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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정말 천화동인1호 ‘숨은 지분’의 주인일까?

물증 없는 검찰의 허술한 논리, 정영학 녹취록과도 배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1.28. ⓒ뉴시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조사했던 검찰이 결국 기소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예상을 깨고 검찰의 추가 소환 조사에도 응했지만 당초 검찰이 정해둔 계획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이미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하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거론하는 중이다.

검찰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대장동 개발 이익의 일부를 받기로 약속받았으며,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도 이를 보고 받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개발 의익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가장 최근의 공소장을 검찰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는데, 대장동 일당의 범죄 사실을 기재하면서 '성남시장이 승인했다', '결재했다'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이 대표에 대한 공소 제기가 아닌데도, 어떻게든 대장동 의혹과 이 대표를 연관 짓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건 대장동 개발 이익 일부가 모인 천화동인 1호에 숨은 지분, '428억원'이 정말 이 대표 측에게 흘러 들어간 것인지,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었는지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자신의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 정도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으며 이 역시 이 대표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하지만, 공소장은 물론 대장동 관련 재판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에도 이 대표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결국 검찰의 논리는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빈틈이 많다.

'유동규→정진상→이재명' 흐름으로 보고·승인?
검찰이 제시한 논리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 2022.10.21. 자료사진. ⓒ뉴시스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은 지난해 11월 전후로 180도 달라진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는 물론 이 대표의 연관성도 일체 부인했던 유 전 본부장은 이 시점 이후 '이 대표 최측근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건넸다'라거나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가 자신의 지분 중 일부는 이 대표 측(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지분이라고 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김 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화천대유)이고,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천화동인 1호의 서류상 주인은 김 씨로 보이지만, 천화동인 1호 지분에는 유 전 본부장을 포함한 이 대표 측의 몫이 숨어 있다는 게 유 전 본부장의 최근 바뀐 주장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천화동인 1호에 숨은 지분 428억원의 주인은 유 전 본부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는데,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을 기점으로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이 차례로 구속기소됐다.

또 다른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도 비슷한 시기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라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천화동인 1호 지분과 관련해 이 대표 측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 씨에게 들어서 2015년 1월부터 알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공교롭게도 진술 번복 시점과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는 석방 시점이 맞물리면서 여러 의문을 자아냈다. 진술 번복으로 유 전 본부장 등이 받게 될 형량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들의 진술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 남은 대장동 관련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작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의 몫이 있다'는 말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김만배 씨는 천화동인 1호는 자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김 씨의 진술보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바뀐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논리에는 큰 허점이 존재한다. 지난 1월 12일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을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한 공소장을 보면 이 대표와 428억원에 대한 관련성이 설명된 대목은 두 부분이다.

"김만배는 유동규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자신의 지분 절반 정도를 제공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으며, 유동규는 김만배의 제안을 정진상을 통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는 대목과 "김만배는 향후 진행될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배당 과정에서 이재명 측 지분에 상응하는 구체적 금액이 확정되면 그 금액을 교부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으며, 유동규는 이를 정진상을 통해 이재명에게 보고해 승인받았다"는 대목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 역시 자신은 직접 이 대표에게 직접 천화동인 1호와 관련해 직접 보고하지 않고,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 대표에게 '우리 지분 몇 %다'라며 직접적으로 돈 얘기를 한 적은 없다. 그건 정진상이 이야기하게 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종합해보면 유 전 본부장이나 유 전 본부장 진술에 기초한 검찰의 논리는 '유동규→정진상→이재명'으로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이 대표 역시 대장동 이익 중 숨은 지분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정 전 실장이 알고 있을 가능성까지만 인정될 뿐 이 대표까지 이어지는 화살표는 여전히 모호하다. 더욱이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공소장에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이익의 숨은 지분의 존재를 알고 이를 승인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담았고, 언론은 이 부분을 대서특필해 부각했다.

정작 이 대표 측에게 주기로 했다는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된 후에는 이 대표는 물론 정진상 전 실장에게조차 보고했다는 내용은 공소장에서 찾을 수 없다. 검찰은 공소장에 2020년 7월 이 대표가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하게 되자, ‘유 전 본부장 등’이 김만배 씨로부터 받기로 약속 받았던 돈을 대선 준비에 필요한 자금으로 쓰기로 했다는 취지로 적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유동규 측에 금원을 교부할 방안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김만배가 유동규 측에 교부할 구체적인 금액을 428억원으로 특정했으며, 2021년 1월 31일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5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이 5억원이 유 전 본부장의 주장대로 이 대표의 대선 자금으로 쓰였는지, 아니면 유 전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는지 구체적인 용처도 명시하지 않았다.

유동규의 바뀐 진술,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녹취록상 대화와 어긋나는 주장도 

 

 

 

'정영학 녹취록'에 담긴 녹취 내용을 부연한 정영학 회계사의 메모를 보면, 천화동인 1호의 실질주주로 유동규 전 본부장을 지목하고 있다. ⓒ뉴스타파 제공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 전 대장동 일당이 나눴던 대화에서도 이 대표가 428억원의 ‘진짜 주인’이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얘기가 오간 정황이 전혀 없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019년부터 2021년 4월까지 대장동 일당의 대화가 녹취된 '정영학 녹취록'에는 428억원의 '진짜 주인'이 유 전 본부장이라는 얘기만 나온다.

최근 공개된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2020년 10월 30일 유동규 전 본부장과 김만배 씨, 정영학 회계사 등이 만나 지분 배분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다. 여기서 유 전 본부장은 천화동인 1호를 "내꺼"라고 지칭하고, 김만배 씨도 "동규 지분", "네꺼"라고 지칭한다.

김 씨는 지분을 챙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유 전 본부장을 안심시키려는 듯, "천화동인 1호가 남들은 다 너것으로 알아. 너라는 지칭은 안 하지만 내게 아니란 걸 안다"고 말하자, 유 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정영학 회계사는 녹취록을 부연설명하기 위해 추가로 적은 메모에 천화동인 1호의 실질주주는 "유동규"라고 적기도 했다. 반면, 수익 배분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이 내놓는 해명 또한 궁색하기만 하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정 전 실장과 함께 기소된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영학 녹취록에는 천화동인1호의 428억원이 모두 유 전 본부장의 것이라고 나오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저도 여러 사건에 연루돼 있고, 거기 담당자들이 따로 있다"며 답하기 곤란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은 "민간업자들한테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팔면서 한다는 건 사실상…. 이 대표의 이름은 불문율이랄까, 금기사안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고, 일반적으로 (대장동 민간업자들도) 다 알고 있었고, 같이 공유했던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녹취록과는 다소 어긋나는 주장이다.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의 이름을 거론하며 대장동 일당에게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녹취록을 보면 유 전 본부장은 오히려 자신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시장을 설득할 수 있다며 반복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민간업자들은 유 전 본부장의 돈 요구에 골머리를 앓는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2013년 3월 20일, 남욱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먼저 '3장(3억으로 추정)이 필요한데 2주면 되겠냐. 그럼 너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 내가 해결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 대장동하고 말 것 아니지 않냐. 내가 그런 사람들 컨트롤하려면 총알이 필요한데, 너를 도와주려면 나도 커야 할 것 아니냐'고 얘기한 내용을 정영학 회계사에 전한다.

남 변호사가 부동산 개발 비리에 연루된 자신을 시장이 싫어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얘기하자, 유 전 본부장은 "그게 리스크면 (내가) 얘기를 하지, 형이 정리할 수 있는 일이고, 정리가 된다고 판단되니까 너한테 얘기 안 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형이 다 알아서 할게"라고 말한다. 유 전 본부장은 금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성남시장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2층'을 언급하며 "2층도 알아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장동 수익 배분을 논의하던 시점인 2021년 1월 20일에도 김만배 씨는 "유동규가 문제야. 유동규는 요번에 엄청 떼돈을 요구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그 조건으로 '앞으로 공무원하지 말라'고, '공무원하면, (우리들이 돈 준 게 알려질 경우) 다 몰살한다'"고 말한 대화도 나온다.

대장동 사업 전반에 대해 이 대표가 지시, 승인, 결재했다며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검찰의 주장도 녹취록상 대장동 일당의 대화에 비춰보면 어색하기만 하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 초반인 2013~2014년, 대장동 업자들에게 금품을 여러 차례 요구하며 '대장동은 니들 마음대로 하고, 돈이나 좀 만들어줘', '니가 다 알아서 짜갖고 완판만 나한테 얘기해줘라. 내가 시장님한테 보고할 테니까', '너(남욱 변호사)랑 나랑 상의해서 정하고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내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남 변호사에게 말한 것으로 나온다. 정 회계사는 "구체적인 사업 진행 방안까지 유동규가 제시하고 있다"고 녹취록에 부연 설명을 달았다.

