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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독립 지키려면 먼저 MB를 쫓아내라"

"언론독립 지키려면 먼저 MB를 쫓아내라"

 

[공동인터뷰] BECTU 부사무총장, PSB노조 사무처장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영국은 한국처럼 정부가 TV와 신문의 편집 독립성을 완전하게 침해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뉴스 어젠다를 조종하기 위해 (방송사) 사장을 지명하는 (한국) 정부의 간섭만큼 저급하고 직접적인 간섭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26일 오전, '미디어 공공성 강화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루크 크롤리(Luke Crawley) 영국 BECTU 부사무총장의 발언이다. BECTU(Broadcasting Entertainment Cinematograph and Theatre Union)는 '방송ㆍ예능ㆍ영화ㆍ극장 노조'로서 영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큰 노동조합이다.

 


   
▲ 윌리엄 모니에 프랑스 PSB 노조 사무처장(왼쪽)과 루크 크롤리 영국 BECTU 부사무총장(오른쪽) ⓒ미디어스

 

루크 크롤리 총장은 토론회가 끝난 이후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PD저널>과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정연주 KBS 사장 불법해임, 해고 언론인 속출, 비판 프로그램 폐지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일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한국이 정말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내고자 한다면, 12월 대선에서 현재의 대통령을 쫓아내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짚었다. 아무리 제도가 잘 돼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을 '통치'의 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현 대통령 하에서는 언론자유, 독립성이 요원한 일이라는 인식으로 보인다.

프랑스 공영방송인 PSB의 윌리엄 모니에(William Maunier) 노조 사무처장 역시 프랑스 방송의 규제기관인 '시청각 고위 위원회'(CSA)가 대통령 지명 3인, 하원 의회 지명 3인, 상원 의회 지명 3인으로 구성되지만 기본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이들이 위원으로 선임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는 것이 '프랑스의 역사이자 문화'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언론인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언론인들이 스스로의 양심과 명예를 침해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법적 보장(퇴직보상금 청구 가능) 하에 그만둘 수 있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일명, '양심조항'이 노동법에 설치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독립된 방송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도 '재정적 압박'을 피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영국의 경우, 현 정부가 BBC의 주 수입원인 수신료를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동결하기로 결정한 탓에, BBC가 1만8000명의 전체직원 가운데 1200명을 구조조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역시, 새로 선출된 정부가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한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내년도 공공부문의 기금모금액을 약 4% 삭감해 방송 분야에서도 정리해고, 활동 축소 등이 예상되고 있다. 윌리엄 사무처장에 따르면, 모든 방송 노동조합은 이 발표에 대응하고 PSB를 지키기 위해 캠페인과 반대집회, 시위, 파업 등을 조직 중이다. 내달 2일에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의 경우 현 정부 들어서 해고 언론인이 속출하고, 비판 저널리즘이 거세졌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현실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루크 크롤리 영국 BECTU 부사무총장 "한국에 와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종합한 결과, 한국이 정말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내고자 한다면, 12월 대선에서 현재의 대통령을 쫓아내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판단했다. 그것 외에는 당장 이 문제를 치유할 다른 전망이 없다고 본다.

그리고 집권당, 야당, 그리고 제3의 대선 후보가 뜬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언론자유와 독립성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살펴야 한다. 안(안철수 후보)의 경우에도 아직 미디어정책이 어떤 것인지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알아보라. 영국 역시 선거에서 선출된 이후에 정치인들이 등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한국도 그러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대선후보들이 언론자유와 독립성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숨기고 있는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윌리엄 모니에 프랑스 PSB 노조 사무처장 "소수를 제외하고는 정치인들을 믿을 수 없다. 대신에 우리는 정치적으로 약속을 한다. (어떤 부분들을 지키겠다라는) 일종의 협약식을 여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체적으로 질문지를 짜서 후보들에게 모두 보내고, 선거 이후에는 그것을 증거로 삼아 압박한다. 후보자들에게 언론자유를 포함해 미디어정책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질문하라. 예를 들어, '새로운 방통위원장은 어떤 식으로 선출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답변을 미리 받아놓을 것을 제안한다."

- 수신료 동결로 BBC도 재정압박이 심하다고 했는데, 폐해는 없나?

루크 크롤리 영국 BECTU 부사무총장 "현 정부가 BBC의 주 수입원인 수신료를 동결하는 바람에, 자발적으로 1200명을 정리해고 해야 할 상황이다. 런던 같은 경우에도, TV 뉴스룸과 라디오 뉴스룸 그리고 월드와이드 서비스 뉴스룸의 공간이 다 따로 있었는데 올해 말까지 하나로 합친다고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정리해고될 것 같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대도시인 버밍엄의 방송국은 노조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아예 문을 닫았다. 재정압박으로 인한 폐해가 없을 수 없다.

정부가 계속 비용을 절감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서 BBC가 위축돼 있다. 정부 비판 보도의 경우에도, 전보다 덜 비판적이다. 요즘 재정위기다 보니 영국에서 논쟁거리가 많은데 논쟁적 이슈에 대해서도 BBC가 날카롭게 치고 들어가지 못한다.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어느 편도 들지 않으려 하고 있어 문제다. "

- 재정적으로 힘들어짐에 따라 기자들이 자본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검열하는 일은 없나?

윌리엄 모니에 프랑스 PSB 노조 사무처장 "공영방송의 경우 광고와 기사는 전혀 관계가 없다. 한 건물 안에 있기는 하지만 광고 담당부서와 기사 담당부서는 별개 회사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자기검열이 있을 수 없다. 민영방송의 경우는 공영방송사와 사정이 좀 다르긴 하지만, 각 매체들이 전체 광고 파이 중에서 20~50%를 골고루 가져가기 때문에 기자들이 별도의 압박을 받지는 않는다. 자기검열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 프랑스의 경우, 규제기관인 '시청각 고위 위원회'(CSA)가 '독립기관'이지만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이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2008년 방통위 출범 당시 '정치적 독립' 면에서 큰 결함이 있다는 비판이 거셌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윌리엄 모니에 프랑스 PSB 노조 사무처장 "프랑스의 CSA는 어느 정부 부서와도 전혀 관련이 없으며, 굉장히 독립적이기 때문에 '비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사르코지 정부 출범 이후 방송보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으나 프랑스의 기본적인 전통과 문화가 그렇다. 위원들 9명 중 6명이 보수당 또는 대통령과 친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문적'이라 정치적으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방송 분야에 대해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굉장히 저명한 인사들로만 위원들이 구성된다.

CSA는 공영방송만 규제하는 게 아니라 민영방송도 규제하는데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면 (규제기관들 중 한 쪽이) 항의하지 않겠는가. 규제 대상에 대해 균형을 갖추려면 굉장히 객관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

- 9명 중 6명이 보수당 또는 대통령과 친한 사람인데, 정부여당의 간섭 없이 공영방송사 이사들을 지명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적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의아하다.

윌리엄 모니에 프랑스 PSB 노조 사무처장 "역사적으로 그렇다. 그런데 사르코지 정부 출범 이후 2009년 정부와 CSA 위원들이 공동으로 공영방송사 이사들을 지명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버렸다. (9명 중 6명이 보수당 또는 대통령과 친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의를 통해 이사들을 임명했었는데, 사르코지법으로 인해 비전문적이고 정치적인 인물들이 임명되는 경향이 있어서 최근에 우리가 임명 과정이나 절차를 좀 더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르코지법 폐기를 위한 압박활동도 진행한다. 현 문화부 장관 역시 사르코지법 폐기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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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무풍지대?

 

한국은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무풍지대?
 
‘아리랑3호’ 이어 화력발전소 공사 싹쓸이... 시민모임, 불매운동 돌입
 
정운현 기자 | 등록:2012-09-26 15:24:20 | 최종:2012-09-26 18:04: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시민모임'이 26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미쓰비시 불매운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시민모임 제공)

“지난 7월9일 항공우주연구원은 아리랑 3호 위성 발사 용역대금으로 1974만3천달러(223억원)을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지불했습니다. 비단 ‘아리랑 3호’ 뿐만이 아닙니다. 2009년 당진 화력발전소 9, 10호기 시설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현재 시설 중인 4개 발전소의 가스터빈 총 10기, 평택 복합화력 2단계 공사까지 연거푸 미쓰비시가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일본의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나 보상은 외면한 채 국내 위성사업 및 발전소 시절분야 등 중공업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현실을 보다 못해 시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중공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은 26일 오전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 불매운동은 제2의 독립운동”이라며 “제1의 전범기업 미쓰비시에 영업적 손실을 안길 범국민 불매운동에 함께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모임은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7월6일 16차 협상을 끝으로, 미쓰비시중공업과의 2년에 걸친 근로정신대 협상은 최종 결렬되었다”고 밝히고는 “미쓰비시는 내일 모레를 기약하기 힘든 피해 할머니들의 절박한 처지는 안중에 없고 한 마디로 ‘조롱’과 ‘모욕’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후생연금 99엔 사건’의 주인공 양금덕 할머니(83, 광주)도 참석했다.

 

불매운동 대상 미쓰비시 관련 제품들
이들은 “한국은 일제 전범기업 진출의 무풍지대”라며 “아리랑 3호, 당진 화력발전소, 평택 복합화력 2단계 공사까지 연거푸 미쓰비시가 ‘싹쓸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은 “공공 발주사업에 대한 전범기업 입찰 제한, 사법적 결정의 단호한 이행, 대법원의 손해배상 결정을 이행해야 한다”며 “일제 전범기업에 합당한 조치를 하는 것이 주권국가로서 지극히 정당한 통치권”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이 ‘미쓰비시 불매운동’에 나서게 된 데는 한국정부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지난 2년간 ‘시민모임’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힘든 협상과 대화를 해온 사실조차도 모르고 관심조차도 없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심지어 지난 5월 대법원에서 히로시마 조선소 징용 피해자 사건과 관련해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기업의 배상책임을 명시한 판결을 내렸지만 외교부는 지금껏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

시민모임은 “우리 정부마저 일제피해자들의 절절한 목소리를마치 어린애들 치근덕거리는 소리쯤으로 무시하고 있으니오직했으면 미쓰비시가 한국정부의 이런 태도를 들어협상장에서 오히려 자신들의 방패로 삼고 나섰겠느냐”며 “대한민국 정부는 과연 누구를 도와주고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 국회는 일제 전범기업들에 대해 국가가 발주하는 사업에 입찰제한 조치를 취하고는 있으나 아무런 구속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시민모임’ 등 광주지역 시민들은 스스로 나서서 전범기업 미쓰비시에 ‘영업적 손실’을 안기기로 작정하게 된 것이다. 시민모임은 “미쓰비시 불매운동은 ‘제2의 독립운동’”이라며 미씨비시 자동차, 니콘 카메라, 기린맥주, 미쓰비시 예초기 등 미쓰비시 기업 관련제품의 불매 운동에 나설 방침이다. 시민모임은 또 10월부터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매주 금요일에는 누리꾼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시위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한편, 시민모임은 관계 당국에도 응당한 제도적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우선 국회에는 전범기업의 입찰을 제한하는 입법을 요구하는 동시에 중앙정부나 지자체 발주 사업에 전범기업들이 원천적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개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또 5.24 대법원 판결의 후속조치로 전범기업과 이미 거래중인 사업의 경우 ‘계약대금 지급 즉시 유예’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전범’의 입국금지를 명시한 출입국 관리법 제11조에 의거해 미쓰비시 임원들의 입국금지 조치도 촉구할 방침이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26일 오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쓰비시와 굴욕적인 협상을 할 수는 없어서 결국 결렬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추한 면을 너무도 많이 봐서 크게 실망했다”며 “지속적인 불매운동 전개를 통해 미쓰비시의 기업 이미지 손상 등 타격을 주는 동시에 국회 등 우리 당국에도 입찰제한 조치 등 적절한 대응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참조] ‘여자근로정신대’와 대일 소송 전말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여자근로정신대’란 흔히 알려진 ‘일본군 위안부’와는 다른 것으로, 일제 당시 군수기업 등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린 피해자들을 일컫는다.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당시 14세)이던 1944년 5월 어느 날,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일본인 담임선생의 말만 믿고 일본 나고야로 향했다. 그러나 공부는커녕 하루 10시간에 가까운 혹독한 강제노동과 굶주림뿐이었다. 물론 임금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은 해방 후 귀국해서는 더 큰 고통에 시달렸다. ‘여자근로정신대’를 ‘일본군 위안부’로 오인한 까닭에 결혼하기도 힘들었고 또 어렵게 가정을 꾸려도 파혼을 면치 못했다.

양 할머니 같은 분들은 양심적인 일본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얻어 일본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2008년 11월 도쿄 최고재판소는 10여년에 걸친 재판 끝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1965년 한일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었다. 결국 시민모임은 ‘제1 전범기업’이랄 수 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협상을 벌였으나 미쓰비시측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얼굴을 내밀기는 하였을뿐 ‘재판이 끝났다’ ‘한국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몇 푼 내놓겠다’ 등의 오만과 무성의로 일관해왔다. 2년여 미쓰비시와의 협상은 지난 7월 6일 16차 협상을 끝으로 결국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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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새로운 국제 경제모형 제시할까?

 

 

 

북, 새로운 국제 경제모형 제시할까?
 
제8차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 개막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2/09/25 [09:4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지난 24일 평양에서 개최된 평양국제가울철상품전람회장. ©이정섭 기자


조선이 경제협력 확대와 과학기술 교류를 통한 발전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개최하는 제8차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가 개막되었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전람회 개막식이 지난24일 평양 3대혁명(사상, 기술, 문화)전시관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로동신문은 오일훈 조선국제전람사 부사장과 서길복 부상이 “제8차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에 참가한 여러 나라와 지역의 대표단들을 환영한다.”는 연설을 했다고 알렸다.

이 신문은 연설자들은 “전람회가 나라들 사이의 경제 관계를 확대하고 합영, 합작과 투자유치, 과학기술교류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앞으로도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세계 여러 나라, 지역들과 경제무역 분야에서 쌍무적 및 다무적 협조를 계속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고 덧붙여 국제상품전시회가 국제 경제관계에 새로운 모형을 제시 할 것을 시사했다.

제8회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에는 조선을 비롯한, 중국, 네덜란드, 독일, 러시아, 스위스, 영국, 오스트리일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 말레이시아, 중국 대북 등 여러 나라와 지역의 회사들의 상품들이 전시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람회는 27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이날 전람회 개막식에는 강석주내각부총리, 리룡남무역상, 김성덕 평양시인민위원회 부위원장, 리학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상업회의소 소장, 무역부문 일군들과 여러 나라와 지역의 대표단들, 주조 여러 나라 외교대표들, 대사관성원들이 참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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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아들, 박근혜 사과에 분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09/26 17:01
  • 수정일
    2012/09/26 17:0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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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아들, 박근혜 사과에 분노
"진실규명과 개인.집단의 책임 물어야"
 
 
2012년 09월 26일 (수) 14:43:31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 2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신잔재청산 민주행동', '역사정의실쳔연대' 주최로 '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아버지, 남겨진 아들이 말한다' 대담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당시 아버지의 나이만큼, 노.중년이 된 아들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사과에 분노했다.

2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신잔재청산 민주행동', '역사정의실쳔연대' 주최로 '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아버지, 남겨진 아들이 말한다' 대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와 고 최종길 교수의 아들 최광준 씨가 나와 박근혜 후보의 사과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호권 씨는 "우리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유신시절 핍박을 당했다. 그분들은 아직도 아무 말도 못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후보가 자신의 인혁당 사건 판결 관련 발언에 대한 사과나 반성 없이 고개만 숙인 태도에 더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7년 경선 때 박근혜 후보가 사과를 하겠다고 찾아왔는데 무엇을 사과하는지, 깊은 내용이 하나도 없이 사과를 하러 왔다고 하고는 그냥 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준하 선생의) 유골에서 타살 증거를 발견한 이후 또다시 진상조사를 요청했으나 현 정부는 임기 내에 진상을 밝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쳤다"고 말했다.

장호권 씨는 "지금까지 굉장한 화와 한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를 제대로 세우는데 힘을 쏟고 싶다"며 "다시는 우리 사회에 유신체제, 인혁당 사건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최광준 씨도 "최종 단계는 용서와 화해이다. 화해를 하기 위해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진정한 사과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특정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규명이 이뤄진 뒤에야 가능하다"며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후보로서 캠페인의 일환으로 하는, 불완전한 사과는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 사건들은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이러한 문제를 계속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해 상시적 기구가 필요하다. 과거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 등의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호권 씨도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친일세력과 유신세력에 대한 청산이 먼저"라며 "그것이 정리돼야 인권 문제 등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은 아버지 죽음 이후 겪어야 했던 아들로서의 삶을 털어놨다.

장호권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 후 테러를 당해 6개월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며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입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금까지도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광준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하루아침에 간첩의 가족으로 낙인찍혔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아버지가 공부했던 독일로 도피하듯 떠났다. 친한 친구에게조차 우리 아버지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는 등 어려움이 상당했다"고 회고했다.

고 장준하 선생은 1974년 1월 대통령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구속,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약사봉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이후 지난 8월 유해 이장 과정에서 유골에 타살흔적이 발견됐다.

고 최종길 교수는 서울대 법대 교수 재직 중 1973년 10월 중앙정보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간첩혐의를 자백하고 중앙정보부 건물 7층에서 투신자살했다"고 발표했으나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최 교수의 죽음을 민주화운동관련성으로 인정했다.

