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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 '강제동원'·'종군위안부' 표현 삭제…정부 "강력 항의"

독도 영유권 주장도 강화, 새 정부 한일 관계 먹구름 되나

 

일본이 내년부터 사용할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조선인 노동자 강제 '연행'을 다른 단어로 수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오후에 열린 교과서 검정심의회에서 고등학교 2학년생 이상이 내년부터 사용할 239종의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과한 교과서 중 일본사탐구 7종과 세계사탐구 교과서 7종 등 역사 분야 교과서 14종에서 검정 신청본에 있었던 '강제 연행' 표현이 검정 과정에서 '동원'이나 '징용' 등으로 수정됐다.

짓쿄출판의 일본사탐구의 경우 신청본에는 "조선인 일본 연행은 1939년 모집 형식으로 시작돼 1942년부터는 관의 알선에 의한 강제 연행이 시작됐다. 1944년 국민 징용령이 개정 공포되면서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강제 연행의 실시가 확대돼 그 숫자는 약 80만 명에 달했다"고 기술했으나 검정 이후 '연행'이 모두 '동원'으로 수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정부가 '정부의 통일적 견해'에 기초한 기술이 아니라는 사유로 수정된 것인데, 지난해 4월 27일 스가 요시히데 당시 내각에서 국무회의격인 각의를 통해 '강제 연행' 또는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이를 '징용'이나 '위안부'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채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위안부 사안의 경우 위의 교과서 14종 중 일본사탐구 6종과 세계사탐구 2종이 위안부를 기술했는데, 짓쿄출판을 제외한 나머지 교과서에는 일본군 관여와 강제적 동원 중에 한 가지만 서술하거나 둘 다 서술하지 않았으며 이 외에 나머지 6종에는 아예 위안부를 다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사뿐만 아니라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교과서들의 영유권 주장 기술이 더욱 강화됐다. 이는 지난 2014년 일본 정부가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면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교과서에 넣으라고 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나타난 흐름이다. 

검정을 통과한 12종의 사회 과목 교과서가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기술했으며 이 중 8종에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고 3종에는 한국이 자국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 지난 2021년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기술한 일본 사회과 교과서들 ⓒ연합뉴스

일본의 이같은 행태에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유감 표명 및 시정을 촉구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일본 정부가 그간 스스로 밝혀왔던 과거사 관련 사죄․반성의 정신에 입각한 역사교육을 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허황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일본 정부가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미래를 짊어져나갈 세대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기초가 되어야 하는 만큼, 일본 정부가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청소년 교육에 있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성명과 함께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서울 종로구 도렴동의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강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일본이 교과서 검정을 통해 과거사와 독도 문제에 있어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선거 당선인의 구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일본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 전 강제 노역이 실시됐던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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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천의 일과 법] 중대재해처벌법의 역설적 의의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 착공되었지만 무려 14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아직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 스페인에 갔을 때 만난 투어가이드가 ‘한국의 유명한 대기업 건설회사 임원들에게 성당 가이드를 해준 적이 있는데, 그 분들이 우리 회사에 맡겨주면 몇 달 안에 깔끔하게 완공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라고 해서 설명을 듣던 일행이 다 같이 웃은 적이 있다. 물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공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가우디의 갑작스러운 사망, 스페인 내전 발발, 경이로울 정도의 꼼꼼한 작업과정, 여전히 건축 중이라는 요소 자체를 관광 세일즈에 이용하는 측면 등 매우 복합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건설회사가 맡으면 몇 달 안에 완공할 수 있다는 말은 빨리빨리 정신으로 중무장한 한국적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그야말로 웃픈 농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7월 9일 금요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디자인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빨리빨리 정신이 초래한 폐해의 예로 올해 1월 건설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사결과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여러 위법행위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본질적인 사고 원인은 무리한 공기 단축에 있다는 지적이 가해지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충분히 굳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많이 일해야 한다는 압박은 한국의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140년이 지나도 완공되지 못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한국 건설회사 임원이 ‘몇 달 안에 완공할 수 있다’고 했다는
웃픈 농담과 산재의 현실


산재 사망과 관련하여 최근 몇 달간 법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는 단연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는 1개월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원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법인이나 기관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10만원 이상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1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밖에 사업주와 법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되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현재 이 법은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고, 2024년 1월 27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제공 : 국토교통부

이 법의 제정이유에도 명시되어 있는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재 사망으로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고 무사히 퇴근하기를 바라야 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법이 시행된 지 이제 두 달 남짓 지났는데 법 시행이후 한 달 동안에도 42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나마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0명이 줄어든 수치라고 한다.

산재사망사고 뿐 아니라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과로사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0년 산재 통계에 따르면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82명이고,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1,180명에 이른다. 최근 언론에도 보도된 검찰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 해설서에서는 ‘과중한 업무나 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로 인해 뇌심혈관계 질환 등이 발생해 종사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때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 내용과 방식에 내재한 유해 위험 요인이 원인이었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과로사가 직업성 질병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업무의 유해 위험 요인으로 인해 산업재해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근로자의 작업이나 업무 방식에 있어 뇌심혈관계 질환의 원인 등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등 요인이 있다면 중대재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과로사가 장시간노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노동자의 사망이 과로로 인한 산재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당해 노동자의 실근로시간은 중요한 판단요소 중 하나가 된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처벌이 우려되고 그로 인해 기업이 위축되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고, 최근 대통령 당선자와의 만남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3월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현장 우려와 지침·해석·매뉴얼·하위법령 개정을 논의한 바로 다음날인 3월 25일에 하루에 4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또한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자시절부터 주간 근로시간이 원칙적으로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비판하면서 근로시간 유연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을 추진할 뜻을 피력했다. 그렇지만 지난 3월 24일에는 대기업 자회사에서 6일 동안 72시간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시간 단축 없는 유연화는 그저 불규칙한 장시간 노동일뿐이다.

유명 로펌, 노무법인, 기업마다 중대재해처벌법 컨설팅, 강의
산재에 대해 이렇게까지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었나
어쩌면 이것이 법의 의의가 아닐까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차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 포럼에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3.16. ⓒ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하여 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유명 로펌과 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했다는 소식과 하루가 멀다 하고 로펌, 노무법인, 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각종 컨설팅, 강의 등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노동법을 전공하기 시작한 이후로 산재 문제에 대해 온 나라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집중하며 산재에 대비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바로 이점에서 이 법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전에 비해 산재사망이 일어난 사업장의 책임자에게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이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안심하며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이다. 5월 10일 출범하게 되는 새 정부 역시 노동자들이 동료의 죽음을 애도해야 하는 일터가 아닌 안도하며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시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맺고자 한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 현장 옆에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우디의 다른 건축물 곳곳에도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존중, 노동자 복지를 위해 신경 쓴 흔적과 노력들이 발견된다. 가우디 건축의 위대함 속에는 인간 존중 정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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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0순위' 안철수 인수위원장 거취에 대한 결단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3/30 08:25
  • 수정일
    2022/03/30 08: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조준혁 기자 
  •  
  •  입력 2022.03.30 07:23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안철수 거취 표명에 주목한 아침신문들
‘임대차 3법’ 운명, ‘윤석열 정부’서 달라질까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

‘윤석열 인수위’가 정부 조각 구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30일 아침신문들은 이 과정에서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예정인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입에 주목했다. 아울러 인수위가 주목하고 있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개정에 대한 내용, 2분기 전기요금 조정 단가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은 안철수 인수위원장. ⓒ노컷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은 안철수 인수위원장. ⓒ노컷뉴스

안철수 거취 표명에 주목한 아침신문들

인수위가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에 안 위원장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인사들이 총리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석들이 나오면서 이날 아침신문들은 안 위원장이 곧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일보는 1면에 ‘安, 총리 안 맡고 인수위 집중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담았다. 국민일보는 “안 위원장은 총리보다는 당권 도전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5년 뒤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안 위원장이 당내 기반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며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 당선 직후 초대 국무총리 ‘0순위’로 거론돼왔다. 최근 초대 총리가 ‘경제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안 위원장의 결단에 이목이 쏠렸다”고 전했다.

▲30일 자 아침신문 1면 모음.
▲30일 자 아침신문 1면 모음.

동아일보는 1면에 ‘한덕수-김한길 등 3명, 총리 후보 압축…安 “총리 안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동아일보는 “윤 당선인은 이르면 이번 주말 새 정부 첫 총리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리 인선의 ‘막판 변수’로 꼽혔던 안 위원장이 이날 윤 당선인에게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30일 오전 10시 국민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1면에 ‘안철수 “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안 위원장이 2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새 정부 첫 국무총리는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안 위원장은 이런 입장을 30일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은 4월 초쯤 새 총리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윤 당선인은 경제 전문가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한덕수 전 총리 등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한 경향신문의 30일 자 아침신문 기사. 사진=경향신문 갈무리
▲임대차 3법에 대한 경향신문의 30일 자 아침신문 기사. 사진=경향신문 갈무리

‘임대차 3법’ 운명, ‘윤석열 정부’서 달라질까

더불어민주당이 인수위의 임대차 3법 폐지·축소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펼치고 나섰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에 이어 또 다른 이슈가 정치권에서 떠올랐다.

경향신문은 ‘인수위 “개정 설득” 민주당 “NO”…‘임대차 3법’ 놓고 벌써부터 마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5면에 실었다. 경향신문은 “‘입법독주’ 비난을 감수하며 처리한 입법인 만큼 민주당이 스스로 손을 보는 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정·보완을 하더라도 일단 법 근본 체계는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고치거나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건 이 때문”이라며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도 있어 국회 논의 전 여권 내부의 조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망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한 세계일보의 30일 자 아침신문 기사. 사진=세계일보 갈무리
▲임대차 3법에 대한 세계일보의 30일 자 아침신문 기사. 사진=세계일보 갈무리

세계일보는 1면에 ‘“민간 등록 임대주택 늘려 시장 활성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세계일보는 “인수위가 29일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관련해 단기 방안으로 민간 임대 등록과 민간 임대 주택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장기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해 이른바 ‘임대차 3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또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 정부가 임대차 3법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유예기간 없이 도입해 국민의 거주 안전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며 “이 밖에도 기금 출·융자 확대, 금융 세제 지원, 공공 택지·리츠 제도 등을 활용한 지원 강화 방안도 동시에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에 대한 기사가 담긴 30일 자 중앙일보. 사진=중앙일보 갈무리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에 대한 기사가 담긴 30일 자 중앙일보. 사진=중앙일보 갈무리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반쪽 동결’을 택했다. 이 같은 결정에도 아침신문들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연료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바라봤다. 이에 ‘윤석열 정부’에서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2면에 ‘전기료 내달 인상, 3분기 더 올릴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최근 높아진 에너지 가격에 한전은 다음 달 기준 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은 물론, 분기 연료비도 높이는 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인상안에 대해서는 최종 보류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전기요금 추가 인상까지는 막았지만, 윤 당선인 공약인 ‘전기요금 인상 전면 백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추가 요금 인상은 물론 지난해 정부가 결정했던 기준 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까지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며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 이후 인수위에 내부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에 대한 기사가 담긴 30일 자 한겨레. 사진=한겨레 갈무리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에 대한 기사가 담긴 30일 자 한겨레. 사진=한겨레 갈무리

한겨레는 2면에 ‘4월 전기료 4인 가구 평균 2300원 오른다’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다음달부터 전기요금이 ㎾h당 6.9원 올라간다. 평균치의 전력 사용량을 유지하는 4인 가구 경우 한 달 2300원 정도가 인상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인수위는 앞선 28일 ‘이 공약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기도 했다”며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4월 전기요금은 기본적으로 현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결정할 내용’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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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임기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결단하라!”

6.15대전본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2.03.28 15:46
  •  
  •  수정 2022.03.28 19:21
  •  
  •  댓글 0
 
6.15대전본부는 28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연합군수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15대전본부는 28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연합군수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지역 65개 시민사회 종교단체로 구성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대전본부(이하 6.15대전본부)가 “지금은 위험천만한 전쟁연습을 해야 할 때가 아니라, 적대와 대결을 멈추고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한미연합전쟁연습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한미 당국은 다음 달 12일부터 나흘간 한반도의 전시상황을 가정한 본훈련의 사전 연습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18일부터 28일까지 본훈련에 해당하는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8일 오전 11시,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점상연합 충청지역연합회 김성남 지역장은 취지발언에 나서 “지난 해 3월과 8월 이른바 ‘참수작전’ 등 두 차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진행, 한반도 전쟁위기를 최고조로 고조시켰던 한미 양국은 지난해 제53차 SCM에서 기존 작전계획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하였다”며, “이 새로운 작전계획이란 결국, 북측이 미사일 공격을 하기 전에 무력화하는 ‘선제공격’을 명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미 양국이 올해 이 새로운 작전계획에 따라 군사훈련을 진행한다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전민중의힘 김율현 상임대표(민주노총 대전본부장)도 촉구 발언에 나서 “미국은 자국의 패권전략을 위한 대중국 봉쇄전략으로 일본과의 동맹체제 강화하고 한국에 대중국 봉쇄의 전진기지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 뒤, “한미방위비 분담금, 무기구입, 사드배치, 한미연합군사연습까지 대한민국의 국익은 없다”며 굴욕적인 한미동맹을 파기할 것을 촉구했다.

원불교평화행동 공동대표 추도엽 교무(원불교노은교당 주임)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미국의 대리전쟁을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마찬가지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사드 추가 배치와 대만에서의 군사력 강화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쟁이 대만이나 남한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문성호 공동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문성호 공동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15대전본부는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반도가 정전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강화되고, 자칫 우발적 충돌에 따라 불똥이라도 튄다면 한반도는 언제든 전쟁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위기상황”이라며, “최근 윤석열 당선인이 선제타격 운운하고, ‘9.19군사합의’ 파기 운운하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위험한 발언으로 우려와 걱정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문재인 정부는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합의 당사자”라면서 “지난 5년 전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전세계에 공언했던 당사자로써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기 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인근 대전시교육청네거리로 이동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대전시민 평화행동’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기자회견 직후 인근 대전시교육청네거리로 이동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대전시민 평화행동’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대전시민 평화행동’은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대전시민 평화행동’은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인근 대전시교육청네거리로 이동해 평화행동을 이어갔다. 6.15대전본부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대결 부르는 한미군사훈련중단하라”, “선제타격! 절대안돼! 한미연합전쟁훈련 중단하라!”, “한미군사훈련중단”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평화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4월 9일(토)에는 시민들과 함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유림공원 일대에서 ‘대전시민 평화 걷기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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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확산세 꺾였나…이번주 거리두기 완화 결정 주목

어젯밤 9시까지 18만3895명 확진…감소세 속 위중증·사망자 '불안'
전문가 "사망자·중환자 최악 상황 대비해야…거리두기 수명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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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환자 발생이 이번주 완연한 감소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앞서 다수의 국내 연구팀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현 방역정책이 유지된다면 확진자 규모가 완만하게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연구팀은 최근 30만∼40만명대에 달한 일일 확진자가 내달 중하순께 10만명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주간 기준으로 수·목요일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표되는 만큼 이번 주 중반까지의 환자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8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8만3천89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근 5주간 일요일 동시간대 집계치를 보면 13만5천361명→20만405명→30만1천544명→20만4천54명→18만3천895명으로, 2주 전인 지난 13일 30만명대를 기록한 후 2주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매일 오전 발표되는 일일 확진자 수도 지난 17일(62만1천197명)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이후 연일 일주일 전 같은 요일과 비교해 감소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4주간 일평균 확진자 역시 3월 첫째주 20만8천774명, 3월 둘째주 30만24명, 3월 셋째주 40만2천401명으로 매주 10만명씩 가파르게 증가하다 지난주였던 3월 넷째주에 34만8천952명으로 감소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확진자 발생은 유행 정점을 지나서 완만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명확하지는 않지만 62만명 정도가 거의 정점이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국내 연구팀도 유행 감소세를 예상했다.

 

이창형 울산과학기술원(UNIST) 수리과학과 교수팀은 지난 23일자 보고서를 통해 현 거리두기 정책의 효과를 반영할 경우, 신규 확진자는 이번주 수요일인 오는 30일 37만3천741명, 다음주 수요일인 내달 6일 35만2천321명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선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혁신팀 연구원의 모델링 결과에서는 내달 6일 29만3천754명, 내달 20일께 18만6천437명 수준으로 이보다 더 큰 폭으로 확진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환자 발생은 주춤하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증가세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전날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1천216명으로, 지난 8일(1천7명) 1천명대로 올라선 이후 20일 연속 1천명∼1천2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가파른 확진자 증가세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지는 않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는 확진자 수가 정점에 도달한 이후 시차를 두고 위중증·사망자 수도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자는 지난 3일 128명으로 100명대에 들어선 이후 25일째 세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24일 하루에만 469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연일 200∼4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적모임은 최대 8명,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로 제한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번 주말인 다음달 2일 종료된다.