대장동 수익 배당이 시작됐던 2020년 3월 13일에도 김만배 씨는 "이걸(대장동 사업권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됨) 우리가 뺏어갈지 이재명이도 몰랐다"고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정 회계사는 여기서 나오는 '우리'란 '김만배+유동규'라고 적었는데,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를 속인 채 민간업자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의미로 읽힌다. 검찰이 뚜렷한 물증 없이 일부 피의자들의 바뀐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이어가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들만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검찰과 기자단 티타임 자리에서도 검찰이 확보한 물증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관계를 하나씩 설명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저는 천화동인 1호와 관계가 없고, 언론보도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번복된 대장동 일당의 진술을 가지고 저의 소유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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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구하다 죽었냐고? 재난은 신의 영역이 아니다

[인권학의 프런티어] 그들은 왜 이태원 '참사'를 부인하는 걸까

김민성 한국인권학회 이사  |  기사입력 2023.02.02. 05:05:23 

 

인권에 대한 물음이 쏟아지는 나날이다. 인권보장을 외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사이, 한편에선 그 목소리의 정당성을 두고 격론이 펼쳐진다. 갖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프레시안>과 한국인권학회가 만났다. 인권은 사회적 화두인 동시에 연구와 학문의 대상이다. 학계가 쌓아온 '인권학' 연구를 사회적 화두로 다시 던진다. 사회학계 신진 김민성 박사가 글을 쓴다. 편집자 주.

 

나의 삶이 누군가의 기억이 된다는 것은 실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탄생을 기리고 세상과의 작별을 애통해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필자에게 매년 돌아오는 10월 30일은 조금 특별한데, 바로 필자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생일에는 즐거울 겨를도 없이,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믿을 수 없는 참사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나의 생과 대비되는 허망한 죽음들 앞에서 그저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재난이 사회적 참사인가 

 

정부는 참사 직후 용산구를 재난안전법에 따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자에 대한 장례비와 치료비 등을 제공했다. 이 모든 조치는 이 사건이 사회적 재난의 성격을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동법은 '사회적 재난의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고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사회엔 아직도 '행사'의 책임 소지를 두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사회적 재난은 인간의 부주의나 고의로 인해 발생한 재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폭우나 산사태로 인해 사람이 다쳤을 때, 사고 당시에는 자연의 무서움을 탓할 수 있겠지만 이후 사건 해결 과정에서 관계 당국의 부주의나 태만이 존재했음이 확인된다면 이는 인재, 즉 사회적 재난이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같이 명백하게 인간의 부주의나 고의로 발생한 사건뿐만 아니라 2011년 우면산 산사태와 같이 외견 자연재해로 여겨지는 사건들도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된다. 

 

과거에 재난은 신의 영역으로 인지되었지만, 이제 재난은 인간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산업과 기술의 발전으로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막강해짐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후붕괴와 같은 생태계의 변화도 인간이 초래한 재난이라 진단한다. 가령 2022년 파키스탄 국토의 1/3을 물속에 잠기게 만든 최악의 홍수, 2020년 4개월간 발생한 호주의 초대형 산불 역시 사회적 재난이라 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가 인재였다는 증거 또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좁은 골목길에 불법증축이 이루어졌고, 사고 당일에는 인파 사고를 방지할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다. 시민들의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재난 관련 기관들의 명령체계에도 문제가 존재했다. 다시 말해 이태원 참사는 인간의 부주의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사회적 재난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이해하고 나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위 사건들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걸까?  

 

 

 

 

"여보시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 세 가지 부인 기제

'부인(denial)의 사회학'으로 저명한 인권사회학의 개척자 스탠리 코언의 말을 들어보자. (스탠리 코언 (2009).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 조효제 옮김. 창비) 그에 따르면 개인 차원의 부인은 어쩌면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순기능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위협에 직면한 사회 전체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코언은 사회에 존재하는 부인 기제를 ‘어떤 것을 부인하느냐’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한다. 

 

우선 엄연한 사실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거나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문자적(literal) 부인이 존재한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현장조사에서 "저는 그날 이태원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태도에서 이러한 부인 기제가 잘 나타난다. 문자적 부인은 고의적 거짓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을 시인하려 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둘째,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지만 사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해석적(interpretive) 부인이 있다. 한 극우단체는 이태원 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 앞에서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가 정치적 목적으로 야당과 손을 잡았다'고 단정하며 희생자들에게 폭언을 일삼았다. 바로 이 같은 태도에서 해석적 부인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외부세력과 결합한다면 더 이상 선량한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취했다. 해석적 부인을 하는 이들은 전문용어를 쓰거나 프레임을 만들어 사건의 성격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셋째, 사실이나 통상적 해석은 받아들이되, 사건에 따라오는 심리적·정치적·도덕적 함의를 부정하거나 축소하는 함축적(implicatory) 부인이 존재한다. 피해자들에게 치료 또는 장례비용이 이미 지급되었고 어느 정도 보상이 되었으니 '현 상황에서는 책임자 파면과 처벌보다 진상규명이 우선이다'라고 주장하는 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이들은 참사 자체는 인정하지만 참사를 시급히 조처해야 할 도덕적인 사건으로 여기지 않거나,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공감하기를 꺼린다. 

 

함축적 부인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사건의 함의에 침묵하는 태도로 진화한다.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와 당사자의 직접적인 참여가 있어야 가능한 지휘부 수사 및 책임자 처벌보다, 피해자 참여 없이 피상적인 진상규명만을 우선시하는 정치권 및 사고 책임자들의 태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부인은 사건에 대한 사회심리적 상태에서 기인한다. 문자적 부인은 무지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고, 스스로 도저히 진실을 인정하기 힘겨울 때도 발생할 수 있다. 해석적 부인은 어떤 사실이나 사건 자체를 정말 이해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고, 도덕적·법적 책임을 회피 또는 이용하기 위한 행위에서도 초래될 수 있다. 함축적 부인은 정치적·도덕적·심리적 불안을 덜기 위한 계산적 행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는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 특수본의 수사는 행정안전부 등 ‘윗선’의 책임에 눈감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1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특수본 수사가 “군중난류로 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 외에 어떠한 진상도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위 논의를 정리해보자. 모든 부인은 인지, 감정, 도덕성, 행위와 관련돼 있다. 다시 말해, 부인은 타인에 대한 공감의 결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인'은 어떻게 '시인(acknowledgement)'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시인은 공감을 행동으로 이끌어 내는 사회적 기반 조성을 통해 가능하다. 

 

재난 상황에서 지켜져야 할 열 가지 인권 원칙 

 

부인의 기제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재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재난은 발생 그 자체로 인권의 상실을 초래한다. 따라서 모든 재난 대응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함은 물론, 그 전 국면에서 인간 존엄과 인권 보호가 중시되어야 한다. 재난 상황은 질병, 경제적 곤궁, 나아가 불처벌, 피해자 비난 문화 등으로 전이될 수 있기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인권적 제도와 절차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즉 ‘인권에 기반한 접근'은 공감과 시인을 바탕으로 한 인도적 재난 대응의 핵심이 된다. 

 

재난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해온 사회학자 유해정은 재난상황에서 지켜져야 할 10가지 인권 원칙을 제시한다. (유해정(2020) <재난 피해자들의 인권침해 경험연구>. 민주주의와 인권, 20(2): 129-168.)

 

①신속하고 책임 있는 대피, 구조, 수습에 관한 권리, ②재난 시 필요한 지원을 받을 권리, ③재난 및 피해자와 연관된 모든 의사결정과 정보를 제공받고 진실을 알권리, ④재난 및 인권침해자에 대한 책임 묻기를 통해 정의를 실현할 권리, ⑤배・보상을 포함한 체계적 피해회복과 생애주기에 맞춘 치유에 관한 권리, ⑥기억과 추모의 권리, ⑦철저한 재발방지 및 안전에 관한 권리, ⑧공정하고 책임 있는 언론을 만날 권리, ⑨이 모든 과정에 의미 있게 참여하고 협의하면서 ⑩차별 없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그것이다. 

 

주목할 점은 모든 권리의 이행이 재난의 책무 주체인 국가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재난에 인권이 통합된다는 것은 안전 패러다임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피해자 권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 이를 바탕으로 한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 있는 태도는 재난 해결의 첫걸음이 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지금도 책임자 파면과 처벌, 피해자 참여 등을 포괄한 독립수사를 통해 ‘피상적 진상규명’을 넘어선 참사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1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및 독립적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 책임이 이루어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자. 

 

1972년 독일에서는 제20차 하계 올림픽 대회가 개최됐다. 대회가 한창이던 어느 날,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은 독일 주최 측의 허술한 보안을 뚫고 올림픽 선수단 숙소에 침입했다. 이 일로 유대인 선수단 11명과 독일인 경찰 1명이 살해됐다. 끔찍한 테러이자 사회적 참사인 이 사건을 두고 독일 정부도 수십 년간 유가족과 갈등을 겪었다. 유족들이 진실을 알 권리, 진상규명에 대한 책임, 합당한 배상액 등과 같은 문제가 오랜 기간 이들을 갈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건 발생 50년 후인 2022년 9월 5일, 정부와 유가족의 극적 합의 끝에 뮌헨 올림픽 테러 50주기 추모식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독일연방대통령의 연설 첫 시작은 피해자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독일 정부는 '이스라엘-독일 역사가위원회'를 구성하여 과거사를 정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금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해 '인권에 기반한 더욱 특별한 보호와 정책'을 수행할 때이다. 기억하자. 재난으로부터 피해자들을 구하는 일,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국가가 피해자들의 상황에 인권을 기반으로 접근할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에게 잊혀질 수 없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비로소 시작된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마련한 시민분향소.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 ⓒ연합뉴스

 

 

※ 본 연재에서는 한국인권학회·인권법학회에서 공동 발간하는 학술지 『인권연구』에 실린 시의성 높은 논문을 선정하여 소개합니다. 본문에 언급된 논문은 아래 링크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소개 논문>  

 

최웅식. 2022.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연방대통령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 50주기 추모식」 연설." 『인권연구』 5(2): 189-209. 