 

   
▲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호권 씨(왼쪽)와 고 최종길 교수의 아들 광준 씨(오른쪽)가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읽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정희, 개인의 아버지 아니다. 진실규명에 나서라"

이날 대담회 이후 참가자들은 '유신의 부활만은 막아주십시오'라는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생각하기 싫은 시간이 있다. 부모를 독재정권에 빼앗긴 자식들은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견디며 살아왔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과거사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과거사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대사이며, 반인권적 반인륜적 범죄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라며 "이를 갈등을 조장하는 논란거리 정도로 치부하는 역사인식에는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를 향해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하지 않았다. 부모를 잃은 슬픔에 차이가 어디 있겠느냐"며 "하지만 죽음이 개인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준하, 최종길 등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독재정권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 분들은 한 개인의 아버지에 머물 수는 없다"면서 "이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박정희 또한 개인의 아버지일 수는 없다"며 박 후보의 사과를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은 하릴없이 사과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저지른 개인과 집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고뇌를 했다는 사람은 사과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대통합이 아니라, 진실규명의 길에 함께 하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박 후보의 대선 슬로건을 꼬집으며 "진심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 그럴 때야 잘못을 뉘우친 사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인들의 뜻을 세우는 길은)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 앞에 사죄하지 않는 유신 세력의 부활을 막는 길"이라며 "박정희 독재정권과 그 세력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대담회는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진행, 3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대담에 나오기로 했던 고 송상진 선생의 아들 송철환 씨는 갑작스런 뇌출혈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민주행동과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정론관에서 '과거청산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 이날 대담회는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진행, 30여명이 참석했다.[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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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돔 도입, 정치논리로 움직이는 뒷손 있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09/25 07:54
  • 수정일
    2012/09/26 17: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스라엘 방산 수출 위해 아이언 돔 대응구매 움직임 포착

 
김동규 2012. 09. 21
조회수 432추천수 0
 

아이언 돔 도입, 정치논리로 움직이는 뒷손 있나
올해 초 이스라엘에서는 한국이 이스라엘제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체계 아이언 돔을 도입하려 한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노후한 미제 A-4 스카이호크를 대체할 훈련기를 찾고 있던 이스라엘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도입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구매로 한국 측이 제시한 항목들에 아이언 돔이 포함돼 있었던 것. 이후 경쟁 기종인 이탈리아 M-346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T-50은 패했고, 한국의 아이언 돔 도입도 물 건너간 듯 했다. 그러나 최근 한 이스라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또 다른 무기 수출을 위해 아이언 돔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이스라엘 군사전문지 <이스라엘 디펜스>는 ‘한국 아이언 돔 방어 체계 주목하다(S.Korea eyes Iron Dome defense system)’ 기사를 통해 현재 한국이 아이언 돔 방공 체계의 첫 해외 고객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북한의 포격 위협에 대비해 아이언 돔이 적절한 대응 체계인지 검토 중이며 포대를 서울 주요 시설 인근에 배치 가능한지도 탐색 중이라고 한다.
 
한국이 아이언 돔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위협 대응에 적절한 무기체계라는 게 검증돼야 함은 물론 이스라엘의 획득 계획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이스라엘 디펜스>는 전했다. 한국의 아이언돔 도입 여부가 걸린 이스라엘의 획득 계획은 이스라엘 해군이 추진 중인 신형 전투함 도입 사업이다. 이스라엘이 한국산 전투함을 도입할 경우 절충구매로 아이언 돔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8일 이란 군함 두 척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진출해 시리아 타르투스 항에 도착했다. 이 사건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크게 자극했고 이스라엘 해군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전투함을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내외로 여러 문제가 겹쳐 이스라엘 해군이 원하는 성능의 전투함을 도입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이스라엘 무기수출에 대한 대응 구매로 아이언 돔을 도입하려 한다는 사실은 <이스라엘 디펜스>외에 미국 방위산업 전문지 <디펜스 인더스트리 데일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T-50 수주전이 치열했던 올해 1월에는 다수의 이스라엘 언론에서 한국이 T-50 수출에 대한 대응 구매로 아이언 돔을 제안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T-50 수출사업 당시 이스라엘과 방산협력 증진에 관한 논의를 한 적은 있으나 아이언 돔을 비롯한 방산물자 대응구매를 제안한 적은 없다”며 대응구매 제안 사실을 부인했다.

이스라엘기사.jpeg
▲ 이스라엘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이 한국이 함정 수출과 아이언 돔을
맞바꾸려한다는 소식을 보도했지만 방사청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 한국제 전투함 도입할까
 
이스라엘이 원하는 전투함은 현재 운용 중인 배수량 1,200톤급 사르 5(Saar 5) 초계함보다 큰 미사일 함정으로 이란 해군의 지중해 활동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서 긴급히 필요한 전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7월 9일 로스버그 이스라엘 해군 제독은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전투함이 필요한 이유로 “경제 수역과 유정, 파이프라인 등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초 이스라엘은 미국의 연안전투함(LCS) 도입을 고려했으나 치솟는 가격 문제로 포기했다. 차선책으로 독일제 전투함도 주목했지만 독일이 사업에 자금을 투자할 의향이 없어 무산됐다. 지난 2월 16일 이스라엘 공군 훈련기 도입 사업에서 T-50의 탈락으로 고배를 마신 한국은 이 기회를 이용해 이스라엘 방산수출의 포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현대중공업을 주 계약업체로 내세워 이스라엘 해군과 접촉하며 전투함 수주를 위한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한국 정부와 현대중공업 협상단은 이미 올해 4월 전부터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와 함께 사업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스라엘 디펜스>에 따르면 한국 측은 이스라엘 해군에 배수량 1,300톤급 함정을 제안했다고 한다. 또 이스라엘 해군은 배를 도입하더라도 레이더와 미사일 등 핵심 장비는 이스라엘 제품을 탑재하기 위해 빈 배를 원하고 있고, 한국 측도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아직 사업 관련 예산이 승인받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지금도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해군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문의에 현대중공업 측은 “현재 사업 수주를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라는 답변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스라엘 내 하이파 조선소에서 전투함을 자체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경우 자국 방위산업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테지만 전투함의 성능 저하 우려가 있고 추가 비용 부담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돼 현대중공업 같은 해외 업체가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스라엘 함정 사업에 대해 “현재 현대중공업이 이스라엘 해군 함정도입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스라엘 해군과 수출협상을 진행하는 단계는 아니다”며 이스라엘 언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카삼.jpeg
카삼(Qassam)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무장세력
 
이스라엘 당면 안보 과제 해결해준 아이언 돔
 
2006년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당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지역에 4,000여 발에 달하는 카투사 로켓 공격을 퍼부었다. 인구 밀집 지역에 무작위로 떨어지는 로켓으로 인해 44명이 사망했고 100만 명이 넘는 이스라엘 인들이 수시로 방공호로 대피해야 했다. 주민들의 삶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2000년에서 2008년 사이 이스라엘 남부에는 하마스가 발사한 4,000발의 로켓과 4,000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이러한 무장단체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아이언 돔이다. 2007년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여러 단거리 방공 무기체계 중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RAFAEL)사가 개발한 아이언 돔이 가장 적절한 무기체계라고 판단해 실전 배치를 결정했다.
 
아이언 돔은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대공포 체계에 속하는 무기다. C-RAM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지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반군의 로켓, 박격포 공격 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로 미군이 함정에서 사용하던 팰렁스 근접방어시스템(CIWS)을 육상형으로 개조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2005년 바그다드의 그린존에 처음 배치된 뒤 성능을 인정받아 지금도 반군의 박격포 공격을 막아내는 데 요긴하게 쓰고 있다. 고에너지 레이저를 이용하는 THEL(Tactical High Energy Laser) 체계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개발을 통해 점점 실전 배치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이언 돔은 20밀리 벌컨포를 이용하는 팰렁스와 달리 단거리 요격 미사일을 이용한다. 아이언 돔 한 포대는 탐지·추적 레이더, 전투통제장치, 세 대의 미사일 발사대로 구성된다.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레이더가 발사된 로켓을 탐지하면 정보를 전투통제장치로 보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타미르(Tamir)' 요격 미사일이 목표물을 격추시킨다. 사정거리는 4~70킬로미터 정도다. 가자 지구나 국경 외곽에서 로켓이 발사되면 탐지레이더가 이를 발견하고 로켓의 유형을 확인한 뒤 추적 레이더가 궤적을 감시한다. 레이더의 표적정보는 실시간으로 전투통제장치로 전송돼 위협강도를 분석한다. 인구밀집 지역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로켓은 즉시 타미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시키고 무인지대로 날아가는 로켓은 그냥 둔다.
 
올해 3월 9일 팔레스타인 인민저항위원회(PRC)의 지도자 자히르 알 카이시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뒤 300여발이 넘는 로켓이 이스라엘로 발사됐다. 이 가운데 177발이 이스라엘 영토로 직접 날아왔지만 아이언 돔이 인구밀집 지역으로 떨어진 71발의 로켓 중 56발을 성공적으로 요격해 성능을 인정받았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아이언 돔의 요격 성공률이 80%가 넘는다고 주장한다.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이 무장단체의 로켓 공격 보복이 두려워 군사적 행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줬다. 미 하원 국방소위원회의 스티브 로스만은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테러리스트를 뿌리 뽑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짜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안보 과제였던 로켓 공격을 아이언 돔이 해결해주면서 이스라엘 국방 관계자들은 비교적 느긋하게 안보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아이언 돔 발사대.jpg
▲ 2011 파리 에어쇼에서 소개된 아이언 돔 발사대
 
전 방사청 차장 아이언 돔에 관심 표명해
 
현재 한국군도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사용하며 효과를 톡톡히 본 C-RAM 체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국방부가 올해 초 국회에 제출한 ‘2011년도 국장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요구 사항에 대한 처리결과 보고서’ 육군본부 항목에는 올해 7월경 C-RAM형 대공포 체계에 대한 소요요청이 있을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육군 측에 확인한 결과 실제로 C-RAM 체계에 대한 소요요청이 9월경 합동참모본부로 전달될 예정이고 10월쯤 검토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군본부에 C-RAM 체계를 어떤 위협에 대비할 목적으로 고려중인지 묻자 “서울의 모든 장사정포 위협에 노출된 서울의 주요 시설을 방어할 목적으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대답했다. 도입될 C-RAM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운용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별다른 말이 없던 C-RAM 소요가 갑자기 튀어나온 데 대해 의문을 품는다. 작년부터 흘러나오는 아이언 돔 대응구매설과 시기상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 작년 3월 15일 이스라엘 영자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에 실린 한국과 이스라엘의 방산협력에 관한 기사에서는 이스라엘 국방부와 한국이 올해 연말 연평도와 백령도 해병부대에 배치될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에 관련된 협상을 벌이며 아이언 돔에 관한 논의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적고 있다. 이후 여러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 한국이 아이언 돔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포탈 사이트 <제이스페이스>의 롭 라틴 기자가 지난 4월 10일 보도한 아이언 돔 관련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부터 아이언 돔 구매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 기사는 2011년 여름 이스라엘을 방문한 권오봉 전 방위사업청 차장이 아이언 돔 제작사 라파엘에 방문해 아이언 돔 구매에 구체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당시 다수 이스라엘 언론에서 권오봉 전 방사청 차장의 방문을 보도하며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스 아로노스>는 2011년 6월 19일 ‘한국, 아이언 돔에 관심가지다’ 보도를 통해 권 전 차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권 전 차장은 라파엘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한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은 포탄, 미사일, 로켓 공격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라파엘이 소개한 방공 체계는 매우 흥미로웠고 우리는 차후 이 무기를 고려할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스라엘 언론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언론들이 한국이 아이언 돔 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를 냈지만 방위사업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방사청에 권오봉 전 차장이 라파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이언 돔 구매에 관심을 표명했는지 묻자 “2011년 5월 권오봉 전 방사청 차장이 이스라엘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 국방부를 방문하고 방산업체도 돌아봤지만 특별히 아이언 돔 구매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적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방사청 답변이 사실이라면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가 허위보도를 한 셈이다.
 
방사청은 지난 8월 10일 <이스라엘 디펜스>의 보도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입장에서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작성한 것일 뿐 한국 정부는 아이언 돔 대응구매를 조건으로 함정을 수출하려는 계획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 사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미국 방산업계 소식지에서도 한국이 함정 수출과 아이언 돔을 연관시키고 있다는 정황을 소개한 것으로 보아 <이스라엘 디펜스>의 보도가 이스라엘에 유리한 쪽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작년부터 흘러나오는 아이언 돔에 관련된 해외 언론 보도가 사실일 경우 현대중공업이 이스라엘 전투함 사업을 수주하면 한국은 이에 상응하는 아이언 돔 도입 물량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방산 수출을 담보로 우리 전장 상황과는 맞지 않는 아이언 돔을 도입하는 건 무리한 절충교역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저가의 로켓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된 아이언 돔은 수백 문의 장사정포를 마주하고 있는 서울의 상황에 맞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팰렁스.jpg
▲ 팰렁스는 원래 해군 함정에서 근접방어체계로
이용하던 무기를 육상형으로 개조한 것이다.
 
비싼 가격에 이스라엘도 힘들어
 
우선 이스라엘과 한국이 유사한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권오봉 전 방사청 차장의 발언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1만 2,500여 문의 장사정포 중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는 약 1,000여문 정도로 알려져 있다. 2004년 10월 4일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군 고위 관계자들이 확인해준 내용에 따르면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는 300여문 정도라고 한다. 일단 여기서부터 소수 무장단체의 로켓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는 이스라엘과 서울은 안보환경이 다르다. 대도시가 적의 포격에 노출된 한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위협하는 남부와 헤즈볼라가 위협하는 북부 일부 지역만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전면전 발생 시 시간당 7,300발의 포탄이 날아올지도 모르는 서울과 산발적인 로켓 공격에 시달리는 이스라엘은 본질적으로 대화력전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황일도 동아일보 기자가 저서 <김정일, 공포를 쏘아올리다>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개전 초기 1시간 동안 170밀리 자주포의 3분의 1이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170밀리 자주포가 시간당 900발, 240밀리 자주포는 6,400발, 총 7,300발이 서울 시내를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3월 9일 대공세 당시 300여발의 로켓 공격을 받으며 절반 정도만 영토 내로 진입하고 요격 영역에는 71발 밖에 들어오지 않는 이스라엘과 대규모 포병세력을 상대로 하는 한국은 결코 비슷한 안보환경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아이언 돔의 비싼 가격도 한국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스라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참고하면, 아이언 돔 한 포대를 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5천만 달러 정도다. 게다가 타미르 요격 미사일 한 발을 구입하는 데는 6만 2천 달러가 든다. 발사대 하나당 타미르 20발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20발의 포격을 막아내는 데 한국돈으로 15억 원 가까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군 155밀리 포탄의 가격이 3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비용 대 효과 면에서 아이언 돔은 매우 비효율적인 무기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러한 고비용 문제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로켓은 사거리 10킬로미터 카삼(Qassam)과 40킬로미터 그라드(Grad)다. 올해 3월 23일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보도에 따르면 이 로켓들은 제조하는 데 1,000달러 이상 들지 않고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수 천발이 넘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들은 보유한 물량보다 더 많은 카삼과 그라드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어 이스라엘이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 무장단체들이 아이언 돔의 요격을 피하기 위해 단순히 발사 로켓 수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전술적 우위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주요 시설에 아이언 돔이 배치되면 발사되는 포탄의 양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사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직접 로켓 공격을 하지 않아도 경제적인 면에서 이미 이스라엘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아이언 돔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도 비싼 가격 때문에 미국의 원조를 받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개발비와 배치에 든 돈 2억 5백만 달러는 모두 미국의 지원으로 충당했다.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더 많은 아이언 돔을 배치해야하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2013년~2015년에 걸쳐 다시 6억 8천만 달러에 달하는 군사원조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예산을 검토하는 미 의회 측에서는 추가 지원에 의문을 갖고 있다. 미국이 아이언 돔에 많은 원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사업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 수출 위해 필요 없는 무기 도입해야 하나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미사일방어국에 “아이언 돔에 미국의 투자금이 많이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해 이스라엘과 아이언 돔 생산 협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위원회의 클로드 체이핀 대변인은 “아이언 돔은 ‘애로우’나 ‘다윗의 돌’과 같은 다른 미국-이스라엘 국방 협력 사업이 갖추고 있는 투명성이 없는 게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위원회는 예산 승인을 위해 더 자세한 정보들을 요구하고 있다.
 
5월 17일 미국 잡지 <와이어드>가 운영하는 국방 전문 블로그 ‘데인저 룸’의 필자 스펜서 애커맨이 미 국방부에 아이언 돔을 국내 방어용으로도 쓸 계획이 있는지 묻자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현 단계에서는 개발 목적이 이스라엘에만 맞춰져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도 현재로서는 아이언 돔을 도입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특히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의 특수한 전장환경에 맞게 개발된 무기인 까닭에 고층빌딩이 즐비한 미국 본토에는 잘 맞지 않아 미국이 아직 도입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의 전장 환경은 고층 빌딩 건설을 제한하는 이스라엘 국경지대와 달라 아이언 돔이 어울리지 않는다. 미군은 현재 로켓, 박격포탄 뿐만 아니라 무인기까지 격추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새로운 C-RAM 체계 개발을 위해 미국 방산업체들에 정보요구서를 보낸 상태다. 미 육군 정보요구서에는 새 C-RAM의 반응시간은 13초 이내여야 하고, 20초 내에 60개의 표적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하며 포대당 80~300개의 표적을 담당해야한다고 적고 있다.

아이언돔.jpg
▲ 아이언 돔의 타미르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일각에서는 이미 군이 아이언 돔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 육군 예비역은 아이언 돔과 관련해 “합참에 근무하는 군인들 사이에 위쪽에서 아이언 돔 도입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합참 측에 사실 여부를 질문하니 “합동참모본부는 소요군에서 소요요청이 들어오지 않는 한 이에 앞서 특정 무기체계를 검토하지 않는다”며 의혹 여부를 일체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 방산수출과 관련해 아이언 돔 대응구매 기사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미 C-RAM 소요 자체가 아이언 돔 도입으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있다는 의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특히 아이언 돔 해외 수출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여보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과 방산 수출에 혈안이 된 한국의 의지가 잘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라 더욱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물론 육군이 선택할 수 있는 C-RAM 체계는 아이언 돔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군이 실전에서 운용하며 그 성능을 입증한 팰렁스 육상형도 고려 대상이다. 팰렁스 육상형은 여러 면에서 아이언 돔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우선 레이더, 전투통제장치, 발사대 등으로 구성돼 신속한 이동 배치가 어려운 아이언 돔과 달리 차량에 탑재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좁은 공간에 배치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은 아이언 돔보다 유리하다. 고층 빌딩 옥상에 고정식으로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당 가격이 1,500만 달러 정도로 아이언 돔의 절반도 되지 않고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아이언 돔에 비해 오랜 시간 운용해와 부품수급이 수월한 것이 강점이다. 또한 미국도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 하고 있는 아이언 돔과 달리 국내 면허 생산이나 기술 획득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방산수출을 위해 상황이 아이언 돔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는 지금 팰렁스 육상형이 고려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내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아이언 돔을 “서울의 전장 환경에 전혀 맞지 않는 무기”라며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 되는 무기”로 평가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 방산수출을 위해 정부가 무리한 대응구매를 추진하는 것 같다”며 아이언 돔 도입 의혹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설정해 둔 올해 방산수출 목표액은 30억 달러로 방위사업청 주장에 따르면 전반기에만 이미 15억 달러를 달성했다. 아이언 돔 대응구매 논란은 바로 이러한 방산수출 목표액에서부터 출발한다. 무기 수출액 목표를 정하고 이를 대외에 발표하는 바람에 나라 망신이라며 여론의 철퇴를 맞기도 했던 정부는 이미 큰소리를 쳐 놓은 탓에 어떻게든 방산 수출을 활성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2020년까지 방산 수출 40억 달러를 달성해 방위산업 G7 국가가 되겠다는 비전까지 제시했기 때문에 수출 판로를 여는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 이런 한국에게 있어 점차 국방협력을 강화하려는 이스라엘은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그러나 방산 수출을 위해 소요군이 검토하지도 않은 무기체계를 도입할 의사를 선뜻 내비치고 다른 나라 언론에까지 이러한 정황이 새어 나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이언 돔처럼 불안정한 무기를 비싼 값에 사올지도 모르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아이언 돔이 아직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도입돼서는 안 되는 무기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스라엘과의 무기 수출 협상 테이블에서 아이언 돔에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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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sem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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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그리고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노동분야

노동을 대하는 권력의 태도가 문제다

[남재희 칼럼] 대선, 그리고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노동분야

남재희 언론인 전 노동부 장관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9-25 오전 7:44:13

 

복지논의가 먼저 나오고, 뒤이어 경제민주화론이 활발해지면서도 노동분야에 관한 발언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 복지·경제민주화·노동의 문제가 함께 다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해왔다. 큰 차원에서 설명한다면 복지는 재분배의 문제이고, 노동문제는 분배와 직접 관련이 있다. 분배가 잘못되고 있는데 재분배만 논한다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또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이 세 가지 모두가 경제민주화란 하나의 명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도 있는 내용의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경제민주화를 다룬 *<경제 민주주의>라는 미국 학자들의 저술을 보니 그 안에 노동이나 복지문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주요목차만 소개해보면 ① 공공(公共) 소유(국가의 전략적 고지 확보 등) ② 투자의 민주적 통제(노동은행, 연금기금 등) ③ 노동현장의 민주화 ④ 민주적 기술(친환경 기술 등) ⑤ 대기업의 통제 ⑥ 인플레와 고용 ⑦ 복지국가 등등으로 되어 있다.

