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을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궤변을 내놓았다.
정 위원장은 8일 페이스북에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민주당의 탄핵 추진 목적은 단 하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방탄”이라며 “민주당은 오늘 이재명 방탄을 위해 75년 헌정사에 이상민 장관 탄핵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의회주의를 포기했다”고 썼다. “이상민 장관이 무슨 법을 위반했냐”고 오히려 반문하기도 했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참여한 정당은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등 다른 야당도 있다. 또한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 장관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이 과반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의 고위직 누구도 무고한 국민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데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관리 책무가 있는 행안부 수장에 대한 탄핵 절차는 어찌 보면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의 국가적 책임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이재명 대표 방탄 목적이라는 주장을 펴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 이는 참사 책임론과 관련한 본질을 흐리는 효과도 낳는다.
정 위원장은 오히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오로지 기승전 이재명 방탄이다. 이재명 사법 처리에 쏠리는 국민의 관심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탄핵이든 뭐든 때리고 보자는 막가파식 정치 공세”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지키고자 이태원 참사를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오늘 민주당이 무너뜨린 헌정 질서는 헌법재판소가 바로 세울 것이다. 모든 것이 사필귀정 될 때 민주당은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총 투표 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통과돼 헌법재판소로 넘겨졌다.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소추로, 이 장관은 헌재의 탄핵 심판 때까지 직무 정지된다. 대통령실은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이 이슈를 모두 1면에 다루고, 헌법재판소에서 이 탄핵안이 기각될지 아닐지 등을 예측하는 기사를 내놨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헌법재판소에서 이 탄핵안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에 주요 9개 종합일간지 모두 사설을 냈는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탄핵소추안 가결이 마땅하다는 논조를 보인 반면 조선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소추안을 주도했고 대표의 비리 수사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국면 전환용’이라는 사설을 냈다.
대장동 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화천대유 직원이던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받은 거액의 퇴직금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신문들은 이번 판결에 법원이 너무 소극적으로 법리를 적용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9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헌정 첫 장관 탄핵소추, 이태원 참사 ‘책임’ 물었다>
국민일보 <이상민 탄핵안 가결 헌정사 첫 장관 탄핵>
동아일보 <野, 초유의 ‘장관 탄핵’ 대통령실 ‘의회 독재’>
서울신문 <이상민 탄핵안 가결…대통령실 “의회주의 포기”>
세계일보 <초유의 장관 탄핵소추…이상민 직무정지>
조선일보 <불붙은 AI세계대전…MS,구글,바이두 참전>
중앙일보 <헌정사 첫 장관 탄핵안 가결>
한겨레 <국무위원 첫 탄핵소추…이상민 직무정지>
한국일보 <대지의 신도 끊을 수 없었던 ‘생명줄’>
조선·동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가능성 높다는 예측 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이 가결됐다. 탄핵 사유는 재난 안전 주무 장관으로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무위원인 장관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75년 헌정사 처음이다. 행안부는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관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주요 종합일간지는 모두 해당 이슈를 1면으로 다뤘다. 1면에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황을 전하고 정치면 등에서 향후 탄핵심판 절차나 헌법재판소에서의 결론을 예상하는 기사를 실었다.
▲9일 경향신문 1면.
국민일보 2면 기사는 “법조계에서는 이 장관에게 파면할 만한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있느냐가 탄핵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며 “헌재는 기존 탄핵심판에서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소추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국무위원에게 요구되는 성실의무를 달리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4면 기사는 “결국 이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대응에 있어 파면될 정도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는지가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법조계 인사 상당수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9일 동아일보 4면.
조선일보도 3면 기사에서 법조계에서는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헌정 사상 헌재에서 유일하게 탄핵이 인용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실무를 맡았던 국회 측 대리인단 역시 ‘민주당 탄핵안에 견강부회가 많아 헌재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억지라는 것”이라며 “탄핵을 하려면 헌법과 법률을 어떻게 위반했는지 근거가 있어야 한다”이라고 전했다.
▲9일 조선일보 3면.
조선 사설 “국면 전환용” 한겨레 “‘방탄 프레임’ 멈춰야”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다뤘는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탄핵소추안 가결의 방향이 맞다는 논조의 사설을 내놨고 특히 한겨레는 여권 등에서 탄핵소추안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 비리 수사의 관심 돌리기용’으로 보는 프레임을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여권의 논리와 같이 이재명 대표가 탄핵소추안을 이끌었다며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설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헌법적 책무를 지닌 국무위원이 한낮에 159명의 시민이 숨졌는데 주무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탄핵은 정치공세가 아니라 시민의 뜻을 반영한 야당 정치권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장관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이날 탄핵은 늦은 감이 있다”며 “이런 사람이 장관직을 유지하도록 놔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신문 사설은 “헌정 사상 초유의 장관 탄핵이 나온 데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며 “재난·안전 주무장관이 시민이 안전하게 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만큼 이 장관을 헌재 심판대에 세우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고 전했다.
▲9일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 역시 사설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는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이 장관 본인이 자초한 결과”라며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의 국회 해임건의안을 거부했고, 국민의힘은 이 장관 파면을 요구한 국정조사특위 결과보고서 채택 표결에 불참하는 등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겨레 사설은 “여권에선 이번 탄핵소추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탄용이라고 공격하지만,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 장관 탄핵과 이 대표 수사는 아무런 논리적·실체적 연관성이 없는 별개 사안”, “이번 탄핵소추는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공동 발의했고, 이들 의석 합계를 넘는 찬성표로 가결됐다”고 전했다. 이어 “여권이야말로 민의를 무시한 ‘이상민 방탄용’ 프레임 짜기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9일 한겨레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위법 없는데 억지 장관 탄핵, 민주당 오점으로 헌정사 남을 것>에서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윤석열 정권의 비상식,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라며 탄핵을 주도했고, 대통령 사과도 요구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탄핵은 장관이 직무 집행 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할 수 있다. 경찰 수사에서 이 장관의 직무상 위법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서 행안부 장관이 져야 할 책임이 있다면 법적 책임이 아닌 정치적, 도의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 사설은 “명확한 위법 사실이 나온 게 없는데도 탄핵을 억지로 밀어붙인 것은 이 장관을 때려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고 이 대표 비리 수사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이번 탄핵도 대장동과 쌍방울, 성남FC 비리와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가 임박한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으로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헌정사 최초의 장관 탄핵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이날의 국회 표결은 두고두고 민주당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야당과 장관이 초래한 헌정사 오점>에서 “헌법이 규정한 탄핵소추는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전제다. 야 3당이 탄핵소추안에서 주장한 대로 이 장관이 탄핵당할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이론이 컸다”며 “당 지도부는 표 단속까지 하며 탄핵을 밀어붙였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맞서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탄핵소추에 조금이라도 개입됐다면 야당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또 탄핵 기각 시의 책임도 당연히 져야 한다”고 썼다.
다만 중앙일보 사설은 “반면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엔 여권의 책임도 있다. 이번 참사에선 거듭된 경고에도 국가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고위층 그 누구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에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소추안 의결이 헌정사의 오점이라면 그건 야당과 이 장관 본인이 함께 만든 참사”라고 마무리했다.
▲9일 중앙일보 사설.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與 책임회피-野 무리수가 부른 초유의 장관 탄핵안 가결>이다. 이 사설은 “행안부 장관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떠나 민심 수습 차원에서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국무위원 탄핵은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률적 책임을 묻고 따지는 절차”라며 이 장관이 정무적 책임을 지고 물어났어야 맞지만, 탄핵은 법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일보의 경우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설을 내놨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은 국회 다수 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힘자랑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외면한 윤석열 정부의 오기가 빚은 정치적 참사”라고 전했다.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에 “법원, 너무 소극적 법리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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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공통적으로 판결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은 그가 받은 금액에 대해 “연령, 경력, 직급과 담당 업무, 성과급 액수의 결정 절차 등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돈이 곽 전 의원에 대한 대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권력을 이용해 사업을 도왔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다.
▲9일 동아일보 12면.
▲9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法理 따랐다지만 “50억 뇌물 아니다” 판결, 누가 납득하겠나>에서 “이 판결에 대해선 법원이 너무 소극적으로 법리를 적용했다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곽 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 6년 정도 근무하고 31세이던 2021년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을 받았다. 누가 봐도 과한 액수”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논리라면 이해 관계자가 권력자 자녀를 취업시켜 금품을 제공해도 구체적인 청탁이나 알선 행위가 없으면 법으로 단죄할 길이 없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혐의 입증을 위해 증거를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용두사미가 된 곽상도 1심 무죄, 국민이 납득할까> 사설 역시 “핵심 혐의(뇌물·알선수재)가 무죄로 나온 것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며 “반 공직자는 대가성이 없어도 5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된다. 이런 상황에서 50억원의 거금을 아들이 수수한 국회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보통의 상식과 정서에는 어긋난다”고 전했다.
한겨레 <곽상도 ‘대장동 뇌물’ 무죄, ‘50억 클럽’ 면죄부 안 된다> 사설에서도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일반 국민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액수의 돈을 받았는데도 처벌할 수 없다니 허탈할 따름”이라며 “녹취록 외에 뇌물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검찰의 책임이 크다. 수사와 공소 유지에 미진한 점이 없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2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서울, 부산 등 전국 5곳의 매장에 낙동강하구 철새 관련 포스터를 비치한 것을 놓고,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환경보호에 책임이 있는 지자체의 모습이 기업보다 못하다는 쓴소리부터 내놨다.
그는 "낙동강하구에서 난개발이 이어지고 있다"며 "인구는 줄어드는데 필요하지 않는 교량을 계속 짓는다면 앞으로 큰고니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박 위원장의 걱정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조사한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결과에서 실제 현실이 돼 가고 있다.
2006년 1월 기준 6만6000여 마리에 달했던 조류 개체 수는 2021년 같은 달 4만7000여 마리로 줄어들었다. 전국 조사대상지역 중에 발견되는 조류 개체 종수는 낙동강하구가 가장 많지만, 그래프로 보면 감소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은 줄고 있고, 도시화된 지역에 서식하는 새는 증가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곳에 철새 서식지를 관통하는 대저대교 추진을 강행하면서 찬반 논쟁을 불렀다.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교통량 해소를 이유로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하며 올해 착공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파타고니아가 낙동강하구 교량 건설 반대 활동 지원에 나섰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본 쉬나드 회장의 4조 원 규모 회사 지분 전액 기부로 관심을 모았던 파타고니아가 낙동강하구 교량 문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기사 : 집 나간 백조를 찾습니다... 한국 환경문제에 18억 쓴 미국 회사 https://omn.kr/22mx4)
파타고니아의 환경문제 지원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 FOR THE PLANET' 기금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지속해서 국내 환경 사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사회적인 쟁점이 됐던 낙동강 녹조 검사도 파타고니아의 재정 지원이 뒤따랐다.
지난 3일 박 위원장에게 파타고니아의 지원을 둘러싼 뒷이야기,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 등을 들어봤다. 그는 행정이 부산엑스포의 부제인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실현하려면 낙동강하구 보호를 위해 당장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고등학교 생물교사 출신으로 20년 이상 낙동강하구의 철새 지킴이, 환경운동가로 살아왔다. 현재는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외에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절반 줄어든 철새... "이러다 큰고니도 못 볼지 모른다"
▲ 철새서식지 훼손 등 생태계 파괴 논란이 불거지자 협약과 공동조사를 거쳐 나온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대저대교 대안노선. 그러나 부산시가 대안노선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과 서울 파타고니아 매장 5곳에 배포돼 있다. 일단 500부를 만들었고, 100부를 파타고니아의 협조로 비치했다. 나머지는 불교환경연대 등 여러 단체에 보내거나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부산 시내에도 부착할 계획 중이다. 포스터 제작은 6개월 정도 걸렸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서 11월 정도에 결과가 나왔다."
- 이런 포스터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 낙동강하구에서는 난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가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낙대교를 건설하려는 건 시민들을 속이는 일이다. 교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교통량도 사실은 줄고 있는데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리가 왜 필요할까?
그러나 시민들에게 제대로 사실을 알리지 않고 20년도 더 된 도시계획으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 지역을 훼손하는 교량건설을 밀어붙이려 한다. 그래서 포스터를 만들었다. 정확한 실태를 전하고, 시민의 서명 등 여론을 통해 난개발을 막아보려 한다."
- 낙동강하구는 어떤 곳인가?
"낙동강하구는 우리나라의 갯벌을 대표하는 곳이면서 최고의 자연유산 중 하나다. 썩어도 준치라고 지금 다소 망가졌지만, 아직 많은 철새들이 아직 머물고 있다. 한국 대표 갯벌이라고 하면 순천만 갯벌로 알고 있지 않나? 그런데 낙동강하구는 지금 남아 있는 면적만 하더라도 순천만의 3배, 우포늪의 10배에 달한다. 이런 면적이 확보돼 있다 보니 찾아오는 철새의 종류와 숫자가 가장 많다.
그렇지만 대저나 엄궁, 장낙대교 등 여러 교량이 서식지의 한 가운데로 관통을 하려 한다. 이게 만들어지면 그 기능이 핵심적으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난개발은 치명적이다. 이번 포스터와 우리의 활동 이유도 그 때문이다."
- 멸종위기종인 큰고니(백조)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었나?
"대표적 철새 중 하나인데 최대 4천여 마리, 평균적으로 3천여 마리가 찾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최근 관측했을 때 1400여 마리 정도, 즉 천 마리대로 확 떨어졌다. 절반인 셈이다. 최근 6년 중에 5년 동안 평균 천 마리에 불과한 고니가 낙동강하구를 찾았다. 과거와 다른 상황이 굳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여름 대표 새 쇠제비갈매기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등재된 새인데, 그동안 3천여 마리가 찾아와 번식했다. 그러나 을숙도대교가 생기고 4대강 사업하면서 2010년 이후에 절반으로 줄었다가 그 뒤에 더 감소해 이제는 완전히 0이 됐다. 천연기념물 큰고니 말고 고니도 있는데, 이 새도 현재 오지 않는다. 거의 사라졌다. 여기에 개발이 추가되면 낙동강하구 겨울 대표 철새인 큰고니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부산시, 파타고니아 반도 못 따라가고 있다"
▲ "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 모습. 지구 살리기에 진심인 이 기업이 최근 낙동강하구 철새서식지, 교량 건설 문제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파타고니아 쪽에서 먼저 말을 했고, 절차를 밟아 기금 지원에 선정됐다. 이것 말고도 파타고니아는 2년 전 한겨울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 촉구' 농성장에 방한복을 후원하도 했다. 이번 포스터 제작 등 낙동강하구 보존 지원 금액을 지난해보다 더 늘린다고 한다. 올해는 그 규모를 2배 정도 확대하기로 했다."
- 파타고니아가 낙동강하구의 보존이나 생물다양성에 관심을 두는 부분을 어떻게 보나?
"환경에 진심이라는, 모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전체 매출의 1%를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업의 이익이 경영주나 가족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항구적인 자연을 위해 쓰도록 명시했다. 눈 앞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 사회, 난개발과 기후악당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 분명히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 일각에선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호구역 해제 주장도 나온다.
"이게 얼마나 시대를 못 읽고 역행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자연을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바다(10%)와 육지(17%)의 기존 보호구역을 최소 30%나 늘려 지정하자고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여기엔 우리나라도 회원국이다. 각 나라가 보호구역을 증가시키는데 '해제하자'? 안타까운 일이다."
- 지자체나 정부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도 이렇게 나서서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을 도모하는데 정부나 시는 일부의 이익을 중심으로 개발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 코로나19나 기후재난도 모두 자연 파괴에서 왔다. 부산시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30 부산엑스포의 부제로)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파타고니아의 반도 지금 못 따라가고 있다. 계속 개발주의에 젖어 난개발과 토목사업을 강행하려 한다. 정말 부산시가 얘기하는 엑스포의 주제, 도시 슬로건(그린스마트 도시)이 이루어지려면 실제 그런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야 한다. 낙동강하구의 자연파괴를 중단하는 등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2022년 2월경 인천 소재 아파트를 판 70대 매도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분은 서울과 인천에 아파트 2채를 가진 소득이 없는 고령자였다. 종합부동산세가 큰 부담이 되어, 할 수 없이 인천의 아파트를 팔았다고 했다. 20평대 아파트의 매도금액은 5억8000만 원이었다. 신혼부부가 자기자본 1억3000만 원에 4억50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이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 시세는 그로부터 불과 1년만인 지금 3억 원대로 하락했다. 신혼부부는 매수원금 중 자기자본을 모두 잠식한 것도 모자라 대출금보다 더 낮아진 가격의 빈껍데기 아파트의 대출이자를 내느라 고통 속에 살고 있을 것이다.
아파트를 별로 팔고 싶지 않았던 70대 매도자는 종부세라는 정부 정책 덕택으로 최고 가격에 아파트를 팔수 있었고, 신혼부부 주택 구입 자금 대출과 같은 내 집 마련 정책 덕분에 주택 가격 대비 70%를 넘는 금액의 대출을 받았던 20대 신혼부부는 가장 높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입하게 됐다.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억제할 목적으로 종부세를 강화하였으나, 역설적으로 70대 다주택자는 뜻하지 않은 혜택을 입었다. 반면 실수요자 청년,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도와주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청년층은 큰 손해를 입었다. 이전 정부가 자산가들 눈치만 보다가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버린 상태에서 뒷북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주변의 청년들 중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 또는 주택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높아 보증금 반환에 상당한 곤란을 겪겠구나 싶은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부동산 가격과 전세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결국 임차인인 청년, 서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그런데 전세 사기 피해자, 피해 예정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피해규모와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만들어 피해 상담을 해주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지기 어려운 미봉책에 불과하다.