 

<다운로드 방법> 

 

링크 클릭→(오른쪽) 'PDF 다운로드' 클릭 

http://journal.kci.go.kr/jhrs/archive/articleView?artiId=ART002913976

김민성

한국인권학회 이사. (현)환경사회학회 연구이사. (현)한국인권학회 편집간사. 사회학 박사로 유튜브 '눈맑은기린'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성공회대에서 「환경문제의 인권적 전환: 충남 서북부 환경취약지역 주민을 중심으로」라는 연구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관심 연구분야는 인권사회학, 인권 및 환경문제의 해결방안, 시민운동과 민주주의 등이다. 주요 연구성과로는 '시민단체 활동가의 활동경험에 대한 연구: 대전지역 시민단체 사례를 중심으로(2018)', '은평구 노인인권실태조사 및 중점과제연구: 재가노인을 중심으로(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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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윤석열에 맞서 ‘3GO’ 투쟁 선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2/02 08:29
  • 수정일
    2023/02/02 08: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2.01 17:34
  •  
  •  댓글 0

[사진] ‘노동탄압, 민생파탄, 민주파괴 윤석열 심판’ 민주노총 결의대회

“임금 올리GO! 일자리 늘리GO! 국가책임, 공공성 강화하GO!”

민주노총은 1일 오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 모여 ‘노동탄압, 민생파탄, 민주파괴 윤석열 심판’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는 집회 형식이 아닌, 종로-을지로-숭례문까지 행진하며 ‘1%의 부자, 재벌을 위해 일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2023 민주노총의 투쟁을 선포하는 자리로 채워졌다.

▲ 1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열린 ‘멈춰라 노동탄압! 개정하라 노조법 2,3조’ 윤석열 정권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 [사진 : 뉴시스]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벌, 부자를 위한 윤석열 정부에 맞선 민주노총의 투쟁이 요구되는 시기”라며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자,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 ▲해고 반대를 넘어 청년 세대를 위한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책임과 공공성 강화 등 ‘임금-고용-공공성 강화’ 3대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할 것”임을 선언했다.

인디밴드 ‘타카피’는 행진 차량에 올라 시민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치며 행진대열에 흥을 더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더 많이 일하고, 덜 받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개악”이라며 “이렇게 재벌들 배만 불리는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노동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시민들을 상대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노란봉투법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인정법’, ‘진짜사장 책임법’, ‘손배폭탄 금지법’이라며,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공공성 확대와 국가책임 강화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난방비 등 공공요금 폭등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폭발적 수익을 기록한 재벌들에게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기업의 전기세는 올리지 않았고, 재벌과 부자에게 오히려 감세 특혜를 부여했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 국민연금 논란 등을 꼬집으며 “어려운 경제상황 아래 시민의 삶을 지탱하고 유지하기 위한 두터운 복지의 증대”가 필요하다며 “국가책임 강화와 공공성 확대강화”를 요구했다.

숭례문에 도착한 대오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행진해 온 3천여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 1일 오후 서울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투쟁본부 발대식 및 투쟁선포식’. [사진 : 뉴시스]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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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독재' 반대 전국적 저항 본격화

벼랑끝 민생과 검찰독재·전쟁위기에 맞서는 '비상시국회의' 개최키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2.02 00:03
  •  
  •  수정 2023.02.02 00:21
  •  
  •  댓글 0
 
윤석열 정부의 검찰독재와 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 추진을 위한 1차 간담회가 1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띤 토론속에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벼랑끝 민생위기속, 날로 심화하는 윤석열정부의 검찰독재와 전쟁위기에 견디다 못한 전국적 저항 운동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지난해 12월 28일 민주화운동 원로들이 망라된 민주평화포럼이 시국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1일 오후 서울지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80여명의 지역 및 부문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검찰독재와 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 추진 1차 감담회'를 주관해 오는 2월 25일 전국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 퇴진, 규탄, 탄핵 등 상이한 목표와 전망아래 개별 행동을 해 왔지만 민주단체, 시민사회로서는 날로 악화되는 민생을 외면하고 친미일변도, 반북대결과 검찰독재를 앞세운 공안정국 조성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기로 내모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한 것.

이해동, 김상근 목사와 함세웅 신부, 청화, 명진 스님, 이선종 교무를 비롯한 종교계 인사와 신낙균, 신인령 등 여성계, 김중배, 임재경, 이부영, 김종철 등 언론계 원로들, 최명보, 박용일 등 법조계 인사를 비롯한 95명의 시만사회 원로들은 지난 19일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고 이에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를 주축으로 한 기층 민중단체 연합조직인 전국민중행동에서 이들과 연대해 비상시국회의에 참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참가자들은 집권 1년이 채 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검찰독재화, 반평화 반북 군사대결, 반민생 반민중 공세가 노골화되어 총체적 위기가 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 표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무기력을 드러내고 있어 이에 대한 민주, 평화, 시민, 민중 진영이 중심이 되어 각계각층의 광범위한 '반 윤석열 정치운동'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말까지 각 지역과 부문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비상시국회의를 추진할 주체를 조직하기로 하고 민중운동 조직과 시민운동단체의 다각적인 참여를 강구하기로 했다.

또 하루가 다르게 민생의 파탄과 민주주의 파괴, 평화가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자체적 결의에 따라 광역 및 시,군,구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주체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긴급한 위기상황임을 감안해 조직화와 본격적인 저항 투쟁을 동시 병행하는 '개문발차'를 선언한 것.

3.1혁명 104주년에 즈음해 오는 2월 25일 서울에서 전국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한국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한 선언문 발표도 준비중이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진행중인 '윤석열퇴진촛불집회'와 결합해 (가칭) 비상시국회의 촛불과 문화행동을 조건에 맞게 진행하기로 했다.

이같은 방침을 구체화하기 위해 2월말까지 전국 각 지역과 부문별로 비상시국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여기에 단체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추진위원을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김상근 목사는 격려사를 통해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민분열과 갈라치기, 검찰독재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함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갈등을)우리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온 나라에서 매일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다시 민주주의와 평화를 세우고, 검찰이 권력의 주구가 되지 않도록 꿰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헌형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은 민족사적 견지에서 반민족적, 반민주적, 반공화주의적이며, 모두 반헌법적이고 탄핵감으로 충분하다"며, "하루라더 더 하면 나라가 허물어진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끝장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윤석열 검찰독재 반대의 기치아래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은 생각이 다르더라도 무조건 이 깃발아래 모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제관계의 불확실성과 결합된 민생위기 속에 기후위기, 코로나19를 비롯한 생태위기, 그리고 그에 더해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협받는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당장 살기 어려운 아우성을 외면하지 말고 '차이는 뒤로 미루고 최대한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참가자들은 일부에서 2024년 4월 총선심판론 주장도 제기하지만, 당장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 귀결이 어떻든 지역·부문에서 전국적인 '반윤석열 연합전선' 결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전국 각 지역 대표들과 함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희망행동 22, 평화통일시민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 참교육학부모회, 한반도 중립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중추사), 경기중부 비정규직센터,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서울지역 대학민주동문회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평화어머니회를 비롯한 각계 부문별 단체 대표들은 단결하는 모습을 위해 해당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간담회를 주관한 민주평화포럼, 주권자전국회의 원로들은 앞으로 전국 각 부문단체들을 찾아 더욱 협조를 구하고 해당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결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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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미국의 전쟁 음모, 그리고 공안정국

기시와 아이젠하워의 신안보조약 그리고 베트남전쟁

기시다와 바이든의 공동성명 그리고 댜오위다오 분쟁

윤석열 검찰독재의 공안정국, 단순한 위기 모면용 아니다

▲ 1960년 1월 19일 백악관을 방문한 당시 일본 총리 기시 노부스께가 미일 안보조약 개정안에 서명하고 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팔짱을 끼고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11년 전 스가모형무소 교수대에 매달렸어야 하는 A급 전범 기시가 미국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백악관에 들어간 극적인 반전의 흑막 뒤에는 미국과 일본의 계략이 있었다. © 자주시보

기시와 아이젠하워, 그리고 베트남전쟁

1960년 기시 일본 총리가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만나 미·일안보조약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렇게 되어 패전 15년 만에 전범국 일본은 미국의 승인하에 군사력을 갖춘 전쟁 가능 국가가 되었다.

미국은 A급 전범 기시를 ‘공직추방조치(전쟁 범죄자를 공직에서 추방한 조치)’에서 해제한 것도 모자라, 전후 미국이 직접 초안을 작성한 일본 평화헌법 9조(무장력과 전쟁 불가능)를 스스로 파기해 버렸다.

당시 전범국 일본에 취한 미국의 이런 부당한 조치는 전 세계인의 비난을 샀지만, 베트남전쟁 확전을 추진 중이던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본은 안보조약에 따라 1964년 확전된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병참기지로서 온갖 특수를 누렸다. 한일기본협약을 체결한 1965년부터 베트남전쟁이 끝난 1975년까지 일본은 연평균 21%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베트남전쟁이 격화되자 미군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범위를 ‘극동’에 제한할 필요가 없다면서 당시 일본에 있던 12개의 기지와 130여 곳의 시설들을 마음대로 전쟁에 활용했다. 무엇보다 1972년 미국은 미군기지만 빼고 그 외 오키나와 지역의 관할권을 일본에 넘겨줌으로써 동중국해까지 일본 영토가 확장되었다.

한편 일찍부터 베트남전 파병에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를 보이던 박정희 대통령은 1965년 5월 미국을 방문해 한국 전투부대의 베트남 파병에 합의했다. 이어 그해 6월 식민 강점에 대한 어떤 사죄도 없는 일본과 국교를 수교하는 친일 행각을 벌였다.