 

정부는 유행 정점을 지난 이후에는 방역상황과 의료체계 여력을 보면서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본격 검토하겠다고 거듭 밝힌 만큼, 이번주 확진자수 추이에 따라 운영시간과 모임·행사·집회 제한을 대폭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2일 이후의 거리두기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하루 전인 1일 열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직 유행 감소세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추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인인 BA.2,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것도 변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일 확진자) 50만∼60만명이 정점이었을 수도 있지만, 거리두기 등 방역 완화 조치가 시행됐기 때문에 (감소세 여부는) 이번주가 지나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최정점 확진자 규모 예측이 어긋났던 것처럼, 지금 나온 예측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정부는 사망자나 위중증 환자 발생을 '평균값'으로 예측해 준비하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수용력 측면에서 거리두기의 효용이 다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25일 대한백신학회 온라인학술대회에서 "더이상 국민의 인내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번 대유행을 끝으로 팬데믹 대응수단으로서의 수명을 다할 것"이라고 봤다.

 

정 교수는 "이번 대유행으로 인구집단의 40% 정도가 감염을 통한 면역을 획득했을 것"이라며 "다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떨어지고, 오미크론 대유행의 감소세 이후 중간 정도 규모의 유행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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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 ‘신냉전’, 북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 기자명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
  •  
  •  승인 2022.03.28 22:08
  •  
  •  댓글 0
 
 
 

자위력 강화와 자존번영을 위한 대외활동

지난 26일 일본 도쿄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향해‘라는 주제로 ‘평화,인권,환경,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일본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 일본위원회‘가 공동주최한 국제심포지엄이 진행되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조선신보 김지영 편집국장의 강연자료를 한글 맞춤법으로 변환했다. 다만 '조선'은 고유명사 그대로 표기했다. [편집자]

1.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으로부터 5년 후의 세계
1) 미중러 대립을 내다본 ‘전략적 요충지론’의 실천
2) ‘하노이노딜’에 대한 조·중·러의 판단
3) 김정은 위원장의 관점, ‘미국의 쇠퇴’에 기인하는 ‘신냉전’

2. 목표는 ‘사회주의강국건설’, 미국은 ‘기본장애물’
1) 90년대 ‘사회주의수호전’과 잇닿은 하나의 과정
2) 2035년을 향한 조선·중국(사회주의) 공동보조
3) 미국은 ‘최대의 주적’이라고 공언하는 유일한 나라

3. 조선이 미사일시험발사를 계속하는 이유
1) ‘최대의 주적’을 제압, 굴복시키는 힘
2) ‘미국이나 주변국들과의 전쟁은 상정하지 않는다’
3) 전략국가의 자주적 평화통일구상

4. 정세관리·분쟁 회피를 위한 대화의 가능성
1) 우크라이나 문제에 편승해 위기를 부추기는 세력
2) ‘주권행사를 방해하지 않으면 긴장은 유발되지 않는다’
3) 현상유지가 아니라 바람직한 변화를 만든다

바이든정권 발족 후, 미중 ‘신냉전’의 구도가 한층 심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유럽 나라들과의 대립이 부각되고 있다. 그 정치·외교·군사적 영향은 동북아시아에도 미치고 있다. 최근 연간 조선은 이웃 나라인 중국,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여왔는데 남북관계는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미국, 일본과의 대화는 중단되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국방강화의 일환으로 전략전술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조선이 미사일시험발사를 진행하면 미국, 일본, 한국에서는 이를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로 단정하고 대결을 부추기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신냉전’구도의 재생산이다. ‘신냉전’이 확대되어 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미연에 막으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변들을 역사적 변천을 근거로 부감하고 상호이해의 관점에서 긴장 완화, 대립해소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조선은 ‘신냉전’구도의 확대재생산을 바라지 않다. 현재의 국제정세를 조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것을 아는 것은 도쿄와 서울에서 미국편중의 국제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유익한 일이다.

그래서 ‘미중러 신냉전, 조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고 강연의 제목을 정했다.

1.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으로부터 5년 후의 세계

조선이 미국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ICBM시험발사에 성공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한 것이 2017년이다. 2022년의 ‘신냉전’은 그 5년 후의 세계의 모습이다. 지난 5년간 국제관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조선은 이를 사전에 포착하고 변화의 흐름을 주도해나갔다.

1) 미중러 대립을 내다본 ‘전략적 요충지론’의 실천

김정은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가 열린 2016년 5월의 시점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시기 국제정세의 특징은 지배권확보를 위한 열강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더 심화되고 자주역량과 지배주의세력사이의 대결에서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세력, 반동세력이 점차 쇠퇴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열강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 미중 ‘신냉전’의 맹아를 포착한 것이다. 열강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는 구도 속에서 조선은 국력을 증대시키면서 ‘지정학적 요충지론’을 대담하게 실천했다. 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동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한 조선은 국력이 약하여 열강들의 각축전장이 된 역사가 있지만, 대국과 힘의 균형을 실현하고 요충지의 지정학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정세발전의 주도권을 당당히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충지론’은 김정은위원장이 10대 무렵부터 주장한 지론으로 알려져 있다.

‘지정학적 요충지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대국들과의 힘의 균형을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핵심은 군사력이었다. 조선이 미국에 대한 핵전쟁억지력을 가짐으로써 대결구도가 바뀌었다. 조선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한 이듬해인 2018년에 싱가포르에서 첫 조미수뇌회담이 열렸다. 조선을 적대시하여온 미국의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장면은 조선의 국력향상과 동시에 미국의 쇠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회담은 트럼프 개인의 변덕에 의해 실현된 것이 아니다. 두 나라의 역량관계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괄목할만한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이미 미국과 대립하고 있던 중국과 러시아가 이웃나라 조선과 친선 우호관계를 강화발전시키는 데 외교의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에 앞서 한반도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북남수뇌회담이 열렸다. 북남수뇌들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했다. 미국에 대한 핵전쟁억제력을 완성시킨 김정은위원장에게는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 평화를 위한 수뇌회담도 파워폴리틱스가 관통하는 냉철한 국제관계속에서 실현된 것이다.

1950년대 조선전쟁에 참전한 중국도 사태의 진전을 주시했을 것이다. 1953년의 정전 이후도 ‘북의 침공’을 막고 ‘남을 방위’한다며 그 주둔이 합리화되어온 미국의 군대는 ‘신냉전’구도 속에서 미국의 대중국견제의 군사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그런데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다’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야 할 이유는 사라진다.

2) ‘하노이노딜’에 대한 조·중·러의 판단

2018년부터 19년까지 김정은위원장은 시진핑 주석, 푸틴대통령과 수뇌회담을 진행했다.

조중수뇌회담은 1년 반 동안 5번이나 열렸다. 거기서 무슨 대화가 오고갔는가.

김정은위원장은 중국동지들과 “언제나 하나의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조중친선의 핵은 사회주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위원장에게 보낸 축전 등에서 중조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에 대한 의지를 표명할 때 같은 문구를 반복했다. ‘100년만의 전례 없는 대변화’이다.

그 당시의 100년 전이라고 하면 1918~20년, 세계에서 스페인독감이 유행하여 제1차 세계 대전이 종결한 시기이다. 그때 전쟁비용을 미국에서 조달하던 영국의 몰락이 시작되어 이전에는 채무국이었던 미국이 전후에 세계최대의 채권국이 되어 신흥대국의 지위에 올랐다. 이와 비슷한 ‘100년만의 대변화’속에서 중국은 조선과의 우호친선을 중시한다고 시진핑 주석은 주장한 것이다.

조선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를 특징짓는 이념의 하나는 ‘다극화’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7월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회담 이후 일관되어 있다. 그해 6월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해 통일을 지향한 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미국에 의한 조선분단체제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목격한 푸틴 대통령은 그 이듬달 모스크바의 최고지도자로서 처음으로 조선을 방문했다.

2019년의 김정은-푸틴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테마로 상정되었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조선)의 무장해제’와 동의어로 사용했다. 그런데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를 핵전쟁의 무대로 설정하고 군사적 위협을 강화함으로써 주변대국 즉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력과 견제를 합리화하는 미국의 패권정책을 배격하고 중단시키는 과정으로서 논의되었다.

이처럼 ‘4.27판문점선언시대’의 파워폴리틱스는 기존의 대립 구도를 해소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낳았다. 이것은 ‘신냉전’과 다른 벡터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그러한 변화를 거부했다. 비핵화를 둘러싼 조미대화의 중단에서 단적으로 나타났다. 월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했으나 아무런 합의도 도출해내지 못했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이 지역에 있어서의 패권정책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조선 측은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는데 후세의 사람들이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때 눈앞의 기회를 놓친 것으로 하여 미국이 잃은 것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그것을 똑똑히 확인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대조선적대시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한미일동맹의 강화는 필수조건이며 이는 ‘신냉전’구도 속에서 재정의가 이루어지게 된다. 조선은 자국을 향한 공격의 화살을 항상 예상하고 행동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조선로동당은 과거에 ‘신냉전’의 도래를 예견한 것처럼 현재의 국제정세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3) 김정은 위원장의 관점, ‘미국의 쇠퇴’에 기인하는 ‘신냉전’

김정은위원장은 지난해 9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하여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것이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고 했다.

‘신냉전’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중국이 갑자기 대결적인 국가로 변모한 것이 아니라 쇠퇴하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려고 중국을 견제해 공격하기 때문에 중국이 이에 대응하여 미중갈등이 격화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중국에 대한 공격은 승산이 없는 미국의 최후발악이다, 조선의 최고영도자는 현재의 구도를 그렇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조선사람들은 동서냉전이 종결된 후 ‘사회주의 종말’과 ‘자본주의 승리’를 광고하고 ‘유일초대국’을 자처하면서 횡포를 감행한 미국의 모습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도 공격의 화살은 조선을 향해 있었다. ‘북의 핵개발의혹’을 구실삼아 영변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검토하고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 붕괴론’을 유포했다. 그 체험에 근거한다면 조선사람들의 눈에는 미국의 쇠퇴에 기인하는 ‘신냉전’은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의 30여년에 걸친 ‘포스트 냉전시대의 종말’로 비쳐질 것이다.

‘유일초대국’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세계의 역학관계가 변하고 사람들이 TV 뉴스에서 그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판문점선언시대’는 분단국가의 수뇌들에 의한 굳은 악수와 평화선언이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벌리는 군사작전이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된 후 미국과 서방나라들이 강행한 NATO의 동방확대, 러시아에 대한 고압적인 봉쇄정책에 대한 반격이 전개되고 있다.

조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역사의 전환이며 우크라이나문제의 귀추가 어떤 것이든 그것이 미국의 쇠퇴에 기인한다면 지금의 변화는 불가역적인 변화이다. 조선은 이를 전제로 국가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목격되는 ‘대결’과 ‘분쟁’은 바라지 않다. 조선이 지향은 ‘평화’와 ‘번영’이다. ‘판문점선언시대’와 다르지 않다.

2. 목표는 ‘사회주의강국건설’, 미국은 ‘기본장애물’

1) 90년대 ‘사회주의수호전’과 잇닿은 하나의 과정

지난해 1월 조선로동당 제8회대회가 개최되었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제시되었다. 2021년부터 25년까지의 계획이다. 당대회 이후 지난해 5월경부터 김정은위원장의 ‘15년구상’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5개년계획이 수행되는 2025년까지를 ‘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고 다음 단계의 계획도 부단히 추진해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번영하는 사회주의강국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2021년을 기점으로 하여 15년이면 2035년이다.

‘15년구상’은 동서냉전이 종결된 후에 조선이 취한 행보와 하나로 잇닿아 있다. 당시는 ‘강국’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다. 그때는 우선 사회주의를 지켜내는 싸움이었다.

소련, 동유럽사회주의의 붕괴 후 ‘유일초대국’을 자인하고 ‘일극화된 세계’에 대해 호언장담한 미국은 동아시아의 일각에서 사회주의보루를 지키는 조선을 고립압살할 것을 노렸다. 조선은 김일성주석의 서거(1994년)이후 사회주의시장의 소멸과 적대세력들의 제재와 압박, 연달아 들이닥치는 자연재해로 인해 전대미문의 시련을 겪었다. 국가경제가 곤경에 빠지고 사람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운 그 시기 이웃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추구하던 중국과 자본주의로 회귀한 러시아는 조선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려고 하지 않았다.

‘고난의 행군’의 체험자들이 결코 버리지 않는 이념이 있다. ‘자주’와 ‘사회주의’이다. 목숨을 걸고 지켜낸 이념이다. 당시 소년기를 보낸 김정은위원장이 지금도 계속 추구하는 이념이다.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고 세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국가의 지위에 올랐던 조선은 그 어떤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지조를 굽히지 않고 ‘자주’를 관철하는 ‘사회주의강국’을 지향하여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김정은위원장의 ‘15년구상’이 역사의 전환, 포스트 냉전시대의 종말과 더불어 실행되게 된다는 것이다.

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김정은위원장은 지난 5년간에 더욱 확대강화된 조선의 주체적 역량과 더욱 높아진 나라의 국제적 지위는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고조기, 장엄한 격변기가 도래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사회주의의 깃발을 추켜들고 온갖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온 조선이 전략국가로서 부상한 것은 세계사의 새로운 조류에 부합된 사변이었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 무모한 반테러전쟁과 황금만능주의로 비대해진 금융시스템의 파탄에 의해 국내외에서 타격을 입은 미국은 쇠퇴의 내리막길에 서있다. 한편 중국은 국력이 향상됨에 따라 이전보다 더 사회주의의 원칙과 우월성에 대해 강조하게 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중조친선을 중시한다고 표명하고 있다. 등소평의 시대와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중국의 궤도수정을 보면서 조선은 ‘고난의 행군’을 단행하고 걸어온 노정이 역사발전의 올바른 길이었다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 의해 일극화된 세계’는 실현되지 않았고 미국식 자본주의시스템의 모순과 결함이 세계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30여 년 전, 사회주의의 붉은기가 내려져 혼란에 빠져들던 러시아는 자존심을 되찾고 미국과 서방나라들의 오만과 횡포에 대항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사회주의조선을 압살하기 위해 제재를 부단히 강화했고 하노이수뇌회담에서도 제재 해제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스페인독감으로부터 100년 후에 일어난 코로나팬데믹의 재앙 속에서 조선식 사회주의시스템의 강인성이 증명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 이어지는 항공편, 철도, 선박의 운행이 정지되어 2년간, 사람들의 왕래뿐만이 아니라 수출입의 전면 중단상태가 지속되어도 조선경제는 파탄하지 않았다. 평양과 지방도시에서의 대규모건설사업의 추진 등 김정은위원장의 ‘15년구상’이 착실히 실천에 옮겨져 있다. 조선의 자력갱생, 내수주도형 자력경제의 잠재력이 남김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대조선적대시와 제재강화의 유지라는 ‘하노이노딜’의 선택은 조미대결의 구도를 존속시켰을 뿐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선의 진로를 변경시키지 못하고 있다. 제재가 지속되는 속에서 조선은 ‘사회주의강국의 건설’이라는 중장기목표를 내걸었다.

2) 2035년을 향한 조선·중국(사회주의) 공동보조

‘신냉전’의 시대, 포스트냉전의 종말이라는 전환기에 세계를 들러보면 중장기의 목표를 가지는 국가와 지도자, 그렇지 않은 국가와 지도자가 있다. ‘고난의 행군’을 잊지 않고 있는 김정은위원장은 15년, 30년의 스팬으로 세계를 부감하고 정세를 파악하고 국가의 진로를 정하고 있다.

조선은 2035년 사회주의강국을 실현한다고 표명하고 있다. 중국도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본적인 실현, 2050년까지 세계 일등급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위원장은 중국동지들과 ‘하나의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한다.’는 입장을 관철하고 있다.

조선과 화해하고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중국과 대립하면서 패권유지를 노리는 미국에 있어서 조중의 공동보조, 사회주의의 연대와 공동전선의 형성은 악몽이나 같다. 30여 년 전 ‘사회주의 종말’과 ‘자본주의 승리’로 보았던 세계의 구도가 역전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스스로 초래한 현실이다.

3) 미국은 ‘최대의 주적’이라고 공언하는 유일한 나라

‘사회주의강국건설’의 구상을 내놓은 김정은위원장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이념은 ‘자주’이다. 미국이 적대시하는 사회주의조선은 패권주의국가 미국의 쇠퇴를 더욱 촉진시키는 존재이기도 한다.