노동 현장의 민주화 편에는 노동진의 경영 참여, 노동자의 기업 소유, 협동조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의 통제편에는 반(反)독점, 규제기관, 보조금과 인센티브, 단체교섭, 노동진의 경영 참여(독일에는 공동결정제가 있으나 미국 노조는 거기에 반대하고 단체교섭을 선호), 계획 등이 항목으로 있다.(우리나라 재벌의 순환출자와 같은 문제는 미국에 없다.)
 

ⓒ프레시안(손문상)

얼마 전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설교자 겸 선봉장인 김종인 박사(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전에 정부 노동연구원 원장을 지낸 최영기 박사 등을 만나 경제민주화와 노동의 관계를 이야기해 보았더니 모두들 노동문제도 큰 테두리의 경제민주화의 범위에 포함될 것이라는데 동의하는 것 같았다.

이때 이야기해두고 싶은 것은, 김종인 박사의 영향력은 역설적이게도 문재인·안철수 씨의 인기도에 달렸다는 묘한 관계이다. 문·안 후보의 인기가 올라가면 김 박사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고, 반대로 내려가면 비례해서 축소된다. 이상한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거의 다 나왔으나 아직 노동분야에 관한 구체적인 공약은 안 나왔다. 우선 급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노동하는 빈민들'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력을 말하고 있는데, 그 일자리 창출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니 정치권력으로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칫 공염불처럼 되기가 쉽다.

일자리 창출 말고 노동분야의 얼마간 세부적인 것으로 근간에 제기되고 있는 것은 노조 전임자와 인원수 문제, 복수 노조에 있어서의 단체교섭 창구 결정 등이 있고,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있어서의 사각지대의 해소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니 노동자의 교육·재교육을 위한 예산 할당이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그러한 세부적인 문제도 대단히 중요하다. 앞으로 각 진영의 공약 발표에서 보다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러한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에 대한 정권의 자세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공지영 소설가가 쓴 르포르타주 <의자놀이>(공지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는 쌍용자동차 노사분규를 박진감 있게 다룬, 시의에 맞는 훌륭한 작품이다. 거기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명박 정권 들어 내가 느끼는 극심한 피로감은, 그들은 약자에게 조금이라도 약점이 보이면 가차 없이 팬다는 것이다. 곤죽이 될 때까지, 그것도 공개적으로 팬다는 것이다. 나는 몹시 피곤하다."

공감이다. 공감을 지나 나는 부자를 위한 정권인 MB정권을 더 나쁘게 평가하고 싶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정권은 말할 것도 없이 노동탄압정권이었다. 노동행정은 경찰행정이었고, 경찰국장·군 출신이 줄줄이 노동청장·장관이 되기도 하였다. 김영삼 정권은 87민주화운동·노동항쟁의 연대도 있고, 문민정부를 내세우기도 하였으니 얼마간 중립적이 되었다고 할까.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노동탄압적은 아니고, 약한 노동우호적이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거기에도 IMF 사태 등으로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노동법제에 있어서 세부적으로 문제점을 갖고 다툴 수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이 노동을 어떻게 대하느냐이다. 정치권력은 노동의 단위사업장, 말단세부에까지 빈틈없이 작용한다. 미셸 푸코가 광기(狂氣)·감옥·성(性) 등에 있어서의 미시적 권력의 작용을 연구하였는데 더 살아서 노동문제까지 다루었더라면 싶다.

청와대가 제일 중요하고 상층 관료군이 그다음에 있다. 검찰·경찰·정보기관(KCIA)도 이면에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노동고위관료가 노동을 불온시하는 경우를 보자. 예를 들어, 지난날 민주노총의 권영길 위원장을 빨갱이라고 공언했다.(민주노총을 빨갱이로 몬 사람도 많다.) 부친이 빨치산이었다고 말한다. 사실 여부는 어떻든 우선 연좌제가 분명하다. 여담으로 말하면, 나는 그때 무시무시하게 들리는 빨치산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하였다. 좌익이 서울에 있으면 잘하면 사상가나 좌익 취급을 받는다. 지리산록에 있으면 무조건 영락없는 빨치산 취급이다. 권영길 씨의 고향은 산청이고, 산청은 지리산록이다. 그 밖의 지역에서는 그냥 좌익이나 빨갱이 호칭이다.

검찰이 노동문제의 법적 열쇠를 쥐고 있다. 그리고 대검 공안부장이 조폐공사 노조를 분쇄하여 파업을 유도하고, 제멋에 겨워 그것을 자랑하다가 큰 문제가 된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노동투쟁은 초보적인데 경찰의 진압방법이 너무 선진화하여 공포가 엄습한다. 용산참사도 그렇고, 쌍용자동차의 경우도 테이저건 등 신식 장비도 등장한다. '민영화된 권력'인 용역들이 망나니처럼 난무한다. 이번에 신문에도 나고 국회 청문회에서도 문제가 되었지만 쌍용자동차 노사분규에서 당시의 경기도 경찰청장이 노사합의가 거의 다 되어가는데도, 상사인 경찰청장의 지시를 무시하고, 경찰을 투입하여 강제해산시킨('작살내버린'이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예도 있다.

요즘은 잘 모르겠으나(폭로된 게 없어서) 전에는 KCIA가 노사관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정'이란 명분으로 말이다. 그 역할을 누군가가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법원도 판결의 답답한 지연이 문제이고, 가끔 기업 편향을 보인다. 서민들이 몸으로 터득한 '유전무죄·무전유죄'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인가. 언론도 그 자체가 권력이어서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대부분이 반도동적이다. 광고주와의 관계도 있을 것이다.

노동문제는 분배문제와 직결된다. 87민주화운동·노동항쟁 이후 노동에의 분배 몫은 크게 올라갔었다. 미국에서도 뉴딜 때와 그 이후는 노동에의 분배구조가 향상되었었다. 뉴딜은 다른 것도 있지만 노조활동을 정책적으로 활성화시킨 시대였다. 흔히 와그너법을 예로 든다. 그 후 레이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와서 노동에의 분배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저러나 현대는 신자유주의(시장 근본주의) 노조의 쇠퇴기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10% 선에 불과하다. 정말 한심한 수준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자주 인용하는 어구(語句)가 있다.

"마셜 맥루한이 말한 대로, '미디어가 메시지라면, 운영이 즉 정책이다.(If as Marshall Mcluhan said, 'media is the message', then operation is the policy.)"

60년대 후반 미국의 유진 매카시 상원의원은 미국의 월남전 개임을 반대하여 존슨 대통령에 맞섰다. 뉴햄프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선에서 '어린이 십자군'의 도움을 받아 크게 득표하여 존슨의 후보사퇴를 이끌어냈다.

그 후 상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교위원회에 배당 차례가 되어 교선이 왔는데 그는 그 제의를 사양하고 별로 관심이 없어 하는 정부운영위원회인가 하는 곳을 지망하였다. 그때 "운영이 즉 정책"이라는 위에 인용한 바와 같은 명언을 말한 것이다.

우리의 노동문제에 있어서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노동법제에 있어서 보기에 따라서 세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노동에 적대적이냐, 중립적이냐, 호의적이냐 하는 운영의 문제다. 노사분규에서 노동 측을 '작살낼 수도' 있고, 인내로서 참아 타협을 유도할 수동 있다. 국회의 입법이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행정부의 집행 자세 여하가 관건이란 이야기다.

앞으로 나올 후보들의 노동공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후보들의 (그 배경세력을 포함하여) 본질적인 자세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 공약에 현혹되어 본질을 놓칠까 봐 해두는 이야기다.

* <경제 민주주의(Economic Democracy)>(Martin Carnoy·Derek Shearer, 1980, M.E.Sharpe inc.)

 

 
 
 

 

/남재희 언론인 전 노동부 장관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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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었을까?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가리켜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경포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조중동 신문 경제면을 보면 경제가 무너져가는데 노 대통령은 신경도 안 쓰는 무책임한 대통령이라는 기사가 늘 도배되고 있었습니다.

조중동과 보수세력은 '한국 경제는 시한부 생명','정부 여당만 경제위기 실감 못하나','현 정부 임기 중 경기 회복 어려워','지금 상황은 민생파탄의 비상사태'등의 문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진짜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으로 둔갑시켜 버렸습니다.

그러나 사실 참여정부 시절 위기도 하락세도 있었지만, 지금 MB정권과 비교하면 오히려 안정적인 경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국민은 참여정부의 경제는 실패했고, 그 원인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으며, MB정권은 그저 세계금융위기 때문처럼 인식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지표는 데이터입니다. 그동안 조중동과 MB정부가 감춰뒀던 경제 지표를 통해, 진짜 누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었는지 우리 스스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이글은 노무현재단이 발행하고 있는 '민주정부가 낫다'라는 시리즈로 연재되는 '참여정부 VS MB정부' 경제 지표 분석 자료를 '아이엠피터' 스타일로 재편집하여 많은 사람들이 조중동과 보수세력의 언론 공작으로 착각하고 있는 오류를 바로 잡고자 하는 마음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

 

 

 


아내와 함께 마트에 가면 피터는 꼼생원이 됩니다. 적은 수입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아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별로 산 것도 없는데, 계산대에 있는 모니터의 화면은 훌쩍 오만 원을 넘기 일쑤입니다. 영수증을 두번 세번 쳐다봅니다. 이건 분명히 계산이 잘못됐다는 마음을 가지고, 그러나 영수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모든 물가가 오른 것뿐입니다.

MB정부 첫해인 2008년 물가상승률은 4.7%, 2011년 물가상승률도 4.0%. 농축수산물 물가는 2010년 10%를 넘었고 특별관리하겠다던 ‘MB물가’는 3년간 19%나 급등, 장바구니 물가는 무섭게 치솟았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동태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면, MB정부에서는 반 토막밖에 사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물가가 치솟아 “시장보기가 겁난다.” 고 국민이 아우성을 쳐도, MB정부는 언제나 “날씨 탓이다.”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탓이다.”라는 말뿐이었습니다.

MB정부의 말처럼 정말 외부적인 요인 때문일까요? 2008년, 2009년, 2010년 선진국 평균 물가상승률은 3.4%, 0.1%, 1.6% 같은해 MB정부 물가상승률은 각각 4.7%, 2.8%, 3.0%로 였습니다. OECD 국가중 식음료품 물가상승률 1~2위 를 기록했습니다. 모든 나라의 물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유독 MB정부 물가만 올랐습니다.

MB정부 물가급등은 ‘날씨탓, 해외탓’이 아니라 무분별한 고환율·저금리 정책 때문 건설경기 중심의 경기부양 정책과 농수산물 가격 관리 실패 때문으로, 결국 ‘총체적 물가정책 실패 탓’이었습니다.

 

 



이렇게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줄어드니 국민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국민 소득의 문제는 보수정권인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사태로 당시 대한민국은 경제 쇼크에 빠졌고, 국민의 정부가 겨우 반 토막 났던 국민 소득을 7천달러에서 1만2천달러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되살려놨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외환위기라는 상처를 봉합했다면, 참여정부는 이 상처에 새살이 돋게 하여서, 1만2천 달러를 2만1,632달러로 국민 소득을 두 배로 끌어 올렸습니다.

 

 

 

 


MB정부 첫해인 2008년 국민소득은 1만9천달러로 감소했고, 2009년은 1만7천달러로 또 떨어졌습니다. 2010년 2만달러를 겨우 회복하고 2011년 2만2천달러에 머물고 있습니다. MB정부 4년간 늘어난 국민소득은 달랑 850달러 입니다. 이는 참여정부 5년간 국민소득 증가액 9,500달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습니다.

MB정부는 ‘참여정부가 경제를 파탄냈으니 경제를 살리겠다’,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면서 출범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했습니까? 5년간 국민소득을 9500달러 끌어올린 참여정부, 4년간 고작 850달러 증가해 제자리걸음 밖에 못한 MB정부, 누가 더 잘한 정부입니까?

 

 

 


노무현재단이 발행하고 있는 '민주정부가 낫다' 시리즈를 관심있게 보는 것은, 2012년 대선 공약에도 분명 경제 정책과 성장에 대한 내용이 나올 것이고, 과거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경제는 그나마 나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경제성장을 외치며 국민 모두를 부자처럼 만들어 줄 것처럼 외쳤던 이명박 정부의 초라한 경제성적표가 그것은 착각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05년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경제 성장률이 0%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논평을 내놓았고, 조중동은 신나게 대한민국 경제를 망친 주범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다고 써댔습니다.

 

 

'이런 경제성적표를 받아 놓고 이 정부가 발을 뻗고 잔다면 그건 정부도 아니다. 이 경제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이 정권이 딴 데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 청산,보안법 폐지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국정 최고책임자에게서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이 나온 적이 없는 게 나라의 실정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은 영원한 삼류국가로 추락할지 모른다'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공격은 진실은 숨겨두고 거짓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정치공작이었습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3년 이전 정부의 카드남발이 불러온 경기위축 탓에 2.8%성장을 거둔 이래 2004년 4.6%, 2005년 4.0%, 2006년 5.2%, 그리고 마지막 해인 2007년 5.1%의 건실한 성장을 해냈습니다. 잠재성장률 4% 수준의 경제가 4.3%의 실제 성장을 거뒀다면, 이것이 조중동이 주장한 ‘경제파탄’일까요?


전세계 어느 나라도 참여정부 기간 한국경제가 ‘파탄났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조중동과 한나라당만이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파탄’은커녕 인위적 경기부양 없이 거둔 건실한 성장이었습니다.

▷ 美 월스트리트 저널 : 한국경제가 여전히 성장견인력을 잃지 않은 채 탄력을 유지
▷ 英 파이낸셜타임즈 :회복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큰 기대
▷ 美 월스트리트 저널 : 원화강세는 원화만이 아시아의 성장을 반영하기 때문
▷ 英 더 데일리 : 서울로 향해, 미래를 몰래 훔쳐보라
▷ 美 뉴욕타임즈 : 세계적 경기침체기에 한국기업들 5년연속 사상최대이익
▷ 美 비지니스 위크 : 한국증시 사상 최고, 아시아 경제강국 재시동

많은 국민들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즉 민주정부가 ‘경제에 무능하다’ 또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심지어 ‘경제를 파탄냈다’는 얼토당토않은 오해를 품고 있습니다.

주로 조중동 언론과 새누리당(신한국당, 한나라당)이 만들어 퍼뜨린 사실 왜곡 때문입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적도 없고 경제를 파탄 내지도 않았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한 신한국당과 YS정부의 IMF국가부도를 수습하고 극복했고, 참여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 없이 4~5%의 건실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대와 흐름에 맞추어 어느 정도 꾸준한 경제성장률은 그 정권이 경제 정책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실천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기에 정확하게 봐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표를 조중동과 새누리당은 무시했고, 오로지 '경제 무능','경제파탄'이라는 단어를 통해 아예 '참여정부= 경제 실패 정권'으로 둔갑시켜 버렸습니다.


 



우리는 참여정부가 경제를 완벽하게 성장시킨 정권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경제를 말아먹은 주범이나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말에는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지표가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는 참여정부 정책과 경제 성장이 자랑스럽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참여정부의 경제 지표와 결과를 봐달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과연 조중동이 연일 떠들던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과 정부였습니까? 진실을 알면 그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우리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와 비교한다면 지금 과연 어떤 정권이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의 경제 상황입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결코 경제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경제는 대통령으로 당연한 일이기에 경제를 주장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엄청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대통령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경제를 망친 주범은 아닌데, 아직도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경제 얘기하겠습니다.제일 시비가 많은 분야죠.지난 4년 내내 '위기','파탄','실패'라는 말로 흔들었습니다.제 대답은 증거로 말합시다.지표로 말합시다" (노무현 대통령)

조작된 증거,자료, 왜곡된 문구가 아닌 증거와 지표로 노무현 대통령을 평가했으면 합니다. 이는 그를 칭찬함이 아니고, 오로지 진실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성이자, 우리가 미래에 어떤 대통령을 뽑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정부가 낫다' 시리즈 원문 읽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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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법부의 '부끄러운 판결'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유서대필' 낙인, 대법원 언제까지 외면할건가

대한민국 사법부의 '부끄러운 판결'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12.09.24 20:54l최종 업데이트 12.09.24 20:54l
고상만(rights11)

 

 

1991년 5월 8일이었다. 당시 나는 대용감방에 수감 중이었다. 학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주도하던 그해 3월 집시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그런데 구속영장이 발부된 첫날, 감방에 입감되는 과정에서 나는 3명의 교도관으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했다. 이유도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태에서 그야말로 마구잡이 폭행에 속절없이 당했다. 차후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 지역 최초의 공안사건 구속자인 나의 기선을 제압하고자 미리 계획한 폭행이었다고 한다.