이로써 일본은 재무장 과정의 주요한 장애 요인인 주변국의 반대를 피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식민지배국(한국)과 힘을 합쳐 식민지배국(베트남)을 다시 침략할 수 있게 되었다.

기시다와 바이든, 그리고 동중국해 위기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3년 1월 기시다 일본 총리가 바이든 미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만나 안보 관련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일 관계의 ‘현대화’를 선언한 이날 회담 때문에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가 새로운 화약고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중국해 상의 댜오위다오가 일본 영토라면서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중국으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1972년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할 때 인근 댜오위다오도 같이 넘겨줬다는 논리다.

마침 일본은 지난달 방위관련 3대 문서를 개정해 중국을 적으로 규정했으며 적 기지 반격능력까지 보유한 상태다. 만약 중국이 댜오위다오에 접근하면 선제공격으로 퇴치할 수 있으며 이를 핑계로 중국본토에까지 미사일 공격이 가능하다. 공동성명대로라면 미군 핵전력이 한국군과 동시에 출동해 일본의 댜오위다오 점령을 도울 수 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왜교부’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강제동원 배상을 우리 기업이 책임짐으로써 전범국 일본에 면죄부를 주었다. 지난달 일본의 3대 문서 개정 때도 “심정을 이해한다”면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용인했다.

이로써 일본은 전후 77년 만에 식민지배국(한국)과 힘을 합쳐 식민지배지역(만주)에 다시 군홧발을 내딛는 발판을 마련했다.

공안정국, 위기 모면용만은 아니다

미국의 비호 아래 일본이 군국주의를 부활한 소식이 전해지자 100년 숙적 일본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친일 행각, 전쟁 질주를 멈추기는커녕 흔히 독재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공안정국을 조성한다.

국정원을 앞세워 연일 진보 인사의 자택과 민주노총 사무실을 등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급기야 지난 주말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이 “‘민중자통전위’, ‘ㅎㄱㅎ’라는 반국가단체를 조직해 북의 지령을 받으며 활동했다”라며 피의사실까지 언론에 떠벌려 공안 여론 조장에 열을 올린다.

검찰과 언론의 협동작전으로 전개되는 공안몰이는 시민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독재정권의 위기 모면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윤석열 독재의 본질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미국은 일본을 앞세워 댜오위다오를 열점으로 만들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선제공격 선언을 실행에 옮긴다는 계산이다.

6.25전쟁 1년 전인 1949년 한 해 동안 12만여 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으며, 베트남전쟁 확전 1년 전인 1963년 남베트남에 계엄령이 선포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 검찰독재가 돌연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서 소환해 공안정국을 조성한 까닭도 달리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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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무역적자 127억달러 역대 최대…4개월 연속 수출 감소

항구에서 수출 대기중인 컨테이너들(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한국의 지난달 무역적자가 127억달러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흐름도 25년여 만에 최장기인 11개월 연속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지난달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462억 7천만달러, 수입은 589억 5천만달러로, 무역수지는 126억 9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줄면서 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세계 경기 둔화 가운데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월 수출이 역대 1월 최고 실적을 낸 데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 영향으로 전년 대비 44.5% 쪼그라들었다.

반면, 자동차(21.9%), 석유제품(12.2%), 선박(86.3%) 등 품목은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은 2.6% 줄었다. 에너지 부문이 158억달러로 전체의 수입의 26.8%를 차지했다.

무역수지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종전 적자 최대치인 지난해 8월의 94억 3천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무역적자 흐름도 11개월째 계속됐다. 무역적자가 11개월 이상 지속된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약 25년 만이다.

산업부는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날 오후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긴급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수출 기업 지원과 해외 수주 등 범부처 수출지원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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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발음 정확히 하고 정확한 단어로 말하는 습관부터"



[인터뷰] 김예란 광운대 교수 “책임지는 커뮤니케이션 윤리 우선돼야”

정치와 언론 양극화에 “사회적 합의 불가능해질 수도” 우려

YTN 지분 매각, TBS 지원 조례 폐지 등 일련의 움직임에 언론계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 국면이 본격 시작된 것으로 해석한다.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점수를 조작했다며 학자를 피의자로 모는 행태는 더욱 심각하다. MBC 민영화 발언이 정치권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건 이번 정부와 여권이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이 응축돼 있다. 미디어오늘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 문제와 미디어 정책에 대한 분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보고 언론학자 인터뷰를 연달아 싣는다. -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와 언론이 겪고 있는 갈등의 파장은 언론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론사, 기자뿐 아니라 시민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가 언론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시민과 대화하지 않는 것과 같다. 또한 이념에 따라 양극화된 정치·언론 환경은 시민을 분열시킨다. 정부가 지닌 언론관과 언론의 지향점이 중요한 이유다.

 

문화연구를 전공한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언론을 ‘눌러 이기려는’ 행태를 보인다면서 책임 있는 소통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정치적 이념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포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와 언론이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영향이 곧 시민에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아래는 김예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서면 형식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8일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서는 모습. ⓒ연합뉴스

“언론 이해 없이 눌러 이기려고만 해…책임 있는 소통해라”

 

-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 언론관에 대해 평가해달라. 최근 정부와 언론과의 갈등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관점은 성찰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성찰을 거쳐 도출된 최선의 관점이 있다면 다른 관점과 토론·논쟁이 가능하다. 최선의 결론이 나올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희망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성찰의 과정을 거쳤거나, 거치고 있다고 생각할 만한 사례를 접한 적이 없다. 기초적인 관심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고 나가고 누르는 방식이다.”

 

- 정부가 관점을 갖추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언론정책과 언론관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오히려 나을 것 같다. 진짜 문제는 언론 영역에 대한 관심·이해를 갖추지 않은 채 ‘눌러 이기려는’ 정치적 본성을 주요하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보도됐을 때 정부나 대통령실은 ‘가짜뉴스’라고 단언했다. 왜 그런 오해가 비롯됐고, 진짜 사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따르지 않은 채 말이다. 보도를 한 미디어 조직은 공적 채널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이유에 대한 적합한 설명 없이 통보하는 방식이다.”

 

-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이 있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기초적 이해 부족을 말하는 이유는 ‘가짜뉴스’란 용어의 부적절함 때문이다. 학술적으로 가짜 뉴스란 단어의 부적절함은 익히 밝혀졌다. 불량한 정보의 유형을 의도적인 왜곡(disinformation) 정보와 불충분한 정보(misinformation)로 구분하는 식이다. 한국에서도 ‘허위조작정보’라는 용어가 제안된 바 있다. 이를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부정확한 말로 뭉뚱그리고, ‘악의적인 집단이 있다’고 비난하면 논리적인 설득력도 떨어진다.

 

- 정부와 언론의 갈등은 언론 수용자, 시민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이념에 따라 정부, 정당, 언론에 대한 팬덤이 양극화되는 경향이 심해졌다. 정부와 언론은 중요한 공적 제도인데, 양극화가 이뤄지면서 주요 공적 기구에 대한 신뢰가 파편화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경합을 위한 게임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 그렇다면 정부와 대통령에게 바라는 언론정책이나 언론관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언론관처럼 거창한 대의는 아니더라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상식적인 양식과 교양을 갖춘 인간으로서 시민 누구나 그래야 하듯, 발음을 좀 더 정확하게 하고 본인이 의도한 뜻을 정확한 단어를 써서 말하는 습관을 갖추면 좋겠다. 이 기본적인 문제만 개선되어도 기형적인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 같다. 즉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정확히 말하고 책임을 지는 커뮤니케이션 윤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또 소통이란 말을 충실하고 진지하게 사용하고 실천하면 좋겠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모든 정치인이 주술처럼 애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들은 과연 어떤 국민을 어떤 모습으로 보며, 어느 국민의 목소리는 어떤 채널로 듣는 걸까. 현재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소셜미디어 발언은 책임 있는 소통이 아니며 자기애적인 선언이 되기 쉽다. 언론과 방송 같은 공공 미디어가 정치인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고심하며 대답하는 ‘고전적’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문제의식과 질문부터가 시민사회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 비단 언론뿐 아니라 문화 분야에 대해서도 강압적인 태도가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패러디한 고교생 풍자만화에 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엄중 경고했고,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선 연출자·가수 이랑의 출연을 배제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 같은 사건이 문화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각 사건에 대해서 이유 자체가 제대로 말해지지 않은 채, 배제와 금지가 반복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명시적인 이유와 은폐된 이유가 다른 경우도 많다.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은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다. 논쟁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정책은 한마디로 나쁘다.

선진 사회는 지배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가의 포괄성과 탄력성에 있다. 착하거나 영리하거나 이 둘의 하나만 갖추어도 문화 환경이 훨씬 나아질 텐데,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정책이 나온다. 정치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질이 좋거나 나쁜 문화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시민들이 어느 정도 갖췄다고 생각한다. 일반 대중이 전문가보다 훨씬 성숙한 경우도 많다. 관료들이 시민들을 지도하고 계도하며, 이들에게 위험하니 미리 방지하겠다는 과잉된 ‘친절’의식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폭력적이다.”

▲김예란 교수가 한겨레에서 작성한 칼럼들.

“진보언론 다양한 진보 포괄해야…엘리트 권력 감시 위해”

 

-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2016년 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을 맡아 언론에 대한 칼럼을 썼다. 당시 ‘진보 언론이 접점을 넓혀가야 한다’고 했는데, 현재 상황은 나아진 점이 있는가.