피해자 수와 피해규모 등의 피해 현황은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조직적인 전세사기 일당이 개입된 사기인지, 단순한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른 역전세 또는 깡통전세인지를 확인하기 모호하고, 다주택 소유가 불법이 아닌 상황에서 임대인이 소유한 주택의 수를 기준으로 전세 사기 여부를 판별하기도 어렵다. 전세 사기 단속이 강화되자 전세 사기 조직은 신용불량자나 노숙자 등의 명의를 이용하여 수백, 수천 채가 아닌 1, 2채만 소유하게 해 단속을 피하는 등 이미 변종 수법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임차인을 위한 주거 지원 정책이었던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제도는 오히려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을 폭등시킨 기반이 되고, 전세사기꾼들이 활개 치게 만든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세 사기 대책에서 전세 사기꾼들의 자금줄이 되었던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제도, 민간임대사업자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경기 연착륙 명분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고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을 쉽게 하는 민간임대사업자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전세 사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가 대출 및 세금, 보증제도 등을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가 시장에 유입되기 용이하게 만든 반면, 다주택자에게 이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그 책임과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도록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은 쏙 빠지고, 일부 전세사기조직을 검거하고 처벌하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언제나 한 발 늦는 부동산 대책
앞선 주택 매매 이야기와 전세 사기 이야기는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같은 원인을 안고 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 정부와 국민의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주거 지원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아파트 판매장려) 정책을 경기 부양의 목적으로 활용하였다. 투기수요를 유발하고, 투기심리를 쫒아가는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은 건설 산업을 활성화하고 건설 경기를 부양했을지 몰라도 가계부채 폭탄이라는 재앙을 남겼다. 그 사이 청년, 서민들은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임차인이 되기 위해 큰 빚을 떠안게 되었다. 저금리 대출제도는 청년, 서민들을 위한 주거지원정책으로 포장되었으나 사실상 투기 지원 정책이었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한 저금리 시기,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 급등기였던 2021년 1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응답자들은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정책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36.0%)’, ‘전세자금 대출지원(23.9%)’,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0.9%)’, ‘월세보조금 지원(9.8%)’ 순으로 응답하였다. 60%에 달하는 국민이 투기 수요를 지원하거나 유발하여 부동산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대출 지원 정책을 꼭 필요한 주거 지원 정책으로 꼽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은 투기심리가 확산하면 투기수요 유입을 용이하게 만드는 정책이 주거 지원 정책으로 둔갑했다.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 폭등은 바로 숱한 평범한 사람들이 소득수준에 걸맞지 않게 큰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구입하고, 전세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은 착시효과를 불러왔고 일시적으로 자산소유자들에게 자산가격 상승의 달콤한 행복을 주었다. 그러나 미 연준 발 단기간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미분양 증가문제의 원인은 높은 분양가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31일 2022년 12월 주택통계를 발표하였다. 국토부는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의 전체 미분양 주택을 총 6만8107호로 집계하였고, 이는 전월 5만8027호 대비 17.4% 증가한 수치다. 2022년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 5만8027호는 전월 4만7217호 대비 22.9% 증가했다. 최근 두 달간 전월대비 미분양 물량 증가율만 보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평균적인 미분양 물량은 6만호 전후였다.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 급등기인 2020년 1월 이후의 평균적인 미분양물량 1만호에서 2만호 수준이 오히려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아파트 가격 급등시기에 미분양 물량이 적었던 이유는 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지불능력이 부족한 투기수요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의 비정상적인 급등과 함께 분양가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일한 분양가 통제 수단이었던 분양가상한제는 온갖 틈새로 인하여 시행이 미루어지고, 예외 규정이 적용되었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의 실질 효과를 무력화하는 각종 규정들이 덧대어졌다.
서울 미분양 아파트의 대표적 단지인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021년 2월 6.4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으나, 당첨자들의 잇단 계약 포기로 절반의 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후 분양가 할인, 관리비 대납 등의 조건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지속되고 있다. 칸타빌수유팰리스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후분양 아파트였다.
칸타빌수유팰리스의 미분양 원인은 단연 높은 분양가이다. 주택의 품질이나 주거여건 대비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미분양 증가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법은 분양가를 낮추어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에서 가격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15% 할인에도 팔리지 않는 이 미분양아파트를 LH공사에서 매입임대주택 활용 목적으로 분양가보다 겨우 12% 낮은 금액으로 매입했다. 이러니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초기부터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경제를 중시하고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지양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미분양문제의 해결 방법은 미분양 주택을 직접 정부에서 매입하라는 것이었다(2023.1.03. 신년업무보고). 이는 민간 중심 경제, 공공기관의 방만운영 억제, 재정준칙 법제화, 균형재정 등의 새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주택공급 확대의 목표는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주택 가격을 높이 유지한 상태에서 대출을 확대하여 가계부채로 전가하기 위함이 아니다. 시장 환경이 바뀌면 그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면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시장원리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미분양주택을 매입함으로써 높은 부동산 가격과 고분양가를 유지한다면, 이는 시장원리에 역행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조치와 함께 순차적으로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의 빗장을 풀고 있다. 분양권 전매 허용, 실 거주 의무 폐지, 조정대상구역 해제, 분양가상한제 폐지,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더해 종부세 등의 세금 감면, 공시가격 현실화 후퇴, 대출 규제완화 등의 정책을 속속 발표했다. 모든 정책이 부동산 투기 수요자들을 다시 불러 모아 분양대기물량을 소화하고,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부동산 가격 또는 분양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부양하기 위함이다.
최근 3개월간의 미분양 주택 수는 6만여호로 부동산가격 안정기인 2012년에서 2019년 사이 평균적인 미분양 주택 수 6만여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당시는 기존 자산 소유자들의 의무와 부담을 강화하는 정책이 선제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한참 뒤늦게, 그것도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허술하게 시행되어 부작용이 발생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자산 소유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불평등을 강화하는데 기여하는 정책을 전면적이고도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의 규제 정책은 시장에 후행하여 뒷북으로 일관하며 시행된 것과 대조적으로 부동산 시장 하락기인 최근의 정책은 아직 가시적인 위기가 도래하지도 않았는데도, 선제적으로 국민혈세를 투입하여 다주택자를 보호하고, 건설사와 금융회사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정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은
부동산발 연쇄 도산 공포를 키우고, 이를 핑계로 선제적 대응 운운하면서 미분양 주택을 공공자금으로 사들이고,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해 소득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다시금 부채폭탄을 떠넘기고, 다주택자들의 손을 빌려 주택가격을 부양하는 것이 과연 서민을 위한 정책일까.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고, 당장 벌어질 눈앞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땜질식의 근시안적인 규제 완화 정책에 골몰한다손 쳐도 고물가, 고금리에 세계적인 긴축이 이어지는 투자환경에서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지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교통요금 등 국민 모두에게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이 급등하는 등 심각한 고물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방향과 반대로 정부가 정책금리를 이용해 억지로 시장 금리인상을 억제하고, 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편다면 더 높은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서 돈을 풀면서 치솟는 물가를 잡을 수는 없는 법이다.
가장 확실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은 시장원리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낮아지도록 놔두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수요자들의 소득이 감당할만한 수준까지 충분히 낮아지면 가격 접근성이 높아지고,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재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수요자들의 소득대비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가격의 급등과 급락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하면서 극복하는 것이 민간주도 시장경제주의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다운 모습이 아닌가.
아울러 이 시기 정부의 역할은 급격한 시장 상황의 변동으로 인하여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 지금은 유동성 파티가 끝난 후의 난장판을 질서 있게 정리 정돈하고, 쓸모 있는 물건과 정리해야 할 물건을 잘 분류하고, 차분히 미래를 준비해야할 때다.
▲정부가 미분양주택 문제 대응을 위해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이는 결국 고분양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꼴이 된다. 지난 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조정흔 감정평가사
부동산은 투자 대상,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이자 기반입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계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 부동산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집중 단속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향후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기획을 통해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건설노조의 이른바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A씨는 타워크레인 임대사와 월 380만원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와 별도로 매달 600만원의 월례비를 건설사에 요구했으나, 건설사가 월례비를 주지 않자 타워크레인 속도를 늦추는 태업을 해 공사기간을 지연시켰다.’
건설 시공사이자 원청으로 불리는 종합건설사들이 모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지난 6일 개최한 ‘건설노조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건설업계 총궐기대회’에서 주장한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의 사례 중 하나다. 하청으로 불리는 전문건설업체들이 모인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달 말 타워크레인 조종사 월례비를 이번 기회에 척결하겠다며 민·형사상 강경 대응을 결의한 데 대해 종합건설사들도 뜻을 함께 한 것이다.
정부도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월례비 지급을 요구하는 것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월례비’ 문제는 원청의 책임 회피와 모순된 고용구조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악마화하고 사법적 처리를 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타워크레인 월례비 문제는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원청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으면서도 근로계약은 원청이 아닌 임대사와 맺는 모순된 고용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인데,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기는커녕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표적 삼아 탄압만 하고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김상수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3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건설단체장들과 함께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3.1.18 ⓒ뉴스1
기이한 고용구조에서 탄생한 타워크레인 월례비
고층 아파트 공사 현장을 가면 우뚝 솟아 있는 철구조물을 볼 수 있다. 바로 기중기라고 불리는 타워크레인이다.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 설치하는 데에만 수개월이 걸릴 정도로 가장 거대한 건설기계다. 그만큼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로도 꼽힌다. 건설은 자재를 변형해 구조물로 바꾸는 작업인데, 타워크레인은 그 자재를 인양하고 작업 장소에 가져다주는 장비다. ‘모든 작업은 타워크레인에서 시작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그래서 타워크레인 설치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과 같은 종합건설사가 책임을 지고 있다. 원래 타워크레인 조종사도 이런 종합건설사에 소속돼 있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종합건설사들이 적자를 핑계로 타워크레인 담당 부서를 없애면서 조종사들도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게 됐다. 종합건설사들은 타워크레인을 팔아넘겼고, 그 결과 타워크레인을 빌려주는 임대사가 건설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이후 종합건설사들은 공사를 할 때마다 임대사로부터 타워크레인을 빌려 사용하게 됐다. 원청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얼마에 타워크레인을 빌려 달라’는 계약을 임대사와 맺는 것이다. 하지만 타워크레인은 자동 기계가 아니다. 타워크레인을 빌려서 건설현장에 설치만 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타워크레인 꼭대기에는 운전석이 하나 있는데, 바로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자리다. 원청은 타워크레인만 빌려오는 게 아니라 조종사까지 함께 ‘빌려’ 온다. 불법 파견의 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그렇게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타워크레인 임대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건설현장에 투입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타워크레인 월례비란 원청으로부터 도급을 받아 건설현장에 투입된 여러 전문건설업체(하청업체)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관행적으로 지급하는 일종의 수고비다. 보통 매월 지급되기 때문에 ‘월례비’라고 불리는데, 노조는 이를 ‘성과금’이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현재 정부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월례비 지급을 하청업체에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를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부정 상납금’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대한건설협회 등 민간 건설분야 협회 12곳을 상대로 진행한 건설현장 불법 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 파악된 사례 2,070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7%가 ‘타워크레인 조종사 월례비 지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월례비 지급 강요 관행을 확실히 근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하청업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건설업계 주장대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받은 월례비는 강요와 협박의 결과였을까? 노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하청업체의 요구였다는 것이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받아온 월례비의 성격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연장근로수당, 급행료, 위험작업비다.
타워크레인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이기 때문에 출근 전후 1시간씩 총 2시간의 반강제적인 연장근로가 요구된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고용한 임대사는 연장근로를 하든 말든 ‘임대료’는 동일하니 현장의 필요에 의해서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추가 수당은 모르는 척하기 일쑤다. 그래서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연장근로로 인해 수혜를 입는 하청업체들이 그에 따른 수당을 지급해왔는데, 그게 월례비에 포함돼 있던 것이다.
또한 모든 작업은 타워크레인의 자재 인양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타워크레인의 작업 순서에 따라 현장에 있는 여러 하청업체의 작업능률도 결정된다. 그래서 어느 업체의 것을 먼저 인양하느냐를 두고 업체들 간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종의 ‘급행료’ 형식의 금품이 타워크레인 조종사와 하청업체 사이에 오가게 됐고, 이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 바로 월례비다.
안전규정에 위배되는 작업을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시키기 위해 제공되는 금품도 월례비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건설현장에서 타설시 콘크리트 거푸집을 해체하려면 최소 양생기간 3~5일 이후 철거해야 하나,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타워크레인을 동원해 외벽 갱폼을 2일만에 해체하는 식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건설노조가 이런 월례비 관행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관행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민주노총 건설노조로 조직되기 전부터 시작돼 3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조직적으로 월례비를 요구하고 받아온 게 아니라는 의미다.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과다한 월례비’를 요구하고 건설사가 그에 응하지 않으면 공사를 방해했다는 게 건설사들의 주장인데, 실제 현장에선 건설사가 ‘무리한’ 작업을 요구하고,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그 대가로 월례비를 받는 상황이라는 게 건설노조의 주장이다.
결국은 건설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했다는 것인데, 그 배경에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 대한 불안정한 고용과 임금 구조가 있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있기 전에는 타워크레인 임대사들이 조종사에게 임금을 거의 주지 않고 ‘알아서 현장에서 돈을 벌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건설노조 초대 위원장이었던 백석근 건설노조 지도위원은 “타워크레인 노조가 있기 전부터 있었던 관행”이라며 “노조가 있기 전에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임금은 ‘쥐꼬리’만 했다. 원청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나마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함께 하게 되면서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적은 임금이라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민호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위원장은 “2000년도에 노조를 설립해서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10월에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와 한성종합건기가 맺은 ‘임금 및 단체협약’에는 기본급, 교통비, 상여금 등 ‘업계최저 임금’이 적시돼 있다.
하지만 월례비 관행은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임금을 받으면서 추가로 월례비도 받는 격이다. 그러나 개별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일이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차원에서도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건설노조 집행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우선 사례를 취합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 지도위원도 “노조를 만들었으면 관행을 없애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는데,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조의 교섭대상은 임대사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월례비를 준 전문건설업체는 노조와 아무 관계가 없다. 전문건설업체는 노조와 교섭할 수도 없고 교섭에 응해주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왼쪽) 2018년 4월 26일 전국 철·콘연합회가 전국 지역별 철·콘연합회 회원사에게 보낸 ‘전국 5개 지역별 철·콘 연합회의 T ⓒ건설노조
‘월례비도, 위험작업도 없애자’ 건설노조 제안에 묵묵부답인 건설업체들
그렇다고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이런 월례비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원칙적인 입장은 ‘월례비를 받지 말자’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민원이 속출하자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가 지난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월례비 전면 근절을 결의한 데 이어, 2018년 2월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 명의로 전문건설업체와 전문건설협회, 건설협회 등을 상대로 공문을 보내 월례비를 요구하는 조합원을 직접 고발할 것을 요청한 적도 있다.
정 위원장은 “과도하게 월례비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받아놓고 일도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니까 하청업체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실제 그런 일이 생기면 건설노조 지부에서 조사도 하고 조종사를 교체하고 징계를 올리기도 했다. 실제 이것 때문에 건설노조에서 제명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업체에 현장에서 불법적인 작업을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월례비 관행의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한 것이었다. 하지만 건설업체는 건설노조의 제안에 묵묵부답이었다. 실제로 고발을 수행한 건설업체가 거의 없었고, 불법적인 작업도 계속 강요했다. 나아가 건설업체는 월례비를 없애기는커녕 상한선을 결정해 통보하기도 했다. 이는 월례비를 지급하겠다는 걸 공식화한 셈이었다. 예를 들어 2020년 2월 부울경 철·콘 협의회회가 해당 지역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보낸 ‘기술료 등 결정사항 알림’ 공문에는 “합계 월 300만원까지는 허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국 건설업체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월례비 관행을 완전히 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상한선을 정했다는 것은 그동안 지역마다, 업체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월례비를 지급해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자신들에게 일을 시키는 건설사에서 ‘주겠다’는 월례비를 쉽게 거절하기 힘든 구조였다. 만약 건설사가 요구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채용 거부로 이어지거나 근무 태만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연장근로 등에 따른 대가성인 월례비를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특히 공사가 있을 때만 일을 할 수 있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 탓에, ‘돈을 챙길 수 있을 때 챙겨놔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정 위원장은 “우리를 고용한 임대사가 작업 지시를 하는 게 맞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전문건설업체(하청업체)들이 작업지시를 해서 작업하는 형태다. 임대사는 장비와 사람만 대주고 있다”며 “그렇게 임대사에 채용된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건설현장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곧바로 실업자가 된다. 취업과 실업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고용 형태 자체가 불안정하다. 길게는 1년을 대기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건설현장에 들어가 있을 때 성과금 형태로 월례비를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에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월급과 월례비를 합치면 월수입이 1천만원을 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고 주장한 데 대해 현실을 왜곡한 주장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백 지도위원은 “타워크레인 조합원들은 경기가 좋을 때 연평균 9개월 정도 일을 할 수 있고, 경기가 나빠지면 연평균 6개월 정도밖에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한 달에 받는 임금이 많아보여도 결국은 절반에 불과하게 된다”며 “임금과 월례비를 다 합하면 한 달에 천만원이 된다고 뭐라고 한다. 하지만 만약 6개월 밖에 일하지 못한다고 본다면, 월수입은 50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현장에서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이 타워크레인을 올려다보며 늘 하는 얘기가 ‘나는 돈 천만원을 줘도 저건 못 타겠다’는 거였다. 종일 높은 곳에 혼자 앉아있으면 업무 강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례비는 위험수당이고 성과금이고 보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5일 부산 동구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을 방문, 건설노조의 화물연대 동조파업을 앞두고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뉴시스
구조적인 원인 외면한 채 ‘건설노조 때리기’에 주력하는 정부
하지만 정부는 이런 구조적인 원인을 모두 외면한 채, 월례비를 ‘준’ 사람이 아니라 ‘받은’ 사람만 불법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유독 부각되다보니 ‘표적 탄압’이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정 위원장은 “업체들이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돈을 지급한 것이고,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일을 더 하고 받은 건데, 경찰은 그것이 불법이라는 프레임을 짜서 전방위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을 보면, 정부의 뜻대로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월례비를 받은 것을 불법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2021년 6월 광주지방법원은 호남 지역의 철근·콘크리트협의회가 타워크레인 조종사 16명을 상대로 제기했던 월례비 6억5400여만원 반환 청구 소송을 ‘강제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하청업체가 자발적으로 월례비를 준 것이니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이를 되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철근·콘크리트협의회)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인 피고들에게 연장근무수당(OT비), 월례비 등을 지급하면서 피고들에게 작업을 시키는 지위에 있었다. 이를 고려할 때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월례비 지급을 강제당했다거나 또는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존재해 원고가 피고들에게 월례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철근·콘크리트협의회가 이에 항소하면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민사 소송 1심에서 철근·콘크리트협의회가 졌는데,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형사 사건으로 커지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최근 몇년 동안 문제가 제기됐어도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정부에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경찰이 건설노조 조합원들 핸드폰까지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 위원장은 “월례비는 세금도 내지 않는 검은 돈이라고 오해를 하는데, 조합원들은 종합소득신고를 하고 세금도 다 낸다”며 “세금을 받은 정부가 이걸 불법이라고 하니까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결국은 원청이 해야 할 사용자로서의 관리 책임을 회피하는 기이한 고용구조를 바로잡고,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건설노조는 지적했다. 엄정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타워크레인에 대한 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안전작업을 현실화하는 것이 월례비를 뿌리 뽑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알레포주의 잔다리스 주민들이 6일(현지시간) 인접국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붕괴된 건물 잔해 더미에서 다친 여자아이를 구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일 새벽(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 지진으로 사망자가 7800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는 지진 피해가 큰 10개 주를 재난 지역으로 지정하고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P·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8일 새벽 1시 기준 사망자는 튀르키예 5894명, 시리아 1932명 등 7826명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음주에 사망·부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면서 초기 수치에서 최대 8배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망자 수가 최대 2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지진으로 전기가 끊기고 도로가 무너지면서 구조 활동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에 따른 위험도 여전하다. 이날도 오전 6시13분쯤 중부 지방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가 밝혔다. 유엔난민기구는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과 중장비가 재난지역까지 도착하는 데 8~10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구조대와 구조 장비를 기다리다 못한 주민들이 가족과 이웃을 찾기 위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추위는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생존자들의 ‘골든타임’을 단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상보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7일까지 영하의 기온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진앙인 가지안테프주는 영하 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대규모 재난에 세계 각국은 앞다퉈 구조와 복구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 정부는 튀르키예에 110명 규모의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올해 63세인 응우옌 티 탄은 자신이 8살이던 1968년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 중부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본인 가족을 비롯한 비무장 민간인 74명이 학살당했고 본인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한국정부 상대로 배상금 3000만 원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7일 한국 정부가 배상금 3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이튿날인 8일 발행한 주요 신문들은 베트남전 학살에 대한 배상 판결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관련 소식을 다뤘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도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이 신문들은 대략 두 개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서 10면, 중앙일보는 12면, 동아일보는 14면에서 해당 소식을 전했다.
