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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통해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미국

  • 기자명 김지혜 현장기자
  •  
  •  승인 2022.03.18 11:47
  •  
  •  댓글 1
 
 
 

윤석열 인수위 외교안보 라인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한미동맹 강화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해 왔다. 이윽고 대통령 당선 발표 5시간 만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하고, 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에 극단적인 친일·친미 인사를 등용했다.

‘그들이 돌아왔다!’

자위대 한반도 개입론, 지소미아 밀실 체결을 추진했던 김태효(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검은 머리 미국인으로 불리던 김성한(전 외교통상부 2차관) 등이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모두 이명박 정부(MB)에서 활동했다.

김성한 위원은 윤 당선인의 초등학교 동창이며,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이 인정한(?) 외교차관이다. 윤석열의 든든한 외교안보 파트너. 이를 증명하듯 김성한 위원의 개인 휴대전화로 윤 당선인은 바이든과 통화했고,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 역할을 맡았다.

김태효 위원은 과거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을 당연시하고 한일 군사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일 민주동맹 등의 내용을 담은 논문을 여러 차례 작성해온 인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밀실 체결하다 쫓겨났다.

또한 북과의 만남에서 돈 봉투를 건넨 사실이 드러났고,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조작 사건에도 연루된 바 있다. 우리 정부에 한일관계 개선을 강박해 온 미국으로선 최선의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미국

미국은 대중국견제를 위한 포위망 형성을 위해 미국 주도의 한일 협력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을 향후 1~2년 내 추구해야 할 핵심 실행계획으로 제시했고, 이번 윤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거론했다.

또한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한일관계 개선이 나의 최우선 과제”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미국의 대중국포위망 형성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한일관계 개선에 직접 나서겠다는 윤 당선인과 그 뜻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길 인물들이 인수위원이 됐으니 미국은 지금 쾌재를 부를 것이다.

전범국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한국민의 반미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지금까지 대놓고 한일관계 개선을 강박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을 드러나지 않고도, 윤 당선인이 집권과 동시에 한일관계를 전면 개선함으로써 미국은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되었다.

미국 입맛대로 둬선 안돼

미국의 입맛대로 한일 군사동맹이 체결돼선 안된다.

일본은 지금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 진출(집단적 자위권)이 가능하도록 평화헌법 9조 등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역사 왜곡,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강제동원 노동자,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등 우리는 아직 일본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그대로 둔 채 조건 없는 한일관계 개선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놔둘 수 없다.

‘윤석열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해 대중국 견제,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는 미국에 맞서 다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미국의 꼭두각시가 되려는 윤 당선인을 향해 국익을 지키려는 주권자의 준엄한 행동을 초기에 보여줘야 한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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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최고 부자, 백화점 사장의 용서 못할 과거

[김종성의 히,스토리] 친일파의 재산1 - 박흥식

22.03.19 18:37최종 업데이트 22.03.19 18:37
친일청산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해방 공간에서 국민적 공분이 쏟아진 인물 중 하나가 박흥식이다. 그가 미움을 산 것은 화신백화점으로 상징되는 식민지 조선 1호 부자였기 때문은 아니다. 적극적인 친일의 결과로 거부를 축적했다는 사실이 세상을 분노케 만들었다.

기업인들의 친일은 헌금 기부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박흥식은 그 정도에서 머물지 않았다. '1호' 타이틀이 붙을 만했다. 기업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글과 말로도 친일을 했을 뿐 아니라 일본군에 비행기를 제공할 목적으로 조선비행기공업주식회사까지 차렸을 정도다.
 

▲ 반민특위 체포대상 1호, 친일기업인 박흥식 ⓒ JTBC 화면캡처


1호 부역자

조선비행기공업은 태생적인 친일 기업이었다. 설립자 박흥식이 친일파이기 때문에 이 회사가 친일 기업이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처음부터 친일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었다. 박흥식 자신의 진술에서 이 점이 나타난다.

 해방 직후에 자금 횡령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였다. 1946년 3월 19일의 일이다. 이날 재판장이 비행기회사의 설립 동기를 질문했다. 다음날 발행된 <조선일보> 기사 '박흥식 공판'에 따르면, 박흥식은 "당시 조선총독부와 조선군 당국에서 징병제 실시에 대한 기념사업으로 전쟁 수행에 불가결인 비행기 제작회사를 만들 터이니 사장으로 취임하여 달라고 누차 권유"해서 부득이 취임하게 됐노라고 답변했다.

마지못해 설립했다고는 했지만, 설립 목적이 친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진술에서 드러났다. 친일을 위해 비행기 회사까지 만들었으니 '1호' 타이틀이 붙을 만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국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활동 개시 사흘 뒤인 1949년 1월 8일 체포됐다. 이것이 반민특위 체포 1호 사건이다. 상징적 의미가 큰 사건이었다. 사흘 뒤 발행된 <동아일보>는 '반민법 첫 발동'이라는 부제목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구속 기간은 짧았다. 103일 만인 그해 4월 21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보석 사유는 다음날 발행된 <경향신문> 4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수면 부족과 신경 쇠약이었다. A급 친일파가 이런 식으로 빠져나갔으니, 국민적 분노가 클 수밖에 없었다. 보석을 허가해준 재판부를 향해 국민적 분노가 쏟아졌다. 반민특위 검찰관(검사)들의 집단 사퇴는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박흥식은 1961년 5·16 쿠데타 직후에도 체포됐다. 부정축재 혐의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100일도 안 되는 그해 7월 풀려났다. 군사정권이 잠시나마 그를 가뒀던 것은 그에 대한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존경받을 수 없는 방식으로 돈을 번 그에 대한 분노가 산더미처럼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대중의 미움을 사면서도 그는 부귀와 영화를 이어갔다. 대중은 그를 친일파라고 손가락질했지만, 그는 대중들보다 훨씬 편한 데서 살았다. 그곳에서 분주하고 정신없이 기업 활동을 이어갔다. 일제강점기 때만큼은 아닐지라도 그의 물질적 부는 여전히 풍요로웠다.

박흥식 월드

그를 집중 조명한 1988년 5월 18일자 <중앙일보> 기사 '화신과 영욕 함께한 박흥식 씨 근황'에 시선을 끄는 구절이 있다. 그의 부동산 규모에 관한 대목이다. 기사는 "해방 이후 한때 반민특위에 구속됐지만 화신백화점·화신산업·흥한방적 등을 중심으로 그는 여전히 재계의 선두자리를 지켜나갔다"고 한 뒤 이렇게 언급했다.
 
"화신백화점에서 안국동으로 이르는 대부분의 부동산이 그의 소유로 알려졌을 정도였다."

 
화신백화점은 서울 종각역 3번 출구 근처에 있었다. '바르게 살자'라는 돌비석 밑에 화신백화점 터를 알려주는 표지석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 안국동까지의 부동산 대부분이 박흥식 소유였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그랬다는 것이다. 친일파이냐 아니냐가 그의 해방 이후 생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 화신백화점 터. ⓒ 김종성

   

▲ 종각역에서 안국역까지. ⓒ 구글 지도 편집

  
사망 6년 전에 나온 위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그는 대지 900평, 건평 120평 규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177-1호에 살고 있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대중의 정치적 에너지가 강할 때였다. 또다시 세상이 뒤집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그를 엄습했을 수도 있는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도 여전히 그는 친일의 결과물인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었다.

사망 7년 전인 1987년 11월 4일에 박흥식의 위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다. 자금난의 결과였다. 낙찰가는 10억 3천만 원이었다. 그런데 위 기사가 나온 시점인 1988년 5월 18일 당시에는 그 집이 박흥식에게 돌아가 있었다. "박씨는 그 집을 대리인을 세워 다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기사는 보도했다.

1987년 11월에 넘어간 집을 1988년 5월 이전에 도로 사들였다. 경매된 집을 도로 사려면 경매가보다 훨씬 높은 값을 치를 수밖에 없다. 1988년 시점에도 그가 상당한 자금력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기반이 해방 뒤에도 여전했다는 점은 1973년 뉴스에서도 나타난다. 그해 9월 1일 일본 소니사와 합작해 화신소니를 설립하고 사장에 취임했다. 9월 4일자 <매일경제> 4면은 "자본금을 10억 원으로 하여 화신 측이 51%, 소니 측이 49%를 출자"한다고 보도했다.

국민들은 박흥식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것을 원통해 했다. 그가 참회하고 사죄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위와 같은 경제력을 유지하면서 세상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사업에만 열중했다. 8·15 해방으로 타격을 받은 '박흥식 월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만 고민했을 뿐이다.

위의 <중앙일보> 기사는 "기업을 어떻게든 다시 일으키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는 주변의 얘기다", "요즘 그는 잔여 재산목록과 설계도면을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취미"라고 전했다. 친일청산이나 참회·사죄 등은 안중에도 없는 나날을 이어갔던 것이다.

반성은 없다 

그 같은 의식 세계는 그의 윤리적 둔감함에서도 나타난다.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의 생활비를 대준 일이 1950년대에 있었다.

박흥식과 접촉했던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은 1999년 10월 2일자 <문화일보> '비화(秘話) 내가 겪은 한국 외교 (15)'에서 "박씨는 그때 전범으로 스가모형무소에 복역하다 풀려난 기시 노부스케를 화신의 도쿄사무소 고문으로 위촉해 생활비를 돌봐주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 자신이 친일 행적 때문에 반민특위에 체포된 적이 있으므로 더욱 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됐고, 또 기시 노부스케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을 리 없는 박흥식이었다. 그런 박흥식이 A급 전범의 생활비까지 대줬다는 것은 반민특위에 체포된 동안에 그가 반성을 했을지 원통해 했을지를 짐작케 한다.

기시 노부스케와의 인연은 그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눈감아주고 위안부·강제징용·강제징병을 사실상 덮은 한일기본조약과 부속협정들이 체결될 때도 그는 기시 노부스케와의 인연을 활용했다.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 사이의 친서를 전달하는 밀사 역할을 수행했다. '반성한 일본'이 아니라 '반성하지 않은 일본'의 영향력을 도로 끌어오는 데도 앞장섰던 것이다.

친일파들의 죄악이 8·15 해방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것은 8·15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들은 친일의 결과물인 영향력과 재산을 이용해 대한민국의 진보와 역사청산을 저해했다. 박흥식의 예에서 나타나듯이 그들 상당수는 예전처럼 분주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1호' 친일파 박흥식의 해방 이후 행적은 친일 문제가 과거지사가 아닌 현재의 문제임을 똑똑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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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미크론 정점 22일까지…지금은 일상회복 과정"

의료계 비판에는 "거리두기 효과 떨어져…일상회복 이어갈 것"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지나는 가운데 정부는 오는 22일을 정점의 마지막 구간으로 예측했다.

변이 정점 기간임에도 거리두기를 완화한 배경으로 정부는 지난 영업시간 연장 조치의 효과가 부족했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최근의 움직임은 일상회복 과정이라며 이를 지속할 방침임을 전했다.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현재 (오미크론) 정점 부근에 있다”며 “전문가들 예측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22일 사이가 정점"이고 "23일 이후에는 점차 (일일 확진자 규모가) 감소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오미크론 정점 구간 예측치가 더 구체화됐다. 전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크다며 새로운 예측치를 도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사상 최다 규모인 지난 17일의 62만 1328명보다 다소 감소한 40만 7017명으로 집계됐다. 즉, 지금과 같은 규모의 일일 확진자 발생이 지난 12일을 시작으로 다음 주까지 이어지리라고 정부는 예측했다. 

