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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정론] 윤석열과 젤렌스키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2/03/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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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민주평화통일 민족위원회가 매주 발행하는 소식지에 실리는 정론을 소개합니다. 

 

1. 민심 역행하는 윤석열

 

윤석열은 역대 최소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득표율로는 0.73%P 차이였다. 정권 심판 여론이 거센 속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윤석열이 민심을 역행하는 행보를 보인 탓이 크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 ‘선제타격’, ‘주적은 북한’, ‘사드 추가 배치’, ‘유사시 한반도에 자위대 들어올 수 있는 것’과 같은 전쟁 망언을 일삼으며,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바라는 민심에 정확히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은 당선 이후에도 인도·태평양판 나토라 불리는 미국 주도의 군사 동맹 쿼드에 가입하는 수순을 밟고, 징글징글한 친일파, 원조 ‘자위대 한반도 개입론자’ 김태효를 인수위원으로 인선하는 등 민심을 역행하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대중국 적대 정책에 맹종해 끝내 나라를 전쟁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을 심산으로 보인다.

 

거기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강행 추진 등으로 하루도 나라가 조용할 날이 없다. 이에 취임도 하기 전인데 벌써 국민 속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가 돌고 있다.

 

2. 미국의 전쟁 아바타 젤렌스키

 

저 멀리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 전쟁이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미국의 전쟁 아바타로서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근거 없는 침공’, ‘불필요한 전쟁’이라는 말로 전쟁 책임을 교활하게 은폐하고 있지만, 애초에 미국은 러시아에 나토를 “동쪽으로 단 1인치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교활하고 은밀하게 때로는 대놓고 나토 확대를 시도하였고 결국 현실화했다. 근래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도 추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촉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희생시키며 깡패국가로서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도 젤렌스키는 국익은 뒷전에 두고, 전쟁 와중에도 미국의 입맛대로 계속 나토 가입 의사를 밝혔다. 나토에 군사적 지원을 해달라며 확전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국익과는 상관없이 미국에 맹종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그 어떤 것도 해주고 있지 못하다.

 

3. 격화하는 한반도 정세

 

한반도 정세가 격화하고 있다. 이는 북한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미국의 책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미 양국은 회담을 마치며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비핵화 선제조치를 취하였으며, 합의 사항도 성실히 이행했다. 반면 미국은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앞에서는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뒤돌아서서는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적대 정책을 지속했다. 결국,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핵·미사일 모라토리엄까지 해제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다. 맹목적으로 미국을 따르며 전쟁 망언을 일삼는 윤석열 때문에 정세는 더 격화할 것이 뻔하다. 이러다 진짜 전쟁이 날 수도 있다. 진짜 전쟁이 나면 미국은 어떻게 할까. 우크라이나에서처럼 나 몰라라 할 것이다.

 

4. 평화의 촛불을 들자

 

전쟁의 불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쟁의 불안을 뿌리 뽑기 위한 투쟁을 더 크게 벌여야 한다. 촛불 국민이 나서 미국에 맹종하는 전쟁광 윤석열을 심판하자. 촛불 국민의 투쟁 기세는 드높다. 촛불 국민의 힘이라면 윤석열을 심판하기에 충분하다. 윤석열이 왕처럼 행세하며 국익을 해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우리 모두 평화의 촛불을 들자. 전쟁광 윤석열의 전쟁 질주를 멈추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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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러, 우크라 '알박기'가 목표…푸틴 뒤 '실로비키'를 봐야한다"

[인터뷰] 정재원 국민대 교수 "반북·반중·친미 내세운 새 정부, 균형적 외교 필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달(24일), 전 세계는 대립의 당사자가 침략을 강행한 충격적인 사건 이후 '쿠오바디스(어디로 가는가)'를 묻고 있다. 전쟁의 '단추'를 누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위는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전쟁까지 치달은 이 갈등의 밑바닥에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깔려 있다는 사실은 감추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희생에 관심이 없는 것은 푸틴만이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냉전 시대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격이라는 사실은 한달 만에 한반도에서 확인됐다. 북한은 우크라 침공 초기 "미국의 패권주의"를 지적하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었다. 그러나 북한은 24일 오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용병을 불법 파견했다"는 러시아의 '선전전'에 적극 동조하고 나서더니 이날 오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미국은 이런 북한의 행위가 유엔 안보리 위반이라며 "강력 비난"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 터진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의 갈등의 격랑이 언제, 어떻게 한반도를 덮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느 정권보다 반북, 반중, 친미적 외교 노선을 공언한 새 정부가 5월 출범한다. 윤석열 정부는 과연 이 파고를 타고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어느 것 하나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한달을 맞은 24일 정재원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다음은 이날 오전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수렁에 빠진 러시아...큰 희생 치르더라도 우크라 영토 최대한 확보하려할 것 

프레시안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달이 됐다. 벨라루스가 참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22일 푸틴과 젤렌스키와 모두 대화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중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하시나? 

정재원 : '신냉전'이라고도 하지만 21세기에 대리전은 있었지만 대립의 당사자가 자신의 영토를 침략당한 것도 아닌데 공격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예측이 불가능하다. 소형 전술핵 사용이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2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이 된다면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마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겠냐고 다들 생각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현 상황에서 러시아가 양보를 할 경우에는 내부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미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지난 8년 동안 제재를 많이 받아서 내부 불만이 크다. 실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푸틴 입장에선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때문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영토를 최대한 더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체 점령은 불가능하고 현재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위치한) 마리우폴 지역을 초토화시켜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연결해 우크라 동쪽 영토를 최대한 확보하는 선에서 전쟁을 끝내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러시아 입장에서도 예상보다 피해가 큰 상황에서 돈바스 지역만 확보하고 물러날 수는 없게 됐다. (나토는 러시아군 사망자가 7000-1만5000명 수준으로 전쟁에 투입된 병력의 10% 수준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도 수렁에 빠졌고 아주 지루한 싸움이 있을 것 같다. 조지아에 남오세티야 지역(2008년 러시아가 침공해 준영토로 삼은 지역), 몰도바에도 독립을 주장하는 친러시아 지역이 존재한다. 이런 식으로 우크라이나 내에 '알박기 상태'의 영토를 최대한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가 통제에 성공한 지역은 개전 크림반도, 돈바스를 포함해 우크라 영토의 20% 미만으로 추정된다. 수도인 키이우, 마리우폴, 하르키우 등 주요 거점은 수차례 교전에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러시아의 폭격으로 무너진 우크라 마리우폴시의 아파트. ⓒTASS=연합뉴스

러시아는 왜 '나토 동진'에 이토록 민감할까? 

프레시안 : 러시아는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1)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이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과 2)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그룹이 러시아 시민들을 공격해왔다면서 '탈나치화'를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재원 : 러시아 입장에서 나토의 동진은 왜 위험할까?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전 세계 지배 전략 변화의 측면에서 꼭 지적돼야 하는 지점이다. 미국은 동서독 통일을 마무리짓는 협상의 일환으로 러시아에 대해 나토를 확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9년부터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했다. 더 나아가 2008년부터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에 속했던 국가들까지 나토 가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동유럽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들 뿐 아니라 실질적인 안보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문제다. 

현재 논의에서 많이 빠져 있는 부분이 우크라이나의 입장이다. 크림반도 분쟁으로 독립할 당시 우크라의 땅으로 보장받았던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가 가져갔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영토를 빼앗긴 문제를 유야무야 끝낼 수 없다. 그래서 나토 가입을 통해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 했다. 러시아가 서쪽으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욕망을 인정하기 시작하는 한 그 희생양은 우크라이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가 얼마든지 똑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우크라이나는 하고 싶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숨어 있는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었다. 

'탈나치화'는 분명 네오나치 문제가 있다. 우크라 민족주의 성향의 그룹과 친러시아 반군들이 동부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있어 왔고 네오나치 그룹이 친러시아 반군들을 잔인하게 죽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 정치권을 네오나치 그룹이 장악할 정도로 정치세력화에 성공했나? 아니다. 친러 정당들이 우크라이나 의회에 진출해 있다. 나치 정당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우크라도 소위 올리가르히(소수의 특권 지배층)들이 존재하지만 네오나치 그룹이 아니다.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가족으로 둔 유대인이다. 

러시아가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문제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침입한 것도 아닌데 전쟁을 일으킨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오히려 러시아가 직면하고 있던 미국과 서방으로부터의 안보 위협 등의 문제를 희석시킨 셈이 됐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미국, 중국과 러시아를 묶어 고립·악마화하려는 전략 

프레시안 :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책임 문제는 당장 눈앞에 펼쳐치는 전쟁 때문에 가려지는 측면이 있다.

정재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의 진짜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의 변화 과정에서 극대화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방이 옛 사회주의 진영을 포섭해나가는 과정이 러시아에겐 심각한 위협이었다. 

또 미국이 과거와 같이 독점적 지위를 중국의 부상으로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러시아가 중국과 더불어 거대한 헤게모니를 갖고 자신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어떤 형식으로든 눌러야 했다.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분리를 시킬 것이냐, 아니면 이 둘을 묶어서 고립시켜 악마화할 것이냐, 이 중 후자를 택한 셈이다. 

프레시안 :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지적된다. 

정재원 : 사실 크림반도 사태 이후 이미 러시아와 중국이 하나로 묶여져 가고 있었다. 지금 전세계가 똘똘 뭉쳐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석유와 가스 부분은 유럽도 혼란이 있다. 유럽은 러시아에 석유와 가스를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문제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전면적으로 동참할 수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의 30% 이상이 중국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싼 가격으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러시아의 숨통을 틔여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지점은 반미-친중(친러)이라는 깃발로 묶을 수 있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똘똘 뭉쳤던 나라들이 적극적이지 않다. 러시아 입장에선 이 국가들의 침묵이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구소련 국가들도 동조를 안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러시아에 상당히 의존적인 국가들 내에서도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고 이를 정부가 허용했다. 이번 사태가 이들 국가에게 실질적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얼마든지 우리도 침략할 수 있겠구나. 그런 흐름 때문에 중국도 '중립' 입장에서 더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 국민들도 전쟁으로 인해 엄청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러시아에선 세계 2차대전 당시 2700만 명이 죽으면서도 버텼다면서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러시아인들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깊이 편입됐다. 그 맛을 알아버렸다. 특히 지식인, 엘리트층의 불만이 폭증할 수 있다. 