여하간 그렇게 시작된 수감 생활 중 뜻하지 않은 병을 얻었다. 심하게 구타를 당하는 과정에서 얻은 병인지, 아니면 온기 하나 없는 감방에서 생긴 병인지 알 수 없으나 심한 허리 통증으로 앉지도, 눕지도 못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결국 외부 진료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해서 정형외과 병원에 외부 치료를 받으러 간 날이 5월 8일, 어버이 날이었던 것이다.

약 1시간여에 걸친 진료를 마치고 약을 받기 위해 병원 로비에 나왔을 때였다. 텔레비전에서 정오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시력이 좋지 않은 나는 화면이 안 보여 아나운서가 읽어주는 뉴스를 귀로 듣던 중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안경 렌즈가 유리로 되어 있어 이것으로 자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교정당국이 안경을 수거해 갔기 때문이었다. 그때 귀로 들려온 뉴스였다. 서강대 옥상에서 아침 일찍 또 한 명이 분신 자결을 했다는 것이다.

들려온 이름 석자. '김기설'이었다.

김기설에 대한 설명
ⓒ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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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

내가 김기설을 만난 때는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3일 전인 1991년 3월 23일이었다. 1990년 3월 우리 대학의 학생회장이었던 김용갑의 의문사가 있었고, 이 의문사를 규명해 달라며 1년 후인 1991년 3월 정연석이 분신 자살을 기도했다. 나는 정연석의 피맺힌 절규가 허망하게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학내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그때 농성장에 지지 격려차 대여섯 명의 손님이 늦은 밤에 찾아왔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띤 사람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한 젊은 남자였다. 그는 강원도 원주의 전교조 지부 창립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내려왔다가 우리의 사정을 듣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얼결에 내려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정말 고마웠다. 너무 큰 일이 벌어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깊어지던 그때, 찾아와 손을 내밀어준 그에게 나는 깊은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그간의 과정을 듣고난 일행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약 30분 정도 지나서였다. 당일 오전 가두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된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겠다며 경찰서로 가겠는 것이었다. 그때 서울에서 내려온 그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를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명함을 주겠다며 주머니를 뒤졌으나 남아 있는 명함이 없자 그는 다른 사람에게 받은 명함의 뒷면에 볼펜으로 자신의 직위와 이름, 그리고 연락처를 써 줬다.

'전국 민족민주 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

그런데 방송에서 그 김기설이 분신 자결을 했다는 것이다. 순간 귀를 의심하며 내가 만난 그 김기설이 맞는지 정서적인 혼란감을 느낄 때 방송에서 화면 가득 분신한 사람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얼른 텔레비전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얼굴을 봤다. 김기설이 맞았다. 마음속으로 '털썩'하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몰려왔다.

1991년 4월 29일 명지대 1학년 강경대가 시위 도중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노태우 살인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학생과 노동자의 잇따른 분신 자결이 이어졌다. 전남대생 박승희, 경원대 천세용, 안동대생 김영균 등 학생들의 분신으로 노태우 군사정권의 앞날은 예측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그러던 5월 8일 새벽 6시경, 또 다시 서강대 옥상에서 김기설이 분신한 것이다. 4번째 분신 희생자였다.

감옥으로 돌아온 나는 김기설에 대한 미안함으로, 그리고 그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일주일간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강경대를 타살한 노태우 군사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1인 단식 농성이었다.

분신 자살 특공대를 '만들어 낸' 노태우 정권

지난 1991년 5월 당시 <조선일보>에 실린 김씨와 강기훈씨의 필적. 가운데 붉은 테두리 안이 고 김기설씨 글씨이고 위쪽이 강기훈씨 필적.
ⓒ 조선일보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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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묘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김기설의 분신 자결 후 공안당국으로부터 "잇따른 분신 사건에 배후가 존재한다"는 말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박홍 서강대 총장 의 밑도 끝도 없는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는 말이 있은 후 이른바 '분신 배후설'은 진짜인것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운동권 내부에서 제비뽑기로 분신 순서를 정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도 진짜처럼 돌았다. 감방에 있던 재소자들 역시 나에게 진짜냐며 은밀히 물어올 지경이었다.

처음엔 이러다 말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매일 매일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더니 이번에는 김기설이 분신하는데 이 유서를 대신 써준 사람이 있어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이 정식으로 세상에 고개를 내민 것이다.

유서대필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사건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 범인이 누구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유서를 대필해줬다는 천하의 파렴치범이 운동권에 있다는 것만 입증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전민련 동료인 임아무개를 상대로 조작하려다 너무 무리하자 그 다음에 대상으로 삼은 이는 김아무개였다. 그러다가 검찰이 최종적으로 대상으로 삼은 이가 바로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기훈이었다. 그렇게 조작된 사건이기에 재야에서는 이 무리한 검찰의 조작이 끝까지 갈까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편,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시기 유서 대필 조작 기도는 또 하나가 있었다. 1991년 5월 10일 전남대에서 분신 자결한 노동자 윤용하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였다. 당시 공안당국은 초등학교만 졸업한 노동자 출신의 윤용하가 노태우 정권의 유서 대필조작 음모를 비난하는 유서를 쓰고 분신 자결하자 그의 형에게 접근했다.

이어 경찰은 윤용하의 형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노동자 출신인 동생이 뭘 알고 분신했겠냐"며 "우리 말대로 하면 잘해 주겠다. 대학생들이 당신 동생에게 술을 많이 먹여 만취하게 한 후 기름을 부어 죽이고 그 유서도 학생들이 대신 써준 것이라고 형이 기자회견을 하자"며 회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후 윤용하의 형은 이들의 눈을 따 돌리고 도망쳐 강경대 범대위를 찾아와 이를 폭로했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는 속담이 있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김기설의 분신 과정에서 강기훈이 뭔가 역할을 했으니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윤용하 사건에서 보듯 당시 노태우 군사정권은 권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사건을 조작해서라도 만들어낸 것이다. 완성된 사건이 바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이었다.

사건 발생 21년, 사법부의 부도덕은 계속된다

그 후 감옥에서 석방된 나는 '유서대필조작 강기훈 무죄석방 공동대책위원회'를 찾아갔다. 당시 전민련 인권위원장이었던 서준식 선생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던 그곳에서 나는 간사로서 첫 인권 운동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면서 나는 이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진실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김기설이 죽기 전 사람들과 마지막에 나눴다는 말을 전해 듣고 다시 한번 그의 죽음에 고개를 떨구었다.

김기설이 분신 자결하던 날 새벽 1시경, 김기설이 써 둔 유서를 우연히 발견한 동료들이 김기설에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고 적극 설득하면서 스스로 유서를 찢어버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기설은 자신이 관여했던 두 가지 사건을 언급하며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어 미안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나는 작업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산업 재해'로 죽어가고 있는데 이들에게 힘이 돼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속초 동우대학 사태 당시 어린 학생들을 보호해 주지 못했다는 무력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기설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생명을 던져 이 부조리한 세상에 '큰 고함'을 남기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김기설에게 "살아서 싸워야지 왜 죽냐"며 야단도 치고 화도 내며 거듭 거듭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기설은 자신이 쓴 유서를 스스로 찢으며 마음을 바꿨다면서 사람들을 안심시킨 후 이내 같이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러던 김기설이 갑자기 "잠깐만 전화 한 통 하고 오겠다"며 대학로의 포장마차를 나갔는데 그렇게 나간 김기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불길한 마음에 일행들은 정신없이 김기설의 행방을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찾던 김기설의 행방을 알게된 것은 그로부터 약 3시간 후인 새벽 6시,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 자결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런 김기설의 분신 항거에 대해 당시 노태우 군사정권은 윤용하의 그것처럼 터무니없는 조작을 했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은 대한민국 법정에서 유죄가 되었다. 진실을 밝혀줘야 할 법원마저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 것이다.

이같은 법원 판결에 의해 끝내 강기훈은 동료에게 잘 죽으라고 유서를 대신 써 준 '세계 최고의 파렴치범'이 되었고, 반면 김기설은 유서 하나 제 손으로 쓰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세계 최고의 바보'가 되고 말았다. 따라서 이 거지같은 판결 앞에서 강기훈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그래서 길이와 깊이로는 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분하며 억울한 '인격 사형'이었다.

드러난 진실, '유서는 김기설의 필체 맞다'

지난 2007년 11월 14일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공동대표 함세웅)는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사건 조작에 가담한 관계자들의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안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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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75년 인혁당 사형 판결과 더불어 우리나라 사법부의 '부끄러운 판결' 중 하나로 늘 언급되어 왔다. 다행히 지난 2007년 1월 23일 인혁당 사건은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유서대필 사건 역시 마찬가지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많은 노력이 기울여졌다.

2006년 12월 16일 '경찰청 과거사 진상규명 위원회'를 시작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역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조사했고, 2007년 11월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단순했다. '문제의 유서는 김기설이 쓴 것이 맞다'였다. 무려 16년의 세월이 걸린 끝에 찾은 것이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이었다.

필적으로 시작한 사건이니 필적 감정으로 진실이 밝혀졌다. 진화위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및 7개 사설 감정기관에 의뢰한 당시 유서와 새로 입수한 김기설의 필적 등을 감정 의뢰한 결과 이들 기관 모두에서 '유서의 필적은 김기설 본인의 것'이라는 결과가 통보된 것이다. 16년 전 그때도 사실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김기설의 유서 필적을 노태우 군사정권이 조작했다는 진실이 '깔끔하게'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두 달 후인 2008년 1월, 강기훈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다시 1년 8개월이 지난 2009년 9월. 서울고법 형사 10부는 마침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한민국 검찰은 비열했다. 진실을 인정할 용기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그들은 고등법원의 반대에도 이 사건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하는 항고장을 대법원에 냈다. 검찰이 입만 열면 말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강기훈과 드레퓌스 사건의 '같은 점'과 '다른 점'

검찰의 항고 후 다시 만 3년이 지나갔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재심 결정을 위한 대법원 재판은 열리지 않고 있다. 조속한 재판을 요청하는 각계에 호소와 항의에도 대법원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 피해자 강기훈이 말기 간암을 앓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된 것이다. 그의 병세가 너무나 짙어 차마 희망을 이야기하기가 무색한 지경에 이르러 지인들의 가슴을 애타게 하고 있는 상태이다.

흔히 많은 이들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이 유사하다고 말한다. 1894년 10월. 프랑스 육군 참모본부에 근무하던 포병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독일 대사관에 군사 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된 이 사건 역시 육군 기밀을 담고 있는 명세서의 필적이 드레퓌스의 필적과 일치한다는 것이 단서였다.

그러면서 반유태계 신문이 유태인 출신인 드레퓌스가 매국 행위를 했다며 그를 단죄할 것을 군부에 요구했고 이 신문의 공격에 당황한 당시 프랑스 군부는 비공개 군법회의에서 드레퓌스에게 종신형 판결을 내렸다. 그 후 드레퓌스는 남미의 '악마의 섬'으로 유폐됐다.

그러나 2년 뒤인 1896년, 드레퓌스의 군대 동료 중 한 명이 '명세서 필적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 에스테라지 소령'임을 밝히고 나섰으나 프랑스 군 수뇌부는 끝까지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 오심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 군부의 권위가 실추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에 드레퓌스의 가족들은 1897년 11월, 진범인 에스테라지 소령을 정식으로 고발했으나 군부는 형식적인 재판 끝에 진범인 그를 무죄 석방했다.

그렇게 에스테라지 소령이 무죄로 석방되고 이틀이 지난 1898년 1월 13일. 당시 프랑스의 최고 소설가였던 에밀 졸라의 글이 한 잡지에 발표된다. 당시 공화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된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대통령 각하, 저는 진실을 말하겠습니다"로 시작되는 이 글 '나는 고발한다'에서 에밀 졸라는 프랑스 군부의 부도덕성을 가차없이 질타하면서 동시에 '프랑스의 양심'을 향해 드레퓌스의 무죄를 호소했다.

그 후 12년. 마침내 드레퓌스는 무죄가 확정되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예전의 직장으로 돌아가 진급도 하고 훈장도 받았다. 하지만 강기훈은 지금 어떤가. 필적을 이유로 억울한 누명을 쓴 것만 같을 뿐 강기훈은 지금 생활고로 인해 항암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드레퓌스의 12년이 아니라 21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강기훈의 명예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에밀 졸라'의 그 심정으로, '대한민국의 양심'을 향해 고발한다.

"대법원장님. 저는 지금부터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강기훈은 무죄입니다. 강기훈은 김기설의 유서를 대필한 적이 없으며 그의 자살을 방조한 사실 역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기훈을 유서 대필범으로 여전히 묶어두는 것은 한편으로는 자신을 던져 사회적 약자들에게 눈물을 보인 김기설의 명예를 한없이 더럽히는 것이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 죄도 없는 강기훈에게 인격적 학살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당신들만 이 사건의 진실을 외면하는 것인가요. 누구나 다 아는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해, 이미 다 드러난 진실에 대해 왜 3년째 대법원 창고에 처 박아두고 꺼내지 않는 것인가요. 대법원 판사들이 모두 치매에 걸려 판단 능력을 상실한 것인가요. 아니면 당신들이 한번 내린 판결을 뒤집는 것이 두려워 문제의 강기훈이 그냥 죽어 버릴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로 작정을 한 것인가요.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을 줘야 당신들의 비열함에 스스로 만족하겠다는 것인가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잠시 대법원 선고를 유보해 달라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잡은 대법원이 왜 강기훈 재심 개시 재판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인가요. 이것이 대한민국의 양심인가요.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법의 정의란 말입니까."

21년 전, 이미 한 번 진실을 짓밟은 대법원이 또 다시 진실을 외면하지 않기를 마지막으로 촉구한다. 지금 강기훈은 죽어가고 있다. 이 병상의 강기훈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희망의 약'은 오직 하나다. 조작된 그의 진실을 밝혀주는 것 말고 더 좋은 약이 어디있겠는가. 대법원의 획기적인 각성과 반성을 기도하는 나의 마음이 부질없는 결과로 남지 않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유서 대필 조작사건' 누명을 쓴 강기훈씨를 후원하는 콘서트 안내문
ⓒ 강기훈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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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유서 대필 조작사건' 누명을 쓴 강기훈씨를 후원하는 콘서트가 개최됩니다. '강기훈의 쾌유와 재심 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강기훈지킴이)이 주최하는 이 콘서트는 오는 10월 9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하며 가수 이은미·조관우·안치환·평화의 나무 합창단 등이 공연합니다. 장소는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입니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 문성근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등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강기훈씨는 영상 편지 형식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콘서트 후원금은 3만원이며 수익금 전액은 강씨의 치료비에 쓰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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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에서 '유신체제 관련 토론회' 열려

 

박근혜 사과에 피해자들 "그 입 다물라!"
24일 국회에서 '유신체제 관련 토론회' 열려
 
 
2012년 09월 24일 (월) 18:56:39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기호 의원과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실 주최로 '인혁당 '두 개의 판결'과 유신체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사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정권 시절 피해자들의 반발이 멈추지 않고 있다.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기호 의원과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실 주최로 '인혁당 두 개의 판결과 유신체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인혁당 관련 조사를 맡았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사과발언에 "사과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그 입 다물라"고 일갈했다.

한홍구 교수는 "어떤 사과는 맘에 와닿는다. 그것이 말이 아닌 표정이나 손짓 하나에도. 그러나 어떤 사과는 들을 수록 화가 난다"며 박근혜 후보의 사과를 1990년 아키히토 일왕의 '통석의 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한 교수는 "마음이 개운치 않은 사과였다"며 "박 후보의 견해를 듣고 싶은 것은 5.16과 10월 유신에 대한 평가이다. 그 동안 역사 흐름에서 모진 말을 쏟아내면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하지않느냐"고 말했다.

 

과거 박근혜 후보의 '역사 판단' 발언을 두고서도 "역사의 판단은 박근혜 씨처럼 권력을 가진 분들, 대권을 꿈꾸는 입장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라며 "이는 전봉준, 윤봉길 같은 분들, 인혁당 사형수로 사형대에 앉아야 했던 분들이 하는 말이다. 박근혜는 당대 민중들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딸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를 비판하라고 하지 않았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적어도 공인이라면 대권을 차지하겠다고 나온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헌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분이라면 5.16 쿠데타와 10월 유신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 것"이라고 말했다.

한홍구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과거 입장발표는 굉장히 오만했다. 질문도 안 받고 입장발표라고 했는데, 당신의 생각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면서 "아직도 과거사 피해자들의 고통이 찌릿한데 소금을 뿌리면 어찌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사과를 바라지도 않는다. 대신 그 입을 다물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순영 전 YH무역 노조 부지부장은 "헌법적 가치마저 부정하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박근혜와 유신헌법이라는 위헌적 법으로 장기집권을 꾀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완전히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사과에서 박 후보는 효녀 심청이가 되려는 듯했다. 그러나 효녀 심청이는 아버지를 대신해 죽었다"면서 "박 후보는 효녀 심청이가 아니라 유신독재를 실행해 온 공범으로서 자신의 정체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학민 '반유신넷' 운영위원장도 박근혜 후보의 과거 구국여성봉사단 활동을 거론하며 "74년 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이후, 곧 유신 후반 5년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유신체제의 가장 상징적 역할을 맡았던 이가 박근혜"라며 "그녀의 등장은 유신 그 자체이면서 유신의 또 다른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 이날 토론회에는 서기호 의원,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3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서기호 의원,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30여명이 참석, 이종구 민주행동 상임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열렸으며, 동아투위 출신 문영희 씨와 정희섭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 등도 토론자로 나와 유신체제를 고발했다.

앞서 유인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박근혜 씨의 역사인식이 오늘 회견문에서도 보면 압축적인 경제성장이라고 했다. 우리 아버지는 잘했다라는 것"이라며 "전혀 요만큼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가 저렇게까지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유인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박근혜 후보의 사과발언에 "전혀 요만큼도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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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엄마 미란다 수녀님

마리의 엄마 미란다 수녀님

 
김인숙 수녀 2012. 09. 24
조회수 27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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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나는 잠시 시골 할머니 집에 왔습니다. 콕콕콕, 콕콕콕, 콕콕콕콕…… 전화번호를 누릅니다. 다섯 번 신호가 간 후 저쪽에서 수화기를 들었네요.

 

“여봇소, 여봇소, 미란다 수녀님이세요?”

“어머, 우리 나리예요? 오늘도 잠 잘자고 일어났나요?”

나는 수녀님과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어제도 그랬듯

“수녀님, 보고 싶어요. 언니들 있어요? 수녀님들도 다 있어요?”

하면서 나는 모두 다 바꿔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미란다 수녀님도 내가 보고 싶어 울었다며 ‘엉엉’ 우는 소리를 냅니다.

 

“수녀님, 저 보고 싶어 진짜 울었어요?”