통상 확진자 지표를 2~3주 후행해 따라가는 경향을 고려하면, 핵심 지표인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 등은 다음 주 이후에도 2~3주가량 더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거세짐에도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2주간 종전 6인이던 사적모임 인원 제한 기준을 8인으로 완화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부족한 정부 지원에 경기 침체로 허덕이던 자영업자층의 강력한 반발을 정부가 고려했으나, 정부의 완화적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한 의료계 반발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1통제관은 "지금 방역 상황이 상당히 어렵고 정점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지난번에는 자영업자분들을 위해서 (영업)시간(제한)을 (밤 11시로 완화) 조정했다면 이번에는 국민들의 불편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소폭으로 사적모임만 6인에서 8인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1통제관은 특히 지난번 영업시간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매출 증가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이를 이번 추가 완화의 근거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특히 의료계는 정부의 완화적 움직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풀어야 할 자영업자 지원 문제를 의료 부담을 키우는 거리두기 완화로 해결하려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금은 확진자 규모보다 중증과 사망자 최소화 목표가 중요하다"며 △백신 예방접종률이 높고 △먹는 치료제 등 치료 대안이 확보됐고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낮은 반면 확진자 줄이기를 위한 거리두기 강화 효력은 떨어지는 국면을 고려해 정부가 "일상회복을 하는 가운데서 사망과 중증 최소화"를 추진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즉 지금은 이미 "종전 확진자를 최소화해 유행 규모를 차단하려던 체계에서 일상을 회복"하는 단계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손 반장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최근 들어 정부가 꾸준히 완화적 메시지를 내놨다고 주장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확진자 증가 숫자 자체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될 상황"이라며 지금의 대응 수준에서 의료 체계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의료 체계가 점차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는 마당이어서 앞으로도 정부를 향한 의료계의 비판적 시각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날 0시 기준으로 광주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98%를 기록하는 등 광주와 전남, 경남은 이미 위중증 병상이 한계에 도달했다. 앞으로도 오미크론 정점이 한동안 이어지리라는 정부 예상을 고려하면 병상 확보에 이미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박향 반장은 "비수도권은 권역별로 병상을 대응하기 때문에 (광주와 전남, 경남 등) 병상 가동률이 높은 지역은 옆 지역까지도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면 진료 확대 등을 통해 중환자들이 조금 더 집중적으로 코로나19 관리를 받을 시스템을 더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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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왜 저럴까? 서구가 침묵하는 이 사태의 본질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이해관계

22.03.18 20:56최종 업데이트 22.03.18 20:56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이 만든 소비에트 체제는 세기말 종말을 고했지만 여파는 그 후로도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그것이 이념적 갈등의 여파는 아니라는 것. 이념은 허울뿐, 또는 사상가들의 이상에 머물 뿐, 세력 간 대립과 갈등의 밑바닥에는 집단 이익과 패권 야욕이 자리 잡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초전 격인 조지아 사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혁명의 여명기, 현재의 조지아 영토에서는 멘셰비키(소수파,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의 우파)가 지배하는 조지아와 볼셰비키(다수파, 구소련공산당)가 장악한 오세티야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러시아의 개입 후 지역 전체가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됐지만 조지아와 오세티야의 갈등은 수면 아래서 수십 년 숨죽여 이어진다.

2008년 전쟁으로까지 치달은 조지아-오세티야 분쟁에서 이념이라는 명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난 세기 민족 갈등은 이념이라는 탈을 썼을 뿐, 그 탈이 벗겨진 지금에 와서는 상호간 증오와 이기주의의 맨살만 드러났다. 여기에 러시아 팽창주의가 개입되면 소수민족 갈등은 제멋대로 유린되고 상처는 더 깊어진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 구글 지도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도 본질은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조지아와 달리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이곳에서의 러시아 팽창주의가 서방의 그것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 사태 당시 러시아의 총구가 남쪽을 향했다면,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총구는 서쪽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 차이점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은 러시아 팽창주의·미국-서유럽 팽창주의·우크라이나 민족 갈등, 이렇게 세 요소로 요약된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조지아의 경우보다 우크라이나에서 더 사활을 걸고 있고, 서방세계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은 더 큰 위기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푸틴은 절대악인가

국제관계에서 절대악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선악을 결정할 절대 지상권(至上權)이 국제사회에는 없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에 대해 국제법, 무역보복 등을 통한 제재 수단이 없지 않지만 고립을 감수하고 버티면 그만이다. 지금 러시아가 취하고 있는 태도가 한 예다.

그럼에도 지구상 국가의 절대다수가 인정하는 공동 가치가 수렴되면 제한적이나마 불의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전쟁의 책임이다. 선제적 무력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푸틴이 지배하는 러시아가 구체적 명분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선제적 무력행사를 한 사실은 재고의 여지없는 사실이다.
 

▲ 지난 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키이우 외곽에서 발생한 폭격 후 창고 주변에서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으며 "안전함을 느끼며 발전하고 살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삼았다. 그는 군사행동의 목표로 우크라이나 정부의 괴롭힘과 집단 학살 위협에 노출된 사람들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 비나치(非Nazi)화" 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어떤 위협을 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우크라이나가 어떤 명분으로 외세에 의해 비무장화 될 수 있는지, 어떤 근거로 나치화됐다고 규정할 수 있는지도 밝히지 못했다. 요컨대 푸틴 대통령은 타국에 대한 침공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미 존재하는 국제법상으로도 푸틴과 러시아 주요 정책 결정자들의 범죄 행위는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전투 공방이 우크라이나 국경 내부에 국한돼 있는 이상 민간인 피해의 책임은 러시아 군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전쟁 중에도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 공격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민간인 지역 포격에 대한 증거는 늘어나고 있다.

물론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을 판결한다 해도 집행기관인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인 만큼 러시아의 패소 판결이 나더라도 그에 대한 집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집행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러시아의 전범국가 판결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은 왜 그토록 무리한 전쟁을 일으켰을까? 분명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초기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무력화시키고 국제사회의 중재를 거쳐 유리한 입장에서 실익을 챙기려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과거의 예처럼 전쟁 후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도 확고해지리라 예상했을 거다.

푸틴 대통령이 구상한 이번 전쟁은 분명 '무리한' 전쟁이 아니었을 거다. 그의 구상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및 유럽연합 가입 포기를 이끌어냄으로써 우크라이나를 확실한 완충국가(Buffer State)로 보장받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의 직접적 영향권에 넣고자 했을 것이다.
 

▲ 2022년 2월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 AP

 
하지만 전쟁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국제사회의 반발은 예상을 넘어 러시아에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 또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08년 조지아 개입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쟁과 달리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경제를 빠른 시간 만에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항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러시아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상당히 제한돼 있다.

러시아의 계획이 실패로 귀결된다면 그것이 곧 서방세계의 승리를 의미할까? 사실 이번 전쟁의 발발 자체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외교적 실패를 명시적으로 확인해준 것에 다름 아니다. 미국과 서유럽의 이른바 '동진 정책'은 이미 출발부터 잘못된 구상이었다.

미국과 서유럽의 잘못된 구상

서방세계의 '동진정책'은 세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군사적 차원. 미국과 서유럽 동맹국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확대를 통해 점차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늘려왔다. 장기적으로는 유럽 자체 방위 기구(유럽군) 창설을 통해 미국의 부담을 절감하면서 지속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이 계획은 동아시아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구상과 함께 미국의 장기적 안보정책 전환과 연결되며 유럽의 독자적 방위체계라는 오랜 염원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를 유럽의 일부로 복귀시키겠다던 더 큰 전략과 심각한 모순을 빚는 결과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은 실제로 러시아를 서구화시켜 '유럽 속의 러시아'를 만들려 했다. 그는 러시아 국영기업들을 빠른 속도로 민영화시켜 자본주의 체제로 이동하려 했지만 통제 없는 국부 유출만 부추기면서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들의 배만 채웠을 뿐 러시아 경제를 더 심각한 위기 속으로 빠져 들게 했다.
 

▲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 제재가 발표되고 러시아가 핵 위협 카드를 꺼내면서 러시아 화폐 가치가 30% 가까이 폭락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역외 시장에서 1달러당 루블화 환율은 장중 117.817루블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 종가 대비 약 28%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은 전날 러시아 중앙은행을 제재하고 일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합의했다. 2022.2.28 ⓒ 연합뉴스

 
그러는 동안 서방세계는 강박적으로 소비에트 경제 해체만 기다렸다. 러시아의 건전한 자본주의 세계 합류에는 관심이 없었다. 푸틴 체제의 러시아가 유럽행을 포기하고 독자적 세력을 만들어가는 데 서방세계의 책임이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것이 서방세계 '동진정책'의 두 번째 축인 경제적 차원에서의 오류에 해당한다. 서유럽의 경제적 팽창주의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늘리는 방향으로 귀결되지만 푸틴의 러시아에 위기감을 자극하면서 결과적으로 심각한 안보 위협을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서방세계 '동진정책'의 세 번째 축은 정치적 차원으로 자유 민주주의 전파가 이에 해당한다. 군사적, 경제적 팽창정책이 나토와 유럽연합이라는 구체적 조직을 통해 이뤄졌다면 정치적 차원의 민주주의 이식은 다소 추상적 이념의 문제에 해당한다. 그리고 추상적 이념의 문제는 자칫 착시 효과를 일으키며 상대국에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미국의 적성 국가들 또는 라이벌 국가들은 미국의 민주주의 설교가 국가 전복의 도구로 사용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이 아주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이데올로그들은 친미주의와 민주주의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데 소홀히 한다. 또는 실제 그들도 그렇게 믿는 듯하다.

그런 시각이 굳어지면 실질적 민주주의 이식 여부와 관계없이 친미 체제가 들어서는 것이 곧 민주주의라는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친미 또는 친서방(親西方) 정책이 반드시 민주주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은 남아메리카의 많은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옐친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도 무시하고 심지에 탱크를 동원해 국회의사당에 포격을 가할 때도 소비에트 제거라는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을까?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이 온갖 부패와 부당한 혜택 속에서 국가의 이익을 좀먹을 때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러시아 국민들은 친미 또는 친서방이 자신들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으며 과거 소비에트 대제국 시대(그들에게 이념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의 영광이 그리울 뿐이다. 그리고 그들 중 다수에게 푸틴이라는 이름은 그 영광을 재현해줄 영웅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서방세계의 서툰 팽창정책들은 러시아의 재활을 도와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그들의 심각한 위협으로 다시 맞이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 영웅 신화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팽창주의가 하필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한 이유는 물론 지정학적 이유가 꼽힌다. (앞선 기사 <끔찍한 패륜, 푸틴식 '하이브리드 전쟁'의 처참함> (http://omn.kr/1wad7) 참조) 서쪽으로는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민족적으로도 서쪽은 서슬라브족, 동쪽은 동슬라브족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지정학적 조건을 가진 국가에는 특히 정치적, 외교적 신중함이 필요하며 그것은 국가의 명운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과거 야누코비치 대통령 당시의 급진적 친러 성향이 대규모 국민 저항을 야기했듯이, 현재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위험하리만큼 급진적인 친서방 태도는 러시아의 침공을 야기했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부상을 입고 한 병원에 입원 중인 키이우 주민들을 방문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전쟁이 발발하고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책임져야 할 대통령은 오히려 영웅이 되어 있다. 러시아의 전범 행위는 물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무능한 서방 국가들은 자신들의 대외정책 실패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흔히 그래왔듯 영웅 신화를 만들어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 한다.

대통령이 전쟁에서 도망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 영웅적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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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지역주민도,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윤석열의 ‘용산 시대’

따질수록 난관 투성인데 왜 강행할까, 여론도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광화문 정부청사 집무실-총리공관 관저' 마련 방안이 유력했지만 국방부 청사 집무실 카드가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사진은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2022.03.16. ⓒ뉴시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유력 후보지인 국방부 인근은 평일 낮에도 경적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바로 앞 왕복 5차선 도로에 시내버스와 자가용이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뒤엉키면서다. 차량이 몰리면서 가벼운 접촉사고도 종종 발생한다.</figcaption>
국방부 청사는 민간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이 때문에 국방부 근처를 지나가는 시민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횡단보도를 두 번만 지나면 곧바로 풍경이 달라진다.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있는 동네가 나오는데 그나마 그곳으로 나가야 용산 주민을 여럿 만날 수 있다.

그 중 한 명에게 다가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곧장 "나는 반대"라며 역정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찍었다는 주민조차 왜 느닷없이 집무실을 이전하는지, 왜 그 대안이 용산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윤 당선인이 "국민 곁에서, 국민과 늘 소통하며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약속한 집무실 이전 공약의 현주소다.

대통령 집무실은 대체 왜 옮기려는 걸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2022.03.18. ⓒ뉴시스


당초 윤 당선인의 약속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집무실을 구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15일부터 느닷없이 용산 카드가 급부상하더니, 이제는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18일 국방부를 비롯해 또 다른 이전 후보지인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의 현장 답사까지 서둘러 마쳤다.

하지만 논의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 당장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필요가 있는지, 만약 필요성이 있다면 이렇게 서둘러서 밀어붙일 일인지조차 의문이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을 처음으로 공약한 건 지난 1월 말 대선 과정에서다. 경쟁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이 '국민 내각' 등을 내세우면서 정치 개혁 논의에 불을 붙이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당선인은 이에 대한 맞불 형식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하며 집무실 이전 공약을 꺼냈다.