이런 측면들을 살펴보면 미국의 전략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 폴란드 국경 지역의 우크라이나 난민들. 이번 사태로 36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미국도 우크라 민중의 희생엔 관심 없어...푸틴 뒤에 숨은 세력을 봐야 

프레시안 : 일각에선 미국이 정치적 이익 때문에 이번 사태를 부추기거나, 방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재원 : 현 시점에서 복기해보면 미국은 작년부터 사태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고 갈등의 한축이기도 했지만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민중의 희생엔 관심이 없었다.

미국은 이 사태가 어떻게 종결되든 간에 미국이 주도하기를 원한다. 유럽의 안보는 미국이 담당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 사이를 어떻게든 벌리려고 하고 미국은 이에 저항한다. 이런 상태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의 중재를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유럽 입장에선 빨리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당면해야할 문제가 커진다.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도 유럽 국가들이 감당해야할 문제이며, 이로 인해 이민, 인종주의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타격 받을 게 없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전쟁 한달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1000명에 육박한다. 또 우크라이나 난민은 약 363만 명에 이른다. 미국은 이들 중 미국에 가족이 있는 10만 명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레시안 : 미국 등 서방 언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편향된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 언론도 미국의 패권주의 정책 문제에 대해선 크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보도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정재원 :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푸틴의 책임이 분명 있지만, 지나치게 푸틴 개인에 집중하고 악마화하는 것은 문제다. 개인 행위자에만 집중해서는 안되고 푸틴이 러시아 내부의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누구의 권력을 대변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푸틴이 만든 구조 내에서 부패한 실로비키(러시아 정보기관인 KGB나 군 출신의 정치관료들, '제복 입은 남자들'이란 뜻)나 올리가르히의 문제다. 푸틴 뒤에 있는 힘들을 봐야 한다.  

푸틴 정권이 완벽하게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상당수의 러시아 국민들은 전쟁에 대해 비판적이다. 반전 시위에 참여하면 징역 15년형이라고 겁박하는데도 나서는 시민들이 존재한다. 러시아 일반 국민들과 푸틴 정권은 분리해서 사고해야 한다.  

큰 흐름에서 우려되는 지점은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함으로써 불이익을 봤다, 고로 핵을 가져야 안전이 보장되고, 정권 입장에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또 이 사태로 인해 기후위기, 탈탄소 경쟁 등 지난 2년간의 팬데믹 사태로 진전된 선진적 논의들이 사라지고 퇴보할 수 있다. 에너지 수급에 위기가 올 수도 있으니까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사태가 퇴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프레시안 :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번 사태가 한국에 끼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 사태를 계기로 '레드라인'을 넘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터뷰가 끝난 뒤인 24일 오후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대선을 통해 반중, 반북, 친미 성향의 정치세력이 집권했다. 어느 때보다 한국 정부의 외교 역량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정재원 :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가 반중, 반북 입장이며 어느 때보다 미국의 입장에 크게 동조하는 입장이다. 지나치게 북한, 중국, 러시아와는 대립적 입장을 취하고 미국의 입장에 대해선 의구심을 접고 이로 인해 일본에도 동조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 같아 우려된다. 어떤 국가와도 정상적인 국가가 됐을 때 교류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는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기 위해 일본처럼 전면적으로 제재에 나서는 방식을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반중 정서에 혐러시아까지 겹쳐져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와 이주민 차별 문제가 커질까 걱정이다. 이런 정서는 전반적인 우경화를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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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재현 회장, 연봉킹… 그 돈 어디서 났나?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2.03.25 16:05
  •  
  •  댓글 1
 
 
 

택배노동자의 목숨값으로 연간 3000억에 가까운 이익을 챙겨간다고 지탄받았던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을 이끄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총수 연봉킹에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에서 총 218억 6100만원을 수령했다. 전년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재계 총수 중 최고 연봉 증가율이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 뉴시스]
▲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 뉴시스]

이재현 회장의 소식에 아연실색할 사람 중 하나는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아닐까.

지난해 6월 택배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의한 과로사만은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사회적 합의가 발표됐다. 과로노동의 주범인 분류작업에 대해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의 몫이 아니며, 분류인력 투입은 택배사의 책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요금이 인상됐다. 택배요금 인상분은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그러나 택배시장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국민들이 과로사 방지하고 택배기사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용인한 요금인상분으로 분류작업을 개선하기는커녕 자신들의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 돈은 자그마치 연간 3000억원.

CJ대한통운은 또 무법천지의 택배현장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만들라는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고 ‘노예계약서’를 만들어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롯데, 한진, 로젠 등 민간 택배사들이 국토부에서 만들어진 표준계약서를 원안 그대로 제출한 반면 CJ대한통운은 표준계약서에 ‘당일 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이 포함된 부속합의서를 끼워넣었다. 과로사를 방지하라고 했더니 보란 듯이 택배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장시간 과로노동을 유발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반발해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해 말 총파업에 돌입했다. CJ대한통운을 향해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본사 농성까지 벌였지만 CJ대한통운은 “요금인상분의 절반 이상이 택배기사 수수료에 반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절 대화를 거부했다.

과로사로 쓰러진 스물 한명의 택배노동자도 모자라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까지 목숨을 건 아사단식을 결심해야 했다. 결국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이 대화에 나섰고 지난 2일 노조와 공동합의문을 도출했다. 합의문엔 문제가 된 부속합의서에 대한 논의를 오는 6월30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하고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택배노조는 65일 만에 파업을 종료하고 합의문 이행을 위한 현장 투쟁을 시작했다. 협상 타결 이후, 양측은 3일부터 5일까지 부속합의서를 제외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조합원들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대리점들이 공동합의 이행을 거부했다. 이들은 부속합의서 내용이 포함된 표준계약서를 강요했다. 강원지역에서는 택배노동자 135명 중 107명이 표준계약서 작성을 거부당하고 35명이 해고(계약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대화를 거부하고 대리점연합을 앞세워 합의안을 내놨지만 곳곳에서 합의는 파기되고 그 와중에 CJ 이재현 회장은 연봉킹으로 등극했다. 결국 택배노동자들의 목숨값이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고 있다면 과언일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CJ #대한통운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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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윤석열 극한 갈등 뇌관 된 ‘감사위원 인선’, 왜?

등록 :2022-03-25 04:59수정 :2022-03-25 10:43

감사위원 2명 이달 초 퇴임
청와대, 인사권 행사 의지
윤 쪽, ‘자기 사람 심기’ 주장
감사원. &lt;한겨레&gt; 자료사진
감사원. <한겨레>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와의 끝 모를 극한 갈등의 배경으로는 감사원 감사위원 인선 문제가 꼽힌다. 전날 문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지명하자 윤 당선자 쪽은 “궁극적으로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6명으로 구성되며 감사원의 주요 감사계획과 결과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이달 초 강민아·손창동 위원이 임기 4년을 마치고 퇴임했지만 제청권자인 최재해 감사원장과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은 후임자 인선을 진행하지 않았다. 대선을 고려한 인선 유보였던 셈이다.

 

윤 당선자 쪽은 문 대통령이 퇴임 전에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감사위원을 1명이라도 더 임명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감사위원 1명씩을 추천하자’는 청와대의 제안을 거부하며 비토권을 요구한 이유다. 국민의힘은 최재해 원장과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이었던 임찬우 위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김인회 위원이 ‘문재인 정부 편’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내부투서를 근거로 ‘이남구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감사위원에 내정돼있다’며 청와대 출신 감사위원 임명도 견제했다. 이남구 전 비서관은 감사원 출신으로 현재 감사원 사무차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남구 감사위원 기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당선자는 이날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대통령이) 인사 조치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나도 이제 임기 말이 되면 그렇게 하겠지만”이라고 했다. 이미 진행된 문 대통령의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과 감사위원 인선 계획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윤 당선자 쪽에 제시한 인사 원칙은 ‘우리 대통령 재임 중에 한다’, ‘당선인 쪽과 충분히 협의한다’는 것”이라며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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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그녀 ‘김은희’

황선 | 기사입력 2022/03/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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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에게 용산미군기지에 관해 설명하는 김은희 씨. (맨 왼쪽)  © 황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급하게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자리로 옮긴다고 하니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몇 해 간 용산 미군기지 근방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고 가장 자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사람입니다. 

 

‘탱크’라는 귀여운(?) 별명으로 불리는 용산주민 ‘김은희’, 바로 이 사람입니다.

 

몇 해 전 한미관계를 국제법적으로 분석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잡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오신 이장희 교수님과 식사를 하다가 마침 용산기지 이전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용산에 대단한 아주머니가 한 분 계신다. 그 아이 엄마가 용산의 국회의원이나 구청장보다 훨씬 똑똑하고 용감하다. 아무도 못 하는 것을 하고 있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는데, 그 용감한 아주머니가 바로 김은희 동지였습니다.

 

1996년 이른바 연대항쟁 이후 학생운동이 마녀사냥을 당하던 시절 그녀는 우리 학교(덕성여대)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해 당당히 당선되었습니다. 언제나 솔선수범하는 부지런함에 힘도 세고 소탈한 성격이었던 김은희 동지는 많은 학우의 사랑을 받는 총학생회장이었지만,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돌아오는 날로 경찰에 연행되어 당시 전국에서 가장 처음 구속된 학생 대표자가 되었습니다. 그날 아수라장이 되었던 학교 앞 풍경이 생각납니다. 몰려온 숱한 전투경찰들에게 친구를 빼앗기지 않으려 분식집에서 밥을 먹던 사람들까지 뛰어나와 싸웠지만, 거리엔 짓밟힌 모자와 신발만 남았습니다. 2월인데 총학생회장과 집행부들이 구속됐고, 학교는 재단 이사장의 비리와 민주 교수에 대한 재임용탈락 소식으로 심란한 상황이었습니다. 학생운동 조직인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기 위한 김영삼 정권의 작업과 탄압도 속도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그해 김은희 동지는 구속되어 상당 기간 우리 곁에 없었는데, 감옥에 가 있는 동안에도 그의 정치력은 파장이 커서 학교에 남아있던 우리는 평소보다 훨씬 전투적으로 살았고 재단 이사장을 몰아내는 투쟁에서도 그렇고 전체 학생운동을 지키는 것에서도 큰 성과를 낳았습니다. 

 

최근 뉴스에는 용산주민이 되고 싶어서 안달하는 신임 대통령 소식이 자주 보이지만, 김은희 동지야말로 용산주민이 되고 용산주민을 위해 누구보다 애썼던 사람입니다. 