“그럼, 우리 나리 빨리 보고 싶어요. 엉엉…….”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빨리 집에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24일에 갈 계획을 20일로 당겼습니다. 언니들, 수녀님들과 통화가 끝났습니다. 다시 미란다 수녀님이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그러고선 가만가만 소리를 낮춰 나에게 말을 합니다.

 

“그런데 나리야, 전화 할 때 ‘여봇소, 여봇소’ 하는 게 아니라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 거예요. 알았어요?”

아차, 할머니가 그러는 걸 나리도 자꾸 똑같이 따라 하네요.

 

미란다 수녀님은 우리 집에서 일곱 살 막내인 나와 초등학생 언니들을 돌봐줍니다. 아마 지금쯤 수녀님은 나에 대한 2학기 계획을 꼼꼼히 짰을 거예요. 바르게 쓰기, 매일 아침 어린이 집에 가기 전 10분 내지 15분 정도 읽을 창의력 개발 및 두뇌개발 책도 샀을 거예요. 특히 수학이 약한 나는 ‘좌뇌개발’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나요? 수학교사였던 수녀님은 숫자에 굉장히 민감한 것 같아요. 3 더하기 5를 가르칠 때 수녀님은 그릇에서 사탕을 꺼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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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세 개를 꺼냈어요. 여기에 다섯 개를 더했어요. 그럼 몇 개가 될까요?”

물으면 나는 늘 하나, 둘, 셋… 하면서 하나하나 세어야 답이 나와요. 수십 번 반복해도 똑같이 그렇게 세요. 동화책도 여러 번 읽어준 후 그림을 보고 이야기 해 볼까? 하면 난 잘 못해요. 나는 이렇게 숫자 개념도 없고 못하는 게 많아요. 그렇지만 뭐 나만 그러나요? 아니요? 미란다 수녀님도 못한 게 있었어요. 처음 수녀님이 우리 집에 와서 어쨌는지 아세요?

 

“장나리, 김민지, 정소희, 오은채…….”

하고 부르는 거예요. 뿔이 난 언니들이

 

“수녀님은 왜 우리를 학교에서처럼 성까지 불러요? 여기는 집이에요. 집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않잖아요.”

하면서 막 따졌어요. 그때 수녀님은 얼른 깨닫고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하고 사과했어요. 그래도 미란다 수녀님이 제일 잘하는 건 우리들 교육이에요. 특히 나, 나리에게요. 학습지도, 창의력, 두뇌개발을 단계별로 교육 시켜야 한다고 욕심을 아주 많이 부린답니다. 덧셈, 뺄셈을 가르치기 위해 수녀님은 오늘은 사탕, 내일은 흰콩, 다음은 팥, 그 다음은 검정콩을 번갈아 가지고 옵니다. 그리고 몇 번 해도 안 되면 수녀님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오늘은 이만 끝.”

 

하지만 또 내일 반복합니다. 하루는 이런 수녀님이 몹시 안 돼 보여

“수녀님, 나리 굉장히 잘 하죠. 똑똑하죠?”

했지요. 내가 슬쩍 본 수녀님 얼굴은 참,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수녀님이 뭔가를 자꾸 설명하고 가르치는 게 짜증이 나서 큰 소리로

“나도 다 알고 있어요.”

하고 대들었어요. 그때 내 마음을 어른들 말로 하자면 ‘비록 일곱 살이지만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싶다.’ 이런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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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은 나와 살게 되었을 때 참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때 세 살이었던 나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잘 때까지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뛰어다니고, 눈에 보이는 물건은 다 던져 놓고 했으니까요. 수녀님은 날마다 내 꽁무니를 따라 다녔어요. 그러던 내가 지금은 어린이 집에 다닐 정도로 많이 컸고 칭찬 받을 여러 가지 좋은 점도 있답니다.

 

“나리는 욕심이 없어요. 생일날 사준 요구르트도 자기 혼자 먹지도 않고 언니들 과 수녀님들 그냥 다 나눠줘요.”

“비록 인지력은 딸리지만 저, 피아노 치는 거 보세요. 나리는 절대 음감이라니까요?”

또 이런 칭찬도 나리는 듣습니다.

 

“우리 나리는 아픈 사람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아주 커요. 누가 아프면 정말 안쓰럽고 짠한 표정으로 ‘호’ 해주는 게 어린애 같지 않아요.”

그건 맞아요. 나는 미란다 수녀님이 아프다고 하면 '호호’ 땀이 나도록 많이 불어주고 그래요.

 

나는 언니들보다 수녀님이랑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 그런지 내 행동이나 말을 보면 수녀님을 많이 따라한데요. 수녀님은 나리가 말을 안 들으면 우리 집 밑에 밑에 있는 쪽을 가리키며

“저기 저, 경찰 아저씨 부를 거예요.”

했어요. 그래서 수녀님이 내 말을 안 들어줄 때면 나도 검지손가락을 앞으로 쭉 내밀며 수녀님처럼 “저기 경찰을 불러 올 거예요.”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수녀님들끼리 내 앞에서는 말조심하자고 수군거렸어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우리 아빠가 찾아 왔는데 수녀님 목소리가 보통보다 높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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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매번 온다고 약속해 놓고 안 오시면 나리에게 상처가 되니 아예 약속을 하지 마세요.”

아빠가 떠난 뒤 수녀님은 나에게 약속을 안 지킨 우리 아빠를 혼내서 보냈다고 했어요. 그런 뒤에도 아빠는 또 약속을 어겼어요. 그래서 내가 먼저 수녀님에게

“수녀님, 우리 아빠가 오면 내가 혼 줄을, 혼 줄을 내 놀 거예요.”

하고 큰소리 쳤답니다. 그날 나는 아빠가 미워 더 크게 웃고 더 떠들고 놀았습니다. 나는 늘 ‘해피 데이’로 살아요. 슬퍼도 찡그리지 않아요. 야단맞아도 깔깔깔 웃고, 힘들면 큰 목소리로 더 많이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나를 보고 어른들은 쯧쯧 혀를 차며 말하죠.

 

어린 것이 시설에 맡겨 질 때 분명 소외감, 박탈감, 버림받음을 느꼈을 텐데, 표현은 못하고 속으로 부대낀 것이 저렇게 과잉행동으로 나온다고요. 그 말뜻을 나는 알아듣기 어렵지만 어른들의 말이 맞든 안 맞든 나는 항상 ‘좋다’ 하고 살아갑니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렀네요. 아무튼 평소에 내가 미란다 수녀님을 따라 하는 것은 그냥 저절로 그렇게 하는 것이지 나리가 해야지 맘먹고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만은 수녀님을 닮아 수녀님처럼 나도 똑같이 해야지 하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우리 집 식구들은 저녁식사가 끝나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원장수녀님의 말씀을 듣는 “저녁말씀”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시간에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는 거예요. 왜냐고요? 말씀은 길지 않고 짧으나 언니들처럼 나는 알아듣지를 못해요. 그래서 미란다 수녀님은 나만을 위한 특별한 ‘저녁말씀을’ 매일 밤 해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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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 했듯이 미란다 수녀님은 우리들 교육적인 면에 아주 철저합니다. 안 좋은 습관은 일치감치 물들지 않게 하지요. 그래서 나리의 취침 시간은 밤 9시입니다. 초등학교 언니들도 똑같아요. 충분히 자야 다음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수녀님 방침입니다.

 

수녀님은 밤 8시 30분쯤 되면 나를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갑니다. 내 방에는 언제나 미리 이불이 깔려 있고 그 이불 위에 수녀님과 나는 다리를 쭉 뻗고 앉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잠들 때까지 수녀님은 나에게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짐작컨대 우리 수녀님은 나에게 이렇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저녁말씀’을 대신 하는 게 분명합니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공주 시리즈인 백설공주, 숲속에 잠자는 공주, 인어공주, 엄지 공주 등은 벌써 몇 번씩 읽었습니다. 백설공주 동화를 읽어줄 때면 수녀님은

“…… 백설공주가 숲속으로…… 숲속으로… 숲속으로…… 또 숲속으로…….”

 

계속 숲속으로, 숲속으로 하면 나는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듭니다. 참, 헬렌켈러도 좋아해서 수녀님이 많이 읽어주면서 질문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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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켈러를 가르친 선생님 이름이 뭐죠?”

나리는 자신 있게 ‘설리번’ 이라고 했습니다. 알리바바 40인의 도둑, 호두까기 인형, 벌거숭이 임금도 점점 재미가 있습니다. 피터팬은 뮤지컬을 보러가기 전에 한 번 읽어주고, 보고 와서 또 몇 번 읽어주셨어요. 요즘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서 수녀님이 한 줄 읽으면 이어서 내가 한 줄 읽는답니다. 키다리 아저씨도 그렇게 읽었습니다.

 

어느 날 수녀님 친구가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어요. 미란다 수녀님은 친구와 대화를 하다 잠시 중단을 했어요. 나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시간이 되었거든요. 매일매일 나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는 사실을 알고 수녀님 친구는 놀라며 말했어요.

 

“미란다 수녀님, 정말 좋은 추억을 나리에게 만들어 주고 있네요. 비록 나리가 엄마, 아빠와 살지 못하는 큰 아픔이 있지만 밤이면 날마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수녀님 때문에 나리는 이 좋은 추억을 평생 간직하며 살 거예요.”

 

수녀님 친구의 말은 어린 나도 알아들을 수 있었고 나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엄마, 아빠랑 살고 있는 어린이 집 내 친구들 중 날마다 날마다 동화 이야기를 듣고서 잠드는 어린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매일 엄마가 동화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집이 얼마나 될까요?

 

하루는 미란다 수녀님이 많이 아픈 밤이었습니다. 얼굴도 입술도 하얀 색이었어요. 그런 날도 수녀님은 나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어요. 목소리에 힘이 없는 수녀님이 많이 슬퍼 보여 나리가 물었습니다.

 

“수녀님, 많이 아프세요?”

수녀님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날따라 나리가 말을 안 들었거든요. 내 손등을 때리는 수녀님을 향해

“수녀님, 미워. 수녀님, 싫어.”

하면서 나도 수녀님 손등을 꼬집고 많이 때렸거든요. 그게 마음에 걸렸어요. 평소에는 동화책을 읽어주는 사이에 잠이 드는데 그날은 눈이 말똥말똥 하고 감기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수녀님은 나에게 “잘자, 나리야.”하면서 일어났어요. 나는 얼른 수녀님 눈을 가만히 쳐다보며

 

“수녀님, 나리가 미안해요.”

라고 사과했는데 그때 수녀님은 내 마음을 알았을까요?

궁금한 게 또 하나 더 있네요? 아침마다 내가 어린이 집에 갈 때입니다. 미란다 수녀님은 내 두 손을 꼭 잡고 이렇게 혼자 말합니다.

 

“오늘도 우리 나리가 친구들 하고 잘 놀고, 정리정돈도 잘 하고 오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찔끔합니다. 왜냐하면 어린이집에서 나는 선생님이

“정리정돈 합시다.”

하면 화장실에 간다고 살짝 빠지거든요. 사귀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나는 막 때리거든요. 그러면 친구들은 나를 싫어하고 같이 놀아주지 않아요. 난 그림책이나 퍼즐을 혼자서 놀아요. 이런 사실을 우리 수녀님이 알까요? 알고도 수녀님은 모른척하고 그러는 걸까요?

 

동화를 들으며 잠이 드는 나는 코를 코~올 코~올 골면서 깊은 단잠을 잡니다. 나는 지금부터 생각합니다. 나리가 아주 많이많이 커서 어른이 된다면 나리와 같은 어린이에게 동화책을 꼭 읽어주겠다고요. 밤이 되면 이불 위에 두 다리를 쭉 뻗고 둘이 앉아 미란다 수녀님처럼 어른이 된 나는

“……백설공주가 숲속으로…… 숲속으로… 또 숲속으로…… 또 숲속으로 들어가서 …….”

하면서 동화책을 읽어주며 특별한 ‘밤인사’를 나도 따라 할 겁니다. 그러면 그 아이도 코~올 코~올 코를 골면서 잠을 잘 자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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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스코의 예방교육 영성

 

예방교육자 돈보스꼬는 학교의 기숙사를 비롯하여 아이들과 함께 사는 모든 살레시오 교육자들에게 ‘저녁말씀’을 실천하도록 했습니다.

 

“매일 학생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교장이나 그를 대신하여 누군가가 몇 마디 다정한 말로 해야 할 일과 피해야 할 일들에 관해 공개적으로 조언하고 충고하도록 하십시오. 그날 자기 공동체 안팎에서 일어난 사건들 중에서 몇 가지 교훈을 끌어내도록 하십시오. 그런데 절대 5분을 넘지 않도록 하십시오. 바로 이것이 도덕성과 기관의 원활한 운영 그리고 교육상의 성공을 가져다주는 열쇠입니다.”

 

심리적으로 훌륭한 ‘저녁말씀’은 가족적 분위기를 강화시켜 더욱 친밀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으로 여겨졌고 또 그렇게 시행되었습니다. 이 저녁말씀은 늘 “잘 자거라.”는 말로 끝났기에 ‘밤인사’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예방교육자 돈보스꼬는 ‘밤인사’를 자신의 일로 여겼으며,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다른 사람에게 맡겼습니다. 그는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줄 한 가지 생각을 중심으로 몇 마디만 들려주어 그들이 제시된 진리에 사로잡힌 채 잠자리에 들도록 하십시오.”

 

돈보스꼬는 종종 대화로 진행되었던 훌륭한 저녁말씀을 학생들과의 가족적인 모임으로 생각했으며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 기회에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시설 내의 갖가지 사건들과 활동을 알려주고 특히 학생들과 교육자들 사이의 오해를 말끔히 씻어주어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 날마다 들려주는 그런 저녁말씀 덕분에 살레시오 교육자들은 자신의 지도하에 있는 학생들과 다정한 관계를 형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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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수녀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천주교살레시오수도회 마자렐로센터에서 봉사 중. 순간의 잘못으로 ‘6호 처분’을 받아 6개월간 소년원을 거쳐가는 소녀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자다. 사회에서 ‘문제아’라고 내모는 아이들에게서 더 큰 희망을 발견하는 수도자이기도 하다. 저서로 <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가 있다.
이메일 : clara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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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 이헌재는 아니 되올시다.

안철수 후보 ! 이헌재는 아니 되올시다.
 

왜 안철수 후보는 과거로 회귀하는 열차를 타려 하는가?

(서프라이즈 / 뉴요코리안 / 2012-09-24)


한국에서 부는 안철수 바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혹자는 정치가 하도 썩어있어 깨끗한 정치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바람이 표출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민은 매일 듣는 이야기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비리 관련 뉴스이고, 대통령이라고 뽑아 놓은 이명박(MB)마저 4대강이다, 내곡동 사저다, 온통 비리투성이로 종말을 고하고 있으니,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이러한 정치개혁은 최종적으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즉 다시 말해, 국민은 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며 새로운(깨끗한) 정치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그냥 말 그대로 정치권에 발을 담근 적이 없는 후보, 비리가 없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기만 하면 이 모든 정치개혁이 달성되는 것일까? 다시 말해서 단 한 사람의 깨끗한 지도자만 뽑으면 이 모든 개혁이 가능하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바로 필자가 말하고자 함이 바로 이것이다.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정치개혁이란 바로 분배의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개혁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 경제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4.19 혁명 또한 외현적으로는 부패 정치(이승만 하야) 척결 등을 목표로 한 무혈 학생 혁명이었으나, 이 역시 분배 정의를 실현하려는 경제적 욕구가 그 기반이라고 서울대 백낙청 교수는 일찍이 갈파한 바 있다.


'분배의 정의 확보'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일차적인 문제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핵심의 문제는 바로 분배의 정의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러 부문에서는 이미 민주화가 진전되어 많은 인프라가 확장되고 있으나, 바로 경제 영역에 있어서는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 사태’‘용산 철거민 사태’ 등은 바로 이러한 분배의 정의를 요구하는 민초들의 열망이 외현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군사 쿠데타 세력과의 연합으로 정권을 잠시 장악한 YS의 대표적 한계가 바로 경제 개혁의 미비였고, 이는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IMF) 사태를 몰고 왔다. 그리고 그 치유 비용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기고 말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가중되었으며, 이후 민주 정권으로 분류되는 DJ, 노무현 정권에 들어서도 과거 이러한 관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세력을 불가피하게 기용함으로써, 분배의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개혁은 별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개발독재의 허상을 품고 재등장한 MB 정권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극대화시키며 경제 정의, 즉 분배의 정의를 도외시하였다.


국민은 왜 안철수를 원하는가?

자, 그렇다면 국민이 바라는 안철수 후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해진다. 바로 깨끗한 정치를 담보할 수 있는 분배의 정의를 구현하는 경제 개혁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 과정에 있는 안철수의 '경제 멘토'라는 이헌재는 누구인가?

개발독재에서 비롯한 한국 경제를 일부 기득권 보수 세력의 부와 권력의 강화에만 목을 매고 지켜온, 관치 금융의 대표적인 주자가 아닌가? 신자유주의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모든 것을 모든 부담을 서민에게 떠넘기는 대표적인 관제 경제 정책을 만든 장본인이 아닌가? 정말 필자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한 이헌재를 과거의 폐단이 무엇이었는가를 배우고자 하는 차원에서 면담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나, 그 차원을 넘어 이른바 ‘경제 멘토’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마치 안철수 후보가 가져갈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주도할 인물로 언론에 비추어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출마 선언의 회견장에 나타나 마치 안철수의 경제 정책은 곧 이헌재의 경제 정책이라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 정치권을 다시 기웃거리는 모습에서 이미 많은 의식과 양심 있는 학자들이 그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으며 필자 또한 이를 경고하고자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가 분명한 답변을 하여야 할 것이다.
실패한 '모피아의 대부'를 재기용할 것인가?

그가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하였지만, 장하준 교수가 이미 지적한 것처럼 그는 IMF 이후 불거진 분배의 정의 문제나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인물임이 이미 드러난 사람이다.

더욱이 그는 재경부 출신들로 거대 세력을 구축해 일부 보수 기득권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른바 ‘모피아(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대부’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국민이 원하는 안철수 후보가 하여야 할 일이 바로 이런 모피아 세력들을 척결하고, 분배에서 소외된 국민을 보듬으라는 것이 역사적 사명인데, 어찌 이헌재를 다시 거론하며 그가 다시 정치권을 기웃거린다는 말인가?

국민이 안철수 후보를 원하는 것은 관치 금융이나, 서민 경제는 도외시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부활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결정적인 우를 범하는 것이 안철수 후보가 정치적, 정책적 경험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역사의 면죄부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안철수 후보 자신도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 여러 경로를 통하여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경제위기는 이겨냈지만, 재벌의 경제적 집중에 따른 빈부 격차의 심화로 인하여 계층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철수는 역사를 핑계 대고, 국민을 핑계 대면서 모피아의 기득권을 추구하는 인물인가?