윤 당선인이 내세운 취지는 "국민과 소통하는, 일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은 궁궐식 청와대 구조의 산물이기에 이를 해체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지금 (청와대는)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인 본관까지 가는데 차를 타고 가지 않나. 그렇게 해가지고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리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의 거리가 차를 타고 가야 할 만큼 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본관이 아닌 참모들이 있는 여민1관 3층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윤 당선인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소통을 위해서였다. 같은 건물 2층에는 비서실장이 근무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본관에 위치한 집무실을 사용할 때를 착각한 결과"라며 "청와대의 모든 참모들은 문 대통령을 1~2분 내에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소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윤 당선인은 아예 집무실을 청와대 밖으로 이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공약이 발표됐을 때에도 현실성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컸다.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이 약속했던 '광화문 대통령'을 실현하기 위해 관련 위원회까지 구성하려 했으나 검토 과정에서 경호, 비용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결국 계획을 접은 바 있다.

3년여 만에 이 같은 걸림돌이 제거된 것일까. 윤 당선인은 이에 대한 복안을 묻자 "청와대 이전 문제나 대통령의 근무 공간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답한 바 있다. 장소보다는 국정운영을 어떻게 이끌어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는 전혀 딴판이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의 이전을 두고 "경호, 외빈 접견 문제는 저희가 충분히 검토를 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이 유력한 현실은 윤 당선인 본인의 말을 스스로 뒤집는 결과이기도 하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8일 "세부 조정에 들어가다 보니 더 고심하게 되고 생각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 것"이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달리 해석하면, 집무실 이전 공약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허술하게 만들어졌다는 걸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는 사이 집무실 이전 공약은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 버렸다. 김 대변인 역시 이 공약을 두고 "윤 당선인의 가장 중요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회복 등 정작 국민이 바라는 중요한 현안들은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꼭 집무실을 옮겨야 한다면
용산은 적합한 선택지일까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등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18일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2022.03.18. ⓒ뉴시스


굳이 집무실을 옮겨야 한다면,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건 옳은 선택일까. 복수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반대한다. 도시공학적인 측면에서도 부적절한 데다가, 국방부 청사 구조와 인근 지형을 감안할 때 국민과의 소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국민과 함께 하는 대통령 실현"이라는 취지는 크게 퇴색된다.

국방부 청사 앞에는 왕복 5차선 도로가 있다. 이곳은 출퇴근 시간은 물론 평일 낮에도 통행량이 많아 자주 정체되는 구간이다. 대통령이 이동할 때에는 신호기 조절을 하고, 여러 대의 경호 차량이 따라붙게 돼 교통은 더욱 혼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을 내면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관저와 집무실 거리가 멀어질 경우 매일 대통령의 출퇴근 시마다 교통지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주변에는 청사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있어 추가적인 경호 문제는 없을지도 검토해야 한다.

'도시 전문가'인 김진애 전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구상을 "아마추어적 결정이자 민폐"라고 혹평했다.

김 전 의원은 "삼각지부터 이태원까지 이르는 길은 교통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곳"이라며 "또 집무실을 이전하게 되면 교통과 통신 등 여러 가지 제한이 생기는데 여러 가지로 불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김 전 의원은 청와대 근처에서 이뤄졌던 시민의 집회·시위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이 어느 곳이 되든 (그 앞에서 시민이) 집회·시위를 하게 된다. 청와대 앞에는 분수 광장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시민이 집회·시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현재의 청와대 앞은 민주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인데, 국방부는 그게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방부 청사 정문 앞은 좁은 인도 옆으로 바로 차도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공간적인 제약이 크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미군 기지 반환 후 조성될 용산공원을 국민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기지 반환 시점이 언제쯤 마무리될지 알 수 없고, 기지가 반환된다고 하더라도 환경오염 정비 문제가 남아 있다.

공원 개원 일정 역시 무기한 연기됐다. 지금까지 반환된 부지는 용산 기지 부지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공원 개원 목표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기지 반환 시점 후로부터 7년 후'로 변경했다. 윤 당선인의 임기 내 공원 조성이 이뤄질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용산 아파트 옥상에 방공포 들어설 판,
국방·안보 문제 복잡한데 강행하면 그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 후보지를 외교부 청사와 국방부 청사 두 군데로 압축했다. 사진은 이튿날인 18일 국방부 모습. 이에 따라 해당 분과 인수위원들은 이날 오후 각각 현장을 방문해 점검에 나선다. ⓒ뉴시스


만일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긴다면, 국방부도 어딘가로는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기능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안보 공백은 불가피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청와대와 국방부에 각각 구축해 놓은 안보, 국방 자산도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이 추산한 예산은 1조원 이상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이 모든 과정을 취임 전까지 어떻게 마무리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은 없다.

'4성 장군'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방부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주변 건물에 방공 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 주변에는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드론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방공 기지들이 다 있다"며 "상공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반경 8km 이내는 비행 금지 구역이고, 방공 체계를 다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에) 짓는다면 남산이나, 효창공원에 (방공 시설을) 올린다거나 공원화될 일부 용산기지 지역을 사용해야 한다"며 "아파트 옥상이나 회사 빌딩에도 대공 미사일이나 대공포 같은 것들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건물 면적이 제한되기 때문에 국방부 조직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분산된다. 즉 장관과 국방부가 분리되는 것"이라며 "국방부의 군사력 통제기능, 즉 문민통제가 약화되거나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합동참모본부 역시 의장실을 비워야 하고, 국방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일부가 밖으로 나가거나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국방부 내 일부 조직을 정부과천청사 등으로 분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참으로 어이없는 주장"이라며 "국방부가 들어서면 청사의 경비가 강화되고 방호를 위한 시설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다. 또한 주변에 대한 각종 규제로 과천 시민들이 결사반대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한미군부대 기지 인근에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집무실 옆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것인데, 경호 문제 등 여러 쟁점을 잘 검토한 것 같지는 않다"며 "현재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는 우리 정부를 향해 도·감청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키프(SCIF) 시설 등 특수보안시설도 남아 있는데, 이런 시설 옆에 대통령 집무실을 둔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당선인 지지자도, 용산 주민도 반발하는 '용산 시대'
국방부도 난감, 24시간 이사 준비해도 꼬박 20일 소요될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왜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 이전을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중이다. 한 당원은 "국민의 소리를 못 듣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려는 게 윤 당선인의 첫 번째 결과물인가"라며 "이렇게 시작하면 두 달 후 지방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다. 나머지 5년을 어떻게 버티려 하느냐"고 질타했다.

또 다른 당원도 "이토록 많은 난제를 안고 출범하는 건 국정 동력을 떨어뜨릴까 걱정"이라며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국방부 인근에서 만난 용산 주민들도 대체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할 경우 초래될 불편보다는 집무실을 이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일부 주민은 현재 진행 중인 지역 개발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며,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인수위 관계자를 가로막고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용산에서 30년 거주했다는 김모씨(60세)는 "청와대는 다 준비돼 있으니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냐"라며 "지금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인데 이전하게 되면 다시 (제반 시설을) 조성해야 할 텐데 그건 낭비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이전의 취지 중 하나로 국민과의 소통 확대를 내세운 데 대해서도 "본인이 소통하고 싶으면 굳이 집무실을 옮기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장소가 문제가 될 거 같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용산구 문배동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20여 년 전부터 한다던 지역개발은 아직도 안 되고 있는데 대통령이 여기로 오면 대체 개발은 언제 된다는 거냐"라고 발끈했다.

수십 년째 용산에서 거주 중이라는 또 다른 주민도 집무실 이전으로 지역 여론이 발칵 뒤집어졌다고 전했다. 이 시민은 "지역 여론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난리가 났다"며 "국방부로 이전하는 게 적합하긴 한가. 비용도 엄청 들어갈 텐데 갑자기 왜 옮긴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국방부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8일 현장 답사차 국방부 청사를 찾은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등에게 업무 지연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전체가 이전하는 가용공간을 찾는 게 숙제"라며 "결국 지금 쓰지 않았던 건물을 쓰게 되면 불편함과 업무 지연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신청사에 근무하는 인원만) 1060명 정도인데, 아파트처럼 사다리차를 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물동량을 이사해야 한다"며 "이사업체에 물어보니 20일 정도, 24시간을 돌려야만 (신청사 전체의) 물동량을 뺄 수 있다는 가견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이 제시한 이전 시한인 '임기 첫날'에 맞추려면, 국방부는 업무 지장에도 불구하고 이사 준비에만 매달려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날 답사한 집무실 이전 후보지에 대한 의견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이 의견을 듣고 조만간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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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윤석열 정부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 기자명 정철운 기자 
  •  
  •  입력 2022.03.19 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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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방송학회 발제 
“미디어 관련 독임부처 만들 경우 방통위의 위상‧역할 변화가 핵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18일 ‘차기 정부 미디어정책 개선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한국방송학회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 “새 정부에서 반드시 미디어 관련 부처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미디어산업 진흥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에 분산된 미디어 관련 기능을 한 부처로 통합, 중복 규제 및 비효율적 규제 체계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동규 전 위원장은 이날 “산업과 시장을 시급하게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미디어독임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혀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혁신부(가칭) 신설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공적책무를 위한 공영미디어위원회는 여전히 합의제로 존속돼야 한다”고 밝힌 뒤 “독임부처를 만들 경우 방통위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는데, 사실상 방통위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발언으로 읽힌다. 

성 전 위원장은 “1980년대부터 아날로그적인 방송법이 지금까지 이어져 공영과 민영이 혼재된 상황에서 전체적인 미디어산업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부분이 크다”며 “차제에 민영‧공영이 분리될 경우 방통위도 거기에 맞춰 공적 영역만 철저하게 맡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게 미디어 관련 부처의 정치화가 최소화될 수 있는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민영방송‧통신 영역은 독임부처로 보내고, 방통위는 KBS‧EBS 등만 담당하는 공영미디어위원회로 축소시키겠다는 의미다. 인수위가 이 같은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는다면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탄생했던 방통위는 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성 전 위원장은 심의기구 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OTT를 둘러싸고 나오는 이슈가 자율등급제를 신속하게 적용하는 이슈다. 그런데 1년 넘게 합의조차 못 하고 있다”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나뉘어 있다. 차기 정부는 심의기구 역시 통합하고, 민간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심의기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콘텐츠진흥기금 같은 것을 일원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동규 전 위원장은 “문재인정부 미디어 정책은 공공성과 공적 가치에 방점을 많이 두었던 반면 차기 정부에서는 (현 정부가) 소홀히 했던 산업과 시장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거대 미디어 부처 신설 움직임을 우려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을 향해 “언론재벌을 위한 규제완화 아니냐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부분은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 언급하며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아젠다” 

공영방송을 향해서는 ‘수신료 폐지’와 ‘KBS 무용론’을 언급했다. 성동규 전 위원장은 “특정 방송 특정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영방송으로서 과도하다는 것들을 느끼셨으리라 본다. 어느 세미나에서 한 변호사가 KBS 공영방송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서슴없이 말하는 것 보고 놀란 적 있다. 이제는 이 문제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향후에는 본격적으로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KBS.
▲KBS.

그러면서 “BBC도 총리가 수신료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며 “(수신료 폐지가)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아젠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KBS가) 이젠 공적 영역의 책임을 망각했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영성 강화가 공영방송 생존방법이다. 공영방송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며 독립성‧중립성 보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 공약에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없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공영방송의 불공정 문제 해소라는 게 구체적으로 법‧제도에 의한 해소인지, 인적 청산을 통한 해소인지 명확치 않다. (인적 청산은) 어느 정부나 정권 초기 실시했다 실패한 게 대부분이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독립성 보장은 결국 재원 문제다. 재원이 보장 안 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심영섭 겸임교수는 또한 “공공성과 상업성을 조화한 규범적 가치를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공영방송을 게토화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공영미디어위원회 체제의 역효과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말하는 디지털경제패권국가로 가기 위해 공영방송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 OTT에서도 공영방송이 공적책무를 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겸임교수는 “지금의 낡은 미디어 법체계에서 정부가 시행령만 가지고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미디어 공약은 큰 차이가 없었다. 공통 공약을 가지고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성동규 전 위원장은 “차기 정부 인수위에서 미디어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반드시 민주당 미디어 분야 공약도 충분히 고려하고 좋은 것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 전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비판하며 “언론자유는 자율규제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당선자께서 선거운동 기간에 언론노조 등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역시도 직접적 형태의 규제나 간섭이 될 수 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자율규제 얘기를 할 수 있느냐, 논리적 맥락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그의 해명은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그런 짧은 기간 동안에 있었던 부분들, 또 당선자의 언론관이 충분히 투영되지 않았던 부분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였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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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21일부터 사적모임 8명까지…영업시간은 11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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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3/18 10:47
  • 수정일
    2022/03/18 10:4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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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2-03-18 09:10수정 :2022-03-18 09:18

18일 권덕철 장관 중대본 회의 발언
21일부터 시행…다음달 3일까지
신규 확진자는 40만7071명…사망자 301명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감염병 전문 응급센터 주차장이 119 구급차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감염병 전문 응급센터 주차장이 119 구급차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사적모임 제한을 6인에서 8인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행 밤 11시까지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 제한은 유지된다.