도저히 서울 생활을 감당할 수 없음에도 여러 사업상 아등바등 서울의 끝자락인 도봉 강북 지역에서 셋집을 옮겨 다니며 간신히 붙어살던 사람이 용산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위한 계산을 앞세우지 않았던 그녀답게 용산에서 연일 터져 나오는 기지오염문제, 미군범죄문제, 조만간 가시화될 한-미, 북-미관계 정상화에 연계된 주한미군 처리 문제와 미군기지 반환문제 등을 생각하며 이사를 결심한 것입니다. 

 

뚝심 있는 그녀를 생각하면 또 하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 갓난아이를 업고 여기저기를 다니던 모습입니다. 

이 사회 모든 여성이 그렇듯 여성 활동가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 역시 임신과 출산과 닿아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임신과 출산, 육아, 교육이라는 무거운 것을 여성 개인이 상당 부분 감당해야 하는 이 자본주의, 개인주의 사회에서, 그 시기 활동을 지장 없이 이어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스스로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가?’에서부터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다양한 시선과 평가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김은희 동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도 그녀에게서는 활동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들쳐업고 대학생 강연이며 각종 회의를 챙기던 동지가 아직 너무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걸음을 재촉할 때 ‘역시!’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좀 속상했습니다. 내가 비슷한 또래의 어미로 아이를 업고 혹은 여기저기 눈치 보며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오기밖에 안 되는 것 같은 날이 많았던지라, 그 감정을 그대로 이입해 김은희 동지가 안쓰럽고 답답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기로 버텼던 나와는 달리 김은희 동지는 웃으며 가시밭길을 걸었습니다. 몸이 고되지 않았을 리 없겠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비관이나 신세 한탄이 스밀 틈이 없었습니다.

김은희 동지의 신념은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생관이 되어 모든 것의 기준으로 확고한 듯 보였습니다. ‘지켜 살면 좋은 것’ ‘다른 곳으로 향하는 마음자락을 강제하는 나침반’ 정도가 아니라 모든 사업과 생활에서 판단의 근거이자 ‘역사적 책무’에 맞춰진 것이었습니다. 

 

체육대회든, 투쟁의 현장이든, 친정이나 시가에 가서 밭일하거나 김장을 할 때도 늘 씩씩하고 튼튼한 김은희 동지지만, 눈물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강연이나 연설 중에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이 차오르면 이내 따라 울게 되곤 합니다. 열사의 삶, 민중의 고된 삶을 자신의 슬픔보다 크고 민감하게 느끼며 살아가는 동지의 눈물은 그 어느 시인보다 예민한 감수성을 말해 줍니다. 

김은희의 진심을 아는 사람들은 뭐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주변을 서성이곤 합니다. 그러나 김은희 동지의 가까이에 있다 보면 이내 알게 됩니다. 그는 받기보다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말 못 할 생활의 고민으로 동지를 찾았을 때, 나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며 공감해주고 위로와 고무를 주던 김은희 동지를 기억합니다. 

김은희 동지는 자기의 일에는 무디고 동지와 민중의 삶에는 민감한 보기 드문 사람입니다.

 

김은희 동지는 학생운동이 가장 많은 탄압을 받을 때 맨 앞에 있었습니다. 학생운동을 재건해야 할 때 그는 이름 없이 전국을 누볐습니다. 

진보정당이 해산되는 시기, 가장 열심히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당원이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치열하고 본질적인 전선인 용산에서 그곳의 국회의원이나 구청장, 그 어떤 공무원보다 용산을 잘 알고 용산의 주민을 위해 살고 있습니다. 

지금 그를 닮은 후배들이 낯선 고장 낯선 지역에서 이 땅을 더 뜨겁게 사랑하기 위해서 기꺼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대학교 당시에 나이 차가 있고 활동 공간이 달랐으며, 학생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구경이나 하는 축이었던 나는 김은희 동지와 아주 친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좀 낯설어했고 어려워했습니다. 호칭도 정리할 수 없어서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곤 했습니다. 

그런 김은희 동지와 이렇게 오랫동안 생각하면 힘이 되는 사이로 연결되어 지낼 수 있다니 새삼 고마운 마음입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위대한 사상가 실천가들을 알고 그들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잡을 지푸라기조차 알지 못해 함부로 부유하기 쉬운 세상, 우리를 단단히 붙잡아 뿌리내리게 하고 굳게 자라게 하고 마침내 열매 맺게 할 ‘보이지 않는 끈’에 대해 생각합니다. 각자의 한계도 함께 극복하고, 다른 동지들의 혁신 역시 나의 것으로 만들어 주는 화수분 같은 끈 말입니다. 

실은 용산의 탱크 아줌마 ‘김은희’라는 사람을 안다는 것보다 고마운 것은 바로 이 ‘끈’입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미군기지 앞에도 있게 하고, 투쟁과 혁신의 바람이 부는 백두에서 한라, 어디에나 있게 합니다. 

그 끈이 개별 인연에서 조직으로, 조직과 조직으로, 민족 전체, 그리고 인류 전체를 다 아울러 잇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겠는가... 생각할수록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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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이라는 유령, '제왕적 윤석열' 저지할 카드

[조성식의 통찰]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를 이야기하는 이유

22.03.25 07:25l최종 업데이트 22.03.25 07:25l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그 유명한 '공산당 선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 유령이 유럽을 배회한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이를 빗대어 강력한 검찰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다스릴 세상을 풍자해보자. '한 유령이 한국을 배회한다. 검찰공화국이라는 유령이.'
우려는 했지만, 심상찮다.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강행 말이다. 표적을 정하고 수십 군데 압수수색 하듯이 밀어붙이는 행태. 어디서 많이 보던 광경 아닌가? 그 거대한 조직과 직원 수천 명에게 2주 안에 방 빼라니.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웠지만, 불통의 극치다. 그들도 국민이거늘. '제왕적 총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말 한마디로 전국 검사들을 움직이는 검찰총장과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대통령은 다르다. 수사와 국정은 다르다. 피의자에게 군림하는 검사 기질로 나라를 다스리려 한다면 국가적 비극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그래서 피곤하지만 쓴 소리를 안 할 수 없다.

검찰공화국이라는 유령
 

큰사진보기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깃발. 2021.3.3
▲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깃발. 2021.3.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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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이 내세운 사법 관련 공약의 요체는 검찰권 강화다. 검경 수사권 재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무력화, 검찰의 독자적 예산권 확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의 귀결점은 하나다. 검찰공화국 완성! 다 좋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는 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거꾸로 되돌리려는 윤 당선인의 검찰지상주의는 국민에게 이롭지도 않거니와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심지어 검사들한테도 좋지 않은 일이다. 검찰권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본연의 임무인 기소와 공소유지에 전념할 기회를 차단하는 거니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검찰청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동의를 거쳐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김 총장은 아마도 검찰의 조직논리를 대변했을 터다. 이는 그가 윤 당선인 측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것과는 별개라고 봐도 된다. 그도 검사인만큼 그것이 검찰 중립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믿을 테니까.

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나는 박 장관 말이 원칙적으로 옳다고 본다. 그렇다고 대검 주장을 무조건 배척하고 싶지는 않다. 비록 수사지휘권이 정권 성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 게 사실이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라면 폐지도 고려할 만하다.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관건은 검찰권력 해체, 즉 검찰권 분산이다. 검찰개혁의 목표이자 종착점은 수사/기소 분리다. 검찰이라는 행정부 산하 기관이 가진 권한이 너무 커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으니 그 기능을 나누자는 것이다.

관건은 검찰권력 해체 
 
큰사진보기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권력기관 개혁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혁,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2019.2.15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권력기관 개혁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혁,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201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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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는 유럽 주요국과 미국 등 사법선진국에서는 상식이다. 그게 문제라면 수사와 기소를 경찰과 검찰이 분담하는 영미식 형사사법체계는 벌써 망가졌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검사가 직접 수사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검사의 고유 임무는 기소'라는 대명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기소하려면 경찰 수사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법률적 조언과 지도가 필요하다. 이는 직접수사 이상으로 중요한 기능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우리나라 검찰 제도는 일본과 비슷해졌다. 일본도 원칙적으로 수사는 경찰 몫이다. 다만 일부 중대범죄는 특수부 검사들이 직접 수사한다. 나도 기자로서 한창 검찰을 취재할 때는 영미식보다 일본식이 우리나라 실정에 더 맞는다고 봤다. 이른바 거악 척결과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검찰의 순기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 요소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수사/기소 분리에 찬성하는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닌 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세계 어떤 나라에도 이렇게 막강한 조직과 인력을 갖춘 검찰(검사 2000여 명, 수사관 6000여 명)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우리처럼 검찰이 사회 모든 영역에 개입하고 정치보복 논란의 중심에 있는 나라를 알지 못한다.

40여 명의 검사장이 차관급 대접을 받고, 법무부 외청에 불과한 검찰 간부 인사가 언론의 주요 뉴스거리다. 권력기관이라는 방증이다. 청와대, 국회, 정부 기관, 재벌기업 등 우리 사회 힘깨나 쓰는 곳에는 어김없이 검사 출신이 포진해 있다. 예전에 현직 검사장은 내게 이렇게 탄식했다. "우리나라처럼 검찰 수사내용이 수시로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정말 비정상적인 일이다"라고.

민주주의 원리는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검찰개혁의 출발점이다. 과거 국민 위에 군림했던 정보기관은 과도한 권한을 점차 줄여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는 거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의 맥을 잇는 국가정보원은 국내 정보 파트를 없앴고, 보안사령부 후신인 기무사령부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이름을 바꾸면서 민간 사찰의 폐습에서 멀어졌다. 이제 검찰만 남았다.

경찰의 미흡한 수사력도 수사/기소 분리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광역수사대와 과학수사대, 사이버범죄수사대 등의 활약으로 수사역량이 커진 데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비견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발족했기 때문이다. 국수본은 거대한 경찰 조직에서 수사만 전담하는 독립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검찰 수사권 박탈이라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 안대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기존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탈바꿈하고,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따로 설립된다. 수사를 원하는 검사들은 중수청으로 옮겨가면 된다. 공수처 소속 검사들처럼 직장이 바뀔 뿐 수사 기능은 같다. 신분 논쟁은 부차적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빈약한 논리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 임시 천막기자실(프레스 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 임시 천막기자실(프레스 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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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는 정쟁 대상이 아니다. 특정 정권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똑같이 적용된다. 검찰의 우월적이고도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하는 형사사법체계의 선진적 변화라고 보면 된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움켜쥐어야만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시대착오일뿐더러 과학적 근거도 없다.

