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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윤 투쟁 실탄 장전”… 양곡관리법 거부 시 농민이 앞장선다

  • 기자명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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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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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대담] 2023년 투쟁계획, 대표자에게 듣는다 (5)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끝까지 투쟁하는 거지, 전면전밖에 없어.”

“농민들은 이미 실탄 장전하고 전장에 나갈 기세야.”

▲ '밥 한공기 쌀값 300원 쟁취! 농민생존권 보장! 전국농민 결의대회' 발언 중인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 2022.11.08. [사진 : 뉴시스]

양옥희 회장은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양곡관리법’이 뇌관이다.

양 회장은 전북 정읍에서 28년째 쌀농사를 짓는 여성 농민이다.

쌀 1kg에 3,000원, 1kg이면 밥 10공기, 그래서 ‘밥 한 공기(100g) 300원’을 줄기차게 외쳐왔다. 그러나 매해 쌀값 폭락으로 ‘밥 한 공기’는 현재 230원꼴이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쌀 20kg 한 가마니면 4인 가구가 한 달간 먹고 살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 쌀값은 약 6만에도 미치지 못한다. 커피 한잔에 4~5천 원은 기본이고, 물가가 올라 4인 가족이 한 끼 외식으로 삼겹살을 먹어도 족히 10만 원이 넘는데, 쌀값만 떨어졌다.”

쌀이 먹거리의 기본 중 기본이듯, 농민에게 쌀은 농사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래서 쌀의 적정 가격을 보장할 수 있는 ‘양곡관리법’은 올해 투쟁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남지 않은 2월 임시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거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300만 농민은 누구보다 반윤 투쟁의 앞자리에 서겠다는 각오다.

윤석열 정부와의 한판 싸움을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양 회장은 ‘공안정국’을 꼬집었다. “윤 정부 검찰독재가 농민단체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것. 소위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는 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간부가 거론되자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전농을 배제했고, 국회와 농민단체 간의 대화는 취소됐다. 양곡관리법도 순탄치 않을 것이 예상된다.

전여농을 비롯해 농민단체는 내년 총선에서 농민후보 출마를 준비한다. 지난해 ‘식량자급률 법제화, 농민권리 실현, 국가책임 농정’의 내용이 담긴 농민기본법을 농민 스스로 만들었다.

“300명 되는 국회의원 중에 농민 한 사람이 없으니, 농민기본법 제정도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농민기본법에 담긴 내용도 양곡관리법과 무관치 않기에, 농민들이 직접 정치하겠다고 외치는 이유다.

2015년 민중총궐기, 박근혜 퇴진 투쟁 초반, 여성 농민들의 ‘혈서’가 투쟁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올해도 농민들이 반정부 투쟁 앞장에 서겠다”는 양옥희 회장과의 대담을 8개의 열쇠 말(키워드)로 정리했다.

▲ 농민단체들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 푸드테크로 대기업 농업진출 개방' 등을 규탄하고 있다. 2023.01.18. [사진 : 뉴시스]

1. 살농정책 윤석열

“윤석열 정부는 농정 포기, 농민 무시, 불통과 아집으로 일관됐다.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비료값 지원 예산부터 삭감하며 농민들에게 아주 가혹했다. 코로나 이후 기후위기, 식량위기 시대에 곡물이 막히고 식량안보 문제가 생겨도 그 심각성을 모른다. 대통령 공약인 ‘공익직불제’ 확대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농업과 농촌이 갖는 공익적 기능은 무시한 채, 기술적 농업, 스마트 농업을 주장하며 기업들의 농업진출을 허용하는 농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우려 수준을 넘어 농업을 죽이는 어마무시한 정책들이다.”

* 공익직불제 : 농업활동을 통해 식품안전, 환경보전, 농촌유지 등 공익을 창출하도록 농업인들을 지원하는 제도.

2. 밥 한 공기 300원

“곡물 자급률은 20%가 붕괴할 위기고, 식량자급률은 45.8%, 쌀 자급률은 2020년 84.5%까지 떨어졌다. 저율관세할당(TRQ)에 수입쌀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쌀값은 계속 떨어져 밥 한 공기가 230원이다. 쌀 20kg 최소 6만 원은 보장돼야 임차료, 비료값, 농약값 떼고 그나마 인건비 명목으로 생활비가 남는다. 20kg면 4인 가족이 한 달 먹을 양인데, 6만 원도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80kg면 24만 원은커녕 16~17만 원 선이다. 쌀은 국민의 주식이고 농업의 기본이다. 농가가 빚더미에 나앉아 몰락하고 쌀이 없으면 수입해 먹으면 된다? 휴대전화 팔고 자동차 팔아서 쌀을 수입할 수 있는 시대인가? 아니다.”

* 저율관세할당(TRQ) : 무역정책의 일환으로, 수입물량으로부터 자국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비관세 조치. 수입물량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수입되는 특정 물품에 대해 일정 할당량까지는 저세율(또는 무세)을 적용하고, 초과하는 것에는 고세율을 적용하는 이중세율제도.

3. 양곡관리법의 배신

“양곡관리법 개정의 핵심은 ‘쌀 자동시장격리제’다. 쌀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 공급량을 조절하며 쌀값을 조절하는 것이다. 2019년, 정부가 유일한 가격안정 장치였던 ‘변동직불제(쌀 목표가격제)’를 폐지하면서 그 보완책으로 내놓은 약속이 ‘양곡관리법’이다. 그러나 쌀 공급이 많은 10월 말에 해야 할 시장격리를 이듬해 2월이 되어서야 실시하고, 이마저도 공공비축미 가격이 아닌 최저입찰을 강행하면서 쌀값은 대폭락했다(지난해 22.8% 하락). 정부가 농업에 관심이 없으니 농민들을 배신하고 양곡관리법도 지키지 않았다. 윤 정부는 우리 식량주권을 지키는 기본적인 법에 ‘공산화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기에 바쁘다.”

* 변동직불금 : 쌀 목표가격제. 전국 평균 수확기 쌀값이 목표가격에 미달하는 경우 지급됨.

* 양곡관리법 개정안 :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이상 하락할 때 정부 매입 의무화.

▲ 윤석열 농업정책 규탄! 여성농민 법적지위 보장! 농민기본법 제정! 전국 여성농민 기자회견. [사진 : 전여농]

4. 변동직불제

“변동직불금이 있을 때는 기계값, 비료값, 농약값은 외상 거래하고 직불금이 나오면은 조금씩 갚고, 그리고 가을에 추수하고 나서야 이윤이 남는다. 그런데 직불금은 없애놓고 양곡관리법을 도입하고도 지키질 않으니 농민들은 ‘다시 변동직불제로 돌아가자’고 한다. 기계값에, 비료값에 농민들의 부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민들 사이에는 ‘어깨 보증’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사정이 나은 사람이 때에 따라 부채를 도와주는 것이다. 농가부채 탕감은 못 해줄망정 적정 가격 보장조차 안 해주는 게 지금 정부다.”

5. 농업공직자

“문재인 대통령이 농민단체 행사에 와서 ‘농민은 공직자’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직자’라고. 농민들은 ‘공직자 대우는 안 해줘도 좋으니, 제대로 된 농산물 가격만 쳐달라’고 요구했다. 농업공직자는 채무에 시달리는데, 윤석열 정부는 ‘미래성장산업’, ‘기술농업’이라는 말을 해대면서 대기업의 농업진출에만 관심을 둔다. 청년농을 키우겠다며 30억을 지원하는 스마트팜 정책을 시행하는데, 3년이 지나 빚더미에 앉아도 정부는 ‘나 몰라라’ 하는 정책이다. 이것도 ‘동부팜’, ‘OO팜’ 등 대기업이 장악하려 하고 있다. 농림부 예산인지,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인지, 산자부 예산인지 분간이 안 되는 예산을 투자한다. 그러나 정작 농업예산엔 농민이 없다.”

▲ 지난해 8월, 농민단체들은 완성된 농민기본법으로 설명회를 했다. [사진 : 전여농]

6. 농민기본법

“현재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은 시장경제 원칙에 근거해 농업을 바라본다. 농산물 가격을 시장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식량주권의 문제, 농민의 권리문제는 반영돼 있지 않다. 기후위기, 식량위기 시대에 농촌을 지키기 위해선 기존의 농정틀을 싹 바꿔야 한다. 30년간 80여 개의 나라와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수입개방 방식의 농업정책은 실패작이다.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법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농민기본법엔 ‘식량자급률 법제화, 농민권리 실현, 국가책임 농정’, 그리고 ‘여성농민의 직접적 지위 보장’의 내용도 넣었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농업정책을 수립하고 개별 농민의 주체성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7. 농민 국회의원

“당사자인 우리가 스스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해선 또 국회와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2002년 전여농도 정치세력화 논의에 참여했고, 진보정당과 여성 농민 의원도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300명 국회의원 중에 농민은 한 사람도 없다. 농민을 위한 정치를 누가 대신해주겠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촌지역 농민후보를 낼 것이다. 농민기본법 제정 운동을 펼치면서 농민후보를 알려내고자 한다. 또한 진보진영의 단결을 위해 전여농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을 예정이다. 먼저 4월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진보당 당선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8. 전면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전면전이다. 밭작물을 하는 농민은 고추 모종을 해야 해서 지금부터 바쁘다. 쌀 농민은 4~6월이 바쁜 시기다. 아무리 바빠도 투쟁이 먼저다. 벼를 심어봤자 가격 보장이 안 되는데 농사를 짓는 들 무슨 소용인가.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들어 11번의 상경투쟁을 했다. 현장의 농민들은 이미 전쟁에 나갈 실탄을 장전했다. 2015년 박근혜 퇴진 투쟁 때 백남기 농민이 앞장섰고, 여성 농민들이 ‘혈서’를 썼을 때 ‘우리가 엄청난 일을 했구나’라는 생각은 못 했다. 그때의 결심으로 올해도 싸울 것이다. 전면전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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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안 됩니다", 그런 장관 한 명만 있어도…

[프레시안 books] <시대의 조정자>, 보수와 혁신의 경계를 가로지른 한 지식인의 기록

임경구 기자  |  기사입력 2023.02.18. 08:03:38 

 

"각하, 안 됩니다. 저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평화롭게 수습하겠습니다."

 

1994년 현대중공업 파업 사태가 길어지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참석한 확대 국무회의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공권력 투입을 선언한 것인데, 그 자리에서 노동부 장관이 손을 번쩍 들고 황급히 만류했다. '합리적 조정자'의 동분서주에 힘입어 파업은 다음 날 평화롭게 해결됐다.

 

"문민정부에서 노동부는 노사 간 분규의 공정한 중재자가 돼야 한다"는 소신을 관철한 남재희 전 장관의 일화다.