아닐 것이다. 이제 안철수 후보가 답하라!

이러한 분배의 정의를 왜곡하고,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 경제 정책의 장본인이자, 일부 보수 기득권층의 이익만 대변함으로써 ‘모피아의 대부’ 라는 별칭까지 가지고 있는 이헌재는, 안철수 후보가 멀리하여야 할 사람이지, 멘토로 삼거나 중용할 인물은 더더욱 아님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안철수 후보 ! 그대가 이헌재와 함께한다면, 그것은 국민이 바라는 안철수가 아니다. 그대가 이러한 역사적 사명을 도외시한다면, 국민이 바랐던 안철수는 한낱 신기루도 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 것임을 필자는 분명히 알려주고자 한다.

안철수 후보 ! 국민이 그대보다 앞서 가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미국의 '로자 파크스'를 언급한 안철수 후보 !

안철수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의 시초가 된 '로자 파크스'를 언급한 바 있다. 그렇게 인권 평등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로 필자는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버스에서의 자리 양보가 아니라, 그냥 민주화를 요구했다는 그 자체로 많은 사람들이 말 한마디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며... 최근 다시 불거지는 고 장준화 선생 의문사 재조사 요구에서 보여지듯 아직도 완전한 민주화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국가이다.

이제 그러한 제 3세계, 분단이 되어 있는 나라, 개발도상국의 대표적 주자인 대한한국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당신이 출마한 현실을 똑바로 아시기 바란다.

그런데, 국민이 원하는 분배 정의를 왜곡하는 탈을 쓰면서, 특히 권위주의 시대에 분배 정의를 왜곡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편 대표적인 주자인 이헌재를 옆에 두고, 출마 선언을 하는 그대의 모습을 국민이 똑바로 지켜보고 있음을 아시기 바란다.


안철수 후보 ! 세상이 당신을 원하는 것은

안철수 후보, 한국의 국민이 특히, 정치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이 그대에게 바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이헌재는 아니 됩니다'인데... 어찌하여 그대는 이헌재를 중용하려 합니까?

정녕 그렇다면 이 필자마저도 그대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여야 하고 물어야 합니까?

안철수 박사 ! 역사를 다시 보고, 왜 국민이 그대를 원하는지를 다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5년간, 그대가 정권을 잡더라도 많은 것을 못 바꿉니다. 국민은 가슴을 터주고 분배 정의의 왜곡을 해결하고... 그래도 이 땅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이 짧은 5년에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 기억하는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왜 그대는 이러한 국민의 바람을 모르고 한 낮 사막의 신기루로 태생하여...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가고자 하는지요?

이는 그대가 또 한 번의 멋있는 양보를 문재인 후보에게 하여 정책 결정자(대통령)가 되지 못하더라도 이헌재는 아닌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는 문재인 후보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입니다.

문재인 후보 ! 그리고 특히 안철수 후보 !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두 후보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과 소명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즉, 이헌재는 아니 되올시다!

 

뉴요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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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을 막기 위한 선관위의 새빨간 거짓말

 


지난 4.11총선 때 많은 연예인들이 투표소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속칭 개념있는 연예인이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연예인들의 투표소 인증샷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참여로 많은 유권자와 국민에게 선관위 못지않은 투표율 증가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처럼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율을 높이는 노력은 법과 비용, 그리고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합쳐 꼭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참정권은 국민이 자기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가장 중요한 권리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투표시간 연장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 법률안, 출처:국회

 


지금 국회에서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투표 시간 연장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이런 중요한 법안 통과 일정이 자꾸 무산되고 늦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과연 투표시간 연장이 주는 의미와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세계 각국의 투표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현행 대한민국의 투표 시간은 부재자 투표는 오후 4시, 임기만료 투표 등의 일반적인 투표는 오후 6시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이외의 나라는 대부분 오후 8시까지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오후 10시,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오후 7시 내지는 8시,이웃나라 일본도 투표시간이 오후 8시까지입니다. 프랑스와 독일,호주는 오후 6시까지이기 때문에 굳이 투표 시간 연장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호주는 투표하지 않으면 20-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징역형까지 선고하는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프랑스,독일은 일요일이 대부분 선거일이기 때문에 한국의 일반적인 법정 공휴일 개념과 달라 투표율이 높은 요인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투표 시간은 휴일에는 오후 10시, 평일은 오전 7시에서 오후 2시까지 이틀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의 투표시간을 보면 전체적으로 한국의 6시에 비해 저녁 늦게까지 투표시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평일에 치러지는 선거는 이틀 동안이거나, 선거일이 휴일이 아닌 일요일 등으로 탄력적이면서 유권자를 배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이런 노력은 그대로 투표율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호주는 94.9%의 평균 투표율로 OECD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독일,프랑스.미국, 일본 등도 한국보다 높습니다. 한국은 스위스보다는 높지만 56.9%로 OECD 국가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주요 국가들이 투표 시간 연장이나 투표일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자,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주겠다는 방침 때문이기도 합니다.

'투표 시간 연장, 왜 중요한가?'

현재 6시로 되어 있는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현재의 투표율보다 훨씬 높은 투표율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시간대별 투표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선거 대부분이 오후 12시를 기점으로 투표율이 올라갑니다. 그러다 오후 3시부터 4시를 넘어 오후 5시까지 투표율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이것은 유권자 대부분이 오후에 그것도 투표 마감 전에 몰리는 경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투표시간이 연장된다면 최근 투표율보다는 훨씬 높게 올라갈 수 있다고 우리가 예측할 수 있습니다.

투표시간 연장에 따른 투표율 향상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을 위해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를 다시 분석해봤습니다.

 

▲2010년 중앙선관위 연구 보고서, '유권자 투표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의 요인을 분석하면, 투표율이 낮은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2006년 지방선거에 기권한 응답자 중에 그 이유를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한 비율은 55.8%였습니다. 이에 반해 '찍을 사람이 없어서 내지는 관심이 없어'라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투표를 포기한 사람은 16%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투표 양상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는 변화가 옵니다. 찍을 사람이 없거나 관심이 없는 등의 정치적 요인은 증가했지만, '바빠서'라는 비정치적 요인은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는 다시 정치적 요인은 줄어들고 바빠서라는 응답이 55.8% 증가합니다.

 


 

▲최근 주요 선거 투표율 변화, 출처:중앙선관위

 

정치적 요소 때문에 줄었던 투표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투표율 46.1%에 비해 19대 총선 투표율이 54.2%로 무려 8.1% 상승했다는 점으로 알 수 있습니다. 동일한 시간과 공휴일에 치러진 선거지만 예전과 다르게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정치의 무관심했던 유권자들이 점차 투표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표를 기권한 이유가 비정치적인 요소가 아닌 시간 때문이라면, 정부는 어떻게 유권자를 배려해줘야 할까요? 바로 시간이 없는 유권자를 위해 투표 시간을 늘려줘야 합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이나 근로기준법을 보면 법으로 참정권을 보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나,자영업자,중소기업에 다니는 유권자들은 공휴일이라고 하지만 투표일에 일하는 경우가 많고, 근무 중에 투표 때문에 나간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4.11 총선 당시 민주노총이 운영한 투표일 근무회사 신고 게시판.출처:뉴시스

 

학습지로 유명한 대교눈높이는 지난 4.11 총선에서 수업을 진행하라고 했고, 이날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 교사들이 외부로 나간 사례로 있습니다. 이렇게 임시공휴일이지만 근무를 하는 회사가 유독 한국은 많습니다.

해외 주요국가는 공휴일로 지정했으면 근무하는 회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요일이기 때문에 굳이 기업의 근무 강요와 부딪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임시공휴일이라고 해도 많은 회사들이 선거날 정상 출근하는 일이 많습니다.
 

<공직선거법>
제6조 (선거권행사의 보장) (1)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2) 공무원·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 (3) 선거권자는 성실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0조 (공민권 행사의 보장)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公民權) 행사 또는 공(公)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 행사나 공(公)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청구한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제110조 (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물론 대한민국 법으로 분명히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한 권리를 제한하거나 보장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회사를 고발하는 동시에 사표를 내거나 쫓겨남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법을 지킬 수 있도록 선거날 오후 4시경부터 공장이 밀집한 지역이나 중소기업이 입주해있는 센터 등을 방문해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는지, 실태 조사와 감독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그런 일은 별로 없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현실에서 참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투표 시간 연장을 반대하는자들은 과연 누구인가?

지난 9월18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을 발의한 법안을 놓고 심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회의록을 보면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법안을 심사하려는 사람들이나, 관련 법안의 주무관처인 중앙선관위가 보여준 어이없음을 몇 가지 지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성효 위원 (새누리당)
6시부터 4시까지 하고, 임기만료나 재․보궐선거를 굳이 바꿀 이유가 있나요? 그냥 놔두면 되지 않나요? 자꾸 시간이 서로 막 혼선되잖아요

◯박성효 위원
임기만료나 재․보궐을 지금 현행대로 하는 게 무슨 큰 문제가 있나요? 현행대로 해도 괜찮다고 보는 거지요, 이미 정해진 대로.
◯전문위원 문강주
그렇습니다. 현행대로……


앞서 아이엠피터는 투표 시간이 현행 6시이기 때문에 회사 방침상 정상근무하는 사람은 투표하기 어렵거니와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바빠서 투표를 못 했다고 응답했던 자료들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과 전문위원이라는 사람이 태연히 아무 문제가 없으니 현행대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성효 위원 (새누리당)
관리상의 문제가 없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국에 공휴일로 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금 1~2년 한 게 아니고 계속해 왔잖아요. 그런 점에서 그냥 관례대로 놔두면 어떤가 싶어요. 그리고 근무 중에는 재․보궐선거든 임기만료든 선거할 때는 안 한 사람 갔다 오라고 방송 다 해요.


옛날 사람들은 저녁 6시면 밥 먹고 자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현재 도시는 저녁 10시만 해도 초저녁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저녁 시간의 활용도가 높아진 시대인데, 그동안 해왔으니 계속하자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근무해도 선거하라고 방송하니 별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수많은 사람들이 왜 선거날 근무 때문에 투표를 못했다고 아우성을 칠까요?
 

◯박성효 위원
일본의 경우는 어떻게 해요, 다른 나라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법제기획관 손재권
일본, 재․보궐선거는 연장을 하고 있지만 일반 선거는 아마 다른 나라도 거의 비슷하게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기획관이라는 사람이 한국과 독일,프랑스 이외에는 모두 저녁 8시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투표시간 연장 관련 법안 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아니 일개 블로거도 찾는 내용을 왜 저 사람은 세금 받고 일하면서도 모르고 있을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법제기획관 손재권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선거법에서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는 6시 이후로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도 일반 전체 선거에는 6시까지 한다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되고, 그다음 재․보궐선거 때는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8시까지로 하고 있습니다. 8시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저희들이 분석을해 보면 6시에서 8시까지 하는 사람이 재․보궐 했을 때 거의 없습니다. 아주 숫자가 적습니다. 적고, 임기만료선거 투표시간을 연장을 했을 경우에 예산 문제도 있지만 또 국민들이 개표 기다리는, 종일 밤새 개표를 지켜보는 사회적인 비용이라든지 이런 부분들도 다 감안이 되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중앙선관위 법제기획관은 저녁 6시부터 8시까지의 투표율이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시간대별 투표율입니다. 이때 시간대별 투표율을 보면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 투표율이 5.0%였습니다. 다른 시간대보다 제일 높았습니다. 투표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요? 그렇다면 저 시간에 투표한 사람들은 유령 선거인단이었을까요?

선관위에서는 오후 6시 이후에 투표한 사람이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습니다. 무려 그 시간대 유권자의 5%가 투표에 참여했다는 정확한 데이터가 있음에도 진실을 속인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 선관위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말도 안 되는 예산 타령,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사회적 비용 등을 주장하며 어떻게 하든 투표 시간 연장을 반대하려고 하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게 0.6% 차이로 겨우 이겼습니다. 그런데 2011년 10.26재보궐 선거처럼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 시간대 5%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었다면 한명숙 후보가 당선됐을지도 모릅니다.

12월19일에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후보는 초접전의 선거가 예상됩니다. 그래서 투표율이 3%만 높아도 당락이 확실히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새누리당 고희선 소위원장은 갑자기 법안 심사를 하다말고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급하게 정회를 해버립니다.

 

◯유대운 위원:시간 자꾸 가는데 빨리합시다.
◯소위원장 고희선 위원장: 양해 좀 구하겠습니다. 한 5분만 정회하겠습니다.
◯백재현 위원: 의결을 하다가 중간에 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도대체?
◯유대운 위원 :이게 뭡니까? 위원들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옆에서 보좌진 얘기 듣고 또 하고……
◯소위원장 고희선: 위원님 왜 그래, 보좌진이 아니에요.
◯유대운 위원: 그러면 누구입니까?


법제심사위원장이 보좌관도 아닌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갑자기 정회를 해버리고, 진짜 중요한 선거를 담당하는 선관위 공무원들이 투표 시간 연장이 왜 중요하고, 현행 선거법과 투표 시간이 무슨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새빨간 거짓말만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선거를 앞둔 국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언론에 잘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그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 싸움으로만 비치고 있습니다.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하려고 애를 쓰는 정부, 참정권을 어떻게 하든 막으려는 새누리당, 이들이 노리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만의 대통령을 뽑겠다는 것입니다. 2012년 12월 19일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날이지, 지난 역사처럼 특정 공작정치로 독재자를 뽑는 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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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09/24 09:12
  • 수정일
    2012/09/24 09: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장하준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특별 강연회] 경제 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

김덕련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9-24 오전 8:15:00

 

21일, 황금 같은 금요일 저녁을 반납한 시민 1000여 명이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서울시 종로구) 앞에 길게 줄을 섰다.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기념 장하준 교수 특별 강연회'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프레시안>과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한국연구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도서출판 부키가 후원한 강연회다.

오후 7시 30분,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의 인사말로 행사의 막이 올랐다. 박 대표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임에도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생일잔치에 참가해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황우석 사태와 한미FTA, 삼성을 비롯한 재벌 문제, 통합진보당 사태 등을 예로 들며, 창간(2001년 9월 24일) 후 <프레시안>이 걸어온 '심층 보도를 지향하는 독립 언론'의 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대표는 경제 민주화가 올해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어떤 경제 민주화인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해법을 독자들과 함께 모색하고자 강연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나쁜 체제 만든 이헌재, 사과도 없이 다시 나오다니"

이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무대에 올랐다. "<프레시안>은 한국 매체 중 제일 믿고 보는 매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가 왜 이렇게 갑자기 유행하게 됐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일어난 구조조정, 신자유주의의 결과"라는 것이 장 교수의 생각이다.

장 교수는 행복도 조사, 자살률, 출산율, 비정규직 비율, 가계부채 비율 등에서 한국이 안 좋은 쪽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1, 2위를 다투면서 "국민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고용 불안과 복지 부족인데, 모두 "IMF 체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자영업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과 관련, 장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서 떨려난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 하는 치킨집"이 늘면서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세계 10위 정도인데 치킨집 수는 세계 1위"라는 심각한 현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과당 경쟁으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데, 재벌들이 그것마저 먹겠다고 뛰어오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장 교수는 "처음부터 유지가 불가능한 것을 경제학에서는 자기 착취라고 하는데, 이젠 그것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더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복지 태부족" 현실이다. 장 교수는 "한국은 복지 지출이 국민소득 대비 10% 될까 말까 한 수준으로 OECD 국가들 중 밑에서 2번째"라며 "복지가 없다고들 하는 미국도 국민소득 대비 20%는 복지에 지출하고, 스웨덴 등은 30-35%에 이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런 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IMF 위기 직후인데 왜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장 교수는 역대 정부가 거듭해서 놓은 "마약 주사"에 주목했다. 신용카드를 남발하도록 부추겨 "성인 7명 중 1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재테크 열풍에 편승해 "빈곤과 실패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렸다"는 비판이다. 이 대목에서 장 교수는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판했다.

"일자리는 자꾸 불안정해지고, 떨어지면 받쳐줄 복지 제도마저 없어 너무나 불안한 상황이다. (…) 이런 체제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 중 하나가 이헌재 전 부총리다. 그런데 다시 정계에 등장했다. 제발 그 양반, 어떻게 해주세요. 이런 나쁜 체제를 만들어놓고, 사과도 없이 다시 나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청중 박수)"

장 교수는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비판했다. "한미 FTA, 금융 허브 등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 잡아놓은 방향을 이명박 대통령이 불도저처럼 몰고 갔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한국이 그래도 운이 조금 있어서, 금융 허브를 하기 전에 세계 경제 위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때 한국이 벤치마킹했던 게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였는데, 만약 세계 경제 위기가 늦게 터지고 그 사이에 한국이 아일랜드 등처럼 금융 규제를 다 풀어버렸으면 경제가 박살났을 것이라는 말이다.