 조선의 목표는 사회주의강국의 건설이다. 사회주의강국 건설이 목표라면 전략국가의 지위와 국력에 상응한 대외활동은 그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된다. 로동당 제8차대회는 현시점에서의 대외활동의 총적방향에 대해 ‘국가의 전략적 지위에 상응하게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 사회주의건설을 정치외교적으로 믿음직하게 담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제사회에는 사회주의조선의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 이를 방해하는 나라들이 존재한다. 미국이 그 책동을 주도하고 있다. ‘신냉전’구도 속에서 미국의 쇠퇴가 인정되지만 조선을 적대시하는 대결정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김정은위원장은 현시기 대외활동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을 제시했다. ‘조선혁명발전의 기본장애물이며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대외정치활동의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과거의 당대회에서는 대미문제를 언급해도 ‘제압’, ‘굴복’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조선의 국력이 증대하고 국제적 지위가 향상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은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 국가부흥을 위한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계기로 미국과의 대화에 임하고 사상최초의 조미수뇌회담도 개최했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든 협상만으로는 세기를 이어 지속되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철회될 수 없다는 현실이 확인되었다.

조미대결의 장기화가 기성사실화되고 대미정책의 중점이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즉 조선이 사회주의강국건설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기본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힘의 정책을 신봉하는 상대에 대하여 유효한 방법은 힘에 의한 제압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조선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고 최대의 주적을 굴복시킬 수 있는 보다 확실한 힘을 갖추는 것이다.

‘제압’과 ‘굴복’이라는 단어에는 상대에게 정치적·군사적·외교적 압력을 부단히 가하여 더 이상 버티고 견딜 수 없는 상황, 미국 자신이 스스로 정책변경을 검토할 수 없는 상황에 몰아놓는다는 함의가 있다.

이를 위해 갖추어야 할 힘이란 무엇인가.

하나는 미국의 강권에 대항하고 그것을 물리칠 수 있는 국력이다.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억제력은 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제시된 국방발전 5개년계획에 따라 부단히 증강되고 있다. 올해 들어 연달아 실시된 미사일시험발사도 그 일환이다. 국방력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5년주기로 비약과 혁신을 실현하여 15년 후 즉 2035년에는 사회주의강국의 체모에 걸맞는 수준에서 나라의 자위력을 갖출 데 대한 목표가 정해져있다고 생각된다.

다른 하나는 세계적 판도에서 사회주의·반제자주역량과의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마련되는 힘이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을 기점으로 조선과 중국, 조선과 러시아의 협력과 공동보조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쇠퇴하는 미국이 패권을 추구할수록, 그것은 강력한 반미공동전선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1990년대 ‘유일초대국’을 자처한 미국이 주도하는 고립압살책동에 맞서 사회주의를 지켜낸 조선이 2035년 사회주의강국의 모습을 과시하게 될 때 이 나라의 전진과 발전을 계속 방해하던 미국은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제압’, ‘굴복’은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사회주의의 승리를 확신하는 조선은 세기를 이어 지속되어온 조미대결의 귀추를 확실히 내다보며 자기 정한 길을 곧바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3. 조선이 미사일시험발사를 계속하는 이유

1) ‘최대의 주적’을 제압, 굴복시키는 힘

조선의 국방발전계획, 그 노정도와 시간표에 따른 미사일시험발사도 사회주의강국건설의 과정과 연동하고 있다. 그것은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장애물인 미국을 제압, 굴복시키기 위한 힘을 증대시키는 과정이며 바이든정권의 관심을 끌고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이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한 후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뤄졌다며 ‘우크라이나전쟁에 편승했다’고 단정하는 것도 조선의 자위력강화에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한 여론오도술이다.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에 의한 수난을 수없이 경험하고 현재도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과 제재 속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있는 조선에 있어서 국방력 강화는 한시도 중단할 수 없는 필수적이며 사활적인 중대국사이다.

‘지정학적 요충지론’의 실천자인 김정은위원장은 강력한 자위력이 없으면 당과 정부의 내외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ICBM을 완성하고 미국에 대한 보복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미국주도의 유엔안보리 제재에 찬동하던 중국, 러시아가 조선과의 관계강화에 나서게 되었다. 김정은위원장은 힘의 균형이 무엇인가를 자각하고 있다.

국력을 계속 증대하고 힘에 의거하여 국가의 존엄을 지키고 나라의 이익을 옹호한다, 사회주의건설의 고조기, 격변기에 정세발전의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보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강해야 한다, 우선 강해지고 봐야한다는 것이 김정은위원장의 관점이다. 조선에서 국방발전과 자존번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국제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는 격변기에 동아시아의 요충에 위치하는 전략국가의 진로가 변경되는 일은 없다.

2) ‘미국이나 주변국들과의 전쟁은 상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은 미국이나 주변국들과의 전쟁을 상정하지 않다.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을 전개하는 러시아와 다른 발상으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고 있다.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지 못한다’는 구설이 김정은위원장의 새해 사전에 등장한 것은 ICBM시험발사에 성공해 국가핵무력완성이 선언된 이듬해인 2018 년이었다. 그 이후도 조선에서는 국방강화를 위해 전략 및 전술무기체계의 개발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에서는 군사기술과 무기체계의 발전에 의해 군사작전의 양상과 지역의 안보 환경이 바뀐다. 조선도 ICBM시험발사에 성공한 시점에 계속 머물러있을 수 없다. 주변지역의 군사적 불안정성과 위험은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눈앞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위협을 억제하는 힘과 수단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군사대국을 자인하는 나라들은 기존의 군비계획을 수시로 검토하여 새로운 전쟁양상에 맞는 전략 및 전술무기체계를 개발한다. 패권국가 미국의 군비증강이 그 대상으로 지목된 나라들의 군비증강을 촉발하는 무한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인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조선은 그 누구와의 전쟁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고 국권을 지키기 위해 말그대로의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며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특정국가나 세력이 아니다.’- 김정은위원장이 공개연설을 통해 명백히 표명했다.

미국은 전쟁을 걸지 못하고 남쪽도 자기 무력의 상대로 될 수 없다는 자신감의 표출일수도 있다. 그러나 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교차하고 세기를 이어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한복판에서 평화수호의 기치를 보란 듯이 추켜세우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바이든정권 발족 후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구실로 저들의 함대를 대만해협에 전개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은 한반도의 정세긴장을 더욱 촉구하는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조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1961년 체결)에는 쌍방은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떤 나라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강구할 의무를 지난다는 조항이 있다. 최근 조중 간에서 이 조약의 시대적 의의가 강조되고 김정은위원장이 ‘하나의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한다’는 의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연 미국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조선인민군이 군사적 대항조치를 취하게 되는 무모한 침공작전을 강행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탁상 위에서 검토하기보다 먼저 미국이 침공을 주저하게 만드는 절대적인 힘을 우리가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김정은위원장의 관점이며 태도이다. 조선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굳건히 지킨다. 조선이야말로 전쟁을 막는 방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에 타격을 주는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다. 푸틴대통령은 ‘특별한 군사작전’을 실시했다. 조선은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킨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 누구와의 전쟁을 논하는것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주적으로 삼고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전략전술무기체계의 개발도 1차적으로는 상대의 개전의지를 완전히 꺾어드리는 압도적인 힘을 갖추는데 목적이 설정되어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갖춘 조선을 적대시하고 대결자세를 취하는 것 그 자체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자해행위가 된다는 것을 당사자가 스스로 깨닫고 기존정책을 철회한다면 군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조선이 공언하는 ‘제압’, ‘굴복’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3) 전략국가의 자주적 평화통일구상

지난해 당 제8차대회에서는 로동당 규약이 개정되었다. 규약서문의 조국통일에 관한 과업부분에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하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킬 데 대하여 명기되었다. 여기에는 ‘분단의 원흉’인 미국을 어떻게 굴복시키고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그 방법에 대한 사회주의집권당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

20세기 동서냉전의 구도 속에서 조선전쟁이 일어났다. 미국이 개입하고 중국도 참전하여 같은 조선민족이 북과 남으로 나뉘어 싸웠다.

21세기 ‘신냉전’구도속에서 다시 희생자가 되는 것을 조선민족은 단호히 거절한다. 바로 그러기 때문에 군사분계선의 남쪽지역에 ‘북침’을 상정하는 미군이 존재하는 현실 그 자체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자해행위라는 것을 똑똑히 자각시키는 압도적인 국방력, 강력한 평화의 방패를 군사경계선의 북쪽지역에 구축한다.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고 말한 김정은위원장의 진뜻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가 격변의 시대에 돌입하고 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터졌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길이 오르고 북과 남의 같은 민족이 총을 서로 맞대는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는다. ‘신냉전’시대 조선의 국방정책에는 철석같은 평화의지가 관철되고 있다.

4. 정세관리·분쟁 회피를 위한 대화의 가능성

1) 우크라이나 문제에 편승해 위기를 부추기는 세력

현재 우크라이나문제에 편승하여 동아시아의 갈등과 위기를 부추기는 세력이 존재한다.

미국은 조선이 ICBM에 관한 시험발사를 하였다는 정보를 유포하고 ‘북 의 핵위협’을 선동하고 있다. 조선의 미사일시험발사를 구실삼아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를 주장하던 일본의 정치가와 언론들은 지금 미국과의 ‘핵공유’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5월에는 한국에서 ‘대북선제타격’을 주장하는 인물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2) ‘주권행사를 방해하지 않으면 긴장은 유발되지 않는다’

남측과의 전쟁도 일본과의 군사충돌도 바라지 않는 조선은 이를 막기 위해 주권국가의 권리인 국방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위원장은 ‘우리의 주권행사를 방해하지 않으면 긴장은 유발되지 않는다.’고 확언하고 있다.

평화를 명분으로 삼는 군비증강이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외교창구를 통해 정세를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될 것이다. 조선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다. 그런데 전제가 있다. 조선의 주권행사, 국방력강화의 권리를 부정하지 않고 평등한 입장에서 대하는 것이다.

김정은위원장은 당 제8차대회에서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에로 추동하며 그 성과를 담보하는 위력한 수단으로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은 중단 없이 수행되지만 그것은 외교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다는 말이다.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남쪽과의 관계에서도 김여정 당부부장이 지난해 9월 국방강화에 대한 이중기준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다음과 같이 지적한바 있다.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것이고 나아가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과 같은 관계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3) 현상유지가 아니라 바람직한 변화를 만든다

‘신냉전’구도가 동아시아로 확대재생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립의 격화를 추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의 해소로 이어지는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15년, 30년의 스팬으로 동아시아를 부감하고 역사적 변천에 입각하여 현 정세를 파악하며 이 지역의 화해와 협력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동서냉전이 종결된 30여 년 전 동아시아에서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려고 힘을 기울인 사람들이 있었다. 1990년 조선로동당과 자유민주당, 일본사회당에 의한 3당공동선언이 발표되어 조일국교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듬해에는 통일을 지향하는 북남기본 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이 채택되었다. 그 합의가 모두 실행되었더라면 조일, 북남의 대립구도가 사람들의 지향에 맞게 해소되었더라면 동아시아의 포스트냉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는 포스트냉전이 세계에 새로운 갈등을 낳고 그것을 격화시켰다. 그러나 포스트 냉전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현재의 ‘신냉전’을 새로운 변화,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회로 보고 행동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한미일동맹의 강화가 촉진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 ‘미국의 쇠퇴’라는 현실이 있다. 변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지침도 존재한다. 조일 간에는 올해 발표 20돐을 맞이하는 평양 선언이 있다. 북남 간에는 6.15공동선언, 10.4선언, 그리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판문점선언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선언들을 ‘신냉전’의 확대재생산에 대항하는 힘의 원천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난 2022년은 동아시아의 나라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한 해이다. ‘신냉전’이 심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을 때 우리는 대립의 격화라는 전철을 밟지 말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향한 확실한 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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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의 '반도체 직업병'은 죽어도 병이 아니었다

[암에 걸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②]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병

이상현 기자/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2.03.29. 07:31:59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는 누가 일할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오퍼레이터다. 설비 앞에 머물며 제품을 생산한다. 다음은 엔지니어다.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장비 엔지니어와 특정 공정 전반을 관리하는 공정 엔지니어가 있다.

그들 곁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또 있다. 어디에나 있지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투명인간, 청소노동자다. 이들은 오퍼레이터, 엔지니어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바닥과 벽면의 먼지와 약품을 닦고 방진복, 방진화 등을 정리한다.

첨단산업의 유해화학물질이 사람을 가려가며 영향을 줄 리는 없다. 그런데도 청소노동자의 위험은 주목받지 못했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반도체 노동자 20여만 명의 암 발병률을 일반인과 비교한 역학조사를 발표할 때도 청소노동자 이야기는 없었다. 

2020년 8월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 5명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그중 산재 인정을 받은 이는 한 명뿐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위험에 맞닥뜨리고 있을까. 이들의 병이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반올림의 소개로 지난달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세 명의 청소노동자, 그리고 그들을 대리한 두 명의 노무사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암에 걸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① : 반도체 청소노동자는 '알 수 없는' 성분의 가루와 약품을 치운다) 

유방암, 백혈병, 림프종….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들이 질병에 걸렸다. 이들의 질병은 반도체 공장의 오퍼레이터, 엔지니어와 유사했다. 소위 '반도체 직업병'이라 불리는 질병이다. 5명의 청소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그중 1명만 산재 승인을 받았다. 

공단이 이들의 산재 인정에 인색한 이유는 뭘까. 삼성 청소노동자의 업무상질병판정서와 역학조사보고서와 산재를 신청한 청소노동자, 그리고 이를 대리한 노무사들을 만나 산재 신청 과정의 어려움, 역학조사와 공단 판정의 문제점을 들었다. 

입증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지만...자료는 '기밀' 

"하루는 배관에서 액체가 똑똑 떨어졌어요. 그럴 때 접근하지 말고 리트머스 시험지를 던져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던졌더니 빨갛게 변했어요. 3년 정도 지나 역학조사 하면서 현장에 가봤을 때 같은 자리에 그(액체가 떨어져 부식된) 자국이 아직도 있어요. 그런데 뭐가 떨어졌는지는 몰라요. 회사에서 그런 설명은 따로 안 해주거든요." 삼성 아산공장 OLED 생산 공정 청소노동자로 일했던 김은주 씨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입증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다. 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어떤 약품과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기업이 해당 정보를 '산업 기밀'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청소노동자가 회사가 기밀로 분류한 정보를 확보할 방법은 없다. 질병 산재 인정의 첫 번째 걸림돌이다. 많은 삼성 청소노동자가 일하다 병에 걸리고도 산재 신청을 포기했다. 반올림에 직업성 질병 피해를 제보한 삼성 청소노동자 14명 중 산재를 신청한 이는 5명뿐이다. 

그중 유방암에 걸린 2명과 피부질환을 앓은 1명은 산재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회사가 공정 내 유해물질 농도를 측정해 작성한 작업환경측정 결과와 '청소노동자가 다룬 위험 물질은 없다'는 회사의 주장 등을 토대로 낸 결론이었다. 공정에서 쓰이는 유해물질 자료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청소노동자들이 이를 반박하기는 어려웠다.

췌장암에 걸린 1명은 판정 결과를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 유일하게 산재를 인정받은 유방암이 걸린 청소 노동자는 위험 물질이 아닌 장시간의 야간근무 이력을 근거로 산재를 승인받았다. 

▲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어떤 약품과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기업이 해당 정보를 '산업 기밀'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2년 넘게 기다려 역학조사 받았지만, 결과는 산재 불승인 

회사의 '기밀' 자료에 접근할 수 없는 노동자가 산재 입증 책임을 지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법(이하 산재보상법)에 따른 전문기관의 역학조사다. 산재보상법 시행규칙상 공단은 업무상 질병에 대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전문기관에 자문을 요청할 수 있다. 자문을 요청받은 기관은 노동자 조사와 면담, 현장 조사, 현장 시료 채취 및 분석 등을 통해 역학조사를 수행한 뒤 공단에 제출한다. 전문성을 갖춘 제3자에게 사업장의 위험을 직접 조사할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삼성 청소노동자 중 역학조사를 받은 이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OLED 생산 공정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린 김은주 씨가 유일하다. 2019년 3월 산재를 신청한 김 씨는 그로부터 2년이 넘어 2021년 7월 역학조사 결과를 받았다.

장시간에 걸친 김 씨의 역학조사 결론도 불승인이었다. 공단으로부터 자문을 요청받은 직업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역학조사 뒤 김 씨의 병은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장 내 유해 물질의 농도가 노출 기준보다 낮고, 방사선 노출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자문의 근거는 회사가 작성한 작업환경측정 결과와 일상적 생산 과정에 대해 수행한 현장 조사 등이었다. 