 

"제가 폭력과 협박, 공갈이 난무하는 산업현장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국민께 세금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 산업현장에서 폭력과 협박에 터를 잡은 불법을 놔두면 그게 정부고 국가냐." 

 

최근 비공개 간담회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대통령실이 굳이 보도자료로 알리고 '유튜브 쇼츠(짧은 동영상)'로 공개했다. 고용노동부를 포함해 32개 부처·청 공무원 150여 명이 참석한 간담회였다. 대통령의 질주에 방지턱은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요리법'을 묻는 질문은 있었다고 한다. 

 

남 전 장관의 자전적 회고록 <시대의 조정자>(민음사)에 윤석열 정부에 관한 직접적인 제언은 담겨있지 않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적대적인 의식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윤 대통령이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일례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 진압을 명목으로 민주노총 본부에 공권력을 투입했을 때, 남 전 장관은 "왕조시대 임금 사냥터에서 사냥감을 몰아세우는 야만적 행위와 달라야 한다"고 질타했다. 노동운동의 집단적 의사 표출은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집회의 자유라는 법 타령을 제쳐놓고 말하더라도, 솔직히 말해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이기적 사회집단 간의 조직적 힘의 균형과 상호 견제라는 정치행동"이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그는 "언론에 보도되지 못한 숱한 노동 애사(哀史)"를 분쟁 과격화의 배경으로 이해하며 "기업 측의 행태는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민주노총을 향해선 "강경 투쟁 노선을 늦추어 온건한 유연 노선을 택했으면 한다"고 충고하며 균형점을 찾았다. 

 

 

 

'보수와 혁신의 경계를 가로지른 한 지식인의 기록(부제)'은 언론인 20년, 4선 국회의원, 노동부 장관으로서 군사정부와 민주화 이후 정부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원로의 세심한 관찰록이기에 현재의 집권세력이 반추할만한 현대정치사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르짖는 보수정당을 향한 18년 전 남 전 장관의 비판은 지금 봐도 날카롭다. 취임사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윤 대통령에 대한 충고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당연하게 대전제로 하고 있는 것을 왜 그렇게 유별나게 강조하는지 모르겠다. (…) 문제는 그 뉘앙스와 스펙트럼이다. 정책을 입안, 집행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선택지의 문제다. 디테일의 문제다. (…) 실업, 사회 안전망, 경제성장, 노사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논의해야지, '자유민주주의' 타령은 금이 간 레코드판에서 들리는 소리 같다. (…) 그것은 변형된 매카시즘의 일종이 될 것이며,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재벌을 대변하려 한다면 몰라도 학술적 통용 가치도 없는 슬로건일 뿐이다." 

 

매번 반복되는 '친(親)기업' 정책에 그는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기업의 혁명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에 의한 조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공정 경쟁은 물론이고 공공성과 사회연대를 위한 제반 조절이 정치의 발전"이라고 했다.

 

이 조정자의 지론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복지정책을 위해 기업에 대한 부담은, 우리나라의 경우 확대되어야만 한다. 그런 것을 하는 것이 국가다. 그럴 때 '국가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까지 된다"는 것이다. '약자 복지'를 내세우면서도 법인세 인하 등 적극적인 감세 정책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현정부가 되새겨볼만 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즈음 남 전 장관은 "크로니즘"(정실주의)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평생을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던 기업 CEO가 정치 CEO가 될 때 대단한 영재라 하더라도 일을 그르칠 우려가 있는 것이다"고 했다. 이 역시 정치 경험 없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권력운용에 '검찰공화국'이란 비판이 제기된 현실이 겹쳐 보인다.

 

더욱이 이전 정부와 야당을 향해 칼을 빼든 검찰이 정치 한복판을 장악한 현실에서, 남 전 장관이 최장집 교수의 표현을 빌어 'RIP 정치(Revelation : 폭로, Investigation : 조사, Prosecution : 기소)', 즉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를 우려한 점도 눈에 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이 너무 인기가 없어 그에 대한 반대 여론을 업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기에 무엇이든 노 정권의 것은 부정하고 보자는 기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역학 작용은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면서도 "미국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를 부정하기 위해 ABC(Anything But Clinton) 방침을 택하여 실패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겠다"고 했다. 

 

특히 남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급변침을 지적하며 "그동안 한미 관계가 '훼손'되었으니 '복원'한다 운운의 말들이 나왔다. (…) '훼손', '복원' 운운하며 왜 우리가 그 책임을 스스로 뒤집어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만에 하나 노무현 대통령의 경솔한 발언 등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 해도 우리가 그렇게 떠드는 것은 외교의 하지하책이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그의 지적에 입각하면, 문재인 정부와 가장 선명한 차별화 기조로 치닫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복원" 역시 '누워서 침뱉기' 외교에 다름 아닌 국내정치용 슬로건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북한 문제'에 관해서도 남 전 장관의 조정자적 인식이 돋보인다. 그는 "북한은 '실패한 체제'", "한반도에서도 공산 체제는 명백히 파국에 직면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규정한다. 

 

다만 "패자에게 상처를 감추고 그나마의 명예를 지킬 커튼을 쳐 주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며 "우리의 북에 대한 태도는 북이 '좋아서'가 아니다. 북이 '좋지 않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북의 안정적 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민족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부득이 그러는 것"이라고 보수의 강경론을 달랬다.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다변보다 참모들이 작성해준 '말씀자료'에 의지하는 편이 국정에 해롭지 않다는, '대통령의 말'에 관한 남 전 장관의 평도 흥미롭다. 

 

"대통령의 말은 정말 중천금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모든 말을 참모가 숙고하여 써 준 '말씀 자료'에 의지해서 했다. 그래서 말씀 자료를 써 주던 참모가 이임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 바로 그 참모가 마지막으로 써 준 말씀 자료대로였다는 촌극까지 있었단다. 그렇다고 노태우 대통령을 그런 일로 하여 낮게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좀 심했다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입 때문에 나오는대로 말을 하여 실수를 일삼은 노무현 대통령이 문제가 아닌가."

 

'소용돌이'가 일상인 한국 정치에 지도자로서 대통령의 위상에 관한 남 전 장관의 서술이 특히 인상적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를 지향한다면 다원사회가 되어야 하고 대통령도 그런 다원사회의 여러 지도자들 가운데서의 여러 손가락 가운데 첫째 손가락으로 꼽는 지도자 정도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지지자 동원 정치를 우려했던 것이지만, 극렬한 '팬덤 정치'에 기울어진 지금의 야당이 새겨들을만한 제언도 담겨있다. 남 전 장관은 "운동 정치에서는 민중의 욕구를 도에 넘게 자극하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그 격앙된 욕구의 파도에 삼켜버려질 우려도 있게 된다"며 "민중의 욕구를 고양시키는 데도 절제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문자'로 시작하는 개혁보다는 '소문자'로 시작하는 많은 개혁들을 통해 민주화를 공고히 하고 민생을 보살피는 일"을 주문하며 "보수주의일지라도 그 상대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의회주의의 원리"라고 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무인 정권' 시대의 기록을 비롯해 책에 담긴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에 대한 인물평은 남 전 장관이 다양한 위치에서 그들과 겪은 인연을 소재로 엮어 정치 거목들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부산으로 선거구를 옮겨 낙선한 '바보 노무현'과 우연히 마주친 일을 떠올리며 "그 노무현과 대포 한잔 못 나누고 헤어진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고 한 회상에선 애잔함이 전해진다. 

 

보수정당에 몸담아 정치활동을 하면서도 '1980년 광주'를 '폭동'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하는 등 남 전 장관의 정치 역정에는 '체제 내 리버럴'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책 서문에서 그는 "당시의 시대 상식에 맞추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고 자평했다. 겸양일 텐데, 그런 장관, 그런 정치인이 절실한 요즘이다.

 

ⓒ민음사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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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1심 판결문이 '탄핵'한 검찰·언론의 '마녀사냥'

[분석] 3년 전 언론보도와 다른 판결문 속 사실관계들... 14개 혐의 중 13개 무죄

23.02.17 20:05l최종 업데이트 23.02.17 20:05l
ⓒ 봉주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활동 당시 기부금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1심에서 검찰이 제기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가 공개한 1심 판결문에는 3년 전 언론 지면을 뜨겁게 달궜던 '마녀사냥식' 보도와는 다른 사실관계들이 담겨있다.

당시 다수의 언론은 검찰의 수사내용 등을 인용해 "윤미향 의원이 기부금 1억 원을 200여 차례에 걸쳐 생활비로 사용했다"거나 "정부보조금을 빼돌려 정의기억연대를 사기로 운영했다"고 단정해 보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길원옥씨의 각종 기부 행위를 두고 "윤 의원이 치매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7900만 원을 기부받았다"고 하거나, "힘겨워한 할머니를 후원행사에 끌고 다녔다"고도 썼다. <조선일보>는 "윤미향이 대한민국을 기망했다"는 검찰 주장까지 기사 제목으로 올렸다.

하지만 1심 결과는 대부분 무죄.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문병찬, 배석판사 신철민·박준범)는 지난 10일, 검찰이 제기한 14개 혐의(사건별 구분)중 13개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횡령 혐의에 한해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1년~2020년 동안 1억37여만 원을 217회에 걸쳐 횡령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중 68회 1718여만 원만 횡령으로 인정했다. 윤 의원에겐 15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도덕적 비난이 가장 집중됐던 '준사기' 혐의에도 무죄가 선고됐다. <오마이뉴스>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판결문 속 주요 내용들을 살펴봤다.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사적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사적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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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기부] "길원옥, 재산 처분 의사능력이 없다 단정 못해" 검찰은 2017년 11월 길원옥씨가 여성인권상 상금 1억 원을 받은 직후 5000만 원을 정의기억재단에 후원한 것을 두고 "윤 의원과 손영미 소장(검찰 수사 중 사망)이 그의 치매를 이용해 상금 일부를 취득하기로 공모했다"고 밝혔다. 길씨가 2020년 1월까지 총 9회에 걸쳐 유관 단체에 기부한 7920만 원을 모두 윤 의원의 준사기로 봤다.


2017년 11월, 길씨는 1000만 원을 양자 A씨에게도 줬다. 그런데 이 돈의 출처도 여성인권상 상금 1억 원이었다. A씨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부턴 매월 60만 원씩을 길씨로부터 이체받고 있었다. 목사인 A씨는 서울 마포 쉼터에서 지내던 길씨를 방문할 때마다 선교비로 5만~10만 원씩을 받곤 했고, 2015년엔 배우자 수술비로 400만 원을, 2017년 5월에도 아들 아파트 구입 명목으로 200만 원을 받았다.

A씨가 길씨 양자로 입양된 시점은 2020년 6월이다.