▲2월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은 <불법 행위·개인 청구권·소송 시효…모든 쟁점서 ‘피해자 승리’> 기사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불법행위 입증 △응우옌에게 소송을 제기할 권리 △한국의 국가배상법 적용 등 주된 법적 쟁점에서 재판부가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베트콩이 한국군으로 위장하거나 북한 심리전 부대가 개입했을 가능성’ 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건 당일 대한민국 해병 제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방공호에 있던 응우옌의 가족을 수류탄과 총으로 위협해 나오게 했고, 한국군이 총격을 가해 이모와 언니 등 가족들이 현장에서 숨졌다고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가 민간인 학살 범죄에 대한 정부의 시효 완료 주장을 “권리 남용”이라 밝히면서 추가적인 진실 규명 문이 열렸다. 한겨레는 <“민간인 학살, 시효 예외” 인정…‘또다른 학살’ 규명 이어질 듯> 기사에서 “(재판부는) 응우옌티탄의 진술과 마을 주민, 당시 참전군인 등의 증언을 토대로 민간인 학살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며 “이런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러나 1968년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서 민간인 135명이 한국군에 의해 희생됐다고 알려진 ‘하미마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신청을 받은 진실화해위원회는 접수 시점인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조사 개시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월8일자 경향신문 사진 기사
한겨레 사설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인정 판결, 정부도 전향적 태도를>은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병·징용 등 반인도 범죄 피해를 당했던 비극적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이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우리가 가해자인 사안에 대해선 침묵한다면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서 전국 택지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서울의 목동·노원·상계·개포·고덕·수서, 부산 해운대, 대구 성서,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 수원 영통지구 등이 특례 대상이 될 전망이다.
9개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선 경향신문(1기 신도시에 몰아준 ‘특례선물세트’), 국민일보(1기신도시 재건축 날개 안전진단·용적률 완화), 세계일보(1기 신도시 용적률 최대 500%로 높인다), 조선일보(일산·분당 안전진단 면제, 30층도 짓는다) 등4개 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해당 소식을 다뤘다.
특별법 관련해 다수 신문은 ‘용적률 상향’에 주목하며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을 거론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어진 기사 <용적률 500%까지 높여 10만가구 추가 공급>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볼 때 현재 184%인 분당의 용적률은 300~35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15~20층인 아파트의 높이도 30층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용적률이 높아지면 분양 수익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사업비 부담이 줄어들고, 주택 공급도 늘어난다”고 했다.
▲2월8일자 경향신문 기사
동아일보 <노후도시 용적률 최대 500% 허용…개포-목동-해운대 등도 수혜> 기사의 경우 용적률 상향에서 나아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완화되지 않고 그대로 적용될 경우 사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 <재건축 면적·연한 기준도 풀어줘…‘닭장 아파트’ 우려도> 기사는 “기존 일반주거지역을 종상향으로 용적률 500%까지 늘렸을 때 단지 내 건물 면적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동간 거리가 짧아지는 문제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경우 일조권 및 사생활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닭장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라며 “정비사업에 따라 최소 3~4년간 이주하게 되는 인구 자체가 대규모이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집값 불안과 임대차 시장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세계일보 <역세권 고밀개발 허용… 수도권·지방 노후 구도심도 혜택> 기사는 “특별법이 정부안대로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고, 부동산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야당이 지역균형개발 측면 등을 이유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자체에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이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정안 등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어서 언제 법안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특별법의 초안에는 대규모 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은 담겨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국회 입법 과정에서 내용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 금지 근거 만든 경찰
이르면 7월부터 경찰이 ‘교통 방해’ 우려를 이유로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게 되면서 기본권 제한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6일 전체회의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대통령실 인근 도로(이태원로, 서빙고로)를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집회나 시위가 제한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포함시켰다.
한겨레는 이날 <대통령실 앞 집회 금지도 ‘시행령 꼼수’> 기사에서 “경찰위는 지난해 11월 해당 시행령이 처음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국민의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우려’를 이유로 ‘재상정’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3년마다 ‘주요 도로’의 범위와 존속 여부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일몰 규정을 신설하고, 분기별로 주요 도로 집회·시위를 제한한 사례를 보고하는 내용 등을 부대 조건으로 달아 이번에는 시행령을 통과시켰다”며 “위원들 가운데 일부는 ‘반대 의견도 회의록에 적시해달라’며 통과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2월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가능해진 대통령실 인근 시위봉쇄, 기본권 제한 우려>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금지’ 조항에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취지에 역행한다. 입법예고 후 추가 논의 과정에서 기본권 제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퇴행과 더한 갈등을 부를 것”이라 비판했다. 또한 “‘주요 도로’라고 해서 무조건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는 없다. 집시법 12조 2항은 시위 질서유지인을 두고 행진할 경우 금지할 수 없고,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이마저도 금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심각한 교통 불편 우려’에 대해 또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는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에 대한 한국정부 배상 인정한 첫 판결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 막을 길 만든 경찰…헌법상 기본권 제한 우려
법원, 한국정부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책임 인정
한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올해 63세인 응우옌 티 탄은 자신이 8살이던 1968년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 중부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본인 가족을 비롯한 비무장 민간인 74명이 학살당했고 본인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한국정부 상대로 배상금 3000만 원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7일 한국 정부가 배상금 3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이튿날인 8일 발행한 주요 신문들은 베트남전 학살에 대한 배상 판결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관련 소식을 다뤘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도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이 신문들은 대략 두 개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서 10면, 중앙일보는 12면, 동아일보는 14면에서 해당 소식을 전했다.
▲2월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은 <불법 행위·개인 청구권·소송 시효…모든 쟁점서 ‘피해자 승리’> 기사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불법행위 입증 △응우옌에게 소송을 제기할 권리 △한국의 국가배상법 적용 등 주된 법적 쟁점에서 재판부가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베트콩이 한국군으로 위장하거나 북한 심리전 부대가 개입했을 가능성’ 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건 당일 대한민국 해병 제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방공호에 있던 응우옌의 가족을 수류탄과 총으로 위협해 나오게 했고, 한국군이 총격을 가해 이모와 언니 등 가족들이 현장에서 숨졌다고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가 민간인 학살 범죄에 대한 정부의 시효 완료 주장을 “권리 남용”이라 밝히면서 추가적인 진실 규명 문이 열렸다. 한겨레는 <“민간인 학살, 시효 예외” 인정…‘또다른 학살’ 규명 이어질 듯> 기사에서 “(재판부는) 응우옌티탄의 진술과 마을 주민, 당시 참전군인 등의 증언을 토대로 민간인 학살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며 “이런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러나 1968년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서 민간인 135명이 한국군에 의해 희생됐다고 알려진 ‘하미마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신청을 받은 진실화해위원회는 접수 시점인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조사 개시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월8일자 경향신문 사진 기사
한겨레 사설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인정 판결, 정부도 전향적 태도를>은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병·징용 등 반인도 범죄 피해를 당했던 비극적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이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우리가 가해자인 사안에 대해선 침묵한다면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서 전국 택지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서울의 목동·노원·상계·개포·고덕·수서, 부산 해운대, 대구 성서,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 수원 영통지구 등이 특례 대상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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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선 경향신문(1기 신도시에 몰아준 ‘특례선물세트’), 국민일보(1기신도시 재건축 날개 안전진단·용적률 완화), 세계일보(1기 신도시 용적률 최대 500%로 높인다), 조선일보(일산·분당 안전진단 면제, 30층도 짓는다) 등4개 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해당 소식을 다뤘다.
특별법 관련해 다수 신문은 ‘용적률 상향’에 주목하며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을 거론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어진 기사 <용적률 500%까지 높여 10만가구 추가 공급>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볼 때 현재 184%인 분당의 용적률은 300~35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15~20층인 아파트의 높이도 30층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용적률이 높아지면 분양 수익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사업비 부담이 줄어들고, 주택 공급도 늘어난다”고 했다.
▲2월8일자 경향신문 기사
동아일보 <노후도시 용적률 최대 500% 허용…개포-목동-해운대 등도 수혜> 기사의 경우 용적률 상향에서 나아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완화되지 않고 그대로 적용될 경우 사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 <재건축 면적·연한 기준도 풀어줘…‘닭장 아파트’ 우려도> 기사는 “기존 일반주거지역을 종상향으로 용적률 500%까지 늘렸을 때 단지 내 건물 면적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동간 거리가 짧아지는 문제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경우 일조권 및 사생활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닭장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라며 “정비사업에 따라 최소 3~4년간 이주하게 되는 인구 자체가 대규모이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집값 불안과 임대차 시장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세계일보 <역세권 고밀개발 허용… 수도권·지방 노후 구도심도 혜택> 기사는 “특별법이 정부안대로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고, 부동산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야당이 지역균형개발 측면 등을 이유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자체에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이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정안 등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어서 언제 법안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특별법의 초안에는 대규모 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은 담겨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국회 입법 과정에서 내용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 금지 근거 만든 경찰
이르면 7월부터 경찰이 ‘교통 방해’ 우려를 이유로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게 되면서 기본권 제한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6일 전체회의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대통령실 인근 도로(이태원로, 서빙고로)를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집회나 시위가 제한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포함시켰다.
한겨레는 이날 <대통령실 앞 집회 금지도 ‘시행령 꼼수’> 기사에서 “경찰위는 지난해 11월 해당 시행령이 처음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국민의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우려’를 이유로 ‘재상정’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3년마다 ‘주요 도로’의 범위와 존속 여부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일몰 규정을 신설하고, 분기별로 주요 도로 집회·시위를 제한한 사례를 보고하는 내용 등을 부대 조건으로 달아 이번에는 시행령을 통과시켰다”며 “위원들 가운데 일부는 ‘반대 의견도 회의록에 적시해달라’며 통과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2월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가능해진 대통령실 인근 시위봉쇄, 기본권 제한 우려>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금지’ 조항에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취지에 역행한다. 입법예고 후 추가 논의 과정에서 기본권 제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퇴행과 더한 갈등을 부를 것”이라 비판했다. 또한 “‘주요 도로’라고 해서 무조건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는 없다. 집시법 12조 2항은 시위 질서유지인을 두고 행진할 경우 금지할 수 없고,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이마저도 금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심각한 교통 불편 우려’에 대해 또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는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에겐 참 신묘한 재주가 있다. 압도적 다수당이 되면 정권을 빼앗긴다. 2004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2007년 대선에서 역대 최다표차로 참패했다. 2020년엔 위성정당 포함 무려 180석이라는 거대 정당이 됐음에도 2년 후 대선에서 역대 최약체 대선 후보였던 정치신인 윤석열에게 정권을 갖다 바쳤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쪽은? 2008년 총선(153석)과 2012년 총선(152석)에서 연이어 완승을 거두고도 김종인을 불러 앞세우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선점해 2012년 대선 승리도 가져갔다.
민주당이 대규모 장외집회에 나섰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이후 6년 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169석을 보유한 압도적 다수당이 거리로 나가는 모습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진보 정당까지 아우르면 180석이 넘는다. 집안의 장남이 집을 나간 꼴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민주당에 없는 것, '문제 해결 능력'
집회엔 백 명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는데 무대 단상에 올라 "이재명을 지키자"는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사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맞섰던 대선후보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야당탄압이라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당탄압'을 최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자기 입으로 떠들며 국회 밖 거리로 나가는 풍경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
그 외에도 많다. 일례로 민주당은 오늘에서야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참사 발생 백일이 넘어서다. 특히 그 간의 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우왕좌왕이었고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눈치보기였다. 압도적 다수당이 되면 정권을 빼앗기는 민주당의 특성 외에 또다른 특징이 바로 결정장애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라며 말들은 참 많이 하는데 도대체 결정을 하지 않는다. 국민도 지쳤고 유족도 지쳤다.
추진력도 없다. 장관 해임이건 여사 특검이건 온갖 주장은 난무하는데 진행이 되질 않는다. 2018년 국민의힘 김성태 원내대표는 길바닥에서 단독으로 무기한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폭행도 당하고 '혼수성태'라는 놀림도 받았지만 결국 드루킹특검을 이끌어냈다. 우왕좌왕하던 민주당은 지난 2일이 돼서야 따뜻한 국회 건물 안에서 55명이 조를 짜 돌아가며 농성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제 와서 그 농성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뭔가 눈치가 보여서?
국민의힘 상대하다 안 되니 지지자들에게 달려가
민주당이 거리로 나가고 농성을 시작하는데 그 이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국회에서 정부를 상대로, 대통령실을 상대로 투쟁하지 않을까. 상대해보니 망신만 당해서 국회 밖으로 나간 것인가? 상대방이 생각보다 세니까 결국 자기들 이야기를 잘 들어줄 지지자들에게 달려간 것일까?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서 왜 민주당은 자기들 직장인 국회에서 멋지게 싸우지 못할까?
당대표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은 지금 격랑에 휩싸였다. 권력투쟁이다. 노선투쟁과 동시에 세대투쟁에 돌입했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한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은 최고 실세들인 이른바 윤핵관의 퇴진을 거침없이 입에 올리고 있다. 이들에게 전당대회 패배는 정치인으로서 죽음을 의미하는 공천탈락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놓고 일전을 치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조용하다. 문재인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정부였음에도 역설적으로 민주당에서는 당내 발언의 자유가 사라졌다. 역시 공천 때문인가? 당내 최대 기득권 세력인 686 의원들 때문인가? 이미 오래 전부터 민주당 내 신진 정치인들 사이에선 이들에게 밉보이면 공천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어왔다. 이들에게 잘 보이면? '90학번대 초반'까지는 공천을 줄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이 후배들에게 한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너희들은 아직 점잖아." 요즘 대기업 CEO가 30대다.
요즘 대기업 CEO가 30대, 민주당은?
요즘 민주당을 놓고 "여당 같다," "배가 불렀다," "배에 기름이 잔뜩 끼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금의 민주당은 2004년 총선에 기반한다. 정치민주화의 상징인 '87체제'의 세례를 받은 686들이 대통령 탄핵 역풍의 은혜에 힘입어 대거 국회에 들어왔다. 이른바 탄돌이들이다. 시간이 지나 왕년의 맹주들이 사라지자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이들이 기득권을 형성했다. 결국 민주당의 앞길은 '87체제'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느냐, 그리고 당내 '04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느냐이다.
결정장애, 우왕좌왕, 추진력 부족을 모두 합해놓으면 그건 '무능'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 국민들은 다 안다. 윤석열 정부가 저렇게 망나니짓을 쉴 틈도 없이 해대고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저토록 아수라장이 돼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앞서지 못하는 이유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다음 총선을 통해 저 무능한 민주당을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실력 있는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어쩌면 '윤석열 퇴진' 보다도 '686 퇴진'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국 딸 조민 유튜브 나오자 조선 “어느 가족의 놀라운 죄의식 결핍”
튀르키예·시리아 규모 7.8 대형 지진, 역사상 최대 규모에 최소 18차례 여진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도전한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안(철수) 연대’라고 한 것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특정 후보와 연대한다는 주장은 극히 비상식적이며,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며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전해졌다. 대통령의 전당대회 개입이 이어지면서 이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씨가 지난 6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나와 “떳떳하게 살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비판했다. 입시에 활용한 가짜문서가 한두개가 아닌데 사과를 하기보다는 ‘죄의식’이 없는 모습을 나타냈다는 지적이다.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튀르키예(터키) 동남부에서 규모 7.8 강진이 일어나 튀르키예와 시리아 두 나라에서 2300명 이상 사망하고 2만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아직 피해 상황에 완전히 집계되지 않았고,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져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이는데 최대 1만 명에 달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일간지는 이 소식을 1면에 사진과 함께 배치했다.
▲ 7일 아침신문 1면 모음
한겨레 “윤석열, 도 넘은 개입으로 여당 전대 아수라장”
윤 대통령이 안 후보를 ‘적’으로 규정한 발언이 알려졌고, 친윤계 의원들의 안 후보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윤심’이 향하는 후보로 알려진 김기현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안 후보가 ‘이태원 참사’ 초기 이상민 장관 자진 사퇴를 주장한 것과 2012년 MBC 2017년 KBS 노조 파업을 지지한 사실을 지적하며 “(안 후보가 과거 언론노조 파업지지 관련) 입장 표명에 주저하거나 회피한다면 전대 후보직 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후보는 기자들과 대화에서 “난 한 적이 없는데 (안 후보는) 오히려 윤심팔이, 윤심 후보니 하며 참칭했다”고 말했다. 친윤계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안 후보에게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이라며 “잘된 일은 자신의 덕이고 잘못된 일은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윤안연대’란 표현에 대해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쁜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쓰지 않겠다”며 지난 6일 일정을 취소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 7일 경향신문 만평
이에 경향신문은 김민아 논설실장의 칼럼에서 “윤 대통령은 짐짓 국정 최고책임자·국군통수권자의 권위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의 초조감을 눈치 못 챌 이는 없다”며 “‘민심 1위’ 유승민 전 의원을 찍어내고, ‘당심 1위’ 나경원 전 의원까지 찍어냈으면, 마침내 ‘친윤’ 김기현 후보가 뜰 법도 한데 이번에는 안 후보에 뒤지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소매를 걷고 나선 것”이라며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윤석열’이다”라고 했다.
김 실장은 “명칭이야 윤안연대든 아니든,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는 단일화로 윤 대통령을 도왔고 윤 대통령 스스로 ‘개국공신’임을 인정했기에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 임명한 것 아니었나”라며 “그 정도 인연을 맺은 이조차 마음에 안 든다고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할 정도라면, 윤 대통령 머릿속에 야당은 어떤 존재이겠는가, 취임 후 한 번도 제1야당 대표와 회동하지 않은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만하다”라고 했다.
김 실장은 “모든 관계를 피아·선악·적과 동지로 보는 윤 대통령의 이분법 속에 ‘진짜 정치’가 자랄 토양은 없어 보인다”며 “정치란 근본적으로 제3의 공간·중간지대·회색지대 인정을 전제로 성립한다”고 했다. 이어 “그럴 때만, 그 중립의 영역을 사이에 두고 양보·조정·협상·타협이 가능해진다”며 “이러한 원리를 외면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전투”라고 지적했다.
▲ 7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도 넘은 개입으로 여당 전대 아수라장 만든 윤 대통령>에서 “이처럼 ‘당정 분리’ 원칙을 대놓고 무시한 윤 대통령의 직접 줄세우기로 인해 국민의힘 경선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지금까지 보여준 과정만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전당대회 개입을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지난 6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1호 당원’이냐는 논란을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은 한달에 300만 원 당비를 낸다”며 “일반 의원들이 한 달에 아마 30만 원을 내고 (대통령이) 10배 더 내는데 당원으로서 할 말이 없을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윤안연대 이야기를 했지만 그런 연대가 없지 않느냐”라며 “사실과 다른 것으로 경선을 왜곡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무개입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바로잡았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조중동, 판결문 인용 “조국, 잘못에 눈감은 채 반성안해”
조선일보는 사설 <어느 가족의 놀라운 죄의식 결핍>에서 “조씨가 입시에 활용한 가짜·위조 문서는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2020년 정경심 교수 재판부는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시 때 제출한 ‘7가지 스펙’이 모두 가짜 또는 위조라고 판결했다”며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이 취소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씨가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다”며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자신의 양심까지 속일 수는 없다“며 ”그래서 위법과 편법에 대한 지적에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조씨와 그 가족의 경우엔 이런 상식적인 ‘죄의식’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누군가는 조민씨 때문에 입시에서 고배를 마셨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에 대한 뉘우침 하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씨의 모습은 정의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던 조 전 장관과 다르지 않다“며 ”수많은 내로남불로 사람들 혀를 차게 한 조 전 장관은 잘못이 없다는 회고록까지 냈다. 이들이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만 같다“고 했다.