검찰에서 수사 기능을 떼어놓으면, 수사기관은 3각 편대로 재구성된다. 일반 수사는 국수본,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 고위 공직자 및 판‧검사 수사는 공수처 영역이다. 검찰은 이 기관들의 수사를 점검/보완하고 기소로 견제하게 된다. 수사기관 간,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하는 셈이다.

그 점에서 윤 당선인이 총장직을 내던진 명분으로 삼은 중수청 결사반대는 보편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검사만이 정의롭고 검찰만이 정치권력을 수사할 수 있다는 건 오만이고 독선이다. 자칫 검사의 특권을 건드리지 말라는 으름장으로 읽힐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특별한 계층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시각은 청와대에서 나와야만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고 국민과 소통이 잘된다는 주장만큼이나 허술하다. 역시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자유당 때 얘기를 언제까지 들먹일 건가? 제도적으로도 많이 개선되고 보완됐지만, 국민 의식도 성숙해졌다. 무엇보다 경찰은 검찰과 달리 문턱이 낮고 노출이 잘 돼 국민 감시가 쉬운 편이다. 게다가 영장청구권을 비롯해 보완수사/재수사 요구권, 징계 요구권 등 검찰의 견제 장치가 만만찮다.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검찰권이 분산되면, 즉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굳이 장관이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검찰개혁 전문가인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견을 구하자 "앞부분은 유지하더라도 뒷부분은 폐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생각이 딱 그렇다.

민주당의 이중적 행태 
 
큰사진보기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특위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7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특위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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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논쟁이 정쟁으로 변질하고 '검찰개혁 피로감'이라는 프레임이 대중 속으로 파고든 데는 언론의 치우친 보도 탓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이중적 행태도 한몫했다. 검찰이 적폐 청산 수사를 벌일 때는 특수부를 역대 최대 규모로 키우고 직접 수사권을 보장했다가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벌이자 인사로 보복하고 뒤늦게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 수사의 적절성 여부는 별개다.

지난해 가을 민주당 주관 검찰개혁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했을 때 일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주제였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 토론 시간에 한 의원이 물었다. "수사/기소 분리를 어느 시점에 하면 좋겠냐"고. 대선 전이 좋은지, 대선 후가 나은지 정략적 판단을 구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수사/기소 분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대선 공약이다. 시민사회의 숙원이고 많은 국민이 지지한 공약이다. 국민을 위해 꼭 실현해야 할 정책이라면 내일이라도 착수하면 되지, 왜 대선 유불리를 따지느냐? 왜 정략적으로 저울질하느냐? 그건 내가 할 얘기가 아니라 의원들이 판단할 문제다.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면 실천하면 되지 않나? 그게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자세 아닌가?"

나는 그 의원의 검찰개혁 의지와 열정을 의심하지 않는다. 검찰개혁에 대한 부담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일부러 목소리를 높인 것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정략적 카드로 만지작거린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이 민생과 관계없다느니 권력수사 차단용이니 하는 엉터리 프레임에 갇힌 데는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도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심지어 대선 기간에는 일종의 금기어였다. 검찰개혁 얘기를 꺼낼수록 윤석열 후보가 유리해진다는 패배주의적 논리가 당을 지배하는 듯싶었다. 그 바람에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된 두 법안, 즉 중대범죄수사청법(황운하 의원)과 공소청법(김용민 의원)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됐다.

언론중재법 개정 파동에서 드러났듯이 지지자들을 의식해 시늉만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이 왜 민주주의 및 민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국민에게 실증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여론을 주도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깨끗이 포기하는 게 국민을 도와주는 길이다.

어느 정치세력이든 집권하면 검찰 칼을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민주당이 대선이 끝날 때까지 검찰개혁 의제를 덮어둔 데는 그런 정략적 계산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제 대선에서 패한 뒤 수사/기소 분리를 외친다. 당위성을 떠나 오해받기 딱 좋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뒤늦은 감이 있지만, 형사사법체계 선진화와 사법민주화, 그리고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면, 문 대통령 임기 끝나기 전에 실천하는 게 정도가 아닐까? 분쟁을 줄이기 위해 당선인이 원하는 수사지휘권 폐지와 동시에 추진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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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천명 내다보는 코로나 사망자에 “정부 낙관론이 자초”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3.25 07:40
  •  
  •  수정 2022.03.25 09:17
  •  
  •  댓글 5
 
 

[아침신문 솎아보기] 사망자 향후 2~3배 전망 “정부, 관리실패에도 낙관론”
북한 ICBM 발사·신구권력 충돌에 둘로 갈린 사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4일 역대 최다인 470명으로 집계됐다. 신문들은 의료계에선 앞으로 사망자가 하루 1000명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가운데 저마다 정부의 방역 완화 조치와 의료체계 과부하로 점점 느슨해지는 확진자 관리 체계 등을 지적했다.

25일 다수 신문이 이 소식을 1면에 올렸다. 경향신문은 “23일 기준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6.74명이다.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로 한정해서 보면 지난 2월10일 100만명당 7.79명을 기록했던 미국 다음으로 높다”고 했다.

▲2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2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25일 한겨레 보도 갈무리
▲25일 한겨레 보도 갈무리

사망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망자는 확진자가 증가하고 2~3주 뒤 반영돼 나타나는 지표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사망자는 하루 확진자가 20만명대였던 상황을 반영한다. 국민일보는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특정한 상황 아래서 예외적으로 사망자가 몰릴 때는 1000명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방역당국은 이달 말쯤 위중증 환자가 2000명 내외로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고, 전문가들은 이보다 많은 2500~27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고 했다.

한겨레도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를 인용해 “사망자가 두 배 정도는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2~3배나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이 62만1천328명을 기록하고 사망자도 429명을 기록한 지난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감염병 전문 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이 62만1천328명을 기록하고 사망자도 429명을 기록한 지난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감염병 전문 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1면 국민일보
▲25일 1면 국민일보

위중증 증가세에 비해 사망자가 더 크게 늘고 있는 점은 방역당국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위중증 환자는 이달 들어 지난 16일 하루를 빼고 1100명대 아래를 유지했다”며 “정부는 두 지표 간 괴리에 대해 코로나19보다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령의 요양병원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린 후 중환자실로 가지 않고 사망하거나 기저질환이 많은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설명을 전했다.

코로나가 완치되지 않은 위중증 환자라도 격리기간인 7일이 지나면 코로나 위중증 환자 통계에서 뺀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때이른 방역 완화 조치로 확진자 폭증을 부른 점을 비판했다. 나라마다 방역 수위는 다르지만 대개 정점 구간이 지난 뒤 규제를 푼 것과 달리, 한국은 정점 구간이 언제인지 예측하지 못했던 2월 말부터 방역 완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25일 경향신문 1면
▲25일 경향신문 1면
▲25일 한겨레 1면
▲25일 한겨레 1면

경향신문은 “그럼에도 방역당국은 낙관론을 펴고 있다”며 “유행이 잦아들려면 사회 전체적으로 일정하게 면역을 획득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현재 국내에 남은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늘어나는 고위험군 확진자 수를 감안하면 18~19일 정도 쓸 수 있는 양이라 전한 뒤 “정부의 예측 실패,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조차 고려하지 않은 거리두기 완화가 지금의 사태를 불렀다”고 했다.

국민일보와 한겨레는 방역당국의 고위험군 관리 실패를 한 원인으로 꼽았다. 한겨레는 “ 정부가 되레 25일부터 동네 병·의원 신속항원검사로 확진된 고위험군을 재택치료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먹는 치료제의 적절한 조기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난주(11∼17일) 집계된 코로나19 사망자(1835명) 중 요양병원·요양원 사망자가 35.3%(647명)였고 자택이나 응급 이송 중 사망자도 44명이나 됐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델타 유행때 모든 재택치료 대상자를 모니터링하다가 오미크론 환자가 급증하자 점차 60세 이상 고령자, 50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신속항원검사 확진자마저 모니터링 대상에서 뺀 점을 언급했다. 국민일보는 “결국 집중관리군에조차 치료를 제때 제공할 수 없어 각자 알아서 하게 했다는 것인데, 이를 ‘조기 진료를 통한 중증화 방지’라고 거창하게 포장해 말하고 있다”며 “황당한 일”이라고 했다.

▲25일 국민일보 사설
▲25일 국민일보 사설

북한 미사일 도발, “한반도 다시 격랑 속으로”


북한이 24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2018년 선언한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이 깨졌다. 다수 신문들이 이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한·미가 강경 대응할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 수위가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것을 내다봤다. 한국의 정권 교체기 발사가 이뤄진 데에도 주목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동해상으로 ICBM을 고각발사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1080㎞, 고도는 약 6200㎞ 이상으로 탐지했다”고 설명했다. 고각발사는 미사일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통상 30~45도인 발사 각도를 일부러 90도 가까이 높이는 방식이다. 이번 미사일의 사거리는 만약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미국 워싱턴DC 타격이 가능한 1만~1만5000㎞라고 한겨레와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이 전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2017년 11월 이후 4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신문들은 군 당국은 이날 오후 북한 미사일 응징 차원에서 바다, 하늘, 땅에서 미사일을 쏘는 실사격 미사일합동정밀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25일 동아일보 1면 사진
▲25일 동아일보 1면 사진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규탄’이란 표현을 사용한 건 2017년 11월 ICBM 도발 이후 4년 만”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도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도발’로 규정하는 것조차 꺼려온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반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력 규탄이 “청와대 이전과도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이전 반대 근거로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따른 안보 불안을 꼽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5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25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25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25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모라토리엄 준수를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로 해석하며 미국에 대북 대화 재개와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근거로 삼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북한은 표면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지키는 척하면서 훨씬 강력한 ICBM을 만든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고 했다.

▲25일 세계일보 1면
▲25일 세계일보 1면

한국일보는 “대북 강경책을 경고한 윤석열 정부와 북한 이슈를 방치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확실한 경고를 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북한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느라 당분간 대북 대화에 나서기 어렵고,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제재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은 점을 활용해 최대한 힘을 키우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한·미 양국이 북한의 두 차례 신형 대륙간탁도미사일 성능시험 평가를 공개하며 ‘사전 경고’했지만 북한이 발사를 감행하면서 국제사회는 추가 대북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한반도 정세가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았던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라고 했다. 미국과 일본은 ‘강력 규탄’ 입장을 밝혔고 중국 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신속하게 긴급회의를 고집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엄중 규탄과 함께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당선자 신분으로는 가장 강경한 입장”이라고 풀이했다. 윤 당선자는 북한이 거부하는 조건 없는 비핵화와 인권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국일보는 “대북정책 전환 없이는 남북관계도 계속 험로를 걸을 것이라는 신호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신문들은 사설에서 모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한겨레는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군비 경쟁의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이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대화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한편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외교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첨단 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핵에 군사적으로 대비하는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며 “김정은은 핵을 갖고 있으면 죽고, 버리면 살 때만 핵을 포기한다. 대북 협상은 그런 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군사적인 압박을 주문했다.