 

“그다지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당시 한 말은, 진보의 접점이 넓어지고 다양화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보에도 다양한 갈래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진보언론’은 그 사회적 변화 지점에 열려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 이념은 흔히 말하듯 좌-우라는 일직선상에 배치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네트워크처럼 분화, 확장되고 있다.

제도정치와 정당에 대한 진보-보수가 젠더나 세대 관계에 대한 진보–보수로 상응하지도 않는다. 제도정치에 대해 진보적이거나 진보적이었던 소위 386 세대가 젠더관계에 대해 보수적인 모습은 미투사건 이후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미 충분히 목격됐다.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념의 보수가 제도정치에 대해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탈정치화된 젊은 세대가 환경운동에서는 매우 급진적일 수 있다. 진보 언론이 복잡하게 분화, 확장하는 이념 지형의 역동을 넓게 보고 심화된 시각으로 접근하기를 제안했었다. 새로운 진보의 방향과 가능성을 열어 보여주는 전망을 만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현재 진보 언론은 386 세대가 구축한 양당 질서 내 찬반 입장으로 사회를 단순화하여 접근하는 한계에 갇힌 것 같다.”

 

- 그렇다면 진보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보는가. 최근의 ‘김만배 돈거래’ 사건에 한겨레 기자가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한겨레가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조금 더 영리해지면 좋겠다.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안 나올 만큼 허점을 없앤다는 정신으로. 물론 완벽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만큼 탁월하고 좋은 언론이 되기를 목표로 삼고 그를 위해 질적인 고양을 이루기 위한 획기적인 변혁, 말 그대로 진보가 필요하다.

완벽하고 탁월한 품질이 중요한 이유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권력 감시’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 감시의 대상이 보수적 엘리트주의로 꽁꽁 뭉친 강력한 관료집단 기반 위에서 만들어질 때, 그리고 일반 시민의 정서가 그들을 숭앙하는 보수화된 분위기일 때, 이 현상을 감시하기 위해선 탁월한 지적 전략과 성실한 실천이 필요하다.

단지 진보의 이념에 의리를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감시 의무도 시민의 지지도 충실히 지킬 수 없다. 진보를 지향한다는 언론의 품질이 나쁠 때, 그에 대한 비난뿐 아니라 비판과 실망이 더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확성, 심층성, 책임성 같은 보도의 품질과 더불어 언론인의 윤리성으로도 증명되어야 하는 언론의 덕목이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

▲ 사진=Gettyimagesbank

“댓글에 책임 안 지는 한국언론, 난방비 예측 보도도 없었다”

 

-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언론이 젠더갈등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도뿐 아니라 혐오를 양산하는 댓글도 있으며, 언론이 이 같은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언론의 댓글 제도가 보편적인 건 아니다. 영국의 가디언은 갈등 요소가 첨예한 경우, 기사에 관련된 이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댓글을 아예 막아놓기도 한다. 잘 된 댓글을 뽑아 <Guardian Pick>이란 제목으로 가장 처음에 노출시킨다. 좋은 댓글로 인정받는 댓글을 보면서 시민들은 어떤 댓글을 달아야 하고 달면 좋은지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실행할 수 있다. 즉 좋은 댓글이 독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사회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언론사가 노력하는 것이다. 단순히 댓글을 막거나 열어두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참여 방식을 선별하는 세심한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언론은 댓글 창만 열어두고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댓글이 가장 많은 기사를 순위화해 제시하면서 댓글의 악영향까지 강화되도록 방치 또는 암묵적으로 독려한다. 댓글이 많다는 게 왜 중요한가에 대한 탐구도 없다. 어떤 댓글이 바람직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가에 대한 질적 평가와 개선 노력이 없고 오히려 언론사 자신이 악용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감정적인 반응과 거친 발언을 유발하는 선정적인 기사가 증가하고 언론 질은 저하될 것이다.”

 

- 최근 한국에서도 기사에 따라 댓글 창을 닫는 언론사들이 있다. 댓글에 대한 책임 의식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댓글이 과연 좋은 언론에 유용할까. 그러려면 어떠한 댓글이 좋은 댓글인가. 좋은 댓글과 나쁜 댓글을 어떻게 구분하고 전자를 독려하기 위한 언론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고민을 해야 한다. (유해한) 댓글을 다는 시민도 문제지만, 그에 대해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언론사가 방관하는 무책임이 더욱 큰 문제다. 언론사가 공간을 제공했다면 그 공간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책임 역시 언론사가 져야 한다.”

 

- 댓글 관련 문제 원인을 언론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원인’과 ‘책임’은 겹치기도 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원인에 관해서라면, 사회 전체적인 담론 풍경에 집중해야 한다. 설 연휴를 거치면서 ‘난방비 폭등에 서민들 분통’이라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이 현상을 추적해보면 혐오가 명시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기사에서) 무능력하고 불평 많은 시민들의 감정적 태도만 반복적으로 그려졌다. 시민이 나쁘거나 무용한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로 그려지는 암묵적인 정서 구조와 담론 질서가 반복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여기엔 언론과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외신에선 이전부터 난방비 폭등에 대해 조명했다. BBC와 가디언은 초가을부터 난방비 인상에 관한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예측 보도를 했다. 포스트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충분히 예측가능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언론은 정확한 가스, 에너지 요금 인상 비율을 제시했다.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제언과, 공무원·정치인들의 대책 논의, 그들이 실행하거나 실행하지 않는 문제들이 상세하게 보도됐다. 겨울이 오고 영국 시민들의 생활비가 급증하면서 정치인들과 정책결정자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적어도 예상할 수 있는 고난에 대해 언론은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한국은 어떠했는가. 예상가능한 사태에 대해 게을렀고 아무런 실질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다. 가을쯤 들어서 ‘붕어빵 가격이 오른다’ 정도가 보도되었을까.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그것도 (시민을) 합리적인 경제적 주체로서가 아니라 기껏해야 ‘분통 터뜨리는’ 감정적이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도했다. 기사 인터뷰를 보면 분통 터뜨리는 거친 이들은 별로 없었다. 고민하고 한숨쉬는 소박한 이들의 말없이 견디는 태도가 대부분 같다.”

 

“시민 시혜적 묘사 그만하고 다양성 가치 확보하라”

 

- 한국언론이 문제 진단과 해결책 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 문제인가.

 

최근 언론에 여당 정치인들과 식사를 하는 대통령의 대화 내용이 보도됐다. 대통령은 ‘개들이 뛰어놀도록 관저문을 열어놨’는데 개들은 추운지 문 안에서 놀았으며 ‘개들도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단다. 난방비 폭등 속에 귀향길과 눈, 그리고 교통난으로 다수의 시민은 고생하던 때였다. 추운 날씨에 개들이 뛰어놀도록 문을 열어두는 대통령 관저, 그리고 그런 걸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하고 웃는 대통령의 생각 없음이 드러났다.

이 같은 보도 담론을 보면 우리 사회가 보인다. 시민들은 고작 분통이나 터뜨리는 감정적인 동물로 묘사되고 정치인들은 정책적인 예측과 대비엔 무관심한 채 ‘꼼꼼하게 잘 챙기’라는 온정주의적 태도로 화기애애하다. 시민은 가진 것 없고 생각할 줄 모르고 분통이나 터뜨리는 감정적이고 무력한 존재로 말해진다. 대통령 인터뷰에서 시민이 개에 등치되거나 그보다도 못한 존재로 느껴지는 건, 혐오 섞인 오독일까.”

▲김예란 광운대 교수.

- 단순히 댓글 문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언론과 사회 전반을 봐야 할 것 같다.

 

“언론이나 보도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 혐오가 나오는지는 미시적으로 분석해 밝혀야 할 문제다. 거시적으로는 시민을 기껏해야 시혜 대상으로 무시하는 정치적 시각, 분통과 무기력에 젖어있는 집단으로 보는 언론의 시각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시민에게 투영되는 감정이 혐오나 온정주의일 때, 시민이 배출할 수 있는 감정 역시 혐오 이상 무엇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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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59만2000원 난방비 지원 받는다

박상영 기자

작년 12월~올 3월 4개월간 가스료 할인

최대 168만7000여가구 혜택 적용 전망

 

 

전국이 난방비 대란을 겪고 있는 3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입주민이 전기요 나눔 행사 관련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전국이 난방비 대란을 겪고 있는 3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입주민이 전기요 나눔 행사 관련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모두 가스요금 할인 통해 59만2000원 난방비를 지원받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겨울철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추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기존 난방비 대책의 최대 지원 금액인 59만2000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추가 지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동안 가스요금 할인을 통해 이뤄진다.

이번 대책은 전체 기초생활수급자(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 중 에너지바우처 미수급자가 많고, 잠재적 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는 차상위 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마련됐다. 차상위 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보다는 형편이 조금 나은 윗단계 계층으로, 기준 중위소득 50%(2023년 4인가구 기준, 270만482원) 이하인 가구를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 기초생활수급자는 169만9000가구, 차상위 계층은 31만9000가구로 집계됐다. 총 201만8000가구 가운데 도시가스 이용 가구가 전체의 83.6%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대 168만7000여가구가 난방비 할인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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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에 따르면 에너지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중위소득 50% 이하인 차상위계층은 기존 가스요금 할인(14만4000원)에서 44만8000원을 추가로 할인받게 된다.