▲ 7일자 중앙일보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기사
조선일보 <법원 ”조국, 잘못 반성안해 엄벌 불가피>, 중앙일보 <“조국, 잘못에 눈감은 채 반성 안해” 1심 판결문에 적시>, 동아일보 <재판부 “조국, 객관적 증거에도 반성 안해”> 등은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판결문 내용을 보도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은 물론이고 피고인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로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인 대립이 지속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대해 “당시 저명한 대학교수로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피고인에게 요구되던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리고 자녀 입시에 유리한 결과만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편법도 문제 될 것 없다는 그릇된 인식”이라며 “두 자녀의 입시가 이어진 수년간 같은 범행을 반복했고 시간이 갈수록 범행 방법이 더욱 과감해졌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사상 최대 규모 지진에 국제사회 협조 움직임
외신 보도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 발표를 보면 현지시간 6일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km 떨어진 내륙에서 리히터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튀르키예 남부 지역인 말라티아주, 우르파주, 오스마니예주 등 건물이 수십, 수백채 붕괴했고 이에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아랍·아프리카 대륙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충돌하는 경계지점인 아나톨리아 대륙판에 있다. 아나톨리아 대륙판은 남쪽에서 아랍·아프리카 대륙판과 북쪽 유라시아 대륙판 마찰과 충돌 속에서 서쪽방향으로 밀려간다고 한다. 이에 쌓인 압력이 지진으로 나타났고, 전문가들은 연쇄적 대지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7일 세계일보 1면 기사
인명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다수가 잠든 새벽 시간에 발생했고 피해지역에 규모 7 이상의 강한 여진이 이어져 접근이 쉽지 않다. 또 피해 지역 체감 기온이 영하권을 맴돌아 강추위로 더 어렵다. 대다수 지역은 구조대와 주민들이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치워가며 구조작업에 임하고 있다.
시리아의 경우 반군이 장악하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은 잦은 공습으로 병원 등 대부분 인프라가 파괴돼 구조 작업이 쉽지 않다고 한다. 시리아 난민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거주 시설이 불안정해 지진 피해가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필요한 모든 비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 정부에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을 돕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피해 지역에 긴급구호팀을 파견하기로 했고 일부 인력은 이미 현지로 출발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금까지 약 45개국이 지원을 제안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란과 튀르키예에서 연이어 발생한 재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 지시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집중 단속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향후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기획을 통해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건설노조의 이른바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장옥기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설노조) 위원장이 3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03 ⓒ민중의소리 정부가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해 연일 날선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 부패 척결”을 엄포했고,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그리고 경찰이 나서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포함한 건설업계 노동조합의 불법 행위 단속과 처벌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조 때문에 못 살겠다’는 건설사들의 민원에 맞장구를 쳐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입장에선 억울하다.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자본인데, 헌법에 보장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건설노조를 탄압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정상적인 고용구조 대책은 내놓지 않고 건설노조 때리기만 하는 정부
사실 건설업계 노동조합을 둘러싼 논란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였던 지난 2021년 9월, 정부가 건설현장의 채용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구성한 게 시발점이었다. 그 배경에는 자본을 움켜쥐고 있는 건설사들의 압박이 있었다. 이들은 건설업계 노동조합의 ‘갑질’과 ‘불법·부당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잇달아 청원했고, 정부가 이에 호응했던 것이다. 당시 정부는 약 100일간 집중점검을 실시해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비롯한 건설업계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 검찰 송치,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그 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는 더 확대돼 운영됐다. 특히 경찰청은 ‘200일 특별단속’을 선포하고, 1계급 특진을 포상으로 내걸면서 건설업계 노동조합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도 집중 단속 대상이 됐다. 심지어 건설노조 사무실 곳곳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전·현직 간부 5명이 사전 구속됐다. 장 위원장은 “예전에는 이렇게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달라졌다”고 탄식했다.
“건설노조는 처음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나온 후, 꾸준하게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고 싶다면 건설현장 전반적인 제도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업계가 저지르는 불법과 탈법 행위들을 두고서 노동조합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근절시킬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 결과가 지금과 같은 더욱 일방적인 탄압인 것입니다. 건설노조는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근절시키겠다는 말 자체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노동조합만을 상대로 고위공직자들이 해서는 안 될 말을 공개적으로까지 하면서 이런 식으로 탄압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스스로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 감추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건설노조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전 정권보다 더 편향적이고 공격적으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탄압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업계의 불법을 목격하고 해결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정작 자신들이 불법 행위의 피의자, 범죄자가 돼서 공격받고 있는 현실인 것입니다. 건설노동자 스스로가 어떻게 만들어오고 지켜온 노동조합인데, 지금까지 건설현장 문제에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도 않던 정부가 건설업계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들으면서 ‘때려잡듯이’ 탄압하는 것에 많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현재 정부가 건설노조의 대표적인 불법 행위로 꼽고 있는 건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강요’다.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란 철근·콘크리트업체 등 여러 하청업체가 타워크레인 임대사 소속 조종사에게 관행적으로 지급하는 일종의 수고비다. 보통 매월 지급되기 때문에 ‘월례비’라고 불리는데, 현재 정부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월례비를 하청업체에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 이를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부정 상납금’이라는 것이다.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는 노동조합이 없던 시절에도 행해지던 일종의 관행인데, 이는 비정상적인 고용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건설현장을 책임지는 원청이 타워크레인을 직접 소유하지 않아 임대사에게 빌려 건설현장에 설치해두는데, 정작 그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기사는 원청이 아닌 임대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하게 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건설현장에서 지휘감독하고 사용하는 주체는 원청인데, 근로계약은 원청이 아닌 임대사와 맺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임대사가 주는 일종의 ‘임금’ 외에도 건설현장에서 연장근로 등에 따라 대가성으로 ‘월례비’를 추가로 받아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성과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 위원장도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타워크레인 월례비와 관련된 문제는 오래 전부터 건설사의 작업요구로 인해 고착화된 관행입니다. 건설사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임금 외의 금액을 주며 원래 타워크레인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지시해왔고, 그것이 음성적 관행으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건설사는 이로 인해 다른 건설기계를 추가로 임대하거나, 더 많은 건설노동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이 타워크레인만으로 수많은 작업을 해결하면서 금전적 이득을 봐왔습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자신들이 요구하지 않아도 월례비를 주면서 일을 해달라고 하는 건설사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습니다. 건설사가 요구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이후부터 채용 거부로 이어질 것이고, 근무태만이라고 할 테니까요.”
건설노조가 이런 관행을 없애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일부 이를 이용해 무리한 월례비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고, 노동조합은 이런 사실이 문제가 되면 내부징계를 해온 사실이 있습니다. 또 2018년에는 건설업계에 공개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월례비를 주면서 시켜온 작업을 시키지도 말고 돈을 주지도 말라고 공문을 보낸 바 있습니다. 돈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있다면 수사기관에 신고하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 월례비를 통한 타워크레인 작업이 더 막대한 이익을 주기에 노동조합에 답변도 하지 않았고, 여전히 관행적으로 이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건설노조를 겨냥한 정부의 집중 단속은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장 위원장은 “이제 와서 저희들이 강제로 돈을 요구했다며 불온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월 19일 오전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서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3.1.19 ⓒ뉴스1
그 다음으로 건설노조의 대표적인 불법 행위로 꼽히고 있는 것은 ‘조합원 채용 강요’이다. 건설업의 고용은 한 건설현장이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채용과 해고가 반복된다. 또 고용관계는 원청 건설사가 아니라 하청업체와 이뤄진다. 하청업체와의 고용관계 속에서도 암암리에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다. 건설노동자들이 중간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건설현장에선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감정이 격해지다보니 말이 거칠어지고 물리적 마찰이 발생할 때도 있다.
건설노조가 받고 있는 혐의도 이런 비정상적인 고용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건설노조는 일용직 등 건설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도록, 불법 재하도급을 하지 못 하도록 건설사와 직접 단체협약을 맺어오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로 불법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우리는 일이 없으면 손 놓고 죽으라는 말인가?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다고 건설사가 알아서 일을 주지 않습니다. 건설노조는 초기업적 노조로 고정된 사업장에서 소속된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구조가 아니기에 조합원의 안정된 고용을 목표로 고용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토목건축노동자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원활한 고용을 요구하고 있고, 건설기계노동자도 지역별, 현장별 교섭으로 안정된 지역민 우선고용을 중심으로 한 고용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현장만의 문제로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건설노동자의 안정된 고용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전혀 마련하지도 고민하지도 않습니다. 정부와 건설업계가 건설노동자의 고용을 시장에 맡겨두고 여전히 일용직 노가다로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불안정한 건설현장의 고용구조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 위원장은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에 건설노동자 직접 고용을 건설사에 요구하며 고용요구를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건설업계가 나서서 건설노동자들의 안정된 고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건설업계는 건설노동자를 상시적으로 직접고용해 건설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되게 하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근거들을 마련해 건설노동자들이 일용직이나 단기고용의 형태가 아닌 건설기능인으로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이를 계속 불법으로 매도만 한다면 계속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옥기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설노조) 위원장이 3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03 ⓒ민중의소리
건설노동자들에게 건설노조가 ‘생존권’인 이유
건설현장에서 덤프트럭을 몰며 광주전남 건설기계지부장을 지냈던 장 위원장은 현재 건설노조 위원장과 그 상급단체인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건설노조에서 활동을 벌이다가 수배를 당하고 구속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장 위원장이 구속된 건 2017년 말이었다. 당시 건설노조가 퇴직공제부금 인상을 포함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개최한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 당시 참가자들이 신고 되지 않은 경로로 행진을 하도록 장 위원장이 주도했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애초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퇴직공제부금 인상을 이뤄낸 것이다.
이처럼 건설노조가 투쟁을 거듭한 결과, 건설현장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하루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휴일이 생기고, 노후자금도 조금이나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직고용을 통해 중간착취 구조도 일부 개선됐다. 장 위원장이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생존권’”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동안 건설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수많은 문제를 경험해왔습니다. 상습적으로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고용의 불안정, 상습적 임금체불, 건설사의 불법다단계하도급으로 인한 문제, 장시간 중노동·저임금으로 인한 열악한 노동환경, 안전하지 않은 건설현장으로 1년에 수백명이 사망하는 문제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건설업계는 이런 문제를 누구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모이면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노동조합의 요구로 하나씩 해결되어 가고 있습니다.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의 안정된 고용과 임금체불 방지 등을 위해 원청과 하청의 조합원 직고용을 요구해 진행 중이며,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건설노동자들은 과거와 같은 ‘노가다’가 아닌 ‘건설기능인’으로 현장에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스스로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건설노동자들에게 있어 노동조합은 ‘생존권’인 것입니다.”
건설현장에선 민주노총 건설노조 말고도 여러 이름의 노동조합이 많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함께 정부의 불법 행위 단속 대상이 되고 있는 곳들이다. 이들 중에는 실제로 일을 하지 않고 돈만 가로채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장 위원장은 “민주노총에는 건설노조가 우리 하나뿐”이라며 다른 노조와의 연관성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조합원 고용에 관한 요구도 하지만, 건설산업의 제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 개선, 그리고 민주노총의 정신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민주사회 실현을 위한 정치적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민주노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노동조합 활동이 아닌, 소속 조합원 고용만을 목적으로 한 활동이나 금전적 목적을 위한 단체들이 생겨났습니다. 이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건설현장에 흔히 ‘눈먼 돈’이라는 비자금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이득을 보고자 하는 단체들이 생겨난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장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없다면 부패정치와 부패자본, 그리고 그들의 불법행위로 뒤덮이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있어야 더 밝은 사회로, 더 나은 세상으로 전진할 수 있다”고 건설노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선포 결의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본떠서 만든 조형물이 놓여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장 위원장은 ‘건설노조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우리 조직이 확대된 것”이라고 답했다. 장 위원장이 처음 건설노조 위원장이 됐던 2016년만 해도 건설노조 조합원이 2만5천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7만5천명 정도로, 무려 5만명이 5년여 사이에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만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도 커졌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은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생겨난 이후부터 노동조합을 통한 건설현장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점차 건설현장을 바꿔가는 건설노조의 역할과 건설노조의 다양한 조합원 확대 사업을 통해 건설노동자들이 우리와 함께 하게 됐다”며 “특히 최근에 레미콘, 펌프카, 타설 등 직종에 대한 조합원 확대 사업을 강화한 결과 노동조합의 조직 성장력이 대폭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중앙임금·단체협약 체결이라는 성과도 노조 규모가 커진 결정적인 계기로 꼽힌다. 건설노조의 타워크레인분과는 임대사들과, 토목건축분과는 철근콘크리트업체들과 단체협약을 맺기 시작하면서 노동조건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건설현장은 휴일도 없이 일해야 했습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의 일요휴무 문제를 가장 먼저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고, 그 결과 전국 모든 현장에 확산·정착되면서 건설노동자들도 일요일에는 쉴 수 있게 됐죠. 8시간 노동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10시간 이상씩 중노동을 이어오던 건설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요구했던 8시간 노동과 일요일, 공휴일 휴일은 꿈만 같은 일이었던 것이죠. 또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일명 과적법이라고 불리던 도로법을 개정했고, 건설기계 1인 차주들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건설노조가 꾸준하게 요구했고 쟁취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설노동자 퇴직공제부금 제도 쟁취, 시공참여제도 폐지, 타워크레인 와이어지지고정방식 철폐, 타워크레인·토목건축 노동자들의 중앙임금·단체협약 쟁취 등 숱한 건설현장의 문제들을 건설노조가 가장 먼저 문제 제기하고 요구하면서 건설현장을 바꿔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건설노조는 올해 ‘10만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구체적인 계획은 조만간 열릴 건설노조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장 위원장은 “건설노동자의 안정된 고용쟁취, 노동기본권 쟁취, 안전한 건설현장 쟁취, 불법다단계 하도급 근절 등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며 “이러한 요구들은 이번 10만 총파업에서만 나온 요구들이 아니라, 이미 수년 전부터 꾸준하게 노동조합으로서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의 개혁을 위해 요구해왔던 것들”이라고 총파업 취지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장 위원장은 “저는 대통령도, 장관도, 실제로 건설현장에 가서 건설노동자들을 비롯해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불법집단’으로 매도해서 하는 것은 공감능력이 정말 없는 것”이라며 “정말로 정권이 국민의 삶을 돌아보려면, 오히려 건설자본과 정치권이 지금까지 해온 걸 돌아봐야 한다. 그러면 저희들이 왜 이렇게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지난 1월 25일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열린 건설현장 중대재해처벌법 엄중 적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1.25 ⓒ민중의소리 “ 최지현 “ 최지현 기자 ” 응원하기
최근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는 ‘민주주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운동 및 민주주의 문제와 관련해 ‘민주’의 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유일한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성구 상임부이사장과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다.
강성구 상임부이사장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준비된 논리인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와 현재화라’는 개념으로 답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은 ‘독립, 호국, 민주’ 3대 가치에 있다. 이중에서 독립과 호국의 역사화는 진작 이뤄졌지만 민주의 가치가 아직 3대 가치의 하나로서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기에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민주가 확고한 대한민국의 3대 가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아울러 6월항쟁과 촛불혁명이 이룬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제기된 다양한 사회 경제 인권 등의 의제를 다뤄 나가는 것을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로 표현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빈번히 나오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그는 최근 새로운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공화주의’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위기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공화주의 추구가 민주주의 문제 해결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의 견해로 삼은 찰스 틸리의 의견을 빌려 “민주주의란 민주화와 탈민주화라는 두 가지 요소를 공유하고 있는 역동적인 체제”라고 하면서, 그가 즐겨 사용하는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더 깊은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화의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지 않으면 반드시 탈민주화의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민주주의란 민주화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지 “민주화 운동이 멈추는 순간 바로 탈민주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주의 후퇴가 목격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것과 관련 그는 “검찰은 여태까지 한 번도 사과한 바가 없기에 한 번도 민주화가 된 적이 없었다”면서 “그러니 ‘검찰 독재’,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직격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헌법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 대신 헌법에 나오지 않는 ‘자유민주주의’를 즐겨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를 ‘반공민주주의’로 해석했다. 특히 그는 우리 헌법의 가치인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의 관계에 대해 “바람직한 통일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한다”며, 변함없이 민주주의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인 ‘독립, 호국, 민주’ 3대 가치 중에서 민주의 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유일한 공공기관이라면서,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사업회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 신봉자답게 핵심적인 한류 콘텐츠 중에 하나가 K민주주의라면서, K민주주의가 우리의 굉장한 자산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이기에 K민주주의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인터뷰 모두에서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받은 변화와 관련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정부의 시비와 당국의 강도 높은 감사 두 가지를 지적했다. 그 연장선에서 그는 올해가 임원 교체기로서 6월에 신임 이사장이 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기관의 성격과 사업의 내용들을 일관성 있게 가져갈 수 있”는 새 이사장이 오길 기대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강 상임부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월 1일 그가 재직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후 언론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지수’가 지난해 8단계 아래로 떨어지면서 조사대상 167개국 중 24위로 밀려났다는 기사들이 보도됐다. 윤석열 정부 첫 해 1년 만에 8단계나 떨어진 것이다.
그 이유 중에는 “정치인들은 합의를 모색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정적들을 제거하는 데에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비판이 이 인터뷰 어디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편집자 주
강성구 상임부이사장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준비된 논리인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와 현재화라’는 개념으로 답했다. [사진-조천현]
“4.19혁명, 6월항쟁,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의 공통점은 권위주의에 대한 항거”
□ 이계환 기자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통일뉴스>가 신년을 맞이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신년인터뷰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남북관계 관련 인터뷰였고 이번 두 번째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공기관인데 인터뷰가 부담이 되지 않습니까?
■ 강성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 : 괜찮습니다.
□ 독자들을 위해 잠깐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사업회) 상임부이사장으로서 주로 하시는 일은 무엇입니까?
■ 우리 사업회에는 임원으로 이사들까지 포함해서 이사회가 15명으로 구성이 돼 있는데, 이사장님이 계시고 그 다음에 부이사장, 이사, 이런 체제이죠. 이렇게 세 부분이 지도부를 형성해서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이 비상임이시고요, 부이사장이 몇 분 계신데 그중에 한 분을 상임부이사장으로 해서 실질적으로 기관장 역할을 하고 있지요. 상근을 하면서 조직 전체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재임 중에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습니다. 일을 수행하는 데서 피부로 느끼는 차이나 변화가 있다면?
■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1월부터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만 2년 4개월 정도 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초기에는 여러 가지 자기 과제들이 많아서 특별하게 여기까지 신경 쓰지는 못한 것 같은데, 최근엔 변화를 느낍니다. 큰 변화라고 한다면 두 가지 정도입니다.