문재인·윤석열 직접 충돌에 둘로 갈린 사설


신문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직접 충돌’도 일제히 1면에 올렸다. 아침신문들은 정권 이양 과정에서 신구 권력의 충돌을 비판했다. 사설에서 양쪽 가운데 책임을 싣는 주체는 신문마다 갈렸다.

문 대통령은 24일 윤 당선자와 회동에 대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두고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는 박범계 장관의 윤 당선자 공약 반대 발언을 문제 삼아 24일 당일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유보시켰다.

신문들은 ‘신구 권력 갈등’을 두고 정권 인수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국민들이 가질 불안과 조바심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건 사실이지만, 물러나는 정부의 법무부 수장이 새 정부의 공약을 정면으로 공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25일 한국일보 사설
▲25일 한국일보 사설

일부 신문은 갈등 원인을 두고 윤 당선자 측에 무게를 뒀다. 한겨레는 인수위의 태도 비판에 한층 무게를 뒀다. 한겨레는 “윤 당선자의 대통령 임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인수위는 말 그대로 정부의 현황을 파악하며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준비하는 게 본연의 업무다. 그런데 마치 새 정부가 이미 시작된 것처럼 현 정부 장관의 정책적 입장까지 통제하려 들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윤 당선인 측근들은 지금 차이를 부각하고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측근들이 제 역할을 못 하니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서로를 비판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25일 국민일보 사설
▲25일 국민일보 사설
▲25일 조선일보 사설
▲25일 조선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아무리 표 차가 적더라도 국민은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며 “물러나는 정부는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순조로운 권력 이양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인사 횡포’라 규정하는 사설을 냈다. “내일 그만둘 대통령이 앞으로 몇 년간 새 정부에서 일할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횡포”라며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되던 때엔 전혀 달랐다. (…) 특히 노 대통령 퇴임 2주 전 이뤄진 경찰청장 임명은 이 당선인 측이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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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초대형 ICBM '화성포-17'형 발사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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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3/25 10:25
  • 수정일
    2022/03/25 10:2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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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친필명령 하달·시험발사 직접 지도..국방력강화에 계속 집중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3.25 07:42
  •  
  •  수정 2022.03.25 10:10
  •  
  •  댓글 1
북한이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을 시험발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을 시험발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정은동지의 직접적인 지도밑에 2022년 3월 2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 무력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새로 개발된 '화성포-17'형 시험발사에 대한 친필명령서를 하달하고 24일 시험발사현장을 찾아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이번 ICBM 시험발사는 주변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고각발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면서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248.5km까지 상승하여 거리1,090km를 4,052s(67분 32초)간 비행하여 동해상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었다고 알렸다. 

이어 "이번 시험발사를 통하여 무기체계의 모든 정수들이 설계상 요구에 정확히 도달되었으며 전시 환경조건에서의 신속한 운용 믿음성을 과학기술적으로, 실천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탄두 중량을 1톤 안팎으로 보면 최대 사거리는 1만5,000km 이상이 될 것으로 짚었다.

2017년 11월 발사한 '화성-15'형이 고도 4,475km까지 상승해 950km를 53분간 비행한 것을 감안하면 ICBM 사거리는 더욱 늘어나 미국 동부는 물론 남부까지 포함하는 본토 전역을 사정권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이번에는 미국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화성-15'형 발사때와 달리 '국가방위력' 강화,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 준비 등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3일 새로 개발된 '화성포-17'형 시험발사에 대한 친필명령서를 하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위원장은 23일 새로 개발된 '화성포-17'형 시험발사에 대한 친필명령서를 하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24일 신형 ICBM 시험발사 현장을 찾아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24일 신형 ICBM 시험발사 현장을 찾아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24일 오후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준비상태를 직접 현지에서 구체적으로 파악하고는 발사진지로 진출하도록 명령하고 국방과학연구부문 지도간부들과 함께 발사 종합지휘소에 올라 화력구분대에 발사명령을 내렸다.

시험발사가 끝난 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무기 출현은 전 세계에 우리 전략무력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똑똑히 인식시키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이는 우리 전략무력의 현대성과 그로부터 국가의 안전에 대한 담보와 신뢰의 기초를 더 확고히 하는 계기로 될 것이라고, 첨단 국방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 성공은 주체적 힘으로 성장하고 개척되어 온 우리의 자립적 국방공업의 위력에 대한 일대 과시로 된다"고 밝혔다.

또 "나라의 안전과 미래의 온갖 위기에 대비하여 강력한 핵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며,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국방력을 강화하는데 국가의 모든 힘을 최우선적으로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시험발사는 평양국제공항에 마련된 발사진지에서 이루어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날 시험발사는 평양국제공항에 마련된 발사진지에서 이루어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시험발사 장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시험발사 장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시험발사를 마친 붉은기중대전투원들, 주요 국방과학일꾼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시험발사를 마친 붉은기중대전투원들, 주요 국방과학일꾼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통신은 "국가 핵무력 건설계획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이 장비하고 운용하게 되는 이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무기체계는 반공화국 핵전쟁 위협과 도전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그 어떤 군사적 위기에도 공세적으로 대응하며 공화국의 안전을 수호하는 강위력한 핵전쟁억제력으로서의 사명과 임무를 믿음직하게 수행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향후 전략무기 개발 프로세스를 완성하기 위해 미국의 대러시아 집중, 유엔의 대북 대응 약화, 한국의 정권 이양기 틈을 타 전격적으로 모라토리엄 파기를 감행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초 태양절(4.15) 전후로 예상했던 ICBM 발사가 그보다 빠르게 이뤄진 것은 추가 준비실험과 본실험의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한미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하반기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24일 "우리 군은 14시 34분경,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착하였다"고 하면서 "비행거리는 약 1,080km, 고도는 약 6,200km 이상으로 탐지하였다"고 발표했다.

군은 오후 4시 25분부터 동해상에서 현무-II 지대지미사일 1발, ATACMS 1발, 해성-II 함대지미사일 1발, 공대지 JDAM 2발을 발사해 "즉각적인 대응 및 응징 능력과 의지"를 과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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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박범계의 무례한 공약 왜곡에 분노”…수사지휘권 놓고 충돌

등록 :2022-03-24 09:08수정 :2022-03-24 09:35

법무부에 업무보고 유예 통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24일 “박범계 법무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무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날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오늘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른 시간에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책임행정 원리에 입각해 있다”며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윤 당선자의 공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반발한 것이다.
 
인수위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에 우리 인수위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공약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대통령 당선자의 철학과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윤석열 당선자는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청와대와 여당이 법무부 장관을 매개로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국민을 위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검찰의 예산편성권 부여 공약 또한 검찰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직접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행정 각 부처의 구성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존중하고 최대한 공약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며 “박범계 장관의 어제 기자 간담회는 국민을 위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의 진의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인수위는 “이 사태의 엄중함을 국민께 설명드리고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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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투쟁의 불이 타오른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영구 중단하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3/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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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6일 진행되는 자주평화대회. [사진제공-전국민중행동]  

 

한반도의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라는 각계가 반미투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각계는 오는 4월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이 가장 먼저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한반도 전초기지화 반대!’의 구호를 들고 미군기지 앞 투쟁과 2022년 자주통일 투쟁 방향과 결심을 세우는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창원을 시작으로 21일 부산, 22일 대구에서 투쟁을 전개했으며 29일 대전에서 투쟁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의 투쟁 흐름은 31일 평택미군기지와 평택역 인근에서 전국민중행동과 함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한반도 평화실현! 평화대행진’으로 이어진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해는 평택에서 1박 2일간 평화대행진을 했는데 올해는 투쟁을 더욱 확대했다. 투쟁 이후 노동자들과 올해 자주통일 투쟁에 관한 토론을 통해서 대중적인 반미 투쟁 결심을 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가 효순이 미선이 사건 20주기이다. 이때 대규모 반미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3월 31일 진행되는 평화대행진. [사진제공-전국민중행동]  

 

전국민중행동도 각계 단체와 투쟁을 준비 중이다.

 

오는 26일 1시에 청계천 광통교에서 ‘전쟁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 중단촉구 자주평화대회’를 준비 중이다. 

 

자주평화대회에서는 전쟁 훈련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함께 알리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영구 중단을 촉구한다. 대회 후에 행진도 계획 중이다. 

 

전국민중행동이 주최하는 자주평화대회에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민족위원회, 범민련 남측본부 등 각계 단체가 함께 한다. 

 

전국민중행동은 26일 대회 이후에 4월 4일부터 10일까지 ‘전쟁무기 반대! 전쟁기지 반대! 주권회복! 2022 전국 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을 준비 중이다.

 

자주평화원정단은 제주에서 출발해 부산, 경남(진해·창원), 김천, 성주, 대구, 군산, 평택, 동두천, 의정부, 서울 등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을 방문해 투쟁한다. 특히 부산, 진해, 서울 등은 주한미군의 세균실험실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대학생들도 반미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은 4월 2일 ‘한미연합훈련 반대 전국 공동행동’을 계획 중이다.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의 경우 미군기지 앞에서 투쟁할 것으로 예상되며, 서울의 경우 미 대사관 앞에서 투쟁을 준비 중이다.

 

김수형 대진연 상임대표는 서울의 경우 다른 대학생 단체와 연대 투쟁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다른 해보다 연대의 폭을 넓히면서 투쟁을 준비 중이다.