에너지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생계·의료급여형 기초생활수급자는 기존 가스요금 할인(28만8000원)에 30만4000원을 추가 지원받는다. 주거형 기초생활수급자의 가스요금 할인 폭도 14만4000원에서 59만2000원으로 44만8000원 늘어난다. 교육형 기초생활수급자도 기존 7만2000원에서 52만원을 추가 할인 받는다.

에너지바우처·가스요금 할인 대상자가 신청 자격 여부나 절차·방법 등을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사례를 해소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와 에너지공단이 에너지바우처·가스요금 미신청자에 대해 문자·우편·전화를 통해 신청을 유도하기로 했다. 지역 도시가스사 검침원을 통해 방문 가구에 요금할인 홍보물도 배포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시, 에너지바우처 신청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사회보장정보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겨울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의 서민들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관계부처, 지자체, 기관들과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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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조선혁명선언'을 다시 읽어야 하는 까닭은?

순국열사선양단체 등, 「조선혁명선언」100주년 기념식 개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1.31 16:59
  •  
  •  수정 2023.01.31 22:51
  •  
  •  댓글 0
 

제1은 이족통치를 파괴하고자 함이다.
제2는 특권계급을 파괴하고 함이다.
제3은 경제 약탈제도를 파괴하고 함이다.
제4는 사회적 불평균을 파괴하고자 함이다.
제5는 노예적 문화사상을 파괴하고자 함이다.

 

다시 말하자면 '고유적 조선의' '자유로운 조선 민중의' '민중 경제의' '민중 사회의' '민중 문화의' 조선을 건설하기 위하여 '이족통치의' '약탈제도의' '사회 불평균의' '노예 문화사상의' 현상을 타파함이니라. 그런 즉 파괴 정신이 곧 건설 주장이라. 나아가면 파괴의 '칼'이 되고 들어오면 '깃발'이 될지니, 파괴할 기백은 없고 건설할 어리석은 생각만 있다면, 오백년이 지난다 해도 혁명의 꿈도 꾸어보지 못할지니라.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식이 31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처음 개최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식이 31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처음 개최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제 식민통치하 강도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이루기 위한 의열(義烈)투쟁이 절정에 달하던 1923년 1월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작성한 「조선혁명선언」의 한 대목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조선의열단의 행동 이념이자 강령으로 발표된 「조선혁명선언」은 "강도 일본이 우리의 국호를 없애며, 우리의 정권을 빼앗으며, 우리의 생존적 필요조건을 다 박탈하였다"라는 처절한 상황인식을 첫 문장으로 시작하여 "우리는 일본 강도정치 곧 이족통치가 우리 조선 민족 생존의 적임을 선언하는 동시에, 우리는 혁명 수단으로 우리 생존의 적인 강도 일본을 쳐죽이는 것이 곧 우리의 정당한 수단임을 선언하노라"라는 명징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일본과 타협하려는 내정독립, 자치, 참정권을 논하는자, 강도정치 아래에서 기생하려는 문화운동자를 모두 우리의 적임을 선언하고 외교론, 준비론은 한바탕 잠꼬대에 불과하다고 단마디로 일축한다.

강도 일본을 몰아서 쫓아내려면 오직 혁명만이 유일한 방법이며, 그 첫걸음은 "먼저 깨달은 민중이 민중 전체를 위하여 혁명적 선구가 됨"이니 "'독립을 못하면 살지 않으리라', 일본을 쫓아내지 못하면 물러서지 않으리라'라는 구호를 가지고 계속 전진하면 목적을 관철하고야 말지니, 이는 경찰의 칼이나 군대의 총이나 간악 교활한 정치가의 수단으로도 막지 못하리라"는 불퇴의 각오를 호소한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00년전 발표된 「조선혁명선언」이 지금도 살아 숨쉬는 역사적 귀감이 되고 굳은 다짐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왜 100년이 지난 지금 「조선혁명선언」 일까?

기념식을 주관한 서동용 국회의원은 "1923년 1월의 뜨거움이, 2023년 1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조선혁명선언」에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역사적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이날 기념식의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념식을 주관한 서동용 국회의원은 "1923년 1월의 뜨거움이, 2023년 1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조선혁명선언」에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역사적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이날 기념식의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념식을 주관한 서동용 국회의원은 개회사에서 "「조선혁명선언」은 특권계급, 경제적 약탈제도, 사회적 불평등과 노예적 문화사상을 파괴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폭압적인 사회시스템의 혁파를 주장"하고 있는바, "자주독립의 방식과 당위성, 독립 후에 우리 민족과 조국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아우르는 깊이와 내용이 담겨있다"고 언급했다.

또 "1923년 1월의 뜨거움이, 2023년 1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조선혁명선언」에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역사적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라며, 이날 기념식이 국회에서 최초로 열린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공식 기념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은 "「조선혁명선언」은 항일민족운동사상 가장 강건·웅혼하면서도 정교하게 민족해방의 이론과 방략을 나름대로 체계화하고 구체화한 문서이며, 민중해방운동의 주장을 이론화한 문서로서, 3.1독립선언문 이후 한국의 독립운동 및 민중운동사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높은 민족민중운동의 문건"이라고 평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은 "「조선혁명선언」은 항일민족운동사상 가장 강건·웅혼하면서도 정교하게 민족해방의 이론과 방략을 나름대로 체계화하고 구체화한 문서이며, 민중해방운동의 주장을 이론화한 문서로서, 3.1독립선언문 이후 한국의 독립운동 및 민중운동사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높은 민족민중운동의 문건"이라고 평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단재 신채호와 「조선혁명선언」'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의열단의 이념과 운동방략을 제시한 「조선혁명선언」은 항일민족운동사상 가장 강건·웅혼하면서도 정교하게 민족해방의 이론과 방략을 나름대로 체계화하고 구체화한 문서이며, 민중해방운동의 주장을 이론화한 문서로서, 3.1독립선언문 이후 한국의 독립운동 및 민중운동사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높은 민족민중운동의 문건"이라고 평가했다.

한시준 독립기념관 관장은 축사에서 20세기 전반기 제국주의 침략으로 식민지가 된 세계 80%의 민족과 국가가 모두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그 방법으로 가장 공통적이었던 것이 의열투쟁이었지만 조선의 의열투쟁은 「조선혁명선언」이 있어, 그것을 통해 건설할 이념적 지표를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천명해 놓았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 내세울만한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강조했다.

김언호 '김원봉과함께' 공동대표는 "나라와 민족과 강토가 일본제국주의에 침탈당하던 시기에, 몸과 마음을 다한 의열단원들의 투쟁은 우리 민족독립운동사의 찬란한 성과"였으며, "신채호 선생의 역사정신·혁명정신, 김원봉 장군과 의열단원들의 독립운동은 오늘의 이 민족분단을 극복해 내는 역량"이라고 이날 기념식의 현재적 의미를 짚었다.

박우섭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장은 "100년전 독립의 염원이 헛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불합리한 서훈법을 개정하고 미서훈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을 추진하는 일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장섭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대표는 "「조선혁명선언」은 의열단뿐만 아니라 당시 항일투쟁에 나섰던 조선의 모든 독립운동가와 일반 민중에게 독립이라는 확실한 목표와 확신을 갖도록 한 일대 사건"이라며, "특히 경제와 안보, 사회, 역사 전반에 걸쳐 복합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조선혁명선언」에 담긴 단재 선생의 일성이 우리가 나아갈 길을 비추는 귀중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훈, 우원식, 양정숙, 윤미향, 민형배 의원은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식이 단순히 과거의 일을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항일의 역사를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해 분단을 지속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과제를 되새기고 이를 후대가 계승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은 광복회, 국민문화연구소, 김원봉과함께, 단재 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몽양여운영선생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 아나키문화연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용인독립기념사업회, 운암김석숙선생기념사업회, 윤리문화학회, 위례역사문화연구소,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한국YMCA전국연맹,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흥사단을 비롯한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과 강은미·김홍걸·민형배·서동용·설훈·안호영·우원식·이장섭·윤미향·황운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이들 단체들은 「조선혁명선언문」의 원문에 해석과 주석을 달고 국제어인 에스페란토 번역본을 포함시킨 단행본을 발간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년전인 1923년 1월 발표된 「조선혁명선언」은 '정의로운 일을 맹렬히 실행하는 단체'라는 의미를 가진 의열단이 일제에 의해 테러집단으로 간주되자, 암살과 파괴, 폭력을 수반하는 의열단 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재 신채호선생에게 요청하여 신 선생이 의열단 참모로 활약하던 우근 유자명선생과 함께 집필한 항일독립운동서이다.

5장 6,400여자로 구성된 「조선혁명선언」은 대동단결선언(1917년), 기미독립선언(1919년)과 더불어 독립운동 3대 선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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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에게 '챗GPT'에 대해 물었더니…

챗GPT가 가져온 교육 논란…부정행위·표절 우려 vs. 교육 혁신 필요성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의 AI 연구소 '오픈AI'가 작년 12월 출시한 '챗GPT'는 두달도 안 돼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끌어모으면서 일각에서는 아이폰 출시와 맞먹는 충격에 비유되기도 한다.

 

챗GPT 이용법은 간단하다. 웹사이트(https://openai.com/blog/chatgpt/)에 접속해서 가입을 한 뒤, 채팅창에 원하는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이 뜬다. 

 

챗GPT에 챗GPT에 대해 물었더니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한국어로 챗GPT가 하는 일을 묻자 이런 답변이 나왔다. ⓒ프레시안(전홍기혜)

 

수많은 데이터에 기반한 확률적인 답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한글의 경우 틀린 답을 내놓는 경우도 많다.