연구원이 회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도 산재 신청 당사자에게는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반올림'이 공단으로부터 받은 김 씨의 역학조사 보고서 곳곳은 빈칸이다. 회사가 수행한 작업환경측정결과, OLED 공정에 사용되는 물질, 심지어는 청소노동자의 일반적인 작업 과정조차 가려져 있다. 회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공단은 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를 핵심 근거로 삼아 지난해 9월 김 씨의 병은 산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를 뒤집으려면, 또 몇 년이 걸릴지 모를 행정소송 절차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반도체 산업에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프레시안

과거 노출 위험, 위험한 상황 여부 알 수 없는데…역학조사에만 기대는 근로복지공단

청소노동자와 이들을 대리한 노무사들은 노동자와 기업 간 정보 격차뿐 아니라 역학조사 역시 적어도 질병 산재에 대해서는 산재 승인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보 비대칭뿐만 아니라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한 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단 과정에도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다양한 위험 물질 노출 수준과 업무환경이 역학조사에서 모두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 씨가 일을 처음 시작한 2011년은 삼성 아산공장에 OLED 생산 설비가 들어오기 시작한 '셋업'(설치) 기간이었다. 셋업 기간은 노동자들이 위험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안정적으로 양산에 들어간 시기보다 높을 때로 여겨진다. 설비가 들고나는 탓에 공장 내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김 씨는 반도체 설비 주변 청소도 맡았다.

특수한 위험 상황에 노출된 경우는 김 씨만이 아니다. 삼성 기흥공장에서 일한 이미경(가명, 59)씨는 반도체 생산 공정 설비 철거 작업이 이뤄지는 중에도 청소 업무를 했다. 이 씨는 복잡한 설비와 배관을 뜯어내는 작업을 할 때면, 평소보다 약품 냄새가 더 심하게 났다고 기억했다. 

"설비를 철거할 때는 약품 냄새가 훨씬 심하게 났었어요. 약품이 누출됐는지 삼성 직원이 철거 협력업체 직원을 막 야단치는 걸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청소를 했어요. 처음 일할 때 30여 명의 오퍼레이터가 근무했는데 철거 작업을 시작하자 한 명, 두 명 빠졌어요. 나중에는 저랑 동료 한 명만 남아서 청소를 했어요. 남들보다 오래 철거 현장에 있었죠." 

철거 공정은 이 씨의 근무 기간 중 2년 동안 지속됐다. 철거 과정을 이유로 추가로 지급되는 보호장구는 없었다. 현장 곳곳의 철거가 끝나면 방진비닐, 철거 과정에서 나온 물질 등을 치우면서 청소 업무를 지속했다.

정작 역학조사에서는 철거 기간이나 셋업 기간의 위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조승규 노무사도 공단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내 '위험한 상황'을 역학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자 산업 공정의 평상시 유해물질 노출 수준은 높지 않으리라 추정하고 있어요.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다가 병을 얻어 산재로 인정받기 시작한 생산직 작업자들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특히 위험한 상황을 주목해야 해요. 배관을 뜯는다거나, 라인을 청소한 면포를 턴다거나 이런 상황을 체크해야 하는데 역학조사에서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어요. 어떤 상황이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도 자료에 나오지 않아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질병 산재 어려움 돌파 극복 방안은 '추정의 원칙' 확대 

정보 격차와 역학조사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다른 노동자의 직업성 질병 산재 심사에 적용되고 있는 '추정의 원칙' 확대를 주장한다. 

2018년 8월, 정부는 '반도체 및 LCD 생산 등 작업 공정, 관련 시설의 설치, 정비 및 수리에 종사하는 근무자', 즉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의 질병 산재 판정 과정에 '추정의 원칙'을 도입했다. 기존에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 8개 질병에 대해 역학조사를 생략하고, 동일·유사 공정 종사 여부만 판단한 뒤 빠르게 산재 여부를 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8개 질병에는 청소노동자에게 발병한 백혈병, 림프종, 유방암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추정의 원칙'은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조 노무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가 직업성 질병에 걸릴 위험이 다른 근무자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며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데 청소노동자의 직업성 질병만 추정의 원칙 적용에서 배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클린룸 청소노동자는 펩층(생산설비가 있는 층)에서만 일하는 오퍼레이터와 달리 엔지니어처럼 펩층과 알피층(펩층에서 내려온 오폐수나 공기 등을 배출하는 장치가 있는 층)에서 모두 일해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생산 공정에 머무는 엔지니어와 달리 오퍼레이터처럼 긴 시간 생산 공정에서 일하고요. 여러 공정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다양한 위험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도 있어요." 

실제로 청소노동자들은 공장 전체를 돌아다닌다. 게다가 김 씨는 순환 근무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A2 공장 모든 층에서 근무했다. 특히 생산직 근무자인 오퍼레이터들은 출입하지 않는 보조설비층에도 출입했다. 보조설비층의 경우 반도체 생산장비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이 걸러지는 스크러버(scrubber)나 가스가 통과하는 배기관 등이 있다. 김 씨는 이 곳에 떨어져있는 액체나 가루들을 쓸고 닦았다. 

생산 라인에 들어가기 전 방진복 착용, 탈의 등을 하는 작업 준비공간인 '스막룸' 청소노동자도 위험물질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산업보건연구원의 3개 반도체 사업장에서 수행한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 및 유해요인 노출특성 연구>를 보면, 반도체 생산 공정의 유해 물질은 "이온주입 공정을 제외한 모든 공정에서 검출됐고 근로자들이 작업복을 갈아입는 스막룸에서도 검출됐다"라고 보고됐다. 

김 씨를 대리한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 김민호 노무사는 "기존 반도체 공장 근무자들의 산재에 '추정의 원칙'이 인정된 것은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서 연구하고 연구 결과물이 나와서 공인된 것"이라며 "삼성 측에서 지금부터라도 직종, 사업장, 질병 등 자체적으로 직업성 질병 통계를 작성해 이를 근거로 추정의 원칙을 확대하면 청소노동자도 굳이 긴 역학조사를 할 필요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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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회동은 '긍정'·집무실 이전은 아직도 '의문'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03.29 06:26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문재인-윤석열 회동, 대체로 긍정적 평가…‘집무실 이전’ 비판 칼럼 줄줄이
검찰, 삼성웰스토리 압수수색에 정권교체기 존재감 드러내기…이준석, 연일 반성없이 혐오 발언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회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 뜻을 모았다. 29일 아침신문들은 1면에서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 윤 당선자는 용산으로 집무실 이전을 “이번 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지역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며 “이전 계획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했다. 또 윤 당선자는 “(현 정부의)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한국남동발전 등 한전 자회사 4곳과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수사를 시작하면서 정권 이양기에 검찰이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사정 국면을 본격화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난한 글이 혐오 발언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전장연 시위에 참여해 정치권의 혐오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보였고, 29일 출근길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장연 관계자를 만나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 2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2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文·尹 갈등 완화에 협치 주문한 언론, 집무실 이전엔 여전히 비판 입장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2시간36분간 만찬 회동을 한 것에 대해 언론의 평가는 우호적이었고, 향후 협치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경향신문은 사설 “집무실 이전·인사 등 정권이양 협력 원칙 확인한 문·윤 회동”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선 여야 협치와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회동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회동에서 확인한 상호존중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그래야 시민이 안심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흉금 터놓고 대화한 문·윤 ‘국민 통합’ 위한 노력 다하길”에서 “일단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협력의 토대를 닦은 이상 필요하다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두 지도자가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그게 통합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자세다”라고 주장했다. 

▲ 29일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 29일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조선일보는 사설 “文·尹 회동, 국민 불안 덜었다”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 회동을 통해 두 사람이 여러 갈등과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고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신구 권력 간 갈등으로 인해 커졌던 국민 불안감을 상당 부분 덜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라고 했다. 

다른 신문들도 대체로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도 거론했고, 여러 신문이 1면 톱기사로 택한 윤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슈에 대해 여러 신문에서 반대 입장을 보였다. 

▲ 29일 한국일보 오피니언면
▲ 29일 한국일보 오피니언면

 

한국일보는 정치부 기자의 칼럼 “국방부를 해체한 최초 대통령”에서 “청사 이전 회견에서 확인된 건 윤 당선자가 ‘군통수권자가 될 준비가 전혀 안 됐다’는 거다”라며 “용산행을 졸속 결정하면서 ‘안보 공백이 없다’고 자신하려면 적어도 국방부 이전과 그로 인해 연쇄 이동하는 합참, 10여개 국직부대 재배치 등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윤 당선자는 왜 국방부를 해체한 최초 대통령이 되려고 하나”로 마무리했다. 

이영석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 위원은 한겨레 칼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논란, 소통이냐 안보냐”에서 “안보와 국방을 맡는 주요 부처를 몰아내고 대통령 집무실로 하겠다는 생각은 철거하고 재개발하는 식의 권위주의적 발상이요, 국가와 국민의 수호자에 대한 멸시”라며 “소통을 위해서라면 청와대의 개방 공간을 추가하거나, 경복궁의 후정에서 청와대의 전정과 연결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용산이 매력적인 대안이라면서도 “지금 화두는 청와대 탈출이 아니고 대통령의 건강한 소통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걸 가능하게 하는 공간 조직을 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좀 더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 교수는 “우리는 지금 계약기간 5년의 월세 사무실 공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임기를 어디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마쳤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당선자의 국정 수행 전망이 부정적인 분위기에 대해 다뤘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잘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하거나 과거 당선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기대치 등을 거론하며 “대선 승리 뒤 윤 당선자와 측근 인사들이 보인 행동은 ‘오만’과 ‘불통’이란 비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집무실 이전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이 그랬고, ‘윤핵관’이라 불리는 측근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검찰총장 거취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현안들에 대해 쏟아낸 경솔한 발언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했다. 

‘검찰공화국’ 현실 되나, 재계 등 긴장

검찰이 삼성웰스토리 관련 수사에 나서자 삼성 등 재계가 긴장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물량을 몰아준 혐의로 삼성그룹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했고, 삼성전자 법인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차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 여러 계열사의 사내 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주고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계약을 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삼성웰스토리를 자금조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29일 경향신문 사회면
▲ 29일 경향신문 사회면

 

경향신문은 “‘강성 검찰, 현실이 되나’ 삼성 지켜보는 재계도 긴장”이란 기사에서 “삼성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지난해 6월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9개월이 지나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을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많다”며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검찰이 재계 수사에 고삐를 쥘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정권 이양기 날 세운 검찰…새정부 출범 후 본격 ‘사정’ 예고”란 기사에서 “수사에 정통한 윤 당선자가 ‘공정’을 앞세운 사정 드라이브로 취임 초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큰데, 검찰이 이런 기류를 읽고 선제적으로 나섰다”며 “검찰의 이런 움직임은 직접 수사 확대 등 검찰권 강화 요구와도 맞물린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삼성웰스토리 압수수색…‘정권 과도기 기획 사정’ 신호?”란 기사에서 “이번 수사가 기업에 대한 ‘기획 사정’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대장동 수사로 한동안 답보 상태에 놓여 있던 서울중앙지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정권교체기에 기업 수사로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불만도 검찰 내부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선 보수신문에서 수사를 촉구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산업부 국장급 간부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중앙일보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철저한 수사로 진실 밝혀야”란 사설에서 “이미 오랜 시간 수사가 중단됐다”며 “지체된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는 각오로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밝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 29일 경향신문 만평
▲ 29일 경향신문 만평

 

혐오 발언 조장하는 국민의힘 대표

경향신문은 이준석 대표의 장애인 조롱 글에 ‘장애인 혐오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는 현상을 우려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 대표 SNS 게시글에는 ‘앞으로 예전 같은 온정적 시각으로 장애인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병신은 병신일 뿐 절대 약자가 선이 아니랄 진실이 널리 퍼져 병신끼리 죽고 죽이는 아름다운 사회가 됐으면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경향신문에 “최근 지하철 시위 현장에서 한 승객이 장애인 혐오 영상을 시위하는 장애인에게 보여주며 욕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 대표가 글을 올린 이후) 폭력의 수위가 더 올라간 것 같다”고 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이 신문에 “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로 이어졌을 때 (정치인으로서) 이에 대한 공적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우려스럽다”며 “(장애인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장애인의) 사회적 소수성으로 인해 이들에 의해 본인이 손해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 29일 한겨레 만평
▲ 29일 한겨레 만평

 

한겨레는 사설 “‘정치의 소명’ 일깨워준 김예지 의원의 ‘무릎 사과’”에서 “무엇보다 당대표의 몰지각한 언행에 모욕을 당한 장애인들 앞에서 이를 비판하고 대신 사과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김 의원은) 정치권의 무신경과 게으름 탓에 시민들이 겪는 고통에도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정치가 왜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기에 가능했을 거라 본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권이 해야할 일은 장애인 권리 예산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며 인수위의 전장연 시위 현장 방문에 대해 “윤 당선자가 주창하는 ‘국민 통합’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무엇보다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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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가 갈라놓은 땅, 우리민족끼리 통일합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3/28 12:23
  • 수정일
    2022/03/28 12: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민병례 작가
  •  
  •  승인 2022.03.28 10:57
  •  
  •  댓글 0
 
 
 

몸벽보 할아버지 김영식의 소원

김영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연단 앞으로 나아갔다. 눈앞에는 광주교도소에서 당했던 고문이 또렷이 떠올랐다. 0.75평 방에 열다섯 명이 구겨 넣어져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아우성·슬픈 울음·신음소리...앉을 수도 없어 선 채로 밤을 지샜던 끔찍한 날들...

저는 서울에서 대전, 광주를 거쳐 전주교도소까지 26년이나 감방에서 살았습니다. 지난 1988년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

첫말을 뗀 김영식의 어깨는 들썩거렸고 소같은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 듯 물기가 가득했다.

이미 국가보안법위반으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데 다시 전향하라고 고문을 했습니다. 전향공작반은 우리들을 발가벗기고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거기에 밧줄까지 내리치니 살이 찢어지고 뼈마디가 끊어지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광주교도소의 인간 백정인 교무과장 강철형, 교회사 문승호, 간수 정화선과 백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름을 거명하던 김영식은 몸이 메어 잠시 말을 멈췄다. 그예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날 전주 고백교회에서 열린 '강제전향 양심선언 및 송환촉구' 기자회견에는 불교계의 수경·경신 스님, 천주교의 문규현·최종수 신부, 원불교의 이재정 교무장, 개신교의 한상렬·김경섭 목사, 천도교의 이두원 선생이 참여했다. 또 장명수 우석대 총장, 양순창 전북대 총장, 천승훈 원광대 총장 등 학계 인사와 이강실 전북연합의장 오경숙 전북 민가협 회장 그리고 전북 지역에 살고있는 10여 명의 출소 양심수까지 80여 명이 함께 했다. 모두 숨죽이고 김영식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62년 3월 울산 바닷가 야산에서 붙잡혀...

“그들은 전향하라고 몰아세웠습니다. 저는 제 신념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습니다. 거부하니 고문대 위에 눕혀 얼굴에 수건을 대고 주전자로 물을 부었습니다. 나중에는 고춧가루까지 섞었습니다. 숨이 막히고 목이 타들어 가고 차라리 죽여달라고 했습니다. 온몸이 터져나가는 고통으로 밀어넣고 그들은 ”교무과장 만날래 안 만날래?“하고 물었습니다. 만나겠다고 하는 순간 전향으로 간주했습니다. 내 손을 끌어다 강제로 도장을 찍었습니다”

김영식의 어깨는 더욱 들썩거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음은 차라리 비명이었다. 1962년 공작선 무전수로 내려와 울산 바닷가 야산에서 잡힐 때 뭉개뭉개 피었던 진달래가 눈에 어른거렸다. 원산항을 떠나오던 날 껑충껑충 달려오던 두 남매 현일이와 경자의 머릿결이 눈앞을 지나갔다.

김영식은 1953년 제대 후 강원도 이천군 방장면 고향집으로 돌아갔다. 방 한구석에 놓여있던 <바다는 청년을 부른다>라는 책을 보았을 때 김영식의 마음은 뛰었다. 그는 무작정 원산 도인민위원회를 찾아가 배를 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인민위원회는 수산사업소로 가보길 권했다. 배멀미를 견뎌내는 지가 시험이었는데 김영식은 배 위에서 육지처럼 몸을 놀려 합격했다.

즐겁게 선원생활을 하던 1960년 어느 날 노동당연락부의 지도원이 김영식을 찾아와 통일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영식의 집안내력과 군대 생활을 주의깊게 조사한 듯했다. 지도원은 “위험한 일이고 분계선을 넘나들다가 사고도 난다”며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김영식은 일제하에서 아버지가 보국대에 끌려간 일, 해방 후 이루어졌던 토지개혁 등을 떠올리며 기꺼이 조국을 위해 나서겠다고 뜻을 밝혔다. 그때 김영식은 1953년에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 단꿈같은 생활을 버리고 통일사업에 뛰어들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는 공작선의 무전수로 몇 차례 분계선을 넘나들다 1962년 3월 29 울산에서 체포되었다. 그날 밤 신선바위에서 접선하려는 데 갑자기 조명탄이 터졌다. 타고 있던 고무보트가 뒤집혀 김영식은 장병락 조창손 등과 함께 물에 빠졌다. 3월의 밤바다는 찼다. 겨우 보트를 바로 세워 죽도록 저었고 땅에 닿자마자 산줄기를 바라보고 뛰었다. 이미 촘촘한 포위망에 갇힌지라 산속에서 이틀을 굶주리다 잡혔다.