 

이는 윤석열 당선인의 ‘선제타격’ 발언, 미국의 계속된 정찰기 출격과 대규모 실기동 훈련 재개 주장 등을 봤을 때 올해 4월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으리라 예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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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잼칠라? '부유하던 심판자' 2030 여성의 변신

[2030 여성의 정치참여 ①] '여초 카페' 회원 8명, 왜 이재명 찍고 민주당에 가입했나

22.03.24 05:49l최종 업데이트 22.03.24 05:49l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여성 유권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여성 유권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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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은 끝났지만, 2030 여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에 대거 입당하고, 선거 과정에서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비판에도 앞장서고 있다. 2030 여성이 막판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쪽으로 결집하면서 보여준 '정치적 힘'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에서 2030 여성들이 보여준 특징은 '역동성'이었다. '2030 여성=민주당'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 상태였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를 살펴보면 20대 여성에선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44.0%,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40.9%, 소수 정당 후보들이 15.1% 득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30대 여성은 오 후보를 과반 이상(50.6%) 지지했다. 대선 선거 기간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2030 여성은 부동층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고, 제3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거나(20대 여성),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더 높은 것(3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결과는 달랐다. 20대 여성의 정치적 성향을 여론조사를 통해 분석한 책 <20대 여자>(2월 출간)는 "20대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참여에 높은 열의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정치권에 관철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효능감을 느끼는 정당을 찾지 못했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이러한 경향을 견인하는 강한 페미니즘 성향의 20대 또한 아직 '부유하는 심판자'에 머물러 있다. 다만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서면 인터뷰한 여덟 명의 '여초 카페'(여성시대, 우리동네목욕탕 등) 회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유하는 심판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국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찍었고, 대선 직후 민주당에 가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집토끼의 귀환'이 아니라, '심판자의 변신'이다. 그래서 힘이 더 세다.

왜 이재명을 찍었나?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이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이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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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중 5명은 대선 직전까지 이재명 후보를 찍을 생각이 없었거나,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 사이에서 고민했다. 기존의 '민주당 지지층'들과도 궤를 달리하는 모습이다.

- 성예지(가명, 24) "이재명 후보가 여성 관련 공약을 내놓기 전까지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자고 생각했다."

- 김희주(가명, 22) "이재명 후보의 많은 의혹들에 반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중 닷페이스 채널에 나와 인터뷰한 영상을 보았고, 페미니스트와 여성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여 조금 부족한 답변을 하긴 했어도 이 사람이 윤석열 후보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 이유리(가명, 25)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많이 보았고 여과 없이 믿었다. 하지만 대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최소한 내가 뽑을 후보에 대해서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보들의 공약을 보게 되었다. 예상외로 이재명 후보의 공약들에 국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봐야만 낼 수 있는 세심한 내용들이 많아서 놀랐다(...) '그럼 그때 그 논란들은 뭐였지'라는 생각이 이어졌고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이 가짜뉴스거나 악질적인 날조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 정지현 (가명, 24) "이재명 후보의 닷페이스 출연+'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 영입 후 박 위원장의 인터뷰를 보고도 심(상정)에서 이(재명)로 흔들리는 수준이었지, 소위 '개딸'은 아니었다. 마지막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성평등·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주변 20대 여성 표심이 술렁였고 저도 그랬다. 3일 종로 여성 유세 이후로는 마음을 굳혔다."

- 박수민 (가명, 21) "이재명 후보들의 루머들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하고자 했다. 다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성별 갈라치기로 인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시 여성 인권이 많이 훼손되고 후퇴할 것이 두려워 이재명 후보를 뽑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처음에는 '윤석열을 막기 위해' 뽑는 거였지만, 제가 마음을 바꾼 후 이재명 후보의 루머들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후보의 여성 관련 공약들이 긍정적으로 다가와 진심으로 지지하게 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이들 다섯 명은 선거 과정에서 의심 → 비판적 지지 → 지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 변화는 '윤석열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페미니즘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한 것에서 비롯됐다.

8명 중 7명은 이재명 후보의 '여성 공약'이 이 후보를 찍을 수 있도록 만든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 3순위에 '여성안심 평등사회'를 내걸었고, 대선 정책 공약집에서는 '여성' 관련 7가지 의제와 44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그밖에도 이들은 성평등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출연과 박지현 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영입 등을 이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내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다 보니까 닷페이스 출연으로 설왕설래가 있었던 수준이었다"라며 "그런데 종로 보신각에서의 3월 3일 여성 유세를 보면서 민주당 분위기 역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해당 유세 당시 '이재명으로 마음 돌린 2030여성 7431명의 지지선언' 행사가 진행됐다.

이 관계자는 "후보 본인이 직접 선거 전략을 (성평등을 강조하는 쪽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차악'이거나 '비판적 지지'를 받는 것에 머물러서는 여성들의 표를 집결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지지 않았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민주당 입당 러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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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선거에선 패배했지만, 수많은 2030 신규 여성 당원을 맞이하게 됐다. 대선 6일만에 11만 7700명(16일 기준) 신규 당원이 입당했다. 서울시당은 온라인 입당자 중 80%가 여성이고 이중 2030 여성이 절반 이상, 충북도당은 신규 입당자중 70% 이상이 20~40 여성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당 역시 "성별과 세대별 갈라치기 등으로 사회의 분열과 혐오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2030세대 여성들이 대거 입당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한 8명의 여성 중 기존 민주당 당원은 김희주씨와 정지현씨, 두 사람에 불과했다. 이들은 선거 막판까지 표를 어디에 줄지 결정 못할 만큼 '충성도가 낮은 당원'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한 사람은 당비를 납부하기 시작했고, 다른 한 사람은 민주당 홈페이지 멤버십에 등록(회원가입)했다.

나머지 6명은 대선 이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윤희정(가명, 35)씨는 "당원 활동을 통해 우리의 의견을 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이정혜(가명, 25)씨는 "20대 여성인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서현(가명, 31)씨는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곳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처음 입당한 이유는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고, 지금은 20~30대 여성의 민심을 알고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바람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수민씨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이대로 체념하지 말고 민주당에 가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2030 여성들은 이번 대선에서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며, 지속적으로 민주당을 지켜볼 것이며 여성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면 우리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자는 의견이 모였고, 저도 동참했다"라고 전했다.

성예지씨는 "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멀리서 바라본다면 미약한 보탬일 수 있지만, 하나둘씩 모이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고, 이유리씨는 "이번 대선 결과는 '여성혐오'의 실체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사회적인 문제는 개개인이 모여서 제도를 바꾸고 개혁을 해야 한다. 거대정당을 상대로 의견을 피력하고 개혁을 촉구하려면 그 당의 당원이 되어 관여할 권리를 얻어야 해서 기본적인 단계인 입당을 하게 된 것"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답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에 반영시키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었다. 이는 세간에서 평가하듯 단순한 '열성적 지지'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 이들의 입당은 민주당에 '계속 2030 여성을 의식하라'는 식의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형'과 '개딸'
 
재명이네 마을에서 '개딸'로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
▲  재명이네 마을에서 "개딸"로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
ⓒ 재명이네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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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개설된 이재명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서 나온 '개딸'이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이 고문을 '아빠'라고 부르고, 이 고문의 젊은 여성 지지자들이 '개딸'(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만들어진, '성격이 괴팍한 딸'을 일컫는 말. 아버지와 투닥거리면서도 친하게 지낸다)을 자청하면서 나눈 일부 메신저 대화가 공개되면서다.

지지하는 정치인을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팬덤 정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2030 여성들의 정치적 열망이 정치인 개인에 대한 우상화나 무비판적 응원으로만 수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8명의 여성들은 대체로 2030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먼저 아니겠냐며, 특정한 호칭에 집중하거나 '색안경'을 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서현씨는 "요즘 주변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 '정치가 너무 먼 이야기인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친구들과 이재명이, 심상정이 어떻다는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의 '친근한 이미지'가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 여성들과 소통하며, 말했던 바를 지키고자 하는 후보에게 더 정이 가고 지지하는 건 당연하다"라며 "40~50대가 특정 후보를 지나치게 지지하는 것은 내버려두고, 우리(2030 여성)의 목소리와 지지하는 방식만 팬덤 정치라고 말하는 것 또한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지현씨 또한 "팬덤 정치라는 말은 모욕적이다. 이준석 당 대표나 대선 후보를 '형'이라고 부르는 20대 남성은 정치적인 주체로 호명되는데, '아빠'로 부르면 팬덤이 되는 건 기이하다"라며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가벼운 마음이 아니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씨는 "'팬덤 정치'라는 말이 2030 여성 지지자를 가벼운 이미지로 고착화하거나 여성 지지자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정치활동이 기성세대와 사뭇 달라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개혁을 위해 이제 결집하게 된 2030 여성들을 기성세대들이 응원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우려하는 시선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주민선), "이재명 후보를 '재명파파' '잼칠라(재명+친칠라)', 지지자를 '개딸', '냥아'들이라고 친근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치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긍정적"(이정혜)등의 의견도 있었다. 

20대 여성들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담은 책 <판을 까는 여자들>의 저자 신민주씨는 "이재명 후보는 커뮤니티나 온라인 공간을 통해 직접 소통을 하는 사람이었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세는 일정 부분 유지돼왔다"라며 "친근함을 나타내는 호칭을 온라인에서 사용하게 된 것은 예상할 수 없는 일도 아니었고, 이상하지도 않다"라고 밝혔다.

신씨는 "오히려 '개딸'이라는 말을 문제 삼아 '여성들이 어쩜 그러냐'라면서 비난하는 행태가 더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젊은 여성들이 마치 정치권의 팬덤문화를 만든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옛날부터 팬덤 정치는 있어 왔고, 기성세대 팬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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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통합부처로 산업 진흥? 통신사 견제 전제돼야”

  • 기자명 금준경 기자 
  •  
  •  입력 2022.03.24 07:28
  •  
  •  댓글 0
 
 

[인터뷰]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통신사 과점·해외 OTT 쏠림 완화 전제한 산업 진흥 중요”
“‘공영방송위’ 아닌 민방 공적 책무도 다루는 ‘공공성위’ 필요”
“포털 알고리즘 폐지 추세, ‘알고리즘’ 규제는 절반의 정책”

미디어 통합 부처론이 ‘대세’가 됐다. 대선 국면에서 주요 후보들은 일제히 미디어 부처 통합을 약속하며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사업자들의 요구를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한 ‘산업 활성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동원 실장은 “통신사들은 해외 OTT를 통신사 간 가입자 확보 경쟁의 수단으로 쓰며 국내 콘텐츠 투자에는 소홀했다”며 ‘통신사업자를 위한 산업 정책’이 ‘국내 콘텐츠 산업 진흥’에는 방해가 되는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 단순한 ‘진흥 정책’이 아닌 “한국의 통신 인프라 과점 상황과 해외 OTT 쏠림현상을 완화하는 진흥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원 정책실장은 미디어 정책 과제 대부분이 ‘법 개정 사항’인 점을 감안해 정부 차원의 정책 논의를 벗어나 ‘국회 차원의 특위를 통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디어 통합부처 설립 과정에서 ‘공영미디어위원회’가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데 “공영방송 뿐 아니라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공영언론, 나아가 민영방송의 공적 책무 등을 포괄하는 미디어 공공성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 차기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미디어 정책 과제는 무엇인가.
“이전에는 지상파를 ‘무료보편적 서비스’라고 중요하게 다뤘지만, 이제는 통신이 가장 중요한 서비스다. 윤석열 정부건 이재명 정부건, 차기 정부에서는 통신망에 대한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미디어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통신망을 바탕으로 한 국내 산업 육성,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의 보편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본다. 망과 플랫폼에 있어서 과점 경영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 문제다. 이동통신3사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다.” 