하나는 특히 민주시민교육에 대해서 조금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민주’ 자를 뺄 수 없냐 아니면 ‘자유’를 앞에 붙여서 할 수 없냐 등등입니다. 그런데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하는 게 고유 용어거든요. ‘민주시민교육’ 자체가 역사적 배경이 있는 그런 용어인데, 운동권의 역사를 가르치는 의식화 교육 비슷하게 잘못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해서 상당히 좀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있고요.
또 하나는 현 정부 들어서 최근에 시민사회를 약간 범죄시하는 대통령의 여러 가지 발언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정부도 민감해진 것 같아요. 우리가 기념단체나 시민단체들과 협력해서 사업들을 많이 하는데 그와 관련해서 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자금이 그쪽으로 혹시 흘러가는 게 아니냐 라는 시각에서 상당히 강도 높은 감사와 여러 가지 조사들을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눈에 띄는 변화라면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나 용어가 ‘민주주의’가 아닌가 합니다. 이는 역으로 한국사회가 ‘독재’나 ‘전제주의’에 의해 억압을 받았다는 의미도 됩니다. 군부독재시대에는 ‘민주화’, ‘민주회복’, ‘민주주의’가 많이 쓰였고, 1987년 6월항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획득된 이후에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라는 말도 회자 되었습니다. 우문 같지만 민주주의란 무슨 뜻입니까?
■ 쉽고도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가끔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민주주의가 영어로 데모크라시(democracy)인데요. 이게 데모크라티즘이 아니라 데모크라시입니다. 우리가 데모크라시를 민주주의로 번역을 하지만 사실은 ‘크라시’라고 하는 거는 ‘정체’를 얘기하는 거죠.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뜻 자체는 다중에 의한 통치 체제인데, 이게 ‘주의’라고 번역되다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어떤 이념이나 가치, 지향을 내포한 그런 용어로 생각을 하고 또 그렇게 해석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단어 안에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가치들을 다 집어넣었는데 사실 데모크라시는 단어의 뜻으로 보면 정체입니다. ‘이즘’(ism)이 아니죠. 그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데모크라시는 기본적으로는 통치 체제의 측면에서 보면 정치적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인데 87년 민주화 이후에 정치적 민주주의가 되고나서부터는 경제적 민주주의, 사회적 민주주의라든지 인권이라든지 이런 측면의 요구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지게 됐고 이걸 담아낼 수 있는 그릇들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죠. 제가 가끔 ‘더 넓은 민주주의, 더 많은 민주주의, 더 깊은 민주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눠볼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첫째는 1960년 4.19혁명, 둘째는 1987년 6월항쟁, 셋째는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입니다. 이 세 가지 민주화 운동의 공통점은 모두 보수 정부 하에서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보수 정부에 반대한 민주화 운동’이라 정리한다면,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입니까?
■ 저는 ‘보수 정부에 반대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민주화 운동의 기본 내용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법에 있습니다. 사업회는 법에 의해서 설립된 기관이니까 그 법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냐 하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활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수 정부에 반대했다기보다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한 거죠.
□ 위 세 가지 민주화 운동의 공통점이 보수 정부에 대한 게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그렇죠.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해 반대한 거고 그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키는 활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정리하고 있지요. 그래서 정권의 성격이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그 정권의 성격이 권위주의적이냐 민주주의적이냐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 민주화 운동이 굉장히 유명하죠. 시민혁명을 통해서 권위주의 통치를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또 권위주의로 회귀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시민혁명을 통해서 계속 회복시켜 줍니다.
인터뷰는 지난 2월 1일 강 상임부이사장이 재직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사진-조천현]
앞에서 말씀하신 세 가지 계기들을 보면, 4.19혁명에 의해서 이승만 권위주의 통치가 종식되고, 그 다음에 6월항쟁에 의해서 전두환 독재 정부를 물리치고, 물론 촛불은 조금 다르긴 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보면 역사가 끊임없이 후퇴하려고 할 때마다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권위주의 통치를 민주화로 되돌려놓았지요. 이런 것들이 한국 시민혁명의 큰 특징이 아닌가 싶고요.
예를 들면 남미라든지 동남아시아라든지 이런 국가들을 보면 다시 군부 통치라든지 쿠데타라든지 권위주의 통치로 되돌아가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지 않습니까? 제 사견입니다만 이런 부분들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게 아마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해체가 아닌가 봐요. 근본적으로 군을 무력화시키고 문민 통치를 확립시키니까 그 이후로는 다시 군부 쿠데타라고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죠. 군부 쿠데타라는 말이 입에서도 안 나오죠.
□ 민주주의가 다소 역행을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대의민주주의 통치 자체를 훼손하는 데까지 가지를 못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 그렇죠.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은 ‘독립, 호국, 민주’ 3대 가치”
□ 아무래도 민주화 운동하면 6월항쟁을 빼놓을 수가 없거든요. 6월항쟁에서 ‘형식적 민주주의’를 철폐하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됐지만, 이후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라는 과제도 부각되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국민들의 힘으로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이 성공한 후 민주주의가 새롭게 진전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끝없는 진화라고 할까요? 촛불혁명으로 획득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방향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와 현재화라는 개념으로 이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고자 합니다. 먼저,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은 ‘독립, 호국, 민주’ 3대 가치에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이 뭐냐? 독립, 즉 일제로부터의 독립운동입니다. 친일을 했던 사람도 독립운동의 가치는 훼손하지 못합니다. 독립운동은 사회적으로 이미 평가를 받은 역사적 평가로서, 독립이 대한민국의 정통성 중에 하나죠.
또 하나는 호국인데, 호국은 이른바 민주화 운동 세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호국의 개념 속에 베트남 전쟁도 들어가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크게 보면 전쟁의 위기로부터 국가를 보위해 낸 거거든요. 호국이라고 하는 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이죠. 우리로서는 그렇게 가지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이 민주입니다. 전국의 묘지 가운데 ‘민주’ 자가 들어간 묘지가 3개가 있습니다. 3.15민주묘지, 4.19민주묘지, 5.18민주묘지. 이 세 개에 민주 자가 들어가거든요. 즉 독립, 호국, 민주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다, 독립과 호국과 민주를 통해서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독립, 호국 두 개에 비해서 민주의 가치가 아직 제대로 역사화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 그렇군요. 이유가 있습니까?
■ 왜냐하면 그 당사자들이 현재 현역 정치인으로도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 시간이 좀 덜 지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5.18에 대한 왜곡이라든지 또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폄훼가 나옵니다. 민주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그러나 독립에 대해서 그러면 바보 취급 받잖아요.
그래서 민주는 아직도 정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박정희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게 그 증거이지요. 그렇기에 민주화 운동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룬 핵심 3대 가치의 하나로서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지 못한데, 그것을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을 저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다음에 아까 질문인 촛불혁명으로 확립된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이냐 라는 것에 대해서 제 답은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즉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는 과거에 권위주의 통치를 끝장낸 그래서 지금의 87년 체제를 만든 그 부분이라고 한다면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그건 정치적 민주화였거든요.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당연히 경제적, 사회적 또는 인권의 감수성을 비롯해서 다양한 민주적 의제들이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이 새로운 의제에 대응해야 하는데 제가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응하는 것을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하고 싶어요.
즉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제기된 다양한 사회 경제 인권 등의 의제를 다뤄 나가는 것을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따라서 앞에서 말씀드린 더 많고 더 넓고 더 깊은 민주주의의 내용들을 다뤄야지요. 바로 이런 것들이 촛불혁명 이후의 민주주의 과제가 아니었나 싶구요. 또 그것이 또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된 것이었다고도 보고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은 ‘독립, 호국, 민주’ 3대 가치에 있습니다.” [사진-조천현]
□ 이어서 묻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는데, ‘민주주의를 진전시켰다’는 평가와 ‘촛불혁명의 가치와 의미를 왜곡시켰다’는 평가가 상존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결과적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불과 5년 만에 국민의 심판을 받았죠. 더군다나 당시 야당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수권 가능성이 사실 없었었습니다. 야당 세력 내에서도 현 대통령이 후보가 되리라는 생각을 불과 얼마 전까지도 하지도 못했지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세력과 집단에게 권력을 내주었거든요. 이것이 대선과 지방선거에 나타난 엄혹한 결과로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 상황을 보면 정부의 정책이나 운영 또 대통령 개인 스타일, 능력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민들 불만이 굉장히 많습니다. 지금은 조금 올라가기는 했습니다마는 거의 20%대의 지지 밖에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만을 담아낼 만한 믿음직스러운 세력이나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70% 가까운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해서 불만이 많고 비판적인 평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주당이 아직도 그 반대급부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하고도 관련돼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민주화 이후 특히 IMF를 맞으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후에 우리 사회가 불가역적으로 변했다고 봅니다. 이제 그 이전의 세대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할 것 같고요. 그렇게 본다면 신자유주의 구제금융 위기 이후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 민주나 반민주, 진보와 보수의 틀을 넘는 새로운 지향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집단이나 세력들이 필요한데 아직 우리는 그걸 형성하지 못한 것이죠.
지금 다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정도로 국가가 전반적으로 위태위태합니다.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가 심각한 위협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데 현 정부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는데 그게 어느 정도 먹힌단 말이죠. 그런 점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민주-반민주, 진보-보수의 틀이 아닌 IMF 이후에 근본적으로 불가역적으로 변화하는 한국사회의 지형과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삶의 현장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미래의 비전과 가치를 갖고 이걸 담아내느냐 하는 것이죠.
최근에 사회 원로들이 모여서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는데, 그 노구를 이끌고 그렇게 애를 쓰시는 모습에 대해서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하면서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대안 세력은 아니거든요. 무슨 돌파구를 열거나 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민주당이라든지 기존의 운동권, 시민사회도 다 흔들리고 있어요. 문제를 알고 진단을 하고 그걸 담아낼 그릇들이 있으면 이렇게 사람들이 어려워하지는 않을 텐데 그래서 그게 오히려 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합니다.
□ 촛불혁명이 제기한 민주주의 과제가 있는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 과제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는 뜻이군요. 촛불이 제기한 민주주의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그 해결을 위해, 민주주의가 계속 진화해 나가야겠군요.
■ 그렇죠. 민주주의도 진화해 나가야 되겠죠.
“공화주의 추구가 민주주의 문제 해결에 방향 제시할 수 있어”
□ 그래서 최근에 계속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민주주의 위기’가 대두되면서 ‘공화주의’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습니다. 공화주의가 아직 담론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죠.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양당제도가 확립된 미국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정권을 번갈아 가며 집권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초기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있었습니다. ‘공화주의’란 무엇입니까?
■ 사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21세기 들어와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세계적으로 이미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민주주의 위기가 동시에 목도되고 있거든요. 아시다시피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보수화되고 있고, 극우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나타난 것은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를 비롯한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그 내용에 대한 실망이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과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민주공화제’에서 민주는 국민주권이고 공화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이죠." [사진-조천현]
제가 학자는 아니지만 공화주의를 질문하셨으니까, ‘공화’에서 ‘공’ 자는 ‘사(私)’적인 것의 반대인 ‘공’적인 것의 공(公) 자입니다. 함께 공(共) 자가 아닙니다. 공적이라는 게 ‘레스 퍼브리카’(res publica)입니다. 레스(res)와 퍼브리카(publica)가 합쳐서 리퍼브릭(republic)이 된 거죠. 그거에 대비해서 사적인 것이 레스 프리바타(res privata)라고, 우리가 프라이빗(private)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그 사적인 것과 대비되는 공적인 것이 공화의 가장 핵심 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경제 체제가 신자유주의가 되면서 자본의 전일적 지배가 가능하게 되니까 공적 영역들이 왜소화되고 협소화됐거든요. 그렇게 되니까 민주주의 자체가 인기가 없어지고 민주주의에 대해서 실망이 커졌지요. ‘민주화 됐는데 뭐가 좋아졌어. 내 삶이 좋아졌어?’ 이러는 것이지요. 한때 유행했던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얘기가 바로 그것이거든요. 공공이라고 하는 공적인 영역들이 확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우리 헌법에서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했다는 건 국민 주권을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추구하는 공화주의가 대한민국의 지배 원리라는 것입니다. ‘민주공화제’에서 민주는 국민주권이고 공화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이죠. 그러면 공공성을 추구하는 공적인 존재인 공화주의의 대전제가 뭐냐? 다름 아닌 공적인 존재로서의 시민이고 국민입니다. 따라서 국민이 없으면 공화주의는 불가능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식으로 얘기하면 ‘깨어있는 시민’이 바로 국민이고 공적 의무를 다하는 존재인 것이지요.
공익의 추구, 공론장, 공유, 공공복지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 것들이 다 공화주의이고 그래서 민주주의를 공화주의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해 실증과 염증을 느끼고 반민주 현상들이 나타나고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다시 공화주의가 얘기 되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공화주의가 대두되고 있다면 그것이 민주주의 위기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죠.
■ 공화주의 자체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위기를 근본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에서 공공성의 붕괴라고 본다면 공화주의 자체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에서 국민에 의한 공공성의 회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공화주의 추구가 민주주의 문제 해결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와 같이 가야 한다는 뜻이군요.
■ 그렇죠. 이미 우리 선조들은 일제로부터 조국을 되찾고자 했을 때 그 새로운 조국이 어떤 나라가 돼야 되겠느냐, 되찾은 나라, 새롭게 건설할 나라는 어떤 나라가 돼야 되겠느냐 했을 때 이미 100년 전에 민주공화국이라고 선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법통을 아주 지혜롭게 이어받아서 지금 우리 헌법도 민주공화국 아닙니까.
그건데 그동안 민주만 급급해 왔기에 형식적, 절차적인 민주주의는 이제 어느 정도 국민의 힘에 의해서 쟁취가 됐는데 민주주의에서 실질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내용은 뭐냐, 그게 바로 공화적인 내용이라는 거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이지요.
“민주화 운동 멈추는 순간 바로 탈민주화 시작돼”
□ 이제까지 주로 민주주의 원리와 관련된 얘기를 했다면 이제 윤석열 정부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해 여쭤보자 합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확립했는데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민주주의는 후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새로 들어선 보수 정부인 윤석열 정부 하에서 ‘잘못 판단했다’고 말하곤 합니다. 민주주의가 왜 이리 허약합니까?
■ 여기에서 성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아까 촛불혁명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서도 우리가 비판만이 아니라 성찰이 필요하다고 봤듯이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는가라는 것들에 대해서 저는 기본적으로 성찰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거는 찰스 틸리(Charles Tilly)라고 하는 학자의 의견이기는 한데 저도 제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떤 고정된 것, 어떤 완성의 상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틸리에 따르면, 민주주의란 민주화와 탈민주화라는 두 가지 요소를 공유하고 있는 역동적인 체제라는 거죠.
어떤 사회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더 깊은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화의 방향으로 계속해서 가지 않으면 반드시 그거는 탈민주화의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 민주주의가 그 내용을 채워내지 못하면 아까 나왔듯이 공화로 내용을 채워야 하는데 채워내지 못하면 탈민주화로 간다, 이건 역사가 증명하는 바라는 것이죠.
지난해 11월에 열린 '2022 한국민주주의 대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강성구 상임부이사장. [사진제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주의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에 따라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민주화의 방향으로 더 계속해서 추동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죠. 바로 탈민주화가 오는 것이다, 라는 교훈을 새기면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고요. 그래서 민주주의란 민주화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죠. 제 식으로 표현한다면 민주화 운동이 멈추는 순간 바로 탈민주화가 시작된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라든지 대의민주주의라든지 하는 면에서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따라서 대의민주주의 이런 부분들 자체를 단기간 내에 훼손하지는 못하겠지만 계속 탈민주화로 가게 되면 어느 순간 그것까지 훼손될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권위주의 통치로의 완전 회귀를 우리 국민은 늘 바로 잡아 왔지요. 역사적으로도 이미 경험이 있었죠. 4.19 이후에도 5.16이 오고 유신체제가 와, 과거로 회귀했지요. 하지만 한국이 위대한 것은 그걸 또 바로 잡아왔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완성된 게 아니다, 도달한 게 아니고 계속해서 더 많고 깊고 넓은 민주주의로 나아가지 않으면 그거는 계속 탈민주화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고 우리도 지금 그런 단계에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또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예를 들면 민주화로 인해서 정권이 교체됐다, 정권교체는 큰 아주 높은 차원일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민주주의가 완성된 건 아니다, 라는 거죠? 정권교체로 인해 민주주의가 완성됐다, 이제 발 뻗고 자야겠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뜻이겠죠.
■ 그렇습니다. 계속 민주주의를 높이기 위해서 살펴야 해요. 우리 역사적 경험으로 봐도 6월항쟁 이후에 7, 8, 9월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게 경제와 사회 분야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거거든요.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실질적으로 채워야 될 민주주의의 내용인 거죠.
그 다음에 기본권이라든지, 주택에 대한 문제라든지, 생명 존중 문제, 인권문제, 성 감수성 문제, 그리고 미투 등 굉장히 다양한 의제들이 돌출해 왔는데 이 부분들이 다 민주화 운동의 의제가 돼야 하지요. 그래서 제가 그걸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런 의제들에 충실하게 답하고 공적으로 또 결론들을 내려서 한 발 한 발 진전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월1일 김대중도서관 신년인사에서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경제, 남북관계의 3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2년차입니다. 일부에서 이와 비슷하게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도 민주주의, 남북관계, 경제 등 3대 위기가 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좀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특히 그중에서도 이들 위기의 연원이 어디냐는 것이죠.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하는 대답이 지금 위기인데, 이 위기의 연원이 지난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남북관계도 거기서부터 시작됐고 경제 위기도 그렇다, 계속 그렇게만 하고 있는데 어쨌든 지금 위기라는 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 동의하리라고 생각을 하고요.
특히 남북관계 문제, 한반도 평화의 위기 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국민의 생존 문제거든요. 이 문제는 단편적이거나 일시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의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외교 참사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마는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해도 그래선 안 되죠. 그리고 아마추어를 떠나서도 한반도 평화 문제, 국민의 생존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검찰은 한 번도 사과한 바 없기에 한 번도 민주화 된 적 없어”
□ 조금 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윤석열 정부로 바뀌고 나서 ‘민주주의가 힘없이 무너졌다’, ‘한국사회가 이룩했다던 민주주의가 이렇게 허약한가?’, ‘민주주의란 실체가 있는 것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옵니다. 국민들이 왜 이러는 것일까요?
■ 앞에서 얘기한 내용하고 좀 비슷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됐는데 무엇이 좋아졌는가, 민주주의가 왜 좋은 것인지를 실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이래서 좋은 것인데, 예를 들면 우리 삶이 나아지고, 인권이 신장되고, 여성들이 안심하게 귀가할 수 있고, 국민들이 어디를 가도 안전사고로부터 해방이 되고, 노동자들이 용광로에 빠져 죽지도 않고,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고통 받지 않고, 또 장애라는 이유로 지하철도 마음대로 못타는 게 아니고...