장 교수는 역대 정부가 놓은 "마약 주사"가 다 떨어지고 이제 "국민이 '도대체 이걸 왜 했는데? 부자 된다며?'라고 묻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 말기에 대통령이 '주가 2000 됐다'는 걸 굉장한 치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그게 샘나니까 '난 주가 5000을 만들겠다'고 했다. 온 나라가 다 이것에 홀렸다. 주식 사고, 재테크 해볼까 하는 식이었다. 이제 그 바닥이 드러났다. 그래서 요즘 경제 민주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 장하준 교수. ⓒ정기훈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장 교수가 생각하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민주주의 원리인 '1인 1표'로 '1원 1표'의 시장 원리를 제약하는 것이 경제 민주화라는 이야기다. 장 교수는 시장 원리에 대해 제약업계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씩 말라리아로 죽는데, 선진국에서는 말라리아 연구 기금이 살 빼는 약 연구 기금의 20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어 장 교수는 "주주권을 강화해서 재벌을 통제하자는 것은 경제 민주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건 '1원 1표' 원리를 더 철저하게 관철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삼성과 외국 금융 자본이 싸우는데, 지금 삼성에 더 유리하게 돼 있으니 '1원 1표'를 확실히 해서 외국 금융 자본에 더 유리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 자본 분파 간의 싸움이다. (…) 국민의 삶과 연결된 '1인 1표'의 경제 민주화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다. 관계가 있다면, 거기서 외국 자본이 이길 경우 국민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삼성) 이 씨, (현대) 정 씨네는 (국민들이) 얼굴도, 이름도 알지만 국제 금융 자본은 (국민들이) 가서 싸울 실체가 없다"며 "금융 자본에 의한 잠식을 걱정하는 건 재벌이 예뻐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재벌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거기에 묻혀 더 중요한 것이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를 경제 민주화 논의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이재용이 쫓겨나 쪽박 차는 것을 보면 하루 기분이 좋겠지만, 복지국가를 잘못 만들면 일생 고생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복지국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왜 출산 파업을 하겠나? 탁아 시설, 교육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고령화가 되면 이민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난 이민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나도 이민 노동자다. (그런데) '여성은 집에서 애나 더 낳아라'라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이민을 제일 반대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야 한다. 나중에 혈통적으로 한국인의 30%를 방글라데시나 필리핀 출신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복지국가를 만들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또한 장 교수는 "복지국가가 약하니 계층 상승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복지가 강한 나라일수록 사회적 이동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스웨덴 등은 부모와 자식의 계층 상관관계가 매우 낮은 데 반해 '기회의 땅'과는 거리가 멀어진 미국과 포르투갈은 90% 가까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 교수는 복지국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재기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수화한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의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도,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구조조정과 경제성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한미 FTA와 한-EU FTA로 인해 생겨날 희생자들을 위해서도 복지국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기념 장하준 교수 특별 강연회'에 자리한 청중. ⓒ정기훈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 구매…담세율 높여야"

장 교수는 이렇게 "복지국가를 만드는 게 핵심인 시대가 왔다"며, 복지 개념을 잘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구'(공동 구매)"라고 강조했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왜 이건희 회장 손자와 가난한 아이들이 똑같이 돈을 안 내고 밥을 먹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 적이 있다. (…) 실제로는 공짜가 아니다. (…) 이 회장은 누진세 원칙에 따라 세금을 많이 냈다. 그 손자는 더 비싸게 먹는 것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부가가치세를 냈고. (…) 이걸 두고 '부자 복지'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예컨대 가난한 사람에게는 1000원, 부자에게는 5000원을 받으면 '부자 구박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는 논리적으로 똑같은 것이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닥에 떨어진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는 잔여적 복지가 아니라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옳을 뿐만 아니라, 그래야만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장 교수는 가난한 사람에게만 선별적으로 복지를 하자는 건 "폭동이 안 날 정도로만 밥을 먹여주자는 것"으로서 "복지국가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별적 복지를 하면, 행정 비용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각하는 것만큼 많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복지와 성장은 상충한다"는 신화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언론 등에서 걸핏하면 '복지병'을 운운하고 '경제 위기인데 무슨 복지냐'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복지와 성장이 그렇게 상충하는 것이라면 스웨덴, 핀란드가 어떻게 미국보다 성장률이 높겠나?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그렇게 좋은 것이면, 불평등한 미국은 왜 성장률이 떨어졌나? 유럽은 복지로 망하고 미국은 복지가 없어서 (경제가) 잘된다? 1990년대 후반에 미국에 거품이 들어왔을 때를 제외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더 성장률이 높았다."

장 교수는 복지국가 시스템을 충실히 갖추려면 담세율(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금의 20%에서 최소한 4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핀란드는 50-55%다. 말하자면 (한국도) 지금보다 세금을 두 배 이상 올려야 제대로 된 복지를 한다는 뜻이다. 누진세 원칙에 따라 부자가 더 많이 내야 하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금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장 교수 생각이다. 미국과 달리 스웨덴 등에서 '복지국가를 없애자'는 말이 안 나오는 것은 세금을 내면 복지 제도를 통해 그 혜택을 "다 내가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육아, 교육, 건강, 실업, 노후 등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태워버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세금이 길이고 병원이고 학교"이라며 "세금이 낮은 게 그렇게 좋은 것이면, 왜 세계의 부자와 기업들이 세율 5%인 자메이카나 법인세율 10%인 알바니아로 안 가겠나"라고 물었다. 다만 장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강바닥 파는 것 같은 일을 하지" 말고 잘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훈


"금융 상품은 무서운 무기…자본시장 통제해야"

이와 함께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해 자본시장 통제, 노동권 강화, 작은 경제 주체들(노조, 소비자, 소생산자 등)의 '민주적 담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원 1표'의 핵"인 자본시장 통제와 관련, 장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를 통해 그 위험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투기 행위(공매도, "이해 불가능한" 파생상품, 내부자 거래 등)를 제약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런 버핏조차 파생상품을 "금융계 대량 살상 무기"로 규정하고 시장주의의 본산인 IMF마저 '후진국은 자본 통제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계약의 자유가 있는데 어떻게 금지한다는 말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선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약은 안전성을 입증해야 팔 수 있다. 그런데 금융 상품은 왜 그렇게 안 하나? 얼마나 무서운 건데. (…) 이번 금융 위기로 전 세계에서 8000만 명이 실업자가 됐다. 그중에서 가정이 깨지고 자살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데 이런 '무기'를 (규제 없이) 그냥 판다? 통제해야 한다."

장 교수는 노동권 강화와 관련, 정리해고를 어렵게 하고 비정규직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복지국가를 잘 만들어야 하지만, 그 이전이라고 해서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또한 "어떤 식으로든 기업 경영에 노동자가 참여하게 하는 것이 민주화"라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지만, 실제로는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이 가장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노동자처럼 "기업을 간단히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줘야" 하며 그것이 기업에도 좋은 일이라는 것이 장 교수의 판단이다.

장 교수는 '1인 1표' 원칙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경제 민주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의 하청기업 착취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놔두면 한국 기업이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일본이 결정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50년대 말에 하청기업법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이 강화되자 도요타 등의 대기업이 하청기업에 투자도 하고 기술도 이전하면서 함께 도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장 교수는 중소기업고유업종을 지정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할 경우 치킨집과 두부공장을 영세업자만 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과거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경제적 약자들이 특정 업종에 몰려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30년 후 복지국가가 잘 이뤄지고 산업구조가 더 좋아지면 그때는 재벌이 치킨집을 해도 되지만, 그런 세상이 오지 않는 한 제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주변에 계속 이야기해서 복지를 정치권의 최고 의제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청중에게 요청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장 교수와 청중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질의응답 내용은 <"타협도 안 하는 재벌이 백기투항하겠나?"> 참조).

 
 
 


 

/김덕련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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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제3세계

 

 

 

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제3세계
 
[제3세계 눈으로본 서구열강](13) 말과소 배부른데 사람은 굶어죽어
 
유태영 박사
기사입력: 2012/09/24 [02:49] 최종편집: ⓒ 자주민보
 
 

오늘 세계 인구는 65억이다. 그런데 세계 인구 중에서 8억이 굶주리고 있으며 하루에 10만명이 굶주림으로 인하여 죽어가고 있다. 어린 아이들의 죽음은 5초에 한 명씩 기근으로 죽어간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발표했다.

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혹은 절도범의 총격으로 죽으면 그 다음날 뉴스에 큰 비극이라고 특별한 사건으로 보도한다. 하지만 하루에 10만명이 굶주림으로 죽어 가고 있으며 또 5초에 한 명씩 어린이들이 기근으로 인하여 죽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그것은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하는 통계숫자와 관한 문제이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배부른 제국주의 나라의 사람들이다.

한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한 해 동안 3000만명이 굶주림속에서 죽어가고 있으며 만성적으로 기아상태에 처해 있는 인구는 8억 280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제3세계의 굶주림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끌어들이기 싫은 것이 배부른 제국주의자들의 생각이다. 고의적 무관심으로 제국주의자들은 죄의식을 회피하고 있다.

사실에 있어서 제3세계의 굶주림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제대로 분배만 된다면 현재의 인구의 수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라 할지라도 다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식량 자체는 세계의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제3세계에 있어서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제국주의자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화 구조의 모순으로 인하여 식량이 국가적으로 불공정하게 분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전혀 없음으로 굶주릴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농산물들의 가격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투기적인 가격조정 하에서 강대국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논리에 의하여 결정되고 있다. 농산물의 가격이 땅에 떨어진 헐값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에 반하여 그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하여 필요한 자료들은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사들어야 한다.

궁지에 몰린 농부들은 정든 농토를 버리고 난민들이 되어 도시로 몰려든다. 농부들이 버리고 떠난 후에 그들의 농토는 다국적 자본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간다. 이러한 현실에 의하여 제3세계의 가장 약자인 민중들은 서방이 주장하는 잔인한 “자연도태설”에 의하여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제3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구조적 부조리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침략적인 산업화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자 나라들이 제공해 주는 원조와 구제 물자로는 절대로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강대국들이 제공해주는 위선적인 원조는 오히려 강대국들의 권력을 더 강화하게 할 뿐이다.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오직 개혁과 혁명으로 능동적으로 행동하여 강자들이 주장하는 “자연도태설”에 의한 운명론을 완강히 부정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주체의식으로 변화하는 삶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야 한다. 배부른 제국주의를 타도하기 위한 혁명과 개혁운동이 오늘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하여 중동지역과 제3세계 어느 곳에서나 줄기차게 전개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 배고프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겠는가? 인간으로 태어날 때부터 인위적인 고통을 제공해 주는 것은 죄 중에 제일 큰 죄악이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굶주림의 고통을 당연한 현상으로 여기는 제국주의자들의 잔인한 인간성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제국주의자들이 상실한 인간성을 스스로 뉘우치고 포기하는 그 날이 오기까지 제3세계에서 개혁과 혁명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생동하는 투쟁이 세계적으로 강력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지구촌의 현실에 있어서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하여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를 간략하게 알아본다.


말과 소는 배부른데 사람들은 굶어죽는다

식량부족의 이유를 경작지의 격감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하여 공장과 회사들이 많이 건축되는 것이 경작지를 격감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 때문이라고 한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의 확장과 자동차를 주차하기 위한 주차장이 농경지를 격감시키므로 굶주림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문제가 심각하며 또 건축물의 증가로 인하여 산림파괴가 사람들을 굶주리게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과학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진실을 왜곡하는 제국주의자들의 허위적 주장이다. 보다 더 넓은 시야와 올바른 판단으로 오늘의 세계의 사실과 진실을 관찰해야 한다. 서구의 강대국들이 무한대한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아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강대국들이 무한대한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서구의 강대국들이 무한대한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무한대한 경작지들을 농경지로 사용하지 않고 공휴지로 남겨 놓고 있는 것이 놀라운 사실이다.

미국의 켄터키주에는 유명한 “켄터키 말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의 크기는 126만 5천600평이나 된다. 그런데 이 광대한 끝이 보이지 않는 기름진 땅이 오직 말을 위한 말 공원이며 그 넓은 땅이 오직 경마와 관련된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1,265,600평의 기름진 땅에 끝이 보이지 않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을 뿐 곡식생산을 위한 옥수수, 감자와 콩 같은 기초식량을 위한 땅은 단 한 평도 찾아 볼 수 없으며 심지어 말 공동묘지까지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미국의 50여개 주 그 어느 주에 가든지 흔히 볼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농경지가 부족해서 이 지구상에 굶주림의 비극이 있다고 하는 말은 절대로 옳은 말이 아니다.

오늘 이 지구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나라들로 구분되어 있다. 첫째 배부르게 잘 먹으면서 사는 나라들과 둘째 굶주리면서 겨우 살아가는 나라들, 그리고 셋째 굶주림과 기아로 인하여 민중들이 죽어가는 나라들이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고 동남아의 빈곤한 나라들의 민중들이 굶주림과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강대국들의 백인우월주의적 지배체제하에서 전 세계를 배부른 나라와 굶주린 나라들로 구분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서구 부자나라 사람들이 소를 키우는 방법은 광대한 목초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게 하는 방법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소를 키우는 방법은 거대한 건물 안에 설치해 놓은 정해진 장소에서 사육하는 방법이다.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이 부유한 나라들의 소들이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를 키우는 어느 한 목장에서 소비되는 옥수수의 양은 아프리카의 잠비아 같은 나라의 민중들이 1년간 필요한 옥수수 양보다 더 많다고 한다. 그러므로 말과 소는 배부르게 먹고 살찌는데 사람은 굶주림으로 죽어간다라는 말이 절대로 과장된 말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원유가격 상승에 따라 대체에너지의 원료로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다. 2009년도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옥수수 생산량의 30%를 자동차 대체연료 제조에 사용했다고 한다. 미국은 옥수수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하여 제3세계의 주식이 되는 쌀과 밀, 콩의 생산량을 계획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중앙에 있는 나라 우간다는 커피 생산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우간다 현지에서 커피는 1kg당 14센트를 받고 현지 중개상들에게 팔려 나간다. 커피 생산에 소요되는 가공비 5센트를 덧붙여 1kg당 19센트에 커피가 다시 판매된다. 그 후부터 커피는 대형 커피 중계회사들에게 1kg당 1.64달러로 팔린다. 그리고 우간다에서 생산된 커피는 최종으로 미국에서 최대판매업체인 네슬레에서 완제된 커피로 포장되어 1kg당 26.40달러로 팔린다. 우간다 농민들이 받는 생산가격의 약 200%에 해당하는 비싼 가격으로 다국적 기업체들은 이득을 얻고 있다.

우간다 커피 재배농민들이 가난에 도산한다 해도 미국은 하등의 염려가 없다. 그 다음에 는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커피자원의 거래선을 바꾸기만 하면 아무 염려가 없다고 다국적 기업인들은 생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잉여생산량은 9억kg이 넘는다. 커피 잉여생산으로 농민들은 큰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자들은 국제적 커피 유통기관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헐값으로 구입하여 여전히 최종 단가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빈익빈 부익부의 착취논리는 커피산업에서도 여전히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9억kg의 커피가 잉여생산되고 있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가? 그 말은 현재 지구 인구의 2배에 달하는 사람들이라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의 잉여생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식량 생산이 부족해서 굶주린다는 말은 강대국들의 거짓선전이다. 식량생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3세계에서 식민주의 다국적 기업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곡물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며 식량의 판매와 공급이 오직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곡물 시장체제와 구조는 제3세계 농민들의 피를 빨아 먹고 자란다.

다국적 대기업들이 제3세계의 정상적인 삶의 싹을 잘라버리고 저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굶주림의 원인은 식량생산과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자들이 전 세계를 위한 도의적인 정의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또 인류에 대한 양심적인 사랑이 근본적으로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굶주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 세계의 인구가 65억이다. 그런데 이 65억의 인구수를 100명으로 압축하여 배부른 자와 굶주린 자의 수를 비율로 대조한 흥미로운 기사를 최근에 읽어 보았다. 이 기사에 의하면 100명 중에 50명이 굶주림으로 인하여 영양결핍증에 빠져있다. 굶주림으로 인하여 100명 중 25명이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25명 중 1명이 매순간 죽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국적 대기업들의 횡포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신자유주의로 인하여 100명 중 75명이 굶주림과 죽음의 희생자들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굶주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지구상에서 강대국들의 다국적 세계화로 인하여100명 중 75명이 굶주림의 희생자들이 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굶주리는 75명은 제3세계의 민중들이다.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방법은 강력한 분노를 일으켜 저항하는 방법이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 미국 제국주의자들은 미국인들의 배부름에 대한 정치적인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하여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삼고 있다. 미국인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또 다시 종교적으로 미화시키는 역할을 미국의 종교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3세계의 민중들은 제국주의자들이 무기로 삼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이념적 분노를 일으키면서 강력한 저항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이 제일 첫 번째로 중요한 투쟁방법이다.

제국주의자들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관철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정당한 규범과 규제들을 모두 다 무시해 버린다. 민중이 선거로 성취한 민주적 정권교체이지만 친미정권이 아니면 무조건 부인한다. 순수한 민족주의와 인도주의적 평화운동도 미국이 주장하는 이데올로기와 부합하지 않으면 무조건 반대한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미국식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27개 국가들로 경제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자본주의적인 논리를 서구적 이데올로기로 변장하여 자유시장의 경제법칙을 전 세계에 강제하고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이데올로기를 정치적인 권위와 종교적인 위선으로 가장하여 자본과 민중을 양분시켜 대립하여 싸우게 한다.

프랑스의 혁명가 생쥐스트(1767-1794)는 그의 마지막 재판정에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민중과 그 적들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있는 것은 오직 칼(혁명) 뿐이다.”

생쥐스트의 외침은 현대에 있어서 혁명의 세계사적인 큰 의미를 제시해 주고 있다. 생쥐스트가 외친 주장은 민중의 적에 대한 분노는 결국 칼(혁명)을 드는 혁명정신으로 행동화하는 길 뿐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2014년에 동학혁명 11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최제우의 혁명사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 주고 있는가? 그는 하느님(한을님)을 마음에 모시는 것처럼 민중을 마음속에 귀중하게 모셔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학혁명은 몇 백년 동안 굳어진 고질적인 민중의 적인 봉건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킨 위대한 혁명이었다.

사회적 혁명의 기원은 저 멀리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올라가야 하겠지만 18세기의 시민혁명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오늘의 혁명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바란다. 그러므로 18세기의 이른바 부르조아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각각 떼어놓을 수 없는 같은 혁명의 유래이며 혁명의 연속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배부른 제국주의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 이른바 문명시대의 지구촌에서 제3세계에 속한 8억명의 민중들이 굶주림으로 고난속에 살고 있으며 또 그 중의 일부는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혁명이 아니고 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제3세계가 가야할 혁명의 길은 1917년에 러시아에서 맑스-레닌의 지도 하에서 시작됐다. <공산당 선언>, <독일 이데올로기> 등을 통하여 혁명운동의 이론이 확립됐다. 그 후에 동유럽과 중국, 조선(북한)에서 김일성 장군의 “ㅌ.ㄷ. 혁명운동”, 쿠바 혁명, 베트남 혁명 운동으로 확산됐다. 쿠바에서 카스트로 혁명을 완수시킨 체 게바라의 혁명정신은 오늘 남아메리카 전역에서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칠레 등 여러 나라에서 시민혁명이 산불처럼 확산되어 미국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에 대한 종지부를 찍고 미국을 패배의 길로 몰아 넣고 있다. 남미에서 시민혁명의 과제는 배부른 제국주의자들이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침략적 제도와 지배체제를 완전히 철폐시키는데 있다.

아프리카 튀니지의 혁명을 “재스민 혁명”이라고 부른다. 이란에서는 “녹색 혁명”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제3세계 나라들이 독재에 항거하여 혁명을 일으키는데 있어서 각양각색의 특색에 따라 장미 혁명, 그린 혁명, 오렌지 혁명, 밤나무 혁명 이라고 하는 특이한 명칭들을 상징으로 사용하여 혁명정신을 표시하고 있다.

2012년 결실의 가을을 맞이하는 이 때에 중동지역에서는 “아랍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중동의 전역에서 미국 제국주의에 항거하는 반미시위가 혁명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최근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반제반미 데모(혁명 운동)에 대하여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을 알아본다.