 

▲신사임당이 누구인지 묻자 오답을 내놓았다. ⓒ프레시안(전홍기혜)

 

전 세계의 다양한 사용자들이 챗GPT를 놓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활용법을 익히고 있고,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철학에세이를 3초 만에 썼다", "미국 로스쿨 시험을 통과했다", "MBA(경영학 석사) 기말시험에서 B를 받았다", "미국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했다" 등. 

 

인간에 버금가는 언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챗GPT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분야가 '교육'이다. 우선적으로는 챗봇을 활용한 부정행위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뉴욕의 공립학교에서는 지난 5일부터 챗GPT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챗GPT로 쓴 글을 식별해내는 '제로 GPT'라는 서비스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된 인간의 경험을 완전히 바꾸고 삶을 완전히 바꾼 것과 마찬가지로 챗GPT가 촉발시킨 인공지능과 학습, 지식, 교육의 문제는 사용을 금지시키거나 식별 프로그램의 개발 등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자계산기가 있어도 수학을 가르치듯 변화된 세상을 가르쳐야" 

 

미 공영방송 NPR은 지난 26일 강의계획서에 AI 정책을 도입하고 학생들에게 챗GPT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교수를 인터뷰했다.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가르치는 이 학교의 이선 몰릭 교수는 학생들에게 AI를 언제, 어떻게 사용했는지 인정하고 명기하라고 지시했다. 그가 챗GPT를 교육에 도입하려는 것은 우리가 현재 AI 세상에 살고 있고 교육자들이 AI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진짜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몰릭 교수는 "우리는 전자계산기가 있는 세계에서 수학을 가르쳤다"며 "이제 교육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학생들에게 이 세상이 다시 어떻게 변했고 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교실에서의 평가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열정과 불안 사이를 오가지만 교육자들이 시대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 표절 시스템"…교육시스템의 실패는 별개의 문제 

 

챗GPT에 대한 또 하나의 논란은 '표절'이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메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도 이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교육 관련 내용을 다루는 유튜브 'Edukitchen'에 출연해 챗GPT에 대해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에 접근해 규칙성, 문자열 등에 기반해 문장을 만드는 첨단기술 표절 시스템(high-tech plagiarism system)"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글쓰기에 기반한 학문에서 '표절'은 매우 오랫동안 중요한 이슈였다면서 AI로 인해 표절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챗GPT가 "언어, 인지, 인간의 이해와 관련해서는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 그러나 챗GPT가 교육자들에겐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방법이 하나가 있고,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을 볼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수업을 충분히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있다"며 교육자들의 챗GPT에 대응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학생들이 챗봇에 과제를 맡길 정도로 '학습을 회피'하고 싶어할 지경이 된 것은 궁극적으로 "교육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시험을 통해 점수를 매기고 이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효용성’과 ‘가치’를 평가하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어떤 흥미나 지적인 자극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챗GPT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술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고, 또 이를 활용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챗GPT에게 촘스키가 누구인지 물었고,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챗GPT가 내놓은 촘스키에 대한 설명. ⓒ프레시안(전홍기혜)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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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인식의 차 있어”...고위급협의 예고

한일 국장급협의, 폭넓은 협의 불구 합의 못해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1.30 21:58
  •  
  •  댓글 0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30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 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30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 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30일 오후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 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갖고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폭넓은 협의를 가졌지만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했다. 우리 정부는 고위급 협의와 피해자 설득작업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서민정 아태국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예정된 시간을 1시간 가량 넘겨 가며 약 3시간에 걸쳐 협의를 진행한 뒤 외교부 기자실에 들러 “이번 협의에서 나와 후나코시 국장은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한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번 국장 협의는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조속한 현안 해결 및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 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는 차원에서 개최된 것”이며, “앞으로도 고위급을 포함한 다양한 레벨에서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민정 아태국장은 30일 오후 외교부 기자실에서 한읠 국장급 협의 결과를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서민정 아태국장은 30일 오후 외교부 기자실에서 한읠 국장급 협의 결과를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외교부 관계자는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어떤 해법을 발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성의 있는 호응조치’이기 때문에 그것도 포함해서 핵심 쟁점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며 “상호 상당히 구체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식의 차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포함해서 계속해서 외교 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에서 소송 원고인 피해자들의 ‘일본기업의 배상과 사과’ 요구에 대한 “사과와 기여 측면에서 성의 있는 호응조치”를 일본 측에 촉구했고 “우리가 독자적 해법을 발표함에 있어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조치가 담보가 돼야 발표할 수 있다”고 못박은 바 있다.

이 당국자는 “정말 다양하게 폭넓은 이슈에 대해서 다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좁혀진 측면도 있지만 또 여러분들이 관심 가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좁혀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양국 간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이가 있고 격차가 있기 때문에 좀 더 논의돼야 될 상황”이라는 것.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전범기업의 직접 사죄와 일본 정부가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현했던 기존의 담화들을 재확인하는 방식이 있고, “크게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뉘고 그것을 토대로 계속해서 어떤 게 좋은지 계속해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담화’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방식 등이 일본 언론에서 사과의 해법으로 예시되고 있는데 대해서는 “일본 언론에서 미리 앞서나간 그런 보도 같다”고 일단 부인했다.

고위급 교류에 대해서는 “우리가 익히 알듯이 국장급 협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더 무거운 이슈가 있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협의가 가속화되고 이렇게 폭넓게 협의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고위급 협의도 필요하겠다는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협의 마무리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고위급에서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수출규제 완화는 오늘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확인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이 합의에 의해 도출되면 수출규제 완화 등은 자연스럽게 같이 논의되는 사안이라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는 서로 얘기하지 않았다”며 일본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진 등은 다루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오늘 협의 책임자들이 양국 현안을 다루는 실무부서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대면협의에서 이 문제들을 다루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원고측 피해 당사자나 유족들과의 직접 접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해법에 대한 사전 설득 작업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일부 유족의 경우 조속한 금전적 보상에 관심이 있는 경우도 있어 외교부가 원고측을 ‘갈라치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참여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지금 결론을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이것은 더 고위급 협의를 해봐야 되겠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아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결국 국장급 협의에서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사과와 배상 원칙을 제시하고 고위급 협의에서 정치적으로 타결짓고 이 과정을 피해자들에게 양해받는 프로세스로 보인다.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전체적인 그림’을 고려해 고위급 협의에서 ‘사과와 배상’ 원칙의 일정 부분을 양보하고 피해자들을 설득해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전체적인 그림’에는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이 조속한 현안 해결과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하며 한일정상회담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한일 국장급 협의 다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근 숨가쁜 행보로 보아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고측과의 접촉과 한일 고위급 협의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일행이 협의를 마치고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일행이 협의를 마치고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후나코시 다케히로 국장은 협의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하고 "수고한다"는 인사말만 남긴 채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후나코시 다케히로 국장은 협의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하고 "수고한다"는 인사말만 남긴 채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편, 일본 관계자는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동자 문제에 대한 법률적 문제, 기술적 문제를 포함해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국장 협의이고 정치적 협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역시 ‘고위급 정치적 협의’에서 양보받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이 일본 당국자는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윤 정권이 특히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로서도 1965년 수교 이래의 우호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건전한 관계로 돌아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기존입장을 고수하는 태도를 내비쳤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한일 국장급 협의가 한창인 30일 오후 3시 30분부터 외교부 앞에서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 국장급협의 일정이 알려진 지난 28일 외교부 앞에서 ‘2차 외교부 항의행동 - 윤석열 강제동원 굴욕해법 폐기! 시민대회’를 개최했던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한일 국장급 협의가 한창인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외교부 앞에서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정은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사무국장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삶을 다 바쳐 쟁취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이고 강제동원이 반인도적 불법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 역사적인 판결이었다”며 “외교부는 대법원의 현금화를 미뤄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조차 뚜렷한 이유 없이 가로 막았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2015년 한일합의를 강행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에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받을 때까지 피해자들과 함께 굳건히 손 잡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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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이재명, 일반 피의자였다면 진작 구속”



이재명 검찰 2차 소환 수용, 민주당 장외투쟁에 “이 대표 방탄용 여론전”

한겨레 '정권 바뀐 후 야당 대표 수사로만 지새우는 검찰, 국민 눈길 곱지 않아'

유보통합, 추가 재원 필요해…국공립유치원 ‘역차별’ 지적도 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비리 의혹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2차 출석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말인 4일 서울 숭례문 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여는 등 장외투쟁에 나선다.

31일 아침신문들은 이 대표의 행보에 주목했다. 특히,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이 대표 방탄용 여론전”이라며 비판하는 신문들이 대다수였다.

▲ 3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중앙일보는 3면 기사 <이재명 “대선 졌으니 또 출석” 검찰 “일반인이면 진작 구속>에서 “법조계에선 이 대표의 2차 출석은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체포동의안 부결 명분을 축적하고 민주당 내부 결속도 노린 고도의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검찰측 입장에 대해서는 “당장 검찰에선 ‘이 대표가 영장 청구를 피하려고 협조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싶은 모양’이라며 ‘‘검사 선서’ 같은 엉뚱한 주장을 적은 서면진술서를 내고 묵비권만 행사한 비협조적인 피의자는 신병 확보가 필수’라는 반발이 나왔다. 일각에서 ‘일반 피의자였다면 진작 구속됐을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고 했다.