 

18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본부 1차장)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지난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새롭게 조정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오미크론의 대유행과 의료대응체계의 부담, 그리고 유행 정점 예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하기에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면서 “다음주 월요일(3.21일)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사적모임 제한을 6인에서 8인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분들의 생업의 고통을 덜고, 특히, 국민들의 일상 속 불편을 고려하여 인원수만 소폭 조정하는 것으로 격론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번 조처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은 원래대로 밤 11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영업시간 제한 완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밤 11시까지인 현재 기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 냈다. 지난 18일 오미크론 확진자 수가 정부 ‘정점’ 전망을 크게 웃돌아 60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429명으로 집계되는 상황에서 방역 완화 조처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정부 집계를 보면, 이날 0시 기준 하루 확진자는 40만7017명이고, 사망자는 301명, 입원 중인 코로나19 중환자는 1049명이다. 권 장관은 이어 “확진자 수 증가에 따라 위중증 환자도 증가하고 있고 의료체계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중환자병상 가동률은 66.5%이지만 빠르게 늘고 있고, 지역적으로는 가동률이 90%에 이르러 포화상태인 곳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 정부는 오미크론의 유행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델타에 비해 낮지만 독감과 유사해지는 경우는 백신을 접종한 때 뿐”이라며 “미접종자의 치명률은 0.52%이고, 특히 60대 이상의 고령층 미접종자의 치명률은 5.05%으로서 독감(0.05%~0.1%)의 50배 이상이다. 반면, 3차 접종을 완료한 60살 미만의 치명률은 0%”라고 언급했다.아울러 권 장관은 “이번 달 21일과 31일부터는 각각 청소년 3차 접종과 소아 1차 접종이 시작된다”면서 “자녀들의 예방접종에 부모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고, 3차 접종과 마스크 쓰기·주기적 환기 등 방역수칙 준수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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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그 어떤 방식도 테러다"

[후쿠시마 핵사고 11주년] ③ 일본,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11년이다. 2011년 3월 11일 진도 9.0 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이 일본 동북 지방 해안가를 덮치면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여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이다. 체르노빌 사고와 함께 국제 원자력 사고등급의 최고 단계인 7단계인 대형 사고로서 현재도 원자로에서 계속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고 있다. 사고로 인해 부서진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서 바닷물을 끌어들여 원전을 냉각시키고 있는데 이로 인해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발생한다. 원자로를 식힌 오염수는 저장탱크에 옮겨 육지에 보관하는데 그 양이 130만 톤 을 이미 넘었고 매일 150톤씩 늘어나고 있다. 하루에 200리터 드럼통 750개 분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저장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하여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방류 시기는 2023년으로 잡고 있으며, 주변 국가들과 회의를 통해 의견을 계속 조율 중이다.

▲ 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로 구성된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은 지난해 12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

그 어떤 방식의 해양 방류도 테러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한다는 기본 입장을 정해놓고 어떻게 해양 배출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오염수를 낮은 농도로 희석해 하루에 500톤씩 방출하는 계획, 해저터널 1km를 통해 방류하는 계획 등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도외시한 채 방사능 처리의 책임을 바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국가는 해양방류를 전제로 한 논의에 대해 상당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일본 정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의 대책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함과 동시에 일본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를 찾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핵심은 먹이사슬 농축과 수산물 안전에 있다. 

인체가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면 백내장, 심혈관 질환, 선천성 기형, 암 등의 발생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특히,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방사능이 주변 지역의 식물, 포유류, 조류, 양서류, 어류, 무척추 동물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방사선을 발견한 퀴리 박사는 라듐 방사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노년에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방사능 물질이 위험한 이유는 먹이사슬에 농축되어 생물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있는 C-14(탄소-14)는 탄소이면서 방사선을 내는데, 이렇게 동일한 원자기호를 가지면서 방사선을 내는 원소를 방사성 동위원소라 부른다. 원소 주기율표에서 볼 수 있는 원소는 대부분 방사성 동위원소를 갖는다고 보면 되며, 반감기가 수초~수분에서 수천~수만 년에 이르는 다양한 원소들이 있다. 이 중에서 C-14는 광합성을 통해 식물플랑크톤에 저장되고, 이를 먹이로 삼는 동물플랑크톤, 어류를 거쳐 먹이사슬의 상위단계로 쉽게 축적된다. 인체에 흡수된 C-14는 다른 탄소들과 동일하게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으로 합성되며 원소 주변에 있는 세포나 DNA를 끊임없이 공격하여 DNA를 변형시키고 암을 유발한다. C-14 원자 한 개가 내는 방사선 양은 기준치 이하로 매우 낮지만, C-14 바로 옆에 있는 세포들은 권투선수가 날리는 펀치를 평생 계속해서 맞는다고 보면 된다. C-14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약 5000년이므로 이 원소가 해양생태계 먹이사슬로 들어와서 생물체 내에 일단 자리를 잡게 되면 수천 년 동안 계속 피해를 주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염수를 희석해서 바다로 방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대안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로 생각해야 한다.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하겠다는 것 또한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사능 오염수가 해저터널 1km를 통해 흘러가면서 터널 암반 틈을 따라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오염된 지하수는 다시 퇴적층을 따라 흐르면서 주변 바다로 흘러나온다. 이 과정에서 해저퇴적물에 살고 있는 갯지렁이, 게, 단각류 등 저서동물이 다시 오염된다. 저서동물은 물고기의 좋은 먹이이기 때문에 방사능에 오염된 저서동물은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빠르게 오염시킬 수 있다. 먹이사슬로 들어온 방사능에 물질은 해류와는 관계없이 우리나라 바다와 우리 식탁을 위협할 수 있다.

오염수 농도를 묽게 해서 해양으로 방류하는 것은 방사능 문제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고 문제의 책임을 바다에 넘기는 것이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공장 폐수를 빗물에 희석해서 버리곤 했다. 비가 올 때 개천에 나가면 하수 냄새가 많이 나는 이유는 이 때문이며 비가 그치고 나면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곤 한다. 방사능은 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양의 문제이다. 그래서 오염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서 배출한다는 것은 나쁜 방법이다. 

▲ IAEA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앞 바다에서 샘플링 작업을 하고 있다. ⓒIAEA

수산물 방사능 오염 감시 능력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일본 정부가 자국 영해에 오염수를 버리겠다고 억지를 부리면 우리가 이를 막기는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후쿠시마에서 배출된 방사능이 우리나라 바다로 흘러들어 온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확보해서 국제 소송을 하거나, 국제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정도일 것이다. 과학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해수 방사능 검사와 수산물 방사능 검사가 있다. 해수 방사능 검사를 통해 우리나라 주변 바닷물에서 방사능 농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는데, 이를 통해 후쿠시마 방사능이 해류를 따라 유입되는지의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여 시민들이 안전하게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수산물 방사능 감시이며, 이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미국은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후쿠시마를 통과하는 쿠로시오 해류가 미국 알래스카로 직접 흘러가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인 반응으로 생각된다. 미국 해양연구소에서 일하는 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후쿠시마와 관련된 방사능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쿠로시오 해류에 의해 미국 바다가 방사능으로 심하게 오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과학적인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도 알래스카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을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시민들에게 알래스카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후쿠시마 해양 방류에 대비하여 배경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양 방류 이전과 이후의 수산물 방사능 농도를 비교하면 해양 방류에 의한 방사능 오염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후쿠시마 해양 방류 이후에 알래스카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수산물 소비가 감소하여 수산업이 타격을 받는 경우가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 정부가 축적한 수산물 모니터링 정보는 일본 정부를 외교적으로 압박함과 동시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상당히 넓고 깊어서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먹이사슬의 최상부에 위치한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엄격하고 강도 높게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를 통해서 후쿠시마 해양 방류 시행을 견제하고 수산물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산물 방사능 오염상 시민이 알 수 있는 정보체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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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겨레하나 “친일파와 다름없는 김태효 임명 철회하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3/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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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겨레하나가 17일 오전 11시 국힘당 부산시당 당사 앞에서 ‘한일군사정보협정(지소미아) 밀실 협상에 앞장선 김태효 전 전략기획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부산겨레하나]  

 

“친일파와 다름없는 김태효 같은 사람을, 한미동맹,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주장하며 한반도를 위협하는 이런 사람을, 새 정부의 인사가 되는 것을 우리는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다.”

 

이보영 부산겨레하나 사무처장이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외교·안보분과 위원으로 김태효 전 청와대 전략기획관을 임명한 데 대해 이처럼 비판했다.

 

부산겨레하나는 17일 오전 11시 국힘당 부산시당 당사 앞에서 ‘한일군사정보협정(지소미아) 밀실 협상에 앞장선 김태효 전 전략기획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겨레하나는 “김태효 씨는 청와대 재직 당시, 2012년 6월 지소미아 ‘밀실 처리’를 주도했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을 당연시하고 한일 군사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을 담은 논물을 여러 차례 쓰기도 하였다”라면서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정부의 이러한 인선은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기만 할 뿐, 우리 국민의 정서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김태효 씨는 이명박 정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청와대에서 대외전략비서관과 대외전략기획관 등을 지내며 외교·안보 실세로 통했던 인물”이며 “친일매국적인 지소미아를 밀실 처리하려다 물러난 사람이며 북한에 대해서는 전쟁과 무력 사용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 [사진제공-부산겨레하나]  

 

지은주 부산겨레하나 대표는 “새 정부 인수위 외교·안보 인선은 철저하게 동맹강화 인물로 배치되었다. 새 정부의 위험천만한 외교·안보 정책의 밑그림이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때 미완성한 한미일 삼각동맹 추진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대선 결과로 미국과 일본은 잔칫집이나 다름없다. 이제 말 잘 듣는 정부가 들어섰으니 자신들의 동맹 보따리를 원 없이 풀어제낄 것이다. 지금까지 추진하지 못했던 동맹체제 강화의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한미일 삼각동맹의 본질은 미국이 동북아 패권을 위한 군사력부담을 한국과 일본에 지우려 하는 것이고 한국 정부를 미일동맹의 하위동맹으로 편재하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전쟁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 대표는 윤 당선인에게 “이명박, 박근혜의 전철을 밟지 마라.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한 정권치고 살아남은 권력이 없다”라고 경고했다.

 

부산겨레하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태효 씨의 위원 임명은 윤석열 당선인이 MB 정부의 강경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 “윤석열 인수위원회는 구시대 외교정책의 상징인 김태효 인선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국힘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부산겨레하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힘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사진제공-부산겨레하나]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한미일군사동맹 반대! 지소미아 밀실협상에 앞장선 김태효 인선 철회하라

 

지난 15일,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외교·안보분과 위원으로 김태효 전 청와대 전략기획관을 임명하였다.

 

김태효 씨가 누구인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 분야 실세로 군림하며 MB 정부의 강경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2012년 6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밀실에서 추진하기도 한 그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해야 한다는 상식을 벗어난 논물을 수차례 쓰기도 하였다. 