이런 것들이 민주주의가 아니겠습니까. 결국 이런 것들이 다 바라는 건데 민주주의가 그걸 해결하지 못한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민주주의에 대해서 싫증과 염증이 난 부분들이 있다고 보는데, 누군가 지적했듯이 학문적으로 표현하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이 다섯 가지 정도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강 상임부이사장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이 다섯 가지 정도로 나타난다"며, 다섯 가지 문제를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조천현]
첫째 포퓰리즘입니다. 둘째 정당이 약화되고 대표성이 실종된 문제입니다. 실제로 정당이 국민의 대표를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셋째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문제입니다. 그렇죠.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전문가 집단들이 있지요. 관료도 그렇고 특히 검찰이 문제가 되고 있지요. 즉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민주적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저는 시민적 통제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런 문제에 대한 실망입니다. 넷째 정치가 실종되고 사법화되어 사법통치가 되는 경우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의 언론화와 언론의 정치무기화 등입니다.
□ 다섯 가지 모두를 살펴볼 수는 없지만 특히 세 번째와 네 번째가 윤석열 정부 들어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 같군요. ‘선출되지 않는 권력’과 ‘검찰공화국’입니다. 사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주의 후퇴가 목격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옵니다. ‘검찰공화국’이란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한마디로 ‘비선출 권력의 민주적 시민적 통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아요. ‘법에 의한 통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 ‘룰 바이 더 로’(rule by the law)이지요. 지금 이 검찰공화국은 ‘룰 바이 더 로’가 아니라 ‘룰 오브 더 로’(rule of the law), 법치이지요. 그러니까 법이 그냥 다스리는 것이지요. 법치라는 말이 나쁜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법에 의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갖고 법을 수단으로 삼아서 통치를 한단 말이죠. 그래서 이건 법치주의가 아니라 사실상 한비자의 거의 법가적 통치가 아닌가 싶고요. 한비자의 법가적 통치에서는 이미 대화와 합의를 주로 하는 정치가 실종된 것이지요. 정치라는 건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해야 하는데 정치가 실종되다 보니까 사법 통치 또는 검찰공화국이란 얘기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왕년에는 소위 군부 쿠데타가 늘 문제였지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었죠. 큰 역사적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과거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를 숙청하면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군부의 쿠데타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지요. 그런데 선출되지 않은 다른 권력이 꿈틀거렸어요. 바로 검찰이지요. 일각에서는 ‘6월항쟁의 가장 큰 수혜자가 검찰이다’,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전에는 안기부와 같은 정보 공안기관들이 힘을 갖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국정원인데, 국내 사찰 등 논란이 되다가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인해 국정원도 크게 봐서는 거의 힘을 다 빼앗겼지요.
그렇게 보면 지금 합법적인 권력은 검찰입니다. 그 이후로 검찰은 아무에 의해서도 침해받지 않아왔었죠. 현 정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을 통해 앞에서 말한 법가적 통치를 해대니까 검찰공화국이란 말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군부 독재는 다시는 오기 어려운 그런 쪽으로 갔지만 다른 문제들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에 그런 군부 독재는 못 하지만 검찰 독재가 시작됐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아요.
■ 지금 검찰 독재도 예전의 군부 독재만큼 그만한 수준이지 않는가, 이런 뜻으로 들리기도 해서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했습니다. 알다시피 검찰의 조직 문화 자체가 굉장히 위계적이고 수직적이고 상명하복으로 움직이지요. 민주적 절차가 없어요.
그뿐 아니라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비롯해 무죄로 판명난 수많은 공안사건들에 대해서 검찰은 책임지지도 않았고 사과한 적도 없어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났어도 경찰이 책임지고 검찰은 벗어났죠. 군대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를 했어요. 그런데 검찰은 여태까지 한 번도 사과한 바가 없기에 한 번도 민주화가 된 적이 없었죠. 그러니 ‘검찰 독재’,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는 반공민주주의”
□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김광동 신임 위원장의 과거 행적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 “한국은 친일청산 할 것이 없다”, “4.19는 반독재 민주주의 투쟁이 아니라 경제 발전과 산업화에 대한 요구였다”, “5.16 군사정변으로 탄생한 박정희 정권이 그 정신을 이은 것”, “5.18민주화운동 시기 헬기가 기관총을 사격했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표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5.18에서 헬기 사격은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사실로 이미 확정이 된 내용인데, 그걸 왜곡한 것이지요. 그건 그렇고 저는 기본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그에 따라서 인사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같은 나라, 민주주의 전통이 오래된 나라들이 그렇게 하죠. 정권이 바뀌면 일부 기관장들은 당연히 그 정권의 인사들이 들어가는 게 있을 수 있고 또 맞다고 보는데, 하지만 특정한 성격의 기관들이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대표적인 거고 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만 형식적으로 임명 권한이 누구에게 있건 간에 실질적으로 정략적 정쟁의 대상을 끌고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경우 어느 정권에 의해서건 간에 국가 권력, 공권력에 의해서 피해를 본 분들의 진상을 규명해서 진실을 밝혀내고 화해를 하도록 하는 그런 위원회인데 그 기관의 성격에 맞는 사람을 보내야지 이 부분조차도 기관의 성격에 배치되는 사람이 들어오게 되면 공적인 영역들이 자꾸 훼손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 얼마 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김광동 위원장의 민주화운동 왜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서 발언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4대 항쟁을 얘기합니다.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그다음에 6월항쟁 이렇게 4대 항쟁입니다. 그 관련 단체들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그때 기자회견에는 우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하여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대구), 3.15의거기념사업회(마산),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5.18기념재단 등 공법단체들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1월 중순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의 민주화운동 왜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을 하고 있는 강 상임부이사장. [사진제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특히 4.19세대는 상당히 오래됐기 때문에 저희들하고 별로 내왕이 없었습니다마는 이번에 그분들도 참여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기를 뛰어넘어 한국의 민주화 운동 단체가 다 같이 모여서 한번 연대의 움직임을 보인 게 좀 의미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촛불시위,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집회도 열리고 있지만 이와 같이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들의 모임도 큰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그렇습니다. 민주화 운동 단체들도 공동의 위기의식을 느꼈고요. 특히 4.19 어르신들도 엄청 화를 내시고 기꺼이 참여했어요. 4.19 단체 측에서 성명서 문구도 굉장히 과격하게 내시고 해서 조정을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나 언급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또 언제고 틈만 있으면,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헌법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사실 우리 헌법에 민주주의는 나와도 자유민주주의는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는 아니죠.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는 헌법 가치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 아닙니까?
■ 상식적으로 개인과 권력,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게 자유주의이지요. 자유주의라는 게 기본적으로 아주 오래된 거고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테면 법으로 정의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침해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게 핵심 내용이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사실 자유주의는 나쁜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 본래의 자유주의가 얘기하는 자유의 개념과는 전혀 동떨어진 맥락에서 자유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시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정부가 취하는 여러 가지 정책이나 태도들을 보면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과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자유를 실제로는 반공의 뜻으로 쓰는 게 아닌가라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반공민주주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공공성 공익보다는 자본과 권력의 무제한 질주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신자유주의적 통치 질서 이런 부분들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라고 밖에는 해석되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통일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 우리 헌법에도 나와 있듯이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은 우리 국민과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입니다. 둘 사이에 어떤 함수 관계가 있을까요?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통일이 더 가까워질까요?
■ 이렇게 답을 하고 싶습니다.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한다’, 이게 과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특이한 좌우명을 갖고 있는데 ‘역사의 한계에 충실하자’, 이게 제 좌우명입니다. 예전에 우리 모두 민주화 운동을 해왔으니까 소위 논쟁을 엄청나게 하지 않았습니까. 특히 민족 문제에서 엄청나게 많은 토론을 해 왔었는데 이제 나이가 좀 들고 성숙한 지금 와서 보면 역사의 한계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인식 수준의 한계도 있었고 또 역사적 한계도 있었지요. 예를 들어서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사회주의를 추구했지요. 사회주의 이념과 맑시즘과 러시아 혁명을 보고 민족 해방의 그 무엇을 받았지요. 물론 그때는 스탈린 이전의 러시아였지요. 어쨌든 그런 러시아가 권위주의를 넘어선 전체주의 사회로 최종 종말을 맞게 되었는데, 이는 역사의 한계였다고 봅니다. 이 말씀을 굳이 드리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답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문하신 민주주의와 통일의 문제를 놓고 볼 때, 통일이라는 아젠다가가 지금 자라나는 주력 세대들, 미래의 주력 세대들에게는 의미 있게 다가가지 못하는 아젠다이거든요. 이건 다른 얘기이지만 사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통일이라는 표현은 잘 안 쓰고 평화라는 말로 많이 대체가 되고 있습니다. 통일보다 평화 아젠다로 다가간다는 것이죠.
"민주주의와 통일의 문제를 놀고 볼 때,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바람직한 통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봅니다." [사진-조천현]
어쨌든 민주주의와 통일의 문제를 놀고 볼 때,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바람직한 통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새로운 조국은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이미 100년 전에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결론입니다. 따라서 통일된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야죠. 이건 흡수통일하고는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따라서 통일에 있어서도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여기에다 자유니 자유민주주의니 하고 갖다 붙이면 통일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지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만 통일을 위해선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고민과 성찰, 지혜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렇게 답을 하고 싶습니다.
“핵심적인 한류 콘텐츠 중에 하나가 K민주주의”
□ 이제 마지막 부분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일하시니까 이와 관련된 몇 가지를 묻고자 합니다. 사업회가 21년이 됐죠. 사업회가 그동안 21년 지나면서 보수적인 정부와 진보적인 정부를 다 겪지 않았습니까? 민주주의와 관련해 두 성향 정부의 차이점이 있습니까?
■ 우회해서 말하겠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공공기관입니다. 4.19혁명, 부마(부산·마산)항쟁,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는 각각 법인이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 전체를 포괄적으로 기념하고 계승하는 그런 공공기관은 유일하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밖에 없고 다른 부분들은 다 특수 법인들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특정 정부에서 만드는 게 아닙니다. 앞에서 호국, 독립, 민주 세 가지를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여기에서 민주의 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유일한 공공기관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라는 것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해서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민주주의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과 영감을 주고 있죠. 외국인들이 국내에 오면 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이 유일하기 때문에 우리 사업회를 소개시켜줍니다. 여기 오면, 이제 남영동의 민주인권기념관이 만들어지면 조금 나아지긴 하겠습니다마는 우리가 사료관을 비롯해 여기저기를 보여줍니다. 말하자면 사업회가 외국 사람들과 민간 차원의 공공외교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산이나 인력 등에서 차이가 있었고 또 여러 가지 사업 내용에 대해서 정권의 취향에 맞게끔 약간씩 변형시키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민주화 운동과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즉 사업회는 특정 정권하고 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사업회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전략은 없고 다 단기적이고 전술적이고 정략적으로만 대응해 왔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발전해 왔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경제 성장과 민주화이지요. 그 한축인 민주화를 어떻게 기리고 기념할 것인가 하면,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어떤 재단 같은 형식으로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렇게 하는 게 누구의 이해관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게 국익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오래 전부터 이른바 한류가 세계적으로 떴는데 사실 핵심적인 한류 콘텐츠 중에 하나가,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K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지요. K민주주의는 우리의 굉장한 자산입니다. K민주주의는 누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인데 이거 좀 제대로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가 이뤄져야 하겠죠.
□ 지금 말씀하신 것과 연관이 되는데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하고 있는 사업이 많다고 봅니다. 특별히 기여했다고 하는 성과는?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사업회의 목적 1조가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함’ 이렇게 돼 있거든요. 제가 작년에 사업회 20주년 기념으로 그 목적에 입각해서 정리를 해놨는데요. (자료 책자를 보여주며) 이 자료를 보면 성과 20선이라고 나옵니다.
조직 발전 면에서는 민주인권기념관의 개관 준비, 민주화운동기념공원 운영 안착, 민주시민 교육 등을 했고, 그 다음에 사업적인 면에서는 6.10 기념식을 국가기념일로 만들어낸 것, 민주발전유공자한테 훈포상을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층에 있는 사료관. 이 사료관에는 한국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90만 건의 사료를 소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포괄적으로 말씀드리면 민주화 운동을 우리 사회에서 흔들릴 수 없는 가치로 정립하는 것이지요. 앞에서 수차 밝힌 대로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이지요. 조금 이따 가보시겠습니다만 2층에 사료관이 있습니다. 이 사료관은 민주화 운동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료를 모은 곳입니다. 한국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서 90만 건의 사료를 소장하고 있어 그 가장 큰 가시적인 성과 중에 하나가 사실은 그게 다 역사화를 하기 위해서 한 거예요.
그 다음에 여기 (책을 보이며) 한국 민주화운동사로 이렇게 통사로 세 권을 만들어 냈고요. 이게 현재까지는 유일합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1990년대까지 민주화 운동사를 통사로 만들어놓은 건 처음입니다. 이게 다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 작업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앞에서 밝혔지만 ‘민주화 운동의 가치가 더 이상 흔들릴 수 없는 가치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민주화 운동 사전을 만들고 있는데 사전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개념 정리를 하는 거거든요. 그래야 학자들이 논문도 쓸 수가 있고 또 인용 자료가 되고, 기본 자료가 되는 거니까. 10년 작업이 걸립니다. 올해로 3년 차에 들어갑니다마는 주위에서 사전이 왜 아직 안 나왔냐 그러는데 이게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입니다. 4월혁명부터 다 정의를 내리는 거거든요. 어려운 작업인데 하여튼 그런 기준과 준거를 마련하는 작업들도 하고 있습니다.
“후임 이사장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현 정부의 기본 관점 확인할 수 있어”
□ 사업회가 올해나 또는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라고 묻고 싶었는데 이미 주요한 내용이 많이 나왔네요.
■ 사실 제일 중요한 거는 민주인권기념관입니다. 알고 계시겠습니다마는 민주인권기념관은 과거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박종철 열사가 고문치사 당하고 김근태 선생이 고문당했던 공간이지요. 과거에 국가 폭력의 장소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유일하게 그나마 덜 훼손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게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민주인권기념관 개관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공사 중이지요. 기념관 안에 들어갈 내용으로 두 가지 주제를 다룹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국가 폭력이지요. 신관에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다룰 것인데 상설 전시를 하게 되면 저희들 생각에는 연간 한 2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오게 되리라고 봅니다.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그게 제일 커다란 일이고요. 그 이외에 경기도 이천에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이 있습니다. 그것도 올해 1월 1일부터 우리가 운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것도 잘 운영해 안착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가 6월항쟁 36주년인데요. 작년에는 윤 정부가 5월 10일에 취임을 했거든요. 그래서 6월 10일 행사가 다 짜여져 있던 대로 넘어갔고, 그때 총리가 왔었는데 올해는 누가 참석할지? 또 올해 6월항쟁 행사 기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그리고 행사 때 그동안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했던 분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 정부에서 훈장을 드려왔는데 이런 게 올해도 지속될지? 이런 것들도 좀 걱정이 되지요.
그 다음으로 올해가 임원 교체기입니다. 이사장님이 6월 임기인데, 후임으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서 현 정부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기본 관점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관의 특성상 법적으로 임명권이 행안부 장관에게 있긴 합니다만 어느 분이 새 이사장으로 오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기관의 성격과 사업의 내용들을 일관성 있게 가져갈 수 있고 훼손되지 않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 사업회의 향후 사업에 기대가 되는 것도 있고 우려가 되는 것도 있네요. 모든 사업이 잘되기를 바랍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치위기, 전쟁위기, 민생위기와 함께 시작된 2023년. 민플러스는 노‧농‧빈 민중단체 대표와 전국민중행동, 그리고 진보정당 대표를 만나 위기 극복 방안과 투쟁계획을 듣는 연속 대담을 기획했다. 공통된 관심사는 윤석열 검찰독재를 어떻게 끝장낼까에 맞춰졌다. [편집자]
오랜만에 기자는 전국민중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를 만났다. 2-3년 전 신년 인터뷰에서 진보정치단결을 강하게 호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윤석열 정부가 민중에 대한 거센 탄압을 노골화하는 현 시점에서 민중연대조직을 이끌고 있는 박석운 대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것저것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기자
“윤석열 ‘검찰 독재’다, ‘검찰 파시즘’이다 이런 말이 많이 나옵니다. 우리 국민들이 군사독재도 겪어보고 보수연합 독재도 겪어보고 했는데, 윤석열 정부를 이제 검찰독재라고 합니다. 그 문제점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박석운 대표
“대한민국 공안 권력 기구는 기본적으로 계보가 있어요. 일제강점기에는 특별 고등계. <특고>가 있었고요, 해방 이후에는 특무대가 있었어요. 516 이후에는 중앙정보부, 12·12쿠데타, 5·18 이후에는 이른바 보안사, 기무사였죠. 그러다가 국정원으로 넘어갔는데, 그건 보안사 사람들이 국정원을 접수한 거예요. 그래서 국정원이 또다시 컴백을 했어요. 이렇게 보안사, 국정원이 서로 맞물려 가고 있었는데, 6월 항쟁 이후 휘청한 거예요. 공안 권력 기구의 전통적인 맥이 휘청한 거죠. 그러다 보니 국정원이 국내 사건에 대해서 무소불위로 하던 것에서 제약이 많이 생긴 거죠. 이 틈새를 뚫고 검찰이 몸집을 키운 겁니다.
원래 검찰이란 게 졸개들이잖아요. 특고의 졸개, 다음 특무대의 졸개, 그리고 중앙정보부의 졸개, 보안사의 졸개 그랬단 말이죠. 그런데 전통 공안권력기관들이 일시적으로 무력화되는 상황이 발생하니까. 그리고 검찰 역시 공안 권력적 성격이 있으니까 스멀스멀 올라와서 중심 권력을 구축한 것이죠.”
기자
“검찰이 권력을 장악해 가는 경로는 어떻게 봅니까?”
박석운 대표
“검찰 권력 구축과정은 크게 두 가지 경로라고 볼 수 있어요.
하나는 정치인들에 대한 특수수사를 통해 정치권의 덜미를 잡는 것, 그걸 가지고 선택적 수사 등등의 방법으로 정치를 하기 시작하는 거죠. 다른 하나는 권력 수사 노하우를 가지고 유관 권력 기구들을 장악해가는 거예요. 검찰 출신들이 국정원에 가서 장악력을 높인다든가. 검찰 출신들이 경찰에 대한 군기 잡기를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특히 중요한 것이 금융감독원 같은데 검찰 출신을 보내는 거죠. 경제 관련 특수통들이 이제 경제관련기구를 장악하고 모피아랑 직접 결합해 들어가는 거죠. 이러한 경로들을 통해서 검찰이 한국 권력 기구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조국과 윤석열의 대결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틈새 권력으로서 검찰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려는 세력과 검찰 권력을 강화하려는 세력 사이에 쟁투가 벌어졌는데, 그것이 조국과 윤석열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결국 조국이 윤석열 검찰 세력에게 패배하고 되치기 당함으로써 정권까지 내주게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경 수사권 분리로 경찰에게 일정한 공간이 생기기는 하였지만 경찰세력이 이 힘을 유지할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검경 분리가 좀 되었지만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서 아예 찍어 누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다. 이 대목에서 최근에 확대되고 있는 공안 탄압 문제가 궁금했다.
기자
“말씀처럼 지금 검찰 권력이 하나는 정치인들 발목 잡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인 공안 탄압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박석운 대표
“공안탄압은 크게 두 층위가 있어요. 하나는 좁은 의미의 공안 탄압인데, 이른바 간첩단이 어쩌고 하는 것 있잖아요. 국가보안법을 악용해서 마구 엮어내는 거. 이게 전통적인 공안 탄압이죠. 또 다른 공안 탄압은 기존의 공안 기구, 공안 권력을 이용하는 방식이죠. 시민사회단체의 회계 문제를 턴다든가, 화물연대 파업을 담합으로 건다든가, 건설노조에 대해서 무슨 부패.비리가 어떻다, 채용개입 비리가 있다 이런 식으로 탄압하는 거죠.”
