몸 담았던 인물로 이루어져 무늬만 통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2차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직접 위원장직을 맡는다고 밝혔다. 인혁당 '두 개의 판결' 발언 이후 불거진 과거사 인식 논란을 종식시키고, 불통과 보수라는 이미지를 벗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뉴라이트 인사가 대통합위원 13명 중 9명을 차지하고, 새누리당(한나라당) 공천 신청자들이 대거 자리를 꿰차면서 성격이 다른 세력을 포괄한다는 뜻인 통합의 의미가 퇴색됐다. 전라도 출신과 운동권 전력이 있는 인물들을 다수 배치했지만, 전향했거나 기존부터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합위원회에서 뉴라이트를 대표되는 인물은 최홍재 새누리당 은평 갑 당협위원장이다. 1991년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조국통일위원장을 역임했던 최 위원은 전향한 후 뉴라이트재단의 후신인 시대정신의 상임이사를 지냈다.
 
최 위원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의 계기가 된 PD수첩 보도를 비판하며 공정언론시민연대를 조직했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한나라당 추천 위원으로 활동하며 종편의 탄생에 일조했다. 이후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추천 이사를 역임하고 올해 19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 갑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1982년 부산 미문화원방화사건으로 사형을 선고 받았던 김현장씨는 전향한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후보를 공개 지지한 그는 19대 총선에서 강종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를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등 '종북 좌파 척결'에 앞장서왔다.
 
80년대 노동운동에 몸 담았던 김준용 전 전국노동자협의회 사무차장은 제3노총을 표방하는 국민노총 상임자문위원과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그동안 보수언론은 그를 '전태일의 친구'라고 소개했지만 전태일 재단은 12일 “김준용씨는 전태일 열사가 22살 나이로 분신했을 당시 12살로 서로 만난 적조차 없다”고 밝혔다.
 
뉴라이트 싱크넷 발기인인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라이트 교과서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공동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이 교과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건국자이자 수호자로 소개하고 5·16을 쿠테타가 아닌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으로 기술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중앙선대위 인선안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또한 대통합위원회에는 최회원, 이대용씨 등 70, 80년대 전향한 운동권의 박 후보 지지모임인 '포럼 동서남북' 출신도 포함됐다. 심용식 자유주의연대 전북포럼 대표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종철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케이’ 대표도 전향한 뉴라이트 인사다.
 
60년대 운동권 주요 인물인 김중태 부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선고 후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한 2차 인혁당 사건이 아닌 1차 인혁당 사건의 연루자다. 유성식 시대정신 상임이사는 2008년 한국일보 정치부장 당시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직행해 언론계에서 비판을 받았던 인물로 이명박 대통령의 시민사회비서관을 역임했다.
 
이와 함께 이전부터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인물도 다수다. 임향순 전국호남향우회 연합회 총재는 18,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했다가 떨어진 인물이다.
 
최영호 대구대 겸임교수도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서 떨어졌고, 한경남 민청련 전 의장은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후보로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는 2010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선거 유세에 나선 바 있다.
 
인혁당 2차 사건 피해자를 대변하는 4.9통일평화재단의 이충훈 사료실장은 "진심어린 사과가 없는 과정 속에서 변절한 사람들 몇몇 끌어들었다고 국민대통합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며 "박정희 시절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구체적인 액션이 취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지역, 계층, 정치성향을 비롯해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통합"이라며 "기존의 활동을 부정하고 전향해서 자신과 똑같아진 사람들과의 통합은 진정한 통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