 

김태효 씨의 위원 임명은 윤석열 당선인이 MB 정부의 강경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매우 위험한 외교·안보관을 가지고 있었다.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조하였다. 외국 군대의 힘으로 평화를 수호하겠다는 주장을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거리낌 없이 했던 것이다. 더욱이 이 발언을 했던 시기가 3.1절을 앞두고 있던 시기여서 국민들은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그리고 대선 이후, 윤석열 당선인의 안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매국적인 공약이 이제 현실화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결과 발표 5시간 만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였다. 미국의 요청으로 예정보다 빨리 통화를 진행하며 노골적으로 한미일 동맹 강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미 상원군사위원회에 출석한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일관계 개선이 자신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는 입장과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 정책이 매우 조짐이 좋다고 기대감을 드러내었다. 이는 한미군사훈련을 일본 자위대와 합동으로 전개할 것을 주문해 온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훈련 확대 압박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 또한 이에 발맞추어 움직이고 있다. 지난 13일 일본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당대회에서 “자민당이 제시하는 4개 항목의 개정안은 모두 힘써야 할 과제”라며 자위대 명기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에 의욕을 보였다. 

 

지금 한미일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우리 국민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는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대중 전략을 실현하는 돌격대 역할일 뿐이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위원 대다수는 새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로 자리를 이어간다. 매국적인 지소미아 밀실 협상의 장본인이 새 정부로 들어간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겠는가?

 

식민지배 사죄 없이 다시 군사대국을 꿈꾸는 일본과 손잡고 한반도 평화, 안보를 지키겠다니 가당치 않다.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매국적인 한미일 군사동맹 정책은 지금 당장 폐기해야 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한다!

윤석열 인수위원회는 구시대 외교정책의 상징인 김태효 인선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

 

2022년 3월 17일

부산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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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국무위원회 실세들로 재편 '눈길'

통일부, ‘2022 북한 권력기구도’ 발간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3.17 18:55
  •  
  •  수정 2022.03.17 2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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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17일 ‘2022 북한 권력기구도’를 발간, 배포했다. 통일부는 “8차 당대회 이후, 당·정·군 조직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월 5~12일 개최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는 김정은 총비서를 추대하고 주요 당간부들을 인선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통일부는 17일 ‘2022 북한 권력기구도’를 발간, 배포했다. 통일부는 “8차 당대회 이후, 당·정·군 조직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월 5~12일 개최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는 김정은 총비서를 추대하고 주요 당간부들을 인선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통일부는 17일 ‘2022 북한 권력기구도’(이하 기구도)를 발간, 재편된 당 정치국과 국무위원회 등의 명단을 공개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로동신문] 보도 등 공개정보를 위주로 “공개 정보 및 주요 회의·행사 시 식별 사항, 유관기관과의 협의 등을 종합하여 필요시 분석·추정사항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권력 핵심인 ‘조선로동당’은 지난해 1월 8차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추대했고, 신설된 제1비서는 여전히 공석인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부는 제1비서 직제를 기구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8차 당대회 이후, 당·정·군 조직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요약했다.

북한은 당 우위 국가로 당 정치국이 핵심 권력기관이다. 통일부는 정치국에 군 관련 인물이 줄고 경제 담당 인물이 늘어난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사진 - 북한정보포털 갈무리]
북한은 당 우위 국가로 당 정치국이 핵심 권력기관이다. 통일부는 정치국에 군 관련 인물이 줄고 경제 담당 인물이 늘어난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사진 - 북한정보포털 갈무리]

아울러 정치국 내에 군 관련 인사의 비중이 감소하고 경제 부문 인사 비중이 증가했다며 “8차 당대회 이후 산업 증산·민생 개선을 중심으로 한 ‘5개년 계획 수행’ 강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정치국 위원을 맡았던 인민군 총참모장(림광일)과 사회안전상(리태섭)이 후보위원에 머물렀고, 정치국 후보위원이던 국가계획위원장(박정근)이 위원으로 격상된 것이 대표적이다. 내각 부총리도 기존 2명에서 3명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먹는 문제 해결과 농촌건설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각 농업성이 농업위원회로 격상됨에 따라 통일부는 주철규 농업위원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반해 대외관계가 거의 전무한 상황을 반영한 듯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당 관련 기구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군사분야 최고책임자였던 리병철의 자리를 박정천이 이어받아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당 비서를 맡은 점이다.

실제 구체적 업무를 맡고 있는 조선로동당 전문부서와 도(직할시.특별시)당위원회 조직표. 도(직할시.특별시)당위원회 책임비서들 중 비중있는 인물들도 많다. [사진 - 북한정보포털 갈무리]
실제 구체적 업무를 맡고 있는 조선로동당 전문부서와 도(직할시.특별시)당위원회 조직표. 도(직할시.특별시)당위원회 책임비서들 중 비중있는 인물들도 많다. [사진 - 북한정보포털 갈무리]

당 전문부서는 문화예술부가 신설됐고 신소실이 통폐합된 것으로 추정, 모두 22개로 추정했으며, 조직지도부 김재룡, 선전선선동부 주창일 등 19개 부장의 명단을 밝혔다. 이 중 선전선동부장 주창일, 과학교육부장 태형철, 근로단체부장 리두성, 문서정리실장 박정남 등은 통일부가 추정해 반영한 것이고 신설된 문화예술부와 총무부, 경제정책실 책임자는 공란으로 남겼다.

통일부 관계자는 “주창일이 당 부장으로 거명되고 있어서 어느 부장인지 관심을 갖고 봤다”며 “최근 참석한 여러 활동이 기존 선전선동부장 활동과 유사하고 2차 초급당비서 대회 등 착석 위치, 호명 순서” 등을 감안했고, 유관기관의 의견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가 핵심부서로 평가된다.

최근 북한이 도‧시‧군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도당위원회 책임비서들도 주목된다. 김영환 평양시당 책임비서는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평양시당 책임비서를 역임한 문경덕 평안북도당 책임비서, 군 총정치국장과 평양시당 위원장을 역임한 김수길 강원도당 책임비서 등 비중있는 인물들이 포진돼 있다.

국무위원회가 재편, 강화돼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도 당연직 위원들이 일부 교체됐다. [사진 - 북한정보포털 갈무리]
국무위원회가 재편, 강화돼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도 당연직 위원들이 일부 교체됐다. [사진 - 북한정보포털 갈무리]

정(政)의 핵심 조직이랄 수 있는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최룡해 제1부위원장, 김덕훈 부위원장 체제 아래 실세 위원들로 재편돼 눈길을 끌었다. 당 정치국 못지않은 역할을 에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정치국 상무위원 조용원을 비롯해 군 책임자 박정천, 오수용(당 비서), 김성남(당 국제부장), 리영길(국방상), 리태섭(사회안전상)이 새로 등장했고, 기존 대남‧외교라인에서 김영철(당 통전부장), 리선권(외무상)은 국무위원 직을 유지했지만 최선희(외무성 부상)는 빠졌다. 최선희가 빠지고 김성남이 추가된 셈이다.

대외‧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은 국무위원 외에 다른 공식 직책은 맡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통일부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내각 산하로 파악했지만 책임자는 공란으로 남겼고, 통상 비중있는 인사가 맡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도 위원장은 공란으로 남았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은 리두성 당 근로단체부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내각 상(장관)은 고등교육상 김승찬, 국토환경보호상 김성준, 정보산업상 주용일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에 리선권, 최선희만 유임되고 김성룡, 김호철, 서호원, 김성호 등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졌다.

북한 사회에서 ‘당의 인전대’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근로단체는 최근 명칭을 바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위원장에 문철,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위원장에 김정순이 이름을 올렸다. 문철과 김정순 위원장은 기존 조선직업총동맹 위원장 박인철,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위원장 한종혁과 나란히 당연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도 겸하게 됐다.

남북관계 일선에서 활약해온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린 점도 눈에 띈다. 맹 부부장은 지난 2월초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회의에서 해외동포권익옹호법에 관한 토론에 나선 바 있다.

남측의 교류 파트너인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 위원장은 박명철, 민족화해협의회 회장은 박용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북측본부 의장은 최진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김영철, 조선적십자회 위원장 겸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은 강지영 등이 확인됐다.

이날 통일부가 함께 발간한 올해 북한의 주요행사 예정표에는 지난해 8차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추대된 날(1.10)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4.25)이 휴무일로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늘 브리핑 이후 언론, 유관기관, 연구기관, 대학 등에 약 1,000부 배포 및 통일부 누리집 ‘북한정보포털’에 게재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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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정치개혁' 부르짖는 이탄희 "그게 우리가 살 길"

[야당 민주당의 길 ①] "민주당이 졌고, 이재명은 잘 싸웠다"... 책임정치 실종, 태도의 문제 지적

22.03.18 06:00l최종 업데이트 22.03.18 06:00l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평가 및 더불어민주당 향후 쇄신 방향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평가 및 더불어민주당 향후 쇄신 방향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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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8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 민첩해져야 한다. 더 절박해져야 한다"며 선거대책위원회 보직을 반납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된 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가던 시기였다. 이후 그는 여의도 중앙정치보다는 지역 현장을 중심으로 대선에 참여해왔다.

그렇게 직접 만났던 민심은 어땠을까.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분노"라고 표현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대통령의 역할을 행정부 수반만으로 축소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행정부를 국민의 뜻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 아닌가. 국민들이 그 민주당에게 180석을 몰아주지 않았나. 하지만 왜 민주당은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행정부의 문제를 인정하지 못하는가. 이런 분노였다."

'야당 민주당'이 사는 길. 이 의원은 그 출발점 또한 '태도'라고 봤다. 지난 12일 그는 문 대통령 등이 부친상을 당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근조화환 등을 보낸 일을 두고 "피해자의 상황에 무감각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인터뷰에서도 "(2년 전 안 전 지사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성폭행) 피해자 스스로 '위협을 느낀다'고 얘기하지 않았나"라며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 이런 상태로는 대립이슈를 풀 수 없다"고 했다.

"졌잘싸? 정확히 말하면, 민주당이 졌고 이재명은 잘 싸웠다" - 대선 결과가 나온 지 딱 일주일 됐다. 이번 대선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우리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민주당은 졌다, 이재명은 잘 싸웠다'이다. 후보 개인의 경쟁력으로 봤을 때는 지기 어려운 선거였지만, 당 대 당 구도로 봤을 때는 이기기 어려운 선거였다. 후보가 구도를 극복할 동력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지 못했다. 역부족이었다."

- 왜 역부족이었나.

"구도가 너무 강했다. 국민들이 민주당의 자기교정능력, 다음 세대의 정치를 위해 필요한 개방성을 갖추려고 하는 의지가 있냐는 점에 반신반의했다. 마지막 3주 정도 다당제 정치로의 이행을 위한 정치교체라든지, 박지현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키기 이슈를 통한 2030 남성과 여성의 연대 가능성 등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대선 캠페인 속에서 그런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 시기가 좀 더 빨리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어제(16일) 박용진 의원 주관으로 열린 첫 대선평가 토론회 말미에 '민주당은 촛불시민이 요구한 연합능력과 갈등을 조정하고 추진력 있게 개혁을 해내는 문제해결능력을 모두를 보여주지 못해서 심판받았다'고도 말했는데.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촛불계승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촛불혁명의 주체는 민주당이 아니라 촛불시민이다.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41%밖에 주지 않았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80%까지 갔다는 것은 그만큼 권한을 신탁했다는 뜻이다. 그러면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나머지 39%의 시민들을 함께 끌고 갈 수 있는 정치를 했어야 했다. 그게 바로 연합정치이고, 촛불정부는 성격상 연합정부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 점에서 실패했다. 

연합정치 체제에서 문제해결 능력이라는 것은 결국 양쪽 당사자 서로 간에 부딪치는 대립이슈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다. 또 우리가 동의하는 개혁이슈는 강하게 추진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런데 두 가지 각각 필요한 역량이 있다. 

첫째, 갈등 조정을 위해선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안을 단순화해서 상대를 악마화하고 공격하는 모습만 주로 보여줬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부친상 근조 화환 문제도, 제가 '화환을 보내지 말라'는 게 아니다. 피해자를 조금만 더 배려하는 방식으로 조의를 표하면 된다.

특히나 (2년 전 안 전 지사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대통령 직함으로 화환을 보낸 것을 두고 피해자 스스로 '위협을 느낀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 이런 상태로는 대립이슈를 풀 수 없다. 갈등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니까. 

둘째, 개혁과제를 끝까지 추진하기 위해선 상세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구호는 있었어도 그것을 뒷받침할 상세한 청사진이 없었다."

- 대표적인 예는 아무래도 검찰개혁인가.

"그렇다. 제가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취임할 때도 전체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유가 그 시점에도 권력기관 전체를 어떤 식으로 개편할지에 관한 청사진이 없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어떤 기관을 설치해서 그 절차를 어떻게 흘러가게 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고, 정보기관과 공수처의 권한, 자치경찰제 등을 어떻게 할지, 그 다음 법원개혁 이런 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완성도 높은 개혁안이 없었다."