196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영식의 징역생활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방에서 정좌 자세를 조금이라도 풀면 교도관들에게 구둣발로 무릎을 까였다. 겨울은 특히 힘들었다. 내의도 없이 달랑 관복 하나로 추위를 이겨야 했다. 담요는 다리도 못 덮을 정도로 짧고 얇았다. 추위를 막으려고 수건을 머리에 쓰면 불려나가 옷을 벗기우고 뒷수정을 찬 채 찬바람 쌩생 부는 계단에 끓어앉혔다. 1970년 대전에서 옮겨간 광주교도소는 방에 습기가 많아 옷이나 벽에 곰팡이가 피었다. 눅진눅진하고 쾌쾌한 냄새가 방안을 맴돌아 괴로웠다.

하루하루가 힘든 징역생활에 차원이 다른 시련이 다가왔다. 72년 유신체제가 만들어지고 반공을 국시로 이데올로기 전쟁에 나선 박정희 정권은 감옥 안의 장기수들을 '방치'할 수 없었다. 한국전쟁 이후 20년 정도 유기징역 선고를 받은 비전향수들의 출소 시점도 임박했던 지라 박정권은 전향공작 계획을 세웠다. 당시 장기수들이 있는 감옥에는 중정은 물론 보안사, 치안본부 대공국의 담당관이 배정되어 있었다. 중앙정보부는 중앙정보부법의 '조정권'을 갖고 대공심리전국이 주도하여 광주, 전주, 대전, 대구 등 교도소별로 전향공작반을 만들었다.

전향공작은 초기에는 금지였던 가족면회와 편지를 허용하고 운동시간을 늘려준달지 빵이나 일용품을 나눠주는 회유방식이었다. 또 “출역을 나가게 해주겠다, 가석방 심사를 받게 해주겠다. ”라고 꼬드기며 전향선언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없자 끔찍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공작반 밑으로 교도소 내 폭력 전과자들을 '떡봉이'라는 이름으로 동원, 마구잡이 폭력을 휘둘렀다. 그런 고문 끝에 전향한다는 도장을 받아냈고 김영식도 이때 물고문과 여러 끔찍한 고문을 겪다가 강제전향을 당한 것이다.

도장을 찍은 이후 전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수치심에 괴로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꿋꿋하게 버텨낸 동지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죄책감에 넋이 빠져 살았고 출소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젠가 북으로 돌아갈 그 날에 가족들을 당당하게 보지 못할 생각을 하니 죽고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전향취소 선언을 하고 인간이 되었습니다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김영식은 울부짖듯 말을 이어갔다. 쩌렁쩌렁한 그의 외침은 고백교회의 벽까지 뚫을 기세였다.

김영식은 1973년에 이루어진 전향은 고문에 의한 것이기에 취소를 선언한다고 밝히며 “이제 나도 인간이 되었습니다. 마음속 암덩이를 이제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이 전향취소 선언으로 박해를 받더라도 각오하고 맞서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말을 마쳤다.

김영식이 이날 양심선언을 한 것은 2000년 9월 2일 일차송환에서 탈락한 게 중요한 계기였다.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을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그해 9월 2일 63명이 일차 송환되었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통일부는 송환조건으로 ‘비전향’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수 많은 장기수와 인권단체, 통일운동 관련단체들이 고문에 의한 강제전향임을 들어 “희망자 전원 송환”을 내세웠지만 통일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일각에서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송환’을 요구하자 이를 의식한 듯했다.

결국, 김영식은 일차송환에 끼지 못했다. 한양대에서 열린 환송회에서 장기수들이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을 김영식은 미어지는 가슴으로 연단 아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김영식은 2000년 9월 2일 공작선을 같이 탔던 조창손, 장병락이 가족의 품으로 떠나는 것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스러웠다. 자신도 오려니 기다릴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듯 했다. 다시 치떨리는 분노가 솟았다. “내가 원해서 도장을 찍은 게 아닌데...내가 원해서 전향을 한 게 아닌데...”

고문에 의해 이루어진 강제전향은 김영식과 장기수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장기수내에서도 ”고문에 의한 것이건 아니건 어쨌든 전향을 한 것 아니냐“는 의견과 ”사상 탄압으로 빚어진 일인데 어찌 이를 인정할 수 있느냐“ 등등 의견이 분분했다. 강제전향을 당한 이들은 징역안에서는 수치심에 얼굴을 들지 못했고 출소해서는 변절자라는 부끄러움에 연락을 끊고 외톨이로 목숨만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강제전향을 당해 선전도구로 이용되는 고통까지 겪었다.

다행히 2002년과 2004년 국가기관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강제전향은 위헌적인 사상전향제도에서 비롯된 국가의 위법 행동으로 이뤄진 일이기에 강제전향은 전향이 아니다“는 결정을 내려, 이들의 응어리진 마음에 다소나마 위로가 되었다.

김영식 이전에도 용기를 내어 정순택과 유연철이 전향취소선언을 했었다. 1999년 4월 23일 자 한겨레신문의 광고면을 통해서였는데 기자회견 같은 공개행사를 통해 전향취소를 밝힌 경우는 김영식이 처음이었다.

김영식의 선언에 힘입어 2001년 2월 6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비전향장기수 32명이 모여 ‘장기구금 양심수 전향취소선언과 북녘 고향으로의 송환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부분 강제전향을 당해 송환 신청서를 썼지만 탈락했거나 출소 후 혼자 살면서 송환신청 자체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또 남쪽에서 결혼해 가정을 꾸렸기에 가족을 두고 떠날 수가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이날 선언을 했던 이들의 복역기간을 보면 30~35년이 5명, 20~29년이 17명, 20년 이하가 11명으로 2/3이상이 20년 이상을 복역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요구는 2005년 정동영이 통일부 장관이 되면서 이루어질 듯했으나 보수단체의 반발과 그해 12월 정동영이 장관직을 사임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그 후 20여 년이 흘러 2018년 4월 27일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자 기대가 싹텄으나 이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출소 후 극심했던 몸고생 

1988년 12월 출소해서 김영식의 생활은 고달팠다. 감옥 문을 나올 때는 으리으리했다. 김남주, 신영복 같은 쟁쟁한 인사들과 함께 나왔기 때문이다. 김영식은 이날 은근하게 배때미(배 터지게 먹는 다는 말로 김영식의 고향속어로 여겨짐)를 기대했다. 웬걸! 감옥문을 나서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김영식을 완주군 구이면 대덕리로 데려갔다. 동의도 구하지 않고 영장도 없이. 그곳은 머리빗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거의 구금하듯 공장으로 밀어넣었다. 그라인드는 크아앙 소리를 내며 재료를 잘라냈고 온갖 먼지가 휘날렸다. 하루 종일 일을 하는데 식사도 월급도 신통치 않았다. 차라리 교도소가 더 낫다고 김영식이 생각할 정도였다. .

그때 원암수양관을 운영하며 노숙인을 돌보던 백영규가 소식을 듣고 김영식을 찾아와 같이 살자고 했다. 김영식은 어딘들 머리빗공장보다 못하겠냐 생각하고 따라나서 수양관에서 장애인들을 돌봐주었다. 마침 수양관을 드나들던 목수 한 사람이 “멀쩡한 사람이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는냐”면서 진안군의 마이산 근처 신천 부락에 있는 돌 공장을 소개해줬다.

김영식은 그곳을 찾아갔다. 채석장에서 실어온 돌을 망치로 깨고 분쇄기에 집어넣어 돌가루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이곳도 머리빗공장처럼 하루 종일 가루와 연기가 날렸다. 월급 역시 몇 푼 안 되는데 일은 빗공장보다 더 고되었다. 이때의 고통을 김영식은 1989년 12월 4일 일기에 남겼다

짧은 시간도 살기가 아득한 시간 망치는 돌을 때리고

돌은 나의 다리와 온몸을 사정없이 때리는구나

몸은 물에 빠진 것 같이 흠뻑 젖었다 말랐다 몇 번이던가

돌가루는 연기와 같이 온 몸을 휘감고 도는구나

이렇게 돌과 싸워야 생활 수단을 구할 수 있구나

그때 무기징역 받고 복역하다가 제일 나중에 출소한 김중종이 찾아왔다. 그는 다시 원암수양관으로 돌아가 같이 살자고 했다. 무슨 방안이 있는지 몰라도 수양관 직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은 그를 따라갔고 거기서 소개받은 여자와 잠시 살림도 차렸다.

평화로울 것 같은 수양관 생활은 뜻밖의 사건으로 깨졌다. 김영식은 화단 마당에 여러 꽃과 화초를 심었는데 이승만 밑에서 일했던 수양관 직원 하나가 김영식이 화단에 인민공화국 국기를 만들었다고 시비를 걸며 장작개비를 휘둘렀다. 할 수 없이 그는 도망치듯 나와 여기저기 건설현장을 돌아다녔다.

집도 없던 그는 현장 막사에서 아니면 스티로풀을 깔고 한뎃잠을 잤다. 건설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1990년 6월 17일 일기에 이렇게 남겼다. 그의 나이 쉰여덟 살 때다.

3층으로 흙을 지어 올려 채우는데 다리는 떨리고 흙은 등에서 짓눌어 더욱 무겁기만 하는구나 온 몸은 물에 빠진 듯이 처져 있고 숨은 가프고 아랫도리가 매세하구나. 있는 힘을 다하여 부지런히 해도 주인은 더욱 채찍질이다. 짧은 인생 살기가 이렇게도 어려운가? 이 세상 떠나면은 무인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쓰라린 고통을 겪으면서 순간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나? 잘 살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김영식이 출소할 당시만 해도 사회안전법이 있어서 한 달에 한번 전주경찰서에 동향보고를 해야 했다. 김영식은 전화도 없고 전주경찰서 전화번호도 모르고 보고할 마음도 없어 무시하고 살아가는데 김중종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다. 연락이 두절된 김영식에게 전주지방검찰청이 수배령을 내리며 김중종에게 “김영식을 찾아와라, 못찾으면 네게 책임을 묻겠다”며 닦달했다는 것이다.

그날로 김영식은 동향보고를 하러 전주경찰서에 들어갔다. 자진 출두한 김영식에게 전주경찰서 형사들은 무릎을 꿇게 하고 “김영식이 말이야 10리 밖을 못나가게 되어 있는데 옮겨가면 연락을 해야지 이게 뭐야”하며 발길로 툭툭 찼다. 그리고 경찰들은 자기네끼리 의논하더니 지역의 한 건설업체 대표에게 “이 사람 일도 시키면서 관리를 하라” 며 김영식을 감금하다시피 맡겼다.

 김영식은 거기서 3년간 일을 했다. 그의 말대로 “이를 악물고 고생하면서”. 그런데 3년간 입에 풀칠만 시키고 월급 한 푼 주지 않았다. 김영식이 밀린 임금을 달라고 대들자 부도가 나서 돈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김영식은 전주경찰서를 찾아가 해결을 요구했다. 전주경찰서는 김영식을 떠맡겼으면서도 문제가 생기니 자기네는 ‘재정’에 대해선 관계를 안 한다고 딴전을 피웠다. 한 달에 3, 40만 원 정도를 받기로 하고 일을 했는데 3년 치나 못 받았으니 큰돈이었다. 김영식은 변호사를 사서 겨우 일부를 받아냈다.


그 후 김영식이 찾아간 곳이 서지영이 있던 소양의 산장이었다. 거기서 밭을 일궈 옥수수와 고추를 심었는데 동네 할머니 하나가 김영식을 얕잡아보고 허락도 없이 다 따가고 말았다. 이게 주민들과 싸우는 빌미가 되어 김영식은 그곳에서도 쫒겨났다. 다음으로 간 곳이 비닐공장, 그리고 또 다른 공장들...

김영식은 출소 후 몸고생을 못지 않게 돈고생도 했다. 10여 년간 어찌어찌 모은 이천여만 원을 높은 이자를 쳐준다는 보험회사에 맡겼다. 그런데 전주에서 같이 고생하던 옛동지가 돈이 필요하다고 찾아왔다. 김영식은 보험회사에 묶여있어 찾기 쉽지 않다. 그게 되면 빌려주겠다고 했다. 옛동지는 보험회사에 가서 드러눕다시피 싸워서 김영식의 돈을 찾아 빌려갔다. 문제는 그 후, 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원금을 돌려주지 않아 얼굴 붉히는 일이 벌어졌다. 나중에야 원금 일부를 돌려받았을 뿐이다. 김영식은 그의 말대로 “여자한테도 안 가고...” 착실하게 돈을 모았는데 무일푼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후에도 보험에 들었다가 형편이 어려워 깨면서 180만 원이나 부었던 원금을 40만 원 밖에 못 받기도 했다. 전주 팔복동에 사는 아줌마 하나도 돈을 빌려 갔는데 다음 주, 다음 달하면서 2년간 이자도 한 푼 안 주더니 결국 다 떼먹고 말았다.


화원과 농장이 된 낙성대 

이런 고단한 삶에 안정과 평화가 찾아온 것은,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거주하던 장기수들이 1차 송환때 북으로 가고나서였다. 만남의 집 공간에 여유가 생기자 권오헌양심수후원회장은 김영식에게 어려운 전주생활을 정리하고 올라올 것을 권유했다. 김영식은 늙은 몸으로 공사판을 계속 떠돌 수도 없고 서울에서 2차 송환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마고 했다.

낙성대에서 같이 생활하게 된 이는 정순덕, 정순택, 문상봉 등이었다. 정순덕은 마지막 빨치산으로 유명했던 여전사였고 1921년생 정순택은 이미 80대로 가장 나이가 많은 큰 형님 격이었다.

김영식은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마당에 나무를 심고 화초를 키웠다. 그가 나서부터 보고 배운 일이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일이다. 김영식에게 어린 시절 농사는 사무친 아픔이었다. 10대의 어린 소년으로 일본놈들에게 보국대로 끌려간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꿔야 했다. 엄마가 혼자 고생하게 놔둘 수 없었다.

추수가 끝나고도 손을 놀릴 수 없어 산에서 땔감을 해 장터로 나갔다. 몇 날 며칠을 힘들여 모은 땔감을 지고 가면 장꾼들은 서로 입을 맞춰 헐값만 불렀다. 그때 김영식은 세상이 농사꾼을 호구로 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원산에 나가 배를 탔지만 농사는 몸에 배어 있었다.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숙식이 해결되니 몸에 밴 습관대로 김영식은 만남의 집을 꾸미는데 정성을 쏟았다. 양심수후원회장이었던 안병길 목사의 농장이 경기도 시흥에 있었는데 김영식은 거기서 가을배추를 심다가 난생 처음 빨간 나팔꽃을 보았다. 만남의 집에 어울릴 것 같아 그 씨를 가져다 심었다. 그는 매일 나팔꽃을 들여다보고 볏짚으로 끈을 꼬아서 줄을 매주고 돌봤다. 나팔꽃의 덩굴은 쭉쭉 뻗어 올라갔다. 그걸 지켜보는 건 기쁨이었다. 그는 “식물에도 눈이 있는지 꽃줄기가 여러 개인데 전부 다 시계방향으로 감아 올라간다”고 일기에 적었다.

김영식은 또 유실수를 심었다. 그가 낙성대에 왔을 때 마당에는 이미 앵두 모과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담장을 따라 철쭉, 진달래, 단풍나무, 고욤나무가 있었다. 그는 고욤나무에 감을 접붙여 열매를 거뒀다. 2006년, 한겨레신문사에서 북에 사과나무 묘목을 심어주는 운동을 했을 때 그는 전북 장수의 한 사과나무농장에서 가서 5만 원짜리 묘목을 사 ‘김영식’이란 이름표를 달아 동참했다. 거기서 버려진 묘목을 낙성대로 가져와 ‘통일나무’라고 이름 짓고 심었다. 그때 쓴 시가 한편 있다.

서울에서 장수로 왔다. 사과나무 만나러

사과나무야 네가 평양으로 간다지

가면 무럭무럭 자라 북 어린이들 건강 보장하려무나

남에서 북으로 간 사과나무가

북 어린이 도와 평화의 마음이 솟아나게끔 하려나

남북 어린이 화합에 외세가 분단시킨 조국을 하나 되게끔 하려무나

통일 사과여 조국 통일이 빨리 오게끔 더 많이 열리기를 바란다

지금 통일사과나무는 열여섯 나이가 되어 가을에는 제법 많은 열매가 열린다. 김영식은 또 고무다라에 관상용 벼를 심고 포도를 잘 키워 여름에는 울창한 숲이 될 정도로 만남의 집을 가꾸었다. 양심수후원회 사묵국장이었던 류제춘은 “만남의 집 텃밭은 씨뿌리고 가꾸고 수확하는 통일 세상을 그리는 마당이며 봄·여름·가을·겨울을 잇는 작은 우주다. 선생님은 우주를 가꾸는 멋진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낙성대는 자그마한 농장이며 화원이 되었다. 봄에는 꽃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푸르름에 눈이 즐겁고 가을에는 과실을 거두고 겨울에는 소출을 가지고 먹거리를 만든다. 쌀을 튀겨 한과를 만들고 쌀가루를 내어 부침을, 마당에서 딴 감으로 곶감을 치고 동치미도 담근다. 김영식은 이런 음식을 싸 들고 여기저기 농성장을 찾아가 크고 투박한 손으로 사람들에게 건넸다.