재판부는 "길씨가 1000만 원 지급에 대해선 정상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5000만 원에 대해선 그렇지 못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입양은 수천만 원을 기부하는 재산상 법률행위만큼이나 중요한 사항인 점에 비춰 (2020년 6월) 이전의 각 기부행위도 길씨 의사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길씨가 치매 진단을 받은 건 사실이나 형법상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K-MMSE'라는 치매 진단 지표를 근거로 삼았으나 재판부는 "이는 치매진단을 위해 고안된 검사가 아니고 약 처방 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검사 정확성의 오류, 1년에 한 번씩 반복 검사하는 환자의 학습효과로 인한 오류 때문에 의사들은 이 점수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길씨의 의무기록사본과 길씨 상태가 보고된 정대협 회의록 등을 봐도 그의 증상만 적혀있을 뿐 치매 증상이 얼마나 더 심각해졌는지, 언제부터 중증에 접어들었는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검사 또한 이를 입증하지도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길씨가 2002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재일조선학교, 대북 지원, 전쟁 피해자 등의 문제에 활발히 연대해온 점 등을 종합해 길씨가 자기 의사에 따라 기부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결론냈다.
 
2020년 5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전 이사장 관련 부실 회계와 횡령 의혹 등에 대한 고발 관련 서울서부지검의 압수수색이 집행됐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물이 든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  2020년 5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전 이사장 관련 부실 회계와 횡령 의혹 등에 대한 고발 관련 서울서부지검의 압수수색이 집행됐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물이 든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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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쉼터 매입] 검찰 제출한 '4억 원 감정서'의 오류

검찰은 윤 의원이 '4억 원짜리 부동산(안성쉼터)을 7억5000만 원에 샀다'며 업무상 배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법정에 제출된 증거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봤다.

먼저 구입 당시 안성쉼터가 4억 원가량의 매물에 불과했다는 검찰의 감정평가서 증거에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수사단계에서 두 감정평가사로부터 의견서를 받았는데, 이들 평가사들은 이후 법정에서 해당 감정평가가 불충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증축된 면적 109.2㎡을 제외한 195.98㎡ 부분 면적의 건물만 감정했고, 고가로 보이는 조경수, 조경석, 연못 등의 토지정착물을 평가 대상에 포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가사들은 법정에서 "수목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의뢰하는 단계에서 검찰이 '그걸 빼고 납품하면 좋겠다' 하여 진행이 안됐다"거나 "보강하려고 했는데 검찰에서 시기적으로 딜레이된다고 해서 일단 제외하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안성쉼터 부지 매도자는 건축비부터 인허가대행비, 각종 공사비, 취득세, 상수도, 전기·가스 공사 등을 전부 셈해 건축에 총 7억7740만 원 정도가 소요됐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선 윤 의원 측이 비상식적인 거래를 하면서 중개자나 매도자와 금전적 비리를 저질렀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재판부는 중개자나 매도자 모두 "피고인들로부터 금품 이익이나 대가를 제공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서울 마포구 부지를 고집하던 정대협 측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가 서울 근교를 먼저 요청한 점, 정대협이 용인·안성 등 지역에서 20여 개 주택을 답사한 점, 매도자가 요구한 10억원을 7억5000만 원으로 감액해 거래한 점 등을 종합해 윤 의원 측에 배임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 고 김복동 할머니(92세)가 생전인 2018년 9월 3일 오전 종로구 외교통상부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화해치유재단 해산하라" 92세 김복동 할머니 1인 시위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 고 김복동 할머니(92세)가 생전인 2018년 9월 3일 오전 종로구 외교통상부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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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혐의] 법원은 왜 '5.8%'만 횡령으로 인정했나

재판부가 횡령으로 인정한 금액 1718만 원은 검찰이 기소한 횡령액 1억37여만 원의 5.8%가량이다. 나머지 94%는 어떻게 지출된 금액일까.

재판부는 나머지 8319만 원(149회)은 대부분 정대협 활동과 운영에 쓰였다고 봤다. 지출 명목이 적힌 일부 이체 내역을 보면 '○○ 할머니 선물', '○ 점심', '강화수련회' 등이 적혔다. 나머지 각종 식당이나 휴게소 등에서 결재된 체크카드 내역은 윤 의원이 법정에서 정대협 활동에 따른 지출임을 소명해 횡령 무죄가 인정됐다.

예로 '요가강사'에 지출된 내역도 정대협 활동가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매주 1회 요가교실을 진행하면서 지출된 강사비라는 점을 소명해 재판부에 받아들여졌다.

윤 의원은 횡령으로 인정된 1718만 원 대부분도 사무처 직원들 간식비, 회식비, 외장하드 구입비, 활동 경비 등에 지출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횡령이라고 봤다. 횡령액 중엔 사무실 주변을 배회하던 유기견을 동물병원 및 애견호텔에 맡긴 금액 24만 원도 포함돼있다.

횡령액 중 일부는 윤 의원이 실수로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인정하거나 지출 용도를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도 포함됐다. 정대협이 윤 의원의 출장비를 보전하는 과정에서 이중 보전된 사례도 8건 포함돼있다.

지난 16일 항소장을 제출한 검찰은 1심 판결이 "증거와 법리,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다툴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무죄로 판단된 각 지출 건들이 고의와 불법영득의사(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면서 그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처분하려는 의사)가 추단됐는데도 정대협 활동에 사용했을 가능성만으로 무죄가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모금] 시민사회장에 대한 검찰 이해 부족 꼬집은 재판부

2020년 논란 당시엔 윤미향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고 김복동씨의 장례비를 개인 계좌로 받은 사실 때문에 회계 비리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이 장례비를 '법에 정해진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한 후 관할 등록청에 등록해야 한다'는 기부금법상 기부금품으로 보고 윤 의원이 이 등록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법 적용은 사회운동가의 시민사회장 성격과 기부금품법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등록 절차에 통상 1~2주가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 "누군가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고 모집계획서 등을 작성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고, 기부금법의 모집 등록제도가 모집등록증이 발급되길 기다렸다가 장례식을 진행해야 한다거나 등록증 발급 이후부터 장례비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모든 시민사회장에 이를 일률 적용하게 되면 장례비 모집·사용의 적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민사회장에까지 형사처벌 영역을 확장해 그 문화를 위축시키고, 의미와 가치를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례비가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할 기부금은 맞으나, 시민사회장에 따른 장례비 모금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기에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시민사회장이란 "고인의 삶과 뜻, 그리고 죽음에 대한 추모를 넘어서 평소 그가 추구한 가치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를 사회에 표출하는 수단의 기능"이자 "단순한 장례식을 넘어 시민이 표현의 자유를 영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장례비 모금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긴급성 등을 모두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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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 출입 의혹’ 위병소 기록도 안 보고 “전혀 사실 아니”라고 한 국방부장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2/18 07:39
  • 수정일
    2023/02/18 07:3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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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8일부터 요구한 출입기록, 1년 지난 뒤에야 “당사자 동의 구하면 가능할지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2023.2.17. ⓒ뉴스1
“전혀 사실이 아니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 중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국방부 영내 서울사무소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봤다는 의혹’에 관해 묻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내놓은 답변이다. 이 장관은 지난 6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답변은 위병소 출입기록조차 확인하지 않고 내놓은 답변이었다.

 

 

 

의원 “누구로부터 들었냐?”
장관 “하나는 언론보도, 하나는 당사자 말”
의원 “그게 유일한 근거냐?”
장관 “그렇다”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송갑석 의원 ⓒMBC 유튜브 채널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이날 전체회의에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구갑)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답한 근거 등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특히 송 의원은, “당사자들이 그런 일 없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이 장관의 답변에 “누구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는 말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언론을 통해서 한 개는 알았고, 주임원사 문제는 (현)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의 입장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고, 당시 공관을 관리하던 원사의 입장은 현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게 유일한 근거냐”라는 송 의원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경호처에서도 그런 일 없다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앞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권력과 안보’라는 책을 통해 천공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책에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육군총장(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는데, 너무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라며 “총장 공관을 관리하는 모 부사관이 ‘최근 인수위 소속 ○○○과 천공이 (한남동) 총장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에 들렀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다만 부승찬 전 대변인이 방송이나 책에서 경호처장이 천공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갔다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언론에 “김용현 경호처장이 천공과 일면식도 없다고 했음에도 가짜뉴스를 반복해서 재생산하는 행위는 예외 없이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송 의원은 재차 “두 당사자가 그런 일 없다고 한 게 장관의 근거냐?”라고 물었고, 이 장관은 “그렇다”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장관은 누가 그런 일 없다고 말하면 다 믿느냐?”라며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전혀”라는 말까지 더해서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서울사무소를 외부에서 방문하려면 위병소를 거쳐야 하고, 위병소는 이를 기록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CCTV와 출입차량 자동인식시스템 등이 있으니 기록을 살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왜 기록을 국회에 제출하지도 않고 기록을 살피지도 않았냐고 지적한 것이다.

송 의원은 이어 공관·서울사무소 외부출입과 관련해 이곳을 지키는 부대가 지켜야 할 지침 및 예규를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근무지원단 예규 공관 출입통제 지침에 따르면, 공관 방문 계획은 사전출입 신청 및 승인된 경우에만 신원확인 후 조치할 수 있고 기타의 경우는 출입을 불허해야 한다. 또 국방청사 출입 관련 예규에 따르면, 방문자 인적 사항과 방문 목적을 사전에 입력한 경우 및 사전 공문 조치한 경우 출입을 승인할 수 있고 기타의 경우에는 출입을 불허해야 한다.

송 의원은 무속인 천공이 정말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는지 여부를 떠나,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면, 이 같은 지침과 예규에 맞게 군부대가 근무했는지 확인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뒤, ‘우리가 조사해봤더니 관련된 자료엔 그 기간에 이러이러한 사람들만 왔다 갔을 뿐 나머지는 왔다 가지 않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천공이 방문했는지 방문 안 했는지는 관심 없으니, 3월 20일 전후로 이 기록에 등재된 사람들 자료를 제출해 달라”라고 재차 촉구했다.

 

 

 

김병주 의원, 천공 출입 관련 자료 요구 기록 ⓒMBC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위병소 출입기록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지난해 3월 말부터 요구해온 것이다. 김병주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무속인 문제 관련해서 이런 제보를 많이 받아서 작년 3월 23일 하고 4월 8일 자료를 요구했다”며 지난해 3월 20일 국방부 CCTV 등 여러 자료를 요구한 기록을 보여줬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요구에, 당시 국방부 근무지원단은 “육군 참모총장 공관은 당시 관저 예정지역으로 선정되어 경호목적 상 출입현황에 대한 자료제출이나 설명이 제한됨을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또 국방부 운영지원과는 “육군 서울사무소는 당시 대통령실 예정지역으로 선정되어 경호 목적상 출입현황에 대한 자료제출이나 설명이 제한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국방부는 여러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CCTV 영상은) 보존기간이 30일이라서 보관하고 있지 않다”며 영상 기록 제출을 거부했고, 차량 및 사람 출입 기록에 대해서는 “경호처로 (관리가) 이관된 상태”라며 기록 제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소관이 바뀌기 이전까지의 기록은 국회에 제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이날 드러났다.