"책임정치 실종된 민주당... 이러다 새누리당 코스 밟는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평가 및 더불어민주당 향후 쇄신 방향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평가 및 더불어민주당 향후 쇄신 방향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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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0.73%P, 24만7천여 표 차이는 '졌잘싸'가 아니라 '졌다'라고 평가하는 듯하다. 하지만 당장 민주당 안에선 반성, 성찰보다는 서로 격려하는 편이고, 전반적으로 좀 조용한 분위기인데.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궐선거와 비교하면, 그때는 한쪽 팔이 부러졌으니까 나머지 팔과 두 다리로 쇄신작업에 착수하면 됐다. 지금은 허리가 부러졌다. 그럼 사실 쓰러져 있어야 한다. 그만큼 타격이 크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평화로운 촛불혁명으로 촛불시민에게 신탁받은 정권을 5년 만에 빼앗겼다는 충격이."

- 그나마 '윤호중 비대위'를 두고는 논쟁이 좀 있다.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면서 윤 비대위원장이 조만간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지도부의 일원임에도 혼자 책임을 덜 지고 남은 것 아닌가. 그러면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지방선거까지 졌을 때에는 두 배로 책임지겠다'고 얘기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 앞에 윤 비대위원장의 모습이 비칠 때마다 '책임져야 될 사람이 그냥 있네'란 느낌밖에 못 준다."

- 대안은 무엇일까.

"소수의 사람이 먼저 이름을 제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냥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 논의하길 바란다. (3월 25일) 신임 원내대표가 뽑히면 당원과 지지자, 일반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했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 최소한 먼저 의원총회를 거치고, 지역위원장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그게 기본이지 않나. 의총이 금요일인데 목요일에 비대위원장을 정한 다음 의총을 열고 의견을 듣는 것은 앞뒤가 완전히 바뀌었다."

- 전날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2016년 총선 패배 후 이정현 체제가 들어섰고, 홍준표 체제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황교안 체제로 2020년 총선에 패배했던 국민의힘의 과거를 따라갈지 말지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도 했다.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은데, 왜 그 정도로 우려하는가.

"그때와 똑같지 않나. '책임정치'가 실종됐다. 지금 민주당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책임정치의 복원이다. 지난 2년 간 민주당의 모습에 주권자들이 두 번 연속해서 분노를 표출했음에도 그동안 민주당을 운영해온 사람들 중에 제대로 책임졌던 사람이 누군가? 없다. 이 책임정치의 실종 사태가 계속 가면, 저는 우리가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코스를 밟을 수 있다고 본다. 윤호중 비대위원장 거취도 책임정치의 측면에서 처리해나가야 한다. 비대위원장을 계속 하려면 '지방선거 졌을 때 내가 두 배로 책임지겠다'는 말을 '지금' 해야 된다는 얘기다."

-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는 국민들이 다양성이 존중되는 다원주의 정치체제로의 이행을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거기에 충분히 조응하지 못하면서 그 이행이 '일시정지'된 상태라고 본다. 민주당이 지긴 했지만 초박빙의, 0.73%p라고 하는 역대 가장 적은 표차의 박빙 승부로 끝나지 않았나. 그러니 '무산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어쨌든 그 이행을 주도하는 곳은 국회이기 때문에... 저는 국민들이 국회가 다시 그것을 이행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살 길은 정치개혁... 태도의 복기에서 출발해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평가 및 더불어민주당 향후 쇄신 방향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평가 및 더불어민주당 향후 쇄신 방향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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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원주의 정치체제로의 이행'이 곧 정치개혁일 텐데, 사실 선거 막판에서야 주목받은 이슈였다. 

"저는 4.7 재보선 이후 계속 얘기해왔다. 정치개혁이 우리나라 정치의 미래이자 민주당의 미래이고, 민주당의 살 길이다. 그게 곧 촛불시민의 요구다. 또 지금 위기상황이다. 코로나 위기, 기후위기, 격차위기, 저출산 위기... 이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두 가지 정치집단이 가지고 있는 지혜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다양한 정치집단이 머리를 맞대고 완성도 높은 결론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확보해야 한다."

- 당장 국회 상황을 보면... 본인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은 일을 잘 할 필요가 없고 잘 싸우면 되더라'라고 자조 섞인 평가를 남겼다. 그 현실을 절감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크게 검찰개혁 같은 경우다. 디테일한 계획을 만들어서 추진해야 했는데 검찰개혁이란 구호를 놓고 하자 - 말자 싸우는 데에 더 집중하는 양상으로 흘러왔다. 양당 모두 그 싸움에서 목소리를 크게 낼수록 지지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 검찰개혁 얘기하면 조국사태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채이배 비대위원이 16일 공개석상에서 조국사태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자 당 일각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이 또 반복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조국사태를 복기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을까.

"저는 '윤석열-조국사태'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조국사태 또는 권력형 성범죄 2차 가해 논란 등을 민주당이 어떤 태도로 다뤘나? 그 '태도'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 사안들은 한 가지로 단순화할 수 없는 복잡한 사안들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살인적인 과잉수사로 일가족이 도륙당한 것도 사실이고, 조국 전 장관이 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불공정한 지위세습의 상징처럼 비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두 관점을 일단 '있는 현실'로서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한다. 

권력형 성범죄 문제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가해자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더라도 이와 전혀 다른 피해자의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감성적으로 충분히 흡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태도를 못 보이고 있다. 양당정치 구조 하에 국민의힘과 대결하면서 잘 싸우면 이기는, 그런 정치의 문법하고 똑같다. 

결국 민주당의 태도를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왜 우리가 양당 정치체제가 문제라고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왜 우리가 개방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왜 다원주의 정치체제로 가는 것만이 민주당의 살 길인지를 얘기할 수 있다."

- 다당제의 방법론 중 하나로 '대선 결선투표제'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당제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우리가 국회를 다당제 형태로 만들어도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없으면 제1당, 제2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은 정부 운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없는 정당이 된다. 그러면 다당제도 유지될 수 없다.

또 다당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라는 가치다. 그 다양성은 행정부 내에서도 필요한데,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1위 후보든, 2위 후보든 3위 이하 후보들의 정책과 가치를 국민들 앞에서 공개 수용하고 당선 이후 국정운영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 입장에선 여러 가치와 정책들이 조화롭게 연합된 행정부를 가질 수 있는 셈이다. 

하나 더, 이게 원활히 작동하려면 행정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하는데, 이때 행정부 내에서 다원성이 충돌할 수 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장치가 필요하다. 그게 대통령 중임제다. 대통령 중임제는 대통령의 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중간투표가 있지 않나. 그러면 처음에 가치와 정책의 연합체로 출발했던 정부가 중도에 독선으로 흐르더라도 국민들이 중간평가 때 심판할 수 있다. 그게 여러 번 반복되면 극단적으로는 그 연합정부에서 배제된 정당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 수도 있고. 이렇게 대통령 중임제-결선투표제가 결합돼야 잘 기능할 수 있다."

- 결선투표제가 결국 거대 양당 후보만 남겨서 기존 체제를 더 공고화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건 미래의 걱정을 당겨서 하는 것이다.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현재의 문제를 개선한 다음, 양당제 극복을 위해 추가로 어느 단계로 갈까는 국민들과 함께 선택하면 된다."

개헌이든, 입법이든... "민주당의 협업능력을 묻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평가 및 더불어민주당 향후 쇄신 방향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평가 및 더불어민주당 향후 쇄신 방향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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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결선투표제든 대통령 중임제든 헌법을 바꿔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향후 정국주도권을 쥐기 위해 개헌을 먼저 던질 수 있다는 말들도 나오는데, 누가 던지느냐에 상관없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생각인가.

"지금 이 순간부터 국회의원들이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교체 열망, 그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대변해야 한다. 우선 2인 선거구제 폐지, 위성정당 방지법 등 법률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해나가야 한다. 동시에 개헌을 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개헌이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2월 27일 정치개혁을 당론으로 채택할 때 '국민통합 헌정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당장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힘에게 국회 차원의 특위를 만들자고 바로 제안해야 한다."

- 국민의힘은 대선 때도 그렇고, 이전부터 개헌에 관해 별다른 견해를 밝히지 않았는데.

"그런데 현재 국회 구성을 보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면 보수 1당 대 민주진보 다수 야당 체제가 된다. 만약 모든 정당들이 다원주의 정치체제에 동의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면 국민의힘이 반대하기 힘들고, 국민의힘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미래 정치체제가 무엇인지 대안을 내야 한다. 그것을 두고 2024년 총선 때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 다만 개헌 전에 입법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민주당이 과연 할까?'란 시선들도 많다.

"대선 전과 후는 다르다. 대선 전에는 '민주당의 의지가 있냐'를 물었다면, 이제는 '민주당의 능력이 있나'를 묻는다. 현재 구도 속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 동의 없이 법안을 처리하려면 다른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면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주당이 다른 민주진보 야당들과 협업할 능력이 있는가, 의지가 있는가'로 질문이 바뀌었다. 우리가 그런 정치를 하반기 국회에서 보여줘야 한다. 말과 행동이 같이 가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 민주당이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측면에서 이재명 후보와 정치개혁에 합의하며 단일화했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당대표에게 경기도지사 후보를 양보해야 한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어떤 후보를 어떤 선거에 내보내느냐를 미리 앞서서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이 문제를 정쟁화할 수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합정치하는 방식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먼저 논의하는 게 좋다. 그런데 그 얘기를 할 때 김동연 대표는 당연히 함께해야 할 사람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김 대표를 포함해 어떤 사람이든 정치교체라는 과업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함께할 수 있고, 함께해야 한다."

- 인터뷰 내내 말한 것들을 이탄희 개인 혼자 다 할 수 없을 텐데.

"저는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계속 해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법관탄핵 때도 열린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연대하는 틀을 만들어서 끝까지 유지했고, 그 결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석 수를 초과하는 '찬성 179표'를 얻어냈다. 지금도 정치교체와 관련해 다른 소수 정당 의원들과 계속 같이 목소리를 낼 것이고, 동시에 민주당 내에서 동의하는 의원들과 더 넓고 긴밀하게 함께 하겠다. 그 방법밖에 없다. 왕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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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코로나 사망 429명으로 폭증…확진 62만명대

등록 :2022-03-17 09:49수정 :2022-03-17 10:05

확진자 느는데다 ‘목요일 효과’
어제 누락 확진자 반영도 영향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PCR과 신속 항원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PCR과 신속 항원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전날 역대 처음으로 40만명을 넘긴 데 이어, 17일 0시 기준 60만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주중 수요일과 목요일에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 ‘목요일 효과’와 전날 질병관리청 시스템 미비로 인해 집계에서 누락된 확진자가 합쳐진 점이 폭증 요인으로 보인다. 사망자도 429명으로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2만1328명(국내 62만1266명, 해외유입 62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하루 확진자는 전날 확진자 40만711명(전날 40만741명 발표에서 수정)보다 22만617명 많다. 당초 16일 확진자는 50만명 안팎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방대본의 전국 확진자 집계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해 40만명으로 나타났는데 일부 확진자 통계가 이날 반영됐다. 고재영 방대본 위기소통팀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목요일은 확진자 발생이 원래 크게 나타나고, 오늘(16일)자 미집계 확진자까지 포함되면서 내일은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확진자 규모는 당초 방역당국 예상보다 높은 상황이다. 방대본은 16일 신규 확진자 32만명, 정점 규모를 37만여명으로 예측한 바 있다. 고 팀장은 “질병청이 발표했던 32만명 확진 규모는 주간 일평균으로, 날짜별로 편차는 발생할 수 있다”며 “신속항원검사의 확진 인정과 관련해서는 전체 확진 검사 역량이 늘어남에 따라 다소 확진자가 증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지난 11일부터 1주간 신규 확진자 수는 28만2946명→38만3684명→35만199명→30만9775명→36만2323명→40만711명→62만1328명이다. 

 

일주일새 20만명대에서 60만명대까지 올랐다. 이날 확진자는 1주일 전 목요일 32만7532명보다는 2배가량(29만3796명) 많다. 총 누적 확진자 수는 825만592명이다.신규 확진자 중 60살 이상 고위험군은 11만3769명(18.3%)이다. 18살 이하 확진자는 15만807명(24.3%)다.신규 사망자는 429명으로 역대 최다로 집계됐다. 전날(164명)보다 265명이 늘었다. 현재까지 역대 최다 사망자였던 15일(293명)보다도 136명 많다. 누적 사망자는 1만1481명으로, 치명률은 0.14%다. 