지하철을 타면 꼭 몸벽보를 했습니다

김영식은 만남의 집을 나설 때 꼭 몸 벽보를 두른다. 탑골공원에서 목요일마다 열렸던 민가협집회에 참석할 때 그는 싸움터에 나가는 전사가 갑옷을 두르듯 몸벽보를 걸쳤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국가보안법 철폐” “미군 철수” “후손에게 통일된 조국을 물려주자” 등 문구를 담았다.

몸벽보 투쟁의 원조는 낙성대에 있던 정순택선생이다. 그는 1차 송환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제외된 후 그 울분을 몸벽보 투쟁으로 풀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가는 곳마다 언제나 몸벽보를 둘렀다. 그가 2005년 9월 세상을 뜨자 김영식은 이 몸벽보 투쟁을 이어받았다.

지하철에서 몸벽보를 두르고 짧은 연설과 구호까지 외치니 김영식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노인들과 충돌이 많았다. “저 이북 놈 같으니”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주먹질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뿐아니었다. 목요집회가 끝난 2012년 11월 15일엔 5호선을 타고 강담과 신길역을 지나고 있을 때 신고를 받은 역무원 둘이 다가와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버텼더니 양쪽에서 팔을 잡고 끌어내렸다. 이날 과태료처분까지 받았다.

2012년 12월 9일에도 5호선 열차에서 몸벽보 홍보활동을 하다가 “소란행위’를 일으켜 경범죄처벌법 제1조 26호를 위반했다.”고 과태료 5만원을 먹었다. 판사는 “마이크를 쓰지 않았고 재산도 없으니 가볍게 처분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두 번의 과태료를 포함, 5호선은 김영식에게 악연이었다.

2016년 6월 8일에도 큰 봉변을 당했다. 지하철 4호선에서 선전을 하는데 30대 승객이 시비를 걸었다. 그는 김영식의 팔을 비틀어 꺾으며 전동차에서 끌어내렸다. 이날은 중부경찰서로 연행되어 조사까지 받았다.

좋은 추억도 있었다. 한 칸 한 칸 옮겨가며 선전을 하다 보면 입이 갈라지고 목마를 때가 많은 데 김영식을 지켜본 사람들이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내밀 때가 있다. 그에겐 달디단 감로주였다. 어떤 젊은이는 김영식에게 너무나 멋진 일을 한다고 안아보겠다 해 서로 껴안은 적도 있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어느 날인가 김영식이 탑골공원 민가협집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데 어떤 여인이 길을 몰라 김영식이 안내해줬다. 그는 김영식의 어깨띠를 보고 “이거 하면 하루 얼마 받냐? 우리 아들이 놀고 있어서 그런다, 좀 알려달라”고 했다. 김영식은 빙그레 웃으며 여인을 돌려 세웠다. 때로는 지하철상인들과 같은 칸에서 만날 때가 있었다. 보통 그쪽에서 김영식선생에게 다른 칸으로 옮겨달라고 양해를 구하는데 김영식은 선선히 그 청을 받아들였다.

몸벽보 투쟁을 하면서도 평가와 반성은 충실히 했다. 함께 몸벽보 투쟁을 했던 최동진선생과 의논하기를 ▲감정을 너무 앞세우지 않는다 ▲차 안에 사람이 많으면 유인물만 나누어 준다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으면 피한다 는 원칙을 세웠다.

2015년 가을부터 김영식은 건강이 나빠져 2016년에는 입원까지 했었다. 아픈 가운데서도 보안관찰법에 따라 조사를 받았다. 2016년 3월 21일 일기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몸벽보와 선전투쟁을 계속하다 조사를 받으러 가야하는 답답한 마음이 적혀있다. 김영식은 2016년 촛불혁명 때는 아픈 몸을 이끌고 광화문투쟁에 빠지지 않았다.

코로나가 시작한 2020년부터 조금 주춤했지만 지금까지 김영식의 투쟁은 쉼 없이 이어졌다. 그는 몸벽보 투쟁만 하는 게 아니다. 미대사관 앞에서는 전쟁연습 중단을 외치고 통일부 앞에서는 ‘2차 송환’을 즉각 실시하라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북에 가면 밤농사를 해 남녘의 동포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1933년생 김영식, 이제 그의 나이도 구십을 바라본다. 다행히 이곳에 결연을 맺은 양아들과 손주격인 어린이 둘이 있다. 그들의 따뜻한 보살핌, 낙성대 만남의 집이 지닌 온기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바램은 오직 하나 남북관계가 빨리 호전되어 고향에 가는 것뿐이다. 김영식은 2019년 이산가족 상봉 대상 명단에 올랐다. 적십자사에서 “상봉단 일원으로 추첨되었으니 신청서를 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잠시라도 얼굴을 본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는 기대에 밤잠을 설쳤다. 그런데 적십자사는 실무접촉 결과 “가족들 생사 확인불가”로 방문자 명단에서 제외된다고 통고를 해왔다.

김영식은 공작원이기에 북측의 당국에서 자신의 가족을 특별관리 했을 터인데 생사확인이 안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적십자사에 항의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영식은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때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 지금은 마음을 추슬러 남쪽에서 조금이라도 더 통일운동을 펼치다가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올라가겠다는 생각이다. 민족을 위해 희생을 각오한 터이니 주어진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통일의 기운을 만드는 일에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살아서 북에 올라가게 되면 김영식은 조그만 밤 농장을 일구려 한다. 그는 즐겨 원산에서 선원생활을 했던 때를 회상한다.

아니 무슨 바다 밑에 고기가 그렇게 많아, 명태를 잡는 데 저만치 바다에서 하얀 달이 떠오르는 것 같아. 그물에 명태가 가득 차서 저절로 떠 오르더라고, 끌어당겨서 한 세 번만 실으면 배가 잔뜩 차 쟁일 데가 없어. 고기 무게에 배가 내려앉아 뱃전에 물이 찰랑찰랑거릴 정도야. 어떤 배는 욕심 사납게 싣고 오다 큰바람에 가라앉고 말았지. 명태만이 아니야 가자미 청어 한길도 넘는 다랑어도 잡았지.

하지만 이젠 배를 타기엔 나이가 너무 들어서 밤농사를 지겠다는 마음이다.

밤농사를 잘해 북녘 가족에겐 물론이고 남쪽 동포, 낙성대 식구들, 통일운동하는 젊은 청년들, 그리고 양아들과 손주에게 가을마다 밤을 보내는 게 꿈이라고 늘 말한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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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과드립니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서 무릎꿇은 국힘 김예지 의원

등록 :2022-03-28 09:08수정 :2022-03-28 09:31

“적절한 단어로 소통하지 못해 죄송” 이준석 대신 사과
출근길 시민에게도 사과하며 장애인 권리 예산배정 노력 약속
28일 아침 8시35분께 충무로역까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 함께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경복궁역에서 함께 지하철을 탄 김 의원은 충무로역까지 안내견 조이와 시위에 동행했다. 박지영 기자
28일 아침 8시35분께 충무로역까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 함께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경복궁역에서 함께 지하철을 탄 김 의원은 충무로역까지 안내견 조이와 시위에 동행했다. 박지영 기자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참여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같은 당 이준석 대표가 연일 장애인 시위를 “독선”과 “볼모” 등으로 비판하기 시작한 지 사흘 만이다.

 

이날 아침 8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시작하기에 앞서 김 의원은 “저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여러분과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는 시각장애인”이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그동안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아서 이렇게 다른 분들께 혐오의 눈초리와 화를 내시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장애계를 대변해주심에 감사드린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사고나 중상을 당해야 언론이 주목하고, 언론이 주목하면 정치권이 관심을 가진다. 책임을 통감하고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정치권 대표해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곧장 무릎을 꿇었다. 지난 25일부터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장애인 시위에 대한 무분별한 질타를 대신한 사과였다. 

 

그의 옆엔 안내견 조이가 있었다.김 의원은 출근길 시민들에게도 사과하는 동시에 갈등 조정과 장애인 관련 예산 배정 노력을 약속했다. 김 의원은 “출근길 불편함을 토로하고 계신 많은 국민들 또한 정치권이 겪어야 할 불편을 여러분들이 겪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며 “여야 막론하고 장애인 이동권, 시민 편의 등을 위해 법을 개정하고 만들며 많은 목소리 대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잘못된 워딩과 잘못된 표현을 통해서 각자 입장을 조정하고 조율하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한편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인수위원장도 당선인도 당대표도 아니지만 대신해서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집회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국민들게 어떻게 하면 서로 입장 이해할 수 있을지 조정·조율 노력을 통해 말로만 통합하는 것이 아닌, 말로만 국민의힘이 아니라 진짜 힘이 되고자한다”며 “인수위에 여러분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장애인 권리 예산을 바라는대로 100%는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알리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끝으로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하지 못한 일을 여러분이 겪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며 “장애인이 편해야 모두가 편해진다. 

 

유아차, 휠체어 어르신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편의시설 조금 더 넓게 생각하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하겠다. 갈등 조장하는 게 아니라 조율하기 위해서 경청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발언 이후 8시19분께 경복궁역에서 함께 지하철을 탄 김 의원은 충무로역까지 전장연과 동행한 뒤 국회로 출근했다.

 

▶관련 기사: 이준석 “볼모”에 놀란 김예지 국힘 의원, ‘이동권 시위’ 참여한다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36408.html

이준석 “당대표로 주안점은 이동권” 말해놓고 ‘대선 후 뒤집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6434.html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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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여덟 번째 브리핑

 
오늘은 천안함 12주년 입니다
 
신상철 | 2022-03-26 10:47:1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여덟 번째 브리핑

   · 2010 천안함 사건, 2012 총·대선 개표부정, 2014 세월호 사건
   · 언론개혁, 검찰개혁, 국방개혁, 사법개혁, 교육개혁 그리고 적폐청산
   · 지난 5년, 도대체 이룬 것이 무엇입니까?


문재인 대통령님,

작년 6월 15일, 故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일구셨던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21주년 기념일이었던 그날, 저는 <대통령님께 드리는 일곱 번째 브리핑> 글을 제가 운영하는 <진실의길> 사이트에 올리고 등기우편으로 청와대 비서실로 발송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청와대로 보내드렸던 여러 번의 브리핑 서신을 단 한 번이라도 직접 받아 보신 적이 있는지 무척 회의감이 듭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웹서핑을 하는 가운데 인터넷에서 보기라도 하시길 기대하며 정성껏 작성하여 온라인에 올려 왔습니다. 오늘 드리는 글은 그 여덟 번째 브리핑이며 이 또한 등기우편으로 보내 드릴 것입니다.

청와대 참모들 그리고 수석들. 참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대통령 심기가 조금이라도 불편할까봐 전전긍긍하며 눈 막고 귀 막고 서신 막느라 애쓰는 모습들이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 참모들 앞 줄에 세워놓고 마음이 편하셨습니까? 그래서 맞이한 지금의 현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열렸던 천안함 사건 관련 회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가 지난 후 청와대 안보 관련 회의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당시 참석했던 분들에 관하여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 회의의 내용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무엇인지> 혹은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논하는 회의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 그 판도라의 상자를 <언제 어떻게 열 것인지 여부>가 주요 논제였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열지 않기로> 결론내렸다고 들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 보고받으신 사실이 있습니까? 그렇게 결론 내리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습니까? 아무리 ‘불편한 진실’이라 하더라도 사실 그대로, 밝혀진 바 그대로, 보고 받은 바 그대로 국민들께 소상히 밝히라고 말할 용기는 없으셨습니까?   

2015년 ‘폭침 발언’의 족쇄

2015년 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라는 타이틀과 종북 프레임의 무게감에 압제된 나머지 ‘천안함 폭침 발언’을 하셨던 것에 대해 천추의 한이 될 정도로 후회막급이셨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그때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정치정략적으로 유리하다고 꼬득이며 조언했을 주변의 참모들이 원망스럽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정치적 유불리로 진실을 덮은 행위는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 족쇄를 끊어내고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이고 용기인지 그 정도도 모르는 분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께서는 기본적으로 선하고 여린 심성을 가지신 분이시기에 그 갈등의 크기가 결코 적지 않으리라는 사실 저는 충분히 짐작합니다.

문재인 정부 3년 천안함 재조사 왜 외면하나

재작년 3월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가 청와대에서 질문을 하였습니다. “청와대가 천안함 침몰사건 10주기를 맞았지만 그동안 제기된 의문에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출범한지 절반 이상이 지났는데도 이전 정부가 발표한 대형 의문사건에 적극적인 검증노력을 벌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고 따져 물었습니다.

저는 2년 전 미디어오늘의 그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가 “무슨 소리냐, 천안함은 북한 공격에 의한 폭침이다!”라고 답변하지 않았던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취지는 이해.. 재판진행인 사안”이라고 답변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제 희망사항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청와대가 10년에 걸쳐 진행중인 천안함 관련 재판을 염두에 두고 있고, 그렇다면 항소심 최종 판결에서 첫째, 천안함 어뢰의 백색물질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것과 둘째, 천안함 프로펠러가 ‘S자’로 휘어진 것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내용 또한 청와대가 알고 있으리라는 저의 기대는 그저 허무한 꿈에 불과했습니다.

항소심 최종 판결이 갖는 무게감은, 저에 대한 ‘무죄판결’의 의미도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폭침의 결정적 증거라고 국방부가 내세웠던 ‘어뢰 백색물질’의 성분과 ‘프로펠러 휘어짐 현상’에 관하여 사법부가 의문표를 찍음으로써 <과학적 재조사>의 필요성을 명백하게 적시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렇게 비겁하게 임기를 끝내시렵니까?

국민들께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소상하게 밝히고 퇴임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임기 5년의 대통령직을 마무리하면서 5천만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 그리고 8천만 민족 앞에 소상하게 밝혀야 할 중대한 소임이자 책무인 것입니다. 그 무거운 역사적 책무를 가벼히 여기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진실을 펼쳐 내는 것만이 우리 국민 앞에, 우리 민족 앞에, 우리 겨레 앞에, 민주 영령 앞에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 앞에 서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부디 아시기 바랍니다.

그 책무를 방기한 채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퇴임 후 봉하마을에 가서 무슨 낯으로 부엉이 바위를 쳐다보시겠습니까?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께서 ‘친구’라고 불러주셨던 그 음성이 귓전에 맴돌지 않으십니까? 지금의 그 용기없고 비루한 모습이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부디 진실을 펼쳐 낼 용기를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진실(眞實)이 가진 힘은 무서운 것입니다. 진실(眞實)은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부력에 의해 반드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그리고 진실(眞實)이라는 놈은 마치 호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반드시 바지를 뚫고 나와 허벅지를 찌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70년의 인생을 헛사신 겁니다.

부디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세상에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더이상 비겁해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자리에서 퇴임하는 날 떳떳하고 당당하게 내려오는 대통령이 되시길 바랍니다. 

진실을 외면하였을 경우, 진실을 알면서도 은폐하였을 경우 그것은 심각한 사법적 판단 앞에 서게 된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씀드립니다.
부디 진실을 말하십시오. 국민들께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사실 그대로 알리십시오.
더 이상 비겁하고 비루한 모습을 보이지 말기를 진심으로 충언합니다.

2022년 3월 26일

前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
신상철 드림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1003&table=pcc_772&uid=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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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학 시절 휠체어 탄 선배 얘기까지 꺼냈던 이준석이…"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03.28 07:42
  •  
  •  댓글 1
 
 

‘장애인 시위 비판’ 이준석 비판 혹은 다루지 않은 언론
문-윤 19일만의 지각회동에 문 대통령·민주당 비판한 조선
같은 날 이석기 사면복권 광고 실은 한겨레, 자유한국당 문 대통령 비판 광고 실은 조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로 규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사흘 동안 7개의 글을 잇달아 올리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한겨레·경향·서울신문·세계일보 28일 아침신문은 이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중앙·조선·동아·한국·국민일보는 이 사안을 다루지 않았다. 