“국가보안법을 악용하는 탄압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민주노총 탄압, 시민단체 탄압은 그야말로 사문화된 조항들을 유령처럼 다시 살려서 견강부회하는 건데, 택도 없는 걸 가지고 몽둥이로 쓰는 거예요. 건설노조를 채용절차법 위반 어쩌고 하는데, 위반될 게 하나도 없어요. 재판 가면 다 무죄가 될 거예요. 일단 휘두르고 보는 거예요. 그런데 언론이 지금 완전히 받아쓰기하고 있잖아요.”
기자는 공직사회와 권력 집단을 감시해야 할 사정기관을 동원해서 오히려 민주노총이나 시민사회단체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탄압하는데 악용하는 행태에 분노를 표시했다. 그러나 박석운 대표는 좀 냉정하게 평가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기득권 권력구조가 강합니다. 기득권 집단들, 기존 제도권이 굉장히 강해요. 일단 관료조직이 강하고요. 모피아 권력도 굉장히 강해졌어요. 재벌 권력도 아주 강하고요. 이렇게 기존 권력들, 기득권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뭔가 하려고 하니까 안되는 거예요. 그냥 ‘착하게 살자’ 밖에 안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중에는 내로남불이다 이런 식으로 역풍이 부니까 그대로 당하는 거예요. 기존 권력 기구나 기득권 구조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멈칫멈칫하다가 결국 다 원래대로, 본성대로 돌아가 버린 거예요.”
민주화와 촛불 등 자랑찬 항쟁의 역사를 가진 이 땅에서 도로 수구세력이 부활하고, 반동의 역풍이 불게 되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았다. 박석운 대표는 촛불항쟁이 ‘국회 앞에서 멈춰 섰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대표
“6월항쟁 이후에 진전된 민주주의를 뒤집으려고 하니까 촛불이 터진 거잖아요? 난 이것을 1차 촛불항쟁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촛불항쟁이 일으킨 변화가 국회 앞에서 딱 멈췄잖아요. 촛불항쟁으로 이른바 촛불정부가 들어섰는데, 이들이 촛불연대와 촛불동맹을 내팽개치고 권력을 독식하려다가 결국 기득권에 편입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기득권 구조를 개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획된 것이에요. 일차적으로 관료들에게 포획당하고요. 특히 모피아에게. 근본적으로는 재벌지배구조에 포획당한 거죠. 검찰하고는 쟁투하다가 져버렸고요. 언론 일부 그나마 공영방송들은 조금 개선했고요. 나머지 기득권 보수 언론들, 제도권 언론들은 여전히 강하게 버티고 있어요. 그러니 관료, 언론, 검찰, 재벌도 이들이 다 공범이에요.
공범 세 개 중 조금이라도 해놓은 거는 언론 정도고, 검찰은 하다가 깨졌고 재벌은 손도 못 댔고 이런 거지요. 특히 문재인 정부는 모피아들에게 농락당했어요. 모피아는 재벌과 한통속인데. 기조가 잘못된 거죠. 촛불연대나 촛불동맹을 내동댕이치니까 그런 거예요. 그 일차적 피해를 민초들이 보는 거고요”
박석운 대표는 지금도 일부 야당 의원들이 아직도 자기들이 여당인 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분개했다. 윤석열 정권이 엉망으로 하고 있는데, 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도 이런 한심한 감수성, 아마추어 정치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절치부심한 수구세력에 정권을 빼앗겼다는 지적이다.
“야당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계속 우물쭈물하잖아요. 지난번 코로나 손실보상금도 그래요. 자기 당 이재명 후보가 손실보상금을 주자고 하는데 그걸 안 주고 모피아에 발목이 잡혀 우물쭈물해요. 그런데 윤석열이 당선되자마자 손실보상금 확 풀었잖아요. 5년 내내 만사가 이런 식이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잖아요.”
기자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박석운 대표
“대미 몰빵 외교로 나라를 망쳐먹고 있다고 봐야죠. 지금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과의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중국하고 더 많이 하고 있어요. 한국 경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걸 도외시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중국도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이 이런 식으로 나가니 자기들도 대체 수입선을 찾지 않겠어요? 한국 수입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어요. 이러니까 대중 무역적자가 구조적으로 가는 것이죠. 물론 중국이 자체 기술력이 올라오는 면도 있고, 미국의 압박도 있고 하는 것들이 작용합니다. 그래도 한국 정부는 아니야 중국하고 계속 같이 갈거다 이렇게 설레발이라도 쳐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온 세상이 다 알게 중국과 관계를 끊고 있잖아요. 세상 바보라도 다 알아차리잖아요. 결국 자본한테도 손해가 가는 짓을 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고스란히 우리 민초들의 고용과 민생에 악영향을 주는 겁니다.”
기자
“요즘 일본 문제가 심각합니다. 강제 동원 문제도 그렇고, 한미일 군사동맹도 그렇고”
박석운 대표
“강제 징용이라는 용어는 부정확한 용어예요. ‘강제 동원’이 맞습니다. 강제 징용이라는 건 일본의 조선 강점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권력이 자기 국민을 징용했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일본의 조선 강점도 불법, 그 불법에 기초해서 강제동원, 강제노동시킨 것도 불법이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배상하라는 거예요.”
“지금 강제 동원 문제가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박근혜 야합과 비슷한 구도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미일한 수직군사동맹을 빨리 해야 하는데, 딱 걸림돌이 한일 간 역사정의문제란 말이죠.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죽는 줄 알면서도 지금 그 길로 가고 있어요. 박진 외무장관이 광주까지 갔고, 실무진이 판을 짜고 있는데 결정적인 것을 못 하고 있잖아요, 자기들도 겁나는 거예요. 그런데 아마 2월 말 3월 초쯤? 3.1절에 아마 뭔가 사고를 칠 것만 같아요.”
윤석열 정부가 죽는 길인 줄 알면서도 한일야합, 굴욕외교로 간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갔다. 박 대표에게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압력이 굉장히 큽니다. 이걸 견디기 힘든 거예요. 두 번째로는 윤석열 정권 스스로가 일본의 협력을 받아야 자기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정세판단을 하는 것 같아요. 우리 국민보다는 친일에서 살길을 찾는 거죠.”
“여기에다 일본 우파들은 이번 기회에 한국 정부를 길을 들여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일본은 지난번에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촛불항쟁으로 거꾸로 가서는 대법원에서 판결까지 나오니까 경제보복으로 맞선 거죠. 그런데 이마저도 국민들이 NO아베운동으로 엎어버린 거잖아요. 일본 우파들은 이런 식으로 일이 번질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 했을 거예요. 일본 우파들이 한국을 들여다보는 창이라는게 다 조중동 일본어판인데 현실파악이 왜곡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이번에는 일본 우파들이 마지막 남은 부분들 한 번 더 밀어붙여가지고 확실하게 한국을 길들여야 한다. 이렇게 보는 거죠. 그 핵심은 일본에 꼼짝 못 하고 찍소리 못 하는 그런 한국 정부를 만드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이 윤석열 정부가 천지 분간을 못 하고 길들이기 당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강제동원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박석운 대표
“지금 유일한 저항선이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입니다. 80년~90년 동안 고통받는 그분들이 또 저렇게 고통을 또 받아야 하니까 기가 막힐 지경이죠. 지금 시민사회단체가 굴욕외교 반대투쟁을 3월 1일 규모 있게 하려고 조직하고 있어요. 사죄도 배상도 없는 굴욕적 외교 해법을 규탄하고 반대하는 대규모 투쟁이 필요합니다. 지금 한일 역사정의 평화행동에는 616개가 넘는 단체가 함께 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강제동원 문제와 같은 역사 정의도 있지만 생태환경 문제도 있어요. 4월이나 7월에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건데, 우리나라 남해안 동해안은 쑥대밭이 돼버리는 거예요. 여기에다 특히 미일한 수직적 군사동맹으로까지 가면 심각한 전쟁위기가 야기되는 거고. 지금 일본은 전수방위 폐기하고 선제공격까지 하겠다는 건데, 선제공격을 하려면 우리 영토를 지나가게 돼 있잖아요.”
“지금 현재 상황으로서는 윤석열정부가 이 모든 일을 다 저지를 것만 같아요. 중앙일보 기사로 떴다가 급히 내려버린 내용은 27일 야합을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한국정부가 발표하고 3.1절 경축사에서 윤석열이가 발표하고, 일본 동경에 가서 WBC야구 관람을 같이한다는 식의 그림인데, 자기들끼리 멋있게 그리고 있죠. 그러나 일장춘몽이 되고 말 겁니다. 우리 국민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 대목에서 박석운 대표는 매우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를 일본과 야합해서 풀게 되면 ‘탄핵’사유가 됩니다. 왜냐? 대법원 판결이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취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당연히 탄핵 사유입니다. 대한민국의 실정법 해석에 있어 대법원이 최종적 해석 권한을 가지는 만큼, 법치행정을 시행해야 할 행정부는 이런 실정법 해석에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만일 대통령이나 각 행정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이러한 대법원의 실정법 해석에 반하는 내용으로 직무집행을 한다면, 이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가 되고, 당연히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정도로 중대한 헌법위반 사안입니다. 이미 박진 외무부 장관은 해임건의안이 올라가 있고, 장관은 과반으로도 탄핵발의가 돼요. 대통령은 2/3를 넘어야 하는데, 사실 이 문제는 중간층이나 보수층들도 굉장히 분노하고 있거든요. 국민적 투쟁의 폭이 굉장히 넓어질 겁니다.”
김장호 민플러스 기자
기자
“윤석열 정부는 반대하는 국민적 투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투쟁을 조직해갈 생각이신가요?”
박석운 대표
“박근혜 퇴진 투쟁을 실증적으로 되돌아보면, 조직대오의 아주 강력한 투쟁이 선도를 하고 비조직 시민들이 가세를 해가지고 촛불로 폭발해서 성공한 거잖아요. 그런데 조직대오들은 지금 투쟁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어요. 몇 가지 쟁점들이 있잖아요. 노조법 2조, 3조 문제가 있고요, 양곡관리법 문제가 있어요. 화물 안전운임 문제, 그다음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문제도 있고요. 특히 노조법 2조 3조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월 말까지 통과될 경우 법사위, 본회의 패스트 트랙을 고려해도 5-6월까지는 정리될 거예요. 그런데 이걸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거잖아요. 농민들 양곡관리법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렇게 되면 거대한 분노가 일어날 겁니다. 여기에 3가지 흐름이 더 붙게 되어 있어요. 강제동원 문제가 있고요. 이태원 참사 문제가 여전히 해결이 안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검찰독재 반대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지금 광범위하게 저항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죠. 이렇게 노농빈등 조직된 대오에 강제동원, 이태원참사, 검찰독재반대 민주수호의 흐름들이 합류하면 거대한 반윤석열 투쟁흐름이 형성된다고 봐야겠죠.”
기자
“전기요금, 가스요금 폭탄 등 물가인상, 경기침체, 부채위기 등 민생위기가 심각한데,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석운 대표
“민생파탄이 심각합니다. 물가, 금리 다 오르고 임금은 오르지 않잖아요. 못 살겠다는 겁니다. 경기는 엄청나게 침체할 거고요. 가스비, 전기료 다음에 교통비까지 오르는 상황이죠. 이런 불만이 저변에 꽉 차 있는데 부동산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터지지 않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어요. 당치도 않은 부동산 정책을 내고 있잖아요. 거기다가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도 하겠다고 덤벼들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 조직대오와 일반시민을 이간질하겠다는 의도인데,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잖아요. 이제 봄이 오고 몸이 풀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윤석열 정부의 실책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엄청난 불만과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기자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금처럼 물가가 심하게 오르는 국면에서 굳이 공공요금을 급하게 올릴 이유가 있는가? 윤석열 정부와 경제기획원은 모두 바보들인가. 국민들이 다 분노할 텐데. 이에 대한 박석운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게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이다. 경제 정책 방향 자체가 부자천국 재벌천국 서민지옥 방식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나올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예산을 부자감세에 복지예산을 줄이는 정부이다. 가스비, 난방비로 국민의 불만이 올라 오니까 당장 일부 지원조치를 하지만, 다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다. 결국 실제 지원은 안 하고 입만 가지고 떠드는 방식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럼 국민들이 이 정부는 입만 가지고 떠든다는 것을 다 알게 된다.'는 것.
기자
“지금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이신데, 전국민중행동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박석운 대표
“전국민중행동은 지금 약 43개 단체 정도가 지금 참여하고 있고요, 특히 지역민중행동이 8개 지역에서 조직이 되어 있습니다. 부문 단체가 35개, 지역민중행동이 8개 지역, 이렇게 해 가지고 43개 단체입니다. 전국 민중행동은 이른바 상설 공동투쟁체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잇습니다. 이번 여름의 투쟁에 이제 어쨌든 좀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반윤 국민투쟁기구에 대한 구상과 전망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박 대표는 금방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즉각 대답했다.
“이른바 반윤 투쟁체를 만들자는 논의가 있는데 그런데 금방 잘 안 될 겁니다. 조직구성 논의부터 하는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됩니다. 반윤투쟁세력에는 민중진보 세력도 있고, 시민사회단체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비조직 시민들이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직구성 논의부터 먼저 하면 시민사회단체, 종교, 인권을 포함한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 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조직구성보다는 공동행동, 공동실천을 먼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질적 변화가 생기게 되겠죠.”
기자
“대표님에게 진보정치문제를 뺄 수가 없잖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박석운 대표
“진보정치 대단결은 필수 조건이에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계속 그 이야기를 해도 다들 골목길에 구멍가게 하나씩 차려놓고는 구멍가게 키우는 데만 관심을 쏟더라고요. 그러니까 안 되죠. 촛불항쟁의 거대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촛불동맹으로 못 간 것도 진보정치가 약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다시 진보정치 단결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진보 정치 대단결의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뭔가 가능성이 생기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뭐 진보연합당 정도라도 해서 하면 한국 정치 전체가 좋아지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반윤한다면서 비판적지지 하는 것은 엉터리예요. 권력 분점이 전제가 돼야 돼요. 권력분점이 전제가 되는 민주진보 선거연합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 정치를 좋게 만드는 길이에요. 제가 볼 때 선거연합의 핵심은 뭐냐하면 다수세력은 집권전략이고 소수세력은 교두보 전략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진보대단결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이태원 참사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고 있지 못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박석운 대표
“오랫동안 굉장히 노력해서 지금 유가족 대책협의회하고, 시민대책회의가 만들어지고 서로 공조를 하는 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100일째가 되는 2월 4일 함께 광화문까지 영정을 안고 행진하고 분향소도 차렸습니다. 지금 이태원 참사 문제는 진상 규명도 제대로 안 됐고, 책임자 처벌도 안 됐고, 재발 방지책도 없습니다. 100일이 지나면서 가족들도 참을 만큼 참았고, 모두다 힘들었습니다. 이걸 국민적 분노로 확장하고, 국민적 동력을 만드는 과정으로 될 것입니다. 현재 국정조사로도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조사권을 가진 독립적인 조사기구, 특검까지 추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사기구 구성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박석운 대표는 다음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치었다.
“이 갈래 물과 저 갈래 물을 모두 다 모아서 대하를 만들어 바다로 가는 게 올해 제일 큰 희망입니다.”
2022년 10월 18일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쎈터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는 「북조선 핵교리에 대한 새로운 걱정거리(The Troubling New Changes to North Korea's Nuclear Doctrine)」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클링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가 2022년 9월 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한 엄청난 상황변화를 목격하고 그 논문을 집필했다.
조선의 핵무력정책법에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제시한 선제핵타격 5대 조건이다. 선제핵타격 5대 조건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조선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공격 또는 대량살륙무기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조선이 적대세력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한 경우
2) 조선의 국가지도부와 핵무력 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공격 또는 재래식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조선이 그런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한 경우
3) 조선의 중요전략대상들에 대한 적대세력의 치명적인 군사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조선이 그런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한 경우
4) 조선이 전시에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적 필요성을 인지한 경우
5) 조선에서 국가 존립과 조선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경우
한미련합군의 북침 도발 징후가 나타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술핵무기를 사용하여 선제핵타격을 결행하게 될 것이라는 핵무력정책법이 발표되자, 미국에서는 대응책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위에서 언급한 클링너의 논문에는 조선의 핵무력정책법에 대처하는 대응책이 다음과 같이 열거되었다.
1) 미국은 본토에 구축한 미사일방어체계를 증강한다.
2) 미국은 해외에 구축한 미사일방어체계를 증강한다.
3) 미국은 핵무력 현대화사업을 완성한다.
4)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한다.
5)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공약을 재확정한다.
6) 미국은 미국, 한국, 일본의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참가하는 3자 회의를 정례화한다.
7) 미국은 한미련합군의 군사훈련을 확대, 재개한다.
8) 한국은 중거리지대공미사일과 장거리 지대공미사일을 개발한다.
9) 한국은 함상 배치 스탠더드 미사일-6을 구입한다.
10) 한국은 자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미국,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로 통합시킨다.
11) 한국은 대북 공격력을 강화한다.
12) 한국은 일본과의 안보협력 중요성을 확인한다.
클링너는 자기 논문에서 위와 같은 대응책들을 열거하면서, 그 대응책이 실행되면 조선의 선제핵타격 위험이 해소될 것처럼 서술했지만, 그가 열거한 잡다한 대응책들은 조선의 선제핵타격을 막아낼 실효적인 방책이 아니다. 그것은 해마다 한 차례씩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되어온 구태의연한 방책에 불과하다. 그처럼 실효성 없고 구태의연한 방책을 가지고 조선의 선제핵타격을 막아내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클링너가 열거한 비현실적인 대응책 중에서 다섯 번째로 언급한 대응책이 눈길을 끈다. 그것은 미국이 한국을 핵우산으로 보호해주는 확장억제공약을 재확정하는 대응책이다. 클링너는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재확정하는 것을 대응책으로 거론한 것이다.
그런데 기존 확장억제공약을 재확정한다는 클링너의 주장은 무슨 뜻인가? 위에서 언급한 논문에서 클링너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공유 체제와 유사한 핵공유 체제를 한국에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국군 기지에 배치하고, 핵공유 체제를 운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링너는 2022년 8월 4일에 발표한, ‘지금은 남한에 핵무기가 있어야 할 때가 아니다(Now Is Not the Time for South Korea To Go Nuclear)’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나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2022년 10월 18일에 발표한, ‘북조선 핵교리에 대한 새로운 걱정거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는 나토식 핵공유체계를 한국에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2022년 8월부터 2022년 10월 사이에 클링너의 주장이 180도로 바뀐 것은, 2022년 9월 8일 조선이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하고,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선제핵타격을 법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이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함으로써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선제핵타격이 확정적으로 되자, 클링너는 자기 주장을 180도로 바꿔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고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2. 나토식 핵공유 체제의 실상 모르는 종미우익세력
조선의 핵무력정책법은 워싱턴과 서울에서 충격과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은 조선의 핵무력정책법이 뜻하지 않게 강력한 심리전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워싱턴에서 나타난 심리전 효과보다 서울에서 나타난 심리전 효과가 한층 더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에는 물론이고 북침 전쟁 도발징후가 나타나기만 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선제핵타격으로 종미우익세력을 타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제핵타격이 타격 대상을 전멸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종미우익세력은 충격과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종미우익세력의 몸부림은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한국에 도입하는 대응책을 여론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종미우익세력이 충격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무 절급해진 탓에 나토식 핵공유 체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목청부터 높인 것이다.