이날 오후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3월 20일 이후는 관리를 넘겼기 때문에 어렵고, 이전 국방부 출입기록은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은 협조될 것으로 보고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육군참모총장 공관은 본인과 무관한 사인의 정보도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그 과정을 거쳐서 답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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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 “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

‘강제동원 규탄 결의안’에 국회의원 88명 서명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2.16 23:56
  •  
  •  수정 2023.02.16 23:58
  •  
  •  댓글 0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이하 ‘강제동원 의원모임’)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이하 ‘강제동원 의원모임’)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늘 출범한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강제동원 피해자 분들의 입장이 반영된 올바른 해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의 힘을 모아 함께 싸워나가겠습니다.”

16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출범식을 가진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이하 ‘강제동원 의원모임’)의 대표를 맡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정의당, 무소속 의원 51명이 끝까지 피해자분들과 함께 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일본 눈치 보기에 급급한 무능한 정부에게 어떻게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 해법을 맡길 수 있겠느냐”며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이고 그리고 매국적인 반역사적인 강제 동원 해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양금덕 할머니, 김상희 대표의원, 김홍걸 무소속 의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상희 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양금덕 할머니, 김상희 대표의원, 김홍걸 무소속 의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미쓰비시 강제노동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식에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미쓰비시 강제노동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식에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회를 맡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출범 취지와 경과를 설명하면서 “오늘 출범식전 개최된 의원모임에서 의원모임의 운영진을 추인했다”며 “회의 결과 대표 의원은 4선의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간사위원은 무소속 김홍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선임되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대표의원 김상희, 간사의원 김홍걸, 강은미를 비롯해 강득구, 강민정, 고민정, 권인숙, 김경협, 김한정, 남인순, 도종환, 류호정, 박상희, 박정, 박주민, 박홍근, 배진교, 서삼석, 서영교, 송재호, 신영대, 심상정, 양경숙, 양기대, 양이원영, 양정속, 어기구, 우원식, 유기홍, 유정주, 윤관석, 윤미향, 윤영덕, 윤호중, 이개호, 이수진(비), 이요입ㄴ, 이용선, 이원욱, 이재정, 이탄희, 임종성, 전해철, 조오섭, 조정식, 최강욱, 최혜영, 한준호, 홍익표, 홍정민, 황운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양정숙 의원은 “오늘 출범식을 시작으로 향후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와 전범기업의 직접 배상이 포함된 올바른 강제동원 해법안이 나올 때까지 국회 내 초당적 협력은 물론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등과 연계하여 활동을 진행하겠다”며 오는 3.1절 오후 2시 서울시청광장에서 홍보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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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굴욕외교 규탄 및 일본 사죄와 전범기업의 직접 배상 이행 촉구 결의안’을 준비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까지 총 88인의 의원들이 뜻을 함께 모아주었다”며 “국회에서도 관련된 결의안을 모은 만큼 정부가 올바른 외교적 해법을 내놓을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모을 것이고 정부도 이것을 외면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일본 기업의 배상이 아닌 제3자변제 방식의 해법은 대한민국 최고 심급법원인 대법원의 2018년 판결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하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일본 기업의 배상”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 정부가 과거 식민지배 당시 이뤄진 자국 기업의 강제동원 인권유린에 대해 인정하고 일본 기업이 사과와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강제동원 의원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축사에 나서 “윤석열 정부는 대법원 판결마저 왜곡하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한일관계 개선은 오로지 진실과 정의 위에서 과거사를 해결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자들을 철저히 배제한 한일 정부간의 합의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일본 전범 기업의 사죄나 출연 없는 배상금 지급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 때의 과오를 기억하 바란다”고 경고하고 “국회가 나서서 강제동원 피해자 분들을 대변해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윤영덕 의원과 김홍걸 의원이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윤영덕 의원과 김홍걸 의원이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식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식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윤영덕 의원과 김홍걸 의원이 공동낭독한 출범선언문을 통해 “강제동원 의원모임 소속 51인은 정부안을 포함해 강제동원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어떠한 해법안도 수용할 수 없음을 천명하며,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전범기업의 직접적인 출연, 배상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피해자가 동의하는 올바른 강제동원 해법안이 마련되어,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이 회복될 수 있도록 피해자, 시민사회단체와 굳건히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공동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특별간담회를 진행했다.

출범식에 이어 양금덕 할머니 간담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 양금덕 할머니, 김상희 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출범식에 이어 양금덕 할머니 간담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 양금덕 할머니, 김상희 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는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와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이사장,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등이 발언했으며, 양금덕 할머니의 삶을 담은 영상 상영에 이어 양금덕 할머니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강제동원 의원모임에 △국회 차원의 강제동원 정부 해법안 철회 결의안을 내줄 것 △3.1절 104주년 행사 공동주최와 참가 △(가칭) 강제동원 관련 특별법 제정 등을 ‘공동행동’으로 제안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400여명이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와 인증샷 찍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6일 전국 각지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국회앞 1인 시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6일 전국 각지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국회앞 1인 시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6일 전국 각지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외교부앞 1인 시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6일 전국 각지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외교부앞 1인 시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편, 이날 오후 3시 외신기자클럽은 양금덕 할머니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강제동원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양금덕 할머니는 “사실 일본 미쓰비시 가서 고생한 거 생각하면 일본놈들 다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라며 “내가 사죄나 한 번 받고 죽으면 원이 없다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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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 록히드마틴 등에 제재 가한다…'풍선 갈등' 어디까지?

中, 록히드마틴.레이시온에 벌금·제재…포드·CATL 합작도 조사키로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3.02.17. 08:08:39 최종수정 2023.02.17. 09:02:10

 

미국과 중국간 '정찰풍선'을 둘러싼 갈등이 경제 영역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이 지난 4일 자국 영공에서 발견된 중국의 지름 60미터 크기의 거대한 풍선을 격추시킨 뒤 중국의 정찰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서자,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면서 '맞불 작전'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은 미국이 격추시킨 풍선이 정찰이나 감시용이 아니라 민간의 "기상 관측용"이라며 실수로 미국 영토에 들어간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또 지난 주말 미국과 캐나다 영공에서 발견된 비행물체들을 연이어 격추시켰는데, 결국 이는 중국의 '정찰풍선'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16일 미국의 대표적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을 '신뢰할 수 없는 실체(기업과 개인)' 명단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가 밝힌 제재 이유는 이들 업체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상무부는 두 기업에 대해 중국과 관련된 수출입 활동 조사, 중국 국내 신규 투자를 금지하며, 두 기업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하거나 근무하는 것 등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미 허가한 것은 취소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또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규정' 시행(2020년 9월19일) 이후 두 업체가 대만에 판매한 금액의 2배를 벌금으로 부과한다면서 향후 15일 안에 규정에 따라 납부하지 않으면 추가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로 관련 중국 기업들을 제재한 데 대한 '맞불' 성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베이징 난장 우주 기술, 차이나 일렉트로닉스 테크놀로지 그룹 등 중국의 정찰 풍선 개발과 관련된 5개 기업과 1개 연구소를 수출 통제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은 이같은 제재에 대해 "국제 고객에 대한 군사 판매에 대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그러한 거래에서 정부 정책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입장을 냈고, 레이시온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재가 두 회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번 제재에서 제트 엔진, 항법 장비 및 기타 부품 등 중국에도 수출하는 상업 부문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별개로 중국 당국은 최근 이뤄진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와 중국 배터리업체인 CATL간 합작 공장 신설과 관련해서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포드와 CATL은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35억 달러를 들여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국은 CATL의 배터리 핵심 기술이 미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거래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중국 고위 지도자들은 이번 거래와 관련해 추가적인 정밀 조사를 요청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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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방탄용 대표직 결말" 한겨레 "정치적 탄압 수단"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정부 첫 국방백서 ‘북한은 적’…경향 “말만 강하다고 안보 갖춰지지 않아”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 LG유플러스 사과·보상방안 밝혀…한겨레 “불안·불신 키운 LG”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4895억 원 배임’(대장동 사건), ‘133억 원 제3자 뇌물’(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 5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겨레는 1면 톱기사에서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헌정사 처음이라는 사실을 제목으로 뽑았다. 반면 조선일보는 “천문학적 개발이익 챙겨준 토착비리”라며 검찰이 판단하는 이 대표 혐의 내용을 제목에 올렸다. 

윤석열 정부 첫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6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해 북한 무인기 도발 등 지속적인 남북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가 적시됐으며,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 움직임이 강조되는 등 이번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호칭은 ‘국무위원장’을 빼고 ‘김정은’으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연설에서 윤 대통령을 ‘윤석열’로 표현하며 비난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가까운 이웃 국가’로 명시해 ‘가까운’이 추가됐다. 

LG유플러스가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모바일 가입자 모두의 유심을 무상 교체하기로 했다. 인터넷 서비스 장애로 영업에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겐 ‘피해지원센터를 개설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안과 불신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17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이재명 구속영장, 불체포특권 내려놓아야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6일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년 8월부터 대장동 사업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게 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 이익 1830억 원만 배당받게 해 올해 1월까지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진상·유동규씨 등 측근을 통해 대장동 민간 사업자에게 사업 관련 비밀을 알려줘 총 7886억 원의 이익을 챙기게 해준 혐의(이해충돌방지법)도 적용했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개발과 관련 2013년 11월 민간 사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2018년 1월까지 211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게 해준 혐의(부패방지법) 등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현역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불체포 특권’이 있다. 법원이 이 대표를 영장실질심사 법정으로 구인하는데 필요한 영장을 발부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은 이달 말로 예상된다. 이에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 제목을 <검찰, 이재명 영장…이젠 국회의 시간>으로 했다. 

이 대표가 영장 청구에 대해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라고 한 것을 두고 중앙일보는 사설 <초유의 야당 대표 구속영장…특권 내려놓고 진실 가려야>에서 “지지자들을 선동해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보이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그의 주장대로 결백하다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혐의를 반박하는 게 마땅하다. 앞서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조사에서 이 대표는 서면진술서만 제출하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불체포특권에 대해 “군사정권 시절 야당 의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장치인데 비리 혐의자가 ‘방탄 국회’에 숨어 체포를 면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라고 만든 건 아니다”라며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제라도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17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사설 <헌정사 첫 ‘방탄용 대표직’의 결말, 사상 첫 野 대표 구속영장>에서 이 대표가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에 대해 “누과 봐도 대장동 수사에 대처하는데 의원직을 갖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했고 이후 2개월 뒤 당대표에 출마한 것을 두고 “이런 ‘방탄 올인’이 없었다면 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장동 등 각종 불법 혐의는 민주당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런데도 당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모든 일을 방탄에만 연결시키는 지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여야 간, 심지어 야당 내부에서도 또 한 차례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이 대표 개인 불법 혐의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국가적 갈등과 낭비가 벌어져야 하나”라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권 ‘블랙홀’이 된 영장청구에 대해 여야가 지나치게 갈등에 몰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설에서 “무엇보다 구속영장 대상자가 야당 대표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정치적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밟아 나가되, 다른 현안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은 없도록 여야 모두 절제력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했다. 