 

사망자를 연령대로 보면 80살 이상이 264명으로 가장 많다. 이하 연령대는 70대 94명, 60대 43명, 50대 19명으로 나타났다. 40대(7명)와 20대(2명) 사망자도 집계됐다.재원중 위중증 환자는 1159명으로 집계됐다. 전날(1244명)보다 85명 줄었다. 지난 1주간 위중증 환자 수는 1116명→1066명→1074명→1158명→1196명→1244명→1159명이다.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192만5759명이다. 재택치료자 중 집중관리군은 28만5070명으로, 전날 신규 재택치료자는 51만3806명이다. 전국 병상 가동률은 위중증 병상 65.6%, 준-중증병상 72.3%, 중등증병상 48.1%이다.방역당국은 18일 거리두기 조정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행 ‘6인·11시’ 거리두기 조처는 20일로 종료되며, 방역당국은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김부겸 총리는 16일 오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방역당국에서는 일상적 의료 체계에서도 코로나 대응이 가능하도록, 현재 1급으로 지정된 감염병 등급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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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한반도 외교 감당할 수 있을까

[진단] 걱정스러운 선제타격 발언과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교훈

22.03.17 05:58l최종 업데이트 22.03.17 05:58l


20대 대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역대 대선 중 가장 작은 득표 차이를 보이며 거대 양당의 피 말리는 전쟁이 끝났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향후 5년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대통령과 집단이 결정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선출된 당선인은 정치경력이 전무하기 때문에 그가 어떤 대한민국을 그리고 있는지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 가운데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바로 외교안보 분야입니다. 오랫동안 검찰조직에만 몸담았던 당선인이 과연 국제정치의 역학구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이를 활용한 국가이익의 극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반도 외교상황을 유럽통합의 역사적 맥락을 빌어 분석하고자 합니다.

간단하게 넘어갈 수 없는 선제타격 발언
 

큰사진보기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하기로 했던 오찬 회동이 무산된 16일 윤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하기로 했던 오찬 회동이 무산된 16일 윤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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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자 유권자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사실 바쁜 일상을 살아내면서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다는 현실, 이 분단은 단순히 한반도에 두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발발한 전쟁이 언제든 한반도에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휴전'의 현실이라는 점을 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처럼 중요한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 정당과 정치인들은 여지없이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그리고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시민들로 하여금 깨닫게 해줍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그러한 정당과 정치인들에 의한 현실 자각은 이어졌습니다. 물론 과거의 색깔론에 기댄 정치공세가 다소 옅어진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 토론회의 외교·안보 관련 파트에서 나타난 특정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과 한반도의 전략핵 도입 가능성은 간단히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특히, '선제타격 발언'이 고도의 외교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선거전략적 측면에서 자신의 주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국내 정치용 발언이었다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입니다. 그 이유를 국제정치의 공간에서 한 국가의 대외정책 결정 이론 가운데 가장 고전적이고 여전히 설득력이 높은 앨리슨(G. T. Allison, 1971)의 관료정치모델(Bureaucratic Politics Model)로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앨리슨의 이 이론은 1961년 미국과 소련 사이에 발생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분석하면서 정립되었습니다. 앨리슨에 따르면, 한 국가의 대외정책은 단순히 대통령 또는 최고결정자의 결정이 아니라 관료조직의 정치적 산물입니다. 국가는 단일한 목소리를 가진 당구공과 같은 집단이 아니라 복수의 관료조직으로 구성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대외정책은 다양한 관료조직의 이익과 그 조직의 장이 가진 정치적 소신을 기초로 하는 정치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특정 대외정책은 대통령 개인의 결정이 아닌 다양한 관료조직 사이에서 지배적인 연합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특정 그룹의 정책이 곧 그 국가의 대외정책으로 발현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같은 장에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등과 같은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부처 사이의 치열한 정치적 싸움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앨리슨의 관료정치모델을 통해 볼 때, 왜 특정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이 문제시되는 걸까요? 대한민국의 많은 시민들이 쉽게 간과하는 부분은 북한에도 이 같은 관료정치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트럼프처럼 북한은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대외정책 결정이 김정은 개인에 의해 단순하게 결정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도 남한의 통일부에 해당하는 통전부(통일전선부), 남한의 외교부에 해당하는 외무성 등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오히려 민주적 선거가 없는 독재국가인 북한에서 내부 정치 투쟁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보다 더 심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덧붙여, 북한과 같이 모든 면에서 군사적 관점이 우월한 병영국가 또는 군사국가(Garrison state)는 대통령과 같은 최고결정자라도 군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ICBM 발사 징후와 치킨게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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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감지되고 있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징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 새롭게 들어서는 행정부의 수반이 자신들을 향해 선제타격을 이야기한다면 북한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외무성은 외교적으로 받아들이고 외교적 채널을 가동하려고 하겠지만, 북한의 군부 관료조직은 자신들의 입김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영국가인 북한에서 김정은은 이 같은 군부의 목소리를 간과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군부의 지지를 잃는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의 상당 부분을 잃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이 이 같은 정치적 맥락을 모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자신의 선거전략적 측면에서 '선제타격 발언'을 했다면, 이는 당분간 한반도에서의 평화적 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가 존재하는 외교 현장에서 힘에 의한 평화(Balanc of Power)에 의거할 경우, 결국 두 국가의 외교정책 방향은 주권의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어느 한 쪽이 철저하게 패배하거나 손을 들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끝내 항복했던 것과 1990년 고르바쵸프의 소련이 마침내 소련의 해체를 선언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북한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개연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며, 1950년대 당시 (서)유럽 지도자들 사이에 발견되는 주권의 양보(yielding of a degree of state sovereignty)는 다시 주목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린 2차 세계대전이었지만, 유럽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습니다. 패전국인 독일과 이탈리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조차도 상처뿐인 승리였습니다. 190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유럽 국가들 사이의 적대적 감정과 경제 상황은 처참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은 역내에서의 적극적 평화를 모색합니다. 그 방법은 개별 국가의 주권을 강화하는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일정 부분 주권을 양보하는 방향이었습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와 '국민주권'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였습니다. 당시 이 제안을 했던 프랑스의 외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슈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던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지역인 라인강 주변에서 많이 생산되는 석탄과 철강을 공동으로 관리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당시 전쟁에 가장 중요한 물자인 석탄과 철강에 대한 개별 국가의 주권을 일정 부분 양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랑스와 독일에 의해 라인강 지역의 석탄과 철강이 개별적으로 관리될 경우, 언제든지 이 두 물질이 전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슈만은 판단했습니다. 만약 힘에 의한 평화를 상정했다면, 당시 승전국인 프랑스는 라인강 지역의 더 많은 석탄과 철강을 확보해 더 많은 전쟁물자를 생산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을 경험한 유럽은 힘에 의한 평화를 상정해 개별 국가의 주권을 강화하는 정책적 방향이 아니라 석탄과 철강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초국가적인(supranational) 기구를 설립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이 같은 슈만의 정책적 선택에 따른 결과물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에 대해 디에볼드(Diebold, 1959)는 '초국가기구에 국가주권의 일부를 이양하는 서유럽의 첫 번째 기구'였다고 평가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기술되어 있는 국민주권 개념을 심도 있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1조는 1항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천명하며, 2항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돼 있습니다. 2항이 실질적인 국민주권의 내용입니다. 국제정치 그리고 유럽 통합의 역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대한민국의 헌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만, 1950년 당시 유럽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굳이 왜 양보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당시 슈만과 모네를 비롯한 유럽 통합의 지도자들의 정책적 선택에서 발견되는 점은 사회구성체인 국가의 존속이 곧 국가를 이루는 국민들의 주권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국가의 존속과 국가 우선주의적 사고에 천착했다면, 어떻게 개별 국가의 군사주권을 일정 부분 양보하는 정책적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특히, 5년 전 자신의 국가(프랑스)를 쳐들어왔던 상대국(독일)과 전쟁물자를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한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이 같은 선택은 국제정치의 공간에서 국가의 주권(홉스식 국가주권)은 궁극적으로 국가를 이루는 국민들에 의해서 나타난다는 국민주권 개념(로크식)을 간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당시 유럽은 무조건적인 국가주권 중심의 대외정책의 결과로 두 차례 전쟁을 경험하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타협한 것이 바로 국민주권을 담보하기 위해 일정 부분의 국가주권을 양보하는 대외정책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권 개념의 이중적 속성에 따라 대결적 외교안보정책이 아니라 공동외교안보정책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국민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국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전의 유럽지역에서는 국가주권 우선의 외교정책이었다면,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설립 이후는 국민주권을 고려한 유럽의 공동외교안보정책이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이해해야, 유럽연합이 초기부터 줄기차게 외교안보정책에서 왜 '공동'(Common)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공식적인 외교안보정책이 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입니다.) 1950년부터 실질적으로 시작된 유럽 통합의 역사에서 그 시작이 되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개별 국가의 주권을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공동의 이익과 안보를 담보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와 퇴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유럽 지역 내에서의 전쟁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초기 슈만의 유럽석탄철강공동체에 내재되어 있는 '주권의 양보'라는 점이 지금의 한반도에 시사하는 정치적 함의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단순히 힘에 의한 평화를 상정한 외교정책은 두 국가 가운데 한 국가는 사라져야 끝나는 치킨게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나의 입장에서는 나에게 위협이 된다고 느껴지는 상대가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유럽연합이 왜 외교정책을 '공동' 외교안보정책이라고 명명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만을 고려한 국가주권 우선의 외교정책은 국민주권의 말살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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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윤 당선인 조급함에 검찰총장 거취 압박 선 넘어"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3.17 07:5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문-윤 회동 무산에 중앙일보만 “이명박 사면 받아들였어야”
“늘수록 푸는 방역 맞나” 논조 막론 일제 비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16일 첫 만남이 돌연 연기됐다. 대부분 아침신문이 이 소식을 1면 머리에 배치하고 ‘신구 권력 갈등’으로 규정했다. 다수 신문은 첫 만남 무산의 1차 원인으로 윤 당선인의 ‘의제 공개 압박’ 또는 ‘조급증’을 지목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6일 오전 8시 동시에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 만남)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정된 회동 시간을 불과 4시간 앞두고서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의 첫 만남이 당일 불발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양쪽 다 회동이 취소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17일 한국일보 1면
▲17일 한국일보 1면
▲17일 아침신문 갈무리
▲17일 아침신문 갈무리

신문들은 모두 정치권을 인용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양쪽의 이견과 공공기관 인사권 논란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윤 당선자 측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공기업 임원 인사와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사면 등을 회동 의제로 정해 전날인 15일 이를 공개적으로 띄우면서 양쪽이 이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양측 핫라인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이 전날 막판까지 “임기말 인사권 행사 문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윤 당선자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 입장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그냥 놔둘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살려줘야죠”라며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함께 사면할 것으로 본다. 100%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이 회동 전부터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패키지 사면’ 논란이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17일 조선일보 1면
▲17일 조선일보 1면
▲17일 한겨레 1면
▲17일 한겨레 1면

양쪽은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임명권을 놓고도 갈등이 있었다. 앞서 윤 당선자 측(김은혜 대변인)은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는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사전 협의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임기 중 임명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양쪽이 문 대통령의 회동 제안으로 지난 10일 일정을 조율할 때만 해도 “이주열 총재 후임자 지명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처음엔 ‘윤 당선인과 협의하겠다’고 했었다”며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도 ‘윤 당선이 요구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가운데 윤 당선자가 공공기관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윤 당선인 측에서 지난 11일 문 대통령 측에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공기업 등 공공기관 인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협의해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윤 당선자 측의 김오수 검찰총장 ‘자진 사퇴’ 종용도 관련해 언급됐다. 한겨레는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이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김오수 총장에게 사실상 사진사퇴를 압박하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알박기’로 규정하며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권 의원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한 것도 실무협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김 총장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거취를 표명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7일 한국일보 3면
▲17일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는 ‘정권교체’를 이유로 한 사의표명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임기제 도입 뒤 임기를 채운 총장은 22명 중 8명에 불과하다. 다만 정권 교체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다”며 “정권 교체 후 사퇴요구는 윤 당선인이 사법개혁 공약과 함께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과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여러 신문이 사설에서 윤 당선자 측의 인사권·사면 의제 공개 압박을 회동 무산 원인으로 꼽았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다.