무지몽매한 종미우익세력은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여론화하려고 시도하면서 핵공유라는 개념을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결정적 오류를 범했다. 나토의 핵공유 체제에서 사용되는 핵공유(nuclear sharing)라는 이상야릇한 개념은 전술핵무기 사용 권한을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공동으로 행사한다는 뜻이 전혀 아닌데도, 종미우익세력은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도입하면 미국과 한국이 전술핵무기 사용 권한을 공동으로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다.
나토의 핵공유 체제를 들여다보면,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전술핵폭탄을 사용하는 권한은 미국과 핵공유 체제 가입국들이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항상 배타적으로, 독자적으로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이 핵공유 체제 가입국들에 건설한 핵무기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는 전술핵폭탄은 미국 합참본부가 핵무기보관소로 직접 송신하는 긴급행동메시지(EAM) 발사암호가 입력되어야 활성화된다. 활성화되지 않은 핵폭탄은 터지지 않는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미국이 핵공유 체제에 가입한 도이췰란드, 이딸리아, 네데를란드, 벨지끄, 뛰르끼예에 각각 건설한 6개 핵폭탄보관소에는 전술핵폭탄 150여 발이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핵폭탄보관소를 관리하는 권한은 미국이 항상 배타적으로, 독자적으로 행사한다. 미국의 핵폭탄보관소를 자국 영토에 설치한 5개 가입국들은 핵폭탄보관소를 관리하기는커녕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한다.
미국은 6개 핵폭탄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는 전술핵폭탄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핵작전계획을 배타적으로, 독자적으로 수립해놓았다. 핵공유 체제에 가입한 5개국 국방장관들로 구성된 나토 핵계획집단(Nuclear Planning Group)이라는 상설기구에서 미국의 핵폭탄을 유럽에서 사용하는데 필요한 핵정보를 공유하고, 미국의 핵폭탄을 사용하기 위한 핵정책을 논의하지만, 그것을 알맹이 없는 논의다. 왜냐하면, 나토의 핵공유 체제에 가입한 5개국은 미국의 비밀핵작전계획서를 열람할 수 없기 때문이고, 나토의 핵공유 체제에 배치된 전술핵폭탄을 사용하는 최종 결정은 오직 미국 대통령이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토의 핵공유 체제에 가입한 5개국이 전시에 수행할 임무는 무엇인가? 그들은 핵폭탄보관소에서 활성화되어 출고한 전술핵폭탄을 자기 전투기에 장착하고, 출격시켜 적진으로 날아가는 위험천만한 핵공습작전에 동원되는 것뿐이다. 교활한 미국은 핵공유 체제에 가입한 5개국을 로씨야의 S-400 지대공미사일에 맞아 격추될 위험천만한 핵공습작전에 내몰고, 자기는 안전한 후방에서 핵공습을 원격 조종하는 것이다. 핵공유 체제에 가입하면 미국의 핵공습작전에 ‘총알받이’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 이것이 나토식 핵공유 체제의 참담한 실상이다.
3. 즉각 개입조항 없는 이상한 한미상호방위조약
만일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한국에 도입하면, 전시에 미국은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즉각 개입해야 한다. 미국이 즉각 개입해야 전술핵폭탄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즉각 개입조항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는 “당사국 중 어느 일국이 외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당사국은 협의하고 (중략) 무력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강화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했다. 이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즉각 개입하지 않고 한국과 개입문제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에는 “각 당사국은 무력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규정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헌법상의 절차는 미국 연방의회에서 무력 개입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복잡한 절차를 의미한다. 이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즉각 무력 개입을 하지 않고 미국 연방의회에서 복잡한 의결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무력 개입 문제를 놓고 중구난방으로 말싸움이 벌어지면, 미국 연방의회가 의결하기도 전에 전쟁은 신속히 종결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달리, 나토 조약에는 즉각 개입조항이 들어있다. 나토 조약 제5조에는 “어느 동맹국이 무력공격을 받으면 즉각 그것을 모든 가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유엔헌장 제51조가 승인한 개별적 자위권 또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피침국에 대한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규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한국에 도입하려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여 즉각 개입조항을 넣어야 하는데, 미국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0%다. 미국이 압도적인 핵무력을 가졌던 1953년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즉각 개입조항을 넣지 않았는데,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강력한 핵무력을 보유한 오늘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여 즉각 개입조항을 넣을 것이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인 공상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즉각 개입 조항이 없다는 것은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한국에 도입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한국에 도입해주기를 바라는 종미우익세력의 희망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몽매의 부산물이다.
한국의 종미우익세력만 그런 게 아니라, 일본의 종미우익세력도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일본에 도입해야 한다고 떠들어댔다. 그들은 2022년 2월 24일 로씨야가 노보로씨야 해방전쟁을 개시하자 충격과 불안에 사로잡힌 나머지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일본에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일본 종미우익세력의 대표자인 아베신조(安培晋三)가 앞장에 섰다. 그는 2022년 2월 27일 일본 텔레비전 방송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일본에 도입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미국은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일본에 도입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일본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조선과 중국이 그것을 저지하기 위한 결정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결정적인 군사행동은 조선의 ‘남조선해방전쟁’과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을 의미한다. 만일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한국이나 일본에 도입하면, 조선과 중국은 미국의 전술핵공격을 받을 위험이 증폭될 것이다. 전술핵무기를 서로 사용하는 핵교전이 벌어지면, 심각한 전쟁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므로 조선과 중국은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한국이나 일본에 도입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선제공격을 결행하여 미국의 핵공유 체제 도입책동을 파탄시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조선해방전쟁’과 대만해방전쟁이 동시에 일어나는 엄청난 격변이 일어나게 된다. 미국에게는 조선과 중국의 선제공격을 촉발시킬 위험천만한 ‘도박’을 감행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4. 윤석열의 독자적 핵보유 망언과 백악관의 은밀한 압력
종미우익세력은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한국에 도입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의와 절망에 빠진 종미우익세력이 마지막으로 꺼내놓은 것이 독자적 핵보유 망언이다. 2023년 1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를 마무리하는 발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오랜 시간이 안 걸려서 우리 과학기술로,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이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 북의 전술핵공격 위험을 상쇄시킬 확장억제능력으로 우리를 지켜주고 있으므로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식으로 말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이른 시일 안에 핵무기를 개발해 북의 전술핵공격 위험에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것이야말로 독자적 핵보유를 주장한 망언이다. 독자적 핵보유 발언을 망언으로 보는 까닭은, 독자적 핵보유 책동으로 안보를 지키기는커녕 전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의문이 생긴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불신하게 된 것일까? 이 의문을 풀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아야 한다.
1) 윤석열 대통령이 독자적 핵보유 망언을 꺼내놓기 열흘 전인 2023년 1월 1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에 방영된 영상은 종미우익세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날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은 김정은 총비서가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추진체 30기가 가지런히 놓인 보관시설과 화성-12형 전투부(warhead) 30기가 가지런히 놓인 보관시설을 각각 시찰하는 영상을 방영했으며, 이스칸데르형 변칙비행 미사일을 2발씩 탑재한 발사대차 10대가 일렬로 주차된 지하핵기지를 시찰하는 영상도 방영했다.
조선이 실전배치한 이스칸데르형 변칙비행 미사일의 전투부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디스코 볼(disco ball)’이라고 부르는, 지름이 약 20cm인,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전술핵탄두가 장착되었다. 한반도에서 군사대결이 극도로 격화되거나 중국이 대만해방전쟁을 개시하면, 조선은 지체없이 ‘남조선해방전쟁’을 단행할 것인데,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개전 시각에 ‘디스코 볼’이 장착된 변칙비행 미사일을 집중 발사하는 치명적인 초탄필격전술로 종미우익세력의 전략거점들을 흔적도 없이 날려 보낼 것이다. 영토완정을 실현하려는 조선의 ‘남조선해방전쟁’은 종미우익세력의 완전 파멸을 의미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디스코 볼’을 날려보내는 불시 핵타격, 초정밀 핵타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갖지 못한 종미우익세력은 자기들에게 파멸의 암운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시찰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은 2022년 10월 4일 일본 열도를 넘어 약 4,500km를 날아가 북태평양에 떨어진 바로 그 미사일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시찰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은 2017년 8월 미국의 핵전략 거점인 괌(Guam)을 포위 사격하기 위해 발사 준비를 끝냈던 바로 그 미사일이다. 2017년 8월 14일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인민군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하였을 때, 전략군사령관은 괌의 동서남북 인근 해상으로 화성-12형 4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포위 사격 준비를 끝마치고 김정은 총비서의 발사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했었다. 당시 전략군사령관의 보고를 받은 김정은 총비서는 전략군의 괌 포위 사격 계획은 “미국놈들의 숨통을 조이고 모가지에 비수를 들이대는” 것이므로, 자신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라고 명령하였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17년 8월 29일과 9월 15일 화성-12형을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으로 발사하여 김정은 총비서의 항시적 발사태세 명령을 실행에 옮겼다.
그로부터 5년 4개월이 지난 오늘, 화성-12형 전투부에는 미국 중앙정보국이 ‘디스코 볼’이라고 부르는, 지름이 약 40cm인,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전술핵탄두가 장착되었다. 전시에 미국이 괌의 핵전략 시설을 가동하는 징후를 보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디스코 볼’을 아주 멀리 날려보내는 선제핵타격으로 괌의 핵전략 시설들을 흔적도 없이 날려 보낼 것이다.
전시에 미국이 확장억제공약을 실행하려면 괌의 핵전략 시설들을 가동해야 하는데, 그 핵전략 시설들이 조선의 선제핵타격을 받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으니, 괌의 핵전략 시설들은 사실상 불능화된 것이고, 그에 따라 미국은 확장억제공약을 실행할 수 없게 되었다. 2023년 1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독자적 핵보유 망언을 꺼내놓으면서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불신한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능력이 조선의 선제핵타격능력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위와 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은 것과 대비되지 않을 만큼 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백악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독자적 핵보유 망언을 듣고 경악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불신하는 것은 곧 한미동맹을 불신하는 것이며, 한미동맹을 불신하는 것은 곧 미국을 불신하는 것이다. 종미우익세력은 한미동맹을 영원히 맹신하고, 미국에 영원히 맹종해야 하는데, 종미우익 대통령이 감히 미국을 불신하다니, 백악관의 시각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독자적 핵보유 발언은 미국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 미국에 대한 불복종을 불러올 망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어찌 백악관이 경악하지 않았겠는가.
백악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독자적 핵보유 망언 사건을 수습해야 했다. 백악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독자적 핵보유 망언을 철회하고,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신뢰하는 수정 발언을 하라는 긴급 행동 지침을 비공개 통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통보하면서 은밀한 압력을 가했다. 2023년 1월 24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는 미국이 확장억제공약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불신을 완화시키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이 “최고위급(very senior levels)"에서 윤석열 정부와 확장억제공약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최고위급 논의라는 것은 백악관과 윤석열 대통령실의 은밀한 논의를 의미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백악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독자적 핵보유 망언을 철회하고,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신뢰하는 수정 발언을 하라는 은밀한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 한미동맹에 균렬을 낸 조선의 ‘디스코 볼’
윤석열 대통령은 백악관의 긴급 행동 지침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2023년 1월 19일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를 방문한 길에 미국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과 대담하는 자리에서 “저와 한국 국민은 북의 핵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매우 존중한다. 미국의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독자적 핵보유 망언을 철회시킨 것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다음과 같은 조치를 더 취했다.
1) 백악관은 미국 국방부 장관을 서울에 급파했다. 2023년 1월 31일 서울에 나타난 로이드 오스틴(Lloyd J. Austin) 국방부 장관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만나 회담을 진행했다.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F-22 스텔스전투기, F-35B 스텔스전투기, 제7함대 항모타격단이 전개되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이런 핵전략자산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다. 한국을 방위하는 미국의 공약은 구호가 아니라 철통같은 공약이다. 이것이 확장억제공약의 핵심이다. 두 정부가 확장억제를 강화할 여러 방안에 대해 이미 논의한 바 있고, 앞으로 계속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확장억제공약에 대한 종미우익세력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2023년 2월 1일 미국 공군 B-1B 전략폭격기 2대가 F-22 스텔스전투기 2대, F-35B 스텔스 전투기 2대, 공중급유기 1대를 거느리고 서해 상공에 출동했다.
2) B-1B 전략폭격기 2대를 서해 상공으로 긴급히 출동시켜놓고서도 안심하지 못한 백악관은 주한미국대사를 언론 앞에 내세웠다. 2023년 2월 1일 필립 골드벅(Philip S. Goldberg) 주한미국대사는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독자적 핵보유 망언 이후 종미우익세력 속에서 확산되는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보려고 나름대로 애썼다. 그날 그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미국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사용해 확장억제공약을 실행하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3) 백악관은 올봄에 윤석열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하여 환대하면서 연방의회 연단에 올려 세우는 워싱턴 내방을 검토하는 중이다. 백악관은 은밀한 압력과 파격적인 대우를 번갈아 동원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대미불신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백악관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의 독자적 핵보유 망언을 철회하고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신뢰하는 척했지만, 그것은 백악관의 은밀한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취한 가식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종미우익세력은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에 대한 불신을 내려놓지 않았다. 미국이 실전 상황에서 확장억제공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들의 대미불신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미 불신 현상은 그가 맹종해온 한미동맹에 균렬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선의 ‘디스코 볼’이 한미동맹에 균렬을 낸 것이다. 앞으로 정치군사적 대결이 격화되면, 균렬은 더 커질 것이다. 균렬이 커지면 파렬되는 것이 물리학의 법칙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지난 5일로 100일이 됐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4일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열고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광장을 차벽으로 막아, 서울시청 앞으로 옮겨 분향소를 만들었다. 경찰과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이 과정에서 충돌을 빚었고 서울시는 6일 오후까지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전달한 상태다. 6일 신문들 논조는 참사의 책임 규명을 언급한 신문과 그렇지 않은 신문으로 갈렸다.
경향신문은 1면에 이와 관련해 <‘참사’ 기억을 지우는 서울시>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경향신문은 “일각에선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발생에 직접 책임을 지는 지자체로서,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특히 분향소 설치 당일 행정집행 계고장을 보낸 것은 결국 윤석열 정부 코드 맞추기와 책임 회피가 아니냐고 지적한다”고 했다.
▲6일 아침신문 갈무리
▲6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1면과 이어지는 8면 전면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신애진씨의 아버지 신정섭 씨가 참사 당일부터 지금까지 써온 기록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유가족이 알고 싶은 진실은 참사 당일 희생자들에게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이다. 또 관계기관이 축제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고 사고 전후 대처도 미흡했던 경위를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6일 한겨레 1면
서울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경찰이 분향소 설치를 막아 물리 충돌이 일어난 사실을 양 측 사이 ‘갈등’으로 묘사했다. 유족 측이 시청 앞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고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나서겠다고 경고했다는 내용이다.
▲6일 국민일보
▲6일 서울신문
반면 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 유가족·민노총 서울광장에 분향소 기습설치>라는 제목으로 유족 등에 책임을 묻는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경찰은 수백 명이 한 번에 밀고 들어온 데다 유족들이 혹시라도 다칠까봐 이들을 적극 제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등 경찰 측 입장만을 보도했다.
▲6일 조선일보
한겨레, 세계일보, 중앙일보가 관련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억·추모 공간 마련을 정부가 돕기는커녕 가로막고 훼방하는 이 살풍경이야말로 ‘국가의 무책임’이라는 참사 100일의 본질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그동안 진행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는 ‘꼬리 자르기’와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며 현장 책임자 외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윗선은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짚었다. 한겨레는 “국정조사에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진정 어린 사죄를 하는 고위 공직자는 없었다”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목표에는 아직 근접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 장관,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막말과 인터넷에 쏟아지는 악성 댓글 등 ‘2차 가해’가 참사의 상처만 더 깊게 키웠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그럼에도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재난으로부터 사회를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며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유가족이 염원하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공식 추모공간 마련 등에 당장 나서야 한다. 정부 역시 법적 책임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상민 장관의 거취 정리 등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6일 한겨레 사설
세계일보는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발표되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도 마쳤지만, 유가족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은 기대하기 어렵고 정쟁 등 소모적인 공방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작지 않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는 특수본 수사는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정보과장, 용산구청장 등 6명만 구속기소 하는 데 그쳤다. ‘꼬리 자르기’ 수사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재수사 중이지만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재난안전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현장 최고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정무적으로 책임지는 게 유족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특수본이 사고 현장의 관제·사설 폐쇄회로(CC)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 180여개의 영상물을 분석한 시간별 인파 이동과 사고 당시 상황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6시 반쯤부터 오후 10시15분까지 관련 당국이 뭘 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해 서울시와 마찰을 빚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대화로 문제를 풀지 못하면 더 큰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했다.
▲6일 세계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양비론을 폈다. 유가족이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것이 “규정된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녹사평역 내부에 추모공간을 마련하라는 서울시 제안은 유족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아직 유족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게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 방침을 일방 수용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추모 공간이 정치적 목적에 경도된 세력과 유족 모욕까지 서슴지 않던 사람들로 인해 갈등과 증오로 얼룩졌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분향소 설치 문제를 대화로 풀기 바란다”고 했다.
▲6일 중앙일보 사설
기자 고발한 대통령실에 한겨레 사설
대통령실이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였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다녀갔다’고 증언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보도한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기자들을 3일 경찰에 고발했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입막은 으름장”이라며 사설을 내 비판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2일 부승찬 전 대변인 인터뷰와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구체적 증언을을 기사화했다. 또 부 전 대변인이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과 천공의 공관 방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는 지난해 4월1일 육군 행사에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한 사실도 확인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뉴스토마토는) 또 남 전 총장, 천공, 경호처 등에 확인을 요청하는 등 반론과 해명을 받기 위해 애썼다. 이들은 답을 않거나 부인했다”며 “대통령실 주장처럼 ‘천공의 동선’과 ‘관저 출입 영상’을 파악하거나 제시하진 못했다. 형사고발이 되었으니, 이제 수사기관에서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먼저 ‘관저 출입 시시티브이(CCTV) 영상’과 거명된 정부 인사들의 당일 동선을 먼저 밝히고 해명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6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언론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언론이 보도를 하려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확인 과정을 거쳐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며 “그러나 완벽한 확인을 하기 전까진 ‘의혹’ 제기도 해선 안 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한 언론까지 고발했다는 건 다른 언론의 추가 취재를 막으려는 목적이 명백해 보인다”며 “특히 언론사 책임자가 아닌 보도한 기자 개인을 고발했다는 건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에도 ‘천공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당시 김 전 의원이 출연한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김어준씨를 방송 다음날 곧바로 고발한 바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연설할 때마다 ‘자유’를 입에 달고 산다. ‘윤석열의 자유’는 ‘대통령실의 고발할 자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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