▲ 17일자 한겨레 1면

 

국방백서 ‘북한은 적’ 6년 만에 부활

이번 정부 첫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명시한 가운데 일본에 대해서는 우호적 표현을 사용했다. 백서는 “양국은 가치를 공유하며 일본은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미래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가까운 이웃 국가”라고 했다. ‘가치공유’, ‘공동이익’, ‘가까운’ 등 긍정적 표현이 추가됐다. 

이에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수시로 깨고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한 점은 당연히 비판해야 하고 대비태세를 높이는 것도 당연하다”며 “그러나 ‘적’ 표현을 넣는다고 안보가 강화되고, 뺀다고 안보 불안과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북한은 우리에게 단순히 적이기만 하지 않는다”며 “대화의 상대이자, 평화통일의 대상”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며 “다른 나라의 국방백서들도 특정국에 대해 ‘지속적 위협’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을 쓰지 ‘적’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말만 강하게 한다고 안보 태세가 갖춰지는 게 아님을 당국은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 17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정반대 입장의 사설을 내놨다. 사설 <‘주적’ 명시한 국방백서, 퇴행적 안보관 다잡는 계기 삼아야>에서 “적 개념을 분명히 한 국방백서 발간이 느슨해진 군 기강을 다잡고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앞으로는 정권이 김정은의 심기를 살피고, 군이 정권의 ‘코드’를 맞추는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했다. 

한겨레, 불안·불신 키운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10일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전화 가입자 18만명의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이 외부에 유출됐다고 공개하고 사과했다. 개인정보를 빼돌렸다고 주장하는 해커가 텔레그램 채널 등에 이를 팔겠다고 공지한 뒤 일이다. 처음에는 피해규모가 18만명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29만명으로 수정했다. 또한 피해사고를 알리기 전에 해커와 접촉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 17일자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사설에서 “고객들은 회사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해주기 전까지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며 “허술한 보안과 어설픈 사고 대응 모두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G유플러스는 2020년에도 개인정보 취급 관련 대리점 관리 감독 소홀로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지난해 12월에도 개인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네트워크 폴더에 공유한 일로 과태료를 문 적이 있다”며 “이번 사고도 그런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한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또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가운데 유독 정보보호 투자액이 적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LG유플러스는 영역별 보안 전문가를 영입하고, 보안과 품질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연간 정보보호 투자액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000억 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사이버 안전 혁신안’을 발표했다. 계획은 아무리 거창해도 곧 잊힌다. 사고 재발을 막는 것만이 답”이라고 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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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고소·고발사주” 변호사도 놀란 경찰의 건설노조 ‘표적수사’

노조에 불리한 내용으로 진술서 미리 작성해 서명 강요, 억지로 피해사실 만들어 조사하기도

아파트 공사 현장 건설노동자들. (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민중의소리
지난해 12월 인천 영종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별안간 경찰이 찾아와 '노동조합이 불법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현장소장에게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뒤이어 광역수사대도 찾아오더니 현장소장을 붙잡아 놓고 수시간 동안 진술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

또 다른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고용 문제를 두고 노사 갈등이 없었던 곳이었지만 경찰이 찾아왔고, 사측 관계자에게 교섭 과정에 협박은 없었는지를 캐물었다. 그러고선 미리 작성해 온 진술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이런 일들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듯 보였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경찰이) 경북에 있는 현장에 대해 진술 좀 해달라고 해서 진술을 해주고 왔고, 경기지방경찰청도 와달라고 하더라"라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는 경찰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 과정 중 벌어진 일들이라고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주장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법률가단체는 16일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를 포함한 일부 사례를 공개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200일간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제시한 주요 단속 대상에는 건설사의 불법행위는 빠진 채, 노조 활동에 대한 내용만 나열돼 있다. 최근 단속 과정에서 건설노조 조합원을 구속하는 등 '성과'를 낸 경찰관들은 대거 특진했으며 윤희근 경찰청장은 충북 충주, 울산 등을 찾아 보란듯이 특진 임용장을 전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혐의를 덧씌우기 위한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건설노조의 지적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6일 공개한 서울, 인천 지역 경찰이 건설사 현장소장에게 배포한 고발양식. ⓒ민주노총 건설노조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전하며, "거의 고소, 고발사주 아니냐"고 꼬집었다. 권 변호사는 서울, 인천지역 경찰이 건설사 현장소장에게 배포했다는 고발 양식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문서에는 건설노조에 불리한 내용으로 진술을 유도하는, 상세하고 구체적인 예시가 적혀 있다. '민주노총 교섭위원이 노조원을 채용하지 않을 경우 어려운 길로 가게 될 것이라며 채용을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민주노총 노조원을 채용할 경우 일반팀 공사 진행 생산성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현장 운영에 있어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고 있고, 회사의 존립 여부가 걸려 있으므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등 사측 관계자가 진술할 법한 내용을 경찰이 대신 작성해 배포한 것이다. 여기에 "노조원들이 겁을 준 내용을 작성해 주시면 좋습니다"라는 친절한 주문도 덧붙였다. 이 양식에 맞춰 인적 사항과 숫자 몇 개만 고치면 '건설노조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진술서가 뚝딱 만들어진다.

권 변호사는 "이건 인적 사항만 찍어서 내라는 것"이라며 "채용 강요 등의 내용을 아예 예시문을 첨부해서, 이렇게 작성해 내라는 것인데 (이건) 거의 고소, 고발사주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건설현장 관행처럼 굳어진 '타워크레인 월례비' 수사의 경우, 월례비를 준 건설업체가 오히려 '피해를 본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 방향과 달리 월례비는 건설노조 협박에 의해 지급된 것이 아니라, 타워크레인 조정사와 건설업체의 자발적인 협의에 따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월례비가 공갈이 되려면 어떤 내용으로 건설업체를 협박한 것인지를 물어봐야 하는데, 3~4시간 조사하는 동안 그런 건 물어보지 않았다"며 "'월례비 관행이 잘못된 거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만 주구장창했다는데, 이건 수사기관이 할 일이 아니지 않나. 전방위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의 현재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이 같은 경찰 수사는 경찰의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으며,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 변호사는 "범죄 혐의를 포착하기 위한 정보 수집 활동은 최소한의 범위여야 한다"며 "그런데 경찰은 고소 사유에 준하는 수준으로 건설현장을 단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 민주노총-법률가단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2.16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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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경수, 2023 민주노총은? '정치총파업' 그리고

[연속 대담] 2023년 투쟁계획, 대표자에게 듣는다 (3)

-공안탄압, 왜 민주노총에 집중될까?

-7월 정치총파업의 상과 경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창당발기인 10만 명, 300억 총선 재원 마련

사진: 노동과 세계

갓 정기대의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을 찾았다. 대대 성과에 대해 양경수 위원장은 “7월 총파업과 모든 투쟁을 반윤석열 투쟁으로 집중시키자”를 결의한 것이라고 했다.

2023년 민주노총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요청에도 “반윤 투쟁이죠”라고 직답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 그리고 10년을 미뤄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단계를 개척하겠다는 포부와 청사진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대에서 3월 총파업 선포, 4월 정치방침 수립, 5월 총궐기, 6월 국민임단투, 7월 정치총파업을 예고했다. 바야흐로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제2의 촛불항쟁,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불길을 지핀 것이다.

사진: 노동과 세계

공안정국, 민주노총 탄압으로 진보의 싹을 자르고, 이재명 공격해 민주당 분열 시도.

Q. 공안탄압, 왜 민주노총에 집중될까?

▲ 양경수 : 민주당과 민주노총을 빼면 정권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그래서 이재명을 정점으로 민주당을 공격해 야당을 분열시키고, 민주노총을 탄압해 진보의 싹을 자르려는 것. 한국 사회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적할 힘을 가진 집단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겠나.

Q. 민주노총은 왜 윤석열 퇴진이 아니라 아직도 규탄, 심판에 머물러 있나?

▲ 양경수 : 우리도 시원하게 ‘퇴진 구호’ 걸고 나가면 속 편하다. 하지만 각개약진하면 각개격파되고 만다. 윤석열 정권이 지금 총선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여론의 향배가 중요하다. 그래서 반윤 투쟁을 최저임금, 청년 일자리, 난방비, 가계부채 등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적 요구에 맞추고 있다. 총파업 의제도 그렇게 잡았고, 2월과 3월 집중 교육을 통해 기세를 올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반윤 투쟁을 민중진영에서 시민사회로까지 확대하고, 윤석열 퇴진투쟁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갈 계획이다.

3월 총파업 선포, 4월 정치방침 수립, 5월 총궐기, 6월 국민임단투, 7월 정치총파업을 통해 윤석열 퇴진 투쟁의 시점과 경로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민주노총의 역할.

Q. 간부 파업이나 쟁의권이 확보된 임단협 시기 집중 투쟁을 정치총파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 양경수 : 정치총파업은 쟁의권을 확보했느냐 아니냐보다 의제의 정치성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은 궁극적으로는 반윤석열 투쟁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수위 높은 정치 총파업이 될 수밖에 없다. 쟁의권을 확보하고 진행하는 파업이라고 정치총파업이 아니라거나 전투력이 약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Q. 7월 정치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나?

▲ 양경수 : 윤석열 정권에 어느 정도의 타격을 가할 수 있느냐는 투쟁 방식과 규모의 문제이다. 정치총파업을 7월에 잡은 이유는 이즈음이면 단위노조가 임단협 쟁의권을 확보한 시기이므로 더 많은 조합원이 총파업 대오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작년부터 반윤 총파업을 준비해 왔고, 단위 노조 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쳐 그 시기를 7월로 맞춰왔다.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Q. 예년과 구별되는 2023년 7월 정치총파업의 상을 그려본다면?

▲ 양경수 : 하루 10만 명 모으는 것보다 2주간 총파업하는 것이 훨씬 센 투쟁이다. 2주간 파업 대오가 서울 시내에서 위력적인 가두 투쟁을 매일 이어간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도 총파업이 임단협에 매몰되지 않고 반윤석열 투쟁 전면화로 이어지고, 현장의 투쟁이 거리의 투쟁으로 바뀐다면 예년에 없던 규모와 방식의 투쟁이 될 것이다.