▲17일 국민일보 사설
▲17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일단 윤 당선인 측의 조급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인수위 기간은)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들을 내쫓고 자기 사람들을 심는 기간이 아니다”고 했다. 한겨레는 “당선자 측근들이 회동 의제가 조율되기도 전에 논의 안건을 언급할 때부터 징조가 불안했다”며 김오수 총장 거취 압박은 “누가 봐도 선을 넘은 행동”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당선인 측근 인사들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17일 한국일보 사설
▲17일 한국일보 사설

반면 중앙일보는 청와대가 이명박씨 사면 의제를 수용하지 않은 데 비판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가 회동 무산에 우선 책임이 있다”며 “윤 당선인이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청할 것이라고 예고해 문 대통령이 받아들이면 통합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윤핵관’” 권성동 의원에 “당선인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며 “윤 당선인의 속내로 읽히거나 ‘벌써 점령군 행세를 하느냐’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당선인 측이 뜻을 모으지 못하는 모양새도 실망스럽다”고 했다.

▲17일 중앙일보 사설
▲17일 중앙일보 사설

예측 벗어난 확진자 급증세 방역완화 “확진자 증가가 방역 목표냐”


한겨레는 1면에 “정부는 20일 끝나는 현행 ‘6인·11시’ 거리두기 조처를 ‘8인·영업시간 제한 해제’ 또는 ‘8인·12시’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부는 16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조정안에 전문가·소상공인단체 등 의견을 취합했고 17일 총리 주재 방역전략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한겨레는 “아직 유행 확산세가 커지고, 확진자와 함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역대 최다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17일 한겨레 1면
▲17일 한겨레 1면

코로나19의 ‘1급 감염병’ 등급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문들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방역당국은 일상적 의료체계에서도 코로나 대응이 가능하도록 현재 ‘1급’인 감염병 등급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법정 감염병은 심각도나 전파력 등에 따라 1~4급으로 나눈다. 1급 감염병의 경우 의료진은 확인 시 방역당국에 즉시 신고해야 하고, 감염자는 음압병실 등에 격리해야 한다. 검사와 치료제 처방, 입원 등 비용을 모두 국가가 부담한다. 1급 감염병엔 코로나19 외에 에볼라바이러스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17종이 포함됐다. 2급은 일부만 격리 대상이고, 4급은 격리조치를 하지 않는다. 2~4급은 입원과 역학조사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검사·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할 수도 있다.

▲17일 세계일보 2면
▲17일 세계일보 2면

한편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만명을 돌파하는 등 확진자가 연일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0만741명”이라며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세계 확진자 185만여명의 약 21%를 차지하는 규모다. 코로나19 유행 정점에 이른 주요국과 비교할 때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6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신규 확진자는 54만9854명이다. 입원 위중증 환자도 1244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17일 국민일보 1면
▲17일 국민일보 1면

방역당국은 누적 치명률이 낮다는 입장이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일일 확진자 규모가 크지만 인구 10만명 당 누적 사망자를 비교하면 국내 누적 사망자는 17.6명정도”라고 했다.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며 확진자 집계 통계에 혼선도 빚어졌다. 신문들은 전날 오후 9시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집계한 신규 확진자 총합은 44만 1423명이었지만 정부 공식 발표는 이보다 4만여명 줄었다고 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으로 인정하면서 상당히 많은 신고가 접수되는 바람에 시스템 집계에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확진자 수도 체크 못하는데 예측은 제대로 되겠나”라며 “의료여력도 불안하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추세가 떨어지지 않는데 정부가 손놓다시피하는 것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신문들은 사설에서 확진자 숫자가 폭증하고 역대 최고 의료대란에 치닫는 상황에 정부가 방역 완화를 추진하는 데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코로나 감염병 등급 완화 추진, 폭증 부추기는 무책임 행정”이란 제목의 사설을 내 “방역 완화를 위해 내세운 논리도 옹색하다”며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치명률 수치는 ‘착시효과’”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가 방역당국을 향해 “말장난은 이제 닥쳐라. 독감도 하루에 40만명씩 발생하면 의료체계가 붕괴된다”고 한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병상·의료체계 재점검과 치료제 확보 등 느슨해진 방역망을 다잡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17일 세계일보 사설
▲17일 세계일보 사설

경향신문도 “정점 예상이 빗나간 터에 검사체계를 바꿔 의료체계의 혼란까지 빚어놓고도 방역기준만 낮추려는 당국의 처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점에 이르지도 않았기에 여전히 감염 확산세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영국 프랑스 등이 유행의 정점 이후 방역 완화를 시작했던 것과 반대로 한국은 정점 전에 빗장부터 풀고 있다”며 “정교한 대책 없이 성급하게 방역의 고삐를 늦추면 환자와 시민들의 고통만 커진다는 것을 정부가 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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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1년, 후쿠시마에 갔다. 주민들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3/17 09:27
  • 수정일
    2022/03/17 09: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후쿠시마 핵사고 11주년] ① 후쿠시마의 10년을 카메라에 담다

정주하 백제예술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22.03.16. 14:54:02 

 

사고 이후 11년, '후쿠시마'는 이제 고유명사가 되어간다. 다른 한편으로는 잊혀져 간다. 하지만 막상 가보려고 호텔 예약을 하자면 시내(후쿠시마, 현 미나미소마 시)에선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잊혀져 가는 시골 도시'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유는 정부 주도 재건사업에 있다. 먼저 폭발한 도쿄 제1원전 인근에는 허드렛일, 위험한 일거리가 많다. 또 쓰나미나 방사능오염으로 폐허가 된 지역 재건을 위한 토건사업도 많다. 여기에 피난주택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돌아와 다시금 보금자리를 건축하는 일도 많다. 그런 특수 경기에 기대어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몰려온 탓이다. 그 노동자들은 그럼 방사능 오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철인들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소문으로는, 여기서 일하려는 노동자들이 없자 야쿠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 모집을 대행한다고 한다. 미나미소마 시내에는 한국식 이름을 단 술집과 식당도 여러 곳이다. 살림이 어려운 재일조선인들이 다소 임금이 높은 이곳으로 다수 옮겨온 것이다. 그곳을 찾는 이들은 대체로 한국말을 잘 하진 못해도 듣고 이해는 잘 하는 3세, 4세 분들이다. 이런 식의 지역 경기 부흥(?)과 더불어 빠칭코도 늘었다. 긴장과 욕망은 늘 함께인 모양이다. 또 하나 여전히 함께하는 것이 있다. 여전히 높은 방사능 수치가 그것이다. 

이 포토 다큐는 2011년 11월 시작해 2020년 코로나가 엄습하기 전까지 매년 수 차례씩 후쿠시마를 오가며 촬영한 것이다. 긴 시간 작업한 것이어서 여러 주제가 섞여 있다.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설정해 진행해온 까닭이기도 하다.

▲ 2011년 후쿠시마 첫 방문 때 미나미소마 지역에서 만난 주민들, 이들은 당시 마을에 닥친 재앙에 굴하지 않고 즐거운 표정으로 마을 청소를 하던 중이었으며, 찾아간 낯선 이방인에게 매우 호의적인 인사와 더불어 음료를 건네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었다. ⓒ정주하
▲ 미나미소마 지역 한 양로원의 벽 모습. 벽 중앙에는 둥근 시계가 걸려있고 그 시계는 여전히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었으며, 시계 밑에 가로로 그어진 선까지 당시 바닷물이 차올랐음을 기록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질식될 듯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주하

처음 왔을 때 느낀 정서는 절망이었다. 주민들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은 더욱이나 할 수가 없었다. 내 시선의 끝에 매달린 풍경의 일그러진 모습이나, 시내 밤거리의 적막함, 떠나간 일상의 흔적이 찬바람에 흩날리는 모습 등은 숨이 폐로만 쉬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했다. 절망의 공기는 폐까지 가기에는 너무 무거워 목에서 입으로만 들락거릴 뿐이었다. 혀가 마르는 숨이었다. 방문이 계속되면서 차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커졌다. 비극의 중심에서 허공을 바라보기보다는 원 밖으로 비극을 끌고 나오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그곳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러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폐허의 마을 어귀에서 쓰레기를 치우다 잠시 쉬는 사이 다가간 내게 내미는 주먹밥과 그들의 잔잔한 웃음소리에서 본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에 갇히지 않고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지나온 일상'처럼 보내며 그 비극을 뚫고 나가려는 그분들의 모습이 내게 미래를 보고 또 구상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 후 내가 세운 목표는 후쿠시마를 100년 동안 촬영하자는 것이 되었다. 내 삶의 물리적 시간의 한계는 '다음 세대 사진가 또는 내 제자'가 맡아서 해주면 가능할 터이니 100년의 촬영은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그리고 그 작업을 모아 함께 미래를 구상해 본다면 후쿠시마를 반성 없는 비극의 갇힌 터에서 '우리 안으로 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1년이 흘렀다. 풍자적인 차원에서 이제 내 계획은 '전 지구적인 일'이 될 모양이다. 올해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전 세계인들과 함께 나누겠다고 한다. 곧 시행할 모양이다. 세계 바다의 절반,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남북 아메리카를 두루 아우르고 있는 바다, 태평양에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세상 사람 중, 그 바다에서 난 것을 먹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많다. 그 바다에 핵-방사능을 섞어 세상 사람 모두 함께 <아톰(ATOM)>(데츠카 오사무 作 원자력 로봇)이 되고자 하는 모양이다. 

▲ 미나미소마에서 오다카로 가다가 좌회전을 하면 카시마 해안을 만난다. 그 해변 주변에도 이런 방사능폐기물 하치장이 있는데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할 정도의 규모다. ⓒ정주하

후쿠시마의 자연과 사람들에 절망과 희망, 그리고 인내가 함께한다. 봄은 다시 오는데, 지난 가을의 결실은 겨울을 넘지 못한다. 먹을 수 없어 따지 못한 감은 거기에 그렇게 그냥 달려있는 것이다. 이것을 사진(寫眞, 생긴 그대로 옮겨놓음)으로 다시 내보이는 까닭은, 넘어오지 못한 결실에 손을 내밀어 보고자 함이다. 비록 그것이 땅을 거쳐 다시 감꽃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 미나미소마 시내의 공원에서 열린 마을 축제. ⓒ정주하
▲ 젊은 농부인 이 부부는 이곳으로 돌아오려고 준비하고 있다. ⓒ정주하
▲ 미나미소마에서 나미에 가는 길에 있는 집에서 활영한 가족 사진. 현재 이 가족은 할머니가 사시던 이 집을 부수고 새로 건축을 하고 있다. ⓒ정주하

후쿠시마를 '빼앗긴 들'이라 부르는 데 거부감이 드는 분들이 있는 모양이다. 공감한다. 의아하기도 할 터이다. 빼앗긴 들이 지시하는 역사적, 지정학적 의미가 '식민 조선'이었기에, 저항의 슬픔이 그것과 등가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비유하자면 우리나라 영광이, 울진이, 월성이, 고리가 이 땅의 '에너지 식민지'라 부른다면 그것이 과한 일일까?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처럼 사고의 무덤이 깊이 파인 곳이라면, 그리고 그곳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거대 도시로 빨려 들어가 정작 주변의 주민들은 그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위험만을 떠안는 구조가 여실하다면, 과거 이 땅에서 식민과 수탈을 경험한 민족이 부르는 이름 '식민지'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말이다. 비록 그곳 후쿠시마는 우리를 침탈하였던 제국주의의 동토(同土)지만, 그곳은 여전히 식민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업의 제목이 그러한 데에는 이런 생각이 깃들어 있어서다.

▲ 카시마 해안의 묘지. 살아있는 사람 혹은 것은 모두 사라지고, 정작 죽어있는 사람(?)은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정주하
▲ 주변 신사를 관리하는 스님께 바다에 대한 회한을 물으며 포즈를 부탁드렸더니 이렇게 해주셨다. 저 멀리 보이는 굴뚝은 화력 발전소다. ⓒ정주하
▲ 후쿠시마 시에서 미나미소마 시로 가자면 료젠이라는 아름다운 산을 지나는데 그 산의 골짜기 마을마다 이런 방사능폐기물 하치장이 있다. 하치장 앞에 있는 것은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선량계. ⓒ정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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