▲ 2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1면 머릿기사 ‘장애인 이동권 요구마저 혐오 덧씌운 이준석 정치’에서 이 대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기사는 “새 정부 출범 뒤 사회적 의제 조율에 나서야 할 정당 대표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혐오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 연일 ‘볼모’ ‘인질’ 등의 표현을 쓰며 이동권 시위를 비난하는 것을 두고 전형적인 혐오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이기적이라고 몰아가 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정 집단을 겨냥해, 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명백한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한 것을 인용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를 정파적으로 이용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장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적었다. 기사는 해당 발언이 “장애인단체들이 정치적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라며 “장애인단체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남녀 갈라치기로 ‘여성 혐오’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이 대표가 이번에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놓고 ‘선량한 시민’ 대 ‘이기적인 장애인단체’로 갈라치기에 나섰다”고도 비판했다. ‘이준석 ’장애인 시위에 경찰 개입‘, 여당 대표 자격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이 대표는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대놓고 갈라치기를 시도하는 모양이다”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4면 기사 ‘대선 끝나자 전장연 뒤통수친 이준석’에서는 “(이 대표는) 정작 지난해 같은 장애인단체를 만나서는 ‘당대표로서 주안점은 이동권이다’ ‘(저상버스 도입 법안에 반대하는) 기재부를 혼내는 방법은 대선에 성공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하버드대 유학 시절 휠체어 타던 선배 얘기까지 꺼내며 집권여당이 되면 노력하겠다는 말을 해놓고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시민을 볼모로 한 아집’이라며 말 뒤집기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2면 기사 ‘장애인까지 갈라친 이준석…SNS선 #전장연 후원 봇물’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촉구를 위한 장애인들의 노력은 곧 여당 대표가 될 30대 정치인의 몇 마디로 폄훼됐고, 갈라치기 여론전의 볼모가 됐다”며 비판했다. 아울러 “장애인이동권 보장 정책은 약자를 위해 베푸는 관점이 아닌 당연한 권리 보호로 바라봐야 한다”는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의 지적도 인용했다. 

▲ 경향신문 2면 갈무리.
▲ 경향신문 2면 갈무리.

사설에서는 “수십 년간 이어온 장애인의 권리 찾기 투쟁을 불법과 부조리로 깎아내리는 공당 대표의 저열한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구조적 차별은 외면한 채, 전장연과 장애인을 ‘지하철 출입문에 휄체어를 끼워넣어 발차를 막는’ 단체·인물로 프레이밍히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혐오타깃을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이 대표에게 공동체를 분열로 몰아넣는 혐오 선동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만평에서도 이 대표의 갈라치기 행태를 비판했다.

▲ 경향신문 3면 만평 갈무리.
▲ 경향신문 3면 만평 갈무리.

서울신문은 5면 기사 ‘사흘간 8번이나 장애인 시위 때린 이준석’에서 “이 대표가 장애인 단체의 시위 방식을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당대표를 대신해 사과하겠다고 밝혔다며 김 의원은 통화에서 “제가 저지른 발언은 아니지만 정치권을 대신해 집회 장소에 나가 사과를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서울신문 5면 기사 갈무리.
▲ 서울신문 5면 기사 갈무리.

세계일보는 비교적 장애인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찬반 의견을 같은 비중으로 제시했다. 11면 기사 ‘장애인 시위 저격 이준석發 찬반논쟁 격화’에서 장애인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찬반 의견에 더해 이 대표의 SNS발언, “장애인 이동권이 아직까지 보장되지 않은 데엔 정치인에게도 책임이 있는데, 마치 남의 얘기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의 말을 인용했다. 

문-윤 지각회동, 조선 "문 대통령 무리한 고집부려…민주당은 훼방 수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오늘(28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만난다. 대선 이후 19일 만의 회동이다. 인사권 행사와 집무실 이전 문제로 갈등하던 두 사람은 역대 대통령-당선자 중 가장 늦게 만나게됐다. 앞서 문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지난 16일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예정된 시간을 4시간 앞두고 무산됐다. 

한겨레를 제외한 8개의 아침신문은 모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회동을 1면 기사로 다뤘다. 한겨레는 2면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다. 9개의 아침신문 모두 사설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논했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 각각에 책임을 묻는 경중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책임을 모두 묻는 신문이 가장 많았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신구권력 모두 실책이 있었다. 윤 당선인 측에서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은 오만한 행태였다”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청와대가 감사위원 인사를 강행하려 한 것도 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린 대선 결과를 다시 한번 새길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신구 권력 갈등을 촉발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는 순리대로 풀면 된다”며 “집무실 이전은 윤 당선자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안보 문제와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해 취임 뒤 준비기구를 꾸려 차분히 진행하는 쪽으로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 문제 역시 현직인 경우는 남은 임기를 보장하고, 신규 인사는 당선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게 맞다”고 했다. 

▲ 조선일보 3면 사진 갈무리.
▲ 조선일보 3면 사진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윤 당선인은 떠나는 문 대통령을 최대한 예우해야 한다”며 “두 사람의 회동을 전후해 상대방을 비방하는 양측 인사들의 감정적 발언은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 국민 전체를 보지 않고 자신들의 강경 지지층만 쳐다보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두 사람의 회동은 구체적 성과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이 현안에 대해 두루 인수인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이런저런 이유로 현 정부가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윤 당선인은 자기 임기 중에 책임 있게 추진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예비비를 얻어내는 것보다 외교 안보 방역 등 현안에 대해 충분히 듣고 조언을 구하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책임 강조에 더 비중을 둔 곳은 중앙·조선일보였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특히 분명한 성과를 강조하며 “어렵게 실현된 자리인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내야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면목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눈앞의 경색 정국을 풀려면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전향적인 자세가 요청된다”며 “0.7%포인트 차이라해도 국민은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40여 일 후에 물러날 현직 대통령은 상황을 인정하고 권력 이양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도 책임이 크다”며 “총리 입명과 정부 조직 개편 등 핵심 공약과 인사권 행사는 172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신구권력 갈등 원인으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행동을 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설은 “문 대통령은 자신도 공약했던 집무실 이전을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일해야 할 감사위원과 공공기관장 등을 자신이 임명하겠다고 고집부렸다”며 “애초부터 문 대통령의 무리한 욕심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을 향해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대장동 특검은 시간만 끌며 막더니 윤 당선인을 겨냥한 특검 법안을 제출하며 칼을 겨눴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법안을 문 대통령 임기 중 처리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이 인수위에 제출하는 업무 보고 자료를 자기들에게도 보내라고 했다”며 “정권 인수 비협조를 넘어 훼방 놓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로 더 이상 갈등을 키우지 말고 집무실 이전 문제 등에서 윤석열 정부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도리다. 윤 당선인도 점령군식 태도나 밀어붙이기 보다는 상대를 예우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광고 실은 조선, 이석기 사면복권 광고 실은 한겨레

조선일보는 34면에 자유민주당의 ‘전임 대통령은 장기투옥, 후임 대통령의 청와대 개방은 훼방, 문재인 대통령의 몽니!’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광고는 “문 대통령은 업보를 얼마나 받으시렵니까? 박정희 부국강병 대통령의 2세인 전임 여성 대통령은 4년 9개월이나 잔인하게 가둬놓았고, 후임 대통령에겐 자신은 못 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훼방놓는 몽니 심술의 본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34면 광고 갈무리.
▲ 조선일보 34면 광고 갈무리.

해당 광고에는 ‘궁궐식 청와대는 국민 품으로 돌리고 대통령 집무실을 소통 구조로 재구성·이전하는 약속은 모든 국민의 환영을 받았다’, ‘집무실 이전은 안보와 무관하다. 새 대통령을 방해하려고 문 대통령과 북한이 원팀으로 움직이냐’, ‘반대 전문 여당 정치인들의 거짓 선동을 국민은 이젠 용서치 않다. 주한미군이 있는 이상 북한의 서울 폭격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실렸다.

한겨레는 1면에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의 이석기 전 의원 사면복권 광고를 실었다. 이석기 전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비판 여론이 높던 2013년 여름 내란 음모 등 혐의로 체포되었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당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RO’라는 혁명조직의 비밀 회합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RO’는 실체가 없었고 내란 음모는 무죄였다. 

대법원에서는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확정했는데, 이때 대법관 3인은 내란 선동 역시도 무죄라고 봤다. 이들 3인의 대법관은 ‘양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 보장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양보하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아니 된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1면 광고 갈무리.
▲ 한겨레 1면 광고 갈무리.

26일에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주변에서 ‘이석기 전 국회의원 사면촉구 수도권 대회’가 열렸다. 대회에는 청년, 학생, 시민, 진보당 및 시민단체 회원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광고는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책임자는 사면복권하면서, 국정농단으로 8년이 넘게 독방에 갇힌 피해자는 가석방으로 끝났다”며 “이석기 전 의원 사면복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현 정부 임기 내, 이석기 전 의원 사면복권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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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강력한 공격수단 더 많이 개발해 배치할 것'

'화성포-17'형 발사 관계자와 기념촬영..'국가 안전 지킬 군사력'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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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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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포-17'형 시험발사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앞으로 국방건설목표에 따라 계속해서 강력한 공격수단을 더 많이 개발해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포-17'형 시험발사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앞으로 국방건설목표에 따라 계속해서 강력한 공격수단을 더 많이 개발해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국방건설목표에 따라 계속해서 강력한 공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해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공헌한 국방공업부문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고, 반드시 강해서 그 어떤 위협도 받지 말고 평화를 수호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다그쳐 나가며 후대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조국과 인민의 안전과 미래를 지킬 강력한 국방력 건설의지'를 다시 피력하면서 "진정한 방위력은 곧 강력한 공격능력이라고,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는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추어야 전쟁을 방지하고 국가의 안전을 담보하며 온갖 제국주의자들의 위협공갈을 억제하고 통제할 수 있다"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촬영에는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을 비롯한 국방공업부문 일꾼들과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들이 참가했으며, 기념촬영 후에는 당 중앙위원회가 마련한 연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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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국의 방아쇠 당겼다

[개벽예감 485] 윤석열, 파국의 방아쇠 당겼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3/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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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경솔한 언행들

2. 대북선제타격 강변한 도발망언

3. 인수인계회의에서 합의한 다섯 가지 안건

4. 억제대상도 있고, 제압대상도 있다

 

 

1.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경솔한 언행들

 

중대한 과제와 현안을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대통령 당선자가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경솔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언행은 경거망동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경거망동이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고, 종당에 파국을 불러온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윤석열 당선자가 계속해오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경솔한 언행들 가운데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대북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언행이다. 그러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가 남북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하여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말았는데, 윤석열 당선자가 대북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은 남북관계를 충돌로 몰아가는 도발행위가 아닐 수 없다. 도발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를 집적거리고 자극하여 충돌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대북적개심이 체질화된 윤석열 당선자의 도발망언은 그가 대선후보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를테면, 2022년 1월 11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신년기자회견 중에 북을 자극하는 도발망언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꺼내놓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날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북이 오늘 아침에도 미사일을 쐈는데 이를 방지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은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변했다. 

 

“(북에서) 마하 5 이상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핵을 탑재했다고 하면, 수도권에 도달해서 대량살상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다.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조짐이 보일 때, 3축체계의 가장 앞에 있는 킬 체인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군사상식을 가진 사람이 위의 발언을 들으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군사문제에 대해 무식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자신이 무식하면 “나는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답변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도발망언을 늘어놓았다. 전시에 북이 핵무기로 남측 수도권을 공격하여 1분 이내에 대량살상을 자행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도발망언으로 되는 까닭은, 그것이 북을 ‘핵전쟁범죄자’로 몰아가는 모욕발언이기 때문이다. 

 

북이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은 장차 통일국가에서 함께 살아갈 남측 동포들을 대량살상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북이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을 명백히 밝혔다. 2016년 3월 8일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북이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우리가 보유한 핵무력이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핵전쟁 그 자체다.”

“핵타격능력이 크고 강할수록 침략과 핵전쟁을 억제하는 힘은 그만큼 더 크다.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억척같이 다져나가는 것이 우리 조국강토에 들씌워질 핵전쟁의 참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정당하고 믿음직한 길이다.”

 

북의 핵무력이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핵전쟁 그 자체라는 말은 북이 핵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력을 보유했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 총비서는 핵타격능력이 크고 강할수록 침략과 핵전쟁을 억제하는 힘도 그만큼 더 커진다고 말했던 것이다. 따라서 북이 자기의 핵무력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핵전쟁도발위험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정당하고 믿음직한 길”로 된다는 것이 김정은 총비서의 주체적 핵무력관이다. 

 

북에서는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이 법으로 제정되었다. 2013년 4월 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 데 대한 법’ 제1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으로 가증되는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에 대처하여 부득이하게 갖추게 된 정당한 방위수단이다”라고 명시되었다. 

 

북의 핵무력만 그런 것이 아니라, 로씨야의 핵무력도 마찬가지다. 최근 로씨야-우크라이나전쟁에서 입증된 것처럼, 로씨야는 핵무기를 우크라이나인민을 대량살상하는 공격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핵무기로 로씨야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방지하는 억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북이 핵무기로 남측 수도권을 공격하여 대량살상을 자행할 것이라고 떠들어대면서 북을 ‘핵전쟁범죄자’로 몰아가는 모욕발언을 늘어놓았으니, 북은 그런 발언을 듣고 인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2. 대북선제타격 강변한 도발망언

 

2022년 1월 11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신년기자회견 중에 늘어놓은 발언들 가운데는 대북선제타격을 강변한 도발망언도 있다.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남측 수도권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라고 지적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한미련합군이 그처럼 짧은 시간에 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책은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포착하고 선제타격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남측 군사전문가들은 한미련합군이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한 경우 선제타격으로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기까지 3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하지만, 그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한미련합군이 발사준비태세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미련합군이 발사준비태세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지 못하는 까닭은, 한미련합군이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시에도 그 징후를 탐지하지 못하고, 전시에도 그 징후를 탐지하지 못한다.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은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에 나타나는 발사현상은 탐지할 수 있지만,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나타나는 발사징후는 탐지하지는 못한다.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이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하더라도, 구름이 낀 날씨라면 미사일발사현상을 탐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상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미사일엔진에서 분출되는 연소화염을 구름층이 가리게 되는데,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은 구름층 아래서 분출되는 연소화염을 포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은 미사일이 구름층을 벗어나, 고도 10km 이상 상승비행할 때 분출되는 연소화염을 포착할 수 있다.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이 고도 10km 이상 상승비행하는 미사일의 연소화염을 포착하기까지 발사시각으로부터 약 40초 걸린다.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하지 못하는 한미련합군이 발사징후를 보이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탐지하여 선제타격으로 제거한다는 말은 궤변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조짐이 보일 때, (중략)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변한 것이야말로 우스꽝스러운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한미련합군은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선제타격으로 제거하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발사 후에 비행하는 조선인민군 미사일도 요격하지 못한다. 그 까닭은 한미련합군이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대응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1)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고고도탄도비행을 하는 기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는 신형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련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는 고고도탄도비행을 하는 기존 미사일도 제대로 요격하지 못하는데,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는 신형 미사일을 무슨 수로 요격할 수 있을까. 한미련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요격할 확률은 0%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저고도변칙비행 미사일은 한미련합군의 미사일방어망을 간단히 뚫고 들어가 미사일방어체계를 전부 파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인민군은 미사일방어능력을 상실한 한미련합군을 향해 고고도탄도비행을 하는 기존 미사일을 집중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에 강력한 교란전파를 발사하여 한미련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대혼란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다. 이를테면,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조선인민군 전자교란전부대 전투원들은 군사분계선 이남지역 곳곳에 은밀히 침투하여 매복하고 있다가, 개전시각에 맞춰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교란전파를 집중발사하여 한미련합군의 무선통신체계와 위성항법체계를 대혼란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1월 30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성능이 우수한 신형 전자교란전장비를 2020년 5월부터 7월 사이에 정찰총국과 전군 전자교란전부대들에 대량으로 지급했고, 2021년 12월부터 40일 동안 실전급 전자교란전을 연습했다고 한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의 강력한 전자교란공격을 받고 대혼란에 빠진 한미련합군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 2022년 3월 9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폴 러캐머라(Paul J. LaCamera) 점령군사령관은 조선인민군이 한미련합군을 360도 방향에서 공격할 수 있어서 걱정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동서남북 360도 방향에서 전방위공격을 할 수 있는 막강한 화력타격수단을 갖춰놓았다는 것이다. 그런 작전환경에서 한미련합군이 설령 요격미사일을 몇 발 발사해도, 그것은 무의미하다.