Q. 2015년 민중총궐기가 박근혜 퇴진 촛불로 이어진 것처럼 7월 정치총파업이 윤석열 퇴진투쟁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도 될까?

▲ 양경수 :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쓰러진 2015년 민중총궐기가 퇴진촛불로 이어진 것은 맞지만,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쌓이고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결과라고 봐야 더 정확한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7월과 11월 노동자대회, 12월 민중대회, 노조법 2,3조 개정투쟁, 대우조선 투쟁, 화물연대 투쟁 등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시간을 최대한 압축하기 위해 투쟁을 전개해왔다. 임기 초반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이런 사정의 반영이라고 본다. 2023년 민주노총은 3월 총파업 선포, 4월 정치방침 수립, 5월 총궐기, 6월 국민임단투, 7월 정치총파업을 거쳐 하반기 민중총궐기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윤석열 퇴진 투쟁의 시점과 경로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민주노총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노동과 세계

노동자 정치세력화, 창당발기인 10만 명으로 시작해 총선까지 300억 재원 마련할 터.

Q. 4월 임시대대에서 정치방침을 수립한다던데?

▲ 양경수 : 투쟁 앞두고 분열을 우려해 하반기로 연기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다수의 찬성으로 정치방침 결정을 위한 임시대대를 열기로 했다. 사실 올해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을 결정하지 못하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고, 총파업 투쟁도 무망해진다.

Q. 기존 진보정당들이 현존하는 조건에서 연대연합이든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든 쉽지 않은 과제일 텐데?

▲ 양경수 : 진보 정당이 분열한 이유는 민주노총 내부에 다양한 정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보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분열돼 있다는 소리다. 반대로 민주노총 내부가 정리가 되면 당이 정리 안 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민주노총당을 만들자는 이야기와 전체 진보정당이 단결하자는 이야기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Q. 내년 총선에서 민주노총은 10년만에 배타적 지지 정당을 가지게 되나?

▲ 양경수 : 진보대연합정당을 완성하든 민주노총당을 건설하든 내년에 단일한 정당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결심은 확고하다. 그렇다고 당장 민주노동당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현 조건에서 진보대연합정당을 통해서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이것을 하나의 기폭제로 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단계를 개척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대의원대회의 결정이라기 보다 조합원이 나의 당 우리의 당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전폭적으로 지지하는가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Q. 4월 임시대대 이후 노동자정치세력화 경로는 어떻게 되나?

▲ 양경수 : 대대에서 정치방침이 통과되면 중집 논의를 거쳐 10만 명 정도의 추진위원을 모을 생각이다. 이들 추진위원이 창당 발기인이 되어 10만 당원으로 출발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로 민주노총이 10만원 세액공제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해 올해 15만 내년 15만 해서 300억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새로 설립된 정당이 300억을 가지고 총선을 한다고 하는 건 우리 진보 정당 역사에 유례가 없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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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판 나토 향하는 한미일 군사 공조

최근 빈번한 미일, 한미 회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 미일, 한미 회담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과 일본은 외교·국방장관 회담(11일), 정상회담(13일)을 연이어 개최했다. 이후 1월 31일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2월 3일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상반기 개최 일정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한미일의 이런 연쇄적인 회담은 프놈펜 회담을 통해 합의된 한미일 군사동맹을 토대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아시아 정세 격화시키는 미일, 한미 연쇄 회담

1월 11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해병대를 2025년까지 연안작전부대로 재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측은 이 부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 이동 거리에 적합한 신속 기동부대라고 설명했다. 적의 세력권에 들어간 최전선의 도서 지역에 신속하게 투입돼 상대국 함정과 전투기 진출을 억제하고 바다를 장악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적의 세력권이란 북, 대만,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등을 의미한다.

이틀 뒤에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강조된 지역은 댜오위다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핵을 포함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일 안보 공약은 “센카쿠 열도에도 적용된다”고 특별히 덧붙였다.

댜오위다오는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사실상 미국은 댜오위다오 분쟁을 사주하고 있으며, 일본은 신냉전을 명분으로 군사 대국화로 나아가고 있다. 기시다는 14조 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를 구매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해 12월 일본은 적기지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 선언했는데, 반격 능력을 위한 공격용 무기를 구매하려는 것이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공통으로 강조된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이었다.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조속한 시일 안에 한미일 안보회의(DTT: Defense Trilateral Talks)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장관은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 등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 확대“를 언급했다. ‘중국과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가 필수라는 것이다.

한미일이 지향하는 것은 중국과 북의 위협을 명분으로 하는 한미일 군사 안보 체제 강화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내세워 중국, 북과의 충돌 위기를 고조시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 한다.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랜 노력

한미일 3국 안보 공조를 강조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래된 계획의 하나였다. 미국은 냉전이 해체된 직후 중국을 아시아에서 미국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도전국으로 상정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미국의 바람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한국과 일본 등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한 대결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국민의 동의를 받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한일 관계가 지속해 악화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군사 대국화, 보수화의 길을 선택한 일본에서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식민지 미화 발언, 역사 왜곡 발언, 독도 영토 발언 등으로 인해 좋아지던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과정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쿼드’를 들어봤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쿼드’ 가입 의사를 밝혀왔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미국의 바람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자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쿼드’였다.

쿼드의 전신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네 나라로 구성된 ‘4자 안보대화’이다. 2007년에 시작된 ‘4자 안보대화’는 초기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기지화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자 ‘4자 안보대화’는 다시 재활성화되기 시작했다. ‘4자 안보대화’는 2020년 쿼드(QUAD)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으며,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 동맹체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쿼드에 참여하는 4개국으로 먼저 출발하는 게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미국의 구상을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는 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3개국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을 제시하면서 쿼드를 모태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구상은 바이든 정부에게로 이어졌고, 바이든 정부는 쿼드를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시켰다. 2021년 3월과 2022년 5월 쿼드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2022년 신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쿼드는 무력해졌다. 중국의 위협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쿼드에 참여했던 인도가 미국의 대러 정책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브릭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모색했다. 그 결과 쿼드를 모태로 하여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결합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구상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신냉전기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새로운 시도

지난 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초청’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미국이 초청한 나라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였다. 따라서 지난 해 나토 정상회의는 더 엄밀히 표현하면 ‘나토+4 정상회의’였던 셈이다. 미국은 쿼드 대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를 선택하는 것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8월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여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고조되었다. 또한 한반도에서 전략자산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여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모두 아시아판 나토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미국의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판 나토에 대만을 끌어들여겠다는 계산이다.

신냉전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한일 관계, 특히 한국의 대일 정책이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서 미국과 일본의 의견은 오래전부터 일치되어 왔다. 문제는 한국 정부였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한중 관계, 남북 관계를 고려하여 한미일 안보 협력에 소극적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일 안보 협력이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박근혜 정부 말기 한일 지소미아 협정이 타결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추진되고, 2019년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면서 한미일 안보 공조는 다시 정체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걸림돌이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해 5월 이후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신냉전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었다.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 선봉장을 자임하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시종일관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윤석열 정부는 쿼드 가입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쿼드’라는 카드가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뒷북 치기였던 셈이다. 출범 11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의 신냉전 전략의 돌격대가 되었다. 그 결과 신냉전 국제질서가 확립되었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지향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 구축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에서 관건이 되는 장애는 한일 관계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자 변제라는 굴욕적인 해법을 내세우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처리하려는 것도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것이다.

미국의 나토 확장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을 제공한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미국의 동맹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 최근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미국의 기획에 의해 폭파되었다는 사실이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에 의해 확인되었다. 미국이 가는 곳에 공작이 있고 파괴가 있다.

미국은 이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남중국해-말레이시아를 잇는 중국의 방어선)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배치도 타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해 말 반격 능력 보유 선언 이후 토마호크 미사일을 미국에서 도입할 계획이다. 한일 관계만 해결되면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장애물은 제거되는 셈이다.

최근 빈번한 미일, 한미 회담은 상반기 한미 정상회담으로 결속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다. 아시아 전쟁의 도화선이 될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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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1야당 이재명 대표에 구속영장 청구···헌정사상 처음

이혜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다. 검찰이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검사 엄희준·강백신)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사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적용했다. 성남시 관련 정책의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협약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면서 공사가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배당받았고, 그 대신 민간사업자들이 4895억원의 이익을 얻어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성남시 내부 비밀을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려 이들이 7886억원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적용했다.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서는 성남시 내부 비밀을 이용해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되게 하는 등 민간사업자들이 211억원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구 부패방지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 소유의 부지 매각, 각종 인허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 등 4개 기업이 성남FC에 총 133억5000만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이다. 검찰은 성남FC가 네이버로부터 뇌물을 받는 것임에도 기부를 받는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넣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적용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검찰에 세 차례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지난달 28일과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헌법에 의해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청구서를 접수하면 영장 담당 판사는 체포동의 요구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고, 윤 대통령 결재를 받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보고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에 들어간다.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입장을 내고 “지방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의 불법 정경유착을 통해 본래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부동산 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가지도록 만든 지역토착비리”라며 “극히 중대한 사안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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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 시대의 尹정부, 주요 선진국과 거꾸로 간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2/16 10:40
  • 수정일
    2023/02/16 10: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창비 주간 논평] 인간 중심의 규제와 헌법적 가치 보장되는 규율 필요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3.02.16. 06:09:18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의 경기회복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2021년 초반부터 시중에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하반기 이후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5% 이상으로 치솟기 시작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2022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다른 선진국 역시 동시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였고 전세계적인 경기둔화를 피할 수 없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작년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전쟁과 미국의 대중국 무역압박 그리고 중국경제의 저성장이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연료와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비용상승과 공급망 제약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까지 가중되었다. 긴축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2분기 8%대에서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적정 수준을 상회하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 작년 말까지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올라 고금리-고물가의 여건은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 재확산과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중국경제는 작년 2.7%(세계은행 2023년 1월 추계)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과 미중 간 정치경제적 갈등 고조 역시 향후 세계 경제의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2년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첨단산업에 있어 중국의 기술발전을 억제하고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건을 목표로 하는 산업‧무역 정책의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조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자유무역의 후퇴와 미국 및 우방국 중심의 새로운 무역질서의 재편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2023년 세계 경제는 팬데믹 위기, 고물가-고금리와 금융 불안정, 전쟁과 초강대국의 패권 전략이 만드는 정치경제적 긴장과 불확실성 등이 가중된 복합위기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1월 발표를 통해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1.7%로, 특히 선진국 진영의 경제성장률을 0.5%로 매우 낮게 전망하였다. 이는 1990년대 이후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과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세계 무역성장률은 1.6%로 경제성장률보다 그 하락폭이 더 크고, 특히 중국을 비롯한 개발 중 국가의 경기회복은 더뎌서 팬데믹 이전의 추세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복합위기에 대비한 주요 선진국들의 위기대응 정책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에 취약한 부문 및 계층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원과 보조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위기 속에서 이득을 보는 부문에 대해서는 지원을 줄이거나 과세를 강화하여 정부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를 강화하는 중장기적 정책도 위기대응 및 회복 전략의 일환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과 복합위기 속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의 폐해를 인식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이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날로 빈번해지는 기후재난의 위험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역시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에너지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고통을 공평하게 분담하여 사회계층, 산업부문 및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선제적 정책과 중재자로서의 역할 역시 긴요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선진국의 위기대응 노력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에너지전환과 기술안보를 위한 산업정책과 이를 지원하는 중장기적 계획, 사회복지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 그리고 이런 지출 재원의 확충을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겨냥한 증세 방안 등으로 구성되었다. 금리인상과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도, 위기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 지출과 부자증세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EU와 일본 역시 이와 큰 틀에서 일치하는 포용적 경제정책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다.