- 통신사들의 확장이 미디어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나.
“통신사들이 한국 미디어 산업에 기여해왔는지를 보면 절망적이다. 통신사들은 가구별로 초고속 인터넷을 넣는 쟁탈전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글로벌OTT를 경쟁 수단으로 쓰고 있다. 자체 투자를 한다거나, 서비스 개선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해외 OTT를 통해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면서 한국의 독자적 OTT 플랫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리모컨에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버튼을 집어 넣어 해외사업자들이 수익을 내게 하는 인프라가 되는 것이 통신사업자의 책무인지 의문이 든다.”

- 해외 OTT로 인해 국내 콘텐츠가 인정을 받은 면도 있다.
“‘오징어게임’이 의미가 있지만 이처럼 소수만의 성공 사례는 한계가 있다. K콘텐츠 열풍이라고 하지만 특정 국가의 콘텐츠 열풍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국가들은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갖추고 있고, 인력풀이 넓고, 적절한 보상체계 등이 전제돼 있다. 한국처럼 해외 플랫폼의 성과에만 매달리게 되면 일부 연출자와 프로듀서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시장 전반의 육성과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 넷플릭스와 KT가 제휴를 맺을 당시 홍보 사진. 사진=KT제공.
▲ 넷플릭스와 KT가 제휴를 맺을 당시 홍보 사진. 사진=KT제공.

- 미디어 조직은 통합 독임제 부처 신설이 유력하다. 어떻게 보나.
“우선 방통위라는 합의제 기구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모델을 차용해 만든 게 방통위다. 박근혜 정부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미래창조과학부)와 나뉘며 이원화가 됐다. 이렇게 흘러온 방통위에 대한 점검 없이 사업자의 요구를 받아서 이행하기에 편리한 절차를 만드는 식의 독임제 부처가 적절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통합 부처를 통해 산업 진흥을 하고자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인프라 과점 상황과 해외 OTT 쏠림현상을 완화하는 진흥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 공영방송을 다루는 별도의 위원회 설치는 어떻게 생각하나.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는 공영방송 3사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고립된 위원회가 있을 거다. 둘째는 공적 자금이 투여된 공영 언론, 그리고 민영방송이라도 공공성 책무를 갖고 있는데, 민영방송의 공공성 책무까지 감독하는 위원회가 있다. 후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공영방송위원회가 아니라 미디어공공성 위원회가 필요하다.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공영은 공영으로 묶고 나머지는 진흥하자’고 하는데 공영의 범위를 좁게 보는 점이 걱정스럽다.” 

- 공영방송 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미디어 환경이 변화할수록 공영방송의 역할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KBS에 ‘왜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를 못 만드냐’고 묻는 건 말이 안 된다. 공영방송은 시장성이 없음에도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를 만드는 방송이 돼야 한다. 공영방송은 수돗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수돗물을 잘 마시지는 않지만, 수돗물이 오염되면 난리가 난다. 공영방송은 우리가 신나게 구독하는 방송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신경을 쓰도록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등 ‘최상위의 역할’을 법령으로 명시하고, 이에 따라 협약을 맺고, 이 협약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 사진=금준경 기자
▲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 사진=금준경 기자

- 윤석열 정부 미디어 공약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은 무엇인가.
“가장 눈에 띄는 게 ‘각종 규제 완화·철폐’, ‘재승인·재허가 절차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과도한 규제 완화’ 공약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자면 채널A, TV조선과 같은 재승인 심사 때 어려움을 겪는 종편 사업자들을 위해 공정성 등 심사 기준을 낮추겠다는 말 같다. 나아가 민간 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문턱을 상당히 낮추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최근 서울신문과 매일신문 사례 등 자본이 미디어를 계속 인수하는 상황인데, 자본의 미디어 진입을 더 쉽게 해주겠다는 방향성이 읽힌다.”

- 국회 차원의 미디어 정책과 기구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언론노조와 저는 청와대나 정부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국회 차원의 특위와 같은 혁신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기한을 정한 다음, 안을 만들고 이를 입법하겠다는 스케쥴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때처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나 미디어 통합 법제 제정 등 주요 정책이 실현되지 않고, 어느 부처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된다.”

- 종편을 ‘승인’하는 현재 방식을 등록제로 전환해 보도 기능의 문턱을 낮추자는 의견이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종편을 등록제로 전환했을 경우 새롭게 진입하는 채널이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4개의 종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의 기간을 버틸 수 있을까. 등록제 전환 이후 방송이 문제가 될 경우 사후 심의를 하면 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재승인 심사를 통한 행정 강제력을 갖지 않으면 저널리즘 품질을 보장하고, 다양한 편성을 구현하기 힘든 면이 있다. 실제 종편이 초기에 제작비가 저렴한 시사프로그램을 양산하기도 했다. 종편을 추가로 허용하게 되다면 말 그대로 종합 편성을 할 수 있고,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본다. 무조건 열어버리면 신문에 진출한 자본이 다시 방송에도 진출하게 되는 우려도 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 국회를 중심으로 포털 뉴스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정치권이 계속 신경을 쓰는 건 포털의 알고리즘 뉴스 추천이다. 하지만 이는 현상의 절반만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 뉴스는 시기의 문제가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사라질 거라고 본다. 결국 남는 건 (포털 공간 내의) 언론의 직접 뉴스 배열이다. 그렇기에 알고리즘보다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와 같은 기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포털이 알고리즘으로 배열하든, 언론이 직접배열하게 하든 중요한 건 언론의 디지털 수익 상당 부분을 포털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질 거라는 점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언론이 탈포털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난해 연합뉴스가 그랬던 것처럼 어마어마한 리스크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포털 스스로 탈포털을 돕는 방법이 있다. 구글은 GNI(구글 뉴스 이니셔티브)를 통해 언론의 디지털 역량, 저널리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 같은 사업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포털 차원에서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한 인프라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제도적 측면에서는 어떤 논의가 필요할까.
“뉴스제휴평가위가 규정은 잘 만들어놨지만 법적 강제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포털 사업자의 ‘뉴스 부문’이 법적 지위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포털의 여러 서비스 가운데 뉴스를 분리시킨 법인을 만들게 해 이에 따른 법적 지위를 분명히 부여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뉴스제휴평가위가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의 심사는 현재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문호를 넓히면서 공공성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 미디어 심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노조는 통합자율규제기구를 강조하고 있다.
“내용 심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을 위한 공정성과 균형성을 판단해주는 심의 기구들이 아니다. 사업자가 자율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법정 기구가 해야 될 영역이 있는데, 지금은 법정 기구에 쏠린 상황이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언론사들이 직접적으로 설명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피해 구제를 하는 데 관심이 떨어지게 된다. 통합자율규제기구를 제안한 이유는 정치적인 논쟁에 대한 판단을 하자는 게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보도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신속한 접수, 그리고 해당 언론사가 책임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 지역언론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지역방송이나 지역 신문을 스타트업처럼 육성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단계별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역 언론에 대한 지원이 너무 중앙으로 집중된 면도 개선이 필요하다. 시민, 독자들을 위한 지원에는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역 내 구독 모델이 어떻게 가능한지 개발 지원 등의 역할을 지자체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지방 자치와 지역 정치 활성화와 연계된 문제이기도 하다.”

- 언론노조가 대선 국면에서 ‘미디어’와 ‘산업’을 분리하는 ‘미산분리’ 정책을 제안했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고, ‘미산분리’를 해 기업을 쪼개면 오히려 콘텐츠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아주 작은 언론사까지 ‘미산분리’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특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미디어를 소유할 경우 ‘미디어 부문’을 분리하도록 해 독자적인 미디어 전문 자본을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한국에 지속적으로 미디어에 투자하고 저널리즘을 육성하는 자본이 있나? 거의 없다. CJ는 CJENM을 만들어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투자를 했다. 민방을 소유한 건설사들은 이와 달리 방송을 장기 투자 대상이 아니라 ‘내가 가지면 좋은 사회적 자본’으로 여긴다. 이 같은 구조이기에 미디어에 대한 장기 전략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 분리를 시키면 오히려 사업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

- 언론 노동 부문에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이 걱정이다. 노동 유연화를 강조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곳이 방송업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정부에서 방송업계 전반의 과도한 노동 시간, 불안정한 고용 조건 문제를 합법화시켜줄 수 있다고 본다. 안정된 고용 환경을 만드는 데 그만큼 어려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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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선거, 진보를 키워야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  
  •  승인 2022.03.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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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그러나 아직 지방선거가 남아있다.

진보정당은 대선보다는 지방선거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으며, 또 내야 한다.

지방선거는 대선의 교훈을 잘 극복하는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정당에게 대선의 교훈은 무엇일까?

20대 대선에서 패배자는 더불어민주당이지만, 피해자는 진보정당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국민의 힘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로 규정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민주당의 패배는 완패가 아니라 선전한 패배라는 점이다.

사실상 촛불혁명에 대한 민주당의 배신과 무능, 실정을 두고 본다면, 민주당은 이명박, 정동영이 대결했던 선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격차로 패배했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문재인은 집권 후 뭐라도 해보려다가 촛불혁명을 배신했지만, 이재명은 선거운동 와중에 우경화로 돌아섰다.

윤석열과 이재명의 주장이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재명이 이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빙승부로 패배했다. 국민의 힘의 부활을 막고 촛불혁명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완강한 투쟁 덕분이다.

이로 인한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진보정당이고 진보정당 지지자들이다. 그러나 지금 진보정당은 누굴 탓하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무엇이든지 주체적 관점에 평가하고 돌파해야 한다.

1

진보정당이 보수양당의 초박빙승부에서도 의미있는 지지를 획득하려면 조직력도 있어야 하고, 정치력도 있어야 함을 뚜렷하게 입증하였다.