 

한미련합군이 대북선제타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포착하고 선제타격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세간의 조롱거리처럼 보이지만, 그 궤변을 조롱거리로만 여기고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그의 궤변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가 대북선제타격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오판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런 오판에 따르면, 한미련합군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나타난 어떤 미심쩍은 현상을 미사일발사징후로 오인하고, 대북선제타격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군이 미심쩍은 현상을 오판한 것으로 하여 일촉즉발 전쟁위기가 조성된 적이 있었다. 2015년 8월 20일 한국군은 조선인민군이 고사포로 “추정되는” 무기를 군사분계선 남측으로 발사한 것으로 오인했다. 오인보고를 받고 상황을 오판한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최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에 명령하여 155mm 자주포를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사격하게 했다. 당시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포병부대가 사격한 155mm 포탄 여러 발이 군사분계선 너머 북측 지역에 떨어졌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천균일발(머리카락 한 가닥에 수만 근이 달려 있다)의 상황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준전시상태를 선포했고,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들을 임명하여 전선으로 급파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전선대련합부대들은 즉시 전투에 돌입할 완전무장을 갖추고 공격명령을 대기하였으며, 모든 민간단위들도 전시태세를 갖추었다고 한다. 북에서 준전시상태는 8월 25일까지 닷새 동안 지속되었다. 이것이 일촉즉발 전쟁위기가 조성되었던 8월 위기사태의 전말이다.  

 

그런데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대북선제타격을 거론함으로써 8월 위기사태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이 다시 조성될 위험성을 예고했으니, 이보다 더 도발적인 경거망동이 어디 있겠는가. 

 

그의 도발적인 경거망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2년 3월 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선거유세에 열을 올리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저 이북에서 미사일을 아홉 번 쏘는데도, 도발이라는 말을 한 번 못하는 (문재인) 정권이 아닌가. 국민들이 불안하면 현 정권을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으로 김정은이가 저렇게 쏘는 거다. 제게 정부를 맡겨주시면, 저런 버르장머리도 정신 확 들게 하겠다”고 마구 떠들어댔다.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북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정신이 확 들게 고쳐주겠다”는 험악한 비방발언을 토해내며 북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으니, 어찌 북을 극도로 자극한 도발망언이 아닐 수 있겠는가. 

 

2020년 6월 19일 <로동신문> 기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에서는 최고 존엄을 걸고드는 상대를 “천추에 용납 못할 악행을 저지른 쓰레기”로 단죄하는데, 그런 북의 시각에서 보면, 북이 윤석열 당선자를 “천추에 용납 못할 악행을 저지른 쓰레기”로 이미 낙인을 찍어버린 것으로 생각된다. 

 

 

3. 인수인계회의에서 합의한 다섯 가지 안건

 

2022년 1월 2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조짐이 보일 때, 3축체계의 가장 앞에 있는 킬 체인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그는 한국군의 3축체계 중에서 ‘킬 체인(Kill-Chain)’이 대북선제타격수단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구축했다는 3축체계는 선제타격 - 미사일방어 - 대량보복을 포괄하는 종합체를 의미한다. 한국군이 자기의 무기체계에 우리말 명칭을 붙이지 않고, ‘킬 체인’이라는 영어 명칭을 붙인 것만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종미의식에 세뇌되었는지 알 수 있다. ‘킬 체인’은 현무계렬의 지대지탄도미사일로 대북선제타격을 가하는 무기체계를 뜻한다. 

 

원래 3축체계는 한국군이 연평도포격전에서 얻어맞은 것을 목격한 이명박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급조하기 시작한 것인데, 박근혜 정부 시기에 보강되었다. 2017년에 실전배치된 현무-2C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800km로 늘어났다. 2017년 미국이 ‘한미미사일지침’을 개정하여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제한한 조건을 풀어주자, 문재인 정부는 이제 때가 왔다고 하면서 대북선제타격능력을 더욱 강화하였다. 2018년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하였는데, 사람들이 보는 무대에서는 ‘평화프로쎄쓰’를 요란하게 선전했으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막후에서는 대북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는 사업에 매달렸던 것이다. 그러다가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3축체계’라는 명칭을 ‘핵-WMD 대응체계’라는 명칭으로 슬그머니 바꿔놓고, 대북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계속했다.  

 

대북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계속 추진한 끝에 문재인 정부는 현무 4-1 지대지탄도미사일, 현무 4-2 함대지탄도미사일, 현무 4-4 잠대지탄도미사일을 각각 개발했다. 현무 4-1 지대지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은 2t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평화프로쎄쓰’라는 허울을 쓰고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하면서 막후에서는 대북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는 사업에 줄기차게 매달린 것은 그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기만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후보로 활동하던 시기에 3축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물론 종미우익정권의 시각에서 보면, 윤석열 당선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어 3축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약한 것은 당연지사로 보일 것이다. 2022년 3월 2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보도당일에 진행된 인수인계회의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방위사업청은 3축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안건을 합의했다고 한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북선제타격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북을 자극하는 도발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북을 자극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도발행동이 독자행동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종미행동이라는 사실이다. 2022년 3월 10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폴 러캐머라 점령군사령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연락하겠다고 하면서, 자기들이 지켜본 윤석열 당선자의 “(대북)접근법은 매우 좋은 조짐을 보인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러캐머라 점령군사령관은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공언한 대로, 워싱턴에서 서울로 돌아간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인수인계회의를 가장 먼저 진행할 정부부처를 국방부로 정했고, 국방부와 진행하는 인수인계회의시간도 6시간이나 배정했다. 또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는 인수인계회의에서 미국의 사전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회의안건으로 꺼내놓을 수 없는 엄청난 군사문제들을 거론했다. 

 

그러면 2022년 3월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진행한 인수인계회의에서 무엇을 합의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2022년 3월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는 인수인계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안건을 합의했다고 한다. 

 

1)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축소하거나 취소했던 한미련합야전기동훈련(북침전쟁연습)을 재개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2022년 3월 21일 <조선일보> 보도기사에는 올해 북침전쟁연습을 재개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기술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미련합군은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진행할 것이고, 18일부터 28일까지 한미련합지휘소연습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북에서 해마다 4월 15일에 최대 명절로 성대하게 경축하는 태양절에 맞춰 한미련합군이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면, 북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를 것이다. 또한 한미련합지휘소연습에 미국군 증원부대가 참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북을 극도로 자극하는 일만 골라서 하고 있으니, 군사상황이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다. 

 

2)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미국의 핵우산(대북핵타격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2018년 1월에 진행된 이후 중지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다시 가동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대북핵위협을 증대시키는 위험한 길을 선택했으니, 군사상황이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다.  

 

3)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는 경우, 미국의 전략자산(핵타격수단)을 남측에 상시적으로 순환배치하거나 일시적으로 전개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2022년 3월 2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미련합군은 미국의 핵타격수단을 남측에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대북핵위협을 증대시키는 일만 골라서 하고 있으니,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지 않을 수 없다.

 

4)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조선인민군의 핵무력 및 미사일능력에 대처하여 한국군의 역량을 강화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이것은 선제타격 - 미사일방어 - 대량보복을 포괄하는 이른바 3축체계를 강화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대북선제타격능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자극강도를 높이고 있으니,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지 않을 수 없다. 

 

5)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미국군이 경상북도 성주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가 정상적으로 운용되도록 지원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이로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는 북과 중국을 동시에 자극하는 도발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지 않을 수 없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안건을 합의한 것은 군사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킬 무력도발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22년 4월부터 한미련합군이 감행할 북침전쟁연습과 북침무력증강책동으로 군사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리라는 것을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긴장상태에 놓인 군사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더욱 악화되면, 2015년 8월 위기사태를 능가하는 위기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4. 억제대상도 있고, 제압대상도 있다

 

북은 2016년 2월 10일 개성공업지구를 완전히 폐쇄하면서 반북대결공세에 나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가리켜 “밤낮 미국 상전의 사타구니에 붙어야 살 수 있고 외국에 청탁하러 싸다니다나니 제 발로 걸어가는 법이란 애당초 배우지 못한 얼간망둥이”이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또한 북은 2020년 6월 19일 북의 최고 존엄을 모독한 악질탈북자들의 악행을 묵인하고 “철면피한 요설을 늘어놓은”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동족대결에 환장을 한 인간오작품들, 너절한 배신자들”이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그런데 이번에 북은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맹렬히 공격하지 않았다. 북의 대외선전매체들은 윤석열 당선자를 “대결병자”라고 비난하였지만,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윤석열 당선자를 비난하는 대남담화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 대신, 북은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움직이는 백악관을 상대로 강력한 군사행동을 취했다. 어떤 군사행동이었나? 

 

2022년 3월 24일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지도 밑에 조선인민군 전략군 붉은기중대와 조선국방과학원 간부들은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 이전에는 화성-17형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화성포-17형이라고 부른다. 화성포-17형은 평양시 순안구역에 있는 미사일공장에서 최종조립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평양시 순안구역에는 평양국제비행장과 미사일공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나는 2020년 5월 11일 <자주시보>에 실린 ‘순안미사일공장이 전해주는 놀라운 사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 미사일공장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 바 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포-17형을 최장사거리로 발사하면, 그 미사일은 북미대륙 상공과 북대서양 상공을 넘어 북아프리카대륙의 사하라 사막에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미국 본토를 타격하려면, 사거리를 좀 줄여서 발사해야 한다.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로씨야가 올해 2022년에 실전배치할 것으로 보이는 사르맛(Sarmat)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탄체길이가 약간 짧다. 화성포-17형과 사르맛은 탄체지름이 3m로 같은데, 화성포-17형의 탄체길이는 28.5m이고, 사르맛의 탄체길이는 35.3m다. 

 

미국의 LGM-30 미닛트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도시 한 개를 초토화할 수 있고, 로씨야의 사르맛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프랑스 영토만한 크기의 나라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다. 사르맛보다 탄체길이가 6.8m 짧은 화성포-17형은 프랑스 영토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나라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포-17형 한 발을 미국 본토 한 복판에 떨어뜨리면, 미국은 멸망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의 초강력한 핵무력을 의식한 미국이 조선을 감히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화성포-17형은 절대적인 핵억제력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 총비서는 화성포-17형 시험발사현장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은 미제국주의자들의 그 어떤 위험한 군사적 기도도 철저히 저지시키고 억제할 만단의 준비태세에 있다고 확언”하였던 것이다. 

 

2019년 12월 14일 박정천 당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담화에서 미국에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하였다. (중략) 우리 군대는 최고령도자의 그 어떤 결심도 행동으로 철저히 관철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여있다. 우리 힘의 실체를 평가하는 것은 자유겠으나 똑바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은 미국의 도발기도를 절대적인 핵억제력으로 억제하면서, 윤석열 당선자의 경거망동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일까?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은 경거망동을 계속하는 윤석열 집권세력을 제압할 방안을 이미 마련해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0년 6월 23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작성, 제출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실행하는 문제를 보류했는데, 북의 시각에서 보면, 바로 그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은 경거망동을 계속하는 윤석열 집권세력을 제압할 무력행사계획으로 되는 것이다. 만일 윤석열 당선자가 대북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북을 자극하는 경거망동을 멈추지 않으면, 김정은 총비서는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실행하라는 명령을 조선인민군에 하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심각한 문제와 관련하여 최근 북의 내부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3월 8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조선국가보위성은 준전시보위사업세칙을 각 지역 보위부에 하달했다고 한다. 준전시보위사업세칙을 하달한 것은 준전시상태선포에 대비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2022년 3월 9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북은 로씨야에서 일하는 해외파견노동자들에게 정치학습자료를 전달했는데, 거기에는 “로씨야가 같은 나라였던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한 것처럼 필요에 따라 우리도 남조선을 단매에 공격하여 점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술되었다고 한다. 

 

지금 로씨야는 우크라이나가 불법적으로 점령한 땅을 되찾기 위한 영토수복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그 전쟁을 로씨야의 침략전쟁이라고 우겨대지만, 그 전쟁은 다른 나라 영토를 점령하는 침략전쟁이 아니라 자기 땅을 되찾는 영토수복전쟁이다. 로씨야가 수복하려는 영토는 우크라이나가 불법적으로 점령한 노보로씨야(Novorossiya)다. 노보로씨야는 새로운 로씨야라는 뜻이다. 나는 2022년 3월 24일 페이스북에 발표한 ‘한호석의 정치탐사 제11화 - 레닌의 염원을 실현하려는 뿌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보로씨야를 되찾는 로씨야 영토수복전쟁의 역사적 배경과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로씨야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도 국가분렬주의세력이 불법적으로 점령한 대만섬을 되찾는 영토수복전쟁을 앞두고 있다. 로씨야와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도 영토수복전쟁을 앞두고 있다. 북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면, 북은 “미제국주의자들과 괴뢰정권이 불법적으로 점령한 공화국 남반부”를 되찾는 영토수복전쟁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정세와 국제정세가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 오늘, 윤석열 당선자는 대북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북을 자극하는 파국의 방아쇠를 당겼다. 다가오는 4월 중순 북침전쟁연습을 계기로 하여 군사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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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하늘에 떨어지는 불덩이…잔혹한 전쟁은 계속된다

등록 :2022-03-26 07:29수정 :2022-03-26 09:04

[한겨레S] 커버스토리
우크라 접경지 14일간 취재기
1. 6일(이하 현지시각)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 쉼터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폴란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 6일(이하 현지시각)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 쉼터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폴란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을 넘었다. 김혜윤·노지원 <한겨레> 기자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폴란드로 급파돼 전쟁 이후 피란민이 된 이들의 삶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으로 입국한 뒤 열차와 차량으로 접경지인 코르초바, 메디카, 프셰미실 등으로 이동해 전쟁터가 된 고향을 등지고 가족·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진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만났다. 난민 쉼터와 피란민 열차 동행취재, 마르친 오치에파 폴란드 국방차관 인터뷰 등으로 전쟁의 상처를 생생하게 전한 뒤 19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 기자에게 14일간의 취재기를 들었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bit.ly/319DiiE새벽 4시25분. 휴대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 줄리아가 메시지를 보냈다. 줄리아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폴란드로 넘어온 피란민이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내게 자기 나라 대통령 연설 장면이 담긴 유튜브 영상 링크를 보냈다. “신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란 메시지와 함께.지난 9일 새벽(현지시각)이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뒤 14일째 되던 날이었다. 얼른 번역 앱을 켰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줄리아에게 우크라이나 말로 번역한 답 문자를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 “최근에 잠을 거의 못 자요.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서요.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침 맞는 게 두려운 우크라 피란민들, 밤새 고향 소식 ‘새로고침’에 뜬눈

비극 앞에서 차마 못한 질문
내가 줄리아를 처음 만난 건 8일 오후 폴란드 동부 국경도시 프셰미실 중심가에 있는 기차역에서였다. 취재를 시작한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나는 난민들을 만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 갔다. ‘오늘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제대로 나눠보자.’ 그때까지도 난민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묻고 싶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사실 겁이 났다. 전쟁을 피해 이제 막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에게,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과 공포 속에 있었을 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기 망설여졌다. 그것도 “한국에서 온 기자인데요…”라면서.그들이 몇날 며칠에 걸쳐 버스로, 기차로, 또 걸어서 국경을 넘는 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랑하는 남편과 형제를, 또는 늙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고향에 남겨두고 떠나와야 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꼭 기사에 담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마주한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까. 눈물을 터뜨리지는 않을까.딸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려고 4박5일에 걸쳐 국경을 넘은 줄리아는 먼 나라에서 온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기꺼히 응했다. 함께 온 열네살 딸은 쉼터 안쪽에 쉬도록 두고 나를 만났다. 그는 30여분 동안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화가 난다”, “우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줄리아는 한순간도 흥분하지 않았다. 담담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눈물이 고이는 순간이 있었지만 차분히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군사시설 근처 위험한 곳에 살고 있어요.” “남편은 지역 방위군이에요. 전쟁터에서 싸울 거예요.”
7일 프셰미실 중앙역에서 바르샤바행 열차를 탄 채 창밖을 바라보는 남성. 폴란드/김혜윤 기자
7일 프셰미실 중앙역에서 바르샤바행 열차를 탄 채 창밖을 바라보는 남성. 폴란드/김혜윤 기자

폭탄 터지고, 총 들고, 방공호에 숨고…누군가의 형제·가족들이 죽는다“남편은 전쟁터에서 싸울 것”이라던 줄리아…누가 이들 일상을 빼앗았나

 

아침을 맞는 게 두려운 사람들

이른 새벽 그의 메시지를 받고서야 알게 됐다. 모녀는 휴대전화로 고향의 소식을 밤새 새로고침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 줄리아의 딸은 날이 밝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는 것, 모녀에게 어두운 밤은 너무 무섭고 더 불안하다는 것을 말이다. 2주 동안 폴란드에서 만난 피란민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아침을 맞이하는 게 두렵다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면 또 어딘가에 폭탄이 떨어지고 누군가 다치고 죽었을까봐 두렵다고 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은, 우리 고향 사람들은, 내 가족은 무사한가.역사의 한 부분을 기록하기 위해 폴란드에 갔고, 그곳에서 줄리아와 ‘줄리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4일 동안의 취재를 마친 뒤 이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잔혹한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길에서 폭탄이 터지고, 하늘에선 불덩이가 떨어진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방공호 속으로 숨는다. 허기와 갈증에 시달린다. 아빠와 삼촌과 오빠와 동생들은 총을 든다.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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