 

작년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바이든 정부와 정반대의 위기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대규모 부자감세안이 발표되자 정부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금융시장에 확산되었고 국채가격 급락, 금리 급등, 파운드화 가치 폭락 등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결국 취임 45일 만에 트러스 총리는 사임하고, 새로 수립된 리시 수낙 내각의 전면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영국경제는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낙 총리의 정책은 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제에서 부자증세를 통해 정부 수입을 확대하고, 가계 및 공공서비스 지원 등 사회복지를 강화하며, 영국의 미래 번영을 위한 선도적 투자계획을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작년 5월 임기가 시작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영국경제를 위기에 이르게 했던 트러스 총리의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감세와 기업규제 완화 그리고 시장의 자율 및 작은 정부의 추구가 핵심을 이룬다.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민간부문의 역할을 확대하며, 정부의 직접적인 재분배보다는 경제성장과 낙수효과에 의존하여 소득분배의 개선을 추구하는 등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골자로 한다. 건전재정 기조와 재정준칙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이에 반하여 법인세 인하,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종부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추구하고 있다. 전력, 가스,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있는 공공부문의 자산을 매각하고 공공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민간사업자의 진출과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그 분야는 보건의료, 교육, 언론, 공공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 전반에까지 미친다.

 

새 정부의 정책은 앞서 살펴보았던 다른 선진국들의 포용적 경제정책과 상반되고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최근 전력과 가스 가격의 급격한 인상에 의해 야기된 서민생활의 불안정은 정부 정책 기조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에너지 요금인상과 그에 따른 가계부담의 문제가 예견되었지만 정부는 작년 내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복합위기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에게 상이한 충격을 준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경기침체 속에서 협상력이 약한 영세 중소기업과 그 종업원,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등 취약부문의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는 심각한 고충이 전가되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은행, 민간가스 및 발전사업자 등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건 속에서 오히려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불평등한 경기침체의 충격을 고르게 재분배할 정책들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나라의 위기는 국가 간 경쟁과 추격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의 복합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위기대응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은 과감하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 강자의 불공정한 지대추구와 착취를 엄중히 견제하고 약자를 포용하는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미분양주택을 고가로 매입하거나 규제완화로 건설회사와 자산가들의 배만 불리는데 몰두할 때가 아니다. 공공요금 인상의 충격을 대기업과 강자들에게 전가하여 서민생활의 안정을 지키면서도 에너지소비 저감을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에너지·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는 중장기적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도 없을 것이다. 대전환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정부의 노동개혁은 개악으로 가고 있다. 고질적인 노동 양극화의 원인이 기업과 자본 중심의 정책 그리고 '자율'이 만드는 약육강식의 질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이 정글이 되지 않도록 인간 중심의 규제와 헌법적 가치가 보장되는 규율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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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판결에 "세상에 이런 판사" 격노한 신문은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3.02.16 08:00
  •  
  •  수정 2023.02.16 09:47
  •  
  •  댓글 3
  •  

[아침 신문 솎아보기] 공공요금 동결 방침, 방향 맞으나 실효성 의문 제기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필요성 인정하고 무죄 선고한 법원

경향 “실체적 정의 중시” vs 조선 “판결, 놀라울 따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긴급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도로·철도·우편요금을 상반기에 동결하기로 했다. 신문들은 이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대부분 1면으로 보도했다. 급격하게 오른 공공요금에 정부가 개입하는 방향 자체는 옳으나 실효성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5일 일명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주도적으로 해당 안건을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노란봉투법 논의는 2013년 쌍용차노조가 회사와 경찰에 47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 후 촉발, 시민 4만7547명이 노란봉투에 돈을 담아 지원한 것이 법 개정 요구로 이어졌다. 이후 재계 반발로 폐기됐으나 다시 입법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의미에 대해 짚고 조속한 입법을 주문하는 신문도 있었으나 재계의 반발을 전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한 신문도 있었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행위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언론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실체적 정의’를 중시한 판결이라는 입장과 목적만 정당하면 불법이어도 괜찮냐는 반응으로 나뉜다.

▲16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1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공공요금 인상 늦추고 에너지 지원 늘린다>

국민일보 <尹 “공공요금 억제…금융·통신 과점 깨야”>

동아일보 <이공계 ‘블랙홀’된 의대>

서울신문 <尹 “공공요금 동결”…금융·통신 전방위 압박>

세계일보 <‘고통분담 외면’ 금융·통신 과점 깬다>

조선일보 <제조업 취업마저 감소 공공요금은 긴급 동결>

중앙일보 <물가 잡으려 ‘3대 민생요금’ 조절 택했다>

한겨레 <공분산 은행·통신 ‘과점체제’ 손본다>

한국일보 <“서민 고통 분담을” 은행·통신 꼬집은 윤 대통령>

공공요금 동결 방침, 방향 맞으나 실효성 의문 제기

정부가 15일 민생물가대응방안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비상한 각오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난방비 급등에 문제에 대해서도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에 한시적으로 요금 분할 납부를 허용하기로 했다. 대중교통금액 소득공제도 늘리고 서울시는 4월로 예정했던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통신업체들은 3월 한 달간 대량의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은행권은 서민금융상품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16일 국민일보 1면.

신문들은 이 이슈를 다루면서 정부가 고물가 시대에 서민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은 맞지만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다.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취약계층에게 난방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눈에 띄는데, 수혜자는 19만가구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그 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례적으로 생중계까지 해 가며 내놓은 회의 결과가 얼마나 서민들의 삶을 보듬어 줄지는 의문이 든다”며 “윤 대통령은 이어 은행·통신사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이들 기관의 참여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기업 자율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를 풀어놓은 것이 다름 아닌 윤석열 정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뤄놨지만 그사이 경제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한국전력 적자가 지난해만 30조원인데 전기·가스 요금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국 도시철도의 누적 적자가 24조원이다.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로는 민생을 구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삼모사식 미봉책으로는 서민들을 살릴 수 없고 물가도 잡을 수 없다”며 “재정 건전성과 감세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16일 경향신문 2면.

한겨레도 사설에서 “당장 고물가·고금리에 신음하고 있는 서민층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며 “시장 경쟁이 활성화돼야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만큼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적실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 경쟁 촉진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현실성은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기관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잠깐의 혜택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더 정교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뒤늦은 공공요금 인상 속도 조절... 정밀한 정책 필요>에서 “에너지, 교통 등 요금을 올려야 할 필요는 분명 있다. 가스비만 해도 대외적 요인으로 원가가 급상승해 언제까지나 가스공사 적자를 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인상의 여파에 대해선 정부가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고물가가 서민 고통과 소비 위축,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을 인식한다면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좀 더 정밀하게 대책을 세우고 세수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16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역시 사설 <“은행·통신 과점 해소”… ‘시장경쟁 촉진’ 방향은 맞다>에서 “은행과 통신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는 사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한번 진입하면 쉽게 퇴출되지도 않는다”며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은행, 통신사들이 저렴하고 더 나은 서비스의 제공을 자발적으로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해당 산업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참가자를 육성해 경쟁을 유발하는 게 맞는 해법”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공공요금 동결 불가피하지만 文정부 닮진 말아야>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에서 서울신문은 “서민 고통을 덜고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려면 공공요금 동결은 불가피하다. 물론 마냥 찍어 누를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랬다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 등 인상 요인이 계속 쌓이는데도 문 정부는 전기·가스요금을 묶었다. 그 ‘폭탄’이 지금 윤 정부에서 터지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16일 서울신문 사설.

노란봉투법 소위 처리에 갈라진 반응

파업 노동자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이 법안 처리에 그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로만 봤던 사용자를 간접고용·특수고용·하청 노동자를 지휘하는 원청까지 넓힌 것이고, 파업을 탄압·봉쇄하기 위해 사측이 노조에 안겨온 ‘손배폭탄’을 제한했다는 의미를 짚은 신문도 있지만 국민의힘이나 재계가 법안을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꺼내들었다.

▲16일 경향신문 2면.

동아일보는 5면 기사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예컨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현대차를 상대로 파업도 할 수 있고, 울산공장 생산라인도 멈추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며 “단체교섭의 경우에도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돌아가면서 파업도 벌일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16일 동아일보 5면.

반면 경향신문 사설은 “노동자를 과도하게 옥죄어 온 손배소와 불법파업 딱지를 제한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이 첫발을 뗀 셈”이라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촉발된 파업에서마저 남용된 손배소에 첫 제동장치를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불법쟁의가 늘어 재산권·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경향신문 사설은 “국회와 정부는 입법과 시행령을 통해 노동자의 폭력·파괴 행위나 사측 부당노동행위를 억제할 수 있도록 더 조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사설 <찬반 팽팽 ‘노란봉투법’ 野 강행, 이제라도 치열한 논의를>에서 “노동 관련 법과 제도를 국내 근로현장과 국제규범에 맞게 현실화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법안에 대해 여당은 논의조차 거부하고 야당은 강행 처리로 맞서면서 사회 중대 사안에 대한 국회 합의기능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거세다”며 “재계 주장처럼 파업이 일상화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국회는 물론 노사가 함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16일 경향신문 사설.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필요성 인정하고 무죄 선고한 법원

경향 “실체적 정의 중시” vs 조선 “판결, 놀라울 따름”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행위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15일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1심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검사의 공소사실 중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 기재해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든 혐의는 유죄 판결하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우선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했다고 보고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할 당시 사실상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했고 정식 입건만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에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불법 출금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별도 기소된 이성윤 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16일 중앙일보 12면.

경향신문 사설은 “절차적 흠결보다 실체적 정의를 중시한 판결로 평가한다”며 “김 전 차관은 ‘별장 성접대’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 2013년 ‘별장 동영상’ 파문 직후 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가 없었다면 김 전 차관은 단죄됐을 것. 10년 동안 이어지며 국민을 공분케 한 부조리는 모두 검찰의 원죄 탓이다.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무죄받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검찰 수사 과도했다>라는 사설에서 “ 이번 판결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음이 확인된 셈”이라며 “물론 이 검사가 절차적 흠결을 남긴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이들을 중범죄자라도 되는 양 떠들썩하게 수사했던 것은 검찰의 과잉 수사였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 사설은 “최초 수사의 결과도, 재수사의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 전 차관을 부당하게 봐준 검찰이 처벌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출금한 검찰도 받으나 마나 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며 “모든 과정이 꼬여버렸고 그 처음과 끝에는 검찰이 있다. 김 전 차관 사건 처리 과정은 검찰 역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 중 하나로 기록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목적 정당하면 불법도 무죄” 세상에 이런 판사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목적만 정당하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뜻인데 이러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나. 어떻게 판사가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법원이 이성윤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사들이 압력을 받았다고 하는 데도 압력 행사를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스스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조선일보 사설.