▲ 중앙일보 3면 갈무리.

동아일보도 5면 기사 <李 “대선패배 대가…檢 오라니 또 출석”… ‘檢 체포동의안 제출’ 명분 차단 의지>에서 “검찰의 체포동의안 제출을 위한 ‘명분 쌓기’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유력한 상황에서 ‘정치 탄압’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포토라인에 한 번 더 서겠다는 취지도 있다”고 해석했다.

▲ 동아일보 5면 기사 갈무리.

특히,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 <비리수사 소환인데…李 “대선 패자로서, 오라니 또 갈것”>에서 “여야가 일을 해야 한다며 임시국회 일정에 합의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확정하자,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이중 전략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 국회’만 열어 놓고 국회 일은 내팽개쳤다’고 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장외 투쟁은 기본적으로 소수당이 쓰는 전략”이라며 “국회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정당이 국회 밖으로 나가 거리 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장외 투쟁을 할 것이었다면 1월 국회를 소집하지 말았어야 했다. 민주당이 주도해 국회를 열었으면 그 국회 안에서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며 “국회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거리에선 이 대표 방탄용 여론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개인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사설은 “근본적인 문제는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전부 다 민주당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사실”이라며 “이런 개인 불법 문제는 개인적으로 해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다시 곧이어 당 대표가 되면서 개인 문제를 당 전체 문제로 만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하고 있다.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민주당의 행태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위험도 안고 있다”며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의 수사나 판결은 정당하고,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면 탄압이라고 주장하느냐는 지적을 민주당은 새겨들어야 한다”, “이 대표가 정치 탄압을 외치는 게 ‘셀프 방탄’의 전조는 아닌가”라고 했다. 아울러 “기소되면 이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유·무죄를 다투고, 민주당은 본래 자리인 의사당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3면 기사 <야, 탄핵·특검·장외집회 세 카드 다 꺼내 윤 정부와 전면전>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지만, 2월 임시회 개회를 앞두고 ‘제1야당이 민생 대신 방탄을 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지도부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걸로 예상되는 시점에 대여 투쟁의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는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사설은 “줄줄이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이 대표의 처지도 곤궁하지만, 정권이 바뀐 이후 온통 야당 대표 수사로만 지새우는 검찰의 행태를 바라보는 국민 눈길도 곱지 않다”며 “28일 조사에서도 검찰은 이 대표의 의미 있는 진술을 끌어낼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질문을 반복하고, 이 대표는 검사 질문에 ‘출석하며 제출한 진술서로 갈음한다’고 답변하는 양상이 반복됐다고 한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끝으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신속히 매듭짓고, 증거와 법리에 입각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그러면서 “동시에 검찰은 ‘50억 클럽’ 등 그동안 야당 수사를 핑계로 손을 놓고 있었던 대장동 의혹의 또다른 줄기에 수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공범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 또한 더 늦춰선 안 된다. 그렇지 않고선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야당만 헤집는다는 의구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보통합, 추가 재원 필요해…국공립유치원 ‘역차별’ 지적도 나와

 

정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한 만 0~5세 대상 교육·돌봄기관을 2년 뒤 출범시키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31일 대다수 신문들은 유보통합 방안을 주요 소식으로 보도하면서 우려 지점도 함께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유보통합으로 단일 부처가 업무를 관장하게 되면 정책도 더욱 효과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추진될 수 있다”며 “0~5세 아동 실태에 관한 통계를 교육부와 복지부가 따로 낼 필요가 없고, 정부 예산을 따내려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소모적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유아교육 및 보육 시설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의 추가적 재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사설은 “교사 처우 개선과 시설·환경 개선을 위해선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당장 어린이집에 대한 급식비 지원을 유치원 수준으로 높이고, 사립 유치원 학비를 국공립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인 어린이집 교사들과 사립 유치원 교사들의 급여·처우도 개선해야 한다”며 “유보통합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다. 생애 초기 교육만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투자는 없다. 양극화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첩경이기도 하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교육부는 학부모 부담 경감에도 나선다. 국공립유치원, 어린이집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달마다 13만5000원가량(지난해 4월 기준 전국 평균)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현 상황에 교육부는 현재 월 28만원인 누리과정 지원금과 별도로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한겨레는 12면 <어린이집·유치원 통합때 추가금 지원…사립만 배불릴라>에서 “교육계에서는 ‘학부모 부담 경감’이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며 “강원도교육청은 올해 매달 유아 1명당 10만원 내에서 학부모 부담금을 보전해줄 계획인데 교육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만 투입하면 사립유치원 배만 불릴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한 조영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의 말을 실었다.

▲ 한겨레 12면 갈무리.

아울러 “국공립유치원 홀대 논란도 제기된다”며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유보통합 정책에 사립유치원에 대한 ‘조건 없는’ 기관 부담 완화 방안만이 있을 뿐,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장외투쟁 #검찰 #2차 소환 #유보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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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상환능력 안 따진 구제책…민생 지원 이면엔 ‘대출 조장’

유희곤 기자

금융지원 확대 내용·의미

 

 

<b>청와대에서 업무보고</b>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2023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청와대에서 업무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2023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주담대 원금 3년 유예 대상
6억→ 9억 주택 보유자로
1주택자 LTV 확대도 검토

대환대출 상품 지원 자격
제한 없이 모든 자영업자로
“내년 총선용 선심” 비판도

정부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고금리에 따른 상환 부담도 줄여주기로 하면서 대출 부실화 및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부채 수준이 위험 수위인 상황에서 규제를 풀어 사실상 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업무계획을 보면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금융지원책이 담겼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 이상인 9억원 미만 주택 보유자는 대출 원금을 최대 3년간 유예할 수 있다. 기존에는 실직이나 폐업 등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한 차주만 가능했고 대상 주택도 6억원 미만이었다.

1주택자가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1년 동안은 ‘현재’가 아닌 ‘기존 대출’ 시점을 적용받는다.

나이·상환능력 안 따진 구제책…민생 지원 이면엔 ‘대출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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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사전 브리핑에서 “대출 만기가 되거나 대환 신청을 하는 경우 당초 대출을 받았을 때는 DSR 문제가 없었는데 금리가 올라 대환할 때 DSR 한도를 넘어가는 사례가 있어 원래 대출 시점으로 DSR을 적용한다는 것”이라며 “DSR의 정책 완화 기조로 보는 건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영끌’한 주택 매입자를 구제해주는 셈”이라면서 “대출 규모가 소득 대비 큰 차주는 시장금리가 내려가도 여전히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 같은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 유예 대상 확대나 자영업자 지원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민생대책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일부는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추가 확대 검토, ‘연봉 1억원 초과 1주택자 및 시가 9억원 초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도 추진된다.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도 집값의 3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조치도 대폭 확대했는데, 특히 자영업자가 받은 일부 가계대출 역시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위기와 경기 둔화를 연달아 겪으면서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정부 지원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지원 조치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자영업 부실 위험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출 지원 등의 조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지원 대상을 전체 자영업자로 넓혔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업자 대출이 대상이지만, 자영업자들이 가계대출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나 자영업자와 소통하며 구체화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규제완화가 부채 문제를 자극할 수 있고, 금리 정책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연구조정실장)은 “이자는 금융시장의 핵심적인 가격 변수인데 정부가 이자(율) 변동으로 인한 경제주체의 달라지는 행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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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건희 특검’ 속도전…법사위 문턱 넘을 수 있을까

새달 1일 김건희 TF 출범
“여론 환기해 관련 이슈 제기 작업 집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 박홍근 원내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검사독재 규탄”, “김건희 특검 수용” 구호를 외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 박홍근 원내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검사독재 규탄”, “김건희 특검 수용” 구호를 외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규명할 특검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당과 합의 없이 특검법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티에프(TF)’가 새달 1일 출범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성역 없는 진실 규명이란 국민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비공개로 가동해온 티에프 활동을 공개로 전환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추진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김 여사의 주가조작·허위경력·뇌물성 후원 사건 등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 반대를 무릅쓰고 특검법 처리를 시도하더라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서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특검법의 법사위 상정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 우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법사위 분포상 불가능에 가깝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법사위원 18명 중 11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 법사위원(10명)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의힘·시대전환 소속 위원들은 전부 특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티에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특검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고, 관련 이슈를 제기하는 작업에 집중해서 저쪽에서 특검을 거부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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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께서 검찰청 말고 용산으로 불러주시면···”

윤승민 기자    신주영 기자

이명박(MB) 중동특사 거론에

“부패 혐의 전 대통령 특사

국민 무시·상대국 모욕”

‘대장동·위례 개발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포토라인에 서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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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위례 개발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포토라인에 서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윤석열 대통령께서 저를 검찰청으로만 자꾸 부르지 마시고 용산으로 불러주시면 민생과 경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고통받는 국민을 돕자는 민주당의 30조원 규모 긴급민생프로젝트를 덮어놓고 매도하고 반대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거대기업, 초부자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면서 국민을 위한 에너지·물가 지원금은 발목잡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에게 각자도생을 강요하지 말고 특단의 민생대책 수립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민생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위례 개발특혜 의혹’으로 잇달안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MB)가 중동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특사는 나라의 얼굴”이라며 “부패 혐의로 수감됐던 전직 대통령을 특사로 거론하는 것은 국민 무시일뿐 아니라 상대국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순방 도중 한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 “외교 관계 파탄 낼 실언을 하고도 참모를 시켜서 오리발만 내밀면 문제가 더 꼬이게 된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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