ㄱ. 레바논에서 격렬한 반미 시위가 KFC 매장 앞에서 발생하여 경찰 18명과 약 25명의 시위자들이 부상을 당했다.
ㄴ. 수단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영국 대사관으로 밀고 들어갔으며 차량에 불을 지르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ㄷ. 예멘에서 약 2000명이 미국 대사관에 몰려가 미국 성조기를 불태웠는데 경찰이 최류탄을 발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ㄹ. 이집트에서 수백명의 시위 군중이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경찰과 충돌했으며 성난 군중은 미국 성조기를 찢으면서 최류탄 속에서 시위를 계속 했다.
ㅁ. 이란에서 수천명이 “미국의 죽음”을 외치면서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의 국기를 불태웠다. 이란의 다른 지방 여러 곳에서 반미시위가 있었다.
ㅂ. 바레인에서 2000명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벌였다.
ㅅ. 이라크에서 약 1000명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불태우면서 시위를 했다.
ㅇ. 튀니지에서 수천명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는데 미국은 헬기와 장갑차를 동원하여 군중의 데모를 막고 있었다.

2012년 9월 11일에 리비아에서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를 비롯하여 4명의 외교관들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미국의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4명의 외교관이 사망한데 대하여 매우 원망스러운 말을 했다.

“미국이 도와주고 자유를 주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도와줌과 자유”는 누구를 위함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말하는 “도와줌과 자유”는 순전히 미국의 유익을 위함이다. 미국은 허위와 위선으로 포장한 “도와줌과 자유”를 제3세계 나라들에게 헐값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아메리카와 중동에서 반제반미 데모(혁명 운동)가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는 것은 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제3세계 혁명의 완수를 위하여

아프리카의 앙골라는 33년의 내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앙골라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앙골라의 전국 국토에 지뢰가 묻혀 있다는 사실이다. 논과 밭, 산 언덕이나 평지할 것 없이 지뢰가 가득하게 묻혀 있다. 미군이 심어 놓은 지뢰 600만개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굶주려 죽어가는 앙골라 민중들을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비행기에서 공중투하로 먹을 것을 들판에 여기저기 무차별로 떨어뜨린다. 굶주린 여자들과 아이들이 그쪽으로 달려가다가 지뢰를 밟아 몸이 찢겨져 현장에서 죽든지 살아남더라도 평생 불구자가 된다. 팔다리를 절단한 불구자가 제일 많은 나라가 바로 앙골라이다. 심지어 앙골라에서는 팔다리 없는 “미인대회”가 있을 정도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오늘의 시대를 가리켜서 “악당의 시대”를 지나 최후로 “극단의 시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하여 15만2천명을 죽였는데 15만 5천명이 방사능에 피폭되어 부상자들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미국의 힘을 의지하여 군사강국이 되기 위하여 문앞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이제 세계 역사는 위기의 시점에 이르고 있으며 내적 징후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위기의 징조가 발견된다고 에릭 홉스봄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지구상에서 앞으로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그대로 연장시키면 절대로 희망이 없다. 세계가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면 과거에 핵무기로 세계를 지배한 미국의 잘못된 역사와 또 미래를 핵무기로 세계를 또 다시 지배하려고 꿈꾸고 있는 미국을 오늘 이 지구상에서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된다.

도대체 미국은 핵무기를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 2010년 5월 현재 미국이 전 세계에 실전 배치하고 있는 장거리와 단거리 핵탄두 수는 5,113기이다. 실전 배치를 하지 않고 있는 핵탄두를 모두 다 합치면 미국의 핵탄두 보유수는 1만여 기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이 핵무기185개 탄두를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도 핵무기탄두 300개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핵무기 소유국으로 밝혀진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 7개국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지만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 개발가능국가로 이란, 시리아, 미얀마 등 3개국들이 주목 받고 있다.

전 세계를 핵무기로 지배하고 있는 현시대와 미래시대에 대하여 서구 제국주의 패권국가들에게 인문주의적인 인도적 원리와 윤리와 도덕적인 삶의 원리를 감히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오늘 서구 열강의 초재벌 국가들에게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종교적인 철학에 근거하여 민중을 위한 통치의 진리성을 인간들에게 펼치는 삶의 원리를 감히 기대할 수 있겠는가?

소크라테스를 죽인 과두정치의 오랜 서구 전통과 그리스도를 죽인 유대주의적 부유층 재벌에 동화되고 변질된 서구의 기독교문화가 오늘 전 세계를 물질주의적 군사력을 가지고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오늘의 세계에서 제3세계의 혁명적 투쟁운동은 벽에 부딪혀서 패배의 운명에 처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오늘 제3세계의 반제반미 혁명적인 투쟁에 있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투쟁방법은 백절불굴 “이열치열”의 투쟁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 “이열치열”이란 무슨 뜻인가? 서구 문명인들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열치열” 투쟁방법으로 제3세계의 반제반미 혁명적 투쟁을 능히 승리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

동양의 지혜를 말하자면 “열은 열로서만 풀 수 있다” 는 원리이다. 동양적인 지혜의 방법대로 “핵은 핵으로서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힘은 힘으로서만 물리칠 수 있는 것이 동양적 지혜이며 당연한 이치 아닌가? “이열치열”이란 더운 것으로 더운 것을 다스린다는 뜻으로서 어떤 작용에 대하여 그것과 꼭 같은 어떤 작용으로서만 대응을 한다는 원리적인 방법인 것이다.

미국이 실전배치한 핵탄두가 5,000여 기이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의 인민군이 핵탄두 10-15기 정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도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실전에 있어서 핵탄두는 수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이며 절대로 많은 수를 과시용으로 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미국의 핵을 제3세계의 핵으로 푸는 것이 바로 “이열치열” 방법인 것이다. 이 “이열치열”을 또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억제력”이다. 미국의 핵 위협을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은 제3세계의 “핵 억제력”을 갖추는 “이열치열”의 길밖에 없다.

예정웅 군사전문가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이 두 전문가들의 많은 글을 통하여 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핵미사일, 핵잠수함 그리고 인공위성에 대하여 독자들은 충분히 많은 것을 알고 있으므로 지면상 제약 때문에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글을 맺으며

일본의 지성적인 기독교 사회주의자 두 사람이 있다. 하천풍언 목사와 가가와 목사 두 사람이다. 이 두 목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반대하여 감옥생활을 했으며 “한일합방”을 반대하며 일본을 대표하여 조선 민중을 향하여 용서를 빌었다.

하천풍언 목사는 미국 유학을 하여 프린스턴 신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하천풍언 목사는 미국의 기독교 신학에 대하여 논평하여 말하기를 “미친 자의 신학”이라고 혹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양심적인 사회주의 기독교 목사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빈민굴에서 하층계급의 민중들과 동고동락을 같이 하다 죽었다.

이 두 목사들이 평생 동안 주장한 외침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을 찾고자 하는 자는, 첫째 교회에 가기 전에 감옥을 찾아 가야 한다, 둘째 교회에 가기 전에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셋째 교회에 가기 전에 배고픈 자들에게 먹을 것을 줘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225명의 부자들의 총자산이 1조 달러인데 세계 25억명의 연간 수입과 같은 액수라고 한다. 또 어떤 통계에 따르면 15명의 대부호의 총재산이 사하라 이남의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내 총생산량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 숫자들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부자 나라에게 엄청난 부가 쌓이는 동안 제3세계의 민중들이 굶주림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을 앞세워 놓고 오직 미래의 세계평화 담론만을 유도하고 있다. 세계평화를 오직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과제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강대국들의 과거에 대한 책임회피적인 교묘한 술책이다.

조국의 남녘땅에서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가까워졌다. 이른바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라는 박근혜 의원은 미래의 새 역사를 주장하면서 과거사를 애써 지우려 하고 있다. 유엔이 불의한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박근혜 후보는 과거 박정희 이후의 유신의 후예들이 저지른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인 죄악에 대한 기억들을 잊게 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거의 썩은 역사를 도려내지 않는 한 제3세계 진영에 새 역사는 없으며 조국의 평화통일도 있을 수 없다.(2012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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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여행자 큰뒷부리도요, 200시간 논스톱 비행

극한 여행자 큰뒷부리도요, 200시간 논스톱 비행

 
조홍섭 2012. 09. 21
조회수 2424추천수 1
 

순풍 타고 3000m 상공에서 태평양 종단 비행 8일…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않아

체중 절반 지방 태워 물과 에너지로, 쓰지 않는 창자 등 장기 줄여

 

epic_flight1.jpg » 태평양을 크게 한바퀴 도는 붉은 선이 큰뒷부리도요가 해마다 반복하는 여정이다. 사진=미국지질조사국(USGS)

 

새만금 갯벌이 망가진 뒤 우리나라 최대의 도요·물떼새 도래지가 된 금강 하구 유부도에 “뿅~뿅~뿅~” 하는 청다리도요의 맑은 울음소리가 퍼져나갔다.

 

갯벌에는 밀물에 쫓기면서 도요새들이 바삐 먹이를 찾고 있었다. 몸이 작은 좀도요, 민물도요, 물떼새는 종종걸음을 치며 작은 갯가생물을 잡았고 긴 부리를 지닌 도요들은 느긋하게 갯벌 속에 숨어 있는 갯지렁이와 게를 노렸다.

 

갑자기 도요새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더니 휙 각도를 바꿔 갯벌로 스며들었다. 맹금류인 새홀리기 한 마리가 갯벌의 평화를 깼다.
 

wader1.jpg » 지난 15일 금강 하구 유부도 갯벌에서 도요새들이 구름처럼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도요새를 날리지 마세요.”
 

지난 15일 도요새 탐사에 나선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물새팀장이 참가자들에게 당부했다. 도요새들이 이곳에서 충분히 먹이를 먹어 지방을 얼마나 비축하느냐가 삶과 죽음을 가르기 때문이다.
 

알록달록한 깃털이 두드러지는 붉은어깨도요는 대표적인 피해자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서 5400㎞를 날아 황해에 도착해 ‘급유’를 한 뒤 다시 시베리아 북부 툰드라로 날아가 번식하는 이 도요새는 중간 기착지인 ‘새만금 주유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전세계 개체수의 20%가 줄었다. 오씨는 “새만금에서 4만~5만마리까지 큰 무리의 붉은어깨도요를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1000~2000마리가 고작”이라고 말했다.
 

wader3.jpg » 서해 갯벌에 중간 기착한 붉은어깨도요. 호주와 북극의 오가는 장거리 여행자이다. 사진=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물새팀장

 

이런 장거리 이동 도요새가 수천㎞를 비행한 끝에 내려앉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오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흑꼬리도요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논스톱으로 날아오는데 내려앉기 전 ‘뾰~뾰~뾰~’ 하는 소리를 집단으로 내면서 선회합니다. 긴 여정이 끝나고 이제 다 왔다는 신호겠지요. 그러곤 너무 힘들다는 듯 죽은 듯이 앉아서 쉽니다.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죠. 하지만 무척 허기진 듯 먹이가 눈에 띄면 우선 먹습니다.”
 

흑꼬리도요의 친척인 큰뒷부리도요는 진정한 장거리 여행자이다. 자신의 신체 구조까지 바꿔 가며 장거리 비행에 극단적으로 적응했다.
 

Arnstein Rønning_Limosa_lapponica_rg.jpg » 수면 위를 나는 큰뒷부리도요. 장거리 비행 때는 2000~3000m 상공에서 무리지어 난다. 사진=아른슈타인 뢰닝, 위키미디어 코먼스

 

몸 길이 41㎝에 70~80㎝ 길이의 날개를 지닌 비교적 큰 도요인 큰뒷부리도요는 약 1000년 전 마오리족의 조상이 뉴질랜드를 발견하도록 만든 새로 유명하다. 일단의 폴리네시아인은 해마다 같은 시기에 남쪽으로 날아가는 ‘쿠아가’ 무리를 따라가면 틀림없이 육지가 나온다고 믿었다.

 

그 믿음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었는데, 쿠아가는 물갈퀴도 없고 물에 빠지면 익사하는 육지 새였기 때문이다. 마오리족이 길잡이로 삼았던 큰뒷부리도요는 지금 이 시각 태평양을 세로로 건너질러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로 비행하고 있다. 1만㎞가 넘는 이 망망대해를 8~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 한숨 자지 않고,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한다.

 

wader2.jpg » 우리나라 서해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큰뒷부리도요. 사진=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물새팀장
 

조류 연구자들은 일찍부터 이 새의 대양 횡단을 짐작하고 있었다. 8월 말부터 알래스카에서 이 새가 사라진 뒤 뉴질랜드에서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리에 식별표지를 붙인 큰뒷부리도요가 가을철 아시아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혹시 이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쉬었다 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동로에 위치한 하와이제도 위로 해마다 10만마리의 큰뒷부리도요가 지나가지만 지난 35년 동안 이 섬 안에서 목격된 개체는 40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새의 장거리 이동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2007년 나왔다. 미국 국립지질조사국 조류학자들은 피부 밑에 건전지 크기의 무선송신기를 삽입한 큰뒷부리도요 9마리를 알래스카에서 날린 뒤 인공위성으로 이들의 경로를 추적했다. 이들의 놀라운 대양 횡단 비행 궤적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direct flight.jpg » 알래스카를 떠나 뉴질랜드로 직행한 큰뒷부리도요 위성 추적 기록. 사진=미국지질조사국(USGS)

 

이때 세계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워 유명해진 큰뒷부리도요가 ‘E7’이었다. 8월30일 해가 지기 2시간 전 이륙한 이 새는 8일 동안 1만1680㎞를 쉬지 않고 날아 9월7일 저녁 뉴질랜드 피아코강 어귀의 습지에 착륙했다. 평균 시속 60㎞의 속도로 지구의 반대편으로 비행한 것이다.
 

큰뒷부리도요를 주인공으로 한 자연 다큐로 다음달부터 전국 극장에서 개봉될 부산경남 민방(KNN)의 <위대한 비행>에는 2만7000㎞에 이르는 알래스카~뉴질랜드~서해~알래스카 여정을 4번 완수하고 지난해 죽은 ‘얄비’ 이야기가 나온다. 4년 동안 얄비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중 3분의 1을 난 셈이다.
 

e7_entire_track_rev_dates.jpg » 세계 최장 비행 기록을 세운 큰뒷부리도요 E7의 여행 경로. 사진=미국지질조사국(USGS)

 

여행을 떠나기 전 이 도요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알래스카 유콘강 하구에서 배를 채워 ‘공처럼’ 뚱뚱해진다. 출발 직전 레이더 기지와 충돌해 죽은 큰뒷부리도요 수컷을 조사한 결과 몸무게 367g 가운데 201g이 지방이었다.

 

장거리 이동 도요들은 대개 이동 직전 몸무게의 절반을 지방으로 채우고 이를 태워 얻은 에너지로 비행한다. 도착지에서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흥미롭게도 태평양을 횡단하는 점보 제트기도 무게의 절반을 연료로 채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 결과 이들 도요새에게는 몸의 조직과 장기가 변하는 극단적 생리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최대한 많은 지방을 몸에 채우기 위해 비행 동안 불필요한 소화기관 등의 장기는 가능한 한 축소시킨다. 앞서 출발 직전 죽은 도요새의 가슴 근육은 한쪽이 27g이나 됐지만 간은 7g, 콩팥은 한쪽이 1.5g에 지나지 않았고 위장은 텅 비어 있었다.
 

Dick Bos_800px-MirandaNzWetland02.jpg » 뉴질랜드 미란다 강 하구에 도착해 먹이를 먹는 큰뒷부리도요 무리. 사진=딕 보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중간 기착지에 도착하면 신체는 다시 극적으로 변화한다. 심장, 다리 근육, 콩팥, 위, 간, 창자가 다시 커진다. 하지만 출발 직전엔 다시 지방에 공간을 내주고 움츠러든다. 이런 생리변화를 보고한 네덜란드 과학자의 논문 제목은 ‘위장은 날지 않는다’였다.
 

큰뒷부리도요는 비행 중 필요한 수분을 지방을 분해해 충당하며, 잠은 고래 등 해양동물처럼 뇌의 절반씩 가수면 상태에 빠지는 식으로 자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대양을 횡단하는 비행이 새의 강인함과 인내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큰뒷부리도요는 적어도 5가지의 다른 바람을 적시에 이용해 비행 에너지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발 때는 알류산 저압대의 주기적 폭풍을 이용하는데, 순풍을 받아 1000㎞ 거리를 시속 144㎞까지 속도를 낸다.
 

wader5.jpg » 2010년 새만금 갯벌에서 죽은 채 발견된 큰뒷부리도요. 중간기착지의 환경변화는 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이정표나 지형지물이 있을 리 없는 대양에서 이들은 낮에는 태양의 편광을 보고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2000~5000m 상공을 난다. 이들은 대양에서는 비교적 좁은 폭 1800㎞의 통로로 이동하는 뛰어난 방향감각을 보인다.
 

큰뒷부리도요는 해마다 가을철 번식지인 알래스카에서 월동지인 뉴질랜드로 이동하지만, 반대로 봄철엔 태평양을 횡단하지 않고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들러 알래스카로 가는 우회로를 택한다.

 

USGS Alaska Science Center_Bar-tailed_Godwit_migration.jpg » 봄철 알래스카 번식지로 갈 때는 황해에 중간 기착하는 다른 항로를 이용한다. 사진=미국지질조사국(USGS)

 

그 이유로는 남행길과 달리 북행길엔 바람을 활용할 수 없고, 중간에 두둑하게 지방을 축적하고 번식지에 도착하는 것이 유리하며, 만일 지방층이 고갈되더라도 4000㎞ 거리엔 ‘비상 착륙’할 곳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로 가는 남행길에서 목적지 이전에 지방층이 없어지면 도요새는 마지막 1400㎞ 비행을 포기하고 뉴칼레도니아에 내려앉기도 한다.


밀물이 계속 밀려오자 도요새들은 더 높은 곳을 찾아 유부도 해안을 떠났다. 갯벌 생태체험 전문가인 여길욱 한국도요새학교 대표는 “도요새에겐 먹이 한 점이라도 절박한데 최근 이곳에 탐조객과 사진가들이 몰리면서 새들을 간섭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wader4.jpg » 유부도에 도요새 탐조에 나선 군산중앙여고 탐조동아리 원더버즈 회원인 김현주, 이수영, 이우희(왼쪽부터) 양이 필드스코프 앞에서 모였다.

 

군산중앙여고의 철새보호 동아리 원더버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주(2년) 양은 “도요새들의 쉼터로 쓰기 위해 금강 하굿둑 부근 농지 매입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큰뒷부리도요처럼 신기하고 대단한 도요를 지키는데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산/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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