서울신문도 <김학의 출국 금지, 위법하다면서 ‘무죄’라니>라는 사설에서 “아무리 긴급 상황이라고는 하나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게 명확한 마당에 법원이 지나치게 느슨한 잣대로 면죄부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과거 대부분의 권한 남용 사례들이 적법절차를 어긴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국민과 권력자들에게 합법 절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주지는 않을까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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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측위-해외측위, ‘2023 신년모임’ 개최

정전 70년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와 평화를 향한 집중행동 결의

  • 기자명 최은아 통신원 
  •  
  •  입력 2023.02.15 16:56
  •  
  •  댓글 0
 

최은아 통신원 / 6.15남측위원회 사무처장

 

간토 대학살 100주기 진상규명과 추모활동에도 힘을 쏟기로

2023년 새해를 맞아 지난 2월 9일, 6.15남측위원회와 6.15해외측위원회는 온라인 회의 방식으로 ‘2023 신년모임’을 가졌다.

이번 신년모임은 새로이 선출된 6.15남측위원회 10기 상임대표단과 6.15해외측위원회 의장단이 새해 인사를 나누고, 2023년 남측-해외측의 주요 공동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결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6.15남측위원회는 1월 18일 총회를 개최,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를 신임 상임대표의장으로 선임하고 올해 사업방향을 확정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6.15남측위원회는 1월 18일 총회를 개최,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를 신임 상임대표의장으로 선임하고 올해 사업방향을 확정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이번 신년 모임에 남측위에서는 10기 총회를 통해 선출된 이홍정 신임 상임대표의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을 비롯한 상임대표단과 노동본부, 청년학생본부 등 부문 대표들을 비롯하여 6.15남측위 상임집행위원들이 함께 하였다.

해외측위에서는 위원장인 손형근 일본지역위원회 의장을 비롯한 일본지역위원회 부위원장단, 미국위원회 신임 김수복 대표의장, 유럽위원회 선경석 상임대표, 대양주위원회 김광일 위원장, 중남미위원회 정갑환 위원장 등이 참석하였고, 해외측위,일본위,미국위,유럽위 사무국 성원들이 함께 하였다.

6.15남측위원회 이홍정 신임 상임대표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중 간의 패권 경쟁 속에서 세계적으로 신냉전 대결이 강화되고 있으며, 한반도의 전쟁위기 또한 고조되고 있다면서 엄혹한 상황일수록 자주적 평화공조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서 남측과 해외측 위원회에 주어진 과제가 크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정전 70년을 맞는 올해 평화 행동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는 길을 만들어 나갈수 있도록 각계대표들을 섬기며 낮은 자세로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평화의 주권자로서 우리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자는 의지를 가지고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해 함께 전진해나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4주년 기념행사에서 손형근 6.15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이 영상으로 연대사를 전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4주년 기념행사에서 손형근 6.15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이 영상으로 연대사를 전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6.15해외측위원회 손형근 위원장은 먼저 남측위원회 새 상임대표의장 선출과 10기의 출발을 축하하면서, 남측위 상임대표들의 활동과 사업에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유례없이 심각해진 미국과 남측 정부의 대북적대정책, 일본의 군국주의정책에 의하여 전쟁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남측의 민주세력들이 무차별적인 공안탄압을 받고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아울러 정전 70년을 맞는 올해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비롯한 적대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한 연대연합투쟁을 대중적으로 펼치자는 데 공감을 표하는 한편, 특히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년과 관련한 운동을 함께 벌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모임에 참가한 남측과 해외측 대표들은 올해 안팎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남북해외의 단결된 힘으로 전쟁위기를 막고 평화의 새 시대를 함께 열자는 결심을 나누었다.

신년모임에서는 2023년 몇 가지 중심적인 공동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우선, 3.1절 104주년에 즈음하여,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과 일본정부의 군사대국화를 규탄하며 한미일군사동맹을 반대하는 공동행동을 남측과 해외측이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정전 70년을 맞아 각계각층 민족역량을 총결집하여 전쟁종식 평화실현을 위한 집중행동을 펼기로 하면서, 3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연습 반대 활동을 비롯하여, 7.27 시기까지 남측의 시군구 200곳, 해외 주요 100개 도시 등 《전세계 300곳 평화행동》을 광범위하게 펼치기로 하였다.

또한 해외측과 남측의 지속적인 연대를 강화하고 오월 정신을 평화,통일로 발전시키는 방향아래 《오월에서 통일로》 민족평화포럼을 개최하자는 남측의 제안에 협력하기로 하였다.

올해 100주기를 맞이하는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문제와 관련하여, 진상규명 활동과 추모행사 등을 각계와 함께 규모 있게 개최되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일본에서 진행되는 100주기 추도식에 남측도 적극 참여하기로 하였다.

또한 4.27, 6.15, 9.19, 10.4 등을 계기로 남북해외 온겨레가 공동선언 실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여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예년보다 더욱 적극적인 공동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올해, 각 위원회의 활동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다짐과 함께, 남북해외 3자의 만남을 기약하면서 모임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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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만 따질 수 없는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핵심 쟁점은?

 등록 :2023-02-15 05:00

수정 :2023-02-15 09:14

 

손지민 기자 사진

“노인교통복지 사회적 효과 커” VS “기준 연령 높여 지하철 손실 메워야”
지하철역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지하철역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머지않아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되고 ‘백세 시대'가 될 터인데, 이대로 미래 세대에게 버거운 부담을 지게 할 수 없습니다.”(오세훈 서울시장)

 

“백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합니다.”(홍준표 대구시장)

 


두 광역자치단체장이 연초부터 ‘노인 연령 기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수년간 누적된 지하철 운송기관 적자 문제가 노인 무임승차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지하철의 적자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만은 아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없지만 비슷하게 적자에 시달리는 버스업계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개편하면 적자를 일부라도 보전할 수 있는 점, 고령화로 인해 사회구조가 달라졌다는 점 등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노인 무임승차는 해묵은 논란이다. 13년 전인 2010년에도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가 “지하철이 적자인데 왜 65살 이상이라고 무조건 표를 공짜로 줘야 하느냐”며 노인 무임승차를 ‘과잉 복지’로 규정해 대한노인회의 반발을 사 결국 사과한 바 있다.

 

이번엔 달라질까. 이미 홍준표 시장은 무임승차 연령을 65살에서 70살로 올렸다. 대구는 도시철도 무상 이용 기준을 65살에서 내년부터 2028년까지 해마다 한살씩 높인다. 대신 버스도 무상 이용 대상에 포함한 뒤 올해 75살로 시작해 해마다 한살씩 낮춰 2028년 도시철도와 동일하게 70살 이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겨레>는 적절한 노인 연령 기준, 바람직한 노인 교통 복지 등 앞으로 확장될 논의에 앞서 쟁점을 짚어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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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불려나온 이유는

 

 

노인 무임승차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하철공사 적자 보전 문제에서 출발했다. 인구도 많고, 지하철 노선도 많은 서울시에서 운을 띄웠다. 서울 지하철 대부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영업손실이 크게 늘었다. 철도통계연보를 보면 2017~2019년 해마다 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1조902억원, 2021년 9385억원의 손실을 냈다. 2021년 결산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는 약 17조원이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은 전체 이용객 10명 중 1명꼴이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2021년 2311억원, 2020년 2161억원, 2019년 3049억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구조를 일부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연구원의 2021년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관련 보고서를 보면 노인 연령을 현행 65살에서 70살로 올릴 경우 연간 무임승차 손실 비용의 25~34%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2020년 전국 노인실태조사와 지난해 서울 노인실태조사에서 65살 이상 노인이 생각하는 노년이 시작되는 연령이 각각 평균 70.5살, 72.6살로 집계됐다는 점도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노인 무임승차 제도 문제를 단순히 서울교통공사의 손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임승차는 노인 교통 복지이며, 이를 통해 얻는 사회적 편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4년 펴낸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 연구보고서는 노인 무임승차의 편익을 3136억~3361억원(2012년 기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무임승차 제도가 노인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한 덕에 경제활동을 통한 의료비 절감(230억원), 기초생활급여 예산 절감(908억원), 관광산업 활성화(131억원), 극단적 선택 감소(617억원), 우울증 감소(322억원), 교통사고 감소(1152억원) 등의 편익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서울연구원은 이를 202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650억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 노인은 빈곤율이 높아 무임승차는 노인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건강하게 활동하다 보면 건강보험비도 줄고, 노인 우울증도 감소한다. 노인들이 돌아다니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도 “지하철 운영 재정적자의 근본 원인은 적정한 수송원가에 비해 낮은 운임을 징수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지,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로 인한 손실이 원인이 아니”라고 짚었다.

 

 

어떻게 비용을 분배할 것인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70살 이상의 노인에게 요금을 50% 할인해준 데서 출발했다. 1년 뒤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인 연령은 65살로 낮아지고, 1984년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요금을 전액 면제하는 시행령이 만들어졌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노인 무임 수송은 대통령 지시에 의해 도입됐으며,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모든 국민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국가 사무”라고 주장한다. 국가가 시작한 복지에 대한 비용을 지자체와 시민이 부담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의 역할은 빠져 있다는 게 서울시의 시각이다.

 

중앙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에서 운영하는 지하철은 서울시의 지자체 사무이므로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며 “균형이나 형평성 차원에서도 중앙정부가 빚을 내 가장 재정 상태가 좋은 지자체를 지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시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나, 대도시에만 있는 지하철을 위해 국비를 투입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논리다.

 

지하철 운송기관 적자와 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풀어갈 방안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신성일 서울연구원 공간교통연구실 연구위원은 노인도 명목적으로 교통 요금을 부담하되, 노인 교통비 지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에서 노인들에게 교통비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재원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며 “소득수준, 대중교통 의존도 등을 고려해 다각적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정욱 한국교통대 철도경영물류학과 교수는 “지방 공기업의 적자가 크다고 해서 국가가 보전해주는 것은 방만 경영 등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모든 교통 복지를 아우르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하게 지하철만 경로 무임승차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동 복지’에 대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동 복지에 대해 일정 비율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근거를 만들면, 지하철에만 주는 특혜가 아니라 시내버스 이용자 등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봤다. 그러면서 “노인 연령 상향은 정년, 연금 등 전 사회에 적용되기 때문에 교통 분야 논리만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 근본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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