정의당은 지난 번 대선보다 오히려 표가 줄었다. 자기 조직력, 노농빈 대중에 의거하지 않고 선거공학적 정치력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다가는 있던 지지율 마저 까먹는 꼴이 났다.

한편 진보당의 경우 지난번 대선에 비해 지지율은 높아졌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표한표 끌어모으는 방식만으로는 광범위한 지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정당이 어떤 정황에서도 자기 힘에 기반한 정치적 힘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정치, 직접정치에 기반해야 한다.

노동자민중이 호응하고, 확실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대중자신의 직접정치를 전면화하지 않고 진보정당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택배파업투쟁에서 보여지듯이 대중자신의 투쟁속에서 손잡고 싸우는 대중정치투쟁 전략만이 진보정당이 나아갈 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진보정치를 진행할 수 있는 당 주체, 현장위원회, 지역위원회, 분회를 강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이 힘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기초해서만 의미있는 성과가 나온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당주체가 분명하게 활동한 곳에서는 당원수보다 더 많은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당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곳에서는 거품이 많았다는 것도 교훈으로 삼아야할 대목이다.

특히 진보정당은 서로 힘을 합쳐 연대연합을 해야 그나마 소기의 목표를 원만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교훈들이 더 잘 실현되는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대선에 비해 지역과 현장을 단위로 하는 직접정치의 성과를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역위, 현장위, 분회, 대중조직 등의 당사업주체들의 역할을 훨씬 더 밀도있게 높일 수 있는 정치조직화 공간이다. 특히 대선전부터 논의해온 연대연합을 더욱 발전시켜 지역마다 단일진보정당 후보를 세우는 운동을 크게 확장시켜 진보정당이 실질적 성과를 내는 지방선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 촉구 피켓팅 [사진 :뉴시스]
 

2

지방선거는 친미보수양당체제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보수양당사이의 박빙승부 틀안에서 진보유권자들이 수구세력의 부활을 저지하는 문제와 진보정당의 성장을 도모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은 단순히 선거전략상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정치체제, 정치구조상의 문제이다. 진보정당은 선거전략을 잘 짜는 문제가 아니라 친미보수양당체제를 혁파하는 정치투쟁 속에서만 박빙승부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자기정치를 실현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당면해서는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정치개혁을 쟁취하는 것을 중심으로 보수양당기득권체제에 균열을 내면서 지방선거를 진행해야 한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 ‘승자독식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제시하고, 기초의회부터 ‘국민을 닮은 다당제 정치’를 구현을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윤석열, 안철수 단일화 과정에서도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승자독식, 증오와 배제, 분열의 정치를 넘는 첫걸음으로 ‘국민통합정부’라는 가치와 함께 다당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표명되기도 하였다.

정치개혁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회의원 중대선거구제를 강화하고, 광역의원 정수조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초의원 최소 정수를 2인으로 잡고, 4인 이상 선출 시 2개 이상 지역 선거구 분할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현 제도를 기초의원 최소 정수 3인, 4인 이상 선출 시 선거구 분할 조항을 삭제하자는 취지이다.

진보당 등 진보정당은 이번 6.1 지방선거부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및 쪼개기 금지, 복수공천 금지’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실현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광역의회에서부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로 전면 개편하고, 국민의힘도 다당제 정치개혁에 전면적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 녹녹치 않다.

이미 3월 18일까지 끝내야 할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를 거부하고 영남권 분구를 통한 광역의회 70여명 증원에만 집중하는 형국이다.

진보정당이 힘을 합쳐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를 견인하고, 국민의힘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물론 선거제도 하나 바뀐다고 진보정당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보정당 성장에 유리한 선거제도를 쟁취하는 기회 역시 늘 오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양당구도를 혁파하는 정치개혁투쟁에 진보정당이 앞장서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보수양당을 뛰어넘어 진보정당을 선택하자는 호소가 전 국민적으로 전파되도록 해야 한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지방선거 #진보정당 #정치개혁 #기초의회중대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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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권한’ 내려놓겠다더니… ‘민관합동위’ 구색 맞추기만

등록 :2022-03-23 04:59수정 :2022-03-23 09:01

 
집무실 이전과 함께 권한 분산 상징
전문가 “권력 나눌 제도 개선 없이
구체적 구성·검증 방안 아직 없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겠다며 집무실 이전과 함께 민관합동위원회를 통한 국정운영 방안을 강조하고 있지만 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과 검증 방안은 흐릿한 상태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한 구체적 제도개혁안 없이 민-관 협업만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당선자가 지난 1월27일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공개했던 국정운영계획의 핵심은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민관합동위원회’의 구성이었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에게 둘러싸인 ‘청와대 내각’으로는 제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며 그 대안으로 학자, 전문가, 언론계 인사 등이 ‘사외이사’처럼 민간인 신분을 유지한 채 각 분야별로 주요 현안이나 미래전략을 논의하는 티에프(TF)방식의 국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 윤 당선자는 “광화문 집무실을 만들고 청사 안엔 대통령실의 여러 참모들과 민관합동위원회와 사무처, 회의실 등이 들어갈 것”이라며 “현재 청와대 구조는 그렇게 하기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민간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대통령과 국정을 논하게 하려면 폐쇄적인 지금의 청와대 구조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었다. 윤 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집무실 이전이 실질적으로는 민관합동위원회 운용을 위한 방법론인 셈이다. 윤 당선자와 가까운 한 의원은 “최소한의 사무국만 두고 민관합동위원회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윤 당선자의 의지가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가 “공간의 의식을 지배한다”며 집무실 이전 구상을 확정했지만, 정작 핵심목표였던 민관합동위 구성과 인사 검증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인수위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에 “지금은 인선 작업을 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 위원들이 추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기본적인 검증은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 또한 이날 브리핑 뒤 민관합동위 검증 방식에 대해 “모든 국정에 함께 하시는 분들은 검증을 하지만, 어떤 인사 검증일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용산 이전’ 기자회견에서 “외부 전문가들, 경륜 있고 국가적 어젠다 설정과 (관련해) 도움 주실 분들이 많은데 인사청문회 등 제한이 따르지 않나”라며 외부 위원에 대한 ‘검증 간소화’ 방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검증을 소홀히 하면 외부 전문가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간과할 수 있고 기업의 음성적 로비스트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민관합동위원 검증은 주진우 전 부장검사가 주도하는 인수위 ‘인사검증팀’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자가 실질적인 대통령 권한 분산 노력은 하지 않고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으려 했다는 ‘구색 맞추기’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관합동위원회에 권한을 얼마나 부여하고, 위원회의 정책 결정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는지 등 결정되지 않는다면 옥상옥에 불과할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으려면 대통령이 인사권을 자제하고 입법권, 예산권, 국정감사권에 대한 국회의 자율성을 더 보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만약 정책이 실패한다면 민간이 어떻게 책임지겠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가 모든 책임을 민관합동위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 교수도 “그간 청와대 안에서 설치됐던 위원회는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을 제공하는, 구색 맞추기용이었다”며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려면 더 많은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결국 대통령 의지의 문제 아니겠냐”고 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화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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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文은 코로나 정치방역, 우린 과학방역"...의료계 '갸우뚱'

의료계 "대부분 이미 다 한 정책"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2.03.22. 19:26:47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겸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장이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규정하고 새 정부가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일성을 토했다.

안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동네 의원에 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패스트트랙을 준비하고, 국민의 항체 양성률을 정기적으로 조사하자는 등의 제안을 했다. 일선 의료계는 "대부분 이미 다 한 정책"이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과학 방역'의 새로운 무엇이 없다는 지적이다.

22일 안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 정부가 여론에 따라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결정"해서 "여러 가지 실수가 나왔다"며 차기 정부는 "과학 방역, 즉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정책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제시한 차기 방역 정책은 크게 일곱 가지 정도다. 우선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의 기본 골자를 재택 격리 자가 치료에서 동네 의원 대면 진료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고령이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최우선적으로 검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또 진료 패스트트랙을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고위험군의 경우 "마치 (치료자) 두 줄이 있으면 한쪽은 패스트트랙(고위험군), 한쪽은 일반 검사자들, 이런 식으로 만들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안 위원장은 강조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서는 "경구치료제가 동이 날 가능성이 있다"며 "제약사에 요청해서 특허 로열티를 내고 국내에서 복제약을 만들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안 위원장은 언급했다. 

아울러 백신 부작용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안 위원장은 밝혔다. 

안 위원장은 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항체 양성률을 정기적으로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안 위원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을 위해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계는 특별히 문제가 있는 주장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주장도 아니라는 평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 위원장이 밝힌 정책 대부분이 지난 2년간 한국과 해외 각국 정부가 대부분 시행한 대책"이라며 "이제는 더 새롭고 '과학적'인 무언가가 나올 여지가 사실 없다"고 말했다.

실제 패스트트랙의 경우 이미 현장 의료에서 어느 정도 시행 중이다. 재택치료자 중에서도 집중관리군과 일반 환자를 차별화하고, 고령자의 병상 배정도 더 빨리 하는 식이다. 이 교수는 "이미 어느 정도 패스트트랙은 적용되고 있"지만 "현재 오미크론으로 인해 확진 규모가 너무 커, 일선 보건소에 부하가 걸려 (패스트트랙이) 잘 작동하지 않을 뿐"이라고 평했다. 

항체 양성률 조사는 이미 예전부터 정부가 시행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확진자 규모가 워낙 작아 양성률 데이터가 유효한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이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이제 감염자 규모가 커진 만큼 전 국민 중 얼마나 감염 후 면역을 갖게 됐는지 면역도를 분석하면 앞으로 새로운 유행이 오더라도 피해 규모나 심각도를 예상할 수 있다"며 "종전에 항체 양성률을 조사하다 최근 감염 규모가 커져 조사가 어려워진 것 같은데,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경구 치료제 복제 시도와 '투명한 공개'는 해야 할 이야기를 한 것뿐이라는 평가다. 소상공인 대책의 경우 정작 필요한 지원금 지급 등은 전혀 거론되지 않아 새로울 것이 없었다.  

이 교수는 "새 정부 인수위가 현 정부와 각을 세우려 이상한 주장을 하면 어쩌나 우려했으나, 무리한 대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의료계 한편에서는 안 위원장의 발언이 '정치 방역'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오미크론 국면에서 대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을 달래려 방역기조를 푼 문재인 정부 방역이 정치 방역임은 맞다"면서도 "정작 안 위원장과 새 정부 인수위에도 방역 기조 완화론자만 있다. 안 위원장 역시 정치 방역을 주장했을 뿐"이라고 냉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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